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이 오지 않습니다. 게임도 준비해야 하는데
가슴이 답답하고 제게는 참 혹독합니다. 

이번 일을 계기로 제가 팀에서 어떤 역할을 하는지 바로 알려드리는 것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모든 것을 글로써
알려드릴수는 없지만 그래도 한번 써보려고 합니다. 이 글을 통해 저에 대한 논란의 많은 부분을 풀어질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프로 야구를 잘 아시는 분들은 이미 충분히 아실거라 생각됩니다만 모르는 분들을 위해서 다시 한번 간략하게 전력분석팀의 역할에
대해 정리해 보겠습니다.

캠프등 비시즌 기간에는 선수들의 훈련을 돕습니다. 연습 인원과 연습량이 시즌과는 다르기 때문에 부족한 일손을 아무래도 선수 출신이 대부분인 전력분석파트 도 함께 도와줍니다. 아직은 운영 규모가 크지 않은 국내구단 대부분이 비슷한 운영을 합니다. 

그리고 시즌을 준비하는 과정에 들어가면서 조금씩 본연의 전력분석 업무를 시작합니다.

야구계를 포함해서 의외로 전력분석 업무에 대해서 현실과 다른 생각을 가지고 있고 모르는 분들이 계시더군요. 물론 이것은 각 팀의 담당파트의 경쟁력이 다르고 또 팀 문화가 다르기 때문에 이렇다라고 한마디로 정리해서 쉽게 말씀드리기가 어렵기는 합니다. 

하지만 제 스스로가 전력분석이라는 한 분야에서 20여년간을 종사하면서 얻은 전력분석에 대한 나름의 큰 정의는 다음과 같았습니다. (이 부분은 선진 야구인 미국과 일본의 시스템을 보고 듣고 공부하면서 어느 정도 확신을 가지고 있습니다. )

팀에서 전력분석파트의 가장 중요한 역할은 외부(타팀)의 정보와 내부(한화)의 정보를 폭넓고 깊게 다루며 이를 분석한 내용들을 기반으로 하여 경기에 대한 플랜을 만들어 팀과 선수들이 게임을 플어가야 하는 방향을 앞서 제시하는 겁니다. 

쉽고 간단히 일반적인 예를 들면 배터리들에 게는 상대타자들을 어떻게 상대할 것인지, 타자들에게는 어떻게 상대투수들을 공략할 것인지, 그리고 수비수들에게는 어떤 주의 사항들이 있는지 알려주고 그에 따라 해야 할 행동들을 숙지시키고 확인하는 것 입니다.

물론 당연스럽게도 분석팀의 게임에 대한 플랜은 게임 전의 플랜이고 경기에 들어가서는 경기 플랜을 중심으로 순간순간 달라지는 각 상황에 맞게 선수들과 담당 코칭스탭들이 판단하고 응용하여 움직이게 됩니다. 그리고 경기가 끝나면 결과에 대해 경기전 플랜과 게임중 실행과정에 대해 피드백을 하게 됩니다.

아마 여기까지만 읽으셨어도 제가 왜 팀 밖에 있는 야구계의 일부 관계자분들을 비롯 많은 분들에게 오해 아닌 오해의 시선을 받을 수 밖에 없는지 대략 감이 오실거라 생각합니다.

앞서 간단한 예로 들어 드렸지만 상대타자 공략에는 투수와 배터리코치, 상대투수 공략에는 타격코치와 주루코치, 또 수비와 관련해서는 수비코치와 각 역할이 겹쳐질 수 밖에는 없습니다. 이 미묘한 관계의 해법은 20년간을 해왔지만 평소 생각이 많고 말이 많지 않은 제 성격상 가장 어려운 문제였습니다.

그리고 덧붙이자면 경기 준비를 위해 주어진 시간은 서로에게 충분치 않고 중복된 얘기는 선수들에게 피로만 느끼게 할 뿐 효율적이지 못하다는 불가피한 환경적인 요소도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특별한 사항이 아니고서는 분석팀을 대표 창구로 선수들에게 이야기 하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이 과정을 밖에서 잘 알지 못하고 볼 때 월권행위로 오해 받을 수 있고 그렇게 비춰질거라고 생각합니다. 

제가 작년 시즌에는 감독님을 포함 대부분의 스탭진이 1군 경기에 공백기가 있어서 부득불 앞에 나서는 일이 많게 되었습니다. 결국 팀 사정에 맞게 감독이 팀의 이익을 위해 도움이 된다고 판단해 지시를 하신 것 입니다. 

그 근거를 굳이 얘기하자면 아시는 분들은 아시겠지만 2014시즌 128경기를 시즌 시작전 전부 봤습니다. 따라서 제 머릿속에는 남들이 갖지 못한 많은 정보가 있었습니다. 그리고 2015시즌을 통해서도 상대팀에 대한 정보를 연전마다 지속적으로 업그레이드 했습니다. 야구의 전부가 정보는 아니지만 분명 다른 팀이 가질수 없는 경쟁력을 가질수 있었다는 것에는 자신이 있었습니다.

단, 이것을 쓰고 안쓰고 또 어떻게 쓰는가 에 대한 것은 감독의 권한이고 팀 문화입니다. 제가 거쳐온 LG 11년간, SK 9년간은 당시 모셨던 감독님과 코치님들 그리고 구단 프런트의 도움을 받아 팀문화로 정착되었고 높은 성과를 올렸습니다. 사실 그것이 발단이 되어 각팀도 전력분석팀을 만들고 역할과 역량을 격상시키는 움직임이 만들어지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어쩌면 업계에서는 선구자 역할이 된 셈입니다. 

글의 요지에는 조금 벗어나지만 저는 비록 선수로서 야구는 다치고 못해서 일찍 접었지만 그후 한 길을 걸어왔고 국내에서는 가장 오래된 경력자이지 싶습니다. 

저에게는 전력분석 파트와 그에 속한 많은 후배들에게 보다 발전적인 비젼을 만들어 주어야 하는 책임과 의무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것이 더 나아가서는 프로야구 발전에도 분명히 도움이 되리라고 믿고 있습니다. 앞으로도 그렇게 걸어갈거고 또 걸어가고 싶습니다.

글이 길어지지만 논란의 중심이 되는 부분을 들어서 제 얘기를 조금 더 하겠습니다.

제가 캠프때 불펜에서 투수들의 공을 받거나 감독님의 지시로 선수들을 지도했다는 것에 대한 것 입니다.

먼저 제가 불펜에서 투수들의 공을 받고 있는 이유는 이미 SK시절 매스컴을 통해서 대략적인 내용이 밖으로 알려져서 알고 계신 분들이 많으실 겁니다. 하지만 조금더 자세히 얘기해 보겠습니다. 

우선 투수들의 공을 직접 받게 된 배경은 저는 아시다시피 현역시절 입스에 걸려 선수들의 훈련을 돕는 그 쉬운 베팅 볼을 던져주지 못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고
생하는데 나만 편히 있을수도 없고 불편한 마음에 그래서 뭔가 도움을 줘야 한다는 마음으로 처음 받기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사람들이 그러더군요. 무섭지 않냐고. 무섭습니다. 그리고 힘듭니다. 하지만 지금 위치와 나이의 저에겐 받고 안받고는 선택사항이겠지만 어린 시절 저에게는 야구단에서 살아남기 위한 생존의 선택이었습니다. 

그 선택은 당연하게 투수들의 공을 직접 받으면서 제가 선수들에게 이야기 해주는 분석의 질적인 부분도 향상되었습니다. (아직은 국내 현실이 상업성이 높은 미국과 달리 현대화 과학화에 뒤떨어집니다. 좀더 사정이 나아진다면 굳이 받지 않아도 다른 방법이 있다는 것도 압니다. 이렇듯 현실상의 문제도 있지만 저는 손으로 아픔으로 직접 느껴서 얻는 정보가 아직은 더 믿음이 가고 저보다 과학적인 환경 혜택에서 동떨어져 있는 선수들과 공감대 형성에 맞는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렇게 시작된 불펜포수 역할은 제가 팀에 있으면 캠프때부터 시즌전까지 늘 제 역할의 한부분이라고 생각하고 실천해 왔습니다. 

그 과정 속에서 투수들의 공을 직접 받으면서 그 소감을 투수와 서로 이야기하고 이해하고 내 생각을 조언합니다. 또 다른 훈련일정이 많은 포수들에게 투수들의 현 상황을 알려 주기도 합니다. 그리고 이 모든 것이 제가 우리를 누구보다 자세히 알아가는 정보 수집의 과정입니다. 

아마도 이러한 부분이 제가 업계에서 인정받으며 지금껏 한 분야를 파고 들수 있게 해주었던 핵심요소 일 것 입니다. 

결국 글이 또 길어졌습니다. 마음이 급하고 답답한가 봅니다.

마지막으로 시즌 중에 제가 그라운드에서 선수들의 타격과 투수들을 지도하는 경우는 기본적으로 없습니다. 물론 제가 어릴 때 팀과 선수에 대한 열심이 지나쳤던 기억이 없는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저에게는 새로운 팀문화인 한화에 와서는 무엇보다 신경 쓰고 주의하고 있는 부분 중에 하나가 바로 선수 지도의 부분입니다. 

그럼에도 매스컴을 통해 알려진 것들은 첫째는 이번 캠프 때처럼 어린 포수들의 1단계 기본(송구동작 관련)을 봐주라는 일시적인 감독님의 지시입니다.

솔직하게 감독의 아들이라는 부분을 떠나 전 팀의 일개 코치입니다. 저의 팀에서의 일거수 일투족이 왜 이렇게 주목을 받아야 하는건지 알 수 없습니다. 코치인 전 감독의 결정과 지시에 따라야 할 의무가 있습니다. 그리고 혹여 잘못 움직이고 있다면 감독이하 수석코치 등 선배 코치님들께 주의를 들었고 그 잘못을 수정했습 니다, 이 사실은 누가 감독이어도 똑같습니다. 

그리고 제가 그 역할을 수행할 수 있는지 없는지에 대한 역량에 대해서는 제 스스로가 야구는 비록 못했지만 프로야구판의 밑바닥부터 하나씩 배우며 기어 올라온 야구인으로서의 제 삶에 자신있고 충분한 자격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제가 저를 평가, 판단할 수는 없다는 것도 알고 있습니다. 따라서 감독이 팀의 사정과 형편 그리고 제 역량을 판단하고 역할과 그 영역을 결정하고 지시합니다. 그 자리에는 저를 포함 다른 코치들도 함께 합니다. 그리고 저는 주어진 제 역할과 임무에 대해 누구보다 충실히 해야 하고 그렇게 했습니다. 그게 전부입니다.

둘째는 캠프시 연습 인원과 연습량이 많아 일손이 딸려서 부족했던 스탭 인원의 보충 역할이었습니다. 가끔 펑고를 쳐주기도 하고 팀 수비훈련시 단순히 공을 굴려주는 역할도 했습니다. 또 지난해에는 선수 출신인 제가 뉴앙스가 애매한 기술적인 부분의 일본어 통역도 이전 경력도 있고 해서 일시적으로 한 적도 분명히 있습니다. 

저에게는 팀과 그 안의 선수가 최우선이라는 한가지 변하지 않는 원칙이 있습니다. 제가 여러 사태들에 대한 긴 글을 쓰는 이유도 같습니다.

따라서 저는 팀에서 제게 주어진 역할에 대해서는 제 능력 닿는 한 모든 열정과 최선의 힘을 다하려고 합니다. 피는 못 속인다고 저또한 일에 대한 열심과 열정에 대해서는 누구에게도 지지않는다 생각합니다. 집중하고 몰입합니다. 그 모습들을 잠깐 지켜보고 말하기를 조심하지 않는 이들에게 곱지않은 시선과 오해를 일으킬 수 있다는 것도 나이를 드니 알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다시한번 말씀드리지만 제게 최우선은 팀이고 그안의 선수들입니다. 조금이나마 팀과 선수들에게 도움이 되고 좋아질 수 있는 계기가 될수만 있다면 가지고 있는 내 모든 것을 다 털어낼 수 있는 각오와 신념을 가지고 팀에서 살아가고 있습니다.

어찌되었건 20여년간 프로야구계에 종사하면서 나름 희생과 열심을 다해 여기까지 왔는데 지금의 상황은 제게 너무도 혹독합니다. 살며 한번도 떠나지 않았던 내 삶의 터전을 떠나는 당찬 각오도 이제는 조금씩 용기를 잃어 갑니다.

그럼에도 이 긴 글을 쓰는 이유는 앞서도 말씀드렸지만 이제 겨우 시작인 팀과 선수들, 또 긴 부진을 벗어나려고 노력하고 애쓰는 모든 노력들을 외부의 잘못된
흔들기로 흔들리지 않기를 바라는 작은 바람에서 입니다.

프로는 결과에 대해 자유로울수 없습니다. 팬들에 기대에 부응하고 부끄럽지 않은 게임을 해야 합니다. 시작이 잘못된 것은 어딘가 잘못이 있었겠지요. 그러한 잘못에 대한 비평에 대해서는 겸허히 받아 들이고 더 큰 성장을 위한 거름을 삼겠습니다. 하지만 아직은 결과에 대해 단정 짓지 않아주셨으면 합니다. 진실된 가슴으로 부탁드리겠습니다. 

팀의 일개 코치에 불과한 제가 많은 분들께 그리고 팀과 선수들에게 여러가지 심려와 불편을 드려서 다시한번 죄송스럽다는 말씀을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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