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부 톱시드의 라파엘 나달(스페인)이 2라운드 경기를 치르고 있는 지금은 다소 늦은 소식일 수 있지만 간략하게 주요 선수 위주로 윔블던 20일과 21일에 열렸던 1라운드 경기 결과를 전하려고 한다. 시드 배정 선수들이 탈락하는 등의 작은 이변은 있지만 우승 후보들은 모두 쉽게 1라운드에서 승리를 거두며 우승을 향해 한 발 앞으로 나아갔다.

대회 첫째 날 (20일)

라파엘 나달의 서브 ⓒ AELTC / T. Hindley

라파엘 나달은 1라운드에서 미국의 마이클 러셀을 세트 스코어 3:0(6-4 6-2 6-2)으로 가볍게 이기고 2라운드에 진출했다. 러셀은 33세의 노장으로 2007년 세계랭킹 60위에 올랐던 것이 최고일만큼 나달과는 급이 다른 선수. 나달의 첫 번째 서브 성공률은 67%에 그쳤지만 최고 시속 187km(116mph)까지 나온 서브를 앞세워 첫 번째 서브에서 77%의 포인트를 따내며 경기를 압도했다. 스트로크의 정확도를 보여주는 위너의 수에서 35:14로 압도한 것도 나달이 자기 경기를 확실히 했음을 보여준다.

앤디 머레이의 스트로크 ⓒ AELTC / M. Hangst

앤디 머레이(영국)는 스페인의 다니엘 히메노 트라베르에게 1세트를 먼저 내주었으나 경기를 뒤집으며 3:1(4-6 6-3 6-0 6-0)으로 이겼다. 머레이의 첫 번째 서브 성공률은 70%, 최고 속도는 시속 209km(130mph)를 기록했으며 위너의 숫자도 45:24로 우세했다. 첫 번째 서브에서 90%에 달하는 득점을 올린 것과 88%의 성공률을 기록한 어프로치가 승리의 원동력이었다.

나머지 톱 10 랭커를 보면 토마스 베르디흐(체코), 가엘 몽피스(프랑스), 마디 피쉬(미국)이 모두 3:0으로 승리하며 2회전에 진출했다. 왕년의 세계랭킹 1위 토미 하스(독일)는 룩셈부르크의 질레서 뮐러에게 1:3으로 패하며 1회전에서 탈락했다. 30번 시드를 배정받았던 브라질의 토마스 벨루치를 제외한 시드 배정 선수는 모두 2회전에 진출했다.

빠른 발을 가진 프란세스카 스키아보네 ⓒ AELTC / M. Hangst

여자부에서는 6번 시드의 프란세스카 스키아보네(이탈리아)가 왕년에 마르티나 힝기스에게 도전장을 내밀었던 옐레나 도키치(호주)를 2:1(6-4 1-6 6-3)로 이겼다. 스키아보네는 프랑스오픈에서 우승했던 그랜드 슬램 경력이 있어서일까 작년 준우승자이자 세계랭킹 2위인 베라 즈보나레바(러시아)를 No. 1 코트로 밀어내고 센터 코트에서 경기하는 행운을 누렸다. 즈보나레바도 미국의 앨리슨 리스키를 2:1(6-0 3-6 6-3)로 이기고 2라운드에 진출했다. 오래간만에 컴백한 비너스 윌리엄스와 러시아의 스베틀라나 쿠즈네초바, 그리고 일본의 노장 키미코 다테-크룸도 2라운드에 합류했다. 비너스와 다테-크룸은 2라운드에서 맞붙을 예정이다. 의외로 시드 배정자들이 탈락한 경우가 많은 것이 이 날의 특징.

대회 둘째 날 (21일)

벌처럼 날아오르는 로저 페더러 ⓒ AELTC / N. Tingle

남녀 모두 첫째 날보다는 볼거리가 더 많은 둘째 날이었다. 샘프라스의 7회 우승에 도전하는 '황제' 로저 페더러(스위스)는 카자흐스탄의 미하일 카카시킨을 3:0(7-6 6-4 6-2)으로 가볍게 이기며 2라운드에 진출했다. 페더러의 첫 번째 서브 성공률은 71%, 첫 서브 후 득점 성공률은 89%였고 서브의 최고 속도는 시속 205km(127mph)였다. 53-16으로 압도한 위너의 숫자에서 보이듯이 모처럼 정확한 스트로크가 빛을 발한 경기였다.

승자의 환호 노박 조코비치 ⓒ AELTC / N. Tingle

노박 조코비치(세르비아)는 프랑스의 제레미 샤디를 3:0(6-4 6-1 6-1)로 가볍게 제압하며 강력한 포스를 보여주었다. 샤디는 최고 시속 217km(135mph)의 강력한 서브를 가지고 있음에도 첫 번째 서브가 59%밖에 되지 않았고, 첫 서브의 득점도 68%에 그쳤다. 광서버 앤디 로딕(미국)도 최고 시속 228km(142mph)의 광속 서브를 앞세워 독일의 안드레아스 벡을 3:0(6-4 7-6 6-3)으로 누르며 2라운드에 합류했다. 로딕은 첫 번째 서브의 평균 속도가 시속 200km(124mph)로 어지간한 선수들의 최고 속도에 맞먹는 무시무시함을 보여주었다.

톱10 선수로는 5번 시드의 로빈 소더링(스웨덴)과 7번 시드의 다비드 페레르(스페인)가 2라운드에 진출했고, 스페인의 페르난도 베르다스코와 2009년 US오픈 우승자 후안 마르틴 델 포트로(아르헨티나), 무하마드 알리의 재림 조-윌프레드 송가(프랑스), 왕년의 강자 호주의 레이튼 휴이트 등도 합류했다. 지난 대회에서 사상 초유의 11시간 5분(5세트만 8시간 11분)짜리 2박 3일 매치를 벌였던 존 아이스너(미국)와 니콜라스 마후트(프랑스)는 다시 1라운드에서 맞붙었는데 이번에는 아이스너가 3:0(7-6 6-2 7-6)으로 승리했다. 아이스너가 이기기는 했지만 두 세트에서 타이브레이크까지 가는 접전이 벌어졌다고.

이것이 샤라포바 스타일! 마리아 샤라포바 ⓒ AELTC / N. Tingle

여자 경기에서는 마리아 샤라포바(러시아)가 같은 나라의 안나 차크베다체를 2:0(6-2 6-1)으로 가볍게 제압하며 산뜻한 출발을 하였다. 프랑스오픈 이후 여러 이유로 경기에 불참하다가 윔블던에 참가한 샤라포바는 경기 내용이 좋지는 않았지만 상대의 부진 덕분에 쉬운 승리를 거두었다. 한 때 톱10에 들었던 차크베다체는 첫 번째 서브 성공률이 58%에 불과하고, 첫 서브에서 54%밖에 되지 않는 득점을 기록하는 등 부진한 모습을 보이며 무릎을 꿇었다. 샤라포바의 서브 최고 속도는 시속 173km(108mph)에 불과했다.

울고 있는 서리나 윌리엄스 ⓒ AELTC / N. Tingle

작년 우승자 서리나 윌리엄스(미국)는 프랑스의 아라바네 레자이를 2:1(6-3 3-6 6-1)로 다소 힘겹게 이기고 2라운드에 진출했다. 남자 못지 않은 강서버답게 시속 188km(117mph)의 강력한 서브를 보여주었으나 서브의 정확도는 61%로 좋지는 않았다. 경기가 끝나고 윔블던에서 다시 1승만이라도 더 하고 싶었다면서 오래간만에 코트에 돌아온 소감을 밝히며 울음을 터뜨렸다고.

워즈니아키의 서브 ⓒ AELTC / N. Tingle

전직 우승자들에게 센터 코트를 빼앗기고 No.1 코트에서 경기를 치른 세계랭킹 1위 캐롤라인 워즈니아키(덴마크)와 프랑스오픈 우승자 중국의 리나, 워낙 쟁쟁한 선수들에 가려진 세계랭킹 4위 빅토리아 아자렌카(벨라루스)는 2:0으로 가볍게 2라운드에 합류했다. 이 밖에 이름이 꽤 알려진 선수로는 아나 이바노비치(세르비아), 다니엘라 한투코바(슬로바키아), 마리아 키릴렌코(러시아) 등이 2라운드에 합류했다. 호주의 희망인 세계랭킹 10위 사만다 스토서와 전 세계랭킹 1위인 세르비아의 옐레나 얀코비치는 패하며 짐을 싸게 되었다. 일본의 새로운 희망이자 아시아 랭킹 3위인 모리타 아유미는 첫 세트를 이기고도 두 세트를 연거푸 내주며 역시 1라운드에서 탈락했다.

첫 날부터 비가 내리며 꼬이기 시작한 경기 일정은 둘째 날에 1라운드 경기를 모두 마치지 못함에 따라 일부 선수들은 셋째 날에 1라운드 경기를 치르게 되었다. 센터 코트에는 지붕을 씌워 우천에도 경기를 할 수 있게 하였다지만 나머지 코트에서는 비가 내리면 경기를 할 수 없어 참 혼란스럽다.

지금 이 순간 나달이 벌써 2:0으로 앞선 가운데 3세트를 끝내려 하고, 머레이가 두 세트를 따내려 하고 있다. 경기 결과를 쓰느라고 두 시간이나 걸리다니.. 흑 ㅠ.ㅠ

이번에 등장하는 공주님은 덴마크 출신의 현재 세계랭킹 1위 캐롤라인 워즈니아키다. 아직 메이저대회 우승이 없고 테니스 이외의 활동이 상대적으로 많지 않아서 인지도가 높지 않고 화려한 공격을 자랑하는 것도 아니지만 작년을 기점으로 조금씩 테니스에 눈을 떠가는 모습이 보이는 현재보다는 미래가 더 기대되는 선수다.

 

<프로필>

이름 : 캐롤라인 워즈니아키 (Caroline Wozniacki)
국적 : 덴마크
출생지 : 덴마크 오덴세
생년월일: 1990년 7월 11일 (20세)
거주지 : 모나코 몬테카를로
신장 : 5피트 11⁄2인치 (177cm)
체중 : 128파운드 (58 kg)
경기 : 오른손 (투핸드 백핸드 스트로크)
프로데뷔 : 2005년 7월
세계랭킹 : 1위 (2011.6 현재)
총우승 : WTA 17회 2011(5), 2010(6), 2009(3), 2008(3), ITF 1회 (2011. 6. 16 현재)
메이저대회 : 2011 호주오픈 4강, 2010 프랑스오픈 8강, 2009, 2010 윔블던 4라운드, 2009 US오픈 준우승
의류/라켓 : 아디다스, 요넥스
공식홈페이지 : http://www.carolinewozniacki.dk


슈테피 그라프와 마르티나 힝기스를 동경했다는 덴마크 소녀는 작년부터 세계랭킹 1위에 올랐다. 메이저대회 타이틀을 갖지 않은 채 세계랭킹 1위에 오른 것은 다섯 번째. 워즈니아키에 앞서 디나라 사피나(러시아)가 오랜 기간 세계랭킹 1위를 차지하고 있었는데 끝내 메이저대회 우승을 차지하지 못하면서 비난에 가까운 비판을 받다가 추락해버린 전례가 있으니 워즈니아키 역시 올 시즌 그랜드슬램 우승으로 진정한 세계랭킹 1위로서의 면모를 보일 필요가 있다.

캐롤라인 워즈니아키는 폴란드 출신의 이민자 가정에서 태어났다. 아버지는 전직 프로 축구선수였고, 어머니는 폴란드 배구 대표선수였다고 한다. 아버지인 피토르가 덴마크에서 프로 생활을 하면서 가정이 전부 덴마크로 이주하면서 캐롤라인은 덴마크 국적을 지니게 되었다. 아버지는 캐롤라인의 코치를 맡고 있고, 오빠 파트리크는 덴마크에서 축구 선수로 활동 중이다. 가장 친한 친구는 복식 파트너이기도 한 덴마크 선수 말루 아이에스고르라고 하는데 그녀와 함께 2012년 런던 올림픽 출전권을 얻기 위해 노력 중이라니 복식에서도 워즈니아키의 모습을 종종 볼 수 있을 듯하다. 테니스 외의 즐기는 스포츠로는 핸드볼, 축구, 수영이 있고 피아노 치는 것도 즐긴다고. 워즈니아키는 작년 12월 터키 항공과 3년간 비즈니스석 이용 스폰서 계약을 맺었고, 프리미어리그 리버풀의 서포터로 스티븐 제라드의 사인을 받은 리버풀 저지를 입고 카타르 오픈에서 코트에 등장한 적이 있다.

 

프로 데뷔

워즈니아키는 15세 이후에 프로에 데뷔하였다. 일반적으로 어려서부터 재능이 뛰어난 선수들이 WTA 연령 제한인 14세가 되는 해에 프로 데뷔를 하는 것에 비해서는 다소 늦은 데뷔였다. 프로에서의 성적이 좋지도 않아서 주니어 대회를 병행해서 메이저대회에는 주니어 경기에 참가하기도 했다.

2008년에서야 드디어 프로 무대에서 조금씩 능력을 발휘하기 시작하는데 처음 참가한 호주오픈에서 지셀라 둘코(이탈리아)와 21번 시드 알로나 본다렌코(우크라이나)를 누르고 4라운드에 진출하였다. 그러나 16강의 상대는 이 대회에서 준우승을 차지하게 되는 아나 이바노비치(세르비아)였고, 아쉽게 메이저대회 최고 성적을 기록한 것에 만족해야 했다. 그러나 계속되는 선전에 프랑스오픈에서는 비록 30번이지만 처음으로 시드를 배정받고 출전하게 되었다. 그러나 이 대회 우승자인 이바노비치를 다시 만나 3라운드에서 탈락했고, 윔블던에서는 또다른 세르비아의 강자 엘레나 얀코비치에게 3라운드에서 패했다.

메이저대회에서는 고배를 계속 마셨지만 마침내 스웨덴의 스톡홀름에서 열린 노르딕 라이트 오픈에서 WTA 첫 우승을 차지하게 된다. 한 세트도 빼앗기지 않고 완벽한 승리를 거듭했는데, 세계랭킹 10위의 아그네스카 라드반스카(폴란드)를 꺾으며 처음으로 톱10 선수를 이겼다. 여름에는 베이징 올림픽 단식에 출전하여 세계랭킹 12위의 다니엘라 한투코바(슬로바키아)를 2라운드에서 꺾었지만, 금메달을 따게 되는 엘레나 데멘티에바(러시아)에게 패해서 탈락했다. 뉴 헤이븐에서 열린 파일럿 펜 테니스에서 결승에서 11위 안나 차크베다체(러시아) 등 네 명의 시드를 배정받은 선수들을 이기며 두 번째 WTA 투어 우승을 차지하였다. US오픈에 21번 시드를 받아 참가했지만 4라운드에서 엘레나 얀코비치에게 패하면서 큰 대회에 약한 모습을 다시 드러냈다. 차이나오픈에서는 단식은 아나벨 메디나 가리게스(스페인)에게 져서 첫 경기에서 탈락하였지만 그녀와 팀을 이루어 출전한 복식에서 WTA 첫 복식 우승을 차지했고, AIG 일본 오픈에서 세 번째 우승을 차지한다. 세계랭킹 12위로 시즌을 마감하게 되면서 2008년 WTA 올해의 신인상을 차지한다.

 

톱 10 진입과 첫 메이저대회 결승 진출의 2009 시즌

2009년 시작과 함께 호주오픈의 전초전인 오클랜드의 ASB클래식과 시드니의 메디뱅크 인터내셔널에서부터 부진하더니 11번 시드를 받고 출전한 호주오픈에서도 호주의 옐레나 도키치에게 3라운드에서 패배하였다. 2월에 열린 멤피스 셀룰러 사우스컵에서는 빅토리아 아자렌카(벨라루스)에게 져서 준우승에 그쳤으나 아자렌카와 팀을 이뤄 출전한 복식에서 우승을 하며 아쉬움을 달랬다. 시즌 첫 우승은 클레이 시즌이 개막한 4월이 되어서야 플로리다의 폰타 베라 비치에서 열린 MPS 그룹 챔피언쉽에서 캐나다의 알렉산드라 워즈니악을 누르며 차지하였고, 이어 참가한 조금 더 큰 대회인 패밀리 서클 컵에서는 사빈 리시키(독일)에게 패하였지만 결승에 진출하는 등 상승세를 타는 듯했다. 그러나 슈투트가르트와 로마에서 연달아 초반에 탈락하다가 마드리드 오픈에서 결승에 오르는 등 다소 기복이 있었다. 클레이 시즌의 대미를 장식하는 프랑스오픈에서는 10번 시드를 받고 참가하였으나 역시 3라운드에서 동갑내기인 소라나 키르스테아(루마니아)에게 져 탈락하였고, 복식에서도 키르스테아와 팀을 이뤄 참가했지만 1라운드에서 탈락하며 더 형편없는 성적을 기록했다. 잔디 시즌이 시작되자 윔블던의 전초전인 애곤 인터내셔널에서 시즌 두 번째 우승을 차지하며 윔블던의 전망을 밝게 하였으나 4라운드에서 다시 사빈 리시키에 패하며 메이저대회 울렁증을 보여주었다.

 

2009 MPS 챔피언쉽


19세 생일에 맞이한 스웨덴 오픈 결승에서 패하고 만 워즈니아키는 기회의 땅 미국에서 열린 파일럿 펜 테니스에서 세 번째 우승을 차지했다. 이어 열린 마지막 메이저 대회인 US오픈에서 결승까지 승승장구하지만 2년 여만에 코트에 복귀한 킴 클리스터스(미국)에게 패하며 준우승에 만족해야 했다. 연말 스타들이 참석하여 자웅을 가르는 소니에릭슨 챔피언쉽에서는 준결승에 진출하였지만 세레나 윌리엄스와 대전 중 복통과 허벅지 부상으로 기권하면서 시즌을 마감했다. 비록 3개 대회밖에 우승하지 못했지만 기존의 강자들이 모두 미끄러지면서 연말 세계랭킹은 여덟 계단 상승한 4위를 기록한다.

 

계속되는 그랜드슬램 울렁증과 세계랭킹 1위 등극의 2010 시즌

2010 시즌 역시 출발이 좋지 않았다. 첫 대회였던 시드니 메디뱅크 인터내셔널에 이어 호주오픈에서 연달아 리나(중국)에게 발목을 잡히며 조기 탈락을 맛보았다. 그러나 대회를 치를 때마다 전년도의 점수를 대신하여 새로운 점수를 합산하는 포인트 산정 방식 덕분에 오히려 세계랭킹은 3위로 한 계단 뛰어 오른다. 2번 시드를 받고 참가한 인디안 웰스에서는 엘레나 얀코비치(세르비아)에 패하여 준우승에 머물지만 랭킹은 2위로 뛰어 오른다. 폰테 베라 비치 대회에서 시즌 첫 우승을 차지하면서 상승세를 탔지만, 패밀리 서클 컵 준결승에서 베라 즈보나레바를 상대하다가 발목에 부상을 입었다. 이 부상 이후 고전을 면치 못하다가 프랑스오픈에서 3번 시드를 받고 출전해 생애 최초로 8강에 진출하는데 이 대회 우승자인 이탈리아의 프란세스카 스키아보네에게 패하며 탈락했다. 다니엘라 한투코바(슬로바키아)와 짝을 이룬 복식에서는 2라운드에서 괴물 자매 윌리엄스 시스터즈와 맞붙지만 한투코바의 어깨 부상으로 기권패하였다.

  

2010 윔블던


윔블던에서도 역시 3번 시드를 받고 출전하지만 4라운드에서 탈락하며 메이저대회만 가면 약해지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그러나 자신의 인기 덕분에 모국인 덴마크에서 처음 개최된 WTA투어인 e-Boks 덴마크 오픈에서 우승을 차지하며 홈 팬들을 기쁘게 하였다. 신시내티에서 열린 W&S 파이낸셜 그룹 오픈에서는 3라운드에서 탈락했지만, 로저스 컵에서 스베틀라나 쿠즈네초바(러시아)와의 준결승 경기가 폭우로 이틀이나 밀리며 준결승과 결승을 하루에 해야 했음에도 세 번째 단식 우승을 차지하였다. 이어 참가한 파일럿 펜 테니스에서도 우승을 차지하며 US오픈의 전망을 밝게 하였다. 세계랭킹 1위인 세레나 윌리엄스의 불참으로 톱 시드를 받게 된 워즈니아키는 준결승까지 순항하지만 즈보나레바에게 패하며 탈락했다. 그럼에도 비너스 윌리엄스와 함께 2010년에 열린 4개의 메이저 대회에서 최소한 4라운드(32강)까지 가는 유이한 선수가 된다.

 

US오픈에서 마리아 샤라포바를 이기고 환호하는 워즈니아키

 
워즈니아키에게 기회의 땅은 아시아였다. WTA 프리미어 5 대회인 토레이 팬 퍼시픽 오픈과 의무적인 프리미어 대회인 차이나 오픈에서 연속 우승을 차지했다. 우승 이후 세레나 윌리엄스를 밀어내고 세계랭킹 1위의 자리에 오르게 되었지만, 그랜드슬램을 차지하지 못하였다는 꼬리표가 늘 붙어다니게 된다. 연말에 열리는 소니 에릭슨 챔피언쉽에서는 데멘티에바, 스키오바네와 즈보나레바를 누르고 결승에 진출하였지만 킴 클리스터스에게 패하며 준우승에 머물렀다. 그러나 이 대회의 성적은 연말 세계랭킹 1위를 지키는데 충분했다.

 

세계랭킹 1위에 오른 워즈니아키

 

2011년, 메이저대회 우승을 할 수 있을까?

타일랜드와 홍콩에서 비공식 경기에 참가하며 시즌을 시작하다가 시드니의 메디뱅크 인터내셔널에서 시즌 첫 공식 대회에 나서지만 2라운드에서 도미니카 시불코바에게 패하며 체면을 구겼다. 워즈니아키는 세계랭킹 1위로 참가하는 첫 메이저 대회인 호주오픈에서 3라운드에서는 시드니에서 패배를 안겨주었던 시불코바에게 복수를 하는 등 4강까지 순항을 했다. 그러나 4강에서 2011년 최고의 이변을 일으키고 있는 선수이자 지난 해에도 호주오픈에서 패배를 안겨주었던 중국의 리나에게 다시 패하고 만다. 5-4로 앞서던 2세트를 5-7로 역전당한 것이 더욱 아쉬웠다. 세계랭킹 2위였던 클리스터스가 이 대회 우승을 차지하면서 워즈니아키는 다시 2위로 랭킹이 한 단계 떨어졌지만 두바이 오픈에서 우승을 차지하며 다시 1위로 복귀했다. 대회마다 부침이 있기는 했지만, 필수적으로 참가해야 하는 프리미어 대회인 인디안 웰스와 패밀리 서클 컵에서 우승을 차지하며 타이틀 개수를 늘렸고, 브뤼셀 오픈에서는 첫 클레이코트 우승을 차지했다. 그러나 기대를 모았던 프랑스오픈에서 3라운드에서 한투코바에 패하면서 일찍 짐을 싸야 했다. 고국인 덴마크로 돌아가 e-Boks 소니 에릭슨 오픈에서 우승을 차지하며 시즌 다섯 번째 우승을 차지하였지만, 곧 개막하는 윔블던에서 생애 첫 메이저대회 우승을 차지할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진다.

호주오픈에 참가하기 전 멜번에서 크리켓을 배우는 워즈니아키

 

테니스 스타일

워즈니아키는 베이스라인에서 다재다능한 능력과 코트 전반에서 능숙한 기술을 보여주는 선수다. 한때 추세가 힘 테니스였지만 워즈니아키는 공격적이라기보다는 수비적인 스타일로 안정적인 게임운영을 한다. 빠른 움직임에 풋워크가 안정적이고, 포어핸드와 백핸드 스트로크는 꾸준한 정확도를 자랑한다. 포어핸드의 높은 정확도는 여자 선수들 중에서 포어핸드의 위치와 다양한 스핀과 높이로 상대를 괴롭히는 스트로크를 구사하는데 종종 백핸드는 수비에서 역습으로 전환하는 주무기가 되기도 한다. 전술적으로 영리하다는 평가도 있는데, 이러한 점이 그녀를 세계랭킹 1위로 끌어올린 경쟁력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다재다능하다는 말이나 특별한 단점은 없다는 말은 특별히 잘 하는 것이 없다는 말의 다른 표현일 수도 있다. 진정한 테니스 여왕으로 인정받기 위해서는 그랜드슬램 우승은 물론 연말 챔피언쉽 등 비중있는 대회에서 성적을 내는 것이 필요하다.

서브 스피드는 대략 첫 번째 서브가 시속 172~178km 정도에서 형성되었는데, 프랑스오픈에서 최고 시속 190km(118mph)를 기록하는 등 스피드가 향상되고 있다고 한다. 워즈니아키는 메이저대회에서 우승을 위해서 서브 외에도 보다 강력한 공격 무기가 필요하다는 이야기를 듣고 있으며, 작년부터 발목 부상으로 인해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이 경기력에 변수가 될 수도 있다.

 

마드리드에서 아나 이바노비치와 함께 MTV 인터뷰를 하는 중 ⓒ Caroline Wozniacki Official Website

 

라파엘 나달, 아나 이바노비치와 함께 마드리드에서 연습경기 ⓒ Caroline Wozniacki Official Website

 

통산 14번째 우승 타이틀을 차지한 인디안 웰스 대회

 

2010 윔블던에서 팬에게 사인을 해주는 워즈니아키

(사진 : 캐롤라인 워즈니아키 공식홈페이지)

테니스 선수들이라면 누구나 꿈꾸는 윔블던 챔피언쉽이 오늘부터 시작한다. 가장 전통있고 최고의 권위를 자랑하는 대회답게 올해는 125회째인데 역시 누가 최고의 자리에 오를 것인지 관심이 모아진다. 작년도 남자 단식 우승자는 세계랭킹 1위의 라파엘 나달(스페인), 여자 단식 우승자는 서리나 윌리엄스(미국)인데 '고기도 먹어본 사람이 맛을 안다' 고 이들이 수성을 할 지 쟁쟁한 도전자들이 그 자리를 빼앗을지 치열한 대결이 기다리고 있다.

 

라파엘 나달이 2010년 윔블던 우승 후 트로피를 들어올리는 모습 © AELTC / M. Hangst

나달은 윔블던에서 두 차례 우승을 차지한 적이 있다. 윔블던의 명승부 중의 하나로 꼽히는 2008년 로저 페더러와의 결승에서 풀세트 접전 끝에 승리하면서 첫 우승을 차지하였고, 지난 해에는 경쟁자들이 알아서 떨어지면서 조금은 편하게 우승을 차지할 수 있었다. 클레이 코트에서는 절대 강자로 군림하던 나달이었지만 윔블던 우승은 클레이 코트가 아닌 장소에서 처음 차지한 그랜드 슬램이었다. 이 우승은 나달이 페더러의 시대의 막을 내리고 새로운 최강자로서 군림하게 된 결정적 계기가 되었다.

 

서리나 윌리엄스가 2010년 윔블던 우승 후 쟁반을 들고 있다  © AELTC / M. Hangst

서리나는 윔블던을 네 차례나 우승한 전력이 있는 절대 강자다. 작년 윔블던 우승 이후 고질적인 왼쪽 발목 부상 이외에도 혈종과 폐 색전증 등으로 1년을 쉬고 이제 다시 코트로 복귀했다. 세계 랭킹은 1위에서 급추락하여 현재 25위까지 내려갔는데 이번에 윔블던에서 우승을 차지하지 못하면 100위권 바깥으로 밀려날 지도 모르는 상황이다. 윔블던 직전인 이스트번에서 열린 토너먼트에서는 2회전에서 랭킹 3위이자 2번 시드를 받고 윔블던에 참가한 베라 즈보나레바와 풀세트 접전을 벌이며 아쉽게 패하는 등 기량이 많이 회복된 모습이어서 큰 경기에 강한 그녀 역시 강력한 우승 후보라고 할 수 있다. 비록 랭킹은 25위까지 내려갔지만 전년도 우승자라는 배려 속에 7번 시드를 받아 대진운이 크게 나쁘지는 않다.

 

2011 윔블던 프레스센터에서 로저 페더러 © AELTC / N. Tingle

이들의 아성에 도전하는 자는 누가 있을까. 썩어도 준치라는 것을 보여주고 있는 페더러는 여전히 나달의 가장 강력한 맞수이다. 페더러는 나달과 윔블던에서 두 번 맞붙어 1승 1패를 기록하였는데, 윔블던에서 6번 우승한 관록은 무시할 수 없다. 작년에는 토마스 베르디흐(체코)에게 8강에서 패하며 7년 연속 윔블던 결승 진출 기록이 중단되었지만, 윔블던에서 가장 화려한 성적을 낸 선수인 그의 관록을 무시할 수 없다. 서브와 스트로크의 정확도가 떨어지면서 노쇠하였다는 평이 지배적이지만 프랑스오픈에서도 조코비치의 연승 행진을 중단시키는 등 여전히 떨어지지 않는 클래스를 자랑하고 있다.

 

2011 윔블던 프레스센터에서 노박 조코비치 © AELTC / N. Tingle

올 시즌 41승 1패의 경이적인 기록을 자랑하고 있는 노박 조코비치(세르비아) 역시 강력한 우승 후보 중의 하나다. 최근 나달과의 상대에서도 4연승을 달리고 있고, 랭킹 포인트에서도 단 55점 차이로 나달을 뒤쫓고 있어 나달이 우승을 차지하더라도 조코비치는 결승에만 오르더라도 나달을 제치고 세계랭킹 1위로 올라설 수 있다. 조코비치는 메이저 대회 중에서 윔블던에서 가장 낮은 승률(76.92%)을 기록하고 있고, 최고 성적도 준결승 진출(2007, 2010)에 그치고 있기는 하지만 시즌 초반의 상승세가 폭발할 경우 나달을 위협할 가장 위험한 선수가 될 것이다. 나달로서는 페더러와 조코비치가 준결승에서 맞붙을 수밖에 없는 대진이 행운일 수도 있다.

 

2011 윔블던 프레스센터에서 앤디 머레이 © AELTC / N. Tingle

세계랭킹 4위 앤디 머레이(영국) 역시 홈 그라운드의 이점을 안고 나달을 위협할 선수다. 스코틀랜드 출신의 머레이는 영국인들에게 계속되는 자국 선수들의 메이저 대회 무관의 아픔을 씻어줄 선수로 꼽히고 있다. 다혈질의 성격에 가다듬어지지 않은 플레이가 아직은 완성 단계에 오른 선수는 아니지만, 천재의 기질은 가지고 있다. 윔블던에서 나달과 두 번 상대하여 모두 패했고, 프랑스오픈 준결승에서도 패하는 등 역대 전적에서도 크게 밀리고 있지만, 머레이의 강력한 서브와 스트로크는 잔디 코트에서 빛을 발할 수도 있다. 나달과는 준결승에서 붙는 대진인데 광서버 앤디 로딕을 제외하면 4강까지는 무난할 것으로 보인다.

 

여자 단식에서는 남자들과는 달리 뚜렷한 강자가 없는 덕분에 딱히 누구를 꼽기 애매한 혼전이 예상되는데 세계랭킹 1위 캐롤라인 워즈니아키(덴마크)와 2004년 윔블던에서 신데렐라로 떠올랐던 마리아 샤라포바(러시아), 프랑스오픈 우승의 상승세를 탄 중국의 리나, 이스트번에서 서리나를 꺾었던 즈보나레바 등이 서리나의 연패를 저지할 가능성이 있는 선수들로 보인다. 세계랭킹 4위 빅토리아 아자렌카(벨라루스)와 서리나의 언니 비너스 윌리엄스(미국) 역시 우승이 가능한 선수들이다.

 

2011 윔블던 프레스센터에서 캐롤라인 워즈니아키 © AELTC / N. Tingle

워즈니아키는 세계랭킹 1위이지만 아직 메이저 대회 우승이 없다는 치명적인 단점을 극복해야 하는 것이 부담이 될 수 있다. 윔블던에서는 4라운드 진출이 최고 성적이었을 정도로 늘 부진했는데 이번 대회에서는 톱시드를 받아 대진운이 좋은 편이라 기대를 해볼만 하다. 이변이 없다면 8강까지는 무난해보이는데 샤라포바와, 준결승에서 서리나 혹은 리나와 붙을 가능성이 크다.

 

2011 윔블던 프레스센터에서 마리아 샤라포바 © AELTC / N. Tingle

부상에서 회복하면서 세계랭킹을 6위까지 끌어올린 샤라포바는 최근 4년간 윔블던에서 4라운드 이상 진출하지 못했지만, 윔블던에서 우승을 하면서 테니스계에 충격을 안겨주었던 적이 있다. 그 좋은 기억을 되살린다면 이번 대회에서도 충분히 그 영광을 재현할 수 있을 것 같다. 전성기의 기량을 많이 회복하여 선전이 기대되는데 호주의 사만다 스토서와 4라운드에서 워즈니아키에서 8강에서 붙을 가능성이 큰 대진은 그다지 좋지만은 않다.

 

2011 윔블던 프레스센터에서 리나 © AELTC / N. Tingle

프랑스오픈 우승 직후 윔블던을 목표로 하겠다는 야심을 밝힌 리나는 대진이 나쁘지 않아 8강에서 서리나를 만날 가능성이 크다. 최근 회복세에 있다지만 전성기보다 폼이 떨어진 아나 이바노비치(세르비아)나 아그네스카 라드반스카(폴란드)가 크게 위협을 하지는 못할 것 같고, 오히려 3라운드에서 만날 수 있는 같은 중국 선수인 정지에가 가장 위협적인 존재가 아닐까 싶다.

아자렌카는 대진이 좋은 편이라 쉽게 4강에 갈 가능성이 크고, 작년 준우승자인 즈보나레바는 비너스 윌리엄스와 옐레나 얀코비치 정도만 잘 넘기면 역시 4강은 무난할 것으로 보인다.

처음으로 등장할 공주님은 마리아 샤라포바. (이전 블로그에는 아나 이바노비치가 처음이었지만 내용 수정 후에 다시 등장할 예정이다) 테니스에 관심이 없는 사람도 샤라포바는 알 정도로 유명한 그녀는 우리나라에도 여러 번 찾아와서 친숙하기도 하다. '러시안 뷰티' 라는 별명에서처럼 샤라포바는 세계 정상권의 실력을 가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테니스 외적인 외모라든가 그녀의 패션 등에 관심이 많이 쏠려 오히려 테니스 선수로서의 샤라포바는 평가 절하되는 부분이 없지 않다. 샤라포바 이전에 같은 러시아 출신인 안나 쿠르니코바라는 유명한 선수가 있었다. 한 때 세계랭킹 8위까지 올라갔던 적이 있지만, 단 한 번도 WTA(Women's Tennis Association, 여자 테니스 협회) 주관의 단식에서는 우승을 차지하지 못하며 정상에 오르지 못했다. 선수 자신도 테니스 선수로서의 커리어보다는 연예계 외도에 더 관심을 두었는데 외모와 몸매 때문에 그 어떤 선수보다도 테니스 외적인 면이 더 부각된 스타였다. 그녀가 한창 잘 나갈 때는 그녀의 이름이 구글에서 가장 많이 언급되는 단어였다고 할 정도다. 테니스에 관심이 없는 사람들에게는 샤라포바 역시 쿠르니코바와 같은 그런 러시아 미녀 정도로 인식될 지도 모르는 일이나 그녀는 이미 메이저 대회 우승 타이틀을 세 개나 가지고 있는 실력파 선수다.

 



<프로필>

이름 : 마리아 유리에브나 샤라포바 (Maria Yuryevna Sharapova)
출생지 : 러시아 니아간
생년월일: 1987년 4월 19일
거주지 : 미국 플로리다 브래든턴
신장 : 6피트 2인치 (188cm)
체중 : 130파운드 (59 kg)
경기 : 오른손 (투핸드 백핸드 스트로크)
프로데뷔 : 2003년 4월
세계랭킹 : 6위 (2011.6 현재)
총우승 : WTA 23회 '11(1), '10(2), '09(1), '08(3), '07(1), '06(5), '05(3), '04(5), '03(2), ITF 4회
메이저대회 : 2004 윔블던 우승, 2006 US오픈 우승, 2008 호주오픈 우승, 2007, 2011 프랑스오픈 4강
의류/라켓 : 나이키, 헤드
공식홈페이지 : http://www.mariasharapova.com

 

수년 째 파워 테니스를 정착시킨 윌리엄스 자매에 대적할 자 없던 여자 테니스계는 새로운 스타를 필요로 했고, 마침 17세의 샤라포바가 윔블던에서 우승하며 혜성처럼 등장했다. 윌리엄스 자매가 전통적으로 백인 스포츠였던 테니스에서 흑인이라는 핸디캡이 있지만, 그보다도 교과서적인 테니스 지도나 성장 과정을 거치지 않은 비주류로서 주류 테니스계와 사이가 좋지 못했던 점이 그들의 상품성을 떨어뜨리는 원인이었다. 갑자기 등장한 신인이 그 누구도 범접할 수 없을 듯했던 윌리엄스 자매를 꺾었는데, 늘씬한 백인 미녀라는 사실이 그녀의 스타성을 더욱 돋보이게 하였겠지만. 잠시 그녀의 바이오그래피를 간략하게 정리해 본다.

유년 시절

원전폭발로 유명한 체르노빌에 살던 샤라포바의 부모는 미래에 태어날 아이에게 해가 될까 두려워 니아간으로 이주를 결심한다. 4살 때 러시아 남자 테니스 선수 예브게니 카펠니코프의 아버지인 알렉산더 카펠니코프에게 라켓을 받은 후 테니스를 배우기 시작했고, 7살 때 전설적인 러시아 여자 선수인 마르티나 나브로틸로바의 테니스 클리닉에 참가했다가 대성할 자질이 있다는 말을 듣고 플로리다의 닉 볼레티어리 아카데미로 가서 전문적인 테니스 교육을 받기 시작한다. 닉 볼레티어리 아카데미는 안드레 아가시, 모니카 셀레스와 역시 러시아 출신의 스타 안나 쿠르니코바 등이 거쳐 간 세계적인 명문 테니스 교육 기관. 플로리다 이주 과정에서 마리아의 아버지 유리는 단 700달러 밖에 가지고 있지 않았고, 비자 문제로 어머니는 2년 후에나 동행할 수 있었다고 한다.


테니스 요정의 등장과 전성기

13살 때부터 주니어 대회에서 주목을 받기 시작한 샤라포바는 2001년 프로 자격이 주어지는 만 14번째 생일에 프로로 전향하였다. 그러나 여러 참가 제한으로 인해 이듬해까지는 주니어 대회 참가를 병행하였고, 2003년에서야 비로소 풀타임 프로 생활을 하게 되었다. 2003년 일본 오픈에서 첫 WTA 우승을 차지하였고, 꾸준한 활약으로 연말 세계 랭킹을 50위권으로 끌어올렸다. 2004년 독일오픈에서 엘레나 데멘티에바에게 이기며 처음으로 랭킹 10위 이내의 선수를 격파한 샤라포바는 프랑스 오픈에서 역시 첫 메이저 대회 8강 진출을 하더니 윔블던의 전초전인 DFS 클래식에서 우승을 차지하며 곧 이어질 이변을 예고하였다. 윔블던 결승에서 디펜딩 챔피언 서리나 윌리엄스를 꺾고 여자 테니스계의 슈퍼스타로 떠오르게 된다. 이후 메이저 대회에서는 기복을 보이며 큰 성과를 내지 못하다가 한솔오픈과 일본오픈에서 연달아 우승하고, 시즌을 마무리하는 WTA 투어 챔피언쉽에서 서리나 윌리엄스를 다시 누르고 우승하며 기분 좋게 연말 랭킹 4위로 시즌을 마감하였다. 2005년은 메이저 대회 우승은 차지하지 못했지만 시즌 중 두 차례 세계랭킹 1위에 오르는 기쁨을 누렸다. 2006년은 US오픈에서 쥐스틴 에넹을 누르고 두 번째 메이저 대회 우승을 비롯 투어 연속 우승으로 분전하였지만, 에넹에 밀려 아쉽게 랭킹 2위로 시즌을 마쳤다.

 

2004년 윔블던 우승 ⓒ Sports Ilustrated

어깨 부상과 끝없는 추락

2007년 호주오픈에서 서리나에게 결승에서 패하였지만 다시 세계랭킹 1위에 오르며 출발이 나쁘지만은 않았으나 어깨 부상이 생기면서 힘든 시즌을 보내게 된다. 2008 시즌 개막과 함께 첫 메이저 대회인 호주오픈에서 우승을 하였는데, 당시 세계랭킹 5위였던 샤라포바는 세계랭킹 1위 쥐스틴 에넹과 3위 옐레나 얀코비치, 4위 아나 이바노비치를 모두 눌렀을 뿐 아니라 대회 기간 내내 단 한 세트도 빼앗기지 않는 괴력을 발휘하였다. 그러나 2007년 시즌 자신을 괴롭혔던 어깨부상이 다시 재발하여 코트를 떠나 부상 치료 및 회복에 시간을 보내야 했다. 2008년 7월 치명적인 어깨부상을 당한 샤라포바는 뼛조각을 제거하는 수술을 받았다. 한참 전성기를 구가하던 샤라포바는 이 수술 이후 참가한 프랑스 오픈에서 4강에 진출해 건재함을 과시했다. 하지만, 이 대회를 끝으로 극심한 침체기에 빠졌고 세계랭킹 100위권 밖으로 밀려났다.

 

 2008 호주오픈 우승. 왼쪽은 준우승자 아나 이바노비치

요정의 부활

2010년 126위까지 떨어졌던 세계 랭킹을 14위까지 끌어올렸지만 전 성기의 경기력에 비해 들쑥날쑥한 모습이었다. 원래 샤라포바는 기복이 심한 편에 속했지만 몸상태가 완전히 회복되지 않아서인지 대회마다 그리고 대회 중 경기마다 기복이 심했고, 두 차례의 우승을 차지했지만 메이저 대회에서는 부진한 모습이었다. 결국 2011년이 되면서 6년 반이나 함께 해오던 코치 마이클 조이스와 잠시 결별하고 새 코치인 토마스 획스테트와 함께 호흡을 맞추기 시작했다. 획스테트는 작년에 중국의 리나를 지도했고 과거 토미 하스의 코치이기도 했는데, 오프 시즌에 조이스와 함께 그녀를 도울 코치로 영입되었다가 굴러온 돌이 박힌 돌을 빼내는 셈이 되었다. 조이스는 샤라포바의 전성기를 함께 한 코치이기는 하지만 작년에 메이저 대회에서 단 한 번도 8강 이상을 가지 못하면서 조금씩 금이 가기 시작했다고.

샤라포바는 호주오픈에서 4라운드에서 탈락하는 등 확실히 예전만은 못했지만 캐롤라인 워즈니아키와 베라 즈보나레바 등의 톱 5 랭커들을 한 번씩 꺾는 등 전성기의 기량을 찾아가고 있음을 보여주었다. 세계랭킹도 10위권 안으로 들어오게 되었고 마침내 로마오픈에서 세계랭킹 4위인 호주의 사만다 스토서를 누르며 1년만의 우승을 차지하면서 부활을 알렸다. 늘 클레이코트 시즌에는 부상과 부진으로 어려움을 겪던 그녀의 최고 성적이었다. 그리고 여세를 몰아 프랑스오픈에 도전하였지만 4강에서 리나에게 패배하면서 커리어 그랜드슬램은 내년 시즌을 기약하게 되었다. 리나와의 4강전에서는 샤라포바의 고질적인 약점인 실책 남발이 많았는데 경기력을 꾸준하게 유지하는 것이 샤라포바의 과제로 남아 있다.

 


이탈리아 로마오픈 여자 단식 우승 ⓒ Getty Images

테니스 스타일

샤라포바는 188cm라는 여자 선수로는 큰 키에도 상당히 빠른 움직임을 가진 선수다. 그녀 역시 큰 체격에서 나오는 힘을 바탕으로 한 플레이를 하는데 베이스라인에서 강력한 포핸드와 백핸드 스트로크를 구사하는 스타일이다. 네트 플레이시 그녀의 강력한 파워와 빠른 발놀림을 살려 일반적인 발리샷이나 스매시보다 스윙 발리를 구사한다. 힘과 스피드를 앞세운 단순한 플레이에서 경험이 쌓이면서 드롭샷이나 슬라이스 등을 사용하며 경기 운영 능력의 향상을 보여주고 있다.

샤라포바는 최고 시속 190km에 육박하는 강력한 첫 번째 서브를 구사하는데 평균적으로 시속 170km 후반대의 스피드를 자랑한다. 그러나 어깨 부상이 생긴 후 서브의 스피드 및 정확도에 큰 영향을 미쳤고, 그녀의 주 무기 중의 하나였던 서브에 대한 자신감을 잃고 고전을 하였다. 부상으로 서브 동작이 간결해지면서 고전하였으나, 부상 회복 후에는 다시 전성기와 비슷한 폼으로 돌아와 2010년 버밍엄 대회에서 자신의 최고 속도인 시속 194km(121mph)를 기록하였다.

무엇보다 샤라포바의 상징이 된 "함성"을 빼놓을 수 없다. 2005년 윔블던에서 101데시벨까지 기록했던 그녀의 함성은 경기 중에 다른 선수가 소리를 낮춰 달라는 항의를 받기도 했다. 교성을 연상시키는 그녀의 함성은 날씬하고 잘 빠진 몸매와 어우러져 테니스 선수를 넘어 섹시 스타로 발돋움하게 하였다.


스캔들 메이커와 광고계의 블루칩

샤라포바는 많은 스캔들로도 유명하다. 테니스 선수인 앤디 로딕, 후안 카를로스 페레로를 비롯 마룬 파이브의 애덤 레빈과도 염문을 뿌렸다. 레빈은 코트에서는 야성적인 샤라포바가 "잠자리에서는 죽은 개구리 "샤라포바가 죽은 개구리처럼 누워서 내가 신음 소리만 내도 집중할 수가 없다며 화를 냈다. 부활절 토끼가 없다는 걸 알게 됐을 때보다 더 충격적이었다"는 말을 했다고 전해지는데, 레빈과 대변인은 그런 말을 한 적이 없다고 부인했다고. 최근에는 NBA선수 사샤 부야치치와 약혼하였다고 전해진다.

 

왼손가락의 반지가 부야치치와의 약혼 반지라고 한다  ⓒ Bauer Griffin

한동안 샤라포바는 부진에 빠져 정상권에서 멀어져 있었음에도 그의 상품 가치는 전혀 떨어지지 않아서 2010년 나이키와 8년간 7000만 달러의 재계약을 하였다. 이는 세레나 윌리엄스의 2000년 리복과 5년간 4500만 달러의 계약을 넘어서는 것으로 일반적으로 테니스 선수 전성기가 지나는 30살까지 계약을 한 셈이다. 샤라포바를 유명하게 하는 것은 남다른 그녀의 패션 센스다. 다른 유명 여자테니스 선수들과 마찬가지로 샤라포바 역시 자신의 경기복 및 스폰서를 받는 제품컬렉션의 디자인에 직접 참여하고 있다. 은퇴 후 희망이 패션 디자이너라고 한다. 샤라포바는 현재 나이키를 비롯 헤드, 티파니 앤 코, 소니 에릭슨, 태그호이어, 에비앙, 콜 한, 클리어 등과 스폰서 계약을 맺고 있다.

나이키 광고의 샤라포바

귀걸이 등은 티파니 앤 코의 스폰서를 받고 있다

태그호이어의 광고모델이기도 하다


샤라포바를 이야기할 때 그녀의 아버지 유리 샤라포프를 빼놓을 수 없다. 아버지이자 코치, 매니저, 그리고 운전기사 등의 역할을 모두 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경기 중에는 관중석에 앉아 샤라포바가 부진할 때 화를 내고 있는 모습을 종종 볼 수 있다.


그녀에 대한 사람들의 말

"tough as nails(강하고 완고하다)" 닉 볼레티어리.

"그녀가 악수를 할 때까지 끝난 것이 아니다" 마르티나 나브라틸로바.

 


샤라포바는 가십 사진 전문 기자들의 먹잇감이 되기도 한다. 2009년 윔블던.

2011 프랑스오픈 준결승전. 이 경기에서 샤라포바는 리나에게 졌다. ⓒ FFT

2008년 호주오픈 우승 후 야라강에서 퀸 세리머니 중 ⓒ Mark Dadswell / Getty Images

2011년 크라운 호텔에서 열린 호주오픈 개막 전 선수 파티에 참석한 샤라포바 ⓒ Graham Denholm / Getty Images

 

2010년 US 오픈  ⓒ Matthew Stockman / Getty Images

 

테니스의 공주

2011. 6. 17. 02:58

네이버 블로그 '잠꾸러기의 이런저런 이야기' 에 하나씩 올리던 '테니스의 공주' 를 자리를 옮겨 이 곳에서 쓰기로 했다. 블로그에 하나씩 포스팅을 하다보니 예전에는 사진을 올리고 짧게 한 마디씩 덧붙이던 것에서 갈수록 조금은 포멀한 형식을 갖추면서 말이 많아지는 경향이 있어서 두 블로그를 어떻게 차별화할 수 있을까 고민을 하다가 (같은 내용을 두 군데서 올리는 것은 인터넷 자원 낭비인지라) 네이버는 초기의 스타일로 가면서 비쥬얼을 강화하고 티스토리에서는 스토리텔링에 초점을 맞춰볼까 생각을 하고 있다.

'테니스의 공주' 는 현재 여자 테니스 WTA에서 활동하는 선수들을 매주 한 명씩 선정하여 소개하려고 한다. (매주가 지켜질 지는 모르겠지만) '공주' 라는 칭호처럼 아무래도 경기를 잘 하는 것도 물론이고 외모가 어느 정도 받쳐주는 선수들에 대해서 쓸 가능성이 무척 높다.

여기서는 우선 테니스의 공주에서 소개하는 선수들의 시즌 활약을 이해하기 쉽게 WTA 와 각종 대회에 대한 몇 가지를 간략하게 소개하려고 한다. 각 대회마다 단식과 복식이 함께 열리지만, 단식에 초점을 두고 쓴 것이 많으니 참고하시길 바란다.


 

WTA

WTA는 Women's Tennis Association 의 약자로 우리말로는 여자 테니스 협회가 되겠다. 1973년에 빌리 진 킹이라는 사람이 창설하였고 현재는 스테이시 알라스터라는 사람이 회장으로 있다고 하는데 이런 것은 별로 중요하지 않다.


WTA Ranking

WTA에서 발표하는 여자 프로 테니스 선수의 공식 랭킹이다. 랭킹의 계산법은 다소 복잡한데 1년 동안 WTA 주관의 대회 및 ITF (세계 테니스 연맹) 주관의 대회에서 획득한 포인트를 합산하여 누적 포인트가 가장 높은 선수 순으로 랭킹이 정해진다. 아래의 표는 WTA 주관 대회별 포인트이다. (단식 기준)

ITF 대회에서도 포인트가 부여되지만 상금과 포인트가 적어 대부분의 선수들이 프로 입문 후 초창기에 출전하는 편이라  여기서는 생략하였다. 이 글을 쓰는 시점의 세계랭킹 1위는 덴마크의 캐롤라인 워즈니아키다.


그랜드 슬램

흔히 4대 메이저대회라고 불리는 호주오픈, 프랑스오픈, 윔블던, US오픈을 말한다. 개최 시기는 호주오픈이 1월, 프랑스오픈은 5~6월, 윔블던은 6~7월, US오픈은 8~9월이다. 그랜드 슬램이라는 이름답게 총상금의 규모도 큰데 호주오픈은 2500만 호주달러, 프랑스오픈은 1752만 유로, 윔블던은 1460만 파운드, US오픈은 2101만 6천 달러다. 그랜드 슬램 대회에서 모두 한 번씩 우승한 선수를 커리어 그랜드 슬램을 달성했다고 하며, 여기에 올림픽 금메달까지 획득하면 커리어 골든 그랜드 슬램이라고 한다. 현역 여자 선수 중에 커리어 그랜드 슬램을 달성한 선수는 서리나 윌리엄스 단 한 명이고, 커리어 골든 그랜드 슬램은 아직 없다. 은퇴한 선수 중에는 여제 슈테피 그라프가 커리어 골든 그랜드 슬램을 달성한 적이 있다.


WTA 투어 챔피언쉽

시즌 말 WTA 상위 랭커들이 모여 벌이는 대회로 개최 장소는 유동적이나 올해부터 2013년까지는 터키의 이스탄불에서 열릴 예정이다. 톱8의 선수들이 모여 두 조로 나뉘어 서로 한 번씩 상대하며 성적이 우수한 선수 두 명씩 4강에 진출하여 토너먼트 형식으로 우승을 다툰다. 총상금은 490만 달러이다.


프리미어

Premier Mandatory 대회는 상위 랭커들은 의무적으로 참가하게 되어 있는 대회로 인디언 웰스, 마이애미, 키 비스케인, 마드리드, 베이징에서 열리며 총상금 450만 달러이다. Premier 5 대회는 두바이, 로마, 신시내티, 토론토(몬트리올), 토쿄에서 열리며 총상금 205만 달러이다. 나머지 12개의 프리미어 대회는 총상금 61만 8천~100만 달러이다.


인터내셔널

시즌에 33개의 토너먼트가 있는데, 32개가 인터내셔널 토너먼트로 우리나라에서는 2004년부터 한솔 코리아 오픈이 매년 열리고 있으며, 인터내셔널 대회의 총상금은 22만 달러이다. 호주의 커먼웰스은행 챔피언 토너먼트는 시즌 말 열리는 대회로 인터내셔널 대회에 참가한 선수 중에서 성적이 우수한 선수들에게 출전 기회가 보장되는 기회이다. 총상금은 60만 달러이나 인터내셔널 대회에서 3회 이상 우승을 차지하고 이 대회에 참가한 선수에게는 따로 100만 달러의 보너스가 주어진다.


즘 한물 갔다고 여겨지던 마리아 샤라포바가 다시 부활의 조짐을 보이고 있단다. 어깨부상으로 신음하던 그녀가 최근 전성기의 기량을 회복하고 있는 중인데, 날도 더워지고 해서 2006년에 스포츠 일러스트레이티드(Sports Ilustrated)에서 찍은 수영복 화보를 잠시 올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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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승리를 거둔 김광삼은 마운드에 오를 때마다 짠한 기분이 드는 투수다. 곱게 생긴 외모와는 달리 험하고도 험했던 그의 야구 인생 역정이 공을 던지는 순간순간 애잔함을 느끼게 한다.

2006년 팔꿈치 부상으로 수술을 하고 1년여의 재활기간을 거쳐 마운드에 올랐지만 예전과 같은 공을 던질 수 없었다. 수술 후 제대로 펴지지도 않는 팔로 던진 공은 힘이 없었다. 주변에서는 투수 김광삼에 대해서 더 이상 기대하지 않았다. 코칭스태프는 고등학교 때 보여주었던 타자로서의 재능을 살려 야수로 전업하기를 바랐다. 그는 장고 끝에 사랑하는 야구를 계속하기 위해 타자 전향이란 힘든 선택을 하였다.

그러나 타자로서의 제 2의 야구인생은 기대만큼 쉽지 않았다. 고교 시절의 강타자였을지언정 프로의 벽은 높았다. 입단 이후 몇 년 동안 하지 않았던 타격과 주루, 수비에 적응하는 것은 쉽지 않았다. 쟁쟁한 LG의 외야수들의 틈바구니에서 경쟁의 기회도 얻기 힘들었다. 남몰래 방망이를 휘두르며 힘들게 연습했지만 외야수로서의 성공할 수 있을 지 알 수 없었다.

2009년 주루 도중에 입은 왼쪽 무릎 부상은 그의 야구 인생의 또 다른 전환점이 되었다. 어느덧 펴지지도 않던 팔이 회복되어 외야에서 강한 송구를 할 수 있었고, 다시 그가 마운드에 서기를 바라는 사람들이 있었다. 그러나 2년 동안의 타자 전환 과정이 힘들었던 만큼 쉽게 포기할 수 없었다. 다시 시작하기에는 적지 않은 나이, 그는 고민 끝에 다시 투수의 길을 걷기로 결심하고 여름부터 조용히 변신을 준비했다. 그동안 쓰지 않았던 근육을 단련하고, 오랜 시간 던지지 않았던 변화구를 가다듬는 연습을 하였다.

2010년 4월, 김광삼은 거의 3년 만에 마운드에 올랐다. 유망주 투수가 어느덧 30대의 고참 선수가 되어 있었고, 신인 시절 뿌리던 강속구도 평범해졌다. 그러나 그는 포기하지 않았고 1656일만의 승리를 거두었다. 그의 표정에는 만감이 교차하고 있었다. 다시 마운드에 선 기쁨과 그토록 갈구하던 승리의 환희, 그동안 길고도 힘들었던 재활과 준비 과정, 함께 걱정하고 힘든 시간을 보내왔던 사람들에 대한 고마움. 그는 승리 소감으로 묵묵히 기다려왔던 가족과 격려와 응원을 아끼지 않았던 사람들에게 감사를 표했다. 시즌 내내 100이닝만 던지면 좋겠다던 그의 소박한 바람 이상으로 다른 투수들이 줄줄이 퇴출과 부진으로 전력에서 이탈할 때 김광삼은 봉중근과 함께 무너진 선발 로테이션을 끝까지 지켰다.

2011년의 시작은 불투명했다. 심수창에게 4선발 자리를 내주며 개막 2주가 지나서야 처음 마운드에 오를 수 있었다. 봉중근이 돌아오면 둘 중 하나는 자리를 내주어야 하는 치열한 경쟁이 시작되었다. 작년의 활약이 올해의 활약을 보장하는 것도 아니고, 언제라도 경쟁에서 지면 자리를 내줄 수밖에 없는 것이 냉혹한 프로의 세계다.

긴장과 부담 속에 첫 등판은 12년의 프로생활에서 한 번도 승리를 거두지 못한 롯데와의 경기였다. 타선이 초반에 점수를 냈지만, 2회에 무사 만루의 절체절명의 위기를 맞이했다. 그러나 침착하게 1실점으로 위기를 막아내며 승리 투수가 되었다. 어제는 시즌 첫 완봉승을 거둔 트레비스와의 팽팽한 투수전에서 이기며 2승째를 따냈다. 84개의 공으로 7회까지(6.2이닝) 공을 던질 정도로 완벽에 가까운 투구였다.

어딘가 쫓기는 듯 하던 작년과 달리 마운드에서 한층 여유있는 그의 모습에서 자신감이 엿보인다. 이제 그를 볼 때 안타까움보다는 든든함이 느껴지는 선수로서의 활약을 기대한다. 파란만장했던 그의 야구 인생에도 따뜻한 봄날이 찾아오기를 소리쳐 응원해본다.

"올해는 10승 투수 합시다!"




역투하는 김광삼

퍼스에 가다

2009. 10. 17. 23:00

학기 중에 있는 짧은 방학맞이로 잠시 서호주의 수도 퍼스에 다녀왔다. 4월 초에 잠깐 멜번에 다녀온 것을 빼면 집-학교-집을 반복하던 일상에서 벗어나 오래간만에 나들이를 가기로 한 것. 그나마 가까운 대도시라는 애들레이드에서도 비행기로 세 시간 가까이 걸리는 먼 곳이지만 호주에서도 외딴 곳에 위치한 서호주에 한 번 다녀오고 싶었던지라 Jetstar의 Friday Frenzy Sale에 왕복 119달러라는 특가에 구입한 항공권을 가지고 4박 5일의 퍼스 방문을 하게 되었다. 진정한 서호주를 경험하기 위해서는 더 많은 시간과 비용이 필요하지만 그런 것이 있을 리는 없고, 저렴하게 도시 구경이나 하기로 한다. 호주의 도시야 다 거기서 거기지만..


괜히 잠꾸러기가 아니라서 아침 일찍 일어나는 것은 언제나 고통스러운 일이다. 그래서 여행을 떠나는 날, 특히 아침 일찍 비행기를 타는 날에는 밤을 새우고 나가는 것이 어느덧 습관처럼 되어 있다. 비행기를 타고 내리는 순간부터 피로가 몰려오면서 고통스러운 첫 날을 보내게 되지만, 비행기를 놓치고 공항에서 발을 동동 구르는 것보다는 훨씬 낫기 때문에.


살고 있는 집에서 공항까지 바로 가는 버스가 없어서 도보로 35분 정도 거리에 있는 버스 정류장까지 뛰어가려고 했으나, 다행히 집주인 형님께서 이른 시각부터 버스 정류장까지 태워주신다고 하여 아침부터 허둥대는 일은 간신히 면하였다.


작지만 국제선과 국내선 모두 취항하는 애들레이드 공항이다. 공항이 크지 않아서 검색대가 체크인 카운터 옆에 있고 통과 거리가 길지 않아서 좋다. 국내선인만큼 절차는 그다지 까다롭지 아니한데, 가끔 한 번씩 잘못 걸리면 집중수색을 하기도 한다. 검색대는 쉽게 통과했지만 젯스타 요금 중 가장 싼 JetSaver Light는 10kg 미만의 기내용 짐만 반입을 허용하기 때문에 체크인을 할 때 들고 있는 가방의 무게를 재야만 했다. 평소에는 조그만 백팩을 매다가 이번에는 가난한 여행자에게 어울리지 않는 토트백을 들고 왔더니 무게를 재란다.


엄연히 학기 중에 있는 방학이기 때문에 숙제가 있어서 모든 것을 잊고 무작정 즐길 수만은 없다. 별로 반갑지 아니한 수학 숙제를 안고 가게 된다. 얼마 무겁지 아니한 바인더이지만, 어찌나 거추장스럽던지.. 기내에서 샌드위치라도 사먹을라 치면 돈이 꽤 들기에 하나에 99센트짜리 초코바를 두 개 사서 아침 대용으로 준비해왔다. 떠나는 순간보다 늘 더 즐거운 것이 떠나기 전 준비를 할 때다.


평소 단 음식을 즐기지 않는지라 달디 단 초코바가 도저히 넘어가지 않아서 커피 한 잔을 사서 마시게 된다. 지갑에 있던 동전을 탈탈 털어서 호주 및 뉴질랜드 지역의 트레이드 마크 커피인 플랫 화이트를 마신다.


공항의 상점들은 일찍부터 문을 열고 손님맞이에 분주하지만, 커피숍에만 사람이 조금 있고 모두 졸린 눈을 비비며 앉아 있다. 역시 쇼핑에는 큰 관심이 없는지라 편한 자리를 찾아 앉아서 탑승 시각을 기다리고 있었다.


이것이 타고 갈 비행기인가보다. 가장 싼 비행기를 찾아서 타다보니 대부분 젯스타를 타게 되어 나름대로 Jetstar Frequent Flyer가 되었는데, 가장 싼 좌석은 포인트 적립이 되지 않으므로 아무런 혜택이 없다. 젯스타의 많은 비행기가 에어버스의 A320이라는 것과 탑승시 안전사항에 대한 설명은 데모 키트만 주면 승무원처럼 할 수 있을 정도로 잘 알고 있다.


젯스타 기내의 분위기는 더할 나위 없이 익숙하다. 통로쪽 좌석에 앉았기 때문에 뚱뚱한 승무원이 지나다니며 치지 않기를 바라며 자리에 앉았다. 비행 중에 숙제라도 하려고 바인더를 꺼내어 안고 탔지만 졸려서 눈을 뜨기 힘든데 숙제는 무슨 숙제냐..


이렇게 인사불성으로 뻗지 않은 것만으로도 다행이다. 역시 아침 비행기라서 정신을 가누지 못하는 사람들이 상대적으로 많다. 창가쪽에 있는 남자친구로 보이는 녀석은 화장실을 들락거리며 어찌나 귀찮게 하던지..


공항에 도착 후 따로 체크인한 짐이 없기 때문에 선두 다툼을 하며 공항 밖으로 빠져 나왔다. 다행히 비행 중에 읽은 젯스타 잡지 중에서 퍼스 국내선 공항에서 시티까지 시내버스가 있다고 해서 버스를 찾아서 탔다. 짐이 많은 것도 아니고 어디로 갈 지 정하지도 않은 상황이라서 최대한 돈을 아낄 수 있는 시내버스를 타기로 한다. 요금은 $3.60으로 애들레이드에서는 한 번도 내보지 않은 거금. 재미있게도 호주에서 다른 주의 학생은 교통수단의 할인(Concession) 혜택에서 제외가 되기 때문에 가지고 있는 학생증은 SA에서만 유효하고, 다른 주에서는 일반 성인의 요금을 내야 한다. 멜번에서는 편도 16달러의 스카이버스를 타야 하는 것에 비하면 아주 저렴하지만 시내버스 한 번 타는 것이 4000원에 가깝다면 배가 좀 아프다.


한국에서 가끔 버스기사 폭행이 문제가 되기도 하는데, 여기서도 이런 일들이 벌어지는지 아예 쇠창살로 칸막이를 쳐놓아서 기사의 안전을 보장하고 있다. 다른 곳에서는 보지 못한 독특한 광경이다. 버스는 돌고 돌고 돌아서 시티를 향하여 가고, 고층 건물들이 보이면서 오가는 사람들이 많아 시티라고 생각되는 곳에서 내려서 사람들이 많이 향하는 쪽을 따라서 걸어가니 자동차가 다니지 않도록 지정된 상점 거리가 나온다. 길을 제대로 찾기는 찾은 듯.


여신의 모습을 하고서 노상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사람들은 지나가다가 이 광경을 보고 동전 하나씩을 던져주기도 하는데 이 때는 골드 코인, 즉 1달러나 2달러짜리 동전을 주는 것이 암묵적인 예의이다. 그러나 실버 코인을 준다 할 지라도 그것이 어디냐 싶다. 여태 먹고 살기 바빠서 동전을 준 적은 없으니..


외모에서 일본 사람 티가 확 나는 젊은 아가씨가 다가가 동전을 주고 같이 사진 촬영을 부탁한다. 대개 동전을 주지 않아도 사진 촬영을 거부하지 않지만 저것이 기본적인 예의인 것 같다.


아가씨와 같이 있던 친구가 사진을 찍는데, 이 모습을 지켜보면서 따라서 사진을 찍는 나는 무엇을 하고 있는거냐!! 나중에 금색 칠을 하고 황금박쥐 퍼포먼스나 한 번 해볼까 싶다.


Murray Street Mall에 있는 관광안내소에서 기본적인 정보를 얻고자 했으나, 4박 5일 동안 무엇을 할 것인지 아무런 계획이 없는지라 오히려 무슨 정보를 찾느냐는 질문을 받게 된다. 음.. 음.. 저기 그냥 사실 별 생각이 없어서 무엇을 할 지 모르겠다고, 하루 이틀 정도는 퍼스 구경을 하고 남는 시간에는 근교를 돌아보고 싶다니 퍼스 시티 도보 구경에 관한 자료를 몇 개 주고, 퍼스와 프리맨틀에 관한 자료를 챙겨서 준다. 잊지 않고 퍼스 시티 지도를 하나 챙기고 마지막으로 대중교통에 관해 물으니, 트랜스퍼스(TransPerth)에 가서 직접 물어보는 것이 좋을 거란다. 나름 흡족해서 나오기는 했으나 생각해보니 숙소에 관한 것을 물어보지 않았다. 그 새 사람들이 줄을 길게 서 있어서 또 기다리기는 귀찮고 돌아다니다가 보이는 백팩을 찾아가기로 했다.


 

배럭 스트리트를 따라 스완강쪽으로 내려가다보니 백팩이 보이지 않고, 반대쪽으로 가보니 한 두개 보였다. 노스브릿지쪽에 백팩이 몇 개 있다는 것 같지만, 걸어가기도 싫어서 웰링턴 스트리트에 있는 아무 곳에 들어가보기로 하는데 처음 간 곳은 첫 느낌이 좋지 않아 두 번째로 발견한 Globe Backpackers에 가서 체크인을 하고 짐을 던져놓고 나왔다.


짧지만 나름 뜻깊은 인연이 있는 스토리발전소의 김남경 소장님이 열심히 만드셨다는 퍼스의 한국어판 안내서가 있다고 해서 웰링턴 스트리트(Wellington Street)와 포레스트 플레이스(Forest Place)의 교차점에 있는 관광안내소를 찾아서 물어보았으나, 한국어로 된 것은 없고 영어로 된 것밖에 없단다. 아니 내가 아는 사람이 서호주관광청의 의뢰로 그 책을 만들었다는데 없냐고 다시 물으니 그런 것은 없단다. 아는 분이 만드셨다길래 그 작품을 보고 싶었던 것이지, 꼭 한글로 된 안내 책자가 필요했던 것은 아닌지라 "Experience Perth" 라는 영어로 된 공식 책자를 받아서 나왔다.


여러 가지 일일 투어 상품이 있지만, 아직 딱히 무엇을 해야할 지는 몰라서 망설이다가 나왔다. 차가 없고, 체류 기간이 길지 않다면 가장 시간을 알차게 보낼 수 있는 것이 일일 투어지만 이상하게도 구미에 맞는 것을 찾지 못했다. 퍼스에서도 2000km 이상 떨어진 브룸(Broome)에 가서 낙타를 타고 싶다는 생각만 하니 투어 상품이 눈에 들어오지 않을 수밖에..


일단은 여행지에 도착, 그리고 거처까지 마련을 했으니 어느 정도 긴장이 풀리고 슬슬 몸이 무거워지기 시작하지만 주어진 시간이 많지 않기에 시티를 조금 더 둘러보기로 했다. 해이 스트리트(Hay Street)에서는 패션쇼가 열리고 있었는데..


역시 백인 아가씨들은 길기도 하다. 그러나 호주에 오면 이런 아가씨들만 있다고 생각하면 크나큰 오산이다. 극히 일부분임을 명심해야 한다.


여기 사람들도 신기한지 꽤 많은 사람들이 모여서 구경을 하고 있었다. 날씨가 제법 쌀쌀했는데 저 모델들은 춥지 않았는지 모르겠다. 사람들의 시선 때문에 추위를 느낄 틈도 없었겠지만.. 이제 점심을 먹어야 하는데, 어디로 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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