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 쿳샤로코(屈斜路湖)

2018. 9. 11. 03:26



저녁 식사에 비해서는 상당히 단촐한 아침 식사.


의사들 말로는 아침을 든든히 먹고 저녁을 조금 먹는 것이 좋다고 하는데 일본에서 료칸이나 온천이 딸린 숙소에서는 저녁에 잔뜩 차려서 나오고 아침은 소박하게 나오는 정 반대다. 평소에 아침을 적당히 먹고 저녁에 많이 먹는 것이 현대인들의 습관이 아닌가 싶은데, 특히 저녁에 더 많이 먹는 식습관을 가지고 있어서.. 읔

 

체크아웃을 하고 특별히 할 일이 없기에 온천가 입구에 있는 아시유에 갔다. 백팩님과 캐리어사마는 구석에 고이 모셔두고 바짓단을 걷은 후 따뜻한 물에 발을 담그면서 기다렸다.


오른쪽 발톱은 일하다가 다쳐서 안에 피멍이 들었는데 나아가고 있는 것 같다.


10시 30분에 버스가 온다고 하니 미리 건너가서 기다리고 있었다.

어제처럼 사람이 별로 없을 것 같기는 한데 설마 버스 운행이 취소되지는 않았겠지..


엇! 일본인 부부 같은데, 일행인 사람들은 서양인 같다. 저 사람들에게는 출생의 비밀이라도 있는 것일까. 아니면 해외 입양이라도 하는 것인가.


버스가 와서 버스에 탔는데 승객이 아무도 없다. 아칸코에서 출발해서 쿠사하라를 거쳐 카와유온천에 들러 다시 토로역까지 가는 경로인데, 내용을 보니 어제의 버스와 가는 경로가 조금 다르다. 굿샤로코를 거쳐서 굿샤로코 근처에 있는 프린스호텔에서 점심을 먹고(비용은 개인부담), 토로역까지 이동하는 스케쥴인데, 점심은 그 호텔에서 머물지 않는 사람들도 가서 먹을 수 있다고 한다. 호텔의 식당에서 밥을 먹는 것은 문제가 아닌데, 단체로 몰려가는 것도 아니고 혼자서 거기에 가서 먹기도 그렇고, 가이드 아주머니와 버스 기사까지 내가 살테니 함께 가자고 하기도 그렇고.. 돈이 없는 것이 문제다. [각주:1]


오리배가 있는데..

혼자 타면 재미없어서 안 탄다.


음.. 난감하다..


저 배들은 관광용이라 돈 내고 타는 것 같고..


결국 다시 족욕이나 하기로.

아시유에 발 담그는 것이 이 버스 일정에 있더라는..


누군가 모래성을 지었던 모양이다.


저 멀리 보이는 산 중턱에는 구름이 걸려 있다.


이 호수 안 쪽에도 섬이 하나 있는데 '나카지마(中島)' 라고 불린다고 한다.


국립공원이라는데 물은 맑겠지 뭐..


이런 것은 혼자 타는 것이 아니니까 안 탈란다..


여기는 주차장인가보다.

 

오리배도 있고, 노 저어서 가는 작은 배도 있고..

이런 것은 혼자 타는 거 아니니까 패스.


여기도 스나유(砂湯)가 있다.

스나유에 들어갈 준비를 하고 온 것도 아니고, 모래 속에 있다 가면 온몸에 모래가 붙어다녀서 버스기사가 싫어할 것 같다. 여름이면 모를까 이런 날씨에는 별로라서 그냥 족욕만 하련다. 30분 전까지 족욕을 하다 와서 발이 불어 있는데, 불어터진 어묵처럼 되겠다.


저 오리배는 타는 사람이 없는 것 같은데..


아침부터 부지런히 온 덕분인지 사람이 적다.


소프트크림 파는 가게는 어디에 가도 있는 것 같고, 날이 맑아서 햇빛이 뜨거운 날에는 저 그늘로 가서 쉬면 되겠다 싶은데, 가이드 아주머니가 아시유에 발을 담궈보라고 하셔서 '아까 카와유온천 입구에서 족욕을 했거든욧!!' 하고 말하면 무안해하실 것 같아서 그냥 '아~ 그런가요? 잘 되었군요' 라면서 순순히 족욕을 했다. 발이 불어터지게 생겼으니 많이 걸어다니면 안 될 것 같다.

 

쿳샤로코는 호수입니다


물이 꽤 맑다.

찾는 사람들이 많지 않아서일까 그래서 이렇게 유지가 되는 것 같다.


바다라고 해도 믿을 정도로 넓다

쿳샤로코는 일본 최대의 칼데라 호수인데, 이 호수 안에 있는 섬 중에서 가장 큰 섬이 나카지마(中島)라고 불리며, 주변에 있는 산들이 호수를 둘러싼 형태로 보이는데, 실제로는 화산이 분화한 다음 그 자리에 물이 차면서 호수가 되었다고 한다. 이 호수 전체가 아칸마슈국립공원에 속해 있어서 낚시를 한다거나 수렵을 하는 것은 금지하고 있단다.


호수를 바라보면서 맥주 한 잔 하면 좋을 것 같은데, 그러면 술을 마실 수 없는 버스기사한테 미안할 것 같아서 그냥 참는다.


저것이 나카지마인가..


버스기사와 이야기를 잠시 하다가 버스를 타고 토로역에 간 다음에는 어디에 갈거냐 묻기에 쿠시로를 거쳐서 하코다테로 간다고 했더니, 즉시 아사이치의 카이센동이 생각난다면서 좋겠다고 부러워한다. 사실 하코다테에 가고 싶어서 가는 것은 아니고, 토쿄를 들러야 하는데 하코다테에서 토쿄까지는 신칸센으로 4시간 조금 더 걸리는지라 짐 맡기고, 탑승수속 하고, 보안검사 하는 그 과정이 귀찮아 그냥 열차로 갈 생각이어서.. 그나저나 추천하는 카이센동 가게가 있는지 물어볼 걸 그랬다.

가이드 아주머니가 여기서 점심을 안 먹어도 괜찮겠냐고 걱정을 하시는데, 아마도 이 분들은 호텔에서 식사를 할 것 같지는 않고 개별적으로 점심을 준비해왔을 것 같다. 아마도 아침에 버스에 타고 오면서 예약자가 단 한 명 밖에 없다는 것을 알고 실망하기도 했을텐데.. 그렇다고 혼자 가서 먹고 오는 것도 조금 마음에 걸리기도 하고, 이걸 어떻게 하나 싶다. 고민을 하다가 아무래도 혼자 가서 먹고 오기는 조금 그런 것 같다고 하자, 가이드 아주머니가 그러면 가는 길에 편의점에 들러서 거기서 간단히 끼니를 해결하는 것이 어떻겠냐고 하셔서 '아~ 그게 좋겠군요!' 라고 하고 호텔 뒤편 호수에 접한 곳에 잠시 구경을 하러 갔다. 한 명 있는 승객이 말수도 그리 많지 않은 사람이라 답답하기도 할 터인데..


여기에 지나다니는 사람은 없고..


그나마 다닐 만한 곳을 찾아서 돌아보려고 하는데 이 주변의 숲은 사람이 다닐 수 있게 만들어 둔 것 같지는 않았다. 그냥 돌아가는 것이 신상에 좋을 것 같은 생각이 든다.


호수나 구경해야겠다...

왜인지 모르겠지만 이 호수는 뭐랄까 그다지 인상이 강하게 남지는 않은 것 같다. 


깨끗해도 여러 성분이 섞여 있을 터이니 마셔도 되는지는 모르겠지만 물은 더러워 보이지는 않는다.


멀리 산들도 보이고


햇빛을 가려줄 정도 만큼 구름이 끼어서 슬슬 돌아다니기에 딱 좋은 날씨였다.


이제 슬슬 버스로 돌아가야 할 것 같다.

 

호텔 건물 뒷편에 호수가 있는데 이 쪽은 특별히 조경을 한다거나 관리는 하지 않는 것 같다.

 

이것으로 쿳샤로코도 끝.


쿳샤로코의 안내가 있고


마지막 사진

  1. 아마도 이 분들은 도시락을 준비해서 왔을 것 같다. 나중에 다시 트윙클버스 타면 그 때 다시 BoA요.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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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상적으로 운행하는 노선은 

- 홋카이도신칸센 (신하코다테호쿠토-신아오모리)

- 삿포로-오타루 (하코다테본선) 

- 삿포로-아사히카와 (하코다테본선)

- 삿포로-신치토세공항 (치토세선)

- 삿포로-하코다테 (치토세선, 무로란본선, 하코다테본선)

- 삿포로-홋카이도의료대학 (삿쇼선)

- 아사히카와-아바시리 (세키호쿠본선)

- 아사히카와-나요로 (소야본선)

- 신토쿠-오비히로-쿠시로 (보통열차만 운행)


현 시점에서 못 가는 곳.

- 왓카나이 : 현재 나요로까지만 운행 중.

- 후라노 : 열차로 못 감

- 하코다테본선 : 오타루-오샤만베 구간

- 네무로본선 : 타키카와-신토쿠, 쿠시로-네무로 구간

- 센모본선 : 전 구간

- 삿쇼선 : 홋카이도의료대학-신토츠카와[각주:1]  

- 히다카본선 : 토마코마이-무카와

  1. JR홋카이도는 이 노선을 없애고 싶어하지만.. [본문으로]

#13. 이오잔(硫黄山)

2018. 9. 10. 01:33



마슈호를 둘러보고 버스는 카와유온천으로 향했다. 흐리던 하늘에 햇빛이 나기도 하고, 비는 그쳐서 아마도 우산은 필요없을 것 같고. 가이드 아주머니는 묵는 숙소가 카와유파크가 맞는지 다시 확인을 했고, 거기가 맞다고 하니 그것이 어디에 있는지 물어보셨다. 

"아~ 글쎄요. 저도 처음이라서 잘은 모르겠어요." 

이 말 밖에는 할 말이 없었다. 포켓와이파이를 빌려서 올 것을 그랬나 싶기도 하고..




버스에서 내리자마자 바로 코를 찌르는 유황 냄새가 났다.

열증기와 100도에 가까운 뜨거운 물이 용출되고 있으니 발 등을 충분히 주의하라고 한다.


한국식으로 읽으면 유황산인데.. 일본어로는 이오잔(硫黄山)이라고 읽는다.


저기 누런 돌은 아직 화기를 머금고 있는 돌들.

불덩이가 눈에 보이는데 차마 만져볼 수도 없고..


보행에 주의하라는 표지판도 있다. 

직접 경험해보지 않아서 잘 모르겠지만 뜨거운 돌이 날아드는 경우도 있을 것 같은데..


하늘이 일본에 온천을 주었지만, 화산과 지진, 그리고 태풍도 함께 주었으니..


그래도 오른쪽에 있는 산 밑에는 용암이 많이 있지는 않는가 보다. 이런 곳에서 사는 식물들은 생명력이 강하다고 해야 하나..


일단 멀리서 사진 한 장을 찍고 용암산에 가까이 가봐야겠다.


가까이 갈수록 매캐한 냄새가 강해진다.


이미 개별적으로 온 여행자 몇 명이 유황 덩어리 앞에 모여 있다.


조금 더 가까이 가보니 화상에 주의하라는 안내가 있다.

저 달궈진 돌에 닿으면 화상을 입겠지..


얘는 잔뜩 열기를 뿜어내고 있는데 이거 괜히 잘못 건드렸다가 화상 입을 수도 있으니 멀리 떨어져 있어야겠다.

 

간혹 불똥이 튀기도 해서 잘못하면 옷에 구멍이 날 것 같다. 그러면 또 어디서 칠칠맞게 옷에 구멍을 만들어 왔냐고 잔소리를 듣겠지..


연기를 뿜어대는 저 불덩이들.

이런 곳을 예전에 노보리베츠였던가 어딘가에서 본 것 같은데..


얘도 열기를 뿜어내고 있고..


가까이 가보니 여기는 불덩어리다. 불똥이 튀기도 해서 재수가 없으면 옷에 구멍이 날 수도 있고, 자칫 넘어져 손을 짚다가 화상을 입을 수도 있으니 주의가 필요할 것 같다.


매캐한 유황냄새에 숨쉬는 것도 쉽지 않고..


도망가야 할 것 같다.


어으~ 유황 냄새..

 

이제 조금 멀리 있어야겠다.


불덩어리 사진을 찍는 사람들도 있고..


불덩어리 사진을 찍는 사람을 찍는 사람도 있고


이 쪽은 조용한 것 같은데, 나무와 풀이 보이지 않는 것으로 봐서 이미 불덩이들이 다 식어버린 모양이다.


가까이 가지 않고 멀리 떨어져서 사진이나 찍어야겠다.


저 산이 민둥산이 된 것은 뜨거운 열기 때문에 나무가 살지 못해서인 것 같다.


파노라마에 맛들려 한 번 더 돌려보고..


매캐한 냄새에 오래 있을 곳은 못 되는 것 같으니 버스로 돌아가야 할 것 같다.


맑은 공기를 마시기 위해 재빨리 도망을 쳤다. 도망자도 아니고 매번 도망을 치다니..


유황산 안녕~

 

다시 버스를 타러 주차장으로 왔다.

조금 멀리 장소를 피하니 연기와 냄새가 사그러든다. 

카와유온천은 다 온 것 같고..

예약한 카와유파크

가이드 아주머니는 카와유파크가 어딘지 아느냐고 물어보시는데, "아.. 글쎄요. 인터넷에서 보니 입구에서 멀지 않은 곳 같아서 여기에 예약을 했는데 정확하게 어디에 있는지는 모르겠네요. 잘 모르시면 그냥 관광안내소에 가서 물어보고 찾아가면 되겠죠" 라고 대답을 했더니, 운전기사 분이 어딘지 알 것 같다면서 숙소 문 앞에서 내려주고, 남은 두 모녀를 데리고 아칸코 방면으로 떠났다. 아직 어두워지지 않았고, 저녁 식사 시간까지는 시간이 조금 남아 있어서 동네 한 바퀴 돌아본다.




카와유 후루사토관이라는 곳이 있다.

테시카가쵸카와유관광안내소가 있는데, 내일 아침에는 다시 토로역으로 돌아갈 예정이어서 관광할 시간이 없어서 여행 정보를 얻으러 들어갈 필요는 없을 것 같고, 자유롭게 동네 한 바퀴 돌아본다. 숲 속으로 들어가보니 나무에 가려서 어두워서 스윽 둘러보고 금방 나왔다.


저기 보이는 건물이 오야도 킨키유.

내일 버스를 타는 장소가 저 숙박업소 앞인데, 가격이 내가 묵는 숙소의 2~3배 정도인 꽤 좋은 곳이다.[각주:1] 이럴 줄 알았으면 삿포로행 비행기 대신 하카타역에서부터 신칸센과 특급열차로 이동할 것을 그랬나 싶기도 한데, 그랬더라면 하루를 꼬박 채우고도 아직 어딘가에서 헤매고 있었겠지. 


아시유는 여전히 잘 있는 것 같고..


카와유노모리라는 지도가 있는데, 여기 잠깐 들어갔다가 날벌레들이 있어서 살짝 당황했다. 숲에서 괜히 모기에 물릴 수도 있으니 그냥 큰 길로 나가서 한 바퀴 돌아봐야겠다.


예전에 이 동네에 왔을 때보다 많이 한산해진 느낌이 들었다. 영업하던 숙박업소 건물 중 문을 닫은 곳도 꽤 있고, 빈 건물만 남아있기도 하고.. 길에 지나다니는 사람들도 없고.. 아직 쌀쌀한 날씨가 아니라서 온천을 찾는 사람들이 없어서 그럴 수도 있지만, 카와유온천이 관광지로서 쇠락해가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가을부터 겨울까지 관광객을 받으려면 지금쯤 시설 정비를 마치고 가을부터 여행자들을 받아야 할 터인데..


조금 걸어다녔다고 어두워지는 것 같은데, 북쪽이라서 해가 빨리지는 것인가..


저 공룡같이 생긴 괴생물체가 이 동네의 마스코트인가..

설마 아니겠지..


이오잔의 GPS는 (43.616480, 144.441196)


  1. 실제로 안에 들어가보지 않아서 시설이 얼마나 좋은지는 잘 모르겠다. [본문으로]

#12. 마슈코(摩周湖)

2018. 9. 9. 15:40


토로역에서 내려서 예약한 트윙클버스를 기다린다. 이 버스는 마슈호를 거쳐 카와유온센까지 가는데, 여름 휴가기간이 지나고 평일이라서인지 사람들이 많지 않았다. 주변에는 음식을 팔고 있기는 한데 주머니 사정이 열악하기도 하지만 딱히 먹고 싶은 것이 없다. 구운 옥수수는 겉을 너무 태운 것 같고, 음료는 가격이 비싼 것 같고..

사람이 어느 정도 있을 것 같았는데, 타려는 버스에는 고작 나를 포함한 세 명만 예약을 했다고 한다. 이 중에 두 명은 모녀. 버스는 40인승이 넘는 대형버스인데, 버스기사, 가이드까지 다섯 명이서 조촐하게 가게 되었다. 가이드 아주머니는 꽤 오랜 경력을 가지고 있는 듯한데, 외국인이라서 잘 알아듣지 못할까봐 이것저것 신경을 써서 조금이라도 더 쉽게 설명하려고 노력하셨다.


버스를 타고 가다보니 두루미 두 마리가 보인다. 

이 지역에 두루미들이 서식을 해서 쿠시로 공항의 이름 역시 탄쵸쿠시로공항이라는 것을 이미 언급하기도 했다.


얘네 둘이 서로 그렇고 그런 사이인가..

개체 수 감소로 위급한 상황에 있다는 두루미는 한국에서도 천연기념물 제257호로 등록된 개체이기도 한데, 일본에서는 국가 천연기념물로 지정한 이후부터 개체수가 늘어나서 지금은 약 1,500마리 정도 있다고 한다. 개체수가 순조롭게 증가함에 따라 환경성에서는 머지않아 이 보호증식사업을 중단할 계획을 가지고 있다고 한다.


동물에 약해서 암수 한 쌍인지 아니면 같은 성별인지는 모르겠고.


지나다니는 차량을 많이 봐서 익숙해진 것인지 여유있게 풀밭에 있다.


일본에서도 두루미를 흔하게 볼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멸종을 면할 수 있는 정도가 되자 인위적으로 번식시키지 않고 현재의 개체들이 잘 적응하여 살도록 하는 방향으로 조금씩 바뀌고 있다는 것 같다.

 

안녕~ 나중에 BoA요!

두루미들이 잘 살아서 개체 번식을 잘 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이 지방에 거주하는 사람들이 적기 때문에 도로 역시 왕복 2차선이다. 이제 슬슬 여름은 끝나가고 있으니 짧은 가을이 지나가면 온 세상이 하얗게 물드는 겨울이 찾아올텐데, 이 동네의 겨울은 길고 눈이 많이 와서 걸어다니는 것도 힘이 들겠지..


버스에는 운전수, 가이드아주머니, 그리고 한 쌍의 모녀와 외국인 승객 1명이 타고 있다. (총 5명)

그 분들의 초상권을 침해할 수 있어서 사진은 안 찍었다.



영어를 익힐 때도 그랬지만, 일본어 역시 말하기보다는 듣는 것부터 먼저 트이는 편이기도 하고, 아무래도 책에 나온 표현들을 어거지로 머릿 속에 우겨넣는 식으로 익혔더니 별다른 미사어구 없이 자연스럽게 말할 수 있는 부족한 편이다. 평소에 사무실에서 쓰는 일본어도 일과 관련된 단순한 문구라서 사교적인 대화가 오히려 어렵게 느껴진다. 

가이드 아주머니가 일본어로 설명을 하다보니 중간중간 나를 바라보면서 알아듣고 있냐고 신호를 보내는데, 지금이야 시간이 지나서 무슨 말을 주고 받았는지 대화 내용이 잘 기억은 나지 않지만, 그럭저럭 대부분 이해하였던 것 같다. 다만 거기에 맞장구치면서 호응을 해주지는 못하고, 예와 아니오 정도의 의사표현과 함께 중간에 잘 듣지 못한 것을 물어보기도 하는 정도. 일본 아주머니들처럼 감탄사를 내뱉으면서 적극적인 반응은 해본 적도 없고..


버스는 마슈코(摩周湖)를 향해서 가는데, 뭔가 낯이 익은 느낌이 들었다. 예전에 온 적이 있었던가.. 아마도 2011년 동일본대지진 한 달 전쯤이었을 터인데, 여기를 돌아다니던 때는 여전히 눈 쌓인 겨울이었다.


여기에 도착하니 잊고 지냈던 예전의 기억이 조금 되살아나는 것 같다. 어떤 산 위에 있는 호수를 보고 버스를 타고 가서 카와유온센에 머문 적이 있는데, 그 때는 KKR카와유에서 묵었다. 그 때 그럭저럭 괜찮았던 기억이 있어서 다시 예약을 하려고 했는데 이 날은 만실이어서 다른 곳으로 예약을 했다.

가이드 아주머니가 모녀의 사진을 같이 찍어주고 내 사진도 찍어주고, 혹시라도 일본어로 잘 이해하지 못해서 어려움이 없는지 중간중간 물어보고 쉽게 설명해주려고 애를 써주셔서 사람이 없으니 아주 화기애애한 분위기였지만.. 버스는 대형 관광버스라서 썰렁하기 그지 없는 상황이다. 


6년 전 겨울에는 사방이 눈으로 덮여 있었는데, 지금은 푸른 나뭇잎을 볼 수 있다.


아칸마슈국립공원(阿寒摩周国立公園)으로 지정되어 보호를 받고 있는 마슈호는 호수의 물이 유입 및 유출되는 주변의 하천이 없어서 빗물이 주된 수원이라고 한다. 이 호수 밑으로 복류수가 있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고.


날이 조금 더 맑았다면 좋았을 것 같은 생각이 드는데 햇빛이 쨍쨍한 날이었다면 타죽을 것 같다고 불평을 했겠지.


칼데라호가 있다. 호수 중앙에는 카무이슈지마(カムイシュ島)라는 작은 섬이 있는데, 이 섬 역시 화산으로 인해 분화구가 생겼다고 한다. 외부에서 물의 유출 및 유입이 되지 않는다고 하니, 이 물은 빗물이 그대로 고여 있는 것 같다. 그래서 호수에 내린 빗물의 수질을 검사해서 대기오염의 정도를 파악할 수 있다고 한다. 한국 만큼은 아니지만 일본 역시 중국의 오염물질로 인해 대기 오염의 영향을 받고 있어서, 그 영향이 수질검사에서 나타난다고 한다. 중국이 환경오염에 미치는 영향이란..


고맙게도 안내원 아주머니가 사진을 찍어주신다고 해서 사진을 찍고 - 사실 내 사진은 잘 찍지 않는 편이기는 한데 성의를 무시하기도 그래서 사진을 찍고 잠시 주변을 구경했다.

저 날짜는 누가 매일 바꾸어 두는 것 같다.


주변에는 산과 들판, 나무 뿐이다.


보이는 것은 산과 나무들..


큰 호수라서 빠지면 구하는 것도 쉽지 않겠다.


마슈호에 대한 설명이 있는데..

번역하기 귀찮다.


아칸국립공원 마슈호.

스타크래프트에 나오는 아칸이 아니다.


파노라마로 한 번 돌려봄..

난간이 나온 것이 좀 아쉽기는 한데..


어느새 구름 속에 가려져 있던 햇빛이 등장하기 시작한다.

 

앗! 태양이 구름을 뚫고 나오려고 한다. 

다시 버스를 타고 다음 장소로 갈 시간이 된 것 같다.

#11. 쿠시로습원역

2018. 9. 8. 16:54



올라왔으면 다시 내려가야 하는데, 좋다고 구경해놓고 왜 올라왔을까 싶은 생각이 들기도 한다. 화장실 들어갈 때와 나올 때의 마음이 다르다더니 볼 것 다 봤다고 이렇게 마음이 변하나보다.


구름이 잔뜩 끼어 있어서 언제 비가 내려도 이상하지 않을 날씨라서 비를 맞기 전에 얼른 내려가야 할 것 같다. 쿠시로습원역에 사람들이 비를 피할 수 있는 오두막 같은 시설이 있으니 일단 비를 피하는 것이 우선이다. 일본이란 나라에서 갑자기 내리는 비에 당한 적이 한두 번이 아니라 비를 피할 수 있는 곳을 찾아 빨리 이동해야겠다.


비지터스라운지에 갔다 오면 비가 쏟아질 것 같아서 그냥 내려간다.


어찌어찌하다보니 올라갈 때 갔던 길과는 다른 길로 내려가고 있다.


근처에 민숙이 있는 것 같은데 여름과 가을에는 사람들이 이 부근을 자주 찾아오겠지만, 겨울이면 발길이 끊어질 터라, 민숙을 운영하는 사람들은 다른 일도 함께 하고 있을 것 같다. 오히려 조용한 습원의 풍경을 보기 위해 찾는 사람이 많아지려나..


올라갈 때 이용했던 길보다는 지형이 평탄하기는 한데, 그만큼 돌아가는 것 같다.


차량이 지나다니지 못하게 막아두었고, 여기부터는 걸어서 가라고 한다. 차가 없으니 걸어서 가야하는데 뭐..


센모본선. 쿠시로와 아바시리를 잇는 지방교통선인데 이름은 본선이지만 간선철도는 아니다. 전 구간 비전화 단선 구간이고, 이 구간의 최고속도는 시속 80km가 최대로 설정되어 있다. 현재 시점에서 아바시리에서 쿠시로까지 오가는 열차는 5왕복을 하고 있는데, 이 중 시레토코마슈호라고 불리는 쾌속열차가 중간에 통과하는 역이 3~4개에 불과해서 소요시간 단축은 기껏 10여 분 내외일까, 효과는 미미하다. 선로 자체가 후져서 최고속도가 낮은데다 전 구간 단선에 양방향으로 오가는 열차가 교행을 하면서 대피하는 경우도 있어서 운행시간을 단축하는 것에 한계가 있다. 그나마 사람들이 거의 안 타는 역들을 다 없애버렸는데도 이 모양 이 꼴이다.


길에 꽃이 있네..

밟지 않으려고 일부러 피해서 간다. 


다시 쿠시로습원역으로 돌아왔다.


전망대에 갈 때 올라갔던 계단이 보인다. 

시간이 남아서 한 바퀴 돌아보니 굳이 계단을 오르지 않아도 돌아서 올라갈 수 있는 길이 있었다.


식물들도 이런 환경에서 살아가려고 애를 쓰고 있는 것을 보니 뭔가 반성하게 되는 것 같다.


천천히, 충분히 즐기고 가라고 하는데 형이 오늘 좀 바쁘다.


열차에 따른 정차 위치를 표시하고 있다. SL차량이 가장 끝에 정차를 하는구나. 석탄을 태워서 달리는 열차이니 인부들이 삽으로 석탄을 퍼서 화로에 넣는 공간도 필요할 터이고..


카모마일인가..

꽃을 잘 몰라서 ㅜㅜ


따로 관리하는 사람은 없을 것 같은데 알아서 잘 크는 모양이다.


사람들이 하나 둘 모여드는 것을 보니 열차 시각이 가까워지고 있는 것 같다.


'천천히, 충분히, 실컷 일본 최고의 경관을 즐기세요' 라고 열차가 말하고 있다.


관광객들이 주로 찾는 역이라 그런지 다른 역들에 비해서 시설은 좋은 편인 것 같다.

역 주변을 누군가 관리하는 것 같지는 않고 그냥 식물들이 알아서 자라는 것 같다.


사슴은 보이지 않는다. 아마도 사람이 있다는 것을 알고 오지 않는 것이 아닐까 싶다.


아직은 푸르지만, 조만간 저 나뭇잎들이 붉게 물들고 나뭇가지들만 남을 시기가 머지 않은 것 같다.


아까 그 열차 같은데..

토로역 찍고 다시 쿠시로에 돌아갔다가 다시 토로역으로 가는 모양이다.


더 많은 승객들이 탈 수 있도록 남는 보통 객차를 하나 가져다가 증결해서 운행을 하고 있다. 노롯코열차의 지정석 좌석이 각지고 딱딱해서 불편하고, 사람들이 많아서 북적이고, 안내원이 마이크를 들고 계속 설명을 해서 시끄러우니 사람이 적고 조용한 자유석으로 설정된 맨 뒤 차량에 타고 가야겠다. 트윙클플라자에서 예약한 버스는 토로역에서 14시 30분에 출발한다고 하니 시간은 많이 남을 것 같지만, 조금 일찍 가서 기다리고 있어야겠다.


쿠시로시츠겐(쿠시로습원)역에 내리면 오두막이 하나 있고 뒤에 있는 산에는 등산로가 있다. 저 오두막은 한여름에 더울 때나 비나 눈이 내릴 때 잠시 피해갈 수 있는 장소 역할을 할 수 있을 것 같다. 어울리지 않게 피부가 약해서 별다른 준비 없이 햇빛에 노출되면 금방 벌개지다가 곧 타기 시작해서 벗겨지기 때문에 늘 주의가 필요해서 이렇게 흐린 날씨가 좋을 때도 있다.



저 사람들이 가는 길로도 전망대로 갈 수 있는데 조금 돌아가는 경로다.


차가 없으니 주차장은 해당사항이 없고, 전망대를 향해서 올라가본다. 460m라면 얼마 멀지 않은 거리이니 금방 다녀올 수 있을 것 같다.


어떤 젊은 청년이 앞서서 배낭을 메고 올라가길래 역시 따라서 가는데, 늙었다고 투덜대면서도 속으로는 아직 이 정도는 가뿐히 오를 수 있다는 자신감이 아주 조~금은 남아있다. 그런데 저 청년은 배낭을 메고 가면 올라가면 되지만 나는 등에 짐 하나에 캐리어를 씨부랄들고 올라가야 하는데, 바닥이 젖어 있어서 조금 불편한 상황이다.


일단 어느 정도 올라오니 여기서부터는 땅의 상태가 캐리어를 끌고 갈 수 있을 것 같다. 이 등산로는 그럭저럭 배수가 잘 되는가보다.


산을 올라가니 '호소오카비지터스라운지(細岡ビジターズラウンジ)' 라는 건물이 있다. 이건 무슨 공항의 비즈니스클래스 라운지도 아니고, 저기까지 갔다가 다시 돌아오는 것이 귀찮아서 안 간다. 이 곳에 대하여 자세한 정보를 얻고 싶다면 웹사이트 http://www.kushiro-shitsugen-np.jp/kansatu/hosooka 를 참고하면 되겠다.


어느 정도 올라왔다고 여기서도 쿠시로습원을 내려볼 수 있다. 날씨가 맑지 않아서 그런지 멀리 있는 곳까지 시야가 확보되지 않고, 밑에 심어진 나무들이 가리고 있어서 가까운 쪽은 잘 보이지 않는 것이 아쉽지만, 날씨가 무덥지 않은 것만으로도 다행이다. 


저기에는 연못이 있는 것 같고, 그 뒤로는 쿠시로가와(釧路川)가 흐르고 있는 것 같다.

갑자기 '깊은 습원 속 옹달샘 누가와서 먹나요~♬' 노래가 생각이 나는데..


이 계단을 올라가면 전망광장이 있는데, 여기서 계단을 올라가지 않고 주욱 가면 우측에 입구가 나오는데 가장 조망이 좋은 전망대인 호소오카전망대라고 한다. 뭐 결국 호소오카전망대를 추천한다는 말이 아니겠는가. 걸어서 1분 정도 걸린다고 하니 슬슬 다녀오면 되겠다.


캐리어가 잠시 찬조출연..

저 똥덩어리..


습원에 저렇게 연못처럼 물이 고여 있는 곳이 보인다.

사슴들은 와서 물만 먹고 가는지 궁금하기도 하고.


이렇게 쿠시로습원을 보고 있지만, 습원 전체의 면적은 193.57km²에 이른다고 한다. 이 면적이 어느 정도인가 하면 서울특별시 전체 면적의 1/3에 조금 못 미치는 정도이니 상당히 넓은 습원 지대라 할 수 있다. 1980년 일본이 람사르 협약에 가입할 때 최초로 등록한 습지라고 하는데, 이 주변에 두루미 등 사람들이 모여 사는 지역에서는 흔히 볼 수 없는 조류와 여러 동식물군이 자생하고 있다고 한다. 두루미를 일본어로 탄쵸(タンチョウ)라고 부르는데, 쿠시로공항의 이름도 '탄쵸쿠시로공항' 이다.


안개가 끼어서 시야가 좁아진 것이 아쉬울 따름인데, 그렇다고 햇빛 쨍쨍한 맑은 날이었으면 타죽는다고 불평을 했을 것 같다.


흐린 날씨에 안개가 끼어서 멀리 있는 것은 잘 보이지 않는 것이, 가는 날이 장날이라고 역시 한 번에 되는 일이 별로 없는 것 같다.


그래서 조금 더 높은 곳으로 가보기로 한다.

이왕 여기까지 왔는데 조금 더 고생하고 미션 클리어를 하는 것이 낫지 않겠는가..


으음.. 큰 차이는 잘 모르겠다.

어차피 할 일은 없지만 괜히 힘을 뺐나 싶기도 하고..


그래도 이렇게 숲속을 다니는 것은 알게 모르게 마음의 평온을 가져오는 것 같으니 힐링한 셈 치도록 해야겠다.


사진을 여러 각도에서 찍고 싶은데, 막상 찍고보니 별 차이가 없는 것 같다.

 

이것은 다시 처음의 사진으로 돌아온 것 같다.

이번에는 작은 연못 세 개를 한 번에 담아본다


파노라마 모드로 촬영을 했더니 이렇게 나온다.

이런 것이 신기한 것을 보면 옛날 사람인지도 모르겠다.


구름이 잔뜩 끼어서 햇빛에 피부가 탈 염려는 없지만, 우중충한 날씨 덕분에 기분이 안 나고 가라앉는 것 같은 느낌이다. 묘한 것이 조금 덥더라도 햇빛이 나는 맑은 날을 좋아하는데, 햇빛이 쨍쨍한 날에는 피부가 견디지 못하고 가벼운 화상을 입는 경우가 흔해서 매우 난감하다. 그래서 썬크림을 잔뜩 바르고 다니기는 하는데, 그러면 또 피부에 갖가지 문제가 생기더라는..

 

뭔가 흔하게 등장하지 않는 조류가 나타나나 싶어서 기다리는데 안 보인다.


날씨가 영 별로고, 새들도 많이 없고..


쿠시로습원국립공원 호소오카전망대

옆에 나온 아저씨가 계속 저렇게 자리를 잡고 있어서 그냥 사진에 나오든 말든 무시해야겠다. 어차피 얼굴이 나오는 것도 아니니까 뭐..


전망대 구경도 마쳤으니 이제 내려가서 슬슬 돌아갈 준비를 해야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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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밤에 비가 꽤 왔는지 열차 승강장 위가 젖어 있다. 쿠시로에서는 이 쿠시로습원노롯코 열차를 관광상품으로 몇년 째 계절마다 우려먹고 있는데, 여름에는 쿠시로습원노롯코호라는 열차로, 겨울에는 SL후유노시츠겐(冬の湿原)호라는 계절한정 이벤트로 열차를 운행하고 있다. JR패스나 홋카이도레일패스가 있으면 좌석 지정을 할 수 있어서 신토쿠역에서 쿠시로행 열차 예약을 할 때 함께 좌석을 예약하여 지정석권을 미리 받아두었다. 


쿠시로 습원의 종이란다.

음..


쿠시로역 건물은 꽤 오래된 듯한 모습인데 과거에는 쿠시로역 안에 상업시설이 있었다고 한다. 그러나 지금은 1층에 편의점 키오스크와 서점, 식당만 남아있고, 별다른 상업시설이 없다. 이 지역의 쇠락을 보여주는 하나의 단면이 아닐까 싶다. 홋카이도 전체적으로 인구 유출이 심해지고 있는데, 삿포로권에서 거주하는 사람들은 수도권으로 향하고, 삿포로 이외의 다른 홋카이도 지역에서 거주하는 사람들은 삿포로권으로 들어오는 추세라고 한다. 홋카이도의 면적이 현 시점에서 대한민국의 실효적 지배영역의 80%를 넘어서는 정도인데, 이촌향도 현상이 심해지면서 지방의 쇠락이 가속화되고 있다고.


노롯코 트레인 

이번에 타고 갈 열차인 노롯코 열차. 앞의 헤드마크에 있는 글자는 ノロッコ 를 부드럽게 폰트를 만들어 놓은 것인데, 처음 보았을 때 도대체 저것이 무엇인가 잠시 고민을 하기도 했다. 센모본선 열차를 타도 이 쿠시로습원을 지나가지만, 운행하는 열차가 몇 편 안 되는데다 배차간격이 길어서 한 번 놓치면 오래 기다려야 하고 불편함이 있는데다, 용케 열차를 탄다고 해도 평상시 속도를 유지하면서 운행하다가 정차하는 역에서 정차할 뿐이라 관광 목적으로 타면 재미가 떨어질 것 같다. 대신 노롯코열차를 타면 운행 중간중간 차내 안내원이 두루미라든가 야생동물이 나타났다고 알려주고, 열차 역시 속도를 낮추어 천천히 가면서 승객들이 차창 밖으로 보이는 동물의 모습을 보도록 친절하게 알려준다. 주된 언어는 당연히 일본어이지만, 최근에는 중국어를 하는 사람도 이 열차에 타서 요즘 일본 여행의 대세인 중국인 관광객에 대한 배려도 하고 있다. 한국인은 찬밥.. 역시 쪽수가 많은 것이 좋다. 흑흑


처음 이 열차를 보았을 때 이 열차 석탄 때서 증기뿜으면서 가는 열차인가 싶었는데, 이 열차는 디젤기관차가 견인을 하고, 증기기관차는 SL(Steam Locomotive)열차로 부른다. 증기기관차는 겨울철에 SL후유노시츠겐호로 운행하는 열차로 활약을 한다. 

노롯코열차는 천천히 움직이는 노로이(鈍い)와 토롯코(トロッコ)라는 화물 수송용 소형 화물차를 합친 단어라고 할 수 있는데, 트럭이나 일반 열차가 들어갈 수 없는 장소에 선로를 깔아서 달리게 한 상자 모양의 차량을 말한다고. 


이 기관차도 꽤 오래된 녀석인 것 같은데..


열차가 꽤 낡아보이는 것이 적잖은 연식을 자랑할 것 같다.


측면에서 보니 카와사키중공업에서 쇼와 49년에 제작한 기관차인가보다. 

쇼와 49년이면 1974년이니 얘가 형님이네.. 

몰라뵈서 죄송합니다.



지금이야 별 생각 없지만 언젠가는 열차 안의 노부부처럼 나이가 들면 누군가와 함께 늙어가면서 지내는 것도 괜찮을 것 같다는 생각도 든다. 별로 오래 살 것 같지는 않지만..


이 열차는 10년 전과 비교해서 크게 달라진 것은 없는 것 같은데..

겨울이 아니어서 그런가 화로가 없나..


쿠시로역

저 건너편에서는 삿포로행 특급열차를 기다리는 사람들이 줄을 서 있다. 이틀 후에 돌아갈 때 저 사람들처럼 삿포로행 특급열차를 타게 된다. 열차로는 5시간에서 5시간 반 정도 걸리는데, 고속버스 역시 비슷한 시간이 걸리지만 가격은 더 저렴한 편이다. 돈이 없으면 버스를 타는 것이 정답. 단, JR패스를 가진 외국인은 예외.


건너편 승강장에는 네무로행 쾌속 노샷푸 열차가 대기중이다. 네무로에도 한 번 가보고 싶은데, 하루에 6왕복이고, 대충 두 시간 반에서 세 시간 가까이 걸린다. 네무로에 가면 일본 최동단 노샷푸미사키까지 다녀와야 하니 버스비도 만만치 않고 하루를 통째로 날려버리는지라 다음 기회로.


어느덧 열차는 쿠시로 습원에 들어온 듯하다.


날씨가 우중충해서 조금 그런데 뭐 별 수 있나. 날씨는 사람의 힘으로 어떻게 할 수 없는 것이 아니거늘 그냥 팔자려니 생각한다.


사람들도 차창 왼쪽으로 보이는 습원을 주시하고 있다.


낡은 카메라라서 셔터스피드가 따라가지 못한다. 에잇!!


중간중간 두루미도 있었는데 늘 한 발 늦어서 사진을 못 찍었다.


호소오카역

쿠시로습원에 호소오카전망대라는 곳이 있는데, 이 곳에 가려면 호소오카역이 아닌 쿠시로시츠겐(釧路湿原)역에서 내려야 한다. 이번에는 종점인 토로역까지 가기 때문에 도중에 쿠시로시츠겐역에서 내리지 않고 호소오카역을 지나 일단 토로역까지 가본다.


센모본선은 쿠시로습원 한가운데를 통과하는 노선이라서 왼쪽 오른쪽에 두루미가 나타나기도 하는데 뒤늦게 알아차리고 카메라로 초점을 맞추다보면 날아가버린다. 이 열차를 타고 왕복하면서 사진을 찍기도 그렇고..


두루미 없는 습원 사진이나 찍자..


안 될 놈은 안 된다는 말이 떠오른다. 

흑흑 ㅜㅜ


노롯코열차는 여기서 운행을 멈추지 않고 토로역까지 가지만, 쿠시로습원역에 내렸다. 호소오카전망대는 쿠시로시츠겐역에서 산을 올라가면 나온다고 하니 우선 전망대에 다녀올 생각이었다. 다만 백팩에 캐리어를 끌고 산을 올라가려니 생각보다 시간이 걸리고 개고생을 좀 할 것 같은데..

호텔에서 제공하는 아침 식사를 먹고 짐을 다 챙겨서 체크아웃을 하면서 프런트에 잠시 짐을 맡겨두고 밖으로 나왔다. 기껏해야 두 시간 정도 시간이 있는데, 쿠시로라는 곳에 처음 온 것이나 다름 없으니 여기가 어떤 곳인가 잠시 둘러보고 가야 할 것 같다.


잠시 도시 구경을 해 BoA요!

예전에 쿠시로에 온 적은 있는데, 이 때는 역에서 나가지 않고 바로 노롯코 열차를 타고 북쪽으로 이동을 해서 쿠시로라는 도시를 이번에 처음으로 구경하는 셈이다. 쿠시로는 도토(道東)지역의 가장 큰 도시이고, 홋카이도에서 네 번째로 인구가 많은 도시이지만, 인구는 약 17만 명 정도라고 한다. 홋카이도는 지속적으로 인구가 감소하는 추세라서 시험삼아 홋카이도에 거주하고자 하는 외국인들을 모집하여 거주 체험을 한 적도 있다고 하는데, 겨울이 거의 일 년의 절반인 곳이고, 몇몇 대도시를 빼고는 생활이 불편한 곳이 많아서 그다지 성공적이지는 않았다는 것 같다.


인간이라는 제목의 동상이 있다.


다시 짐을 맡겨 놓은 호텔을 지나 남쪽으로 가서 누사마이바시(幣舞橋)로 가본다. 대충 이 동네를 돌아보니 쿠시로습원 외에는 그다지 눈에 띄는 장소가 있을 것 같아보이지는 않을 것 같다.

'피셔맨즈 워프 MOO' 라는 곳이 있다.

들어가보니 수산시장 같은 곳인데, 다만 차이가 있다면 수산시장임에도 바닥에 물이 흐르고 있다거나 심한 비린내가 나지는 않는다는 정도. 이외에도 각종 가공식품들도 판매를 하고 있더라는.. 조금 전에 아침밥을 든든히 먹고 나와서 별로 뭔가 먹고 싶은 생각은 들지 않고, 그냥 슬쩍 구경이나 했다.


나름대로 잘 지어놓은 건물 같은데 뜬금없는 것 같은 느낌도 들고..

쿠시로 시민 여러분 죄송합니다.


다시 누사마이바시를 건너서 돌아오면서 여신상이라고 해야하나, 옷을 벗고 있는 동상들 사진이나 찍어본다. 봄, 여름, 가을, 겨울이 있으니 사계절 동상인가보다. 이것은 봄이고..

이것은 여름

언니 너무 야해요.


무와 시로이코이비토 간판 사진을 찍어봄


여기서 왼쪽으로 가면 앗케시와 네무로에 간다고 하는데, 나중에 쿠시로에 다시 오게 되면 아마도 일본의 최동단의 노삿푸미사키를 보러 갈 때가 아닐까 싶다. 그런데 백수도 아니고 그거 하나 보러 가는 것은 쉽지 않을 것 같고. 앗케시의 훈제굴이 그렇게 맛있다던데.. 왼쪽의 건물은 호텔이었던 것 같은데, 뭔가 러브호텔 같은 느낌도 나는데 쿠시로 센츄리 캐슬 호텔이라는 곳이라 한다.

 

누사마이바시


다리의 좌우 양쪽에 여신들이 둘 씩 서 있다.


날씨가 우중충하고 지나다니는 사람은 거의 없고, 이거 혼자서 뭐하고 있는지 모르겠다.


가을


Moo에도 별로 볼 것은 없고, 그냥 누사마이바시에서 오락가락하고 있다.

 

겨울

이걸로 사계절을 완성했다.


엇! 갑자기 아이들이 잔뜩 등장하는데..

무슨 현장체험학습이라도 하는 것인가.


동네는 별로 볼 것이 없는데 숙박업소만 잔뜩 있다.


아이들과 섞이지 않으려고 잠시 자리를 피했는데, 도토노시키(道東の四季)라는 제목의 시귀가 적힌 비석이 있는데 글씨를 흘려써서 별로 읽어보고 싶지 않다.


오른쪽에는 누사마이바시의 그림인 것 같은데..

날씨 탓인지는 몰라도 도시 전체적으로 뭐랄까 쇠락해가는 느낌이 든다고 해야할까.

 

여기는 먹자골목.

작은 도시에도 유흥가는 있다.


메르헨마켓이라는 가게가 문을 닫았다고 한다. 인터넷으로 찾아보니 27년이나 영업한 점포라고 하는데, 서적과 문구류를 팔던 곳이었다고 한다. 요즘에는 서적이라면 인터넷으로 구입하는 사람이 많을 터이고, 문구류 역시 인터넷이나 대형마트에서 더 저렴하게 팔고 있으니 경쟁이 쉽지 않았을 것 같다. 홋카이도처럼 겨울에 눈이 많이 오는 곳이라면 굳이 서점까지 가서 책을 살 필요가 없을 터이니.. 비디오가 라디오스타를 죽였듯이, 온라인쇼핑이 소매상을 죽이고 있는 셈이구나..


어젯밤에 호텔을 찾아갈 때 거리가 꽤 되었던 것 같아서 짐을 찾아서 쿠시로역으로 갔는데, 초행길에 밤이라 더 멀게 느껴졌는지 금방 역 앞에 도착했다. 열차는 미리 예약을 해둔 것도 있고, 아닌 것도 있어서 예약을 안 한 열차는 자유석에 앉아서 가야할 것 같다.

 

쿠시로역 앞에는 철차륜이 전시되어 있다.

쿠시로 그레이스교회라는 건물도 있고


옛날 열차의 차륜인가보다.


이 분은 단체관광 인솔자인 것 같다.


탈 열차는 쿠시로시츠겐노롯코2호.

쿠시로습원이라고 하는 일본의 국립공원으로 간다. 쿠시로습원은 습원 통째로 국립공원으로 지정되었는데, 8년 전에 다녀온 적이 있지만, 당시에는 열차 안에서 일본어로 진행되는 안내방송을 거의 알아듣지 못했고, 한겨울이어서 돌아다니기도 어려운 상황이어서 그냥 열차 안에서 구경만 했던 기억이 남아 있다. 이번에는 차내 방송을 얼마나 알아들을 수 있는가 스스로 시험을 해볼 기회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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