앤디로딕

비로 인해 연기된 단식 경기들이 전날 모두 열리면서 대회 종료를 하루 늦추어 잔여 경기를 치르는 것으로 일정상의 문제는 조절이 될 듯한 가운데 아직 8강 경기를 하지 못한 남자 선수 4명의 경기가 열렸다. 여자 선수들은 하루 휴식을 취하는 가운데 그동안 연기된 경기를 소화하는 일정에서도 단식 경기에 밀려있던 복식과 주니어 경기 등이 진행되었다.

남자 4강 나머지 두 장의 티켓은 라파엘 나달(스페인·2위)과 앤디 머리(영국·4위)에게 돌아가면서 남자 단식은 상위 4명의 시드 배정자가 4강에서 맞붙는 최상의 대진을 이루어지면서 프랑스오픈에 이어 두 번째 "꿈의 4강"이 이루어졌다. 대진은 지난 번과 마찬가지로 조코비치-페더러와 나달-머리의 승자가 결승에서 맞붙게 된다.

이번 시즌 두 번째 빅 4의 드림 세미파이널이 열린다

 

대회 12일째 (9월 9일, 현지시간 기준)

<남자 8강>

유럽파의 나달과 머리가 각각 홈그라운드의 이점을 안은 미국의 앤디 로딕(21위)과 존 이스너(22위)와 대결하게 되었다. 랭킹과 그동안의 경기 전적으로 보나 최근의 경기력으로 보나 쉽게 예상이 가능한 경기였으나 워낙 강력한 서브를 넣는 선수들이라는 점이 희박하지만 혹시나 하는 조금의 기대를 갖게 하였다.

준결승에 진출한 앤디 머리 ⓒ Getty Images

머리와 이스너의 경기는 그런 기대를 어느 정도 충족시켰는데 이스너는 경기 내내 첫 서브의 평균 속도가 어지간한 선수들의 최고 속도와 맞먹는 125mph를 기록할 정도로 강한 서브를 앞세워 서브 게임만큼은 지켜나가는 경기를 하였다. 그러나 1세트 막판 균형이 깨지고 마는데 5-5에서 머리가 경기 첫 브레이크를 기록하면서 역전에 성공했다. 이스너는 머리에게 포핸드 위너를 두 번 허용하며 30-15로 뒤진 상황에서 더블 폴트를 저지르며 브레이크 포인트에 몰렸다. 당황한 이스너는 발리에서 실수를 저지르며 게임을 내주었고, 머리가 서브 게임을 지키면서 7-5로 승리하였다. 2세트 역시 단 한 번의 브레이크가 승부를 갈랐다. 첫 게임에서 이스너는 연속해서 포핸드 실책을 범하며 30-0으로 밀렸고 머리는 이스너의 스매시를 받아낸 후 포핸드 위너를 날리며 트리플 브레이크 포인트로 압박했다. 이스너는 압박감을 이겨내지 못하고 네트에 공을 꽂으며 게임을 내주었다. 이 게임에서 밀린 이스너는 끝까지 회복하지 못하고 6-4로 두 번째 세트 역시 내주었다.

비록 졌지만 가능성을 보여준 강서버 이스너 ⓒ Philip Hall/USTA

그러나 이스너는 3세트 두 번째 게임을 머리의 실책에 힘입어 세 번의 듀스 끝에 브레이크하면서 리드를 잡았다. 역시 브레이크 하나가 세트의 승패를 좌우하면서 6-3으로 이스너가 승리했다. 4세트는 두 선수 모두 서브 게임을 지키며 6-6까지 팽팽한 승부가 이어졌고, 타이브레이크에서 집중력이 높았던 머리가 승리하였다. 머리는 백핸드 드롭샷으로 먼저 점수를 낸 후, 이스너의 서브를 받아내지 못하며 동점을 허용했으나 이스너가 더블 폴트를 저지르며 2-1로 리드를 잡았다. 서브를 가져온 머리는 이스너의 좋지 않은 리턴을 받아쳐 포핸드 위너를 날렸고 다음 랠리에서는 날카로운 백핸드를 사이드라인에 떨어뜨리며 4-1로 점수차를 벌렸다. 이스너는 머리의 어정쩡한 리턴을 포핸드 위너로 한 점을 따라붙었지만 발리와 포핸드 드롭이 연속으로 네트에 걸리며 6-1 매치포인트에 몰렸다. 부담감이 컸을까 이스너는 머리의 서브를 라인 밖으로 받아치면서 경기는 머리의 3:1(7-5 6-4 3-6 7-6(1)) 승리로 끝났다.

윔블던에 이어 다시 머리와 준결승에서 겨루게 된 디펜딩 챔피언 나달 ⓒ Philip Hall/USTA

이스너는 어느 정도 자신의 경기를 하다가 실책으로 무너졌다지만 이어진 경기의 로딕은 나달이 가지고 놀았다는 표현이 적당할 정도로 처참하게 무너지고 말았다. 서브에 의존하는 로딕의 첫 서브 성공률이 60%를 밑돌면서 나달은 세컨드 서브를 반격하여 리시브의 절반을 득점으로 연결했다. 스트로크 랠리가 이어질 경우 불리한 로딕은 서브 앤 발리를 위해 네트로 달려들었지만 나달은 로딕의 움직임을 읽고 빈 곳을 노려 공략하였다. 움직임이 느린 로딕은 속수무책으로 지켜보기만 하였고 발리도 실책이 이어지며 서브 게임을 지키는 것조차 어려웠다. 나달은 1시간 53분만에 3:0(6-2 6-1 6-3)으로 완승을 거두었다.

나달은 로딕의 약점인 백핸드를 집중 공략하여 그의 공격을 철저히 봉쇄했다 ⓒ Andrew Ong/USTA

준결승에서 프랑스오픈과 같은 매치업이 이루어졌는데 나달과 조코비치의 리턴 매치 혹은 최고의 흥행카드인 나달-페더러의 경기 등 어떤 대진이 나오더라도 재미있는 경기가 될 것 같다. 페더러나 조코비치나 나달이 떨어지기를 바라고 있을 것 같지만.

대회 9일째와 10일째인 9월 6일과 7일 비로 인해 모든 경기가 취소되거나 중단되면서 US오픈 경기 일정에 큰 지장을 초래하였다. 9일째는 남자 4라운드와 여자 8강 경기, 그리고 10일째는 남녀 8강 경기가 열릴 예정이었으나 일정이 꼬이면서 대회 기간이 늘어나는 것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하루 정도의 경기 취소는 다음 날에 경기를 나누어 소화할 수 있겠지만 이틀이나 경기가 열리지 못해 경기를 제 때 치르지 못한 선수들의 경우 컨디션 조절도 큰 변수가 될 것 같다.

송가를 누르고 준결승에 진출한 로저 페더러 ⓒ Rob Loud/USTA

 

대회 11일째 (9월 8일, 현지시간 기준)

<남자 4라운드>

여심을 사로잡는다는 나달의 상의 탈의 ⓒ Philip Hall/USTA

비로 인해 이틀 동안 경기를 하지 못한 8명의 선수들이 8강 진출을 위한 대결을 펼쳤다. 라파엘 나달(스페인·2위)은 질레스 뮐러(룩셈부르크·68위)와 윔블던에 이어 다시 맞붙었는데, 7일 경기를 하다가 1세트에서 뮐러가 3-0으로 앞선 상황에서 비로 중단된 경기를 재개하였다. 경기 연기가 큰 도움이 되었는지 나달은 재개된 경기에서의 첫 게임인 네 번째 게임을 러브 게임으로 따내며 추격에 나섰다. 이어진 게임에서 뮐러 역시 지지 않고 서브 에이스 두 개를 포함하여 러브 게임으로 이기며 4-1로 앞서 나갔는데, 여기서부터 뮐러의 실책쇼와 나달의 환상적인 스트로크가 터지기 시작했다. 나달은 연달아 세 게임을 따내며 4-4 동점을 만들었고 6-6에서 타이브레이크에 돌입한 후 상대의 허를 찌르는 날카로운 포핸드 스트로크로 뮐러를 단 1점으로 묶어놓으며 1세트를 이겼다. 왼손잡이끼리의 대결이어서 흥미로웠으나 나달은 발빠른 움직임으로 백핸드로 받을 것도 포핸드로 받아치며 공격적으로 나섰고, 집요하리만큼 상대의 백핸드 코스로 공을 보내어 묶어놓은 후 반대쪽 사이드라인과 베이스라인을 노려 스트로크를 날리며 경기를 압도했다. 2세트부터는 완벽한 나달의 일방적인 게임으로 진행되었고 3:0(7-6(1) 6-1 6-2) 나달의 승리로 끝났다.

늘 2% 부족했던 머리가 이번에는 그 부족함을 채울 수 있을지 ⓒ Andrew Ong/USTA

앤디 머리(영국·4위)는 도날드 영(미국·84위)의 돌풍을 잠재우며 8강에 진출했다. 머리는 자신은 지금까지 영이 상대해왔던 선수들과 급이 다른 선수임을 보여주려는 듯 압도적인 경기력을 보여주었다. 머리는 서브에서 난조를 보였음에도 강하고 정확한 스트로크로 영을 괴롭혔고, 영은 그의 뜻대로 실책을 남발하며 졌다. 머리의 3:0(6-2 6-3 6-3) 완승.

볼에 바람을 넣어 풍선을 만드는 특이한 취미의 소유자 로딕 ⓒ Andrew Ong/USTA

앤디 로딕(미국·21위)은 비로 인해 루이 암스트롱 스타디움 대신 13번 코트에서 펼쳐진 경기에서 다비드 페레르(스페인·5위)를 누르고 3년만의 8강 진출에 성공했다. 로딕은 2:1로 앞선 4세트에서 2-2로 팽팽히 맞서다 서브 게임을 브레이크당하며 위기에 빠졌다. 그러나 이어진 게임에서 40-15로 앞서던 페레르가 갑자기 포핸드와 백핸드 실책을 연속으로 저지르며 듀스에 접어들었고, 로딕은 경기에서 자주 보기 힘든 백핸드 위너와 페레르의 실책을 묶어 게임을 따내며 3-3 동점을 만들었다. 기세가 오른 로딕은 강한 서브를 넣으며 지친 페레르를 압박했고, 페레르는 중요한 순간에서 실책을 잇달아 저지르며 내리 세 게임을 모두 지고 말았다. 로딕의 3:1(6-3 6-4 3-6 6-3) 승리. 로딕은 경기 후 13번 코트 관중석 주변을 한 바퀴 돌면서 자신을 응원하는 팬들과 하이파이브를 하는 진풍경을 연출했다.

이번 대회에서 이스너는 놀랄만한 기량을 보여주었는데 반짝이 아니었으면 하는 바람 ⓒ Philip Hall/USTA

존 이스너(미국·22위)는 질레스 시몬(프랑스·12위)과의 경기에서 세 번의 타이브레이크를 승리로 이끌며 3:1(7-6(2) 3-6 7-6(2) 7-6(4)) 승리를 거두고 8강에 합류했다. 이스너의 그랜드슬램 8강 진출은 이번이 처음이다.

<남자 8강>

전날 예정되어 있던 남자 8강 경기 중 두 경기 역시 열렸다. 친한 친구 사이인 두 세르비아 선수의 맞대결인 노박 조코비치(1위)와 얀코 팁세라비치(20위)의 경기와 윔블던 8강의 리벤지 매치인 로저 페더러(스위스·3위)와 조-윌프리드 송가(프랑스·11위)의 경기였다.

"내가 제일 잘 나가" 의 조코비치 ⓒ Andrew Ong/USTA

조코비치는 팁세라비치를 맞아 이번 대회에서 가장 어려운 경기를 펼쳤다. 1세트와 2세트는 모두 타이브레이크까지 가는 접전 끝에 서로 한 세트씩 나누어 갖고 3세트를 맞이했다. 그런데 팁세라비치의 움직임이 둔해지면서 공격이 무뎌지고 수비가 느슨해지자 팽팽했던 경기의 양상이 조코비치의 압도적인 경기로 바뀌었다. 조코비치는 3세트를 6-0에 이어 4세트에서 연달아 세 게임을 이기며 아홉 게임을 연속으로 이기며 경기를 지배했다. 이 때 왼쪽 허벅지 햄스트링을 느낀 팁세라비치가 기권하면서 경기는 싱겁게 끝이 났다. 조코비치 입장에서는 팁세라비치가 조금 빨리 포기하기를 바랐겠지만, 모처럼 조코비치와 좋은 승부를 펼친 팁세라비치의 아쉬움도 클 것 같다.

멋있지만 치명적 단점이 되어버린 페더러의 한 손 백핸드 ⓒ Don Starr/USTA

조코비치가 찜찜한 기권승으로 준결승에 진출한 반면 페더러는 송가를 3:0(6-4 6-3 6-3)으로 제압하며 화끈한 복수전을 펼쳐 주목을 받았다. 페더러는 1세트에서 먼저 송가의 서브 게임을 잡아내며 3-1로 달아났지만 실책에 발목이 잡히며 연속으로 세 게임을 내주며 3-4로 밀리는 처지가 되었다. 그러나 서브 게임을 챙기며 동점을 만든 페더러는 송가의 연속된 실책 세 개를 놓치지 않고 밀어붙여 5-4로 재역전시킨 후 마지막 게임을 러브 게임으로 잡아내며 이겼다. 윔블던에서 3세트 이후 체력이 떨어지며 송가의 공세를 견디지 못했던 것과는 달리 페더러는 꾸준히 페이스를 유지하며 경기를 쉽게 이기면서 조코비치와 결승행을 놓고 다투게 되었다. 올해 페더러와 조코비치는 호주오픈과 프랑스오픈에 이어 그랜드슬램 준결승에서 세 번째 맞붙는데 지난 두 번의 승부에서는 1승 1패로 호각을 이루고 있다.

 

<여자 8강>

이틀로 나뉘어 열릴 예정이던 경기가 모두 비로 연기되면서 하루에 모두 열렸다. 이대로라면 여자 결승의 경우 예정되었던 10일(토요일 오후)에 열리지 못할 가능성이 커졌다.

생각에 잠긴 서리나 ⓒ Philip Hall/USTA

최근 미국 남녀 선수들의 동반 부진 속에 서리나 윌리엄스(27위)의 화려한 부활은 대회가 열리는 미국에서 가뭄 속의 단비 같은 소식이었다. 10살 어린 아나스타샤 파블류첸코바(러시아·16위)를 맞아 2:0(7-5 6-1) 완승을 거두며 4강에 올랐다. 비로 인한 이틀 간의 휴식이 독이 되었는지 두 선수는 시작부터 실책을 많이 저지르며 상대의 서브 게임을 계속 브레이크하며 3-3으로 팽팽한 흐름을 이어갔다. 서리나가 일곱 번째 게임만에 서브 게임을 지킨 후로는 두 선수 모두 상대에게 브레이크를 허용하지 않아 5-4에서 파블류첸코바의 서브 게임을 맞이했다. 파블류첸코바는 연속으로 더블 폴트를 저지르며 30-0으로 뒤지면서 위기를 맞이했지만 침착하게 네 포인트를 따내며 벗어났고, 6-5로 서리나가 앞선 채 경기의 승부처가 된 열두 번째 게임에 돌입했다. 서리나는 상대 실책과 백핸드로 30-0으로 앞섰지만 실책과 파블류첸코바의 포핸드에 동점을 허용했다. 서리나가 백핸드 위너로 먼저 세트 포인트에 도달했지만, 파블류첸코바 역시 백핸드로 듀스를 만들며 다시 위기를 벗어났고 서브를 서리나가 받아내지 못하며 파블류첸코바의 어드밴티지가 되었다. 그러나 서리나는 12번의 긴 랠리 끝에 파블류첸코바의 포핸드 실책으로 다시 듀스를 만들더니 연속으로 두 포인트를 더해 1세트를 이겼다. 2세트는 서리나의 일방적인 흐름이었는데 파블류첸코바가 더블 폴트로 자멸하면서 손쉬운 승리를 헌납하였다.

무관의 여제 캐로 ⓒ Philip Hall/USTA

로딕과 페레르의 경기와 마찬가지로 13번 코트로 옮겨 열린 카롤리네 보스니아키(덴마크·1위)와 안드레아 펫코비치(독일·10위)의 경기는 2:0(6-1 7-6(5)) 보스니아키의 승리로 끝났다. 수비 불안과 실책으로 허무하게 1세트를 내준 펫코비치는 2세트에서는 각성한 듯 보스니아키와 치열한 접전을 벌였다. 캐로가 2-1로 앞선 네 번째 게임에서 펫코비치는 4연속 실책으로 서브 게임을 내주며 위기를 맞이했지만, 네트플레이를 앞세워 캐로의 서브 게임을 브레이크하고, 듀스 접전 끝에 서브 게임을 지켜내면서 3-3 동점을 만들었다. 그러나 펫코비치는 다시 한 번 서브 게임을 빼앗기며 5-3으로 뒤져 위기를 맞이했는데. 캐로의 더블 폴트와 백핸드로 브레이크하며 숨을 돌리고 서브 게임을 지켜내며 5-5 동점을 만들었다. 두 선수 모두 서브 게임을 지키며 맞이한 타이브레이크는 3-3 이후 승부가 갈렸다. 펫코비치는 3연속 실책이 이어지며 순식간에 트리플 매치 포인트에 몰렸고, 연속해서 발리로 점수를 내며 6-5까지 추격했지만 백핸드 샷이 베이스라인을 벗어나며 패하고 말았다. 보스니아키는 서리나와 결승 티켓을 놓고 다투게 된다.

소리 없이 준결승에 오른 스토서 ⓒ Andrew Ong/USTA

사만다 스토서(호주·9위)는 의외로 베라 즈보나레바(러시아·2위)를 2:0(6-3 6-3)으로 쉽게 이기며 4강에 진출했다. 1세트에서 3-2까지는 서로 서브 게임을 지키며 팽팽한 분위기였으나 즈보나레바가 더블 폴트와 실책 연발로 게임을 내준 후 스토서가 5-2로 달아나면서 경기가 급격히 스토서 쪽으로 기울기 시작했다. 스토서는 1세트 마지막 게임부터 2세트 두 번째 게임까지 12연속 포인트를 기록하면서 즈보나레바의 기를 완벽히 꺾었고, 잡은 리드를 놓치지 않고 2세트 5-3으로 앞선 상황에서 즈보나레바의 서브 게임을 맞이했다. 즈보나레바는 30-30에서 통한의 더블 폴트를 저지르며 매치 포인트를 내주었고 스토서는 찾아온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즈보나레바는 스토서를 좌우로 흔들며 랠리를 주도했지만 20번의 스트로크가 오가는 랠리 다음의 즈보나레바의 백핸드 샷이 네트에 걸리며 눈물을 삼켰다.

이변의 주인공 케르베르 ⓒ Andrew Ong/USTA

조금 관심이 덜했던(역시 마찬가지라서 경기를 직접 보지는 않았지만) 그랜드슬램 4라운드 이상 진출 경험도 없는 안젤리크 케르베르(독일·92위)와 플라비아 페네타(이탈리아·25위)의 경기에서는 케르베르가 풀세트 접전 끝에 2:1(6-4 4-6 6-3)의 승리를 거두며 준결승에 올라 스토서와 4강에서 맞붙게 되었다. 케르베르는 한 경기 한 경기가 자신의 역사를 새로 쓰고 있는 셈.

 

<Player of the Day>

질레스 시몽을 누르고 첫 그랜드슬램 8강 진출에 성공한 이스너 ⓒ Philip Hall/USTA

킴 카다시안과 시아라도 이 날 테니스를 보러 왔었다고 하더라는..

작년 우승자 라파엘 나달(스페인·2위)가 초반에 어려움을 겪는 슬로스타터의 모습을 보이면서도 경기가 진행될수록 좋은 경기력을 보여주며 대회 2연패를 향하여 조금씩 나아가고 있고, 앤디 로딕(미국·21위)과 존 이스너(미국·22위)는 홈팬들의 성원을 입고 강력한 서브를 앞세워 4라운드에 진출했다.

상위 랭커들의 잇따른 탈락에 다소 김이 샌 여자부에서는 8강 진출을 위한 선수들의 경쟁이 치열했다. 베라 즈보나레바(러시아·2위)를 비롯한 4명이 생애 첫 그랜드슬램 우승을 바라보며 8강에 진출했다.

대회 7일째 (9월 4일, 현지시간 기준)

<남자부 3라운드>

나달은 더이상 유망주라고 칭할 수 없는 다비드 날반디안(아르헨티나·76위)를 상대하여 3:0(7-6(5) 6-1 7-5)으로 이기며 4라운드에 진출했다. 1세트에서 나달은 초반에 몸이 덜 풀렸는지 고전하면서 날반디안에게 세트를 내줄 위기에 몰렸다. 그러나 날반디안은 더블 폴트를 범하며 나달에게 동점을 허용했고, 계속 치고 받다가 타이브레이크 끝에 패하고 말았다. 2세트는 완벽한 나달의 페이스. 나달의 강력한 톱스핀에 날반디안의 샷은 번번이 밖으로 나가며 나달의 완승으로 끝났다. 궁지에 몰린 날반디안은 3세트에서 각성하고 덤벼들어 5-5까지 팽팽한 승부를 이어갔으나, 마지막 서브 게임에서 또 더블 폴트를 저지르며 경기를 끝냈다. 날반디안은 결정적인 순간마다 더블 폴트가 나온 것이 패인이 되었다.

라파엘 나달의 서브 ⓒ Philip Hall/USTA

앤디 머리(영국·4위)는 펠리시아노 로페스(스페인·26위)를 맞아 한 수 위의 기량으로 3:0(6-1 6-4 6-2)의 승리를 거두었다. 2라운드에서 생각지도 않았던 위기를 맞았던 머리는 각성한 듯 초반부터 로페스를 거세게 압박하며 기선 제압에 성공했다. 1세트 시작과 함께 머리는 14연속 득점으로 로페스를 압도했고, 로페스는 30-0으로 뒤진 네 번째 게임에서 겨우 서브로 경기 첫 득점에 성공할 정도였다. 2세트에서 로페스는 보다 공격적으로 덤벼들며 1세트와는 다른 모습을 보였는데, 4-4 팽팽한 상황에서 역시 더블 폴트로 게임을 내주며 무너지고 말았다.

강력한 모습을 보여준 머리 ⓒ Rob Loud/USTA

로딕은 줄리앙 베네토(프랑스·81위)를 3:0(6-1 6-4 7-6(5))으로 누르고 최근의 부진에서 벗어난 모습을 보여주었다. 로딕은 강서브를 앞세워 두 세트를 따낸 후 3세트에서 베네토에게 거센 반격을 당했다. 로딕은 3세트에서 여러 번 브레이크의 기회가 있었으나 살리지 못하여 고전하였는데 침착하게 자신의 서브 게임을 지켜나가며 이기지는 못해도 지지 않는 경기를 펼쳤다. 타이브레이크에서 이미 두 세트를 이긴 로딕은 침착하게 경기를 펼친 반면 베네토는 실수를 연발하며 로딕의 승리로 경기가 끝났다. 작년 대회에서 2라운드 탈락의 수모를 당했던 로딕은 4라운드에 진출하면서 홈팬들의 성원에 보답하였다.

로딕은 조금씩 살아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데 ⓒ Philip Hall/USTA

역시 이번 대회에서 선전하고 있는 이스너는 알렉스 보고몰로프 주니어(미국·44위)에게 3:0(7-6(9) 6-4 6-4)의 승리를 거두며 4라운드에 진출했다. 이스너는 17개의 서브 에이스를 앞세워 보고몰로프의 코트를 폭격했는데, 잘 버티던 보고몰로프는 1세트 타이브레이크의 패배가 뼈아팠다. 보고몰로프는 타이브레이크를 앞서갔지만 이스너의 서브 에이스가 터지며 누가 먼저 두 점을 획득하는가를 겨루는 싸움으로 진행되었다. 이스너는 7-8로 뒤진 상황에서 연속으로 서브 에이스를 두 개 날리며 역전에 성공했고, 10-9로 앞선 상황에서 강력한 서브를 넣어 득점으로 연결시키며 승리했다. 이어진 두 세트는 이스너가 단 한 번씩의 브레이크로 세트를 따내며 어렵지 않게 이겼다.

강력한 서브를 자랑하는 이스너 ⓒ Rob Loud/USTA

그리고 다비드 페레르(스페인·5위)와 질레스 뮐러(독일·68위) 역시 승리를 거두며 4라운드에 합류했다, 2년 전의 영광을 재현하려던 후안 마르틴 델 포트로(아르헨티나·18위)는 질레스 시몬(프랑스·12위)에게 발목이 잡혀 탈락했고, 같은 아르헨티나 선수인 후안 이그나시오 첼라(24위)는 와일드 카드로 대회에 참가한 도날드 영(미국·83위)에게 패했다.

<여자부 4라운드>

다소 무게감이 떨어지는 매치업 때문에 여자 4라운드 경기는 다소 관심을 받지 못하였지만 8명의 여자 선수들은 8강의 네 자리를 놓고 다시 뜨거운 승부를 펼쳤다.

즈보나레바의 서브 ⓒ Don Starr/USTA

즈보나레바와 자비너 리지키(독일·18위)의 경기가 가장 관심을 모으는 경기였는데 즈보나레바의 완승으로 끝났다. 리지키는 주무기인 서브가 난조를 보이며 스스로 무너졌는데, 첫 서브 성공률이 고작 40%에 불과했고 에이스도 단 한 개 기록하는데 그쳤다. 서브가 안 들어가자 리지키는 1세트에 연속으로 두 번 브레이크를 당하며 끌려가는 경기를 하였고, 뒤늦게 추격에 나섰지만 4-2에서 즈보나레바에게 다시 브레이크를 당하며 힘없이 무너지고 말았다. 2세트는 3-3까지 팽팽하게 경기가 진행되었는데, 리지키가 40-40에서 더블 폴트로 즈보나레바에게 브레이크 포인트를 선사하였고 이어진 랠리에서 백핸드 실책이 나오면서 즈보나레바에게 분위기가 넘어갔다. 즈보나레바의 2:0(6-2 6-3) 승리.

13억 대륙을 울린 페네타 ⓒ Andrew Ong/USTA

3라운드에서 샤라포바를 격침시켰던 플라비아 페네타(이탈리아·25위)는 남녀 유일하게 생존한 아시아 선수인 펑슈웨이(중국·14위)를 2:0(6-4 7-6(6))으로 이기고 8강에 진출했다. 세트스코어는 2:0이지만 페네타는 펑슈웨이보다 고작 3점을 더 얻었을 정도(98-95)로 경제적인 경기를 하였는데, 러브 게임으로 지나 듀스 끝에 지나 어차피 지는 것은 똑같으니 질 때 깨끗이 지는 것이 더 나은지도 모르겠다. 펑슈웨이는 1세트 1-1 30-30에서 포핸드와 백핸드 실책을 연달아 범하며 페네타에게 서브 게임을 넘겨주고 말았다. 페네타는 일곱 번째 게임마저 브레이크하며 5-2로 앞서 나갔고, 펑슈웨이가 듀스 접전 끝에 브레이크를 하면서 따라붙었지만 페네타는 6-4로 세트를 가져갔다. 2세트는 네 번째 게임까지 서로 상대의 서브 게임을 브레이크하며 2-2로 팽팽히 맞섰고, 3-4에서 페네타가 더블 폴트로 서브 게임을 내주며 펑슈웨이가 3-5로 앞서게 되었다. 마지막 세트까지 갈 수 있는 절호의 찬스에서 펑슈웨이는 실책을 연발하며 서브 게임을 내주며 페네타에게 추격을 허용하였다. 펑슈웨이는 5-5에서도 서브 게임을 실책으로 내주며 마지막에 몰렸지만 페네타의 연속된 실책으로 타이브레이크까지 이어가며 생명 연장을 하였다. 타이브레이크에서 페네타는 시작하자마자 펑슈웨이에게 백핸드 위너 두 개를 얻어맞고 연속 실책을 범하며 4점을 내줬고, 3-6이라는 트리플 세트 포인트에 몰렸으나 연속으로 다섯 포인트를 따내는 괴력을 발휘하며 기적같은 승리를 이끌어내면서 2시간 반 넘게 걸린 승부를 끝냈다.

달리는 근육녀 스토서 ⓒ Don Starr/USTA

사만다 스토서(호주·10위)는 마리아 키릴렌코(러시아·29위)와 풀세트 접전 끝에 2:1(6-2 6(15)-7 6-3)로 승리하며 작년에 이어 2년 연속 US오픈 8강에 진출했다. 스토서의 완승으로 끝난 1세트와는 달리 2세트에서 팽팽히 맞서며 타이브레이크에 돌입한 두 선수는 사이좋게 실책을 번갈아가면서 저지르면서 승부를 길게 끌고 갔다. 스토서는 14-13에서 서브를 넣으며 경기를 끝낼 절호의 찬스를 잡았다. 그러나 12번의 랠리 끝에 키릴렌코에게 백핸드 위너를 얻어맞고 14-14 동점을 허용하더니 더블 폴트로 14-15 역전을 허용했다. 스토서는 키릴렌코의 실책으로 동점을 만들었지만 연달아 백핸드와 포핸드 실책을 저지르며 15-17로 84분이나 걸린 2세트를 내주면서 3세트에 돌입하게 되었다. 3세트는 2-2까지는 팽팽하게 이어졌지만 승부의 균형을 무너뜨린 것은 스토서였다. 스토서는 다섯 번째 게임에서 키릴렌코의 서브 게임을 포핸드 위너로 브레이크하면서 4-2로 달아났고 5-3으로 앞선 아홉 번째 게임에서 키릴렌코의 계속된 실책을 놓치지 않고 게임을 브레이크하면서 긴 승부를 마쳤다.

시드 못받은 선수들의 대결이었던 모니카 니쿨레스쿠(루마니아·68위)와 안젤리크 케르베르(독일·92위)의 대결에서는 케르베르가 2:0(6-4 6-3)으로 승리하며 생애 첫 그랜드슬램 8강에 진출했다. 경기를 직접 보지 않아서 잘 모르겠지만 케르베르가 힘에서 니쿨레스쿠를 압도하면서 케르베르의 샷이 들어가느냐 안 들어가느냐에 따라 경기가 좌우된 것 같다.

<Player of the Day>

2라운드에서 바브린카, 3라운드에서 첼라를 무너뜨린 와일드카드로 출전한 도날드 영(미국) ⓒ Andrew Ong/UST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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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너스 사진>

코트의 미녀 키릴렌코 ⓒ Don Starr/USTA

자비너 리지키 ⓒ Rob Loud/USTA

1라운드에서 라파엘 나달(스페인·2위)이 무명의 선수에게 크게 혼나더니 2라운드에서는 앤디 머리(영국·4위)가 로빈 하세(네덜란드·41위)에게 혼쭐이 나며 3:2(6-7(5) 2-6 6-2 6-0 6-4)의 진땀승을 거두었다. 시드 배정자들이 더러 탈락하기도 하였지만 톱랭커들과 미국 선수들이 4라운드에 진출하며 큰 이변은 일어나지 않았다.

경기가 잘 풀리지 않는 샤라포바 ⓒ Philip Hall/usopen.org

여자 3라운드 경기에서는 우승 후보 중의 하나로 꼽혔던 마리아 샤라포바(러시아·4위)가 플라비아 페네타(이탈리아·25위)에게 패하며 조기 탈락하는 이변이 일어났다. 실력을 떠나 흥행 면에서도 최고 인기 스타인 샤라포바의 탈락은 대회 관계자들은 물론 중계하는 사람들까지도 상당히 실망했을 것 같다.

<남자 2라운드>

나달은 윔블던에서 존 이스너와 사상 최장 시간 경기의 기록을 세웠던 니콜라 마위(프랑스·99위)를 만났다. 나달은 1라운드의 고전이 약이 된 덕분인지 훨씬 나아진 움직임을 보였는데, 강력한 톱스핀 스트로크를 앞세워 마위를 밀어붙여 두 세트 모두 6-2로 쉽게 이기며 앞서갔다. 3세트 첫 게임에서 마위는 갑자기 복근의 통증을 호소하며 경기를 기권했고, 나달은 손쉽게 3라운드에 진출하였다.

나달의 명품 포핸드 스트로크 ⓒ Philip Hall/usopen.org

머리는 경기 후 "이렇게 경기를 한다면 나는 집에 돌아가고 말 것이다" 고 말할 정도로 예상 밖의 고전을 했는데, 마치 두 명의 다른 사람이 경기를 한 듯한 앞의 두 세트와 뒤의 세 세트의 경기 내용은 천지차이였다. 1세트 타이브레이크에서 머리는 4-1로 앞서다 실책 4개를 포함하여 연속해서 다섯 포인트를 내 주며 충격의 역전패를 당하더니 2세트에서는 실책으로 스스로 무너지고 말았다. 궁지에 몰리니 정신을 차렸을까 머리는 3세트부터 달라진 모습을 보이며 경기를 뒤집었다.

집에 갈 뻔했던 머리 ⓒ Philip Hall/usopen.org

앤디 로딕(미국·21위)은 미국에서 개최되는 대회의 이점을 안고 와일드카드를 받아 출전하게 된 잭 삭(미국·555위)을 3:0(6-3 6-3 6-4)으로 이기고 3라운드에 진출했다. 아직 19세 생일도 지나지 않은 삭은 대선배인 로딕을 맞아 분전했지만 실수를 연발하며 경험을 쌓는데 만족해야 했다. 로딕은 최고 140mph(225km/h)의 광속 서브를 꽂아 넣으며 11개의 에이스를 기록했고, 서브를 넣은 뒤 70% 이상을 득점으로 연결하면서 경기를 쉽게 이겼다.

로딕은 3년만에 US오픈 4라운드에 진출했다 ⓒ Rob Loud/usopen.org

마위와 함께 장시간 경기 기록을 세웠고 로딕에 지지 않는 강서버인 존 이스너(미국·22위)도 역시 와일드카드로 출전한 로비 지네프리(미국·363위)를 3:0(6-4 6-3 6-4)으로 이겼다. 이스너는 20개의 서브 에이스를 기록하면서 지네프리를 압도하였는데, 서브 게임을 단 한 번도 빼앗기지 않으며 세트마다 한 번씩 나온 브레이크로 승리를 거두며 최근의 상승세를 이어갔다.

왠지 이번 대회의 다크호스가 될 것 같은 이스너 ⓒ Philip Hall/usopen.org

다비드 페레르(스페인·5위) 역시 제임스 블레이크(미국·63위)를 3:0(6-4 6-3 6-4)으로 제압했다. 페레르와 블레이크는 어느 한 쪽이 상대를 압도하지 못하는 거의 대등한 경기를 했지만 블레이크가 무려 51개의 실책을 저지르며 점수를 헌납하면서 페레르의 손쉬운 승리로 끝이 났다.

나달에 가려진 스페인 2인자 페레르 ⓒ Don Starr/usopen.org

아르헨티나 선수들의 선전도 눈에 띄었는데 후안 마르틴 델 포트로(18위)를 비롯하여 주니어 시절 페더러보다도 잘 나갔던 다비드 날반디안(76위)과 노장 후안 이그나시오 첼라(24위)가 승리했고, 질레스 시몬(프랑스·12위)과 펠리시아노 로페스(스페인·26위) 등이 역시 3라운드에 진출했다. 반면에 시드 배정자 중 스타니슬라스 바브링카(스위스·14위)와 위르겐 멜처(오스트리아·17위), 이반 류비치치(크로아티아·31위)가 2라운드에서 탈락하였다.

 

<여자 3라운드>

서리나 윌리엄스(미국·27위)는 부상 이후 아직 정상 궤도에 오르지 못했고 이제 나이가 부담스러워지는 시기가 되었고, 전년도 우승자 킴 클라이스테르스(벨기에·3위)는 출전하지 않았다. 부상 복귀 이후 아직 그랜드슬램 우승이 없는 샤라포바에게는 이번 대회가 화려한 부활의 마침표를 찍을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

샤라포바를 이긴 페네타 ⓒ Philip Hall/usopen.org

그러나 샤라포바는 그동안 큰 두각을 나타내지 못했던 노장 페네타를 상대하여 화려한 실책쇼를 벌이며 2-1(6–3 3–6 6–4)로 패했다. 1세트에서 서브에 심각한 난조를 보인 샤라포바는 더블 폴트와 실책으로 두 번의 브레이크를 당하며 힘없이 무너지는가 싶더니 연달아 두 번의 브레이크를 하면서 동점으로 갈 절호의 찬스를 잡았다. 그러나 실책과 더블 폴트로 서브 게임을 내주며 추격 의지가 꺾이고 말았다. 2세트에서 여전히 샤라포바가 자신의 점수는 물론 페네타의 점수까지도 올릴 정도로 불안정한 경기를 했지만 집중력이 살아나면서 1세트와는 반대로 샤라포바가 세트를 따내고 3세트를 맞이했다. 페네타는 먼저 세 게임을 따내며 3-0을 만들었지만 4-1에서 연속으로 세 게임을 내주며 동점을 허용하였다. 그러나 페네타가 서브 게임을 지키며 5-4로 만든 반면, 샤라포바는 연속하여 더블 폴트로 0-30으로 몰린 후 페네타에게 백핸드와 포핸드 위너를 얻어맞고 무릎을 꿇었다. 이 경기에서 샤라포바의 더블 폴트는 12개, 실책은 60개에 달했다.

서브를 넣는 즈보나레바 ⓒ Philip Hall/usopen.org

샤라포바와 같은 러시아 출신의 베라 즈보나레바(2위)와 마리아 키릴렌코(29위)는 2:0의 승리를 거두면서 4라운드에 진출했다. 그랜드슬램과는 인연을 맺지 못하고 있는 즈보나레바 역시 이번 대회가 무관의 한을 풀 좋은 기회가 되었는데, 아나벨 메디나 가리게스(스페인·33위)를 맞아 2:0(6-4 7-5)으로 승리하며 4라운드에 진출하여 자비너 리지키(독일·22위)와 맞붙게 되었다. 더운 날씨 탓이었을까 두 선수 모두 서브 난조를 보이기도 했고 임팩트 없이 경기가 다소 지루했는데 팽팽한 순간에서 즈보나레바가 가리게스의 서브 게임을 빼앗으며 승리를 가져갔다.

기계같은 느낌을 주는 스토서 ⓒ Don Starr/usopen.org

호주의 희망 사만다 스토서(10위, 호주를 비롯한 영미권에서는 애칭인 샘 스토서라고 부른다)는 러시아의 나디아 페트로바(25위)와 매 세트 접전을 치르며 2:1(7-6(5) 6-7(5) 7-5)로 3시간이 넘는 대혈전에서 승리했다. 2세트에서 타이브레이크 끝에 기사회생한 페트로바는 3세트 초반 상승세를 이어가며 3-1로 앞서갔다. 그러나 스토서는 페트로바가 서브를 넣는 여덟 번째 게임을 듀스 끝에 브레이크하면서 4-4 동점을 만들었고, 6-5로 앞선 마지막 게임을 페트로바의 연속 실책에 힘입어 승리하면서 4라운드 진출권을 손에 넣었다. 올해는 물론 작년 프랑스오픈 준우승 이후 그랜드슬램에서 4라운드 이상 올라간 적이 없었던 스토서는 모처럼 좋은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강서버 리지키 ⓒ Andrew Ong/usopen.org

비너스의 기권으로 인한 부전승으로 쉽게 3라운드에 올라온 리지키는 이리나 팔코니(미국·79위)에게 52분만에 2:0(6-0 6-1)의 완승을 거두었다. 리지키는 서브 성공률의 난조에도 불구하고 남자 선수 수준의 강한 서브로 팔코니를 압박하였고, 약점인 수비에서 팔코니의 서브를 강한 리턴으로 반격하여 점수를 내면서 정신없이 몰아붙이며 역시 4라운드에 진출했다. 중국의 펑슈웨이(14위)는 독일의 줄리아 괴르게스(19위)를 2:0(6-4 7-6(1))로 이기면서 유일한 아시아 선수의 자존심을 지켰다.

 

<Player of the Day>

페네타가 "오늘의 선수"로 선정되었다 ⓒ Philip Hall/usopen.org

그리고 페네타를 오늘의 선수로 만들어 준 샤라포바 ⓒ Philip Hall/usopen.org

여자 선수들은 1라운드를 통과한 마치고 2라운드에 돌입하였고, 지난 이틀 동안 경기가 없었던 32명의 남자 선수들은 1라운드 경기를 가졌다. 상위권 선수끼리 초반에 맞붙어 탈락하는 사태를 예방하고자 상위 32명의 선수에게 시드를 배정하여 최소 3라운드까지는 맞대결을 피하도록 대진표를 편성하지만 꼭 생각지도 않았던 선수들에게 혹은 잠시 랭킹이 떨어져 시드를 받지 못한 선수들에게 덜미를 잡혀 조기 탈락하는 선수들이 어김없이 발생했다.

6번 시드를 배정받았던 로빈 소더링(스웨덴·6위)이 허리부상으로 대회 직전 불참을 통보하면서 운좋게도 호게리오 다 실바(브라질·111위)에게 자리가 주어졌다. 다 실바는 1라운드를 통과하면서 최소한의 체면치레는 하였는데 어느 정도까지 갈 지는 알 수 없다.

대회 3일째 (8월 31일, 현지 시간 기준)

<남자부>

이미 대부분의 선수들이 1라운드를 경기를 치른 뒤라 두 명의 앤디, 머리와 로딕에게 관심이 집중되는 가운데, 2년 전 우승을 차지했던 후안 마르틴 델 포트로(아르헨티나, 19위) 정도에 눈길이 가는 정도였다.

올해 노박 조코비치를 이긴 단 두 명의 선수 중의 하나인 앤디 머리(영국·4위)는 인도의 솜데브 데바르만을 맞아 첫 경기를 가졌다. 데바르만은 세계랭킹이 64위로 머리와는 꽤 차이가 나지만 첫 세트에서 선전하면서 머리를 압박했다. 머리는 자신의 서브게임을 내주며 끌려갔지만 1-3에서 4-3으로 역전시키며 분위기를 가져왔다. 그러나 데바르만은 쉽게 물러나지 않고 서브게임을 지키며 6-6까지 끈질기게 따라갔고 타이브레이크에 돌입하였다. 초반에 실책으로 경기를 어렵게 풀어갔던 머리는 승부처에서 긴장을 잃지 않고 적시에 브레이크를 하면서 리드를 잡았고 첫 세트를 가져갔다. 그리고 기세가 꺾인 데바르만을 몰아붙여 이어진 두 세트를 어렵지 않게 이기며 두 시간 반 가까이 걸린 경기를 3:0(7-6 6-2 6-3)으로 승리했다.

이틀이나 라이벌들의 경기를 지켜보았던 앤디 머리가 드디어 첫 경기를 가졌다 ⓒ Nick Laham/Getty Images

대회가 열리는 미국의 간판 스타인 앤디 로딕(21위)은 최근 계속되는 부진으로 랭킹은 많이 하락하였지만 강서브를 앞세워 역시 미국의 마이클 러셀(96위)을 누르고 2라운드에 진출했다. 로딕은 두 세트를 쉽게 이긴 후 3세트에서 러셀의 거센 저항에 세트를 내주며 4세트까지 가면서 3:1(승리를 거두었다. 서브와 포어핸드 스트로크 외에는 상위 랭커들과의 경기에서 경쟁력을 가질 수 없는 것이 로딕의 한계이기는 하지만 유일하게 그랜드슬램 타이틀을 차지한 대회가 US오픈이었다는 점이 그에게는 좋은 기억이 아닐까 싶다. 그러나 이제는 서브마저도 예전만큼 빠르고 날카롭지 않아서 문제다.

로딕은 올해의 부진을 씻을 수 있을지 ⓒ Nick Laham/Getty Images

최근 US오픈 시리즈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며 랭킹을 끌어올려 시드 배정까지 받은 존 이스너(미국·22위)는 난적 마르코스 바그다티스(사이프러스·59위)를 3:1(7-6 7-6 2-6 6-4)로 이기고 2라운드에 진출했다. 이스너는 최고 141mph(227km/h)의 강서브를 앞세워 코트에 폭격을 가했는데 바그다티스가 끈질긴 선수이기도 하지만 실책을 남발하면서 어려운 승부를 했다. 그러나 이스너는 두 번의 타이브레이크, 특히 2세트에서는 13-11로 세트를 가져오면서 경기를 승리로 이끌 수 있었다. 2006년 세계랭킹 8위까지 올라갔던 바그다티스지만 부상과 부진이 이어지면서 최근에는 헤매고 있는 모습. 팬서비스도 좋고 애국심도 있어서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선수인데 아쉽다.

한창 물오른 기량의 이스너 ⓒ Chris Trotman/Getty Images

역시 전 우승자인 델 포트로는 이탈리아의 필리포 볼란디(85위)를 3:0(6-3 6-1 6-1)으로 1시간 28분만에 쉽게 이겼다. 서브부터 공격과 수비 모두 델 포트로의 일방적인 우위여서 다소 싱거웠던 경기였다. 상대가 약했기에 델 포트로에 대한 평가는 이른 것 같은데, 조금 더 지켜볼 필요가 있다. 스페인의 니콜라스 알마그로(10위)는 시드 배정 후 출전 포기를 선언한 소더링을 제외하고는 이 날 탈락한 유일한 남자 단식 시드 배정자였다.

델 포트로는 2년 전 영광을 재현할 수 있을지 ⓒ Chris Trotman/Getty Images

 

<여자부>

2라운드 첫날 경기에서 시드 배정자들 중 마리온 바르톨리(프랑스·9위), 아그네스카 라드반스카(폴란드·13위), 도미니카 치불코바(불가리아·15위)와 야니나 위크마이어(벨기에·21위)가 탈락했고, 자비너 리지키(독일·18위)와 파워넘치는 서브 대결을 벌일 것으로 기대했던 비너스가 기권하면서 리지키는 손쉽게 3라운드에 진출하는 행운을 잡았다.

첫 경기에서 불안한 모습을 보였던 마리아 샤라포바(러시아·5위)는 한층 나아진 모습으로 가볍게 3라운드에 진출했다. 아나스타샤 야키모바(벨라루스·84위)를 상대한 샤라포바는 서브가 잘 들어가면서 경기를 쉽게 풀어갔는데 공격적으로 나서면서 실책이 많아진 것이 조금 아쉬웠다. 샤라포바를 상대하기에는 야키모바(야키소바가 아님)의 실력이 많이 부족해서 재미없었다. 2:0(6-1 6-1)의 샤라포바의 완승. 샤라포바의 경기는 그 날 컨디션이 어떠냐에 따라서 너무 달라져 복불복 수준이다.

이제 20대 중반이 된 샤라포바는 경기력이 안정될 때도 되었는데.. ⓒ Nick Laham/Getty Images

실력에 비해 저평가되고 유명하지 않은 베라 즈보나레바(러시아·2위)는 카테리나 본다렌코(우크라이나·69위)와 접전을 벌여 2:1(7-5 3-6 6-3)으로 이겨 3라운드에 진출했다. 실력에 비해 스타성이 부족한 것이 즈보나레바의 아쉬운 점이기도 한데 어느 정도는 타고나는 것도 있고 주변에서 어떻게 포장을 해주느냐가 중요한 것 같다. 즈보나레바는 1세트에서 본다렌코와 브레이크를 한 번씩 주고 받으며 팽팽한 접전을 벌였는데 5-5에서 포핸드 위너로 상대 서브게임을 가져오고 마지막 게임을 잘 지키며 7-5로 마무리했다. 그러나 3-2로 앞서던 2세트를 3-6으로 역전당하며 위기를 맞았는데, 3세트 4-3으로 앞선 상황에서 본다렌코의 서브를 다시 브레이크하면서 승기를 굳혀 2시간 6분의 경기를 승리로 마무리했다.

그동안 보잘 것 없는 이 리뷰에서도 소외되었던 베라 즈보나레바 ⓒ Nick Laham/Getty Images

사만다 스토서(호주·10위), 마리아 키릴렌코(러시아·29위) 등이 승리를 거두며 3라운드에 진출했고 중국의 펑슈아이(14위) 역시 츠베타나 피론코바(불가리아·50위)를 이기고 3라운드에 나가면서 리나는 떨어졌지만 "베이징 키즈" 의 위력을 보여주고 있다.

호주의 희망 사만다 스토서 ⓒ Chris Trotman/Getty Imag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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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너스 사진>

남자 테니스의 아내(혹은 애인)들 중에서 꽤 유명한 로딕의 아내 브루클린 데커 ⓒ Nick Laham/Getty Images

개인적으로 관심은 없지만 혹시 궁금해하는 사람들이 있을까 싶어서..

테니스 선수들이라면 누구나 꿈꾸는 윔블던 챔피언쉽이 오늘부터 시작한다. 가장 전통있고 최고의 권위를 자랑하는 대회답게 올해는 125회째인데 역시 누가 최고의 자리에 오를 것인지 관심이 모아진다. 작년도 남자 단식 우승자는 세계랭킹 1위의 라파엘 나달(스페인), 여자 단식 우승자는 서리나 윌리엄스(미국)인데 '고기도 먹어본 사람이 맛을 안다' 고 이들이 수성을 할 지 쟁쟁한 도전자들이 그 자리를 빼앗을지 치열한 대결이 기다리고 있다.

 

라파엘 나달이 2010년 윔블던 우승 후 트로피를 들어올리는 모습 © AELTC / M. Hangst

나달은 윔블던에서 두 차례 우승을 차지한 적이 있다. 윔블던의 명승부 중의 하나로 꼽히는 2008년 로저 페더러와의 결승에서 풀세트 접전 끝에 승리하면서 첫 우승을 차지하였고, 지난 해에는 경쟁자들이 알아서 떨어지면서 조금은 편하게 우승을 차지할 수 있었다. 클레이 코트에서는 절대 강자로 군림하던 나달이었지만 윔블던 우승은 클레이 코트가 아닌 장소에서 처음 차지한 그랜드 슬램이었다. 이 우승은 나달이 페더러의 시대의 막을 내리고 새로운 최강자로서 군림하게 된 결정적 계기가 되었다.

 

서리나 윌리엄스가 2010년 윔블던 우승 후 쟁반을 들고 있다  © AELTC / M. Hangst

서리나는 윔블던을 네 차례나 우승한 전력이 있는 절대 강자다. 작년 윔블던 우승 이후 고질적인 왼쪽 발목 부상 이외에도 혈종과 폐 색전증 등으로 1년을 쉬고 이제 다시 코트로 복귀했다. 세계 랭킹은 1위에서 급추락하여 현재 25위까지 내려갔는데 이번에 윔블던에서 우승을 차지하지 못하면 100위권 바깥으로 밀려날 지도 모르는 상황이다. 윔블던 직전인 이스트번에서 열린 토너먼트에서는 2회전에서 랭킹 3위이자 2번 시드를 받고 윔블던에 참가한 베라 즈보나레바와 풀세트 접전을 벌이며 아쉽게 패하는 등 기량이 많이 회복된 모습이어서 큰 경기에 강한 그녀 역시 강력한 우승 후보라고 할 수 있다. 비록 랭킹은 25위까지 내려갔지만 전년도 우승자라는 배려 속에 7번 시드를 받아 대진운이 크게 나쁘지는 않다.

 

2011 윔블던 프레스센터에서 로저 페더러 © AELTC / N. Tingle

이들의 아성에 도전하는 자는 누가 있을까. 썩어도 준치라는 것을 보여주고 있는 페더러는 여전히 나달의 가장 강력한 맞수이다. 페더러는 나달과 윔블던에서 두 번 맞붙어 1승 1패를 기록하였는데, 윔블던에서 6번 우승한 관록은 무시할 수 없다. 작년에는 토마스 베르디흐(체코)에게 8강에서 패하며 7년 연속 윔블던 결승 진출 기록이 중단되었지만, 윔블던에서 가장 화려한 성적을 낸 선수인 그의 관록을 무시할 수 없다. 서브와 스트로크의 정확도가 떨어지면서 노쇠하였다는 평이 지배적이지만 프랑스오픈에서도 조코비치의 연승 행진을 중단시키는 등 여전히 떨어지지 않는 클래스를 자랑하고 있다.

 

2011 윔블던 프레스센터에서 노박 조코비치 © AELTC / N. Tingle

올 시즌 41승 1패의 경이적인 기록을 자랑하고 있는 노박 조코비치(세르비아) 역시 강력한 우승 후보 중의 하나다. 최근 나달과의 상대에서도 4연승을 달리고 있고, 랭킹 포인트에서도 단 55점 차이로 나달을 뒤쫓고 있어 나달이 우승을 차지하더라도 조코비치는 결승에만 오르더라도 나달을 제치고 세계랭킹 1위로 올라설 수 있다. 조코비치는 메이저 대회 중에서 윔블던에서 가장 낮은 승률(76.92%)을 기록하고 있고, 최고 성적도 준결승 진출(2007, 2010)에 그치고 있기는 하지만 시즌 초반의 상승세가 폭발할 경우 나달을 위협할 가장 위험한 선수가 될 것이다. 나달로서는 페더러와 조코비치가 준결승에서 맞붙을 수밖에 없는 대진이 행운일 수도 있다.

 

2011 윔블던 프레스센터에서 앤디 머레이 © AELTC / N. Tingle

세계랭킹 4위 앤디 머레이(영국) 역시 홈 그라운드의 이점을 안고 나달을 위협할 선수다. 스코틀랜드 출신의 머레이는 영국인들에게 계속되는 자국 선수들의 메이저 대회 무관의 아픔을 씻어줄 선수로 꼽히고 있다. 다혈질의 성격에 가다듬어지지 않은 플레이가 아직은 완성 단계에 오른 선수는 아니지만, 천재의 기질은 가지고 있다. 윔블던에서 나달과 두 번 상대하여 모두 패했고, 프랑스오픈 준결승에서도 패하는 등 역대 전적에서도 크게 밀리고 있지만, 머레이의 강력한 서브와 스트로크는 잔디 코트에서 빛을 발할 수도 있다. 나달과는 준결승에서 붙는 대진인데 광서버 앤디 로딕을 제외하면 4강까지는 무난할 것으로 보인다.

 

여자 단식에서는 남자들과는 달리 뚜렷한 강자가 없는 덕분에 딱히 누구를 꼽기 애매한 혼전이 예상되는데 세계랭킹 1위 캐롤라인 워즈니아키(덴마크)와 2004년 윔블던에서 신데렐라로 떠올랐던 마리아 샤라포바(러시아), 프랑스오픈 우승의 상승세를 탄 중국의 리나, 이스트번에서 서리나를 꺾었던 즈보나레바 등이 서리나의 연패를 저지할 가능성이 있는 선수들로 보인다. 세계랭킹 4위 빅토리아 아자렌카(벨라루스)와 서리나의 언니 비너스 윌리엄스(미국) 역시 우승이 가능한 선수들이다.

 

2011 윔블던 프레스센터에서 캐롤라인 워즈니아키 © AELTC / N. Tingle

워즈니아키는 세계랭킹 1위이지만 아직 메이저 대회 우승이 없다는 치명적인 단점을 극복해야 하는 것이 부담이 될 수 있다. 윔블던에서는 4라운드 진출이 최고 성적이었을 정도로 늘 부진했는데 이번 대회에서는 톱시드를 받아 대진운이 좋은 편이라 기대를 해볼만 하다. 이변이 없다면 8강까지는 무난해보이는데 샤라포바와, 준결승에서 서리나 혹은 리나와 붙을 가능성이 크다.

 

2011 윔블던 프레스센터에서 마리아 샤라포바 © AELTC / N. Tingle

부상에서 회복하면서 세계랭킹을 6위까지 끌어올린 샤라포바는 최근 4년간 윔블던에서 4라운드 이상 진출하지 못했지만, 윔블던에서 우승을 하면서 테니스계에 충격을 안겨주었던 적이 있다. 그 좋은 기억을 되살린다면 이번 대회에서도 충분히 그 영광을 재현할 수 있을 것 같다. 전성기의 기량을 많이 회복하여 선전이 기대되는데 호주의 사만다 스토서와 4라운드에서 워즈니아키에서 8강에서 붙을 가능성이 큰 대진은 그다지 좋지만은 않다.

 

2011 윔블던 프레스센터에서 리나 © AELTC / N. Tingle

프랑스오픈 우승 직후 윔블던을 목표로 하겠다는 야심을 밝힌 리나는 대진이 나쁘지 않아 8강에서 서리나를 만날 가능성이 크다. 최근 회복세에 있다지만 전성기보다 폼이 떨어진 아나 이바노비치(세르비아)나 아그네스카 라드반스카(폴란드)가 크게 위협을 하지는 못할 것 같고, 오히려 3라운드에서 만날 수 있는 같은 중국 선수인 정지에가 가장 위협적인 존재가 아닐까 싶다.

아자렌카는 대진이 좋은 편이라 쉽게 4강에 갈 가능성이 크고, 작년 준우승자인 즈보나레바는 비너스 윌리엄스와 옐레나 얀코비치 정도만 잘 넘기면 역시 4강은 무난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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