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회 9일째와 10일째인 9월 6일과 7일 비로 인해 모든 경기가 취소되거나 중단되면서 US오픈 경기 일정에 큰 지장을 초래하였다. 9일째는 남자 4라운드와 여자 8강 경기, 그리고 10일째는 남녀 8강 경기가 열릴 예정이었으나 일정이 꼬이면서 대회 기간이 늘어나는 것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하루 정도의 경기 취소는 다음 날에 경기를 나누어 소화할 수 있겠지만 이틀이나 경기가 열리지 못해 경기를 제 때 치르지 못한 선수들의 경우 컨디션 조절도 큰 변수가 될 것 같다.

송가를 누르고 준결승에 진출한 로저 페더러 ⓒ Rob Loud/USTA

 

대회 11일째 (9월 8일, 현지시간 기준)

<남자 4라운드>

여심을 사로잡는다는 나달의 상의 탈의 ⓒ Philip Hall/USTA

비로 인해 이틀 동안 경기를 하지 못한 8명의 선수들이 8강 진출을 위한 대결을 펼쳤다. 라파엘 나달(스페인·2위)은 질레스 뮐러(룩셈부르크·68위)와 윔블던에 이어 다시 맞붙었는데, 7일 경기를 하다가 1세트에서 뮐러가 3-0으로 앞선 상황에서 비로 중단된 경기를 재개하였다. 경기 연기가 큰 도움이 되었는지 나달은 재개된 경기에서의 첫 게임인 네 번째 게임을 러브 게임으로 따내며 추격에 나섰다. 이어진 게임에서 뮐러 역시 지지 않고 서브 에이스 두 개를 포함하여 러브 게임으로 이기며 4-1로 앞서 나갔는데, 여기서부터 뮐러의 실책쇼와 나달의 환상적인 스트로크가 터지기 시작했다. 나달은 연달아 세 게임을 따내며 4-4 동점을 만들었고 6-6에서 타이브레이크에 돌입한 후 상대의 허를 찌르는 날카로운 포핸드 스트로크로 뮐러를 단 1점으로 묶어놓으며 1세트를 이겼다. 왼손잡이끼리의 대결이어서 흥미로웠으나 나달은 발빠른 움직임으로 백핸드로 받을 것도 포핸드로 받아치며 공격적으로 나섰고, 집요하리만큼 상대의 백핸드 코스로 공을 보내어 묶어놓은 후 반대쪽 사이드라인과 베이스라인을 노려 스트로크를 날리며 경기를 압도했다. 2세트부터는 완벽한 나달의 일방적인 게임으로 진행되었고 3:0(7-6(1) 6-1 6-2) 나달의 승리로 끝났다.

늘 2% 부족했던 머리가 이번에는 그 부족함을 채울 수 있을지 ⓒ Andrew Ong/USTA

앤디 머리(영국·4위)는 도날드 영(미국·84위)의 돌풍을 잠재우며 8강에 진출했다. 머리는 자신은 지금까지 영이 상대해왔던 선수들과 급이 다른 선수임을 보여주려는 듯 압도적인 경기력을 보여주었다. 머리는 서브에서 난조를 보였음에도 강하고 정확한 스트로크로 영을 괴롭혔고, 영은 그의 뜻대로 실책을 남발하며 졌다. 머리의 3:0(6-2 6-3 6-3) 완승.

볼에 바람을 넣어 풍선을 만드는 특이한 취미의 소유자 로딕 ⓒ Andrew Ong/USTA

앤디 로딕(미국·21위)은 비로 인해 루이 암스트롱 스타디움 대신 13번 코트에서 펼쳐진 경기에서 다비드 페레르(스페인·5위)를 누르고 3년만의 8강 진출에 성공했다. 로딕은 2:1로 앞선 4세트에서 2-2로 팽팽히 맞서다 서브 게임을 브레이크당하며 위기에 빠졌다. 그러나 이어진 게임에서 40-15로 앞서던 페레르가 갑자기 포핸드와 백핸드 실책을 연속으로 저지르며 듀스에 접어들었고, 로딕은 경기에서 자주 보기 힘든 백핸드 위너와 페레르의 실책을 묶어 게임을 따내며 3-3 동점을 만들었다. 기세가 오른 로딕은 강한 서브를 넣으며 지친 페레르를 압박했고, 페레르는 중요한 순간에서 실책을 잇달아 저지르며 내리 세 게임을 모두 지고 말았다. 로딕의 3:1(6-3 6-4 3-6 6-3) 승리. 로딕은 경기 후 13번 코트 관중석 주변을 한 바퀴 돌면서 자신을 응원하는 팬들과 하이파이브를 하는 진풍경을 연출했다.

이번 대회에서 이스너는 놀랄만한 기량을 보여주었는데 반짝이 아니었으면 하는 바람 ⓒ Philip Hall/USTA

존 이스너(미국·22위)는 질레스 시몬(프랑스·12위)과의 경기에서 세 번의 타이브레이크를 승리로 이끌며 3:1(7-6(2) 3-6 7-6(2) 7-6(4)) 승리를 거두고 8강에 합류했다. 이스너의 그랜드슬램 8강 진출은 이번이 처음이다.

<남자 8강>

전날 예정되어 있던 남자 8강 경기 중 두 경기 역시 열렸다. 친한 친구 사이인 두 세르비아 선수의 맞대결인 노박 조코비치(1위)와 얀코 팁세라비치(20위)의 경기와 윔블던 8강의 리벤지 매치인 로저 페더러(스위스·3위)와 조-윌프리드 송가(프랑스·11위)의 경기였다.

"내가 제일 잘 나가" 의 조코비치 ⓒ Andrew Ong/USTA

조코비치는 팁세라비치를 맞아 이번 대회에서 가장 어려운 경기를 펼쳤다. 1세트와 2세트는 모두 타이브레이크까지 가는 접전 끝에 서로 한 세트씩 나누어 갖고 3세트를 맞이했다. 그런데 팁세라비치의 움직임이 둔해지면서 공격이 무뎌지고 수비가 느슨해지자 팽팽했던 경기의 양상이 조코비치의 압도적인 경기로 바뀌었다. 조코비치는 3세트를 6-0에 이어 4세트에서 연달아 세 게임을 이기며 아홉 게임을 연속으로 이기며 경기를 지배했다. 이 때 왼쪽 허벅지 햄스트링을 느낀 팁세라비치가 기권하면서 경기는 싱겁게 끝이 났다. 조코비치 입장에서는 팁세라비치가 조금 빨리 포기하기를 바랐겠지만, 모처럼 조코비치와 좋은 승부를 펼친 팁세라비치의 아쉬움도 클 것 같다.

멋있지만 치명적 단점이 되어버린 페더러의 한 손 백핸드 ⓒ Don Starr/USTA

조코비치가 찜찜한 기권승으로 준결승에 진출한 반면 페더러는 송가를 3:0(6-4 6-3 6-3)으로 제압하며 화끈한 복수전을 펼쳐 주목을 받았다. 페더러는 1세트에서 먼저 송가의 서브 게임을 잡아내며 3-1로 달아났지만 실책에 발목이 잡히며 연속으로 세 게임을 내주며 3-4로 밀리는 처지가 되었다. 그러나 서브 게임을 챙기며 동점을 만든 페더러는 송가의 연속된 실책 세 개를 놓치지 않고 밀어붙여 5-4로 재역전시킨 후 마지막 게임을 러브 게임으로 잡아내며 이겼다. 윔블던에서 3세트 이후 체력이 떨어지며 송가의 공세를 견디지 못했던 것과는 달리 페더러는 꾸준히 페이스를 유지하며 경기를 쉽게 이기면서 조코비치와 결승행을 놓고 다투게 되었다. 올해 페더러와 조코비치는 호주오픈과 프랑스오픈에 이어 그랜드슬램 준결승에서 세 번째 맞붙는데 지난 두 번의 승부에서는 1승 1패로 호각을 이루고 있다.

 

<여자 8강>

이틀로 나뉘어 열릴 예정이던 경기가 모두 비로 연기되면서 하루에 모두 열렸다. 이대로라면 여자 결승의 경우 예정되었던 10일(토요일 오후)에 열리지 못할 가능성이 커졌다.

생각에 잠긴 서리나 ⓒ Philip Hall/USTA

최근 미국 남녀 선수들의 동반 부진 속에 서리나 윌리엄스(27위)의 화려한 부활은 대회가 열리는 미국에서 가뭄 속의 단비 같은 소식이었다. 10살 어린 아나스타샤 파블류첸코바(러시아·16위)를 맞아 2:0(7-5 6-1) 완승을 거두며 4강에 올랐다. 비로 인한 이틀 간의 휴식이 독이 되었는지 두 선수는 시작부터 실책을 많이 저지르며 상대의 서브 게임을 계속 브레이크하며 3-3으로 팽팽한 흐름을 이어갔다. 서리나가 일곱 번째 게임만에 서브 게임을 지킨 후로는 두 선수 모두 상대에게 브레이크를 허용하지 않아 5-4에서 파블류첸코바의 서브 게임을 맞이했다. 파블류첸코바는 연속으로 더블 폴트를 저지르며 30-0으로 뒤지면서 위기를 맞이했지만 침착하게 네 포인트를 따내며 벗어났고, 6-5로 서리나가 앞선 채 경기의 승부처가 된 열두 번째 게임에 돌입했다. 서리나는 상대 실책과 백핸드로 30-0으로 앞섰지만 실책과 파블류첸코바의 포핸드에 동점을 허용했다. 서리나가 백핸드 위너로 먼저 세트 포인트에 도달했지만, 파블류첸코바 역시 백핸드로 듀스를 만들며 다시 위기를 벗어났고 서브를 서리나가 받아내지 못하며 파블류첸코바의 어드밴티지가 되었다. 그러나 서리나는 12번의 긴 랠리 끝에 파블류첸코바의 포핸드 실책으로 다시 듀스를 만들더니 연속으로 두 포인트를 더해 1세트를 이겼다. 2세트는 서리나의 일방적인 흐름이었는데 파블류첸코바가 더블 폴트로 자멸하면서 손쉬운 승리를 헌납하였다.

무관의 여제 캐로 ⓒ Philip Hall/USTA

로딕과 페레르의 경기와 마찬가지로 13번 코트로 옮겨 열린 카롤리네 보스니아키(덴마크·1위)와 안드레아 펫코비치(독일·10위)의 경기는 2:0(6-1 7-6(5)) 보스니아키의 승리로 끝났다. 수비 불안과 실책으로 허무하게 1세트를 내준 펫코비치는 2세트에서는 각성한 듯 보스니아키와 치열한 접전을 벌였다. 캐로가 2-1로 앞선 네 번째 게임에서 펫코비치는 4연속 실책으로 서브 게임을 내주며 위기를 맞이했지만, 네트플레이를 앞세워 캐로의 서브 게임을 브레이크하고, 듀스 접전 끝에 서브 게임을 지켜내면서 3-3 동점을 만들었다. 그러나 펫코비치는 다시 한 번 서브 게임을 빼앗기며 5-3으로 뒤져 위기를 맞이했는데. 캐로의 더블 폴트와 백핸드로 브레이크하며 숨을 돌리고 서브 게임을 지켜내며 5-5 동점을 만들었다. 두 선수 모두 서브 게임을 지키며 맞이한 타이브레이크는 3-3 이후 승부가 갈렸다. 펫코비치는 3연속 실책이 이어지며 순식간에 트리플 매치 포인트에 몰렸고, 연속해서 발리로 점수를 내며 6-5까지 추격했지만 백핸드 샷이 베이스라인을 벗어나며 패하고 말았다. 보스니아키는 서리나와 결승 티켓을 놓고 다투게 된다.

소리 없이 준결승에 오른 스토서 ⓒ Andrew Ong/USTA

사만다 스토서(호주·9위)는 의외로 베라 즈보나레바(러시아·2위)를 2:0(6-3 6-3)으로 쉽게 이기며 4강에 진출했다. 1세트에서 3-2까지는 서로 서브 게임을 지키며 팽팽한 분위기였으나 즈보나레바가 더블 폴트와 실책 연발로 게임을 내준 후 스토서가 5-2로 달아나면서 경기가 급격히 스토서 쪽으로 기울기 시작했다. 스토서는 1세트 마지막 게임부터 2세트 두 번째 게임까지 12연속 포인트를 기록하면서 즈보나레바의 기를 완벽히 꺾었고, 잡은 리드를 놓치지 않고 2세트 5-3으로 앞선 상황에서 즈보나레바의 서브 게임을 맞이했다. 즈보나레바는 30-30에서 통한의 더블 폴트를 저지르며 매치 포인트를 내주었고 스토서는 찾아온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즈보나레바는 스토서를 좌우로 흔들며 랠리를 주도했지만 20번의 스트로크가 오가는 랠리 다음의 즈보나레바의 백핸드 샷이 네트에 걸리며 눈물을 삼켰다.

이변의 주인공 케르베르 ⓒ Andrew Ong/USTA

조금 관심이 덜했던(역시 마찬가지라서 경기를 직접 보지는 않았지만) 그랜드슬램 4라운드 이상 진출 경험도 없는 안젤리크 케르베르(독일·92위)와 플라비아 페네타(이탈리아·25위)의 경기에서는 케르베르가 풀세트 접전 끝에 2:1(6-4 4-6 6-3)의 승리를 거두며 준결승에 올라 스토서와 4강에서 맞붙게 되었다. 케르베르는 한 경기 한 경기가 자신의 역사를 새로 쓰고 있는 셈.

 

<Player of the Day>

질레스 시몽을 누르고 첫 그랜드슬램 8강 진출에 성공한 이스너 ⓒ Philip Hall/UST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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