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카야마역

#1. 시작은 야간열차

2019. 3. 20. 20:31

비용 절감을 위한 아시아나항공의 간소한 기내식...

 

기내에서 신문이나 보면서 가다보니 금방 도착한 것 같다.

 

신오사카역

칸사이공항에서 하루카를 타고 왔는데 이번에는 JR패스를 가지고 와서 지정석을 발권받아 탔다. 시간이 꽤 남았다. 첫날부터 야간열차를 타는 일정이었는데 운이 좋게도 빈 좌석이 있었다. 조금 더 자려면 오카야마까지 가서 열차를 타는 것이 낫기에 일부러 오카야마로 갔다. 만약 모든 좌석이 매진이었다면, 그냥 오사카에서 하루 묵고 아침 일찍 신칸센을 타고 토쿄로 향했을텐데 운이 좋았다.

 

이모쿠시카츠

 

요일마다 다른 식품을 파는 요일시장에서 오징어튀김을 싸게 파는 것 같은데, 문 닫을 시간이 가까워지자 가격을 더 할인해서 판매하길래 하나 집어왔다.

 

밥돌이라 밥은 먹어야 하니 마감세일하는 도시락과 음료수 등을 사들고 열차를 기다린다.

 

라말데부아인가 하는 그 열차 때문에 플랫폼에 조형물을 만들어 둔 것 같은데..

 

종이 있네..

 

라말데부아[각주:1](La Malle de Bois)라는 열차 운행을 시작해서 오카야마역 승강장에도 이렇게 전용 플랫폼을 만들어 놓은 것 같다. 적당히 시간을 보내고 난 뒤에 열차를 타러 슬슬 이동해야겠다.

  1. https://www.jr-odekake.net/navi/kankou/area_okayama/lamalledebois 를 참조하시기를.. [본문으로]

산행을 하면서 한 시간 정도 걸어오기도 해서 허기가 느껴지는데 역 건너편에 초밥만 파는 가게가 있는데 밖에서 보기에는 회전초밥집 같다. 따뜻한 밥이 먹고 싶어서 망설이다가 그냥 역 안으로 들어갔다. 오카야마가 멀지도 않고, 오카야마에는 식당이 많으니 그 중 마음에 드는 곳에 가서 먹으면 되겠지.

일단 참다가 터질 뻔한 오줌보에게 자비를 베풀어주자.
요즘에는 한국이고 일본이고 변소라는 단어를 잘 쓰지 않는데 여자변소, 남자변소라고 써놓은 안내표지가 있어서 사진을 찍어봄.

오카야마행 특급 난푸가 지연되고 있다. 특별히 기상 악화라든가 열차 혹은 선로 이상 등으로 늦어진다는 지연 안내가 없는 것으로 보아서 아마도 사람이 많아서 늦어지는 듯한 느낌이 든다.

우앙 앙팡맨 열차다!

그런데 저기 열차 통로에 서 있는 사람들 보니 역시 자유석에 자리가 없어서 저렇게 서서 가는 것 같다. 사람들 틈바구니 사이에 끼어서 부대끼며 가는 것을 즐기는 사람이 뵨태 빼고는 어디 있겠냐마는 저런 거 끔찍해서 도저히 못 타겠다.

이 열차는 그냥 보내고 조금만 기다리면 쾌속 마린라이너가 오니까 그걸 타야지.

앙팡맨 열차가 출발한다.

셔터 스피드도 못 따라가고 찍는 사람 손도 흔들리고 엉망이구만.
하행방면 열차는 역시 고치행 난푸인 것 같은데.

그래서 일본의 사진 공유 사이트 (http://photozou.jp)에서 가지고 왔다.
원래는 이렇게 생긴 열차다.

다카마츠까지 가는 쾌속 마린 라이너다.

마린라이너는 쾌속열차지만 선두차는 지정석이라서 지정석권을 별도로 구입해야 하는 안타까움이 있다. 오래 걸리지는 않으니까 그냥 탈 수 있는 자유석 차량에 탈래. 열차를 기다리며 승강장 의자에 앉아 있는데 누군가가 오니기리를 사서 먹다가 열차를 타려고 서두르다 놓고 간 것 같다. "바보 녀석, 아무리 그래도 먹을 것을 놓고 가다니..ㅋㅋㅋ" 비웃었는데 넋 놓고 있다가 포카리스웨트 다 마시고 물을 채워둔 병을 두고 타버렸네. 나야말로 바보 녀석이야. 마린라이너는 도중 역 두 곳에서만 정차하고 23분만에 오카야마에 도착했다. 이거 특급열차와 별 차이가 없네.

오카야마에 도착하자 이제 행선지를 다카마츠로 바꾸어 돌아갈 준비를 하고 있다.

저 똥차는 어디로 가는거지? 히로시마쪽으로 가는건가?

저 열차를 탈 것은 아니니 관심 끄고 신칸센을 타러 이동한다. 재래선 출구에서 신칸센으로 환승하는 개찰구를 한 번 더 지나야 한다.

산요신칸센 공식 캐릭터라는 칸센쟈가 있네. 이제 노조미, 히카리에서 퇴출당한 500계 신칸센인데 이런 캐릭터가 있으면 도움이 될라나.

신칸센 500계는 JR니시니혼에서 야심적으로 개발한 차종으로 신칸센 최초로 시속 300km로 주행하기도 했는데, 700계와 N700계가 개발되면서 밀려나서 이제는 각역 정차의 최하 등급 코다마로 강등되었다. 이 열차는 디자인부터가 독특한데 전투기의 선두부처럼 뾰족하게 되어 있고, 이전과 이후의 신칸센 열차들과 비교해도 참신한 디자인이어서 여전히 이 열차를 좋아하는 철도 애호가들이 있다고 한다. 그러나 정작 이 열차를 타는 사람들은 차체가 둥글게 되어 있어 창측의 좌석의 공간이 협소해서 꺼려했고, 기존의 운행하던 열차에 비해 출구 수가 적고, 출구의 위치가 다른 불편이 있어 승객의 승하차에 소요되는 시간이 길어져 열차 지연을 야기하기도 했단다. 경제성 측면에서도 이 차량의 제작비가 30%정도 비싼 것이 문제였고, 그러다가 노조미, 히카리 운행에서 차차 밀려나 지금은 코다마로만 운행하고 있다고.

오카야마역의 23번 승강장은 도쿄 방면 상행선인데, 노조미, 미즈호, 히카리, 사쿠라 등의 우등 등급의 열차들이 정차한다. 노조미는 자리가 없을 것 같아서 일찌감치 포기하고 다음에 오는 신오사카행 사쿠라를 타려고 한다.

700계 노조미다. 자유석은 터질 것 같아서 못 타겠다.

이 녀석 좀 우습게 생겼다.

나카마 유키에는 몇 년째 JR니시니혼의 모델로 활약하고 있다.
그만큼 인기있다는 것이겠지. 사토미찡은 이런 거 안되는거야?

노조미를 보내고 조금 있다가 사쿠라가 들어왔는데 역시 사람이 많아서 못 타겠다.
이래서 지정석을 예약해야 하는데 따로 돈을 내야 하니 별 수가 없네.

승강장에 있는 소바 가게에서 소바라도 먹으려고 했는데 저녁 8시 30분까지만 영업을 한다고 한다. 아무래도 다음 노조미도 앉아서 가기는 어려울 것 같고 배는 고프니 일단 역 바깥으로 저녁을 먹으러 나갔다.

밑으로 내려가는 계단에 타니하라 쇼스케의 광고가 붙어 있다. 영능력자 오다기리 쿄코의 거짓에서 사토미찡과 함께 나왔었지.

오카야마 고라쿠엔에서 야간 특별 개원한다는 광고인데 11월 4일부터니까 곧 시작이네.
오카야마 데스티네이션 캠페인으로 개최를 결정했다는군.

역 밖으로 나가서 오카야마역과 연결된 산스테(さんすて.サンステーションテラス의 약칭)로 갔다. 오카야마역 출구와 2층이 연결되는데 한국에도 많이 있는 돈까스 가게인 사보텐이 있다. 튀김류라든가 돼지고기를 좋아하는데 이상하게 돈까스는 별로다. 메뉴를 살펴보다가 그 옆의 옆에 있는 사누키 우동 전문점이라는 메리켄야(めりけんや)에 갔다. 메뉴판을 여러 개 가져다주는데 일단 밥이 먹고 싶고, 국물을 마시고 싶으니 키츠네우동과 미니텐동 세트를 시켰다. 맥주 한 잔 시킬까 했는데 곧 온천에 가려고 해서 물만 마셨다. 기억이 가물가물하지만 예전에 고토히라(琴平)에서 먹었던 사누키 우동의 느낌과 맛은 아니었던 듯 같은데, 그래도 맛있게 잘 먹었다.

우동은 맛있게 잘 먹었고, 일단 면만 건져 먹고 텐동을 먹으면서 국물까지 끝.

계산을 하고 나와서 다시 오카야마역 신칸센 개찰구로 들어가서 신칸센을 타러 올라갔다. 21시 3분 코다마 열차를 타려고 했는데 밥을 먹다보니 늦어져서 조금 더 기다려야 한다. 옆 승강장에는 노조미가 있는데 이 열차는 신코베에만 서서 통과시킨다. 신코베에서 내려서 하행 코다마를 타도 돌아가도 되는데, 시각표를 보니 그냥 여기서 코다마를 타고 가는 것이 더 빠른 것 같다.

옆 승강장에 노조미가 잠시 정차중인데 열심히 일하고 계신 차내 판매원 언니 사진도 한 장.

열차를 기다려 타고 내린 역은 니시아카시(西明石). 여기서 재래선으로 갈아타고 고베 방향으로 간다.

오카야마에서 신오사카까지 노조미나 사쿠라는 50여 분 걸리는데, 역시 코다마는 역마다 서고 중간에 추월당하기를 밥먹듯 하니 느려서 니시아카시까지 50분 가까이 걸렸다. 그러니 사람들이 안 타지. 신칸센을 타는 이유는 빠르기 때문인데 코다마는 모든 역 정차에 뒤에서 쫓아오는 노조미, 히카리를 무조건 먼저 보내고 가니 시간이 많이 걸린다. 오죽했으면 코다마 하야토쿠와리(早得割.일찍 사면 할인)로 빈 좌석을 팔아 치우려고 애를 쓰겠냐마는.. 참고로 최근의 다이어를 보면 노조미는 하카타에서 신오사카까지 최단 2시간 29분 정도, 미즈호는 2시간 25분 정도 걸리는데(이는 노조미가 미즈호보다 등급이 낮아서라기보다는 큐슈신칸센 직결의 미즈호는 산요신칸센 구간에서 무조건 정차역인 하카타, 고쿠라, 히로시마, 오카야마, 신코베에만 정차하고 신오사카에 도착하는데 반해, 노조미는 산요신칸센 구간에서 앞의 역들에 하나의 역에 더 정차하도록 되어 있어서다), 코다마는 그나마 제일 빠른 것이 4시간 41분 걸린다. 그렇다면 요금이라도 저렴해야 하는데, 염치없는 이 녀석은 히카리, 사쿠라와 똑같은 요금을 받는다. 그러니 이 열차를 이용하는 사람들은 그다지 많지 않고, 대개 코다마만 정차하는 작은 역에 가려는 사람들이 상위 등급의 열차를 타고 가다가 중간에 환승하는 정도라고 할 수 있겠다.

다카츠키(高槻)는 오사카와 교토 사이에 있는 도시.

어느 책에서 읽은 바로는 신도시로 개발된 다카츠키의 사람들은 오사카를 촌스럽고 경박하다고 무시하는 경향이 있다고도 한다. 한국으로 따지면 분당 정도 되는 곳이 아닐까 싶은데, 서울 어지간한 동네보다는 분당이 더 깔끔하고 생활에 편하게 개발되어 집값이 더 비싸듯 여기도 그런 것이 아닐까. 늘 그냥 지나치기만 해서 잘 모르겠다.

썰렁하다.

다카츠키행 열차를 타고 두 번째 역인 아사기리(朝霧)역에 내려서 타츠노유(龍の湯)라는 온천에 간다.

원래 몰랐던 곳인데, 인터넷 카페의 귀인께서 소개해주신 덕분에 가보게 되었다. 아사기리역에 내린 다음 나와서 고가 육교를 건너 오른쪽으로 내려간 후 조금 걷다 보면 금방 나온다. 역전온천으로는 꽤 유명한 곳이라고 하는데, 시설도 제법 괜찮고 가격도 비싸지 않아서 만족스러웠다. 하하~ 일본 사람으로 생각했는지 들어가자마자 주차권 필요하냐고 묻는데 순간 당황했다. 아무리 일본인 속에 있으면 티가 잘 안 난다고 해도 나름 외국 관광객인데 이럴 수가!!

시간이 시간인지라 오사카로 돌아가는 막차를 놓치지 않기 위해서 한 시간도 채 되지 않아서 나와서 다시 역으로 돌아간다.

아사기리역은 신쾌속 열차가 정차하지 않는 역이라서 어쩔 수 없이 전역인 아카시로 가야 한다.

울타리 건너편에 있는 선로는 산요전철의 본선.

열차가 온단다. 움직이는 열차 사진을 찍었더니 유령열차가 되어버렸다.

곧 종점인 역이라 사람도 별로 없다. 다음은 아카시입니다.

아카시역입니다. 바로 이전 글에도 등장했던 그 곳이죠.

여기서 반대 방향으로 가는 교토행 열차를 타고 오사카역에 도착. 이제 칸조센으로 갈아타면 되겠다 싶은데 청천벽력같은 차내 안내 방송. 오사카칸조센은 소토마와리(外回り.외선) 교바시행 막차만 남아 있단다. 그마저도 막 출발하려는 참인데, 뭐야? 우치마와리(内回り.내선)는 어떻게 된거야? 이런.. 칸조센 플랫폼으로 가서 시각표를 확인하니 열차가... 없다. 설마 막차가 끊긴거야? 오사카역에서 내린 사람들이 우르르 역 바깥으로 나가는데 이미 상황 파악 완료. 그러나 혹시나 해서 지하철은 아직 다니고 있지 않을까 기대해보았지만 이미 운행 종료에 아예 역 문을 잠궈 놓았다. 제기랄!! 걷거나 택시를 타거나 둘 중 하나의 방법을 택해야 한다.

난바까지 2km 남았다는 표지판이 무척 반갑다.

택시에 카드결제가 된다고는 하는데 일본의 택시비는 꽤 부담스럽다. 신이마미야역까지 여유있게 7km라고 치고 대충 계산해보니, 가뭄에 콩 나듯이 보이는 소형택시를 타도 신호에 잘 안 걸리고 빨리 가더라도 심야 할증까지 해서 대략 2,500~3,000엔 정도 나올 것 같다. 이건 좀 많이 부담스러운데.. 그래서 일단은 난바까지 걸어가기로 했다. 혼자 이렇게 걸어가는 것이 아니고 미도스지를 따라서 걸어가는 사람들이 꽤 된다. 어떤 아줌마하고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면서 신사이바시까지 갔다. 거기서 잠시 와이파이를 쓰기 위해서 신사이바시스지로 들어가느라 아줌마와는 작별하고, 그렇게 한 시간 남짓 걸으니 난바에 도착.

그냥 아베노하루카스만 보고 가는거다.

하필 저 KOJIMA 간판은 뭐냐.

문제는 여기서부터. 난바에서 신이마미야역까지 가는 길에 음침한 동네를 지나야 하는데, 별 일 없을 것 같지만 일단은 외국인으로서 불리한 신분인지라 혹시 모르는 일이고 해서 돌아가기로 했다. 3년 전 밤중에 난바에서 신이마미야까지 걸어가는 동안 느낌이 좋지 않았던 기억이 있고 해서, 돌아가더라도 조금이라도 밝은 곳으로 가는 길을 택했다. 우선 난바에서 도톤보리를 정면 돌파. 새벽 시간에도 사람이 북적이고, 오니~상하면서 달려드는 언니들도 있는데, 미안하다. 오빠가 돈이 없다. 웃으며 손사래를 치고 빠져나왔는데, 일본어만 능숙하게 하면 일본인 행세해도 되겠다 싶은 생각도 든다. 그런데 닛폰바시에서 아베노하루카스를 보며 텐노지로 크게 돌아가느라 적지 않은 시간이 걸렸다. 거리로 따지자면 두 배 이상 먼 길을 돌아간 셈인데, 이제와서 생각해보니 닛폰바시에서 사카이스지로 주욱 내려가는 길을 택했으면 훨씬 좋았을 것 같다. 돌아오니 대략 두 시간의 행군. 코지마에서 한 시간 걸은 것까지 하면 세 시간, 거기에 오락가락한 것을 모두 합치면 종일 15km는 걸은 것 같다. 아~ 이런.. 걷기 선수냐?

역시 우리 엄마는 아들에게 택시비 대신 튼튼한 두 다리를 주셨다. 진심으로 감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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