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S오픈

여자 선수들은 1라운드를 통과한 마치고 2라운드에 돌입하였고, 지난 이틀 동안 경기가 없었던 32명의 남자 선수들은 1라운드 경기를 가졌다. 상위권 선수끼리 초반에 맞붙어 탈락하는 사태를 예방하고자 상위 32명의 선수에게 시드를 배정하여 최소 3라운드까지는 맞대결을 피하도록 대진표를 편성하지만 꼭 생각지도 않았던 선수들에게 혹은 잠시 랭킹이 떨어져 시드를 받지 못한 선수들에게 덜미를 잡혀 조기 탈락하는 선수들이 어김없이 발생했다.

6번 시드를 배정받았던 로빈 소더링(스웨덴·6위)이 허리부상으로 대회 직전 불참을 통보하면서 운좋게도 호게리오 다 실바(브라질·111위)에게 자리가 주어졌다. 다 실바는 1라운드를 통과하면서 최소한의 체면치레는 하였는데 어느 정도까지 갈 지는 알 수 없다.

대회 3일째 (8월 31일, 현지 시간 기준)

<남자부>

이미 대부분의 선수들이 1라운드를 경기를 치른 뒤라 두 명의 앤디, 머리와 로딕에게 관심이 집중되는 가운데, 2년 전 우승을 차지했던 후안 마르틴 델 포트로(아르헨티나, 19위) 정도에 눈길이 가는 정도였다.

올해 노박 조코비치를 이긴 단 두 명의 선수 중의 하나인 앤디 머리(영국·4위)는 인도의 솜데브 데바르만을 맞아 첫 경기를 가졌다. 데바르만은 세계랭킹이 64위로 머리와는 꽤 차이가 나지만 첫 세트에서 선전하면서 머리를 압박했다. 머리는 자신의 서브게임을 내주며 끌려갔지만 1-3에서 4-3으로 역전시키며 분위기를 가져왔다. 그러나 데바르만은 쉽게 물러나지 않고 서브게임을 지키며 6-6까지 끈질기게 따라갔고 타이브레이크에 돌입하였다. 초반에 실책으로 경기를 어렵게 풀어갔던 머리는 승부처에서 긴장을 잃지 않고 적시에 브레이크를 하면서 리드를 잡았고 첫 세트를 가져갔다. 그리고 기세가 꺾인 데바르만을 몰아붙여 이어진 두 세트를 어렵지 않게 이기며 두 시간 반 가까이 걸린 경기를 3:0(7-6 6-2 6-3)으로 승리했다.

이틀이나 라이벌들의 경기를 지켜보았던 앤디 머리가 드디어 첫 경기를 가졌다 ⓒ Nick Laham/Getty Images

대회가 열리는 미국의 간판 스타인 앤디 로딕(21위)은 최근 계속되는 부진으로 랭킹은 많이 하락하였지만 강서브를 앞세워 역시 미국의 마이클 러셀(96위)을 누르고 2라운드에 진출했다. 로딕은 두 세트를 쉽게 이긴 후 3세트에서 러셀의 거센 저항에 세트를 내주며 4세트까지 가면서 3:1(승리를 거두었다. 서브와 포어핸드 스트로크 외에는 상위 랭커들과의 경기에서 경쟁력을 가질 수 없는 것이 로딕의 한계이기는 하지만 유일하게 그랜드슬램 타이틀을 차지한 대회가 US오픈이었다는 점이 그에게는 좋은 기억이 아닐까 싶다. 그러나 이제는 서브마저도 예전만큼 빠르고 날카롭지 않아서 문제다.

로딕은 올해의 부진을 씻을 수 있을지 ⓒ Nick Laham/Getty Images

최근 US오픈 시리즈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며 랭킹을 끌어올려 시드 배정까지 받은 존 이스너(미국·22위)는 난적 마르코스 바그다티스(사이프러스·59위)를 3:1(7-6 7-6 2-6 6-4)로 이기고 2라운드에 진출했다. 이스너는 최고 141mph(227km/h)의 강서브를 앞세워 코트에 폭격을 가했는데 바그다티스가 끈질긴 선수이기도 하지만 실책을 남발하면서 어려운 승부를 했다. 그러나 이스너는 두 번의 타이브레이크, 특히 2세트에서는 13-11로 세트를 가져오면서 경기를 승리로 이끌 수 있었다. 2006년 세계랭킹 8위까지 올라갔던 바그다티스지만 부상과 부진이 이어지면서 최근에는 헤매고 있는 모습. 팬서비스도 좋고 애국심도 있어서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선수인데 아쉽다.

한창 물오른 기량의 이스너 ⓒ Chris Trotman/Getty Images

역시 전 우승자인 델 포트로는 이탈리아의 필리포 볼란디(85위)를 3:0(6-3 6-1 6-1)으로 1시간 28분만에 쉽게 이겼다. 서브부터 공격과 수비 모두 델 포트로의 일방적인 우위여서 다소 싱거웠던 경기였다. 상대가 약했기에 델 포트로에 대한 평가는 이른 것 같은데, 조금 더 지켜볼 필요가 있다. 스페인의 니콜라스 알마그로(10위)는 시드 배정 후 출전 포기를 선언한 소더링을 제외하고는 이 날 탈락한 유일한 남자 단식 시드 배정자였다.

델 포트로는 2년 전 영광을 재현할 수 있을지 ⓒ Chris Trotman/Getty Images

 

<여자부>

2라운드 첫날 경기에서 시드 배정자들 중 마리온 바르톨리(프랑스·9위), 아그네스카 라드반스카(폴란드·13위), 도미니카 치불코바(불가리아·15위)와 야니나 위크마이어(벨기에·21위)가 탈락했고, 자비너 리지키(독일·18위)와 파워넘치는 서브 대결을 벌일 것으로 기대했던 비너스가 기권하면서 리지키는 손쉽게 3라운드에 진출하는 행운을 잡았다.

첫 경기에서 불안한 모습을 보였던 마리아 샤라포바(러시아·5위)는 한층 나아진 모습으로 가볍게 3라운드에 진출했다. 아나스타샤 야키모바(벨라루스·84위)를 상대한 샤라포바는 서브가 잘 들어가면서 경기를 쉽게 풀어갔는데 공격적으로 나서면서 실책이 많아진 것이 조금 아쉬웠다. 샤라포바를 상대하기에는 야키모바(야키소바가 아님)의 실력이 많이 부족해서 재미없었다. 2:0(6-1 6-1)의 샤라포바의 완승. 샤라포바의 경기는 그 날 컨디션이 어떠냐에 따라서 너무 달라져 복불복 수준이다.

이제 20대 중반이 된 샤라포바는 경기력이 안정될 때도 되었는데.. ⓒ Nick Laham/Getty Images

실력에 비해 저평가되고 유명하지 않은 베라 즈보나레바(러시아·2위)는 카테리나 본다렌코(우크라이나·69위)와 접전을 벌여 2:1(7-5 3-6 6-3)으로 이겨 3라운드에 진출했다. 실력에 비해 스타성이 부족한 것이 즈보나레바의 아쉬운 점이기도 한데 어느 정도는 타고나는 것도 있고 주변에서 어떻게 포장을 해주느냐가 중요한 것 같다. 즈보나레바는 1세트에서 본다렌코와 브레이크를 한 번씩 주고 받으며 팽팽한 접전을 벌였는데 5-5에서 포핸드 위너로 상대 서브게임을 가져오고 마지막 게임을 잘 지키며 7-5로 마무리했다. 그러나 3-2로 앞서던 2세트를 3-6으로 역전당하며 위기를 맞았는데, 3세트 4-3으로 앞선 상황에서 본다렌코의 서브를 다시 브레이크하면서 승기를 굳혀 2시간 6분의 경기를 승리로 마무리했다.

그동안 보잘 것 없는 이 리뷰에서도 소외되었던 베라 즈보나레바 ⓒ Nick Laham/Getty Images

사만다 스토서(호주·10위), 마리아 키릴렌코(러시아·29위) 등이 승리를 거두며 3라운드에 진출했고 중국의 펑슈아이(14위) 역시 츠베타나 피론코바(불가리아·50위)를 이기고 3라운드에 나가면서 리나는 떨어졌지만 "베이징 키즈" 의 위력을 보여주고 있다.

호주의 희망 사만다 스토서 ⓒ Chris Trotman/Getty Imag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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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너스 사진>

남자 테니스의 아내(혹은 애인)들 중에서 꽤 유명한 로딕의 아내 브루클린 데커 ⓒ Nick Laham/Getty Images

개인적으로 관심은 없지만 혹시 궁금해하는 사람들이 있을까 싶어서..

올해 US오픈에서는 남자부보다 여자부에서 이변이 계속 발생하고 있다. 최근 몇 년간 확실하게 빅4 체제가 굳어진 남자 테니스보다는 여자 테니스에서는 뚜렷한 강자가 없는 것이 이유가 아닌가 싶다. 프랑스오픈에서 우승했지만 윔블던에서 일찍 짐을 쌌던 중국의 리나는 더 일찍 짐을 싸는 일이 벌어졌는데 조금 배아프기는 하지만 중국의 희망을 넘어 아시아의 희망이었던 그녀의 부진이 안타깝다. 그러나 남녀 톱시드의 노박 조코비치(세르비아)와 카롤리네 보스니아키(덴마크, a.k.a 캐롤라인 워즈니아키)는 가볍게 2회전에 진출했다.

대회 2일째 (8월 30일, 현지시간)

<남자부>

시드배정자 중에서 두 명의 탈락자 러시아의 미하일 유즈니(14위, 16번 시드)와 크로아티아의 이반 도딕(33위, 32번 시드)이 체면을 구겼지만 우승권에서는 다소 거리가 있는 선수들이라 큰 충격을 가져오지는 않았다.


조코비치의 백핸드 스트로크 ⓒ Julian Finney/Getty Images

No.1 조코비치는 W&S오픈에서의 어깨 부상이 염려스러웠지만 깔끔하게 서전을 승리로 장식하면서 올 시즌 세 번째 그랜드슬램을 위한 힘찬 발걸음을 내딛었다. 아일랜드의 코너 닐랜드(197위)를 맞이한 조코비치는 압도적인 경기를 펼치며 첫 세트를 6-0으로 따내고 2세트 역시 5-1로 앞서가고 있었는데 닐랜드가 경기를 포기하면서 손쉬운 승리를 거두었다. 닐랜드는 쨍쨍한 햇빛 아래서 경기를 하느라 몸에 무리가 왔는지 도중 갑자기 복통을 호소하며 기권했는데, 이미 경기가 일방적으로 기운 탓에 큰 의미는 없었지만 조코비치에게는 체력을 아낄 수 있는 행운이었다. 조코비치는 현재 컨디션은 좋은 상태이며 마지막 그랜드슬램인 US오픈에서 좋은 성적을 내어 현재까지 만족스러웠던 시즌을 잘 마무리하고 싶다는 소박한(?) 바람을 말하기도.

나달의 백핸드 스트로크 ⓒ Patrick McDermott/Getty Images

추격자가 된 라파엘 나달(스페인·2위)은 세계랭킹 98위의 카자흐스탄의 안드레이 골루베프를 맞이하여 결과는 3:0이었지만 접전을 벌이며 힘겨운 승리를 따냈다. 나달의 경기내용은 썩 훌륭하지 않았지만 서브 최고 속도가 133mph(214km/h)에 달하는 등 서브 강도가 강력해진 모습이었다. 1세트는 나달의 뜻대로 경기가 잘 풀리며 6-3으로 쉽게 이겼지만, 2세트부터 골루베프가 서브 앤 발리를 앞세워 반격에 나서며 6-6으로 맞서다 타이브레이크 끝에 7-6(1)로 따냈다. 대개 팽팽한 접전이었던 세트를 마지막 순간에 내준 선수는 다음 세트에서 쉽게 무너지게 마련임에도 골루베프는 3세트에서도 분전하며 나달을 괴롭혔고, 나달은 간신히 7-5로 세트를 따냈다. 골루베프는 50%를 살짝 넘기는 낮은 서브 성공률과 나달의 4배에 가까운 57개의 실책(나달 16개)을 저지르며 자멸하고 말았다. 나달은 1라운드에서 고전한 것이 약이 될 것 같다며 애써 위안 삼는 모습.

세르비아와 쌍벽을 이루는 테니스 강국 스페인의 다비드 페레르(5위)는 러시아의 이고르 안드리에프를 맞이하여 첫 세트를 내주며 불안하였지만 연달아 세 세트를 쓸어담으며 3-1(2–6, 6–3, 6–0, 6–4)의 승리를 거두었다. 페레르는 나달에 가려 자국 내에서도 2인자에 그치고 있지만 큰 대회 우승 경력이 없는 점이 아쉬움으로 남는데 꾸준히 랭킹포인트를 모아서 떨어졌던 랭킹을 다시 끌어올렸다. 대진상 높은 시드배정자들이 이긴다고 가정했을 때 4라운드에서 앤디 로딕(미국·21위)과, 준결승에서 나달과 붙게 되는 독한 대진운이 변수로 작용할 전망. 미안하다 페레르, 너의 사진은 찾지 못했어.

벌처럼 날아 나비처럼 서브를 넣는 쏭가! ⓒ Nick Laham/Getty Images

윔블던에서 페더러를 때려눕힌(그리고 로저스컵에서도 한 번 또 이겼다) 조-윌프리드 송가(프랑스·11위)는 대만의 에이스 루옌순(82위)를 3:0(6-4 6-4 6-4)으로 제압하였고, 스타니슬라스 바브린카(스위스·14위), 페르난도 베르다스코(스페인·19위) 등의 시드배정자들도 2라운드에 진출했다. 배아프지만 루옌순은 남자부에서 유일한 아시아 선수였는데 안녕이다. 이제 시드를 배정받지 못할 만큼 순위권에서 밀려나버린 미국의 제임스 블레이크(63위)와 러시아의 니콜라이 다비덴코(39위), 다비드 날반디안(아르헨티나·76위)도 2라운드에 합류했다.

<여자부>

사랑에 빠진 워즈니아키의 백핸드 스트로크 ⓒ Mathew Stockman/Getty Images

골퍼 로리 맥길로이와 사랑에 빠진 워즈니아키는 누리아 랴고스테라 비베스(스페인·125위)를 맞아 2:0(6-3 6-1)로 깔끔하게 이기고 2라운드에 진출했다. 상대가 강하지 않았지만 다소 성공률이 높지 않았던 서브를 제외하고는 안정된 경기 운영을 하였지만, 공격력이 뛰어난 상대를 만났을 때도 이렇게 여유있는 경기를 할 수 있을지에 따라 워즈니아키의 성적이 달라질 것 같다. 어쩌면 사랑의 힘으로 첫 그랜드슬램 우승을 차지할지도 모르는 일이고.

아자렌카의 포어핸드 스트로크 ⓒ Julian Finney/Getty Images

괴성녀 빅토리아 아자렌카(벨라루스·5위)는 요한나 라르손(스웨덴·60위)를 2:0(6-1 6-3)으로 싱겁게 이기고 역시 2라운드에 진출했다. 경기 시간이 1시간 10분에 불과했을 정도로 기량의 차이가 보였던 경기. 아자렌카는 더블 폴트를 하나도 저지르지 않는 깔끔한 서브에 네트플레이에서 종종 실책을 저지르기는 했지만 안정된 수비력으로 상대의 실책을 자주 유도해내며 경기를 일방적인 흐름으로 끌고 갔다. 역시 파워풀한 선수들과의 경기에서도 밀리지 않느냐가 중요할 듯하다.

리나는 탈락했다 ⓒ Nick Laham/Getty Images

이 날의 최대 이변이라면 리나(8위)의 탈락이었다. 루마니아의 10대 소녀 시모나 할렙(53위)를 상대한 리나는 54개에 달하는 엄청난 실책을 저지르며 스스로 무너지고 말았다. 할렙은 가슴이 너무 커서 테니스 경기를 하기에 불편하다면서 34DD에서 34C로 축소 수술을 해서 화제를 모았던 선수인데 정말 수술을 한 이후 성적이 조금씩 좋아지고 있다. 최근 리나는 클레이코트 시즌에서 보여주었던 경기력을 유지하지 못하고 있는데, 아무래도 서양 선수들에게 힘에서 밀리고 시즌 후반으로 갈수록 체력적인 부분에서의 어려움을 겪는 것이 아닌가 싶다. 클레이코트에 비해 타구의 빠른 속도가 유지되는 잔디와 하드코트에서 경기하는 것도 어렵고, 고질적인 부상 부위인 오른 무릎도 피로를 느끼는 듯하다. 1세트를 2-6으로 쉽게 내준 리나는 2세트에서 팽팽한 접전을 이어갔으나 5-7로 지면서 짐을 싸게 되었다. 리나는 경기 후 "테니스는 자신에게 너무 터프한 것 같다, 모든 자신감을 잃었다" 는 인터뷰를 하여 최근 계속되는 부진으로 마음고생을 겪고 있음을 드러냈다.

'테니스는 힘이다'를 보여주는 서리나 윌리엄스 ⓒ Julian Finney/Getty Images

돌아온 그녀. 파워테니스의 달인 서리나 윌리엄스(미국·27위)는 리나와는 달리 최근의 상승세를 보여주며 대회 네 번째 우승을 위한 시동을 걸었다. 역시 10대 소녀인 세르비아의 보야나 요바노프스키(54위)를 맞이한 서리나는 서브에 고전하였지만 자신의 스타일인 그냥 힘으로 경기를 끝냈다. 2:0(6-1 6-1)의 완승을 거두는데 한 시간이 채 걸리지 않았다. 개인적으로는 이번 대회의 가장 강력한 우승후보가 아닌가 싶은데, 나이도 있고 부상이 많은 탓에 계속 경기를 치르면서 몸상태를 유지할 수 있는지가 변수가 될 것 같다.

아나 이바노비치는 부활할 수 있을까. 글쎄 잘 모르겠다 ⓒ Matthew Stockman/Getty Images

한없이 추락했다가 20위권 내에서 오르내리고 있는 아나 이바노비치(세르비아·19위)와 프란체스카 스키아보네(이탈리아·8위)도 승리를 거두었고, 전성기에서 다소 멀어졌지만 꾸준히 성적은 내고 있는 강호 옐레나 얀코비치(세르비아·12위)와 스베틀라나 쿠즈네초바(러시아·17위)등도 이름값을 하면서 2라운드에 진출했다.

이 날의 Player of the Day는 리나를 때려눕힌 할렙이 차지했다.

시모나 할렙 ⓒ Matthew Stockman/Getty Images

이제 2일째 리뷰를 마쳤는데 6일째 경기가 시작되고 있다. 가슴이 아프다. 더 서두르지 않으면.. 윽! 사진을 찾다가 멋진 것을 하나 발견해서 서비스로 올린다. 훗훗

경기장에서 찍은 뉴욕의 석양이란다. 뉴욕에 가고 싶어졌다 ⓒ Jared Wickerham/Getty Images

 

그리고 이것은 워즈니아키의 터키항공 광고. 이번에 중계를 보면서 참 자주 보는 광고다.

US오픈의 공식 일정에 따르면 여자 선수들은 대회 첫 날과 둘째날에 1라운드 경기를 모두 마치도록 되어 있지만, 남자 선수들은 3일에 걸쳐 경기를 진행하게 된다. 남자 경기는 하루씩 밀려서 진행이 되는데 어차피 결승이 여자 경기 다음날에 열리기 때문에 큰 문제는 없는 것 같다. 중간에 휴식일이라는 것이 없어서 비가 내리다보면 일정이 꼬일 가능성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대회 첫 날 (8월 29일)

<남자부>

이변은 그다지 일어나지 않았다. 윔블던 우승자 페트라 크비토바(체코)가 1라운드에서 덜컥 발목이 잡혀 탈락하였지만 대부분의 시드 배정자들은 무사히 1라운드를 통과했다.

남자부에서는 빅4 중에서 가장 먼저 경기를 치르는 로저 페더러(스위스·3위)에게 관심이 모아졌다. 페더러는 윔블던에서 충격의 역전패를 당하며 8강에서 떨어지기도 했지만, 그의 커리어 중에서 가장 쓸쓸한 한 해를 보내고 있다. 역시 하향세를 맞이했다는 말을 들었던 작년에 US오픈 시리즈인 로저스컵에서 준우승에 이어 W&S마스터스에서 우승을 차지하였고 US오픈도 준결승까지 진출하였던 것에 비해 올해는 그랜드슬램 무관에 윔블던 이후 W&S오픈 8강이 최고 성적인지라 전망이 그다지 밝지는 않은 상태다. 그래도 대회 첫 날 메인 경기장인 아더 애쉬 스타디움에서 저녁 마지막 경기로 페더러의 경기가 열릴 만큼 여전히 테니스계의 최고 스타임을 입증하였다.


페더러의 전매특허인 한손 백핸드 ⓒ Rob Loud/usopen.org

페더러의 상대는 세계랭킹 52위인 콜롬비아의 산티아고 히랄도였는데 그는 호주오픈을 제외한 다른 그랜드슬램에서 한 번도 승리를 거둔 적이 없었다. 경기 초반 페더러는 첫 서브 성공률이 50%에 그칠 만큼 서브에 애를 먹으며 고전하였고, 스트로크 역시 좋지 않아 실책을 남발하면서 접전을 이어갔다. 특히 이제 공공연한 페더러의 약점이 되어버린 한 손 백핸드는 높게 오는 공을 원하는 곳으로 쉽게 쳐내지 못하며 경기를 어렵게 풀어가는 원인이 되었다. 그러나 1세트를 6-4로 따낸 후 2세트부터는 히랄도의 움직임을 파악하고 과감한 네트플레이를 앞세워 경기를 주도해갔다. 올 어라운드 플레이어지만 피트 샘프라스 이후 현재 최고의 서브 앤 발리 플레이어이기도 한 그의 능력이 돋보였다고나 할까. 결국 3:0(6-4 6-3 6-2)으로 페더러의 승리.

피쉬의 강서브 ⓒ Philip Hall/usopen.org

설마하는 마음이 있기는 하지만 이번 대회에서 주목해야 할 다크호스인 미국의 마디 피쉬(8위)는 US오픈 시리즈에서의 상승세를 몰아 1라운드를 가볍게 통과했다. 자국에서 열리는 홈그라운드의 이점을 안은 피쉬는 아더 애쉬 스타디움의 대회 첫 경기에서 독일의 토비아스 캄케를 3:0(6-2 6-2 6-1)으로 이겼다. 피쉬는 페더러와 동갑인 81년생이지만 최근에 와서야 세계 무대에서 빛을 보기 시작한 특이한 케이스다. 2살 때부터 베이스라인에서 공을 넘길 수 있었을 만큼의 천재였다고 하는데(대개 톱클래스의 선수들은 5,6세 전후로 테니스를 배우기 시작한다고 알려져 있다), 늘 동료인 앤디 로딕에게 가려져 있다가 올해 세계랭킹에서도 로딕을 추월하면서 미국 남자 테니스계의 에이스로 떠올랐다. 역시 이 경기에서 장기인 강서브와 포어핸드 스트로크를 앞세워(로딕과 비슷한 스타일을 떠올리면 된다) 일방적인 경기를 펼쳤다. 서브에이스는 4개에 불과했지만 첫 서브의 86%가 득점으로 이어질만큼 강력한 서브였다.

테니스 최강국으로 떠오른 세르비아의 팁세라비치 ⓒ Andrew Ong/usopen.org

다른 시드 배정자 중에는 프랑스의 가엘 몽피스(7위), 체코의 토마스 베르디흐(9위), 세르비아의 얀코 팁세라비치(20위) 등이 3:0으로 가볍게 1라운드를 승리로 장식했고, 세르비아의 No.2 인 빅토르 트로이키(15위)가 콜롬비아의 알레한드로 팔라(119위)에게 2:3으로 역전패하며 시드 배정자 중에서 첫 희생자가 되었다. 윔블던에서 선전했던 호주의 버나드 토믹(60위)도 승리를 거두었고, 노장 후안 카를로스 페레로(스페인·105위)와 토미 하스(독일·475위)도 1라운드를 통과했다.

 

<여자부>

앞서 설명한대로 이변은 여자부에서 일어났다. 크비토바가 루마니아의 알렉산드라 둘게루(48위)에 0:2(6-7 3-6)로 완패하며 윔블던 우승자가 US오픈 1라운드에서 탈락하는 사상 최초의 기쁘지 아니한 기록을 세운 것. 최근 크비토바의 경기를 보면 윔블던에서 보여주었던 힘과 세기를 찾아볼 수 없어 이번 대회 직전에 우승 후보로 꼽는 이들이 드물었다. 크비토바에 따르면 윔블던 우승이 큰 부담으로 작용했고 그 이후 경기에 집중하기 어려웠다고 하는데, 유망주에서 그랜드슬램 우승자가 되고 난 후 다른 선수들의 견제도 심해지고 작은 행동에도 많은 이들이 관심을 가지면서 여러 면에서 어려움이 있었을 것이라 생각하지만 꾸준하게 페이스를 유지하는 것도 실력이기에 아쉬움이 남는다. 크비토바는 첫 서브 성공률이 50%에 채 미치지 못하였고, 52개의 실책을 저지르는 등 스스로 경기를 말아먹으며 패하였다. 다음 대회에서는 심기일전하여 달라진 모습을 기대해본다.

안녕, 크비토바 ⓒ Philip Hall/usopen.org

이제 더이상 정상권에서 멀어졌지만 여전히 이름만 들어도 무서운 비너스 윌리엄스(미국·36위)는 러시아의 베스나 도론츠(91위)를 맞아 여전히 남자보다 강한 서브를 뿜어내며 1라운드를 가볍게 이겼다. 비너스는 서브는 최고 126mph(202km/h)이나 나오며 여전함을 과시했지만 운동량과 움직임에서 노쇠한 기미를 전혀 떨쳐내지는 못했다. 상대보다 많은 27개의 실책을 저질렀음에도 28개나 되는 위너를 앞세워 2:0(6-4 6-3)의 승리를 거두었다.

비너스의 서브는 무서웠다 ⓒ Rob Loud/usopen.org

마리아 샤라포바(러시아·5위)는 첫 경기부터 고질적인 문제인 들쑥날쑥한 경기력을 보여주며 그녀를 우승후보로 점찍었던 사람들에게 물음표를 던져주었다. 샤라포바는 무명의 히더 왓슨(영국·102위)에게 첫 세트를 내주며 끌려가다가 2세트를 7-5로 이기며 힘겹게 경기를 원점으로 돌려놓았고 3세트를 따내며 2:1(3-6 7-5 6-3)로 간신히 경기를 가져올 수 있었다. 좋지 않은 날에 꼭 보여지는 저조한 서브 성공률과 결정적인 순간의 더블 폴트, 그리고 상대를 압도하는 수의 실책이 쏟아져 나오며 기대에 미치지 못한 경기력이었다. 상대가 약했던 것이 샤라포바가 승리할 수 있었던 이유였지 조금이라도 경험이 많고 차분하게 대처하는 선수였더라면 1라운드 탈락이라는 수모를 당할 뻔했다.

샤라포바는 그때 그때 달라요 ⓒ Philip Hall/usopen.org

베라 즈보나레바(러시아·2위), 마리온 바르톨리(프랑스·9위), 펑슈아이(중국·14위) 등 크비토바를 제외한 시드 배정자 모두가 1라운드를 통과했다. 일본 선수로는 미사키 도이와 아유미 모리타 등이 출전했지만 모두 경기 도중 기권하며 탈락했고, 16세 신인 메디슨 키스(미국·455위)가 자신보다 21살이나 많은 질 클레이바스(미국·111위)를 누르며 2라운드에 진출해 '오늘의 선수'에 선정되었다.

"Player of the Day" 메디슨 키스. 그녀가 미국 테니스계의 희망이 될지 ⓒ Andrew Ong/usopen.org

시간적 여유가 없어 대회 5일째가 끝난 후에야 겨우 첫 날 리뷰를 작성했다. 그래도 주말이니 따라잡기 위해 계속 분발하는 수밖에..

 

오프닝 나이트 세레모니였다고.. 앗 직접 보고 싶다. ⓒ Don Star/usopen.org

US오픈 2011 늦은 프리뷰

2011. 8. 31. 19:30

 

먹고 사는 문제로 인해 윔블던 이후 잠시 블로그를 버려둔지가 어느덧 두 달이 지나서 벌써 US오픈이 개막하였다. 의도한 바는 아니지만 테니스 경기가 한창 진행중일 때 잠시 여유가 생기는지라 짬짬이 경기 리뷰와 관련 소식을 전하고자 한다. 그동안 포스팅하지 않은 것들은 시간이 된다면 대회가 진행되면서 조금씩 올리도록 일단 노력은 해야겠다. (블로깅이 밥 먹여주는 것은 아니라서 장담은 할 수 없고..)

테니스팬들이라면 윔블던이 끝난 7월 초중반은 유럽에서 작은 클레이코트 대회들이 열리는데 상금의 규모는 물론 랭킹 포인트 역시 크지 않아 대개 윔블던에서 진을 뺀 정상급 선수들은 잠시 몸을 추스르는 시간이 되고, 다른 선수들이 상금과 포인트를 얻는 기회가 된다. 7월말부터 미국과 캐나다에서 본격적인 하드코트 시즌이 시작하게 되는데, 메이저대회 바로 밑에 위치한 큰 투어가 열리면서 상위권 선수들도 슬슬 대회에 나서며 US오픈을 위한 워밍업을 시작한다.

남자부에서 중요한 대회라고 한다면 ATP 마스터스 1000의 큰 대회인 캐나다 몬트리올에서 열리는 로저스컵과 미국 신시내티에서 열리는 W&S오픈인데 월드 넘버 원 노박 조코비치(세르비아)와 앤디 머리(영국·4위)이 서로 나누어 타이틀을 가져갔다. 조코비치는 윔블던 우승 직후 데이비스컵에서 복식 경기에 참가한 것을 빼고는 오랜 휴식을 가지다 한 달만에 코트에 돌아와 로저스컵에 참가하여 우승했는데, 1993년 피트 샘프라스(미국) 이후 세계랭킹 1위에 오른 후 출전한 첫 ATP 토너먼트에서 우승한 최초의 선수가 되었다. 그러나 기세를 몰아 W&S오픈까지 노리던 조코비치는 결승에서 머리를 만나 고전하다가 기권하면서 시즌 두 번째 패배를 기록했다. 휴식 없이 연속으로 대회에 참가하면서 누적된 피로와 가벼운 어깨의 이상이 기권의 이유였는데 1세트를 먼저 내주며 출발이 좋지 않았던데다 2세트에서도 0-3으로 끌려가면서 경기를 이길 가능성이 적어지면서 US오픈을 바라보면서 일찌감치 포기한 것으로 보인다.

다시 US오픈으로 돌아오면 이 대회는 같은 이름을 사용하는 골프의 메이저대회와 종종 혼동을 일으키기도 한다. 1881년에 첫 대회가 시작하여 1877년에 시작한 윔블던 다음의 오랜 역사를 자랑하는 대회이며 중간에 세계대전 등으로 중단되기도 해서 올해 130회째가 열린다. 1987년부터는 테니스 4대 메이저대회 중에서 그 해의 가장 마지막에 열리는 것으로 정해지면서 8월 말부터 9월 초중순 사이에 열리는 것이 계속 이어져 오고 있다. 올해는 허리케인 아이린의 영향으로 미국이 피해를 보았지만 이 대회의 정상적인 진행에는 별 문제가 없다고 한다. 올해는 8월 29일부터 9월 11일(현지시간)까지 2주일간 경기가 진행되며, 대회에 앞서 23일부터 26일까지 4일간 퀄리파잉 매치가 진행되었다. 올해 총상금은 2370만 달러이고 남녀 단식 우승자는 180만 달러를 받게 되며, US오픈에 앞서 벌어지는 US오픈 시리즈 대회에서 얻은 포인트를 합산하여 최고 100만 달러의 보너스 상금을 준다. 이 보너스 상금의 주인공은 미국의 마디 피쉬(8위)와 서리나 윌리엄스(27위)다.

작년 대회에서 준우승에 그쳤던 조코비치는 생애 첫 US오픈 우승 가능성이 어느 때보다 높은 상황이다. 올해 57승 2패의 경이적인 승률을 자랑하는 조코비치의 상승세에 비해 라이벌이라 할 수 있는 "천재" 라파엘 나달(스페인·2위)과 "황제" 로저 페더러(스위스·3위)의 여름 성적표는 초라하였다. 나달은 로저스컵과 W&S오픈에서 각각 32강, 8강에서 탈락하였고, 페더러도 같은 대회에서 16강, 8강에서 침몰하며 US오픈 전망을 어둡게 하였다. 그러나 남자 테니스에서 여전히 빅4 체제가 무너지지 않고 있고, 5세트 경기에 긴 일정을 소화해야 하는 메이저대회의 특성과 큰 대회에서 경기를 하는 부담감 등을 고려할 때 여전히 이들이 조코비치의 가장 큰 견제 세력이 될 것임은 분명하다. 전년도 우승자인 나달은 이번 대회에서 타이틀을 방어하지 못할 경우 조코비치와의 랭킹포인트 격차가 벌어지는 것은 물론 3위 페더러와의 격차도 줄어들며 연말 랭킹 2위를 위협받을 수 있는 상황이어서 이번 대회가 중요하다. 페더러에게는 이번 대회가 2003년부터 매년 메이저대회 타이틀을 한 개 이상 차지해온 기록을 이어갈 수 있는 마지막 기회이다. 큰 대회 울렁증에 시달리는 앤디 머리 역시도 이제는 어떤 가능성을 보여주어야 한다는 점에서 모두가 물러설 수 없는 상황이라 치열한 접전이 펼쳐질 것으로 예상된다.

여자부는 디펜딩 챔피언 킴 클레이스테르스(벨기에·3위, a.k.a. 킴 클리스터스)가 불참한 가운데 세계랭킹이 27위까지 내려갔지만 뱅크 오브 웨스턴 클래식과 로저스컵에서 우승을 차지하며 부활을 알린 서리나 윌리엄스가 여전히 강력한 우승후보이며, 들쑥날쑥한 경기력을 보이면서도 W&S오픈 우승을 차지한 마리아 샤라포바(러시아·4위) 역시 빼놓을 수 없다. 세계랭킹은 굳건한 1위이지만 큰 대회 울렁증을 극복하지 못하며 디나라 사피나(러시아)의 재림이 아닌가 싶기도 한 카롤리네 보스니아키(덴마크, a.k.a. 캐롤라인 워즈니아키)의 활약은 두 우승 후보의 행보에 변수가 될 수도 있다. 대회 개막 직전의 뉴 헤이븐 오픈에서 우승하면서 상승세를 타고 있지만 올해 열린 메이저대회마다 전초 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하고서도 일찌감치 물을 먹었던 전례가 있는지라 큰 의미는 없는 듯하다. 오히려 로저스컵과 W&S오픈 2라운드 탈락이라는 초라한 성적표 덕분에 톱시드를 받아 유리한 대진임에도 큰 기대는 되지 않는다. 윔블던 여왕 페트라 크비토바(체코·7위)는 한 달 휴식 후 참가한 로저스컵과 W&S오픈에서 연속으로 16강에서 탈락하면서 페이스가 많이 떨어져 있어 역시 전망이 밝지는 않다고 적으려고 했는데 29일(현지시간)에 열린 1라운드에서 가볍게 탈락해버렸다. 이미 노쇠한 기미가 역력한 비너스 윌리엄스는 랭킹이 36위까지 떨어지고 시드 배정조차 받지 못했지만 관록과 자국에서 경기가 치르는 홈의 이점을 안고 있어 우승은 어렵더라도 우승을 노리는 선수들의 발목을 붙들고 늘어지며 물귀신 놀이를 할 수 있다.

프리뷰라면 대회 시작 전에 글을 썼어야 하는데 조금 늦었지만 사진 몇 장과 함께 간략하게 마무리하고 이어지는 글에서 29일과 30일에 열린 경기 결과를 전하도록 하겠다.

서브 연습을 하고 있는 로저 페더러 ⓒ Andrew Ong/usopen.org

큰 대회 울렁증이라면 역시 빠질 수 없는 앤디 머리 ⓒ Phil Hall/usopen.org

나달은 10살 이하의 어린이들을 상대로 테니스 클리닉을 열었다고 ⓒ Jennifer Pottheiser/usopen.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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