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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 오사카로 돌아오는 길

2014. 11. 18. 14:29

혹시나 해서 역에 서둘러 왔는데 운이 좋게도 곧 출발하는 열차가 있다. 하시다테 8호를 탈 수 있으니 아마노하시다테에서 교토역까지는 약 두 시간 정도 걸리니까 생각보다 일찍 오사카에 돌아갈 수 있을 것 같다. 별로 잘 먹지도 못하면서 지난밤에 많이 걷고, 또 적지 않은 거리를 걸었으니 일찍 들어가서 쉬어야지 이러다가 한국에 돌아가서 드러누우면 큰일이다.

하시다테 8호는 17시 36분에 출발. 이 때가 열차 출발 10분 정도 전이었던 것 같다.

지정석이면 일찍 들어와서 기다릴 필요가 없는데 자유석이라서 줄을 서서 기다려야 한다. 좌석이 지정되지 않은 자유석 승차권 소지자는 자유석으로 정해진 객실에만 승차할 수 있고, 사람이 많아서 자리가 없으면 서서 가는 입석과 다를 바 없다. 더구나 하시다테 8호는 열차의 시발역이 아닌지 플랫폼에서 대기하고 있다가 출발하는 것이 아니라서 혹시 자리가 모자랄 지도 모르는 일이니까 미리 줄을 섰다.

저 밥통열차를 타는가 싶었는데 그건 아닌가보다. 의자가 편한 열차였으면 좋겠다고 생각하고 있는데 열차가 들어온다. 그리고 앞에 있던 중국인 아줌마 관광객들의 질주가 시작된다. 오 마이 갓~ 사진이나 찍고 있을 때가 아니다. 어서 열차를 타고 앉을 자리를 찾아야 한다. 기왕이면 단체 승객과 같은 차에 타고 싶지는 않았는데, 다른 차 승차구 앞에서 기다리는 사람들이 더 많아서 별로 선택의 여지가 없는 것 같다. 아줌마들과 함께 가야 한다. 사람 나름이겠지만 대체로 중국인 아줌마들이 여럿 있는 경우 목소리가 커서 시끄럽지 않을까 걱정을 했는데, 그렇게 목청이 좋은 아줌마들은 아니어서 다행이었다.

아마노하시다테에 갈 때와 마찬가지로 미야즈역에서 열차는 방향을 바꾼다. 다행히 뒤에 앉은 사람이 없어서 의자를 돌리고 간다. 카메라가 후져서 어두워지면 노이즈가 심하다.

KTR은 여러 사철 회사 중에서도 경영 상태가 상당히 좋지 않아서 영업 적자가 매년 8억엔에 육박해서 지자체에서 나오는 지원금으로 간신히 연명하고 있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열차를) 타서 보존하자, 미래의 아이들에게" 라는 내용의 현수막이 눈에 띈다. 적어도 후쿠치야마까지는 이래서는 잘 될 수가 없다는 생각이 드는 노선이었다. 사실 이 철도 노선의 중심인 미야즈시의 총인구가 2만 명에 채 미치지 못하고, 미야즈센의 마이즈루시와 토요오카시 역시 각각 총인구가 8만여 명에 그치는 정도인데다 산골 마을이 많은지라 철도가 유동인구를 모두 흡수하기에는 어려움이 많아 보인다.

이 열차는 그동안 보아왔던 JR의 열차가 아니고 아마노하시다테에 올 때 탔던 KTR의 열차와 같은 열차였다. 나중에 인터넷으로 검색해보니 KTR의 8000계 디젤동차라고 한다. 하시다테가 운행하는 구간은 전화(電化)가 되어 있어 전동차가 다닐 수 있지만, KTR의 다른 구간에 비전화구간이 많아서 디젤동차를 굴리는 것 같다. 연료비가 많이 들어가지만, 그렇다고 수요가 많지 않은 구간에 전선을 설치하는 비용을 감당할 수 없는 노릇이니 이해가 된다. 열차의 애칭은 탄고 디스커버리(Tango Discovery. タンゴディスカバリー)로 특급형 열차. 처음에 타고 왔던 후쿠치야마-아마노하시다테를 비롯해서 KTR의 모든 특급 노선에 투입되고 있다고. 열차 시트커버에 탄고치리멘(丹後ちりめん)이라는 광고가 있는데, 이 지역의 특산물이 견직물이라고 한다.

미야즈역을 출발하면서 차장 아저씨가 와서 검표를 한다. JR간사이 와이드 패스와 아마노하시다테 패스를 같이 보여주면서 교토까지 간다고 했다. 이제 잠을 자면 되는구나.

잠깐 졸다가 안내방송 소리에 깨어 눈을 떠보니 후쿠치야마역에 도착한 모양이다. 옆 플랫폼에 신오사카방면의 코노토리가 대기하고 있다. 역시 건너가서 올라타면 신오사카까지 갈 수 있지만, 이미 한 번 지나온 길을 또 가면 재미없으니까 돌아가는 길은 산인혼센(山陰本線)을 이용해서 교토를 거쳐 내려가기로 한다. 이미 어두컴컴해져서 경치를 본다거나 그런 것은 어려울 것 같지만.

카사마츠공원에 가면서 지났던 코노진자(籠神社)의 광고가 있다. 이 때까지만 해도 이 신사의 이름을 어떻게 읽는지 몰라서 나중에 찾아보려고 사진을 찍어두었다. 일본어 한자 읽기는 쉽지 않다.

후쿠치야마역을 출발하면 정차하는 역은 아야베(綾部), 소노베(園部), 카메오카(亀岡), 니조(二条), 그리고 종착역인 교토. 후쿠치야마-아야베 구간과 사가노센(嵯峨野線)이라는 애칭이 붙은 소노베-교토 구간은 복선으로 되어 있다. 교토부라는 행정구역상에 있지만 그 면적이 워낙 넓은지라 후쿠치야마는 사실상 생활권이 다르다고 보아야 하는데, 기타긴키 빅X 네트워크의 중심지이자, 교토부 북부의 중심도시이기에 근교까지는 복선화를 한 것 같다. 소노베는 보통열차로도 40여 분 걸리는 정도라서 교토생활권에 들기 때문에 교토-소노베 구간은 산인혼센 중에서 가장 열차 운행이 많지 않나 싶다. 참고로 단풍으로 유명한 아라시야마에 갈 때도 이 사가노센을 타고 간다.

차장이 특급 마이즈루가 조금 늦게 도착을 해서 열차 운행이 지연된다고 했는데, 아야베역에 도착했을 때 열차가 한 번에 서지 않고 속도를 줄인 뒤에 슬금슬금 전진하다 "쿵" 소리가 나면서 멈췄는데 사고는 아닌 것 같고 느낌이 다른 열차와 병결하는 듯한 느낌이 든다. 그렇구나, 이 역에서 마이즈루와 병결해서 한꺼번에 가는 것 같다. 아무래도 열차 두 대를 따로 운행하는 것보다 하나로 합쳐서 가는 것이 비용이 절감되고 효율적이겠지. 시간표를 들고 있지 않아서 얼마나 늦어지는지는 몰랐는데, 병결 작업을 빨리 마치고 출발해서인지 열차의 출발은 정시에 한 것 같다.

졸다 깨기를 반복하다가 어느 순간 눈을 떠보니 니조역이라는 방송이 나온다. 서울로 치자면 영등포역에 도착한 셈이네. 슬슬 정신을 차리고 내릴 준비를 하고 다시 언제 탈 지 모르는 열차 사진 한 장 찍는다.

헤이세이 8년이라면 1996년일텐데 열차가 거의 30년이 다 된 것 같다. 그래도 많이 낡은 것 같지 않아보이는 것을 보면 여기저기 보수를 하고 교체를 한 모양이다.

이것이 내가 탔던 2호차고.

열차는 마이즈루와 합체를 하면서 행선안내는 특급 하시다테/마이즈루로 이름이 바뀌었다.

같은 계열의 열차가 병결되어 있다.

열차 안에는 이렇게 라운지도 있다.

이 열차는 다시 왔던 길을 돌아가야 한다.

하시다테 9호, 마이즈루 15호로 이름을 바꾸어서 각각 미야즈, 히가시마이즈루까지 간다.

내가 다음에 탈 열차는 간사이공항행 특급 하루카. 출발까지 시간이 남았다.

철도팬들이 왜 이렇게 차량 연결 부분의 사진을 찍는가 했더니 여기에 열차 정보가 있다.형식이 KTR8000, 정원 49명에 공차중량이 41.7톤. 후지중공업 제작 등.

열차 안에 있을 때는 잘 몰랐는데, 교토역 30번 승강장이 바람이 잘 통하지 않는 곳이라서 그런지 열차에서 나오는 매연이 괴로웠다. 기름 냄새와 타는 냄새가 진동을 한다.

뭐 이렇게 생겼다.

열차의 애칭인 탄고 디스커버리가 적혀 있다.

청소는 매일 하지만 언제 마지막으로 빨았을지 모르는 열차 시트다. 하~

사실 내가 타려던 하루카는 아까부터 기다리고 있었다.

역시 밥통 비스무리하게 생기기는 했지만 "하루카" 라는 이름을 좋아해서 이 열차도 좋아한다.

교토에서 간사이공항까지 환승 없이 한 번에 가는 유일한 열차이기도 하다.

하루카의 좌석은 버튼 하나 누르면 자동으로 방향이 바뀐다. 물론 수동으로 바꿀 수도 있다.

순대다. 아마 한국만큼이나 치열한 일본의 입시학원인 것으로 알고 있다.

신오사카에 내린다. 텐노지까지 갈까 했는데 너무 오래 앉아 있어서인지 허리도 아프고 지루해서 참지 못하고 뛰쳐내렸다.

이번에는 신산다행 보통열차를 탄다. 어차피 신오사카에서 오사카는 바로 다음 역이라서 어떤 열차를 타도 똑같다.

오사카역에서는 칸조센을 타고 돌아간다.

그냥 일찍 들어가서 자려고 했는데 배가 고파서 신이마미야에서 내려서 열차를 갈아타고 JR난바역으로 갔다. 난바 일대를 돌아다니다 주머니에 있는 동전을 모아 마츠야에 가서 규메시를 사먹었다. 마츠야의 규메시는 미소시루가 포함되어 있어서 좋다. 맛은 마츠야보다는 요시노야가 나은 것 같은데 참 오랜만에 먹는 규동이다. 고기가 적어서 아쉬운 감이 크지만.. 듣자니 일본에서 여자들은 이런 규동 가게를 잘 안 온다고 하는데, 토요일 밤이라고 쇼핑을 한 뒤에 집에 가는 어떤 아가씨가 규메시를 먹고 있고, 옆의 나이 좀 드신 아저씨는 병맥주를 시켜서 마시고 있다. 안쪽에는 한국말을 하는 성형괴물 언니들도 있고 뭐 그렇다. 사람이 바글바글해서 사진은 안 찍었다. 신기할 것도 없고 모두 먹느라 정신없는데 아마추어같이 신기하다고 사진 찍고 그러기는 좀.. 돌아오는 길에는 홋카이도 한정 삿포로 맥주를 오사카에서 팔고 있어서 식스팩 하나 사고, 니기리즈시와 군것질거리를 사려다 현금이 얼마 없어서 숙박비 외에는 쓰지 않으려고 봉인해두었던 카드를 쓰는 수밖에. 아마도 카드를 보는 순간 외국인인 것을 눈치 챘겠지 싶지만 뭐..


시무룩 노란동글이 잠꾸러기의 여행노트

<특급 하시다테>

JR니시니혼과 KTR이 공동으로 운영하는 교토-아마노하시다테 구간의 특급열차. 상하행 5편씩 있으나, 마지막 하행편은 아마노하시다테가 아닌 미야즈가 종착역이다. 대신 미야즈에서 보통열차가 바로 연결되어 아마노하시다테에 갈 수 있다. 2014년 11월 현재 시각표에 의하면 09:25발 하시다테 1호, 10:25발 하시다테 3호, 12:25발 하시다테 5호, 14:25발 하시다테 7호는 교토에서 아마노하시다테까지 직통 운행한다. 소요시각은 약 2시간. 하시다테 5호는 미야즈센을 경유하여 토요오카까지 간다. 토요오카에 갈 목적이라면 그냥 특급 기노사키를 타는 것이 더 빠르다.

상행선은 09:58발 하시다테 2호, 13:54발 하시다테 4호, 15:01발 하시다테 6호, 17:36발 하시다테 8호, 18:46발 하시다테 10호가 있다. 이 중 하시다테 2호와 8호는 아마노하시다테가 시발역이 아닌 토요오카에서 출발하여 미야즈센을 타고 아마노하시다테에 도착한 다음 후쿠치야마를 경유하여 교토로 향한다. 굳이 이 시간을 맞추기 어렵다면 후쿠치야마-아마노하시다테 구간을 운행하는 KTR의 열차를 타고 후쿠치야마에 가서 열차를 갈아타는 방법이 있다. 반대의 경우도 마찬가지.

교토부터 아마노하시다테까지의 열차운임은 편도 지정석 4,300엔, 자유석 3,880엔. 교토-후쿠치야마의 산인혼센 구간은 JR패스, JR간사이와이드패스로 이용가능하지만, 후쿠치야마-아마노하시다테 구간은 KTR의 구간이어서 따로 요금을 내야 한다. 보통열차의 경우 770엔이지만, 특급열차를 타는 경우 지정석 750엔, 자유석 650엔의 추가 요금이 발생한다. JR패스와 간사이와이드패스가 있으면 후쿠치야마역 또는 하시다테호 차내에서 KTR이 판매하는 아마노하시다테패스(1,600엔)를 사서 열차에 추가요금 없이 탈 수 있고 여러 혜택이 있다.

사실상 셋째 날인 4일차. 이 날의 목적지는 아마노하시다테(天橋立). 아마노하시다테는 일본 3경(日本三景)의 하나로 꼽히는 곳인데, 이 일본 3경이 객관적으로 평가하여 뽑은 것은 아니고 에도 시대의 하야시 슌사이(林春祭)라는 유학자가 자신이 여기저기 다녀보면서 이 곳의 경치가 제일 좋더라고 꼽은 것에서 유래하여 지금까지 통용되고 있다고 한다. 일본 3경은 이 아마노하시다테와 히로시마의 미야지마(宮島), 그리고 센다이의 마츠시마(松島)를 말하는데 뒤의 두 곳은 각각 2007년과 2008년에 갔다 온 적이 있고, 마츠시마는 그 이후에 한 번 더 다녀온 적이 있다. 반면 아마노하시다테는 교토에 있다고는 하지만, 교토부(미야즈시)에 있다는 것이지 교토시에 있는 것이 아니라 찾아가기 귀찮은 곳에 있어 가본 적이 없었다. 차를 가지고 운전해서 가는 것이 아니고 주로 열차에 의존하다보니 생기는 불편함도 있거니와 아마노하시다테까지 이어지는 노선은 JR이 아닌 키타킨키탄고철도(北近畿タンゴ鉄道.KTR)라는 별개의 회사가 운영하고 있어 추가요금이 필요한 탓에 이것저것 군것질을 하다가 돈이 부족하면 포기하기도 하고, 늦잠을 잔다거나 난키 시라하마라든지 기노사키온천 등 다른 곳에 가다보니 계속 밀리고 밀려서 이번이 처음이다.

미야지마와 마츠시마는 히로시마와 센다이 시내 중심부에서 한 시간 안에 갈 수 있는 곳인데 반해, 아마노하시다테는 교토 시내에서 상당히 먼 거리다. 교토역에서 특급열차 하시다테를 타고 가도 최소 두 시간 걸리는 거리라서 왕복 4시간 정도 소요되고, 그만큼 운임이 비싸서 다른 곳들에 비해 진입 장벽이 있는 것 같다.


오사카칸조센 소토마와리 구간을 운행하는 야마토지쾌속 열차를 타고 간다. 용케도 시간을 딱 맞추어서 왔네.


오사카역 도착. 역시 역 몇 개 건너뛰니까 빠르다. 움직이면서 찍으니 흔들리는구나.


일단 열차를 갈아타기 위해서 저 위로 올라가야 한다. 토요일이라고는 하지만 생각보다 사람이 많다.


열차 시각 및 승강장 확인, 4번 승강장에서 기다리면 되겠네.

교토에서 한 번에 아마노하시다테까지 가는 특급 하시다테와 시간이 맞지 않아서 후쿠치야마(福知山)까지 가서 환승을 해야 한다. 굳이 하시다테를 타려면 12시 25분에 출발하는 열차가 있기는 한데, 이 열차를 타고 도착하면 거의 오후 2시 반이 되기에 너무 늦는 감도 있고 해서, 번거롭지만 환승을 하는 편이 낫지 싶다. 경로가 조금 다르기는 하지만 하시다테나 다른 열차나 후쿠치야마역에 서는 것은 똑같고 후쿠치야마역부터는 같은 길을 가게 된다. 후쿠치야마를 경유하기 싫으면 니시마이즈루(西舞鶴)까지 가서 KTR선으로 갈아타는 방법이 있기는 한데, 니시마이즈루까지 가는 열차 편수가 적어서 기다리다 보면 시간이 더 걸릴 수도 있다.


어우 이 사람들 어디가는거지? 연휴의 시작이라고 해외여행을 가는 것인가?
참고로 이 연휴 기간 동안 엔저에도 불구하고 많은 일본인들이 해외여행을 하고 돌아왔다고.


이 곳은 JR다카라즈카센과 JR고베센을 타는 곳이다.
특급 코노토리는 JR다카라즈카센을 경유해서 후쿠치야마까지 가니까 이 플랫폼에서 출발한다.


쾌속열차를 한 대 보내고 다음에 오는 특급 코노토리 7호를 타고 간다. 코노토리는 한 시간에 한 대 꼴로 운행하는데, 일부 열차는 기노사키온천까지 가고, 나머지는 후쿠치야마까지 운행한다. 연휴라서 온천여행가는 사람도 많을테니 아무래도 기노사키온천행 열차에 사람이 더 많지 않을까 싶은데, 어차피 후쿠치야마에서 내려야 하니까 잘 되었다. 사람이 북적이고 시끄러운 것보다는 조용한 열차가 좋다.


3번 플랫폼에 특급 선더버드가 들어온다.
오사카와 호쿠리쿠 지역의 카나자와, 도야마 사이를 운행하는 열차인데, 이것은 호쿠리쿠에서 출발해서 도착하는 상행 열차.

그런데 왜 사진이 이 모양이냐고 할 수 있겠는데, 우선 찍는 사람의 능력이 부족해서이고, 그리고 카메라가 좀 낡았다. 소니 T5와 H7을 쓰고 있는데, T5는 2005년에 출시되어 조금 있으면 열 살이 되는 노친네고, H7은 2007년에 나온 역시 적지 않은 연식을 가지고 있다. 화소 역시 각각 500만, 810만 정도에 불과하고 렌즈 역시 일체형으로 붙은 것이라 사진의 깊이가 떨어질 수밖에. 사진 전문가가 아니고, 평소에 사진을 찍을 기회가 많지도 않아서 좋은 최신 카메라를 사는 것은 주저하게 되어서 그냥 계속 가지고 다니게 되는 것 같다. 망가지면 새로 사는 것을 고려해보겠으나.. 하늘에서 100D가 떨어지는 일은 없겠지?

선더버드라는 로고가 열차에 있다. 선더버드는 JR니시니혼의 재래선에서 중요한 밥줄인 호쿠리쿠센을 달리는 열차인데, 선형이 좋고 복선으로 되어 있어 표정속도가 거의 시속 100km에 육박한다. 예전에 새마을호가 한창 잘 나갈 때 서울-부산간을 달렸던 그 속도와 거의 비슷하거나 살짝 못 미치지 않나 싶다. 지금 바보가 되어버린 새마을호와 비교하면 곤란하고.


아침 이른 시간대를 피해서 그런지 사람이 많지는 않다. 태풍 때문에 사람들이 여행을 많이 취소해서 관광업계가 울상이라는 것을 뉴스에서 보았는데, 그럼 나는 뭐가 되는거냐. 오사카역에 사람이 많지는 않아서 앞쪽에 앉았는데, 아마가사키, 다카라즈카를 지나면서 사람이 탈 수 있으니까 뒤편에 짱박혀 가기로 한다. 조그만 카메라로 찍은 사진은 열차의 흔들림을 이기지 못하고 흔들려버려서 올리기는 그렇네. 어쨌든 이렇게 편하고 고요한 열차 안이 마음에 든다.


아마가사키역에서 JR다카라즈카센으로 분기가 된다.

JR패스를 사서 전국여행을 하다보면 신칸센을 주로 타고 신칸센이 없는 곳에서 특급열차를 타고 이동하다보니 노선에는 아무런 관심이 없었는데, 간사이 지방에 자주 오다보니 이제는 어느 정도 노선 분기라든가 어느 열차를 타야 하는지 대충 알게 되었다. 목 마른 자가 우물을 판다고 했던가.


구름이 끼어 있지만 파란 하늘이 보이는 좋은 날씨다.


갈수록 시골 느낌이 나는데, 아직까지는 고층 맨션도 있고 그러네.


도심을 제외하고 고층 건물이 많지 않은 일본에서 저 맨션은 꽤 높은 편이 아닌가 싶어요.


이 열차는 먼저 보냈던 쾌속열차인 것 같은데 여기서 만난다.


다카라즈카역이다.

일본어 실력이 늘면 다카라즈카 극단 공연을 보고 싶다.


다카라즈카역을 출발하고 몇 분 지나지 않아 산이 등장한다.
이와 함께 의자를 뒤로 젖혀서 편히 잠을 자기 시작한다.

...

..

거의 40분 정도 꿀잠을 자고 일어났다.


카이바라(柏原)역에 정차했다가 출발하고 있다.

잠든 사이에 사사야마구치(篠山口)를 통과했구나. 사사야마구치는 오사카를 중심으로 한 어반 네트워크의 마지막 역인데, 이 역을 지나면 선로가 단선으로 줄어들어 열차들이 교행하는 장면을 종종 볼 수 있다. 운행하는 열차 편수가 적어지고, 무인역이 등장하고, 교통카드 사용도 안 된다. 열차가 달리는 이 노선의 이름이 후쿠치야마센(福知山線)인데 사사야마구치 남쪽까지는 다카라즈카센이라고 애칭을 붙여서 부르고 북쪽으로는 그냥 원래 이름 후쿠치야마센이라 부른다.


후쿠치야마성이 보이는 것을 보니 이제 다 왔다.


후쿠치야마역 승강장은 고가다.

후쿠치야마역에 내리면 특급 코노토리와 기노사키온천행 특급 기노사키가 서로 연결되도록 시간표가 짜여져 있다. 타고 온 코노토리가 기노사키온천까지 가지 않는 이유는 후쿠치야마에서 바로 기노사키와 환승이 되도록 하였기에 쓸데없는 열차 운행을 피하려는 의도다. 교토발 기노사키 중에는 이름은 기노사키지만 기노사키온천까지 가지 않고 후쿠치야마가 종착역인 열차가 있는데, 이 경우에는 반대로 코노토리와 환승해서 기노사키 온천까지 갈 수 있다.

후쿠치야마역은 JR니시니혼에서 기타긴키지역 빅X 네트워크의 중심지로, 산인혼센과 후쿠치야마센, KTR미야후쿠센이 X자 모양으로 서로 갈라지는 모양새를 취하고 있다. 교토부 북부 교통 요지라고나 할까. 그래서인지 후쿠치야마센을 따라 오면서 보지 못했던 빌딩과 상업용 건물, 광고판들이 보이고 제법 큰 도시구나 싶은 느낌을 준다.




역시 건너편에 특급 기노사키가 대기하고 있다. 토요오카역이나 기노사키온천으로 가려면 이 열차를 타면 되는데, 나는 이걸 타면 안 되는거다.

복지산이라..


아마노하시다테에 가려면 KTR로 환승을 해야한다.

처음부터 교토에서 하시다테를 타고 왔으면 환승없이 갈 수 있지만, 그걸 못 탔으니 고생을 해야하는거다. 열차 출발 시각은 10분이 채 남지 않았는데, 줄 선 사람들이 줄지를 않는다. 나는 여기서 새로 패스도 사야해서 시간이 좀 걸릴텐데..


혹시나 다른 입구가 있나 해서 아래층으로 내려가서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갔더니만 바로 옆이다. 그 사이 사람들이 줄어서 다행이기는 한데 저 역무원 혼자서 열심히 일을 하고 있다. 검표는 물론 표를 팔고 잔돈 거슬러주고 승객 안내도 하고 바쁘다 바빠.

단기체재 외국인은 1,600엔을 내면 KTR의 전 노선을 이용할 수 있는 아마노하시다테 패스를 살 수 있다. 다만 조건이 하나 더 있는데 JR패스 또는 JR간사이와이드패스를 가지고 있어야 한단다. 왜 그런지는 잘 모르겠는데, JR에서 외국인용 패스 발행시 여권을 보고 단기체재 여부를 확인하니 그런 것일 수도 있는데, 패스 사용일까지 확인하는 것을 보면 JR패스를 가진 사람들이 후쿠치야마까지 왔을 때, 별도 요금을 내야 해서 가지 않는 경우를 대비해서 파는 패스인 것 같다.

아마노하시다테 패스의 유효기간은 1일이다. 이틀간 사용 가능한 패스가 있기는 한데, 이틀 동안 이 멀리까지 올 수는 없으니.. 이 패스로는 KTR의 보통열차와 특급열차의 자유석 무제한 승차가 가능하고, 아마노하시다테에서 자전거 대여, 리프트카, 케이블카, 유람선을 추가 요금 없이 이용할 수 있다. 2,000엔을 내고 거스름돈을 받고, 저 역무원이 패스를 꺼내서 날짜를 비롯한 몇몇 도장을 찍어서 준다. 일당백의 위용을 보여주는 느낌이었다.

패스를 받았으니 따로 열차표를 살 필요는 없고 승강장으로 간다. 어느새 열차 출발 시간이 다 되어 차장 아저씨가 초조하게 기다리고 있고, 얼른 뛰어가서 열차에 올라탔다.


열차 안은 이렇게 생겼다.

열차는 미야즈(宮津)역까지 갔다가 앞뒤를 바꾸어 아마노하시다테역으로 간다. 일본에서는 이런 경우가 종종 있는데, 대개 이런 진행방향으로 좌석이 배열된 경우 승객들이 알아서 좌석을 돌려 앉는데 아무도 움직이지 않는다. 조금 의아한 생각이 들었는데 곧 그 의문이 풀렸다. 아마노하시다테에 도착한 것.


아마노하시다테역에 도착하자 열차는 특급이 아닌 쾌속열차로 등급이 바뀌어 도요오카까지 간다고 하네.

듣자니 이 회사의 경영상태가 좋지 않다는데 아마노하시다테까지 오는 사람들은 관광객들이니 이들에게는 특급요금이라도 받아야 하는 사정이 있겠지 싶다.

열차의 앞은 이렇게 생겼다.

JR과 직통운행을 해서인지 전차선이 있기는 하지만, 미야후쿠센 이외에는 비전화 구간인지 열차는 디젤 차량이다. 가뜩이나 엔저라서 수입하는 기름값이 올랐을 터인데 걱정되는군. 시간이 있으면 도요오카나 니시마이즈루까지 가고 싶은데 그럴 시간이 있을지 모르겠고


쾌속열차의 이름은 단고지(丹後路)구나.


기념 사진 하나 찍고.


멀리서 단칸방 열차가 들어온다.


이거슨 하시다테 열차다.
후쿠치야마까지 타고 왔던 코노토리와 같은 전기밥통 287계 열차네.


대기선로에서 놀고 있는 또다른 하시다테 열차. 183계 떵차다.

다른 열차는 몰라도 기타긴키 빅X 지역 돌아다니다보면 183계와 287계를 계속 타고 다니게 되어서 저절로 알게 된다. 만약 선택권이 있다면 183계 열차를 피하고 287계 열차를 타는 것이 좋다.


돌아갈 때 어떤 열차가 걸릴지는 모르겠지만, 이런 열차를 타고 싶은데..


시간 낭비하지 말고 밖으로 나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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