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카이브

산행을 하면서 한 시간 정도 걸어오기도 해서 허기가 느껴지는데 역 건너편에 초밥만 파는 가게가 있는데 밖에서 보기에는 회전초밥집 같다. 따뜻한 밥이 먹고 싶어서 망설이다가 그냥 역 안으로 들어갔다. 오카야마가 멀지도 않고, 오카야마에는 식당이 많으니 그 중 마음에 드는 곳에 가서 먹으면 되겠지.

일단 참다가 터질 뻔한 오줌보에게 자비를 베풀어주자.
요즘에는 한국이고 일본이고 변소라는 단어를 잘 쓰지 않는데 여자변소, 남자변소라고 써놓은 안내표지가 있어서 사진을 찍어봄.

오카야마행 특급 난푸가 지연되고 있다. 특별히 기상 악화라든가 열차 혹은 선로 이상 등으로 늦어진다는 지연 안내가 없는 것으로 보아서 아마도 사람이 많아서 늦어지는 듯한 느낌이 든다.

우앙 앙팡맨 열차다!

그런데 저기 열차 통로에 서 있는 사람들 보니 역시 자유석에 자리가 없어서 저렇게 서서 가는 것 같다. 사람들 틈바구니 사이에 끼어서 부대끼며 가는 것을 즐기는 사람이 뵨태 빼고는 어디 있겠냐마는 저런 거 끔찍해서 도저히 못 타겠다.

이 열차는 그냥 보내고 조금만 기다리면 쾌속 마린라이너가 오니까 그걸 타야지.

앙팡맨 열차가 출발한다.

셔터 스피드도 못 따라가고 찍는 사람 손도 흔들리고 엉망이구만.
하행방면 열차는 역시 고치행 난푸인 것 같은데.

그래서 일본의 사진 공유 사이트 (http://photozou.jp)에서 가지고 왔다.
원래는 이렇게 생긴 열차다.

다카마츠까지 가는 쾌속 마린 라이너다.

마린라이너는 쾌속열차지만 선두차는 지정석이라서 지정석권을 별도로 구입해야 하는 안타까움이 있다. 오래 걸리지는 않으니까 그냥 탈 수 있는 자유석 차량에 탈래. 열차를 기다리며 승강장 의자에 앉아 있는데 누군가가 오니기리를 사서 먹다가 열차를 타려고 서두르다 놓고 간 것 같다. "바보 녀석, 아무리 그래도 먹을 것을 놓고 가다니..ㅋㅋㅋ" 비웃었는데 넋 놓고 있다가 포카리스웨트 다 마시고 물을 채워둔 병을 두고 타버렸네. 나야말로 바보 녀석이야. 마린라이너는 도중 역 두 곳에서만 정차하고 23분만에 오카야마에 도착했다. 이거 특급열차와 별 차이가 없네.

오카야마에 도착하자 이제 행선지를 다카마츠로 바꾸어 돌아갈 준비를 하고 있다.

저 똥차는 어디로 가는거지? 히로시마쪽으로 가는건가?

저 열차를 탈 것은 아니니 관심 끄고 신칸센을 타러 이동한다. 재래선 출구에서 신칸센으로 환승하는 개찰구를 한 번 더 지나야 한다.

산요신칸센 공식 캐릭터라는 칸센쟈가 있네. 이제 노조미, 히카리에서 퇴출당한 500계 신칸센인데 이런 캐릭터가 있으면 도움이 될라나.

신칸센 500계는 JR니시니혼에서 야심적으로 개발한 차종으로 신칸센 최초로 시속 300km로 주행하기도 했는데, 700계와 N700계가 개발되면서 밀려나서 이제는 각역 정차의 최하 등급 코다마로 강등되었다. 이 열차는 디자인부터가 독특한데 전투기의 선두부처럼 뾰족하게 되어 있고, 이전과 이후의 신칸센 열차들과 비교해도 참신한 디자인이어서 여전히 이 열차를 좋아하는 철도 애호가들이 있다고 한다. 그러나 정작 이 열차를 타는 사람들은 차체가 둥글게 되어 있어 창측의 좌석의 공간이 협소해서 꺼려했고, 기존의 운행하던 열차에 비해 출구 수가 적고, 출구의 위치가 다른 불편이 있어 승객의 승하차에 소요되는 시간이 길어져 열차 지연을 야기하기도 했단다. 경제성 측면에서도 이 차량의 제작비가 30%정도 비싼 것이 문제였고, 그러다가 노조미, 히카리 운행에서 차차 밀려나 지금은 코다마로만 운행하고 있다고.

오카야마역의 23번 승강장은 도쿄 방면 상행선인데, 노조미, 미즈호, 히카리, 사쿠라 등의 우등 등급의 열차들이 정차한다. 노조미는 자리가 없을 것 같아서 일찌감치 포기하고 다음에 오는 신오사카행 사쿠라를 타려고 한다.

700계 노조미다. 자유석은 터질 것 같아서 못 타겠다.

이 녀석 좀 우습게 생겼다.

나카마 유키에는 몇 년째 JR니시니혼의 모델로 활약하고 있다.
그만큼 인기있다는 것이겠지. 사토미찡은 이런 거 안되는거야?

노조미를 보내고 조금 있다가 사쿠라가 들어왔는데 역시 사람이 많아서 못 타겠다.
이래서 지정석을 예약해야 하는데 따로 돈을 내야 하니 별 수가 없네.

승강장에 있는 소바 가게에서 소바라도 먹으려고 했는데 저녁 8시 30분까지만 영업을 한다고 한다. 아무래도 다음 노조미도 앉아서 가기는 어려울 것 같고 배는 고프니 일단 역 바깥으로 저녁을 먹으러 나갔다.

밑으로 내려가는 계단에 타니하라 쇼스케의 광고가 붙어 있다. 영능력자 오다기리 쿄코의 거짓에서 사토미찡과 함께 나왔었지.

오카야마 고라쿠엔에서 야간 특별 개원한다는 광고인데 11월 4일부터니까 곧 시작이네.
오카야마 데스티네이션 캠페인으로 개최를 결정했다는군.

역 밖으로 나가서 오카야마역과 연결된 산스테(さんすて.サンステーションテラス의 약칭)로 갔다. 오카야마역 출구와 2층이 연결되는데 한국에도 많이 있는 돈까스 가게인 사보텐이 있다. 튀김류라든가 돼지고기를 좋아하는데 이상하게 돈까스는 별로다. 메뉴를 살펴보다가 그 옆의 옆에 있는 사누키 우동 전문점이라는 메리켄야(めりけんや)에 갔다. 메뉴판을 여러 개 가져다주는데 일단 밥이 먹고 싶고, 국물을 마시고 싶으니 키츠네우동과 미니텐동 세트를 시켰다. 맥주 한 잔 시킬까 했는데 곧 온천에 가려고 해서 물만 마셨다. 기억이 가물가물하지만 예전에 고토히라(琴平)에서 먹었던 사누키 우동의 느낌과 맛은 아니었던 듯 같은데, 그래도 맛있게 잘 먹었다.

우동은 맛있게 잘 먹었고, 일단 면만 건져 먹고 텐동을 먹으면서 국물까지 끝.

계산을 하고 나와서 다시 오카야마역 신칸센 개찰구로 들어가서 신칸센을 타러 올라갔다. 21시 3분 코다마 열차를 타려고 했는데 밥을 먹다보니 늦어져서 조금 더 기다려야 한다. 옆 승강장에는 노조미가 있는데 이 열차는 신코베에만 서서 통과시킨다. 신코베에서 내려서 하행 코다마를 타도 돌아가도 되는데, 시각표를 보니 그냥 여기서 코다마를 타고 가는 것이 더 빠른 것 같다.

옆 승강장에 노조미가 잠시 정차중인데 열심히 일하고 계신 차내 판매원 언니 사진도 한 장.

열차를 기다려 타고 내린 역은 니시아카시(西明石). 여기서 재래선으로 갈아타고 고베 방향으로 간다.

오카야마에서 신오사카까지 노조미나 사쿠라는 50여 분 걸리는데, 역시 코다마는 역마다 서고 중간에 추월당하기를 밥먹듯 하니 느려서 니시아카시까지 50분 가까이 걸렸다. 그러니 사람들이 안 타지. 신칸센을 타는 이유는 빠르기 때문인데 코다마는 모든 역 정차에 뒤에서 쫓아오는 노조미, 히카리를 무조건 먼저 보내고 가니 시간이 많이 걸린다. 오죽했으면 코다마 하야토쿠와리(早得割.일찍 사면 할인)로 빈 좌석을 팔아 치우려고 애를 쓰겠냐마는.. 참고로 최근의 다이어를 보면 노조미는 하카타에서 신오사카까지 최단 2시간 29분 정도, 미즈호는 2시간 25분 정도 걸리는데(이는 노조미가 미즈호보다 등급이 낮아서라기보다는 큐슈신칸센 직결의 미즈호는 산요신칸센 구간에서 무조건 정차역인 하카타, 고쿠라, 히로시마, 오카야마, 신코베에만 정차하고 신오사카에 도착하는데 반해, 노조미는 산요신칸센 구간에서 앞의 역들에 하나의 역에 더 정차하도록 되어 있어서다), 코다마는 그나마 제일 빠른 것이 4시간 41분 걸린다. 그렇다면 요금이라도 저렴해야 하는데, 염치없는 이 녀석은 히카리, 사쿠라와 똑같은 요금을 받는다. 그러니 이 열차를 이용하는 사람들은 그다지 많지 않고, 대개 코다마만 정차하는 작은 역에 가려는 사람들이 상위 등급의 열차를 타고 가다가 중간에 환승하는 정도라고 할 수 있겠다.

다카츠키(高槻)는 오사카와 교토 사이에 있는 도시.

어느 책에서 읽은 바로는 신도시로 개발된 다카츠키의 사람들은 오사카를 촌스럽고 경박하다고 무시하는 경향이 있다고도 한다. 한국으로 따지면 분당 정도 되는 곳이 아닐까 싶은데, 서울 어지간한 동네보다는 분당이 더 깔끔하고 생활에 편하게 개발되어 집값이 더 비싸듯 여기도 그런 것이 아닐까. 늘 그냥 지나치기만 해서 잘 모르겠다.

썰렁하다.

다카츠키행 열차를 타고 두 번째 역인 아사기리(朝霧)역에 내려서 타츠노유(龍の湯)라는 온천에 간다.

원래 몰랐던 곳인데, 인터넷 카페의 귀인께서 소개해주신 덕분에 가보게 되었다. 아사기리역에 내린 다음 나와서 고가 육교를 건너 오른쪽으로 내려간 후 조금 걷다 보면 금방 나온다. 역전온천으로는 꽤 유명한 곳이라고 하는데, 시설도 제법 괜찮고 가격도 비싸지 않아서 만족스러웠다. 하하~ 일본 사람으로 생각했는지 들어가자마자 주차권 필요하냐고 묻는데 순간 당황했다. 아무리 일본인 속에 있으면 티가 잘 안 난다고 해도 나름 외국 관광객인데 이럴 수가!!

시간이 시간인지라 오사카로 돌아가는 막차를 놓치지 않기 위해서 한 시간도 채 되지 않아서 나와서 다시 역으로 돌아간다.

아사기리역은 신쾌속 열차가 정차하지 않는 역이라서 어쩔 수 없이 전역인 아카시로 가야 한다.

울타리 건너편에 있는 선로는 산요전철의 본선.

열차가 온단다. 움직이는 열차 사진을 찍었더니 유령열차가 되어버렸다.

곧 종점인 역이라 사람도 별로 없다. 다음은 아카시입니다.

아카시역입니다. 바로 이전 글에도 등장했던 그 곳이죠.

여기서 반대 방향으로 가는 교토행 열차를 타고 오사카역에 도착. 이제 칸조센으로 갈아타면 되겠다 싶은데 청천벽력같은 차내 안내 방송. 오사카칸조센은 소토마와리(外回り.외선) 교바시행 막차만 남아 있단다. 그마저도 막 출발하려는 참인데, 뭐야? 우치마와리(内回り.내선)는 어떻게 된거야? 이런.. 칸조센 플랫폼으로 가서 시각표를 확인하니 열차가... 없다. 설마 막차가 끊긴거야? 오사카역에서 내린 사람들이 우르르 역 바깥으로 나가는데 이미 상황 파악 완료. 그러나 혹시나 해서 지하철은 아직 다니고 있지 않을까 기대해보았지만 이미 운행 종료에 아예 역 문을 잠궈 놓았다. 제기랄!! 걷거나 택시를 타거나 둘 중 하나의 방법을 택해야 한다.

난바까지 2km 남았다는 표지판이 무척 반갑다.

택시에 카드결제가 된다고는 하는데 일본의 택시비는 꽤 부담스럽다. 신이마미야역까지 여유있게 7km라고 치고 대충 계산해보니, 가뭄에 콩 나듯이 보이는 소형택시를 타도 신호에 잘 안 걸리고 빨리 가더라도 심야 할증까지 해서 대략 2,500~3,000엔 정도 나올 것 같다. 이건 좀 많이 부담스러운데.. 그래서 일단은 난바까지 걸어가기로 했다. 혼자 이렇게 걸어가는 것이 아니고 미도스지를 따라서 걸어가는 사람들이 꽤 된다. 어떤 아줌마하고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면서 신사이바시까지 갔다. 거기서 잠시 와이파이를 쓰기 위해서 신사이바시스지로 들어가느라 아줌마와는 작별하고, 그렇게 한 시간 남짓 걸으니 난바에 도착.

그냥 아베노하루카스만 보고 가는거다.

하필 저 KOJIMA 간판은 뭐냐.

문제는 여기서부터. 난바에서 신이마미야역까지 가는 길에 음침한 동네를 지나야 하는데, 별 일 없을 것 같지만 일단은 외국인으로서 불리한 신분인지라 혹시 모르는 일이고 해서 돌아가기로 했다. 3년 전 밤중에 난바에서 신이마미야까지 걸어가는 동안 느낌이 좋지 않았던 기억이 있고 해서, 돌아가더라도 조금이라도 밝은 곳으로 가는 길을 택했다. 우선 난바에서 도톤보리를 정면 돌파. 새벽 시간에도 사람이 북적이고, 오니~상하면서 달려드는 언니들도 있는데, 미안하다. 오빠가 돈이 없다. 웃으며 손사래를 치고 빠져나왔는데, 일본어만 능숙하게 하면 일본인 행세해도 되겠다 싶은 생각도 든다. 그런데 닛폰바시에서 아베노하루카스를 보며 텐노지로 크게 돌아가느라 적지 않은 시간이 걸렸다. 거리로 따지자면 두 배 이상 먼 길을 돌아간 셈인데, 이제와서 생각해보니 닛폰바시에서 사카이스지로 주욱 내려가는 길을 택했으면 훨씬 좋았을 것 같다. 돌아오니 대략 두 시간의 행군. 코지마에서 한 시간 걸은 것까지 하면 세 시간, 거기에 오락가락한 것을 모두 합치면 종일 15km는 걸은 것 같다. 아~ 이런.. 걷기 선수냐?

역시 우리 엄마는 아들에게 택시비 대신 튼튼한 두 다리를 주셨다. 진심으로 감사하다.

오카야마역에서 내렸는데 시간이 좀 애매하다. 16시 5분에 고치행 열차가 있어서 이것을 타고 코지마에 갈 생각인데 시간이 좀 남아서 역 안에서 돌아다녀보기로 한다.

특급 난푸 17호가 탈 열차다.

10분 정도 남았으니 역 구경을 하면서 승강장 위치 등을 익히기로 한다. 오카야마는 자주 가는 곳인데 늘 역에서 헤맨다. 이 참에 각 플랫폼에서 출도착하는 열차 노선을 좀 알아두는 것이 좋을 것 같다.

이 강렬한 햇빛은 열차 이름이 선라이너라서 그런건가.

이 열차는 쾌속열차로 하행, 즉 히로시마 방면의 후쿠야마까지 운행하는 쾌속열차. JR니시니혼이 똥차에 생명을 계속 불어넣어 굴리는 것으로 유명한데 꽤나 된 녀석 같다.

선라이너라고 태양이 막 빛나고 있어. ㅋ

미하라까지 가면 히로시마 근처까지 가는 열차네.
아마 117계 열차인 것 같은데, 아이고~ 관심 없다.

다음에 들어올 열차는 이즈모시행 특급 야쿠모구나.

우앙~ 친숙한 381계 열차가 야쿠모로 뛰는구나.
근데 나는 돈이 없어서 탈 수가 없어.

윳타리야쿠모라는 애칭으로 불리는 열차네.
혹시나 해서 구글에서 윳타리야쿠모를 검색해보니 나름 특별한 열차 같다.

7년 전에 야쿠모를 탈 때는 똥차였던 것 같은데..

내가 탈 열차는 이것.

비전화 구간을 달리는 탓에 역시 기름 냄새 풍기는 디젤 열차다.

맨 뒤에 있는 이 3호차가 자유석이다.

사람이 많아서 통로쪽의 빈 좌석 하나에 앉음.

코지마역에 도착했다.

코지마역은 세토오하시센(瀬戸大橋線)의 혼슈 마지막 역이다. JR니시니혼과 JR시고쿠의 승무원 교대가 이루어지고, 이제 열차는 JR시고쿠 관할 구간을 달리게 된다. 코지마역을 떠나면 육지의 끝까지 달린 다음에 세토오하시를 건너게 된다. 세토오하시는 시와쿠쇼토(塩飽諸島)의 다섯 개의 섬을 잇는 6개의 섬을 잇는 6개의 교량과 그 교량 사이를 잇는 4개의 고가교로 구성되어 있다. 교량은 현수교, 사장교, 트러스교 등 다양한 공법을 사용하여 건설하였고, 고가교 포함 총 길이가 13.1km에 달하는 엄청난 공사였다. 이 세토오하시는 차량과 철도가 함께 지나는 다리로는 세계 최장 규모란다. 영종대교나 간사이공항연락교 역시 육지와 섬 사이를 잇는 바다 위에 지은 차량과 철도 병용 다리인데 그 길이와 규모 면에서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 덕분에 이 공사가 JR의 전신인 국철에 엄청난 빚을 떠안겨주었다고.

승무 교대를 한 JR시고쿠의 차장이 시계를 보면서 출발 준비를 하고 있다.

출발이 1분 남았구나.

계속 시계만 보고 있네.

여기서 이렇게 여유를 부리고 있는데, 이 여유는 곧 엄청난 후회로 다가오게 된다.

세토오하시를 지나서 처음 도착하는 역이 다카마츠 방면은 사카이데(坂出), 마츠야마 방면은 우타즈(宇多津)다.

타고 왔던 열차 난푸는 남쪽으로 떠나갔고, 나는 출구로 내려간다. 저 승무원은 다음 열차인 쾌속 마린라이너가 도착하면 승무교대하려는 차장인 것 같다. 물어보지 않아서 잘은 몰라.

역이 의외로 깔끔하고 카미고리역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크고 좋다.
카미고리역의 친절한 역무원 아저씨에게 미안..

역 안에 관광안내소가 있기는 한데 한 번 슬쩍 보니 뭔가 쓸만한 정보는 없는 것 같아서 일단 역 바깥으로 나가본다.
역 앞에 버스정류장이 있기는 한데, 좀 황량해서 당황스럽다.

버스의 시간표를 보는데 어느 버스 노선이 와슈잔 전망대에 가는 것인지 모르겠네. 버스가 있길래 일단 버스에 타서 세리켄(整理券.정리권)을 뽑아서 앉아 있는데 조금 있다가 버스 기사가 와서 운전석에 앉았다. 버스 안에 붙은 노선도를 살펴보는데 왠지 이 버스가 전망대에 가지 않을 것 같다는 강한 느낌이 들어서 운전수 아저씨에게 물어봤다.

"스미마셍. 이 버스 와슈잔 전망대에 가요?"

"안 가요. 4번 승강장에서 17시 30분에 출발하는 버스를 타야 가요."

"진짜요? 아~ 스미마셍. 그럼 내릴래요."


간단한 대화를 마치고 내렸는데 버스 출발 시간까지는 40분 정도 남았다. 아~ 뭐하면서 시간을 보내나 싶은데 지나쳤던 관광안내소에 가서 좀 물어보기로 한다.

잠꾸러기 : 스미마셍. 와슈잔 전망대에 가려고 하는데요. 어떻게 가죠?

안내원 : 어서오세요. 그래요? 버스를 타고 가야 하는데요.

잠꾸러기 : 그렇군요. 17시 30분에 버스를 타라고 했던 것 같아요.

안내원 : 네. 맞아요. (버스 시간표를 주면서) 4번 승강장에서 버스를 타고 와슈잔 제2전망대 정류장에서 내리면 돼요. 그런데..

잠꾸러기 : 엥?

안내원 : 이 버스가 막차라서 타고 올라가면 내려오는 버스가 없어요.

빠직!!

잠꾸러기 : 네? 정말인가요? 그럼 어떻게 역으로 돌아오지요?

안내원 : 택시를 타거나 걸어서 오든가 해야겠죠.

잠꾸러기 : 택시는 잡기 쉽나요?

안내원 : 전화해서 택시를 불러야 해요.

잠꾸러기 : 그런가요? 걸으면 얼마나 걸릴까요?

안내원 : 한 시간 정도 걸릴 것 같네요.

잠꾸러기 : 그렇군요.

안내원 : 혹시 어디서 오셨나요?

잠꾸러기 : 한국에서 왔어요.

안내원 : 아! 일본어 잘하시는데요.

잠꾸러기 : 아니에요. 길 물어보는 것만 할 줄 알아요.

안내원 : ㅋㅋㅋ

잠꾸러기 : 어떻게 하면 좋을지 고민이 되네요.

안내원 : 택시 연락처 드릴까요?

잠꾸러기 : 그냥 걸어서 내려올래요. 근데 내려서 걸어오는 길은 어느 방향인가요?

안내원 : (지도에 손을 짚어 길을 가리키면서) 역 건물 옆에 큰 길 있지요? 바로 그 길을 따라서 오는 거에요.

잠꾸러기 : 그렇군요. 혹시 근처에 맛있는 음식점이 있나요?

안내원 : 어떤 음식을 말하는거죠?

잠꾸러기 : 아무거나 상관은 없는데 밥이라든가 일본 음식이었으면 좋겠네요.

안내원 : (지도에서 코지마역 북쪽을 가리키며) 음식점은 이 쪽에 몇몇 있는데 갔다가 오면 다 문 닫을 거예요.

잠꾸러기 : 그렇군요. 그럼 가보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안내원 : 조심하세요.(気をつけてください)

역사를 나와서 다시 버스정류장 쪽으로 가는데 독특하게 랩핑한 버스가 지나간다.
요즘 고지마를 청바지의 성지, 청바지의 발상지라 하여 밀고 있는 그런 내용인가보다.

행군을 위한 준비물을 사려고 주변을 둘러보니 야마다덴키가 있어서 2리터짜리 물과 크런키 초콜릿 하나를 사서 나왔다.

시각표를 보니 이 버스를 타고 27분 정도를 가야 한다.
거리는 멀지 않은데 이 버스가 돌아서 가기 때문에 조금 시간이 걸리는 것 같다.


이게 시모덴순환선 노선도

와슈잔 전망대에 가는 버스 노선인 시모덴준칸센(下電循環線.시모덴순환선, 下津井循環線 시모츠이순환선이라고도 한다)은 코지마역을 기점으로 한 바퀴 돌아서 오는 노선이어서 되돌아오는 버스가 없다. 그래서 막차를 타고 도중에 내리면 다음 버스가 없다. 와슈잔다이니텐보다이(鷲羽山第二展望台.와슈잔제2전망대)에 내릴 때 버스 기사가 돌아가는 버스가 없는 것을 알고 있냐고 물어본다. 버스가 서울시내버스처럼 바글바글하지도 않고 동네만 돌다보니 이미 타고 내리는 동네 사람들은 대충 알고 있을 터. 외부에서 온 사람이 눈에 띄었을 것이다.

"네. 알고 있어요."

그러자 기사는 내려갈 때는 택시를 타거나 걸어가야 하는데 괜찮겠냐고 다시 물어본다.

"네. 괜찮아요."

그럼 조심하라면서 도와주지 못해서 미안하며 한다. 버스기사가 미안할 것이 뭐가 있나. 오히려 신경써주니 고맙다. 고개를 돌려 꾸벅 인사를 하고 어둠 속으로 뛰어든다. 두 번씩이나 조심하라는 이야기를 들으니 불안해지는데..



이것은 버스에서 내리자마자 찍은 사진인데 밝게 보정해서 이 정도 나온거다.

이미 어둠이 짙게 깔려서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산 속인지라 아이폰의 플래시 기능을 켜서 앞을 비추어야 눈앞이 보일 정도인데, 작은 불빛에도 멀리까지 보이는 것을 보면 어둡기는 어두운 모양이다. 내심 괜히 왔다 싶은 생각이 드는데 그래도 왔으니 어떻게 그냥 가냐. 어둠을 뚫고 전망대쪽으로 올라가봐야지. 나는 용감하거든.ㅋ

나름대로 흔들리지 않고 잘 찍었다고 생각했는데 빛이 너무 적어서 저질로 나온다.

그나마 쓸만한 사진이 이 정도야.ㅋ

나는 석양을 배경으로 찍고 싶었는데 어둠 속의 다리를 찍고 앉아있네.

아~ 보정해도 수가 없고 그저 답답할 따름이네.

이것으로 만족해야지. 에휴~
다음에 갈 기회가 있으면 대낮부터 가서 해가 지는 것을 기다리고 있을거야.

내려가는 길은 산 속이라서 아무 것도 보이지 않고 아이폰 플래시에 의존해서 걸어 내려가는 수밖에 없었다. 호주에서도 쿠사산 전망대에서 버스 없어서 걸어서 하산한 적이 있었는데 여기는 높지는 않지만 나무들이 우거져 조금의 빛도 들어오지 않는다. 산이 높지 않고 인가가 가까운 곳이라서 맹수가 달려들 위험은 없어 보였는데, 조금도 겁나지 않는다고 하면 거짓말이고 어두워서 혹시라도 잘못 발을 헛디뎌서 다치지 않을까 하는 걱정은 있었다. 산에 차도가 있는데 급커브 구간이 있어서 정신 놓고 가다가는 차에 치일 위험도 있고 이런 곳에서 굴러서 넘어져 다치면 아주 곤란한 상황이 되니까. 다행히 산이 높지 않아서 10여 분 정도 조심조심 걸어내려가니 하산에 성공하여 어딘지 모를 마을에 도착했다. 40분 정도 더 가야 하는 것 같은데, 그래도 이제 가로등과 민가에서 비치는 불빛이 있어서 인도를 따라 걸어서 코지마역으로 간다. 물을 마시고 비상식량으로 샀던 크런키 초컬릿을 먹으면서 계속 걸어간다. 주택가를 지나고 보트레이스장을 지나고 코지마역에 도착. 걸음이 느리지는 않았는데 초행길이라 주변을 살피다보니 진짜 한 시간 정도 걸렸다.


오사카에서의 셋째 날(이라고는 하지만 사실상 둘째 날이라고 해야)을 맞이했다. 금요일은 한국이고 일본이고 모두 평일로 일하는 날이다. 그래서 새벽에 손바닥보다 조금 큰 넷북을 가지고 성질내면서 일을 하다가 몇 시간 자고 일어나 오전 내내 일을 하였다. 토요일, 일요일이 있으니 하루 정도 희생하는 것쯤이야.. "오후부터는 땡땡이다" 라고 마냥 좋아할 수는 없는 것이 우려했던 그것이 현실로 일어날 것 같단다. 19호 태풍 봉퐁이 열도 전역을 쓸고 갈 것으로 예상되는데, 주말부터 오키나와를 시작으로 영향권에 들 것이라고 한다. 7년 전 일본에서 겪었던 태풍의 위력은 아주 무시무시했는데.. 여기는 태풍도 스케일이 달라.

이제부터 JR웨스트 간사이 와이드 패스를 사용할 수 있다. 그러므로 이제부터 사철이나 지하철은 이용하지 않고 무조건 JR만 타는거다. 특급열차도 신칸센도 탈거야.

신이마미야역에서 텐노지역으로 이동. 태풍이 온다고는 하는데 아직은 날이 아주 맑다.

카모행 야마토지쾌속열차를 타고 텐노지역에서 하차.

신이마미야역은 동네는 후줄근하지만 난카이와 지하철 사카이스지센 환승역이라 나름 이용객이 많은 편이라 그런지 쾌속열차도 정차하는 역이다. 신이마미야에서 승강장에 가니 열차가 도착해 있어서 사진은 내린 다음에 찍기로. JR니시니혼의 간사이지역에서 자주 볼 수 있는 221계 쾌속열차. 열차 계열은 잘 모르는데 시간표 조회라든가 운행 상황 같은 정보 찾다보면 조금씩 주워듣게 되고, 철도에 관심이 많은 분들께 묻고 정보를 얻기도 한다.

태풍 19호 때문에 10월 13일부터 14일까지 운행에 차질이 있을 것이라는 안내를 하고 있다.
내가 탈 열차는 여기에 없고 저 계단을 올라가서 옆에 있는 18번 플랫폼으로 간다.

교토행 특급 하루카가 탈 열차.
열차가 들어오는 중에 찍었는데 셔터스피드가 따라가지 못하네.

하루카는 간사이공항으로 갈 때만 관공특급이 되고, 간사이공항에서 교토 방면으로 갈 때는 그냥 특급으로 불린다.

텐노지에서 신오사카나 교토 방면으로 가려면 오사카칸조센(大阪環状線)을 타고 오사카역에서 다시 도카이도혼센(東海道本線. 오사카-교토 구간은 흔히 교토센京都線이라는 별칭으로 불림)을 갈아타야하는 불편함이 있는데 하루카를 타면 신오사카나 교토에 쉽게 갈 수 있다. 환승이 없어 편리하고 정차역이 적어서 빠른 것도 장점이지만, 사람 많아서 부대끼는 것을 싫고 좌석이 더 편하고 진행방향으로 좌석 방향이 있어서 특급열차를 선호하는 편이다. 어차피 추가 비용 들일 필요가 없다면 더 빠르고 비싼 요금의 열차를 타고 싶은 마음도 없잖아 있고.

하루카는 오사카칸조센을 따라가다가 오사카 카모츠센(貨物線.화물선)을 타고 신오사카역으로 이동하게 된다. 저 멀리 보이는 건물이 이 앞에서 잠시 소개했던 오사카역. 오사카역은 유일하게 오사카칸조센과 교토센 모두 지나가는 역이지만 하루카는 이 역을 건너뛰는 것이 아닌 아예 지나가지 않는다. 도카이도센은 오사카역의 북쪽, 칸조센은 남쪽에 위치하고 있는데 이 두 노선이 가장 수요가 많아 빡빡하게 운행하기에 그 중간에 다른 선로로 교행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그래서 오사카역을 지나지 않고 신오사카역쪽으로 합류하는 화물선을 타고 도카이도센으로 진입하는 방식으로 운행하고 있다. 역시 텐노지에서 신오사카 구간을 운행하는 특급 쿠로시오도 이 경로로 운행을 하고 있다. 그나저나 저 황금부지에는 어떤 건물이 들어설 것인지..

요도가와를 건너면 신오사카역이다. 도카이도신칸센 건설시 오사카역이 아닌 신오사카를 종착역으로 한 것은 이 요도가와를 두 번 건너는 불편을 없애기 위해서였다고 하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신오사카역 주변은 썰렁하다.

교토까지 가지 않고 신오사카에서 내릴 생각이었는데 어디에 갈 지 아직 정하지는 않았다. 와카야마방면은 시간상 늦은 것 같아서 일찌감치 포기했는데, 가보지 않은 곳 중에서 어디라도 가려고 일단 왔다. 신칸센을 타든 특급 열차를 타든 오래 기다리지 않고 바로 탈 수 있는 열차를 타고 그 곳에 가기로 했다.

신오사카역은 아직 내부 리모델링 공사가 완전히 끝나지 않아서 어수선한 모습이 남아 있는데 공사를 하면서 우동가게가 사라져서 마음이 아프다. 나 여기 나름 단골이었는데.. 흑흑 ㅠ.ㅠ 여전히 태풍 19호 때문에 열차 운행에 영향이 있을 것 같다는 안내를 전광판으로 하고 있다.

산요신칸센은 신오사카-오카야마 구간까지 이용 가능한데, 신고베역은 고베 중심부인 산노미야까지 내려가려면 20분 정도 걸어야 해서 별로 가고 싶지 않고, 니시아카시는 내려서 할 일이 없고, 히메지는 오사카에 묵을 만한 곳이 없을 때 지내는 곳이고, 아이오이는 진짜 막막한 곳이고, 오카야마 밖에 갈만한 곳이 없네. 신고베에서 산노미야까지 지하철 역 하나인데 요금은 210엔이고, 버스도 아마 200엔인가 그럴거다. 비싸도 너무 비싸~ 그래서 안 탄다.

흐~음.. 가장 위에 있는 특급 수퍼 하쿠토 7호를 타보자. 이 열차는 돗토리를 지나 구라요시까지 간다. 그런데 간사이 와이드 패스로는 서쪽 방면의 재래선 산요혼센은 구라시키까지 탈 수 있어서 카미고리(上郡)까지는 갈 수 있는 것 같은데 이것은 차장에게 확실히 물어보기로 하고 열차를 기다린다. 수퍼 하쿠토는 카미고리까지 JR선을 달리고 카미고리-치즈간은 치즈큐코(智頭急行)라는 별개의 회사 구간을 운행하기 때문에 이 구간의 요금을 따로 내야 한다. 치즈부터 돗토리까지는 다시 JR구간이지만, 이 패스의 유효범위를 넘어가기에 역시 따로 요금을 내야해서 카미고리가 추가요금을 내지 않고 갈 수 있는 마지막 역이다.

이 곳은 신오사카역입니다.

매연과 함께 열차가 소음을 내면서 들어온다. 비전화구간을 달리는 열차인지라 기름 타는 냄새를 풀풀 풍기는 디젤 열차가 운행하고 있다. 열차는 HOT7000계로 치즈큐코 소속의 차량이라고. 9월에 히메지, 산노미야에서 4박을 하다보니 이 열차를 타는 일이 있어서 심심해서 돌아다니다가 알았다. 열차의 특징이라면 아래 사진과 같이 객차의 양 끝 스크린으로 앞뒤의 모습을 생중계하고 있다는 것. 옆으로 난 창문으로만 바깥을 볼 수 있는 승객들을 위한 서비스인 것 같다.

그런데 생각만큼 신나지는 않은 것 같다.

평일 대낮이라 그런가 사람들이 별로 없다.

치즈큐코의 차량이라도 JR니시니혼의 구간을 운행하고 있기에 승차하는 기관사와 차장은 JR니시니혼의 아저씨들이 맡고 있다. 카미고리까지 가도 되는지 확인사살을 해야하니까 잘 된 일이다. 오사카역을 지나고 다음은 산노미야. 그런데 산노미야에서 안 내릴래.

산노미야는 패스.

산노미야를 지나니 차장 아저씨가 조금 시간이 생겼는지 검표를 하신다. 일단 패스를 꺼내서 쫙 보여주고 헤헤.. 오카야마까지 특급열차라든가 보통열차를 타고 재래선으로 가려고 하는데 카미고리까지 타도 괜찮냐고 물어본다. 예상대로 카미고리까지 가도 된단다. 여기서 하나 더 그럼 카미고리에서 오카야마 가는 열차가 있냐고 물어보니 사람 좋은 이 아저씨는 수퍼 이나바가 14시 42분에 있다고. 그런데 이 아저씨 사람은 좋은데.. ㅠ.ㅠ

산요혼센 스마카이힌코엔(須磨海浜公園)부터는 왼쪽 편(하행 방향 기준)으로 태평양을 따라 달려서 경치가 괜찮다. 히메지 방면으로 가는 경우 진행 방향 왼쪽, 고베 방면으로 갈 때에는 오른쪽에 앉는 것을 추천.

'레인보우 브릿지' 라는 애칭을 가진 아카시카이쿄오하시(明石海峡大橋.아카시해협대교)가 보인다. 경험상 주변이 어둡고 조명이 강하지는 않아서 어두워지면 야경 사진을 찍기에는 그다지 좋지 않은 것 같다. 내 카메라 성능이 좋지 않아서 그런 것일 수도.

마이코역을 지나 아사기리쪽으로 가고 있다. 아사기리 다음은 이 열차의 정차역인 아카시.

협궤임에도 최고 시속 130km로 달린다는 JR의 강력한 무기 신쾌속열차다. 다른 사철과는 달리 교토(마이바라)에서부터 히메지(아보시 또는 카미고리)까지 한 번에 달리는 것이 가장 큰 매력인 것 같은데, 속도 역시 빠르다는 장점이. 다만 고베-아카시 구간은 선형이 좋지 않아서 이 정도까지는 속도를 내지는 못한다는 것 같다.

아카시역에서는 멀리 아카시성이 보인다. 일본의 100대 명성에 선정되었다고 하는데, 100개면 어지간한 성들이 다 포함된 것 같네. 나중에 시간되면 한 번 들러보기로 하고 열차를 타고 계속 간다.

아카시를 지나면 논과 밭이 보이는 빈도가 높아진다. 도시에서 벗어나고 있다는 뜻이겠지.

뭔가 도시 냄새가 나기 시작한다 싶네. 신칸센 선로도 보이는 것을 보니 히메지역에 다가가고 있는 것 같다.

세계문화유산 히메지성이 있는 히메지역.

별다른 이유는 없는데 그냥 호감가는 동네다. 그러나 이번에는 패스. 히메지성은 2차대전 당시 폭격을 피해서 예전 모습 그대로 지금까지 남아있는 몇 안 되는 성 중의 하나로, 일본의 국보이자 세계유산으로 선정된 중요한 문화재다. 일본에서 흔한 일이지만 지반이 약해서 지반 침하가 이루어져 성이 기울어지고 그랬다는데 30년에 걸친 쇼와 대수리를 통해 이 성을 해체했다가 재조립하는 보수공사를 했고, 2010년부터 2015년 3월까지 10억 엔 정도를 들여 다시 한 번 이 성을 해체하고 재조립하는 헤이세이 대수리를 하고 있다. 이 성의 보수공사가 완료되면 히메지의 관광객이 늘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단다.

이제 시골이라는거야.

히메지역을 출발한지 얼마 되지 않아서 흔히 볼 수 있는 농촌 광경이 펼쳐진다. 쉽게 말해 이 동네는 시골이라는거지. 지금은 논에 있던 벼들을 다 수확하지 않았을까 싶다.

열차에 흔적을 남기고 잠시 세면대를 이용했다.

카미고리역에 도착. 리뉴얼 수퍼 하쿠토가 2008년 굿디자인 수상을 했다고 자랑하고 있다.

역시 차장 아저씨가 말한 14시 42분은 여기 도착 시간이었어. 나는 다음에 오는 수퍼 이나바의 시각을 물어본건데.. 그래도 다행히 수퍼 이나바가 오는 시각까지는 30분도 남지 않았네. 앞서 말한대로 이 역에서 승무원 교대가 이루어지고, 열차는 산요혼센에서 치즈큐코센으로 들어간다.

이제부터 잠시 굿디자인상을 수상한 수퍼 하쿠토의 모습을 감상하시겠습니다.

HOT의 의미는 효고(Hyogo), 오카야마(Okayama), 돗토리(Tottori) 세 현의 영어 이니셜을 딴 것이라고.

열차가 출발하니 셔터 스피드가 따라가지 못하는 이 바보 카메라.

열차는 이제 치즈센으로 들어가 버렸고, 옆에 치즈큐코의 카미고리역이 있다.

인터넷에서 검색하다 알게 되었는데 일본에는 '철도무스메(鉄道むすめ)'라고 각 철도회사들의 제복을 입은 캐릭터들이 있다고 한다. 무스메라는 이름처럼 다 여자들인데, 아무래도 남자 중에 철도팬이 많아서일까 철덕들을 상대로 별짓을 다하네. 치즈큐코에도 철도무스메가 있나 구글링해서 찾아보았더니 있다.

이름은 미야모토 에리오(宮本えりお)라고 수퍼 하쿠토 차장이라고 하네. 이런 차장 언니 있으면 치즈역까지 타고 갔지.. 아이고~ 의미 없다.

역 이름을 보니 카키고리(カキ氷.빙수) 생각이 나네.

郡가 ごおり로 읽히는 장음이어서 카미고오리라고 하기도 하고 일본어 표기법에 의해 초성에 거센소리를 쓰지 않아서 가미고오리 또는 가미고리라고도 한다. 그러나 나는 카미고리라고 할래.

쩝. 그냥 조용한 시골역이라는 말 밖에 할 말이 없다.

방문 기념으로 애써 치즈큐코의 카미고리역에 가까이 가서 사진을 찍어주었어.
나중에 돈 벌어서 치즈큐코센도 타도록 할게.

할 일이 없어서 플랫폼 사진도 찍는다.

수퍼 이나바와 수퍼 하쿠토의 타는 곳이 다르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래도 스포츠센터가 있어 야간에도 야구나 테니스 등을 할 수 있는 것 같다. 시골이지만 부럽네.

건너편에 출구가 있다. 배가 고프고 하니 잠깐 나가서 먹을 것을 사와야겠어.
그런데 역 앞에는 그 흔한 편의점 하나 없다. 뭐 이래~

그래도 가게가 있을 것 같아 수색을 했고 드럭스토어를 찾았다. 드럭스토어라고 약 빨고 장사하는 곳 아닙니다. 나름 이 지역에서 날리는 체인점인 것 같았는데 지금 찾아보니 오카야마 쪽과 간사이 4개 현에 110개의 지점을 가진 곳이라 한다. 근데 왜 난 지금까지 못봤지?? 들어가서 도시락 하나와 뿅가리스웨트를 하나 사면서 1엔짜리 모아서 떨어버렸다. 아싸! 짐이 가벼워진 것 같아요!

열차가 자주 다니는 곳이 아니고 딱히 동네가 사람을 불러모으는 곳도 아니라서 복잡하지 않다. 평일이니까 모두 출근하고 학교에 가든가 했겠지.

그냥 시골이라니까.

역으로 돌아가니 수퍼 이나바가 이미 도착하고 있다. 아~ 이런! 저거 못타면 오카야마에 한 시간 정도 늦게 도착하게 되는데 해가 길지 않은 계절이니까 시간을 아끼기 위해서 열차에 뛰어든다. 열차는 단촐하게 2량 편성인데 1호차가 지정석, 2호차가 자유석임을 확인하고 2호차에 올라탄다. 자유석이니까 빈 자리를 찾아서 앉아야 하는데 끝에 빈 자리 두 개가 있다. 럭키~ 타고 난 뒤에 생각해보니 여기서 승무원 교대하고 진행방향 바꾸고 해야 하니 시간이 꽤 걸릴 텐데 괜히 서두른 것 같은 느낌이 든다. 수퍼 이나바는 예전에 봤을 수도 있는데 기억에 없고, 생각보다 단촐한 열차다. 낙장불입이라는 말처럼 이미 타버린 열차니까 사진 찍겠다고 다시 내리지는 않는다. 탑승객들 다수가 업무차 상경하는 것 같고, 나이 지긋하신 어르신들이 많고 해서 소란을 피우고 싶지는 않네.

차창 밖으로 보이는 선로. 구배가 심해서 탈선 방지를 위하여 가드레일을 설치해 두었다.
서울지하철 1호선 시청-종각역 구간에도 가드레일이 설치되어 있지 않나?

배고프니까 일단 밥을 먹는다.
따뜻했으면 맛있을 것 같은데..

오카야마에 도착.
모두 다 내린 열차 안은 이렇네.

열차는 회송으로 행선LED를 바꾸어 놓았네.

안테나숍인 "돗토리.오카야마 신바시관" 오픈 기념이라고 이런 스티커를 붙이고 다니는데 9월 28일부터 10월 27일까지 기간 한정이란다.

두 량이라 단촐하지만 빈 좌석 가득한 열차를 끌고 다니는 것보다는 낫지.

돗토리현의 상징인 배꽃을 그려놓았다고 하네.

이렇게 오카야마에 도착했음.

오카야마 맞아요~~~
오른쪽에 오카야마역 명판이 있다.

야경 사진을 찍고 전망대에서 내려와서 트레이드센터마에역으로 향하는 중에 밖에서 색색의 조명이 눈에 띄어 잠시 건물 밖으로 나가보았다. 그랬더니 이런 광경이.

원전 사고 이후에 전력난 어쩌고 하더니 이렇게 전기를 쓰고 있다. 이제는 괜찮아진건가?

날도 좋지 않고, 아무도 없는 이 곳에 혼자 다니자니 참 그렇네.

트레이드센터마에역 사진을 찍으려고 했는데, 카메라 성능이 좋아서 어두울 때 찍으면 노이즈가 아주 가관이다.

DSLR을 장만하고 싶지만 돈도 없고 그다지 쓸 일이 없어서 늘 우선 순위에서 밀린다.

잠시 고민을 하게 되었는데 스미노에의 온천에 가려면 뉴트램을 타고 스미노에코엔역까지 주욱 가면 되는데 이거 시간이 조금 애매하다. 온천욕을 마치고 나면 도톤보리의 돔보리 크루즈 시간을 맞추지 못할 것 같은데 온천은 밤 늦게까지 문을 여니까 우선 돔보리 크루즈 다음에 온천욕을 하기로 계획을 변경했다. 그렇다면 난바로 가야지. 왔던 길을 되짚어 코스모스퀘어역까지 뉴트램을 타고, 코스모스퀘어에서 쿠조(九条. 외래어 표기법에 의하면 구조라고 써야겠지만 여기서는 쿠조로 할래)역까지 지하철 추오센을 타고 간다. 지하철 쿠조역은 한신 난바센(阪神なんば線) 쿠조역과 환승이 가능해서 여기서 난바 방면으로 가는 열차를 잡아타면 오사카난바역에 갈 수 있다.

눈치없는 카메라 셔터가 움직이는 열차의 속도를 따라잡지 못해서 벌어진 일.

이번에도 녹색 띠를 두른 오사카시영지하철의 차량.

한신전차로 갈아타는 곳을 친절하게 알려주고 있다. 나 같은 사람에게는 이런 것이 필수.

한신전차 쿠조역 입구.

사진이 뭐 이렇게 괴상하게 나왔냐..

직결운행도 아니고 별개의 회사의 노선이기 때문에 일단 지하철역을 빠져나온 후 들어가야 한다. 즉, 요금을 두 번 내야한다는 말인데 주유패스가 있으니 그런 걱정은 없다. 하하하~ 퐈이야~~~~♡

내가 타는 방향은 아니고 고베 방면으로 가는 승강장이네.

한신난바센의 완전 개통은 5년 반 전인 2009년 3월이었는데, 한신은 킨테츠(近鉄.이것도 외래어 표기법에 따르면 긴테츠라고 해야할텐데 후미오군의 발음을 들으니 킨테츠에 더 가깝기 때문에 킨테츠라고 할란다)와 직결운행을 위해 아마가사키에서 니시쿠조까지 니시오사카센(西大阪線)을 연장했지만, 오사카시 당국과 지역 주민의 반발에 의해 50년 가까이 노선을 연장하지 못하고 40여 년을 날려먹고 있었다. 그러나 낙후된 지역 개발을 위해 오사카시가 전향적인 태도를 보임에 따라 2003년부터 공사를 시작해서 거의 6년이 걸려 니시쿠조에서 킨테츠의 난바역까지 지하 구간으로 연장하였고, 노선의 명칭을 한신난바센으로 개칭하였다. 두 회사의 직결운행이 시작되었다. 그 이후 고베에서 나라 혹은 나라에서 고베까지 환승 없이 열차를 타고 다닐 수 있게 되었다는.. 정확한 이유는 모르겠는데 이 한신난바센 중에서 새로 연장된 구간인 니시쿠조-난바 간의 요금은 터무니없이 비싼데, 고작 3,8km를 가는데 요금이 200엔이나 한다. 아마가사키에서 니시쿠조까지는 거리가 6.3km인데도 요금은 190엔. 이 구간은 한신이 직접 소유하는 것이 아니고 한신과 오사카부, 오사카시 등이 공동출자한 별개의 회사 소유라서 그런지도 모르겠다. 어쨌든 이 노선 개통 덕분에 한신은 유명한 야구단 한신 타이거즈의 홈구장 고시엔(甲子園) 앞의 고시엔역과 오릭스 버팔로스의 홈구장이자 한신이 고시엔 기간 중에 종종 빌려 쓰는 오사카 교세라돔 앞의 돔마에역을 갖게 되어 한신의 팬들을 한신전차에 태워 나르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얻고 있다고.

이름은 쾌속급행이지만 각역정차하는 보통열차와 다름없는 녀석을 타고 오사카 난바역에 도착. 한신과 킨테츠가 직결운행하면서 한신을 배려해서인지 킨테츠 난바역이 오사카 난바역으로 이름을 바꾸었다. 역 명판은 여전히 킨테츠 스타일이지만..

이 열차는 나고야로 가는 특급 어반라이너. 
하지만 이번에 나고야에 갈 일은 없다. ㅋ

내가 타고 온 쾌속급행 나라행 열차는 아직도 서 있다. 3분 정도 정차를 한다고 하네. 정차역이 몇 개 되지 않으니 타지 않고 기다리는 사람들이 꽤 된다. 수도권 지하철도 머리를 좀 써서 몇몇 역에 추월선로를 만들어 급행을 운행하면 좋을텐데, 기존에 서울지하철 구간을 연장하면서 왜 이런 생각은 하지 못했는지. 출퇴근하면서 같은 열차를 한 시간 넘게 타고 다니는 것은 아주 지겨워 죽겠다.


나고야까지 정차역 달랑 세 개의 어반라이너의 위엄 보소.

어반라이너는 오사카 시내 구간에서 오사카우에혼마치와 츠루하시역에 정차한 다음 나고야에 도착할 때까지 츠역에서만 선다(오사카우에혼마치와 츠루하시는 킨테츠의 특급열차라면 무조건 정차). 역시 열차 스피드 향상을 위해서는 정차역을 줄이는 것이 필수다. 어반라이너가 나고야까지 대략 2시간 10분 정도 걸리는데 신오사카역에서 나고야까지 신칸센을 타고 50여 분 걸리겠지만, 난바에서 가는 경우라면 신오사카역까지 지하철을 타고 가서 내려서 환승하고 하는 시간 등이 대략 30분 정도 걸린다 치면 총 소요시간은 40여 분 정도 차이로 줄어든다. 거기에 JR이 고전하는 미에현 지역을 킨테츠 노선이 커버하고 있고, 요금도 저렴해서 의외로 이 열차의 이용 승객이 많다.

중요한 것은 이게 아니고, 난바역을 나가서 돔보리 크루즈를 타러 가야하니까 아직 완전히 습득하지 못한 난바역 던전 속으로 몸을 던진다.

지금은 찾아보기 힘든 킨테츠난바역이라는 이름을 여기서 볼 수 있네.

던전 속에서 길을 잘 찾아 나갔는데 비가 온다. 비가 오면 크루즈가 취소될 수 있다고 하는데 취소 여부가 문제가 아니라 빗줄기가 조금 세서 맞고 다니기는 조금 부담스럽게 느껴진다. 다시 지하 던전 안으로 몸을 피신. 막상 배를 타러 갔는데 운항을 하지 않는다고 하면 그것도 낭패이기는 한데, 지금 생각해보니 문의 전화를 해서 운항여부를 물어보고 그 때 결정해도 되는데 왜 그랬을까 싶네.

계획했던 일정이 하나 취소되었으니 걸렀던 스파 스미노에로 가기로 했다. 저녁 8시가 넘으니 조금씩 쫓기는 느낌이 든다. 난바에서 스미노에코엔까지는 지하철 요츠바시센(四つ橋線)을 타고 가면 된다. 스미노에코엔역은 요츠바시센의 종점. 대략 15분 정도 걸려서 도착하고, 지하철역에 주유패스 소지자들을 위해 스파 스미노에 가는 길을 친절히 안내하고 있다. 2번 출구로 나가서 직진하면 끝. 가는 길에 경정장을 지나게 되는데, 역 주변에 1엔 파칭코도 있고 그러더라는. 경정에서 돈을 날리면 1엔 파칭코에 들르라는 것인가..

주유패스 스캔하고 들어가는데 수건을 가지고 있느냐고 묻는다. "이라나이데스(要らないです)"수건이 없으면 돈을 내고 빌려야하는데, 그럴 줄 알고 호텔 수건을 들고 왔다. 온천 원데이 투데이 가는 아마추어도 아니고.. 이런 곳에서 돈을 아껴서 군것질을 해야지.ㅋ


사진은 귀찮아서 우유병 사진만..
사람들이 옷을 다 벗고 있는 곳이니까 사진을 찍는 것은 예의가 아니다.

온천욕을 마치고 시계를 보니 어느새 10시가 다 되어간다. 음.. 이렇다면 헵파이브 관람차도 제끼고 나니와노유에 가서 2차 온천욕을 하기로 한다. 어차피 돈 드는 것 아니니까 뽕을 뽑아보자. 땀을 빼고 난 뒤에 체중을 재보니 600g이 빠져 있다. 어머나.. 덴진바시스지록초메(天神橋筋六丁目)역에 제대로 내렸고 방향도 잘 찾아서 나왔는데 배가 고프다. 생각해보니 낮에 오므라이스를 먹은 다음 목욕 후에 우유 한 병 마신 것이 전부네. 이러다가는 온천욕을 하고난 뒤에 힘이 빠져서 호텔로 돌아가는 길이 힘들 것 같아서 역에서 가까운 한큐 오아시스에 가서 메이지 오이시이 우유 500ml와 폐점 직전 마감세일하는 빵 세 개를 샀다. 밥을 먹고 싶어서 오니기리나 도시락을 찾는데 보이지 않네.

석 달 전에 갔을 때는 워낙 길을 잘 잃어버리기 때문에 큰 길로 돌아갔는데 이번에도 역시 자신이 없기에 큰 길을 택했다. 시간을 아끼기 위해서 빵과 우유를 먹으며 길을 걸어가는데 이 쯤 되면 나와야 할 고가도로가 나오지 않고 이상한 느낌이 든다. 길을 잘못 들었나 싶은데 다카츠키행 JR열차가 지나가는 것이 보인다. 역시 불길한 예감은 틀린 적이 없다니까. 전에는 보지 못한 광경에 당황하면서 더 걸었는데.. 이런! 우메다가 저 멀리 보이네. 그렇다. 길을 잘못 온 것이 확실하다. 어우~ 다시 출발 지점까지 돌아오느라고 30분 가까이 낭비를 했다. 10시 반에 들어가서 한 시간 동안 온천욕을 하고 지하철을 타고 돌아가려고 했는데 아이씨~

이번에는 덴진바시스지록초메역 5번 출구에서 지도에 나온대로 그대로 따라가보기로 한다. 30분이라도 온천욕을 해야겠다고 조심스럽게 가다가 이번에는 우측으로 꺾어야 할 지점을 지나치고 한 블럭 더 가서 헤매다가 10여 분을 더 낭비하고 겨우 나니와노유를 발견. 이건 뭐 바보컨테스트도 아니고 뭐하는 짓이냐. 시간은 이미 11시를 훌쩍 넘어 11시 30분에 가까워지고 있고, 돌아가는 지하철 막차는 11시 52분에 있으니 이건 답이 안 나온다. 온천으로 상쾌해진 기분은 온데간데없고, 아무리 짐이 얼마 없다지만 백팩을 멘 등은 땀으로 젖었다. 역으로 돌아와서 지하철을 타고 호텔로 복귀. 피로가 더 쌓이고 말았다. ㅉㅉ


텐진스지바시록초메역 5번 출구로 나와서 왼쪽 골목으로 들어가서 주욱 직진한 후 우회전, 좌회전하는 루트가 최단 경로다.
그런데 나는 이 동네에서 걷다가 1시간 반 가까이를 날려먹었다. ㅠ.ㅠ

망했어요!! ㅠ.ㅠ

텐포잔 관람차 이후 계획했던 것 중에서 전망대와 스파 스미노에만 다녀오고, 헵파이브 관람차, 돔보리 크루즈와 나니와노유는 가보지도 못했다. 아아~

비가 그친 것 같으니 서둘러 역으로 걸어간다. 버스가 있다고는 하는데 노선을 잘 살펴보지 않아서 어디까지 가는지 잘 모르겠고, 일본의 버스는 한국의 수도권 시내버스처럼 몇 분에 한 대 꼴로 다니는 것이 아니라서 시간표를 확인하고 제 시간에 맞춰서 타야지 그렇지 않으면 마냥 기다리는 수가 있다. 그리고 심야버스 이런 거는 거의 없고, 저녁 퇴근 시간 이후에는 어지간해서는 보기 힘든 것이 버스다.


짠. 오사카코역.

오사카에서 오는 장음이어서 옛날 책에서는 오오사카라는 것을 볼 수 있고, 심지어 한국식으로 한자를 읽은 대판이라고도 한 책들도 있다. 요즘에는 오사카로 쓰는 것이 일반적. 항구의 의미인 港이라는 글자 역시 장음이어서 코우라고 써있는데, 우를 굳이 발음하지 않고 "코" 를 살짝 길게 읽어주면 된다. "오-사카코-" 누가 보면 일본어 잘 하는 줄 알겠지만 야매로 익히고 있어서 얼마 알지도 못하는데, 일본어를 몰라서 고생하는 한국 사람들을 오가면서 보는 경우가 많은지라 혹시라도 도움이 될까 해서.

여기서는 다음 역인 코스모스퀘어 역에 간다. 이 역에서 난코포트타운선이라는 무인 운행하는 열차로 갈아타고 역시 역 하나를 더 가면 트레이드센터마에(トレードセンター前)역에 도착한다. 이 역과 오사카 사키시마 청사가 바로는 아니지만 어쨌든 연결이 되어 있다. 고작 역 두 개인데 하나씩 갈아타는게 귀찮네. 문제는 잘 찾아가느냐인데..


이 열차는 혼마치역에서 타고 올 때와 색상이 다른 열차다. 열차 역시 차종이 다양한데, 어느 계열 차량인지 그런 거는 잘 모르겠고 오사카시영지하철 소속의 차량이다. 그래서인지 차량에 노선 색상인 녹색이 들어가 있다. 다음 역이 종점이라 그런지 사람이 별로 없다. 코스모스퀘어역에서 뉴트램으로 환승. 뉴트램 승강장으로 가니 도착해 있는 열차가 있어서 바로 탑승 그리고 다음 역에 하차하느라 사진을 안 찍었다. ㅋ

코스모스퀘어에서 트레이드센터마에역에서 안내표지를 잘 따라가면 청사 전망대까지 갈 수 있는데, 상점에서 구경도 좀 하고, 길도 잃어버리고 해서 어렵사리 전망대 입구를 찾았다. 아마 6년 전 쯤에 왔을텐데 그 때는 주유패스를 보여주면 입장권을 한 장 주었는데, 요즘에는 역시 바코드를 찍고 주유패스용 입장권이라고 그냥 종이에 인쇄하여 자른 종이를 준다. 뭐 쓸데없이 종이 낭비할 필요는 없으니까.

에스컬레이터는 여전하군.

이것이 입장권. 오늘만 유효하단다. 나도 알아. ㅡ.ㅡ;;

날이 구질구질하고 그래서인지, 아니면 퇴근하고 저녁 먹을 시간이어서 그런지 사람은 별로 없다. 예전처럼 야경 사진을 찍어볼까 하는데 이 곳의 최대 단점은 실내 조명이 전망대 유리창에 반사되어 야경 사진을 찍기 어렵다는 것. 온천욕하려고 들고 온 수건으로 비치는 조명을 막고 그림자를 없애고, 안내 팸플릿으로 가리고 별 짓을 다해보는데 역부족이다. 그래도 몇 장 그나마 괜찮은 것을 골라보면..

저 멀리 혼자 높은 빌딩은 아마도 아베노 하루카스가 아닐까 싶다.

잠깐 아베노 하루카스를 설명하자면, 오사카에서 남쪽 지역은 개발이 더딘 탓에 슬럼화가 진행되고 있는 가운데, 긴테츠가 일본에서 가장 높은 건물을 JR텐노지역 건너편에 지어버렸다. 높이 300m로 기존의 일본 최고층 빌딩이던 요코하마의 랜드마크타워(296m)를 제치고 이 부문 최고에 올랐다. 구조물 중에는 도쿄 스카이트리라든지 도쿄 타워가 더 높지만, 이것은 1층부터 60층까지 모두 사용하는지라 가장 높은 건물이라는 칭호를 얻게 되었다. 긴테츠 백화점과 호텔, 사무실, 미술관 등이 입주해있으며 전망대는 58~60층에 있다고 한다. 남쪽에는 높은 건물이 거의 없는데다 이미 가장 높은 건물이라서 오사카의 전경이 잘 보인다고. 나중에 예쁜 아가씨와 함께 한 번 가봐야지.

저것은 조금 전에 탔던 관람차 되겠슴돠.
사진 위에 조명이 반사되어 별로다.

조명 반사를 막았더니 초점이 안 맞았네. ㅠ.ㅠ

동쪽 방향인데 이건 그나마 잘 나온 것 같다.

줌을 사용하지 않고 멀리서 찰칵~

역시 아베노하루카스는 혼자 눈에 띄는군.

이 방향이 그나마 조명 반사가 덜 되는 것 같다.

아베노하루카스를 조금 더 당겨보자.

이 방향은 북동쪽, 우메다 방면이다.

여기는 어디더라..

엇! 다시 동쪽이다.
츠텐카쿠도 보인다.

이 쪽은 어딘지 잘 기억이 안 나네.

오사카항 방면이겠지?

동쪽이다.

멀리서 찍고.

조금 가까이서.

이제 그만..
다음에는 좋은 카메라를 사서 와야겠다.
별로다.

내려가자. 시간이 많지 않다.

이렇게 야경 감상을 끝내고. 대충 구경하고 내려가려고 했는데 막상 올라가니 고물 카메라를 가지고 계속 사진만 찍느라 어느새 카메라 배터리가 많이 소모된 듯하다. 카메라 배터리만 그런게 아니고 나도 배가 고프네. 점심을 먹은 후 아직 아무것도 먹지 않고 있다. 일단은 나가자구~

텐포잔에서 가장 유명하고 인기좋은 어트랙션은 카이유칸(海遊館)인데 주유패스로는 무료 입장이 불가한 곳이다. 대신 할인 혜택이 있기는 한데, 안내 책자에 붙은 토쿠 쿠폰을 한 장 뜯어서 내면 입장료 100엔 할인을 받을 수 있다고. 그러나 여기 입장료가 2,300엔이라는게 함정. 들어갈 만한 가치가 있는 장소이지만, 근검, 절약을 모토로 하는 이번 여행에서는 잠시 욕구를 누르고 무료 이용이 가능한 시설만을 노리기로 한다. 안내 책자를 찾아보니 역시 생각했던대로 항만 지역에는 텐포잔 대관람차와 조금 떨어진 오사카부 사키시마 청사 전망대만 남았다.

이미 오후 다섯 시가 되었기에 어지간한 장소는 문을 닫을 시간이고, 이제 남은 것은 전망대라든가 온천 시설 정도 몇 개 정도만 남았다. 대충 계산을 해보니 대관람차를 타고 사키시마 청사 전망대에 갔다가 스파 스미노에로 가서 잠시 휴식을 취한 뒤 도톤보리에서 돔보리 리버크루즈를 즐기고 헵파이브 관람차를 타고 마지막으로 나니와노유에서 온천욕을 즐기면 깔끔하게 하루를 보낼 수 있겠다 싶은데, 문제는 언제나 계획대로 진행되지 않는다는 점.

일단은 대관람차를 타고 구경을 하기로 했다. 비가 내리고 있어서 비를 피하고자 하는 목적도 있고, 7년 전에 왔을 때는 이미 검게 어두워진데다가 어디가 어디인지도 전혀 모르던 때라서 대충 방향과 몇몇 랜드마크가 되는 건물은 알고 보는 지금과는 다를 것 같다. 어둠이 깔리는 중이기는 하지만 아직 일몰까지는 시간이 조금 남은 듯하다. 이런 것은 데이트용으로 많이 타는 것 같은데.. 쩝.

텐포잔 마켓플레이스는 식당, 상점가 등이 어우러져 있는 쇼핑센터 같은 곳인데 그다지 활성화되지는 않은 것 같다. 외국인들이 많이 오는 곳이라 관광 기념품을 비롯해서 완구류와 의류, 잡화류 등을 파는데 장사가 그다지 잘 되는 것 같지는 않다. 가격도 싸지는 않은 것 같고, 다만 2층에 100엔샵 세리아가 있으니 음료수라든가 간식거리를 사려면 2층에 올라가보자. 이번에는 근검,절약이 모토이므로 가지 않았음.

텐포잔의 관람차는 높이 112.5m의 세계 최대급이라고 자랑을 한다. 주유패스로는 무료이지만. 패스가 없다면 800엔의 요금을 내야 한다. 카이유칸과 함께 세트로 입장권을 구매하면 100엔 할인이 되어 3,000엔. 예전에 나는 멋도 모르고 따로 티켓을 사서 입장했던지라 배아파했던 기억이 있다. 해당 일에 여러 번 입장할 수 있다지만 1일 입장료는 2,300엔인데, 연간권은 5,000엔이라고 하니까 오사카 혹은 인근에 산다면 연간권을 사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 나 같은 사람에게는 해당되지 않는 것 같아서 아쉽지만..

멀리서 보아도 빈 관람차가 많은 것 같다. 역시 평일 오후에 이런 곳에서 여유를 부릴 사람이 많지는 않겠지.
크기는 크다.

매표소에서 주유패스를 보여주었더니 따로 입장권을 주지는 않고 그냥 들어가라고 한다. 6년 전에 주유패스를 가지고 돌아다닐 때는 매번 입장권으로 바꾸어야 했는데 이제는 그럴 필요가 없어진 것 같다. 대신 입장 시에 주유패스에 있는 바코드를 찍는데 아마 중복 입장을 방지하고, 이용자들이 어디에 많이 다니는지 파악하는 용도인 것 같다. 종이로 된 입장권을 발매하지 않으니 비용 절약이나 환경 보호에도 도움이 되겠네. 입장권을 체크하는 직원이 두 개의 줄이 있다고 어디로 갈 거냐고 묻는다. 당연히 사람이 적은 줄로 가야겠지 싶은데 뭔가 있는 것 같아서 두 줄이 무슨 차이가 있는지 물었다. 일반적으로 많이 타는 관람차는 기다릴 필요 없이 바로 탈 수 있는데, 관람차의 바닥이 투명한 소재로 되어 아래가 보이는 것들이 따로 있다고 한다. 그 말에 혹해서 20분 정도 기다려야 한다는 투명바닥 관람차를 타기로 하고 앞에 사람이 기다리고 있는 줄로 간다.

직원 뒤로 오는 흰 색 관람차가 바닥도 투명한 관람차. 12대 중의 한 대가 투명한 바닥으로 되어 있는 관람차로 약 3분에 한 대 꼴로 탈 수 있다.

바로 이 녀석.

두 명의 직원이 관람차가 도착해서 내릴 때와 문을 열어주고, 타고 내릴 때 혹시라도 모를 사고에 대비해서 긴장하는 모습이다. 문은 안에서 잠글 수 없고 밖에서 잠그게 되어 있어서 승객이 무사히 올라타면 아저씨가 문을 잠근다. 만약 그렇지 않으면 중간에 뛰어내리는 애들도 있을 테고, 분명 관람차를 운영하는 회사가 승객 안전 관리에 소홀했다고 온갖 소송이 이어지고 민, 형사상 책임을 안고 망해버리겠지. 그리고 해당 담당자는 엄청난 죄책감 속에서 괴로운 삶을 살아야 할 것이고.. 여기서 그만하자. 그런데 밖에서 걸어잠근 문이 열리지 않는다면 어떻게 해야 하지? 쉬지 않고 계속 돌아야 하는 거냐?

드디어 내 차례가 되어 투명한 관람차에 올라탔다. 이래봬도 초짜 아니고 두 번째 타는 것임. ㅋ 일단은 바다가 보이는 방향으로 앉았는데 앞에는 연인이구나. 친구라도 하나 불러서 올 것을 그랬나 싶은데, 평일이라서 직장 생활하는 친구를 부를 상황은 아니었고, 징그럽게 아저씨를 불러서 함께 타는 것도 재미없잖아.

비가 와서 초점이 잘 안 잡히네.

흐릿하게 보이는 이 다리는 텐포잔오하시(天保山大橋). 앞서 산타마리아호에서 크루즈를 할 때 안내방송에서 요코하마의 베이브릿지와 같이 사장교 방식으로 지어진 다리라고 소개했는데 아무래도 바다 위에 세우는 다리라는 특성상 이런 공법을 사용한 듯하다. 교각을 세우기도 어렵고, 어렵게 세워 놓아도 관리하기 힘들고, 선박들이 지나다니면서 충돌할 위험도 있고 하니 이런 교량을 짓는 것이라 생각된다. 이 다리의 총 연장은 640m에, 주탑의 높이는 152m라고 하니 타고 있는 관람차보다 높다.

관람차 안에서 찍은 모습.
아직 꼭대기까지 올라가지는 않았다.

바다 쪽으로 난 창문에는 빗방울이 송골송골 맺혀서 사진 초점이 잘 안 맞는다. DSLR이 아니라서 수동으로 초점을 조절하기도 어렵네.

기대했던 투명한 바닥은..
보호필름으로 인해서 바깥이 잘 안 보인다.
이럴 거면 왜 기다려서 탄 거야!!!

바로 밑에 보이는 텐포잔 마켓플레이스, 카이유칸 등이 보인다.
안에서 나오는 불빛이 먼저 눈에 들어오는 것을 보면 이미 어두워졌다는 의미겠지.

역시 일본답게 "주의"를 나타내는 안내문구가 많이 붙어 있다.
도어에는 절대로 기대지 말아주세요.
손가락 끼지 않게 주의!

높이 올라오니까 다리가 더 가깝게 보인다.

이 정도면 조금 전에 찍은 사진과 거리와 각도에서 조금 차이가 느껴진다.

어렸을 때는 고소공포증이 있어서 위에서 내려다보는 것이 무서웠는데 고층 아파트에 살면서 자연스럽게 조금씩 괜찮아졌다. 그래도 그냥 서 있는 상태면 괜찮은데 몸이 뒤집어져서 머리가 밑으로 간다거나 피가 머리로 쏠리는 순간은 여전히 괴롭다. 멀리뛰기라든가 높이뛰기는 꽤 했는데 공중돌기 같은 것을 잘 못하는 것도 관련이 있는지도 모르겠다. 이런 관람차라든가 자이로드롭 같이 수직낙하하는 놀이기구는 잘 탄다는 것.

벌써 기억이 가물가물하지만 사쿠라지마에 있는 미쓰비시의 창고였던 것 같다. 비도 내리고 별로 찍을 사진이 없었음.

꽤 많이 올라온 듯한 느낌이다.

눈 앞에 보이는 관람차가 가장 높은 곳에 있으니, 곧 가장 높이 올랐다가 내려가게 된다.

내리는 빗물이 창문에 맺혀서 사진 찍기 어렵게 되었다. 사진 속의 아파트는 이 관람차에서 멀리 떨어지지 않은 곳에 있는데, 지금은 높이가 높아서 저렇게 보이지만 관람차가 한 바퀴 내려가면서 점점 가깝게 보여서 생활하는 모습이 그대로 노출되는 듯했다.

크루즈에서 지나왔던 미나토오하시도 보인다.

여기서는 지하철 오사카코역이 보인다. 추오센은 일부 구간이 지상 구간으로 건설되어 이름은 지하철이지만 지하로 다니지 않는다. 서울지하철 2호선의 한양대~잠실나루 구간 처럼 고가 위에 선로가 있고 열차가 그 위로 다닌다. 이렇게 공사를 한 것은 해안에 가까운 입지, 튼튼하지 않은 지반 등 복합적인 원인 때문이라고 하는데, 전기를 바닥에 설치된 선로에서 공급받기 때문에 침수에 취약한 것이 가장 큰 원인이지 않았을까 싶다.

이제 거의 다 내려온 것 같다.

탈 때만 해도 카이유칸 건물이 내 기준에서 왼쪽에 있었던 것 같은데, 지금은 오른쪽에 있다.
15분이라는데 생각보다 시간이 빨리 지나간 기분이다.

텐포잔 마켓 플레이스 안에 이런 펫카페가 있다. 어린이들이 동물들과 함께 놀 수 있는 장소 같은데 아이가 있으면 데려가면 좋을 것 같다.
평소에는 아무렇지 않다가도 이런 곳에서 잘 놀고 있는 아이들을 보면 그 아이의 아버지들이 그렇게 부러울 수 없네..

토끼를 키우고 싶네. 하~
토끼같은 마누라가 먼저인가?


관람차를 탄 곳이 이 곳이었음.

이제 지하철 오사카코역으로 간다!

흐리다가 가끔 햇살이 비치기도 하는 날씨에 비가 올 듯 말 듯한 아리송한 날씨는 좋아하지 않는데 조금 신경이 쓰인다. 비가 오지 않을 것 같아서 우산을 들고 오지 않았는데 이거 재수없으면 비를 맞게 생겼다.

이번에는 지하철 난바역으로 갑니다. 퐈이야~~~~♡

지하철 난바역이 난카이 난바역보다 북쪽에 있어서 거리가 가까울 뿐 아니라, 미도스지센(御堂筋線)이라는 노선 이름처럼 미도스지라는 길 주변에 출입구가 있어서 돌아가는 길이 더 빠르다. 주유패스로는 지하철은 노리호다이(乗り放題)니까 마음껏 타줘야 제 맛이지.

오사카 지하철의 정식 명칭은 오사카시에이치카테츠(大阪市営地下鉄.오사카시영지하철)인데 이름처럼 오사카시 교통국에서 운영하고 있다. 흔히 우리가 말하는 오사카라고 하면 오사카시를 뜻하는 경우가 많다. 일본의 행정구역상 두 개의 후(府.부)가 있어서 교토와 오사카에 부가 설치되어 있고, 이 두 개의 부의 중심 도시이자 부청 소재지가 각각 교토시, 오사카시다. 교토시와 오사카시는 한국의 광역시 정도로 생각하면 되고, 이에 반해 교토부나 오사카부를 이야기하자면 대구+경북권, 부산+경남권을 생각하면 될 것 같다. 경남도청은 부산에서 창원으로 옮긴 지가 이미 30년이 넘었다지만..

어쨌든 오사카시에서 운영하는 오사카 지하철은 오사카시 시내 구간이고, 시 외곽으로 직통으로 연결되는 구간은 해당 철도 노선을 운영하는 별도의 민간 사업자가 소유, 관리를 한다. 난바에서 우메다로 가는 가장 빠른 미도스지선은 에사카까지가 시영지하철 구간이고, 에사카부터 센리추오까지는 기타오사카큐코덴테츠(北大阪急行電鉄.기타오사카급행전철)라고 하는 민간사업자가 운영하는 노선이다. 오사카주유패스로 사철 구간도 부분적으로 이용 가능하지만, 대부분 행정구역상 오사카시 시내에 있는 노선에 한하여 탑승이 가능하다.(예외적으로 한신과 난카이는 오사카시 경계 밖인 아마가사키와 사카이역까지느 이용할 수 있게 자비를 베풀고 있다. 퐈이야~~~~♡) 그래서 미도스지센 열차 중에서 센리추오까지 가는 열차를 탈 경우 에사카-센리추오간의 운임은 따로 지불해야 하는 불상사가 발생한다. 이 이야기를 하려다가 쓸데없이 길어졌네. ㅋ

이 미도스지센은 오사카의 중심인 우메다와 난바 두 곳과 신칸센 정차역인 신오사카역을 비롯하여 비즈니스와 상권 수요가 많은 요도야바시, 혼마치, 신사이바시 등을 지나는 황금노선. 늘 사람이 바글바글하다.

특별히 가고 싶은 곳은 없는데 일단 우메다에 가기로 결정했다. 아무래도 낮 시간에 사람이 적을 테니 우메다의 헵파이브 관람차나 탈까 하고 가려고 함. 혼자 관람차를 타는 것이 좀 그렇기는 하지만 여기는 혼자서 돌아다니는 사람들도 꽤 많고 이런 사람들에 대한 배려도 철저한 일본이니까..

홋쿄쿠세이를 찾으며 걸어다니다 찍고 돌아온 신사이바시역을 지나고, 혼마치역도 지나서 그 다음에 별 생각 없이 우메다겠지 하고 내렸는데 뭔가 분위기가 이상하다. 우메다역은 지하철도 여러 노선이 다니고, 사철인 한신, 한큐와 JR오사카역과 환승하는 곳이라 규모도 크고 정신이 없는 곳인데 왜 한큐 환승구가 보이지 않는지, 우메다역에 이런 곳이 있었나 싶고 어리둥절해서 계속 돌아다니면서 길을 찾는데 계속 생소한 광경만이 목격된다. 게이한전철 환승 안내가 있고 요도야바시역이라는 명판이 보인다. 지하철 우메다역에서 게이한 요도야바시역까지 지하 환승통로가 있었나 싶은데..

그렇다. 이 곳은 우메다역이 아닌 요도야바시역이었다.
이런 바보 ㅉㅉ
세 살 먹은 어린아이도 이런 실수는 하지 않겠다.

요도야바시에서 게이한전철을 타면 오사카성 방면으로 갈 수 있지만, 여기는 이미 석 달 전에 갔다 온 곳이라서 또 가기는 그렇네. 이번에는 안 가본 곳을 가봐야지 싶으니 다시 지하철역으로 유유히 들어간다. 주유패스가 있으면 지하철 타는 것은 자유니까 히히히~ 뭐 그렇게 다시 지하철을 타고 다음 역인 우메다에서 내린다. 하~ 이 낯익은 번잡함이란.. 이런 곳은 빨리 벗어나야지.

일단 밖으로 나와서 육교를 지나는데 JR오사카역이 보인다.

오사카 지역의 양대 사철인 한신, 한큐와 오사카 시영지하철 모두 우메다(梅田)라는 역명을 쓰는데, 유일하게 우메다가 아닌 오사카(大阪)라는 역명을 쓰는 역이기도 하다. 이름은 다르지만 사철 및 지하철과 환승이 가능한 거리에 있다. 7년 전에 처음 일본에 왔을 때 우메다는 어디고 오사카는 어디냐고 헤맸는데, 지금도 여전히 JR에서 다른 노선으로 갈아타려고 하면 헤매고 있다. 뭔가 던전과 같은 그런 느낌이랄까. 당시 오사카역은 오래된 허름한 건물이었고, 한동안 새로운 역사 공사중이라고 혼란스러웠는데 지금은 "오사카 스테이션 시티"라고 해서 상업시설 및 특급호텔이 자리한 대형 건물이 자리잡은 역이 되었다. 헵파이브 관람차는 한큐 우메다역에서 가까운 것 같아서 그 쪽으로 간다.

저 쪽에는 한신전차의 우메다역이 보인다. 한신백화점 역시 저 건물에 있다. 한신백화점의 지하 식품매장에 자주 다니고는 했는데 쩝.. 지금 오승환이 뛰고 있는 한신타이거스 야구팀을 소유한 모기업이기도. 덧붙이자면 한신은 또다른 사철회사를 소유한 한큐와 합병하여 한큐한신홀딩스라는 지주회사가 출범하였다. 결국 한신과 한큐가 서로 경쟁을 하지만 결국 그 놈이 그 놈이라는 것. 한신은 오사카(大阪)의 阪과 고베(神戸)의 神을 따서 오사카와 고베 지역을 일컫는 말로, 그만큼 이 두 곳이 가깝고 여러 면에서 상호의존도가 높다고 해야겠지. 그리고 같은 한자를 쓰면서도 읽는 법이 다르다는 일본어의 어려움을 보여주는 하나의 예가 되겠네. 한큐 우메다역은 지금 사진을 찍은 곳 등 뒤에 있다.

우메다 한큐 빌딩이다. 이번에는 길을 잃지 않고 잘 찾아왔다. 하하~

여기서 바라본 JR오사카역은 역시 크다.
간사이와이드패스는 내일부터 사용가능하니 일단 역 바깥에서 입맛만 다시고 끝.

한큐 빌딩 안으로 들어오니 표지판이 헵파이브로 가는 길을 친절히 안내를 해준다.

헵파이브쪽으로 가는데 JR열차가 지나간다.

혹시라도 철로에 뛰어드는 사람이 있을까봐 이렇게 철심을 박아서 못 들어가게 하는 것 같다.

길 건너에 헵파이브 관람차가 있다.

그런데 막상 관람차를 타려니 낮보다는 밤에 타는 것이 더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서 다시 우메다역으로 발길을 돌린다. 야야~ 무슨 변덕이 심하냐. 귀한 시간을 이렇게 낭비하다니.. 주유패스 안내서를 살펴보니 오사카 난코(南港.남항)에서 관광유람선 산타마리아호를 탈 수 있다고 해서 거기에 가기로 한다. 역시 계획이 없으면 이렇게 오락가락하면서 시간을 허비하게 된다니까.

아베노믹스의 영향으로 살아나던 일본 가계의 소비가 지난 4월 소비세 인상 이후에 주춤하고 있다는데 모두가 그런 것은 아닌지 평일 대낮에도 백화점을 찾는 사람들이 꽤 있어 보인다. 그렇다면 예전 호황기에는 더 많은 사람들이 돈을 쓰고 다녔다는 이야기겠지. 일본의 경제 상황을 보면 곧 다가올 한국 경제의 미래 모습을 보는 듯해서 마음 한 구석이 무겁다. 일본의 소비 진작에 도움을 주고 싶은 마음은 있지만, 그럴 형편이 되지 않으므로 그냥 지나간다. 수중에 5천엔만 더 있었다면 화과자라도 사서 먹을텐데..

오사카항에 가려면 JR의 오사카간조센(大阪環状線)을 타고 벤텐초(弁天町)역에서 지하철 추오센(中央線)으로 환승해서 오사카코(大阪港)역에 가거나, 지하철로는 혼마치에서 역시 추오센으로 환승해서 가면 된다. 시간은 거의 비슷하게 걸릴 것 같은데 JR은 따로 요금을 내야하니까 자유이용권이 있는 지하철로 간다. 특별히 패스를 가지고 있지 않더라도 지하철은 요금을 한 번만 내면 되니까 그게 더 싸다. 지하철은 280엔, JR+지하철은 160엔+240엔으로 400엔. 여기서 기본요금이 더럽게 비싸다는 오사카 지하철의 특징을 알 수가 있겠죠?

일본에도 꼴통들이 적지 않은지 화장실 안쪽 벽에 이런 부탁의 글이 붙어 있다. 화장실 내의 거울 등에 낙서를 하는 등의 악질 행위가 발생하고 있으니 발견하면 역무원에게 알려달라고 한다. 여기나 저기나 사람 사는 것은 다 비슷한 모양.

추오센은 긴테츠노선과 직결운행하기에 긴테츠 열차 역시 이 구간을 운행하는 것 같다. 서울지하철 1,3,4호선에서 서울메트로 차량이 코레일 구간을 운행하거나 반대로 코레일 차량이 서울메트로 구간을 운행하는 것과 비슷한 것 같다. 그동안 오사카 지하철을 여러 번 타면서도 모르고 지나쳤는데 이 사진을 찍으면서 알게 되었는데(카메라의 셔터스피드가 느려서 열차는 흔들렸지만), 열차 차량 위에 팬터그래프가 없다. 궁금해서 찾아보니 "제3궤도집전식"이라 해서 열차 위에 전동차의 전력공급선이 있는 것이 아니고 바닥에 또 하나의 궤도를 만들어 전기를 공급하는 방식이라고 한다. 바닥에 전기가 흐른다면 승강장에서 떨어지면 위험할 것 같은데 감전되지 않도록 덮개 같은 것을 만들어두지 않았을까 싶네. 좀 자세히 살펴볼 것을 그랬다. 열차를 타고 10분 정도 가니 목적지인 오사카코역에 도착. 우메다부터는 20분 남짓 걸리는 것 같다.

오사카코역에서 내린 후 조금만 걸으면 가이유칸, 관람차 등의 관광시설과 쇼핑시설인 마켓플레이스가 있는 덴포잔. 생각해보니 2007년 처음 오사카에 왔을 때 가이유칸 구경하고 덴포잔 관람차를 한 번 타고 나서 100엔샵 세리에에서 간식거리를 사들고 돌아갔던 것 같은데.. 유람선을 타러 왔는데 날씨가 좋지 않으면 운항을 하지 않을 수도 있고 비가 올 듯 말 듯한 날씨가 조금 걱정이 된다. 주유패스로는 16시에 출항하는 데이 크루즈 마지막 편만 탈 수 있는데, 시간이 애매하게 30분 정도 남았다. 다른 곳에 가기도 애매한 시간이어서 일단 운항 여부 확인과 승선권 교환을 하러 매표소로 간다. 주유패스를 보여주면서 크루즈 티켓을 달라고 하니 주유패스는 승선권 교환을 할 필요없이 그냥 카드를 들고 타면 된다고 한다. 아 이런..

주유패스 광고에 카드를 그냥 승차장에서 보여주라는 안내문이 붙어 있네.
미리 보았더라면 굳이 매표소까지 가지 않아도 되는 것이었는데..

잠깐 날이 개는 것도 같았는데 곧 비가 올 듯한 날씨다.

항구 아니랄까봐 창고가 보이고.

배는 안 오고 심심하다.

범선형 관광선이라는데 해적선인가??

우앙~ 저기 배가 온다.

직원 아가씨가 하선 및 승선 준비를 하고 사람들은 줄을 서기 시작한다.

와~ 산타마리아호다!

배를 정박시키기 위하여 밧줄을 감고 있다.

밧줄던지기에 한 번 실패해서 두 번째에 성공. ㅋ

저 사람들이 내리고 난 후에 타면 된다.

유람선이니까 윗층 갑판에 자리를 잡는다.

오사카항 주변을 약 40분 정도 도는 코스인데 일단 아지카와(安治川) 방면으로 갔다가 방향을 돌려 오사카항 남쪽으로 간다.
저기는 아마도 유니버설 스튜디오 저팬인 듯.

저 멀리 나니와 바다의 시공간이 보인다.
예전에는 주유패스로 무료 입장 시설이었는데 요즘에는 제외되었다.

오사카부 사키시마청사와 다른 건물들. 초점이 잘 안 맞았네. ㅋ

부산과 오사카를 오가는 팬스타호의 컨테이너 박스가 쌓여 있다.
여기에 여객선 터미널이 있는 듯.

빗방울이 떨어지면서 사람들이 하나 둘씩 지붕이 있는 아래층의 선실이나 갑판으로 내려가고 위에는 비를 그냥 맞겠다는 사람 몇 명만 남는다. 셀카봉으로 열심히 사진을 찍던 한국인으로 추정되는 아줌마도 내려가고 시끄럽던 중국인들도 내려가서 조용해진다. 비는 한두 방울 정도 떨어지는 수준이어서 그냥 그 자리에 앉아서 간다. 오히려 사람들이 없어 편하고 좋네.

승무원도 한 컷.

중국에서 온 것 같은 저 배에 비하면 산타마리아호는 보잘 것 없다. ㅋ

한신고속도로 5호 완간센과 16호 오사카코센 구간을 잇는 미나토오하시 밑을 지나고 있다.

5호 완간센은 고베까지 연결되는 고속도로이고, 16호 오사카코센은 다른 고속도로의 접속과 오사카 시내 진출입을 위한 길이라고 함. 차도는 상하 2단으로 위가 오사카코센, 아래가 완간센 구간이라고. 일본을 돌아다니다보면 지독하게 좋지 않은 지형적 요인(만 있겠냐마는..)을 극복하기 위한 노력들을 볼 수 있는데 미나토오하시 역시 그런 것 중의 하나 내진 설계를 했음에도 1995년 한신 대지진으로 인해 일부 손상이 있어 보강 공사를 하였다고 한다. 컨테이너선이 지나다닐 수 있도록 가운데에는 교각을 설치하지 않은 트러스 공법으로 지어졌는데, 중앙 경간 510m는 세계 3위, 일본 최고의 규모라고.

뭐 이렇게 생겼다.

다리 밑을 지나니 엄청난 크기에 위압감이 느껴진다.

미나토오하시를 지나서 배는 유턴을 하고 이제 돌아간다.

몇몇 용기있는 사람들만 남아있는 2층 갑판.

조금씩 어둠이 밀려오고 있다. 시간을 보니 거의 40분 정도 배를 탄 것 같다.

이제 거의 다 왔다.

산타마리아호는 슬슬 속력을 늦추고 정박 준비를 한다.

약 45분의 항해를 마치고 도착.

내린 뒤에 기념으로 산타마리아호를 촬영한다.

저녁 시간에는 이 배가 디너 크루즈로 운항한단다.
다만 주유패스로는 디너 크루즈 탑승을 할 수 없다.

승객들이 다 내린 선착장은 한산하다.

크루즈를 마쳤더니 어둠이 깔리기 시작한다. 역시 일본은 한국보다 동쪽에 있지만 같은 시간대를 쓰기 때문에 해가 빨리 뜨고 빨리 진다. 아직 6시도 안 되었는데 어두워지기 시작해서 조금씩 서늘해지고 카메라의 셔터 스피드 역시 느려져 촬영이 어렵다.ㅋ 한 시간 전에 배에 탈 때 검표를 하던 아가씨는 혼자서 씩씩하게 정선할 때 밧줄을 감고 다시 던지는 일도 잘 하더라. 약한 척 하지 않아서 좋아보였음.ㅋ

"이제 어디서 무엇을 해야하지??" 일단은 위로 올라가고 보자.

일 때문에 일본에 간 것이고, 10월 9일은 한국에서는 공휴일이지만 일본에서는 그냥 평범한 목요일이기에 오전에 할 일을 조금 하고, 오후부터는 나만의 시간을 갖기로 했다. 처음 일본에 갈 때는 나리타 입출국이었는데, 도쿄 경유 호주행 비행기를 탈 때 빼고는 도쿄 출도착은 없었고, 언젠가부터 간사이 공항을 주로 이용하게 되었다. 원전 사고 이후 동쪽으로 가기 꺼리는 것도 없지 않고, 도쿄 지역의 비싼 항공료라든가 근교에 볼거리가 많다는 점과 간사이 지역에 익숙해짐이라든가 등 여러 이유로 그런 듯도 하다.

여비를 넉넉히 가지고 왔다거나 특별히 준비한 것은 없고, 지난 6월에 사두었던 오사카 주유패스와 간사이 와이드 패스 두 장의 패스를 가지고 갔다. 6월 출장에서 사용하려고 여행사에 주문을 해두고, 공항에 가는 길에 들러서 받아가려고 했는데 갑자기 그 날 일이 바빠서 간신히 공항에 가서 겨우 비행기를 탈 정도였기에 여행사에 들러 두 장의 패스를 받아가지 못했다. 그래서 간사이 공항에 도착한 후 역에서 간사이 와이드 패스를 현지구매하고, 주유패스는 사유리짱과 신오사카역에서 사서 돌아다녔다. 나중에 한국에 돌아와서 여행사를 찾아가 곱게 포장되어 있는 패스를 받아온 후 썩혀두고 있다가, 9월의 "추석연휴 대탈출기"로 일본에 갔을 때 간사이 와이드 패스의 인환증을 들고 가서 교토역에서 패스로 교환을 해두었다. 규정에 따르면 인환증의 유효기간은 3개월, 그 발행일이 아마도 6월 12일이었던가 해서, 9월 11일까지 일본에서 패스로 교환을 해야 했고, 패스 사용 개시일은 교환일로부터 30일 이내여서 늦어도 10월 10일부터 4일간 사용해야 했다. 그래서 9월 11일에 교토역에서 예약했던 선더버드 열차를 놓치고 나서 역무원에게 가서 10월 10일부터 10월 13일까지 사용 가능한 패스로 교환을 했다. 어느 정도 생각이 있는 사람이라면, 수수료 10%를 내더라도 환불을 받는 편이 나았을텐데, 무슨 생각으로 그랬는지 스스로도 도무지 알 수 없는 사람이다. 그 덕분에 사람 많은 이 시기에 다시 오사카에 오게 되는 불상사가 발생한 것이다. 사실은 이 다음 주에 가는 것으로 계획을 했는데 급출발의 이유는 바로 이것.

오사카 주유패스는 춘하판, 추동판으로 나뉘어 발행되는데 시기별로 약간의 이용시설의 차이가 있다. 내가 가진 것은 춘하판이었고, 유효기간은 10월 31일까지. 그래서 한글날에는 주유패스를 이용해서 오전에는 일을 하고, 반나절 동안 오사카 시내 관광을 즐기기로 했다. 간사이 공항에 도착했을 때 오사카 시영지하철 1일 승차권이 포함된 오사카 출장 킷푸를 사지 않은 것도 주유패스가 지하철은 물론 사철의 오사카 시내 구간 승차 역시 가능하기 때문. 오사카 주유패스는 이번이 세 번째 사용하는 것이 되는데, 여러 곳을 갈 수 있지만 매번 갔던 곳만 가고, 안 가는 곳은 계속 안 가는 악순환이 계속된다. 6월에 세 번씩이나 오사카성 천수각에 올라갔고, 우메다 공중정원은 네 번째 다녀왔으니 참.. 주유패스 1일권은 외국인이 아니더라도 누구든지 구입하여 사용할 수 있는데(반면에 2일권은 단기 체재 목적의 외국인들만 구입이 가능하단다) 서울에도 이런 것이 있어서 여러 관광 시설을 이용할 수 있도록 했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N서울타워라든가 63빌딩에서 협조하여 그럴 리는 없을테고, 따라서 나도 갈 일이 없을테지만..

주유패스로는 JR을 탈 수 없으니 지하철이나 사철을 이용해야 하는데 일단 어제 중간에 내린 난카이 열차로 난바까지 가기로 한다. 대낮부터 지하철 탄다고 땅굴로 들어가기 그냥 싫어짐. 이렇게 하면 간사이공항-난바 구간을 이틀에 걸쳐 클리어하게 되는 것이군. 난바역까지 난카이선을 처음 타는 것은 아니지만 뭐.. 오랜만이기는 하다. 사실 잘 기억도 안 남. 당시에는 긴테츠 와이드패스에 붙은 기획승차권이었는데, 중간에 내려도 되는 것임을 모르고 굳이 난바까지 갔다가 돈 아낀다고 오밤중에 신이마미야까지 걸었던 적이 있다. 그래서 일본어 공부를 해야한다. 읔


각역정차 난바행 열차가 들어온다.
어차피 시간도 많고 난바까지는 역이 두 개밖에 되지 않아서 별 상관없다.

그냥 심심해서 역명판도 한 번 찍어봅니다.
그저 열차 타는 것을 좋아할 뿐 별다른 의미는 없습니다요.
저는 철덕이 아니거든요. ㅋ

10월이 되면서 한국의 날씨는 꽤 서늘해져서 아침 저녁으로 반소매 셔츠로는 도저히 견딜 수 없는 날씨여서 긴팔 옷을 가지고 오기는 했는데, 이 섬나라는 덥다. 열차를 타고 나서야 티셔츠 위에 뭔가를 걸쳐 입은 사람은 나와 양복을 차려 입은 직장인 아저씨뿐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래도 난바역을 나와서도 꿋꿋이 낡은 재킷을 걸치고 돌아다니다가 도저히 더워서 죽을 것 같은 느낌이 들어서 옷을 벗어서 가방 속에 넣고 걸어다녔다. 그래도 더워서 낡은 백팩을 멘 등에 땀이 조금씩 나기도 하고..

난바역 도착. 내리려고 하는데 열차 안 광고에 눈길이 간다.
오오옷! 사토미찡이다!!!
모두가 내리는데 혼자 다른 사람들이 모두 내리기를 기다려 사토미찡 광고 사진을 찍고 괜히 기분이 좋아짐.

일본 역시 한국처럼 영어 사교육 시장이 대단해서 길거리에서 영어학원 광고지를 나누어주는 경우도 많고, 여러 영어학원들이 대도시는 물론 규모가 어느 정도 되는 지방의 도시에도 지점이 있다. 이 광고에서는 난바, 이즈미사노, 와카야마 가든파크에 있는 학원들의 연락처가 기재되어 있다. 열차 안 광고에는 해당 열차가 지나다니는 지역에 맞춘 광고가 등장하는가보다. 광고가 없어서 비워둔 채로 다니는 한국의 수도권 지하철과는 아주 딴판이네. 일본에서도 갈수록 열차 안에서 스마트폰을 들여다보고 다니는 사람이 늘어나지만, 책을 읽는 사람도 종종 있고 한국 만큼 누구나 스마트폰을 들여다보고 그러지는 않는 듯하다.

여기서 잠시 사토미가 출연한 이온 광고를 감상하고 가자. 요즘 들어서 지나치게 웃는 표정을 지으려고 하는 듯한 느낌이 들기도 하는데..


음.. 그래도 내가 영어를 사토미보다는 잘하는 것 같다.
그렇습니다. 나름 야매 해외파입니다. 그렇지만 지금은 간단한 접속사 철자도 헤매는 일이 종종 있다죠.

 

난카이의 주요 노선들이 출발하는 난바역.
난바에 있는 많은 철도회사의 역 중에서 가장 규모가 크지 않나 싶다. 아님 말고.

어차피 다른 곳에 갈 일은 없고, 그냥 난바에 오는 것이 목적이었으니까 역 바깥으로 나가기로 한다. 아침 먹을 시간을 한참 지나 점심을 먹을 시간이지만, 늦은 아침을 먹으러 가야 한다. 어차피 계속 오사카 시내에 있을 거니까 이름만 들었던 홋쿄쿠세이(北極星)라는 오므라이스집에 가보려고 한다. 오므라이스의 원조라고 일컬어지는 가게인데, 한국에도 꽤 유명한 듯.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사카에 자주 드나들면서 이 곳에 가본 적은 없다. 국물이 있는 우동이나 소바를 먹거나 아니면 돈부리를 먹든가, 다코야키, 551호라이 만두와 라멘은 먹었어도 한 번도 가보지 않았네. 어쩌다 한국인들이 떠드는 소리를 듣고 인터넷에서 찾아서 알게 되었다. 막상 오사카에 사는 일본인 친구도 이런 곳을 소개하기보다는 그냥 노미호다이 술집으로 끌고 가버리니.. 오히려 여행 책자를 들고 와서 이런 곳에 가자고 하면 이런 곳이 있었냐고 신기하다면서 되물을 정도니까. 그런데 요즘 들어서 밥을 먹지 않으면 먹어도 먹은 것 같지 않은 느낌이 들어서 밥을 안 먹으면 다른 것을 먹어도 속이 허전하다는 어른들의 말씀이 이해가 되어서 - 이런 것이 탄수화물 중독의 증상인가 - 밥을 먹으러 가려는데 난바에서 걸어서 금방일 듯하다. 우리 엄마는 아들에게 차비 대신에 튼튼한 다리를 주신 고마우신 분.

타고 왔던 열차는 콩고행 열차로 변신했는데 영어로 지명이 써 있지 않으면 못 읽겠다.
설마 아프리카 콩고행은 아닐테고 온 길을 되짚어 돌아가는 것이라고 생각함.
난카이혼센에서 콩고역을 본 적이 없으니 아마도 고야센 어딘가에 있는 역이 아닐까 싶은데 굳이 그런 것까지 알 필요는 없으니 그냥 넘어가자.

이 준급 열차는 이즈미추오까지 가는구나.
엥? 이 곳도 난카이혼센에서 본 적이 없는데..

난카이가 아닌 이름이 있으니 아마도 난카이센과 연결되는 다른 회사의 노선이라고 추측해본다.
그 회사의 이름이 센보쿠인가보다.
머리 아프니까 이 정도에서 끝을 낸다.

라피트를 찍는 척하면서 오른쪽에 있는 역무원을 담아보려고 했는데..
별로 잘 안 나왔다.

예전에 열심히 찍어둔 사진이 어딘가에 있을 듯한데 기억이 잘 안나서 잘 모르겠다.
나가자. 역에서 무슨 할 것이 더 있다고..

 

역을 나와서 주변을 걷는다. 도톤보리구나. 

밤이 되면 환락가로 변신하는 도톤보리에서 술을 마시면서 유흥을 즐길만한 경제적 여유가 없기도 했지만, 시끌벅적한 것을 싫어해서 잘 오지 않았고 대부분의 경우 오사카를 베이스캠프 삼아서 다른 곳에 많이 다녀서 정작 오사카 구경은 거의 하지 않고, 그저 베드타운으로 만들어버리기는 만행(?)을 저지르고 있다는 이야기가.. 

도톤보리의 명물 구리코 간판은 현재 공사중이라고 아야세 하루카가 대신 만세를 부르고 있다.
새로 생기는 간판은 어떤 것일지 궁금하네.

도톤보리의 북쪽으로 신사이바시스지를 따라 가보도록 한다.
사실 길을 잃고 헤매고 있는 것이지만 당황하지 않고 그냥 일단 상점가 구경을 해보기로 한다.
여기는 언제나 사람이 많더라~

아~ 이것은 신세카이에 있는 다루마의 지점인가보다. 신세카이는 숙소가 있는 신이마미야역 부근에 있는 동네인데, 쿠시카츠 가게가 여럿 모여 있다. 그 중에서 다루마가 원조라고 가장 유명해서 사람이 많다고 하는데, 이상하게 튀김을 좋아하면서도 쿠시카츠 가게에는 발길이 향하지 않았다. 돈이 없을 때는 돈이 없어서, 돈이 있을 때는 돈이 있어서 안 가고 그랬는데 결국 이번에도 쿠시카츠와는 인연을 맺지 못하였다. 아무래도 튀김 꼬치를 먹게 되면 대개 맥주를 같이 마시게 되는데 혼자서 술을 마시는 것은 좀 그래서 그런 것 같기도 하고. 그렇지 않더라도 대낮부터 느끼한 튀김 꼬치는 먹고 싶지 않고 밥과 국을 먹고 싶은지라 가볍게 패스한다.

다루마를 지나서 보이는 사진의 방향이 아닌 반대 방향으로 신사이바시스지를 따라 북쪽으로 가다가 결국 신사이바시역까지 가게 되고, '이러다가는 못 찾고 우메다까지 갈 수도 있겠다' 싶어서 구글 맵으로 위치를 찾았다. 환전도 못했는데 데이터 로밍 신청 역시 했을 리 없고, 간신히 와이파이 터지는 곳을 찾아서 지도에서 경로 검색을 함. 가려고 하는 가게가 멀리 있지는 않은데 일단 큰 길가로 나가야 한다네. 그 큰 길이 지하철 노선의 이름이기도 한 미도스지인데 내가 가려는 가게는 미도스지의 서쪽에 있는데, 나는 미도스지의 동쪽에 있는 신사이바시스지에서 헤매고 있었던 것이다. 네. 그렇습니다. 저는 길치입니다. 구글 맵의 경로 검색에서 가리키는 길을 따라서 가니 금방 도착했다. 그 가까운 길을 두고 나는 길바닥에서 시간을 버리고 있었던거야. 덕분에 30분 정도 길에서 낭비를 했네. 언젠가 길치도 갈 수 있는 오사카 여행 책이나 한 권 써볼까.. ㅋ

오후 1시를 넘은 시간이라 평일인 이 곳에서 점심을 먹으러 온 직장인들은 이미 자리를 떴을테고, 남은 사람들은 관광객이나 백수겠지. 문을 열고 들어가니 한 명이냐고 묻는다. 네~ 혼자입니다. 잠시 후 종업원 아가씨가 자리를 안내해준다. 신발을 벗고 들어가서 구석에 홀로 앉았다. 아가씨가 시원한 얼음물과 메뉴판을 가져다 주었는데, 점심 시간에는 880엔인가 하는 가라아게 런치세트가 있는데 사진을 보니 치킨과 버섯오므라이스 중의 하나와 치킨 가라아게와 샐러드가 함께 나오는 것 같다. 오므라이스 단품이 720엔이니 런치세트가 이득이기는 한데 국이 따로 포함되지 않은 듯. 아가씨를 불러서 런치세트에 미소시루가 포함되어 있는지 물어봤는데 미소시루를 먹고 싶으면 오므라이스 세트 메뉴가 어떻겠냐고 물어본다. 단품 오므라이스에 새우튀김과 미소시루가 함께 나온다는데 치킨 가라아게가 조금 아쉽기는 하지만 따끈한 국물이 마시고 싶은지라 세트 메뉴를 시키고, 굳이 음료는 시키지 않아도 되는데도 목을 축이기 위해 생맥주를 시켰다. 대낮이고 해서 맥주는 작은 잔으로.


구석에 홀로 앉았다. 
일본에서는 혼자 밥 먹으러 가도 눈치주거나 타박하지 않고, 사적 영역을 확실히 보호하려고 테이블에 자리가 남아도 모르는 사람 옆에서 먹도록 하지 않아서 좋다. 

먼저 맥주를 내온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물로 충분한데 나는 왜 이것을 시켰을까? 아무리 작은 잔이라지만 한 번에 다 마실 그럴 양이라 아껴서 마셔야 한다.

으음.. 뭐 이렇게 생겼다.
단촐하군.

으음.. 나도 이렇게 오므라이스를 만들어보고 싶기는 한데 늘 지단부치다가 말아먹고 만다는..

점심시간은 살짝 지났는데도 일본인이나 해외에서 온 손님들이 끊이지 않는다.

외국에도 널리 알려진 탓에 메뉴에 영어로도 설명이 있고 그런데 아무래도 일본어를 알아야 읽기 편하다.
이 곳 직원들도 기본적인 영어 대화는 가능하다고.

양이 많지 않은지라 아껴서 먹고 있다.
솔직히 누구 코에 갖다붙이냐 싶은 정도. 내가 많이 먹는건가..

도쿄의 렌가테이라는 곳(가본 적이 없으므로 먹어본 적도 없음)과 이 곳 홋쿄쿠세이가 서로 오므라이스의 원조라고 우긴다고 하는데, 렌가테이의 역사가 더 길지만 쉽게 말해 그냥 계란 넣고 볶은 밥 같은 느낌에 소스를 뿌려놓은 것이고 홋쿄쿠세이는 밥과 안에 들어가는 건더기까지 소스로 비벼서 볶아서 계란으로 말아 놓은, 우리가 '오므라이스는 이런 거다' 라고 생각하는 그런 음식에 가깝다는 차이가 있단다. 오므라이스라는 것이 오믈렛에서 변형된 음식이므로, 홋쿄쿠세이가 자기들이 오므라이스의 진정한 원조라고 주장한다고 하는데 그러거나 말거나. 내 배를 채우는 것이 주된 관심사지.

솔직한 감상을 말하자면 아주 맛있다는 강렬한 느낌은 없고 괜찮다 싶은 정도라고나 할까. 물론 음식을 먹고 감정을 격하게 표현하지 않는 편이기는 하지만 ‘먹어서 기쁘거나 즐겁다’ 까지의 느낌은 받지 못했다. 사실 여행 정보로 알려진 것 맛집, 음식들 중에서 그저 그런 것들이 수두룩해서 별로 신뢰하지도 않지만, 오므라이스를 개발한 곳이라고 해서 호기심이 때문에 가보았는데 별 다섯 개 만점에 세 개 정도 주고 싶다. 다만, 사람마다 입맛의 차이가 있고, 특히 나는 해산물과 시원한 국물이 있는 음식을 좋아하니 이런 점은 감안해야 할 듯하다. 한 번쯤은 들러보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는 생각. 그러나 오사카에 먹을 것이 얼마나 많은데..맛이 없다거나 실망스럽다는 것은 아니니 오해는 마시길..

미션 클리어!

오나카잇빠이의 느낌은 들지 않지만 별 수 없다.

이렇게 먹었더니 1,350엔인가 나왔다. 아!! ;비싸당~

내부에 정원을 꾸며놓았다.
오므라이스라는 음식과는 오묘한 조화인가.

일본식 분위기에서 양식을 파는 곳이라는 뭔가 맞지 않는 듯하면서도 일본에서 변형, 창조한 음식이니 어울리는 것 같기도 하고.

이경규씨 일행 말고는 누구의 사인인지 알 수 없다.

요즘 대세인 중국인 관광객들이 세력을 과시하고 있고.


이들을 피해서 가게 사진을 찍어본다.

자~ 안녕.
나는 이제 난바역으로 가야해.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