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재복

 

연패 팀끼리의 단두대 매치는 궂은 날씨 속에 의외의 승부가 펼쳐졌다. 양 팀의 선발 투수들이 강하지 않아서 타격전이 벌어질 것은 충분히 예상 가능했지만, 둘이 합쳐 39점이나 뽑아내는 서커스야구까지는 아무도 생각하지 못했을 것이다. 히어로즈는 분위기 쇄신을 위해 2군으로 내려가 있던 이숭용, 송지만, 김동수 등이 한꺼번에 복귀하면서 좋은 활약을 보여주었지만 충분히 잘 하고도 투수진의 부진으로 7연패에 빠지고 말았다. LG는 25안타를 몰아치며 SK를 제치고 시즌 팀타율 1위(.287)로 올라섰으나, 팀방어율은 6위(5.10)로 추락하고 말았다.

이 날 나온 기록을 살펴보면

한 경기 최다안타 40개(LG 25개, 히어로즈 15개)
한 경기 최다득점 39점(LG 22점, 히어로즈 17점)
한 경기 최다루타 84루타(LG 47개, 히어로즈 37개)
역대 11번째 팀 싸이클링 홈런 LG(1점 박용택, 이진영, 2점 박용택, 권용관, 3점 이진영, 4점 페타지니)
LG트윈스 최다실점 승리, 히어로즈 최다득점 패배
LG트윈스 최다이닝 득점 타이기록 8이닝

이 밖에도 연타석 홈런(박용택, 이진영), 백투백 홈런(페타지니, 이진영), 한 경기 2홈런 선수 4명 (박용택, 이진영, 송지만, 황재균)이 나올 정도로 무시무시한 타격전이 펼쳐졌다.

<발단>

1회초에 박용택의 선두타자 홈런을 비롯 2점을 선취한 LG는 1회말 수비에서 브룸바를 거르고 송지만과 승부를 택했다가 초구에 역전 쓰리런 홈런을 맞고 말았다. 그러나 2회초 박용택의 연타석 투런 홈런으로 다시 역전을 했고, 3회초에도 1점을 추가하여 5대 3을 만들었다.


<전개>

선발 정재복은 1회 3실점 이후 2회는 삼자범퇴로 막으며 안정되는 모습이어서 초반 분위기는 LG의 우세로 가는 것으로 보였다. 그러나 모 야구인의 명언이자 절대적 진리인 "야구 몰라요" 가 여기서부터 등장하게 된다. 히어로즈는 3회말 공격에서 선두 타자 황재균이 솔로 홈런을 치며 한 점차로 추격을 했고, 이택근의 안타 이후 브룸바의 타구를 LG 2루수 박용근이 실책을 저질러 병살 위기에서 벗어나 무사 1,3루의 찬스를 맞이하면서 정재복을 압박했다. 이미 1군 복귀 축포를 쏘아 올렸던 송지만은 좌중간을 가르는 2루타로 다시 타점을 올리며 정재복을 아예 끌어내렸다. 이어 등장한 이재영은 이숭용, 김동수에게 연속으로 2루타를 맞고 3점만(?)을 더 내주고 3회말을 마쳤다.


<위기>

4회초 히어로즈는 리드를 지키기 위해 선발 김수경을 내리고 강윤구를 마운드에 올렸다. 강윤구는 선두 타자 권용관에게 안타를 허용했지만 이대형을 병살타로 잡아내며 쉽게 이닝을 마무리했고, 이제 경기에서 중요한 대목 중의 하나인 4회말 히어로즈의 공격이 돌아왔다. 3회말 이재영에게 2루타 두 방으로 경고 사격을 했던 히어로즈 타선은 브룸바의 적시타, 송지만의 쓰리런 홈런으로 두들기더니 김동수가 솔로 홈런으로 완전히 보내버렸다. 점수는 13대 5. 아무리 히어로즈의 투수진이 약하다고 해도, 그리고 LG가 8점은 한 회에 우습게(?) 뽑아낼 수 있는 점수라고 해도 지난 이틀 동안 물에 젖은 방망이를 휘두르던 팀이 경기를 뒤집을 수 있을 것 같지는 않았다.


<절정>

4회말 2사 이후 마운드를 이어받은 김광수는 전날 홈런으로 무너졌던 SK전과는 달리 히어로즈 타자들을 완벽히 제압하며 6회말까지 무실점으로 막았다. 그 사이 LG는 5회초 최동수와 권용관의 안타로 3점을 추격하며 13대 8로 따라붙더니, 6회초에는 이진영의 쓰리런 홈런을 포함 4점을 내며 한 점차로 추격하였다. 그러나 여기까지는 이 역전대하드라마의 서막에 불과했다. 마침내 7회초 박용택, 이대형, 정성훈이 하나씩 차곡차곡 루를 채운 LG는 마법의 지니 페타지니가 역전 만루포를 쏘아 올리며 경기를 뒤집어버렸다. 이어 이진영이 쐐기를 박는 백투백이자 연타석 솔로 홈런을 쳐내며 반전드라마 연출에 성공했다. 여기서 끝났더라면 8점차를 극복한 대역전극에 불과했겠지만 히어로즈의 반격은 거셌다. 7회말에 황재균이 정찬헌을 상대로 3점 홈런을 치며 다시 한 점차 추격에 나선 것이다.



 


투수진 궤멸의 경기에서 그나마 살아남은 투수였던 김광수 ⓒ 마이데일리



<결말>

8회초 LG는 김태완과 페타지니의 안타로 2점을 추가하며 리드를 3점차로 벌렸고, 8회말 수비를 정찬헌이 삼진 두 개 포함 삼자범퇴로 막으며 깔끔히 끝냈다. 9회초 권용관의 투런 홈런을 포함 3점을 내면서 승리를 굳혔다. 9회말에 등판한 우규민은 투아웃까지 잘 잡고 갑자기 난조를 보이며 1실점, 그리고 만루 위기를 맞았으나 브룸바를 유격수 직선타로 막고 힘들게 팀 승리를 지켰다.


이렇게 타선이 폭발하는데 어느 타격 코치가 흐뭇하지 않을 수 있을까 싶지만 한 주에 내어 줄 점수를 한 경기에 모조리 내주고 만 투수들을 보는 투수 코치의 심정은 답답하다는 말로 표현할 수 없어 보인다. 3과 1/3이닝을 1실점으로 막고 승리투수가 된 김광수가 경기에서 가장 뛰어난 활약을 보인 투수라는 것은 양 팀의 투수진이 얼마나 허약한지를 보여주는 대목이다. 히어로즈가 7연패에 빠지며 계속 부진한 것도 허약한 투수진 덕분이고, 한동안 안정세를 보이던 LG의 마운드도 SK를 만나 불이 나고 난 뒤에는 방화신기가 부활하는 듯한 조짐이다.





다카하시 미치다케 투수코치. 최악의 마운드를 이 정도로 만든 것도 다행이지만 아직 과제가 많다.



선발로 롤러코스터 피칭을 하는 정재복은 현재 팀의 2선발의 중임을 맡고 있지만, 박명환과 새 용병 바우어가 성공적으로 선발진에 합류한다면 중간 계투로의 보직 변경을 고려해야 할 것 같다. 김재박 감독은 최원호와 이범준을 불펜으로 돌리겠다고 했지만, 구위가 아닌 기교로 승부하는 최원호는 중간 보직이 어울리지 않고, 현재까지 정재복보다 5이닝을 막기에는 더 나을 것으로 보인다. 무엇보다 시급한 것은 우규민을 대신할 마무리 투수를 찾아내는 것이지만, 이미 시즌이 시작한 상태이고 시장에 나올 만한 쓸만한 투수가 없기에 별다른 방책이 있을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페타지니는 이 날 홈런 1개 포함 3안타 5타점을 추가하며, 타점 2위로 뛰어올랐고, 타율 1위, 홈런 2위를 질주 중이다. 일본야구를 흔들었던 괴물 타자가 한국에서 트리플 크라운을 달성할 수 있을 지 기대된다. 현재 장타율과 출루율에서도 독보적인 1위를 질주중인 페타지니는 여전히 볼넷이 삼진보다 많고, 주력이 거의 상실되었음에도 불구하고 병살타를 1개밖에 치지 않았을 정도로 엄청난 활약을 보여주고 있다. 다른 타자들이 그를 보면서 배우는 긍정적이 효과도 많다고 하니 작년 불화운을 방출하면서 퇴물을 영입하는 것이 아닌가 싶던 LG의 도박은 현재까지는 대성공이다.




LG의 올시즌 상승세의 주역 페~ 페~ 페타지니 오오오~ ⓒ 마이데일리


LG는 연패를 끊고 승리를 챙겼지만 다음 주에 광주에서 만나야 할 4위 KIA가 3연승의 상승세를 타고 맹추격 중에 있는 것이 큰 부담이 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마운드의 열세는 김재박 감독과 다카하시 코치를 비롯한 코칭스태프들의 큰 고민거리임에 틀림없다. 그나마 위안인 점은 3연전 첫 경기에 봉중근이 등판한다는 점이지만, KIA에서도 가장 좋은 페이스를 보이고 있는 양현종이 등판하는 것이 반가운 일은 아니다. 양현종은 아직 언론과 팬의 주목을 받고 있지 못할 뿐, 류현진, 김광현보다도 더 뛰어난 투구를 하고 있다.


오늘 경기는 LG는 봉중근 다음가는 필승카드인 심수창이 선발 등판하며, 히어로즈는 첫 승에 도전하는 좌완 에이스 장원삼이 나온다. 장원삼이 좌타자가 많이 포진한 LG를 맞아 부진을 떨치고 첫 승을 거둘 수 있을지, 아니면 심수창이 4승째를 수확할 수 있을 지는 쉽게 예측하기 어렵다. 대개 대량득점 경기 후에 타선이 급침묵을 지키는 경우가 많고, 두 팀의 불펜진이 뻥 뚫려 있어서 선발 투수가 리드한 상태에서 내려오더라도 승리를 지킬 수 있을 지가 의심스럽다. 



두산은 소리없이 7연승을 달리며, KIA에 패한 선두 SK 추격에 시동을 걸었다. 반면 두산에 패한 삼성은 4연패, 최근 7경기에서 1승 6패의 부진을 보이며, 4위에서 밀려난 데 이어 6위 롯데에 추격을 허용하고 있다. 롯데는 신나는 4연승으로 엘롯기 팀이 모두 승리를 합창했다. 깊은 부진에 빠진 한화와 히어로즈의 분발이 필요하다.


 

8연승보다 기쁜 것은

2009. 5. 10. 03:47

LG의 5월의 상승세는 여전히 계속되었고, 김재박 감독 부임 이후 첫 8연승으로 선두 SK를 추격하며 다음주 SK와 선두자리를 놓고 벌일 주중 홈 3연전에 대한 기대를 크게 하였다. 양준혁 선수에게 홈런을 내주었지만, 홈런을 친 선수는 물론 야구를 좋아하는 사람 모두가 기뻐해야 할 일이기에 진심으로 축하한다. 다만 홈런을 맞아 평생 양준혁의 기록과 함께 언급될 베테랑 류택현 선수가 다소 안타까운 생각이 든다. 그리고 8연승과 함께 최단경기, 최연소 900승을 달성한 김재박 감독에게도 축하를 전한다.



새로운 역사를 쓰는 341호 홈런을 친 삼성의 양준혁 ⓒ 마이데일리


어제와 오늘(9일)의 경기는 냉정하게 말하면 LG 스스로 잘 해서 이겼다기보다 상대가 실수를 저질러 쉽게 이길 수 있었다. 8일 경기 5회말 2사 박한이의 견제사와 오늘 3회 채태인의 두 차례의 실책(한 번은 야수선택)이 아니었다면 경기의 흐름은 크게 바뀌었을지도 모른다. 그렇지만 경기가 잘 풀리지 않는 가운데서도 승리를 거두며, 어느 정도 전력이 탄탄함을 보여주었다는 점에서 무척 고무적이다.

최근 다소 불안하다고 하지만 삼성의 계투진은 여전히 리그에서 최고 수준의 위용을 자랑하며, 이번 3연전 이전에 벌어진 경기에서 LG는 정현욱-오승환을 앞세운 구원진을 효과적으로 공략하지 못했다. 현재 타선이 폭발 중이고 팀분위기가 상승세라고 하지만 한 두점 정도 뒤진 상황에서 이들을 상대로 동점 내지 역전 점수를 뽑아낼 수 있다고 장담하기는 어렵다. 결론적으로 삼성을 상대로 이기기 위해서는 LG뿐 아니라 다른 6개 구단 모두 아예 초반에 점수를 내어 달아나 필승계투진의 등판을 원천봉쇄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이다. LG는 두 경기에서 이 승리 공식을 그대로 따르며 초반에 리드를 잡아 상대의 필승계투진을 벤치에 앉혀둔 것이 주요했다.

어제 경기에서 6연승의 상승세(최근 9연전 8승 1패)를 이끌던 박용택이 무안타에 그치며 다소 주춤한 모습을 보여주었고, 공격이 살아나는 듯하던 박경수가 부상으로 이탈했지만, 박경수를 대신한 박용근이 깜짝 활약을 펼쳐주면서 쉽게 승리를 거둘 수 있었다. 잘 되는 팀들의 특징은 어느 한 선수가 부진하면 다른 선수들이 활약을 펼치며 늘 안정된 전력을 보여준다는 점인데, 주요 선수가 부진하면 모두가 주저 앉아버리던 작년과는 다른 이 날의 모습은 참 인상적이었다. 오늘은 전반적으로 타선이 살짝 무뎌진 감을 보여주기는 했지만, 최근 부진으로 타율을 까먹고 있던 권용관의 원맨쇼(2안타, 3득점)에 힘입어 승리를 거두었다. 페타지니가 첫 타석 안타 이후 연속으로 범타에 그치고 최동수, 이진영이 안타를 기록하지 못했음에도 하위타선이 주도하여 승리를 이끌었기에, 오히려 작년 6월 26일 한 경기 반짝에 그친 메가트윈스포 발사사건보다 훨씬 값진 승리일 것이다.

LG의 취약한 선발진들이 5회까지 버텨주면서 초반에 무너지지 않는 점도 특기할만한 사항이다. 결과론적인 이야기일 수도 있지만 포수 김정민이 마스크를 쓰고 출전한 이후부터 LG팬들로부터 욕을 먹던 최원호, 정재복 등이 아슬아슬하면서도 점수를 잘 내주지 않는 투구 내용을 보여주며 경기 분위기를 상대에게 넘겨주지 않고 있다. 오히려 그 불안한 선발진이 5인 로테이션은 가장 잘 지켜내고 있고 불펜진도 갈수록 안정이 되어가고 있어서, 어디서부터 손을 써야 할 지 몰랐던 작년과는 상당히 달라진 모습이다. 복귀 시점이나 이후 활약을 장담할 수는 없지만 박명환과 옥스프링이 선발진에 합류한다면, 에이스 봉중근과 선발로 자리를 굳힌 심수창을 제외한 세 명의 선발 투수 자리를 놓고 선수들이 경쟁을 벌이는 것도 볼만할 것 같다. 외야의 주전 경쟁이 선수들에게 동기 부여와 함께 기량 향상의 계기가 되었듯이 선발진의 선의의 경쟁 역시 팀에는 좋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기대된다.



9일 경기에서 5이닝 무실점 승리투수가 된 LG의 정재복 ⓒ 마이데일리


내일 삼성의 선발은 크루세타(1승 2패, 방어율 4.72), LG는 심수창(3승 2패, 방어율 3.35)으로 올시즌 성적은 심수창 쪽에 무게가 실리지만 상대전적에서는 자신의 유일한 승리를 LG전에서 챙겼던 크루세타가 우위에 있다. 약간 주춤한 듯한 LG의 타선은 어린이날에 보여준 연쇄폭발은 조금 어려울 것 같지만, 역시 초반에 크루세타를 두들겨 점수를 뽑아낼 수 있을 것인가와 심수창이 실점을 최소화하며 어느 정도까지 버텨주느냐가 경기 결과를 좌우할 것 같다.


한화의 부진이 계속되고 있다. 선발부터 중간까지 투수진의 총체적 부실에 허덕이는 한화가 그나마 "믿는 도끼"인 류현진의 부진에 연패탈출에 실패하였다. KIA의 김상현은 네 번째 만루포의 찬스를 아쉽게 삼진으로 날리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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