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사이공항

#24. 귀국

2019. 4. 26. 01:12

간밤에 선라이즈 특급열차를 타고 왔는데, 패스의 유효기간이 지나서 개찰구를 나가는 순간 사용할 수 없게 된다. 그래서 역 바깥으로 나가지 않고, 승강장에 머물러 있다가 오사카방면으로 가는 상행 열차를 탔다. 여기까지 올 때는 바닥에 누워서 왔지만, 오사카로 갈 때는 앉아서 가야한다. 그것도 자리가 비어있을 경우에 한하여..

 

특급 수퍼 이나바

오카야마를 출발해 톳토리까지 가는 특급열차. 수퍼 이나바도 수퍼 하쿠토와 마찬가지로 역시 치즈급행선을 경유해서 운행을 한다. 산인본선을 경유하는 특급열차 하마카제는 지겨워서 못 타겠고.. 어차피 저 열차는 방향이 전혀 반대라 탈 수는 없지만..

 

아직 해가 뜨지 않은 시간이라 조금 쌀쌀한데, 오카야마 지역에는 오른쪽에 보이는 똥차들이 여전히 운행을 하고 있다.

 

JR패스의 유효기간은 어제까지였는데, 규정에 대한 정확한 해석은 없지만 자정을 지나 다음 날에 걸쳐 도착하는 경우라면 대부분 용인하는 것 같다. 그러나 규정을 촘촘하게 만든 것이 아니라서 개찰구를 지키고 있는 직원이 어떤 사람인가에 따라 다른 결과가 나올 수 있겠다. 혹자는 JR패스의 마지막 사용일에 승차한 야간열차의 경우 처음 도착하는 역에서 내려야 한다는 사람도 있고, 이미 날짜가 변경되었기에 야간열차에서 내림과 동시에 패스의 효력이 사라진다는 사람도 있고, 마지막 날에 야간열차를 타서 날짜가 바뀐 경우에는 도착하는 목적지까지만 유효하다는 사람도 있고, 정확한 규정은 잘 모르겠다. JR에는 당연히 여객운송과 관련된 규정이 있을 터인데, 아마도 JR에서도 이 부분에 대해서 구체적으로 기술된 명문규정이 없지 않나 싶다. 있다면 규정집을 찾아서 "이게 이러니까 이런 것이오." 라고 말하며, "그러니 추가 운임 또는 요금을 더 내시오!" 라고 하겠지. 지금도 어떤 역무원을 만나느냐에 따라 상황이 달라질 것 같은데..

 

조금씩 날이 밝아오고 있다.

 

오카야마에서 오사카까지는 산요본선과 토카이도본선으로 이동을 한다.

서일본지역은 동일본지역보다 인구가 훨씬 적은 탓에 자연이 잘 보존된 편이다. 조금 더 냉정하게 말하면 개발이 안 되었다고 할 수 있고..

 

모모타로 기관차도 보인다.

모모타로라면 오카야마 출신이 아니던가..

 

모모타로 기관차가 화물열차를 끌고 다니는구나...

 

저 열차는 언제까지 굴릴 것인가..

 

저기 역시 썩은 식빵형 103계 열차. 동일본 지역에서는 자취를 감춘 것 같은데

히메지에서 신쾌속으로 갈아타고 빨리 가야겠다.

 

오른쪽 뒤편의 교량은 아카시해협대교.

신쾌속은 정차역이 많지 않아서 좋다.

 

재래선의 신쾌속, 특급열차가 추월하여 갈 수 있도록 복복선 선로가 놓여 있다.

 

방파제에 가려져 잘 보이지는 않지만 잠시 바다를 볼 수 있다.

 

코베역. 여기부터 산요본선이 끝나고 토카이도본선으로 들어간다.

이 정도 왔으면 오사카가 멀지 않았네..

 

산노미야역

코베에는 코베역도 있지만, 중심지는 산노미야라..

12월이면 매년 루미나리에 행사가 열린다.

 

칸사이공항으로 가려면 오사카역에서 텐노지로 가야한다.

해리포터 등장인물로 랩핑한 열차가 다니고 있다.

 

출근시간대를 피해서 사람이 별로 없다.

칸사이공항역이 종점이니까 마음 편하게 자도 되겠다.

 

문제는 패스의 유효기간이 지났지만, 개찰구를 나가지 않았으니 어떻게 될 것인가였는데.. 패스를 보여주면서 개찰구를 지나갔는데, 역무원이 날짜가 어제까지인 것을 보고 숨을 고르면서 돈을 내라고 한다. 그것도 4,220엔이나.. 주머니에 동전 몇 개만 있는데.. 혹자는 개찰구를 나가지 않으면 마지막 이용일이 지나도 그 다음 날까지는 보통, 쾌속 등급의 열차를 타고 최종 목적지까지 갈 수 있다고 하는데, 글쎄 그런 것이 규정에 있는지는 잘 모르겠고. 예전에도 야간열차를 타면서 승차일과 도착일이 다른 경우가 있었는데 패스는 다음 날에는 사용할 수 없지만, 이른 아침에 내리자마자 바로 개찰구 바깥으로 나갔기 때문에 문제가 없었던 것 같다. 돈이 있었으면 당연히 승차권을 사서 타고 왔을거야..

 

북한의 예술단이 만경봉호를 타고 남쪽으로 공연하러 온다는 뉴스가 바다 건너에서 속보로 나오고 있다.

 

저 비행기를 타는 것 같은데..

 

쓰고 남은 동전이 없다... 캔커피 하나도 못 사고.. ㅜㅜ

 

이륙했다.

옆에 일본인 아주머니 두 분이 타셔서 기념으로 사진을 찍어드렸다. 사진이 마음에 드셨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아무것도 안 먹어서 배고팠는데 잘 되었다.

 

창문에 빛이 반사되어서 사진이 잘 안 찍힌다.

 

어쩔 수 없다... 이게 전부다.

 

면세품을 사면 인터넷 무료쿠폰을 준다고 하는데, 살 돈이 어디있냐.. 그 돈 있으면 열차표를 샀겠지..

 

인천공항에서는 수호랑과 반다비가 환영해주고 있다.

집에나 가야지..



9월에 늦은 여름휴가 겸 작은 일 몇 가지로 일본에 갔다온 후 한 달 정도 지나서 다시 가게 되었다. 이번에는 동쪽과 북쪽이 아닌 칸사이지방의 오사카. 요즘에는 토쿄에 머무는 경우가 더 많지만, 오래간만에 칸사이지역 탐방을 위해서 오사카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칸사이지방을 찾는 외국인들이 늘어나면서 사철회사의 외국인용 패스의 이용범위 및 가격 등의 변화가 생겼는데, 여행 목적의 단기체재 외국인들의 방문이 늘어나면서 이래저래 재미를 본 철도회사들이 조금씩 패스의 혜택을 줄이는 식으로 이용 규칙을 변경하기 시작했다. 특히 '혜자패스' 로 인기가 있었던 킨테츠레일패스는 유효 기간 중 3회의 특급열차를 탈 수 있어서 오사카난바역에서 나고야 또는 토바 등에 갈 때 특급열차를 이용할 수 있었으나, 9월 말에 이 패스의 판매를 종료하고, 특급권을 빼고 200엔을 할인한 가격에 판매하기 시작하였다. 장사가 잘 되다보니 굳이 외국인들에게 많은 혜택을 주면서 판매하고 싶지 않았을 수도 있고, 킨테츠 노선이 지나가는 지역자치단체에서 어느 정도 보조금이 있었을 터인데 막상 사람들이 그 지역 방문을 잘 하지 않아서 별다른 효과가 없어 이를 중단했을 수도 있고,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외부자의 입장에서 그 자세한 내막까지 알 리는 없고 그냥 아쉬운 마음이 들지만, 어떻게 할 수 있는 방법이 없으니.. 다시 이용조건이 좋아질 때까지 이 패스는 이용하지 않게 될 것 같아서 킨테츠레일패스의 개정에 앞서 마지막으로 이 패스를 사용하면서 언제까지일지는 모르겠지만 이별 여행을 해야겠다고 처음부터 작정하고 갔다.


낮 비행기인데 점심을 안 먹어서 배가 고파서 기내에서 컵반을 시켜서 먹었다. 일본에서 고추장 먹을 일은 없을 터이니 미리 먹어두려는 의도는 아니고, 밥을 먹어야 속이 편한 밥돌이라서 회사 카드를 꺼내 스윽 긁어주었다. 수요와 공급의 법칙에 의해 비행기 안에서는 비싸더라도 이 즉석밥 외에 밥을 먹을 수 있는 방법이 없으니 부르는 것이 값이다. 심지어 이 음식은 면세일텐데, 여기서 경제학의 원리를 다시 깨우치게 된다.


양이 많지 않은데 두 개를 먹자니 뭔가 눈치가 보인다.
저 X돼지새끼가 먹기는 엄청 먹는다고 승무원 언니가 째려볼 지도 몰라.. 


장거리는 아니지만 이렇게 실내 조명을 거의 내린 상태.

한 시간 반 정도 걸려서 칸사이국제공항에 도착했다.


윙셔틀을 기다리고 있다.


셔틀이 왔다.

셔틀을 타고 내렸는데 입국장에 사람이 많아서 입국 수속에 한 시간 이상이 걸렸다. 얘네들도 이게 심각한 문제라고 판단했는지 나중에 칸사이공항에 도착했을 때는 미리 입국자의 지문과 얼굴 사진을 찍도록 지문인식기와 카메라를 설치해두고, 입국심사대에서는 입국심사관이 여권과 입국신고서를 보고 단기체재 스티커를 붙여주는 방식으로 입국수속시 걸리는 시간을 줄이도록 하였더라는.. 


칸사이공항역

왼쪽에는 난카이, 오른쪽에는 JR서일본의 창구가 있다. 저렴하게 오사카 시내로 간다면 난카이를, 오사카를 넘어서 칸사이지역 구석구석을 돌아보고 싶다면 다양한 외국인용 패스를 판매하는 JR을 선택하는 것이 좋다. 이번에는 킨테츠레일패스를 이용하려고 하는데, 2016년 10월부터 킨테츠레일패스가 개정되어 특급권이 사라지면서 가격 대 성능비가 급격히 떨어지게 되었다. 그러나 9월 30일 이전에 구입한 기존의 패스는 여전히 이용할 수 있어서 한국의 여행사에서 남은 재고를 팔 때 하나 사둔 것이 있었다. 예전에 난바에서 나고야를 오갈 때 패스에 포함된 특급권 세 장 중 두 장을 사용하고 한 장씩 남아 있던 것들도 챙겨와서 무려 다섯 장의 특급권을 사용할 수 있게 되었다. 히히히...


칸사이공항역 매표소 근처에는 일본인도 많지만 외국인이 상당히 많다. 내국인은 자가용이나 리무진버스 등을 이용하는 경우가 많을 터이고, 단기체재 외국인처럼 파격적인 할인 티켓 구매 대상이 아닌지라 IC카드를 이용하기도 하니 줄을 서서 기다릴 필요가 없기도 할 터이고..

 

아예 IC카드만 사용할 수 있는 게이트도 있다. 스이카, 이코카, 파스모 등 여러 카드가 호환이 되는데, 처음에 출시했을 때는 발행한 회사의 지역에서만 사용할 수 있는 제약이 있었지만, 이런 점 때문에 이용자들이 여러 카드를 사야하는 불편함이 있어 하나 둘씩 호환이 되도록 하여 대부분 어느 정도 이름이 알려진 교통계 IC카드로 JR및 사철을 이용할 수 있게 되었다.


미안하지만 어릴 때부터 이런 것 별로 안 좋아했다..


난카이선을 타는데, 이런 급행열차는 안 탄다.


난카이전철의 간판특급 라피트를 타고 가겠다.

원래 라피트의 편도 정규 가격은 1,430엔(운임 920엔, 특급료 510엔)인데, 공항철도가 늘 번잡한 것은 아니라서 빈 자리가 많은 편이라 여러 이유로 할인승차권을 판매하고 있어서 제 돈을 주고 사면 바보가 될 수 있다. 회사 사정이 좋으면 이런 것 저런 것 신경 안 쓰고, 그냥 매표소에 가서 가장 빠른 라피트 표를 하나 달라고 하겠지만, 예산이 졸라 빠듯해서 허리를 졸라매야하는 상황이라면 뭐라도 조금 더 싸거나 부수적인 혜택이 있는 승차권을 찾게 마련이다. 우선 난카이전철 매표소에 가서 라피트 승차권을 달라고 말하면, 알아서 300엔이나 저렴한 1,130엔에 라피트 편도 승차권을 준다.[각주:1] 

그런데 어차피 저녁에 호텔에 가서 바로 잠을 자기에는 너무 이른 시간이므로, 시내를 싸돌아다니기 위해 라피트 편도 승차권에 오사카시영지하철 1일 승차권이 합쳐진 오사카 출장 킷푸(大阪出張きっぷ)[각주:2]를 샀다. 가격은 예나 지금이나 1,500엔이지만, 예전에는 매년 기간을 연장해가면서 연중 판매했던 것 같은데, 지금은 어떤지 정확히 잘 모르겠지만 일단 2018년 3월 31일까지 판매한다고 한다. 한국의 여행사에서 미리 구입을 하거나 난카이 웹사이트에서 미리 구입을 하고 수령하는 것이 좋겠다.

 

비행기 승무원 복장과 유사하게 만든 제복 같다는 생각이 든다.


이 열차는 만화 철인 28호에서 모티브를 열차라고도 불린다고 하는데, 철인 28호 만화를 안 봤다...


이 열차는 라피트 베타(β), 라피트 알파에 비해서는 정차역이 더 많다.


라피트는 전석지정석이므로 좌석지정을 하지 않고 탈 수 없다고 하는데, 빈 자리가 있는 경우 일단 올라 탄 다음에 따로 차장이 검표할 때 특급권을 구입하면 되지 않을까 싶다. 안해봐서 어떤지는 잘 모르겠고..


라피트가 먼저 출발하고 4분 후에 난바행 급행열차가 출발한다. 난카이선 급행열차도 크게 느리지는 않아서 평소에는 즐겨타는 편인데, 지하철 1일 승차권 가격을 고려하면 오사카 출장 킷푸가 더 저렴해서 라피트를 타게 되었다.


일본에는 여성전용차량이 있다. 한국에서는 서울지하철에서 여러 차례 실패한 적이 있고, 부산지하철에서 실시중이라고 하는데, 언젠가 유튜브에서 일본의 어느 전철의 여성전용칸에 남자가 타서 여자가 여기는 여성전용칸이니 다른 칸으로 가달라 했으나, 남자가 그냥 무시해버리고 버티자 여자가 울부짖는 영상을 본 적이 있다. 여성전용칸에 탄 남자도 이상하지만, 그 여자는 남성혐오증세가 있다고 보일 정도로 난리를 치는 것 역시 이상해서.. 


칸사이공항역을 출발


바다를 건넌다. 이 연륙교는 트러스공법으로 지어진 세계 최장의 다리라고 한다. 왕복 6차선의 차량용 도로가 있고, 아래에 철도용 복선 철로가 있다. JR과 난카이는 모두 협궤차량을 사용하고 있어 이 두 회사가 선로를 공유하고 있다. 린쿠타운까지 선로를 공유하고, 이후에는 각자 자기들만 사용하는 노선으로 운행하는데, 둘 중 한 쪽이 더 많은 열차를 투입하려고 해도 병목구간이 있어서 한계가 있다고 한다.


칸사이공항은 말도 안 되게 비싼 일본의 땅값으로 인해 토지수용이 사실상 불가능해서 아예 땅을 매립하여 인공섬을 만들었고, 육지에서 섬을 연결하는 다리를 건설했다. 그런데 이 동네의 지반이 연약지반이라서 공항이 위치한 땅이 조금씩 가라앉고 있다고 한다. 워낙 이상한 일들을 많이 하는 곳이라 어떻게든 지반침하를 막는 뭔가 수단을 찾아내서 하지 않을까 싶다. 설마 그냥 공항이 가라앉는 것을 보고 있지만은 않겠지..


사람이 많지는 않은 것을 보니 왜 할인티켓을 만들어 파는지 알 수 있다.


키시와다역. 아직 절반도 지나지 않았다.

 

도착한 역은 신이마미야역.

오사카 시내에서 저렴한 숙소가 몰려있는 곳이다. 지난 달에 출장여비로 돈을 많이 써버려서 구멍가게 같은 회사 재정에 엄청난 타격을 입혔기에 숙박비를 아끼려다보니 별 수가 없다. 비싼 호텔이 좋기는 하지만, 아직까지는 그냥 찬바람 막아주고 잠만 잘 수 있어도 큰 상관하지 않아서 숙박비는 최대한 아껴서 먹는 것에 보태는 거렁뱅이 여행이 이번의 컨셉. 그냥 노숙만 하지 말자 정도라고나 할까..


라피트는 떠나간다..


월드컵 지역별 최종예선 경기를 보는데 일본이 이겼다. 이 때만 해도 한국이 그럭저럭 괜찮은 출발을 해서 무난히 월드컵 본선에 출전하겠거니 했는데, 1년 여 후에 보니 일본이 편하게 본선 진출을 확정지은 반면, 한국은 똥줄을 태우다 간신히 본선에 진출하는 신세가 되었다. 슈팅영개 감독의 경질도 있었고, 막판에는 탈락을 염려했을 만큼 대표팀도 지켜보는 국민들도 힘들었던 시간이었다.


우편물 몇 개 보내고, 난바에 들러 수퍼마켓에서 먹을 것을 조금 사와서 늦은 저녁을 먹었다. 이번 비즈니스 트립의 "거지모드" 와 아주 잘 어울리게 마트의 땡처리 음식을 사들고 와서 배불리 먹고 내일부터 시작되는 '킨테츠레일패스 마지막 이용이 될 가능성이 높은 여행' 을 시작하기 위해 잠을 청했다.


언제나 느끼는 것이지만, 역시 초밥의 나라 답게 한국에서 파는 것보다는 훨씬 맛있다.

  1. 그러나 올해 봄부터 300엔 할인은 칸쿠-웹토쿠 티켓이라 하여 웹사이트에서 미리 구입하는 경우만 적용되고, 칸사이공항역에서는 160엔 할인된 라피트 승차권(특급권포함)을 판다. 결론은 제 가격 주고 타면 호구. [본문으로]
  2. 예전에는 외국인대상으로 팔던 요코소오사카티켓과 내국인대상의 오사카출장킷푸가 따로 있었는데, 오사카출장킷푸가 사라진 듯하다.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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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에 일이 있어 오사카에 다녀왔다. 그 짧은 여행기를 잠시 블로그에 남겨볼까 함.

이번에는 국적기 중에서 어르신들이 특히 좋아하신다는 대한항공의 왕복 항공편을 타게 되었다. 대한항공이나 아시아나항공은 저가항공이라 일컬어지는 항공사보다 서비스가 좋은 것이 장점이기는 한데 비싸다. 그래서 특별한 이유가 없는 한 잘 타지 않는데 이번에는 선택의 폭이 넓지 않았다. 신용카드 마일리지가 대한항공은 1,500원 당 1마일리지가 적립되어 아시아나의 1,000원 당 1마일리지가 적립되는 것에 비해 좋지 않고, 스타얼라이언스라는 동맹체를 끼고 있는 아시아나에 비해 사용할 수 있는 범위도 별로인 것 같다. 대한항공의 노선이 많은 것은 장점이기는 하지만 그래도 아시아나가 좋음. 항공권 결제도 아시아나 마일리지가 적립되는 카드로 결제. 내년 여름 즈음에는 5만 마일 정도 모으지 않을까 싶다. 조금 더 마일리지 적립률이 높은 카드로 바꾸어볼까도 생각하고 있으나 연회비가 비쌈. ㅋ

인천에서 19시 15분 발 비행기다. 김포 출도착편으로 하려고 했으나, 일 끝나고 가기에는 무리인 듯 싶어서 조금 늦게 출발하는 인천발 비행기로 예약, 도착은 김포로. 인천공항은 서울의 동북쪽에서 가기에는 교통도 좋지 않고 너무 멀다. 사람이 많아서 수속에 시간이 걸리는 것도 짜증나고.

서울역에서 공항철도를 탄다. 서울역 4호선 역에서 공항철도 역까지가 상당히 멀다. 사람도 많아서 에스컬레이터에서 추월도 못하고 가는데 10분 정도 걸린 것 같다. 타려고 했던 17시 31분 일반열차는 늦었고, 17시 40분에 출발하는 급행열차를 타는 수밖에. 43분 걸린다는 코레일공항철도의 말에 따르면 18시 23분 경에 도착할 것으로 예상. 카운터까지 달려가면 비행기 출발 약 45분 전에 도착하고 아슬아슬한 상황이 벌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열차표를 사는데 아저씨가 출발 5분 전부터는 발권이 되지 않는다고 다음 열차표를 주면서 그냥 열차에 타라고 한다. 급행열차는 자리가 텅텅 비어간다는 것은 dog나 cow나 다 아는 사실. 플랫폼에 서 있는 승무원 언니에게 표는 다음 열차이지만 타겠다고 하고 곧 열차는 출발. 아! 이런.. 환전을 안했는데..

공항열차 화장실에 탑승 흔적을 남기는 신고식을 치르고, 아이폰 충전을 하면서 가는데 마음이 여유롭지는 않다. 일부 항공사는 45분 정도 전에 문을 닫아버리는 경우가 있기도 하다. 일찍 가고 싶었지만 일이 늘 발목을 잡아 아슬아슬한 초치기 전쟁을 하게 된다. 언젠가 소개할 "추석연휴 대탈출기" 에서는 정말 아슬아슬하게 체크인 후에 우체국에서 여러 건의 우편물을 보내고 초광속으로 달려다니며 보안 검색과 출입국 심사를 마치고 탑승에 성공하기도 하였다. 하~

이래저래 카운터에는 18시 27분에 도착하였으나, 레이트 체크인을 하려는 사람들이 내 앞에 줄을 서 있다. 이런 줸장.. 앞에 계시던 분들은 출발이 30분도 남지 않아서 카운터에서 탑승이 어렵다고 하는 것 같은데, '나는 아직 40분 정도 남았으니 괜찮겠지' 라고 마음을 놓는다. 모처럼 들고간, 호주 시절 이후 봉인해두었던 캐리어를 오래간만에 들고 왔는데 사이즈가 있어서 기내에 들고 탈 수 없어 따로 맡기고, 탑승권을 받아서 보안검색대로 간다. 출발이 30분 이내로 임박한 승객은 미리 말하여 빨리 검색을 받으라는 표지를 한참 후에야 봤는데, 셔틀트레인을 타고 멀리 갈 것도 아니고 해서 새치기하는 중국인들을 가만히 지켜보지는 않고 욕을 중얼거리면서 기다린다. 가뿐히 검색대를 통과하고 출국 심사도 쾌속으로 마치고 나오니 약 20분 정도 남았다. 슬슬 걸어가면 늦지 않을 것이라는 경험에서 우러나온 강한 확신이 있다. 막상 올라타고 나니 더 늦게 탄 사람이 꽤 된다. 그 사람들은 도대체 뭐하고 온거야?


언젠가 대한항공에서 들은 이야기로는 국제선의 짧은 구간에서는 가열을 하지 않은 음식을 기내식으로 낸다고 했다. 
연어 샌드위치라고 했던 것 같은데..

항공사 직원이 아이가 있는 가족 옆의 자리라고 해서 소란스럽지 않을까 다소 걱정을 했는데, 젊은 부부가 차분하고 조심성 있는 성격에 아이 역시 순해서 문제는 없었다. 빵을 주길래 빵을 먹고, 밤에 일찍 자기 위해서 맥주를 마시고, 한 캔 더 마시고 면세품 주문을 하고 그러다보니 순식간에 도착. 김포-오사카는 일본 국내선 노선보다 짧은 국제선 같지 않은 구간이기는 하지만. 입국 심사와 세관 검사도 간단히 끝나고 공항 화장실에 흔적을 남긴 후 간사이공항역으로 간다.

단지 시내로 들어가는 것이 목적이니까 가장 싼 920엔짜리 난카이 급행열차를 타면 되기는 한데, 늦은 밤인지라 가장 빨리 출발하는 열차를 타려고 했는데 그게 특급 라피트(일본식 발음으로는 '라피토'가 되겠슴돠). 간사이공항과 오사카 시내 접속 구간은 난카이와 JR의 경쟁이 치열한지라 할인 티켓을 판다. 1,500엔짜리 간사이공항-난바 간 라피트 편도 승차권과 오사카시영지하철 1일 승차권 세트인 "오사카 출장 킷푸"를 사려고 했는데 지하철 승차권은 다음 날까지 사용해야 한단다. 뭐야 이거 한국에서 판매하는 오사카 요코소 킷푸와 같은 것이네. "에이~ 그렇다면 지하철 승차권은 필요없는데.." 라고 하니 라피트 편도 승차권은 1,130엔이라고 해서 그것을 사기로. 원래는 특급료 포함해서 1,430엔인데 300엔 할인이다. 동전을 긁어오기는 했는데 어디에 두었는지 모르겠고 그냥 2천엔을 꺼내서 내고 거스름돈으로 동전 한 움큼을 받아서 나왔다. 무거워.. 힝~

 

이것이 라피트 승차권. 특급료가 포함된 요금 1,130엔.

라피트는 전석 지정좌석제라는 점에 주의!

난바까지 갈 수 있는데, 꼭 난바까지 가지 않더라도 도중 어디에서 내려도 된다.

다만 내려서 개찰구에 이 승차권을 넣었을 때 이 승차권은 못쓰게 되므로 주의가 필요하다.

 

라피트는 알파와 베타 열차가 있다. 알파는 간쿠 출발 이후 종착역 난바까지 가면서 린쿠타운, 이즈미사노, 덴가차야, 신이마미야에 정차하는데, 베타는 여기에 기시와다, 사카이에도 선다. 결론은 "알파가 베타보다 빠르다"인데 선택의 여지는 없다. 열차 시각에 맞추어 타는 수밖에. 내가 탄 열차는 라피트 베타 78호. 22시 12분에 난바 도착이라니 목적지인 신이마미야에는 22시 9분 정도에 도착하는 것 같다. 라피트 열차가 특이하게 생겨서 사진을 찍는 사람들이 많은데, 짐 가지고 다니기도 귀찮다. 뒤져보면 언젠가 찍었던 사진이 있을텐데 그러기 귀찮다.


 라피트 베타.
사실 알파나 베타나 열차 차량의 차이는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 그 놈이 그 놈이라는..
철인 28호 모양을 형상화한 열차라고 알려져 있는데 창문 모양 역시 특이한 원형.

야야~ 시트 커버는 좀 빨아서 쓰자. 

린쿠타운에서 잠시 정차.
네. 맞습니다. 아울렛이 있는 그 곳이죠.

사카이에도 정차.
다른 정차역은 귀찮아서..

 

차장 언니는 계속 오락가락 한다. 

그렇게 열차를 타고 목적지에 도착, 값싼 허름한 숙소에 체크인하고 짐을 풀어놓는데 여기서는 단 3일만 묵는다. 11일부터 토일월 3일짜리 연휴인지라 다수의 숙박 시설이 만실이어서 이것도 간신히 예약을 해둔 것. 마지막 밤이 될 것이라 예상했던 12일 일요일은 다른 곳에 예약을 하기는 했는데, 11일 토요일은 묵을 곳을 정하지 않은 상태였다. 예약은 하지 않았지만 효고현 북쪽 카스미나 돗토리쪽은 숙소 사정이 조금은 나은 듯해서 이 근방에서 하룻밤 묵을 계획을 하고 있었다. 그러나 이것은 뜻하지 않은 변수가 등장하여 물거품이 되면서 위기를 불러오기도 하는데, 이것은 To be continued 하기로 하고 일단 이 날의 이야기로 돌아간다.

환전을 안했기 때문에 숙박비는 카드로 결제. 현금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지만 이 날을 빼고 5일을 버티기에는 빠듯한 금액이기도 해서. 환전을 하지 않은 것은 돈을 아끼겠다는 의지로 한 것은 아니고 시간이 모자라서였을 뿐인데 막상 현지에서 환전을 하기에는 환율이 좋지 않고 하니 적당히 버티기로 했다. 짐을 풀어놓고 뒤져보니 동전이 담긴 조그만 가방이 있다. 예전에 쓰던 1엔짜리, 5엔짜리 포함해서 동전을 꺼내서 편의점에 간다. 저녁이라고 기내식을 주기는 했지만 그것으로 배가 찰 리는 전혀 없고 먹을 것을 좀 사러 가서 자동판매기에도 들어가지 않는 쩌리 동전들을 처리한다.


배가 고파서 먹고 씻고 텔레비전 보다가 잔다.


  잠꾸러기의 여행노트 

간사이공항에서 오사카 시내에 들어가는 방법은 다양하지만, 돈이 많아서 택시를 타는 경우를 제외하면 열차와 버스 정도. 버스는 의외로 노선이 많지 않다. 인천공항에서 서울 각 방면으로 가는 버스가 수두룩한 것과는 아주 비교가 된다. 버스를 타더라도 내리는 곳과 숙소가 가깝지 않으면 다른 교통 수단을 다시 타야하는 번거로움이 있다.

JR의 특급 하루카는 교토까지(야간 19:16, 20:16 발 두 대편은 교토 경유 마이바라 행) 가는데 도중 덴노지, 신오사카역에 정차하며, 이른 아침의 다섯 편은 이즈미후추, 히네노에도 정차한다. 하루카의 단점은 요금이 비싸고(덴노지까지 자유석 1,710엔, 지정석 2,230엔, 신오사카, 교토는 더 비쌈), 단기여행자들이 많이 가는 난바, 오사카(우메다)역에 가기 불편한다는 것인데, 우메다에 가는 경우라면 대신 간쿠카이소쿠(関空快速)열차를 타면, 오사카역까지 약 1시간 10분까지 갈 수 있다. 운임은 1,060엔. 난바에 가는 경우라면 간쿠카이소쿠를 타고 덴노지 다음 역인 신이마미야에서 JR난바역 방향으로 가는 열차로 갈아타면 된다. 소요시간은 환승 시각 포함 약 1시간 5분, 운임은 1,060엔. 그러나 난바에는 JR보다는 난카이를 타고 가는 것이 더 저렴하고 편리하다. 그나마 외국인들에게 경쟁력이 있는 이유는 JR패스 및 JR웨스트 간사이패스, JR간사이 와이드 패스 등이 있으면 추가요금 없이 열차를 탈 수 있다는 점이겠지만.

난카이는 특급 라피트를 비롯, 난바행 급행열차가 수시로 있어서 난바에 갈 때 더 편리하고, 노선 길이도 짧아서 38~46분 정도에 환승 없이 도착할 수 있다. 요금은 920엔, 특급 라피트는 지정석 특급권을 510엔을 추가로 내야해서 1,430엔이지만, 2015년 3월 31일까지 칸쿠도쿠와리(関空得割.간사이공항 특별할인) 행사로 1,130엔에 판매중이다. 

고베나 나라 등 오사카 이외의 지역에 가는 경우라면 공항에서 버스를 타는 것이 훨씬 편하고 빠르다. 짐을 끌고 다니는 것을 생각만해도 별로다.

중요한 정보라면 심야에 도착했을 때 오사카 시내에 들어가는 막차의 시각.

이번에 개정된 시각표에 따르면, 난카이의 마지막 열차는 23:40에 간사이공항역에서 출발하는 각역 정차하는 보통열차로 난바에는 익일 00:40에 도착한다. 이에 앞선 급행열차는 23:29에 출발하여 00:13 도착하므로 이 열차를 추천. 라피트 마지막 열차는 22:31이므로 22시 이후에 도착하는 비행기라면 타기 어려울 듯하다.

JR의 간쿠카이소쿠의 막차는 23:32. 다만 이 열차는 종착역인 덴노지역에 익일 00:16에 도착 후 더 이상 운행하지 않으므로, 덴노지역에서 오사카간조센(大阪環状線) 소토마와리(外回り) 00:19발 열차를 타고 오사카역에 도착하면 00:40. 한 번에 가는 열차는 22:28에 출발하는 열차가 마지막으로 23:43 오사카역 도착. JR난바행은 덴노지역에서 익일 00:30에 막차가 있어 환승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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