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타루운하

#14. 오타루 운하

2019. 4. 9. 03:00

삿포로역 건물에 있는 ESTA의 식당가에서 가장 저렴한 오무라이스를 시켜서 먹고 오타루행 쾌속 에어포트를 타러 삿포로역으로 갔다. 아무래도 지난 밤에 마트에서 세츠분이라고 이것저것 막 주워 담다보니 지갑이 금새 얇아졌다. 그러게 김밥을 조금만 사먹었어야 했는데..

 

오타루에 갈 때는 쾌속 에어포트죠..

쾌속열차 에어포트는 주요 역에만 정차하기에, 쾌속열차가 통과하는 역에서 내리려면 한 번 내려서 보통 등급의 열차를 타고 환승해야하는 번거로움이 있다.

 

제니바코역을 지난 다음부터 해안선을 따라서 달리면서 바다를 볼 수 있다.

 

북쪽에 위치한 곳이기에 해가 빨리 지는데 조금 더 일찍 올 것을 그랬나 싶은 생각이 들었다.

 

해가 길지 않은 겨울이라 해가 슬슬 지고 있다.

 

앞자리에 앉은 아저씨는 카메라로 동영상을 찍는 중이다.

저런 것은 귀찮아서 할 생각이 없다.

 

대충 40분 정도 걸려서 오타루역에 도착했다.

 

오타루역에서 오타루운하에 가는 법은 그냥 아래로 계속 내려가면 된다.

 

다만 군데군데 눈이나 얼음이 녹지 않은 곳이 있으니 주의해야한다.

 

이렇게 얼어있는 곳이 위험한 법인데..

 

얇고 어설프게 얼어 있거나, 밑에 물이 얼지 않고 있는 곳은 위험하다.

 

11년 전 처음에 영화 러브레터를 보면서 느꼈던 기분과 실제로 오타루에 와서 운하와 오타루를 돌아볼 때와는 다른 느낌인데..

이 영화가 개봉했던 것이 꽤 오래되어서 그런지 사람이 그렇게 많지는 않다. 12년 전에 처음 왔을 때는 찾는 사람들, 특히 한국인들이 많았던 기억이 있다. 해외여행을 가기에 환율이 좋았고, 여러 가지로 상황이 좋은 편이기도 했었지...

 

오타루시에서 영화 '러브레터' 로 꽤 적극적으로 홍보에 나섰던 적이 있었고, 한국어로도 관광 지도나 브로슈어를 제작하여 비치하는 등 관광객 유치를 위해 많은 노력을 했던 기억이 어렴풋이 남아 있다. 영화 촬영 장소들을 돌아볼 수 있도록 안내를 하기도 했는데, 이미 강산이 한 번 변하고 또 변하고 있는 중이고, 요즘에 여기를 찾는 젊은 사람들은 러브레터라는 영화를 처음 들어보았을 수도 있겠다.

 

더 어두워지기 전에 역으로 슬슬 돌아가야할 것 같은데..

 

거의 10년이 넘은 옛날의 일이 되어서일까, 삿포로에 갔다가 잠시라도 시간이 날 때면 종종 오타루를 짧게라도 들르기도 했는데, 처음 일본에 와서 오타루 운하를 보러 왔을 때와 같은 기분은 들지 않는다. 오타루역에서 걸어서 운하로 내려오다가 '여기가 이런 곳이었지...' 정도의 느낌만 남아 있다고 할까..

 

겨울에 눈을 보지 못하는 나라에서 온 관광객들은 신이 나서 열심히 사진을 찍고 있다.

 

초점이 안 맞았네..

 

눈과 얼음이 신기할 수도 있겠지. 뭐..

강원도에서 갇혀 있을 때 겨울이면 새벽에 불려나가 빗자루와 삽들고 눈 치우러 다니느라 바빴는데..

 

조금만 더 어두워지면 좋을 것 같은데..

 

지붕 위에 쌓인 눈들이 녹아 흘러내리다 얼어붙어서 고드름이 된 모양이다.

 

지붕에 매달린 고드름..

 

동남아에서 온 아가씨들은 눈을 보면서 매우 즐거워하는 것 같다.

 

그러고 보니 저 창고 건물에 있는 상점에는 한 번도 가본 적이 없는 것 같은데..

 

폰카의 한계인가, 사진 찍는 사람의 능력 부족인가.. 후자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이제는 여기 다시 오지 않아도 될 법도 한데, 그냥 자꾸 오게 된다.

 

혼자 방문하는 사람도 환영한다는데 돈이 얼마 없어서..

 

종일 열심히 제설을 했지만 밤에 또 눈이 쌓일 터이고, 내일 아침에 또 제설을 하겠지. 눈과의 전쟁하는 기분이 어떤지 아주 잘 안다...

 

/

이미 해가 져서 어둠이 내린 지 오래이지만, 오타루 시내가 그리 넓지는 않고 길이 복잡하지 않아서 적당한 방향감각만 있으면 쉽게 오타루역을 향해서 갈 수 있을 것 같다.

역시 엄청난 적설량이다.

 

오타루 생제르망이라는 빵집이 있다. 시간은 많고, 살짝 배도 고프고 사람들이 많이 찾길래 들어가서 빵을 두 개 사서 나왔다. 누구를 대상으로 조사한 것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인기 빵 순위가 있었는데, 1위와 2위였던 빵을 골라 샀는데, 맛이 꽤 좋았다. 가격도 일본의 물가수준을 생각하면 괜찮은 것 같고.

 

해가 지고 어두워지자 대부분의 사람들이 삿포로에 돌아가려고 오타루역으로 계속해서 오는 것 같다. 자유석 차량에서는 좌석에 앉아서 갈 가능성이 높지 않겠다 싶어서 역무원에게 JR패스를 보여주고 쾌속 에어포트의 지정석권을 받아서 나왔다. 타려고 했던 시각의 열차는 이미 만석이라고 해서, 그 다음 열차를 예약하고 조금 더 기다리다가 열차를 타고 삿포로로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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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타루

2017. 10. 1. 02:17



사흘째, 어느덧 8월을 지나 9월의 첫 날. 이 날의 여정은 오타루에 들렀다가 다시 삿포로에 돌아와서 아사히카와까지 가는 것이다. 지금까지 홋카이도에서는 JR패스를 이용했기 때문에 삿포로에서 오타루에 갈 때는 쾌속 에어포트의 지정석을 예약해서 다녔으나, 이번에는 청춘18 승차권을 이용하기 때문에 지정석에 앉아서 가려면 520엔을 추가로 내야해서 가난뱅이 주제에 그런 낭비를 할 수는 없고 그냥 롱시트의 빈 자리에 앉아서 가야할 것 같다. 어차피 32분 밖에 안 걸리는데.. 여기 올 때부터 밤을 꼴딱 새고 왔고, 시차는 없지만 잠자리가 바뀌면 몸이 지쳐서 뻗기 전까지는 예민하게 굴어서 잠을 잘 자지 못해서 새벽 3시가 넘어서야 잠을 청할 수 있었기에 졸리다.


비록 보통(또는 쾌속)열차를 타고 가지만, 삿포로에서 오타루까지는 정기편성 특급열차가 없다. 여름철 8월 말에서 9월 초와 겨울 스키 시즌에 임시 특급 니세코를 운행한다. 그러나 이 열차는 특급 등급이라도 소요시간이 상당히 오래 걸려서 삿포로에서 출발하는 시간이 열차의 배차가 많은 출근시간대여서 그런지 오타루까지 가는데 쾌속 에어포트보다 10여 분 시간이 더 걸린다. 하코다테본선 산선을 따라 오타루, 요이치, 니세코, 굿챤을 지나 오샤만베를 거쳐 하코다테로 가는데, 오샤만베에서 오타루까지의 하코다테본선은 한 번도 타보지 않아서 이번에 타볼까 했는데, 거리는 가까워도 구간마다 열차 시간이 잘 맞지 않아서 그냥 포기했다. 오타루까지 갈 때 탈 열차는 쾌속 에어포트. 신치토세공항과 삿포로/오타루 간을 운행하는 열차로 전화구간이 손에 꼽을 정도인 홋카이도에서 몇 안 되는 전동차가 운행하는 구간이다.

 

삿포로에서 오타루에 갈 때 열차 진행방향 오른쪽에 앉으면 바다를 볼 수 있다. 열차 창문 좀 닦아주세요. 흑흑 ㅠㅠ


기찻길 옆 오막살이는 아니지만, 저런 장소라면 열차 소음으로 인한 스트레스가 상당할 것 같은데..


이 아저씨는 누구인가..

키가 큰데..


큰아버지 닮은 것 같은데..


오타루역


유지로 홈이라는 간판이 붙어있는데 아까 그 사진 속의 사람인가보다.


나중에 찾아보니 이 사람은 전 토쿄도지사였던 이시하라 신타로의 동생이라고 하며, '일본인이 가장 사랑한 남자' 라는 애칭이 있다고. 그리고 배우 신성일의 롤모델이 된 사람이라고 한다. 모르는 사람이니까 이 정도까지만..



오타루역은 삿포로, 치토세 방면으로 가는 열차, 그리고 산선이라 불리는 니세코, 요이치, 오샤만베 방면의 하코다테본선이 다닌다. 오타루까지만 전화구간이어서 이후부터는 디젤똥차동차로 운행하는데, 배차 간격이 길어서 열차 시각을 잘 맞춰 오지 않으면 한 시간 이상 하염없이 기다려야 한다.


쾌속 에어포트는 방향을 바꿔서 다시 삿포로를 거쳐 신치토세공항역까지 갈 준비를 하고 있다.


쾌속 에어포트는 삿포로-오타루 구간에서 코토니, 테이네, 오타루칙코, 미나미오타루에 정차한다.


삿포로에서 오타루를 오가는 열차는 시간당 약 4~6편인데, 오타루 이후부터는 한 시간에 한 편 정도 있을까 말까한 수준이다. 수요가 공급을 만든다고 하지만, 경우에 따라서 공급이 수요를 만드는 경우도 있는데 홋카이도 전체의 인구가 감소추세여서 그것도 쉽지 않은 모양이다. 


오타루역

 

관광객이 왔다가 다시 삿포로로 돌아갈 시간대는 아니어서 썰렁하다.

 

굿챤 방면의 열차는 무려 1시간 25분 이상 기다려야 한다.


산선이라 불리는 것처럼 산이 많고 연선 인구가 적어서 열차 역시 자주 다니지 않아서 한 시간에 한 편 정도 있으며, 재수없으면 이렇게 한 시간 반 이상 기다려야 할 때도 있다. 그나마도 한 량짜리 단칸방 열차로 운행하는 경우가 많다.

에베츠행 이시카리라이너 

오타루에서 삿포로를 거쳐 에베츠까지 가는 열차인데, 구간 쾌속으로 테이네에서 삿포로까지 구간에서 코토니역에만 정차하고 나머지 구간은 보통열차처럼 각역정차를 한다.  

통근, 통학 수요가 많은 시간대에는 이렇게 병결하여 운행을 하기도 한다.


이런 단칸방 열차가 산선으로 다닌다. 거리상 산선이 훨씬 가깝기 때문에 소요시간이 짧은데, 열차가 뜸해서 시간을 잘 맞추어 오지 못하면 별 차이가 없다. 낮 시간에는 오타루-쿳챤, 쿳챤-오샤만베 구간을 나누어 운행을 해서 쿳챤에서 20여 분 정도 후에 오샤만베행 열차로 환승할 수 있고, 그 이후에는 오타루에서 오샤만베까지 운행하는 열차가 두 편 있다. 그나마 여름이면 다행인데 겨울이라면 고역일 수 밖에 없는데, 이 열차를 주로 타고 다니는 사람들은 작은 마을에 살면서 통근, 통학을 하는 사람들이라서


오타루역 역사 대합실에는 작은 등불이 대롱대롱 걸려있다.


대낮에 왜 등을 켜두었는지는 모르겠다.

전기를 아껴야지..


무카이카네(むかい鐘)라는 종이 있다.

종의 유래가 적혀 있는데 귀찮아서 읽다가 말았다.


오래된 것으로 보이는 오타루역 명판


오타루에서 요이치 방면으로는 전동차가 다닐 수 없으니 저 열차들은 이시카리라이너나 보통열차로 운행하는 열차인 것 같다. 철덕이면 저 열차 편성만 보고 잘 알겠지만, 그런 것은 별로 신경을 안 써서 잘 모르겠다.




열차가 다니지 않아 조용한 역을 빠져나와서 오타루 운하 근처로 일단 가본다. 캐리어를 질질 끌고 다니느라 움직이는 것이 귀찮기는 한데 이렇게 맑은 날에 돌아다니지 않으면 굉장히 아쉬울 터. 가진 돈이 얼마 되지 않아서 코인락커를 가급적 이용하지 않으려다 보니 고생하는 것도 있지만, 오타루역에서 내려서 동네 한 번 돌아보고 삿포로로 돌아가는 열차는 미나미오타루역에서 타려고 하니 별 수 없다. 한참 돌아다니다보니 그냥 오타루역에 짐을 두고, 미나미오타루역에서 열차로 오타루역에 와서 짐을 찾아가도 되는 것이었는데 멍청한 짓을 하고 있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여름에도 많이 덥지 않다는 홋카이도라고 들었는데, 이 때는 홋카이도 역시 무척 더운 날씨였다. 운하까지는 내리막이라 그나마 수월하기는 한데, 


운하플라자에는 관광 안내 및 기념품 판매를 하는데, 궁금한 것이 있어서 일단 들어갔다. 영어, 한국어, 중국어를 하는 스탭이 상주하고 있다고 하는데, 어지간해서는 그냥 일본어로 물어본다. 일본어를 제대로 배운 것도 아니고, 귀동냥과 자주 다니면서 경험을 통해 얻게 된 길 물어보기, 추천하는 장소 물어보기 - 어디어디는 다녀왔고, 나는 이런 것들을 보고 싶은데 어디로 가면 좋겠냐, 당신이 초밥을 먹으러 간다면 어디에 가겠느냐 등 - 를 시작했다. 오타루에는 스시거리가 있다고 하는데 딱히 어느 가게를 추천하지는 않고, 여기에 몇몇 스시집이 있다고.. 이럴 거면 타베로그를 찾아보고 올 것을 그랬나 싶은데.. 그래도 덕분에 어디로 가면 초밥집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으니 그것만으로도 고마운 일이라..


오타루라고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오타루 운하


햇살이 너무 뜨거워서 운하 근처에 있다가는 타죽을 것 같고, 캐리어를 질질 끌고 저 운하 구경은 못하겠다 싶어서 그냥 발길을 돌려서 안내소 직원이 가르쳐 준 스시거리 쪽으로 갔다. 다시 오르막을 올라서 지금은 폐선된 구 테미야선이 교차하는 지점까지 갔다. 지도를 보니 오르막을 올라가다 왼쪽으로 이 철로를 따라 가면 되는 것 같다. 오타루에 여러 번 왔지만 운하만 보고 내뺐기 때문에 선로를 따라 걷는 것은 처음이었다.



지금은 폐선된 테미야선은 홋카이도의 최초의 철도노선으로 1880년에 개통한 노선이라고 한다. 초기에 건설 목적은 석탄 수송이었는데, 홋카이도는 겨울이 길어서 강이 결빙되는 날이 많아 수상운송이 어려워서 내륙으로 이어지는 철도를 부설했다고 한다.

 

당연히 지금은 열차는 다니지 않고 그냥 흔적만 남아 있다.


레일사이드라는 가게 이름 때문에 사진을 찍어봤다. 소품류 등을 판매하는 잡화점인 듯.


선로변은 산책 및 자전거길로 정비되어 있는데 지나다니는 사람은 거의 없다. 자전거를 타고 다니는 학생들이나 직장인들이 하교, 퇴근할 때 사람이 좀 많으려나..


선로 주변에는 이렇게 산책길이 조성되어 있고, 평범한 가정집들이 있다.


오른쪽으로 가면 썬몰이라는 곳이 있단다. 

예전에 가봤던 곳 같은데 지붕이 씌워진 거리에 상점가가 이어진 곳이었던 것 같다.


아동공원이라는 히마와리 공원이라는 곳이 있다. 아동공원이라 하니 뭔가 거창해보이지만 한국의 놀이터 정도로 생가하면 되지 않을까 싶다. 그런데 아이들이 아무도 없네..

 

한 쪽에는 과거에 있던 레일을 철거하지 않고 그대로 쌓아두고 있다. 


벤치에는 예전에 다녔을 것 같은 증기기관차가 그려져 있는데 그림마다 이름과 나이가 적혀 있는 것을 보니 이 동네에 사는 소학교 학생들이 그린 그림인 것 같다. 잠시 아이들의 그림 솜씨를 구경해보자.


지금은 그림을 잘 그리지 못하지만 저 나이 때는 구청장 대회에 나가서 상도 타고 그랬다.


여기도 쓰레기를 슬쩍 버리는 사람들이 있는가보다. 사실 일본인들이라고 꼭 공중질서를 잘 지키는 것은 아니라는 것을 자주 보기도 했고, 한국이나 일본 뿐만이 아닌 그저 사람마다 다 다른 거니까..


그림들의 수준이 꽤 높은 것 같다. 확실히 나이가 많을수록 그림의 수준이 올라가는 것 같다.


해리포터가 여기 왜 나오나 싶었는데 해리포터가 아니고 H. K. 포터라고 한다. 과거에 로코모티브 열차를 제작했던 곳이라는 것 같다.


여기서 잠시 쉬면서 땀을 식히고, 관광안내소에서 소개해 준 스시 거리로 가본다. 대낮이라 그런지 오가는 사람이 많지 않은데다 스시 거리라고 눈에 띄는 표시가 있는 것도 아니고, 중간중간 스시 가게가 있다. 분위기로 보건대 가격이 평소에 들렀던 회전초밥집과는 아주 다른 곳일 것 같다.


계절한정이라는 점장의 추천 니기리


세금 빼고 2,700엔이라고 하니 아홉 점에 소비세를 포함하면 2,916엔인 셈이다. 술집이 아니니까 자릿세 의미인 오토시는 없겠지만, 여기에 음료 하나 시켜서 마시면 3천엔을 훌쩍 넘기는 금액이 되겠다. 일단 주변을 돌아보고 들어가려고 했는데 햇빛은 쨍쨍, 아스팔트는 뜨끈하고, 땀을 뻘뻘 흘리고 있는 터라 잠시 앉아서 쉬면서 점심을 먹는다는 기분으로 이 가게에 들어갔다.

 

가게 이름은 니혼바시라는 곳.


스시로 유명한 곳이라 그런지 가격이 착하지는 않다.


가게의 모든 메뉴가 스시다. 캐리어 손잡이 끝이 특별출연하였다.

문을 열고 들어갔더니 약간 무거운 느낌이 드는 곳이었다. 더운 여름날에 누가 봐도 무거운 짐을 끌고 땀을 뻘뻘 흘리면서 들어올 때부터 살짝 긴장을 하면서 주변을 살피니 주인 아주머니로 보이는 분이 나와서 몇 명인지 물어보신다. 

"아~ 혼자인데요.."

점장의 추천 니기리즈시를 시키려고 한다니 카운터 앞 좌석이 괜찮으면 거기에 앉으라고 하셔서 별 말 없이 가서 앉았다. 코스 요리처럼 요리사 분이 네타 이름을 말하면서 순서대로 하나씩 주신다. 날도 덥고, 오면서 땀도 꽤 흘려서 목도 마르고 해서 우선 생맥주 한 잔을 시켰다. 흰 살 생선부터 참치 뱃살, 모란새우, 연어, 성게알, 연어알, 가리비, 게, 함박조개 순으로 나온다. 비린내 나지 않는 신선한 재료에 여기까지 오느라 진을 빼서 허기를 느끼던 터라 카운터 뒤쪽에서 네타를 밥알 위에 얹어내어 접시 위에 올려주자마자 바로 받아먹는다. 생맥주를 시켜서 마시면서 시간을 조금 끌고, 입 안을 헹구고 다음 초밥을 집어 먹으면서 포만감을 느낄 시간을 벌고 싶지만, 이 놈의 뱃속에 거지가 살고 있는지 스시장인이 밥알을 뭉쳐 내려놓자마자 바로 뱃속으로 들어가버린다. 

생맥주 두 잔 마시고, 츄토로를 추가로 시켜서 먹었다. 조용한 분위기여서 차마 대놓고 사진을 못 찍겠더라는... 다시 갈 수 있을 지 모르겠지만 그 때 가면 미리 이야기를 하면서 사진을 찍으면 괜찮을 것 같은데 가격이 비싸다. 네타가 큼직큼직해서 아래에 뭉쳐진 밥알보다 두 배 정도 큰 초밥이라서 먹는 맛이 있다. 나중에 찾아보니 타베로그 평가는 나쁘지는 않은데, 저녁 시간보다는 낮에 갈 때 평가가 좋은 것 같다. 네타 재료가 신선해서 그런가. 그런데 야후에서는 접객이 별로였고, 외국인이라고 무시하는 것 같다는 리뷰(https://loco.yahoo.co.jp/place/g-0U2lXFKmXLE/review/1217930)가 있다. 호텔에서 아침을 먹고 출발하기는 했지만 더운 날에 짐 끌고 돌아다니면서 에너지 소모가 많기도 했고, 먹성이 좋은 편이라 맛있게 잘 먹었고, 대개의 사람들은 외국인이라는 것을 느끼지 못하고 일본인이라 생각하기 때문에 별다른 문제가 없었을 수도 있다. 

초밥을 만들어 준 초밥장인에게 인사를 먼저 하고, 카운터로 가서 계산을 하는데 생각보다 가격이 많이 나왔다. 가격표를 안 보고 주문을 했는데 이 점장의 추천 니기리세트가 2,700엔, 생맥주 한 잔이 600엔에 두 잔, 츄토로를 추가로 시킨 것이 800엔 정도가 아니었을까 싶다. 결국 맥주를 안 마셨어야 하는 것인가. 여기에 소비세를 포함하니 5,076엔이라는 거금이 나왔다. 이거 한국에서 1주일간 점심과 저녁을 먹을 돈인데.. 이번 여정이 결국 돌아갈 때까지 버틸 돈이 있느냐 없느냐의 문제가 될 것 같다. 소비세 포함 회전초밥집에서도 기본으로 3천엔 이상 먹으니 뭐 맥주 두 잔 마시고 이 정도면 선방했다고도 할 수 있을 것 같으면서도 뭔가 찝찝한 느낌을 지울 수 없는 복잡한 심경으로 밖으로 나왔다. 어떤 젊은 남자가 짐 잔뜩 끌고 와서 점심 한 끼에 5천엔 넘게 돈을 쓰고 가니 이 사람들도 의외라고 생각했을 것 같고..


오타루 스시거리

<日本橋>

北海道小樽市稲穂1-1-4

구글지도 GPS (43.194467, 140.9994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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