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인성과 심수창의 언쟁. 그리고 내분설. LG는 야구를 못하는 것 뿐 아니라 아름답지 못한 뉴스의 주인공이 되고 있다. LG가 시즌 초반의 상승세를 이어가지 못하고 하위권으로 추락하면서 팬들의 실망은 커져만 가고, 그 가운데서 김재박 감독과 주전 포수 조인성이 패배의 원흉으로 몰리고 있는 것 같다. 보는 사람마다 다른 관점이 있기 때문에 무엇이 맞다고 단정지어 말할 수는 없지만, 조인성 문제는 한 번 짚고 넘어갈 부분인 듯하다.


아마 최고의 포수였던 조인성은 1998년 연세대 졸업과 동시에 LG 유니폼을 입는다. 당시 OB와 주사위로 드래프트 1순위를 나누어먹던 LG는 어쩌다 한 번 진 덕분에 강타자 김동주를 놓치고, 조인성을 영입하게 된다. 이 때 프로야구에서 FA제도가 시작이 되었는데, 향후 10년은 안방을 책임질 것으로 믿어 의심치 않았던 조인성이 들어오자 당시 주전 포수 김동수를 애써 붙잡지 않고 삼성으로 내어주고 오히려 삼성에서 보호 명단에서 제외되었던 김상엽을 데리고 온다. 조인성은 "앉아쏴" 라는 별명처럼 강한 어깨를 앞세운 도루 저지 능력으로 어필하였고, 그 외에는 무언가 특출난 기록은 없음에도 팀의 프랜차이즈 스타로 자리하게 된다.


2001년 말부터 LG 감독을 맡은 김성근 감독은 조인성의 투수 리드에 문제가 있다며, 그를 벤치에 앉혀 두고 쌍방울에서 데리고 온 장재중을 기용하는 일도 많았다. 장재중을 보고 투수와 경기 리드를 보고 배우라는 것이었고, 어느 기간 이후에는 그를 다시 기용하기 시작했다. 김성근 감독이 LG에서 쫓겨 떠난 이후 조인성은 다시 주전 포수 자리를 되찾게 되지만, 그 이후부터는 팀의 성적은 하위권에서 헤매게 되었다. 그리고 팀의 부진한 기간 동안 주전 포수였다는 이유로 조인성이 다시 책임의 논란이 되고 있다.


그러나 그 기간 중에 LG의 투수력이 어떠했는가를 살펴보는 것이 좋겠다. 이진영의 보상 선수로 SK로 가서 2군에 있는 이승호가 한 해 에이스 역할을 했고, 다음 해에는 최원호가 잠시 12승으로 팀의 에이스였다. 2006년 감독 경질 사건이 있었던 해, 유일하게 10승을 거둔 투수가 어제 그 문제의 주인공 심수창이었다. 그러나 그의 방어율을 보면 에이스라고 하기에는 어울리지 않았다. 2007년 FA로 영입한 박명환이, 작년에는 봉중근, 옥스프링. 그리고 올해는 옥스프링도 사라지고 봉중근 하나 믿고 시즌을 버티고 있다. 기껏해야 1년에 한 명 10승 투수가 나올 정도로 빈약한 투수력이다. 그렇다고 중간계투와 마무리가 튼실한 것도 아니다. 94년 우승 당시 맹활약했던 민원기, 차동철, 강봉수의 중간계투진이 그리워질 정도로 2000년대 들어서는 선발보다 더 허약한 불펜 덕분에 이기던 경기조차 막판에 내어주는 일이 잦아졌다.


조인성 이전 LG의 포수 김동수는 본인의 능력도 뛰어났지만, LG의 좋은 투수들과 함께 시간을 보냈기에 더 빛이 날 수 있었다. 김용수, 정삼흠, 김태원, 이상훈 등의 투수와 호흡을 맞추었고, 당시 LG의 투수 운용은 다른 팀들이 배워서 선발-중간계투-마무리 시스템을 구축할 정도로 선진화되어 있었고, 불펜 역시 상당히 우수한 편이었다. 현재 한국프로야구 최고의 포수는 박경완이라고 하지만, LG가 좋은 성적을 내고 반대로 박경완이 몸담고 있던 쌍방울의 성적이 하위권일 때는 김동수와 박경완을 라이벌이라고 하면서도 김동수를 조금 높게 보는 것이 일반적이었던 것 같다. 그러나 김동수가 삼성 이적 후 최악의 시간을 보내는 동안, 박경완은 투수왕국 현대를 거쳐 SK로 오면서 우수한 투수들과 호흡을 맞추게 되고 절대적인 명성을 얻게 되지 않았나 조심스레 생각을 해본다.


좋은 포수의 유무가 투수들의 능력 향상에 영향을 미치는 점은 부인할 수 없지만, 그보다 투수들의 능력이 얼마나 뛰어나느냐가 결정적인 부분이라고 본다. 포수가 아무리 리드를 잘 하고, 타자가 미처 예상하지 못했던 곳으로 공을 달라고 한들 투수가 그 곳에 던지지 못하면 무슨 소용이 있을까. 덕아웃에 노트북이 들어와 있고, 각 팀의 전력분석원들이 상세한 보고서를 작성하는 요즘 타자들에 대한 데이터 분석을 하지 않고 나오는 포수가 어디 있으며, 데이터를 나몰라라 하고 자신의 감만 믿고 경기하지도 않을 것이다. 물론 순간순간 자신의 노하우와 분석으로 결정구를 구사하도록 하여 효과를 보기도 하지만, 그것도 투수가 따라와주어야 가능한 일이다.


근본적인 원인을 찾아보자면 현재 팀의 주축 혹은 베테랑 급이 되어 있어야 하는 90년대 후반부터 2000년대 초중반에 입단한 투수 치고 제대로 성장을 한 선수들이 없다. 아마시절 국가대표 에이스였던 경헌호는 타구에 안면을 맞은 이후부터 구위가 뚝 떨어져 프로 입단 이후 중간계투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고, 가능성 많았던 고졸 신인 김민기는 2000년대 중반 잠시 중간에서 활약했다가 지금은 1군 엔트리에 올라오기도 힘들고, 그나마 성공했던 케이스였던 이동현은 부상으로 수 년간 재활 끝에 복귀했지만 빠른 공은 사라져 버렸다. 먹튀의 원조 이정길부터 데뷔 시즌 제구가 되지 않는 빠른 공을 던지던 김상태, 배영수와 우열을 가리기 힘들었으나 프로 입단 후에는 완전히 극과 극이 되어버려 방출당한 장준관이라든지, 투수에서 성공하지 못하고 타자로 전향한 김광삼까지 2000년대에는 아예 투수를 길러내지 못했다. 정확히 말하자면 90년대 후반부터라고 해도 될 것이다.


현재 투수코치인 김용수의 은퇴 이후 LG는 마운드에서 에이스라고 불릴만한 선수가 있지도 않았고, 다른 팀에 가면 기껏해야 선발 로테이션에 드는 선수들이 한 해씩 돌아가면서 에이스 역할을 했을 뿐이다. 거기에 물량공세로도 해결이 되지 않는 구멍난 불펜진과 노벨문학상에 도전하는 마무리 투수들. 이런 투수들을 가지고 경기를 하는데 아무리 포수가 뛰어나서 리드를 잘 한다고 해도 경기를 이길 수 있었을까? 더군다나 올해 이전 LG의 공격력은 극악에 가깝던 수준이 아니었던가.


그런데 오늘 LG가 이겼으니 기사에 조바깥이 없어서, 김태군이가 마스크를 쓰니 팀이 이긴다는 댓글이 줄을 이을 것 같다. 아마 오늘 투수가 존슨이 아니라 심수창이나 정재복이었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LG를 응원하면서도 조인성과 4년 34억의 계약에 대해서는 "글쎄?" 라는 말이 먼저 나오고 그가 과대평가된 부분이 있음은 인정, 아니 그렇다고 생각한다. 더군다나 올해 조인성은 팔꿈치 부상 덕분에 그의 장기인 "송구 능력"을 잃어버렸다. 개인적인 느낌인지는 몰라도 패스트볼이나 원바운드공에 대한 블로킹 실패도 잦고 몸놀림이 조금씩 둔화되고 있는 것 같다. 그러나 어제까지 그를 주전으로 고집했던 것은 그것도 4강에 목을 매야 하는 김재박 감독을 비롯한 코치진들이 그랬던 것은 일반인들이 아닌 야구를 직업으로 해왔던 이른바 "전문가" 라는 사람들이 보기에 최선의 방법이었기 때문이었을 것이라고 본다.


간혹 김정민이 마스크를 쓸 때와 조인성이 마스크를 쓸 때의 기록을 토대로 조인성을 더 바보를 만들기도 하는데, 사실 이 기록 중의 가장 큰 맹점은 에이스 봉중근이 김정민과 함께 등판을 했다는 것이다. 김정민의 투수 리드가 조인성보다는 다소 낫다고 생각하지만, 그것이 결정적인 차이를 만든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김정민이 있을 때 8연승을 하였지만, 올시즌 붕괴의 시발점이었던 SK와 잠실 3연전부터 KIA와의 광주 원정에서 부상으로 그라운드를 떠날 때까지도 김정민이 포수 마스크를 쓰고 출전을 했다. 특히 김정민이 쓰러진 날은 봉중근조차 대량실점으로 무너진 날이었는데, 김정민 대신 조인성이 주전으로 나오기 때문에 팀이 무너졌다고 주장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그러나 조인성 역시 상당 부분 잘못한 점이 있음은 부인할 수 없다. 팀의 주장이자 베테랑으로서 후배 투수를 다독이고 경기를 이끌어가지 못한 점, 특히 대량 실점을 한 상황에서 손목이 아픈지 시간을 끌면서 공을 던지는 투수에게 경기가 끝나고 나서 이야기를 해도 될 부분을 교체 시점에 해야만 했을까 싶다. 본의와는 달리 그렇게 나타나는지 몰라도 투수들이 간혹 어이없는 공을 던질 때 황당한 듯 투수를 노려보는 것은 경기를 보다보면 "저건 아니다" 는 말이 절로 나온다. 계속 끄집어내자면 공격에서도 시도 때도 없는 풀스윙으로 득점 기회를 날리는 것을 보는 것도 전혀 달갑지 않다. 오죽하면 팬들이 "희생삼진" 이라는 용어를 만들어냈을까 싶기도 하다.


어느 팬은 조인성의 차 유리창을 부수고 가기도 했다는데, 지는 것이 누구보다 기분 나쁜 선수가 자꾸 패배의 원흉으로 몰리고 게시판에서 논란이 되는 것을 보고 마음이 편할 리는 없을 것이다. 오죽하면 프로 11년차 베테랑 포수에게 벤치에서 사인을 내어줄 정도였겠나 싶다. 팬이면 응원 뿐 아니라 비판도 삼가지 않아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비판이 도를 넘어 비난이 되어서는 안 되지 않겠나 생각을 해본다. 조인성 선수도 이번을 계기로 심기일전하고, 본인의 아쉬운 점도 고쳐 돌아오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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