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노토리

15. 기노사키온천 가는 길

2014. 11. 19. 05:28


12일 일요일은 3연휴의 두번째 날로 관광업계에서 바라는 황금연휴 기간인데, 태풍이 정말 오고야 말았다. 가을에 태풍이 오다니.. 악! 오사카를 비롯한 긴키 지역은 태풍의 영향권에 아직 접어든 상태는 아니었지만, 많은 사람들이 예정했던 여행 계획을 취소하면서 8,9,10일 숙박을 예약하고 11일 밤은 미처 예약을 못하고 12일만 간신히 길 건너에 있는 역시 싸구려 호텔에 예약을 한 상태였다. 그것도 일본 사이트가 아닌 아고다에 있던 마지막 간신히 하나를 예약했다. 11일에는 어떻게 할 지 도착한 이후부터 계속 고민을 하다가 그나마 사람이 없는 역시 기타킨키의 하마사카나 카스미에서 하룻밤 묵고 돗토리에 들렀다 올 생각도 했는데, 미리 예약했던 사람들이 취소를 한 바람에 운 좋게 하루를 묵던 곳에서 더 있을 수 있었고, 귀국 전날인 12일만 같은 동네의 길 건너편에서 하루 묵고 집으로 가는 계획이 완성되어 있었다. 덕분에 11일은 카스미에 가서 유명한 카스미가니(香住ガニ.카스미 게)를 먹으려던 계획을 대신해 아마노하시다테에 다녀오고, 12일에 기노사키온천에 다녀오는 힐링 여행 일정으로 바꾸었다. 인터넷으로 예약만 해놓은 상태였다면 12일 역시 같은 곳에서 하루 더 묵을 수 있었는데, 아고다에서 예약을 하고 결제까지 해버린 뒤여서 취소할 수도 없고, 조금 귀찮은 상황을 감수하는 수밖에. 오사카의 싸구려 호텔보다 카스미의 민숙이 더 비싼지라 돈이 부족했던 상황에서 오히려 잘 되었다 싶은 생각이 들기도 하고, 어쩔 수 없이 인터넷카페를 전전해야 하는 상황을 피할 수 있어서 다행이기는 하지만 아쉬운 마음도 들고.

날이 맑았던 어제와는 달리 비가 내리지는 않지만 구름이 낀 날씨여서 몸도 찌뿌둥한 것이 아침이 상쾌하지 않다. 낮에는 여기저기 돌아다니고 있지만, 밤에 들어가서는 넷북을 열고 회사 일을 살펴야 하는지라 잠이 부족하기도 하고, 이틀 연속으로 많이 걷고 열차에 오래 앉아 있었더니 적지 않은 피로가 쌓인 듯한 느낌. 어른들 말씀처럼 하루하루가 다르다는 느낌은 아니지만 피로 회복이 늦어지는 것은 사실인 듯하다.


오사카칸조센을 타고 텐노지역에 도착.

역시 시작은 텐노지역으로 가서 특급 하루카를 타는 것이다. 산인혼센(山陰本線)의 시작이 교토니까 교토까지 가는거다. 특급열차를 타도 기노사키온천까지밖에 못 가기는 하지만 온천은 즐거우니까. 이 때만 해도 마음이 바뀔 지는 몰랐는데..


건너편에 반대방향으로 가는 소토마와리(外回り.한국식으로는 외선) 열차가 역시 정차중이다.


일요일이라고 철덕 아저씨가 커다란 렌즈가 달린 카메라를 들고 사진을 찍고 있다. 부럽다~ 카메라가.

자주 오면서도 그냥 지나쳤던 역 명판이나 찍어본다.

동일본대지진 이후 오사카에 자주 가는 편이지만 초심자라면 복잡하다고 생각할 수밖에 없는 노선들이다.

위에 있는 야마토지카이소쿠(大和路快速)는 오사카-나라 방면, 키슈지카이소쿠(紀州路快速)는 오사카-와카야마 방면의 열차, JR난바에 가는 보통열차는 아마도 나라 쪽에서 오는 열차겠지. 들어오는 열차도 가지각색이지만 타는 곳이 열차에 따라 달라지니까 헤매기 쉽다. 대충 구분은 할 수 있는데 정신을 놓고 있다가 종종 실수를 하기도 한다. 그러나 이 열차들은 내가 탈 열차가 아니라는 말씀.

특급 하루카를 탈거다. 키슈지쾌속열차가 늦어서 특급열차도 지연되나 싶었는데 그렇지는 않은 모양.
야! 그런데 5분이나 늦었는데 출발하지 않고 있잖아.

갑자기 4분 지연으로 말을 바꾸고 있다. 5분이라고!!

하루카는 제 시간에 왔습니다!!! 이래서 비싼 돈을 주고 특급열차를 타는가 BoA요.

신오사카역. 태풍 19호 접근에 따른 안내를 하는데.. 모르겠다!!

다음은 교토.

산토리 교토 공장을 지난다.

밤이 되면 여기에 열차 수십 대가 들어오겠지.

드디어 낡은 밥통열차가 걸렸구나.

시간이 약 18분 정도 남아 있어서 일단 역에서 늦은 아침 식사를 해결하기로 한다. 금강산도 식후경이라고 했어. 교토역 30번, 31번 승차홈 사이에 우동과 소바를 파는 가게가 있는데 지난밤에 이 앞에서 저녁을 먹을까 말까 망설이다가 동전이 부족해서 그냥 오사카로 갔는데, 이번에는 부족한 동전 대신 잔액이 조금 남아 있는 스이카로 결제를 했다. 지난달에 삿포로에서 3,000엔 충전해서 공항에 가고, 과자를 산 후에 조금 남은 잔액이 있었다.


카츠카레동과 미니우동 세트.

맛은 뭐 잘 모르겠다. 먹을 만한 그런 정도랄까.

원래 음식 가지고 장난치는 것 별로 안 좋아해서 카레돈까스 같은 것은 잘 안 먹는데 선택의 여지가 별로 없었음.

이것은 심플한 우동.

먹고 나면 잠이 잘 올 것 같은 기분이 든다.

간밤에 규동으로도 부족해서 마트에서 니기리즈시 12개짜리와 삿포로 맥주를 사서 잘 먹었는데 그래도 배가 고팠는지 순식간에 뚝딱하고 열차를 타러 간다. 아직 2분 정도 남은 것 같다. 먹는데 10분 정도 걸린 모양이네.

출발을 앞두고 차장이 문을 닫을 준비를 하고 있다.


열차는 확실히 별로다. 특히 화장실은 여자라면 참 불편하게 생겼다.

니조역 지나고 나니까 그 다음에는 그냥 산이다.

왠지 진행방향 오른쪽에 앉고 싶어졌다.

차장이 아직 검표를 안 해서 카메오카(亀岡)역에서부터 앞 칸으로 이동해서 오른쪽 좌석에 착석. 여기는 소노베(園部)역.

졸다보니 어느새 복지산(福知山. 일본식 발음은 후쿠치야마)역. 여기를 다시 오다니..

반대쪽에 소학교 저학년 정도로 보이는 어린 아이와 할아버지가 함께 열차를 타고 후쿠치야마역에서 내리는데 승차권인지 특급권인지는 모르겠는데 둘 중 하나를 잃어버린 모양. 차장이 검표까지 했으니 두 장을 모두 가지고 있었을 텐데 화장실이나 어디 좌석 틈바구니로 흘려버린 모양. 결국 못 찾고 내렸는데 요금을 더 내지는 않았는지 모르겠다. 열차를 타면 표를 잃어버리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저 코노토리는 어제 내가 아마노하시다테에 갈 때 탔던 그 열차다. 그리고 지금 탄 열차는 그 때 보았던 기노사키 열차고.


후쿠치야마에서 토요오카까지는 JR의 산인혼센과 KTR의 미야즈센이 있는데 열차 시간이 띄엄띄엄한 것도 있겠지만 KTR의 역은 황량하기 이를 데 없다. 이래서야 망하지 않고 배기겠느냐 싶은 생각이 든다.

후쿠치야마부터 계속 단선이기 때문에 역에서 교행을 하느라 열차가 서 있다. 역시 특급열차가 우선이겠지.

눈에 보이는 것은 산과 들판.

토요오카역. 저 열차는 빨간 색인 것을 보건대 KTR에서 요즘 홍보하는 탄고 아카마츠 열차인 것 같다.

신오사카발 기노사키온천행 특급열차의 이름 코노토리는 '황새'라는 뜻인데, 토요오카를 지나서 마루야마가와를 지나다 종종 황새를 볼 수 있다. 그런데 이 날은 황새가 보이지 아니한다. 황새는 국제적으로 멸종 위기에 처한 귀한 새로 토요오카시에서는 이 황새 복원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하는데 그런 노력 덕분인지 종종 황새들이 보이기도 하고 열차 이름도 황새라고 지은 것 같다.

키타킨키 빅X 네트워크를 여기서도 홍보를 하고 있다. 좀 안쓰럽기도 한데..

주말이나 연휴 기간에는 코노토리나 기노사키 열차의 자유석이 바글바글해서 빈 자리가 별로 없는데 태풍 앞에서 모든 것이 무너지고 말았다. 기노사키온천까지 가는 사람이 별로 없어서 자리가 텅텅 빈 채로 간다.

종점인 기노사키온천에 도착.

기노사키온천은 오사카, 교토에서 세 시간 정도 걸리는 가깝다고 할 수 없는 거리에 있는데(비싸기는 하지만 신칸센을 타면 두 시간 반에 도쿄나 후쿠오카에 갈 수도 있으니), 유서깊은 온천인지라 외국인보다 현지인 관광객들이 많이 찾는 곳이다. 그러나.. 태풍 때문에 썰렁하다.


타고 온 열차는 이제 코노토리로 이름을 바꾸고 신오사카로 간단다.

온천욕을 즐기고 나오면 시간이 남을 것 같으니 카스미까지 갔다가 온 다음에 온천을 하고 돌아가기로 한다. 기노사키온천에 처음 오는 것이 아니라서 온천가를 돌아보며 구경할 필요는 없고 소토유 한두 군데 들어가서 몸만 담그고 나오면 되는지라. 돌아오는 열차 시간이 조금 애매하기는 한데 18시 18분에 신오사카 행 코노토리 마지막 열차가 있으니 오후 4시 즈음해서 이 곳에 돌아오면 될 것 같다. 정신을 어디에 팔아먹고 다니는지 매표소에서 열차 시각표 확인하고 나오다가 투명한 유리창벽에 들이박았다. 터벅터벅 걸었으니 다행이지 서둘러 달리기라도 했으면 대형참사가 벌어질 뻔했네. 안에 있던 역무원들이 볼까 싶어 서둘러 도망쳐 나왔다.

사실상 셋째 날인 4일차. 이 날의 목적지는 아마노하시다테(天橋立). 아마노하시다테는 일본 3경(日本三景)의 하나로 꼽히는 곳인데, 이 일본 3경이 객관적으로 평가하여 뽑은 것은 아니고 에도 시대의 하야시 슌사이(林春祭)라는 유학자가 자신이 여기저기 다녀보면서 이 곳의 경치가 제일 좋더라고 꼽은 것에서 유래하여 지금까지 통용되고 있다고 한다. 일본 3경은 이 아마노하시다테와 히로시마의 미야지마(宮島), 그리고 센다이의 마츠시마(松島)를 말하는데 뒤의 두 곳은 각각 2007년과 2008년에 갔다 온 적이 있고, 마츠시마는 그 이후에 한 번 더 다녀온 적이 있다. 반면 아마노하시다테는 교토에 있다고는 하지만, 교토부(미야즈시)에 있다는 것이지 교토시에 있는 것이 아니라 찾아가기 귀찮은 곳에 있어 가본 적이 없었다. 차를 가지고 운전해서 가는 것이 아니고 주로 열차에 의존하다보니 생기는 불편함도 있거니와 아마노하시다테까지 이어지는 노선은 JR이 아닌 키타킨키탄고철도(北近畿タンゴ鉄道.KTR)라는 별개의 회사가 운영하고 있어 추가요금이 필요한 탓에 이것저것 군것질을 하다가 돈이 부족하면 포기하기도 하고, 늦잠을 잔다거나 난키 시라하마라든지 기노사키온천 등 다른 곳에 가다보니 계속 밀리고 밀려서 이번이 처음이다.

미야지마와 마츠시마는 히로시마와 센다이 시내 중심부에서 한 시간 안에 갈 수 있는 곳인데 반해, 아마노하시다테는 교토 시내에서 상당히 먼 거리다. 교토역에서 특급열차 하시다테를 타고 가도 최소 두 시간 걸리는 거리라서 왕복 4시간 정도 소요되고, 그만큼 운임이 비싸서 다른 곳들에 비해 진입 장벽이 있는 것 같다.


오사카칸조센 소토마와리 구간을 운행하는 야마토지쾌속 열차를 타고 간다. 용케도 시간을 딱 맞추어서 왔네.


오사카역 도착. 역시 역 몇 개 건너뛰니까 빠르다. 움직이면서 찍으니 흔들리는구나.


일단 열차를 갈아타기 위해서 저 위로 올라가야 한다. 토요일이라고는 하지만 생각보다 사람이 많다.


열차 시각 및 승강장 확인, 4번 승강장에서 기다리면 되겠네.

교토에서 한 번에 아마노하시다테까지 가는 특급 하시다테와 시간이 맞지 않아서 후쿠치야마(福知山)까지 가서 환승을 해야 한다. 굳이 하시다테를 타려면 12시 25분에 출발하는 열차가 있기는 한데, 이 열차를 타고 도착하면 거의 오후 2시 반이 되기에 너무 늦는 감도 있고 해서, 번거롭지만 환승을 하는 편이 낫지 싶다. 경로가 조금 다르기는 하지만 하시다테나 다른 열차나 후쿠치야마역에 서는 것은 똑같고 후쿠치야마역부터는 같은 길을 가게 된다. 후쿠치야마를 경유하기 싫으면 니시마이즈루(西舞鶴)까지 가서 KTR선으로 갈아타는 방법이 있기는 한데, 니시마이즈루까지 가는 열차 편수가 적어서 기다리다 보면 시간이 더 걸릴 수도 있다.


어우 이 사람들 어디가는거지? 연휴의 시작이라고 해외여행을 가는 것인가?
참고로 이 연휴 기간 동안 엔저에도 불구하고 많은 일본인들이 해외여행을 하고 돌아왔다고.


이 곳은 JR다카라즈카센과 JR고베센을 타는 곳이다.
특급 코노토리는 JR다카라즈카센을 경유해서 후쿠치야마까지 가니까 이 플랫폼에서 출발한다.


쾌속열차를 한 대 보내고 다음에 오는 특급 코노토리 7호를 타고 간다. 코노토리는 한 시간에 한 대 꼴로 운행하는데, 일부 열차는 기노사키온천까지 가고, 나머지는 후쿠치야마까지 운행한다. 연휴라서 온천여행가는 사람도 많을테니 아무래도 기노사키온천행 열차에 사람이 더 많지 않을까 싶은데, 어차피 후쿠치야마에서 내려야 하니까 잘 되었다. 사람이 북적이고 시끄러운 것보다는 조용한 열차가 좋다.


3번 플랫폼에 특급 선더버드가 들어온다.
오사카와 호쿠리쿠 지역의 카나자와, 도야마 사이를 운행하는 열차인데, 이것은 호쿠리쿠에서 출발해서 도착하는 상행 열차.

그런데 왜 사진이 이 모양이냐고 할 수 있겠는데, 우선 찍는 사람의 능력이 부족해서이고, 그리고 카메라가 좀 낡았다. 소니 T5와 H7을 쓰고 있는데, T5는 2005년에 출시되어 조금 있으면 열 살이 되는 노친네고, H7은 2007년에 나온 역시 적지 않은 연식을 가지고 있다. 화소 역시 각각 500만, 810만 정도에 불과하고 렌즈 역시 일체형으로 붙은 것이라 사진의 깊이가 떨어질 수밖에. 사진 전문가가 아니고, 평소에 사진을 찍을 기회가 많지도 않아서 좋은 최신 카메라를 사는 것은 주저하게 되어서 그냥 계속 가지고 다니게 되는 것 같다. 망가지면 새로 사는 것을 고려해보겠으나.. 하늘에서 100D가 떨어지는 일은 없겠지?

선더버드라는 로고가 열차에 있다. 선더버드는 JR니시니혼의 재래선에서 중요한 밥줄인 호쿠리쿠센을 달리는 열차인데, 선형이 좋고 복선으로 되어 있어 표정속도가 거의 시속 100km에 육박한다. 예전에 새마을호가 한창 잘 나갈 때 서울-부산간을 달렸던 그 속도와 거의 비슷하거나 살짝 못 미치지 않나 싶다. 지금 바보가 되어버린 새마을호와 비교하면 곤란하고.


아침 이른 시간대를 피해서 그런지 사람이 많지는 않다. 태풍 때문에 사람들이 여행을 많이 취소해서 관광업계가 울상이라는 것을 뉴스에서 보았는데, 그럼 나는 뭐가 되는거냐. 오사카역에 사람이 많지는 않아서 앞쪽에 앉았는데, 아마가사키, 다카라즈카를 지나면서 사람이 탈 수 있으니까 뒤편에 짱박혀 가기로 한다. 조그만 카메라로 찍은 사진은 열차의 흔들림을 이기지 못하고 흔들려버려서 올리기는 그렇네. 어쨌든 이렇게 편하고 고요한 열차 안이 마음에 든다.


아마가사키역에서 JR다카라즈카센으로 분기가 된다.

JR패스를 사서 전국여행을 하다보면 신칸센을 주로 타고 신칸센이 없는 곳에서 특급열차를 타고 이동하다보니 노선에는 아무런 관심이 없었는데, 간사이 지방에 자주 오다보니 이제는 어느 정도 노선 분기라든가 어느 열차를 타야 하는지 대충 알게 되었다. 목 마른 자가 우물을 판다고 했던가.


구름이 끼어 있지만 파란 하늘이 보이는 좋은 날씨다.


갈수록 시골 느낌이 나는데, 아직까지는 고층 맨션도 있고 그러네.


도심을 제외하고 고층 건물이 많지 않은 일본에서 저 맨션은 꽤 높은 편이 아닌가 싶어요.


이 열차는 먼저 보냈던 쾌속열차인 것 같은데 여기서 만난다.


다카라즈카역이다.

일본어 실력이 늘면 다카라즈카 극단 공연을 보고 싶다.


다카라즈카역을 출발하고 몇 분 지나지 않아 산이 등장한다.
이와 함께 의자를 뒤로 젖혀서 편히 잠을 자기 시작한다.

...

..

거의 40분 정도 꿀잠을 자고 일어났다.


카이바라(柏原)역에 정차했다가 출발하고 있다.

잠든 사이에 사사야마구치(篠山口)를 통과했구나. 사사야마구치는 오사카를 중심으로 한 어반 네트워크의 마지막 역인데, 이 역을 지나면 선로가 단선으로 줄어들어 열차들이 교행하는 장면을 종종 볼 수 있다. 운행하는 열차 편수가 적어지고, 무인역이 등장하고, 교통카드 사용도 안 된다. 열차가 달리는 이 노선의 이름이 후쿠치야마센(福知山線)인데 사사야마구치 남쪽까지는 다카라즈카센이라고 애칭을 붙여서 부르고 북쪽으로는 그냥 원래 이름 후쿠치야마센이라 부른다.


후쿠치야마성이 보이는 것을 보니 이제 다 왔다.


후쿠치야마역 승강장은 고가다.

후쿠치야마역에 내리면 특급 코노토리와 기노사키온천행 특급 기노사키가 서로 연결되도록 시간표가 짜여져 있다. 타고 온 코노토리가 기노사키온천까지 가지 않는 이유는 후쿠치야마에서 바로 기노사키와 환승이 되도록 하였기에 쓸데없는 열차 운행을 피하려는 의도다. 교토발 기노사키 중에는 이름은 기노사키지만 기노사키온천까지 가지 않고 후쿠치야마가 종착역인 열차가 있는데, 이 경우에는 반대로 코노토리와 환승해서 기노사키 온천까지 갈 수 있다.

후쿠치야마역은 JR니시니혼에서 기타긴키지역 빅X 네트워크의 중심지로, 산인혼센과 후쿠치야마센, KTR미야후쿠센이 X자 모양으로 서로 갈라지는 모양새를 취하고 있다. 교토부 북부 교통 요지라고나 할까. 그래서인지 후쿠치야마센을 따라 오면서 보지 못했던 빌딩과 상업용 건물, 광고판들이 보이고 제법 큰 도시구나 싶은 느낌을 준다.




역시 건너편에 특급 기노사키가 대기하고 있다. 토요오카역이나 기노사키온천으로 가려면 이 열차를 타면 되는데, 나는 이걸 타면 안 되는거다.

복지산이라..


아마노하시다테에 가려면 KTR로 환승을 해야한다.

처음부터 교토에서 하시다테를 타고 왔으면 환승없이 갈 수 있지만, 그걸 못 탔으니 고생을 해야하는거다. 열차 출발 시각은 10분이 채 남지 않았는데, 줄 선 사람들이 줄지를 않는다. 나는 여기서 새로 패스도 사야해서 시간이 좀 걸릴텐데..


혹시나 다른 입구가 있나 해서 아래층으로 내려가서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갔더니만 바로 옆이다. 그 사이 사람들이 줄어서 다행이기는 한데 저 역무원 혼자서 열심히 일을 하고 있다. 검표는 물론 표를 팔고 잔돈 거슬러주고 승객 안내도 하고 바쁘다 바빠.

단기체재 외국인은 1,600엔을 내면 KTR의 전 노선을 이용할 수 있는 아마노하시다테 패스를 살 수 있다. 다만 조건이 하나 더 있는데 JR패스 또는 JR간사이와이드패스를 가지고 있어야 한단다. 왜 그런지는 잘 모르겠는데, JR에서 외국인용 패스 발행시 여권을 보고 단기체재 여부를 확인하니 그런 것일 수도 있는데, 패스 사용일까지 확인하는 것을 보면 JR패스를 가진 사람들이 후쿠치야마까지 왔을 때, 별도 요금을 내야 해서 가지 않는 경우를 대비해서 파는 패스인 것 같다.

아마노하시다테 패스의 유효기간은 1일이다. 이틀간 사용 가능한 패스가 있기는 한데, 이틀 동안 이 멀리까지 올 수는 없으니.. 이 패스로는 KTR의 보통열차와 특급열차의 자유석 무제한 승차가 가능하고, 아마노하시다테에서 자전거 대여, 리프트카, 케이블카, 유람선을 추가 요금 없이 이용할 수 있다. 2,000엔을 내고 거스름돈을 받고, 저 역무원이 패스를 꺼내서 날짜를 비롯한 몇몇 도장을 찍어서 준다. 일당백의 위용을 보여주는 느낌이었다.

패스를 받았으니 따로 열차표를 살 필요는 없고 승강장으로 간다. 어느새 열차 출발 시간이 다 되어 차장 아저씨가 초조하게 기다리고 있고, 얼른 뛰어가서 열차에 올라탔다.


열차 안은 이렇게 생겼다.

열차는 미야즈(宮津)역까지 갔다가 앞뒤를 바꾸어 아마노하시다테역으로 간다. 일본에서는 이런 경우가 종종 있는데, 대개 이런 진행방향으로 좌석이 배열된 경우 승객들이 알아서 좌석을 돌려 앉는데 아무도 움직이지 않는다. 조금 의아한 생각이 들었는데 곧 그 의문이 풀렸다. 아마노하시다테에 도착한 것.


아마노하시다테역에 도착하자 열차는 특급이 아닌 쾌속열차로 등급이 바뀌어 도요오카까지 간다고 하네.

듣자니 이 회사의 경영상태가 좋지 않다는데 아마노하시다테까지 오는 사람들은 관광객들이니 이들에게는 특급요금이라도 받아야 하는 사정이 있겠지 싶다.

열차의 앞은 이렇게 생겼다.

JR과 직통운행을 해서인지 전차선이 있기는 하지만, 미야후쿠센 이외에는 비전화 구간인지 열차는 디젤 차량이다. 가뜩이나 엔저라서 수입하는 기름값이 올랐을 터인데 걱정되는군. 시간이 있으면 도요오카나 니시마이즈루까지 가고 싶은데 그럴 시간이 있을지 모르겠고


쾌속열차의 이름은 단고지(丹後路)구나.


기념 사진 하나 찍고.


멀리서 단칸방 열차가 들어온다.


이거슨 하시다테 열차다.
후쿠치야마까지 타고 왔던 코노토리와 같은 전기밥통 287계 열차네.


대기선로에서 놀고 있는 또다른 하시다테 열차. 183계 떵차다.

다른 열차는 몰라도 기타긴키 빅X 지역 돌아다니다보면 183계와 287계를 계속 타고 다니게 되어서 저절로 알게 된다. 만약 선택권이 있다면 183계 열차를 피하고 287계 열차를 타는 것이 좋다.


돌아갈 때 어떤 열차가 걸릴지는 모르겠지만, 이런 열차를 타고 싶은데..


시간 낭비하지 말고 밖으로 나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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