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

자타가 공인하는 현재 최고의 투수 류현진이 지난주 일요일 통산 22번째이자 한국 프로야구 역대 최연소(24세 2개월 25일, 종전 주형광의 24세 3개월 14일), 최단 경기(153경기, 종전 정민철의 180경기) 1000탈삼진 기록을 수립했다. 탈삼진 1000개가 얼마나 대단한 기록인지 피부에 와닿지 않을 수 있지만, 30년 역사의 한국 프로야구에서 활약했던 그 많은 투수들 중에서 류현진을 제외한 고작 21명밖에 이 고지에 오르지 못한 어려운 기록임이 분명하다. 류현진은 가장 어린 나이에 그리고 가장 짧은 5년 2개월 여라는 시간만에 이 기록을 달성했고, 1000개의 탈삼진은 더 많은 기록을 세우는 과정의 일부이지 종착점이 아니라는 것이다.


탈삼진 1000개의 기록을 달성한 2011년 6월 19일 류현진의 역투 ⓒ 연합뉴스


류현진과 함께 최고 투수로 꼽히는 김광현이 525개, 윤석민이 643개에 그치고 있어 동 시대의 비슷한 연령대의 투수들이 이 기록을 깨기 위해서는 적어도 2~3년은 걸려야 할 것이다. 이들이 최연소라든가 최단 경기와는 거리가 먼 것은 당연하다. 단지 탈삼진만이 아니고 이들은 류현진만큼 데뷔하자마자 강력한 포스나 꾸준한 건강 상태와 활약을 보여주지 못했다. 류현진은 시즌 중에 피로가 누적되어 선발 로테이션을 건너뛰거나 이미 팀이 포스트시즌 진출에 실패한 후 등판을 하지 않은 적이 있지만, 한창 순위 다툼을 하는 와중에 부진으로 2군으로 내려가거나 부상으로 이탈해있던 적은 한 번도 없었다. 꾸준함 역시 프로야구 선수가 지녀야 할 하나의 덕목이기에 류현진의 가치는 더 빛날 수 밖에 없다.


고졸 출신 선수들의 데뷔 5년간 성적표 (자료출처 : www.istat.co.kr)


류현진은 프로야구 역사상 성공했던 고졸 출신 에이스들과 데뷔 후 5년간의 성적 비교에서도 전혀 밀리는 바가 없다. 투수 분업화가 자리 잡은 최근의 투수임에도 불구하고 가장 많은 이닝을 던졌으며, 데뷔 이후 시즌 중간이나 말에 열린 국제대회에는 빠짐없이 참가하면서 오프 시즌에 제대로 쉬어본 적이 없었다. 그럼에도 역사상, 그리고 동시대의 경쟁자들에 비해 강한 내구력과 꾸준함으로 리그를 지배하는 투수로 활약하고 있다.

이번 시즌 초반 류현진은 부진한 투구 내용으로 혹사와 피로 누적으로 인한 기량 저하를 의심받았다. 그도 그럴 것이 류현진은 데뷔 첫 해부터 풀타임 선발투수로 활약하면서 5년 동안 가장 많은 공을 던진 선수 중의 하나였다. 과거 장명부, 최동원 등이 말도 안되는 이닝을 소화하였지만(이들은 결국 혹사로 인해 선수 생활을 일찍 접게 된다) 프로야구에 선수 보호에 대한 개념이 없던 시절의 일이었으니 제외한다면 류현진의 팔에 무리가 왔다는 걱정을 해도 큰 무리는 없었다. 더구나 고등학교 때 수술을 받은 적이 있는 팔꿈치는 류현진이 부진하거나 컨디션이 좋지 않을 때 늘 염려되는 부분이었다.

그러나 류현진은 자신을 둘러싼 온갖 이야기들을 비웃듯 다시 예전의 무서운 기량을 보여주며 가장 강력한 투수로 돌아왔다. "앞으로는 세게 던질 것" 이라고 공언했던 류현진은 120개를 넘게 던져도 시속 150km의 강속구를 뿌리며 막판까지 타자를 힘으로 압도하였다. 벌써 세 번째 완투를 하였고, 다승 공동 4위(7승), 평균자책 10위(3.83), 투구 이닝 2위(96.1이닝), 탈삼진 1위(103개)를 기록하고 있다. 이미 시즌 절반이 지난 상황이어서 작년과 같은 1점대의 평균자책을 기록하기는 어렵겠지만 지난 주에 보여주었던 모습이 이어진다면 3점대 초반 아래로 내릴 가능성이 높고, 선두와 1승 차이로 따라붙은 다승 부문의 타이틀도 노려볼 수 있게 되었다. 5년 동안 단 한 번밖에 놓치지 않았던 탈삼진은 이닝 당 1개 이상의 삼진을 잡아내는 페이스로 보아 올해도 부상과 같은 큰 변수가 없다면 가장 강력한 수상 후보다.

류현진은 완투형 투수가 거의 사라진 요즘 유일하게 혼자서 경기를 마칠 수 있는 능력을 가진 투수다. 고독한 황태자의 윤학길의 100완투를 깨기는 어렵겠지만 26번의 완투로 현역 투수 중 이 부문 최다를 달리고 있다. 완투를 하는 것이 투수 자신에게 좋은가에 대해서는 여러 의견이 있지만, 완투를 할 수 있는 투수가 있다는 것은 팀에 상당한 도움이 된다. 5일 쉬고 나오는 선발 투수가 5회를 막기도 힘들어 초반에 강판되고, 불펜 위주로 마운드 운용을 하면서 불펜 투수들에 과부하가 걸리는 현대 프로야구의 추세에서 한 경기를 스스로 끝내면서 불펜에 휴식을 가져다주는 것은 정말 반가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류현진의 다른 기록으로는 정규이닝 최다 탈삼진을 들 수 있다. 류현진은 작년 5월 11일 청주구장에서 LG를 맞아 9이닝 동안 17탈삼진을 기록하며 완투승을 거두었다. 한 경기 최다 탈삼진은 선동열 삼성 운영위원이 해태 시절 빙그레를 상대로 13이닝 동안 18개의 탈삼진을 기록한 것이지만, 연장까지 가지 않은 정규이닝에서의 최다 기록은 최동원(당시 롯데)과 선동열, 그리고 이대진(당시 해태)이 기록했던 16개가 최다였다. 비록 탈삼진은 투수를 평가하는 척도 중의 일부라고는 하지만 최동원과 선동열이라는 누구나 인정할 프로야구의 대투수들을 넘은 것은 의미있는 일이다. 이 기록과 함께 선발 타자 전원 탈삼진과 매 이닝 탈삼진(개인 통산 두 번째)의 기록도 함께 세웠으니 잊지 못할 기억을 남긴 날이었다.

최동원과 선동열의 활약상에 대해 평가절하할 의도는 없지만 투수에 대한 평가는 활동하는 시기의 타자들의 실력 역시 중요한 변수 중의 하나다. 수가 많지 않지만 외국인 타자나 해외 리그 경험을 가진 타자도 있고, 전반적으로 과거에 비해 타자들의 힘과 기량이 나아진 것은 누구나 인정하는 사실이다. 적게는 2점대에서 평균적으로 3점대의 평균자책점을 기록했던 80년대의 야구에 비해 한두 팀을 제외하고 대부분 4~5점대의 평균자책을 기록하는 것은 투수의 기량에 비해 타자의 기량 발전 속도가 빠른 것을 의미하고 있다. 그런 점에서 5년 동안 2점대 평균자책점을 기록하고 있는 류현진의 성적을 단지 숫자상의 비교만으로 그들보다 못한 투수라고 단정할 수는 없다.

류현진이 지금과 같이 좋은 투수로 성장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입단 당시 류현진이 보고 배울 수 있는 훌륭한 노장 투수들이 있었다는 점을 꼽는 사람들이 많다. 타고난 재능이 있더라도 갈고 닦지 않으면 소용이 없는 법이듯이 어떻게 자기 관리를 하는가에 따라서 선수의 실력은 달라지게 된다. 류현진이 돌풍을 일으키며 세간의 이목이 집중되면서 조금은 나태해지려고 할 때, 송진우, 구대성과 정민철 등 삼촌뻘의 고참 선수들이 지적을 하면서 야구에 더 집중할 수 있었다고 전해진다. 스스로 "구대성·송진우 선배님을 닮고 싶다" 고 밝힌 바 있듯이 프로 투수로서의 롤 모델로 삼고, 이를 넘어 더 큰 선수가 되겠다는 생각을 하면서 목표를 세운 것이 지금의 류현진이 있기까지에 큰 영향을 미쳤을 것이다.

그러나 이들이 모두 은퇴하고 갑자기 꼴찌팀 에이스가 된 류현진의 어깨는 무거워졌다. 류현진이 아무리 LG를 상대로 맹위를 떨쳤다고는 하나 팀타율 최하위인 소속팀 한화 타선을 상대하지 않았다는 점은 투수로서는 불리한 조건이었다. 미안하지만 꼴찌팀들은 대부분 타격과 투수력을 비롯한 수비력이 모두 다른 팀에 미치지 못한다. 부족한 공격력은 점수를 못 내는 만큼 점수를 내주지 않기 위한 부담을, 부족한 계투진과 수비는 혼자서 모든 것을 다 책임지고 경기를 끌어나가야 한다는 부담을 안겨준다. 이런 점에서 류현진이 만약 계투진과 타력이 강했던 삼성이나 두산에서 뛰었더라면 더 좋은 성적을 낼 수 있지 않았을까도 생각해볼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류현진은 작년에 가공할만한 위력을 보여주었다. 1점대 평균자책점과 29경기 연속 퀄리티스타트라는 괴물같은 기록을 세우며 그가 한국 최고의 투수라는 것을 누구도 부인할 수 없었다. 다른 해와 달리 전년도 시즌을 마친 후 포스트시즌이나 국제대회가 없어서 충분히 휴식을 취할 수 있었던 것이 류현진이 작년에 좋은 활약을 할 수 있었던 원인 중의 하나가 아닌가도 싶다.

류현진에 대한 찬사는 다른 곳에서도 쉽게 찾을 수 있는 내용이니만큼 여기서 마치도록 하고, 글의 제목처럼 류현진의 탈삼진 기록에 도움을 준 사람들을 찾아보자. 대부분의 전문가들도 기대하지 않았던 신인 투수를 과감히 선발로 기용하는 믿음을 보여주었던 김인식 전 한화 감독이나, 바닥을 치는 팀 성적에도 고생하는 에이스의 등판 일정을 조절해주려고 애썼던 한대화 감독, 그리고 한용덕, 이상군, 정민철 등 한화의 전현직 투수코치들과 트레이너 등 여러 사람들을 빼놓을 수 없다. 이러니저러니 말이 많아도 류현진의 공을 묵묵히 받아왔던 포수 신경현 역시 그 기록의 동반자이자 공로자로 인정받아야 할 것이다. 그러나 이 글은 1000개의 탈삼진 중에서 어떤 타자가 그리고 어떤 팀이 가장 많이 삼진을 당해서 그 기록 달성을 도왔는지 하는지를 살펴보고자 한다. 단 하나의 탈삼진이라도 반드시 누군가는 타석에서 스트라이크 존에 들어오는 공을 가만히 보거나 헛스윙으로 삼진을 당해야 기록할 수 있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류현진의 탈삼진 기록에 가장 큰 공헌을 한 팀과 선수들을 하나씩 살펴보도록 하자. 우선 팀을 살펴보면 누구나 쉽게 류현진에게 약했던, 그리고 류현진 뿐만이 아닌 좌완 투수에게 절대적으로 약했던 LG트윈스를 떠올릴 것이다. 실제로 류현진은 '표적 등판' 이라고 할 정도로 LG를 상대로 등판한 적이 많았다. 데뷔 이후 현재까지 류현진은 LG전에 모두 31번 선발 등판을 하여 232이닝을 던졌다. 다음으로 많이 등판한 팀은 26경기의 삼성인데, 경기 수는 고작 다섯 경기 차이지만 투구이닝에서 거의 60이닝이 차이가 나고, 2.25라는 평균자책점에서 보이듯이 LG에는 상당히 강했음을 알 수 있다.


류현진의 통산 팀별 상대기록 (자료출처 : www.istat.co.kr)


류현진은 LG를 상대로 240개의 탈삼진을 기록했는데, 1003개의 탈삼진 중에서 무려 23.9%에 이르는 수치다. 경기마다 평균 7이닝 이상을 소화하면서 경기 당 8개에 가까운 탈삼진을 차곡차곡 쌓았다. 9이닝당 탈삼진 부문에서도 9.31개로 9.21개의 SK를 제치고 LG가 선두를 달리고 있다. 류현진은 데뷔전이었던 2006년 4월 12일 잠실 LG전에서 7.1이닝 동안 탈삼진 10개를 기록하며 첫 승을 거두었고, 작년 5월 11일 청주구장에서 다시 LG를 상대로 9이닝 동안 17개의 탈삼진을 잡아내며 LG를 상대로 탈삼진과 관련된 많은 기록을 만들었다. LG는 전통적으로 좌타자가 많아서 좌완 투수에게 약한 점이 있지만, 타자들의 선구안이 좋지 않아 볼넷은 적게 고르고 삼진은 많이 당하는 편이어서 류현진의 밥이 되고 말았다. 어쨌든 류현진의 탈삼진 기록이 있기까지는 그 누구보다도 LG의 공헌이 컸으니, LG 3D TV 한 대 정도는 사야하지 않을까 싶다.

 

둘이 합쳐 40개의 삼진을 당한 조인성과 박용택. 전체 탈삼진의 4%가까이 차지한다. ⓒ OSEN


류현진에게 가장 많은 삼진을 당한 타자 역시 LG에 두 명이나 있는데, 다른 팀의 선수도 같은 개수의 삼진을 당한 것이 눈에 띈다. 그 선수는 바로 삼성의 조동찬이다. 조동찬은 LG의 박용택, 조인성과 함께 20개의 삼진을 당해 류현진의 탈삼진 기록에 가장 큰 공헌을 하였는데 박용택과 조인성이 나란히 79타석에 들어서며 타석 당 0.253개의 삼진을 기록했다면, 조동찬은 46타석밖에 들어서지 않아 타석 당 0.435개의 삼진을 기록하고 있다. 조동찬은 10번 이상 타석에 들어선 타자들의 삼진율에서도 상위권을 달리고 있다. 조인성은 작년 류현진이 17탈삼진의 기록을 세우던 때 4연타석 삼진을 당하며 호구라는 인상을 심어주었다. 그러나 조인성이 처음부터 류현진에게 약한 타자는 아니었다. 2006년에는 단 한 차례의 삼진도 당하지 않고 .308의 상대 타율을 기록하는 등 오히려 류현진에게 강했지만, 류현진과 자주 승부하면서 자연스럽게 삼진의 숫자가 늘어나고 타율이 떨어지면서 류현진의 기록 달성에 큰 도움을 주었다. 다음으로 18개의 삼진을 당한 LG의 박경수, 17개를 당한 이대형(LG), 이대호, 강민호(이상 롯데), 16개를 당한 강봉규(삼성), 15개를 당한 박재홍(SK), 김상현(KIA) 등이 뒤를 따르고 있다. 지금은 경찰청에서 군복무 중인 LG의 박용근은 26타석에 들어서서 12번 삼진을 당하면서 무려 46.15%의 삼진율을 기록하는 등 류현진의 탈삼진 리스트에서 LG 타자들의 이름을 쉽게 찾을 수 있다.

류현진의 연속 경기 퀄리티스타트를 23경기에서 마감시켰던 기록브레이커 넥센의 강귀태는 류현진에게 .320의 높은 상대 타율과 27번 승부를 하여 단 두 번밖에 삼진을 당하지 않는 강한 면모를 보였다. 지금은 같은 팀에서 뛰고 있는 강동우와 이대수는 이전에 각각 14타석과 22타석씩 류현진을 상대하면서 한 차례씩밖에 삼진을 당하지 않았는데 이들이 한화로 오면서 류현진의 탈삼진 행진에 더 도움을 주었을 수도 있다.

류현진이 현재 단 4명만이 달성한 1500탈삼진을 넘어 송진우의 2048탈삼진을 넘어설 수 있을 지는 장담할 수 없다. 예기치 않은 부상이나 부진이 찾아올 수 있고, 꾸준하게 기량을 유지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그렇지만 류현진은 연평균 180개의 탈삼진을 기록하면서 큰 기복 없는 활약을 해왔고, 자신을 둘러싼 환경이 유리하지 않아도 꿋꿋이 이겨내고 싸워왔다. 어쩌면 류현진이 기록을 세우는 과정에서 가장 큰 고비는 해외진출 여부에 달렸다고 해야 할 것이다. 올해 6년차인 류현진은 소속팀 한화가 해외 진출을 허락한다면 다음 시즌 후부터 늦더라도 FA 자격을 획득하는 2014년 시즌 후에는 해외 진출이 유력해보인다. 선수의 입장에서는 연봉과 같은 금전적 처우를 무시할 수 없거니와 새로운 무대에 도전하면서 더 많은 경험을 하고 싶은 것이 당연한 일이다. 안타깝게도 일본이나 미국으로 가는 순간 류현진이 한국프로야구에서 세우던 탈삼진 기록은 잠시 멈추어 있을 수밖에 없기에 류현진이 큰 무대에서 뛰는 모습을 보고 싶으면서도 아쉬움이 남을 것이다. 현실적으로 더 규모가 큰 일본과 미국으로 선수가 유출되는 것을 막을 수도 없고, 탈삼진만이 아닌 모든 누적 기록에 있어서 새로운 기록을 기대하는 것은 힘든 일이 되었는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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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의 이진영, 이병규는?

2009. 5. 17. 00:42



이진영이 올시즌 핀스트라이프를 입으며 LG에 합류한 이후, 그가 타석에 들어설 때마다 관중석에서는 "LG의 이진영" 이라는 응원가가 흘러나온다. 지난 2년간 어느 선수도 그 노래를 들을 수 없었던, 상징적인 "LG의 아무개" 노래가 새로 입단한 선수에게 주어진 것이다. 이진영이 국민우익수라 불릴 정도의 좋은 선수이고 그의 합류가 정말 반갑지만, 이제 갓 입단한 선수에게 그 노래를 부르는 것을 듣다보면 좀 복잡한 기분이 든다. 그 노래의 원주인이었던 이병규는 누가 뭐래도 입단 이후 10년 동안 LG의 간판이었고 가장 사랑을 받는 선수 중의 하나였다. 2006 시즌을 마치고 나고야행 비행기를 탔지만, 계속 그의 복귀설이 흘러나올 정도로 여전히 많은 팬들이 그를 기다리고 있다. 덕분에 그가 없는 동안에도 팬들은 그의 응원가를 다른 선수를 향해 부르지 않았고, 심지어 LG의 프랜차이즈 선수인 조인성, 박용택 등도 "LG의 아무개" 로 칭해지지는 않았다.




이진영은 프랜차이즈 선수도 갖지 못한 "LG의 이진영" 칭호를 얻었다. ⓒ 연합뉴스




이병규는 일본 투수들의 변화구에 약점을 드러내며 자신의 장점인 공을 맞추는 능력을 살리지 못했다. 지난 두 시즌 동안 3할은 커녕 2할 7푼에도 미치지 못하는 타율. 간간히 한 방을 날려서 생명연장을 하더니 올 시즌에는 개막부터 2군에서 시작하며 아직 1군 경기에 출전을 못하고 있다. 지난 시즌을 마치고 한국 복귀는 없다고 선언한 이병규였지만, 올해 계약이 만료되면 현재까지의 그의 성적과 그리고 적지 않은 그의 나이로 보건대 그가 현 소속팀인 주니치와 계약을 연장하거나, 다른 팀으로 이적할 가능성은 아주 낮아보인다. 큰 것 한 방을 날릴 수 있는 장거리 타자가 아닌 그가 정확한 타격을 못하는 상황에서 용병 쿼터를 소진해가며 계약할 필요를 느낄 것 같지는 않고, 더구나 그는 이승엽처럼 방송사에서 막대한 중계권료를 가져다주는 선수도 아니다.




일본에서 활약 중인 이병규 ⓒ 일간스포츠



비록 그의 일본 진출이 실패한 것으로 보이지만, 국내 투수들이 변화구 구사와 제구력에서 일본 선수들에게 아직 미치지 못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한국에서는 여전히 3할에 근접한 타율을 기록할 수 있을 것이다. 그가 복귀한다면 아무래도 친정팀이었던 LG일 가능성이 크다. 작년까지만 해도 김재박 감독은 이병규가 복귀했으면 좋겠다는 의사를 공개적으로 피력한 바 있지만, 올 시즌 이진영을 FA로 영입하면서 그의 필요성이 급감해버렸기 때문. 그러나 여전히 주전 경쟁이 잘 이루어지지 않는 LG의 팀사정과 그를 기억하는 많은 팬들(그는 94년 신인 3인방 이후 잘 나가던 90년대를 추억할 수 있는 마지막 남은 선수다)은 그의 복귀에 대한 기대를 하게 한다. 박용택-이병규-이진영으로 외야 라인을 구축하고 이대형, 안치용이 이들과 경쟁한다면 상당한 시너지 효과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병규의 나이가 적지 않다는 점이 걸리지만, 그보다 나이가 많은 전준호, 이종범도 충분히 좋은 활약을 하고 있다.


외야가 아니라면 이병규가 맡을 수 있는 포지션은 1루수와 지명타자가 있는데, 올해 서로 수비와 지명타자를 번갈아가며 맡고 최고의 활약을 펼치고 있는 페타지니-최동수 콤비에게 미안하지만 역시 또 하나의 경쟁자가 출현하면서 긍정적인 효과를 불러올 것이다. 안타깝게도 현재로서는 이 둘을 대신할 수 있는 선수가 없다는 점 역시 팀으로서는 염려가 되는 부분이고, 노장 세 명이 돌아가면서 나오는 것은 나쁘지 않아 보인다.




여전히 LG의 이병규를 기억하는 사람들은 많다. ⓒ OSEN



달라진 프런트와 최근의 프랜차이즈 스타 우대 정책은 이병규가 국내 복귀시 LG가 그를 반길 것으로 믿지만, 지난 2007년 초의 동계 전지 훈련 참가 거부로 빚어진 갈등이나, 그의 등번호 9번을 올해 입단한 오지환에게 배정한 것 등은 조금 염려되는 부분이다. 국내 구단들은 출신 선수가 해외 진출시 선수의 등번호를 돌아올 때까지 다른 선수들에게 배정하지 않고 남겨두지만(이상훈의 주니치, 보스턴 시절에도 47번은 그의 몫으로 남아 있었다), 그가 내년 복귀가 충분히 예상되는 상황에서 다른 선수에게 번호를 배정한 것은 예사롭지는 않아 보인다.


그러나 다른 7개 구단이 이병규가 여전히 수준급의 기량을 가지고 있더라도 선뜻 영입 의사를 밝히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LG의 이병규였던 그의 고착화된 이미지는 그의 영입을 주저하게 만들 것이다. 따라서 공은 이병규의 복귀 의지와 LG 구단에 달려 있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그렇지만 이는 이병규라는 한 선수에게 최악의 상황이 닥친 것을 가정한 것이고, 내년에 복귀하지 않더라도 올해 일본에서 성공하는 모습을 보여주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연패 팀끼리의 단두대 매치는 궂은 날씨 속에 의외의 승부가 펼쳐졌다. 양 팀의 선발 투수들이 강하지 않아서 타격전이 벌어질 것은 충분히 예상 가능했지만, 둘이 합쳐 39점이나 뽑아내는 서커스야구까지는 아무도 생각하지 못했을 것이다. 히어로즈는 분위기 쇄신을 위해 2군으로 내려가 있던 이숭용, 송지만, 김동수 등이 한꺼번에 복귀하면서 좋은 활약을 보여주었지만 충분히 잘 하고도 투수진의 부진으로 7연패에 빠지고 말았다. LG는 25안타를 몰아치며 SK를 제치고 시즌 팀타율 1위(.287)로 올라섰으나, 팀방어율은 6위(5.10)로 추락하고 말았다.

이 날 나온 기록을 살펴보면

한 경기 최다안타 40개(LG 25개, 히어로즈 15개)
한 경기 최다득점 39점(LG 22점, 히어로즈 17점)
한 경기 최다루타 84루타(LG 47개, 히어로즈 37개)
역대 11번째 팀 싸이클링 홈런 LG(1점 박용택, 이진영, 2점 박용택, 권용관, 3점 이진영, 4점 페타지니)
LG트윈스 최다실점 승리, 히어로즈 최다득점 패배
LG트윈스 최다이닝 득점 타이기록 8이닝

이 밖에도 연타석 홈런(박용택, 이진영), 백투백 홈런(페타지니, 이진영), 한 경기 2홈런 선수 4명 (박용택, 이진영, 송지만, 황재균)이 나올 정도로 무시무시한 타격전이 펼쳐졌다.

<발단>

1회초에 박용택의 선두타자 홈런을 비롯 2점을 선취한 LG는 1회말 수비에서 브룸바를 거르고 송지만과 승부를 택했다가 초구에 역전 쓰리런 홈런을 맞고 말았다. 그러나 2회초 박용택의 연타석 투런 홈런으로 다시 역전을 했고, 3회초에도 1점을 추가하여 5대 3을 만들었다.


<전개>

선발 정재복은 1회 3실점 이후 2회는 삼자범퇴로 막으며 안정되는 모습이어서 초반 분위기는 LG의 우세로 가는 것으로 보였다. 그러나 모 야구인의 명언이자 절대적 진리인 "야구 몰라요" 가 여기서부터 등장하게 된다. 히어로즈는 3회말 공격에서 선두 타자 황재균이 솔로 홈런을 치며 한 점차로 추격을 했고, 이택근의 안타 이후 브룸바의 타구를 LG 2루수 박용근이 실책을 저질러 병살 위기에서 벗어나 무사 1,3루의 찬스를 맞이하면서 정재복을 압박했다. 이미 1군 복귀 축포를 쏘아 올렸던 송지만은 좌중간을 가르는 2루타로 다시 타점을 올리며 정재복을 아예 끌어내렸다. 이어 등장한 이재영은 이숭용, 김동수에게 연속으로 2루타를 맞고 3점만(?)을 더 내주고 3회말을 마쳤다.


<위기>

4회초 히어로즈는 리드를 지키기 위해 선발 김수경을 내리고 강윤구를 마운드에 올렸다. 강윤구는 선두 타자 권용관에게 안타를 허용했지만 이대형을 병살타로 잡아내며 쉽게 이닝을 마무리했고, 이제 경기에서 중요한 대목 중의 하나인 4회말 히어로즈의 공격이 돌아왔다. 3회말 이재영에게 2루타 두 방으로 경고 사격을 했던 히어로즈 타선은 브룸바의 적시타, 송지만의 쓰리런 홈런으로 두들기더니 김동수가 솔로 홈런으로 완전히 보내버렸다. 점수는 13대 5. 아무리 히어로즈의 투수진이 약하다고 해도, 그리고 LG가 8점은 한 회에 우습게(?) 뽑아낼 수 있는 점수라고 해도 지난 이틀 동안 물에 젖은 방망이를 휘두르던 팀이 경기를 뒤집을 수 있을 것 같지는 않았다.


<절정>

4회말 2사 이후 마운드를 이어받은 김광수는 전날 홈런으로 무너졌던 SK전과는 달리 히어로즈 타자들을 완벽히 제압하며 6회말까지 무실점으로 막았다. 그 사이 LG는 5회초 최동수와 권용관의 안타로 3점을 추격하며 13대 8로 따라붙더니, 6회초에는 이진영의 쓰리런 홈런을 포함 4점을 내며 한 점차로 추격하였다. 그러나 여기까지는 이 역전대하드라마의 서막에 불과했다. 마침내 7회초 박용택, 이대형, 정성훈이 하나씩 차곡차곡 루를 채운 LG는 마법의 지니 페타지니가 역전 만루포를 쏘아 올리며 경기를 뒤집어버렸다. 이어 이진영이 쐐기를 박는 백투백이자 연타석 솔로 홈런을 쳐내며 반전드라마 연출에 성공했다. 여기서 끝났더라면 8점차를 극복한 대역전극에 불과했겠지만 히어로즈의 반격은 거셌다. 7회말에 황재균이 정찬헌을 상대로 3점 홈런을 치며 다시 한 점차 추격에 나선 것이다.



 


투수진 궤멸의 경기에서 그나마 살아남은 투수였던 김광수 ⓒ 마이데일리



<결말>

8회초 LG는 김태완과 페타지니의 안타로 2점을 추가하며 리드를 3점차로 벌렸고, 8회말 수비를 정찬헌이 삼진 두 개 포함 삼자범퇴로 막으며 깔끔히 끝냈다. 9회초 권용관의 투런 홈런을 포함 3점을 내면서 승리를 굳혔다. 9회말에 등판한 우규민은 투아웃까지 잘 잡고 갑자기 난조를 보이며 1실점, 그리고 만루 위기를 맞았으나 브룸바를 유격수 직선타로 막고 힘들게 팀 승리를 지켰다.


이렇게 타선이 폭발하는데 어느 타격 코치가 흐뭇하지 않을 수 있을까 싶지만 한 주에 내어 줄 점수를 한 경기에 모조리 내주고 만 투수들을 보는 투수 코치의 심정은 답답하다는 말로 표현할 수 없어 보인다. 3과 1/3이닝을 1실점으로 막고 승리투수가 된 김광수가 경기에서 가장 뛰어난 활약을 보인 투수라는 것은 양 팀의 투수진이 얼마나 허약한지를 보여주는 대목이다. 히어로즈가 7연패에 빠지며 계속 부진한 것도 허약한 투수진 덕분이고, 한동안 안정세를 보이던 LG의 마운드도 SK를 만나 불이 나고 난 뒤에는 방화신기가 부활하는 듯한 조짐이다.





다카하시 미치다케 투수코치. 최악의 마운드를 이 정도로 만든 것도 다행이지만 아직 과제가 많다.



선발로 롤러코스터 피칭을 하는 정재복은 현재 팀의 2선발의 중임을 맡고 있지만, 박명환과 새 용병 바우어가 성공적으로 선발진에 합류한다면 중간 계투로의 보직 변경을 고려해야 할 것 같다. 김재박 감독은 최원호와 이범준을 불펜으로 돌리겠다고 했지만, 구위가 아닌 기교로 승부하는 최원호는 중간 보직이 어울리지 않고, 현재까지 정재복보다 5이닝을 막기에는 더 나을 것으로 보인다. 무엇보다 시급한 것은 우규민을 대신할 마무리 투수를 찾아내는 것이지만, 이미 시즌이 시작한 상태이고 시장에 나올 만한 쓸만한 투수가 없기에 별다른 방책이 있을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페타지니는 이 날 홈런 1개 포함 3안타 5타점을 추가하며, 타점 2위로 뛰어올랐고, 타율 1위, 홈런 2위를 질주 중이다. 일본야구를 흔들었던 괴물 타자가 한국에서 트리플 크라운을 달성할 수 있을 지 기대된다. 현재 장타율과 출루율에서도 독보적인 1위를 질주중인 페타지니는 여전히 볼넷이 삼진보다 많고, 주력이 거의 상실되었음에도 불구하고 병살타를 1개밖에 치지 않았을 정도로 엄청난 활약을 보여주고 있다. 다른 타자들이 그를 보면서 배우는 긍정적이 효과도 많다고 하니 작년 불화운을 방출하면서 퇴물을 영입하는 것이 아닌가 싶던 LG의 도박은 현재까지는 대성공이다.




LG의 올시즌 상승세의 주역 페~ 페~ 페타지니 오오오~ ⓒ 마이데일리


LG는 연패를 끊고 승리를 챙겼지만 다음 주에 광주에서 만나야 할 4위 KIA가 3연승의 상승세를 타고 맹추격 중에 있는 것이 큰 부담이 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마운드의 열세는 김재박 감독과 다카하시 코치를 비롯한 코칭스태프들의 큰 고민거리임에 틀림없다. 그나마 위안인 점은 3연전 첫 경기에 봉중근이 등판한다는 점이지만, KIA에서도 가장 좋은 페이스를 보이고 있는 양현종이 등판하는 것이 반가운 일은 아니다. 양현종은 아직 언론과 팬의 주목을 받고 있지 못할 뿐, 류현진, 김광현보다도 더 뛰어난 투구를 하고 있다.


오늘 경기는 LG는 봉중근 다음가는 필승카드인 심수창이 선발 등판하며, 히어로즈는 첫 승에 도전하는 좌완 에이스 장원삼이 나온다. 장원삼이 좌타자가 많이 포진한 LG를 맞아 부진을 떨치고 첫 승을 거둘 수 있을지, 아니면 심수창이 4승째를 수확할 수 있을 지는 쉽게 예측하기 어렵다. 대개 대량득점 경기 후에 타선이 급침묵을 지키는 경우가 많고, 두 팀의 불펜진이 뻥 뚫려 있어서 선발 투수가 리드한 상태에서 내려오더라도 승리를 지킬 수 있을 지가 의심스럽다. 



두산은 소리없이 7연승을 달리며, KIA에 패한 선두 SK 추격에 시동을 걸었다. 반면 두산에 패한 삼성은 4연패, 최근 7경기에서 1승 6패의 부진을 보이며, 4위에서 밀려난 데 이어 6위 롯데에 추격을 허용하고 있다. 롯데는 신나는 4연승으로 엘롯기 팀이 모두 승리를 합창했다. 깊은 부진에 빠진 한화와 히어로즈의 분발이 필요하다.


 



LG 김재박 감독의 명언, "내려갈 팀은 내려간다" 는 말이 맞다면 올해 이 말에 해당하는 팀이 LG는 아닐까 우려가 된다. 어제 경기는 지난 두 경기와는 다르게 1회 실점 이후 바로 역전에 성공하며 앞서 나갔으나, 계투진의 부진으로 역전패하며 4연패에 빠졌다.

 


불행히도 지금 상위권에서 내려갈 팀이라면 김재박 감독의 LG가 가장 가능성이 높다. ⓒ 엑스포츠뉴스



선발 등판한 최원호는 박정권에게 홈런을 맞은 이후로  큰 위기를 맞지도 않았고 경기를 잘 이끌어 갔으나, 정성훈의 실책성 플레이 이후 박재상에게 2점 홈런을 맞고 말았다. 한 점 차로 추격당한 상황에서 간신히 5회를 마쳐 승리투수 요건을 갖추고 마운드를 내려왔으나 계투진의 부진은 그의 승리를 날려버렸다. 양 팀 선발 투수에 대해 투구시 이중동작에 대한 논란이 잠시 있었으나 양 팀 팬들에게 짜증을 불러왔을 뿐 경기에는 큰 지장을 주지 않았다. SK 선발 송은범은 1,2회 4실점으로 불안했으나 3회부터 완벽에 가까운 투구를 하며 생애 첫 완투승을 올렸다.



SK와의 이번 3연전은 1승도 건지지 못한 것도 문제지만, 여전히 불안 요소가 많이 있음을 보여주어 과연 LG가 4강 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있을지 깊은 우려를 자아내었다. 이진영, 정성훈의 영입 이후 야수들의 주전 경쟁이 심화되었다고 하지만, 실제로 여기에 영향을 받은 사람은 벤치로 밀려난 안치용 뿐이다. 내야 3루수는 정성훈의 영입 이후 김상현과 박기남을 기아로 트레이드하여 사실상 그의 경쟁자는 없다고 보아도 무방하다. 유격수 권용관은 건강하다면 그의 타격과 수비와 상관없이 붙박이 주전이 확실하고, 박경수가 손등 부상으로 1군에서 말소가 되었지만 회복 후 큰 경쟁 없이 2루수로 복귀할 것은 쉽게 예측이 가능하다. 2군에서 펄펄 날며 기대를 모으던 박병호와 이병규는 1군에서는 자리를 잡지 못하고 있고, 한동안 노장 최동수의 자리를 위협하지는 못한다.



SK와 두산에는 있지만 LG에는 없는 것은 내부 경쟁으로 인한 전력 상승과 주전 선수의 부진시 대체 선수의 활약 여부, 즉 선수층의 차이다. LG는 여전히 주전 선수와 백업 선수의 격차가 커서 잘 나갈 때는 문제가 없겠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에는 상당한 위험성을 가지고 있다. 경기마다 처음 출전 명단에 넣은 9명의 야수들이 경기를 이기도록 해야 한다는 것인데, 이들이 매일 최고의 컨디션을 유지할 수 없는 것은 너무도 당연한 사실이다. 소위 말하는 1.5군급의 선수들의 활약으로 경기를 이기는 다른 팀들과 비교했을 때 LG의 벤치 멤버들의 활약은 초라할 뿐이다. 주전 선수들의 컨디션이 좋지 않을 때 대신 들어와서 깜짝 활약을 펼쳐줄 선수도 없고, 감독이 경기에서 중요한 순간마다 작전을 낼 만한 선수도 없으니 상대방이 분석하기도 대비하기도 참 좋은 상대가 아닐 수 없다.



플래툰 시스템의 탓이겠지만 여전히 한 방이 있는 김재현이 대타로 나올 정도로 선수층이 두터운 SK나, 어린 선수를 계속 발굴해내며 선수층을 넓혀가는 두산이 올해 포함 3년째 1,2위를 다투는 것이 시험에서 잘 찍어서 좋은 성적 나오는 것처럼 운빨이 좋아서가 아니다. 그동안 시간을 가지고 전체적인 전력을 키워왔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다. 반면 LG는 타선에서는 이대형 이후 주전 자리를 위협하는 어린 선수조차 등장하지 않고 있으며, 유망주라는 선수들은 2군의 본즈와 로드리게스만 되고 있다. 김재박 감독의 계약 만료, 그리고 구단과 팬들의 염원에 올해는 어떻게든 4강 이상에 포커스를 맞추겠지만, 선수들의 능력을 끌어올려 선수층으을 넙혀야 할 것이다.



이번 3연전에서 리그 팀타율 1위 SK를 만나면서 중간 계투진의 부실도 확연히 드러났는데, 동점 내지 1~2점차의 긴장된 상황에서 리드를 이끌어 갈 확실한 불펜 투수가 없는 점은 상당히 걱정되는 부분이다. 타격이 폭발하여 대량득점하여 이기는 경기가 자주 있는 것도 아니고, 순위 다툼을 하다보면 근소한 점수차의 승부가 많이 이어질 수 밖에 없는데 이 상황을 지켜줄 투수가 없다는 것은 상대적으로 강한 불펜을 가진 두산, 삼성 등 순위 경쟁 후보 팀들과 대결시 불리하게 작용할 것이다. 그리고 중간에서 리드를 유지하더라도 경기를 마무리지을 확실한 투수가 없다는 것은 시급하지만 쉽게 답을 찾아낼 수 없는 과제다.



연패 중인 히어로즈와의 데스 매치에 나서는 정재복의 어깨가 무겁다. 역시 연패 탈출을 노리는 그의 상대는 현대 시절의 에이스 김수경이다. 두 선수 모두 반드시 이겨야 한다는 부담이 있어 투구에 방해가 되지 않을 지 다소 염려된다. 경기에 져서 연패를 이어가는 팀이 받게 될 데미지는 매우 클 것으로 보인다.

 

 

3연패 후 6연승으로 분위기 완전 탈바꿈한 두산과 3연패를 당하며 5위로 밀린 삼성의 대결. 연패는 탈출했지만 여전히 걱정이 많은 한화, 롯데의 경기. 스승의 날 맞이로 사제 격돌을 벌이는 SK와 KIA의 경기 모두 흥미진진하다. 4위로 올라온 KIA가 3일전 LG가 그랬던 것처럼 최강 SK를 놓고 시험에 든다.



연패를 끊어야 하는 책임을 가지고 마운드에 오른 “의사” 봉중근은 8이닝동안 7안타 1볼넷을 내어주며 2실점(1자책)으로 여전히 믿음직스러운 투구 내용을 선보였으나, 야수들의 도움을 받지 못하며 4패(3승)째를 안았다. 유일한 수확이라면 방어율을 2.44에서 2.25로 떨어뜨린 것. SK의 좌완 고효준은 7이닝 1실점으로 최근 부진에서 벗어남과 함께 강적과의 맞대결을 승리로 이끌었다.반드시 이겨야했던 경기를 놓치게 되어 봉중근은 물론 선수단 전체의 실망감이 클 것으로 보인다. 올해의 팀성적이 어떻게 될 지는 아직 장담할 수 없으나, 올 시즌 현재 리그 최고의 투수가 최고 불운한 투수를 2년 연속 차지할 것 같은 불길한 예감이 든다.



봉중근이 한화에 있었더라면 아마 다승 1위를 달리고 있을 것이다. ⓒ 연합뉴스



전날 경기에서 불안한 내야 수비로 연장까지 끌고 간 경기를 아쉽게 내어줬던 LG는 이 날도 박경수의 실책성 플레이(공식적으로는 내야안타)와 권용관의 2개의 실책이 나오며 불안한 내야 수비를 보여주었고, 이는 곧 4회 실점으로 이어지면서 패배의 빌미가 되었다. 반면 SK는 모처럼 1루수로 선발 출장한 정경배가 타격에서는 활약이 없었지만 4회 페타지니의 안타성 타구를 다이빙캐치로 건져내면서 대조되는 모습을 보여 기본이 탄탄한 강팀의 면모를 보여주었다. 봉중근은 실점 이후 5회부터는 안정된 내용으로 완벽한 피칭을 보여주었으나, 아쉽게도 팀이 동점을 만들고 난 직후인 7회초에 모창민에게 높은 공을 던져 좌월 솔로 홈런을 맞고 패전을 안게 되었다. 실투를 놓치지 않은 모창민은 팀 승리의 일등공신이 되었다. 김성근 감독은 어제의 교훈 덕분인지 9회말 투아웃 이후에서도 좌타자 박용택이 등장하자 세이브를 눈 앞에 둔 마무리 정대현을 내리는 강수를 두며 철저하게 승리를 지켰다.


들쑥날쑥한 제구력을 가진 투수 공략에 여전히 애를 먹는 LG타선은 안타는 다섯 개밖에 치지 못했지만 볼넷 역시 다섯 개(고의볼넷 1개 포함)를 얻어냈음에도 불구하고, 잔루를 9개나 남긴 비효율적인 공격을 하는 부진한 경기였다. 타순을 전체적으로 볼 때 페타지니를 제외한 좌타자 박용택, 이진영, 이대형은 이미 슬럼프에 접어들었는데, 이들이 팀 타선에서 차지하는 비중과 7,8,9번 하위타선의 중량감이 크게 떨어지는 것을 감안하면 당분간 활발한 득점력은 기대하기 어려울 듯하다. (전날의 대역전극 실패 사건에서도 이들의 활약은 두드러지지 않았다) 특히 얼마 전까지만 해도 공이 멈춰있는 것 같다고 하던 박용택은 이 날 삼진을 세 개나 당하며, 3할대로 복귀하려는 노력을 하고 있으며, 계속되는 하향세에도 가끔 하나씩 쳐주며 버티던 이진영은 어제는 만루에서 병살타, 오늘은 병살을 간신히 면하는 땅볼을 치며 기회를 살리지 못한 채 계속 타율을 까먹고 있다.


한편 유지현 이후 무주공산 상태에서 권용관의 자연독점 상태가 되어버린 LG의 유격수는 상당한 고민거리로 작용할 듯하다. 권용관은 타격은 좋지 않지만 수비력은 최상급이라는 말을 듣던 선수였으나, 최근 몇 년간은 수비력마저 의심스러운 상태다. LG가 하위권에 머무르는 기간 동안 전체적인 팀의 부진으로 이 문제가 크게 부각되지는 않았지만, 그의 수비 범위는 좁아지고 있으며 단순한 타구에서 실책을 많이 저질러 안정감도 떨어지고 있다. 신인 최대어로 지명했던 박경수는 성장이 답보 상태인데다 어깨 부상 전력 덕분에 유격수 수비는 버겁고, 박용근 역시 수비가 불안하여 유격수로의 중용은 어려운 상태. 한동안 어쩔 수 없이 권용관-박경수 체제로 갈 수밖에 없는데, 이는 불펜진의 약세, 강력한 마무리 부재의 뒤를 잇는 문제점으로 보인다.


상대 선발이 좌완 투수인 덕분에 오늘도 선발 출장의 기회를 가진 안치용은 초반에는 볼넷을 두 개 얻어내는 활약을 보여주었으나, 나머지 두 차례는 삼진으로 물러나며 큰 임팩트를 주지 못했다. 그 중 한 번은 스트라이크 낫아웃 상태에서 멍하니 바라보다가 아웃이 되어 타격은 물론이요 주루 부분을 특히 신경을 써야 할 것으로 보인다. 전력 질주하여 몸을 날리는 정성훈처럼 승리를 향한 투지 있는 모습을 찾을 수 없어 안타깝다. 난세의 영웅이라서 팀이 치세가 되어가고 있어서일까, 작년과 같은 활약이 나오지 않아 본인도 답답하겠지만 분발이 더욱 필요하다.



3루쪽 내야안타를 치고 1루로 전력 질주하다 충돌하여 쓰러진 정성훈 ⓒ 연합뉴스



이 경기는 단지 한 경기의 승패를 떠나 올 시즌 LG가 어느 정도의 힘을 가졌는지를 볼 수 있는 기회였기 때문에 패배가 상당히 아쉽다. 1패를 더한 것보다 연승의 좋은 분위기를 완전히 마감했다는 것, 그리고 전날 연장 대접전(그것도 역전 직전에서 침몰해버린) 후유증으로 인한 사기 저하 등의 패배의 충격과 함께 단 두 명의 FA영입으로는 해결되지 않는 수많은 문제점이 다 드러났기 때문이다.


만일 이 경기를 승리로 이어갔더라면 4강 길목과 포스트 시즌(4강에 진출한다면)에서 반드시 부딪혀야 할 상대 SK와의 경기에서 작년에 5승 13패의 열세로 잃어버렸던 자신감을 갖기에 충분할테고, 반전의 기회를 맞이할 수 있었을 것이다. 야수들의 실책도 이기는 경기였다면 좋게 넘어갈 수 있겠지만, 연패로 몰리는 상황에서는 당사자들에게 더욱 부담이 되고 팀에 미치는 부정적인 영향이 크다. 타격의 부진도 이기는 상황에서 못 치는 것이라면 여유있게 타격 페이스를 끌어올릴 수 있겠지만, 연패 중에는 급하게 방망이가 나가서 더욱 타격감은 나빠지게 된다. 반대로 SK는 경기가 역시 뜻대로 되지 않는 어려운 경기에서도 어떻게든 승리를 챙기는 2년 연속 통합 우승팀의 역량을 보여주었다. 진정한 강팀의 여부는 타선의 폭발과 철벽 마운드의 상대 타선 봉쇄만으로 되는 것이 아니고, 안 좋은 날에도 승리로 이끌어 갈 수 있는 힘을 가지고 있느냐에 달려 있는 것이다. 아쉽게도 LG는 이 시험을 통과하지 못했고, 앞으로 목표인 4강 진출을 위해서는 험난한 여정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일부 선수의 집중력이 결여된 모습은 아직 수 년간의 하위권 악몽에서 벗어나지 못한 선수들에게 다시 안 좋은 영향을 미칠 수 있으니, 심기일전하고 끝까지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보여주어야 할 것이다. 어제 완전히 무너진 듯한 상황에서도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따라붙은 투지와 노력이 오늘 1루측 내야 관중석을 가득 메운 관중들의 발길을 경기장으로 향하게 했듯이, 그들을 실망시키지 않기 위해서라도 다시 도전하고 시작하는 마음가짐으로 경기하기를 기대해본다.


내일 선발 등판이 예상되는 최원호는 에이스도 해내지 못한 연패탈출의 중임을 수행할 수 있을지, 아니면 롤러코스터를 타고 내려갈 지 주목이 된다. 불안한 가운데서도 이기는 경기는 잘 이끌어 갔던 그였기에 노련한 김정민과 함께 좋은 투구를 하기를 기대해본다. 8연승 이후 3연패에 빠진 LG는 타선이 부진에 빠짐에 따라 주자가 나갈 때 확실하게 득점을 하는 것에 더 신경을 써야 할 것으로 보인다.

 


두산은 히어로즈를 상대로 연승을 이어가며 분위기를 완전히 바꾸며 안정된 전력을 보여주고 있고, LG의 배신으로 충격을 받은 동맹군 KIA와 롯데는 나란히 승리를 거두었다. 히어로즈의 분발이 필요한 시점.



어제의 SK전은 잦은 실책과 구원투수들의 난조로 그다지 질이 높은 경기였다고 할 수는 없지만, 양팀의 불붙은 타선과 도망가면 따라붙고 도망가면 다시 따라붙는 극적인 장면 연출로 흥미진진한 경기였다. LG는 아직 전력이 안정되지 않은 모습을 여실히 보여주었지만 분위기를 타면 걷잡을 수 없이 불붙는다는 것을 다시 보여주었다. 양 팀 모두 경기가 잘 풀리지는 않은 가운데 SK는 특기이자 자랑인 이기는 야구를 하며 승리의 9부 능선을 넘어섰으나. 9대 1로 앞선 9회말 대거 8실점을 하며 연장으로 가고야 말았다. LG는 2위가 어울리지 않는 자리인지 7회 무사 1,2루와 8회 무사 만루의 찬스를 날리고 9회초 실책과 함께 5실점을 하며 맥없이 패하는 듯하더니 9회말 투아웃에 경기를 다섯 시간이 넘는 장편 드라마로 만들어버렸다.



9회말에 무려 8점이나 뽑아냈다. 그것도 8회까지 단 1점에 그치던 팀이 ⓒ 연합뉴스



경기 초반 SK의 선발 전병두는 폭투를 3개나 기록할 정도로 제구가 들쭉날쭉한 상황에서도 삼진을 6개 잡으며, 5이닝을 무실점으로 막으며 승리투수 여건을 갖추고 내려갔다. 예전부터 LG는 간혹 상대 에이스를 두들기다가도 제구가 불안한 롤러코스터형 투수를 상대로 고전하는 모습을 보여왔는데, 이 날도 전병두에게 꼼짝없이 눌리며 타선이 식다 못해 아주 얼어버린 듯한 모습이었다. LG의 선발 이범준은 5와 2/3이닝 동안 홈런 1개 포함하여 3실점으로 무난한 내용이었지만, 아쉽게도 승패를 기록하지 못하였다.

LG는 3대 0으로 뒤진 7회말 추격의 점수를 뽑지 못하고, 8회초에 추가 실점을 하면서 경기의 주도권을 SK에게 넘겨주었다. 예상 밖으로 8회말에 무사 만루를 만들어내면서 추격의 가능성도 살짝 내비치기는 했지만 이진영의 병살타가 나오면서 단 1점을 얻는데 그치고, 9회초의 자멸 분위기 속에서 5점을 내주며 패배 직전까지 갔다. 야구의 신도 8점차면 충분하다고 생각을 했을까, 8회 2사에 마운드에 올려 위기를 잘 수습했던 마무리 정대현을 정우람으로 교체하면서 사단이 일어나고야 말았다. 결과와 상관없이 경기 시간을 끌기만 하는 듯해보였던 김정민의 안타에 이어서 타자일순하며 SK가 자랑하는 계투진 김원형, 이승호를 차례로 불러내 두들기며 기어이 경기를 연장으로 끌고 갔다. 오히려 9회말 2사 만루 풀카운트에서 정성훈을 중견수 뜬공으로 막아내 대역전패를 모면한 SK로서는 다행스러운 상황이었다. 대주자로 들어왔던 김태완은 9대 7로 뒤진 2사 만루에서 자신의 시즌 첫 안타를 동점 2타점 2루타로 신고했다.



야구는 9회말 투아웃부터라고.. 극적인 동점타를 때린 김태완 ⓒ 조이뉴스



연장 10회는 충격을 받고 쓰러질 듯하던 SK가 기어이 점수를 내며 다시 승리에 가까이 다가갔으나, LG는 페타지니가 X존과 상관없는 중월 솔로포로 다시 동점을 만들며 이승호를 강판시켰다. 그러나 12회초 LG의 마무리 우규민이 마운드에 올라와 6실점을 하여 16대 10으로 패하고 말았다. 우규민은 모창민에게 빈볼을 던져 퇴장을 당해, 선발 투수를 제외한 1군 엔트리를 모두 소진한 LG는 지명타자 최동수가 대신 마운드에 오르는 진풍경을 연출하기도 했다.



이것은 고교야구도 아니고 프로야구에서 벌어진 일이다



그러나 LG는 8연승을 하는 상승세 속에 감추어져 있던 불안 요소가 한꺼번에 터져나오는 아쉬운 모습을 보여주었다. 최근 주전 경쟁에서 밀려 대타로 나오다 모처럼 선발 출장한 안치용은 집중력을 잃은 주루플레이로 1사 만루가 될 수 있었던 기회를 2사 1,2루로 만드는 어이없는 상황을 연출했는데, 여러 번 나오는 그의 미숙한 주루플레이는 그의 주전 경쟁에 결코 도움이 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대구에서 좋은 활약을 했던 박용근은 공식적으로 기록된 실책 1개를 포함, 여러 차례 어설픈 수비를 보여주며 주전 자리를 차지할 수 있는 기회를 스스로 날린 듯이 보인다. 그러나 박용근 뿐 아니라 박경수, 김태완 등 내야수들의 수비가 전체적으로 미덥지 못한 모습이라 분발이 필요하다.

1군 엔트리에 등록되면서 마운드에 오른 이재영은 수비 실책의 탓도 있지만 9회초 마지막 아웃카운트를 잡지 못하며 무너지는 모습을 보여주어 여전히 중요한 순간에 역할을 맡기기에는 무리로 보인다. 최동환의 구위가 현저히 떨어지고 상대의 분석에 공략당하며 고전하고 있는 상황에서 정찬헌 역시 부진한 모습을 보여 불펜진의 불안한 상황이 당분간 이어질 것 같다. 좋아지는 모습을 보이던 우규민 역시 실책이 단초가 되기는 했지만 최악의 난조를 보이며 6실점을 했고 빈볼로 퇴장까지 당하였다. 안정을 찾아가는 선발진과는 달리 여전히 불안한 불펜진은 팀의 고민거리이다.



투수와 야수의 뒷모습을 보던 김정민의 기분은 어떠했을까? ⓒ OSEN



포수를 좌익수로 돌리며 가용가능한 모든 인원을 투입하여 치른 1박 2일의 혈투. 그것도 대역전극을 눈 앞에 둔 상황에서 패한 것이라 실망 속에 상당한 충격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경기 초반부터 스트라이크 판정부터 시작하여 나주환의 데드볼, 우규민의 빈볼 퇴장 등 다소 석연치 않은 부분이 있던 심판 판정이 오히려 팀을 하나로 뭉치게 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도 있어 보인다. 식다 못해 얼어붙던 타선에 불이 붙기 시작한 것도 긍정적인 효과.

반면 SK는 대참극을 피하며 선발 카도쿠라를 마무리로 투입하면서까지 결국 경기를 이기는 강력한 힘을 보여주었으나 8점차 리드를 지키지 못하고 연장 혈전을 치르게 되어 만족스럽지만은 않을 것이다. 특히 완벽한 야구를 추구하는 김성근 감독이라면 불안한 중간계투진을 비롯하여 마음에 들지 않는 부분이 많을 것이다.

내일 에이스 봉중근이 팀의 연패를 끊어야 하는 사명을 가지고 등판을 하며, 상대는 역시 지난 3연전에서 그와 맞대결을 벌였던 좌완 고효준이다. 두산전 8이닝 1실점 등 최근 안정된 투구 내용을 보여주고 있는 봉중근에 비해, 고효준은 갈수록 노출이 되며 공략을 당하는 모습이어서 봉중근에게 무게가 실린다고 보인다. 그러나 이 경기를 놓칠 경우 홈 3연전을 모두 놓칠 가능성이 있으므로 LG로서는 반드시 잡아야 할 경기다.


두산은 LG를 3위로 밀어내며 1주일 전에 내주었던 2위를 되찾아오며 왔다. 한화는 김텔미가 홈런 2개로 다이너마이트 타선에 불을 지피며 6연패를 끊었다. 롯데는 삼성을 추격을 따돌리고 승리를 거두며 반전의 기회를 잡았다. 과연 오늘 경기는?


이번 일요일 경기는 방송 중계 관계로 5시가 아닌 2시에 열렸는데, 지난 4월 26일 롯데와의 낮경기에서도 패했던 LG는 8연승에서 제동이 걸리며 5월의 첫 배패를 맛보았다. 누가 뭐래도 6이닝을 3안타 무실점으로 막은 삼성 선발 크루세타가 경기 승리의 주역일 것이다. 제구 불안으로 선동열 감독으로부터 믿음을 얻지 못하던 크루세타는 자신의 2승을 모두 LG전에서 거두면서 LG킬러의 계보를 잇고 있다. 역시 LG킬러였던 오상민이 방출되자 바로 영입하여 하나의 위협을 제거했고, 전병호마저 은퇴하였지만 새로이 천적을 만드는 것 같아 다소 염려스럽다.



크루세타는 새로운 LG킬러로 떠오르는가? ⓒ 연합뉴스


타선이 식은 것이 감지가 되던 LG 타선은 고작 4안타에 그치며 1점을 내는데 그쳤고, 리드를 잡은 삼성은 권혁-정현욱-오승환으로 이어지는 승리조를 가동하며 연패를 마감하였다. 전날 LG가 하위타선의 활약으로 승리할 수 있었던 것처럼, 오늘 삼성은 하위타선의 현재윤(2루타 2, 2득점)과 손주인(2루타 1, 1득점)의 맹활약으로 다소 부족한 응집력에도 불구하고 승리를 거두었다. LG선발 심수창은 6과 1/3이닝 동안 8안타 3실점으로 퀄리티스타트를 했지만, 타선 지원을 받지 못해 3패(3승)째를 안았다. 8일 남고도 남았던 11점 중 일부를 가져오고 싶었을 것이다.



호투했지만 패배한 심수창 ⓒ 연합뉴스


승부처는 7회였다. LG는 7회초 1사 2,3루에서 권용관의 희생플라이로 1점을 내어 2대 1로 따라붙으며 알 수 없는 상황이 되었으나, 삼성은 7회말 공격에서 현재윤의 2루타를 앞세워 1점을 내면서 3대 1로 달아나 다시 분위기를 가져왔다. 삼성이 7회초 위기에서 동점을 허용하지 않고 막아낸 것과, 추격을 당하자 바로 다시 도망가는 점수를 내며 분위기를 내주지 않은 것이 결정적인 승인이 되었다. 삼성으로서는 9안타에 3볼넷을 얻고도 3점밖에 뽑아내지 못한 공격력이 아쉬울테지만, 선발이 버텨주고 중반 이후까지 근소한 리드만 잡는다면 경기를 승리로 이끌어갈 수 있음을 다시 보여주면서 역시 4강 후보로서 손색없는 모습이다.

LG는 연승행진이 멈추었지만 하위권에서 2위까지 치고 올라온 현재의 상승세와 팀 분위기는 계속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강팀으로 자리하기 위해서는 연패를 피해야 하기에 12일 SK와의 경기가 매우 중요하며, 이 3연전 결과가 남은 5월 성적에 큰 영향을 미칠 것 같다. 수요일 경기에 등판할 것으로 예상되는 에이스 봉중근을 제외하면, 이범준과 최원호가 화요일과 목요일에 등판할 것으로 예상되므로 타선의 활약이 승부를 결정할 중요한 변수가 될 것이다. 식어버린 타선이 선두 질주 중인 SK전에서 어떤 활약을 해줄지 의문이지만 지난 문학 원정 3연전에서처럼 응집력있는 공격력을 보여준다면 SK와도 좋은 경기를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33도까지 오르는 대구의 더운 날씨는 3루수 정성훈이 현기증을 호소하며 쓰러져 교체될 정도로 선수들이 경기하는데 어려움을 주었다. 선수들의 경기력에 방해가 된다면 방송 중계에 맞추기 위한 무리한 경기 일정 조정은 재검토되어야 할 것이다.


한화의 연패탈출 여부와 김광현, 장원삼의 좌완에이스 맞대결도 오늘의 관심거리.

8연승보다 기쁜 것은

2009. 5. 10. 03:47

LG의 5월의 상승세는 여전히 계속되었고, 김재박 감독 부임 이후 첫 8연승으로 선두 SK를 추격하며 다음주 SK와 선두자리를 놓고 벌일 주중 홈 3연전에 대한 기대를 크게 하였다. 양준혁 선수에게 홈런을 내주었지만, 홈런을 친 선수는 물론 야구를 좋아하는 사람 모두가 기뻐해야 할 일이기에 진심으로 축하한다. 다만 홈런을 맞아 평생 양준혁의 기록과 함께 언급될 베테랑 류택현 선수가 다소 안타까운 생각이 든다. 그리고 8연승과 함께 최단경기, 최연소 900승을 달성한 김재박 감독에게도 축하를 전한다.



새로운 역사를 쓰는 341호 홈런을 친 삼성의 양준혁 ⓒ 마이데일리


어제와 오늘(9일)의 경기는 냉정하게 말하면 LG 스스로 잘 해서 이겼다기보다 상대가 실수를 저질러 쉽게 이길 수 있었다. 8일 경기 5회말 2사 박한이의 견제사와 오늘 3회 채태인의 두 차례의 실책(한 번은 야수선택)이 아니었다면 경기의 흐름은 크게 바뀌었을지도 모른다. 그렇지만 경기가 잘 풀리지 않는 가운데서도 승리를 거두며, 어느 정도 전력이 탄탄함을 보여주었다는 점에서 무척 고무적이다.

최근 다소 불안하다고 하지만 삼성의 계투진은 여전히 리그에서 최고 수준의 위용을 자랑하며, 이번 3연전 이전에 벌어진 경기에서 LG는 정현욱-오승환을 앞세운 구원진을 효과적으로 공략하지 못했다. 현재 타선이 폭발 중이고 팀분위기가 상승세라고 하지만 한 두점 정도 뒤진 상황에서 이들을 상대로 동점 내지 역전 점수를 뽑아낼 수 있다고 장담하기는 어렵다. 결론적으로 삼성을 상대로 이기기 위해서는 LG뿐 아니라 다른 6개 구단 모두 아예 초반에 점수를 내어 달아나 필승계투진의 등판을 원천봉쇄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이다. LG는 두 경기에서 이 승리 공식을 그대로 따르며 초반에 리드를 잡아 상대의 필승계투진을 벤치에 앉혀둔 것이 주요했다.

어제 경기에서 6연승의 상승세(최근 9연전 8승 1패)를 이끌던 박용택이 무안타에 그치며 다소 주춤한 모습을 보여주었고, 공격이 살아나는 듯하던 박경수가 부상으로 이탈했지만, 박경수를 대신한 박용근이 깜짝 활약을 펼쳐주면서 쉽게 승리를 거둘 수 있었다. 잘 되는 팀들의 특징은 어느 한 선수가 부진하면 다른 선수들이 활약을 펼치며 늘 안정된 전력을 보여준다는 점인데, 주요 선수가 부진하면 모두가 주저 앉아버리던 작년과는 다른 이 날의 모습은 참 인상적이었다. 오늘은 전반적으로 타선이 살짝 무뎌진 감을 보여주기는 했지만, 최근 부진으로 타율을 까먹고 있던 권용관의 원맨쇼(2안타, 3득점)에 힘입어 승리를 거두었다. 페타지니가 첫 타석 안타 이후 연속으로 범타에 그치고 최동수, 이진영이 안타를 기록하지 못했음에도 하위타선이 주도하여 승리를 이끌었기에, 오히려 작년 6월 26일 한 경기 반짝에 그친 메가트윈스포 발사사건보다 훨씬 값진 승리일 것이다.

LG의 취약한 선발진들이 5회까지 버텨주면서 초반에 무너지지 않는 점도 특기할만한 사항이다. 결과론적인 이야기일 수도 있지만 포수 김정민이 마스크를 쓰고 출전한 이후부터 LG팬들로부터 욕을 먹던 최원호, 정재복 등이 아슬아슬하면서도 점수를 잘 내주지 않는 투구 내용을 보여주며 경기 분위기를 상대에게 넘겨주지 않고 있다. 오히려 그 불안한 선발진이 5인 로테이션은 가장 잘 지켜내고 있고 불펜진도 갈수록 안정이 되어가고 있어서, 어디서부터 손을 써야 할 지 몰랐던 작년과는 상당히 달라진 모습이다. 복귀 시점이나 이후 활약을 장담할 수는 없지만 박명환과 옥스프링이 선발진에 합류한다면, 에이스 봉중근과 선발로 자리를 굳힌 심수창을 제외한 세 명의 선발 투수 자리를 놓고 선수들이 경쟁을 벌이는 것도 볼만할 것 같다. 외야의 주전 경쟁이 선수들에게 동기 부여와 함께 기량 향상의 계기가 되었듯이 선발진의 선의의 경쟁 역시 팀에는 좋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기대된다.



9일 경기에서 5이닝 무실점 승리투수가 된 LG의 정재복 ⓒ 마이데일리


내일 삼성의 선발은 크루세타(1승 2패, 방어율 4.72), LG는 심수창(3승 2패, 방어율 3.35)으로 올시즌 성적은 심수창 쪽에 무게가 실리지만 상대전적에서는 자신의 유일한 승리를 LG전에서 챙겼던 크루세타가 우위에 있다. 약간 주춤한 듯한 LG의 타선은 어린이날에 보여준 연쇄폭발은 조금 어려울 것 같지만, 역시 초반에 크루세타를 두들겨 점수를 뽑아낼 수 있을 것인가와 심수창이 실점을 최소화하며 어느 정도까지 버텨주느냐가 경기 결과를 좌우할 것 같다.


한화의 부진이 계속되고 있다. 선발부터 중간까지 투수진의 총체적 부실에 허덕이는 한화가 그나마 "믿는 도끼"인 류현진의 부진에 연패탈출에 실패하였다. KIA의 김상현은 네 번째 만루포의 찬스를 아쉽게 삼진으로 날리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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