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 한 번 왔던 키요미즈데라의 재방문 목적은 아래 사진(출처 : 위키피디아)에 있다.

예전에 키요미즈데라의 본당을 이런 각도에서 사진을 찍고 싶었는데, 해가 일찍 지는 겨울이었던 탓에 입장할 때부터 이미 해가 지고 있었고, 올라가니 어둠이 내려앉기 시작할 무렵이기도 했거니와, 경내를 오가는 관람객들이 많아 지나가면서 셔터 한 번 누르고 말았는데, 흔들림도 있고 어두워서 낮에 다시 와야겠다 생각했는데, 6년 반이나 걸렸다. 


교토를 대표하는 관광지이자 랜드마크이고, 또 토요일이니 사람들이 많다. 이미 예상하고 있던 바라서 놀랍지는 않지만, 사람들이 많으면 귀찮은 것은 사실이다. 그러면서 사람들이 많이 찾는 곳을 굳이 찾게 되니 이거 참 알 수 없다.


올라가다보니 즈이구도(髄求道)라고 불리는 곳이 있다. 외국인은 별로 없는 듯하고 일본인들이 여기에 와서 봉납을 하고 소원을 빌거나 기도를 하는 것 같은데, 정확히는 잘 모르겠다.


즈이구도의 맞은편에는 종루가 있다. 케이쵸(慶長) 12년(1607년)에 재건되어 헤이세이(平成) 11년(1999년)에 모모야마(桃山) 양식으로 채색을 다시 했다고 하며, 중요문화재로 지정되어 있다고 키요미즈데라 홈페이지에 적혀 있다. 모모야마 양식이 무엇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그 옆에는 삼층탑이 있다. 아마 본당 다음으로 관심을 모으는 건물일 것 같은데, 키요미즈데라는 맨 위 사진 속의 본당이 가지는 의미가 크기 때문에 안타깝지만 그냥 지나치기로 한다.


카메라가 8년 전에 살 때는 꽤 괜찮은 녀석이었는데 좀 연식이 되어서 그런지 사진을 찍어놓으면 그다지 만족스럽지가 않다. 찍는 사람의 능력 부족도 중요한 원인이라고 생각하지만..


즈이구도에 다시 가보았지만, 뭐 별 흥미있는 것은 없는 것 같다.


사람들이 많은데 종종 한국어도 들리고, 알아들을 수 없지만 중국어 같은 말이 계속 들린다. 일본인들은 가족, 연인이나 친구들끼리 온 것 같은데, 외국인의 수가 더 많은 것 같다. 혼자 온 사람은 거의 보이지 않아서 조금 쓸쓸한 기분이 든다.


안으로 들어가기 위해서 매표소로 가는데 토도로키몬(轟門)을 해체수리한다고 이렇게 둘러 싸놓았다. 본당에는 들어갈 수 있다고 하지만, 이렇게 가림막을 쳐놓았으니 사진을 찍어도 아무런 의미가 없으니 들어갈 필요가 없어졌다. '가는 날이 장날' 이라는 말이 이럴 때 쓰는 것인가 보다.


예전에 입장료는 300엔이었던 것 같은데, 그동안 물가 인상도 있었을 것이고, 소비세도 올라서인지 400엔이란다. 굳이 들어갈 생각은 없어서 그냥 사진 한 장 찍고 돌아서 나왔다.


나오면서 졸지에 주연이 되어버린 삼층탑 사진을 하나 더 찍고 왔던 길로 다시 나간다.


나가고 있음.

혹시나 해서 출구 쪽으로 살짝 가서 사진을 찍을 수 있는지 살펴보았는데 가림막투성이인 것은 마찬가지라서 가볍게 포기하고 돌아서 나왔다.


관광객들로 북적이는 상점가.

왔던 길인 마츠바라도리(松原通り)를 따라 내려간다. 키요미즈만쥬라는 것이 있는데, 개인차가 있겠지만 단 음식은 잘 먹지 않아서 화과자는 그다지 즐기지 않는 편이다. 일본식 과자라고 이해하면 될 화과자(和菓子)는 모치, 만쥬가 대표적인데, 차와 함께 먹는 음식이라 단 맛이 특징이다. 일본 음식의 단맛은 한국 음식에서 느껴지는 단맛과는 또 달라서 재작년에 히로시마의 모미지만쥬와, 오카야마의 키비당고를 사서 집에 가져간 적이 있는데, 단맛이 강해서 가족들도 별로 좋아하지 않아서 그 뒤로는 과자류는 잘 사지 않고, 가끔 어머니로부터 직장 동료들에게 줄 선물로 로이스 초콜릿이나 사오라는 부탁이 있을 때 공항에서 초콜릿 몇 상자만 사가는 편이다.

9년 전 일본에 처음 왔을 때는 원화 가치가 높아서 100엔에 700원 중후반대였고, 소비세도 5%라서 물가가 싼 편이어서 편의점에서 이것저것 군것질거리를 사고, 관광지에서 기념품을 사도 큰 돈을 쓴다는 느낌이 없었는데, 엔화 가치가 오르면서 확실히 소비에 있어서 주저함이 생기고, 꼭 필요한 것만 사게 된다.


일본제라는 접시와 그릇이 있는데, 그릇은 깨질 수 있으니 선물로 가져가기 번거롭고 받는 사람의 취향도 생각해야해서 그냥 넘어간다.

그릇을 잘 모르는 사람도 딱 보자마자 탐이 나는 다기는 무려 4백만원이 넘는다.


세상에.. 접시 하나 팔면 일본에서 6개월은 나름대로 잘 먹고 잘 쓰면서 지낼 수 있는 돈이 나올만한 가격이다.
그래도 사는 사람이 있으니 이렇게 팔고 있는 것이 아닐까.


좁은 길이 북적북적하다.

마츠바라도리를 따라서 가다보면 산넨자카(三年坂), 니넨자카(二年坂) 방면으로 향하는 길과 고조자카(五条坂)로 내려가는 길로 갈 수 있는 갈림길이 나오는데 산넨자카와 니넨자카 방면으로는 조금 후에 가보기로 하고, 일단 밑으로 내려가보기로 한다. 8년 전에 왔을 때는 그냥 나가타를 따라다니기 바빠서 여기저기 살필 여유도 없었기에 이 곳에 왔는지 기억이 잘 안 난다. 


계속 돌아다녔더니 목이 마르고, 점심을 먹어야 하니 일단 내려가기로 한다. 아무래도 키요미즈데라 가까운 곳은 관광객들이 많아서 기다려야 할 것 같고 사람이 많아서 여유있게 밥을 먹기 어려울 것 같으니 일단 큰 길로 나가서 시원한 녹차를 사고 조용한 음식점을 찾아보기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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