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타니소뵤

일단 이 곳이 어디인지 감을 잡아야 하는 것이 과제다. 길을 잘 잃어버리는 특기를 가지고 있고, 두 달 전에 교토에 와서 치온인과 헤이안진구 등에 다녀오면서 교토 시내를 돌아다니기는 했지만 여전히 교토 시내의 지리는 잘 모르는데다, 방향이나 거리감 모두 어설픈지라 혹시라도 길을 잘못 든다면 어떻게 될 지 걱정이 되는 것도 사실이었다. 오후 9시 즈음에 교토역에서 열차를 타면 자정 이전에 킨테츠나고야역까지 갈 수 있기는 한데, 그러면 나고야 도착이 너무 늦으니 그보다는 두세 시간은 먼저 출발하려면 시간이 많이 남지 않아서 시간이 지날수록 조금씩 부담스럽게 느껴졌다.


비로 인해 토사가 쓸려나갔는지 이런 출입금지 표시가 있는데, 이런 안내를 아주 잘 따르는 말 잘 듣는 사람이어서 당연히 들어가지 않았다. 들어오지 말라는데 들어가는 사람들이 이상하지 않은가.. 주변에 자주 일어나는 사고 역시 평소에 하라는 것을 제대로 안 하고, 하지 말라는 것을 하다가 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일본이라고 항상 원칙을 준수하는 것은 아니지만 한국보다는 많은 부분에서 나은 것은 사실이라 조금 안타깝다.


이 곳에도 리니어신칸센(츄오신칸센)을 교토에 유치하고자 하는 사람들이 포스터를 붙여놓았다. 그러나 이 새로운 자기부상철도는 교토를 피해서 가는 것으로 결론이 났다. 그럼에도 아직 나고야-오사카 구간은 아직 착공조차 하지 않아 개통까지는 시간이 많이 남아서인지 결정을 번복하기 위한 교토의 상공인들이 애를 쓰고 있는 모양이다. 지금도 토카이도신칸센 노조미라면 토쿄에서 두 시간 남짓이면 오는데 굳이 그렇게까지 해야 하는가 싶은 생각이 든다. 츄오신칸센 개통 이후 50년 이상 휴식 없이 계속 운행해온 토카이도신칸센의 대대적인 정비 및 보수를 위하여 장기간 운행 중지를 계획하고 있다는 이야기가 있다. 확실히 결정난 것은 아니지만 1차 개통구간인 시나가와-나고야 구간이므로, 나고야 이서 지역인 교토, 오사카까지는 나고야부터 특급열차로 오사카까지 수송할 가능성이 있다고 한다. 나고야 서쪽의 구간은 현재 계획만 발표되었지 2045년에 개통 예정이라고 하니 아직 30년 가까이 남았다. 그 때까지 살아있을 지도 모르겠네 뭐..


그런데 뭔가 눈에 띄는 것이 있어서 보니 불상이 있다. 크고 아름다워요. 웅장한 느낌이다.


안에 들어가면 입장료를 내야해서 그냥 밖에서 사진을 찍었다. 매표소의 직원이 보고 있어서 그냥 대충 한 장 찍고 말았다. 평소 종교에 별다른 관심이 없는데다 절과 신사를 자주 다니다보니 별로 특별한 것도 못 느끼겠고, 입장료는 300엔이지만 시간이 여유있는 것도 아니고 들어가도 저 불상 말고는 특별히 볼 것이 없을 것 같아서 그냥 발길을 돌렸다. 역사와 문화재 구경을 좋아하기는 하지만, 그렇다고 그것으로 밥먹고 사는 사람도 아니기도 해서 생소한 것은 그냥 건너뛰기도 한다.


저 관음상은 료젠칸논(霊山観音), 한국식으로는 영산관음이라고 한다. 이제 지겨울 정도로 반복하지만 종교에 대한 지식이나 이해가 부족해서 딱히 덧붙일 말도 없지만, 적어도 저 불상이 누구인지는 알려야 할 것 같아서. 홈페이지 주소는 http://www.ryozen-kwannon.jp 라고 한다. 료젠칸논인데 사이트 이름은 료젠-콴논으로 되어 있는 것이 이상하네..

스펙을 적어보자면,

높이:24m

얼굴:6m

눈썹:1m 10cm

눈:1m

코:1m 6cm

입:90cm

총중량:500t


어마어마하다.


저 그림을 보는 순간 달심이 떠올랐다. 죄송합니다.. ㅋ


뒤를 돌아보니 멀리 키요미즈데라가 보인다.


료젠칸논을 마지막으로 북쪽으로 방향을 바꿔야겠다고 생각했는데, 지금까지 계속 북쪽으로 가고 있었다는 사실을 뒤늦게 깨닫게 된다. 길치의 비애.. ㅠㅠ

그렇다고 당황하지는 않는다. 흔히 겪는 일이라서 아무렇지도 않다.


코다이지(高台寺) 종루


료젠칸논에서 북쪽으로 가면 코다이지가 있다. 이 절의 정식명칭은 코다이쥬쇼젠지(高台寿聖禅寺)로 토요토미 히데요시 사후 그의 부인이었던 키타노만도코로 네네(寧々)가 출가하여 코다이인코게츠니(高台院湖月尼)라는 칭호를 받고, 이 절에서 지내면서 가문의 영속을 기원하였다고 한다. 결국 토요토미 가문은 멸문하고 말았지만.. 교토의 유명한 절이 한두 곳이 아니라 주목받지 못하고 자주 거론되는 장소는 아니지만 중요문화재 여럿이 보존된 곳이라 들어가고 싶지만, 어느덧 오후 3시가 넘어가고 있어서 발길을 돌렸다. 코다이지는 히가시야마토로(야간에 등불을 밝히는 행사)의 지역이기도 한데, 갈 곳은 많으니 아쉽지만 다음을 기약하는 수밖에. 이래놓고 가지 않을 가능성도 상당히 높다... 

다음에 교토에 초청해주시면 제가 코다이지 방문하여 여기저기 둘러보면서 세세한 여행기를 쓰도록 하겠습니다..


사진을 찍는데 방해가 되는 차들이 있는데 주차장이라고 표시를 해두었으니 어쩔 수 없다.


코다이지

시간이 없어서지 돈이 없어서 들어가지 않은 것은 아니다..


두꺼운 겨울용 외투와 점퍼를 입어야하는 한국에 비해서는 따뜻해서 사람들의 옷차림이 가벼워 보인다.


이 사진을 보니 겨울에 한 번 와서 보고 싶은데, 어디에서 사진을 찍어야 저런 구도가 나올지 궁금해졌다.


네네노미치(ねねの道)로 가기 위해 내려갔다.

네네(寧寧)는 위에서 잠시 등장했던 히데요시의 정실 키타노만도코로의 본명인데, 히데요시 사후 네네는 19년을 코다이지에서 보내고 세상을 떠났다고 한다. 그 이름을 따서 이 길을 네네노미치라고 명명했다고.



뭔가 특이한 탑이 하나 있는데..


특이하네..

나중에 찾아보니 다이운인(大雲院)이라는 절이고, 저 높은 누각은 기온카쿠(祇園閣)라는 누각이라고 한다.

 

하수도 맨홀 뚜껑의 무늬도 특이하다.

벚꽃과 단풍인가..


교토에 흔한 인력거

저걸 타면 편하기는 할텐데 혼자 타면 재미없을 것 같다.
그래서 안 탐..


여기는 키모노렌탈가게인 것 같다. 해당사항 없는 곳이므로 패스.


더 깊이 들어가면 다시 나와서 돌아가는 시간이 오래 걸릴 것 같아서 적당히 멈추고 왼쪽을 살짝 보다가 뭔가 절 같은 것이 보이는 곳으로 방향을 바꾸어 가본다. 계속 가다가는 길을 잃어버리고 헤맬 것 같은 불길한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그래서 더이상의 무모한 도전은 하지 않기로 했다.


오타니소뵤

이미 방향감각을 상실한 채 어느 절 같은 장소에 도착했다. 이 곳이 정확히 어디였는지 기억이 잘 안 나서, 동선을 보았을 때 소린지(雙林寺)라는 곳이 아니었던가 싶었는데, 구글에서 찾아보다가 겨우 비슷한 사진을 하나 찾아서 여기저기 찾아보니 오타니소뵤(大谷祖廟)라는 곳이다. 이 곳은 히가시혼간지에서 운영하는 납골당과 같은 장소인 것 같다. 그러고보니 처음에 키요미즈데라에 가기 전에 들렀던 곳이 오타니혼뵤라는 곳이었다는 생각이 났다.


혹시 몰라서 잠시 들어가보기는 했는데 예상대로 납골당 같은 곳. 이런 곳에는 용무가 없으니 들어가다가 발길을 돌렸다. 이제 엔잔공원쪽으로 갔다가 슬슬 호텔로 돌아가 짐을 챙겨 나고야로 떠날 차비를 해야할 것 같다. 지난 이틀 동안 너무 일에 매달려 있던 탓에 교토 구경을 제대로 하지 못한 아쉬움이 진하게 느껴졌다.


네네노미치(ねねの道)의 구글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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