홋카이도보통열차



모리행 보통열차의 운휴 덕분에 편하게 특급열차를 타고 갈 수 있을 것 같지만, 모리역에서 하코다테로 가는 열차 시각표를 확인하지 않아서 환승대기 시간이 궁금하지만, 데이터로밍을 하지 않아서 실시간 확인을 못하고 그냥 되는대로 가야할 것 같다. 전화 한 통화면 통신사 직원과 연결되어 데이터로밍을 신청할 수 있지만, 데이터로밍을 하면 본전 생각이 나서인지 계속 휴대폰을 만지작거리게 되는 것이 싫어서 잘 하지 않는다. 시간적 여유가 있다면 낯선 동네를 슬슬 돌아보는 재미도 있어서 그냥 전화만 되는 데이터 차단 상태로 여기저기 돌아다니는 것이 더 좋은 것 같다. 열차 시각 확인은 역무원에게 물어본다거나 역에 비치된 시각표를 찾아봐도 되는 일이지만 아직 시간적 여유가 있어서인지 일단 귀찮고 지겨워지고 있다. 열차를 좋아하기는 하지만, 새벽부터 열차를 타고 자정이 다 되어서 내릴 만큼의 열정을 가진 사람이 아닌데다, 느린 열차는 지극히 싫어하고, 그 느린 열차를 타다보니 시간이 지날수록 피곤해지면서 계속 끌고 다니는 짐을 던져버리고 싶은 생각까지 드는 상황이라..


저렇게 선로 주위에 풀이 자란 것은 대도시의 역에서는 쉽게 볼 수 없는 광경이다. 이 선로에 특급열차와 보통열차는 물론 화물열차도 다니겠지만, 대도시권역처럼 분 단위로 열차가 오가는 것도 아니다보니 그냥 이렇게 적당히 방치한다고 보면 될 것 같다. 어차피 검측차량이 지나다니면서 보선을 할 터이고, 풀이 조금 길게 자랐다고 해서 큰 문제가 생기는 것은 아닐 터이니..


기다리는 열차 하코다테행 수퍼 호쿠토가 오샤만베역에 도착하고 있다. 이 열차를 놓치면 곤혹스러운 상황이 발생할 수 있으므로 열차가 문을 열자마자 바로 안으로 들어갔다. 역무원이 6명이 특급열차에 대체 수송으로 탄다고 무전으로 알린 탓인지 차장이 따로 검표는 하지 않았다. 


객실 전광판에 오샤만베역이라는 표시가 나오고 있다.


특급 수퍼호쿠토라고 안내를 한다. 하코다테에서 노보리베츠, 삿포로 등에 갈 때 늘 이용하던 열차기에 친숙한 느낌이 들었다. 차내의 좌석의 편안함은 보통열차의 좌석과 비교할 바는 안 되고, 주요 역에만 정차하는 열차인지라 속도는 말할 것도 없다.


역무원이 미리 차장에게 이야기를 해서인지 자유석 차량에 앉아 있는데도 검표를 하지는 않았다.


홋카이도의 여객 수송은 적자를 면치 못하지만, 철도를 이용한 화물수송은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다. 국철 분할 민영화를 추진하면서 여객철도회사 중 운송수입이 안정적이고 영업이익이 많은 JR동일본, 토카이, 서일본은 주식공개를 하여 민영회사가 되었고, 얼마 전에 JR큐슈가 증권거래소에 상장하여 이제 JR홋카이도와 JR시코쿠만이 어정쩡한 상태로 남아있게 되었고, 여객운송을 취급하지 않는 JR화물은 일본 철도건설·운수시설정비지원기구라는 독립행정법인이 맡고 있다. 홋카이도는 큐슈나 시코쿠와는 달리 혼슈와 이어진 도로가 없어서 철도가 유일한 육상교통수단이라서 열차를 통한 화물운송이 꽤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특급열차라고 빨리 달린다.

이대로 하코다테까지 가고 싶은데, 모리에서 하코다테까지의 운임을 포함한 자유석 특급요금은 1,550엔인지라, 이 돈이면 하루 식비로도 충분한 수준이어서 그냥 모리에서 내려야 할 것 같다. 일본의 철도요금은 일반적으로 '운임'과 '요금'으로 구성이 되는데 한국에서는 이렇게 구분을 하지 않아서 조금 어려울 수 있다. 운임은 A에서 B라는 구간을 이동할 때 내는 승차요금을 말하며, 거리에 비례하여 산정이 된다. 예를 들면, 삿포로에서 하코다테까지 운임은 이 때 가는 것처럼 치토세선, 무로란본선과 하코다테본선으로 가는 경우에는 5,720엔, 오타루, 쿳챤 등을 지나는 하코다테본선만 이용하면 5,400엔이다. 이는 하코다테본선이 운행 거리상으로는 더 가깝지만, 열차의 연결이 좋지 않아서 시간이 많이 걸리는 탓이다. 특급열차를 탈 때는 이 운임에 특급료라고 하는 요금이 추가되는데, 자유석 2,590엔,  지정석 3,120엔의 요금이 필요하다. 사철 중에는 칸사이지역의 한큐와 한신 등 특급료를 따로 받지 않는 곳도 있지만, JR과 대형 사철에서는 유료특급에 특급료를 받고 있다.  


수퍼호쿠토는 약 40분 정도 달려서 모리역에 도착했다. 모리역까지 예정보다 빠르게 오기는 했는데, 그렇다고 하코다테 방면의 후속열차가 바로 이어지는 것이 아니어서 여기서 갈아탈 하코다테로 가는 열차는 한참 뒤에 있다. 


모리역이 특급 정차역이다보니 삿포로-하코다테 구간을 여러 번 오가면서 이 풍경은 눈에 익지만, 이 역에 내려서 보통열차를 기다리는 것은 처음이었다. 이 여행은 처음의 연속도 아니고 뭐냐.. 모리역에 예정보다 빨리 도착했지만, 모리에서 하코다테로 가는 열차 시간은 한 시간 가까이 남아서 별 의미가 없다.


모리역

모리역은 '이카메시' 라는 오징어 속에 밥을 넣은 유명한 에키벤이 있다. 아베쇼텐(阿部商店)이라는 곳에서 판매하는데 이 날은 이카메시가 다 팔렸다고 한다. 당일 판매를 해야하는 식품의 특성상 모리역 이용자가 많지 않으니 무턱대고 많이 가져다 둘 수도 없을 것이고, 청춘18 시즌의 마지막이 가까워지고 있어서 사람들이 많이 다녀가면서 다 사가지 않았을까 싶다.


기온은 22도라고 한다.


깃발을 꽂아두는 곳에는 깃발이 없다. 바람이 많이 불어서 일부러 빼놓은 것인가..


히로세 스즈가 모델로 나오는 선거권연령 안내 포스터가 붙어 있다. 일본에서는 만 18세 이상 투표권을 부여하고 있어서 여전히 만 20세 이상인 한국과는 비교가 된다. 한국에서는 고등학교 졸업 후 대학에 가거나 취업을 하여 사회인이 되니 - 뭐 재수생도 있을거고, 실업자도 있겠지만 - 고등학교를 졸업할 나이에 선거권을 부여하는 것을 고려해야 할 것 같다. 만 18세를 넘지 않았더라도 취업할 수 있고, 사회인으로 살아갈 수 있지만, 자치단체장, 지역의원부터 국회의원과 대통령을 선출하는 과정에 참여하지 못한다는 것은 뭔가 맞지 않는 듯한 느낌이다. 살아갈 날이 더 많은 사람들에게 일찍 선택의 기회를 주는 것이 좋지 않을까 싶다.


저 구멍은 얼굴을 내밀고 기념사진을 찍으라고 만들어 놓은 것 같은데..


특급 호쿠토로 운행하는 키하 183계 특급형 전동차


호쿠토는 틸팅이 안 되어서 10여 분 정도 소요시간이 더 걸리고, 낡아서 잘 안 타려고 하지만 저 열차를 타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방향이 반대만 아니었다면 순간 지름신을 불러왔을지도 모를 상황. 그러나 건너편에 낡아빠진 하코다테행 열차가 오래 전부터 기다리고 있다.


딱 봐도 열차가 썩었다.

뭐 그래도 굴러다니니까 다니고 있겠지만..


도색이 벗겨지고 여기저기 파인 자국을 보니 뭔가 애처로운 느낌이 들었다. 사실 애처로운 것은 나 자신이었을텐데.. 수송인원이 많다면 좋겠지만 통근, 통학시간대를 제외하면 이용하는 사람도 별로 없어서 열차를 타고 다니는 사람들은 그리 많지 않을 것 같다.


사와라경유라고 써 있는데, 이 때는 그것을 눈치채지 못했다.


이 열차가 워낙 썩은 것 같아서 나중에 찾아보니 1980년 8월에 제작하여 나에보운전소에 배치된 차량이라고 한다. 2016년 시점에서 36년 이상된 열차니까, 이 열차가 형이다. 


열차에 서너 명 정도 탔던 것 같다.


이제 모리역을 출발한다.


다음 역은 히가시모리(東森)역

이 때만 해도 이 열차가 하코다테에 간다는 것만 알았지, 어느 길로 가는지 몰랐다. 정확히 말하자면, 평소에 특급열차를 타고 다니던 그 선로를 달려 오누마코엔을 지나 하코다테에 가는 것이라 생각했다. 그런데..


히가시모리역

평소에 '히가시모리'라는 역을 본 적이 없는 것 같아서 뭔가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평소에 특급열차를 타고 다니면서 그냥 지나쳤는가보다 하면서 별 의심없이 앉아 있었다. 삿포로에서 하코다테에 갈 때 오샤만베에서 모리역을 지날 때면 슬슬 정신을 놓고 잠들어 있을 시간인지라..

   

오시로나이역

오모시로이(おもしろい)역인지 알았는데 아니었다.


카카리마역

계속 열차를 타고 가는데 낯선 풍경이 펼쳐지고 있어서 뭔가 이상한 느낌이 들었다. 열차를 잘못 탄 것 같지는 않은데, 어디로 가는지 잘 모르겠고, 뭔가 혼란스러운 상태. 그동안 다녔던 그 경로가 아니었다.


오시마사와라역

이제 이 열차가 사와라지선이라 불리는 선로를 따라 달리는 것을 알게 되었다. 하코다테본선은 모리역에서 오누마역까지 사이에 평소에 특급열차가 달리는 선로 외에 사와라 지역을 지나는 다른 선로가 있다. 거리상으로 이 선로가 우회하여 가는 선로이기에 시간이 많이 걸리는데, 이 연선 지역에 이용객들이 적지 않아서 보통열차를 운행하고 있다고 한다.


호쿠토나 수퍼 호쿠토 같은 특급열차를 타면 모리역에서 오누마역까지 하코다테본선(색깔이 칠해지지 않은 철도구간)을 따라 최단구간으로 달리지만, 보통열차는 이 구간과 시카베 경유의 사와라선 두 가지로 운행하고 있다. (중간에 이케다엔역과 오누마역 사이에 나가레야마온센역을 귀찮아서 생략한 것을 양해바랍니다) 


가다보니 날도 어두워지고 사람은 지치고, 졸다 깨다를 반복하다가 결국 잠들어서 어느덧 신하코다테호쿠토도 지나고 나나에역에 도착하였다. 하코다테가 머지 않았으니 정신을 차리고 가지고 다니기 편하게 짐을 다시 정리한 뒤 하코다테역에 내렸다.


히가시무로란에서 오샤만베(長万部)행 보통열차를 타고 계속 무로란본선을 달린다. 환승시간이 단 5분에 불과하였기 때문에 잠시 역 바깥으로 나가서 동네 구경할 시간도 없고, 양 어깨와 두 팔 모두 짐을 안고 있었던 탓에 얌전히 열차에 올라 타서 빈 자리를 찾아보았으나, 사람들이 많아서 결국 서서 가게 되었다. 모든 역에 정차하는 보통열차이기에 중간역에서 사람들이 하나 둘씩 내릴 것 같으니 금방 자리가 나기를 기대해보지만, 예상보다 오랫동안 사람들이 자리를 지키고 있어서 별 수가 없다.


해안에 접한 지대에는 공장들이 들어서 있는데, 무로란은 철강과 화학 공업 등의 중화학산업과 조선업 등이 발달한 곳이라고 한다. 홋카이도에서는 유일한 공업지대로 알려져 있다. 그래서인지 예쁜 항구마을이 아니고 투박한 굴뚝이 먼저 눈에 들어온다.


이렇게 조선소도 있는 것 같고..


사키모리역

이런 역이 있는지도 몰랐는데, 사키모리역 전에 모토와니시(本輪西)역은 한 눈 팔다가 그냥 지나쳐버렸다.. 지나는 모든 역의 명판 사진을 찍으려면 조금 더 부지런해야 하는데, 그럴 리가 없다.


열차가 슬금슬금 높은 곳으로 올라가서 차창 밖으로 동네를 조망할 수 있는데 경관이 아름답지는 않다. 공업지대답게 해안 주변에 조선소에서 사용하는 타워크레인이 여러 대 보이고, 선박을 건조하고 있는 시설인 것 같다.


코가네(黄金)역.

황금역이다. 역명판의 기둥을 황금으로 만든 것은 아니고, 녹이 슬었을 뿐이기는 하지만..


황금은 보이지 않는다. 있었다면 누군가가 이미 가져갔겠지..


지금은 무인역으로 운전수(기관사)가 열차 운전은 물론 운임을 받는 일도 하지만, 예전 이 역에 역무원이 있던 시절에는 이 역의 입장권이 꽤 잘 팔렸다고 한다. 금은 세계 어디서든 가치를 인정받는 것이니.. 지금은 역에 상주하는 직원이 없지만 역 출입은 자유롭게 할 수 있고, 열차를 탈 때 정리권을 뽑고, 내릴 때 운전수에게 운임과 정리권을 함께 낸다.

 

마렛푸(稀府)역

역 이름이 일본의 다른 지역에 비해 많이 생소한 느낌인데 아이누어에서 음차하였기 때문이라나.. 홋카이도가 일본의 역사에 포함되기 시작한 것이 역 주변에 별로 눈에 띄는 건물은 없는 한적한 시골 마을인 것 같다.

 

마렛푸역을 출발하여 다음 역인 키타후나오카역으로 향하는데 선로가 갈수록 해안선에 가깝게 다가간다. 해가 서쪽으로 넘어가고 있어서 열차 진행 방향의 왼쪽에서 햇살이 차창을 통해 들어오는데 잠시 구름이 해를 가리고 있다.


이 부근에는 인적이 드물기 때문에 선로 주변에 수풀이 우거져 있다.


해안선에 가까이 붙어서 이어지는 선로라서 바다를 가까이서 구경할 수 있다.

 

태풍이 지나간 후에 너울의 여파인지 파도는 꽤 높았다. 


키타후나오카역에서 학생 한 명이 내렸다.


키타후나오카역

역이 바다에 접해 있는데, 태풍이 불어오거나 비바람이 심할 때는 이 역 이용이 어려울 것 같다.


처음에는 빈 자리가 거의 없었는데 진행방향 왼쪽 창가 자리가 생겨서 냉큼 앉아서 갔다. 갈 길이 먼 사람이니 가능하면 체력소모를 줄여야 하고, 창가 쪽 자리에서 바깥 경치를 보기 위해서.


다테몬베츠역

다테몬베츠역은 특급 호쿠토, 수퍼호쿠토의 정차역으로, 이 역에는 역무원이 상주하고 있어서 승차권이나 요금을 운전수 대신 역무원에게 내고 나간다. 다테라고 하면 가장 유명한 사람은 독안룡 다테 마사무네(伊達政宗)일텐데 이 사람과 직접적으로 관련이 있는 것은 아니고, 다테 가의 분가인 와타리다테(亘理伊達) 가문이 이 곳에 정착하면서 이 지역의 이름 몬베츠와 합쳐서 다테몬베츠가 되었다고 하는 것 같다.


다테시 개척기념관과 쇼와신잔이 이 근처에 있다고 한다. 개척기념관은 버스로 10분, 도보로 20분 걸린다고 하니 걸어서 다녀오면 되겠는데, 짐은 어떻게 들고 다닐 것인지도 문제고 이 열차에서 내리면 다음 열차가 언제 올 지 모른다.. 


저 그림의 장수는 다테 마사무네인가..

계속해서 오샤만베로 향한다.


나카와역

저 학생들은 서로 아는 사이인가..


햇빛이 강해서 일단 햇빛 차단막을 내리고 창문을 살짝 열고 간다.


우스역


열차 안은 평화롭다.


한동안 해안선 옆으로 다니다 어느새 산 속을 지나가고 있다.


구름이 껴서 어두워진 탓도 있을테고, 산 옆으로 가다보니 사진이 흔들렸다.


학생들이 토야역에서 많이 내린다.

토야역은 삿포로-하코다테 구간의 특급열차가 정차하는 역이다. 2012년 토야코(洞爺湖)에서 G7정상회담을 개최해서 세계적으로 주목을 받은 곳이기도 하다. 한국인으로서 마음이 아프기는 하지만 일본은 선진국이자 강대국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여러 국제 관계 등으로 인해 이득을 본 것도 있지만, 일단 1억 3천만에 가까운 인구와 과거에 서양세력들과 세계대전을 벌였을 만큼의 기술과 힘을 가진 나라라는 사실을 부정할 수는 없다. 토야코의 경관이 좋다고 해서 한 번 가보고 싶은데, 가난해서 못가고 있다는..

 

토요우라역

역 뒤편은 그냥 숲이다..


역사 앞으로 지나는 2차선 도로 건너편에 평범한 가정집들이 있다. 스윽 둘러보니 평범한 마을이고 딱히 눈에 띄는 건물이나 시설 같은 것은 없는 것 같다. 토요우라역을 출발해서 오키시역까지 가는 도중 꽤 긴 터널을 지나게 된다. 원래 선로는 산 위로 우회하는 경로였는데 급경사와 급구배를 피하기 위해 새로이 터널을 건설하여 선로가 지나가도록 했다고 한다. 덕분에 거리가 1.6km 정도 짧아졌다고.


터널을 지나면 해안선과 가까이 선로가 이어진다.


오키시역을 출발하면 다시 터널이 기다리고 있다. 


이름은 안 나왔지만 이 건물이 레분역 건물. 역시 무인역이다.


레분역을 출발하면 살짝 오르막 경사가 있고, 산을 향해서 달린다.

 

이런 산 속에 무슨 마을이 있고, 역이 있을까 싶지만..


역이 있다. 코보로(小幌)역

이 역은 비경역(秘境駅)으로 잘 알려진 역이다. 1년 여 전에 출장을 와서 머물다 우연히 텔레비전에서 이 역이 소개되는 것을 보았는데, 원래는 신호장이었는데 여객 취급을 했고, 이 역에서 나가는 길이 없다고 한다. 원래 이 역은 신호장이었으나 국철 민영화를 하면서 역으로 승격이 되었다고 하는데, 당시만 해도 주변에 민가가 있어서 역으로 이어지는 길이 있었다고 한다. 1970년대까지는 주변에 거주하는 사람들이 있었다고 하는데, 이후에 사람들이 없어지면서 자연스럽게 길이 사라지게 되었다고. 아마도 인적이 없다보니 숲이 우거져버린 모양. 마을도 없고 밖으로 주변에 관광명소가 있는 것도 아니라서 이 역을 찾는 사람들은 대부분 철도 동호인(철덕)이라는 것 같다. 방송에도 나오고, 조만간 이 역이 폐역이 될 가능성도 있어서 하루 한 명 이상이 이 역을 방문하고 있다고 하는데, 여름철에나 갈 만하지 겨울에는 엄두를 내지 못할 것 같다. 코보로역이 위치한 토요우라쵸(豊浦町)에서는 역의 존속을 원하고 있어서 1년 단위로 유지비를 부담하는 조건으로 JR홋카이도와 계약을 하고 있다고 한다. 승강장도 1량짜리 열차에만 대응할 수 있어서 2량짜리 열차가 도착하면 선두차량만 문을 연다고..


코보로역을 출발


날씨가 안 좋아지는 것을 느끼기는 했지만, 구름이 몰려오고 바람이 세지면서 조금씩 이상한 분위기가 감지된다. 오샤만베역까지는 앞으로 다섯 역이라서 곧 도착할 것 같지만, 오샤만베 이후에 하코다테까지 가는 열차는 정상적으로 운행할 것인지 슬슬 염려가 되었다. 평소 같으면 별 염려를 하지 않았겠지만, 며칠 전에 폭우로 인해 하코다테 방면으로 가는 열차의 운행이 중단된 것을 보고 난 뒤라서 바람이 불고 비가 내릴 것 같은 날씨가 걱정이 되기 시작한다. 우산이 있어도 들 손이 하나 더 있는 것도 아니고 바람이 세서 우산을 써도 별 소용없을 것 같은데..


오샤만베역에 도착했다. 이제 모리행 열차로 갈아타고 가야하는데 열차 시간이 약 40분 가까이 남아서 역 근처 구경이나 해야할 것 같다. 날이 흐려지고 바람이 거세지고 언제 비가 와도 이상하지 않을 듯한 날씨라서 역 안에 갇혀 있어야 할 지도 모를 일이지만..


타고 온 열차는 다시 무로란으로 돌아가는 모양이다. 어느새 행선판을 바꾸어 놓았다.


혹시 사진이 흔들렸을까 싶어서 다시 열차 사진을 찍고 역 바깥으로 나가려고 계단을 올라가서 개찰구를 지나려고 하는데, 역무원이 승객으로 보이는 사람들 몇 사람들에게 이야기를 하고 있다. 모리행 보통열차가 강풍으로 운휴가 되어서 모리역까지 특급열차를 대체로 이용할 수 있다는 이야기가 들렸다. 그런데 특급열차에 탈 수 없는 승차권을 가지고 있는데, 보통열차가 운행하지 않는다니 어떻게 해야하는지 물어봐야겠다 싶어서 얼른 역무원에게 다가갔다.

"모리행 보통열차는 운행하지 않나요?"

"네, 바람이 많이 불어서 운휴가 되었네요. 혹시 어디까지 가시나요?"

"하코다테까지 가려고 하는데요.."

"승차권은 있나요?"

"네.. 청춘18승차권이 있어요.."

"그러면 모리역까지 특급열차 자유석에 타고 가세요. 모리역에서 하코다테까지는 정상 운행 예정입니다."

그러더니 역무원은 무전으로 승객 한 명이 더 있다고 지령실인지 특급열차의 차장인지 외부인으로서는 알 수 없는 누군가에게 연락을 했다. 안 좋은 기상 덕분에 오샤만베에서 모리역까지 워프를 하게 된 셈인데.. 오샤만베에서 모리까지는 특급권 없이도 특급열차를 타고 갈 수 있게 되어 오전에 갉아먹은 시간을 많이 회복할 수 있지 않을까 기대를 하였지만, 철도 지옥인 홋카이도를 너무 얕보았다는 것을 모리역에 도착한 뒤에 알게 된다.


무로란행 보통열차를 타고 가는데 내릴 역은 종점인 무로란이 아닌 그 전에 있는 히가시무로란역이다. 히가시무로란역은 삿포로-하코다테 구간의 특급열차인 호쿠토, 수퍼호쿠토가 정차하는 역이기도 한 교통의 요지라고 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역을 지나는 보통열차는 손에 꼽을 정도라서 열차를 한 번 놓치면 다음 열차까지 적잖이 기다려야 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아침의 출근, 통학시간대는 그나마 열차가 자주 있는 편이기는 하지만, 대낮에 보통열차는 1~2시간에 한 편 꼴로 있어서 이 열차를 놓치면 두 시간을 기다려야 한다고 앞에서 이미 언급했다. 청춘18킷푸나 홋카이도 동일본패스의 유효기간에나 철덕들이 몇 시간 씩 보통열차 타면서 가지 평소에는 통학, 통근 시간대가 지나면 빈 자리가 넘쳐난다. 


키하 40계, 150형 단칸방 열차들이 놀고 있다.

  

아오바역

아다치 미츠루의 만화 크로스게임의 여주인공이 츠키시마 아오바였던가..


인터넷에서 긁어왔다...


이토이역

예전에 이대호가 일본 프로야구 오릭스 버팔로스에서 뛸 때 이토이 요시오라는 선수가 있었다. 이 사람과는 관련이 없겠지만..


이토이 요시오(糸井嘉男). 지금은 한신에서 뛰고 있다고..


시라오이역

포로토라는 것이 호수 이름인가본데 무엇인지 잘 모르겠다.


하기노역.

일본 수영 선수 중에 하기노 코스케라는 선수가 있다.


하기노는 작년 리우올림픽에서 색깔별로 메달 수집을 했던 선수다.


타케우라역

여기가 어디인지 잘 모르겠다. 타케우치 유코와 타케우치 아이는 알겠는데..


맞은편 좌석에 발을 올리고 있는 아주머니를 찍으려 한 것은 아니고, 역명판이 붓글씨로 쓴 것 같아서 사진을 찍었다.


중간중간 주택이 보이는데, 마을인가보다.


역 이름이 잘리기는 했지만 코죠하마(虎杖浜)역

무인역이라서 열차를 타고 내리는 승강장과 보이는 저 건물만 달랑 있다.


다음 역은 노보리베츠(登別).

홋카이도에서 가장 유명한 온천지역 중 하나가 아닐까 싶다. 홋카이도의 유명 온천이라면, 노보리베츠, 토야코, 유노카와가 베스트로 꼽히고, 이 다음으로 죠잔케이, 아칸코, 소운쿄 정도가 되겠다. 노보리베츠는 홋카이도에서 가장 인기가 높은 곳이라서 늘 사람이 많은데, 이 시간대는 지난 밤에 온천여관에서 묵은 사람들이 돌아갔을 시간일 것 같다.


사진 왼쪽에 보이는 성처럼 지어진 건물은 마린파크라는 수족관이 있는 곳이란다. 그냥 봐서는 러브호텔 같이 생긴 것 같은데.. 혹시 이 곳에 가보고 싶은 사람을 위해서 웹사이트 주소를 적어둔다. 웹사이트는 일본어 외에, 영어, 중국어를 지원하는데 한국어로는 PDF파일 형식의 리플렛이 있다. (https://www.nixe.co.jp) 


노보리베츠역

온천으로 잘 알려진 동네. 지고쿠다니(地獄谷)가 유명한 곳. 2009년 말에 이 동네에 들러서 온천에 잠시 몸을 담그고 돌아갔던 적이 있다. 자고로 온천욕을 즐기려면 온천탕을 갖춘 숙박시설에서 하룻밤 묵어가면서 맛있는 저녁을 먹는 재미를 느껴야 하는데, 학생 시절이었기에 그럴 여유도 없었고, 온천욕만 하고 노보리베츠역으로 돌아가는 버스를 타기에 바빴다. 그 때는 일본어를 거의 못했기 때문에 손짓 발짓 해가면서 이야기하기도 했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아무것도 모를 때가 부담없이 즐길 수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지금이야 어느 정도 의사소통이 되니 대부분 뭐라고 하는지 알아듣고, 혹시라도 놓친 것이 있으면 다시 물어보고 그래도 이해가 안 되는 것을 다시 쉽게 말해달라고 할 수 있지만, 이 사람들의 생각을 어느 정도 알게 되니 더 조심하게 되는 면이 있다. 그래서 그냥 외국인이라는 티를 잘 안 내고 다니는 편이기는 한데 그러다보니 어떤 일본인들은 길을 물어보기도 한다. 외국어 서적을 붙들고 공부하는 성격이 아니어서 일부러 일본어로 된 안내문이나 지도를 받아서 - 사실 이 편이 길을 물어보기도 쉽다 - 다니는 경우가 많아서 읽다가 모르는 단어나 문장은 체크해두었다가 나중에 찾아보거나 아니면 잊어버리고 넘어가는 경우도 있고 그냥 잠을 자는 경우도 있고 뭐 그렇다.


삿포로에서 노보리베츠는 특급열차로 약 1시간 10분 정도 걸린다. 편도요금 및 특급권가격이 자유석은 3,960엔, 지정석은 4,480엔으로 꽤 비싼 편이다. 보통열차로는 2시간 40~50분 정도 걸리고 요금은 2,160엔.


타고 있는 열차는 후속 특급열차를 먼저 보내기 위해서 노보리베츠역에서 정차를 9분이나 한다. 굳이 노보리베츠에서 길게 정차할 이유는 없지만, 다음 역에는 대피선로가 없어서일 수도 있고, 노보리베츠에 내린다고 해서 모든 사람이 다 노보리베츠에 목적이 있는 것이 아니고, 특급열차가 정차하지 않는 역에 가는 경우라면 내려서 보통열차로 환승을 해야 하기 때문에 이런 식으로 완행열차와 급행열차를 맞춰서 탈 수 있도록 시각표를 만든다.


노보리베츠라고 적혀 있다.


노보리베츠역

 

역시 노보리베츠는 온천이 유명하다.


아마도 홋카이도에서 혼슈로 넘어가려는 사람은 이미 무로란을 지나서 오샤만베 정도까지는 갔을 것 같다. 청춘18킷푸를 이용하려면 대단히 부지런해야 하는데, 짐이 얼마 담기지 않은 작은 백팩과 JR시각표 책자를 가지고 열차에 탄 사람들은 며칠 남지 않은 청춘18킷푸 사용을 위해서 열심히 이동 중일 것이겠지만, 그런 것은 신경 안 쓰는 사람은 이렇게 여유를 부리고 있다..

 

9분씩이나 기다려야 하다니.. 이래서 돈이 좋은가보다 싶은 생각이 든다.


타는 사람은 없다...

 

2번 선로에 하코다테로 가는 특급 호쿠토 12호가 도착했다. 이 열차는 내릴 사람을 내려주고, 탈 사람을 태워서 바로 떠났다. 이 열차가 떠난 후 선로 변경을 하고 보통열차도 출발한다.

 

무로란행 보똥열차도 곧 출발할 예정이므로 얼른 열차 안으로 돌아갔다.


와시베츠역.

전역인 호로베츠역은 어쩌다보니 그냥 놓쳤고, 다음역이 내릴 역인 히가시무로란이다. 야호~!!


와~ 드디어 히가시무로란이다!!

좋아했지만 이 열차에서 다시 오샤만베행 열차로 갈아타야하는데 환승시간이 단 5분이다. 아무리 그래도 조금 쉴 시간을 주어야지 이것은 너무한 것 아닌가 싶다. 그러나 불평을 늘어놓을 시간도 없이 일단 열차에 올라탔다.


빈 자리가 있기는 하지만 짐이 많아서 옆 사람에게 불편을 줄 것 같아 그냥 짐을 열차 구석에 세워놓고 눈치를 보고 있었다. 청춘18킷푸나 동일본 홋으로 여행을 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멀지 않은 곳에 사는 주민들로 보이니 가다보면 빈 자리가 생길 것이라는 기대와 예상을 하면서..

무로란지역은 홋카이도의 대표적인 공업지대로 잘 알려져 있다. 철강업이 특히 유명하고, 조선업, 석유 정제 등의 중화학공업이 발달한 곳이라고 한다. 그래서인지 무로란에는 국립 무로란공업대학이 있다고 한다. 찾아보면 공대 오빠가 이 열차 안에 있을지도.. 홋카이도신칸센 개업 전에 하코다테에서 히가시무로란까지 특급열차를 타고 와서 무로란역에 다녀온 적이 있는데, 조용하고 꽤 아름다운 동네였다는 기억이 있는데, 정작 히가시무로란역 주변에는 뭐가 있었는지 기억이 거의 없다.



청춘18 승차권 4일째 분을 사용하는 날.

여유를 부리면서 아침을 먹고 원래 계획했던 것보다 조금 늦게 호텔에서 나왔다. 삿포로역에 조금 일찍 가서 토마코마이에 도착해서 열차를 기다리려고 했는데, 장거리 이동에 적합하게 짐을 다시 싸다보니 생각보다 시간이 많이 걸렸고, 호텔에서 체크아웃하기 전에 아오모리에서 토쿄까지 가는 열차 시각표를 인쇄하다가 또 시간을 보냈고, 짐이 많아서 이것을 다 질질 끌고 다닐 수도 없어 호텔의 송영버스를 타려고 기다리면서 시간을 보내느라 삿포로역 앞에 내리니 시간이 빠듯했다.

거리상으로 따지면 청춘18 여정의 마지막 날이 가장 길고 오랜 시간이 걸리는 것이지만, 혼슈에서는 토쿄에 가까이 갈수록 열차의 빈도가 많아지고, 자정이 지나 마지막 열차가 다니는지라, 홋카이도처럼 이동 거리는 멀지만 열차 운행이 드물어서 중간에 허비하는 시간이 많은 곳이 더 힘들다. 삿포로에서 치토세나 토마코마이까지 다니는 치토세선은 그나마 열차가 자주 다니는 구간이지만, 토마코마이 이후로는 열차 운행 횟수가 현저히 줄어들기 때문에 열차를 기다리는 중간에 딴짓하다가 놓치면 하코다테까지 못 갈 수도 있는 위험이 있어서 주의해야 한다.


조금 늦은 출발을 만회하기 위하여 쾌속 에어포트를 타고 치토세역까지 왔는데 열차가 바로 있는 것은 아니고 11시 44분에 토마코마이행 열차가 있다고 한다. 예정대로 간다면 하코다테까지 갈 수 있을 것 같은데, 태풍이 쓸고 간 뒤로 기상 및 철도 상황이 불안정해서 걱정을 지울 수 없었다. 


치토세역 정도면 그럭저럭 번화하다고 할 수 있는 곳인데 아무리 출근, 등교시간이 지났다고 해도 역이 너무 썰렁하다. 사람들이 다 점심 먹으러 간 것일까. 학생들이 집에 갈 때나 직장인들이 퇴근할 때는 사람이 꽤 많지만, 다른 시간에는 이렇게 한산한 모양이다. 이러니 홋카이도의 모든 노선이 다 적자일 수밖에..


열차가 도착한다는 안내가 나온다.


삿포로 근교 노선도

위의 노선도에 있는 역들이 삿포로 권역이라고 할 수 있다. 이 이상인 경우 삿포로까지 1시간 이상 걸리는 것은 물론, 열차 간격이 뜸해서 이동에 상당한 제약이 생긴다. 이 노선도에 있는 범위 정도만 거리와 소요시간 및 승차인원 등에서 삿포로 권역으로 설정해두고 있다.


아울렛 레라가 보이는 것을 보니 여기는 미나미치토세역


열차 문이 무식하게 생겼는데, 겨울이 길고 춥고 눈이 많이 내리는 곳이라 방한, 방풍을 위해 차량의 문을 이런 식으로 만들었다고 한다.


미나미치토세를 지나면 승객이 확 줄어서 빈 자리가 늘어나기 시작한다. 치토세역에서 열차에 탔을 때부터 빈 자리는 있었지만 종착역인 토마코마이가 가까워지면서 사람이 앉은 곳보다 빈 자리가 더 많아진다.


이용하는 사람이 많지 않은 곳에서는 문 옆에 있는 버튼을 눌러서 문을 열고 닫게 되어 있다. 한국의 전철, 지하철처럼 역에 도착하면 자동으로 문을 열어주지 않기도 하니 주의해야한다.


종착역인 토마코마이역에 도착. 내린 다음에 보니 731계 전동차를 타고 온 것 같다. 굳이 열차의 계열 같은 것을 알고 싶지는 않지만 써진 것을 보니 대충 알 수 있는 것 같다. 토마코마이역은 무로란본선과 히다카본선의 환승역이기도 하다. 엄밀하게 말하면 치토세선은 토마코마이역의 이전 역인 누마노하타(沼ノ端)역까지이지만, 이 역이 존재감이 없어서 치토세선 열차가 토마코마이까지 운행을 한다. 삿포로에서 치토세까지 갈 때도 삿포로에서 출발하여 나에보(苗穂), 시로이시(白石)역까지는 하코다테본선으로 가다가 시로이시역을 지나서 분기가 된다. 


곧 하코다테방면으로 가는 상행열차로 갈아타야 하고, 토마코마이역 주변에 별로 갈만한 곳도 없어서 그냥 역에서 기다렸다.


아마 저기에 세워져 있는 열차 같은 똥차가 들어올 것 같다.


토마코마이역 주변에는 메가돈키호테가 있고, 그 건물에 쇼핑센터 같은 곳이 있다. 특급 정차역이라고 해서 나름대로 사람이 많이 사는 도시가 아닐까 싶어서 몇 번 들러보았는데 매번 딱히 눈에 들어오는 것은 없었고, 뭐 그저 그랬다. 그렇다고 돈키호테가 다른 곳에 비해서 많이 싸다고 느낀 적도 없는 것 같다. 가끔 유통기한이 다 되어가는 식품류를 반값 이하에 싸게 팔기도 하지만 입맛에 맞지 않는 것들이어서.


역 근처에는 비즈니스 호텔 체인의 점포들이 줄지어 있다. 토마코마이시는 무로란시와 함께 홋카이도의 대표적인 공업도시인데, 제지산업이 유명하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토마코마이역 주변에는 돈키호테가 있는 쇼핑센터 외에 눈에 띄는 상점이 별로 없고, 호텔들의 큰 간판만 보인다. 오히려 공항이 가까운 치토세에는 호텔 등의 숙박업소가 많지 않아서, 홋카이도의 성수기에는 삿포로나 오타루 등지에서 숙소를 구하지 못하면 토마코마이 정도가 대안이 될 수도 있을 것 같다. 물론 토마코마이에서 삿포로, 오타루에 다녀오려면 적지 않은 비용과 시간을 소비하게 되겠지만 홋카이도레일패스나 JR패스를 구입했다면 추가로 들어가는 비용이 없으니 길바닥에 시간 버리는 것 외에는 괜찮을 것 같다. 

맛집 같은 곳을 일부러 찾는 성격도 아니고, 백팩에 캐리어, 60사이즈를 넘는 무거운 상자 하나를 들고서 돌아다닐 엄두가 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약 20분 후에 들어올 열차를 놓치면 두 시간 후에 다음 열차가 오는지라 얌전히 플랫폼에서 오락가락하면서 열차를 기다렸다.

 

대부분은 단거리 이용객인 것 같지만, 청춘18 승차권이 9월 10일까지 유효하므로, 여름의 끝자락에서 보통열차로 돌아다니는 사람들이 종종 있다. 대개 특정 지역에서 여행을 목적으로 온 사람들은 짐을 저렇게 가볍게 하고 다니지 않기에 대충 짐작할 수 있다. 저 사진의 사람처럼 백팩 하나 메고 음식을 사들고 타는 사람이면 그럴 가능성이 더 높다. 돈이 없어서 보통열차를 타는 것은 마찬가지이겠지만, 단기체재 자격의 외국인은 JR패스나 홋카이도레일패스를 살 수 있는 것에 반해, 내국인은 청춘18승차권 같은 기간한정의 패스 또는 홋카이도 내에서만 구입 및 사용이 가능한 '홋카이도프리패스' 라는 패스만 구입해서 사용할 수 있다. 그 가격이 7일간 26,230엔이므로 범위가 홋카이도내로 한정되고, 지정석 예약은 6회로 제한되며, 홋카이도신칸센을 탈 수 없다는 것을 생각하면 적은 금액은 아니다. 그런데 어떤 바보 멍청이는 돈 아끼겠다고 이렇게 사서 고생을 하고 있다...


기다리는 열차는 12시 29분 발 무로란행 보통열차. 이 열차의 종착역은 무로란이지만, 하코다테 방면 열차가 다니는 역은 히가시무로란이어서 중간에 내려서 환승해야 한다. 멍청하게 열차 안에서 졸다가 종점인 무로란까지 갈 수 있으니 잠도 마음대로 못 잔다. 

 

열차가 들어온다는 안내가 나왔다.


반대편 삿포로 방면으로는 특급열차 스즈란이 들어온다.


저런 열차를 타고 빠르고 편하게 가고 싶지만..


현실은 이런 똥차다.


무로란행 무로란본선 열차이지만, 히다카본선 일부구간이 운휴 중이라고 남는 열차를 빼돌려 이렇게 굴리고 있다. 행선지 표지판으로 가려보려고 하지만 히다카본선이라고 써진 것이 표지판 위로 보인다.


무로란까지는 전동차가 다닐 수 있지만, 이런 디젤 동차를 굴리고 있다. 역시 승무원은 운전수 혼자 승차하는 원맨열차로 열차 운전 및 요금 수납을 혼자서 처리해야 한다. 열차 운전하다가 중간에 요금을 받고, 다시 열차 운전을 하려면 적잖이 짜증이 나지 않을까 싶다. 그래도 별 수 있나 먹고 살려면 승객들에게 웃음지으면서 묵묵히 하는 수밖에. 보통 사람들의 삶은 다 거기서 거기 아니겠는가..


두 량짜리 열차의 자리를 모두 채울 만큼 사람들이 많지는 않아서 여유있게 천천히 올라타도 될 것 같아서 사진이나 찍고 마지막으로 열차에 올라탔다. 가장 선호하는 왼쪽 창가 좌석에 앉아서 간다.


뒤 쪽의 차량은 키하 150형 열차다. 이미 도입된 구형 열차와도 병결을 하여 사용할 수 있도록 만들었다고 한다.


2량의 차량 중 뒤편의 차량에 빈 자리가 많아서 자리에 앉아서 간다.


토마코마이에 왔을 때 왜 갈만한 곳이 없었는지 저 명소 안내 표지판을 보고 대충 알게 되었다. 우토나이 호수는 버스로 25분을 가야하고, 타루마에산은 자동차로 40분, 토마코마이항은 차로 10분, 그나마 슬슬 걸어서 다녀올 만한 곳은 하쿠쵸마리나라고 불리는 백조들이 있는 곳인데 그것도 도보 15분이란다. 그래서 아무 곳도 못 가고 그냥 역 안에 쳐박혀 있었다.


무로란본선과 히다카본선이 다니는 홋카이도 도내 열차 운행에서 큰 역할을 하는 곳이라 그런지 토마코마이 운전소도 있다. 키하 150형 열차도 보이고, 홋카이도에서는 흔히 보이는 키하 40계 똥차 역시 멀쩡히 잘 있다. 언제 히가시무로란까지 가나 싶은데, 거기가 끝이 아니니 오늘 중으로 홋카이도를 떠날 수 있을지 슬슬 걱정이 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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