킨테츠

교토에 갑니다

2018. 1. 28. 16:57



오사카의 신이마미야에서 사흘 밤을 보내고, 이제 교토로 향한다. 이 블로그였는지 아니면 다른 네이버 블로그였는지 정확히는 모르겠으나, 오사카에서 교토에 가는 방법은 경우의 수가 참 많다. 사실 서울에서 인천에 갈 때 어떻게 가는 것이 좋은지 검색을 해보면 서울의 어디에서 인천의 어디에 가느냐가 중요한데, 강남역에서 출발하여 부평이나 주안에 가려면 인천광역시의 광역버스를 타거나 강남역 서에서울지하철 2호선을 타고 신도림에서 인천 방면의 열차로 갈아타면 되듯이, 출발지점과 도착지점이 어디인지를 잘 생각해서 가야 한다.

오사카(우메다)역 기준으로 오사카에서 교토에 갈 때는 JR이 가장 편하고 빠르지만 가장 비싸다. 자그마치 540엔[각주:1]이나 해서 400엔대의 다른 한큐, 케이한 등의 사철보다 더 비싼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 그나마 JR과 가장 비슷하게 가는 노선은 한큐이고, 케이한은 오사카부의 북동쪽을 쓸고 다니면서 돌아가는 경로인데다 역이 많아서 시간이 많이 걸린다. 그리고 여기에 킨테츠가 있는데, 이 킨테츠 교토선은 상당히 변태스러운 노선이라서 나라를 거쳐서 가는 가장 멀고 긴 시간이 걸리는 경로이다. 빙빙 돌아가는 경로에 중간에 1회 환승이 있어서(특급열차가 있기는 하지만, 이 열차는 출퇴근 시간대 위주로 운행을 해서 관광객용은 아니고, 특급권 가격을 따로 지불해야 하는 비싼 열차인데 시간은 더 걸리니 별로 추천하고 싶지는 않다), 오사카에서 교토에 가는 것이 지랄스럽지만 이미 지불한 패스 가격 외에 추가적인 비용이 들어가지 않는 킨테츠 패스가 있으니 타고 가는 것이지 철로 위에서 시간을 보내려고 타는 것은 절대 아니다. 교토역은 이름처럼 교토의 관문의 역할을 하는 곳으로, 역 건물을 나오자마자 눈앞에 보이는 버스정류장에서 각 관광지로 가는 버스를 타기 편하고, 지하철과도 연결이 된다. 

체크아웃 시각인 오전 11시 바로 전에 짐을 가지고 내려가서 체크아웃을 하고 커피 한 잔 마시고 여유를 부리다 밖으로 나왔다. 빨리 간다고 "오라버니 오셨어요? 시원한 물이라도 한 잔 하세요~♪" 라고 반겨줄 사람이 있는 것도 아니고, 아무것도 하지 않고 늘어져 있으면서 뒹굴거리는 것을 좋아하는 한량인지라 뭐 천천히 나가도 별 상관없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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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사카난바역에서 열차를 탄다. 원래 역명은 킨테츠난바역이었으나 한신난바선 개통 이후 한신과 킨테츠가 직통운행을 하면서 오사카난바역으로 이름을 바꾸었다. 덕분에 교토를 제외하고, 나라-오사카-코베로 노선이 이어지면서 JR이 독점하다시피했던 나라에서 서쪽인 오사카, 코베 등지로 가는 열차를 환승없이 탈 수 있게 되었다. 오사카 남쪽(난바, 닛폰바시, 우에혼마치, 츠루하시 등)의 역 근처에 숙소를 정한 경우라면 JR보다는 킨테츠를 이용하는 것이 유리하다.


(돈이 없으니까) 특급열차는 안 타고..


선로와 가까이에 가정집들이 있는데, 해가 뜰 때부터 밤 늦게까지 열차가 다녀서 그런지 창문을 다 막아 두었다. 방음 설비는 잘 되어 있는지 모르겠지만, 이른 아침부터 밤 늦은 시간까지 열차가 지나다니는 소리를 듣다보면 스트레스가 심할 것 같다. 여기 사는 사람들은 인이 박혀서 별로 상관하지 않으려나..


지나다닐 때마다 느끼는 것이지만 오사카 시내의 남쪽은 높은 건물이 없고 오래된 동네의 모습이다. 그나마 북쪽의 우메다 부근은 그럭저럭 개발이 되었지만, 남쪽은 킨테츠가 아베노바시에 지은 300미터짜리 아베노하루카스 주변을 빼고는 여전히 오래된 건물이 많고 낙후된 상태. 언젠가 재개발을 하면 이 동네에도 대형 쇼핑몰과 상점가가 생기고 주변에는 고층 맨션이 들어서게 되려나..


중간중간 이 나라에서는 맨션이라 부르는 한국의 아파트 같은 공동주택이 있기도 하지만, 한국에서처럼 대단위의 단지가 조성된다거나 초고층 건물이 들어서지는 않는 편이다. 일본에서 아파트는 경량 철골이나 목조 등으로 지은 높이가 낮고 쉽게 철거가 가능한 공동주택을 말하고, 한국의 아파트처럼 철근 콘크리트가 들어간 건물은 맨션이라고 부른다. 부자 동네가 아니면 넓은 집은 별로 없는데, 물가나 지대가 비싸기 때문일까..


날씨가 조금 거시기하다.


킨테츠나라선과 킨테츠교토선의 환승역인 야마토사이다이지(大和西大寺)역에서 내렸다.


혹시 모를 철도팬을 위해서 찾아보니 아마도 킨테츠의 8810계 열차가 아닌가 싶다.


오사카난바에서 나라까지의 킨테츠 난바선, 나라선은 특급열차도 다니지만, 운행 시각이 출퇴근 시간대 중심으로 짜여져 있는데다 구간 거리가 짧고, 특급과 쾌속급행 또는 급행과 소요시간의 차이가 크지 않아서 비용을 고려했을 때 추가 비용이 들지 않는 쾌속급행이나 급행을 타는 것이 낫다. 난바에서 나라까지의 구간은 JR과 킨테츠가 경쟁을 하고 있는데, 나라 공원 부근을 구경하려면고, 열차의 배차 간격이 더 조밀하여 이용하기 편하다. 킨테츠는 직통운행을 하는 한신전철과는 달리 특급열차는 전석 지정석에 특급료를 따로 내야 하는데, 미리 좌석을 확보하고 편하게 가고 싶다면 510엔을 내고 특급권을 사면 된다. 킨테츠나라역이 나라공원에 더 가까이에 있어서 나라에 갈 때는 킨테츠가 더 편하다.


역시 같은 그룹사인 아베노하루카스 홍보를 깨알같이 하고 있다. 


나라행 쾌속급행


교토행 열차로 갈아타기 위해서 3번 승강장으로 건너갔다. 열차번호를 보니 이 열차는 8600계인 것 같은데, 이 열차를 먼저 보내고 다음의 급행열차를 타는 것이 더 빠를 것 같아서 과감히 열차를 먼저 보냈다. 어차피 기다리면서 하는 일 없이 허비하는 시간과 짐을 가지고 다니는 불편함을 생각하면, 조금 늦게 도착하더라도 빈 자리가 있는 열차에 타서 편하게 가는 편이 나을 듯 싶기는 하지만, 어쩌면 후속 급행열차가 중간에 먼저 출발한 열차보다 먼저 도착할 것 같다.


야마토사이다이지역

야마토사이다이지역은 흔히 사이다이지역으로 줄여서 부른다. 킨테츠 나라선, 교토선, 카시하라선과 히라하타(平端)역에서 분기되는 텐리선의 환승역으로 킨테츠 철도노선에 있어 큰 역할을 맡고 있는 역이다. 생각해보니 연초에 교토에 갔을 때도 킨테츠 레일패스를 사서 나고야에서 교토를 오갔던 적이 있다. 그 때는 정말 나고야-교토 구간만 이용하기 위해서 패스를 샀는데, 개정된 킨테츠 레일패스에는 특급권이 빠져 있어서 어쩔 수 없이 보통열차만 타고 다녀야 한다. 그러나 나의 패스는 9월 30일 이전에 구입한 것이라 특급권 세 장이 포함되어 있다. 


점심은 마트의 베이커리 코너에서 산 빵으로..


산노미야행 쾌속급행열차다.

쾌속급행열차는 킨테츠의 열차 중 운임 외의 추가요금을 내지 않는 등급 중 가장 빠른 열차다. 나라-오사카-코베를 잇는 구간은 전체 거리가 길지 않고 중간에 이용자들이 많은 역들이 많아서 유료특급보다는 쾌속급행이나 급행열차가 속달열차의 역할을 하고 있는데, 오사카난바 서쪽의 한신구간은 아예 유료특급이 다니지 않기 때문인 것 같다.

 

이 열차의 운행구간은 킨테츠 구간과 한신 구간으로 나뉘는데, 킨테츠 구간은 오사카난바까지이므로 킨테츠레일패스만 가지고 있다면 오사카난바역부터 서쪽인 한신전철의 구간의 운임은 따로 지불해야 한다. 반대로 한신투어리스트패스를 가지고 있다면 오사카난바에서 니시다이까지의 한신전철과 코베고속철도 노선을 이용할 수 있지만, 난바 동쪽의 킨테츠선은 이용할 수 없다. 직통운행을 하는 두 회사의 노선을 모두 지나는데, 한 회사의 승차권 또는 패스를 가지고 있다면 나갈 때 개찰구에서 역무원에게 가진 승차권이나 패스를 보여주고, 추가로 지불해야하는 금액을 추가로 내면 된다. 역무원이 조금 센스가 있어서 패스 이용범위를 벗어난 구간의 요금을 영어로라도 간단하게라도 알려준다면 편하게 추가요금을 내고 나올 수 있겠지만.. 


타려는 교토행 급행열차와 야마토사이다이지가 종착역인 구간준급열차가 거의 비슷하게 들어온다. 


킨테츠가 아닌 한신전철의 신형 차량인 1000계. 

2007년부터 킨테츠와 직통운행을 시작하면서 도입된 열차인데, 벌써 10년이 넘는 시간이 지났다. 한신에서 모처럼 신조차량을 투입했으니 기념으로 사진을 찍어둔다. 한신과 킨테츠 두 회사 노선에 걸쳐 직통운행을 하면서 한신의 열차가 킨테츠의 구간까지 운행하고 있다. 이 열차는 사이다이지까지만 운행하고 다시 산노미야 방면으로 돌아가는 것 같다. 열차의 운행거리가 늘어나면서 기존의 배차간격을 유지하기 위해 두 회사의 차량이 모두 투입되고 있다.



운행을 마치고 차장이 안 내린 승객이나 승객이 두고 내린 물건이 있는지 점검하고 있다. 

탈 열차가 들어왔으니, 타지도 않을 열차 구경은 그만하고 짐을 가지고 차내로 들어가서 빈 자리에 자리를 잡고 앉았다. 사이다이지에서 교토역까지는 약 40분 정도 걸리는데, 난바에서 사이다이지까지 오는데 걸린 시간도 그 정도 되니 한 시간 반 정도 걸리는 셈. 토카이도본선 신쾌속은 오사카역에서 교토역까지 30분이 채 걸리지 않는데.. ㅜㅜ


교토지하철과 킨테츠의 환승역인 타케다역.

교토지하철 카라스마선은 타케다역이 종착역인데, 이 역부터 일부 열차는 여기서 운행을 종료하지 않고 킨테츠 교토선에 입선하여 등급에 따라 신타나베역이나 킨테츠나라역까지 운행을 한다. 이용의 편의성은 있으나, 이용하는 구간인 교토지하철과 킨테츠 노선을 각각 내야한다는 단점이 있다. 킨테츠 레일패스가 있으면 킨테츠노선 구간은 그냥 이용할 수 있지만, 지하철 구간은 따로 운임을 지불해야 하는 조금은 복잡한 방식이다. 


쥬죠역 근처에 마리오로 유명한 닌텐도 본사가 있다.

처음에는 화투 제조업으로 시작한 회사였다고 하는데 벌써 창업 120년이 넘는 역사를 자랑하고 있다.


교토역에 내려서 예약해 둔, 지난 2월에 두 번이나 묵었던 그 호텔로 30분 가까이 걸어서 갔다. 마음 같아서는 버스를 타고 싶지만, 버스비도 아껴야 하니 두 다리를 믿고 가는 수밖에..

  1. 그나마 특정구간운임으로 계산을 해서 540엔이지, 실제 거리비례운임으로 한다면 더 비싸진다.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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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코마 케이블카 ①

2018. 1. 6. 15:57



시기산구치역에서 이코마역까지 가는 거리는 별로 멀지는 않지만 환승을 두 번이나 해야하는 번거로움이 있다. 우선 카와치야마모토까지 셔틀 형식으로 운행하는 열차를 타고 가서, 오사카방면인 후세(布施)역으로 가는 열차로 환승하고, 후세역에서 다시 킨테츠 나라선 열차로 갈아타고 가야 한다. 일본에서 차를 몰아본 적이 없어서 자세한 것은 모르겠지만차를 가지고 간다면 대충 30~40분 정도 걸리는 것 같은데, 이 중에서 조금 더 빠른 길은 유료도로를 이용해야 한다는 것 같다. 이번에는 추가로 비용이 들지 않는 킨테츠 열차를 타고 다니면 되니 환승이 귀찮아도 그냥 타고 가야할 것 같다. 


먼저 카와치야마모토까지 가야 오사카방면으로 갈 수가 있으니 다시 카와치야마모토역과 시기산구치역 사이를 반복운행하는 열차를 탄다. 서울도시철도공사 2호선의 성수지선과 비슷한 운행패턴으로 이 구간만 계속 오르락내리락하고 있다. 이 승무원들은 같은 구간만 반복을 하니 상당히 지루할 법도 한데, 먹고 살려면 뭐 별 수 있겠나.. 


차량은 두 량짜리. 진행방향 맨 앞쪽에 타고 가는데 이 시간에 도심 방향으로 가는 사람이 없어서인지 열차는 거의 빈 채로 간다. 철도회사의 입장에서는 이 노선을 운행할수록 손해가 클 것 같은데, 아마도 출퇴근, 통학 시간대에 승객이 있고, 다른 시간대에는 공기수송을 하는 것 같다. 주말이나 휴일이면 시기산을 찾는 나들이객들 덕분에 사람들이 많을 지도 모르겠지만..

 

뒤쪽 차량에는 그래도 몇 명 있는 것 같은데, 내가 탄 차량에는 아무도 없어서 전세 낸 기분으로 열차에 앉아서 간다. 낡고 낡은 오래된 똥차가 다닐 것이라 생각했는데, 차량 내장재와 좌석 등을 새로운 것으로 바꾼 것 같다. 킨테츠에서는 30년, 40년 정도 된 열차들도 개조와 수리를 통해서 계속 생명을 불어넣고 있으니 열차를 타고 다니는 승객 다수가 느끼는 차이는 거의 없을 것 같다.


기관사 아저씨의 가방. 킨테츠라는 로고가 있는 것을 보니 승무원용 가방인 것 같다. 저 옆의 작은 가방에는 아마도 역마다 정차하고 출발하는 시각이 적힌 시각표가 있을 터. 그런데 저 가방 꽤 무거워 보인다.


카와치야마모토까지 가는 중에 있는 역인 핫토리가와(服部川駅)역이다. 어머니와 아들로 보이는 두 사람이 이 열차를 기다리고 있다. 승차위치로 봐서는 아마도 지금 타고 있는 앞 차량에 탈 것 같다.


차량 한 쪽 구석에는 피난용 사다리가 있다. 고상홈에 맞추어 문이 높은 위치에 있기에 중간에 열차를 멈추고 승객을 대피시킬 때 사용하기 위함으로 보인다. 자연재해가 많은 나라이다보니 이런 면에 대해서는 한국에 비해 대비가 철저한 것 같다. 무슨 긴급 상황이 발생했을 때 설마 저 사다리가 펴지지 않는다거나 문제가 있어서 탈출을 못하지는 않을테고..


예전에 비해 일본에서 한류는 많이 시들기는 했지만, 동방신기는 여전히 팬들을 끌어모으는 것 같다. 킨테츠 아베노하루카스 본점에서 동방신기 전시회를 하는 모양이었다. 사실 욘사마와 지우히메의 겨울연가 시절이 가장 절정이었던 것 같은데, 한류는 여전히 비주류 중의 하나의 문화로 자리하고 있을 뿐 일본 대중문화에서 주류에 속하지는 않는다고 보는 것이 맞을 것 같다. 다만 시장의 규모가 한국에 비해 크고, 수익성이 좋아서 한국인의 생각에는 크게 성공해서 일본 대중문화시장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고 느낄 수도 있겠지만..


후세역에서 내려서 나라 방면으로 가는 열차를 기다리는데 한신전철의 열차가 들어온다. 킨테츠와 한신이 오사카난바역을 공동으로 사용하면서 나라에서 난바를 거쳐 코베의 산노미야까지 직통운행을 시작하였고, 두 회사의 차량이 상대회사의 노선까지 한 번에 운행하게 되었다. 코베에서 나라 또는 이와 반대로 나라에서 코베를 가려면 JR이나 사철 모두 환승을 해야했는데, 직통운행 이후에는 환승 없이 한 번에 갈 수 있게 되어 승객의 입장에서는 매우 편리해졌다. 한신본선의 선형이 안 좋고, 정차역이 많아서 시간을 잡아먹는 점이 단점이기는 하지만, 코베산노미야역에서 킨테츠나라까지 가장 빠르게 갈 수 있게 되었다.


이동 경로


나라행 열차를 탔지만 목적지가 나라가 아닌 이코마역이므로, 이코마역에서 내렸다. 이코마역에서 내려서 케이블카를 타러 남쪽 출구로 나와서 토리이마에역으로 간다. 같은 회사의 역이기는 한데, 흔히 볼 수 있는 열차가 다니는 철도 노선이 아닌 케이블카라는 강삭선이어서 한 번에 수송할 수 있는 인원 수의 제약이 있고, 다른 대도시 근교 노선과는 달리 열차 운행 간격도 긴 편이다. 


저 앞 쪽에 케이블카를 타는 곳이 있다. 환승역이지만 역 이름부터 이코마역이 아닌 토리이마에(鳥居前)역이고, 요금체계가 달라서 이코마강삭선의 요금은 따로 지불하여야 한다. 킨테츠레일패스나 칸사이스루패스가 있으면, 따로 지불할 금액은 없고, 그냥 패스를 보여주고 통과할 수 있다.


이코마역. 여기는 케이한나선이란 이름을 가진 킨테츠의 노선이 다니는 승강장이다. 이 노선은 시영지하철 츄오선의 종착역인 나가타역부터 이코마를 지나 각켄나라토미가오카역까지를 연결하는 노선으로, 나가타역부터 츄오선과 직통운행을 한다. 그래서 오사카시내 지하철 노선도에 녹색으로 표시된 츄오선을 타다 보면 오사카시영지하철의 차량 외에도 종종 킨테츠의 차량이 지나다니기도 하는데 오사카시영지하철 구간에서는 어느 열차를 타도 무방하다. 한국의 수도권 지하철 3호선과 직결되는  지축역부터 대화역까지의 일산선, 4호선에서 남태령 이남의 과천선과 안산선과 비슷한 것이라 이해하면 되겠다. 한국에서는 해당 구간의 운임이 수도권통합요금제로 상대적으로 저렴한 것에 반해, 여기는 오사카시영지하철 운임에 킨테츠 구간의 운임을 모두 지불해야 해서 금액이 크게 올라간다. 코스모스퀘어에서 각켄나라토미가오카까지 가려면 850엔이나 되는데, 이 정도 거리라면 수도권전철 운임으로는 1,950원(현금지불시)이니 이 나라의 교통비가 얼마나 무시무시한지 느끼게 된다. 이 노선의 특징은 제3궤조 집전식이라는 열차 윗부분이 아닌 땅바닥에 전기가 흐르는 탓에 선로에 떨어지면 고압전류에 감전될 위험이 매우 커서 떨어지지 않도록 조심해야 한다. 그런데도 얘네들은 스크린도어를 만들어놓지 않았다는..


케이블카역은 토리이마에(鳥居前)역이라는 다른 이름을 갖고 있지만 걸어서 환승할 수 있는 가까운 거리에 있다. 이코마역에서 나와서 유있게 설렁설렁 여기저기 두리번거리면서 가도 5분 안에 갈 수 있는 정도. 


저 언니 사진을 찍으려던 것이 아닌데..


케이블카에 탔다.


시기산 케이블카보다는 조금 더 좋아보인다. 이 동네에서 호잔지 부근까지는 주거지역으로도 많이 개발이 되어서 이 케이블카를 타고 통학 및 통근을 하는 사람들도 많다고 한다. 이코마 케이블카는 토리이마에를 출발하여 호잔지까지, 호잔지부터 이코마산죠역까지의 두 구간으로 나누어 운행을 하는데, 호잔지까지 가는 열차는 상대적으로 자주 있는 편이나 호잔지에서 이코마산죠 구간은 40분 정도에 열차 한 편 정도로 운행빈도가 급격히 떨어진다.


토리이마에역. 이코마강삭선의 시발역이면서 킨테츠나라선, 각켄도시선의 이코마역과 환승역이다. 노기자카46의 멤버인 이코마 리나(生駒里奈)의 성과 같은 한자를 쓴다. 사실 이 아이돌 그룹에 대해서는 이코마 리나 말고 나머지 45명은 누군지 전혀 모른다. 아마도 일본에 있을 때 신문이나 텔레비전을 보다가 얼핏 주워들어서 알게 된 것 같은데, 띠동갑도 안 되는 어린 아이들에게는 관심없다.


올라가면서 아래를 내려다보기 위해 차량의 맨 뒤쪽에 탔다.


슬슬 올라가고 있다.

 

근처에는 마을이 있는 것 같은데, 여기서도 철길 옆에 바싹 붙은 집들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소음에 매우 민감한 사람이라면 이런 곳에서 살기 힘들 것 같다.

 

차량 디자인을 상당히 어린이들 취향에 맞춘 것 같은데, 이코마강삭선의 종점인 이코마산죠역 앞에 이코마산상유원지(生駒山上遊園地)라는 테마파크 같은 것이 있다고 한다. 디즈니랜드나 유니버설스튜디오처럼 대형 테마파크는 아니고, 그냥 어린 아이 있는 가족들이 와서 잠시 놀이기구를 타고 시간을 보내다 갈 수 있는 그런 곳이라 한다.


갈수록 조금씩 경사가 가팔라진다.


어느 순간부터 경사가 대단히 급해진다. 보통의 철도 차량이 올라갈 수 있는 구배를 넘어서는 급경사이므로 이 열차는 흔히 볼 수 있는 전동차나 디젤동차로 운행할 수가 없어 케이블카로 운행하고 있다.


호잔지(宝山寺)역

이코마케이블카는 토리이마에-호잔지 구간과 호잔지-이코마산죠 구간을 따로 운행하고 있어서 여기서 내려서 케이블카를 갈아타야한다. 시각표를 보니 토리이마에에서 호잔지까지는 평소에 이용하는 사람들이 상대적으로 많은 편이라 15~20분 마다 운행하는데, 호잔지에서 이코마산죠까지는 40분에 한 대 꼴로 드문드문 다니는 것 같다. 


열차마다 이름이 있는데 왼쪽 녀석은 스즈란, 오른쪽은 미케.


'미케' 라는 케이블카를 타고 올라왔다. 앞에서 언급했듯이 호잔지역에서 이코마산죠까지 케이블카가 다니는 선로가 연결되지 않아서 여기서 내려서 환승하러 도보로 이동해야 한단다. 걷는 것은 문제가 아닌데 귀찮기는 하다.


이코마산죠 방면으로 가는 환승 안내가 있다.


갈아타러 가야 하므로 미케와는 여기서 작별을 한다. 운이 좋으면 이코마산죠에 갔다가 내려올 때 만날 수 있지 않을까 싶은데 굳이 만나고 싶지는 않다.


승강장 끝 부분의 계단을 올라오면 다른 케이블카가 기다리고 있다. 역시 패스를 꺼내서 보여주고 케이블카에 올라탔다. 호잔지역에서 내린 사람이 많은지 이코마산죠까지 가는 케이블카에는 빈 자리가 훨씬 많았다.

 

할로윈이라고 풍선을 달아놓고 있다. 할로윈을 수십 번 이상 들어본 것 같지만 이 날이 어떤 날인지도 모르고, 그렇다고 알고 싶어서 찾아본 적도 없고, 할로윈을 기념하여 파티를 한다거나 뭔가 해본 것이 없어서 아무런 느낌이 없다. 호주에서 할로윈 파티를 한다고 초대를 받기는 했는데, 파티를 좋아하지는 않는 성격이라 그냥 집에서 뒹굴다 잤던 것 같은데..


이미 산상유원지는 영업을 끝낼 시간이 되어가고 있어서 유원지 방면으로 갈 사람은 없는 듯하고, 유원지에서 타고 내려올 사람들을 태우러 다시 올라가는 셈이 되겠다. 지금 올라가지만 그냥 케이블카 타려고 가는 것이지 유원지에 가서 뭐 할 일이 있는 것도 아니니까.


호잔지. 킨테츠에서 난공사였던 이코마터널 공사를 하면서 재정적인 어려움에 빠졌을 때 호잔지에 승차권 10만 장을 담보로 맡기고 돈을 빌려 위기를 극복했다고 한다. 그 덕분에 킨테츠에서 매년 호잔지에 거액의 시주를 하고 있다고. 호잔지라는 절에는 국가지정 중요문화재와 나라현 지정 중요문화재가 여럿 있다고 하는데, 오사카, 나라, 교토 등지에 워낙 오래되고 유서깊은 절이 많은지라 한국에는 잘 알려지지 않은 것 같다.


케이블카는 쉬지 않고 계속 올라간다.


그냥 산 하나를 그대로 오르는 것 같다.

케이블카는 상당히 높이 올라왔는데 철제 기둥에 녹이 슨 것을 보니 뭔가 기분이 이상하다. 별 일 없기를 바라야지.


이코마산죠역에 내리면 이코마산상유원지(生駒山上遊園地. 이코마산죠유엔치)라는 크지 않은 놀이공원이 있다. 테마파크라고 하기에는 규모가 작은 것 같고, 근처에 사는 부모들이 휴일에 어린 아이 데리고 와서 놀다가 갈 수 있는 그런 정도인 것 같다.  유원지에 놀러 온 것이 아니고 그냥 산 위에 올라가서 경치 감상을 하러 온 터라 그냥 슬슬 돌아다녀본다.


다들 아이를 데리고 있는데, 혼자 와서 오락가락하는 것이 부담스럽다.


저 아이들은 남매처럼 보이는데 누군지 몰라도 부모는 참 행복하겠다.


놀이기구라는 것도 아이들이나 탈 만한 것만 있는 것 같다.


이런 곳에서 4D영화도 상영한다고 하는데..


여기는 무슨 쇼나 행사를 하는 무대인 것 같은데 폐장시각이 가까워지고 있어서인지 아무도 없다.


음...

그냥 이 곳은 아이들과 시간을 보내는 곳이다.


빨리 내려가고 싶은데, 내려가는 케이블카는 40분 후에 있으니 그냥 여기저기 돌아다니면서 시간을 허비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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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고야 복귀

2017. 3. 9. 01:53

호텔에 짐을 찾으러 갔는데 호텔 앞으로 배달시킨 물건 하나가 도착하지 않았다. 2월 초에 도착할 예정이라고 해서 그 시점에 맞춰서 오기는 했는데 재수가 없어서인지 도착이 늦어지는 모양이었다. 대개 호텔 측에서 한 달 정도는 짐을 보관해주기에 조만간 다시 올 예정인데 묵을 날짜를 정하면 인터넷으로 예약 후에 확인 전화를 하면 어떻겠냐고 물어보았다. 같은 체인 호텔에 여러 차례 묵은 덕분인지, 능수능란하지는 않더라도 일본어로 대화가 되어서인지 한 달 안에 다시 올 일정이 정해지면 알려달라면서 순순히 승낙을 해서 마음 편히 나올 수 있었다. 조만간 이 곳에 다시 와야 한다는 것이 시간과 비용 모든 면에서 부담스럽지만 어떻게 할 수가 없었다. 시기적으로 설날이라는 명절이 다가오고 있어서 교토에서 더 체류하기도 곤란한지라, 화장실에 들어가 X을 싸고 뒤를 안 닦고 바지를 올린 것 같은 느낌이었지만 우선 나고야로 가기로 했다. 모든 것이 한 번에 끝났으면 좋았을텐데..

서둘러 오기는 했지만, 시간을 보니 바로 열차를 타고 가기는 어려울 듯했다. 어차피 나고야까지 가는 열차를 타려면 야마토야기에서 환승을 해야하고, 야기에서 나고야까지 가는 특급열차는 한 시간에 한 대 뿐이라서. 오사카에서 출발하는 것이었다면 어반라이너의 시간에 맞추어 움직였겠지만.. 


금강산도 식후경이라고 하지 않던가.

예상대로 설렁설렁 걸어가다보니 야기에 정차하는 나고야행 특급열차 출발시각에 거의 맞추어 도착은 했는데, 밥이라도 먹고 가야할 것 같아서 한 시간 뒤의 열차 지정석을 예약하고, 남는 시간 동안 교토역 하치죠구치 방면의 식당가에서 밥 먹을 곳을 찾았다. 면이나 빵과 같은 밀가루 음식을 좋아하지만, 밀가루 음식을 많이 먹으면 위에 부담이 가는 편이라 조절을 하기도 하지만, 일본의 밥맛이 좋아서인지 밥을 주로 먹게 된다. 어디에 갈까 잠시 고민을 하다가 밥을 먹고 싶어서 여기저기 기웃거리다가 쿠라마라는 역 식당가에 있는 가게에 들어갔다. 추운 날에 가끔 따끈한 국물이 있는 우동이나 소바를 먹기도 하지만..

코시히카리(한국에서는 고시히카리라고 불리고, 일본어 한글표기법으로도 고시히카리라고 하지만 실제 발음에 가깝게 쓸란다)의 품종이 좋은 것도 있지만, 질보다 양을 따지는 한국에서는 화학비료를 많이 사용하여 밥맛이 떨어진다는 것이 큰 이유라고 한다. 지금도 그러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품종별로 분류하여 도정을 하는 것도 아니고 섞이는 경우가 태반이라 우수한 품종의 쌀의 맛이 유지되지 않는다는 것을 신문에서 본 기억이 있다. 한국의 벼 품종 개발 수준은 일본과 비교해도 뒤떨어지지 않는, 오히려 식미 평가에서 앞서기도 한다는데 제대로 관리를 못하는 것이 큰 문제라고 한다. 쌀이 아니더라도 상품을 판매하는 것을 보면 주먹구구식인 것도 많고 사람들의 지갑을 열게 하는 기술은 일본에 한참 미치지 못하는 것 같다.


카이센오히츠젠(海鮮おひつ善)을 시켰다.

반찬에 닭고기도 있다.


일본이니까 해산물이 올라간 덮밥을 먹어야지.


음식은 남기지 않는 것이 예의라 하지 않던가.

열차 출발 시각까지는 시간이 조금 남아서 수퍼마켓에 가서 열차 안과 저녁에 먹을 것을 조금 산 뒤, 개찰구 안으로 들어가 사람이 많지 않은 곳으로 가서 시간을 보냈다. 조금 오래 걸어다녔다고 피곤하고, 배가 부르니 잠이 슬슬 오는데 이번에는 열차를 놓치지 않겠다고 정신을 다잡는다.


이세시마라이너

이 열차도 탈 수는 있지만, 이것을 타면 중간에 내려서 한 번 더 갈아타야하고, 시간이 오래 걸리니까.. 이 때만 해도 킨테츠 레일패스에 특급권 3매가 포함되어 있어서 장거리 이동시 부담이 적었는데, 이제는 특급권을 따로 구입하게 되어서 제 값을 주고 타기는 조금 아까운 기분이 든다. 4년 전에 우지야마다에서 카시코지마까지 특급권을 사서 특급열차를 타고 다녀온 적이 있기는 하지만..


토요일 저녁 시간이라 그런지 평소 같으면 퇴근하는 회사원들로 북적일 열차에 빈 자리가 많았다. 어쩌다 한 번씩 타게 되는 관광객들보다는 업무나 통근 목적으로 열차를 정기적으로 이용하는 사람들이 철도회사로서는 중요한 고객임은 분명하다. 어차피 빈자리에 한 명 더 싣고 가는 가난한 외국인 여행자는 일종의 부가 수입일 터이고.


킨테츠의 좌석은 좌석 번호가 큼지막하게 적혀 있어서 좋다. 표준궤 열차라서 승차감도 나쁘지 않고..


야마토야기에서 환승시간이 단 2분(야기역 도착 후 다음 열차가 출발하기까지)이어서, 내리는 것부터 서둘러 움직여 열차에 올라탔다. 같은 플랫폼에서 환승이 아니고, 아래층으로 내려가야 해서 짐을 가지고 있다면 꽤 부담스러운 시간이다. 역의 직원들도 이 시간이 굉장히 촉박하다는 것을 알아서 출발 전에 갈아타러 오는 사람이 있는지 여러차례 확인을 하기는 하지만, 적당히 자리잡고 열차의 아무 칸에 올라탄 후에 지정 좌석으로 움직이는 것이 좋다. 나고야에서 이미 열차를 한 번 놓쳤는데 또 놓쳐서 다음 열차를 타고 가게 되면 언제 자리 주인이 나타날 지도 모르고, 놓치지 않고 제대로 타더라도 나고야 도착 시간이 거의 밤 10시라서 쓸데없이 시간을 낭비하고 싶지 않았다. 예정대로라면 야기에서 나고야까지는 1시간 47분이 걸리는데, 몸은 피곤한데 잠은 쉽게 들지 않는 고통스러운 시간을 보냈다. 한 잔 마신 맥주가 오히려 잠을 방해하는 것인지도..



일본에서 가장 이름이 짧은 역이자 미에현의 현청소재지이지만 행정 중심의 도시이고 츠보다는 욧카이치(四日市)가 조금 더 상업적으로 번화한 도시이다. 약 석 달 전에 츠에서 하루 묵었던 적이 있는데 그냥 잠만 자고 다시 오사카로 돌아갔던 적이 있다. 어반라이너가 정차하는 도시라 기대를 했건만 그냥 행정도시에 불과하다는 것을 알게 되면서 급실망했다는..

이번에 예약한 호텔은 지하철 사카에역과는 조금 거리가 있고, 그 다음 역인 신사카에마치역이 가장 가까운 역인데 어느 출구로 나와서 어느 방향으로 가는지를 제대로 확인을 안 해서 지하철역을 나와서 조금 헤매다가 호텔 간판이 멀리서 보여서 겨우 찾아서 갔다. 원래 저녁 8시 도착 예정으로 예약을 했는데, 그 시간에는 도착하지 못할 것 같아 10시 30분 도착으로 미리 변경을 해두었는데 그 시간에 딱 도착했다. 9년 전에 처음 나고야에 갔을 때는 가진 돈이 꽤 되었고, 3년 전 역시 저렴하게 비행기표를 구입해서 가서 나고야역 근처에서 숙박을 했는데, 사카에는 오래간만에 간 것 같다. 어차피 술집이나 유흥업소는 안 가니까 별 의미는 없겠지만.. 사카에에서 원정 성매매를 하던 한국 여성들이 강제로 추방당했다는 소문도 있었는데 그런 쪽에 별 관심이 없어서 잘 모르겠다.


저녁을 먹고 난 뒤 사 온 구운 장어 초밥을 야식으로 먹고 잤다.

늦게 도착하면 배가 고플 것 같아서 하나 사들고 왔는데 300~400엔 정도였을 것 같다. 대개 영수증을 모아두는데 어디선가 잃어버렸는지 보이지 않아서 기억이 안 난다. 씻고 침대에 누워서 텔레비전을 보다가 졸려서 잤다. 이렇게 사흘째가 지나갔다.


저녁을 먹었던 쿠루마의 지도. 교토역 하치죠구치방면의 식당가에 있다.

얼마 전부터 가끔 잠이 오지 않을 때 술기운을 빌려 잠을 자려고 한 잔 정도 마신다거나, 식사 자리에서 상대방에 맞춰주기 위해서 함께 첫 잔을 마시는 것 외에는 가급적 술을 마시지 않는다. 가장 큰 이유는 갈수록 멍청해지고 있다는 것을 스스로 느끼게 되어 다시 회복은 되지 않더라도 그 속도를 조금이나마 늦출 수 있지 않을까 해서였는데, 한동안 술을 마시지 않다보니 술 냄새가 싫어지고 거부감을 느끼게 되어 자연히 술을 멀리하게 되었다. 와인 한 잔씩 마시면 혈액순환에 좋고 건강에 도움이 된다고 하는데, 어떤 연구에서는 술이라는 자체가 한 잔도 좋지 않다는 이야기도 있으니 사람의 건강상태나 체질에 따라 괜찮거나 도움이 될 수도, 반대로 나쁘거나 위험할 수도 있지 않은가 싶다.

그런 의학적인 연구 내용이 아니더라도 과로로 인한 만성피로와 체력저하가 고질병처럼 되면서 마실 때는 괜찮은 것 같은데 쉽게 취하고 숙취로 다음 날이 괴로운 것이나 술자리에 함께 한 사람이 술에 취해 개가 되는 모습을 보면서 나도 예전에는 저렇게 개가 되었구나 싶은 생각에 스스로를 단속하려는 뜻도 있고, 여러 이유에서 술을 멀리하려고 노력을 하고 있다. 이래놓고 나서 언제 또 술 한 잔 마시다 취해서 멍멍이짓을 할 지는 모르겠지만, 여행이든 출장이든 말이 잘 통하지 않는 타국에 있는 순간에는 어느 정도 긴장감을 유지하기 위해서 되도록 더 조심하고 주의한다. 그러다보니 저녁을 먹은 뒤에는 호텔 방 안에서 텔레비전을 본다거나, 인터넷 웹서핑을 한다거나 기껏해야 편의점에서 간식을 사다가 먹는 것 외에는 마땅히 할 일이 없다. 게임이나 뭐 그렇고 그런 것이라든지 할 일이야 많이 있겠지만 불행인지 다행인지 이런 방면에 별로 흥미가 없어서, 북오프 같은 중고서점에 가서 싸고 괜찮은 책을 둘러보거나 쇼핑을 한다거나 가까운 온천을 찾아 따뜻한 물에 몸을 담그고 오는 정도랄까.

오후 8시가 다 되어가니 멀리 갔다 올 수는 없고, 편도 한 시간 이내에 갈 수 있을 만한 곳에 내려서 잠시 구경하고 교토에 돌아오는 정도라면 괜찮을 것 같아 킨테츠교토역으로 갔다. 킨테츠교토역은 한 쪽이 막힌 역이어서 반대 방향으로 갈 염려는 없지만, 가는 도중 노선이 분기되어 목적지가 다른 열차가 종종 있으니 주의해야 한다. 다만 특급을 포함한 모든 등급, 모든 방면의 열차가 정차하는[각주:1] 야마토사이다이지(大和西大寺)역에서 오사카와 나라, 카시하라진구마에(橿原神宮前) 방면으로 분기되니 이 역까지는 걱정하지 않고 갈 수 있다. 어차피 시간상 사이다이지까지 갔다가 돌아오면 10시가 훌쩍 넘을테고, 다음 날 체크아웃을 해야하니 늦잠을 잘 수 없어서 무리하지 않아야 한다.


교토선에는 주로 4량 편성인 경우가 많아 열차를 병결하여 운행하는 경우가 많은데 두 열차의 열차 모델 및 연식이 다르다.

거리상 특급권을 쓰기 아까우니 특급열차 대신 19시 46분 발 카시하라진구마에 행 급행열차에 탔다. 배가 부르니 잠이 오고, 앉아서 가면 좋겠지만 이미 사람들이 많이 타 있어 서서 간다. 밖은 어두워서 잘 보이지는 않지만, 차창 밖으로 보이는 풍경을 보면서 간다. 30여 분 걸려서 야마토사이다이지에 도착하자 꽤 많은 사람들이 내렸다. 오사카와 교토를 연결하는 철도 노선이 많지만, JR, 한큐(阪急)는 오사카 북부와 교토를 연결하고, 케이한(京阪) 역시 오사카 북동부 방면 중심으로 교토에 이어지는 노선이어서 교토에서 나라를 거쳐 오사카 남부를 바로 연결하는 노선은 킨테츠가 유일하다. 킨테츠의 통학 정기권의 가격이 다른 회사들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저렴하다던데, 그래서인지 직장인 외에도 학생들도 꽤 있다. 그러고 보니 우지에 살던 친구 녀석도 몇 년 전에 오사카에 통학하느라고 킨테츠를 이용했던 것이 생각난다.

사이다이지역은 교토선, 카시하라선과 나라선이 교차하는 지점인데, 동쪽의 나라, 서쪽의 오사카, 남쪽의 카시하라진구마에, 북쪽의 교토로 가는 노선이 교차하니 사거리와 같은 곳이라 생각하면 이해하기 쉬울 것 같다. 아주 서울의 신촌이나 대학로 정도 같이 번화한 동네는 아니지만 나라현에서는 꽤 비중이 있어 나라역 주변이 나라현의 중심이라면 이 곳은 현 내의 교통의 요지라고 할 수 있겠다. 예전에 이 역을 몇 번 지나간 적은 있지만, 사이다이지역 주변에 유명한 관광 명소가 있는 것은 아니어서 역사 바깥으로 나가는 것은 처음이다.

역 바깥에는 나라 패밀리라는 쇼핑센터가 있어 전문 상점이 들어서 있고, 같은 건물 북쪽에 킨테츠백화점과 이온몰(AEON MALL)이 자리하고 있다. 추측이지만 나라패밀리라는 건물의 일부를 킨테츠백화점과 이온몰이 임대하여 영업하고 있는 것 같다. 킨테츠백화점은 오후 8시까지만 영업을 하는지라 들어가지 못하고 주변을 한 바퀴 돌아보다가 이온몰은 아직 영업을 하고 있는 것 같아서 간식거리를 사러 들어갔다.


사진 출처 http://www.nara-kintetsu-chintai.jp
이미 한밤중이 되어 사진을 찍어도 잘 안 나와서 부득이하게 인터넷에서 검색을 했다.
사이다이지역 북쪽 출구로 나가면 오른쪽에 이 건물이 보여서 찾기 어렵지 않다.


아무래도 외지에 있다보면 밥은 잘 챙겨먹더라도 균형잡힌 식사를 하는 것이 쉽지 않기 때문에 종종 의식적으로 마트나 편의점에 들러 쥬스라든가 껍질을 쉽게 벗겨 먹을 수 있는 과일을 조금씩 사먹는 편이다. 평소에는 영양성분 같은 것을 생각하며 음식을 먹지 않고 편식에 가까울 만큼 좋아하는 것만 먹지만, 외지에서 몸이 아프면 곤란한 상황에 처할 수 있으니 주의하는 정도. 이온몰에는 대개 수퍼마켓이 있으니 쥬스와 과일을 사러 지하로 연결되는 입구를 찾아서 들어갔다.


발렌타이데이와 맥주가 무슨 상관이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뭐..

9년 전 처음 일본에 갔을 때 일본어를 거의 못해서 말도 못하고, 듣지도 못하였지만, 그 당시에도 밸런타인데이 전이어서 상점에서 밸런타인데이 관련 상품으로 초콜릿과 주류를 파는 곳이 많았다. 그 때 이 나라의 상술은 참 뛰어나다고 감탄하기도 하였는데, 맥주까지 이렇게 밸런타인데이라고 포장을 특별히 만들어 파는 것을 보면 대단하다는 생각이 든다. 술 한 잔 마시면 더 쉽게 상대에게 친밀함을 느낄 수 있어서인가.

일본에서도 대부분의 마트에서는 폐점 시각이 다가오면 신선 식품이나 소비기한이 짧은 조리 식품 등을 할인가격에 파는데, 사람들이 다 사서 간 뒤라 식료품 코너에는 먹을만한 것이 없고, 과일도 꽤 비싸서 살까 말까 고민이 되었다. 딸기가 큼지막한 것이 맛있게 보이는데 몇 개 되지 않는 작은 포장이 6천원이 넘어서 망설이다가 포기하고 방울토마토를 샀다. 그리고 마시는 요거트도 하나 사서 쪽쪽 빨아마시고..


부족분의 식물섬유 마시는 요구르트 석류맛.

유제품 귀신인지라 맛있게 먹었다.

밖으로 나와서 동네 한 바퀴를 돌아보는데 생각했던 만큼 거리에 상점이 많지 않고, 갈만한 곳이 보이지 않는다. 맛있는 냄새라도 풍기면 들어가서 먹고 나올텐데 먹자골목이라 불릴 만한 곳은 없는지 거리가 썰렁하다. 역의 남쪽에는 수퍼마켓이 하나 있는 것 같은데, 건너가기 귀찮다. 그럼 그냥 돌아가야지 별 수 있나. 사이다이지역으로 돌아가서 교토행 열차를 기다린다. 이번에도 당연히 추가요금을 내지 않아도 되는 급행열차인데 갈 때와는 달리 빈 자리가 많아서 편히 앉아서 간다. 교토역이 종점이니 마음 편히 잠을 자도 괜찮은데, 이렇게 긴장감이 없으면 잠이 잘 오지 않는다. 이건 무슨 청개구리 심보냐.


사토미가 모델인 이온 영어회화 광고.

그렇지만 여기서 이 학원을 다닌다고 해도 이 아가씨 볼 일은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다시 교토역에 도착한 뒤, 호텔에서 나올 때 길바닥에서 주운 버스 1일 승차권을 가지고 버스를 타고 호텔 앞에서 내렸다. 누가 잃어버린 것인지 아니면 버스 탈만큼 탔다고 버리고 간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2월 5일 날짜가 찍혀 있는 승차권이라 혹시 몰라서 주워서 주머니에 넣어두었는데 유용하게 잘 썼다. 그게 없었더라면 20분 동안 걸으면서 궁시렁거렸을텐데, 역시 돈이 좋기는 좋다. 승차권 버리고 가신 분 복 받으실 거에요~~♪


그래도 움직였다고 배가 고프니 야식을 먹어야지.

냉장고에 넣어두었던 야키우동과 야키토리를 데워서 먹었다.



아침에 일어나면 체크아웃을 해야하니 대충 짐을 싸둔 뒤 씻고 잠을 청했다.

  1. 심야시간에는 교토발 열차가 야마토사이다이지까지 운행하지 않고, 신타나베(新田辺)까지만 가는 열차가 있으니 주의해야 한다. [본문으로]

잠에서 덜깨다

2016. 3. 14. 02:59

1월 말부터 안 좋은 일이 있어서 잠을 못자서, 제 정신으로 가는 것이 아니었다. 이틀 밤을 새고 몇 시간 잠을 잔 뒤, 다시 이틀 밤을 새고 가는 것이라 이러다 탈이 나지 않을까 싶은 생각이 들고, 항공사에 전화해서 항공편 변경을 해야하지 않나 심각하게 고민할 정도였다. 출발하는 당일도 새벽에 집에 가는 버스를 타고 들어간 뒤 세 시간 정도 후에 짐을 싸서 나와야 했다. 버스를 기다리는데 몸 상태가 좋지 않으니 추위가 느껴져서 돌아다니고 있는데 갑자기 어떤 제안을 할테니 들어주겠냐는 아가씨를 만나 당황했다. 내용인즉슨, 자신이 XX을 해줄테니 돈을 주지 않겠냐는 것인데, 놀랍기도 하면서 그래도 길거리에서 아무것도 안 하고 손 내미는 사람보다는 네가 낫다는 생각이 들었다. 춥고 졸리고 힘들어서 만사 귀찮아 죽겠는지라 거절을 했다.

두 시간 정도 거실에 쓰러져 있다가 도저히 버스를 타고 서울역에서 공항철도로 갈아탈 엄두가 나지 않아서 비싸더라도 공항버스를 타러 갔다. 이미 만신창이가 된 몸이 귀찮은 여정을 견딜 자신이 없었고, 공항철도를 타면 비용은 저렴하지만 갈아타는 번거로움에 시간도 많이 걸리니 일찍 도착해서 공항에서 여유있게 움직이는 것이 더 나을 듯 싶었다. 5시부터 6시까지는 20분 단위로 버스가 있는데, 5시 40분 버스를 탈 수도 있겠다 싶어서 가방을 메고 서둘러 정류장으로 뛰다 걷다를 반복하면서 갔다. 다행히 버스에 탔고, 뒤로 가는 것도 귀찮아서 맨 앞 좌석에 앉아서 갔다. 버스에 올라탄 지 얼마 되지 않아 잠이 들었는데, 옆에 앉은 아주머니의 짐이 많아 자꾸 가방 같은 것으로 쳐서 중간중간 잠에서 깼다. 일본에서 좋은 점을 꼽으라면 다른 사람과의 물리적 거리를 두고 신체적 접촉을 피하는 것을 손에 꼽는데, 평소 같았으면 그냥 넘어갈 만한 일도 내 몸이 피곤하니 짜증이 밀려온다. 그렇다고 새벽부터 아줌마에게 좋게 이야기한다고 해서 달라질 것도 없고, 싸가지 없는 젊은 놈이라는 말밖에 듣지 못할테니 참고 가는 수밖에 없다.

그렇게 가다보니 인천공항에 7시 정도 되어 도착했다. 이른 시각임에도 공항에는 많은 사람들이 있다. 아침 이른 시각에 출발하면 도착 후에 시간 여유가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나 같은 경우는 일찍 나온다고 나와도 한계가 있고, 오히려 서두르다가 챙길 것을 두고 오거나 잃어버리는 일들이 생겨서 별로 좋아하지는 않는다. 그러나 도착 후에 다른 도시 이동이 있고, 처리할 회사 일도 있고 해서 시간을 잘 활용하고, 사람이 많은 시간을 피해서 아침에 출발하는 비행기를 타게 되었다.

아침에 출국해서 도착지에서 시간을 유용하게 쓰려는 사람이 많은데다, 2월 초라 학생들의 방학이라 그런지 어린 학생을 동반한 가족 단위의 여행객도 많아서인지 항공사 카운터나 출국장은 인산인해를 이루고 있었다. 30분 정도 걸려서 보안검색대를 통과하고 출국장을 빠져나갈 수 있었다. 김포에서 출국하는 것이 편리하기는 하지만, 김포에서 나고야로 가는 항공편(제주항공)이 없어지기도 했고, 정시성이라든지 셔틀트레인을 타지 않아도 되는 편리함 등의 이유로 인천에서 출발하는 아시아나항공의 항공편을 이용한다.

미리 주문했던 면세품(이라고 해도 내가 사는 것은 몇 천원 짜리 초콜릿 하나 뿐이고 지인들이 부탁한 주문품들이지만)을 수령하다보니 시간이 걸려서, 잠깐 라운지에 들러서 요기라도 할까 했는데 그럴 만큼의 시간 여유는 없어서 탑승구 근처로 가서 기다렸다. 사람이 북적이지 않는 구석 자리의 자리를 받기는 했는데, 막상 기내에 들어가니 빈 자리가 많지 않고, 앉을 자리 옆의 두 좌석에는 이미 사람들이 앉아 있었다. 통로 쪽에 앉은 사람은 일본 아저씨, 가운데에는 일본 아줌마(인 것 같은데 한국어도 잘 하는 분이라서 확신이 없다. 교포 분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에게 양해를 구하고 안으로 들어갔다.

승무원에게 입국신고서와 세관신고서를 받았는데, 적당히 좌석 주머니 사이에 넣어두고, 좌석벨트를 맨 후 잠에 들었다. 졸다 깨다 반복하다가 잠시 조금 깊게 잠이 들었는지 일어나보니 테이블이 펼쳐져 있고, 식사로 나온 샌드위치가 놓여 있었다. 아무래도 잠들어 있는 사이에 아주머니가 받아서 놓으신 모양. 감사하다고 인사를 하려 했는데 다른 일을 하시는 것 같아 그냥 잘 먹었다. 잠이 부족할 때는 늘 몸에서 수분을 많이 요구하므로 우선 물을 뜯어서 마시고, 샌드위치를 먹은 뒤, 나중에 승무원에게 음료를 따로 시켜서 마셨다. 그래도 피곤함에서 오는 갈증은 어떻게 달래지지 않는다.

인천-나고야를 운항하는 아시아나 A321항공기는 작아도 모니터가 달려서 기내엔터테인먼트 서비스가 제공되지만, 정신을 못 차리고 있으니 아무런 소용이 없다. 그냥 남은 거리가 얼마나 남았는지 보여주는 운항정보를 화면에 띄워놓고 간다. 정신을 차려보려고 애를 쓰지만 배가 조금 부르니 잠이 더 잘 온다. 다시 졸다 깨다를 반복하다보니 어느새 나고야에 다 와가는 듯하다.

생각보다 탑승객이 많기도 하거니와 촌각을 다툴만큼 일찍 나가야 하는 것도 아니어서 잃어버린 물건이 없는지 확인을 하고 천천히 짐을 챙겨 나왔다. 잠이 부족한 상태에서는 지갑이나 휴대폰 같은 것을 두고 나오는 경우가 종종 있어서.. 기내에서 입국 신고서를 쓰지 않아서 심사장 앞에서 줄을 서면서 끄적끄적 쓴 뒤에 통과하고, 화장실에 갔다가 물도 마시고 정신을 조금이라도 차린 뒤 ATM을 찾아서 3만엔을 출금했다. 시간이 부족해서 미리 환전은 못했는데, 숙박비는 카드로 결제하고 식비와 교통비 등의 비용만 현금으로 결제하면 될 것 같다. 물론 그 비용이 만만치 않다는 것이 문제일 듯.

행선지가 나고야 시내의 호텔이었으면 공항버스를 탈 수도 있으나 어차피 나고야역으로 가는 것이라서 열차를 타고 간다. 츄부국제공항과 나고야역 사이를 잇는 메이테츠 특급을 타면 대충 35분, 전차량 지정석인 뮤스카이를 타면 28분 정도 걸린다. 촌각을 다투는 것이 아니니까 그냥 저렴한 특급열차를 탔다. 주의할 점은 뮤스카이는 전차량 지정석이어서 뮤(μ)티켓이라 불리는 특급권을 360엔을 따로 내고 구매해야 한다. 일부 지정석인 특급열차에서도 지정석칸은 특급권을 구매해야 하지만, 자유석칸은 운임만으로 이용할 수 있다. 메이테츠나고야역 앞의 매점에서 킨테츠레일패스를 살 수 있는데, 처음이 아닌지라 여권을 먼저 보여주고 만 엔짜리 지폐를 한 장 내면서 킨테츠레일패스를 사고 거스름돈을 받으니 대충 잔돈도 생겼다.

앉은 좌석이 두 자리씩 마주보는 형태로 되어 있는데 어떤 일본인 아가씨가 대각선으로 맞은 편 자리에 앉으면서 큰 짐가방으로 옆자리를 막아준 덕분에 편하게 나고야역까지 갈 수 있었다. 이 때문에 자리가 비어 있는데도 앉지 못했다면 아가씨를 욕했겠지만. 나고야역에는 12시가 못 되어 도착했고, 킨테츠나고야역으로 가서 교토행 특급열차 지정석을 예약했다. 12시 30분 출발이고 야마토야기(大和八木)역에서 내려서 한 차례 환승을 해야하며 대충 두 시간 정도 걸리니까 금전적인 여유가 있다면 교토까지 신칸센을 타는 것이 가장 빠르고 갈아타지 않아도 된다. 킨켄샵이라 불리는 할인티켓을 파는 곳에서 조금 싼 티켓을 살 수도 있는데, 그것 역시 편도 가격이 5일간 사용할 수 있는 킨테츠레일패스보다 더 비싸니 가난해서 느리고 갈아타는 번거로움이 있는 열차를 탄다. 만약 교토-나고야 간의 소요시간이 10시간이 걸린다고 한다면 생각이 달라졌겠지만.. 어쨌든 자본주의사회라는 것이 이렇다.



메이테츠나고야역에 내렸다. 츄부공항에서는 메이테츠가 제일 빠르고 편하면서 싼 시내 이동수단이다.



메이테츠나고야역에서 나와서 킨테츠나고야역으로 간다.


메이테츠를 타고 갈 수 있는 곳은 토요하시, 이누야마, 미카와, 토요카와 등 아이치현 일대와 기후 정도. 쉽게 말해서 원하는 목적지인 교토까지는 갈 수 없다. 그래서 JR이나 킨테츠 둘 중 하나를 이용해야 간사이지역이라 일컬어지는 서쪽 방면의 도시로 갈 수 있다. 메이테츠나고야역과 킨테츠나고야역 사이에는 환승개찰구가 있어서 두 회사 승차권을 함께 넣고 나갈 수 있는데, 승차권형태의 킨테츠패스도 넣을 수 있는지 잘 모르겠다. 특급열차를 타려면 매표소에서 지정석을 받아야하니까 그냥 돌아서 갔다. 패스를 보여주며 특급권 신청서 한 장을 주고 교토까지 특급 열차를 예약하니 대충 20여 분 정도 시간이 남아서 메일 확인을 하려고 JR나고야역으로 갔다. JR나고야역을 비롯한 토카이도신칸센역에서는 무료 와이파이를 이용할 수 있어서 종종 이용하는데, 와이파이에그를 따로 빌려서 다니지 않기에 역과 편의점 등에서 가끔 메시지나 메일 확인을 하고 답장을 한다. 와이파이가 있으면 괜히 인터넷 서핑이나 할 것 같고, 가지고 다니기도 귀찮아서 빌리지 않는다. 그런데 와이파이로 메일 확인을 하고 킨테츠역으로 여유있게 돌아오기는 했는데, 점심으로 어떤 도시락을 먹을까 역내 편의점에서 고민을 거듭하다가 하나를 사고 열차를 타러 가는데, 갑자기 어떤 열차 하나가 문을 닫고 출발을 했다. 설마 그 열차가 타야할 열차인지 모르고 시계를 보니 12시 30분이었다. 아~ 이런..


메이테츠를 타고 갈 수 있는 곳은 토요하시, 이누야마, 미카와, 토요카와 등 아이치현 일대와 기후 정도. 쉽게 말해서 원하는 목적지인 교토까지는 갈 수 없다. 그래서 열차를 이용한다면 JR이나 킨테츠 둘 중 하나를 이용해야 간사이지역이라 일컬어지는 서쪽 방면의 도시로 갈 수 있다.

메이테츠나고야역과 킨테츠나고야역 사이에는 환승개찰구가 있어서 두 회사 승차권을 함께 넣고 나갈 수 있는데, 승차권형태의 킨테츠패스도 넣을 수 있는지는 잘 모르겠다. 특급열차를 타려면 매표소에서 지정석을 받아야하니까 그냥 돌아서 갔다. 패스를 보여주며 특급권 신청서 한 장을 주고 교토까지 특급 열차를 예약하니 대충 20여 분 정도 시간이 남아서 메일 확인을 하려고 JR나고야역으로 갔다. JR나고야역을 비롯한 토카이도신칸센의 역 또는 규모가 있는 재래선 역에서는 무료 와이파이를 이용할 수 있어서 종종 이용하는데, 와이파이에그를 따로 빌려서 다니지 않기에 역과 편의점 등에서 가끔 메시지나 메일 확인을 하고 답장을 한다. 와이파이가 있으면 괜히 인터넷 서핑이나 할 것 같고, 가지고 다니다가 잃어버릴 것 같아서 빌리지 않는다. 그런데 와이파이로 메일 확인을 하고 킨테츠역으로 여유있게 돌아오기는 했는데, 점심으로 어떤 도시락을 먹을까 역내 편의점에서 고민을 거듭하다가 하나를 사고 열차를 타러 가는데, 갑자기 어떤 열차 하나가 문을 닫고 출발을 했다. 설마 그 열차가 타야할 열차인지 모르고 시계를 보니 12시 30분이었다. 아~ 이런..



이 열차를 타고 간다. 오사카난바까지 가는 같은 특급열차인데, 나고야역 기준으로 매시 정각에 출발하는 어반라이너가 츠, 츠루하시, 오사카우에혼마치에 정차하는 것과는 달리 정차역이 많아서 이걸 타고 오사카까지 갈 때는 속이 터진다. 그러나 교토나 가시하라진구마에 등으로 가기 위해서는 이 열차를 타는 수밖에 없다. 이 열차는 킨테츠에서 여기저기 돌려먹는 그런 열차로, 찾아보니 12200계라고 하는 것 같은데 정확히는 잘 모르겠다. 열차 형번이나 기능상의 특징은 별 관심이 없고, 이 열차가 얼마나 원하는 곳까지 빨리 가느냐에만 관심이 있는지라.


오사카난바행

킨테츠의 특급열차는 자유석이 없어서 무조건 지정된 열차의 좌석에 앉아서 가야하므로 지정석권을 발권해준 역무원에게 가서 말을 했다. 어찌어찌하다보니 플랫폼을 잘 몰라서 다른 플랫폼에 있다가 열차를 못탔다고 말했다. 사실 행선지 안내에서 오사카방면이라는 글자만 보고 다른 플랫폼으로 간 것은 사실이고, 만약 제대로 갔더라면 열차를 탈 수는 있기는 했으니.. 그런데 재수없게도 그것은 한 시간 뒤에 출발하는 열차고, 타려던 열차는 다른 플랫폼에서 출발하는 것이었다는 것이 문제였지. 역무원이 보더니 특급권에 적힌 지정된 열차를 지우고 도장을 찍어준 뒤에 빈 좌석에 앉아서 가란다. 경험상 빈 좌석이 없는 최악의 상황은 아닐 것 같지만, 그래도 언제 주인이 나타날지 모르는 탓에 계속 긴장 상태로 가야할 것 같다. 이거 좋지 않은데..


야마토야기 도착 이전에 정차하는 역이 다섯이다.

킨테츠의 나고야-오사카 간의 메이한특급(名阪特急)열차는 시간대에 따라 운행하는 패턴이 다르다. 킨테츠의 메이한특급열차는 대개 시간당 2편이 편성되는데 매시 정각에 출발하는 열차는 어반라이너, 매시 30분에 출발하는 열차는 특별한 열차명 없이 그냥 특급열차로 운행을 한다. 나고야역과 오사카난바에서 매시 정각에 출발하는 어반라이너는 도중 츠(津), 츠루하시(鶴橋), 오사카우에혼마치(大阪上本町)역에만 정차한다. 아침 이른 시간대와 밤 늦은 시간대에는 한두 역이 추가되는 경우가 있기는 하지만, 시간 단축을 위해 정차역을 줄여 운행하고 있으며, 중간에 교토나 카시하라진구마에 등의 다른 킨테츠 노선으로의 환승을 거의 고려하지 않고 나고야-오사카 사이의 수요만을 노리고 있다. 이에 반해 매시 30분에 출발하는 특급열차는 어반라이너가 정차하지 않는 역에 정차하며, 다른 노선의 특급열차와 연계되도록 시각표를 설정해두어서 같은 구간에서 소요시간이 긴 편이다. 킨테츠에서는 어반라이너에 더 많은 공을 들이고 있는 탓에 어반라이너로 운행하는 열차는 다른 특급열차들과는 달리 21000계 및 그 후속 모델의 어반라이너 전용 열차를 투입하고 있다. 소요시간은 어반라이너가 약 1시간 10분 정도 더 걸리지만, 도착지가 시내 중심부인 난바인 덕분에 신오사카역에서 오사카 남부로 갈 경우에는 다시 시내환승을 해야하는 불편함도 없고, 금액이 저렴하기 때문.

그런데 정차하는 역마다 언제 자리 주인이 나타날 지 모르니 긴장하고 있어야 한다. 그러게 열차 시간을 잘 확인하고 미리 준비를 했어야지, 누굴 탓하겠나. 며칠 동안 밤을 새고 나와서 이러고 있으니 잠이 쏟아질텐데 이거 참 걱정이 앞선다.


맨 뒷자리에 앉았는데, 자리 주인이 나타나서 맨 앞으로 옮기게 되었다. 아이씨~

조금 지나니 검표를 하는 차장 아저씨가 들어오셔서 이리이리해서 이렇게 여기에 앉아서 가게 되었다고 설명을 했더니, 괜찮으니까 앉아서 가라고 하신다. 그래도 중간 역에서 승객들이 탔을 때, 혹시라도 앉아 있는 좌석을 가진 사람이 오는 경우라면 비켜주어야 하고, 잠들어서 환승역인 야마토야기에서 내리지 못할 수도 있으니 긴장을 늦출 수는 없다.


일단 금강산도 식후경이라고, 열차를 놓치게 만든 도시락을 꺼내서 먹기로 한다.


일본의 3대 소(고기)로 효고현의 고베규(神戸牛)와 함께 항상 꼽히는 미에현의 마츠사카규(松阪牛)로 만든 마츠사카 규메시 도시락. 다른 3대 쇠고기의 한 자리는 야마가타현의 요네자와규(米沢牛)와 시가현의 오미규(近江牛)가 꼽히는데, 평가하는 사람에 따라서 달라진다고. 그래서 일본 4대 쇠고기로 꼽기도 한단다. 문득 작년에 미에현의 츠에서 묵었을 때 마츠사카에서 소 품질 검사를 하는 장면을 텔레비전으로 본 장면이 생각이 났다. 할아버지가 연로해지자 손자인 고등학생이 가업을 이어받겠다면서 소를 끌고 나와서 품질 검사 준비를 하는 모습이었는데, 어린 친구지만 단순히 할 것이 없어서 그 일을 하는 것이 아니고 일에 열정과 책임을 가진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타이쇼(大正) 11년(1922년)에 개업한 마츠우라상점에서 만드는 도시락이란다. 거의 100년이 다 되어가는 전통이 있는 노포다. 스스로가 노포의 맛이라고 자랑할 정도이니 맛있겠지. 반숙 계란과 간단한 반찬과 불고기처럼 양념을 하여 익힌 쇠고기가 밥 위에 깔린 도시락이다.


맛있게 보인다. 맛있게 먹었다.


다행히 중간 정차역에서 사람들이 타고 내리기는 했지만, 내가 앉은 자리 주변에는 사람들이 오지 않아서 자리를 비켜주는 일은 없었다. 배가 부르니 잠이 오기는 하지만 자다가 환승을 못할까 싶어서 버티다 야마토야기에서 내려서 열차를 갈아탔다. 이 곳에서 열차를 갈아탄 것은 4년 정도 된 것 같은데, 환승이 복잡하지 않아서 문제없이 교토행 열차에 탔다. 빈 자리에 앉아서 차장에게 다시 같은 이야기를 반복하고, 열차를 타고 간다. 일부러 사람이 많지 않은 칸으로 갔는데, 그 열차는 흡연칸. 사람이 적은 것에는 다 이유가 있구나.그렇게 교토에 도착했다.

교토역은 와이파이를 사용할 수 있어서 구글 맵을 켜고 호텔까지의 경로를 검색해본다. 예약한 호텔까지는 1.9km정도, 도보로 23분 정도 걸린다고 한다. 버스를 타고 갈 수도 있으나, 이 도시에서는 버스라는 것이 서울 시내버스처럼 몇 분에 한 대 씩 오는 것이 아니고 그렇다고 빠르게 다니는 것도 아니어서 기다려서 버스를 타는 시간과 버스 안에서 보낼 시간을 생각하면 걸어가는 것과 별 차이가 없을 것 같다. 일단 역에서 가까운 우체국에 들러 선불 봉투를 몇 장 사고, 지도 화면에서 나오는 경로를 따라 가면 큰 어려움 없이 길을 찾을 수 있었다. 교토의 도시 구조가 길 찾는 것이 크게 어렵지 않은 이유도 한 몫을 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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