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승리를 거둔 김광삼은 마운드에 오를 때마다 짠한 기분이 드는 투수다. 곱게 생긴 외모와는 달리 험하고도 험했던 그의 야구 인생 역정이 공을 던지는 순간순간 애잔함을 느끼게 한다.

2006년 팔꿈치 부상으로 수술을 하고 1년여의 재활기간을 거쳐 마운드에 올랐지만 예전과 같은 공을 던질 수 없었다. 수술 후 제대로 펴지지도 않는 팔로 던진 공은 힘이 없었다. 주변에서는 투수 김광삼에 대해서 더 이상 기대하지 않았다. 코칭스태프는 고등학교 때 보여주었던 타자로서의 재능을 살려 야수로 전업하기를 바랐다. 그는 장고 끝에 사랑하는 야구를 계속하기 위해 타자 전향이란 힘든 선택을 하였다.

그러나 타자로서의 제 2의 야구인생은 기대만큼 쉽지 않았다. 고교 시절의 강타자였을지언정 프로의 벽은 높았다. 입단 이후 몇 년 동안 하지 않았던 타격과 주루, 수비에 적응하는 것은 쉽지 않았다. 쟁쟁한 LG의 외야수들의 틈바구니에서 경쟁의 기회도 얻기 힘들었다. 남몰래 방망이를 휘두르며 힘들게 연습했지만 외야수로서의 성공할 수 있을 지 알 수 없었다.

2009년 주루 도중에 입은 왼쪽 무릎 부상은 그의 야구 인생의 또 다른 전환점이 되었다. 어느덧 펴지지도 않던 팔이 회복되어 외야에서 강한 송구를 할 수 있었고, 다시 그가 마운드에 서기를 바라는 사람들이 있었다. 그러나 2년 동안의 타자 전환 과정이 힘들었던 만큼 쉽게 포기할 수 없었다. 다시 시작하기에는 적지 않은 나이, 그는 고민 끝에 다시 투수의 길을 걷기로 결심하고 여름부터 조용히 변신을 준비했다. 그동안 쓰지 않았던 근육을 단련하고, 오랜 시간 던지지 않았던 변화구를 가다듬는 연습을 하였다.

2010년 4월, 김광삼은 거의 3년 만에 마운드에 올랐다. 유망주 투수가 어느덧 30대의 고참 선수가 되어 있었고, 신인 시절 뿌리던 강속구도 평범해졌다. 그러나 그는 포기하지 않았고 1656일만의 승리를 거두었다. 그의 표정에는 만감이 교차하고 있었다. 다시 마운드에 선 기쁨과 그토록 갈구하던 승리의 환희, 그동안 길고도 힘들었던 재활과 준비 과정, 함께 걱정하고 힘든 시간을 보내왔던 사람들에 대한 고마움. 그는 승리 소감으로 묵묵히 기다려왔던 가족과 격려와 응원을 아끼지 않았던 사람들에게 감사를 표했다. 시즌 내내 100이닝만 던지면 좋겠다던 그의 소박한 바람 이상으로 다른 투수들이 줄줄이 퇴출과 부진으로 전력에서 이탈할 때 김광삼은 봉중근과 함께 무너진 선발 로테이션을 끝까지 지켰다.

2011년의 시작은 불투명했다. 심수창에게 4선발 자리를 내주며 개막 2주가 지나서야 처음 마운드에 오를 수 있었다. 봉중근이 돌아오면 둘 중 하나는 자리를 내주어야 하는 치열한 경쟁이 시작되었다. 작년의 활약이 올해의 활약을 보장하는 것도 아니고, 언제라도 경쟁에서 지면 자리를 내줄 수밖에 없는 것이 냉혹한 프로의 세계다.

긴장과 부담 속에 첫 등판은 12년의 프로생활에서 한 번도 승리를 거두지 못한 롯데와의 경기였다. 타선이 초반에 점수를 냈지만, 2회에 무사 만루의 절체절명의 위기를 맞이했다. 그러나 침착하게 1실점으로 위기를 막아내며 승리 투수가 되었다. 어제는 시즌 첫 완봉승을 거둔 트레비스와의 팽팽한 투수전에서 이기며 2승째를 따냈다. 84개의 공으로 7회까지(6.2이닝) 공을 던질 정도로 완벽에 가까운 투구였다.

어딘가 쫓기는 듯 하던 작년과 달리 마운드에서 한층 여유있는 그의 모습에서 자신감이 엿보인다. 이제 그를 볼 때 안타까움보다는 든든함이 느껴지는 선수로서의 활약을 기대한다. 파란만장했던 그의 야구 인생에도 따뜻한 봄날이 찾아오기를 소리쳐 응원해본다.

"올해는 10승 투수 합시다!"




역투하는 김광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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