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근



현재 한국 프로야구에서 김성근 감독과 SK만큼이나 논쟁의 대상이 되는 사람이나 팀은 없을 것이다. 골수 LG팬의 입장에서 6년 전에 김성근 감독이 해임되지 않고 LG에 계속 있었더라면 두 번이나 꼴지를 하면서 엘롯기 동맹에 합류하고, 5년만의 8연승 한 번 했다고 주목받는 일은 없었을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지금 그는 내가 응원하는 팀을 며칠 전에 때려부순 적장일 뿐이다.


나는 김성근 감독의 경기스타일을 좋아하지는 않는다는 것을 먼저 밝혀두고 싶다. 이미 떠나간 선수이지만 김재현이 플래툰 시스템에 갇혀 있고, 타자 라인업이 매일 바뀔 정도에 투수들은 벌떼로 등판을 한다. (최근에는 팀 사정상 벌떼 마운드가 어렵다지만) 선수가 사람이 아닌 기계의 부속품처럼 생각한다는 말도 일정 부분 일리가 있다. 그런데 만약 내가 응원하는 팀이 저렇게라도 야구를 해서 이기면 몇 가지 아쉬운 점은 있더라도 기분이 좋더라는 것이다. 투수들이 좌르르 등판하여 꾸역꾸역 경기를 이기고 나면 몇 시간이 걸리더라도 승리의 기쁨을 안고 집으로 돌아오더라는 것이다.


김재박 감독이 LG로 오기로 결정이 되었을 때, 번트야구에 대해서 많은 팬들이 우려를 했다. LG의 신바람 야구하고 김재박 감독의 번트 야구와는 맞지가 않는다고.. 그런데 하도 팀이 바닥을 기고 있어서였을까, 이대형이 기습번트로 출루하고 도루한 다음 2번 타자가 번트로 3루 보내고, 3번 타자가 스퀴즈로 불러들여 점수를 내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매경기를 이렇게 하면 또 불만의 소리가 나오겠지만, 내가 응원하는 팀이 이기는 것을 보고 싶었다. 타선이 강공으로 점수를 낼 능력이 안 된다면 번트를 대서라도 점수를 내서 이겼으면 하는 바램이었다. 다른 팀의 팬이 볼 때는 얄밉고 짜증나는 경기일지라도, 프로 구단은 응원하는 팬들에게 승리하는 경기를 보여주어야 한다. 홈런 6개를 치면서 22대 17로 이기나, 투수 돌려막기와 스퀴즈로 1대 0으로 이기나 승리하는 것은 똑같다. 진정 자신이 좋아하는 팀을 응원하는 팬들이라면 규칙 안에서 경기를 하여 이긴다면 그보다 더 좋은 일은 없다.


김재박 감독이 LG로 와서는 예전만큼 번트를 많이 대는 것 같지 않아 보인다. 당연히 LG의 투수진들이 점수를 지켜낼 수 없으니 경기가 팽팽해서 선취점을 내야 할 때나 하위타선인 경우를 제외하고는 타자들에게 맡기는 것 같다. 작년까지만 해도 김재박 감독에 경질을 요구하는 사람들이 많았는데, 요즘에는 그 수가 확 줄어들었다. 최근 KIA의 조범현 감독 경질론도 조금은 수그러들었다고 하고, 반대로 로이스터 감독에 대한 불만의 소리는 조금 더 많아졌다니 역시 프로는 성적으로 모든 것을 말하는가 싶다.


그나저나 김성근 감독의 경기 스타일 중 잦은 투수교체는 이미 한국 야구의 트렌드가 되었다. 덕분에 우리 경기 시간은 다른 나라보다 훨씬 길고 조금 지루한 면이 있기도 하다. 그런데 이는 열심히 하고 있는 선수들에게 미안하지만 과거처럼 강력한 투수가 없기 때문이라는 생각이 든다. 선동열, 최동원 시절에 이 선수들은 하루 쉬고 나와서도 혼자서 몇 이닝을 무식하리만큼 공을 뿌려주었으나 요즘에는 이런 투수를 찾기가 힘들다. 선발 투수의 완투가 사라져 가고 있고, 중간에서도 2이닝 이상 길게 가 줄 수 있는 투수를 찾기도 힘들다. 사상 최악의 타격전이었던 15일 목동 경기만 보아도 어떻게 한 타자 막기가 힘드니 이런 투수들에게 몇 이닝을 맡기고 한 두번의 투수 교체로 경기를 마무리하는 것은 애시당초 어려운 일이다.


만약에 한 팀의 선발 투수진이 선동열-최동원-이상훈-정민태-봉중근(LG팬이라 취향이 반영되었음)으로 구성되어 있다면 어느 감독도 이런 벌떼 야구를 하지는 않을 것이다. 여기에 전천후로 뛸만한 송유석 같은 투수에 마무리 김용수가 있으면 1군 엔트리에 투수를 7명만 올려도 될 것이다. 교체는 기껏해야 한두 번이고, 때로는 선발 투수가 경기를 마무리지어 줄 터이니.. 그러나 우리 야구가 발전하면서 타자들의 힘이 부쩍 늘었고, 예전처럼 타자를 압도할 만한 투수는 찾아보기 힘들게 되었다. 그러니 어쩌랴 어떻게든 9이닝을 최소실점으로 막아야 하니, 이런 저런 투수를 다 불러모아 어떻게든 막아보겠다는 것이다. 기계 부속품처럼 짜맞추는 느낌이 들지만, 이는 선수들에게는 오히려 행복한 일이다. 이런 방식의 투수 교체가 없다면 정말 미안하지만 지금 LG에서 좌완 스페셜리스트로 나오는 류택현 선수는 유니폼을 벗고 다른 일을 찾아야 할 것이다. 선수마다 능력이 다르고 자신의 장기를 발휘할 수 있는 환경이 다르니 여기에 맞추어 선수에게 능력에 맡는 임무를 부여하는 것이다.


신기한 것은 이미 팀을 떠난 선수들이 그에게 싫은 소리를 하는 것을 본 적이 없다는 것이다. 한국의 정서에 그런 말을 대놓고 할 수 없는 것은 사실이지만, 싫은 소리를 하지 않는 것만이 아니라 좋은 말만 하고 있더라는 것이다. 그와 단 1년을 같이 했던 양준혁 선수가 "야구에 혼을 심는 것을 배웠다" 고 하는 것이나, 역시 얼마 함께 하지 않았고, 야구계를 떠나버린 이상훈이 스승의 날에 화분을 선물할 정도라는 것은 TV를 통해서, 혹은 관중석에 앉아서 경기만을 보는 사람들은 모르는 무엇인가가 있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김성근 감독이 한국 야구계를 주름잡는 실력자이기 때문에 은퇴 후에 덕을 보겠다고 아부하는 것은 당연히 아니요, 오히려 그 반대일지언대 그렇게 감사의 표시를 하는 것을 보면 "이 사람(주 : 나이 어린 사람이 반말을 해서 죄송하지만, 여기서는 존대를 하지 않겠다)이 무언가 특별한 것이 있구나" 고 생각을 하게 된다. 승부욕 덕분에 매너 없는 경기를 한다고 하는데(주 : 이 부분은 내가 전 경기를 본 것도 아니고, 김성근 감독이 승부욕이 강한 것은 여기저기서 드러나니 어느 정도는 사실일 수도 있다고 하겠다), 일정 부분은 왜곡 전달된 것도 없지 않아 있는 듯하다. 특히 김성근 감독이 데드볼 이후 사과했다고 2군으로 내려보냈다는 것은 사실이 아님이 드러났지만, 언제나 "왜곡된 진실" 은 나중에 바로잡는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정근우, 윤길현, 채병용, 그리고 박재홍은 SK와 김성근 감독을 욕할 때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인물들이다. 이들의 행동이 잘 한 것이라거나 감독과 선수 관계가 "사제 관계" 로 얽힌 한국 야구에서 김성근 감독이 선수들을 제대로 통제하지 못한 책임에서 자유롭다고 말할 수 없다. 다만 그 대상이 SK이고, 김성근 감독이기 때문에 과장, 과대 포장이 되는 면은 없지 않아 보인다. 타 구단에는 별의별 사회적 범죄를 저지르는 선수들이 있지만, 이 선수들의 감독들은 선수 통제를 못했다고 김성근 감독처럼 비난받지는 않는다. 선수 개개인에게 그 비난이 집중될 뿐이고, 가끔 구단을 싸잡아 욕을 하지 로이스터 감독이나 김경문 감독이 선수가 경기장 바깥에서 일으킨 사건 때문에 크게 욕을 먹는 것 같지는 않다. 채병용이 조성환을 맞춘 것이 고의인지 아닌지는 모르겠으나 (그 상황에 빈볼을 던질 필요가 있었나 싶지만 판단을 유보해두고), 이 사건에서 문제가 되는 것은 박재홍의 행위이지만 그 비난은 해당 선수들을 넘어 감독과 구단으로 향했다. 문제의 사구 역시도 SK가 아닌 다른 팀에서 맞추었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LG의 박경수는 두산 김선우에게 머리를 맞은 이후 손목에 또 공을 맞아 결국 2군으로 내려갔다. 그러나 두산을 질책하는 목소리는 찾기 힘들다. LG 유니폼을 새로 입은 이진영에 대한 자료를 찾다보니 SK시절 KIA 이범석의 공에 늑골을 맞아 시즌 아웃된 적이 있었고, 이범석은 작년에는 김태완의 얼굴에 공을 던진 적이 있지만 그에 대한 비난의 강도는 크지 않았다.


SK가 너무 잘 나가기 때문에, 그것도 김성근 감독이 부임하고 2년 연속 통합 우승에 올해도 선두를 달리는 것에서 공공의 적이 되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 이에 대해 과거 해태가 전성기를 달릴 때 지금의 SK처럼 공공의 적이었는지, SK가 더러운 경기를 하기 때문에 비난을 받는 것이 아니냐는 질문이 나오겠지만, 이에 대해서는 그럴 수도 있지만 아닐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불행히도 해태가 V9를 하던 시절에는 전 경기를 방송으로 중계하지도 않았을 뿐 아니라 모든 비난과 논쟁의 중심인 인터넷이라는 것이 있지도 않았다. 지금에야 모두가 실시간으로 경기를 볼 수 있고, 그에 대한 글을 바로 올리며 자유롭게 의사소통이 가능하고 중의가 형성이 되지만 당시에는 경기를 보고 같이 어울려 경기를 본 사람들과 술 한 잔 하는 것이 야구 관람 이후의 커뮤니케이션의 전부였다. 다음 날 신문에 경기 결과가 나와도 독자들이 접할 수 있는 것은 신문 기사일 뿐, 확대 재생산하는 댓글과 팬 커뮤니티의 글은 존재하지도 않았던 것이다. 따라서 해태가 공공의 적일지라도 그에 대한 의사 표현은 경기장에 모인 관중들과 가끔 중계되는 경기를 보는 야구팬들의 개인적인 의견에 불과했다. 지금처럼 팬 게시판에 글을 올리고 수백 명, 수천 명이 클릭하여 읽고 나서 동조하는 것은 아니었던 것이다.


마지막으로 김성근 감독의 WBC 감독 제의 고사 부분은 그를 향한 비난 여론에 더욱 불을 지폈다. 그러나 내가 들었던 생각은 김성근 감독이 단기전인 WBC의 특성상 거절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애초부터 KBO와는 사이가 좋지 않은 것은 너무도 당연한 사실이고, 김성근 감독의 야구가 상대를 철저히 분석하고 데이터를 바탕으로 한 것이기 때문에 자신이 적합하지 않다고 생각했을 수도 있을 것 같다. 찻집에서 30분도 안 되어 끝났다는 무성의한 감독 제안 등 KBO가 김성근 감독을 원하지 않았다는 것도 감독직을 거부하는 하나의 이유일 수도 있겠다. 그러나 김성근 감독이 그 파장을 예상하지 못했을 것이라고는 생각지 않는다. 가뜩이나 자신을 비난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또 하나의 빌미를 제공한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을 것이다. 그렇다고 여기서 그를 옹호하지는 않겠다. 상황이 어찌되었든 책임을 회피한 것은 사실이고, 이에 관해서 논쟁하고 싶지도 않으니..


글을 시작했으니 마무리를 지어야 하는데, 주저리주저리 늘어놓고 정리하려니 쉽지가 않다. SK가 싫고 김성근이 싫다는 것은 개인의 취향이요, 이는 자유로운 의사로 존중받아야 한다. 그리고 SK의 선수들이 잘못한 것은 사실이요, 개중에는 비판받을 것도 있다. 다만 SK니까, 김성근이니까 편견을 가지고 다른 잣대로 그들을 평가하지 말자는 것이다. 김성근 감독이 바른 말을 하면, "김성근이 싫다. 하지만 김성근의 저 말은 이치에 맞다" 고 하면 되는 것이다. "너나 잘하세요" 라는 식으로 잘못을 들추고 흠집을 내고자 한다면 완전 무결한 사람이나 뭐라고 말을 할 수 있겠다. 털어서 먼지 안 나고, 모든 것이 완벽한 사람은 어디에 있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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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패를 끊어야 하는 책임을 가지고 마운드에 오른 “의사” 봉중근은 8이닝동안 7안타 1볼넷을 내어주며 2실점(1자책)으로 여전히 믿음직스러운 투구 내용을 선보였으나, 야수들의 도움을 받지 못하며 4패(3승)째를 안았다. 유일한 수확이라면 방어율을 2.44에서 2.25로 떨어뜨린 것. SK의 좌완 고효준은 7이닝 1실점으로 최근 부진에서 벗어남과 함께 강적과의 맞대결을 승리로 이끌었다.반드시 이겨야했던 경기를 놓치게 되어 봉중근은 물론 선수단 전체의 실망감이 클 것으로 보인다. 올해의 팀성적이 어떻게 될 지는 아직 장담할 수 없으나, 올 시즌 현재 리그 최고의 투수가 최고 불운한 투수를 2년 연속 차지할 것 같은 불길한 예감이 든다.



봉중근이 한화에 있었더라면 아마 다승 1위를 달리고 있을 것이다. ⓒ 연합뉴스



전날 경기에서 불안한 내야 수비로 연장까지 끌고 간 경기를 아쉽게 내어줬던 LG는 이 날도 박경수의 실책성 플레이(공식적으로는 내야안타)와 권용관의 2개의 실책이 나오며 불안한 내야 수비를 보여주었고, 이는 곧 4회 실점으로 이어지면서 패배의 빌미가 되었다. 반면 SK는 모처럼 1루수로 선발 출장한 정경배가 타격에서는 활약이 없었지만 4회 페타지니의 안타성 타구를 다이빙캐치로 건져내면서 대조되는 모습을 보여 기본이 탄탄한 강팀의 면모를 보여주었다. 봉중근은 실점 이후 5회부터는 안정된 내용으로 완벽한 피칭을 보여주었으나, 아쉽게도 팀이 동점을 만들고 난 직후인 7회초에 모창민에게 높은 공을 던져 좌월 솔로 홈런을 맞고 패전을 안게 되었다. 실투를 놓치지 않은 모창민은 팀 승리의 일등공신이 되었다. 김성근 감독은 어제의 교훈 덕분인지 9회말 투아웃 이후에서도 좌타자 박용택이 등장하자 세이브를 눈 앞에 둔 마무리 정대현을 내리는 강수를 두며 철저하게 승리를 지켰다.


들쑥날쑥한 제구력을 가진 투수 공략에 여전히 애를 먹는 LG타선은 안타는 다섯 개밖에 치지 못했지만 볼넷 역시 다섯 개(고의볼넷 1개 포함)를 얻어냈음에도 불구하고, 잔루를 9개나 남긴 비효율적인 공격을 하는 부진한 경기였다. 타순을 전체적으로 볼 때 페타지니를 제외한 좌타자 박용택, 이진영, 이대형은 이미 슬럼프에 접어들었는데, 이들이 팀 타선에서 차지하는 비중과 7,8,9번 하위타선의 중량감이 크게 떨어지는 것을 감안하면 당분간 활발한 득점력은 기대하기 어려울 듯하다. (전날의 대역전극 실패 사건에서도 이들의 활약은 두드러지지 않았다) 특히 얼마 전까지만 해도 공이 멈춰있는 것 같다고 하던 박용택은 이 날 삼진을 세 개나 당하며, 3할대로 복귀하려는 노력을 하고 있으며, 계속되는 하향세에도 가끔 하나씩 쳐주며 버티던 이진영은 어제는 만루에서 병살타, 오늘은 병살을 간신히 면하는 땅볼을 치며 기회를 살리지 못한 채 계속 타율을 까먹고 있다.


한편 유지현 이후 무주공산 상태에서 권용관의 자연독점 상태가 되어버린 LG의 유격수는 상당한 고민거리로 작용할 듯하다. 권용관은 타격은 좋지 않지만 수비력은 최상급이라는 말을 듣던 선수였으나, 최근 몇 년간은 수비력마저 의심스러운 상태다. LG가 하위권에 머무르는 기간 동안 전체적인 팀의 부진으로 이 문제가 크게 부각되지는 않았지만, 그의 수비 범위는 좁아지고 있으며 단순한 타구에서 실책을 많이 저질러 안정감도 떨어지고 있다. 신인 최대어로 지명했던 박경수는 성장이 답보 상태인데다 어깨 부상 전력 덕분에 유격수 수비는 버겁고, 박용근 역시 수비가 불안하여 유격수로의 중용은 어려운 상태. 한동안 어쩔 수 없이 권용관-박경수 체제로 갈 수밖에 없는데, 이는 불펜진의 약세, 강력한 마무리 부재의 뒤를 잇는 문제점으로 보인다.


상대 선발이 좌완 투수인 덕분에 오늘도 선발 출장의 기회를 가진 안치용은 초반에는 볼넷을 두 개 얻어내는 활약을 보여주었으나, 나머지 두 차례는 삼진으로 물러나며 큰 임팩트를 주지 못했다. 그 중 한 번은 스트라이크 낫아웃 상태에서 멍하니 바라보다가 아웃이 되어 타격은 물론이요 주루 부분을 특히 신경을 써야 할 것으로 보인다. 전력 질주하여 몸을 날리는 정성훈처럼 승리를 향한 투지 있는 모습을 찾을 수 없어 안타깝다. 난세의 영웅이라서 팀이 치세가 되어가고 있어서일까, 작년과 같은 활약이 나오지 않아 본인도 답답하겠지만 분발이 더욱 필요하다.



3루쪽 내야안타를 치고 1루로 전력 질주하다 충돌하여 쓰러진 정성훈 ⓒ 연합뉴스



이 경기는 단지 한 경기의 승패를 떠나 올 시즌 LG가 어느 정도의 힘을 가졌는지를 볼 수 있는 기회였기 때문에 패배가 상당히 아쉽다. 1패를 더한 것보다 연승의 좋은 분위기를 완전히 마감했다는 것, 그리고 전날 연장 대접전(그것도 역전 직전에서 침몰해버린) 후유증으로 인한 사기 저하 등의 패배의 충격과 함께 단 두 명의 FA영입으로는 해결되지 않는 수많은 문제점이 다 드러났기 때문이다.


만일 이 경기를 승리로 이어갔더라면 4강 길목과 포스트 시즌(4강에 진출한다면)에서 반드시 부딪혀야 할 상대 SK와의 경기에서 작년에 5승 13패의 열세로 잃어버렸던 자신감을 갖기에 충분할테고, 반전의 기회를 맞이할 수 있었을 것이다. 야수들의 실책도 이기는 경기였다면 좋게 넘어갈 수 있겠지만, 연패로 몰리는 상황에서는 당사자들에게 더욱 부담이 되고 팀에 미치는 부정적인 영향이 크다. 타격의 부진도 이기는 상황에서 못 치는 것이라면 여유있게 타격 페이스를 끌어올릴 수 있겠지만, 연패 중에는 급하게 방망이가 나가서 더욱 타격감은 나빠지게 된다. 반대로 SK는 경기가 역시 뜻대로 되지 않는 어려운 경기에서도 어떻게든 승리를 챙기는 2년 연속 통합 우승팀의 역량을 보여주었다. 진정한 강팀의 여부는 타선의 폭발과 철벽 마운드의 상대 타선 봉쇄만으로 되는 것이 아니고, 안 좋은 날에도 승리로 이끌어 갈 수 있는 힘을 가지고 있느냐에 달려 있는 것이다. 아쉽게도 LG는 이 시험을 통과하지 못했고, 앞으로 목표인 4강 진출을 위해서는 험난한 여정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일부 선수의 집중력이 결여된 모습은 아직 수 년간의 하위권 악몽에서 벗어나지 못한 선수들에게 다시 안 좋은 영향을 미칠 수 있으니, 심기일전하고 끝까지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보여주어야 할 것이다. 어제 완전히 무너진 듯한 상황에서도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따라붙은 투지와 노력이 오늘 1루측 내야 관중석을 가득 메운 관중들의 발길을 경기장으로 향하게 했듯이, 그들을 실망시키지 않기 위해서라도 다시 도전하고 시작하는 마음가짐으로 경기하기를 기대해본다.


내일 선발 등판이 예상되는 최원호는 에이스도 해내지 못한 연패탈출의 중임을 수행할 수 있을지, 아니면 롤러코스터를 타고 내려갈 지 주목이 된다. 불안한 가운데서도 이기는 경기는 잘 이끌어 갔던 그였기에 노련한 김정민과 함께 좋은 투구를 하기를 기대해본다. 8연승 이후 3연패에 빠진 LG는 타선이 부진에 빠짐에 따라 주자가 나갈 때 확실하게 득점을 하는 것에 더 신경을 써야 할 것으로 보인다.

 


두산은 히어로즈를 상대로 연승을 이어가며 분위기를 완전히 바꾸며 안정된 전력을 보여주고 있고, LG의 배신으로 충격을 받은 동맹군 KIA와 롯데는 나란히 승리를 거두었다. 히어로즈의 분발이 필요한 시점.



어제의 SK전은 잦은 실책과 구원투수들의 난조로 그다지 질이 높은 경기였다고 할 수는 없지만, 양팀의 불붙은 타선과 도망가면 따라붙고 도망가면 다시 따라붙는 극적인 장면 연출로 흥미진진한 경기였다. LG는 아직 전력이 안정되지 않은 모습을 여실히 보여주었지만 분위기를 타면 걷잡을 수 없이 불붙는다는 것을 다시 보여주었다. 양 팀 모두 경기가 잘 풀리지는 않은 가운데 SK는 특기이자 자랑인 이기는 야구를 하며 승리의 9부 능선을 넘어섰으나. 9대 1로 앞선 9회말 대거 8실점을 하며 연장으로 가고야 말았다. LG는 2위가 어울리지 않는 자리인지 7회 무사 1,2루와 8회 무사 만루의 찬스를 날리고 9회초 실책과 함께 5실점을 하며 맥없이 패하는 듯하더니 9회말 투아웃에 경기를 다섯 시간이 넘는 장편 드라마로 만들어버렸다.



9회말에 무려 8점이나 뽑아냈다. 그것도 8회까지 단 1점에 그치던 팀이 ⓒ 연합뉴스



경기 초반 SK의 선발 전병두는 폭투를 3개나 기록할 정도로 제구가 들쭉날쭉한 상황에서도 삼진을 6개 잡으며, 5이닝을 무실점으로 막으며 승리투수 여건을 갖추고 내려갔다. 예전부터 LG는 간혹 상대 에이스를 두들기다가도 제구가 불안한 롤러코스터형 투수를 상대로 고전하는 모습을 보여왔는데, 이 날도 전병두에게 꼼짝없이 눌리며 타선이 식다 못해 아주 얼어버린 듯한 모습이었다. LG의 선발 이범준은 5와 2/3이닝 동안 홈런 1개 포함하여 3실점으로 무난한 내용이었지만, 아쉽게도 승패를 기록하지 못하였다.

LG는 3대 0으로 뒤진 7회말 추격의 점수를 뽑지 못하고, 8회초에 추가 실점을 하면서 경기의 주도권을 SK에게 넘겨주었다. 예상 밖으로 8회말에 무사 만루를 만들어내면서 추격의 가능성도 살짝 내비치기는 했지만 이진영의 병살타가 나오면서 단 1점을 얻는데 그치고, 9회초의 자멸 분위기 속에서 5점을 내주며 패배 직전까지 갔다. 야구의 신도 8점차면 충분하다고 생각을 했을까, 8회 2사에 마운드에 올려 위기를 잘 수습했던 마무리 정대현을 정우람으로 교체하면서 사단이 일어나고야 말았다. 결과와 상관없이 경기 시간을 끌기만 하는 듯해보였던 김정민의 안타에 이어서 타자일순하며 SK가 자랑하는 계투진 김원형, 이승호를 차례로 불러내 두들기며 기어이 경기를 연장으로 끌고 갔다. 오히려 9회말 2사 만루 풀카운트에서 정성훈을 중견수 뜬공으로 막아내 대역전패를 모면한 SK로서는 다행스러운 상황이었다. 대주자로 들어왔던 김태완은 9대 7로 뒤진 2사 만루에서 자신의 시즌 첫 안타를 동점 2타점 2루타로 신고했다.



야구는 9회말 투아웃부터라고.. 극적인 동점타를 때린 김태완 ⓒ 조이뉴스



연장 10회는 충격을 받고 쓰러질 듯하던 SK가 기어이 점수를 내며 다시 승리에 가까이 다가갔으나, LG는 페타지니가 X존과 상관없는 중월 솔로포로 다시 동점을 만들며 이승호를 강판시켰다. 그러나 12회초 LG의 마무리 우규민이 마운드에 올라와 6실점을 하여 16대 10으로 패하고 말았다. 우규민은 모창민에게 빈볼을 던져 퇴장을 당해, 선발 투수를 제외한 1군 엔트리를 모두 소진한 LG는 지명타자 최동수가 대신 마운드에 오르는 진풍경을 연출하기도 했다.



이것은 고교야구도 아니고 프로야구에서 벌어진 일이다



그러나 LG는 8연승을 하는 상승세 속에 감추어져 있던 불안 요소가 한꺼번에 터져나오는 아쉬운 모습을 보여주었다. 최근 주전 경쟁에서 밀려 대타로 나오다 모처럼 선발 출장한 안치용은 집중력을 잃은 주루플레이로 1사 만루가 될 수 있었던 기회를 2사 1,2루로 만드는 어이없는 상황을 연출했는데, 여러 번 나오는 그의 미숙한 주루플레이는 그의 주전 경쟁에 결코 도움이 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대구에서 좋은 활약을 했던 박용근은 공식적으로 기록된 실책 1개를 포함, 여러 차례 어설픈 수비를 보여주며 주전 자리를 차지할 수 있는 기회를 스스로 날린 듯이 보인다. 그러나 박용근 뿐 아니라 박경수, 김태완 등 내야수들의 수비가 전체적으로 미덥지 못한 모습이라 분발이 필요하다.

1군 엔트리에 등록되면서 마운드에 오른 이재영은 수비 실책의 탓도 있지만 9회초 마지막 아웃카운트를 잡지 못하며 무너지는 모습을 보여주어 여전히 중요한 순간에 역할을 맡기기에는 무리로 보인다. 최동환의 구위가 현저히 떨어지고 상대의 분석에 공략당하며 고전하고 있는 상황에서 정찬헌 역시 부진한 모습을 보여 불펜진의 불안한 상황이 당분간 이어질 것 같다. 좋아지는 모습을 보이던 우규민 역시 실책이 단초가 되기는 했지만 최악의 난조를 보이며 6실점을 했고 빈볼로 퇴장까지 당하였다. 안정을 찾아가는 선발진과는 달리 여전히 불안한 불펜진은 팀의 고민거리이다.



투수와 야수의 뒷모습을 보던 김정민의 기분은 어떠했을까? ⓒ OSEN



포수를 좌익수로 돌리며 가용가능한 모든 인원을 투입하여 치른 1박 2일의 혈투. 그것도 대역전극을 눈 앞에 둔 상황에서 패한 것이라 실망 속에 상당한 충격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경기 초반부터 스트라이크 판정부터 시작하여 나주환의 데드볼, 우규민의 빈볼 퇴장 등 다소 석연치 않은 부분이 있던 심판 판정이 오히려 팀을 하나로 뭉치게 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도 있어 보인다. 식다 못해 얼어붙던 타선에 불이 붙기 시작한 것도 긍정적인 효과.

반면 SK는 대참극을 피하며 선발 카도쿠라를 마무리로 투입하면서까지 결국 경기를 이기는 강력한 힘을 보여주었으나 8점차 리드를 지키지 못하고 연장 혈전을 치르게 되어 만족스럽지만은 않을 것이다. 특히 완벽한 야구를 추구하는 김성근 감독이라면 불안한 중간계투진을 비롯하여 마음에 들지 않는 부분이 많을 것이다.

내일 에이스 봉중근이 팀의 연패를 끊어야 하는 사명을 가지고 등판을 하며, 상대는 역시 지난 3연전에서 그와 맞대결을 벌였던 좌완 고효준이다. 두산전 8이닝 1실점 등 최근 안정된 투구 내용을 보여주고 있는 봉중근에 비해, 고효준은 갈수록 노출이 되며 공략을 당하는 모습이어서 봉중근에게 무게가 실린다고 보인다. 그러나 이 경기를 놓칠 경우 홈 3연전을 모두 놓칠 가능성이 있으므로 LG로서는 반드시 잡아야 할 경기다.


두산은 LG를 3위로 밀어내며 1주일 전에 내주었던 2위를 되찾아오며 왔다. 한화는 김텔미가 홈런 2개로 다이너마이트 타선에 불을 지피며 6연패를 끊었다. 롯데는 삼성을 추격을 따돌리고 승리를 거두며 반전의 기회를 잡았다. 과연 오늘 경기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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