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카

14. 오사카로 돌아오는 길

2014. 11. 18. 14:29

혹시나 해서 역에 서둘러 왔는데 운이 좋게도 곧 출발하는 열차가 있다. 하시다테 8호를 탈 수 있으니 아마노하시다테에서 교토역까지는 약 두 시간 정도 걸리니까 생각보다 일찍 오사카에 돌아갈 수 있을 것 같다. 별로 잘 먹지도 못하면서 지난밤에 많이 걷고, 또 적지 않은 거리를 걸었으니 일찍 들어가서 쉬어야지 이러다가 한국에 돌아가서 드러누우면 큰일이다.

하시다테 8호는 17시 36분에 출발. 이 때가 열차 출발 10분 정도 전이었던 것 같다.

지정석이면 일찍 들어와서 기다릴 필요가 없는데 자유석이라서 줄을 서서 기다려야 한다. 좌석이 지정되지 않은 자유석 승차권 소지자는 자유석으로 정해진 객실에만 승차할 수 있고, 사람이 많아서 자리가 없으면 서서 가는 입석과 다를 바 없다. 더구나 하시다테 8호는 열차의 시발역이 아닌지 플랫폼에서 대기하고 있다가 출발하는 것이 아니라서 혹시 자리가 모자랄 지도 모르는 일이니까 미리 줄을 섰다.

저 밥통열차를 타는가 싶었는데 그건 아닌가보다. 의자가 편한 열차였으면 좋겠다고 생각하고 있는데 열차가 들어온다. 그리고 앞에 있던 중국인 아줌마 관광객들의 질주가 시작된다. 오 마이 갓~ 사진이나 찍고 있을 때가 아니다. 어서 열차를 타고 앉을 자리를 찾아야 한다. 기왕이면 단체 승객과 같은 차에 타고 싶지는 않았는데, 다른 차 승차구 앞에서 기다리는 사람들이 더 많아서 별로 선택의 여지가 없는 것 같다. 아줌마들과 함께 가야 한다. 사람 나름이겠지만 대체로 중국인 아줌마들이 여럿 있는 경우 목소리가 커서 시끄럽지 않을까 걱정을 했는데, 그렇게 목청이 좋은 아줌마들은 아니어서 다행이었다.

아마노하시다테에 갈 때와 마찬가지로 미야즈역에서 열차는 방향을 바꾼다. 다행히 뒤에 앉은 사람이 없어서 의자를 돌리고 간다. 카메라가 후져서 어두워지면 노이즈가 심하다.

KTR은 여러 사철 회사 중에서도 경영 상태가 상당히 좋지 않아서 영업 적자가 매년 8억엔에 육박해서 지자체에서 나오는 지원금으로 간신히 연명하고 있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열차를) 타서 보존하자, 미래의 아이들에게" 라는 내용의 현수막이 눈에 띈다. 적어도 후쿠치야마까지는 이래서는 잘 될 수가 없다는 생각이 드는 노선이었다. 사실 이 철도 노선의 중심인 미야즈시의 총인구가 2만 명에 채 미치지 못하고, 미야즈센의 마이즈루시와 토요오카시 역시 각각 총인구가 8만여 명에 그치는 정도인데다 산골 마을이 많은지라 철도가 유동인구를 모두 흡수하기에는 어려움이 많아 보인다.

이 열차는 그동안 보아왔던 JR의 열차가 아니고 아마노하시다테에 올 때 탔던 KTR의 열차와 같은 열차였다. 나중에 인터넷으로 검색해보니 KTR의 8000계 디젤동차라고 한다. 하시다테가 운행하는 구간은 전화(電化)가 되어 있어 전동차가 다닐 수 있지만, KTR의 다른 구간에 비전화구간이 많아서 디젤동차를 굴리는 것 같다. 연료비가 많이 들어가지만, 그렇다고 수요가 많지 않은 구간에 전선을 설치하는 비용을 감당할 수 없는 노릇이니 이해가 된다. 열차의 애칭은 탄고 디스커버리(Tango Discovery. タンゴディスカバリー)로 특급형 열차. 처음에 타고 왔던 후쿠치야마-아마노하시다테를 비롯해서 KTR의 모든 특급 노선에 투입되고 있다고. 열차 시트커버에 탄고치리멘(丹後ちりめん)이라는 광고가 있는데, 이 지역의 특산물이 견직물이라고 한다.

미야즈역을 출발하면서 차장 아저씨가 와서 검표를 한다. JR간사이 와이드 패스와 아마노하시다테 패스를 같이 보여주면서 교토까지 간다고 했다. 이제 잠을 자면 되는구나.

잠깐 졸다가 안내방송 소리에 깨어 눈을 떠보니 후쿠치야마역에 도착한 모양이다. 옆 플랫폼에 신오사카방면의 코노토리가 대기하고 있다. 역시 건너가서 올라타면 신오사카까지 갈 수 있지만, 이미 한 번 지나온 길을 또 가면 재미없으니까 돌아가는 길은 산인혼센(山陰本線)을 이용해서 교토를 거쳐 내려가기로 한다. 이미 어두컴컴해져서 경치를 본다거나 그런 것은 어려울 것 같지만.

카사마츠공원에 가면서 지났던 코노진자(籠神社)의 광고가 있다. 이 때까지만 해도 이 신사의 이름을 어떻게 읽는지 몰라서 나중에 찾아보려고 사진을 찍어두었다. 일본어 한자 읽기는 쉽지 않다.

후쿠치야마역을 출발하면 정차하는 역은 아야베(綾部), 소노베(園部), 카메오카(亀岡), 니조(二条), 그리고 종착역인 교토. 후쿠치야마-아야베 구간과 사가노센(嵯峨野線)이라는 애칭이 붙은 소노베-교토 구간은 복선으로 되어 있다. 교토부라는 행정구역상에 있지만 그 면적이 워낙 넓은지라 후쿠치야마는 사실상 생활권이 다르다고 보아야 하는데, 기타긴키 빅X 네트워크의 중심지이자, 교토부 북부의 중심도시이기에 근교까지는 복선화를 한 것 같다. 소노베는 보통열차로도 40여 분 걸리는 정도라서 교토생활권에 들기 때문에 교토-소노베 구간은 산인혼센 중에서 가장 열차 운행이 많지 않나 싶다. 참고로 단풍으로 유명한 아라시야마에 갈 때도 이 사가노센을 타고 간다.

차장이 특급 마이즈루가 조금 늦게 도착을 해서 열차 운행이 지연된다고 했는데, 아야베역에 도착했을 때 열차가 한 번에 서지 않고 속도를 줄인 뒤에 슬금슬금 전진하다 "쿵" 소리가 나면서 멈췄는데 사고는 아닌 것 같고 느낌이 다른 열차와 병결하는 듯한 느낌이 든다. 그렇구나, 이 역에서 마이즈루와 병결해서 한꺼번에 가는 것 같다. 아무래도 열차 두 대를 따로 운행하는 것보다 하나로 합쳐서 가는 것이 비용이 절감되고 효율적이겠지. 시간표를 들고 있지 않아서 얼마나 늦어지는지는 몰랐는데, 병결 작업을 빨리 마치고 출발해서인지 열차의 출발은 정시에 한 것 같다.

졸다 깨기를 반복하다가 어느 순간 눈을 떠보니 니조역이라는 방송이 나온다. 서울로 치자면 영등포역에 도착한 셈이네. 슬슬 정신을 차리고 내릴 준비를 하고 다시 언제 탈 지 모르는 열차 사진 한 장 찍는다.

헤이세이 8년이라면 1996년일텐데 열차가 거의 30년이 다 된 것 같다. 그래도 많이 낡은 것 같지 않아보이는 것을 보면 여기저기 보수를 하고 교체를 한 모양이다.

이것이 내가 탔던 2호차고.

열차는 마이즈루와 합체를 하면서 행선안내는 특급 하시다테/마이즈루로 이름이 바뀌었다.

같은 계열의 열차가 병결되어 있다.

열차 안에는 이렇게 라운지도 있다.

이 열차는 다시 왔던 길을 돌아가야 한다.

하시다테 9호, 마이즈루 15호로 이름을 바꾸어서 각각 미야즈, 히가시마이즈루까지 간다.

내가 다음에 탈 열차는 간사이공항행 특급 하루카. 출발까지 시간이 남았다.

철도팬들이 왜 이렇게 차량 연결 부분의 사진을 찍는가 했더니 여기에 열차 정보가 있다.형식이 KTR8000, 정원 49명에 공차중량이 41.7톤. 후지중공업 제작 등.

열차 안에 있을 때는 잘 몰랐는데, 교토역 30번 승강장이 바람이 잘 통하지 않는 곳이라서 그런지 열차에서 나오는 매연이 괴로웠다. 기름 냄새와 타는 냄새가 진동을 한다.

뭐 이렇게 생겼다.

열차의 애칭인 탄고 디스커버리가 적혀 있다.

청소는 매일 하지만 언제 마지막으로 빨았을지 모르는 열차 시트다. 하~

사실 내가 타려던 하루카는 아까부터 기다리고 있었다.

역시 밥통 비스무리하게 생기기는 했지만 "하루카" 라는 이름을 좋아해서 이 열차도 좋아한다.

교토에서 간사이공항까지 환승 없이 한 번에 가는 유일한 열차이기도 하다.

하루카의 좌석은 버튼 하나 누르면 자동으로 방향이 바뀐다. 물론 수동으로 바꿀 수도 있다.

순대다. 아마 한국만큼이나 치열한 일본의 입시학원인 것으로 알고 있다.

신오사카에 내린다. 텐노지까지 갈까 했는데 너무 오래 앉아 있어서인지 허리도 아프고 지루해서 참지 못하고 뛰쳐내렸다.

이번에는 신산다행 보통열차를 탄다. 어차피 신오사카에서 오사카는 바로 다음 역이라서 어떤 열차를 타도 똑같다.

오사카역에서는 칸조센을 타고 돌아간다.

그냥 일찍 들어가서 자려고 했는데 배가 고파서 신이마미야에서 내려서 열차를 갈아타고 JR난바역으로 갔다. 난바 일대를 돌아다니다 주머니에 있는 동전을 모아 마츠야에 가서 규메시를 사먹었다. 마츠야의 규메시는 미소시루가 포함되어 있어서 좋다. 맛은 마츠야보다는 요시노야가 나은 것 같은데 참 오랜만에 먹는 규동이다. 고기가 적어서 아쉬운 감이 크지만.. 듣자니 일본에서 여자들은 이런 규동 가게를 잘 안 온다고 하는데, 토요일 밤이라고 쇼핑을 한 뒤에 집에 가는 어떤 아가씨가 규메시를 먹고 있고, 옆의 나이 좀 드신 아저씨는 병맥주를 시켜서 마시고 있다. 안쪽에는 한국말을 하는 성형괴물 언니들도 있고 뭐 그렇다. 사람이 바글바글해서 사진은 안 찍었다. 신기할 것도 없고 모두 먹느라 정신없는데 아마추어같이 신기하다고 사진 찍고 그러기는 좀.. 돌아오는 길에는 홋카이도 한정 삿포로 맥주를 오사카에서 팔고 있어서 식스팩 하나 사고, 니기리즈시와 군것질거리를 사려다 현금이 얼마 없어서 숙박비 외에는 쓰지 않으려고 봉인해두었던 카드를 쓰는 수밖에. 아마도 카드를 보는 순간 외국인인 것을 눈치 챘겠지 싶지만 뭐..


시무룩 노란동글이 잠꾸러기의 여행노트

<특급 하시다테>

JR니시니혼과 KTR이 공동으로 운영하는 교토-아마노하시다테 구간의 특급열차. 상하행 5편씩 있으나, 마지막 하행편은 아마노하시다테가 아닌 미야즈가 종착역이다. 대신 미야즈에서 보통열차가 바로 연결되어 아마노하시다테에 갈 수 있다. 2014년 11월 현재 시각표에 의하면 09:25발 하시다테 1호, 10:25발 하시다테 3호, 12:25발 하시다테 5호, 14:25발 하시다테 7호는 교토에서 아마노하시다테까지 직통 운행한다. 소요시각은 약 2시간. 하시다테 5호는 미야즈센을 경유하여 토요오카까지 간다. 토요오카에 갈 목적이라면 그냥 특급 기노사키를 타는 것이 더 빠르다.

상행선은 09:58발 하시다테 2호, 13:54발 하시다테 4호, 15:01발 하시다테 6호, 17:36발 하시다테 8호, 18:46발 하시다테 10호가 있다. 이 중 하시다테 2호와 8호는 아마노하시다테가 시발역이 아닌 토요오카에서 출발하여 미야즈센을 타고 아마노하시다테에 도착한 다음 후쿠치야마를 경유하여 교토로 향한다. 굳이 이 시간을 맞추기 어렵다면 후쿠치야마-아마노하시다테 구간을 운행하는 KTR의 열차를 타고 후쿠치야마에 가서 열차를 갈아타는 방법이 있다. 반대의 경우도 마찬가지.

교토부터 아마노하시다테까지의 열차운임은 편도 지정석 4,300엔, 자유석 3,880엔. 교토-후쿠치야마의 산인혼센 구간은 JR패스, JR간사이와이드패스로 이용가능하지만, 후쿠치야마-아마노하시다테 구간은 KTR의 구간이어서 따로 요금을 내야 한다. 보통열차의 경우 770엔이지만, 특급열차를 타는 경우 지정석 750엔, 자유석 650엔의 추가 요금이 발생한다. JR패스와 간사이와이드패스가 있으면 후쿠치야마역 또는 하시다테호 차내에서 KTR이 판매하는 아마노하시다테패스(1,600엔)를 사서 열차에 추가요금 없이 탈 수 있고 여러 혜택이 있다.

오사카에서의 셋째 날(이라고는 하지만 사실상 둘째 날이라고 해야)을 맞이했다. 금요일은 한국이고 일본이고 모두 평일로 일하는 날이다. 그래서 새벽에 손바닥보다 조금 큰 넷북을 가지고 성질내면서 일을 하다가 몇 시간 자고 일어나 오전 내내 일을 하였다. 토요일, 일요일이 있으니 하루 정도 희생하는 것쯤이야.. "오후부터는 땡땡이다" 라고 마냥 좋아할 수는 없는 것이 우려했던 그것이 현실로 일어날 것 같단다. 19호 태풍 봉퐁이 열도 전역을 쓸고 갈 것으로 예상되는데, 주말부터 오키나와를 시작으로 영향권에 들 것이라고 한다. 7년 전 일본에서 겪었던 태풍의 위력은 아주 무시무시했는데.. 여기는 태풍도 스케일이 달라.

이제부터 JR웨스트 간사이 와이드 패스를 사용할 수 있다. 그러므로 이제부터 사철이나 지하철은 이용하지 않고 무조건 JR만 타는거다. 특급열차도 신칸센도 탈거야.

신이마미야역에서 텐노지역으로 이동. 태풍이 온다고는 하는데 아직은 날이 아주 맑다.

카모행 야마토지쾌속열차를 타고 텐노지역에서 하차.

신이마미야역은 동네는 후줄근하지만 난카이와 지하철 사카이스지센 환승역이라 나름 이용객이 많은 편이라 그런지 쾌속열차도 정차하는 역이다. 신이마미야에서 승강장에 가니 열차가 도착해 있어서 사진은 내린 다음에 찍기로. JR니시니혼의 간사이지역에서 자주 볼 수 있는 221계 쾌속열차. 열차 계열은 잘 모르는데 시간표 조회라든가 운행 상황 같은 정보 찾다보면 조금씩 주워듣게 되고, 철도에 관심이 많은 분들께 묻고 정보를 얻기도 한다.

태풍 19호 때문에 10월 13일부터 14일까지 운행에 차질이 있을 것이라는 안내를 하고 있다.
내가 탈 열차는 여기에 없고 저 계단을 올라가서 옆에 있는 18번 플랫폼으로 간다.

교토행 특급 하루카가 탈 열차.
열차가 들어오는 중에 찍었는데 셔터스피드가 따라가지 못하네.

하루카는 간사이공항으로 갈 때만 관공특급이 되고, 간사이공항에서 교토 방면으로 갈 때는 그냥 특급으로 불린다.

텐노지에서 신오사카나 교토 방면으로 가려면 오사카칸조센(大阪環状線)을 타고 오사카역에서 다시 도카이도혼센(東海道本線. 오사카-교토 구간은 흔히 교토센京都線이라는 별칭으로 불림)을 갈아타야하는 불편함이 있는데 하루카를 타면 신오사카나 교토에 쉽게 갈 수 있다. 환승이 없어 편리하고 정차역이 적어서 빠른 것도 장점이지만, 사람 많아서 부대끼는 것을 싫고 좌석이 더 편하고 진행방향으로 좌석 방향이 있어서 특급열차를 선호하는 편이다. 어차피 추가 비용 들일 필요가 없다면 더 빠르고 비싼 요금의 열차를 타고 싶은 마음도 없잖아 있고.

하루카는 오사카칸조센을 따라가다가 오사카 카모츠센(貨物線.화물선)을 타고 신오사카역으로 이동하게 된다. 저 멀리 보이는 건물이 이 앞에서 잠시 소개했던 오사카역. 오사카역은 유일하게 오사카칸조센과 교토센 모두 지나가는 역이지만 하루카는 이 역을 건너뛰는 것이 아닌 아예 지나가지 않는다. 도카이도센은 오사카역의 북쪽, 칸조센은 남쪽에 위치하고 있는데 이 두 노선이 가장 수요가 많아 빡빡하게 운행하기에 그 중간에 다른 선로로 교행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그래서 오사카역을 지나지 않고 신오사카역쪽으로 합류하는 화물선을 타고 도카이도센으로 진입하는 방식으로 운행하고 있다. 역시 텐노지에서 신오사카 구간을 운행하는 특급 쿠로시오도 이 경로로 운행을 하고 있다. 그나저나 저 황금부지에는 어떤 건물이 들어설 것인지..

요도가와를 건너면 신오사카역이다. 도카이도신칸센 건설시 오사카역이 아닌 신오사카를 종착역으로 한 것은 이 요도가와를 두 번 건너는 불편을 없애기 위해서였다고 하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신오사카역 주변은 썰렁하다.

교토까지 가지 않고 신오사카에서 내릴 생각이었는데 어디에 갈 지 아직 정하지는 않았다. 와카야마방면은 시간상 늦은 것 같아서 일찌감치 포기했는데, 가보지 않은 곳 중에서 어디라도 가려고 일단 왔다. 신칸센을 타든 특급 열차를 타든 오래 기다리지 않고 바로 탈 수 있는 열차를 타고 그 곳에 가기로 했다.

신오사카역은 아직 내부 리모델링 공사가 완전히 끝나지 않아서 어수선한 모습이 남아 있는데 공사를 하면서 우동가게가 사라져서 마음이 아프다. 나 여기 나름 단골이었는데.. 흑흑 ㅠ.ㅠ 여전히 태풍 19호 때문에 열차 운행에 영향이 있을 것 같다는 안내를 전광판으로 하고 있다.

산요신칸센은 신오사카-오카야마 구간까지 이용 가능한데, 신고베역은 고베 중심부인 산노미야까지 내려가려면 20분 정도 걸어야 해서 별로 가고 싶지 않고, 니시아카시는 내려서 할 일이 없고, 히메지는 오사카에 묵을 만한 곳이 없을 때 지내는 곳이고, 아이오이는 진짜 막막한 곳이고, 오카야마 밖에 갈만한 곳이 없네. 신고베에서 산노미야까지 지하철 역 하나인데 요금은 210엔이고, 버스도 아마 200엔인가 그럴거다. 비싸도 너무 비싸~ 그래서 안 탄다.

흐~음.. 가장 위에 있는 특급 수퍼 하쿠토 7호를 타보자. 이 열차는 돗토리를 지나 구라요시까지 간다. 그런데 간사이 와이드 패스로는 서쪽 방면의 재래선 산요혼센은 구라시키까지 탈 수 있어서 카미고리(上郡)까지는 갈 수 있는 것 같은데 이것은 차장에게 확실히 물어보기로 하고 열차를 기다린다. 수퍼 하쿠토는 카미고리까지 JR선을 달리고 카미고리-치즈간은 치즈큐코(智頭急行)라는 별개의 회사 구간을 운행하기 때문에 이 구간의 요금을 따로 내야 한다. 치즈부터 돗토리까지는 다시 JR구간이지만, 이 패스의 유효범위를 넘어가기에 역시 따로 요금을 내야해서 카미고리가 추가요금을 내지 않고 갈 수 있는 마지막 역이다.

이 곳은 신오사카역입니다.

매연과 함께 열차가 소음을 내면서 들어온다. 비전화구간을 달리는 열차인지라 기름 타는 냄새를 풀풀 풍기는 디젤 열차가 운행하고 있다. 열차는 HOT7000계로 치즈큐코 소속의 차량이라고. 9월에 히메지, 산노미야에서 4박을 하다보니 이 열차를 타는 일이 있어서 심심해서 돌아다니다가 알았다. 열차의 특징이라면 아래 사진과 같이 객차의 양 끝 스크린으로 앞뒤의 모습을 생중계하고 있다는 것. 옆으로 난 창문으로만 바깥을 볼 수 있는 승객들을 위한 서비스인 것 같다.

그런데 생각만큼 신나지는 않은 것 같다.

평일 대낮이라 그런가 사람들이 별로 없다.

치즈큐코의 차량이라도 JR니시니혼의 구간을 운행하고 있기에 승차하는 기관사와 차장은 JR니시니혼의 아저씨들이 맡고 있다. 카미고리까지 가도 되는지 확인사살을 해야하니까 잘 된 일이다. 오사카역을 지나고 다음은 산노미야. 그런데 산노미야에서 안 내릴래.

산노미야는 패스.

산노미야를 지나니 차장 아저씨가 조금 시간이 생겼는지 검표를 하신다. 일단 패스를 꺼내서 쫙 보여주고 헤헤.. 오카야마까지 특급열차라든가 보통열차를 타고 재래선으로 가려고 하는데 카미고리까지 타도 괜찮냐고 물어본다. 예상대로 카미고리까지 가도 된단다. 여기서 하나 더 그럼 카미고리에서 오카야마 가는 열차가 있냐고 물어보니 사람 좋은 이 아저씨는 수퍼 이나바가 14시 42분에 있다고. 그런데 이 아저씨 사람은 좋은데.. ㅠ.ㅠ

산요혼센 스마카이힌코엔(須磨海浜公園)부터는 왼쪽 편(하행 방향 기준)으로 태평양을 따라 달려서 경치가 괜찮다. 히메지 방면으로 가는 경우 진행 방향 왼쪽, 고베 방면으로 갈 때에는 오른쪽에 앉는 것을 추천.

'레인보우 브릿지' 라는 애칭을 가진 아카시카이쿄오하시(明石海峡大橋.아카시해협대교)가 보인다. 경험상 주변이 어둡고 조명이 강하지는 않아서 어두워지면 야경 사진을 찍기에는 그다지 좋지 않은 것 같다. 내 카메라 성능이 좋지 않아서 그런 것일 수도.

마이코역을 지나 아사기리쪽으로 가고 있다. 아사기리 다음은 이 열차의 정차역인 아카시.

협궤임에도 최고 시속 130km로 달린다는 JR의 강력한 무기 신쾌속열차다. 다른 사철과는 달리 교토(마이바라)에서부터 히메지(아보시 또는 카미고리)까지 한 번에 달리는 것이 가장 큰 매력인 것 같은데, 속도 역시 빠르다는 장점이. 다만 고베-아카시 구간은 선형이 좋지 않아서 이 정도까지는 속도를 내지는 못한다는 것 같다.

아카시역에서는 멀리 아카시성이 보인다. 일본의 100대 명성에 선정되었다고 하는데, 100개면 어지간한 성들이 다 포함된 것 같네. 나중에 시간되면 한 번 들러보기로 하고 열차를 타고 계속 간다.

아카시를 지나면 논과 밭이 보이는 빈도가 높아진다. 도시에서 벗어나고 있다는 뜻이겠지.

뭔가 도시 냄새가 나기 시작한다 싶네. 신칸센 선로도 보이는 것을 보니 히메지역에 다가가고 있는 것 같다.

세계문화유산 히메지성이 있는 히메지역.

별다른 이유는 없는데 그냥 호감가는 동네다. 그러나 이번에는 패스. 히메지성은 2차대전 당시 폭격을 피해서 예전 모습 그대로 지금까지 남아있는 몇 안 되는 성 중의 하나로, 일본의 국보이자 세계유산으로 선정된 중요한 문화재다. 일본에서 흔한 일이지만 지반이 약해서 지반 침하가 이루어져 성이 기울어지고 그랬다는데 30년에 걸친 쇼와 대수리를 통해 이 성을 해체했다가 재조립하는 보수공사를 했고, 2010년부터 2015년 3월까지 10억 엔 정도를 들여 다시 한 번 이 성을 해체하고 재조립하는 헤이세이 대수리를 하고 있다. 이 성의 보수공사가 완료되면 히메지의 관광객이 늘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단다.

이제 시골이라는거야.

히메지역을 출발한지 얼마 되지 않아서 흔히 볼 수 있는 농촌 광경이 펼쳐진다. 쉽게 말해 이 동네는 시골이라는거지. 지금은 논에 있던 벼들을 다 수확하지 않았을까 싶다.

열차에 흔적을 남기고 잠시 세면대를 이용했다.

카미고리역에 도착. 리뉴얼 수퍼 하쿠토가 2008년 굿디자인 수상을 했다고 자랑하고 있다.

역시 차장 아저씨가 말한 14시 42분은 여기 도착 시간이었어. 나는 다음에 오는 수퍼 이나바의 시각을 물어본건데.. 그래도 다행히 수퍼 이나바가 오는 시각까지는 30분도 남지 않았네. 앞서 말한대로 이 역에서 승무원 교대가 이루어지고, 열차는 산요혼센에서 치즈큐코센으로 들어간다.

이제부터 잠시 굿디자인상을 수상한 수퍼 하쿠토의 모습을 감상하시겠습니다.

HOT의 의미는 효고(Hyogo), 오카야마(Okayama), 돗토리(Tottori) 세 현의 영어 이니셜을 딴 것이라고.

열차가 출발하니 셔터 스피드가 따라가지 못하는 이 바보 카메라.

열차는 이제 치즈센으로 들어가 버렸고, 옆에 치즈큐코의 카미고리역이 있다.

인터넷에서 검색하다 알게 되었는데 일본에는 '철도무스메(鉄道むすめ)'라고 각 철도회사들의 제복을 입은 캐릭터들이 있다고 한다. 무스메라는 이름처럼 다 여자들인데, 아무래도 남자 중에 철도팬이 많아서일까 철덕들을 상대로 별짓을 다하네. 치즈큐코에도 철도무스메가 있나 구글링해서 찾아보았더니 있다.

이름은 미야모토 에리오(宮本えりお)라고 수퍼 하쿠토 차장이라고 하네. 이런 차장 언니 있으면 치즈역까지 타고 갔지.. 아이고~ 의미 없다.

역 이름을 보니 카키고리(カキ氷.빙수) 생각이 나네.

郡가 ごおり로 읽히는 장음이어서 카미고오리라고 하기도 하고 일본어 표기법에 의해 초성에 거센소리를 쓰지 않아서 가미고오리 또는 가미고리라고도 한다. 그러나 나는 카미고리라고 할래.

쩝. 그냥 조용한 시골역이라는 말 밖에 할 말이 없다.

방문 기념으로 애써 치즈큐코의 카미고리역에 가까이 가서 사진을 찍어주었어.
나중에 돈 벌어서 치즈큐코센도 타도록 할게.

할 일이 없어서 플랫폼 사진도 찍는다.

수퍼 이나바와 수퍼 하쿠토의 타는 곳이 다르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래도 스포츠센터가 있어 야간에도 야구나 테니스 등을 할 수 있는 것 같다. 시골이지만 부럽네.

건너편에 출구가 있다. 배가 고프고 하니 잠깐 나가서 먹을 것을 사와야겠어.
그런데 역 앞에는 그 흔한 편의점 하나 없다. 뭐 이래~

그래도 가게가 있을 것 같아 수색을 했고 드럭스토어를 찾았다. 드럭스토어라고 약 빨고 장사하는 곳 아닙니다. 나름 이 지역에서 날리는 체인점인 것 같았는데 지금 찾아보니 오카야마 쪽과 간사이 4개 현에 110개의 지점을 가진 곳이라 한다. 근데 왜 난 지금까지 못봤지?? 들어가서 도시락 하나와 뿅가리스웨트를 하나 사면서 1엔짜리 모아서 떨어버렸다. 아싸! 짐이 가벼워진 것 같아요!

열차가 자주 다니는 곳이 아니고 딱히 동네가 사람을 불러모으는 곳도 아니라서 복잡하지 않다. 평일이니까 모두 출근하고 학교에 가든가 했겠지.

그냥 시골이라니까.

역으로 돌아가니 수퍼 이나바가 이미 도착하고 있다. 아~ 이런! 저거 못타면 오카야마에 한 시간 정도 늦게 도착하게 되는데 해가 길지 않은 계절이니까 시간을 아끼기 위해서 열차에 뛰어든다. 열차는 단촐하게 2량 편성인데 1호차가 지정석, 2호차가 자유석임을 확인하고 2호차에 올라탄다. 자유석이니까 빈 자리를 찾아서 앉아야 하는데 끝에 빈 자리 두 개가 있다. 럭키~ 타고 난 뒤에 생각해보니 여기서 승무원 교대하고 진행방향 바꾸고 해야 하니 시간이 꽤 걸릴 텐데 괜히 서두른 것 같은 느낌이 든다. 수퍼 이나바는 예전에 봤을 수도 있는데 기억에 없고, 생각보다 단촐한 열차다. 낙장불입이라는 말처럼 이미 타버린 열차니까 사진 찍겠다고 다시 내리지는 않는다. 탑승객들 다수가 업무차 상경하는 것 같고, 나이 지긋하신 어르신들이 많고 해서 소란을 피우고 싶지는 않네.

차창 밖으로 보이는 선로. 구배가 심해서 탈선 방지를 위하여 가드레일을 설치해 두었다.
서울지하철 1호선 시청-종각역 구간에도 가드레일이 설치되어 있지 않나?

배고프니까 일단 밥을 먹는다.
따뜻했으면 맛있을 것 같은데..

오카야마에 도착.
모두 다 내린 열차 안은 이렇네.

열차는 회송으로 행선LED를 바꾸어 놓았네.

안테나숍인 "돗토리.오카야마 신바시관" 오픈 기념이라고 이런 스티커를 붙이고 다니는데 9월 28일부터 10월 27일까지 기간 한정이란다.

두 량이라 단촐하지만 빈 좌석 가득한 열차를 끌고 다니는 것보다는 낫지.

돗토리현의 상징인 배꽃을 그려놓았다고 하네.

이렇게 오카야마에 도착했음.

오카야마 맞아요~~~
오른쪽에 오카야마역 명판이 있다.

얼마 전에 일이 있어 오사카에 다녀왔다. 그 짧은 여행기를 잠시 블로그에 남겨볼까 함.

이번에는 국적기 중에서 어르신들이 특히 좋아하신다는 대한항공의 왕복 항공편을 타게 되었다. 대한항공이나 아시아나항공은 저가항공이라 일컬어지는 항공사보다 서비스가 좋은 것이 장점이기는 한데 비싸다. 그래서 특별한 이유가 없는 한 잘 타지 않는데 이번에는 선택의 폭이 넓지 않았다. 신용카드 마일리지가 대한항공은 1,500원 당 1마일리지가 적립되어 아시아나의 1,000원 당 1마일리지가 적립되는 것에 비해 좋지 않고, 스타얼라이언스라는 동맹체를 끼고 있는 아시아나에 비해 사용할 수 있는 범위도 별로인 것 같다. 대한항공의 노선이 많은 것은 장점이기는 하지만 그래도 아시아나가 좋음. 항공권 결제도 아시아나 마일리지가 적립되는 카드로 결제. 내년 여름 즈음에는 5만 마일 정도 모으지 않을까 싶다. 조금 더 마일리지 적립률이 높은 카드로 바꾸어볼까도 생각하고 있으나 연회비가 비쌈. ㅋ

인천에서 19시 15분 발 비행기다. 김포 출도착편으로 하려고 했으나, 일 끝나고 가기에는 무리인 듯 싶어서 조금 늦게 출발하는 인천발 비행기로 예약, 도착은 김포로. 인천공항은 서울의 동북쪽에서 가기에는 교통도 좋지 않고 너무 멀다. 사람이 많아서 수속에 시간이 걸리는 것도 짜증나고.

서울역에서 공항철도를 탄다. 서울역 4호선 역에서 공항철도 역까지가 상당히 멀다. 사람도 많아서 에스컬레이터에서 추월도 못하고 가는데 10분 정도 걸린 것 같다. 타려고 했던 17시 31분 일반열차는 늦었고, 17시 40분에 출발하는 급행열차를 타는 수밖에. 43분 걸린다는 코레일공항철도의 말에 따르면 18시 23분 경에 도착할 것으로 예상. 카운터까지 달려가면 비행기 출발 약 45분 전에 도착하고 아슬아슬한 상황이 벌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열차표를 사는데 아저씨가 출발 5분 전부터는 발권이 되지 않는다고 다음 열차표를 주면서 그냥 열차에 타라고 한다. 급행열차는 자리가 텅텅 비어간다는 것은 dog나 cow나 다 아는 사실. 플랫폼에 서 있는 승무원 언니에게 표는 다음 열차이지만 타겠다고 하고 곧 열차는 출발. 아! 이런.. 환전을 안했는데..

공항열차 화장실에 탑승 흔적을 남기는 신고식을 치르고, 아이폰 충전을 하면서 가는데 마음이 여유롭지는 않다. 일부 항공사는 45분 정도 전에 문을 닫아버리는 경우가 있기도 하다. 일찍 가고 싶었지만 일이 늘 발목을 잡아 아슬아슬한 초치기 전쟁을 하게 된다. 언젠가 소개할 "추석연휴 대탈출기" 에서는 정말 아슬아슬하게 체크인 후에 우체국에서 여러 건의 우편물을 보내고 초광속으로 달려다니며 보안 검색과 출입국 심사를 마치고 탑승에 성공하기도 하였다. 하~

이래저래 카운터에는 18시 27분에 도착하였으나, 레이트 체크인을 하려는 사람들이 내 앞에 줄을 서 있다. 이런 줸장.. 앞에 계시던 분들은 출발이 30분도 남지 않아서 카운터에서 탑승이 어렵다고 하는 것 같은데, '나는 아직 40분 정도 남았으니 괜찮겠지' 라고 마음을 놓는다. 모처럼 들고간, 호주 시절 이후 봉인해두었던 캐리어를 오래간만에 들고 왔는데 사이즈가 있어서 기내에 들고 탈 수 없어 따로 맡기고, 탑승권을 받아서 보안검색대로 간다. 출발이 30분 이내로 임박한 승객은 미리 말하여 빨리 검색을 받으라는 표지를 한참 후에야 봤는데, 셔틀트레인을 타고 멀리 갈 것도 아니고 해서 새치기하는 중국인들을 가만히 지켜보지는 않고 욕을 중얼거리면서 기다린다. 가뿐히 검색대를 통과하고 출국 심사도 쾌속으로 마치고 나오니 약 20분 정도 남았다. 슬슬 걸어가면 늦지 않을 것이라는 경험에서 우러나온 강한 확신이 있다. 막상 올라타고 나니 더 늦게 탄 사람이 꽤 된다. 그 사람들은 도대체 뭐하고 온거야?


언젠가 대한항공에서 들은 이야기로는 국제선의 짧은 구간에서는 가열을 하지 않은 음식을 기내식으로 낸다고 했다. 
연어 샌드위치라고 했던 것 같은데..

항공사 직원이 아이가 있는 가족 옆의 자리라고 해서 소란스럽지 않을까 다소 걱정을 했는데, 젊은 부부가 차분하고 조심성 있는 성격에 아이 역시 순해서 문제는 없었다. 빵을 주길래 빵을 먹고, 밤에 일찍 자기 위해서 맥주를 마시고, 한 캔 더 마시고 면세품 주문을 하고 그러다보니 순식간에 도착. 김포-오사카는 일본 국내선 노선보다 짧은 국제선 같지 않은 구간이기는 하지만. 입국 심사와 세관 검사도 간단히 끝나고 공항 화장실에 흔적을 남긴 후 간사이공항역으로 간다.

단지 시내로 들어가는 것이 목적이니까 가장 싼 920엔짜리 난카이 급행열차를 타면 되기는 한데, 늦은 밤인지라 가장 빨리 출발하는 열차를 타려고 했는데 그게 특급 라피트(일본식 발음으로는 '라피토'가 되겠슴돠). 간사이공항과 오사카 시내 접속 구간은 난카이와 JR의 경쟁이 치열한지라 할인 티켓을 판다. 1,500엔짜리 간사이공항-난바 간 라피트 편도 승차권과 오사카시영지하철 1일 승차권 세트인 "오사카 출장 킷푸"를 사려고 했는데 지하철 승차권은 다음 날까지 사용해야 한단다. 뭐야 이거 한국에서 판매하는 오사카 요코소 킷푸와 같은 것이네. "에이~ 그렇다면 지하철 승차권은 필요없는데.." 라고 하니 라피트 편도 승차권은 1,130엔이라고 해서 그것을 사기로. 원래는 특급료 포함해서 1,430엔인데 300엔 할인이다. 동전을 긁어오기는 했는데 어디에 두었는지 모르겠고 그냥 2천엔을 꺼내서 내고 거스름돈으로 동전 한 움큼을 받아서 나왔다. 무거워.. 힝~

 

이것이 라피트 승차권. 특급료가 포함된 요금 1,130엔.

라피트는 전석 지정좌석제라는 점에 주의!

난바까지 갈 수 있는데, 꼭 난바까지 가지 않더라도 도중 어디에서 내려도 된다.

다만 내려서 개찰구에 이 승차권을 넣었을 때 이 승차권은 못쓰게 되므로 주의가 필요하다.

 

라피트는 알파와 베타 열차가 있다. 알파는 간쿠 출발 이후 종착역 난바까지 가면서 린쿠타운, 이즈미사노, 덴가차야, 신이마미야에 정차하는데, 베타는 여기에 기시와다, 사카이에도 선다. 결론은 "알파가 베타보다 빠르다"인데 선택의 여지는 없다. 열차 시각에 맞추어 타는 수밖에. 내가 탄 열차는 라피트 베타 78호. 22시 12분에 난바 도착이라니 목적지인 신이마미야에는 22시 9분 정도에 도착하는 것 같다. 라피트 열차가 특이하게 생겨서 사진을 찍는 사람들이 많은데, 짐 가지고 다니기도 귀찮다. 뒤져보면 언젠가 찍었던 사진이 있을텐데 그러기 귀찮다.


 라피트 베타.
사실 알파나 베타나 열차 차량의 차이는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 그 놈이 그 놈이라는..
철인 28호 모양을 형상화한 열차라고 알려져 있는데 창문 모양 역시 특이한 원형.

야야~ 시트 커버는 좀 빨아서 쓰자. 

린쿠타운에서 잠시 정차.
네. 맞습니다. 아울렛이 있는 그 곳이죠.

사카이에도 정차.
다른 정차역은 귀찮아서..

 

차장 언니는 계속 오락가락 한다. 

그렇게 열차를 타고 목적지에 도착, 값싼 허름한 숙소에 체크인하고 짐을 풀어놓는데 여기서는 단 3일만 묵는다. 11일부터 토일월 3일짜리 연휴인지라 다수의 숙박 시설이 만실이어서 이것도 간신히 예약을 해둔 것. 마지막 밤이 될 것이라 예상했던 12일 일요일은 다른 곳에 예약을 하기는 했는데, 11일 토요일은 묵을 곳을 정하지 않은 상태였다. 예약은 하지 않았지만 효고현 북쪽 카스미나 돗토리쪽은 숙소 사정이 조금은 나은 듯해서 이 근방에서 하룻밤 묵을 계획을 하고 있었다. 그러나 이것은 뜻하지 않은 변수가 등장하여 물거품이 되면서 위기를 불러오기도 하는데, 이것은 To be continued 하기로 하고 일단 이 날의 이야기로 돌아간다.

환전을 안했기 때문에 숙박비는 카드로 결제. 현금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지만 이 날을 빼고 5일을 버티기에는 빠듯한 금액이기도 해서. 환전을 하지 않은 것은 돈을 아끼겠다는 의지로 한 것은 아니고 시간이 모자라서였을 뿐인데 막상 현지에서 환전을 하기에는 환율이 좋지 않고 하니 적당히 버티기로 했다. 짐을 풀어놓고 뒤져보니 동전이 담긴 조그만 가방이 있다. 예전에 쓰던 1엔짜리, 5엔짜리 포함해서 동전을 꺼내서 편의점에 간다. 저녁이라고 기내식을 주기는 했지만 그것으로 배가 찰 리는 전혀 없고 먹을 것을 좀 사러 가서 자동판매기에도 들어가지 않는 쩌리 동전들을 처리한다.


배가 고파서 먹고 씻고 텔레비전 보다가 잔다.


  잠꾸러기의 여행노트 

간사이공항에서 오사카 시내에 들어가는 방법은 다양하지만, 돈이 많아서 택시를 타는 경우를 제외하면 열차와 버스 정도. 버스는 의외로 노선이 많지 않다. 인천공항에서 서울 각 방면으로 가는 버스가 수두룩한 것과는 아주 비교가 된다. 버스를 타더라도 내리는 곳과 숙소가 가깝지 않으면 다른 교통 수단을 다시 타야하는 번거로움이 있다.

JR의 특급 하루카는 교토까지(야간 19:16, 20:16 발 두 대편은 교토 경유 마이바라 행) 가는데 도중 덴노지, 신오사카역에 정차하며, 이른 아침의 다섯 편은 이즈미후추, 히네노에도 정차한다. 하루카의 단점은 요금이 비싸고(덴노지까지 자유석 1,710엔, 지정석 2,230엔, 신오사카, 교토는 더 비쌈), 단기여행자들이 많이 가는 난바, 오사카(우메다)역에 가기 불편한다는 것인데, 우메다에 가는 경우라면 대신 간쿠카이소쿠(関空快速)열차를 타면, 오사카역까지 약 1시간 10분까지 갈 수 있다. 운임은 1,060엔. 난바에 가는 경우라면 간쿠카이소쿠를 타고 덴노지 다음 역인 신이마미야에서 JR난바역 방향으로 가는 열차로 갈아타면 된다. 소요시간은 환승 시각 포함 약 1시간 5분, 운임은 1,060엔. 그러나 난바에는 JR보다는 난카이를 타고 가는 것이 더 저렴하고 편리하다. 그나마 외국인들에게 경쟁력이 있는 이유는 JR패스 및 JR웨스트 간사이패스, JR간사이 와이드 패스 등이 있으면 추가요금 없이 열차를 탈 수 있다는 점이겠지만.

난카이는 특급 라피트를 비롯, 난바행 급행열차가 수시로 있어서 난바에 갈 때 더 편리하고, 노선 길이도 짧아서 38~46분 정도에 환승 없이 도착할 수 있다. 요금은 920엔, 특급 라피트는 지정석 특급권을 510엔을 추가로 내야해서 1,430엔이지만, 2015년 3월 31일까지 칸쿠도쿠와리(関空得割.간사이공항 특별할인) 행사로 1,130엔에 판매중이다. 

고베나 나라 등 오사카 이외의 지역에 가는 경우라면 공항에서 버스를 타는 것이 훨씬 편하고 빠르다. 짐을 끌고 다니는 것을 생각만해도 별로다.

중요한 정보라면 심야에 도착했을 때 오사카 시내에 들어가는 막차의 시각.

이번에 개정된 시각표에 따르면, 난카이의 마지막 열차는 23:40에 간사이공항역에서 출발하는 각역 정차하는 보통열차로 난바에는 익일 00:40에 도착한다. 이에 앞선 급행열차는 23:29에 출발하여 00:13 도착하므로 이 열차를 추천. 라피트 마지막 열차는 22:31이므로 22시 이후에 도착하는 비행기라면 타기 어려울 듯하다.

JR의 간쿠카이소쿠의 막차는 23:32. 다만 이 열차는 종착역인 덴노지역에 익일 00:16에 도착 후 더 이상 운행하지 않으므로, 덴노지역에서 오사카간조센(大阪環状線) 소토마와리(外回り) 00:19발 열차를 타고 오사카역에 도착하면 00:40. 한 번에 가는 열차는 22:28에 출발하는 열차가 마지막으로 23:43 오사카역 도착. JR난바행은 덴노지역에서 익일 00:30에 막차가 있어 환승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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