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롯코열차

#11. 쿠시로습원역

2018. 9. 8. 16:54



올라왔으면 다시 내려가야 하는데, 좋다고 구경해놓고 왜 올라왔을까 싶은 생각이 들기도 한다. 화장실 들어갈 때와 나올 때의 마음이 다르다더니 볼 것 다 봤다고 이렇게 마음이 변하나보다.


구름이 잔뜩 끼어 있어서 언제 비가 내려도 이상하지 않을 날씨라서 비를 맞기 전에 얼른 내려가야 할 것 같다. 쿠시로습원역에 사람들이 비를 피할 수 있는 오두막 같은 시설이 있으니 일단 비를 피하는 것이 우선이다. 일본이란 나라에서 갑자기 내리는 비에 당한 적이 한두 번이 아니라 비를 피할 수 있는 곳을 찾아 빨리 이동해야겠다.


비지터스라운지에 갔다 오면 비가 쏟아질 것 같아서 그냥 내려간다.


어찌어찌하다보니 올라갈 때 갔던 길과는 다른 길로 내려가고 있다.


근처에 민숙이 있는 것 같은데 여름과 가을에는 사람들이 이 부근을 자주 찾아오겠지만, 겨울이면 발길이 끊어질 터라, 민숙을 운영하는 사람들은 다른 일도 함께 하고 있을 것 같다. 오히려 조용한 습원의 풍경을 보기 위해 찾는 사람이 많아지려나..


올라갈 때 이용했던 길보다는 지형이 평탄하기는 한데, 그만큼 돌아가는 것 같다.


차량이 지나다니지 못하게 막아두었고, 여기부터는 걸어서 가라고 한다. 차가 없으니 걸어서 가야하는데 뭐..


센모본선. 쿠시로와 아바시리를 잇는 지방교통선인데 이름은 본선이지만 간선철도는 아니다. 전 구간 비전화 단선 구간이고, 이 구간의 최고속도는 시속 80km가 최대로 설정되어 있다. 현재 시점에서 아바시리에서 쿠시로까지 오가는 열차는 5왕복을 하고 있는데, 이 중 시레토코마슈호라고 불리는 쾌속열차가 중간에 통과하는 역이 3~4개에 불과해서 소요시간 단축은 기껏 10여 분 내외일까, 효과는 미미하다. 선로 자체가 후져서 최고속도가 낮은데다 전 구간 단선에 양방향으로 오가는 열차가 교행을 하면서 대피하는 경우도 있어서 운행시간을 단축하는 것에 한계가 있다. 그나마 사람들이 거의 안 타는 역들을 다 없애버렸는데도 이 모양 이 꼴이다.


길에 꽃이 있네..

밟지 않으려고 일부러 피해서 간다. 


다시 쿠시로습원역으로 돌아왔다.


전망대에 갈 때 올라갔던 계단이 보인다. 

시간이 남아서 한 바퀴 돌아보니 굳이 계단을 오르지 않아도 돌아서 올라갈 수 있는 길이 있었다.


식물들도 이런 환경에서 살아가려고 애를 쓰고 있는 것을 보니 뭔가 반성하게 되는 것 같다.


천천히, 충분히 즐기고 가라고 하는데 형이 오늘 좀 바쁘다.


열차에 따른 정차 위치를 표시하고 있다. SL차량이 가장 끝에 정차를 하는구나. 석탄을 태워서 달리는 열차이니 인부들이 삽으로 석탄을 퍼서 화로에 넣는 공간도 필요할 터이고..


카모마일인가..

꽃을 잘 몰라서 ㅜㅜ


따로 관리하는 사람은 없을 것 같은데 알아서 잘 크는 모양이다.


사람들이 하나 둘 모여드는 것을 보니 열차 시각이 가까워지고 있는 것 같다.


'천천히, 충분히, 실컷 일본 최고의 경관을 즐기세요' 라고 열차가 말하고 있다.


관광객들이 주로 찾는 역이라 그런지 다른 역들에 비해서 시설은 좋은 편인 것 같다.

역 주변을 누군가 관리하는 것 같지는 않고 그냥 식물들이 알아서 자라는 것 같다.


사슴은 보이지 않는다. 아마도 사람이 있다는 것을 알고 오지 않는 것이 아닐까 싶다.


아직은 푸르지만, 조만간 저 나뭇잎들이 붉게 물들고 나뭇가지들만 남을 시기가 머지 않은 것 같다.


아까 그 열차 같은데..

토로역 찍고 다시 쿠시로에 돌아갔다가 다시 토로역으로 가는 모양이다.


더 많은 승객들이 탈 수 있도록 남는 보통 객차를 하나 가져다가 증결해서 운행을 하고 있다. 노롯코열차의 지정석 좌석이 각지고 딱딱해서 불편하고, 사람들이 많아서 북적이고, 안내원이 마이크를 들고 계속 설명을 해서 시끄러우니 사람이 적고 조용한 자유석으로 설정된 맨 뒤 차량에 타고 가야겠다. 트윙클플라자에서 예약한 버스는 토로역에서 14시 30분에 출발한다고 하니 시간은 많이 남을 것 같지만, 조금 일찍 가서 기다리고 있어야겠다.


간밤에 비가 꽤 왔는지 열차 승강장 위가 젖어 있다. 쿠시로에서는 이 쿠시로습원노롯코 열차를 관광상품으로 몇년 째 계절마다 우려먹고 있는데, 여름에는 쿠시로습원노롯코호라는 열차로, 겨울에는 SL후유노시츠겐(冬の湿原)호라는 계절한정 이벤트로 열차를 운행하고 있다. JR패스나 홋카이도레일패스가 있으면 좌석 지정을 할 수 있어서 신토쿠역에서 쿠시로행 열차 예약을 할 때 함께 좌석을 예약하여 지정석권을 미리 받아두었다. 


쿠시로 습원의 종이란다.

음..


쿠시로역 건물은 꽤 오래된 듯한 모습인데 과거에는 쿠시로역 안에 상업시설이 있었다고 한다. 그러나 지금은 1층에 편의점 키오스크와 서점, 식당만 남아있고, 별다른 상업시설이 없다. 이 지역의 쇠락을 보여주는 하나의 단면이 아닐까 싶다. 홋카이도 전체적으로 인구 유출이 심해지고 있는데, 삿포로권에서 거주하는 사람들은 수도권으로 향하고, 삿포로 이외의 다른 홋카이도 지역에서 거주하는 사람들은 삿포로권으로 들어오는 추세라고 한다. 홋카이도의 면적이 현 시점에서 대한민국의 실효적 지배영역의 80%를 넘어서는 정도인데, 이촌향도 현상이 심해지면서 지방의 쇠락이 가속화되고 있다고.


노롯코 트레인 

이번에 타고 갈 열차인 노롯코 열차. 앞의 헤드마크에 있는 글자는 ノロッコ 를 부드럽게 폰트를 만들어 놓은 것인데, 처음 보았을 때 도대체 저것이 무엇인가 잠시 고민을 하기도 했다. 센모본선 열차를 타도 이 쿠시로습원을 지나가지만, 운행하는 열차가 몇 편 안 되는데다 배차간격이 길어서 한 번 놓치면 오래 기다려야 하고 불편함이 있는데다, 용케 열차를 탄다고 해도 평상시 속도를 유지하면서 운행하다가 정차하는 역에서 정차할 뿐이라 관광 목적으로 타면 재미가 떨어질 것 같다. 대신 노롯코열차를 타면 운행 중간중간 차내 안내원이 두루미라든가 야생동물이 나타났다고 알려주고, 열차 역시 속도를 낮추어 천천히 가면서 승객들이 차창 밖으로 보이는 동물의 모습을 보도록 친절하게 알려준다. 주된 언어는 당연히 일본어이지만, 최근에는 중국어를 하는 사람도 이 열차에 타서 요즘 일본 여행의 대세인 중국인 관광객에 대한 배려도 하고 있다. 한국인은 찬밥.. 역시 쪽수가 많은 것이 좋다. 흑흑


처음 이 열차를 보았을 때 이 열차 석탄 때서 증기뿜으면서 가는 열차인가 싶었는데, 이 열차는 디젤기관차가 견인을 하고, 증기기관차는 SL(Steam Locomotive)열차로 부른다. 증기기관차는 겨울철에 SL후유노시츠겐호로 운행하는 열차로 활약을 한다. 

노롯코열차는 천천히 움직이는 노로이(鈍い)와 토롯코(トロッコ)라는 화물 수송용 소형 화물차를 합친 단어라고 할 수 있는데, 트럭이나 일반 열차가 들어갈 수 없는 장소에 선로를 깔아서 달리게 한 상자 모양의 차량을 말한다고. 


이 기관차도 꽤 오래된 녀석인 것 같은데..


열차가 꽤 낡아보이는 것이 적잖은 연식을 자랑할 것 같다.


측면에서 보니 카와사키중공업에서 쇼와 49년에 제작한 기관차인가보다. 

쇼와 49년이면 1974년이니 얘가 형님이네.. 

몰라뵈서 죄송합니다.



지금이야 별 생각 없지만 언젠가는 열차 안의 노부부처럼 나이가 들면 누군가와 함께 늙어가면서 지내는 것도 괜찮을 것 같다는 생각도 든다. 별로 오래 살 것 같지는 않지만..


이 열차는 10년 전과 비교해서 크게 달라진 것은 없는 것 같은데..

겨울이 아니어서 그런가 화로가 없나..


쿠시로역

저 건너편에서는 삿포로행 특급열차를 기다리는 사람들이 줄을 서 있다. 이틀 후에 돌아갈 때 저 사람들처럼 삿포로행 특급열차를 타게 된다. 열차로는 5시간에서 5시간 반 정도 걸리는데, 고속버스 역시 비슷한 시간이 걸리지만 가격은 더 저렴한 편이다. 돈이 없으면 버스를 타는 것이 정답. 단, JR패스를 가진 외국인은 예외.


건너편 승강장에는 네무로행 쾌속 노샷푸 열차가 대기중이다. 네무로에도 한 번 가보고 싶은데, 하루에 6왕복이고, 대충 두 시간 반에서 세 시간 가까이 걸린다. 네무로에 가면 일본 최동단 노샷푸미사키까지 다녀와야 하니 버스비도 만만치 않고 하루를 통째로 날려버리는지라 다음 기회로.


어느덧 열차는 쿠시로 습원에 들어온 듯하다.


날씨가 우중충해서 조금 그런데 뭐 별 수 있나. 날씨는 사람의 힘으로 어떻게 할 수 없는 것이 아니거늘 그냥 팔자려니 생각한다.


사람들도 차창 왼쪽으로 보이는 습원을 주시하고 있다.


낡은 카메라라서 셔터스피드가 따라가지 못한다. 에잇!!


중간중간 두루미도 있었는데 늘 한 발 늦어서 사진을 못 찍었다.


호소오카역

쿠시로습원에 호소오카전망대라는 곳이 있는데, 이 곳에 가려면 호소오카역이 아닌 쿠시로시츠겐(釧路湿原)역에서 내려야 한다. 이번에는 종점인 토로역까지 가기 때문에 도중에 쿠시로시츠겐역에서 내리지 않고 호소오카역을 지나 일단 토로역까지 가본다.


센모본선은 쿠시로습원 한가운데를 통과하는 노선이라서 왼쪽 오른쪽에 두루미가 나타나기도 하는데 뒤늦게 알아차리고 카메라로 초점을 맞추다보면 날아가버린다. 이 열차를 타고 왕복하면서 사진을 찍기도 그렇고..


두루미 없는 습원 사진이나 찍자..


안 될 놈은 안 된다는 말이 떠오른다. 

흑흑 ㅜㅜ


노롯코열차는 여기서 운행을 멈추지 않고 토로역까지 가지만, 쿠시로습원역에 내렸다. 호소오카전망대는 쿠시로시츠겐역에서 산을 올라가면 나온다고 하니 우선 전망대에 다녀올 생각이었다. 다만 백팩에 캐리어를 끌고 산을 올라가려니 생각보다 시간이 걸리고 개고생을 좀 할 것 같은데..



드디어 청춘18 승차권의 세 번째 사용일이 되었다.[각주:1] 일정은 아사히카와를 출발하여 후라노에 도착 후 후라노역 주변을 돌아보고 다시 아사히카와로 돌아와서 짐을 챙긴 뒤에 삿포로에 돌아가는 것이었다. 이 날 하루 청춘18 승차권을 사용하면 단 이틀 분이 남는데, 다음 날은 삿포로에서 아오모리까지, 마지막 날은 아오모리에서 토쿄에 가는, 하루종일 열차를 타는 이틀이 되겠다.

지난 밤에 정리를 하면서 한국으로 가지고 갈 것을 대충 추려서 가방의 빈 자리에 넣고, 남는 것은 상자 하나에 모아서 따로 포장을 하여 체크아웃을 하면서 호텔에 맡겨두고 아사히카와역으로 갔다.


홋카이도의 흔한 열차 키하 40계


JR홋카이도의 철도 노선 중 삿포로 근교 지역과 하코다테에서 신하코다테호쿠토역 사이의 하코다테라이너가 다니는 구간만 전동차가 다니고, 다른 구간은 디젤 동차로 운행하고 있다. 그 덕분에 디젤 차량에 대해서는 다른 지역의 JR 여객철도회사보다 경험도 많고 전문적이라 할 수 있지만, 자신들의 전문이라고 이 열차를 굴리는 것이 아니라 비전화 구간에 새로이 가선을 설치할 만한 재정적 여력이 없고, 불행히도 전동차를 투입하기 위해 가선 건설비용이나 열차 교체 비용을 감수할 만큼 수요가 많지 않아서 계속해서 키하 40계를 사용하고 있다. 해외여행자들이 많이 찾는다 해도 그것은 일시적 수요에 불과하고, 정기적으로 철도를 이용하는 연선 인구는 감소 추세인 만큼 장기적인 관점에서 새로운 열차 증비라든가 시설 개선을 기대하기는 힘들다. 

오히려 수요 부족 구간에서 열차가 감편되고, 폐선이 되는 것이 요즘의 상황인지라 '인구의 감소 → 열차의 감소 → 교통의 불편 → 인구의 감소' 의 악순환이 이어지고 있다. JR홋카이도는 지자체의 도움 없이 존속하기 어려운 노선을 추려서 발표하면서 각 지자체의 지원을 요청하였지만, 이 지역이 갑자기 인구가 늘어나거나 발전하는 곳이 아니고 쇠락하는 중이어서 재정적인 지원을 받는 것이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결국 조만간 수요 부족의 노선의 폐선과 함께 버스 등의 대체운송수단이 도입되지 않을까 싶은데, 줄어드는 인구를 다시 늘리는 것이 하루아침에 되는 쉬운 일도 아니고, 지속적으로 적지 않은 돈이 필요할텐데 땅파면 돈이 나오는 것도 아니고..


아사히카와역은 원래 지면에 지어진 역이었으나, 낡은 역 건물을 철거하고 새로 지으면서 고가화하였고, 지붕을 만들어 강우, 강설에 대비하였다고 한다. 2000년대 후반에 아사히카와역에 눈이 쌓여서 열차에서 내려 역을 나오다가 발이 다 젖어버려 가장 가까운 호텔로 들어가 말렸던 기억이 남아 있는데, 지금은 눈이 3~4층 높이까지 쌓이지 않는 한 그럴 일은 없을 것 같다.


아사히카와와 비에이를 오가는 원맨열차. 삿포로 근교 열차와 특급열차를 제외하고 홋카이도에서 가장 쉽게 볼 수 있는 키하 40계 디젤동차다. 이 열차를 타고 일단 비에이까지 간다.


비에이역에 도착해서 내려서 후라노행 열차를 기다린다.

쭝꿔로 추정되는 곳에서 온 것 같은 사람들이 사진을 찍고 있다. 



여기서 갈아탈 열차는 후라노 비에이 노롯코열차. 노롯코라는 이름은 느리다, 더디다는 의미의 노로이(鈍い)와 차체의 윗부분이 열려 있어 개방된 차량에 여객을 수송할 수 있는 열차를 말하는 토롯코(トロッコ)를 합쳐서 만들어진 단어라고 한다. JR홋카이도에서는 이 닭장 열차 같은 열차를 여름동안 후라노 비에이 노롯코열차로 운행하고 있다. 6월 말부터 8월 20일 경까지는 매일, 이후에는 주말에 운행을 한다. 이 열차를 염두에 둔 것은 아니었는데 운이 따랐는지 토요일에 오게 되었고, 아침에 생각없이 나왔지만 어쩌다보니 시간이 맞아서 노롯코열차를 타게 되었다. 지정석은 지정석권을 따로 구입해야 하는데, 자유석은 추가요금이 필요하지 않아서 열차에 올라타서 빈 자리를 찾아서 앉았다.

 

비에이강을 건너고 있다


주말이지만 여름이 지나서인지 열차에 사람이 많지는 않았다. JR홋카이도의 직원은 검표를 하면서 승차기념으로 스탬프 용지를 나누어 주었던 것 같다. 스탬프를 찍어서 가져오기는 했는데, 막상 돌아오고 나면 그런 것을 잘 챙겨두지는 않아서 어디에 있는지는 잘 모르겠다. 아마 누군가 '이게 뭐야? 쓰레기네' 하면서 버렸을 수도 있고..


이 동네에서 언덕은 빠질 수 없는 주인공이다.


열차를 타고 가면서 제법 괜찮은 차창 밖 풍경을 볼 수 있다.


마을의 정경은 평화롭기 그지 없다.

 

올해는 이미 늦었고 언젠가 다시 홋카이도에 가게 된다면 비바우시역 주변과 파노라마로드를 보러 다녀오고 싶다.


저 홀로 덩그러니 있는 집에서 살면 어떤 기분일까 궁금하다.


비바우시역

비에이를 떠난 노롯코 열차는 비바우시역에 잠시 정차했다. 파노라마로드 코스를 완주하려면 거리가 길기 때문에 걸어서 다니기는 무리이고, 자전거를 타더라도 몇 시간이 필요하다고 들었다. 어차피 이 날은 처음부터 많이 걸어다니거나 자전거를 탈 생각이 없어서 그냥 열차 안에서 차창 밖으로 보이는 풍경 감상만 할 생각이었다. 오후부터 상경의 대장정이 이어지므로 최대한 체력을 아끼는 것이 우선이었고, 일정을 빠듯하게 만들 생각은 없었다. 

비바우시역 가까이에 리버티유스호스텔이라는 곳이 보인다. 이 근방에는 호텔급의 숙소가 없으니 이 동네에서 묵으려면 게스트하우스나 유스호스텔, 펜션 등을 찾아보아야 한다. 한국인이 운영하는 민박집 같은 곳도 있다는 것으로 들었는데 정확히는 잘 모르겠다.


비에이역에서 비바우시역과, 비바우시역에서 카미후라노역 사이는 역간 거리가 길어서 걸어다니기에는 조금 멀다. 걸어간다면 2시간 정도 예상하고 걸어가면 되겠지만 별로 추천하고 싶지는 않다. 운동삼아 산책하는 기분 삼아서 여유있게 가면 괜찮을 듯하지만, 아쉽게도 시간이 빠듯한 상황이라서..


열차 내부는 이렇게 꾸며두었다.

주말을 맞아 찾아온 일본인들도 많고, 대륙과 섬에서 온 중국인들도 꽤 있었다. 이 시기라면 후라노에서 꽃구경을 하는 것은 어렵고, 비에이에서 해바라기 정도 볼 수 있을텐데..


카메라가 좋아보인다..


비바우시역을 출발하면 직선으로 쭉 뻗은 선로를 지나가게 된다. 창문이 있어서 초점이 잘 맞지 않아 뒤늦게 사진 한 장 찍었는데 끝에 곡선 구간이 사진에 담겼다. 조금 일찍 카메라를 꺼내서 사진을 찍었으면 좋았을텐데 아쉽다.


숲 속으로 선로가 있는데 이런 곳에서 가끔 야생동물들이 열차에 치이기도 해서 운행중단 또는 지연이 발생하기도 한다. 그렇다고 선로 주위에 죄다 철조망을 설치하는 것은 벼룩 잡으려다 초가삼간 태우는 일이겠지 싶다.


열차는 시속 70km 정도로 달리고 있다.


후라노선은 지방교통선으로 선로의 등급이 낮아서 시속 85km로 속도가 제한되는데, 아사히카와에서 출발하여 갈수록 역간 거리가 길어져서 그럭저럭 속도를 내기는 하지만 표정속도가 그다지 빠르지는 않다. 전 구간 단선이라서 상하행 열차가 교행을 할 수 있도록 복선으로 선로가 설치된 교행역에서 2~5분 내외 정차를 하면서 시간을 까먹는 경우가 종종 있어서 가장 빠른 경우도 1시간 이상 걸리고 대개 1시간 10분~30분 정도 걸린다고 보면 된다. 


철도 건널목을 지나고

작은 교량도 지나고


이제 슬슬 후라노에 진입하고 있는 것 같다.


이 동네 역시 언덕이 많다.

지난 달에 이 곳에 왔을 때는 비가 와서 비를 쫄딱 맞고 다녔었는데..

 

농사지은 것을 수확하는 모양이다. 가을은 수확의 계절이니..

 

카미후라노역에 정차

이름처럼 후라노시의 북쪽에 있는 지역이다.


학생 한 명이 보인다..


역 주변은 생각보다 관리를 잘 한 것 같다.

 

카미후라노역을 출발할 때 아무도 없는 차량 뒤편에 가서 사진을 찍었는데 타이밍이 조금 늦었다.

 

카미후라노역을 출발하여 니시나카역으로 향한다.

 

차창 밖으로 보이는 후라노는 평범한 시골 마을처럼 보인다.

이런 풍경은 한국에서도 볼 수 있는 평범한 농촌의 모습인데, 여름철이면 많은 관광객을 불러들이는 곳이다. 지방자치단체에서 장기적인 관점을 가지고 사람들이 흥미를 가지고 찾아올 것을 발굴해내는 것도 필요하고, 어떻게 홍보하고 사람들의 관심을 끌어 모으느냐가 중요한 것 같다. 그리고 업계에 종사하는 사람들이 관광객들에게 터무니없는 바가지를 씌우지 않는 양심적인 자세가 중요한데, 한 철 장사라고 단기간에 뽕을 뽑으려는 사람들이 많아서 아예 쳐다보지도 않게 되는 것 같다.


카미후라노역을 출발해서 완만한 오른쪽 곡선 구간을 지나면, 다시 길게 쭉 뻗은 선로가 나온다. 니시나카, 나카후라노, 시카우치역까지 선로는 곧게 뻗어 있고, 시카우치역에서 가쿠덴역까지는 중간에 살짝 굽이가 있는 것을 제외하면 선로가 직선으로 놓여 있다. 철도 팬이라면 적당한 곳에서 자리잡고 지나가는 열차의 사진을 찍기에 좋은 장소일 듯하다.


수확의 계절이 다가오고 있다.


니시나카역에 도착 직전이다. 니시나카역 다음 역은 여름철 라벤더 시즌에 사람들이 많이 찾는 나카후라노역인데, 라벤더 시즌에는 니시나카역과 나카후라노역 사이에 라벤더바타케역이라는 간이역을 임시로 만들어 노롯코 열차만 정차한다. 상하행 3왕복에 불과하여 시간을 맞추는 것이 쉽지 않아서 나카후라노역까지 걸어갈 수 있는데, 약 20~25분 정도 걸린다.

 

라벤더는 이미 다 지기도 했고, 팜 토미타는 지난 달에 다녀와서 나카후라노에 내리지 않고 목적지인 후라노까지 계속 갔다. 라벤더시즌이 한창인 7월과 8월에는 니시나카역과 나카후라노역 사이에 라벤더바타케(ラベンダー畑)역이라는 간이역을 만들어 노롯코 열차가 정차하는데, 이미 라벤더 시즌은 끝나서 이 역은 폐쇄된 상태.


해가 쨍쨍 내리쬐는 맑은 날을 좋아하지만, 햇빛이 너무 강렬하면 피부가 금방 타서 딱 이 정도가 좋다. 구름이 적당히 햇빛을 막아주는 것이 다행이다 싶은데, 지난 달 후라노에서 보았던 아름다운 풍경을 생각하고 와서인지 조금은 실망스럽다는 생각이 들었다.


노롯코열차는 후라노역에 도착했다.

분위기로 봐서는 사람이 석탄 넣고 불을 때서 달리는 열차일 것 같지만, 그냥 디젤 동차가 나머지 객차를 끌고 다니는 열차다. 석탄 넣어서 불을 때서 달리는 열차는 SL후유노시츠겐(冬の湿原)호라는 열차가 쿠시로에서 시베챠까지 겨울 한정으로 운행을 하고 있다.  


이제 이 열차는 다시 아사히카와까지 돌아갈 예정이라서 후라노역 밖으로 나가서 구경을 하다가 아사히카와에 돌아갈 때는 평범한 보통열차를 타야한다. 오후 10시 정도에는 삿포로에 도착해야 하니 아사히카와에는 늦어도 오후 5시 이전에 아사히카와로 가는 열차를 타야할 것 같다.

 

카와사키중공업에서 제작하고 아사히카와운전구에 소속된 열차인 것 같다.


객차는 이렇게 생겼다. 정원이 50명이란다.

이제 슬슬 후라노 시내를 구경하러 바깥으로 나가본다.

  1. 앞에서 9월 1일 삿포로-오타루-삿포로-이와미자와-아사히키와 구간에서 사용한 것만 나오지만, 이미 7월 30일에 하루 사용한 적이 있어서 남은 날은 3일분이었다.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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