어제의 SK전은 잦은 실책과 구원투수들의 난조로 그다지 질이 높은 경기였다고 할 수는 없지만, 양팀의 불붙은 타선과 도망가면 따라붙고 도망가면 다시 따라붙는 극적인 장면 연출로 흥미진진한 경기였다. LG는 아직 전력이 안정되지 않은 모습을 여실히 보여주었지만 분위기를 타면 걷잡을 수 없이 불붙는다는 것을 다시 보여주었다. 양 팀 모두 경기가 잘 풀리지는 않은 가운데 SK는 특기이자 자랑인 이기는 야구를 하며 승리의 9부 능선을 넘어섰으나. 9대 1로 앞선 9회말 대거 8실점을 하며 연장으로 가고야 말았다. LG는 2위가 어울리지 않는 자리인지 7회 무사 1,2루와 8회 무사 만루의 찬스를 날리고 9회초 실책과 함께 5실점을 하며 맥없이 패하는 듯하더니 9회말 투아웃에 경기를 다섯 시간이 넘는 장편 드라마로 만들어버렸다.



9회말에 무려 8점이나 뽑아냈다. 그것도 8회까지 단 1점에 그치던 팀이 ⓒ 연합뉴스



경기 초반 SK의 선발 전병두는 폭투를 3개나 기록할 정도로 제구가 들쭉날쭉한 상황에서도 삼진을 6개 잡으며, 5이닝을 무실점으로 막으며 승리투수 여건을 갖추고 내려갔다. 예전부터 LG는 간혹 상대 에이스를 두들기다가도 제구가 불안한 롤러코스터형 투수를 상대로 고전하는 모습을 보여왔는데, 이 날도 전병두에게 꼼짝없이 눌리며 타선이 식다 못해 아주 얼어버린 듯한 모습이었다. LG의 선발 이범준은 5와 2/3이닝 동안 홈런 1개 포함하여 3실점으로 무난한 내용이었지만, 아쉽게도 승패를 기록하지 못하였다.

LG는 3대 0으로 뒤진 7회말 추격의 점수를 뽑지 못하고, 8회초에 추가 실점을 하면서 경기의 주도권을 SK에게 넘겨주었다. 예상 밖으로 8회말에 무사 만루를 만들어내면서 추격의 가능성도 살짝 내비치기는 했지만 이진영의 병살타가 나오면서 단 1점을 얻는데 그치고, 9회초의 자멸 분위기 속에서 5점을 내주며 패배 직전까지 갔다. 야구의 신도 8점차면 충분하다고 생각을 했을까, 8회 2사에 마운드에 올려 위기를 잘 수습했던 마무리 정대현을 정우람으로 교체하면서 사단이 일어나고야 말았다. 결과와 상관없이 경기 시간을 끌기만 하는 듯해보였던 김정민의 안타에 이어서 타자일순하며 SK가 자랑하는 계투진 김원형, 이승호를 차례로 불러내 두들기며 기어이 경기를 연장으로 끌고 갔다. 오히려 9회말 2사 만루 풀카운트에서 정성훈을 중견수 뜬공으로 막아내 대역전패를 모면한 SK로서는 다행스러운 상황이었다. 대주자로 들어왔던 김태완은 9대 7로 뒤진 2사 만루에서 자신의 시즌 첫 안타를 동점 2타점 2루타로 신고했다.



야구는 9회말 투아웃부터라고.. 극적인 동점타를 때린 김태완 ⓒ 조이뉴스



연장 10회는 충격을 받고 쓰러질 듯하던 SK가 기어이 점수를 내며 다시 승리에 가까이 다가갔으나, LG는 페타지니가 X존과 상관없는 중월 솔로포로 다시 동점을 만들며 이승호를 강판시켰다. 그러나 12회초 LG의 마무리 우규민이 마운드에 올라와 6실점을 하여 16대 10으로 패하고 말았다. 우규민은 모창민에게 빈볼을 던져 퇴장을 당해, 선발 투수를 제외한 1군 엔트리를 모두 소진한 LG는 지명타자 최동수가 대신 마운드에 오르는 진풍경을 연출하기도 했다.



이것은 고교야구도 아니고 프로야구에서 벌어진 일이다



그러나 LG는 8연승을 하는 상승세 속에 감추어져 있던 불안 요소가 한꺼번에 터져나오는 아쉬운 모습을 보여주었다. 최근 주전 경쟁에서 밀려 대타로 나오다 모처럼 선발 출장한 안치용은 집중력을 잃은 주루플레이로 1사 만루가 될 수 있었던 기회를 2사 1,2루로 만드는 어이없는 상황을 연출했는데, 여러 번 나오는 그의 미숙한 주루플레이는 그의 주전 경쟁에 결코 도움이 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대구에서 좋은 활약을 했던 박용근은 공식적으로 기록된 실책 1개를 포함, 여러 차례 어설픈 수비를 보여주며 주전 자리를 차지할 수 있는 기회를 스스로 날린 듯이 보인다. 그러나 박용근 뿐 아니라 박경수, 김태완 등 내야수들의 수비가 전체적으로 미덥지 못한 모습이라 분발이 필요하다.

1군 엔트리에 등록되면서 마운드에 오른 이재영은 수비 실책의 탓도 있지만 9회초 마지막 아웃카운트를 잡지 못하며 무너지는 모습을 보여주어 여전히 중요한 순간에 역할을 맡기기에는 무리로 보인다. 최동환의 구위가 현저히 떨어지고 상대의 분석에 공략당하며 고전하고 있는 상황에서 정찬헌 역시 부진한 모습을 보여 불펜진의 불안한 상황이 당분간 이어질 것 같다. 좋아지는 모습을 보이던 우규민 역시 실책이 단초가 되기는 했지만 최악의 난조를 보이며 6실점을 했고 빈볼로 퇴장까지 당하였다. 안정을 찾아가는 선발진과는 달리 여전히 불안한 불펜진은 팀의 고민거리이다.



투수와 야수의 뒷모습을 보던 김정민의 기분은 어떠했을까? ⓒ OSEN



포수를 좌익수로 돌리며 가용가능한 모든 인원을 투입하여 치른 1박 2일의 혈투. 그것도 대역전극을 눈 앞에 둔 상황에서 패한 것이라 실망 속에 상당한 충격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경기 초반부터 스트라이크 판정부터 시작하여 나주환의 데드볼, 우규민의 빈볼 퇴장 등 다소 석연치 않은 부분이 있던 심판 판정이 오히려 팀을 하나로 뭉치게 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도 있어 보인다. 식다 못해 얼어붙던 타선에 불이 붙기 시작한 것도 긍정적인 효과.

반면 SK는 대참극을 피하며 선발 카도쿠라를 마무리로 투입하면서까지 결국 경기를 이기는 강력한 힘을 보여주었으나 8점차 리드를 지키지 못하고 연장 혈전을 치르게 되어 만족스럽지만은 않을 것이다. 특히 완벽한 야구를 추구하는 김성근 감독이라면 불안한 중간계투진을 비롯하여 마음에 들지 않는 부분이 많을 것이다.

내일 에이스 봉중근이 팀의 연패를 끊어야 하는 사명을 가지고 등판을 하며, 상대는 역시 지난 3연전에서 그와 맞대결을 벌였던 좌완 고효준이다. 두산전 8이닝 1실점 등 최근 안정된 투구 내용을 보여주고 있는 봉중근에 비해, 고효준은 갈수록 노출이 되며 공략을 당하는 모습이어서 봉중근에게 무게가 실린다고 보인다. 그러나 이 경기를 놓칠 경우 홈 3연전을 모두 놓칠 가능성이 있으므로 LG로서는 반드시 잡아야 할 경기다.


두산은 LG를 3위로 밀어내며 1주일 전에 내주었던 2위를 되찾아오며 왔다. 한화는 김텔미가 홈런 2개로 다이너마이트 타선에 불을 지피며 6연패를 끊었다. 롯데는 삼성을 추격을 따돌리고 승리를 거두며 반전의 기회를 잡았다. 과연 오늘 경기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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