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우승자 라파엘 나달(스페인·2위)가 초반에 어려움을 겪는 슬로스타터의 모습을 보이면서도 경기가 진행될수록 좋은 경기력을 보여주며 대회 2연패를 향하여 조금씩 나아가고 있고, 앤디 로딕(미국·21위)과 존 이스너(미국·22위)는 홈팬들의 성원을 입고 강력한 서브를 앞세워 4라운드에 진출했다.

상위 랭커들의 잇따른 탈락에 다소 김이 샌 여자부에서는 8강 진출을 위한 선수들의 경쟁이 치열했다. 베라 즈보나레바(러시아·2위)를 비롯한 4명이 생애 첫 그랜드슬램 우승을 바라보며 8강에 진출했다.

대회 7일째 (9월 4일, 현지시간 기준)

<남자부 3라운드>

나달은 더이상 유망주라고 칭할 수 없는 다비드 날반디안(아르헨티나·76위)를 상대하여 3:0(7-6(5) 6-1 7-5)으로 이기며 4라운드에 진출했다. 1세트에서 나달은 초반에 몸이 덜 풀렸는지 고전하면서 날반디안에게 세트를 내줄 위기에 몰렸다. 그러나 날반디안은 더블 폴트를 범하며 나달에게 동점을 허용했고, 계속 치고 받다가 타이브레이크 끝에 패하고 말았다. 2세트는 완벽한 나달의 페이스. 나달의 강력한 톱스핀에 날반디안의 샷은 번번이 밖으로 나가며 나달의 완승으로 끝났다. 궁지에 몰린 날반디안은 3세트에서 각성하고 덤벼들어 5-5까지 팽팽한 승부를 이어갔으나, 마지막 서브 게임에서 또 더블 폴트를 저지르며 경기를 끝냈다. 날반디안은 결정적인 순간마다 더블 폴트가 나온 것이 패인이 되었다.

라파엘 나달의 서브 ⓒ Philip Hall/USTA

앤디 머리(영국·4위)는 펠리시아노 로페스(스페인·26위)를 맞아 한 수 위의 기량으로 3:0(6-1 6-4 6-2)의 승리를 거두었다. 2라운드에서 생각지도 않았던 위기를 맞았던 머리는 각성한 듯 초반부터 로페스를 거세게 압박하며 기선 제압에 성공했다. 1세트 시작과 함께 머리는 14연속 득점으로 로페스를 압도했고, 로페스는 30-0으로 뒤진 네 번째 게임에서 겨우 서브로 경기 첫 득점에 성공할 정도였다. 2세트에서 로페스는 보다 공격적으로 덤벼들며 1세트와는 다른 모습을 보였는데, 4-4 팽팽한 상황에서 역시 더블 폴트로 게임을 내주며 무너지고 말았다.

강력한 모습을 보여준 머리 ⓒ Rob Loud/USTA

로딕은 줄리앙 베네토(프랑스·81위)를 3:0(6-1 6-4 7-6(5))으로 누르고 최근의 부진에서 벗어난 모습을 보여주었다. 로딕은 강서브를 앞세워 두 세트를 따낸 후 3세트에서 베네토에게 거센 반격을 당했다. 로딕은 3세트에서 여러 번 브레이크의 기회가 있었으나 살리지 못하여 고전하였는데 침착하게 자신의 서브 게임을 지켜나가며 이기지는 못해도 지지 않는 경기를 펼쳤다. 타이브레이크에서 이미 두 세트를 이긴 로딕은 침착하게 경기를 펼친 반면 베네토는 실수를 연발하며 로딕의 승리로 경기가 끝났다. 작년 대회에서 2라운드 탈락의 수모를 당했던 로딕은 4라운드에 진출하면서 홈팬들의 성원에 보답하였다.

로딕은 조금씩 살아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데 ⓒ Philip Hall/USTA

역시 이번 대회에서 선전하고 있는 이스너는 알렉스 보고몰로프 주니어(미국·44위)에게 3:0(7-6(9) 6-4 6-4)의 승리를 거두며 4라운드에 진출했다. 이스너는 17개의 서브 에이스를 앞세워 보고몰로프의 코트를 폭격했는데, 잘 버티던 보고몰로프는 1세트 타이브레이크의 패배가 뼈아팠다. 보고몰로프는 타이브레이크를 앞서갔지만 이스너의 서브 에이스가 터지며 누가 먼저 두 점을 획득하는가를 겨루는 싸움으로 진행되었다. 이스너는 7-8로 뒤진 상황에서 연속으로 서브 에이스를 두 개 날리며 역전에 성공했고, 10-9로 앞선 상황에서 강력한 서브를 넣어 득점으로 연결시키며 승리했다. 이어진 두 세트는 이스너가 단 한 번씩의 브레이크로 세트를 따내며 어렵지 않게 이겼다.

강력한 서브를 자랑하는 이스너 ⓒ Rob Loud/USTA

그리고 다비드 페레르(스페인·5위)와 질레스 뮐러(독일·68위) 역시 승리를 거두며 4라운드에 합류했다, 2년 전의 영광을 재현하려던 후안 마르틴 델 포트로(아르헨티나·18위)는 질레스 시몬(프랑스·12위)에게 발목이 잡혀 탈락했고, 같은 아르헨티나 선수인 후안 이그나시오 첼라(24위)는 와일드 카드로 대회에 참가한 도날드 영(미국·83위)에게 패했다.

<여자부 4라운드>

다소 무게감이 떨어지는 매치업 때문에 여자 4라운드 경기는 다소 관심을 받지 못하였지만 8명의 여자 선수들은 8강의 네 자리를 놓고 다시 뜨거운 승부를 펼쳤다.

즈보나레바의 서브 ⓒ Don Starr/USTA

즈보나레바와 자비너 리지키(독일·18위)의 경기가 가장 관심을 모으는 경기였는데 즈보나레바의 완승으로 끝났다. 리지키는 주무기인 서브가 난조를 보이며 스스로 무너졌는데, 첫 서브 성공률이 고작 40%에 불과했고 에이스도 단 한 개 기록하는데 그쳤다. 서브가 안 들어가자 리지키는 1세트에 연속으로 두 번 브레이크를 당하며 끌려가는 경기를 하였고, 뒤늦게 추격에 나섰지만 4-2에서 즈보나레바에게 다시 브레이크를 당하며 힘없이 무너지고 말았다. 2세트는 3-3까지 팽팽하게 경기가 진행되었는데, 리지키가 40-40에서 더블 폴트로 즈보나레바에게 브레이크 포인트를 선사하였고 이어진 랠리에서 백핸드 실책이 나오면서 즈보나레바에게 분위기가 넘어갔다. 즈보나레바의 2:0(6-2 6-3) 승리.

13억 대륙을 울린 페네타 ⓒ Andrew Ong/USTA

3라운드에서 샤라포바를 격침시켰던 플라비아 페네타(이탈리아·25위)는 남녀 유일하게 생존한 아시아 선수인 펑슈웨이(중국·14위)를 2:0(6-4 7-6(6))으로 이기고 8강에 진출했다. 세트스코어는 2:0이지만 페네타는 펑슈웨이보다 고작 3점을 더 얻었을 정도(98-95)로 경제적인 경기를 하였는데, 러브 게임으로 지나 듀스 끝에 지나 어차피 지는 것은 똑같으니 질 때 깨끗이 지는 것이 더 나은지도 모르겠다. 펑슈웨이는 1세트 1-1 30-30에서 포핸드와 백핸드 실책을 연달아 범하며 페네타에게 서브 게임을 넘겨주고 말았다. 페네타는 일곱 번째 게임마저 브레이크하며 5-2로 앞서 나갔고, 펑슈웨이가 듀스 접전 끝에 브레이크를 하면서 따라붙었지만 페네타는 6-4로 세트를 가져갔다. 2세트는 네 번째 게임까지 서로 상대의 서브 게임을 브레이크하며 2-2로 팽팽히 맞섰고, 3-4에서 페네타가 더블 폴트로 서브 게임을 내주며 펑슈웨이가 3-5로 앞서게 되었다. 마지막 세트까지 갈 수 있는 절호의 찬스에서 펑슈웨이는 실책을 연발하며 서브 게임을 내주며 페네타에게 추격을 허용하였다. 펑슈웨이는 5-5에서도 서브 게임을 실책으로 내주며 마지막에 몰렸지만 페네타의 연속된 실책으로 타이브레이크까지 이어가며 생명 연장을 하였다. 타이브레이크에서 페네타는 시작하자마자 펑슈웨이에게 백핸드 위너 두 개를 얻어맞고 연속 실책을 범하며 4점을 내줬고, 3-6이라는 트리플 세트 포인트에 몰렸으나 연속으로 다섯 포인트를 따내는 괴력을 발휘하며 기적같은 승리를 이끌어내면서 2시간 반 넘게 걸린 승부를 끝냈다.

달리는 근육녀 스토서 ⓒ Don Starr/USTA

사만다 스토서(호주·10위)는 마리아 키릴렌코(러시아·29위)와 풀세트 접전 끝에 2:1(6-2 6(15)-7 6-3)로 승리하며 작년에 이어 2년 연속 US오픈 8강에 진출했다. 스토서의 완승으로 끝난 1세트와는 달리 2세트에서 팽팽히 맞서며 타이브레이크에 돌입한 두 선수는 사이좋게 실책을 번갈아가면서 저지르면서 승부를 길게 끌고 갔다. 스토서는 14-13에서 서브를 넣으며 경기를 끝낼 절호의 찬스를 잡았다. 그러나 12번의 랠리 끝에 키릴렌코에게 백핸드 위너를 얻어맞고 14-14 동점을 허용하더니 더블 폴트로 14-15 역전을 허용했다. 스토서는 키릴렌코의 실책으로 동점을 만들었지만 연달아 백핸드와 포핸드 실책을 저지르며 15-17로 84분이나 걸린 2세트를 내주면서 3세트에 돌입하게 되었다. 3세트는 2-2까지는 팽팽하게 이어졌지만 승부의 균형을 무너뜨린 것은 스토서였다. 스토서는 다섯 번째 게임에서 키릴렌코의 서브 게임을 포핸드 위너로 브레이크하면서 4-2로 달아났고 5-3으로 앞선 아홉 번째 게임에서 키릴렌코의 계속된 실책을 놓치지 않고 게임을 브레이크하면서 긴 승부를 마쳤다.

시드 못받은 선수들의 대결이었던 모니카 니쿨레스쿠(루마니아·68위)와 안젤리크 케르베르(독일·92위)의 대결에서는 케르베르가 2:0(6-4 6-3)으로 승리하며 생애 첫 그랜드슬램 8강에 진출했다. 경기를 직접 보지 않아서 잘 모르겠지만 케르베르가 힘에서 니쿨레스쿠를 압도하면서 케르베르의 샷이 들어가느냐 안 들어가느냐에 따라 경기가 좌우된 것 같다.

<Player of the Day>

2라운드에서 바브린카, 3라운드에서 첼라를 무너뜨린 와일드카드로 출전한 도날드 영(미국) ⓒ Andrew Ong/UST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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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너스 사진>

코트의 미녀 키릴렌코 ⓒ Don Starr/USTA

자비너 리지키 ⓒ Rob Loud/UST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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