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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 김재박 감독의 명언, "내려갈 팀은 내려간다" 는 말이 맞다면 올해 이 말에 해당하는 팀이 LG는 아닐까 우려가 된다. 어제 경기는 지난 두 경기와는 다르게 1회 실점 이후 바로 역전에 성공하며 앞서 나갔으나, 계투진의 부진으로 역전패하며 4연패에 빠졌다.

 


불행히도 지금 상위권에서 내려갈 팀이라면 김재박 감독의 LG가 가장 가능성이 높다. ⓒ 엑스포츠뉴스



선발 등판한 최원호는 박정권에게 홈런을 맞은 이후로  큰 위기를 맞지도 않았고 경기를 잘 이끌어 갔으나, 정성훈의 실책성 플레이 이후 박재상에게 2점 홈런을 맞고 말았다. 한 점 차로 추격당한 상황에서 간신히 5회를 마쳐 승리투수 요건을 갖추고 마운드를 내려왔으나 계투진의 부진은 그의 승리를 날려버렸다. 양 팀 선발 투수에 대해 투구시 이중동작에 대한 논란이 잠시 있었으나 양 팀 팬들에게 짜증을 불러왔을 뿐 경기에는 큰 지장을 주지 않았다. SK 선발 송은범은 1,2회 4실점으로 불안했으나 3회부터 완벽에 가까운 투구를 하며 생애 첫 완투승을 올렸다.



SK와의 이번 3연전은 1승도 건지지 못한 것도 문제지만, 여전히 불안 요소가 많이 있음을 보여주어 과연 LG가 4강 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있을지 깊은 우려를 자아내었다. 이진영, 정성훈의 영입 이후 야수들의 주전 경쟁이 심화되었다고 하지만, 실제로 여기에 영향을 받은 사람은 벤치로 밀려난 안치용 뿐이다. 내야 3루수는 정성훈의 영입 이후 김상현과 박기남을 기아로 트레이드하여 사실상 그의 경쟁자는 없다고 보아도 무방하다. 유격수 권용관은 건강하다면 그의 타격과 수비와 상관없이 붙박이 주전이 확실하고, 박경수가 손등 부상으로 1군에서 말소가 되었지만 회복 후 큰 경쟁 없이 2루수로 복귀할 것은 쉽게 예측이 가능하다. 2군에서 펄펄 날며 기대를 모으던 박병호와 이병규는 1군에서는 자리를 잡지 못하고 있고, 한동안 노장 최동수의 자리를 위협하지는 못한다.



SK와 두산에는 있지만 LG에는 없는 것은 내부 경쟁으로 인한 전력 상승과 주전 선수의 부진시 대체 선수의 활약 여부, 즉 선수층의 차이다. LG는 여전히 주전 선수와 백업 선수의 격차가 커서 잘 나갈 때는 문제가 없겠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에는 상당한 위험성을 가지고 있다. 경기마다 처음 출전 명단에 넣은 9명의 야수들이 경기를 이기도록 해야 한다는 것인데, 이들이 매일 최고의 컨디션을 유지할 수 없는 것은 너무도 당연한 사실이다. 소위 말하는 1.5군급의 선수들의 활약으로 경기를 이기는 다른 팀들과 비교했을 때 LG의 벤치 멤버들의 활약은 초라할 뿐이다. 주전 선수들의 컨디션이 좋지 않을 때 대신 들어와서 깜짝 활약을 펼쳐줄 선수도 없고, 감독이 경기에서 중요한 순간마다 작전을 낼 만한 선수도 없으니 상대방이 분석하기도 대비하기도 참 좋은 상대가 아닐 수 없다.



플래툰 시스템의 탓이겠지만 여전히 한 방이 있는 김재현이 대타로 나올 정도로 선수층이 두터운 SK나, 어린 선수를 계속 발굴해내며 선수층을 넓혀가는 두산이 올해 포함 3년째 1,2위를 다투는 것이 시험에서 잘 찍어서 좋은 성적 나오는 것처럼 운빨이 좋아서가 아니다. 그동안 시간을 가지고 전체적인 전력을 키워왔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다. 반면 LG는 타선에서는 이대형 이후 주전 자리를 위협하는 어린 선수조차 등장하지 않고 있으며, 유망주라는 선수들은 2군의 본즈와 로드리게스만 되고 있다. 김재박 감독의 계약 만료, 그리고 구단과 팬들의 염원에 올해는 어떻게든 4강 이상에 포커스를 맞추겠지만, 선수들의 능력을 끌어올려 선수층으을 넙혀야 할 것이다.



이번 3연전에서 리그 팀타율 1위 SK를 만나면서 중간 계투진의 부실도 확연히 드러났는데, 동점 내지 1~2점차의 긴장된 상황에서 리드를 이끌어 갈 확실한 불펜 투수가 없는 점은 상당히 걱정되는 부분이다. 타격이 폭발하여 대량득점하여 이기는 경기가 자주 있는 것도 아니고, 순위 다툼을 하다보면 근소한 점수차의 승부가 많이 이어질 수 밖에 없는데 이 상황을 지켜줄 투수가 없다는 것은 상대적으로 강한 불펜을 가진 두산, 삼성 등 순위 경쟁 후보 팀들과 대결시 불리하게 작용할 것이다. 그리고 중간에서 리드를 유지하더라도 경기를 마무리지을 확실한 투수가 없다는 것은 시급하지만 쉽게 답을 찾아낼 수 없는 과제다.



연패 중인 히어로즈와의 데스 매치에 나서는 정재복의 어깨가 무겁다. 역시 연패 탈출을 노리는 그의 상대는 현대 시절의 에이스 김수경이다. 두 선수 모두 반드시 이겨야 한다는 부담이 있어 투구에 방해가 되지 않을 지 다소 염려된다. 경기에 져서 연패를 이어가는 팀이 받게 될 데미지는 매우 클 것으로 보인다.

 

 

3연패 후 6연승으로 분위기 완전 탈바꿈한 두산과 3연패를 당하며 5위로 밀린 삼성의 대결. 연패는 탈출했지만 여전히 걱정이 많은 한화, 롯데의 경기. 스승의 날 맞이로 사제 격돌을 벌이는 SK와 KIA의 경기 모두 흥미진진하다. 4위로 올라온 KIA가 3일전 LG가 그랬던 것처럼 최강 SK를 놓고 시험에 든다.



연패를 끊어야 하는 책임을 가지고 마운드에 오른 “의사” 봉중근은 8이닝동안 7안타 1볼넷을 내어주며 2실점(1자책)으로 여전히 믿음직스러운 투구 내용을 선보였으나, 야수들의 도움을 받지 못하며 4패(3승)째를 안았다. 유일한 수확이라면 방어율을 2.44에서 2.25로 떨어뜨린 것. SK의 좌완 고효준은 7이닝 1실점으로 최근 부진에서 벗어남과 함께 강적과의 맞대결을 승리로 이끌었다.반드시 이겨야했던 경기를 놓치게 되어 봉중근은 물론 선수단 전체의 실망감이 클 것으로 보인다. 올해의 팀성적이 어떻게 될 지는 아직 장담할 수 없으나, 올 시즌 현재 리그 최고의 투수가 최고 불운한 투수를 2년 연속 차지할 것 같은 불길한 예감이 든다.



봉중근이 한화에 있었더라면 아마 다승 1위를 달리고 있을 것이다. ⓒ 연합뉴스



전날 경기에서 불안한 내야 수비로 연장까지 끌고 간 경기를 아쉽게 내어줬던 LG는 이 날도 박경수의 실책성 플레이(공식적으로는 내야안타)와 권용관의 2개의 실책이 나오며 불안한 내야 수비를 보여주었고, 이는 곧 4회 실점으로 이어지면서 패배의 빌미가 되었다. 반면 SK는 모처럼 1루수로 선발 출장한 정경배가 타격에서는 활약이 없었지만 4회 페타지니의 안타성 타구를 다이빙캐치로 건져내면서 대조되는 모습을 보여 기본이 탄탄한 강팀의 면모를 보여주었다. 봉중근은 실점 이후 5회부터는 안정된 내용으로 완벽한 피칭을 보여주었으나, 아쉽게도 팀이 동점을 만들고 난 직후인 7회초에 모창민에게 높은 공을 던져 좌월 솔로 홈런을 맞고 패전을 안게 되었다. 실투를 놓치지 않은 모창민은 팀 승리의 일등공신이 되었다. 김성근 감독은 어제의 교훈 덕분인지 9회말 투아웃 이후에서도 좌타자 박용택이 등장하자 세이브를 눈 앞에 둔 마무리 정대현을 내리는 강수를 두며 철저하게 승리를 지켰다.


들쑥날쑥한 제구력을 가진 투수 공략에 여전히 애를 먹는 LG타선은 안타는 다섯 개밖에 치지 못했지만 볼넷 역시 다섯 개(고의볼넷 1개 포함)를 얻어냈음에도 불구하고, 잔루를 9개나 남긴 비효율적인 공격을 하는 부진한 경기였다. 타순을 전체적으로 볼 때 페타지니를 제외한 좌타자 박용택, 이진영, 이대형은 이미 슬럼프에 접어들었는데, 이들이 팀 타선에서 차지하는 비중과 7,8,9번 하위타선의 중량감이 크게 떨어지는 것을 감안하면 당분간 활발한 득점력은 기대하기 어려울 듯하다. (전날의 대역전극 실패 사건에서도 이들의 활약은 두드러지지 않았다) 특히 얼마 전까지만 해도 공이 멈춰있는 것 같다고 하던 박용택은 이 날 삼진을 세 개나 당하며, 3할대로 복귀하려는 노력을 하고 있으며, 계속되는 하향세에도 가끔 하나씩 쳐주며 버티던 이진영은 어제는 만루에서 병살타, 오늘은 병살을 간신히 면하는 땅볼을 치며 기회를 살리지 못한 채 계속 타율을 까먹고 있다.


한편 유지현 이후 무주공산 상태에서 권용관의 자연독점 상태가 되어버린 LG의 유격수는 상당한 고민거리로 작용할 듯하다. 권용관은 타격은 좋지 않지만 수비력은 최상급이라는 말을 듣던 선수였으나, 최근 몇 년간은 수비력마저 의심스러운 상태다. LG가 하위권에 머무르는 기간 동안 전체적인 팀의 부진으로 이 문제가 크게 부각되지는 않았지만, 그의 수비 범위는 좁아지고 있으며 단순한 타구에서 실책을 많이 저질러 안정감도 떨어지고 있다. 신인 최대어로 지명했던 박경수는 성장이 답보 상태인데다 어깨 부상 전력 덕분에 유격수 수비는 버겁고, 박용근 역시 수비가 불안하여 유격수로의 중용은 어려운 상태. 한동안 어쩔 수 없이 권용관-박경수 체제로 갈 수밖에 없는데, 이는 불펜진의 약세, 강력한 마무리 부재의 뒤를 잇는 문제점으로 보인다.


상대 선발이 좌완 투수인 덕분에 오늘도 선발 출장의 기회를 가진 안치용은 초반에는 볼넷을 두 개 얻어내는 활약을 보여주었으나, 나머지 두 차례는 삼진으로 물러나며 큰 임팩트를 주지 못했다. 그 중 한 번은 스트라이크 낫아웃 상태에서 멍하니 바라보다가 아웃이 되어 타격은 물론이요 주루 부분을 특히 신경을 써야 할 것으로 보인다. 전력 질주하여 몸을 날리는 정성훈처럼 승리를 향한 투지 있는 모습을 찾을 수 없어 안타깝다. 난세의 영웅이라서 팀이 치세가 되어가고 있어서일까, 작년과 같은 활약이 나오지 않아 본인도 답답하겠지만 분발이 더욱 필요하다.



3루쪽 내야안타를 치고 1루로 전력 질주하다 충돌하여 쓰러진 정성훈 ⓒ 연합뉴스



이 경기는 단지 한 경기의 승패를 떠나 올 시즌 LG가 어느 정도의 힘을 가졌는지를 볼 수 있는 기회였기 때문에 패배가 상당히 아쉽다. 1패를 더한 것보다 연승의 좋은 분위기를 완전히 마감했다는 것, 그리고 전날 연장 대접전(그것도 역전 직전에서 침몰해버린) 후유증으로 인한 사기 저하 등의 패배의 충격과 함께 단 두 명의 FA영입으로는 해결되지 않는 수많은 문제점이 다 드러났기 때문이다.


만일 이 경기를 승리로 이어갔더라면 4강 길목과 포스트 시즌(4강에 진출한다면)에서 반드시 부딪혀야 할 상대 SK와의 경기에서 작년에 5승 13패의 열세로 잃어버렸던 자신감을 갖기에 충분할테고, 반전의 기회를 맞이할 수 있었을 것이다. 야수들의 실책도 이기는 경기였다면 좋게 넘어갈 수 있겠지만, 연패로 몰리는 상황에서는 당사자들에게 더욱 부담이 되고 팀에 미치는 부정적인 영향이 크다. 타격의 부진도 이기는 상황에서 못 치는 것이라면 여유있게 타격 페이스를 끌어올릴 수 있겠지만, 연패 중에는 급하게 방망이가 나가서 더욱 타격감은 나빠지게 된다. 반대로 SK는 경기가 역시 뜻대로 되지 않는 어려운 경기에서도 어떻게든 승리를 챙기는 2년 연속 통합 우승팀의 역량을 보여주었다. 진정한 강팀의 여부는 타선의 폭발과 철벽 마운드의 상대 타선 봉쇄만으로 되는 것이 아니고, 안 좋은 날에도 승리로 이끌어 갈 수 있는 힘을 가지고 있느냐에 달려 있는 것이다. 아쉽게도 LG는 이 시험을 통과하지 못했고, 앞으로 목표인 4강 진출을 위해서는 험난한 여정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일부 선수의 집중력이 결여된 모습은 아직 수 년간의 하위권 악몽에서 벗어나지 못한 선수들에게 다시 안 좋은 영향을 미칠 수 있으니, 심기일전하고 끝까지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보여주어야 할 것이다. 어제 완전히 무너진 듯한 상황에서도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따라붙은 투지와 노력이 오늘 1루측 내야 관중석을 가득 메운 관중들의 발길을 경기장으로 향하게 했듯이, 그들을 실망시키지 않기 위해서라도 다시 도전하고 시작하는 마음가짐으로 경기하기를 기대해본다.


내일 선발 등판이 예상되는 최원호는 에이스도 해내지 못한 연패탈출의 중임을 수행할 수 있을지, 아니면 롤러코스터를 타고 내려갈 지 주목이 된다. 불안한 가운데서도 이기는 경기는 잘 이끌어 갔던 그였기에 노련한 김정민과 함께 좋은 투구를 하기를 기대해본다. 8연승 이후 3연패에 빠진 LG는 타선이 부진에 빠짐에 따라 주자가 나갈 때 확실하게 득점을 하는 것에 더 신경을 써야 할 것으로 보인다.

 


두산은 히어로즈를 상대로 연승을 이어가며 분위기를 완전히 바꾸며 안정된 전력을 보여주고 있고, LG의 배신으로 충격을 받은 동맹군 KIA와 롯데는 나란히 승리를 거두었다. 히어로즈의 분발이 필요한 시점.



어제의 SK전은 잦은 실책과 구원투수들의 난조로 그다지 질이 높은 경기였다고 할 수는 없지만, 양팀의 불붙은 타선과 도망가면 따라붙고 도망가면 다시 따라붙는 극적인 장면 연출로 흥미진진한 경기였다. LG는 아직 전력이 안정되지 않은 모습을 여실히 보여주었지만 분위기를 타면 걷잡을 수 없이 불붙는다는 것을 다시 보여주었다. 양 팀 모두 경기가 잘 풀리지는 않은 가운데 SK는 특기이자 자랑인 이기는 야구를 하며 승리의 9부 능선을 넘어섰으나. 9대 1로 앞선 9회말 대거 8실점을 하며 연장으로 가고야 말았다. LG는 2위가 어울리지 않는 자리인지 7회 무사 1,2루와 8회 무사 만루의 찬스를 날리고 9회초 실책과 함께 5실점을 하며 맥없이 패하는 듯하더니 9회말 투아웃에 경기를 다섯 시간이 넘는 장편 드라마로 만들어버렸다.



9회말에 무려 8점이나 뽑아냈다. 그것도 8회까지 단 1점에 그치던 팀이 ⓒ 연합뉴스



경기 초반 SK의 선발 전병두는 폭투를 3개나 기록할 정도로 제구가 들쭉날쭉한 상황에서도 삼진을 6개 잡으며, 5이닝을 무실점으로 막으며 승리투수 여건을 갖추고 내려갔다. 예전부터 LG는 간혹 상대 에이스를 두들기다가도 제구가 불안한 롤러코스터형 투수를 상대로 고전하는 모습을 보여왔는데, 이 날도 전병두에게 꼼짝없이 눌리며 타선이 식다 못해 아주 얼어버린 듯한 모습이었다. LG의 선발 이범준은 5와 2/3이닝 동안 홈런 1개 포함하여 3실점으로 무난한 내용이었지만, 아쉽게도 승패를 기록하지 못하였다.

LG는 3대 0으로 뒤진 7회말 추격의 점수를 뽑지 못하고, 8회초에 추가 실점을 하면서 경기의 주도권을 SK에게 넘겨주었다. 예상 밖으로 8회말에 무사 만루를 만들어내면서 추격의 가능성도 살짝 내비치기는 했지만 이진영의 병살타가 나오면서 단 1점을 얻는데 그치고, 9회초의 자멸 분위기 속에서 5점을 내주며 패배 직전까지 갔다. 야구의 신도 8점차면 충분하다고 생각을 했을까, 8회 2사에 마운드에 올려 위기를 잘 수습했던 마무리 정대현을 정우람으로 교체하면서 사단이 일어나고야 말았다. 결과와 상관없이 경기 시간을 끌기만 하는 듯해보였던 김정민의 안타에 이어서 타자일순하며 SK가 자랑하는 계투진 김원형, 이승호를 차례로 불러내 두들기며 기어이 경기를 연장으로 끌고 갔다. 오히려 9회말 2사 만루 풀카운트에서 정성훈을 중견수 뜬공으로 막아내 대역전패를 모면한 SK로서는 다행스러운 상황이었다. 대주자로 들어왔던 김태완은 9대 7로 뒤진 2사 만루에서 자신의 시즌 첫 안타를 동점 2타점 2루타로 신고했다.



야구는 9회말 투아웃부터라고.. 극적인 동점타를 때린 김태완 ⓒ 조이뉴스



연장 10회는 충격을 받고 쓰러질 듯하던 SK가 기어이 점수를 내며 다시 승리에 가까이 다가갔으나, LG는 페타지니가 X존과 상관없는 중월 솔로포로 다시 동점을 만들며 이승호를 강판시켰다. 그러나 12회초 LG의 마무리 우규민이 마운드에 올라와 6실점을 하여 16대 10으로 패하고 말았다. 우규민은 모창민에게 빈볼을 던져 퇴장을 당해, 선발 투수를 제외한 1군 엔트리를 모두 소진한 LG는 지명타자 최동수가 대신 마운드에 오르는 진풍경을 연출하기도 했다.



이것은 고교야구도 아니고 프로야구에서 벌어진 일이다



그러나 LG는 8연승을 하는 상승세 속에 감추어져 있던 불안 요소가 한꺼번에 터져나오는 아쉬운 모습을 보여주었다. 최근 주전 경쟁에서 밀려 대타로 나오다 모처럼 선발 출장한 안치용은 집중력을 잃은 주루플레이로 1사 만루가 될 수 있었던 기회를 2사 1,2루로 만드는 어이없는 상황을 연출했는데, 여러 번 나오는 그의 미숙한 주루플레이는 그의 주전 경쟁에 결코 도움이 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대구에서 좋은 활약을 했던 박용근은 공식적으로 기록된 실책 1개를 포함, 여러 차례 어설픈 수비를 보여주며 주전 자리를 차지할 수 있는 기회를 스스로 날린 듯이 보인다. 그러나 박용근 뿐 아니라 박경수, 김태완 등 내야수들의 수비가 전체적으로 미덥지 못한 모습이라 분발이 필요하다.

1군 엔트리에 등록되면서 마운드에 오른 이재영은 수비 실책의 탓도 있지만 9회초 마지막 아웃카운트를 잡지 못하며 무너지는 모습을 보여주어 여전히 중요한 순간에 역할을 맡기기에는 무리로 보인다. 최동환의 구위가 현저히 떨어지고 상대의 분석에 공략당하며 고전하고 있는 상황에서 정찬헌 역시 부진한 모습을 보여 불펜진의 불안한 상황이 당분간 이어질 것 같다. 좋아지는 모습을 보이던 우규민 역시 실책이 단초가 되기는 했지만 최악의 난조를 보이며 6실점을 했고 빈볼로 퇴장까지 당하였다. 안정을 찾아가는 선발진과는 달리 여전히 불안한 불펜진은 팀의 고민거리이다.



투수와 야수의 뒷모습을 보던 김정민의 기분은 어떠했을까? ⓒ OSEN



포수를 좌익수로 돌리며 가용가능한 모든 인원을 투입하여 치른 1박 2일의 혈투. 그것도 대역전극을 눈 앞에 둔 상황에서 패한 것이라 실망 속에 상당한 충격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경기 초반부터 스트라이크 판정부터 시작하여 나주환의 데드볼, 우규민의 빈볼 퇴장 등 다소 석연치 않은 부분이 있던 심판 판정이 오히려 팀을 하나로 뭉치게 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도 있어 보인다. 식다 못해 얼어붙던 타선에 불이 붙기 시작한 것도 긍정적인 효과.

반면 SK는 대참극을 피하며 선발 카도쿠라를 마무리로 투입하면서까지 결국 경기를 이기는 강력한 힘을 보여주었으나 8점차 리드를 지키지 못하고 연장 혈전을 치르게 되어 만족스럽지만은 않을 것이다. 특히 완벽한 야구를 추구하는 김성근 감독이라면 불안한 중간계투진을 비롯하여 마음에 들지 않는 부분이 많을 것이다.

내일 에이스 봉중근이 팀의 연패를 끊어야 하는 사명을 가지고 등판을 하며, 상대는 역시 지난 3연전에서 그와 맞대결을 벌였던 좌완 고효준이다. 두산전 8이닝 1실점 등 최근 안정된 투구 내용을 보여주고 있는 봉중근에 비해, 고효준은 갈수록 노출이 되며 공략을 당하는 모습이어서 봉중근에게 무게가 실린다고 보인다. 그러나 이 경기를 놓칠 경우 홈 3연전을 모두 놓칠 가능성이 있으므로 LG로서는 반드시 잡아야 할 경기다.


두산은 LG를 3위로 밀어내며 1주일 전에 내주었던 2위를 되찾아오며 왔다. 한화는 김텔미가 홈런 2개로 다이너마이트 타선에 불을 지피며 6연패를 끊었다. 롯데는 삼성을 추격을 따돌리고 승리를 거두며 반전의 기회를 잡았다. 과연 오늘 경기는?




양준혁의 개인통산 최다홈런과 김재박 감독의 최단경기, 최연소 900승, 오승환의 5년 연속 두자릿수 세이브, 김성근 감독의 통산 2000경기 출장까지 많은 기록이 나온 한 주였다. 각 팀은 팽팽한 경기 내용을 보여주며 절대강자, 절대약자도 없는 2009 프로야구의 재미를 더해왔지만 5할을 기준으로 상하위가 나뉘어지기 시작하면서 4강 진입을 위한 대결이 더욱 뜨거워질 것으로 보인다.


SK 와이번스

주간성적 : 4승 1무 1패 (.667) 타율 : .280 (3위) 방어율 : 2.39 (2위)

외국인 투수 두 명이 자리잡기 시작하면서 마운드의 안정을 가져왔고, 덕분에 4승 1무 1패의 호성적을 거두었다. 빈볼 시비로 시끄러웠던 사직 롯데 원정은 꼴리검 등장과 버스 유리창 파손 사건 등의 악재에도 불구하고 2승 1패로 마쳤으며, 히어로즈와의 경기는 2승 1무를 거두었다.

4월 내내 부진하다는 질책을 받아야했던 에이스 김광현은 두 차례 등판하여 2승, 방어율 1.23으로 맹활약했고, 첫승 이후 어려움을 겪던 카도쿠라도 2승째를 챙겼다. 타선에서는 3경기 연속 홈런을 쏘아올린 박경완의 활약이 돋보인 가운데, 역전 홈런의 명수 박정권과 타격 부진에 시달리던 최정 역시 좋은 모습을 보여주었다.

주중에는 잠실로 이동해 선두를 위협하는 LG에게 문학에서의 패배를 되갚아주고, 극강의 모습을 보인 KIA를 문학으로 불러들여 독주를 위한 준비를 하는 것이 김성근 감독의 생각일 듯.



LG 트윈스

주간성적 : 5승 1패 (.833) 타율 : .297 (2위) 방어율 : 1.53 (1위)


3위로 시작하여 2위로 기분좋게 한 주를 마쳤다. 아쉽게도 연승행진은 8에서 멈추었지만, 작년에 일찌감치 최하위를 확정하고 독주를 하던 팀이라고는 믿어지지 않는 투타의 조화를 보여주었다. 상대전적에서 늘 밀리던 두산과의 원정 3연전을 독식하고, 올시즌 1승 4패로 밀리던 삼성과의 경기도 2승 1패로 마쳤다.

경기당 평균 10개의 안타를 때려낼 정도의 불방망이를 과시했으나, 주말 경기에서 삼성의 투수진을 상대로 다소 주춤한 모습을 보여 타격 싸이클이 내려갈 것인지 아니면 다시 올라갈 것인지 주목된다. 마운드에서는 이범준을 제외한 전 선발투수가 승리를 챙기는 호투가 이어졌고, 정찬헌을 필두로 류택현-오상민의 좌완 계투진과 마무리 우규민까지 좋은 모습을 보여주었다.

올시즌 2승 1무로 앞서고 있는 선두 SK를 홈으로 불러들여 선두자리를 노리며, 8연승의 신바람을 시작했던 히어로즈를 상대로 목동에서 주말 3연전을 치른다. SK와의 3연전은 5월의 상승세를 이어갈 수 있는지를 가늠할 수 있는 기회.



두산 베어스

주간성적 : 3승 3패 (.500) 타율 : .225 (6위) 방어율 : 4.17 (5위)

어린이날 12대 0의 참담한 완봉패를 비롯, 최근들어 전혀 상상조차 할 수 없었던 LG전 3연패를 당하며 3위로 내려 앉았지만 한화에 3연승으로 화풀이하면서 4연패의 위기에서 탈출했다.

LG전에서는 3경기에서 고작 2점에 그치는 빈타였지만, 한화전에서 다소 살아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특히 김현수, 김동주, 클린업트리오가 불방망이를 휘두르며 공격을 주도하고 있다. 무너진 선발진은 신예 홍상삼의 출현이 큰 힘이 되고 있으며, 역시 LG전에는 부진했지만 이재우, 임태훈의 필승계투진이 한화전에서는 좋은 활약을 보여주었다.

올시즌 승리를 거두지 못했던 히어로즈와의 경기는 상승세의 분위기를 타고 있어 유리할 듯보이지만, 배수진을 치고 나올 히어로즈의 반격 역시 주목해야 할 부분. 삼성과의 주말 3연전은 4강 후보간의 격돌이라 불꽃이 튈 것으로 보인다.



삼성 라이온즈

주간성적 : 4승 2패 (.667) 타율 : .300 (1위) 방어율 : 4.67 (6위)

한화와의 3연전을 타력으로 맞장떠서 독식하고 홈에서 상승세의 LG를 만나 2연패를 했지만 마지막 경기를 잡아내면서 4승 2패의 호성적으로 한 주를 마감했다.

3할의 팀타율에서 보여지듯이 타자들이 전체적으로 상승세에 있으나 신명철의 맹활약과 LG전을 승리로 이끈 하위타선에 비해 중심타선이 다소 주춤한 모습을 보여 다소 아쉬움을 남겼다. 투수진은 최강의 계투진에 반해 선발진이 배영수가 여전히 위용을 찾지 못하고 있는 등 확실한 카드가 없어 어려움을 겪고 있다.

롯데와의 부산 3연전과 두산과의 서울 3연전 등 원정 6연전의 강행군이 예정되어 있다. 탈꼴지를 노리는 롯데와의 경기 결과가 두산과의 3연전에도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KIA 타이거즈

주간성적 : 4승 2패 (.667) 타율 : .237 (5위) 방어율 : 3.69 (3위)

LG의 활약에 가려져 빛이 나지 않았을 뿐이지 히어로즈, 롯데와의 3연전을 모두 2승 1패로 마감하며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승률은 5할이 되지 않지만 승과 패의 숫자가 같은 수준으로 복귀하여 언제든지 4강으로 치고 올라갈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하였다.

선발투수가 남아돌아 6인 로테이션을 쓸 정도의 강한 투수력을 자랑하지만 여전히 불펜의 약점이 남아있어 위험이 도사리고 있다. 그러나 투수진보다 타선의 부진이 더 큰 문제. 그나마 맹활약하던 최희섭의 부상 역시 팀에는 악재로 작용할 것으로 보이며 그의 부상 정도와 경기력 변화가 관심이 가는 대목이다.

투수진이 무너진 한화와의 원정 3연전은 승수쌓기에 좋은 기회로 보이지만, 주말 천적 SK와의 원정 3연전이 기다리고 있어 4강 진입에 가장 큰 걸림돌을 만나게 되었다.



한화 이글스

주간성적 : 6패 (.000) 타율 : .207 (8위) 방어율 : 4.76 (7위)


투타에서 최악의 모습을 보이며 6연패를 당하고 승패가 +1에서 -5로 뒤바뀌며 6위로 추락했다. 예상밖의 폭발적인 공격력을 보여준 삼성과의 난타전에서 패배한 이후 타선의 침묵 속에서 두산전을 내리 쉽게 내어주고 말았다.

류현진을 제외하고 믿음이 가는 투수가 없어 고민 중인 마운드는 류현진마저 패배하면서 수렁 속으로 빠져들었고, 내야의 불안한 수비도 가뜩이나 불안한 마운드를 더욱 불안하게 만들고 있다. 김태균과 이범호가 부상 이후 타격의 난조를 보이고 있어 자랑이던 다이너마이트 타선마저도 뇌관이 제거된 상태다.

무시무시한 선발진의 위력을 자랑하는 KIA와의 홈 3연전에서 다이너마이트 타선이 재폭발하여 타격전으로 승부를 내어 이기는 것이 부진탈출을 위해 필요하며 주말에는 부산을 찾아 역시 부진한 롯데와 "너 죽고 나 살기" 대결이 예정되어 있다.



히어로즈

주간성적 : 1승 1무 4패 (.167) 타율 : .244 (4위) 방어율 : 5.89 (8위)

어린이날 짜릿한 역전승의 분위기를 이어가지 못하고 1무 4패를 하면서 계속 7위에 머무르고 있다. 8일 SK전에서 승리로 이어가지 못한 점은 아쉬운 대목.

자랑인 좌완 3인방 중 마일영, 장원삼이 여전히 작년의 위력을 찾지 못하고 있는 등 마운드의 총체적 부진이 팀의 부진으로 이어지고 있으며, 타선 역시 선수들이 돌아가면서 부진에 빠져 좋은 흐름을 이어가지 못하고 있다. 호인 김시진 감독의 불호령 사건에서 보이듯이 더 이상의 추락을 막기 위한 분발이 예상된다.

이현승, 마일영을 앞세운 두산과의 목동 3연전이 분위기 전환의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이며, 상승세의 LG를 불러들이는 주말 3연전은 선발로테이션을 고려할 때 다소 버거워보이지만 두 팀의 주중 3연전 결과에 따라 흐름이 달라질 수도 있다.



롯데 자이언츠

주간성적 : 2승 4패 (.333) 타율 : .212 (7위) 방어율 : 3.81 (4위)


꼴리검 사건 등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SK전 15연패의 사슬을 끊고 분위기 반전을 노렸으나, 광주 원정에서 1승 2패로 주저앉고 말았다.

기존 투수들의 거듭된 부진에도 불구하고 이상화, 김유신 신예들의 활약은 마운드에 활력을 불어넣어 주었다. 여전히 실종된 에이스 손민한과 작년 안정된 선발진을 구축했던 투수들의 분발이 필요하다. 최악의 부진을 보이는 가르시아를 비롯한 전반적인 타격 페이스의 추락은 공수부조화를 이루어 계속 최하위에 머물고 있다. 로이스터 감독의 호쾌한 야구를 위해서는 타자들 역시 분발이 필요한 상황.

삼성과의 사직 홈경기에서 분위기 반전을 노리며, 한화와의 3연전은 결과에 따라 어느 한 팀의 초중반부 레이스에 큰 상처를 입힐 수도 있다.

이번 일요일 경기는 방송 중계 관계로 5시가 아닌 2시에 열렸는데, 지난 4월 26일 롯데와의 낮경기에서도 패했던 LG는 8연승에서 제동이 걸리며 5월의 첫 배패를 맛보았다. 누가 뭐래도 6이닝을 3안타 무실점으로 막은 삼성 선발 크루세타가 경기 승리의 주역일 것이다. 제구 불안으로 선동열 감독으로부터 믿음을 얻지 못하던 크루세타는 자신의 2승을 모두 LG전에서 거두면서 LG킬러의 계보를 잇고 있다. 역시 LG킬러였던 오상민이 방출되자 바로 영입하여 하나의 위협을 제거했고, 전병호마저 은퇴하였지만 새로이 천적을 만드는 것 같아 다소 염려스럽다.



크루세타는 새로운 LG킬러로 떠오르는가? ⓒ 연합뉴스


타선이 식은 것이 감지가 되던 LG 타선은 고작 4안타에 그치며 1점을 내는데 그쳤고, 리드를 잡은 삼성은 권혁-정현욱-오승환으로 이어지는 승리조를 가동하며 연패를 마감하였다. 전날 LG가 하위타선의 활약으로 승리할 수 있었던 것처럼, 오늘 삼성은 하위타선의 현재윤(2루타 2, 2득점)과 손주인(2루타 1, 1득점)의 맹활약으로 다소 부족한 응집력에도 불구하고 승리를 거두었다. LG선발 심수창은 6과 1/3이닝 동안 8안타 3실점으로 퀄리티스타트를 했지만, 타선 지원을 받지 못해 3패(3승)째를 안았다. 8일 남고도 남았던 11점 중 일부를 가져오고 싶었을 것이다.



호투했지만 패배한 심수창 ⓒ 연합뉴스


승부처는 7회였다. LG는 7회초 1사 2,3루에서 권용관의 희생플라이로 1점을 내어 2대 1로 따라붙으며 알 수 없는 상황이 되었으나, 삼성은 7회말 공격에서 현재윤의 2루타를 앞세워 1점을 내면서 3대 1로 달아나 다시 분위기를 가져왔다. 삼성이 7회초 위기에서 동점을 허용하지 않고 막아낸 것과, 추격을 당하자 바로 다시 도망가는 점수를 내며 분위기를 내주지 않은 것이 결정적인 승인이 되었다. 삼성으로서는 9안타에 3볼넷을 얻고도 3점밖에 뽑아내지 못한 공격력이 아쉬울테지만, 선발이 버텨주고 중반 이후까지 근소한 리드만 잡는다면 경기를 승리로 이끌어갈 수 있음을 다시 보여주면서 역시 4강 후보로서 손색없는 모습이다.

LG는 연승행진이 멈추었지만 하위권에서 2위까지 치고 올라온 현재의 상승세와 팀 분위기는 계속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강팀으로 자리하기 위해서는 연패를 피해야 하기에 12일 SK와의 경기가 매우 중요하며, 이 3연전 결과가 남은 5월 성적에 큰 영향을 미칠 것 같다. 수요일 경기에 등판할 것으로 예상되는 에이스 봉중근을 제외하면, 이범준과 최원호가 화요일과 목요일에 등판할 것으로 예상되므로 타선의 활약이 승부를 결정할 중요한 변수가 될 것이다. 식어버린 타선이 선두 질주 중인 SK전에서 어떤 활약을 해줄지 의문이지만 지난 문학 원정 3연전에서처럼 응집력있는 공격력을 보여준다면 SK와도 좋은 경기를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33도까지 오르는 대구의 더운 날씨는 3루수 정성훈이 현기증을 호소하며 쓰러져 교체될 정도로 선수들이 경기하는데 어려움을 주었다. 선수들의 경기력에 방해가 된다면 방송 중계에 맞추기 위한 무리한 경기 일정 조정은 재검토되어야 할 것이다.


한화의 연패탈출 여부와 김광현, 장원삼의 좌완에이스 맞대결도 오늘의 관심거리.

8연승보다 기쁜 것은

2009. 5. 10. 03:47

LG의 5월의 상승세는 여전히 계속되었고, 김재박 감독 부임 이후 첫 8연승으로 선두 SK를 추격하며 다음주 SK와 선두자리를 놓고 벌일 주중 홈 3연전에 대한 기대를 크게 하였다. 양준혁 선수에게 홈런을 내주었지만, 홈런을 친 선수는 물론 야구를 좋아하는 사람 모두가 기뻐해야 할 일이기에 진심으로 축하한다. 다만 홈런을 맞아 평생 양준혁의 기록과 함께 언급될 베테랑 류택현 선수가 다소 안타까운 생각이 든다. 그리고 8연승과 함께 최단경기, 최연소 900승을 달성한 김재박 감독에게도 축하를 전한다.



새로운 역사를 쓰는 341호 홈런을 친 삼성의 양준혁 ⓒ 마이데일리


어제와 오늘(9일)의 경기는 냉정하게 말하면 LG 스스로 잘 해서 이겼다기보다 상대가 실수를 저질러 쉽게 이길 수 있었다. 8일 경기 5회말 2사 박한이의 견제사와 오늘 3회 채태인의 두 차례의 실책(한 번은 야수선택)이 아니었다면 경기의 흐름은 크게 바뀌었을지도 모른다. 그렇지만 경기가 잘 풀리지 않는 가운데서도 승리를 거두며, 어느 정도 전력이 탄탄함을 보여주었다는 점에서 무척 고무적이다.

최근 다소 불안하다고 하지만 삼성의 계투진은 여전히 리그에서 최고 수준의 위용을 자랑하며, 이번 3연전 이전에 벌어진 경기에서 LG는 정현욱-오승환을 앞세운 구원진을 효과적으로 공략하지 못했다. 현재 타선이 폭발 중이고 팀분위기가 상승세라고 하지만 한 두점 정도 뒤진 상황에서 이들을 상대로 동점 내지 역전 점수를 뽑아낼 수 있다고 장담하기는 어렵다. 결론적으로 삼성을 상대로 이기기 위해서는 LG뿐 아니라 다른 6개 구단 모두 아예 초반에 점수를 내어 달아나 필승계투진의 등판을 원천봉쇄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이다. LG는 두 경기에서 이 승리 공식을 그대로 따르며 초반에 리드를 잡아 상대의 필승계투진을 벤치에 앉혀둔 것이 주요했다.

어제 경기에서 6연승의 상승세(최근 9연전 8승 1패)를 이끌던 박용택이 무안타에 그치며 다소 주춤한 모습을 보여주었고, 공격이 살아나는 듯하던 박경수가 부상으로 이탈했지만, 박경수를 대신한 박용근이 깜짝 활약을 펼쳐주면서 쉽게 승리를 거둘 수 있었다. 잘 되는 팀들의 특징은 어느 한 선수가 부진하면 다른 선수들이 활약을 펼치며 늘 안정된 전력을 보여준다는 점인데, 주요 선수가 부진하면 모두가 주저 앉아버리던 작년과는 다른 이 날의 모습은 참 인상적이었다. 오늘은 전반적으로 타선이 살짝 무뎌진 감을 보여주기는 했지만, 최근 부진으로 타율을 까먹고 있던 권용관의 원맨쇼(2안타, 3득점)에 힘입어 승리를 거두었다. 페타지니가 첫 타석 안타 이후 연속으로 범타에 그치고 최동수, 이진영이 안타를 기록하지 못했음에도 하위타선이 주도하여 승리를 이끌었기에, 오히려 작년 6월 26일 한 경기 반짝에 그친 메가트윈스포 발사사건보다 훨씬 값진 승리일 것이다.

LG의 취약한 선발진들이 5회까지 버텨주면서 초반에 무너지지 않는 점도 특기할만한 사항이다. 결과론적인 이야기일 수도 있지만 포수 김정민이 마스크를 쓰고 출전한 이후부터 LG팬들로부터 욕을 먹던 최원호, 정재복 등이 아슬아슬하면서도 점수를 잘 내주지 않는 투구 내용을 보여주며 경기 분위기를 상대에게 넘겨주지 않고 있다. 오히려 그 불안한 선발진이 5인 로테이션은 가장 잘 지켜내고 있고 불펜진도 갈수록 안정이 되어가고 있어서, 어디서부터 손을 써야 할 지 몰랐던 작년과는 상당히 달라진 모습이다. 복귀 시점이나 이후 활약을 장담할 수는 없지만 박명환과 옥스프링이 선발진에 합류한다면, 에이스 봉중근과 선발로 자리를 굳힌 심수창을 제외한 세 명의 선발 투수 자리를 놓고 선수들이 경쟁을 벌이는 것도 볼만할 것 같다. 외야의 주전 경쟁이 선수들에게 동기 부여와 함께 기량 향상의 계기가 되었듯이 선발진의 선의의 경쟁 역시 팀에는 좋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기대된다.



9일 경기에서 5이닝 무실점 승리투수가 된 LG의 정재복 ⓒ 마이데일리


내일 삼성의 선발은 크루세타(1승 2패, 방어율 4.72), LG는 심수창(3승 2패, 방어율 3.35)으로 올시즌 성적은 심수창 쪽에 무게가 실리지만 상대전적에서는 자신의 유일한 승리를 LG전에서 챙겼던 크루세타가 우위에 있다. 약간 주춤한 듯한 LG의 타선은 어린이날에 보여준 연쇄폭발은 조금 어려울 것 같지만, 역시 초반에 크루세타를 두들겨 점수를 뽑아낼 수 있을 것인가와 심수창이 실점을 최소화하며 어느 정도까지 버텨주느냐가 경기 결과를 좌우할 것 같다.


한화의 부진이 계속되고 있다. 선발부터 중간까지 투수진의 총체적 부실에 허덕이는 한화가 그나마 "믿는 도끼"인 류현진의 부진에 연패탈출에 실패하였다. KIA의 김상현은 네 번째 만루포의 찬스를 아쉽게 삼진으로 날리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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