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JAPAN/2017.09 늦여름에도 홋카이도


하늘이 맑아서 기분이 좋은 가운데 어울리지 않게 이 시간에 길을 걷고 있다. 대개 이 시간에는 집에서 막 눈을 뜨거나 늦잠을 자서 곧 허둥대기 일보직전일텐데.. 잠을 설친 덕분에 일찍 짐을 챙겨서 나오게 되었다는 이 아이러니한 상황. 사실 어지간히 피곤하지 않으면 낯선 곳에서는 잠을 잘 자지 못해서 고생을 하는 편이라..


삿포로 테레비탑도 보이고 


도토루에 들어가서 샌드위치와 커피를 시켰다.

생각해보니 내가 주로 아침 식사가 포함된 비즈니스호텔의 숙박 플랜 또는 아침 식사를 추가로 신청했던 것은 아침부터 무엇을 먹을까 고민하는 것이 싫어서였던 것 같다. 고독한 미식가는 아니고, 그냥 주는대로 나오는대로 잘 먹는 사람이라서.. 


뭐였더라..

사진을 찍기는 했는데 무엇을 찍으려고 했는지 기억이 안 난다.

 

왼쪽은 삿포로와 하코다테를 오가는 183계 디젤 차량 특급 호쿠토, 오른쪽은 733계 전동차

 

홋카이도의료대학역까지 운행하는 보통열차. 

삿쇼선은 한 번도 안 타본 것 같은데, 뭐 별로 타보고 싶지는 않다.


탈 열차 카무이가 들어오고 있다.

이 특급형 전동차는 예전에 '수퍼 카무이' 라는 이름으로 삿포로와 아사히카와를 연결하는 하코다테본선을 다녔는데 언제부터인지 '수퍼' 이름이 빠졌다. 예전에는 틸팅이 되는 디젤 차량으로 운행하는 특급형 열차에 '수퍼' 라는 단어를 붙였던 것 같은데, 예를 들면 삿포로에서 하코다테를 오가는 특급 호쿠토는 틸팅이 되지 않는 디젤 똥차 183계 열차이고, 수퍼 호쿠토는 틸팅이 되는 261계, 281계 디젤 동차 같은 식으로. 


비바이(美唄)역

역 이름처럼 홋카이도 비바이시에 있는 역. 이 역은 늘 지나가기만 했는데, 이번에도 그냥 지나간다.


역을 출발하면 곧 이런 숲 사이로 달린다.


여기는 스나가와(砂川)역

이 동네의 강에는 모래가 많은가..

카무이의 정차역은 비바이, 이와미자와, 스나가와, 후카가와, 타키카와, 그리고 종착역인 아사히카와가 되겠다.

 

아침을 안 먹은 것은 아닌데 배가 고파서 샐러드를 사먹었다.

영양성분 계량하면서 치밀하게 식단을 짜서 음식을 먹을 리는 없지만 가급적 골고루 먹으려고 노력은 하고 있다.


4종의 필수 아미노산이 배합된 드링크제도 하나 사서 마시고..

이틀 동안 호스텔에서 잤더니 피곤한 것이 나이는 속일 수 없는 것 같다.


후라노선이 단선이기에 양방향 교행을 위하여 잠시 정차 중이다. 어차피 한 시간에 한 방향으로 열차 한 편씩 다니는 곳이라 복선화할 필요도 없고, 관광객들이 몰리는 시즌을 빼면 통근, 통학하는 사람들만 이용하는 노선이라..


열차 안에서도 햇빛이 따갑게 느껴지는데, 밖에 있으면 햇빛이 꽤 부담스러울 것 같다.

 

비에이역에 내려서 역 가까운 곳을 슬슬 돌아다닌다. 

이번에는 언덕을 걸어서 올라가는 것은 아니고 시간이 조금 남아서 그냥 설렁설렁 평지에서 돌아다니고 있는데, 9월이라고 찌는 듯한 더위는 한풀 꺾인 것 같은 느낌이다.


이번에 탈 버스가 마지막 버스이므로 얌전히 정류장 앞에서 버스를 기다린다.

아직 컨디션이 올라오지 않아서 계속 가라앉는 느낌인데, 앞으로 며칠 간은 쉽사리 올라오지 않을 것 같아서 살짝 걱정이 된다.


여기는 카페인 것 같다.


그냥 시골 마을인데 이 곳이 일본만이 아니고 여러 곳에 알려지면서 평범하게 살아가는 동네 사람들이 피해를 보는 일도 적지 않다고 한다. 예전에는 출입금지 정도의 문구가 있었다면, 요즘에는 아예 외국어로도 출입을 하면 경찰에 연락할 수 있다는 문구도 본 것 같은데..


비에이도 식후경이라고..

아침에 커피 한 잔에 빵 한 조각 먹고 간식으로 작은 샐러드 하나 먹은 것이 전부라서 삼각김밥과 삿포로클래식으로 점심을 먹는다. 그런데 이것이 이 날 마지막으로 먹는 식사가 될 줄은 꿈에도 몰랐다.


햇빛이 따가울 것 같았는데 다행히 구름이 있어서 염려했던 만큼은 아니었다.


누가 그랬는지는 모르겠는데 비에이가 일본에서 가장 아름다운 마을이라고 한다. 아름다운 마을이라는 것은 부정하지 않지만, '가장 ~하다' 는 말은 과장일 수도 있지 않을까 싶다.

버스 정류장을 찾아서 기다리고 있는데 버스가 원래 예정시각을 지났는데 도착하지 않았다. 이것이 시로가네온천행 마지막 버스라서 예약한 숙소에 갈 수 있냐 마느냐를 결정하는 것이라 살짝 염려가 되기는 했는데, 짐을 가진 사람들이 하나 둘 모여드는 것을 보니 제대로 버스 정류장을 찾아온 것은 맞는 것 같다. 저 사람들도 외국에서 찾아온 사람들인 것 같아서 그다지 신뢰할 수는 없지만.. 예정시각보다 5분 남짓 지났을까, 버스가 와서 짐을 들고 올라탔다.

거리비례로 운임이 올라가는 방식이라서 처음에 탈 때 운임을 내는 것이 아니라 정리권을 뽑아서 가지고 있다가 정리권에 적힌 번호에 맞추어 버스 앞에 있는 요금표 표시기에 들어온 금액을 준비해서 내릴 때 지불하면 된다. 

 

이 나라는 재해가 많은 만큼 재해시에 피난 장소 표지판이 있다.


아무래도 북쪽에 위치한 동네라서 그런지 해가 생각보다 빨리 지는 것 같다. 이미 9월이라 며칠 지나면 추분이고, 그 이후로 반년 동안은 낮보다 밤이 긴 시간이 될 터이니.. 


초점이 안 맞았지만 뭐 하루이틀 그러는 것도 아니고..


좁은 2차선 도로이지만, 길이 곧게 주욱 뻗어 있고, 지나다니는 차가 거의 없어서 속도를 내기에는 좋을 것 같지만, 대부분의 버스기사들은 규정속도를 준수하면서 운전을 한다. 버스의 경우 각 정류장마다 버스 시각표가 있는데, 도로 위를 다니기 때문에 변수가 많아서 늘 시각표에 나온 정확한 시각은 아니지만, 가급적 운행시각표에 맞춰서 운행하려고 하기 때문이기도 하고, 일본은 한국에 비해 자동차의 제한속도가 낮아서 앞에 지나다니는 차량이 없더라도 규정속도를 준수하는 편이다.


예상대로 계속 산과 들판만 보인다.

제한속도는 시속 50km라는..

 

시로가네온천은 얼마나 먼가..

여기에 오기 전에 구글 지도로 대충 거리를 계산해보니 20km정도 되는 거리였던 것 같던데 초행길이라 그런지 가도가도 끝이 없어 보인다. 버스의 종점에서 내리면 된다고 하니 급할 것이 없기는 하지만 버스가 기껏해야 최고 시속 50km로 달릴테니 표정속도는 거기에 미치지 않을 터이고, 대충 40분 정도는 걸렸던 것 같은데, 그 덕분에 버스 운임은 650엔까지 올라갔다. 

  

시간이 걸린다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생각보다 거리가 멀어서 내일 체크아웃을 하고 비에이역으로 돌아가는 것도 보통 일이 아닐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슬픈 예감은 틀린 적이 없나..


버스에서 내리니 어느덧 어둠이 짙었다. 숙소에 전화를 했더니 걸어서 올라오다보면 보일 것이라고 해서 조금 걸어 올라가니 쉽게 찾을 수 있었다. 문제는 이 산골에 있는 숙소 근처에 밥을 먹을 만한 곳이 없더라는 것인데.. 편의점은 당연히 없고, 식료품을 파는 조그만 구멍가게 같은 곳도 보이지 않는다. 그런 가게가 있다고 해도 이 시간에 영업을 할 것 같지는 않고.. 숙소에 물어보니 이 근처에는 밥을 먹을 만한 곳이 없다고 하면서 건너편에 있는 호텔의 레스토랑 정도에서나 밥을 먹을 수 있을 것이라고 한다.

이 근방에 있는 두 개의 큰 호텔 중 하나인 다이세츠잔시로가네관광호텔(大雪山白金観光ホテル)이 있는데, 아마도 이 호텔을 말한 모양이었다. 이 호텔에는 큰 식당이 있어서 여기에 들어가볼까 했는데 단체 관광객이 많이 왔는지 시끌벅적해서 가고 싶은 마음이 들지 않았다.[각주:1]배는 고프지만 아사히카와역에서 죽치고 기다리면서 사두었던 음식이 조금 남아 있어서 이걸로 적당히 끼니를 때우고, 내일 일어나자마자 식당을 찾아서 맛있는 음식을 사먹어야 할 것 같다.

  1. 나중에 한국에 돌아와서 이 호텔의 웹사이트 주소를 찾아서 검색을 해보니 당일입욕+식사는 1,300엔이라고 한다. (http://www.shirogane-kankou.com/blog/index.html) 한국어로 된 페이지는 없다. [본문으로]



지하철을 타고 다시 후쿠오카공항에 도착했다.

버스는 막힐 가능성도 있고, 노선을 잘 몰라서 그냥 지하철을 탔다.


일본 국내선을 타는 것은 6년 여 전에 일본항공 마일리지로 김포에서 삿포로까지 다녀왔던 것 이후 아주 오래간만인 것 같다. 거리가 짧은데다 고속철도나 버스 등이 잘 갖추어져서  한국과 달리 일본에서는 국내선도 수익성이 나쁘지 않은데, 지리적으로 동서남북으로 길게 늘어져 있어서 후쿠오카에서 삿포로 같은 곳에는 비행기 외에는 다른 수단이 없다고 보면 된다. 이 블로그에 글을 쓰고 있는 사람은 열차 하나로 계속 내달리기도 한 적이 있는데 하카타역에서 출발해서 토쿄까지는 약 6시간 정도 걸리고, 토쿄에서 삿포로까지 약 8시간 반 정도 걸리니, 아침에 눈뜨자마자 신칸센을 타도 삿포로에는 자정이 가까운 시각에 도착하게 된다. 단기체재 외국인의 특권으로 JR패스를 사용할 수 있기는 하지만, 토카이도-산요신칸센에서 노조미호를 탈 수 없어서 시간이 오래 걸리고, 환승 대기시간이 길어져서 하루 종일 열차를 타고 가야 한다. 그래서 이번에는 후쿠오카에서 바로 삿포로에 가는 비행기를 타기로 했는데, 2만엔이 넘어가는 제 가격을 주고는 못 타고, 단기체재 방일외국인용 국내선 항공권을 꽤 저렴하게 구입했다. 사실 이것을 믿고 후쿠오카로 들어오는 경로를 택했지 아니었다면 오사카나 토쿄에서 신칸센으로 하루 걸려 움직이는 고난의 이동을 했을 것이 안 봐도 뻔하다.


일본의 지형이 크게 혼슈, 시코쿠, 큐슈, 홋카이도 네 섬으로 이루어져 있는데다 길게 늘어진 모습이어서 국내선 항공 역시 활발하게 다니고 있다. 한국에서는 땅덩어리가 좁은데다 고속도로가 잘 갖춰져 있어서 고작 200~300km 정도의 거리라면 비행기가 버스나 철도 등의 육상교통수단을 앞지르지 못하는 것이 가장 큰 이유이기도 하고, 거리가 짧다보니 출발 한 시간 전 쯤에 공항에 도착해서 탑승수속을 하면서 짐을 맡기고, 도착 후에 짐 찾고 그러다보면 짧은 이동시간으로 얻은 시간을 공항에서 도심까지 오가는 시간을 생각해보면 큰 시간 절약이 되지 않는다. 그런데 이 후쿠오카공항은 지하철로 도시의 중심인 하카타역까지 10분 이내에 갈 수 있고, 버스로도 텐진, 하카타역에 금방 오갈 수 있다.

  

보잉 777-200 기종인 것 같다.

비즈니스클래스 포함해서 405석이라는 것 같던데 중간에 빈 좌석이 보이기는 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탔다. 

  

자~ 이제 출발한다.


이륙하자마자 후쿠오카 시내가 보인다.

언제나 느끼지만 후쿠오카공항의 입지는 참 좋은 것 같다.


국내선치고는 꽤 큰 기재인 777-200ER인데 빈 자리가 있기는 하지만 충분히 많은 사람들이 탔다.

 

기내 엔터테인먼트는 없었던 것 같고, 커피나 음료수 한 잔씩 주었던 것 같다. 기내 와이파이접속이 된다고 하는데 그것은 유료라서 굳이 한 시간 남짓 사용할 거면서 비싼 금액을 지불하기는 싫다. 종종 스마트폰으로 게임을 하기도 하고, 업무 관련된 자료도 찾아보고 그러지만, 별다른 용무가 없을 때는 몇 시간 씩 가방 속에 넣어두고 보지도 않을 때도 많아서 기내 모니터에 보이는 이동상황이나 뉴스를 보면서 간다. 

 

등록부호는 JA713A


기내 텔레비전에 하네다공항에서 이륙한 뉴욕행 JAL항공기가 긴급착륙을 했다는 뉴스가 나오고 있다. 삿포로에 도착하고 난 뒤에 버드스트라이크로 인해 연료를 버리고 착륙했다는 기사를 봤는데, 다행히도 별다른 인명피해는 없었다는 것 같다.

 

이제 바다를 건너서 홋카이도에 온 것 같다.


삿포로 신치토세공항에 도착했다.

두 시간 정도 걸린 것 같다.


점심을 안 먹었기 때문에 일단 공항에 있는 모스버거에 들어가서 점심을 먹었다. 일본에 수십 번 드나들면서도 그냥 역에 있는 롯데리아나 맥도날드 같은 패스트푸드점은 잘 가지 않아서 메뉴판을 보고 고르는 것도 시간이 꽤 걸렸다. 카레모스버거와 튀긴 양파와 감자, 그리고 레몬티를 시켰다. 패스트푸드점은 한국이든 일본이든 기껏해야 1년에 한두 번 정도 갈까 말까한 정도라서 메뉴 자체가 생소하고, 어색한 느낌이 든다. 기간한정으로 파는 것들도 많아서 나중에 가면 찾아볼 수 없기도 하고..


뭔가 오묘한 맛이었다.

삿포로역에 가야하는데 도중에 잠시 아울렛 레라에 들러 선물을 사려고 레라 셔틀버스를 탔다. 막상 마음에 드는 것은 비싸고, 세일 상품이라고 하는 것들은 마음에 안 들어서 그냥 나왔다. 종종 지름신이 들러서 생각지도 않았던 지출이 생기기도 하는데, 유혹에 넘어가서 낭비하지 않은 것을 스스로 칭찬하면서 미나미치토세역으로 걸어갔다.


저 스즈란은 비싼 특급열차이므로 가볍게 보내주려고 하는데, 생각보다 길게 정차하는 것 같다. 

기분 탓인가..


JR패스 인환권이 가방 안에 있는데, 다음 날부터 사용할 계획이어서 곱게 모셔두고, 그냥 스이카에 1,000엔을 충전하고 삿포로에 간다.


미나미치토세역

이 역은 원래 치토세공항역이었으나, 신치토세공항역이 생기면서 미나미치토세역으로 역명이 변경되었다. 미나미치토세역은 홋카이도의 열차 운행에 있어서 상당히 중요한 역할을 하는 역인데, 치토세선에서 세키쇼선, 치토세선 지선(신치토세공항 방면) 등을 다니는 열차들이 이어지는 이 역에서 분기한다. 오비히로, 쿠시로 등의 도동 방면, 하코다테, 오샤만베, 무로란 등의 도난 방면의 모든 특급열차가 이 역에 정차한다. 그런데 이 역 주변에는 아울렛 말고는 별다른 상업시설이 없어서 썰렁하기 그지없고, 치토세선의 삿포로 방면 다음 역인 치토세역 주변이 그나마 상권이 형성이 되어 있다.


삿포로에 숙소 예약을 해두었으니 쾌속 에어포트를 타고 삿포로에 간다. 지정석인 U-시트는 520엔을 추가로 내야하기에 그냥 자유석 차량에 타고 가는데 용케도 빈 자리가 있어서 힘들지 않고 앉아서 갔다. 

삿포로의 숙소는 9월이니 최성수기가 끝났을 것이라 생각하고 미리 예약을 하지 않다가 전날에서야 호스텔 예약을 했는데, 주로 방을 혼자 쓰다가 여러 명이 한 공간에서 함께 자는 호스텔이 조금은 부담스러운 면도 있고, 호스텔의 매트리스는 보통 집에서 사용하는 침대의 매트리스와는 아주 다른 것이라 불편하기도 하고, 무엇보다 밤중에 젊은 청춘들의 혈기왕성한 목소리가 거슬리기도 해서 이제는 이런 곳을 가급적 피하게 되는데, 6천~7천엔 수준의 비즈니스호텔이 만실이어서 그냥 이 곳으로 정했다. 조금 더 알아본다거나  

삿포로역에 내려서 구글 지도를 켜고 가는데 지하철 스스키노역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인 것 같다. 지도를 따라서 어찌어찌 도착해서 체크인을 하고 배정받은 방으로 들어가서 짐을 내려놓았다. 대개 호텔에서 묵다보니 수건이나 칫솔 같은 어메니티가 비치되어 있어서 별 준비없이 가도 문제가 없는데, 여기는 호스텔이었다. 그나마 칫솔은 지난 번에 사용하던 것이 있어서 어제도 샤워를 하고 나서 수건이 없어서 입었던 옷을 벗어 물기를 대충 닦았는데, 아무래도 큰 타월 하나 있는 것이 좋겠다 싶어서 먼 길을 걸어 돈키호테까지 가서 거금 540엔이나 주고 배스타월을 하나 사왔다.


친구 중에 쿠데타마를 좋아하는 녀석이 있어서 하나 사다줄까 했는데 이건 하루 숙박비에 육박하므로 그냥 포기.



현재 기온은 섭씨 22도라고 한다.


저녁을 먹어야 하는데, 무엇을 먹을까 고민을 하고 있는데, 호스텔에 있는 한국인 직원 분이 먹어본 스프카레 중에 가장 맛있었다는 가게를 추천해주었다. (대단히 미안하지만) 그 말을 액면 그대로 믿지는 않았지만, 뭐 그냥 딱히 가서 먹고 싶은 음식점이 있는 것도 아니라서, 이렇게라도 추천을 해주니 그 곳에 가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분은 나보다 어린 듯하지만 이미 일본인 여성과 결혼해서 삿포로에 살고 있다고 하면서 몇 마디 주고 받다가, 호스텔에 묵는 사람들에게 주변에 있는 음식점 방문해서 음식을 시키면 랏시 1잔의 특전이 주어지는 쿠폰을 주었다. 호스텔에 드나들다가 사무라이라는 카레 가게의 쿠폰을 하나 챙겨두었는데, 이 가게가 멀지 않은 곳에 있다니 추천하는 사람을 한 번 믿어보고 가보기로 했다. 사실 믿고 말고를 떠나서 있는 곳에서 멀지 않다니 그걸로 충분하기도 하고..


호스텔에서 받은 쿠폰을 건네주니 랏시라는 인도의 음료가 먼저 나왔다. 랏시가 뭔가 궁금해서 찾아보니 플레인 요거트에 물과 설탕을 넣어서 만드는 것이라고 하는데, 처음 맛보는 것이라 이게 맛있는 것인지 아닌지 알 수가 없어서 뭐라 평가는 못하겠고, 그냥 잘 마셨다.


잠시 후에 카레와 밥이 나왔다.

 

약간 매운 맛을 선택했던 것 같은데 그럭저럭 매웠다. 그 맵다는 느낌이 한국음식의 매운 맛과는 다른 맛이기는 하지만..


채소들이 투박하게 썰어져 들어가 있다.

 

언제나 그렇듯이 이번에도 설거지를 편하게 할 수 있도록 다 먹었다.


코로나가 300엔이었나 350엔이었던가 해서 한 병 시켜서 입가심을 하고 돌아왔다.

카레를 먹고 있는데, 묵었던 호스텔에서 이 가게로 보내진 것 같은 한국인 남성 4인조가 들어왔다. ㅋㅋㅋ 

다음 날 역시 아침 일찍부터 움직이기 위해서 일찍 잠을 청했는데 한참 뒤척이다가 겨우 잠에 들었는데 밖에서 술쳐드시고 지랄발광하는 놈들이 등장해서 계속 뒤척이면서 이틀 연속으로 잠을 설쳤다. 시부랄.. 갈수록 예민해지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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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후쿠오카 상륙

2018. 8. 21. 21:11


일본에서 창고 재고 관리라든가 신제품 정보 수집을 위해 다시 일본행. 창고에는 직접 들어갈 수 없어서 미리 문제가 되는 상품들을 돌려받아서 확인을 하고, 상품으로서의 가치가 떨어져 폐기할 것인지, 아니면 이상이 없어서 재입고를 할 것인지 등을 결정해야 하는데, 정확하게 언제 묵고 있는 곳에 도착할 지를 몰라서 출발 전에 며칠 여유를 두고 가게 된다. 할 일 없이 마냥 기다리기만 하는 것도 난감해서 며칠 동안 그냥 설렁설렁 돌아다닐 생각인데, 덕분에 본의 아니게 여행을 하는 셈이 되었다. 최종 목적지는 홋카이도지만, 삿포로에 바로 가는 비행기는 더럽게 비싸기도 하고, 마지막에는 토쿄에 들러야 해서 가장 저렴한 후쿠오카 왕복 비행기를 탔다. 후쿠오카는 서울에서 제주에 오가는 것보다 조금 더 먼 정도겠지만, 목적지인 후쿠오카부터 홋카이도까지 가는 것이 문제인데..


내 기억에 예전에 티웨이항공 후쿠오카행 비행기는 과자 한 봉지를 주었던 것 같은데, 언제부터 바뀐 것인지 물만 주었다. 저가항공에서는 기내 서비스를 최소화하는 것이 중요할 터이니 그러려니 해야지. 뭐.. 사실 FSC라고 해도 이런 초단거리 국제선에서는 아주 간단한 음식만 나오니 뭐..


불빛이 많아진 것을 보니 후쿠오카에 다 온 것 같다.


하카타인형이라는 것이 있다.

후쿠오카공항을 몇 번 이용한 적이 있는데 이런 것이 있다는 것을 처음으로 알게 되었다. 늦은 시간이기도 해서 재빨리 나가서 국내선터미널 앞에 내려주는 후쿠오카공항 무료 셔틀버스를 탔다. 나중에 알게 된 사실이지만, 국제선터미널에서 하카타역, 텐진 방면의 버스도 있다고. 다만 버스 운행간격이 30분이라 시간을 잘 맞추지 못하면 낭패를 볼 수도 있을 것 같다.


익숙한 지하철 하카타역


일단은 밖으로 나가고 봅시다.

하카타역에서 밥이나 먹고 예약한 숙소를 찾아가려고 했는데, 도착한 뒤에 보니 가려고 했던 식당은 영업을 마친 상태였다. 음.. 역 안에 있는 드럭스토어에서 포카리스웨트나 하나 사서 마시고, JR패스 교환을 하고 구글 지도를 따라서 숙소를 찾아갔다. 생각보다 거리가 멀기도 하고 어둠 속에 초행길이어서 헤매다가 대충 30분 정도 걸은 것 같다.


이름 그대로 호스텔과 카페가 함께 있는 곳이었는데, 저녁밥을 안 먹어서 이 늦은 시간에도 식사가 가능하냐 물었더니, 여러 메뉴 중에서 치킨 난반(チキン南蛮)은 가능하다고 한다. 다른 메뉴는 안 되는 모양..


카페이자 호스텔의 프런트로 사용되는 공간


양이 좀 적은 것 같은데, 곱배기로 달라고 할 것을 그랬나보다.


사람 많은 곳에 가서 줄 서서 기다리는 것도 싫고, 배고프면 그냥 가까운 곳에 있는 것을 먹는 편이기도 하고, 이 근처는 처음이라서 늦은 밤에 헤매고 다니기도 싫어서 여기서 간단히 저녁을 먹고 씻고 잠을 자야겠다. 언젠가부터 여행을 다니면서 언제, 어디서, 무엇을 하였는지 기록을 하는 편인데, 시간이 지나면 무엇을 했는지 기억이 잘 나지 않아서 이렇게 위해 밥을 먹는다거나, 입장권을 사서 구경을 할 때, 중간중간 음료수, 아이스크림 같은 것을 살 때 영수증을 챙기는데, 밥을 주문하면서 영수증을 줄 수 있겠냐고 하니 매니저 또는 오너인 것 같은 중년 아저씨가 친히 영수증 용지에 써서 주셨다.


사실 이것만으로는 배가 차지 않을 것 같기는 했는데..

역시 먹고 나서도 허기가 완전히 사라지지는 않은 것이 밥을 곱배기로 달라고 할 것을 그랬나 싶었다. 그런데 곱배기가 있었던가..

 

사진이나 찍어둡시다..


내일 아침에 후쿠오카공항에서 삿포로행 비행기를 타야 하는데, 일찍 씻고 오기 전에 커피를 잔뜩 마셔서 그런지 아니면 잠자리가 바뀌어서 그런지 깊은 잠은 들지 못하고, 중간에 일어나 부엌 겸 거실이 있는 곳에서 방명록 같은 낙서장을 천천히 보다 보니 적지 않은 한국인들이 왔다가 간 모양이다. 서울보다는 대구나 부산 등에서 온 사람들도 많은 것 같았다. 내일 어떻게 움직일 지 대충 생각해보고, 다시 잠을 청했다. 여기에 도착하기 전에 토요코인에 예약을 했는데, 어째 이번에는 돈이 많이 들어갈 것 같아서 몇 시간만 머물면 되니 저렴한 호스텔로 정했는데, 쉽게 잠이 들지는 않는 것을 보니 나이를 먹기는 먹은 모양이다. 계속 뒤척이다가 날이 밝아올 즈음에 눈을 떴고, 씻고 슬슬 후쿠오카공항으로 갈 차비를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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