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철도여행


열차를 좋아하기는 하지만 열차 사진만 찍는 것은 좋아하지 않고, 풍경이 좋은 장소의 사진, 그냥 눈에 띄는 사물이나 장소가 우선인데 계속 열차를 타고 있으니 열차 사진만 줄창 찍게 된다.


코고타역에 내리자마자 곧 센다이행 열차가 들어왔다. 열차 출발 시각까지는 시간이 20분 가까이 남았는데 미리 입선하여 대기하는 것 같다. 토호쿠본선에서 보통열차는 한 열차로 계속 달리는 것이 아니고 모리오카-이치노세키, 이치노세키-센다이, 센다이-후쿠시마, 후쿠시마-쿠로이소와 같이 1시간 전후 걸리는 구간을 운행하고 , 구간별로 열차를 계속해서 갈아타면서 가야 한다. 승차인원이 많은 시간대에는 이치노세키에서 센다이까지 한 번에 가는 열차가 있지만, 낮 시간에는 이 구간을 이치노세키-코고타, 코고타-센다이로 나누어 운행을 하기에 이 열차를 타고 센다이에 내려서 다시 후쿠시마행 열차로 갈아타야 한다. 2011년에 일어난 후쿠시마원자력발전소 사고로 인해 여전히 방사능 위험이 있기는 하지만, 후쿠시마역은 후쿠시마원전사고가 일어난 후쿠시마 제1원자력발전소와는 거리가 있는 편이고, 시간이 꽤 지나서 잠시 들렀다 가더라도 별다른 영향은 없을 것 같지만.. 


이 열차는 JR동일본의 719계 전동차. 예전에 탄 적이 있었는지 기억이 나지 않는데, 토호쿠본선이 과거에는 토쿄와 토호쿠지역을 이어주는 주요 간선이었기에 전 구간에서 전철이 다니고 있다. 토카이도본선, 산요본선, 카고시마본선 등 주요 간선은 대부분 복선 전철화가 되어 있는데, 카고시마본선 중 큐슈신칸센 개통과 함께 제3섹터 철도회사인 히사츠오렌지철도로 넘어간 야츠시로-센다이(川内)[각주:1] 구간에서는 디젤 동차로 영업을 하고 있다고. 타보지 않아서 진짜 그런지는 잘 모르겠다.


시간대별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서 2량 편성의 열차를 결합하여 4량으로 운행하기도 하는데, 처음부터 열차를 만들 때 병결 및 분리를 염두에 두어서 떼었다 붙였다 할 수 있도록 중간에 관통문을 만들어두었다.


쿠모하 719-1 이라 써있는데, 쿠모(クモ)는 제어전동차를 뜻하는 말이고, 하(ハ)는 보통차를 뜻한다고 한다. 사실 잘 몰라서 일본 웹에서 찾아서 알게 되었는데, 뭐 그냥 열차타는 것을 (길어야 2시간이지만[각주:2]


뒤에 병결된 2량 열차의 선두차량


지금 서 있는 위치가 진행방향 기준으로 4량의 열차 중 3번째 차량의 앞문 근처다.


센다이까지 가는 열차의 간격은 거의 한 시간 정도 되는 것 같다. 하교, 퇴근시간이 가까워지면 열차 배차간격이 조금 더 촘촘해져서 다니는 열차가 늘어날 것 같다. 대도시의 지하철처럼 승객이 늘 많은 것이 아니라서 수요에 탄력적으로 대응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일본에도 '우선석(優先席.유센세키)' 이라 하여 노약자 및 임산부 좌석을 만들어 놓고 있다. 아주 간혹 우선석에 앉는 멀쩡한 아저씨들이 있기도 하지만 대개 자리를 비워두는 것 같다. 초고령화 사회인 일본이라서 노인들이 많이 타서 좌석이 빈 채로 오래 가지는 않는 것 같지만..


이 열차에는 차장이 동승한다.


차량이 4량이나 되기에 자리는 여유가 있는 편이었다.


승차율은 50% 정도 되는 것 같다.


반대편에 같은 형식의 열차가 지나가는데, 이 열차는 양쪽에 두 명씩 앉을 수 있는 크로스시트와 한국의 지하철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롱시트가 함께 있는 특징이 있다.


일본에서는 모르는 사람에게 말을 하는 경우가 드물고, 타인과 신체접촉을 꺼리는 경우가 많아 어설프게 빈 좌석이라면 저렇게 짐을 두고 편히 갈 수 있다. 한국 같으면 어떻게든 엉덩이부터 밀어넣고 나서 쩍벌신공을 하는 사람들이 있겠지만, 이 열차에는 빈 좌석이 많아서 별 상관없을 것 같다. 사람들이 많이 탄 열차에서 쩍벌하는 사람들을 볼 때마다 로블로를 날려주고 싶은 생각이 들기도 하는데..


맞은 편에 앉은 언니의 기타 케이스에 FKSM어패럴이라는 패치가 붙어 있는데, 후쿠시마현의 의류, 소품류를 판매하는 소규모 기업의 브랜드라고 한다. 저 언니 가방이 3개에 기타까지 있다. 뮤지션인가..


t손가락이 문에 끼지 않도록 조심하라는 그림이 눈에 들어온다.

상상만해도 끔찍한데..


가장 마지막 차량에 탔기에 차장의 모습을 볼 수 있다.


날씨는 좋아서 이런 날에 열차 안에 갇혀있는 것이 아쉽지만, 열차 밖으로 나가면 더워서..

 

토호쿠지역이 일본에서 쌀을 가장 많이 생산하는 곳인데, 문제는 후X시마..


아타고역

다음역은 마츠시마역인데, 일본 삼경으로 꼽히는 마츠시마와는 조금 거리가 있다. 더 가까운 역은 센세키선(仙石線)의 마츠시마카이간(松島海岸)역이고, 대부분 이 곳에서 마츠시마 유람을 시작한다. 마츠시마에는 두 번 다녀왔는데 모두 돈이 없어서 유람선을 못 타봤고, 유람선 승선비를 낼 만큼은 되는 지금은 시간이 없어서 마츠시마 보겠다고 센다이까지 가는 것이 쉽지도 않고..


마츠시마역


열차가 출발하면서 사진이 흔들렸다...


맞은편의 아가씨는 주무신다. 마츠코 디럭스라는 저 아저씨는 여장을 하고 나오는데 동성애자라고 한다. 인기가 좋은지 일본 호텔에서 씻고 나와서 텔레비전을 틀면 이 아저씨가 진행하는 프로그램이나 광고를 자주 보게 된다. 어쩌다보니 그렇게 된 것인지는 몰라도..


열차 안에서 잠시 마츠시마의 경치를 감상한다. 이 곳에는 두 번 다녀온 적이 있는데 마지막이었던 2009년 겨울에 해안가에 있다가 쓰고 있던 모자가 바람에 날려 바다로 빠진 비극적인 사건이 있었다. 여름이었다면 물에 들어가 건져오려고 했는데 겨울이어서 그냥 포기할 수밖에 없었던.. 흑흑 ㅠㅠ


마츠시마라는 이름처럼 소나무와 섬이 있는 곳인데, 섬이 한두 개가 아니고 260여 개가 있다고 한다.


시오가마역

지겨워지고 있지만 센다이에 거의 다 왔다는 생각으로 버티고 있다.


저 멀리 신칸센 고가선로가 보인다. 센다이역에서 토호쿠본선과 토호쿠신칸센이 합류를 하므로 센다이역이 가까워지고 있다는 의미다.

 

수확을 앞둔 논 옆으로 열차는 달린다.


비행기를 타고 싶다...

아오모리에서 열차를 탄 지 7시간 가까이 되어가고 있는데 아직 센다이에 도착하지 못했다니..  흑흑 ㅠㅠ


센다이에는 15시 40분에 도착했다. 여기서 후쿠시마행 열차로 갈아타야 하는데, 20여 분 정도 남았다. 역 안에서 이리저리 돌아다니기도 귀찮고, 열차 밖으로 나오니 더워서 후쿠시마행은 아니지만 상행 열차인 시로이시행 열차에 탔다. 열차를 타거나 기다리거나 하면서 6시간 정도 보냈더니 슬슬 움직이는 것도 귀찮아지는 것 같다. 열차 안에 사람들이 바글바글해서 꼼짝도 못하고 가다가 10여 분 정도 지나니 사람들이 하나 둘 내리기 시작해서 겨우 여유가 생겼다. 

 

츠키노키역. 이 역에서 아부쿠마급행선(阿武隈急行線)으로 환승할 수 있단다. 아부쿠마급행선은 츠키노키역에서 후쿠시마역까지 운행하는 노선인데, 철도회사나 노선의 이름은 급행이지만 실제로는 토호쿠본선으로 가는 것이 2배 가까이 빠르다. 더군다나 청춘18 승차권이 있으면 JR선을 타는 동안 추가로 돈을 내지 않아도 되기에 처음 들어보는 노선을 타보겠다고 환승할 필요가 전혀 없다. 예상하지 않았던 키코나이에서의 1차 신칸센 워프와 늦잠으로 벌어진 하치노헤에서의 2차 신칸센 워프로 8천엔 이상을 날려먹었기 때문에 그럴 여유가 없다.


키타시라카와역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된 갓쇼즈쿠리로 유명한 시라카와고와는 관계가 없는 곳이다.


사람이 바글바글했던 열차는 이렇게 빈 자리가 넘쳐나고 있다.

 

기껏해야 한 시간 정도 후면 어두워질 것 같다.

 

토호쿠지역은 일본의 곡창지대이므로 논을 계속 볼 수 있다. 후쿠시마현도 도도부현 쌀 생산량 상위 10개 현에 들어가는 지역이었는데, 지금은 어떤지 잘 모르겠다.


어쨌든 이렇게 벼가 익어가고 있다는 거..

 

키타시라카와역

열차가 다소 지연이 되기는 했지만, 어차피 뒤늦게 출발한 후쿠시마행 열차를 기다려야 해서 별 문제는 없을 것 같다.

 

위험하니까 선로를 횡단하지 말라고 한다. 안 해..

 

열차는 종착역인 시로이시를 향해 가는데 썰렁하다. 센다이가 토호쿠 최대의 도시라고 하지만 30분 이상 벗어나면 이렇게 열차를 이용하는 사람의 수가 확 줄어든다. 토쿄를 비롯한 칸토의 수도권지역과 칸사이의 오사카 근교, 그리고 한국의 수도권의 유동인구가 얼마나 많은지 새삼 느낄 수 있다.

 

차장이 여성이었나보다.


시로이시역

시로이시역에서 약 1.7km 떨어진 곳에 시로이시자오역이라는 신칸센역이 있는데, 하야부사는 무조건 통과하고, 야마비코만 정차하는데 평균 한 시간에 한 편 정도 정차한다고. 토쿄까지는 1시간 49분 걸린다고 하는데 자유석 가격이 9,830엔이라고 해서 고민없이 포기했다. 보통열차를 타면 앞으로 6시간 정도 걸리니 시간당 마음 편하게 4시간과 10만원을 바꾸는 셈치고 계속 보통열차를 이어서 타고 가야겠다. 4시간에 만 엔 가까이 아꼈으니 시간당 2,500엔 벌었다는 셈치고..

후쿠시마행 열차는 10여 분 후에 도착한다. 타고 온 열차가 그랬듯 조금의 지연될 가능성도 있을 터. 대개 구간별로 나누어진 열차 시각이 도착역에서 출발하는 열차와 연계가 되도록 시간표를 만들어두어서 큰 걱정은 없지만, 수도권으로 가기 전에는 열차 운행 간격이 긴 편이라 놓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하므로 긴장을 놓지 않고 열차를 기다린다.



  1. 토호쿠 최대의 도시이자 이 포스트에서 향하고 있는 센다이(仙台)가 아니다. [본문으로]
  2. 열차종류 불문하고 2시간을 넘어가면 지겨워진다. 비행기도 마찬가지이며, 잠들었을 때나 아무렇지 않을 뿐.. [본문으로]



하코다테역에 도착하자마자 바로 개찰구를 나와서 미도리노마도구치(みどりの窓口)에 가서 청춘18 홋카이도신칸센 옵션권[각주:1]을 구입하러 갔다. 나는 얼굴을 기억하고 있지만, 나를 기억하지 못하는 직원에게 청춘18 옵션권을 사고 싶다고 하니 그것을 팔지 않는다고 한다.

"왜 안 파는 거에요?"

"지금은 판매하지 않아요."

"왜요? 그럼 아오모리까지는 어떻게 가요?"

"판매하지 않는다니까요. 도난이사리비철도를 타고 키코나이까지 가서, 키코나이부터 신칸센을 타면 됩니다. 빈 자리 아무 곳에나 앉아서 가세요."

조금 더 가까운 신하코다테호쿠토역에서부터 신칸센을 타면 되지만, 이 경우는 가격이 꽤 비싸지기 때문에 최대한 신칸센은 짧은 거리를 타는 것이 낫다. 신칸센 승차권은 운임과 요금 모두 제 가격을 내고 사야해서 가능한 한 짧은 구간만 타기로 했는데도, 도난이사리비철도선의 키코나이까지의 운임 1,110엔과 신칸센 특정특급권 가격 4,960엔을 합쳐 자그마치 6,070엔을 내야했다. 원래는 2,300엔의 청춘18 옵션권을 사서 도난이사리비철도를 타고 키코나이에서 오쿠츠가루이마베츠역 사이만 홋카이도신칸센을 이용하고, 오쿠츠가루이마베츠역과 환승이 가능한 재래선인 츠가루선의 츠가루후타마타(津軽二股)역에서 츠가루선을 타고 아오모리로 갈 생각이었다. 그런데 역무원이 청춘18 옵션권을 판매하지 않는다고 하면서 신칸센 승차권을 강매한 것이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들었다. 승차권과 영수증을 받아서 나오면서 계속 이상하다는 생각이 드는데, 얘네들이 텅텅 빈 채 운행하는 신칸센 표를 팔기 위해서 이러나 싶어서 아니 왜 옵션권을 팔지 않는지 생각해봤는데 이유는 알 수 없었다. 


역무원과 계속해서 실랑이를 벌일 수도 없고, 열차를 놓치기 전에 빨리 혼슈로 넘어가야 해서 짐을 가지고 키코나이행 도난이사리비철도선을 타러 갔다. 이미 주변은 어두워진 시간에, 재래선과 달리 신칸센은 자정 이전에 막차 운행이 종료되기에 마냥 여유를 부릴 수 없는 상황이기도 하고, 저렇게 단호하게 말을 하는 것으로 봐서는 뭔가 이유가 있는 듯한 느낌이 들어 일단 그냥 열차를 타러 갔다.


하코다테는 지명도에 비하면 작은 도시라서 조금만 도심에서 벗어나면 이렇게 암흑천지가 된다.

  

병행재래선이었던 에사시선을 도난이사리비철도라는 연선 지역자치단체에서 출자하여 새로 설립한 회사가 맡으면서 노선 이름도 도난이사리비철도선으로 바뀌었지만, 여전히 차량은 기존의 JR로부터 양도받은 차량을 가지고 영업을 하고 있다. 역에 붙어있는 역명판만 바뀐 회사의 로고를 단 것으로 바뀌었을 뿐, JR홋카이도의 키하 40계의 디젤 동차가 운영회사만 바뀐채 계속해서 이 노선을 달리고 있다. JR로 운행하던 때 다니던 세이칸(青函, 아오모리-하코다테) 연락용 특급열차 '수퍼 하쿠쵸' 로 운행하던 789계 열차는 전동차가 달릴 수 있는 삿포로 권역으로 옮겨가서 785계 열차를 대체하고 있다. 사족일지도 모르겠지만 덧붙이자면, 홋카이도에서 전동차가 다닐 수 있는 곳은 하코다테본선의 오타루-삿포로-아사히카와 구간과 하코다테-신하코다테호쿠토 구간, 치토세선(신치토세공항 방면 지선 포함), 무로란본선의 무로란-누마노하타 구간이 전부라서 비전화구간을 조금이라도 달리는 열차는 디젤 동차를 사용하고 있다.


직각에 수렴하는 키하 40계 열차의 좌석은 역시 편하지 않지만 별 수 없다.



매표소에서 정신이 없어서 그냥 넘어갔는데, 하코다테에서 고료카쿠까지는 JR구간이므로 150엔을 더 낸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도난이사리비철도선은 키코나이-교료카쿠까지이므로.. 아이스크림 하나 사먹을 돈을 날렸다. 흑흑 ㅠㅠ


키코나이역에서 환승시간은 9분. 도난이사리비철도 키코나이역에서 홋카이도신칸센 키코나이역의 거리가 그리 멀지는 않아서 뻘짓을 하지 않는다면 충분히 여유있는 시간이다. 타는 사람이 없어서 개찰구를 통과할 때 기다릴 필요도 없고.. 9월이지만 북쪽에 위치한 홋카이도인데다 주변에 별다른 인구밀집시설이 있는 곳이 아니라 그런지 썰렁한 느낌이 들었다.


전광판에 열차가 도착한다는 알림이 나왔다.


역 안에 아무도 없는 것으로 봐서 아마도 이 열차에 혼자 타는 것 같다.


이 열차들은 종착역에서 하룻밤을 지낸 뒤 아침 일찍 다시 신하코다테호쿠토로 돌아오는 열차일 것 같다.


열차가 들어오고 있다.

밤이라서 사진이 잘 나올 것 같지는 않지만 일단 시도를..


열차 전조등에 눈이 부시다.


하야테는 JR동일본 소속의 E5계 전동차로 운행하는데 토쿄-모리오카, 모리오카-신하코다테호쿠토 등의 노선 전체 구간이 아닌 일부만 운행하는 열차를 하야부사 대신 하야테라고 부른다고 한다. 하야테는 10년 전에는 지금은 사라져가고 있는 E2계 신칸센 열차로 토쿄에서 하치노헤까지 달리던 열차의 이름이었는데, 설계최고속도는 시속 315km였지만, 실제 운행시에는 시속 275km를 최고속도로 제한하였다. 신칸센은 가장 큰 경쟁상대인 항공기에 대응하기 위해 끊임없이 열차 속도를 올리는데 힘을 쏟았는데, 2011년에 E5계 전동차를 아키타신칸센 코마치와 병결하지 않는 토호쿠신칸센 구간의 영업운전에 투입하면서 시속 300km대의 고속화를 이루게 되었으나, 직후 발생한 토호쿠대지진으로 인하여 한동안 정상적인 운행을 못하는 시기가 있었고, 2013년 E3계 신칸센용 전동차를 대신할 E6계 신칸센용 전동차를 영업에 투입하면서 마침내 하야부사로 대표되는 토호쿠신칸센의 E5신칸센과 아키타신칸센의 E6신칸센의 코마치를 최고 시속 320km까지 속도를 끌어올리면서 모리오카까지 걸리는 시간을 최단 2시간 25분, 신아오모리까지는 2시간 59분으로 크게 단축하게 되었다. (단, 모리오카 이후는 정비신칸센법에 의해 시속 260km로 속도제한)


이번 여행에서 처음 보는 신칸센 열차라 반갑다. 지금까지 여태 재래선 똥차들만 줄창 타고 다녔는데..


순식간에 선두차가 지나갔다.


하야부사는 '매' 라는 뜻을 가지고 있어서 주로 하야부사로 운용되는 E5계 열차에 새 그림을 그려놓은 것 같다. JR홋카이도에서 보유한 H5계 열차에는 새 대신에 홋카이도의 모양을 형상화한 로고가 그려져 있고, 핑크색 가로줄무늬 대신 파란색의 가로줄이 있다.

 

11량 편성의 열차라 도착하는 것도 꽤 시간이 걸린다.


이 시간에 상행열차의 행선지가 모리오카, 다음 열차는 신아오모리다. 홋카이도신칸센으로 토쿄까지 가려면 신하코다테호쿠토에서 18시 36분에 출발하는 하야부사 38호 열차가 막차다. 그 이후에는 센다이, 모리오카, 신아오모리행 열차로 시간이 늦어질수록 행선지가 점점 가까워진다.


열차에 올라타서 빈 자리에 앉아서 간다. 원래 토호쿠신칸센과 홋카이도신칸센은 전석 지정석으로 운영하고 있어서 좌석 지정을 받아야 하지만, 만석인 경우 입석특정특급권이라는 승차권을 발행한다. 입석 승차권이지만, 보통차에 빈 자리가 있는 경우 앉아서 갈 수 있고, 좌석 지정을 받은 승객이 오는 경우 비켜주어야 한다. 예를 들면 키코나이에서 신아오모리역까지 갈 때, (그럴 리는 아주 드물겠지만) 오쿠츠가루이마베츠역까지만 공석이 있으면 지정한 좌석이 아니더라도 앉아서 가다가 오쿠츠가루이마베츠역에서 그 좌석을 지정한 승객이 타면 다른 빈 자리를 찾아 앉아서 가든가, 그나마 빈 자리가 없다면 객실 내 혹은 통로에서 서서 가야 한다. 홋카이도신칸센의 승차율이 저조하기 때문에 - JR홋카이도 역시 그럴 것이라 예상했다지만 - 빈 자리가 많이 있어도 가까운 거리라면 입석특급권을 판매하면서 승객들의 부담을 덜어주고는 있는데 그 가격도 만만치가 않다.


 

춤추는 것이 이 지역의 문화재인가보다.

세이칸터널을 지나 오쿠츠가루이마베츠역에 도착했다. 역 이름이 상당히 긴데 원래는 오쿠츠가루(奥津軽)역으로 명명하려고 하였으나, 이 역이 위치한 히가시츠가루군 이마베츠쵸에서 '이마베츠(今別)'를 역명에 넣어달라고 하여 이렇게 긴 역 이름이 되었다고 한다. 천안아산역과 같은 케이스라고나 할까. 이 역과 재래선 츠가루선(津軽線) 츠가루후타마타(津軽二股)역이 환승이 가능하다. 청춘18 홋카이도신칸센 옵션권을 가진 경우라면 여기서 내려서 재래선으로 환승하여 아오모리까지 가야 하지만, 옵션권도 없거니와 이미 이 역에서 아오모리 방면으로 가는 열차 운행이 끝난 상태라 별 수 없이 신아오모리까지 신칸센을 타고 가야 한다. 


역 이름이 아홉음절이니 참 길다. 한국에서는 부산지하철의 국제금융센터·부산은행이 가장 긴 역 이름이라고 하는데, 일본에서는 읽는 법으로는 '미나미아소미즈노우마레루사토하쿠스이코겐(南阿蘇水の生まれる里白水高原, みなみあそみずのうまれるさとはくすいこうげん)'역과 카시마임해철도의 오아라이선의 '쵸-자가하마시오사이하마나스코-엔마에(長者ヶ浜潮騒はまなす公園前, ちょうじゃがはましおさいはまなすこうえんまえ)' 라는 역이 가장 긴 역 이름이고, 글자로는 토쿄디즈니랜드스테이션(東京ディズニーランド・ステーション)역이라고 하니 오쿠츠가루이마베츠는 여기에 이름을 내밀기 어려울 것 같다. 재래선 막차 시간에 이전에 왔다면 이 역에서 츠가루선 열차를 탈 수 있었겠지만, 이미 열차가 떠난 지 오래라 선택의 여지가 없기에 계속해서 비싼 신칸센을 타고 신아오모리까지 가는 수밖에 없었다.


텅 빈 열차에서 내릴 때가 되었다. 신아오모리역부터는 노선의 관리회사가 JR홋카이도에서 JR동일본으로 바뀌면서 신칸센을 운행하는 운전수와 승무원이 해당 구간 소속으로 교대하기에 다른 역보다 1분 정도 더 긴 2분간 정차를 한다. 신아오모리역은 토호쿠신칸센 연장에 따라 비교적 최근에 개업한 역이라서 역 주변에 별다른 상권이나 시설은 없다. 다만, 처음부터 토호쿠신칸센의 재래선 환승을 고려해서 역 위치를 선정한 덕분인지 오우본선이 지나가는 경로에 역을 만들어 아오모리의 중심이라 할 수 있는 아오모리역까지 갈 수 있다.


이제 다시 청춘18 승차권을 사용할 때가 되었다.


신아오모리에서 아오모리까지는 3.9km 정도 떨어진 바로 다음 역이라 금방 도착했다.


운행을 마친 승무원이 내려서 열차 확인을 하고 자리를 바꾸러 이동하고 있다.


열차는 동해안을 따라 아키타에서 아오모리를 오가는 고노선(五能線)에서 운행하는 열차인데, 츠가루선으로 출장나온 모양이다.


고노선 전선 개통 80주년이라고 한다. 이름은 많이 들어보았고, 선로 주변의 풍경이 좋다고 하는데 갈 기회가 없었다. 알고도 가지 않은 것도 있지만 늘 아오모리는 혼슈에서 홋카이도에 가는 길목이었지, 이 지역은 다녀본 적이 없다. 토호쿠지역에서는 센다이, 아키타, 카쿠노다테 정도만 가보고 다른 곳은 그냥 지나가다 잠시 열차가 멈추었을 때 주변을 살펴보는 정도였다. 2011년 동일본대지진으로 인하여 후쿠시마 원전사고 이후로는 혼슈에서 홋카이도에 오갈 때만 그냥 지나가는 정도. 사고 발생 후 한동안 아예 동일본 방면에 가지도 않았고, 홋카이도에 갈 때도 빠른 신칸센 대신에 동해안쪽으로 돌아가는 방법을 택하기도 했는데, 지금은 그냥 별 생각없이 다니고 있다.


열차는 행선을 츠가루신죠행으로 바꾸고 다시 돌아가는 것 같다. 열차는 고노선에서 개통 80주년을 기념하고 있는데 고노선을 달리지는 않는 모양이다. 이 시간에는 이용하는 승객이 없어서 그런가.. 이 지역 역시 겨울이 되면 춥고 눈이 많이 오는 곳이고, 승하차하는 사람들은 많지 않으니 버튼을 눌러 문을 열고 닫도록 되어 있다.


노인배려용 의자가 있는 것 같다.

한국에는 노약자석 뿐 아니라 무임승차까지 있다고..


뭐니뭐니해도 아오모리의 상징은 사과겠지!

하나 써서 붙여두려고 했는데 저 사과모양 빨간 종이가 없다..


호텔에 가서 체크인을 하고 프런트에서 손톱깎이를 빌려 그 사이 긴 손톱을 자르고, 밖에 나가서 요시노야에서 저녁을 먹고 돌아와 씻고 잠을 잤다. 하는 것이 없어도 12시간 넘게 열차를 타거나 기다리면서 쌓인 피로 덕분에 금방 잠들었다.

  1. 홋카이도신칸센 개업과 함께 세이칸터널을 지나는 재래선 여객열차의 운행이 중단되고, 홋카이도신칸센만 운행하게 되면서, 청춘18 승차권 소지자에 한해서 고료카쿠-키코나이간의 도난이사리비철도선과 키코나이-오쿠츠가루이마베츠역 간의 홋카이도신칸센 특정특급권을 2,300엔에 판매한다.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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