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라운드에서 라파엘 나달(스페인·2위)이 무명의 선수에게 크게 혼나더니 2라운드에서는 앤디 머리(영국·4위)가 로빈 하세(네덜란드·41위)에게 혼쭐이 나며 3:2(6-7(5) 2-6 6-2 6-0 6-4)의 진땀승을 거두었다. 시드 배정자들이 더러 탈락하기도 하였지만 톱랭커들과 미국 선수들이 4라운드에 진출하며 큰 이변은 일어나지 않았다.

경기가 잘 풀리지 않는 샤라포바 ⓒ Philip Hall/usopen.org

여자 3라운드 경기에서는 우승 후보 중의 하나로 꼽혔던 마리아 샤라포바(러시아·4위)가 플라비아 페네타(이탈리아·25위)에게 패하며 조기 탈락하는 이변이 일어났다. 실력을 떠나 흥행 면에서도 최고 인기 스타인 샤라포바의 탈락은 대회 관계자들은 물론 중계하는 사람들까지도 상당히 실망했을 것 같다.

<남자 2라운드>

나달은 윔블던에서 존 이스너와 사상 최장 시간 경기의 기록을 세웠던 니콜라 마위(프랑스·99위)를 만났다. 나달은 1라운드의 고전이 약이 된 덕분인지 훨씬 나아진 움직임을 보였는데, 강력한 톱스핀 스트로크를 앞세워 마위를 밀어붙여 두 세트 모두 6-2로 쉽게 이기며 앞서갔다. 3세트 첫 게임에서 마위는 갑자기 복근의 통증을 호소하며 경기를 기권했고, 나달은 손쉽게 3라운드에 진출하였다.

나달의 명품 포핸드 스트로크 ⓒ Philip Hall/usopen.org

머리는 경기 후 "이렇게 경기를 한다면 나는 집에 돌아가고 말 것이다" 고 말할 정도로 예상 밖의 고전을 했는데, 마치 두 명의 다른 사람이 경기를 한 듯한 앞의 두 세트와 뒤의 세 세트의 경기 내용은 천지차이였다. 1세트 타이브레이크에서 머리는 4-1로 앞서다 실책 4개를 포함하여 연속해서 다섯 포인트를 내 주며 충격의 역전패를 당하더니 2세트에서는 실책으로 스스로 무너지고 말았다. 궁지에 몰리니 정신을 차렸을까 머리는 3세트부터 달라진 모습을 보이며 경기를 뒤집었다.

집에 갈 뻔했던 머리 ⓒ Philip Hall/usopen.org

앤디 로딕(미국·21위)은 미국에서 개최되는 대회의 이점을 안고 와일드카드를 받아 출전하게 된 잭 삭(미국·555위)을 3:0(6-3 6-3 6-4)으로 이기고 3라운드에 진출했다. 아직 19세 생일도 지나지 않은 삭은 대선배인 로딕을 맞아 분전했지만 실수를 연발하며 경험을 쌓는데 만족해야 했다. 로딕은 최고 140mph(225km/h)의 광속 서브를 꽂아 넣으며 11개의 에이스를 기록했고, 서브를 넣은 뒤 70% 이상을 득점으로 연결하면서 경기를 쉽게 이겼다.

로딕은 3년만에 US오픈 4라운드에 진출했다 ⓒ Rob Loud/usopen.org

마위와 함께 장시간 경기 기록을 세웠고 로딕에 지지 않는 강서버인 존 이스너(미국·22위)도 역시 와일드카드로 출전한 로비 지네프리(미국·363위)를 3:0(6-4 6-3 6-4)으로 이겼다. 이스너는 20개의 서브 에이스를 기록하면서 지네프리를 압도하였는데, 서브 게임을 단 한 번도 빼앗기지 않으며 세트마다 한 번씩 나온 브레이크로 승리를 거두며 최근의 상승세를 이어갔다.

왠지 이번 대회의 다크호스가 될 것 같은 이스너 ⓒ Philip Hall/usopen.org

다비드 페레르(스페인·5위) 역시 제임스 블레이크(미국·63위)를 3:0(6-4 6-3 6-4)으로 제압했다. 페레르와 블레이크는 어느 한 쪽이 상대를 압도하지 못하는 거의 대등한 경기를 했지만 블레이크가 무려 51개의 실책을 저지르며 점수를 헌납하면서 페레르의 손쉬운 승리로 끝이 났다.

나달에 가려진 스페인 2인자 페레르 ⓒ Don Starr/usopen.org

아르헨티나 선수들의 선전도 눈에 띄었는데 후안 마르틴 델 포트로(18위)를 비롯하여 주니어 시절 페더러보다도 잘 나갔던 다비드 날반디안(76위)과 노장 후안 이그나시오 첼라(24위)가 승리했고, 질레스 시몬(프랑스·12위)과 펠리시아노 로페스(스페인·26위) 등이 역시 3라운드에 진출했다. 반면에 시드 배정자 중 스타니슬라스 바브링카(스위스·14위)와 위르겐 멜처(오스트리아·17위), 이반 류비치치(크로아티아·31위)가 2라운드에서 탈락하였다.

 

<여자 3라운드>

서리나 윌리엄스(미국·27위)는 부상 이후 아직 정상 궤도에 오르지 못했고 이제 나이가 부담스러워지는 시기가 되었고, 전년도 우승자 킴 클라이스테르스(벨기에·3위)는 출전하지 않았다. 부상 복귀 이후 아직 그랜드슬램 우승이 없는 샤라포바에게는 이번 대회가 화려한 부활의 마침표를 찍을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

샤라포바를 이긴 페네타 ⓒ Philip Hall/usopen.org

그러나 샤라포바는 그동안 큰 두각을 나타내지 못했던 노장 페네타를 상대하여 화려한 실책쇼를 벌이며 2-1(6–3 3–6 6–4)로 패했다. 1세트에서 서브에 심각한 난조를 보인 샤라포바는 더블 폴트와 실책으로 두 번의 브레이크를 당하며 힘없이 무너지는가 싶더니 연달아 두 번의 브레이크를 하면서 동점으로 갈 절호의 찬스를 잡았다. 그러나 실책과 더블 폴트로 서브 게임을 내주며 추격 의지가 꺾이고 말았다. 2세트에서 여전히 샤라포바가 자신의 점수는 물론 페네타의 점수까지도 올릴 정도로 불안정한 경기를 했지만 집중력이 살아나면서 1세트와는 반대로 샤라포바가 세트를 따내고 3세트를 맞이했다. 페네타는 먼저 세 게임을 따내며 3-0을 만들었지만 4-1에서 연속으로 세 게임을 내주며 동점을 허용하였다. 그러나 페네타가 서브 게임을 지키며 5-4로 만든 반면, 샤라포바는 연속하여 더블 폴트로 0-30으로 몰린 후 페네타에게 백핸드와 포핸드 위너를 얻어맞고 무릎을 꿇었다. 이 경기에서 샤라포바의 더블 폴트는 12개, 실책은 60개에 달했다.

서브를 넣는 즈보나레바 ⓒ Philip Hall/usopen.org

샤라포바와 같은 러시아 출신의 베라 즈보나레바(2위)와 마리아 키릴렌코(29위)는 2:0의 승리를 거두면서 4라운드에 진출했다. 그랜드슬램과는 인연을 맺지 못하고 있는 즈보나레바 역시 이번 대회가 무관의 한을 풀 좋은 기회가 되었는데, 아나벨 메디나 가리게스(스페인·33위)를 맞아 2:0(6-4 7-5)으로 승리하며 4라운드에 진출하여 자비너 리지키(독일·22위)와 맞붙게 되었다. 더운 날씨 탓이었을까 두 선수 모두 서브 난조를 보이기도 했고 임팩트 없이 경기가 다소 지루했는데 팽팽한 순간에서 즈보나레바가 가리게스의 서브 게임을 빼앗으며 승리를 가져갔다.

기계같은 느낌을 주는 스토서 ⓒ Don Starr/usopen.org

호주의 희망 사만다 스토서(10위, 호주를 비롯한 영미권에서는 애칭인 샘 스토서라고 부른다)는 러시아의 나디아 페트로바(25위)와 매 세트 접전을 치르며 2:1(7-6(5) 6-7(5) 7-5)로 3시간이 넘는 대혈전에서 승리했다. 2세트에서 타이브레이크 끝에 기사회생한 페트로바는 3세트 초반 상승세를 이어가며 3-1로 앞서갔다. 그러나 스토서는 페트로바가 서브를 넣는 여덟 번째 게임을 듀스 끝에 브레이크하면서 4-4 동점을 만들었고, 6-5로 앞선 마지막 게임을 페트로바의 연속 실책에 힘입어 승리하면서 4라운드 진출권을 손에 넣었다. 올해는 물론 작년 프랑스오픈 준우승 이후 그랜드슬램에서 4라운드 이상 올라간 적이 없었던 스토서는 모처럼 좋은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강서버 리지키 ⓒ Andrew Ong/usopen.org

비너스의 기권으로 인한 부전승으로 쉽게 3라운드에 올라온 리지키는 이리나 팔코니(미국·79위)에게 52분만에 2:0(6-0 6-1)의 완승을 거두었다. 리지키는 서브 성공률의 난조에도 불구하고 남자 선수 수준의 강한 서브로 팔코니를 압박하였고, 약점인 수비에서 팔코니의 서브를 강한 리턴으로 반격하여 점수를 내면서 정신없이 몰아붙이며 역시 4라운드에 진출했다. 중국의 펑슈웨이(14위)는 독일의 줄리아 괴르게스(19위)를 2:0(6-4 7-6(1))로 이기면서 유일한 아시아 선수의 자존심을 지켰다.

 

<Player of the Day>

페네타가 "오늘의 선수"로 선정되었다 ⓒ Philip Hall/usopen.org

그리고 페네타를 오늘의 선수로 만들어 준 샤라포바 ⓒ Philip Hall/usopen.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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