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코다테라이너

#2. 홋카이도 상륙

2018. 12. 26. 21:39

빵이 맛있게 보이는데, 간밤에 열차에서 뻗어서 온 탓에 목이 말라서 별로 먹고 싶지는 않았다.

 

토호쿠신칸센이나 홋카이도신칸센은 겨울철에 눈이 많이 내리는 지역에 있어서 그런 점을 감안하여 건설을 해서 어지간히 눈이 쌓여도 정상적으로 운행을 한다. 반대로 일본에서 최대 매출을 자랑하는 토카이도신칸센[각주:1]은 눈이 조금만 와도 지연이 발생하기도 한다.

 

눈이 많이 내려서 간혹 선로가 안 보일 정도로 쌓이는 경우도 종종 볼 수 있다. 그래도 열차가 지나가면 그럭저럭 선로를 덮은 눈이 쓸려나가기는 한다.

 

산과 나무와 눈만 보인다.

 

일본의 신칸센의 특징은 선로를 고가로 만들어 이렇게 외부에서 사람이 쉽게 뛰어들지 못하게 만들어 놓은 것인데, 어쩌다 간혹 그래도 생각지도 못한 사람이 뛰어들어 인신사고가 발생하기도 한다. 시속 260km 이상으로 달리는 고속열차 안에서 운전수가 사람을 보자마자 급브레이크를 밟는다 해도 제동거리가 길어서 무의미하겠지만..

 

E5/H5계 열차의 좌석에는 머리의 높낮이를 조절할 수 있는 쿠션이 있다.

 

이 작은 동네는 평화롭구나. 아마도 행정구역상 나나에쵸일 것 같은데..

 

홋카이도신칸센은 하코다테역 대신 새로 건설한 신하코다테호쿠토역에 정차한다.[각주:2] 차후 삿포로까지 연장 예정인데 오샤만베부터 삿포로까지는 재래선 하코다테본선(산선) 방면으로 이어질 예정이라고. 이 노선은 원래 2035년 개통 예정이었으나 4년 앞당겨 2031년으로 계획이 앞당겨졌다. 하코다테역은 협궤 재래선 선로만 있어서 철도로 이동하려면 신하코다테호쿠토역에서 하코다테라이너라는 셔틀열차를 이용해서 가야한다. JR패스나 동일본-미나미홋카이도 레일패스가 있다면 특급열차를 타고 갈 수도 있고.

 

쾌속 하코다테라이너

하코다테라이너 중에는 시간대에 따라서 각역정차하는 보통열차가 들어오기도 하는데, 신하코다테호쿠토역의 신칸센 출도착 시각에 맞추어 시간표가 설정되어 있어서 하코다테라이너도 신칸센 도착시각에 따라 조금씩 유동적으로 시간이 변동되기도 한다. 수도권이나 오사카 근교라면 쉴새없이 다니는 열차 때문에 힘들겠지만, 이 동네는 열차가 드문드문 다니는지라..

 

어느새 행선 LED가 회송으로 바뀌었다.

 

하코다테의 상징물인 하코다테야마와 고료카쿠를 형상화한 듯하다. 다음 신칸센 열차가 출발 또는 도착 시간대에 맞추어 하코다테역에서 신하코다테호쿠토역까지 오가는 것이 이 열차의 일이다.

 

이 열차는 다시 신하코다테호쿠토역으로 신칸센을 타러 가는 사람들을 실어나르겠지.

 

그리고 하코다테역으로 신칸센 이용승객을 태우고 온 열차는 회송으로 바뀌었다.

 

하코다테역 개찰구 방면으로 나가는 곳에는 1868년 메이지유신 당시의 주역들이 있는 것 같다. 페리 제독이 와서 개항을 하였던 일본은 서양의 문물을 받아들이며 급속히 강력한 나라가 되었다.

 

그 때 조선의 통치자들은 무엇을 하였던가..

간밤에 열차 안에서 잠을 자기는 했지만, 흔들리는 열차 안에서 자다보니 피곤해서 호텔에 체크인을 하고 낮잠을 잤다. 길게 잠을 잔 것 같지는 않은데, 겨울이라 이미 해가 다 져서 어두웠다.

 

이런 것이 로맨틱한 분위기라는 것인가..

 

에휴~ 그냥 사진이나 찍어야지. 삼각대가 없으니 불편하기는 한데..

 

보행자용 인도는 눈이 쌓인 상태에서 얼어붙어서 내려가는 것이 걱정이 된다. 내려갈 때는 그나마 양호한 차도로 조심해서 가야지. 잘못하면 크게 다칠 수도 있겠다.

 

오후 6시가 조금 넘었는데 금방 어두워졌다. 일본이 한국보다 더 동쪽에 있고, 홋카이도는 북쪽에 있으니 해가 짧은 것이 당연하지만..

 

자연재해가 많은 나라라서 이렇게 쓰나미 피난소 표시가 있다. 지진, 화산, 태풍, 해일, 폭염, 호우 등 종류를 가리지 않는 자연재해가 빈번한 곳이라..

 

이 길은 쌓인 눈이 얼어붙어서 빙판이 되었다. 잘못해서 미끄러지면 크게 다칠 수도 있으니 조심조심 엉거주춤한 자세로 걸어가는데 이 동네 사람들은 잘만 걸어다닌다.

 

삼각대를 안 가지고 와서 최대한 손으로 고정하고 사진을 찍었는데 살짝 흔들렸다.

 

일본은 원전사고가 난 뒤에 한동안 원전 가동을 중단하였지만, 개박살이 난 후쿠시마 제1원전을 제외한 대다수의 원자력발전소가 예전처럼 정상적으로 가동을 하고 있다. 그래서인지 원전 사고 이후에 일본에서는 절전에 협력 부탁한다는 말을 자주 보았는데, 지금은 전기를 절약하자는 말을 찾아보기 힘들어진 것 같다. 호텔 방 안에서나 절전 관련 메시지를 볼 수 있는 정도. 관광객들이 많이 찾는 곳이라 이들의 지갑을 열려고 이렇게 불을 밝히면서 분위기를 만들어 돈을 쓰게 만드는 것이 아닐까 싶은 생각도 든다.

 

사람들의 발길도 끊어져가지만 다니는 사람들은 죄다 커플들만 다니는 것 같다.

 

이제 내려가야겠다.

 

뭔가 기분이 좀 그런 것이 다음에는 혼자서 오지 말아야겠다.

 

호텔로 돌아갔더니 저녁밥으로 카레를 주어서 먹었다. 홋카이도의 후한 인심이 반갑다.

  1. 토카이도신칸센은 1960년대에 건설된 60년 가까이 된 선로라서 현대에 지어진 신칸센과는 달리 선형이 안 좋고, 노반에도 문제가 있어서, 이 노선을 대신하는 츄오신칸센을 건설하는 중이다. [본문으로]
  2. 하코다테역에는 협궤 재래선 선로만 있어서 표준궤인 신칸센은 들어오지 못한다. [본문으로]

#18. 상경

2018. 10. 1. 02:14

호텔에 맡겨두었던 짐을 찾아서 나와서 신하코다테호쿠토역행 하코다테라이너를 타러 간다.


홋카이도신칸센 개통 이전에는 아오모리에서 출발하는 특급 또는 급행열차를 타고 세이칸터널을 지나 홋카이도에 오갔는데, 홋카이도신칸센 개통 이후에는 재래선 여객열차는 운행을 하지 않아서 신칸센만 이용할 수 있다. 신아오모리에서 출발하면 곧 세이칸터널로 들어가고 꽤 긴 시간 동안 터널 속을 지난다. 지금은 어떤지 모르겠지만, 신칸센 개통 이후 세이칸터널에 들어갈 때 차장이 세이칸터널을 지나가니 즐기시라는 방송을 하기도 한다. 사실 그냥 터널 안에서 계속 달리는지라 조금 속도가 많이 빠른 지하철 타고 달린다고 생각하면 되겠다.

 

하코다테역

하코다테라는 곳을 좋아하지만, 시간이 갈수록 이 도시의 활기가 떨어지는 듯한 그런 느낌도 드는 것이, 이 동네를 비롯한 홋카이도의 고령화 및 젊은 사람들이 떠나서 그런 것인지 내가 나이를 먹어서 그런 것인지 잘 모르겠다. 예전에는 겨울에만 홋카이도에 갔는데 눈이야 한국에서도 많이 볼 수 있고, 돌아다니는 것이 귀찮게 느껴질 때도 있고.. 사실 여름에 홋카이도는 비행기 가격이 상당히 비싸서 주머니가 얇은 사람에게는 부담스럽기도 하고..


하코다테역과 신하코다테호쿠토역 사이를 셔틀 운행을 하는 하코다테라이너.

하코다테라이너는 열차 시각에 따라 보통, 쾌속 등급이 있는데, 이번에 타는 열차는 쾌속열차인데, 이미 많은 사람들이 자리에 앉아서 열차 출발을 기다리고 있다. 종종 출발 시각에 거의 딱 맞춰 허겁지겁 열차를 타는 사람들도 있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이 준비성이 철저하다는 것을 느끼게 된다.


이 열차는 4시간 2분 동안 신하코다테호쿠토역에서 토쿄역까지 간다. 대부분의 열차가 정차하는 우에노역을 통과하며, 도중에 신아오모리, 모리오카, 센다이, 오미야역에만 정차한다. 열차라는 것이 승용차와 달리 가감속에 많은 시간이 걸리기에 정차역 수에 따라 열차의 표정속도가 달라지는데, 규모가 있는 도시의 역에만 정차한다. 시원한 아이스커피 한 잔 마시려고 앞좌석 뒤에 있는 메뉴판을 보다가 초콜렛 케이크와 세트로 사면 따로 사는 것보다 싸다고 해서 초콜렛 케이크까지 같이 샀다. 이미 빵을 사오기는 했는데, 4시간 넘게 타는 열차에서 저녁 대신 먹어야할 것 같다. 일본산이 아닌 벨기에산 초콜릿을 사용했다고.. 그럼 일본에서 로이스초콜릿 사오는 나는 뭐가 되는거냐..


맥주, 커피, 물... 스내플스에서 산 빵은 쇼핑백에 담아서 의자 손잡이에 걸어두었는데, 옆자리 아저씨가 내리면서 쇼핑백을 떨어뜨렸다. 나중에 보니 먹지 못할 정도는 아니기는 했지만 마음이 아프다. 흑흑

토쿄역에 내려서 재래선인 케힌토호쿠선으로 갈아타고 마지막 밤은 아니지만, 이번 여행에서 마지막으로 묵게 될 호텔에 갔다. 2~3년 동안 자주 다니다보니 호텔 지배인부터 직원들과도 안면이 있고, 머물 때 배려도 많이 해주고 있고 여러 가지로 도움을 받기도 해서..

호텔에 들어가자마자 사진도 안 찍고 먹어버렸고, 슈크림을 먹으려다가 사진을 찍었다. 아~ 쌉쌀한 커피 한 잔 있으면 좋겠는데 아이스커피는 이미 다 마셔서 없다..


슈크림은 추락사고로 모양이 망가졌는데 이건 뭐 그럴 수 있다고 치더라도


가장 비싼 케이크인 '이치고 쇼트(イチゴショート)'가 뭉개지고 박살난 것이 마음이 아프다. 손바닥만한 것이 432엔이나 하는 것인데..

 

치즈 오믈렛. 그나마 얘는 추락의 여파가 적었던 것 같다.

스내플스 홈페이지에 있는 사진과는 달리 위의 치즈 색이 많이 구워서 그런지 갈색인데, 크기가 작아서 아껴서 먹는다고 했지만 금방 사라져버렸다. 슈크림 두 개, 이치고쇼트와 치즈오믈렛 빵 하나씩 4개를 샀는데 918엔. 저렴한 가격은 아니지만 맛있으면 그걸로 된거지 뭐.. 열차 안에서 사먹은 초콜릿 케익도 있어서 저녁은 이걸로 퉁치고, 잠을 청한다. 물론 배가 고파서 잠이 안 들 것 같은데, 그래도 뭐 별 수 있나 잠이나 자야지.

대개 열차를 탈 때 열차 사진을 한두 장 찍는데 이번에는 뭐 그냥 넘어갔다. 홋카이도신칸센이야 뭐 한두 번 탄 것도 아니고 짐 끌고 다니는 것도 귀찮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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