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넨자카

교토 니넨자카(二年坂)

2017. 2. 25. 16:41


점심을 먹고 나오자마자 절에 있는 탑이 보인다. 역시 교토는 절과 신사의 도시. 이 절은 호칸지(法観寺. 한국식으로 읽으면 법관사)라는 곳이라고. 이 절은 고구려 도래인, 즉 일본으로 건너온 고구려인들이 지은 곳이라고 한다. 고구려가 보낸 사신인 이리지(伊利之)라는 분이 건너와서 일본 왕실로부터 야사카노미야츠코(八坂造)라는 성씨를 받았고, 이리지의 후손들이 대대로 신관을 이어 왔다고 한다. 지금은 후손들이 신관을 이어오지는 않지만, 고구려의 후손들이 이 신사를 세운 것이라는 것은 대부분 인정하고 있다고. 여름에 열리는 교토의 기온마츠리는 일본의 3대 마츠리 중의 하나인데, 이 야사카신사에서부터 시작한다고 한다.


야사카신사의 5층탑

안에 들어가볼까 했는데, 별로 마음이 내키지 않았다. 이 곳이 역사적으로도 중요한 곳이기는 한데, 굳이 들어가고 싶지는 않더라는.. 날이 우중충해서 기분도 별로고, 오래간만에 많이 걸었다고 피곤하기도 해서.


토요일이라 사람도 많고, 이 좁은 골목까지 인력거는 운행하고 있다.

물론 나는 오랜 시간 걸어다닐 수 있는 튼튼한 두 다리가 있어서 인력거를 탈 생각이 없지만..


좁은 골목이지만 많은 사람들이 오가고 있다.

역시 주말은 주말인가보다.


웅장함을 자랑하는 야사카신사의 5층탑

그냥 밖에서 보는 것으로 만족하기로 한다. 이것저것 다 들어가기도 그렇고, 무엇보다 문화재 보는 수준이 높지 않아서 크게 감동을 받는다거나 꼭 안에 들어가서 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지도 않고..


이번에는 니넨자카 방면으로 가본다. 


교토에는 여러 차례 왔지만, 거리 구석구석을 이렇게 걸어다니는 것은 처음인 것 같다. 7년 전에 친구와 버스를 타고 키요미즈데라와 금각사에 다녀온 것이나, 언젠가 다른 친구와 교토에서 잠깐 만나서 그냥 도심 상점가를 구경하다가 차 한 잔 마신 것이 전부라서. 아무래도 이 친구들과 다니다보면 말상대가 되어주니 좋은 점이 있기는 하지만, 그래도 자신이 일본에 거주하는 일본인으로 외국의 방문객보다는 조금 더 잘 알고 있으니 뭐라도 안내를 해주려고 해서 마음대로 돌아다닐 수 없는 점도 있어서 불편한 점 역시 없지는 않다.


한국보다 따스하기는 해도 2월 초는 여기도 겨울이라서 사람들의 옷차림이 가볍지는 않다. 


니넨자카. 이렇게 사람이 많으니 다시는 올 때는 주말을 피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舞妓를 마이코라 읽어야 할 지, 부키라고 읽어야 할 지 잘 모르겠는데 이 곳이 교토인 만큼 마이코로 읽지 않을까 싶다. 어쨌든 이런 차림을 하고 사진을 촬영하는 서비스도 있다고 한다. 카부키스튜디오에서 6장 촬영 플랜이 13,000엔, 12장 플랜은 15,000엔이라고 한다. 그 외에 옵션이 추가되는 경우는 가격이 꽤 올라가고, 이 업체의 스페셜은 33,000엔이라고 한다. 내가 가진 돈을 탈탈 털어도 스페셜 플랜은 할 수 없구나. 사진 촬영 후에 후보정까지 포함된 가격이겠지만. 어차피 데리고 온 아가씨도 없으니 뭐..


계속 가다보니 고양이 같이 생겼는데 고양이가 아니라는 녀석이 등장하는 음식점이 보였다. 헬로키티의 계절야채생파스타, 행복의 리본파스타, 친구들의 플레이트 등 헬로키티를 소재로 음식을 만들어 팔고 있는 모양이다. 처음 보았을 때는 한 두개 정도 키티 모형으로 음식같이 만들어 놓은 것인 줄 알았는데, 실제로 이렇게 음식을 만들어 파는 모양이다.


키티모양의 유부초밥을 먹으면 어떤 느낌일까 궁금하다. 혹시 아이들은 귀여운 키티를 어떻게 먹냐면서 울고불고 난리치지 않을까 싶은데, 유부초밥은 유부초밥이니 그냥 먹고 말려나. 생각해보면 아이들도 귀여운 모양의 코알라노마치 같은 과자를 잘 먹던데..


식사류 이외에도 옷을 비롯한 잡화류 역시 판매하고 있다. 교토 한정 상품이라고 하니 키티덕후라면 키요미즈데라나 산넨자카보다 이 곳이 더 흥미롭고 즐거울 것 같다. 아마 딸이 있었다면 이 곳에서 점심을 먹지 않았을까 싶은데, 딸이 없는 것이 다행인가..


이 가게의 이름은 하로-키티챠료(はろうきてぃ茶寮), '헬로키티의 다실이 있는 장소' 정도의 의미일 듯하다. 여기서 판매하는 모든 제품이 헬로키티 관련 제품이고 이 곳에서만 판매하는 특별한 상품들이 많아서 키티빠들이 오면 좋아서 환장할 것 같다. 헬로키티는 고양이가 아니고 고양이를 닮은 영국 소녀라고 하는데..


헬로키티의 마수에서 벗어나 가던 길을 계속 걸어간다. 


여기서는 토토로가 등장하는 것 같다. 사실 난 토토로만 알지 내용은 잘 모른다. 지브리의 유명한 캐릭터이기는 하지만, 애니메이션에 별 관심이 없고 실존하는 사람들이 나오는 드라마나 영화를 더 좋아하기에. 중학교였나 고등학교였나 어느 수업시간에 선생님이 지브리 스튜디오에서 제작한 반딧불의 묘를 보여준 적이 있는데, 그 때 보다가 졸리다고 잠을 잤던 것 같다.


지브리가 이빠이 있다는 돈구리쿄-와코쿠(どんぐり共和国, 돈구리공화국)라는 곳. 인형과 각종 지브리 캐릭터를 파는 곳으로 보이는데, 애니메이션에 별로 관심이 없는지라 그냥 슬쩍 둘러본 뒤에 발길을 돌렸다. 많은 사람들이 애니메이션으로 시작해서 일본 문화에 관심을 갖게 되는데, 만화 역시 아다치 미츠루의 작품 정도나 좋아할까 딱히 찾아보지 않아서 별 느낌이 없다. 그나마 좋아하는 배우인 이시하라 사토미가 나오는 드라마나 영화 역시 안 본 것도 많고, 볼 시간도 없어서 어떻게 의무적으로 다운로드 받은 파일도 열어보지 않은 것이 대부분이라..


니넨자카를 지나와서 왔던 방향으로 뒤돌아 사진을 찍었는데 야사카신사의 5층탑이 멀리서도 우뚝 솟아있는 것이 보인다.


마지막으로 니넨자카에서 내려온 길 사진을 찍고 돌아갈 차비를 하였다. 저녁에 호텔로 돌아가서 짐을 찾아서 다시 나고야로 가야하는데 여기서 호텔까지 가려면 바로 가도 한 시간 정도는 걸릴 것 같은데 마냥 여기서 시간을 보내고 있을 수는 없었다. 나고야의 호텔 예약을 하였고, 설날 전에 돌아가려면 다른 방법이 없었다. 신칸센을 제 금액 주고 타기에는 부담스럽고, 킨테츠를 타고 돌아가야하니 계속 손목시계를 보면서 바쁘게 움직이는 수밖에.. 어제 하루를 그냥 날려버린 여파가 크다.

키모노[각주:1] 판매 및 렌탈가게

키요미즈데라 주변에는 키모노 렌탈 및 판매를 하는 가게들이 있는데 딱 보아도 남자보다는 여자 옷이 많고, 실제로 옷을 빌려 입고 돌아다니는 사람들도 여자들이 많다. 이런 관광지가 아니더라도 평소에 키모노를 입은 중년 여성들을 거리나 역 등에서 종종 볼 수 있다. 여성용 키모노는 색상 및 디자인이 다양한데 반해 남성용은 종류가 적고 밋밋한 느낌이라서 여자들이 입고 다니는 것이 조금 더 어울리는 것 같아 보인다. 한국 아가씨들도 키모노를 빌려 입고 키요미즈데라에 올라가는 것을 보았는데, 관광지에 왔으니 이렇게 옷을 입어보고 기분을 내는 것도 좋지 않나 싶기도 있고, 아직 완전히 청산되었다고 말하기 어려운 역사적인 문제가 있으니 자제하는 편이 좋겠다는 생각도 들고 조금 복잡한 기분이다. 어찌되었든 이웃 나라와는 사이좋게 지내는 것이 좋을텐데, 이웃과 사이가 좋으려면 일단 대등하게 맞설 수 있는 국력이 필요하겠지만..

금강산도 식후경이라 했으니 점심을 먹어야 하는데, 키요미즈데라 주변의 식당은 수많은 관광객으로 북적이고 있어서 조금 한가한 곳을 찾아서 내려와서 조용한 식당을 찾기로 했다. 우선 목이 마르니 음료수를 살만한 가게를 찾아서 계속 마츠바라도리를 따라서 골목으로 들어갔다. 키요미즈데라 주변이 관광지와 관광객들을 상대하는 상점 중심이라면 길 건너 있는 이 지역은 평범한 주택가인데 중간중간 상점과 음식점이 들어서 있는데 번잡하지 않고 조용한 분위기다.

"해피로쿠하라(ハッピー六原)"라는 식료품점이 있어 들어가서 세일 상품인 이토엔 호지차와 보스 블랙 커피 한 병씩 샀다. 이 매장에서"IGA"라는 로고가 함께 있는 것을 보았는데, 호주에서 종종 가던 곳이어서 반갑게 느껴졌다. 한국에도 "IGA" 로고가 달린 상점을 본 것 같아서 찾아보니 IGA가 International Grocer Alliance(국제소매인연합)의 약자라고 한다. 일본어를 잘 못하고, 그저 가이드북을 보고 안내대로 쫓아다니던 때에는 편의점을 주로 이용했는데, 어느 정도 익숙해진 뒤부터는 편의점보다 상대적으로 저렴하고 상품이 다양한 마트를 가는 편.

카메라 설정을 잘못 했는지 이 따위로 사진이 나왔다.

오른쪽은 마이코상인 것 같은데, 어떤 중년에서 노년의 단체들이 환영하는 것인지 잘 모르겠다. 말소리가 들리기는 하는데 조금 멀리 떨어져 있다보니 알아들을 수는 없고 종종 박수치는 소리만 들린다.

사진이 이렇게 나온 것은 폰카를 가지고 지나치게 줌을 해서인 것 같다.

인력거꾼은 부지런히 일하고 있다.

조금 더 걸으며 주변을 살펴보다가 이 부근은 평범한 주택가이고 별로 구경할 것이 없는 것 같아서 다시 키요미즈데라 방면으로 길을 건너갔다. 생각해보니 아직 밥을 안 먹어서 건너가서 식당을 찾아보기로 한다.

그릇을 만드는 레슨도 있고, 만들어진 그릇에 색을 입히는 레슨도 있다. 혼자 하기는 뻘쭘하니까 패스.

마이코 언니들과 기념촬영을 하는 것 같다.

무엇을 하는 중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사람들이 몰려서 사진을 찍고 있길래 그 틈바구니에 끼어서 사진을 찍었다.

산넨자카일거야. 아마..

향을 판매하고 있는가보다.

이 사진은 앞의 머리가 벗겨진 아저씨를 찍으려고 한 것은 아니다.

산넨자카를 내려와 니넨자카로 가다가 왼쪽으로 난 길로 잠깐 들어왔는데, 혹시라도 길을 잃을까 싶어서 이런 방향표시를 찍었다. 예를 들면 대충 4분 정도 걸어갔는데, 니넨자카가 나오지 않으면 잘못 간 것이니까 다시 돌아오기 위해서라고나 할까. 니넨자카를 한자로 二年坂라고 쓰듯이, 산넨자카도 三年坂라고 쓸 것이라 생각했는데 産寧坂라고 써놓았다. 잘못된 것인가 찾아보았더니 뒤의 산넨자카(産寧坂)가 원래 이름이었는데, 니넨자카와 맞추기 위해서인지 三年坂라고도 쓴다고 한다.

다시 마츠바라도리로 와서 니넨자카로 가기 전에 산넨자카 사진을 제대로 찍기 위해 왔던 길을 되짚어 갔다. 아직 시간이야 많이 있으니까 큰 걱정 없고, 꼭 들러야 하는 관광지가 있는 것도 아니어서 여유를 부려본다.

이 두 마리의 개는 쌍둥이일까

이 녀석들 귀가 참 크다

작은 강아지 한 마리 키우고 싶은데 아파트라서 어려울 것 같고, 주인의 생활이 심히 불규칙한 것도 문제라서

자 산넨자카를 내려가봅니다. 

역시 토요일이라 사람이 많아서 미어터질 정도. 어제 방에서 뒹굴거리지 말고 올 것을 그랬나 싶다.참고로 산넨자카의 계단이 (직접 세어보지 않았지만 들은 바로는) 46개라고 하는데, 이 계단에서 넘어지면 3년 안에 죽는다는 속설이 있다고 한다. 이렇게 사람이 많을 때는 한 명이 넘어지면 그 사람만이 아니고 큰 사고가 벌어질 수 있으니 주의를 해야한다.

사람들을 먼저 보낸 뒤 조금 여유가 생기는 것 같아서 내려간다. 속설은 전혀 믿지 않지만 다치면 아프니까 조심해야지. 가뜩이나 요즘 상처나면 빨리 아물지도 않고 흉터가 생겨서 보기 싫던데. 처음 몇 계단은 조심해서 내려가다가 곧 잊어버리고 생각없이 막 내려간다.

향을 파는 가게인가보다.

지나가다 본 어느 상점의 메뉴.
외국인 관광객들을 위해 영어로 메뉴를 써놓는 친절함이 유독 돋보이는 메뉴인데, 사진 역시 먹음직스럽지만 관광지라 그런지 가격이 비싼 편이다.

처음 교토에 오자마자 이것저것 사서 먹었지만, 겨울에서 여름으로 넘어갈 즈음에는 속이 불편한 증상이 있어서 가급적 밀가루 음식을 피하는 편이라 밥과 국물이 있는 요리를 먹으려고 했는데, 다다미방만 있다고 해서 그냥 다른 곳에 가기로 한다. 혼자 밥 한 그릇 먹고 나오는데 신발을 벗고 들어가기 귀찮아서 그냥 발길을 옮겼다.

갑자기 구름이 끼면서 살짝 어두워지기도 한다.

걸어가다보면 니가츠도로 가는 갈림길이 나오는데, 상점가가 계속 이어지고 있어서 슬슬 구경할 겸해서 목조가옥들이 이어져 있는 길을 계속 걸어간다. 걷다보니 귀찮아서 사진도 잘 안 찍었다.

이렇게 도자기 만드는 외국인도 있는데, 예쁜 언니가 있었으면 들어갔겠지만 그렇지 않아서..

그냥 밥을 먹으러 식당에 들어왔다.

문 앞에서 메뉴를 보면서 고민하다가 고기가 들어가지 않은 음식인 유바오로시동(湯葉おろし丼)을 마음 속으로 정했다. 가게 문을 열고 들어가자 주인 또는 지배인 정도로 추정되는 남자가 맞이하였는데, 일본에서는 고객을 상대로 정해진 시간에만 주문을 받는 경우가 많아서 영업하는지를 먼저 물었다. 다행히 점심식사가 된다고 하여 2층으로 올라가 약간 구석지고 적당히 좋은 자리에 앉았다. 혹시나 해서 다시 메뉴판을 보는데, 처음 정한 유바오로시동을 그대로 시켰다.

점심시간이 지나서인지 사람이 별로 없다. 뭐 조용한 것이 더 좋으니 상관없지만.

이 식당의 이름은 쿄료리 쿄야사카(京料理京八坂).
키요미즈데라에서는 조금 거리가 있기는 하지만, 반대로 대중교통으로 키요미즈데라에 갈 때 접근성은 괜찮아보인다.

신선한 해산물이나 고기가 들어있지는 않지만 먹음직스럽게 생겼다.

나이가 들수록 밥을 먹을 때 국을 찾게 되는데 미소시루가 함께 있다.

클로즈업

나름대로 천천히 먹겠다고 했는데 재빨리 밥을 먹고 850엔을 내고 나왔다.

이제 니넨자카 쪽으로 가야지.

  1. 한글표기법에 따르면 '기모노' 가 맞는 표현이겠지만, 현지 발음을 들어보면 키모노에 가깝다. 가나의 か、た행의 발음은 거센소리에 가까우나, 한글표기법에서는 첫 음절의 거센소리는 예사소리로 표기를 하도록 하나 현지 발음에 가까운 것이 낫지 않을까 싶다.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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