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에이여행

1월 말부터 2월 초까지는 삿포로유키마츠리 기간에 찾는 사람들이 많아서 미리 예약을 하지 않으면 숙박하기가 쉽지 않다. 지난 밤은 용케도 공실이 있는 호텔을 찾아서 하루 묵기는 했지만, 임박한 상황이라 삿포로에서 묵는 것은 어려울 것 같다. 주로 토요코인 체인을 이용하는 경우가 많고, 이와 비슷한 등급과 가격의 다른 비즈니스호텔에 묵는 편인데, 씻고 잠만 잘 자면 되고, 아침밥까지 무료로 나오니 자주 찾게 된다.

 

아사히카와행 특급열차 카무이

 

낯이 익은 모습이다.

 

사람의 발자국은 없는 것 같고..

 

순백의 눈이냐..

 

키야~

이런 곳에서 뒹굴어보고 싶다. ㅋ

 

푸른 하늘과 쌓인 눈만 보인다.

여기는 미세먼지 걱정은 안 해도 될 것 같다.

 

구름이 끼었지만, 맑은 날이어서 기분이 좋다.

 

열차가 아사히카와역에 도착하자 바로 예약한 호텔로 가서 숙박비를 지불하고 짐을 맡겨두고 나왔다. 삿포로보다 더 북쪽에 있는 아사히카와인지라 뭔가 더 추운 것 같은 느낌이 들기도 하는데..

 

예전에 쥰쿠도서점에서 사토미가 표지모델로 나왔던 여성지를 샀던 적이 있었는데, 여러 일들을 겪으면서 돈이 바닥이 나서 그런 것은 사지 않는다...

 

이온에서 20퍼센트 할인하는 조리식품을 샀는데, 여기는 편의점이 아니라 데울 수 없는 듯하여 품속에 넣고 다녔다. 마카로니 샐러드를 먹게 되다니..

 

야키우동...

이건 순 밀가루 음식만 먹네..

 

어느새 오후 2시가 넘은지 꽤 되었고, 비에이행 열차는 1번 타는 곳에서 탄다. 해가 짧은 계절이라 돌아올 때는 어두워질 것 같으니 주의를 해야겠다.

 

원맨동차다

 

낮 시간이라 그런지 생각보다 사람들이 꽤 많았다.

 

눈...

 

역시 눈...

 

키타비에이역

역시 역무원이 상주하지 않는 무인역이다. 후라노선에서 유인역은 아사히카와, 카미후라노, 비에이, 후라노역 뿐이다. 그래서 이런 승강장만 덜렁 있는 역에서 탈 때는 열차 안에서 '정리권(整理券, 세-리켄)'이라 불리는 번호표를 뽑아서 가지고 있다가, 내릴 때 차량 앞부분에 있는 번호의 금액만큼을 운전수에게 주고 내리면 된다. 동전이 부족하면 지폐를 동전으로 교환할 수도 있다.

 

눈이 차고 넘치게 내리는 동네인지라 이렇게 쌓아두었다.

나름대로 성벽의 모습을 만들어 둔 것 같은데..

 

눈이야 넘쳐날 만큼 많으니 이렇게 조형물을 만드는 것 같다.

 

언덕이 있는 곳으로 가려면 이 길을 따라 가서 위로 올라가야 하는데, 자칫 잘못하면 빙판길에서 넘어질 수도 있으니 주의해야겠다.

 

이 그림자 다리가 길어보이는데..

 

이미 몇 번 와봐서 비에이쵸라는 간판이 눈에 익는다. 그 때는 여름이어서 별 문제 없었지만, 지금은 겨울이라 조금은 긴장을 하게 된다.

 

슬슬 오르막을 오르고 있다.

 

눈이 잔뜩 쌓여 있다.

겨울이 지나갈 때까지 그냥 두는 것일까..

 

차들도 거의 다니지 않는 것 같은데..

 

비행기가 보인다.

아사히카와공항으로 가는 비행기인가..

 

보통의 사람들은 이렇게 눈이 쌓인 곳을 찾지 않겠지만 그냥 이 모습을 보고 싶었다. 곳곳에 눈이 많이 와서 발이 푹푹 빠지기도 하는데, 이런 모습을 보고 싶었다.

 

바퀴 자국이 있는데 보통의 승용차 타이어는 아닌 것 같네..

 

이 추운 겨울에도 나무들은 꿋꿋이 잘 버티고 있네..

본격적으로 언덕 탐험을 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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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속해서 길을 따라서 걷고 있는데 조금 더 가면 미치노에키(道の駅)라는 곳이 있어서 잠시 쉬면서 밥을 먹고 목을 축일 수 있는 장소가 있다는 것 같다. 미치노에키라는 곳은 한국으로 따지면 휴게소 정도라 하면 되겠다. 이동하는 중간에 음료와 식사를 하면서 휴식을 취할 수 있다. 그런데 홋카이도는 겨울이 길고 눈이 많이 오기 때문에 문을 닫고 쉬는 곳도 많고, 자동차를 운전하면서 다니는 여행자들 역시 줄어들게 마련이어서 겨울에는 문을 닫는 곳들이 꽤 많다고 한다.  


아오이이케에 단체관광객이 많이 오기에 아예 단체버스용 주차장도 준비되어 있다.


비에이까지는 대충 20km 이상 남은 것 같은데 다섯 시간 정도 걸으면 갈 수 있을 듯하지만, 비에이역에 도착시간이 늦어지면 쿠시로에 갈 수 없으므로 식당이 보이면 점심을 챙겨먹고, 버스를 타고 가야할 것 같다.

 

일단 눈에 보이는 식당인 '치하루의 야채 키친' 에 들어가서 음식을 주문했다. 고기를 좋아하지만 나이가 들수록 육식 위주의 식단의 부작용이 있는 것 같기도 하고, 여행 중에 는 가급적 균형잡힌 영양섭취를 하려는 편이어서. 이 때는 몰랐지만, 나중에 돌아와서 이 가게 정보를 찾다가 유기농 야채를 쓴다는 것을 본 것 같은데, 기억이 가물가물하다. 이 메뉴 이름이 '野菜ときのこのトマト煮込ランチ' 이라고 한다. 토마토를 끓여서 소스처럼 만들어 야채와 버섯을 넣고 졸인 음식이라고 생각하면 되겠다. 토마토파스타와 비슷한 맛이 났던 것 같다.


평소에 끼니를 거르는 경우도 많고, 그러다보니 야채를 잘 안 먹게되는 편이라 이렇게 돌아다닐 때는 일부러 야채가 많이 들어간 음식을 찾아서 먹고 있다.

 

샐러드에 뿌려진 소스의 맛도 괜찮았던 것 같은데..


일부러 술 대신 알콜이 들어가지 않은 소프트드링크를 마셨는데 무엇이었는지 잘 기억이 안 난다. 무슨 시트러스였던가..

안타깝게도 이 가게는 폐업을 해서 지금 이 자리에는 다른 음식점이 들어온 것 같다.


가게 안의 모습도 깔끔하고 예뻐서 마음에 드는 곳이었으나.. 새로 개업을 하는 사람이 있으면 폐업을 하는 사람도 있는 것이고 살아가는 것이 처음 생각했던 것처럼 뜻대로 되지 않는 것이니..


직접 담근 매실도 판매를 하는 것 같았다.


가게 곳곳에 주인 아주머니의 정성이 담겨 있어서 나중에 가족과 함께 와야겠다 싶은 곳이었는데 좀 아쉽다.

식사와 음료까지 1,500엔을 내고 영수증을 받아서 나왔다.


버스 시각표를 보니 시간이 조금 남아서 커피를 파는 카라마츠라는 커피 가게에 가서 아이스커피를 한 잔 시켰다. 250엔이었던가 300엔이었던가.. 이렇게 기억이 잘 안 나서 영수증을 챙기는 편인데..


사람들이 한창 많이 찾을 때이지만, 이 동네는 자차가 아니면 접근하기 조금 어려운 곳이라 사람들이 별로 없는 것 같았다.


이제 슬슬 버스를 기다리러 가야겠다.


아무래도 낮이 되니 차들이 많아진 것 같다.


버스를 기다리는데 사람이 많아서인지 원래 예정시각보다 3~4분 정도 늦게 도착했다. 아마도 아오이이케 앞에서 사람들이 많이 타지 않았을까 싶다.


비에이역 도착

어제 어영부영하다가 비에이역에 늦게 도착해서 시로가네에 늦게 갔던 것이 뒤늦게서야 아쉬운 생각이 들었다. 조금 더 일찍 가서 미리 아오이이케나 흰수염폭포를 보았더라면 조금 여유있게 구경할 수 있었을 것 같은데..


해외에서 찾아오는 관광객이 많아지니 비에이역에도 이렇게 영어로 설명을 해놓은 시각표와 지도가 있고, 그리고 주요 구간의 운임을 안내하고 있다. 아오이이케에서 비에이역까지 오는 버스 운임이 시로가네온천부터 타는 것보다 110엔 저렴하다. 110엔이면 보통의 가게에서 500ml 페트병에 든 음료수 하나 사서 마실 돈도 안 되는데, 버스비 아끼겠다고 걸어다닌 것은 아니고, 길을 걷는 도중에 '사람들이 그냥 지나치고 보지 못한 것이 있지 않을까?' 는 생각이 들어서 걸어다녔는데, 걸어다니느라 땡볕에 땀을 한 바가지 흘리고 나니 괜히 허튼 곳에 힘을 쓴 것 같기도 하고.

 

후라노행 열차가 들어오고 있다.

이제부터 쿠시로행 여정의 시작이라고 할 수 있다.


비에이에 한두 번 온 것도 아니고 촌스럽게 사진 따위는 안 찍을란다.


나카후라노역

이 시기면 이미 라벤더는 끝나지 않았을까 싶은데..

 

이 열차 안에는 쭝궈 쪽으로 보이는 아저씨가 계속 비디오 촬영을 하면서 뭐라뭐라 쎨라쎨라하고 있었다. 신경이 거슬려서 발로 한 대 차주고 싶었지만, 문화시민이기에 폭력은 안 되고, 말도 안 통하니 가만히 있었다.

후라노역.

1년 전에 여기 왔었는데, 또 왔다...


한국에서는 '청(青)의 호수' 라고도 부르는 아오이이케(青い池)를 찾아서 계속 걸어간다. 흰수염폭포부터는 약 3.1km 거리라고 하는데 이 정도면 가볍게(?) 다녀올 만한 거리인지라.. 물론 태양이 작열하는 날씨라 걸을 때마다 땀이 몇 방울씩 떨어지기는 했지만.. 

앞의 글에서 시라히게노타키(白ひげの滝)를 보고 계속 비에이 방면으로 걸어가는 내용이 이어지는데, 나무가 쓰러져 있는 마지막 사진을 찍고 약 20분 정도 걸려서 아오이이케에 걸어서 도착했다. 아이폰7의 배경화면에 나왔다는 곳이라고 하는데, 아이폰7이 나오자마자 사서 쓸 정도로 돈이 많지 않아서 이 때는 몇 만원 주고 산 아이폰5c를 쓰고 있었던 것 같다. 화면이 큰 스마트폰이 좋은 점도 있지만, 주머니에 쏙 들어가는 사이즈가 편하기도 하고..

 

신기하게도 연못에 있는 물의 색이 푸르다.

 정말 호수의 이름처럼 푸른(青い) 호수다.

어쩌다 나무들이 이렇게 수몰당했나 싶어서 찾아보니, 화산 니류로 인한 피해를 방지하고자 만든 언제(堰堤)라는 둑을 여러 곳에 만들어 두었는데, 1988년 12월 토카치다케의 화산 분출 당시 이 중 하나의 제방에 물이 고인 것이라고 한다. 그래서일까 이 연못에 갇힌 나무들은 비쩍 말라 있다.


지나가듯이 아오이이케의 사진을 한 번 본 적이 있었는데, 그냥 쓱 보고 넘어가서 '물 속에 나무가 사는가보군' 이렇게 생각했는데, 그건 착각이었다. 토카치다케의 화산 분출시 피해를 줄이기 위해 제방을 만들어 두었는데, 여기에 물이 들어차 고이면서 연못처럼 되었다고 한다. 그 덕분에 멀쩡히 잘 있던 나무들은 물에 잠기게 되었고, 물 속에서 크는 식물이 아니었기에 저렇게 말라죽게 되었다고 한다.


저렇게 죽어간 나무를 보니 뭔가 짠한 느낌이 들었다. 나무 입장에서는 '나는 물 속에 사는 나무도 아닌데, 어디서 물이 들어오더니 순식간에 수몰당했다' 고 생각하지 않겠는가. 나무는 생각을 못하나..

 

물 색깔은 청색보다는 옥색에 가까운 듯한데, 이 연못이 알려지게 된 것은 1997년 일본의 타카하시 마스미라는 사람이 블루리버라는 사진집에 이 곳의 사진을 수록하면서 아오이이케라는 곳이 사진 애호가들을 중심으로 알려지기 시작했다고 한다.

 

파랗긴 파랗다.


이 나무들이 불쌍하다.

동물이었다면 피하려고 움직이기라도 했을 터인데 나무는 땅에 뿌리를 박고 있었을 터이니 그냥 꼼짝없이 수몰될 수 밖에 없었을 것 같다. 동일본대지진이라든지 최근에 일어난 서일본 지역의 홍수피해 등을 보면 확실히 이 나라는 자연재해가 빈번하고 그 규모가 큰데, 그나마 자연재해에 대한 대비가 철저하여 그나마 피해를 줄일 수 있는 것 같다. 한국은 최근에 들어서 일본에 비하면 약하지만 지진을 겪은 경험이나 대비가 거의 없었기에 사람들이 놀라는 경우가 많았는데, 이제부터라도 지진과 같은 자연재해시 피해를 줄일 수 있도록 미리 방재훈련을 철저히 해야할 것 같다. 막상 민방위훈련도 귀찮기는 하더라만 그래도 할 것은 해야겠지.


저렇게 계속 물에 잠겨 있으면 이미 뿌리까지 다 썩었을 것 같은데..


그렇게 죽어간 나무들은 저렇게 말라서 잎사귀 하나 없이 있는가 보다. 


아오이이케의 끝부분. 

어디가 끝인가 보려고 한 바퀴 돌다보니 여기까지 왔다.


물에 잠기지 않은 곳에는 나무들이 잘 있는데, 저렇게 죽었거나 죽어가는 식물들의 삶 역시 사람들과 크게 다를 바가 없는 것 같다.


수몰된 나무들. 겨울이면 여기는 꽁꽁 얼어 있을 것이고 얼음과 눈 위에서 라이트업을 한다고 하던데 갈 기회가 있어도 추워서 갈 수 있을지 모르겠다. 나이가 들수록 추운 것이 싫어진다.


이 곳에는 끊임없이 사람들이 왔다 가고, 개중에는 단체관광객들, 중궈와 한국의 패키지 관광객들이 많아서 복잡한데, 집단으로 움직이다보니 꽤 소란스럽다. 그들을 이리저리 피해서 가는 것도 일이라 귀찮다. 개별적으로 일행이 없이 자유롭게 여행하는 사람의 한 명으로서 떼지어 다니면서 질서를 지키지 않는 사람들이 눈꼴사나울 따름. 

 

사람들이 계속 몰려들기에 시야가 확보되면 바로 사진을 찍고 움직인다.

 

덕분에 사진의 질은 갈수록 낮아지고 있다.


렌즈에 김이 서렸나..

 

사람들이 남는 것은 사진이라고 하는데 혼자서 돌아다닐 때 셀카는 얼굴에 뭐가 묻었나 확인할 때나 찍고, 대개 어딘가에 가고 본 것을 기억하고 남겨두기 위해 사진을 찍는 편이라 눈에 보이는 것만 사진으로 남기고 있다.


구름이 잠시 따가운 햇살을 막아주고 있다. 아리가또~ 이제 사진 몇 장 더 찍고 이 곳을 떠나야 할 것 같다.


수몰 피해 나무들.. ㅠㅠ


나무의 뿌리는 이미 썩었을 터이고. 동물이라면 어떻게든 피하려고 애를 써보기라도 했을텐데 이 나무들은 그저 뿌리내리고 있다가 그냥 참사를 당한 셈일 터이니.저렇게 말라버리고 죽어가는 나무가 안타깝기도 하고..

파노라마로 사진을 찍어볼까 했는데 지나다니는 사람이 많아서 잘 나오지 않을 것 같아서 포기하고, 그냥 한 바퀴 돌며 중간중간 멈춰 사진 한두 장씩 찍고 이동을 했다. 초반에는 대륙인 단체관광객이 와서 난리부르스를 추더니 잠시 후에는 한국이었나 중국이었나 아니면 둘 다였나 패키지투어 관광객들이 와서 시끌벅적해짐과 동시에 혼잡해졌다. 얼른 사진 몇 장 찍고 도망쳐야 할 것 같다는 생각이 퍼뜩 드는데 이 정도면 사진을 찍을만큼 찍었다 싶은데, 다시 이 곳에 오지 않을 수도 있겠다 싶어서 잠시 이 호수를 더 바라보다가 다시 이동을 위해 발걸음을 재촉했다.

#4. 흰수염폭포

2018. 8. 28. 04:57



지난 밤에는 오토바이를 타고 전국을 돌아다니는 아저씨와 같은 방에서 잠을 자게 되었는데, 미에현에서 오신 분이라고 한다. 미에라고 하면 츠, 토바, 시마, 이세 정도 다녀온 것이 전부인 것 같은데 시간이 많이 흘러서 잘 기억이 나지도 않고,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은 킨테츠 우지야마다역이었던가 근처에 있는 음식점에서 오코노미야끼를 먹었던 것이라, 이세신궁에 갔다 온 적이 있고, 몇몇 도시에 잠시 들러서 묵은 적이 있지만, 시간이 지나니 기억이 잘 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 분과 이야기를 하다보니 한국인들은 일본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을 하는가에 대해서도 물어보시는데, 아무래도 역사적인 문제가 있어서 쉽사리 양국의 간극을 좁히는 것이 쉽지 않을 것이라 생각한다고 말하니, 자신은 전후세대이기 때문에 전쟁에 대해서는 직접적으로 경험한 것이 없어서 딱히 뭐라고 말할 수는 없고, 거기에 대해서 특별히 가지고 있는 감정은 없다고. 전후세대라고 하면 1945년 이후 태어난 이들을 말하는 것이니 그 아저씨도 대충 50대 전후일 것 같은데, 뭐랄까 조금 마음이 열려 있는 분 같은 느낌이 들었다. 대개 여행 중에 만나는 사람들을 만나다보면 마음에 여유가 있는 경우가 많은 것 같다. 설마 조센징이 와서 자기한테 귀찮게 말을 걸더라고 뒷담화를 까지는 않았겠지..

그러다 그 아저씨는 이른 시각에 출발하였고, 나는 조금 늦게 일어나서 천천히 씻고 짐을 챙겨서 밖으로 나왔다. 아침을 먹어야 하는데.. 아무래도 조금 더 비에이 방면으로 가다보면 미치노에키라든가 카페나 식당이 하나 둘 정도는 있지 않을까 싶었다. 원래 방문하는 장소에 대해서 미리 열심히 연구를 하고, 효과적인 동선을 찾아내거나 맛집을 찾아놓고 가는 것이 전혀 아니고, 일본에 왔으면 온천욕이나 해야지 하면서 온천이 있는 곳을 찾은 것 뿐이고, 부킹닷컴에서 흰수염폭포가 가깝다는 한국인 여행자의 댓글을 보고 아 근처에 이런 것이 있구나 싶었는데, '배틀트립' 이었던가 어떤 텔레비전 여행 프로그램에서 잠시 보았던 것 같아서 그 곳에 잠시 가보기로 한다.


흰수염폭포(白ひげの滝)

일본어로는 '시라히게노타키' 라고 부른다.

 

이 주변은 사방이 산으로 둘러싸여 있는 것 같다.


예상했던대로 이 폭포를 실제로 보는 것은 다른 사람들이 찍어놓은 사진을 보는 것보다는 못하다는 느낌이었다. 유량이 적어서 그랬는지는 몰라도 조금 더 화끈하게 물이 쏟아졌으면 좋으련만 수염처럼 가늘게 흐르는 것이 좀 아쉽기도 하고.. 수염이라서 저렇게 쫄쫄쫄 물이 흐르는건가..


사진을 한 장 더 찍고


폭포를 바라보고 있는 다리 위에서 사진을 하나 더 찍고


주변에 사람들이 없는 틈을 타서 사진을 몇 장 더 찍었다.


물 색깔이 다소 푸른 빛을 띈다고 해서 아오이카와(青い川)라고 불린다는 것 같다.


밑에는 온천수가 섞여서인지 김이 올라오기도 하고..

 

바닥에 흐르는 물도 맑지는 않다. 온천수도 섞여 있을 터이고..


조금 먼 곳까지 사진을 찍고

 

가족으로 보이는 관광객들이 다리를 건너고 있다.

 

근처의 고급 료칸형 숙소 사진도 찍어본다. 갈 곳은 많으니 다시 올 일은 없을 것 같기는 하지만..

 

햇빛과 맞장을 뜨려다보니 사진이 이렇게 나왔나..

 

렌즈에 물이나 땀이 묻어있었던 것 같다.

 

시라히게노타키(白ひげの滝, 흰수염폭포)에 대한 설명인데 '다리 위에서 봐 BoA요~' 라고 한다. 아쉽지만, 짐도 있고, 이 더운 날씨에 종일 먼 길을 가야하므로 체력을 아껴야 하니 그럴 일은 없다.


역시 여행을 온 가족들인 것 같고..

 

여기 흐르는 강의 이름이 비에이카와(美瑛川)인 것 같다.


다리를 다시 건너서 처음 장소로 되돌아왔다.

여기에 온 사람들은 대부분 가족 단위인데다 자동차를 가지고 와서 별 문제가 없겠지만, 차도 없고, 돈도 없는 사람은 걸어서 가야 한다. 버스가 다니기는 하지만, 버스 시간이 띄엄띄엄해서 버스 시간에 맞춰서 돌아다니는 것도 골치가 아픈 일이라. 올 때와 마찬가지로 비에이역까지 가는 버스는 하루에 단 다섯 대만이 다닐 뿐. 일단은 아오이케까지만 걸어서 가보고, 그 다음에 버스를 타고 비에이로 돌아가면 될 것 같다. 아무리 생각해도 이런 날씨에 비에이역까지 걸어가는 것은 할 짓이 아닌 듯하다.


자작나무들이 잔뜩 심어져 있다. 일단 강렬한 햇빛을 가려주니 굉장히 고맙다.


캐리어를 끌고 다니기 편한 길이 있어서 자작나무숲 가까이 가는데 아쉽게도 이렇게 정비해서 포장된 길은 별로 길지 않았다.

 

그런데 더 들어가봤자 뭔가 있을 것 같지는 않다.

 

저 안에 들어가 잠시 쉬려고 했는데 벌들이 날아다녀서 도망쳤다. 이런 곳에서 벌에 쏘일 수도 있어서..


사람이 지나다닌 듯한 흔적이 있기는 한데, 그리 많이 다닌 것 같지는 않다. 다시 생각해봐도 백팩을 메고 캐리어를 끌고 다니면서 이런 험한 지형을 지나가고 있는 사람이 어리석은 것 같은데..

 

부동의 폭포라는 곳이 있는데 모르고 그 곳을 지나쳐버렸다. 나중에 이 근처에 가게 된다면 다녀오겠는데, 그게 언제가 될 지는 모르는 일이고. 부동의 폭포 보러간다고 이 곳을 또 갈 수는 없는 일이고. 여기서 시로가네가 1.5km라고 하니, 여기까지 그만큼 걸어온 것 같은데, 이 정도면 몸풀기 정도라 생각하면 되지만, 짐덩이가 두 개나 있어서 걸어가는 것이 쉽지만은 않다. 10년 넘게 사용하면서 바퀴가 여기저기 찍히고 주인의 과적으로 인한 피해로 손잡이가 휘어져서 잘 들어가고 나오지 않는 캐리어라서, 돈 벌어서 새 캐리어를 살 때까지 조금만 더 고생하자고 달래가면서 끌고 다니고 있다.


태풍과 폭우로 인해서 저렇게 쓰러진 나무들도 있는데, 일단 아오이케까지만 가보고 아오이케부터는 버스를 타고 비에이로 가야 할 것 같다. 썬크림을 두껍게 바르고 다니고 있지만, 땀이 줄줄 흘러서 계속 씻겨 내리고, 다시 바르기를 반복하고 있다.9월인데도 햇살이 쨍쨍해서 도저히 짐을 메고 끌면서 이 햇살과 맞장을 뜨자니 그 전에 타죽을 것 같다. 사진 속에 쓰러진 나무는 비바람 때문인 것 같은데, 날이 맑은 것은 그나마 다행인건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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