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토의 관광지가 대부분 교토 시내 동쪽 방면에 위치해 있으나, 불행히도 이틀 밤을 보낼 호텔은 서쪽에 위치해 있고, 교토역에서 꽤 멀리 떨어져 있어서 그다지 관광하기에 좋은 곳은 아니었다. 그 사실을 어느 정도 알고 있었지만 상대적으로 저렴하다는 이유로 이 곳을 찾아온 뒤에 느껴지는 막막함이란 참. 예약하기 전에 호텔 주소를 구글 지도에서 검색해보았는데, 교토역에서는 도보로 대충 23분 정도 걸린다고 해서, 걸음이 빠른 편이니 20분 안에 오갈 수 있겠다 싶어서 예약을 했다. 교토역 앞 버스 정류장에서 호텔 근처까지 버스가 다닌다고 하지만 배차간격이 서울 시내버스와 같지 않아 뜸한 편이라 기다리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 성격이 걸어가게 만든다.

구글 맵을 켜고 현재 위치에서 호텔까지 경로탐색을 하여 가는 길을 찾았다. 위치 정보는 굳이 와이파이가 켜진 상태가 아니더라도 사용자의 이동에 따라 위치가 파악되므로 지도에 나온 경로에서 벗어나지 않고 따라가기만 하면 된다. 소요시간이 23분이라고 하였으나 거리는 1.9km라서 한 시간에 4km를 걷는 평균적인 속도로 걷는다면 23분에 간다는 것 - 구글 지도에서 도보 속도는 시속 5km를 기준으로 하는 것 같다 - 은 말이 되지 않는다. 초행길이고 짐까지 잔뜩 껴안고 있으니 그 시간에 가는 것은 무리라고 보이지만 이 멍청한 구글에 질 수는 없지. 열심히 걷는다. 중간중간 횡단보도에서 신호를 기다리느라 시간을 보내면서 마음은 급해지고 낑낑거리면서 겨우 23분에 맞추어 호텔에 도착했다. 아이씨!

일단 체크인을 한 뒤 방에 들어가자마자 무엇이 문제인지 부팅에 적지 않은 시간이 걸리는 넷북을 펼치고, 업무 상황을 파악하고, 일련의 지시를 해야 한다. 납품 건에 대해서 최종 검토 및 승인을 해야 한국에서 일이 진행되므로 쉴 틈없이 리스트를 보면서 종류와 수량을 확인하고, 운송사에도 해당 상품의 리스트를 전달한다. 그리고 개인적으로 보낼 것이 있어서 교토역 앞 중앙우체국에서 사 온 봉투에 넣어서 호텔 가까이에 있는 우체통에 넣고 오니, 이미 어두워지고 거리는 한산하다. 아직 해가 짧은 2월인데다, 일본은 한국보다 해가 빨리 뜨는 만큼 지는 것도 빠르고, 한국처럼 늦게까지 영업하는 상점이 많지 않아서 거리가 금방 어두워진다.

저녁을 먹어야 하니 다시 먼 길을 걸어 교토역으로 간다. 그냥 방 안에 있는 것도 심심하고 하니 그냥 걸어다니다 보이는 음식점에 가기로. 타베로그라도 찾아보고 나올까 싶었지만, 언제부터 그렇게 치밀하게 계획을 세워서 움직였다고. 참고로 교토역 앞 지하철과 연결되는 지하 상가에는 교토시에서 운영하는 와이파이를 사용할 수 있어서 사용자 등록을 하면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 다만 이 와이파이가 잘 잡히지 않는다는 것이 문제. 그래도 어떻게 와이파이 연결이 되어서 한국에 있는 동료에게 연락해 일이 잘 마무리되었는지 확인하고, 무엇을 먹을까 고민을 하다가 일본에 왔으니 우선 초밥을 먹기로 한다. 토리아에즈 스시! 동일본대지진 이후 방사능 유출 이후 안전성에는 여전히 의문이 있는 것이 사실인데, 인체에 유해한 수준이 아니라고 말해도 그것이 전혀 해가 없을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지만 유혹에 넘어가고 만다. 날 음식만 보면 침이 꿀꺽꿀꺽 넘어가는지라..

교토역 지하에 있는 식당가에 빈 자리가 없어서 이온몰 1층 코효 수퍼마켓에서 대충 저녁거리를 사서 호텔로 돌아왔다. 기다리기도 귀찮고 돌아다니고 싶어도 몸이 피곤하니, 일단 방에 들어가 눕고 싶은 생각이 먼저다.



토리아에즈 사시미부터 :)

아무래도 횟감만 먹는 것이다보니 초밥(니기리즈시)에 올라가는 횟감보다는 질이 좋고 신선하기에 더 비싸다.

위쪽에 있는 것은 미니로 판매하는 구운 고등어와 가리비 니기리즈시.



다음은 니기리즈시 모듬.

이름이 사카나야상노니기리모리아와세(魚屋さんのにぎり盛り合わせ). 생선가게의 니기리모음이란다.

한국에서 일반적으로 먹는 초밥보다 커서 보통 사람들은 몇 개만 먹어도 배가 부르지만 잘 먹기 때문에 이 정도 쯤은 뭐..



밥 위에 횟감을 썰어서 얹어 놓은 치라시스시.

이렇게 대충 2인분 이상을 먹었다.

스시 전문점에서 먹었다면 아마 최소 4~5만원 정도 나왔겠지 싶지만 1/3정도 가격에 해결.


식비 절약 및 배고플 때 간식 대신 먹기 위해서 거지 근성을 발휘해서 도시락도 서너 개를 사다가 냉장고에 넣어둔다. 이 때만 해도 이 도시락 덕분에 굶지 않고 지내게 될 줄은 몰랐지만..

씻고 잠을 청하는데 피곤한데 잠은 잘 들지 않는 곤란한 상황에 이어지고 있다. 계속 침대 위에서 뒹굴거리다 간신히 잠들었는데 새벽 2시가 지나서였다. 아무리 좋게 생각해도 이번 여정은 편안하지 않을 것 같은 예감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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