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라노에는 라벤더만 있는 것이 여러 꽃이 있고, 와이너리도 있고, 후라노가 아니면 그리 멀지 않은 비에이의 언덕과 해바라기도 있고, 여러가지 볼 것이 많겠지만, 이번에는 그냥 거쳐가는 곳일 뿐 방문하고자 하는 장소는 아니었다. 후라노역부터 네무로본선을 따라서 가면 도토지역의 중심 도시인 쿠시로에 가게 되는데, 특급열차는 쿠시로까지만 운행하고, 쿠시로 동쪽에 있는 네무로까지는 보통, 쾌속열차만 운행을 한다.


점심을 먹기는 하였지만, 아침을 안 먹었으니 늦은 아침을 먹은 셈으로 치고, 이제 늦은 점심을 먹어야 할 것 같다. 일단 수퍼마켓에 들러서 간식거리를 조금 사고, 시간이 좀 남길래 후라노 마르쉐에 있는 '푸치푸치버거' 라는 곳에서 햄버거를 하나 주문했다.


딱히 특별해보이지는 않지만..


꽤 맛있게 먹었다. 배가 고파서 그랬을 수도 있는데..


이 키하40계의 낡아빠진 열차가 히가시시카고에(東鹿越)역까지 데려다 줄 예정이다. 원래는 히가시시카고에를 지나 신토쿠까지 열차를 운행했으나 2016년 여름에 태풍 라이언록이 이 지역을 쓸고 가는 바람에 네무로본선이 작살이 나버렸다. JR홋카이도 입장에서는 네무로본선에 열차를 굴리면 굴릴수록 수익이 나지 않는 구간이어서 어쩌면 잘 되었다고 생각할 수도 있는데, 이 보통열차를 이용하는 사람들은 통근 및 통학을 위한 것이라 장기간 운행을 중단할 수 없어서 열차 대신에 대행버스 운행 계획을 세워서 버스를 대신 투입하고 있다.


이 동네의 주요 관광지로는 후라노스키장, 후라노와인하우스, 텔레비전 드라마 '키타노쿠니카라' 의 로케이션 장소 등이 있다고 한다. 가본 곳은 라벤더 언덕 정도인가.. 몇 번 이 동네를 지나가기는 했는데, 주로 후라노와 비에이 정도만 갔던 것 같다.


열차가 출발하기도 전에 전광판에는 다음 열차 안내를 하고 있다. 쾌속 카리카치는 타키카와를 출발해 네무로본선 후라노, 신토쿠 등을 거쳐 오비히로를 지나 이케다역까지 운행한다. 철도 거리는 204.2km라고 하는데, 히가시시카고에역과 신토쿠역 사이는 열차 대신 대행버스로 대체운송을 하고 있어서 시간이 조금 더 걸린다. 여기가 대도시이고, 이용하는 사람들이 많다면 철도회사에서 어떻게든 재빨리 복구를 하여 승객 운송을 하려고 할 터인데, JR홋카이도는 적자가 아닌 구간이 한 손에 꼽기도 어려울 정도로 경영상태가 좋지 않아서 어떻게든 적자노선은 운행 재개를 하지 않으려 하고 있다. 일본의 수도권이나 칸사이권에서 열차 사고가 나면 어떻게든 재빨리 복구해서 운행을 하려고 달려드는 것과는 아주 대조적이다.


후라노역 바로 다음 역인 누노베역은 잘라먹고 그 다음 역인 야마베역.

이런 역이 있다는 것이 신기할 따름.


이 역에서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내렸다. 이 지역에 사는 사람들이 많지 않으니 열차 운행 간격도 길고, 그 덕분에 어느 정도 자리를 채워서 다니고 있다. 사진 속의 책을 보는 여학생은 공부 열심히 하는 모범생인 것 같은데 저 학생 부모님이 좋아하시겠다. 나는 왜 학교 다닐 때 그렇게 잠만 쳐 잤던가..


히가시시카고에역부터 철도 운행이 중단되어서 열차에 탄 사람들 중 히가시시카고에가 목적지인 사람을 제외하고는 나머지는 내려서 버스로 갈아타고, 반대로 버스를 타고 왔던 사람들은 열차로 갈아타고 후라노 방면으로 간다. 학생들은 정기권을 보여주고 버스에 타는데, 그런 보통열차만 탈 수 있는 정기권이 아닌 JR패스를 꺼내서 버스기사 아저씨에게 보여드리고 올라탔다. 후라노에서 출발할 때는 열차에 빈 자리가 없었지만, 역을 하나 둘 지나면서 많이 내려서 셋 중에 둘 이상은 이미 내려서 집으로 간 것 같다.

 

버스는 JR홋카이도에서 대체수송 목적으로 계약한 전세버스인 것 같다. 후라노역에서 탔을 때나 자리가 없어서 서서 가는 학생들이 몇 있었지, 갈수록 하나둘 내리더니 대행버스를 탄 사람은 많지 않았다.


대행버스라고 해서 뭔가 특별한 것이 있는 것은 아니고 관광버스를 대절하여 열차운행 불통구간을 버스로 대신 운행하는 것 뿐이다. 주로 학생들이 많이 이용해서 이들이 주된 대상인데, 소요시간은 열차로 다닐 때보다 조금 더 걸리는 것 같다. 일본의 도로 자체가 대부분 제한속도가 낮은데다 도로에 있는 버스정류장이 아니고 역 앞까지 가서 버스를 세우고, 차를 돌려서 나오는 것도 시간을 더 잡아먹으니 이래저래 시간이 많이 걸릴 수 밖에.


슬슬 해가 지고 있고


이쿠토라역에 도착했다.


첫 일본여행에서도 이쿠토라역에 들른 적이 있었는데, 말도 잘 안 통하고, 어디가 어딘지도 모르면서도 열차를 타고 왔던 기억이 있다. 그 당시에는 뭐가 뭔지도 모르고 사진찍고 눈 속을 헤매면서 다녔는데.. 영화로도 제작된 철도원의 호로마이역의 배경이 이쿠토라역이었고, 아직까지 당시의 세트가 남아 있기는 한데, 겨울철에는 찾는 사람들이 거의 없어서 앞으로 어떻게 될 지는 잘 모르겠다.


호로마이역 간판이 아직 남아 있구나.. 시간이 조금 더 있으면 여기서 내려서 구경을 하고 다음 버스를 타면 되겠지만, 이미 어두워지고 있어서 그냥 버스 안에서 사진만 찍었다.


이 때 히로스에 료코 참 예뻤는데.. 요즘에는 약에도 손을 대고 이래저래 실망스러운 모습을 보여준다고 한다.


다음은 오치아이역

어두워지고 있다.

그리고 신토쿠역.

신토쿠역에 도착할 때는 이미 주변이 다 어두워진 뒤였다. 보통열차는 네무로본선으로 다니지만, 특급열차는 세키쇼선으로 다니는 덕분에 운행에 별다른 차질이 없어 정상운행을 하고 있다. 다만, 여러가지 이유로 조금씩 열차가 늦어지는 일이 빈번하게 일어나고 있다. 강풍이 불면 열차 운행에 지장이 있다고 속도를 늦추고, 눈이 많이 오면 눈이 많이 온다고 속도를 늦추고.. 대행버스를 운행하는 회사는 '후라노버스' 라는 회사라고 한다. 어디선가 본 것에 의하면 올해는 대행버스의 운행편수를 늘렸다고 하는 것 같던데.. 아닌가.


저 떵차를 타고 가는 것은 아니고, 특급열차를 기다리고 있다.


이런 떵차를 타는 사람들은 역시 학생들이 대부분이다.


사람이 별로 없는데 한 학생이 걸어온다.


키하 40계 똥차를 원없이 보고 있다.


오비히로까지만 간다면 보통열차라도 타고 갈텐데 쿠시로까지 가야하니 특급열차를 타야한다.


도시락을 사놓은 것이 있어서 이걸로 저녁을.

설마 상하지는 않았겠지..

1.더 액세스 나리타(The Access Narita, ザーアクセス成田)

◆ 운행구간 : 긴자역/토쿄역(토쿄역 주변 주요 호텔)

◆ 운행회사 : JR버스 칸토(JRバス関東), 아스카교통(あすか交通), 헤이와교통(平和交通)

◆ 특징 

① 편도운임 1,000엔으로 저렴

사전예약을 하지 않아도 구입할 수 있으며, 따로 승차권을 구입하지 않고 현금이나 스이카 등 교통계IC카드로 지불 가능.

② 토쿄역에서 승차장이 인접

토쿄역 야에스미나미구치(八重洲南口)에서 나오자마자 버스정류장이 있고, 이 중 7번 승차장에서 출발.

2x2좌석 배열로 일반 고속버스와 같은 형태의 좌석 배치이고, 좌석 간격이 좁고 리클라이닝 각도가 크지 않으므로, 이런 버스는 불편해서 못타겠다 싶으면 돈을 더 내고 리무진버스를 타는 것이 좋다.




◆ 승차장 위치

야에스미나미구치(남쪽 출구)로 나가면 버스들이 계속해서 왔다가 가는 승차장이 있고, 7번 승차장에서 기다리면 된다. 승차장마다 화면이 있어서 정차하는 버스의 행선지를 알 수 있다.


승차장마다 전광판에 출발할 버스 시각, 행선지가 나오는데 한글로도 표시가 되므로, 못 찾으면 곤란하다. 이 전광판에는 출발 예정인 버스 3대의 정보를 표시한다.


◆ 시각표

아래에 첨부된 시각표를 참고하시면 되겠다.


더액세스나리타시각표.xlsx






2.케이세이 토쿄 셔틀(Tokyo Shuttle)


◆ 운행구간 : 긴자, 토쿄역(토쿄역 주변 주요 호텔) - 나리타공항(1,2,3터미널)

◆ 운행회사 : 케이세이버스, 나리타공항교통, 케이세이버스시스템

케이세이는 나리타공항에 몰빵하고 있어서 버스, 열차 가릴 것 없이 나리타공항에 가는 교통수단은 죄다 굴리고 있다.


◆ 특징 

① 사전예약시 편도 900엔에 구입 가능

사전예약을 하지 않아도 구입할 수 있으나, 승차일 2일 전까지 온라인에서 사전예약 및 결제를 하면 정상가인 1,000엔에서 100엔 할인된 가격에 구입할 수 있다. 그런데 도착비행기가 지연되면 어떻게 해야하는가..

② 토쿄역에서 승차장이 인접한 편

토쿄역 야에스키타구치(八重洲北口)에서 나와서, 좌회전하여 소토보리를 따라 직진하여 케이세이버스 3번 정류장에서 에서 출발. 

좌석이 넓지 않고, 리클라이닝 각도가 크지 않으므로, 이런 버스는 불편해서 못타겠다 싶으면 돈을 더 내고 편하게 리무진버스를 타는 것이 좋다.

③ 오에도온센모노가타리 행 버스가 있다. 

나리타공항 3터미널에서 22시 35분에 출발하는 버스를 타면, 토쿄역에 23시 52분, 오다이바의 오에도온센모노가타리에 익일 0시 25분에 도착한다. 체류시간이 짧아서 호텔에 가기는 애매한 사람들이 짧게 휴식을 취할 때 좋을 것 같다. 오에도온센모노가타리에서는 01:35, 03:40, 03:55, 05:20, 06:05에 나리타공항행 버스가 출발한다.  


◆ 토쿄역 승차장 위치

친절하게 케이세이에서 지도를 올려놓아서 여기에도 올려본다.




◆ 주의사항 

한국의 보통 고속버스와 같은 2x2좌석 배열의 차량으로 운행하는, 많은 사람들이 타는 버스이므로 운행회사측에서는 승객 1인당 1개의 수하물 기준을 가지고 있다고 한다. 큰 짐이 여러 개 있다 싶으면 타는 사람들이 많을 때는 해당 시각의 버스 대신 다음 버스를 타거나 돈을 조금 더 내고 리무진버스를 타는 것이 좋을 것 같다.

온라인 좌석 예약은 출발 1시간 전까지 가능하지만, 할인을 받으려면 승차일 2일전까지 미리 예약 및 결제를 완료해야 한다고.


◆ 시각표

아래에 첨부된 시각표를 참고하시면 되겠다.

(케이세이)나리타공항버스시각표.xlsx



여기서는 공항리무진버스를 제외한 저렴한 일반 공항버스만을 소개하므로, 리무진버스의 경우는 https://www.limousinebus.co.jp/kr 를 참조하시기 바람.



계속해서 길을 따라서 걷고 있는데 조금 더 가면 미치노에키(道の駅)라는 곳이 있어서 잠시 쉬면서 밥을 먹고 목을 축일 수 있는 장소가 있다는 것 같다. 미치노에키라는 곳은 한국으로 따지면 휴게소 정도라 하면 되겠다. 이동하는 중간에 음료와 식사를 하면서 휴식을 취할 수 있다. 그런데 홋카이도는 겨울이 길고 눈이 많이 오기 때문에 문을 닫고 쉬는 곳도 많고, 자동차를 운전하면서 다니는 여행자들 역시 줄어들게 마련이어서 겨울에는 문을 닫는 곳들이 꽤 많다고 한다.  


아오이이케에 단체관광객이 많이 오기에 아예 단체버스용 주차장도 준비되어 있다.


비에이까지는 대충 20km 이상 남은 것 같은데 다섯 시간 정도 걸으면 갈 수 있을 듯하지만, 비에이역에 도착시간이 늦어지면 쿠시로에 갈 수 없으므로 식당이 보이면 점심을 챙겨먹고, 버스를 타고 가야할 것 같다.

 

일단 눈에 보이는 식당인 '치하루의 야채 키친' 에 들어가서 음식을 주문했다. 고기를 좋아하지만 나이가 들수록 육식 위주의 식단의 부작용이 있는 것 같기도 하고, 여행 중에 는 가급적 균형잡힌 영양섭취를 하려는 편이어서. 이 때는 몰랐지만, 나중에 돌아와서 이 가게 정보를 찾다가 유기농 야채를 쓴다는 것을 본 것 같은데, 기억이 가물가물하다. 이 메뉴 이름이 '野菜ときのこのトマト煮込ランチ' 이라고 한다. 토마토를 끓여서 소스처럼 만들어 야채와 버섯을 넣고 졸인 음식이라고 생각하면 되겠다. 토마토파스타와 비슷한 맛이 났던 것 같다.


평소에 끼니를 거르는 경우도 많고, 그러다보니 야채를 잘 안 먹게되는 편이라 이렇게 돌아다닐 때는 일부러 야채가 많이 들어간 음식을 찾아서 먹고 있다.

 

샐러드에 뿌려진 소스의 맛도 괜찮았던 것 같은데..


일부러 술 대신 알콜이 들어가지 않은 소프트드링크를 마셨는데 무엇이었는지 잘 기억이 안 난다. 무슨 시트러스였던가..

안타깝게도 이 가게는 폐업을 해서 지금 이 자리에는 다른 음식점이 들어온 것 같다.


가게 안의 모습도 깔끔하고 예뻐서 마음에 드는 곳이었으나.. 새로 개업을 하는 사람이 있으면 폐업을 하는 사람도 있는 것이고 살아가는 것이 처음 생각했던 것처럼 뜻대로 되지 않는 것이니..


직접 담근 매실도 판매를 하는 것 같았다.


가게 곳곳에 주인 아주머니의 정성이 담겨 있어서 나중에 가족과 함께 와야겠다 싶은 곳이었는데 좀 아쉽다.

식사와 음료까지 1,500엔을 내고 영수증을 받아서 나왔다.


버스 시각표를 보니 시간이 조금 남아서 커피를 파는 카라마츠라는 커피 가게에 가서 아이스커피를 한 잔 시켰다. 250엔이었던가 300엔이었던가.. 이렇게 기억이 잘 안 나서 영수증을 챙기는 편인데..


사람들이 한창 많이 찾을 때이지만, 이 동네는 자차가 아니면 접근하기 조금 어려운 곳이라 사람들이 별로 없는 것 같았다.


이제 슬슬 버스를 기다리러 가야겠다.


아무래도 낮이 되니 차들이 많아진 것 같다.


버스를 기다리는데 사람이 많아서인지 원래 예정시각보다 3~4분 정도 늦게 도착했다. 아마도 아오이이케 앞에서 사람들이 많이 타지 않았을까 싶다.


비에이역 도착

어제 어영부영하다가 비에이역에 늦게 도착해서 시로가네에 늦게 갔던 것이 뒤늦게서야 아쉬운 생각이 들었다. 조금 더 일찍 가서 미리 아오이이케나 흰수염폭포를 보았더라면 조금 여유있게 구경할 수 있었을 것 같은데..


해외에서 찾아오는 관광객이 많아지니 비에이역에도 이렇게 영어로 설명을 해놓은 시각표와 지도가 있고, 그리고 주요 구간의 운임을 안내하고 있다. 아오이이케에서 비에이역까지 오는 버스 운임이 시로가네온천부터 타는 것보다 110엔 저렴하다. 110엔이면 보통의 가게에서 500ml 페트병에 든 음료수 하나 사서 마실 돈도 안 되는데, 버스비 아끼겠다고 걸어다닌 것은 아니고, 길을 걷는 도중에 '사람들이 그냥 지나치고 보지 못한 것이 있지 않을까?' 는 생각이 들어서 걸어다녔는데, 걸어다니느라 땡볕에 땀을 한 바가지 흘리고 나니 괜히 허튼 곳에 힘을 쓴 것 같기도 하고.

 

후라노행 열차가 들어오고 있다.

이제부터 쿠시로행 여정의 시작이라고 할 수 있다.


비에이에 한두 번 온 것도 아니고 촌스럽게 사진 따위는 안 찍을란다.


나카후라노역

이 시기면 이미 라벤더는 끝나지 않았을까 싶은데..

 

이 열차 안에는 쭝궈 쪽으로 보이는 아저씨가 계속 비디오 촬영을 하면서 뭐라뭐라 쎨라쎨라하고 있었다. 신경이 거슬려서 발로 한 대 차주고 싶었지만, 문화시민이기에 폭력은 안 되고, 말도 안 통하니 가만히 있었다.

후라노역.

1년 전에 여기 왔었는데, 또 왔다...


한국에서는 '청(青)의 호수' 라고도 부르는 아오이이케(青い池)를 찾아서 계속 걸어간다. 흰수염폭포부터는 약 3.1km 거리라고 하는데 이 정도면 가볍게(?) 다녀올 만한 거리인지라.. 물론 태양이 작열하는 날씨라 걸을 때마다 땀이 몇 방울씩 떨어지기는 했지만.. 

앞의 글에서 시라히게노타키(白ひげの滝)를 보고 계속 비에이 방면으로 걸어가는 내용이 이어지는데, 나무가 쓰러져 있는 마지막 사진을 찍고 약 20분 정도 걸려서 아오이이케에 걸어서 도착했다. 아이폰7의 배경화면에 나왔다는 곳이라고 하는데, 아이폰7이 나오자마자 사서 쓸 정도로 돈이 많지 않아서 이 때는 몇 만원 주고 산 아이폰5c를 쓰고 있었던 것 같다. 화면이 큰 스마트폰이 좋은 점도 있지만, 주머니에 쏙 들어가는 사이즈가 편하기도 하고..

 

신기하게도 연못에 있는 물의 색이 푸르다.

 정말 호수의 이름처럼 푸른(青い) 호수다.

어쩌다 나무들이 이렇게 수몰당했나 싶어서 찾아보니, 화산 니류로 인한 피해를 방지하고자 만든 언제(堰堤)라는 둑을 여러 곳에 만들어 두었는데, 1988년 12월 토카치다케의 화산 분출 당시 이 중 하나의 제방에 물이 고인 것이라고 한다. 그래서일까 이 연못에 갇힌 나무들은 비쩍 말라 있다.


지나가듯이 아오이이케의 사진을 한 번 본 적이 있었는데, 그냥 쓱 보고 넘어가서 '물 속에 나무가 사는가보군' 이렇게 생각했는데, 그건 착각이었다. 토카치다케의 화산 분출시 피해를 줄이기 위해 제방을 만들어 두었는데, 여기에 물이 들어차 고이면서 연못처럼 되었다고 한다. 그 덕분에 멀쩡히 잘 있던 나무들은 물에 잠기게 되었고, 물 속에서 크는 식물이 아니었기에 저렇게 말라죽게 되었다고 한다.


저렇게 죽어간 나무를 보니 뭔가 짠한 느낌이 들었다. 나무 입장에서는 '나는 물 속에 사는 나무도 아닌데, 어디서 물이 들어오더니 순식간에 수몰당했다' 고 생각하지 않겠는가. 나무는 생각을 못하나..

 

물 색깔은 청색보다는 옥색에 가까운 듯한데, 이 연못이 알려지게 된 것은 1997년 일본의 타카하시 마스미라는 사람이 블루리버라는 사진집에 이 곳의 사진을 수록하면서 아오이이케라는 곳이 사진 애호가들을 중심으로 알려지기 시작했다고 한다.

 

파랗긴 파랗다.


이 나무들이 불쌍하다.

동물이었다면 피하려고 움직이기라도 했을 터인데 나무는 땅에 뿌리를 박고 있었을 터이니 그냥 꼼짝없이 수몰될 수 밖에 없었을 것 같다. 동일본대지진이라든지 최근에 일어난 서일본 지역의 홍수피해 등을 보면 확실히 이 나라는 자연재해가 빈번하고 그 규모가 큰데, 그나마 자연재해에 대한 대비가 철저하여 그나마 피해를 줄일 수 있는 것 같다. 한국은 최근에 들어서 일본에 비하면 약하지만 지진을 겪은 경험이나 대비가 거의 없었기에 사람들이 놀라는 경우가 많았는데, 이제부터라도 지진과 같은 자연재해시 피해를 줄일 수 있도록 미리 방재훈련을 철저히 해야할 것 같다. 막상 민방위훈련도 귀찮기는 하더라만 그래도 할 것은 해야겠지.


저렇게 계속 물에 잠겨 있으면 이미 뿌리까지 다 썩었을 것 같은데..


그렇게 죽어간 나무들은 저렇게 말라서 잎사귀 하나 없이 있는가 보다. 


아오이이케의 끝부분. 

어디가 끝인가 보려고 한 바퀴 돌다보니 여기까지 왔다.


물에 잠기지 않은 곳에는 나무들이 잘 있는데, 저렇게 죽었거나 죽어가는 식물들의 삶 역시 사람들과 크게 다를 바가 없는 것 같다.


수몰된 나무들. 겨울이면 여기는 꽁꽁 얼어 있을 것이고 얼음과 눈 위에서 라이트업을 한다고 하던데 갈 기회가 있어도 추워서 갈 수 있을지 모르겠다. 나이가 들수록 추운 것이 싫어진다.


이 곳에는 끊임없이 사람들이 왔다 가고, 개중에는 단체관광객들, 중궈와 한국의 패키지 관광객들이 많아서 복잡한데, 집단으로 움직이다보니 꽤 소란스럽다. 그들을 이리저리 피해서 가는 것도 일이라 귀찮다. 개별적으로 일행이 없이 자유롭게 여행하는 사람의 한 명으로서 떼지어 다니면서 질서를 지키지 않는 사람들이 눈꼴사나울 따름. 

 

사람들이 계속 몰려들기에 시야가 확보되면 바로 사진을 찍고 움직인다.

 

덕분에 사진의 질은 갈수록 낮아지고 있다.


렌즈에 김이 서렸나..

 

사람들이 남는 것은 사진이라고 하는데 혼자서 돌아다닐 때 셀카는 얼굴에 뭐가 묻었나 확인할 때나 찍고, 대개 어딘가에 가고 본 것을 기억하고 남겨두기 위해 사진을 찍는 편이라 눈에 보이는 것만 사진으로 남기고 있다.


구름이 잠시 따가운 햇살을 막아주고 있다. 아리가또~ 이제 사진 몇 장 더 찍고 이 곳을 떠나야 할 것 같다.


수몰 피해 나무들.. ㅠㅠ


나무의 뿌리는 이미 썩었을 터이고. 동물이라면 어떻게든 피하려고 애를 써보기라도 했을텐데 이 나무들은 그저 뿌리내리고 있다가 그냥 참사를 당한 셈일 터이니.저렇게 말라버리고 죽어가는 나무가 안타깝기도 하고..

파노라마로 사진을 찍어볼까 했는데 지나다니는 사람이 많아서 잘 나오지 않을 것 같아서 포기하고, 그냥 한 바퀴 돌며 중간중간 멈춰 사진 한두 장씩 찍고 이동을 했다. 초반에는 대륙인 단체관광객이 와서 난리부르스를 추더니 잠시 후에는 한국이었나 중국이었나 아니면 둘 다였나 패키지투어 관광객들이 와서 시끌벅적해짐과 동시에 혼잡해졌다. 얼른 사진 몇 장 찍고 도망쳐야 할 것 같다는 생각이 퍼뜩 드는데 이 정도면 사진을 찍을만큼 찍었다 싶은데, 다시 이 곳에 오지 않을 수도 있겠다 싶어서 잠시 이 호수를 더 바라보다가 다시 이동을 위해 발걸음을 재촉했다.

#4. 흰수염폭포

2018. 8. 28. 04:57



지난 밤에는 오토바이를 타고 전국을 돌아다니는 아저씨와 같은 방에서 잠을 자게 되었는데, 미에현에서 오신 분이라고 한다. 미에라고 하면 츠, 토바, 시마, 이세 정도 다녀온 것이 전부인 것 같은데 시간이 많이 흘러서 잘 기억이 나지도 않고,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은 킨테츠 우지야마다역이었던가 근처에 있는 음식점에서 오코노미야끼를 먹었던 것이라, 이세신궁에 갔다 온 적이 있고, 몇몇 도시에 잠시 들러서 묵은 적이 있지만, 시간이 지나니 기억이 잘 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 분과 이야기를 하다보니 한국인들은 일본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을 하는가에 대해서도 물어보시는데, 아무래도 역사적인 문제가 있어서 쉽사리 양국의 간극을 좁히는 것이 쉽지 않을 것이라 생각한다고 말하니, 자신은 전후세대이기 때문에 전쟁에 대해서는 직접적으로 경험한 것이 없어서 딱히 뭐라고 말할 수는 없고, 거기에 대해서 특별히 가지고 있는 감정은 없다고. 전후세대라고 하면 1945년 이후 태어난 이들을 말하는 것이니 그 아저씨도 대충 50대 전후일 것 같은데, 뭐랄까 조금 마음이 열려 있는 분 같은 느낌이 들었다. 대개 여행 중에 만나는 사람들을 만나다보면 마음에 여유가 있는 경우가 많은 것 같다. 설마 조센징이 와서 자기한테 귀찮게 말을 걸더라고 뒷담화를 까지는 않았겠지..

그러다 그 아저씨는 이른 시각에 출발하였고, 나는 조금 늦게 일어나서 천천히 씻고 짐을 챙겨서 밖으로 나왔다. 아침을 먹어야 하는데.. 아무래도 조금 더 비에이 방면으로 가다보면 미치노에키라든가 카페나 식당이 하나 둘 정도는 있지 않을까 싶었다. 원래 방문하는 장소에 대해서 미리 열심히 연구를 하고, 효과적인 동선을 찾아내거나 맛집을 찾아놓고 가는 것이 전혀 아니고, 일본에 왔으면 온천욕이나 해야지 하면서 온천이 있는 곳을 찾은 것 뿐이고, 부킹닷컴에서 흰수염폭포가 가깝다는 한국인 여행자의 댓글을 보고 아 근처에 이런 것이 있구나 싶었는데, '배틀트립' 이었던가 어떤 텔레비전 여행 프로그램에서 잠시 보았던 것 같아서 그 곳에 잠시 가보기로 한다.


흰수염폭포(白ひげの滝)

일본어로는 '시라히게노타키' 라고 부른다.

 

이 주변은 사방이 산으로 둘러싸여 있는 것 같다.


예상했던대로 이 폭포를 실제로 보는 것은 다른 사람들이 찍어놓은 사진을 보는 것보다는 못하다는 느낌이었다. 유량이 적어서 그랬는지는 몰라도 조금 더 화끈하게 물이 쏟아졌으면 좋으련만 수염처럼 가늘게 흐르는 것이 좀 아쉽기도 하고.. 수염이라서 저렇게 쫄쫄쫄 물이 흐르는건가..


사진을 한 장 더 찍고


폭포를 바라보고 있는 다리 위에서 사진을 하나 더 찍고


주변에 사람들이 없는 틈을 타서 사진을 몇 장 더 찍었다.


물 색깔이 다소 푸른 빛을 띈다고 해서 아오이카와(青い川)라고 불린다는 것 같다.


밑에는 온천수가 섞여서인지 김이 올라오기도 하고..

 

바닥에 흐르는 물도 맑지는 않다. 온천수도 섞여 있을 터이고..


조금 먼 곳까지 사진을 찍고

 

가족으로 보이는 관광객들이 다리를 건너고 있다.

 

근처의 고급 료칸형 숙소 사진도 찍어본다. 갈 곳은 많으니 다시 올 일은 없을 것 같기는 하지만..

 

햇빛과 맞장을 뜨려다보니 사진이 이렇게 나왔나..

 

렌즈에 물이나 땀이 묻어있었던 것 같다.

 

시라히게노타키(白ひげの滝, 흰수염폭포)에 대한 설명인데 '다리 위에서 봐 BoA요~' 라고 한다. 아쉽지만, 짐도 있고, 이 더운 날씨에 종일 먼 길을 가야하므로 체력을 아껴야 하니 그럴 일은 없다.


역시 여행을 온 가족들인 것 같고..

 

여기 흐르는 강의 이름이 비에이카와(美瑛川)인 것 같다.


다리를 다시 건너서 처음 장소로 되돌아왔다.

여기에 온 사람들은 대부분 가족 단위인데다 자동차를 가지고 와서 별 문제가 없겠지만, 차도 없고, 돈도 없는 사람은 걸어서 가야 한다. 버스가 다니기는 하지만, 버스 시간이 띄엄띄엄해서 버스 시간에 맞춰서 돌아다니는 것도 골치가 아픈 일이라. 올 때와 마찬가지로 비에이역까지 가는 버스는 하루에 단 다섯 대만이 다닐 뿐. 일단은 아오이케까지만 걸어서 가보고, 그 다음에 버스를 타고 비에이로 돌아가면 될 것 같다. 아무리 생각해도 이런 날씨에 비에이역까지 걸어가는 것은 할 짓이 아닌 듯하다.


자작나무들이 잔뜩 심어져 있다. 일단 강렬한 햇빛을 가려주니 굉장히 고맙다.


캐리어를 끌고 다니기 편한 길이 있어서 자작나무숲 가까이 가는데 아쉽게도 이렇게 정비해서 포장된 길은 별로 길지 않았다.

 

그런데 더 들어가봤자 뭔가 있을 것 같지는 않다.

 

저 안에 들어가 잠시 쉬려고 했는데 벌들이 날아다녀서 도망쳤다. 이런 곳에서 벌에 쏘일 수도 있어서..


사람이 지나다닌 듯한 흔적이 있기는 한데, 그리 많이 다닌 것 같지는 않다. 다시 생각해봐도 백팩을 메고 캐리어를 끌고 다니면서 이런 험한 지형을 지나가고 있는 사람이 어리석은 것 같은데..

 

부동의 폭포라는 곳이 있는데 모르고 그 곳을 지나쳐버렸다. 나중에 이 근처에 가게 된다면 다녀오겠는데, 그게 언제가 될 지는 모르는 일이고. 부동의 폭포 보러간다고 이 곳을 또 갈 수는 없는 일이고. 여기서 시로가네가 1.5km라고 하니, 여기까지 그만큼 걸어온 것 같은데, 이 정도면 몸풀기 정도라 생각하면 되지만, 짐덩이가 두 개나 있어서 걸어가는 것이 쉽지만은 않다. 10년 넘게 사용하면서 바퀴가 여기저기 찍히고 주인의 과적으로 인한 피해로 손잡이가 휘어져서 잘 들어가고 나오지 않는 캐리어라서, 돈 벌어서 새 캐리어를 살 때까지 조금만 더 고생하자고 달래가면서 끌고 다니고 있다.


태풍과 폭우로 인해서 저렇게 쓰러진 나무들도 있는데, 일단 아오이케까지만 가보고 아오이케부터는 버스를 타고 비에이로 가야 할 것 같다. 썬크림을 두껍게 바르고 다니고 있지만, 땀이 줄줄 흘러서 계속 씻겨 내리고, 다시 바르기를 반복하고 있다.9월인데도 햇살이 쨍쨍해서 도저히 짐을 메고 끌면서 이 햇살과 맞장을 뜨자니 그 전에 타죽을 것 같다. 사진 속에 쓰러진 나무는 비바람 때문인 것 같은데, 날이 맑은 것은 그나마 다행인건가 싶다.


하늘이 맑아서 기분이 좋은 가운데 어울리지 않게 이 시간에 길을 걷고 있다. 대개 이 시간에는 집에서 막 눈을 뜨거나 늦잠을 자서 곧 허둥대기 일보직전일텐데.. 잠을 설친 덕분에 일찍 짐을 챙겨서 나오게 되었다는 이 아이러니한 상황. 사실 어지간히 피곤하지 않으면 낯선 곳에서는 잠을 잘 자지 못해서 고생을 하는 편이라..


삿포로 테레비탑도 보이고 


도토루에 들어가서 샌드위치와 커피를 시켰다.

생각해보니 내가 주로 아침 식사가 포함된 비즈니스호텔의 숙박 플랜 또는 아침 식사를 추가로 신청했던 것은 아침부터 무엇을 먹을까 고민하는 것이 싫어서였던 것 같다. 고독한 미식가는 아니고, 그냥 주는대로 나오는대로 잘 먹는 사람이라서.. 


뭐였더라..

사진을 찍기는 했는데 무엇을 찍으려고 했는지 기억이 안 난다.

 

왼쪽은 삿포로와 하코다테를 오가는 183계 디젤 차량 특급 호쿠토, 오른쪽은 733계 전동차

 

홋카이도의료대학역까지 운행하는 보통열차. 

삿쇼선은 한 번도 안 타본 것 같은데, 뭐 별로 타보고 싶지는 않다.


탈 열차 카무이가 들어오고 있다.

이 특급형 전동차는 예전에 '수퍼 카무이' 라는 이름으로 삿포로와 아사히카와를 연결하는 하코다테본선을 다녔는데 언제부터인지 '수퍼' 이름이 빠졌다. 예전에는 틸팅이 되는 디젤 차량으로 운행하는 특급형 열차에 '수퍼' 라는 단어를 붙였던 것 같은데, 예를 들면 삿포로에서 하코다테를 오가는 특급 호쿠토는 틸팅이 되지 않는 디젤 똥차 183계 열차이고, 수퍼 호쿠토는 틸팅이 되는 261계, 281계 디젤 동차 같은 식으로. 


비바이(美唄)역

역 이름처럼 홋카이도 비바이시에 있는 역. 이 역은 늘 지나가기만 했는데, 이번에도 그냥 지나간다.


역을 출발하면 곧 이런 숲 사이로 달린다.


여기는 스나가와(砂川)역

이 동네의 강에는 모래가 많은가..

카무이의 정차역은 비바이, 이와미자와, 스나가와, 후카가와, 타키카와, 그리고 종착역인 아사히카와가 되겠다.

 

아침을 안 먹은 것은 아닌데 배가 고파서 샐러드를 사먹었다.

영양성분 계량하면서 치밀하게 식단을 짜서 음식을 먹을 리는 없지만 가급적 골고루 먹으려고 노력은 하고 있다.


4종의 필수 아미노산이 배합된 드링크제도 하나 사서 마시고..

이틀 동안 호스텔에서 잤더니 피곤한 것이 나이는 속일 수 없는 것 같다.


후라노선이 단선이기에 양방향 교행을 위하여 잠시 정차 중이다. 어차피 한 시간에 한 방향으로 열차 한 편씩 다니는 곳이라 복선화할 필요도 없고, 관광객들이 몰리는 시즌을 빼면 통근, 통학하는 사람들만 이용하는 노선이라..


열차 안에서도 햇빛이 따갑게 느껴지는데, 밖에 있으면 햇빛이 꽤 부담스러울 것 같다.

 

비에이역에 내려서 역 가까운 곳을 슬슬 돌아다닌다. 

이번에는 언덕을 걸어서 올라가는 것은 아니고 시간이 조금 남아서 그냥 설렁설렁 평지에서 돌아다니고 있는데, 9월이라고 찌는 듯한 더위는 한풀 꺾인 것 같은 느낌이다.


이번에 탈 버스가 마지막 버스이므로 얌전히 정류장 앞에서 버스를 기다린다.

아직 컨디션이 올라오지 않아서 계속 가라앉는 느낌인데, 앞으로 며칠 간은 쉽사리 올라오지 않을 것 같아서 살짝 걱정이 된다.


여기는 카페인 것 같다.


그냥 시골 마을인데 이 곳이 일본만이 아니고 여러 곳에 알려지면서 평범하게 살아가는 동네 사람들이 피해를 보는 일도 적지 않다고 한다. 예전에는 출입금지 정도의 문구가 있었다면, 요즘에는 아예 외국어로도 출입을 하면 경찰에 연락할 수 있다는 문구도 본 것 같은데..


비에이도 식후경이라고..

아침에 커피 한 잔에 빵 한 조각 먹고 간식으로 작은 샐러드 하나 먹은 것이 전부라서 삼각김밥과 삿포로클래식으로 점심을 먹는다. 그런데 이것이 이 날 마지막으로 먹는 식사가 될 줄은 꿈에도 몰랐다.


햇빛이 따가울 것 같았는데 다행히 구름이 있어서 염려했던 만큼은 아니었다.


누가 그랬는지는 모르겠는데 비에이가 일본에서 가장 아름다운 마을이라고 한다. 아름다운 마을이라는 것은 부정하지 않지만, '가장 ~하다' 는 말은 과장일 수도 있지 않을까 싶다.

버스 정류장을 찾아서 기다리고 있는데 버스가 원래 예정시각을 지났는데 도착하지 않았다. 이것이 시로가네온천행 마지막 버스라서 예약한 숙소에 갈 수 있냐 마느냐를 결정하는 것이라 살짝 염려가 되기는 했는데, 짐을 가진 사람들이 하나 둘 모여드는 것을 보니 제대로 버스 정류장을 찾아온 것은 맞는 것 같다. 저 사람들도 외국에서 찾아온 사람들인 것 같아서 그다지 신뢰할 수는 없지만.. 예정시각보다 5분 남짓 지났을까, 버스가 와서 짐을 들고 올라탔다.

거리비례로 운임이 올라가는 방식이라서 처음에 탈 때 운임을 내는 것이 아니라 정리권을 뽑아서 가지고 있다가 정리권에 적힌 번호에 맞추어 버스 앞에 있는 요금표 표시기에 들어온 금액을 준비해서 내릴 때 지불하면 된다. 

 

이 나라는 재해가 많은 만큼 재해시에 피난 장소 표지판이 있다.


아무래도 북쪽에 위치한 동네라서 그런지 해가 생각보다 빨리 지는 것 같다. 이미 9월이라 며칠 지나면 추분이고, 그 이후로 반년 동안은 낮보다 밤이 긴 시간이 될 터이니.. 


초점이 안 맞았지만 뭐 하루이틀 그러는 것도 아니고..


좁은 2차선 도로이지만, 길이 곧게 주욱 뻗어 있고, 지나다니는 차가 거의 없어서 속도를 내기에는 좋을 것 같지만, 대부분의 버스기사들은 규정속도를 준수하면서 운전을 한다. 버스의 경우 각 정류장마다 버스 시각표가 있는데, 도로 위를 다니기 때문에 변수가 많아서 늘 시각표에 나온 정확한 시각은 아니지만, 가급적 운행시각표에 맞춰서 운행하려고 하기 때문이기도 하고, 일본은 한국에 비해 자동차의 제한속도가 낮아서 앞에 지나다니는 차량이 없더라도 규정속도를 준수하는 편이다.


예상대로 계속 산과 들판만 보인다.

제한속도는 시속 50km라는..

 

시로가네온천은 얼마나 먼가..

여기에 오기 전에 구글 지도로 대충 거리를 계산해보니 20km정도 되는 거리였던 것 같던데 초행길이라 그런지 가도가도 끝이 없어 보인다. 버스의 종점에서 내리면 된다고 하니 급할 것이 없기는 하지만 버스가 기껏해야 최고 시속 50km로 달릴테니 표정속도는 거기에 미치지 않을 터이고, 대충 40분 정도는 걸렸던 것 같은데, 그 덕분에 버스 운임은 650엔까지 올라갔다. 

  

시간이 걸린다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생각보다 거리가 멀어서 내일 체크아웃을 하고 비에이역으로 돌아가는 것도 보통 일이 아닐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슬픈 예감은 틀린 적이 없나..


버스에서 내리니 어느덧 어둠이 짙었다. 숙소에 전화를 했더니 걸어서 올라오다보면 보일 것이라고 해서 조금 걸어 올라가니 쉽게 찾을 수 있었다. 문제는 이 산골에 있는 숙소 근처에 밥을 먹을 만한 곳이 없더라는 것인데.. 편의점은 당연히 없고, 식료품을 파는 조그만 구멍가게 같은 곳도 보이지 않는다. 그런 가게가 있다고 해도 이 시간에 영업을 할 것 같지는 않고.. 숙소에 물어보니 이 근처에는 밥을 먹을 만한 곳이 없다고 하면서 건너편에 있는 호텔의 레스토랑 정도에서나 밥을 먹을 수 있을 것이라고 한다.

이 근방에 있는 두 개의 큰 호텔 중 하나인 다이세츠잔시로가네관광호텔(大雪山白金観光ホテル)이 있는데, 아마도 이 호텔을 말한 모양이었다. 이 호텔에는 큰 식당이 있어서 여기에 들어가볼까 했는데 단체 관광객이 많이 왔는지 시끌벅적해서 가고 싶은 마음이 들지 않았다.[각주:1]배는 고프지만 아사히카와역에서 죽치고 기다리면서 사두었던 음식이 조금 남아 있어서 이걸로 적당히 끼니를 때우고, 내일 일어나자마자 식당을 찾아서 맛있는 음식을 사먹어야 할 것 같다.

  1. 나중에 한국에 돌아와서 이 호텔의 웹사이트 주소를 찾아서 검색을 해보니 당일입욕+식사는 1,300엔이라고 한다. (http://www.shirogane-kankou.com/blog/index.html) 한국어로 된 페이지는 없다. [본문으로]



지하철을 타고 다시 후쿠오카공항에 도착했다.

버스는 막힐 가능성도 있고, 노선을 잘 몰라서 그냥 지하철을 탔다.


일본 국내선을 타는 것은 6년 여 전에 일본항공 마일리지로 김포에서 삿포로까지 다녀왔던 것 이후 아주 오래간만인 것 같다. 거리가 짧은데다 고속철도나 버스 등이 잘 갖추어져서  한국과 달리 일본에서는 국내선도 수익성이 나쁘지 않은데, 지리적으로 동서남북으로 길게 늘어져 있어서 후쿠오카에서 삿포로 같은 곳에는 비행기 외에는 다른 수단이 없다고 보면 된다. 이 블로그에 글을 쓰고 있는 사람은 열차 하나로 계속 내달리기도 한 적이 있는데 하카타역에서 출발해서 토쿄까지는 약 6시간 정도 걸리고, 토쿄에서 삿포로까지 약 8시간 반 정도 걸리니, 아침에 눈뜨자마자 신칸센을 타도 삿포로에는 자정이 가까운 시각에 도착하게 된다. 단기체재 외국인의 특권으로 JR패스를 사용할 수 있기는 하지만, 토카이도-산요신칸센에서 노조미호를 탈 수 없어서 시간이 오래 걸리고, 환승 대기시간이 길어져서 하루 종일 열차를 타고 가야 한다. 그래서 이번에는 후쿠오카에서 바로 삿포로에 가는 비행기를 타기로 했는데, 2만엔이 넘어가는 제 가격을 주고는 못 타고, 단기체재 방일외국인용 국내선 항공권을 꽤 저렴하게 구입했다. 사실 이것을 믿고 후쿠오카로 들어오는 경로를 택했지 아니었다면 오사카나 토쿄에서 신칸센으로 하루 걸려 움직이는 고난의 이동을 했을 것이 안 봐도 뻔하다.


일본의 지형이 크게 혼슈, 시코쿠, 큐슈, 홋카이도 네 섬으로 이루어져 있는데다 길게 늘어진 모습이어서 국내선 항공 역시 활발하게 다니고 있다. 한국에서는 땅덩어리가 좁은데다 고속도로가 잘 갖춰져 있어서 고작 200~300km 정도의 거리라면 비행기가 버스나 철도 등의 육상교통수단을 앞지르지 못하는 것이 가장 큰 이유이기도 하고, 거리가 짧다보니 출발 한 시간 전 쯤에 공항에 도착해서 탑승수속을 하면서 짐을 맡기고, 도착 후에 짐 찾고 그러다보면 짧은 이동시간으로 얻은 시간을 공항에서 도심까지 오가는 시간을 생각해보면 큰 시간 절약이 되지 않는다. 그런데 이 후쿠오카공항은 지하철로 도시의 중심인 하카타역까지 10분 이내에 갈 수 있고, 버스로도 텐진, 하카타역에 금방 오갈 수 있다.

  

보잉 777-200 기종인 것 같다.

비즈니스클래스 포함해서 405석이라는 것 같던데 중간에 빈 좌석이 보이기는 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탔다. 

  

자~ 이제 출발한다.


이륙하자마자 후쿠오카 시내가 보인다.

언제나 느끼지만 후쿠오카공항의 입지는 참 좋은 것 같다.


국내선치고는 꽤 큰 기재인 777-200ER인데 빈 자리가 있기는 하지만 충분히 많은 사람들이 탔다.

 

기내 엔터테인먼트는 없었던 것 같고, 커피나 음료수 한 잔씩 주었던 것 같다. 기내 와이파이접속이 된다고 하는데 그것은 유료라서 굳이 한 시간 남짓 사용할 거면서 비싼 금액을 지불하기는 싫다. 종종 스마트폰으로 게임을 하기도 하고, 업무 관련된 자료도 찾아보고 그러지만, 별다른 용무가 없을 때는 몇 시간 씩 가방 속에 넣어두고 보지도 않을 때도 많아서 기내 모니터에 보이는 이동상황이나 뉴스를 보면서 간다. 

 

등록부호는 JA713A


기내 텔레비전에 하네다공항에서 이륙한 뉴욕행 JAL항공기가 긴급착륙을 했다는 뉴스가 나오고 있다. 삿포로에 도착하고 난 뒤에 버드스트라이크로 인해 연료를 버리고 착륙했다는 기사를 봤는데, 다행히도 별다른 인명피해는 없었다는 것 같다.

 

이제 바다를 건너서 홋카이도에 온 것 같다.


삿포로 신치토세공항에 도착했다.

두 시간 정도 걸린 것 같다.


점심을 안 먹었기 때문에 일단 공항에 있는 모스버거에 들어가서 점심을 먹었다. 일본에 수십 번 드나들면서도 그냥 역에 있는 롯데리아나 맥도날드 같은 패스트푸드점은 잘 가지 않아서 메뉴판을 보고 고르는 것도 시간이 꽤 걸렸다. 카레모스버거와 튀긴 양파와 감자, 그리고 레몬티를 시켰다. 패스트푸드점은 한국이든 일본이든 기껏해야 1년에 한두 번 정도 갈까 말까한 정도라서 메뉴 자체가 생소하고, 어색한 느낌이 든다. 기간한정으로 파는 것들도 많아서 나중에 가면 찾아볼 수 없기도 하고..


뭔가 오묘한 맛이었다.

삿포로역에 가야하는데 도중에 잠시 아울렛 레라에 들러 선물을 사려고 레라 셔틀버스를 탔다. 막상 마음에 드는 것은 비싸고, 세일 상품이라고 하는 것들은 마음에 안 들어서 그냥 나왔다. 종종 지름신이 들러서 생각지도 않았던 지출이 생기기도 하는데, 유혹에 넘어가서 낭비하지 않은 것을 스스로 칭찬하면서 미나미치토세역으로 걸어갔다.


저 스즈란은 비싼 특급열차이므로 가볍게 보내주려고 하는데, 생각보다 길게 정차하는 것 같다. 

기분 탓인가..


JR패스 인환권이 가방 안에 있는데, 다음 날부터 사용할 계획이어서 곱게 모셔두고, 그냥 스이카에 1,000엔을 충전하고 삿포로에 간다.


미나미치토세역

이 역은 원래 치토세공항역이었으나, 신치토세공항역이 생기면서 미나미치토세역으로 역명이 변경되었다. 미나미치토세역은 홋카이도의 열차 운행에 있어서 상당히 중요한 역할을 하는 역인데, 치토세선에서 세키쇼선, 치토세선 지선(신치토세공항 방면) 등을 다니는 열차들이 이어지는 이 역에서 분기한다. 오비히로, 쿠시로 등의 도동 방면, 하코다테, 오샤만베, 무로란 등의 도난 방면의 모든 특급열차가 이 역에 정차한다. 그런데 이 역 주변에는 아울렛 말고는 별다른 상업시설이 없어서 썰렁하기 그지없고, 치토세선의 삿포로 방면 다음 역인 치토세역 주변이 그나마 상권이 형성이 되어 있다.


삿포로에 숙소 예약을 해두었으니 쾌속 에어포트를 타고 삿포로에 간다. 지정석인 U-시트는 520엔을 추가로 내야하기에 그냥 자유석 차량에 타고 가는데 용케도 빈 자리가 있어서 힘들지 않고 앉아서 갔다. 

삿포로의 숙소는 9월이니 최성수기가 끝났을 것이라 생각하고 미리 예약을 하지 않다가 전날에서야 호스텔 예약을 했는데, 주로 방을 혼자 쓰다가 여러 명이 한 공간에서 함께 자는 호스텔이 조금은 부담스러운 면도 있고, 호스텔의 매트리스는 보통 집에서 사용하는 침대의 매트리스와는 아주 다른 것이라 불편하기도 하고, 무엇보다 밤중에 젊은 청춘들의 혈기왕성한 목소리가 거슬리기도 해서 이제는 이런 곳을 가급적 피하게 되는데, 6천~7천엔 수준의 비즈니스호텔이 만실이어서 그냥 이 곳으로 정했다. 조금 더 알아본다거나  

삿포로역에 내려서 구글 지도를 켜고 가는데 지하철 스스키노역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인 것 같다. 지도를 따라서 어찌어찌 도착해서 체크인을 하고 배정받은 방으로 들어가서 짐을 내려놓았다. 대개 호텔에서 묵다보니 수건이나 칫솔 같은 어메니티가 비치되어 있어서 별 준비없이 가도 문제가 없는데, 여기는 호스텔이었다. 그나마 칫솔은 지난 번에 사용하던 것이 있어서 어제도 샤워를 하고 나서 수건이 없어서 입었던 옷을 벗어 물기를 대충 닦았는데, 아무래도 큰 타월 하나 있는 것이 좋겠다 싶어서 먼 길을 걸어 돈키호테까지 가서 거금 540엔이나 주고 배스타월을 하나 사왔다.


친구 중에 쿠데타마를 좋아하는 녀석이 있어서 하나 사다줄까 했는데 이건 하루 숙박비에 육박하므로 그냥 포기.



현재 기온은 섭씨 22도라고 한다.


저녁을 먹어야 하는데, 무엇을 먹을까 고민을 하고 있는데, 호스텔에 있는 한국인 직원 분이 먹어본 스프카레 중에 가장 맛있었다는 가게를 추천해주었다. (대단히 미안하지만) 그 말을 액면 그대로 믿지는 않았지만, 뭐 그냥 딱히 가서 먹고 싶은 음식점이 있는 것도 아니라서, 이렇게라도 추천을 해주니 그 곳에 가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분은 나보다 어린 듯하지만 이미 일본인 여성과 결혼해서 삿포로에 살고 있다고 하면서 몇 마디 주고 받다가, 호스텔에 묵는 사람들에게 주변에 있는 음식점 방문해서 음식을 시키면 랏시 1잔의 특전이 주어지는 쿠폰을 주었다. 호스텔에 드나들다가 사무라이라는 카레 가게의 쿠폰을 하나 챙겨두었는데, 이 가게가 멀지 않은 곳에 있다니 추천하는 사람을 한 번 믿어보고 가보기로 했다. 사실 믿고 말고를 떠나서 있는 곳에서 멀지 않다니 그걸로 충분하기도 하고..


호스텔에서 받은 쿠폰을 건네주니 랏시라는 인도의 음료가 먼저 나왔다. 랏시가 뭔가 궁금해서 찾아보니 플레인 요거트에 물과 설탕을 넣어서 만드는 것이라고 하는데, 처음 맛보는 것이라 이게 맛있는 것인지 아닌지 알 수가 없어서 뭐라 평가는 못하겠고, 그냥 잘 마셨다.


잠시 후에 카레와 밥이 나왔다.

 

약간 매운 맛을 선택했던 것 같은데 그럭저럭 매웠다. 그 맵다는 느낌이 한국음식의 매운 맛과는 다른 맛이기는 하지만..


채소들이 투박하게 썰어져 들어가 있다.

 

언제나 그렇듯이 이번에도 설거지를 편하게 할 수 있도록 다 먹었다.


코로나가 300엔이었나 350엔이었던가 해서 한 병 시켜서 입가심을 하고 돌아왔다.

카레를 먹고 있는데, 묵었던 호스텔에서 이 가게로 보내진 것 같은 한국인 남성 4인조가 들어왔다. ㅋㅋㅋ 

다음 날 역시 아침 일찍부터 움직이기 위해서 일찍 잠을 청했는데 한참 뒤척이다가 겨우 잠에 들었는데 밖에서 술쳐드시고 지랄발광하는 놈들이 등장해서 계속 뒤척이면서 이틀 연속으로 잠을 설쳤다. 시부랄.. 갈수록 예민해지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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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후쿠오카 상륙

2018. 8. 21. 21:11


일본에서 창고 재고 관리라든가 신제품 정보 수집을 위해 다시 일본행. 창고에는 직접 들어갈 수 없어서 미리 문제가 되는 상품들을 돌려받아서 확인을 하고, 상품으로서의 가치가 떨어져 폐기할 것인지, 아니면 이상이 없어서 재입고를 할 것인지 등을 결정해야 하는데, 정확하게 언제 묵고 있는 곳에 도착할 지를 몰라서 출발 전에 며칠 여유를 두고 가게 된다. 할 일 없이 마냥 기다리기만 하는 것도 난감해서 며칠 동안 그냥 설렁설렁 돌아다닐 생각인데, 덕분에 본의 아니게 여행을 하는 셈이 되었다. 최종 목적지는 홋카이도지만, 삿포로에 바로 가는 비행기는 더럽게 비싸기도 하고, 마지막에는 토쿄에 들러야 해서 가장 저렴한 후쿠오카 왕복 비행기를 탔다. 후쿠오카는 서울에서 제주에 오가는 것보다 조금 더 먼 정도겠지만, 목적지인 후쿠오카부터 홋카이도까지 가는 것이 문제인데..


내 기억에 예전에 티웨이항공 후쿠오카행 비행기는 과자 한 봉지를 주었던 것 같은데, 언제부터 바뀐 것인지 물만 주었다. 저가항공에서는 기내 서비스를 최소화하는 것이 중요할 터이니 그러려니 해야지. 뭐.. 사실 FSC라고 해도 이런 초단거리 국제선에서는 아주 간단한 음식만 나오니 뭐..


불빛이 많아진 것을 보니 후쿠오카에 다 온 것 같다.


하카타인형이라는 것이 있다.

후쿠오카공항을 몇 번 이용한 적이 있는데 이런 것이 있다는 것을 처음으로 알게 되었다. 늦은 시간이기도 해서 재빨리 나가서 국내선터미널 앞에 내려주는 후쿠오카공항 무료 셔틀버스를 탔다. 나중에 알게 된 사실이지만, 국제선터미널에서 하카타역, 텐진 방면의 버스도 있다고. 다만 버스 운행간격이 30분이라 시간을 잘 맞추지 못하면 낭패를 볼 수도 있을 것 같다.


익숙한 지하철 하카타역


일단은 밖으로 나가고 봅시다.

하카타역에서 밥이나 먹고 예약한 숙소를 찾아가려고 했는데, 도착한 뒤에 보니 가려고 했던 식당은 영업을 마친 상태였다. 음.. 역 안에 있는 드럭스토어에서 포카리스웨트나 하나 사서 마시고, JR패스 교환을 하고 구글 지도를 따라서 숙소를 찾아갔다. 생각보다 거리가 멀기도 하고 어둠 속에 초행길이어서 헤매다가 대충 30분 정도 걸은 것 같다.


이름 그대로 호스텔과 카페가 함께 있는 곳이었는데, 저녁밥을 안 먹어서 이 늦은 시간에도 식사가 가능하냐 물었더니, 여러 메뉴 중에서 치킨 난반(チキン南蛮)은 가능하다고 한다. 다른 메뉴는 안 되는 모양..


카페이자 호스텔의 프런트로 사용되는 공간


양이 좀 적은 것 같은데, 곱배기로 달라고 할 것을 그랬나보다.


사람 많은 곳에 가서 줄 서서 기다리는 것도 싫고, 배고프면 그냥 가까운 곳에 있는 것을 먹는 편이기도 하고, 이 근처는 처음이라서 늦은 밤에 헤매고 다니기도 싫어서 여기서 간단히 저녁을 먹고 씻고 잠을 자야겠다. 언젠가부터 여행을 다니면서 언제, 어디서, 무엇을 하였는지 기록을 하는 편인데, 시간이 지나면 무엇을 했는지 기억이 잘 나지 않아서 이렇게 위해 밥을 먹는다거나, 입장권을 사서 구경을 할 때, 중간중간 음료수, 아이스크림 같은 것을 살 때 영수증을 챙기는데, 밥을 주문하면서 영수증을 줄 수 있겠냐고 하니 매니저 또는 오너인 것 같은 중년 아저씨가 친히 영수증 용지에 써서 주셨다.


사실 이것만으로는 배가 차지 않을 것 같기는 했는데..

역시 먹고 나서도 허기가 완전히 사라지지는 않은 것이 밥을 곱배기로 달라고 할 것을 그랬나 싶었다. 그런데 곱배기가 있었던가..

 

사진이나 찍어둡시다..


내일 아침에 후쿠오카공항에서 삿포로행 비행기를 타야 하는데, 일찍 씻고 오기 전에 커피를 잔뜩 마셔서 그런지 아니면 잠자리가 바뀌어서 그런지 깊은 잠은 들지 못하고, 중간에 일어나 부엌 겸 거실이 있는 곳에서 방명록 같은 낙서장을 천천히 보다 보니 적지 않은 한국인들이 왔다가 간 모양이다. 서울보다는 대구나 부산 등에서 온 사람들도 많은 것 같았다. 내일 어떻게 움직일 지 대충 생각해보고, 다시 잠을 청했다. 여기에 도착하기 전에 토요코인에 예약을 했는데, 어째 이번에는 돈이 많이 들어갈 것 같아서 몇 시간만 머물면 되니 저렴한 호스텔로 정했는데, 쉽게 잠이 들지는 않는 것을 보니 나이를 먹기는 먹은 모양이다. 계속 뒤척이다가 날이 밝아올 즈음에 눈을 떴고, 씻고 슬슬 후쿠오카공항으로 갈 차비를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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