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원호



LG 김재박 감독의 명언, "내려갈 팀은 내려간다" 는 말이 맞다면 올해 이 말에 해당하는 팀이 LG는 아닐까 우려가 된다. 어제 경기는 지난 두 경기와는 다르게 1회 실점 이후 바로 역전에 성공하며 앞서 나갔으나, 계투진의 부진으로 역전패하며 4연패에 빠졌다.

 


불행히도 지금 상위권에서 내려갈 팀이라면 김재박 감독의 LG가 가장 가능성이 높다. ⓒ 엑스포츠뉴스



선발 등판한 최원호는 박정권에게 홈런을 맞은 이후로  큰 위기를 맞지도 않았고 경기를 잘 이끌어 갔으나, 정성훈의 실책성 플레이 이후 박재상에게 2점 홈런을 맞고 말았다. 한 점 차로 추격당한 상황에서 간신히 5회를 마쳐 승리투수 요건을 갖추고 마운드를 내려왔으나 계투진의 부진은 그의 승리를 날려버렸다. 양 팀 선발 투수에 대해 투구시 이중동작에 대한 논란이 잠시 있었으나 양 팀 팬들에게 짜증을 불러왔을 뿐 경기에는 큰 지장을 주지 않았다. SK 선발 송은범은 1,2회 4실점으로 불안했으나 3회부터 완벽에 가까운 투구를 하며 생애 첫 완투승을 올렸다.



SK와의 이번 3연전은 1승도 건지지 못한 것도 문제지만, 여전히 불안 요소가 많이 있음을 보여주어 과연 LG가 4강 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있을지 깊은 우려를 자아내었다. 이진영, 정성훈의 영입 이후 야수들의 주전 경쟁이 심화되었다고 하지만, 실제로 여기에 영향을 받은 사람은 벤치로 밀려난 안치용 뿐이다. 내야 3루수는 정성훈의 영입 이후 김상현과 박기남을 기아로 트레이드하여 사실상 그의 경쟁자는 없다고 보아도 무방하다. 유격수 권용관은 건강하다면 그의 타격과 수비와 상관없이 붙박이 주전이 확실하고, 박경수가 손등 부상으로 1군에서 말소가 되었지만 회복 후 큰 경쟁 없이 2루수로 복귀할 것은 쉽게 예측이 가능하다. 2군에서 펄펄 날며 기대를 모으던 박병호와 이병규는 1군에서는 자리를 잡지 못하고 있고, 한동안 노장 최동수의 자리를 위협하지는 못한다.



SK와 두산에는 있지만 LG에는 없는 것은 내부 경쟁으로 인한 전력 상승과 주전 선수의 부진시 대체 선수의 활약 여부, 즉 선수층의 차이다. LG는 여전히 주전 선수와 백업 선수의 격차가 커서 잘 나갈 때는 문제가 없겠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에는 상당한 위험성을 가지고 있다. 경기마다 처음 출전 명단에 넣은 9명의 야수들이 경기를 이기도록 해야 한다는 것인데, 이들이 매일 최고의 컨디션을 유지할 수 없는 것은 너무도 당연한 사실이다. 소위 말하는 1.5군급의 선수들의 활약으로 경기를 이기는 다른 팀들과 비교했을 때 LG의 벤치 멤버들의 활약은 초라할 뿐이다. 주전 선수들의 컨디션이 좋지 않을 때 대신 들어와서 깜짝 활약을 펼쳐줄 선수도 없고, 감독이 경기에서 중요한 순간마다 작전을 낼 만한 선수도 없으니 상대방이 분석하기도 대비하기도 참 좋은 상대가 아닐 수 없다.



플래툰 시스템의 탓이겠지만 여전히 한 방이 있는 김재현이 대타로 나올 정도로 선수층이 두터운 SK나, 어린 선수를 계속 발굴해내며 선수층을 넓혀가는 두산이 올해 포함 3년째 1,2위를 다투는 것이 시험에서 잘 찍어서 좋은 성적 나오는 것처럼 운빨이 좋아서가 아니다. 그동안 시간을 가지고 전체적인 전력을 키워왔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다. 반면 LG는 타선에서는 이대형 이후 주전 자리를 위협하는 어린 선수조차 등장하지 않고 있으며, 유망주라는 선수들은 2군의 본즈와 로드리게스만 되고 있다. 김재박 감독의 계약 만료, 그리고 구단과 팬들의 염원에 올해는 어떻게든 4강 이상에 포커스를 맞추겠지만, 선수들의 능력을 끌어올려 선수층으을 넙혀야 할 것이다.



이번 3연전에서 리그 팀타율 1위 SK를 만나면서 중간 계투진의 부실도 확연히 드러났는데, 동점 내지 1~2점차의 긴장된 상황에서 리드를 이끌어 갈 확실한 불펜 투수가 없는 점은 상당히 걱정되는 부분이다. 타격이 폭발하여 대량득점하여 이기는 경기가 자주 있는 것도 아니고, 순위 다툼을 하다보면 근소한 점수차의 승부가 많이 이어질 수 밖에 없는데 이 상황을 지켜줄 투수가 없다는 것은 상대적으로 강한 불펜을 가진 두산, 삼성 등 순위 경쟁 후보 팀들과 대결시 불리하게 작용할 것이다. 그리고 중간에서 리드를 유지하더라도 경기를 마무리지을 확실한 투수가 없다는 것은 시급하지만 쉽게 답을 찾아낼 수 없는 과제다.



연패 중인 히어로즈와의 데스 매치에 나서는 정재복의 어깨가 무겁다. 역시 연패 탈출을 노리는 그의 상대는 현대 시절의 에이스 김수경이다. 두 선수 모두 반드시 이겨야 한다는 부담이 있어 투구에 방해가 되지 않을 지 다소 염려된다. 경기에 져서 연패를 이어가는 팀이 받게 될 데미지는 매우 클 것으로 보인다.

 

 

3연패 후 6연승으로 분위기 완전 탈바꿈한 두산과 3연패를 당하며 5위로 밀린 삼성의 대결. 연패는 탈출했지만 여전히 걱정이 많은 한화, 롯데의 경기. 스승의 날 맞이로 사제 격돌을 벌이는 SK와 KIA의 경기 모두 흥미진진하다. 4위로 올라온 KIA가 3일전 LG가 그랬던 것처럼 최강 SK를 놓고 시험에 든다.



연패를 끊어야 하는 책임을 가지고 마운드에 오른 “의사” 봉중근은 8이닝동안 7안타 1볼넷을 내어주며 2실점(1자책)으로 여전히 믿음직스러운 투구 내용을 선보였으나, 야수들의 도움을 받지 못하며 4패(3승)째를 안았다. 유일한 수확이라면 방어율을 2.44에서 2.25로 떨어뜨린 것. SK의 좌완 고효준은 7이닝 1실점으로 최근 부진에서 벗어남과 함께 강적과의 맞대결을 승리로 이끌었다.반드시 이겨야했던 경기를 놓치게 되어 봉중근은 물론 선수단 전체의 실망감이 클 것으로 보인다. 올해의 팀성적이 어떻게 될 지는 아직 장담할 수 없으나, 올 시즌 현재 리그 최고의 투수가 최고 불운한 투수를 2년 연속 차지할 것 같은 불길한 예감이 든다.



봉중근이 한화에 있었더라면 아마 다승 1위를 달리고 있을 것이다. ⓒ 연합뉴스



전날 경기에서 불안한 내야 수비로 연장까지 끌고 간 경기를 아쉽게 내어줬던 LG는 이 날도 박경수의 실책성 플레이(공식적으로는 내야안타)와 권용관의 2개의 실책이 나오며 불안한 내야 수비를 보여주었고, 이는 곧 4회 실점으로 이어지면서 패배의 빌미가 되었다. 반면 SK는 모처럼 1루수로 선발 출장한 정경배가 타격에서는 활약이 없었지만 4회 페타지니의 안타성 타구를 다이빙캐치로 건져내면서 대조되는 모습을 보여 기본이 탄탄한 강팀의 면모를 보여주었다. 봉중근은 실점 이후 5회부터는 안정된 내용으로 완벽한 피칭을 보여주었으나, 아쉽게도 팀이 동점을 만들고 난 직후인 7회초에 모창민에게 높은 공을 던져 좌월 솔로 홈런을 맞고 패전을 안게 되었다. 실투를 놓치지 않은 모창민은 팀 승리의 일등공신이 되었다. 김성근 감독은 어제의 교훈 덕분인지 9회말 투아웃 이후에서도 좌타자 박용택이 등장하자 세이브를 눈 앞에 둔 마무리 정대현을 내리는 강수를 두며 철저하게 승리를 지켰다.


들쑥날쑥한 제구력을 가진 투수 공략에 여전히 애를 먹는 LG타선은 안타는 다섯 개밖에 치지 못했지만 볼넷 역시 다섯 개(고의볼넷 1개 포함)를 얻어냈음에도 불구하고, 잔루를 9개나 남긴 비효율적인 공격을 하는 부진한 경기였다. 타순을 전체적으로 볼 때 페타지니를 제외한 좌타자 박용택, 이진영, 이대형은 이미 슬럼프에 접어들었는데, 이들이 팀 타선에서 차지하는 비중과 7,8,9번 하위타선의 중량감이 크게 떨어지는 것을 감안하면 당분간 활발한 득점력은 기대하기 어려울 듯하다. (전날의 대역전극 실패 사건에서도 이들의 활약은 두드러지지 않았다) 특히 얼마 전까지만 해도 공이 멈춰있는 것 같다고 하던 박용택은 이 날 삼진을 세 개나 당하며, 3할대로 복귀하려는 노력을 하고 있으며, 계속되는 하향세에도 가끔 하나씩 쳐주며 버티던 이진영은 어제는 만루에서 병살타, 오늘은 병살을 간신히 면하는 땅볼을 치며 기회를 살리지 못한 채 계속 타율을 까먹고 있다.


한편 유지현 이후 무주공산 상태에서 권용관의 자연독점 상태가 되어버린 LG의 유격수는 상당한 고민거리로 작용할 듯하다. 권용관은 타격은 좋지 않지만 수비력은 최상급이라는 말을 듣던 선수였으나, 최근 몇 년간은 수비력마저 의심스러운 상태다. LG가 하위권에 머무르는 기간 동안 전체적인 팀의 부진으로 이 문제가 크게 부각되지는 않았지만, 그의 수비 범위는 좁아지고 있으며 단순한 타구에서 실책을 많이 저질러 안정감도 떨어지고 있다. 신인 최대어로 지명했던 박경수는 성장이 답보 상태인데다 어깨 부상 전력 덕분에 유격수 수비는 버겁고, 박용근 역시 수비가 불안하여 유격수로의 중용은 어려운 상태. 한동안 어쩔 수 없이 권용관-박경수 체제로 갈 수밖에 없는데, 이는 불펜진의 약세, 강력한 마무리 부재의 뒤를 잇는 문제점으로 보인다.


상대 선발이 좌완 투수인 덕분에 오늘도 선발 출장의 기회를 가진 안치용은 초반에는 볼넷을 두 개 얻어내는 활약을 보여주었으나, 나머지 두 차례는 삼진으로 물러나며 큰 임팩트를 주지 못했다. 그 중 한 번은 스트라이크 낫아웃 상태에서 멍하니 바라보다가 아웃이 되어 타격은 물론이요 주루 부분을 특히 신경을 써야 할 것으로 보인다. 전력 질주하여 몸을 날리는 정성훈처럼 승리를 향한 투지 있는 모습을 찾을 수 없어 안타깝다. 난세의 영웅이라서 팀이 치세가 되어가고 있어서일까, 작년과 같은 활약이 나오지 않아 본인도 답답하겠지만 분발이 더욱 필요하다.



3루쪽 내야안타를 치고 1루로 전력 질주하다 충돌하여 쓰러진 정성훈 ⓒ 연합뉴스



이 경기는 단지 한 경기의 승패를 떠나 올 시즌 LG가 어느 정도의 힘을 가졌는지를 볼 수 있는 기회였기 때문에 패배가 상당히 아쉽다. 1패를 더한 것보다 연승의 좋은 분위기를 완전히 마감했다는 것, 그리고 전날 연장 대접전(그것도 역전 직전에서 침몰해버린) 후유증으로 인한 사기 저하 등의 패배의 충격과 함께 단 두 명의 FA영입으로는 해결되지 않는 수많은 문제점이 다 드러났기 때문이다.


만일 이 경기를 승리로 이어갔더라면 4강 길목과 포스트 시즌(4강에 진출한다면)에서 반드시 부딪혀야 할 상대 SK와의 경기에서 작년에 5승 13패의 열세로 잃어버렸던 자신감을 갖기에 충분할테고, 반전의 기회를 맞이할 수 있었을 것이다. 야수들의 실책도 이기는 경기였다면 좋게 넘어갈 수 있겠지만, 연패로 몰리는 상황에서는 당사자들에게 더욱 부담이 되고 팀에 미치는 부정적인 영향이 크다. 타격의 부진도 이기는 상황에서 못 치는 것이라면 여유있게 타격 페이스를 끌어올릴 수 있겠지만, 연패 중에는 급하게 방망이가 나가서 더욱 타격감은 나빠지게 된다. 반대로 SK는 경기가 역시 뜻대로 되지 않는 어려운 경기에서도 어떻게든 승리를 챙기는 2년 연속 통합 우승팀의 역량을 보여주었다. 진정한 강팀의 여부는 타선의 폭발과 철벽 마운드의 상대 타선 봉쇄만으로 되는 것이 아니고, 안 좋은 날에도 승리로 이끌어 갈 수 있는 힘을 가지고 있느냐에 달려 있는 것이다. 아쉽게도 LG는 이 시험을 통과하지 못했고, 앞으로 목표인 4강 진출을 위해서는 험난한 여정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일부 선수의 집중력이 결여된 모습은 아직 수 년간의 하위권 악몽에서 벗어나지 못한 선수들에게 다시 안 좋은 영향을 미칠 수 있으니, 심기일전하고 끝까지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보여주어야 할 것이다. 어제 완전히 무너진 듯한 상황에서도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따라붙은 투지와 노력이 오늘 1루측 내야 관중석을 가득 메운 관중들의 발길을 경기장으로 향하게 했듯이, 그들을 실망시키지 않기 위해서라도 다시 도전하고 시작하는 마음가짐으로 경기하기를 기대해본다.


내일 선발 등판이 예상되는 최원호는 에이스도 해내지 못한 연패탈출의 중임을 수행할 수 있을지, 아니면 롤러코스터를 타고 내려갈 지 주목이 된다. 불안한 가운데서도 이기는 경기는 잘 이끌어 갔던 그였기에 노련한 김정민과 함께 좋은 투구를 하기를 기대해본다. 8연승 이후 3연패에 빠진 LG는 타선이 부진에 빠짐에 따라 주자가 나갈 때 확실하게 득점을 하는 것에 더 신경을 써야 할 것으로 보인다.

 


두산은 히어로즈를 상대로 연승을 이어가며 분위기를 완전히 바꾸며 안정된 전력을 보여주고 있고, LG의 배신으로 충격을 받은 동맹군 KIA와 롯데는 나란히 승리를 거두었다. 히어로즈의 분발이 필요한 시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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