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에서 덜깨다

2016. 3. 14. 02:59

1월 말부터 안 좋은 일이 있어서 잠을 못자서, 제 정신으로 가는 것이 아니었다. 이틀 밤을 새고 몇 시간 잠을 잔 뒤, 다시 이틀 밤을 새고 가는 것이라 이러다 탈이 나지 않을까 싶은 생각이 들고, 항공사에 전화해서 항공편 변경을 해야하지 않나 심각하게 고민할 정도였다. 출발하는 당일도 새벽에 집에 가는 버스를 타고 들어간 뒤 세 시간 정도 후에 짐을 싸서 나와야 했다. 버스를 기다리는데 몸 상태가 좋지 않으니 추위가 느껴져서 돌아다니고 있는데 갑자기 어떤 제안을 할테니 들어주겠냐는 아가씨를 만나 당황했다. 내용인즉슨, 자신이 XX을 해줄테니 돈을 주지 않겠냐는 것인데, 놀랍기도 하면서 그래도 길거리에서 아무것도 안 하고 손 내미는 사람보다는 네가 낫다는 생각이 들었다. 춥고 졸리고 힘들어서 만사 귀찮아 죽겠는지라 거절을 했다.

두 시간 정도 거실에 쓰러져 있다가 도저히 버스를 타고 서울역에서 공항철도로 갈아탈 엄두가 나지 않아서 비싸더라도 공항버스를 타러 갔다. 이미 만신창이가 된 몸이 귀찮은 여정을 견딜 자신이 없었고, 공항철도를 타면 비용은 저렴하지만 갈아타는 번거로움에 시간도 많이 걸리니 일찍 도착해서 공항에서 여유있게 움직이는 것이 더 나을 듯 싶었다. 5시부터 6시까지는 20분 단위로 버스가 있는데, 5시 40분 버스를 탈 수도 있겠다 싶어서 가방을 메고 서둘러 정류장으로 뛰다 걷다를 반복하면서 갔다. 다행히 버스에 탔고, 뒤로 가는 것도 귀찮아서 맨 앞 좌석에 앉아서 갔다. 버스에 올라탄 지 얼마 되지 않아 잠이 들었는데, 옆에 앉은 아주머니의 짐이 많아 자꾸 가방 같은 것으로 쳐서 중간중간 잠에서 깼다. 일본에서 좋은 점을 꼽으라면 다른 사람과의 물리적 거리를 두고 신체적 접촉을 피하는 것을 손에 꼽는데, 평소 같았으면 그냥 넘어갈 만한 일도 내 몸이 피곤하니 짜증이 밀려온다. 그렇다고 새벽부터 아줌마에게 좋게 이야기한다고 해서 달라질 것도 없고, 싸가지 없는 젊은 놈이라는 말밖에 듣지 못할테니 참고 가는 수밖에 없다.

그렇게 가다보니 인천공항에 7시 정도 되어 도착했다. 이른 시각임에도 공항에는 많은 사람들이 있다. 아침 이른 시각에 출발하면 도착 후에 시간 여유가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나 같은 경우는 일찍 나온다고 나와도 한계가 있고, 오히려 서두르다가 챙길 것을 두고 오거나 잃어버리는 일들이 생겨서 별로 좋아하지는 않는다. 그러나 도착 후에 다른 도시 이동이 있고, 처리할 회사 일도 있고 해서 시간을 잘 활용하고, 사람이 많은 시간을 피해서 아침에 출발하는 비행기를 타게 되었다.

아침에 출국해서 도착지에서 시간을 유용하게 쓰려는 사람이 많은데다, 2월 초라 학생들의 방학이라 그런지 어린 학생을 동반한 가족 단위의 여행객도 많아서인지 항공사 카운터나 출국장은 인산인해를 이루고 있었다. 30분 정도 걸려서 보안검색대를 통과하고 출국장을 빠져나갈 수 있었다. 김포에서 출국하는 것이 편리하기는 하지만, 김포에서 나고야로 가는 항공편(제주항공)이 없어지기도 했고, 정시성이라든지 셔틀트레인을 타지 않아도 되는 편리함 등의 이유로 인천에서 출발하는 아시아나항공의 항공편을 이용한다.

미리 주문했던 면세품(이라고 해도 내가 사는 것은 몇 천원 짜리 초콜릿 하나 뿐이고 지인들이 부탁한 주문품들이지만)을 수령하다보니 시간이 걸려서, 잠깐 라운지에 들러서 요기라도 할까 했는데 그럴 만큼의 시간 여유는 없어서 탑승구 근처로 가서 기다렸다. 사람이 북적이지 않는 구석 자리의 자리를 받기는 했는데, 막상 기내에 들어가니 빈 자리가 많지 않고, 앉을 자리 옆의 두 좌석에는 이미 사람들이 앉아 있었다. 통로 쪽에 앉은 사람은 일본 아저씨, 가운데에는 일본 아줌마(인 것 같은데 한국어도 잘 하는 분이라서 확신이 없다. 교포 분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에게 양해를 구하고 안으로 들어갔다.

승무원에게 입국신고서와 세관신고서를 받았는데, 적당히 좌석 주머니 사이에 넣어두고, 좌석벨트를 맨 후 잠에 들었다. 졸다 깨다 반복하다가 잠시 조금 깊게 잠이 들었는지 일어나보니 테이블이 펼쳐져 있고, 식사로 나온 샌드위치가 놓여 있었다. 아무래도 잠들어 있는 사이에 아주머니가 받아서 놓으신 모양. 감사하다고 인사를 하려 했는데 다른 일을 하시는 것 같아 그냥 잘 먹었다. 잠이 부족할 때는 늘 몸에서 수분을 많이 요구하므로 우선 물을 뜯어서 마시고, 샌드위치를 먹은 뒤, 나중에 승무원에게 음료를 따로 시켜서 마셨다. 그래도 피곤함에서 오는 갈증은 어떻게 달래지지 않는다.

인천-나고야를 운항하는 아시아나 A321항공기는 작아도 모니터가 달려서 기내엔터테인먼트 서비스가 제공되지만, 정신을 못 차리고 있으니 아무런 소용이 없다. 그냥 남은 거리가 얼마나 남았는지 보여주는 운항정보를 화면에 띄워놓고 간다. 정신을 차려보려고 애를 쓰지만 배가 조금 부르니 잠이 더 잘 온다. 다시 졸다 깨다를 반복하다보니 어느새 나고야에 다 와가는 듯하다.

생각보다 탑승객이 많기도 하거니와 촌각을 다툴만큼 일찍 나가야 하는 것도 아니어서 잃어버린 물건이 없는지 확인을 하고 천천히 짐을 챙겨 나왔다. 잠이 부족한 상태에서는 지갑이나 휴대폰 같은 것을 두고 나오는 경우가 종종 있어서.. 기내에서 입국 신고서를 쓰지 않아서 심사장 앞에서 줄을 서면서 끄적끄적 쓴 뒤에 통과하고, 화장실에 갔다가 물도 마시고 정신을 조금이라도 차린 뒤 ATM을 찾아서 3만엔을 출금했다. 시간이 부족해서 미리 환전은 못했는데, 숙박비는 카드로 결제하고 식비와 교통비 등의 비용만 현금으로 결제하면 될 것 같다. 물론 그 비용이 만만치 않다는 것이 문제일 듯.

행선지가 나고야 시내의 호텔이었으면 공항버스를 탈 수도 있으나 어차피 나고야역으로 가는 것이라서 열차를 타고 간다. 츄부국제공항과 나고야역 사이를 잇는 메이테츠 특급을 타면 대충 35분, 전차량 지정석인 뮤스카이를 타면 28분 정도 걸린다. 촌각을 다투는 것이 아니니까 그냥 저렴한 특급열차를 탔다. 주의할 점은 뮤스카이는 전차량 지정석이어서 뮤(μ)티켓이라 불리는 특급권을 360엔을 따로 내고 구매해야 한다. 일부 지정석인 특급열차에서도 지정석칸은 특급권을 구매해야 하지만, 자유석칸은 운임만으로 이용할 수 있다. 메이테츠나고야역 앞의 매점에서 킨테츠레일패스를 살 수 있는데, 처음이 아닌지라 여권을 먼저 보여주고 만 엔짜리 지폐를 한 장 내면서 킨테츠레일패스를 사고 거스름돈을 받으니 대충 잔돈도 생겼다.

앉은 좌석이 두 자리씩 마주보는 형태로 되어 있는데 어떤 일본인 아가씨가 대각선으로 맞은 편 자리에 앉으면서 큰 짐가방으로 옆자리를 막아준 덕분에 편하게 나고야역까지 갈 수 있었다. 이 때문에 자리가 비어 있는데도 앉지 못했다면 아가씨를 욕했겠지만. 나고야역에는 12시가 못 되어 도착했고, 킨테츠나고야역으로 가서 교토행 특급열차 지정석을 예약했다. 12시 30분 출발이고 야마토야기(大和八木)역에서 내려서 한 차례 환승을 해야하며 대충 두 시간 정도 걸리니까 금전적인 여유가 있다면 교토까지 신칸센을 타는 것이 가장 빠르고 갈아타지 않아도 된다. 킨켄샵이라 불리는 할인티켓을 파는 곳에서 조금 싼 티켓을 살 수도 있는데, 그것 역시 편도 가격이 5일간 사용할 수 있는 킨테츠레일패스보다 더 비싸니 가난해서 느리고 갈아타는 번거로움이 있는 열차를 탄다. 만약 교토-나고야 간의 소요시간이 10시간이 걸린다고 한다면 생각이 달라졌겠지만.. 어쨌든 자본주의사회라는 것이 이렇다.



메이테츠나고야역에 내렸다. 츄부공항에서는 메이테츠가 제일 빠르고 편하면서 싼 시내 이동수단이다.



메이테츠나고야역에서 나와서 킨테츠나고야역으로 간다.


메이테츠를 타고 갈 수 있는 곳은 토요하시, 이누야마, 미카와, 토요카와 등 아이치현 일대와 기후 정도. 쉽게 말해서 원하는 목적지인 교토까지는 갈 수 없다. 그래서 JR이나 킨테츠 둘 중 하나를 이용해야 간사이지역이라 일컬어지는 서쪽 방면의 도시로 갈 수 있다. 메이테츠나고야역과 킨테츠나고야역 사이에는 환승개찰구가 있어서 두 회사 승차권을 함께 넣고 나갈 수 있는데, 승차권형태의 킨테츠패스도 넣을 수 있는지 잘 모르겠다. 특급열차를 타려면 매표소에서 지정석을 받아야하니까 그냥 돌아서 갔다. 패스를 보여주며 특급권 신청서 한 장을 주고 교토까지 특급 열차를 예약하니 대충 20여 분 정도 시간이 남아서 메일 확인을 하려고 JR나고야역으로 갔다. JR나고야역을 비롯한 토카이도신칸센역에서는 무료 와이파이를 이용할 수 있어서 종종 이용하는데, 와이파이에그를 따로 빌려서 다니지 않기에 역과 편의점 등에서 가끔 메시지나 메일 확인을 하고 답장을 한다. 와이파이가 있으면 괜히 인터넷 서핑이나 할 것 같고, 가지고 다니기도 귀찮아서 빌리지 않는다. 그런데 와이파이로 메일 확인을 하고 킨테츠역으로 여유있게 돌아오기는 했는데, 점심으로 어떤 도시락을 먹을까 역내 편의점에서 고민을 거듭하다가 하나를 사고 열차를 타러 가는데, 갑자기 어떤 열차 하나가 문을 닫고 출발을 했다. 설마 그 열차가 타야할 열차인지 모르고 시계를 보니 12시 30분이었다. 아~ 이런..


메이테츠를 타고 갈 수 있는 곳은 토요하시, 이누야마, 미카와, 토요카와 등 아이치현 일대와 기후 정도. 쉽게 말해서 원하는 목적지인 교토까지는 갈 수 없다. 그래서 열차를 이용한다면 JR이나 킨테츠 둘 중 하나를 이용해야 간사이지역이라 일컬어지는 서쪽 방면의 도시로 갈 수 있다.

메이테츠나고야역과 킨테츠나고야역 사이에는 환승개찰구가 있어서 두 회사 승차권을 함께 넣고 나갈 수 있는데, 승차권형태의 킨테츠패스도 넣을 수 있는지는 잘 모르겠다. 특급열차를 타려면 매표소에서 지정석을 받아야하니까 그냥 돌아서 갔다. 패스를 보여주며 특급권 신청서 한 장을 주고 교토까지 특급 열차를 예약하니 대충 20여 분 정도 시간이 남아서 메일 확인을 하려고 JR나고야역으로 갔다. JR나고야역을 비롯한 토카이도신칸센의 역 또는 규모가 있는 재래선 역에서는 무료 와이파이를 이용할 수 있어서 종종 이용하는데, 와이파이에그를 따로 빌려서 다니지 않기에 역과 편의점 등에서 가끔 메시지나 메일 확인을 하고 답장을 한다. 와이파이가 있으면 괜히 인터넷 서핑이나 할 것 같고, 가지고 다니다가 잃어버릴 것 같아서 빌리지 않는다. 그런데 와이파이로 메일 확인을 하고 킨테츠역으로 여유있게 돌아오기는 했는데, 점심으로 어떤 도시락을 먹을까 역내 편의점에서 고민을 거듭하다가 하나를 사고 열차를 타러 가는데, 갑자기 어떤 열차 하나가 문을 닫고 출발을 했다. 설마 그 열차가 타야할 열차인지 모르고 시계를 보니 12시 30분이었다. 아~ 이런..



이 열차를 타고 간다. 오사카난바까지 가는 같은 특급열차인데, 나고야역 기준으로 매시 정각에 출발하는 어반라이너가 츠, 츠루하시, 오사카우에혼마치에 정차하는 것과는 달리 정차역이 많아서 이걸 타고 오사카까지 갈 때는 속이 터진다. 그러나 교토나 가시하라진구마에 등으로 가기 위해서는 이 열차를 타는 수밖에 없다. 이 열차는 킨테츠에서 여기저기 돌려먹는 그런 열차로, 찾아보니 12200계라고 하는 것 같은데 정확히는 잘 모르겠다. 열차 형번이나 기능상의 특징은 별 관심이 없고, 이 열차가 얼마나 원하는 곳까지 빨리 가느냐에만 관심이 있는지라.


오사카난바행

킨테츠의 특급열차는 자유석이 없어서 무조건 지정된 열차의 좌석에 앉아서 가야하므로 지정석권을 발권해준 역무원에게 가서 말을 했다. 어찌어찌하다보니 플랫폼을 잘 몰라서 다른 플랫폼에 있다가 열차를 못탔다고 말했다. 사실 행선지 안내에서 오사카방면이라는 글자만 보고 다른 플랫폼으로 간 것은 사실이고, 만약 제대로 갔더라면 열차를 탈 수는 있기는 했으니.. 그런데 재수없게도 그것은 한 시간 뒤에 출발하는 열차고, 타려던 열차는 다른 플랫폼에서 출발하는 것이었다는 것이 문제였지. 역무원이 보더니 특급권에 적힌 지정된 열차를 지우고 도장을 찍어준 뒤에 빈 좌석에 앉아서 가란다. 경험상 빈 좌석이 없는 최악의 상황은 아닐 것 같지만, 그래도 언제 주인이 나타날지 모르는 탓에 계속 긴장 상태로 가야할 것 같다. 이거 좋지 않은데..


야마토야기 도착 이전에 정차하는 역이 다섯이다.

킨테츠의 나고야-오사카 간의 메이한특급(名阪特急)열차는 시간대에 따라 운행하는 패턴이 다르다. 킨테츠의 메이한특급열차는 대개 시간당 2편이 편성되는데 매시 정각에 출발하는 열차는 어반라이너, 매시 30분에 출발하는 열차는 특별한 열차명 없이 그냥 특급열차로 운행을 한다. 나고야역과 오사카난바에서 매시 정각에 출발하는 어반라이너는 도중 츠(津), 츠루하시(鶴橋), 오사카우에혼마치(大阪上本町)역에만 정차한다. 아침 이른 시간대와 밤 늦은 시간대에는 한두 역이 추가되는 경우가 있기는 하지만, 시간 단축을 위해 정차역을 줄여 운행하고 있으며, 중간에 교토나 카시하라진구마에 등의 다른 킨테츠 노선으로의 환승을 거의 고려하지 않고 나고야-오사카 사이의 수요만을 노리고 있다. 이에 반해 매시 30분에 출발하는 특급열차는 어반라이너가 정차하지 않는 역에 정차하며, 다른 노선의 특급열차와 연계되도록 시각표를 설정해두어서 같은 구간에서 소요시간이 긴 편이다. 킨테츠에서는 어반라이너에 더 많은 공을 들이고 있는 탓에 어반라이너로 운행하는 열차는 다른 특급열차들과는 달리 21000계 및 그 후속 모델의 어반라이너 전용 열차를 투입하고 있다. 소요시간은 어반라이너가 약 1시간 10분 정도 더 걸리지만, 도착지가 시내 중심부인 난바인 덕분에 신오사카역에서 오사카 남부로 갈 경우에는 다시 시내환승을 해야하는 불편함도 없고, 금액이 저렴하기 때문.

그런데 정차하는 역마다 언제 자리 주인이 나타날 지 모르니 긴장하고 있어야 한다. 그러게 열차 시간을 잘 확인하고 미리 준비를 했어야지, 누굴 탓하겠나. 며칠 동안 밤을 새고 나와서 이러고 있으니 잠이 쏟아질텐데 이거 참 걱정이 앞선다.


맨 뒷자리에 앉았는데, 자리 주인이 나타나서 맨 앞으로 옮기게 되었다. 아이씨~

조금 지나니 검표를 하는 차장 아저씨가 들어오셔서 이리이리해서 이렇게 여기에 앉아서 가게 되었다고 설명을 했더니, 괜찮으니까 앉아서 가라고 하신다. 그래도 중간 역에서 승객들이 탔을 때, 혹시라도 앉아 있는 좌석을 가진 사람이 오는 경우라면 비켜주어야 하고, 잠들어서 환승역인 야마토야기에서 내리지 못할 수도 있으니 긴장을 늦출 수는 없다.


일단 금강산도 식후경이라고, 열차를 놓치게 만든 도시락을 꺼내서 먹기로 한다.


일본의 3대 소(고기)로 효고현의 고베규(神戸牛)와 함께 항상 꼽히는 미에현의 마츠사카규(松阪牛)로 만든 마츠사카 규메시 도시락. 다른 3대 쇠고기의 한 자리는 야마가타현의 요네자와규(米沢牛)와 시가현의 오미규(近江牛)가 꼽히는데, 평가하는 사람에 따라서 달라진다고. 그래서 일본 4대 쇠고기로 꼽기도 한단다. 문득 작년에 미에현의 츠에서 묵었을 때 마츠사카에서 소 품질 검사를 하는 장면을 텔레비전으로 본 장면이 생각이 났다. 할아버지가 연로해지자 손자인 고등학생이 가업을 이어받겠다면서 소를 끌고 나와서 품질 검사 준비를 하는 모습이었는데, 어린 친구지만 단순히 할 것이 없어서 그 일을 하는 것이 아니고 일에 열정과 책임을 가진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타이쇼(大正) 11년(1922년)에 개업한 마츠우라상점에서 만드는 도시락이란다. 거의 100년이 다 되어가는 전통이 있는 노포다. 스스로가 노포의 맛이라고 자랑할 정도이니 맛있겠지. 반숙 계란과 간단한 반찬과 불고기처럼 양념을 하여 익힌 쇠고기가 밥 위에 깔린 도시락이다.


맛있게 보인다. 맛있게 먹었다.


다행히 중간 정차역에서 사람들이 타고 내리기는 했지만, 내가 앉은 자리 주변에는 사람들이 오지 않아서 자리를 비켜주는 일은 없었다. 배가 부르니 잠이 오기는 하지만 자다가 환승을 못할까 싶어서 버티다 야마토야기에서 내려서 열차를 갈아탔다. 이 곳에서 열차를 갈아탄 것은 4년 정도 된 것 같은데, 환승이 복잡하지 않아서 문제없이 교토행 열차에 탔다. 빈 자리에 앉아서 차장에게 다시 같은 이야기를 반복하고, 열차를 타고 간다. 일부러 사람이 많지 않은 칸으로 갔는데, 그 열차는 흡연칸. 사람이 적은 것에는 다 이유가 있구나.그렇게 교토에 도착했다.

교토역은 와이파이를 사용할 수 있어서 구글 맵을 켜고 호텔까지의 경로를 검색해본다. 예약한 호텔까지는 1.9km정도, 도보로 23분 정도 걸린다고 한다. 버스를 타고 갈 수도 있으나, 이 도시에서는 버스라는 것이 서울 시내버스처럼 몇 분에 한 대 씩 오는 것이 아니고 그렇다고 빠르게 다니는 것도 아니어서 기다려서 버스를 타는 시간과 버스 안에서 보낼 시간을 생각하면 걸어가는 것과 별 차이가 없을 것 같다. 일단 역에서 가까운 우체국에 들러 선불 봉투를 몇 장 사고, 지도 화면에서 나오는 경로를 따라 가면 큰 어려움 없이 길을 찾을 수 있었다. 교토의 도시 구조가 길 찾는 것이 크게 어렵지 않은 이유도 한 몫을 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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