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모이본선

#9. 후카가와역으로

2019. 4. 2. 21:57

루모이에서 할 것이 전혀 없으므로, 그냥 다시 아사히카와로 돌아가야겠다. 열차는 여기 올 때 타고 왔던 그 열차 그대로다.

 

창문 사이로 얼마나 눈이 많이 왔는지 알 수 있다.

 

운전수 혼자서 차장 및 역무원 역할까지 하는 원맨열차를 타는 경우에는 탈 때 번호가 찍힌 정리권을 뽑고, 내릴 때 운전수에게 정리권과 함께 운임을 지불하면 된다. 현금이 없다면 다소 낭패일 수가 있는데, 이 열차 안에서는 스이카나 이코카 등의 IC카드를 사용할 수가 없다.

 

루모이역 역명판.

지금은 루모이가 루모이본선의 종착역이 되었지만, 얼마 전까지만 해도 마시케역이 종착역이었다. 루모이본선도 언제 폐선해도 이상하지 않을 노선이기는 하지만...

앞에서 언급했듯이 루모이본선은 원래 후카가와역에서 마시케역까지였지만, 2016년 12월에 루모이에서 마시케까지의 구간은 이미 폐선이 되었다. 이용 승객이 늘어나는 것도 아니고 유지비용만으로도 큰 경제적 부담이 있기에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 노선이 폐지될 것이라 예상을 하였겠지만..

 

역시 타는 사람이 많지는 않고..

 

타고 올 때보다 더 사람이 적은 것 같다.

 

누가 투명한 시트지라도 창문에 붙여놓았나..

 

날씨는 맑고 햇빛이 차창을 통해 들어온다.

 

징그러울 정도로 눈이 많이 오는 곳이다.

 

누가 눈을 쌓아서 만든 것이 아니고 자연적으로 생긴 것 같다. 열차 운행을 해야하니 선로 가까운 곳은 가급적 제설을 하겠지만 눈이 많이 내리는 곳이라 자고 일어나면 이 모양 이 꼴이 되겠지. 이 역의 원래 이름은 아시모이역이었는데, 드라마에서는 에비시마역으로 나왔다고 하는 것 같다. 드라마를 챙겨보지 않아서..

 

이 역이 어느 드라마의 배경이 되었던 곳이었다는 것 같은데..

 

 

열차는 철로 위로 다니기 때문에 아무 곳이나 다닐 수 없기에..

아침부터 눈 구경을 원없이 하고 있다.

 

확 트인 들판. 그러나 사람은 커녕 누군가 남겨두고 간 발자국만 군데군데 어쩌다 보인다.

 

정미소인가..

 

이 눈들을 언제 다 치운다냐..

 

이시카리누마타역

그나마 대합실과 자동판매기도 있는 역인데..

 

그래도 이 역은 어느 정도 정리가 된 듯하다.

 

슬슬 해가 질 것 같다. 북쪽이라 해가 지는 시간도 한국보다 빠르다.

 

들판에는 눈이 뒤덮여 있고 칫푸베츠역도 역시 무인역이다.

루모이본선에서 역무원이 최소한 주간 시간대라도 상주하는 역이 루모이역 뿐이다.

 

그러거나 말거나 열차는 후카가와역을 향해 계속 달리고 있다.

 

할 일이 없어서 눈이 쌓인 마을을 보면서 가고 있다.

평화롭기 그지 없다.

 

가운데 나무 옆에 누가 눈사람을 만들어 둔 것 같은데..

 

겨울이 길고 눈이 많이 내리는 곳에 사는 것도 쉽지 않겠다는 생각이 든다. 한 때 홋카이도에서는 외국인 대상으로, 아마도 생김새 비슷하고, 문화가 비슷한 한국인들도 참여했다는 이주프로젝트를 시험삼아서 한 적이 있다고 하는데, 자세히는 잘 모르겠지만 겨울이 긴 곳이어서 그랬는지 큰 성과를 내지 못했는지도 모르겠다. 이 곳도 인구가 부족한 곳에 사람들이 이주해오는 것은 환영하지만, 이미 사람이 많은 대도시로 이주하는 것은 별로 반기지 않는 듯하다.

 

그렇게 후카가와역을 향해서 간다.

 

후카가와역에 가까워지고 있는데 열차 안에 남아 있는 사람이 거의 없다. 이러니 하루라도 빨리 영업을 종료하고 싶은 마음이 들겠지.

 

후카가와역

사방이 눈이로구나..

 

운임은 무시무시하게 1,070엔을 나타내고 있다.

 

오오~ 오츠카레사마데시타~!

열차라는 것이 철로 위로 달리지만 날씨가 이 모양이라 운전수도 긴장하지 않을 수 없었을 것 같다.

 

후카가와역

홋카이도의 몇 안 되는 유인역 중의 하나다...

 

이미 폐선된 루모이-사마니 구간은 갈 수 없으니 남은 루모이본선의 구간은 완주한 셈이네. 잠시 편의점에 가서 간식이나 사러 다녀와야겠다.

'일본 JAPAN > 2018.01 겨울에도 홋카이도 II' 카테고리의 다른 글

#11. 세츠분(節分)  (0) 2019.04.05
#10. 아사히카와로 복귀  (0) 2019.04.04
#8. 조용한 루모이  (0) 2019.04.01
#7. 루모이에 가봅시다  (0) 2019.03.31
#6. 루모이본선 탐방  (0) 2019.03.30

#8. 조용한 루모이

2019. 4. 1. 21:41

루모이역

이 역의 이름에서 모에(萌) 글자 덕분에 덕후들에게 유명한 곳이라고 한다. 이런 것에는 관심이 없어서 잘 모르겠지만.. 1987년까지 하보로선이라는 철도 노선이 영업했다고 하는데, 지금은 루모이본선만 남아 있다. 말이 본선이지 사실상 적자상태의 노선이라 여기도 언제 폐선되어도 그러려니 하려는 곳이다. 루모이역 앞에는 인부 몇 명이 기계를 가지고 눈을 치우느라 고생하고 있었다.

 

원없이 눈 구경을 할 수 있는데, 쌓인 눈이 얼어서 빙판이 되어서 잘못하면 다칠 수도 있겠다. 이런 날에 햇빛은 얼어붙은 눈에 반사되어 금방 피부가 그을릴 것 같다.

 

그래도 여기까지 왔으니 조심해서 동네 구경이나 해봐야겠다. 열차가 자주 다니지 않는 곳이라 역 안에서 죽치고 앉아서 기다릴 수만도 없고..

 

역 앞에서는 인부들이 제설장비를 가지고 눈을 치우고 있는데 아무리 봐도 역부족이다.

 

치워도 치워도 끝이 없는 눈이구나...

 

눈이 쌓이지 않은 곳이 없다.

치워도 치워도 끝이 없고 인도는 물론 차도에 쌓인 눈을 치우지 못해 온통 눈이 쌓여서 얼어 있다.

 

한 쪽에 쌓아둔 눈은 봄이 오면 그제서야 치우려나..

 

이런 상황이니 길거리에 걸어다니는 사람 보기가 쉽지 않다.

 

차들도 조심조심 다니고 있고..

 

미소녀 나오는 애니메이션이나 만화는 전혀 관심이 없어서 아는 것도 없고, 길거리의 상점들도 영업하는 곳이 많지 않다. 지나다니는 사람 찾아보기도 힘든데, 평일이니 다수의 사람들이 출근해서 그런 것일까, 아주 조용하다.

 

어쩌다 차가 한두 대 정도 지나다니는 것이 전부고 걸어다니는 사람은 손에 꼽을 정도.

 

주택가 주변에도 다 치우지 못한 눈이 저렇게 쌓여 있다.

 

그나마 제설을 한 곳이 이 정도.

 

주유소가 있지만, 사람들이 차를 가지고 다니지 않으니 찾는 사람이 없고..

 

이 와중에 햇빛은 아주 강렬하다.

 

눈 때문에 자연스럽게 오르막이 생겼다.

 

여기는 술을 파는 곳이었던 것 같은데, 영업을 하지 않는다.

 

관광안내소도 문을 닫았다.

이런 상황에 누가 여기를 찾겠나..

 

기념품 상점이 관광안내소 역할까지 했던 것 같은데 사람이 없었던 것 같다. 점심시간이라서 식사하러 나가서 그런가..

 

찾아오는 사람이 없으니 여기도 그냥 눈만 쌓여 있고..

 

동네 구경을 하고 싶어도 여기서 돌아다니는 뻘짓을 하다가 얼음 밟고 넘어져 다치면 큰일이니 조심해서 루모이역으로 돌아가야겠다.

 

이 동네에 사는 많은 사람들이 아예 차를 집 앞에 두고 출근한 모양이다. 쌓인 눈 덕분에 JR홋카이도는 승객이 많이 늘었겠지 싶다. 설마 버스를 타고 가지는 않았겠지..

 

다시 루모이역으로 돌아와서 대합실에서 아침에 챙겨온 도시락을 꺼내서 먹었다.

이런 곳에 올 때는 꼭 비상식량을 가지고 다녀야 한다.

 

고등어 초밥(사바즈시)이었던가..

 

저 계란 같은 녀석이 카즈모쨩이냐..

 

인부들은 여전히 눈을 치우느라 바쁜데, 완전히 치우는 것이 아니고 사람들이 다니는 길만 적당히 확보하는 정도에 불과하다.

 

루모이라는 곳이 이런 곳이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사토미가 루모이에서 팬미팅을 해도 갈까 말까 싶은데.. 걔가 여기까지 올 일은 없지만

 

루모이에서 삿포로까지 자유석 왕복 승차권은 5,310엔이란다. 어차피 루모이에서 후카가와까지는 특급열차가 다니지 않아서 원맨동차를 타고 가야하겠지만..

 

컴퓨터와 스마트폰으로 예약할 수 있다는 안내인지 광고인지 뭐라고 적혀 있고

 

카즈모쨩이 누구냐..

 

열차와 마찬가지로 그나마 수요가 있는 시간대를 제외하고 이른 아침부터 늦은 밤까지 운행하지 않는 곳이라 구역합승택시를 운행하는 모양이다.

 

이 때만 해도 하루에 9왕복이었는데, 지금은 더 줄어들었을지도 모르겠다.

 

차창에 성에가 맺혀 있다.

역 승강장에 눈으로 산을 만들어 놓았네..

 

여기 올 때 타고 왔던 그 열차 같은데..

날도 추운데 아사히카와로 돌아가야겠다. 그래도 도시가 조금은 더 낫겟지..

'일본 JAPAN > 2018.01 겨울에도 홋카이도 II' 카테고리의 다른 글

#10. 아사히카와로 복귀  (0) 2019.04.04
#9. 후카가와역으로  (0) 2019.04.02
#7. 루모이에 가봅시다  (0) 2019.03.31
#6. 루모이본선 탐방  (0) 2019.03.30
#5. 눈으로 뒤덮인 비에이  (0) 2019.03.23

#7. 루모이에 가봅시다

2019. 3. 31. 16:14

루모이본선은 차장 없이 운전수 한 명이 운행하는 원맨열차가 다닌다. 이 열차가 다니는 구간에서는 대부분 무인역이라 운전수가 검표 업무까지 맡아서 하고 있다. 번호가 찍힌 정리권을 뽑아서 내릴 때 운전수에게 운임과 함께 내는 것이 기본인데, 이런 노선을 이용하는 사람들은 통학하는 학생들이 대부분이고, 이 학생들은 자신들이 이용하는 구간의 정기권을 구입하여 스윽 보여주고 내린다.

 

열차 안은 난방을 하고 있는데 밖은 추워서 유리창에 김이 서린다.

 

운전수 이외에도 선로 관련된 일을 하는 사람 둘이 탄 것 같다.

 

유리창에 물이 맺혀서 사진이 잘 찍히지 않는다.

 

IC 창문 좀 닦아주지...

 

창 밖의 순백의 눈...

 

이 쯤되면 슬슬 징그럽다...

 

답이 없다..

 

창문에 김이 서렸다 얼어서 바깥이 잘 보이지 않는다... ㅜㅜ

 

창문이라도 닦아주지..

 

역시나 빈 자리는 넘쳐나고...

 

토게시타역

사람이 없다...

 

겨울의 홋카이도는 눈 말고는 더 생각할 것이 없다. 창문에 물이 맺혀서 사진도 잘 찍히지 않는다...

 

루모이역에 도착했다.

저 열차가 남쪽에서 다녔더라면 저 모양 저 꼴이 되지는 않았을텐데..

 

그래도 공기 맑은 것이 어디냐...

 

여기는 그래도 유인역이라 역장실도 있다.

 

저 열차는 병결을 푸는 것인지 역무원 어르신이 지켜보고 계신다.

잠시 루모이 시내 구경을 하고 와야겠다...

 

그러나..

 

 

 

음.. 눈이 많이 와서 아무 것도 할 것이 없었다. ㅋ

#6. 루모이본선 탐방

2019. 3. 30. 16:41

열차를 타고 다니는 것을 좋눈이 쌓여서 언덕이 된 것인가..눈이 쌓여서 언덕이 된 것인가..아해도 귀찮아서 일일이 역이나 차량의 사진을 찍는 것은 거의 하지 않는데, 역이 몇 개 되지 않으니 역 사진을 다 찍어보자는 생각을 했으나 결국에는 실패하였다.

루모이본선은 1910년에 개업하였는데, 현재의 소야본선이 당시에는 나요로역까지만 이어져 있어서 왓카나이에서 사할린으로 가기에는 루모이에서 출발하는 것이 더 용이하였다고 한다. 그러나 도로를 정비하면서 화물 수송은 줄어들면서 결국 쇠퇴하게 되고, 승차인원이 더 적은 루모이에서 마시케까지의 구간은 2016년 12월에 폐선되었고, 후카가와에서 루모이까지 구간만 남아서 운행을 하고 있다. JR홋카이도의 재정 상태가 아주 열악하기에 조만간 폐선될 것으로 보이는데..

 

 

한겨울의 홋카이도는 뭐 이런 동네였지..

 

눈이 산처럼 쌓였네..

이 동네 사는 사람들은 눈을 보면 어떤 생각을 할까..

 

아직 광각렌즈를 잘 사용하지 못해서..

뭐랄까 똥폰을 쓰다가 이런 것을 처음 쓰다보니 이렇게 헤매는 경우가 많다.

 

탁 트인 동네구나..

 

후카가와역

사진을 찍는데 왜 내 손이 나왔냐..

 

삿포로행 카무이

잘 가세요~♪

 

안녕히 가세요~♪

삿포로행 열차를 보내고 루모이본선으로 갈아타러 간다.

 

뭔가 눈에 익은 열차인데..

세이칸터널을 오가던 수퍼 하쿠쵸로 운행했던 789계 전동차가 홋카이도신칸센 개업과 함께 실직위기에 처했으나 용케 재취업(?)을 해서 삿포로와 아사히카와를 오가는 라일락으로 투입되고 있다. 홋카이도에는 전화구간이 얼마 되지 않아서 무로란-삿포로-아사히카와 정도와 삿포로 근교 지역만 전동차가 다닐 수 있다. 비전화구간의 장거리 특급열차는 대부분 디젤동차로 운행하므로 유가 변동에 민감하여 비용이 많이 들기도 하고..

 

설마 이 열차가 루모이에 가는 것인가..

운전수용 창문에 얼음이 얼어있네.. ㄷㄷㄷ

 

마치 무슨 해골바가지가 나올 것 같은 그런 느낌인데..

그래도 선로 주변은 계속 쓸어내고 있는 것 같다. 눈이 와서 출근을 못해요, 학교에 못가요~ 이런 사람들이 속출할 터이니.. 몇 분 지연 정도는 예사로운 일로 받아들이겠지.

모양을 보건대 이건 소야본선에서 차출당한 열차 같다

승강장에 쌓인 눈도 쓸지 않고 있다. 어차피 쓸어봤자 금새 다시 눈이 내려서 쌓일 터이니.. 안전은 승객의 몫이다.

 

후카가와역

하코다테본선의 삿포로-아사히카와 구간에는 '~가와(카와)' 지명이 많다. 아사히카와, 후카가와, 타키카와, 스나가와... 자매품으로 이와미자와가 있고...

 

루모이행 열차에 탔다
저 앞에는 운전수 이외에도 다른 직원들이 타고 있다
창 밖은 물이 맺히고 김이 서려서 잘 안 보인다

 

이거 잠이나 자야할 것 같다...

'일본 JAPAN > 2018.01 겨울에도 홋카이도 II' 카테고리의 다른 글

#8. 조용한 루모이  (0) 2019.04.01
#7. 루모이에 가봅시다  (0) 2019.03.31
#5. 눈으로 뒤덮인 비에이  (0) 2019.03.23
#4. 아사히카와 찍고 비에이로  (0) 2019.03.21
#3. 삿포로 도착  (0) 2019.03.21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