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강산도 식후경이라고 일단 주린 배를 채워야 할 것 같다.

아침은 굶고 커피 한 잔 마시고, 중간에 목이 말라 음료수를 사서 마신 것이 전부라서..


사세보에는 프랜차이즈업체가 아닌 자생적으로 생긴 햄버거 가게가 20여 곳이 있다고 한다. 작은 동네라서 햄버거 가게들이 어디 있는지도 몰라서 일일이 찾아다니는 것도 쉽지 않은 일이고, 그렇다고 햄버거만 계속 먹으면 또 탈이 날까 싶어서 주저하게 되는지라..


뭐랄까 기계로 찍어낸 느낌과는 조금 다른 듯한데, 레시피는 정해져 있겠지만, 투박한 면이 보인다.


'햄버거샵' 히카리

지금도 영업을 하고 있지 않을까 싶은데, 이 때 사세보에 다녀온 뒤에 다시 가보지 않아서 어떤지는 잘 모르겠지만 햄버거가 꽤 맛있었다. 다만, 사세보라는 곳에 다시 갈 일이 있을 지는 잘 모르겠다.


이 근방에 유미하리다케(弓張岳)라는 산이 있는 것 같다. 시간이 금방 어두워질 것 같으면 그냥 무시하고 역으로 가서 적당히 시간보내다가 열차를 타고 후쿠오카로 돌아갈텐데.. 정신줄을 놓았는지 유미하리다케라는 저 봉우리를 올라가는 짓을 하게 된다. 아 4.7km라면 이게 한 시간 이상 걸릴 터인데..


조금 전보다 100m 더 걸어왔나보다.


뭐야 100m단위로 표지판을 세워둔거냐..


여기서 좌회전...

누군가 약을 올리는 것 같은 느낌이 드는데..


얘네들 진짜 100미터마다 표지판을 세워두고 있네.


나 때문에 원치 않은 오르막을 올라가는 친구 녀석

역시 친구를 잘 만나야 한다. 한 시간 이상 걸어야 유미하리다케라는 곳에 갈 수 있는데..


언덕을 오르면서 저녁은 여기서 먹을까 생각을 했는데, 나중에 시간이 부족해서 가지는 못했다.


소학교에서는 아이들이 야구를 하고 있다.


그리고 외국인 2명은 생각없이 언덕을 오르고 있는데, 같이 가는 친구에게 못된 짓을 한 것 같아서 미안하다.


얘네들도 귀찮았는지 남은 거리가 얼마인지 알려주지도 않는다.

끝이 안 보이는데 어디까지 가야한단 말인가.


저 위로 올라가야 하는가..


그건 너무 어려운 얘기..


이 쯤되면 차를 끌고 다니는 사람들이 부러워지기 시작한다.


학교운동장에는 아이들이 즐겁게 놀고 있고

오쿠보소학교인가보다.


외발자전거네.

11년 전의 일이니 이 아이들은 이미 고등학교까지 졸업했을텐데..


6월이라서 해가 길어서 아직 날이 밝다.


유미하리다케까지만 가야지.

더 가다가는 퍼져버릴 것 같다.


예정에 없던 산악등반을 하면서 지쳐버린 친구는 말수가 적어지기 시작했다.

힘드냐..

나도 힘들다.

미안하다.

가다보니 전망을 볼 수 있는 곳이 있었다.


예상대로 그렇게 아름다운 경치는 아니었다.

밤이 되면 어둠과 빛만 보이니 달리 보일지도 모르겠지만..


왜 여기까지 올라왔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이제 슬슬 내려가야겠다.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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