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책에서 읽은 바에 따르면 예전에 호주에서 은행 계좌를 개설할 때 본인 확인하는 신분증 검사도 없어서 만화 주인공의 이름으로 개설이 가능했다고 한다. 그러나 몇 년 전부터 기준이 까다로워져서 엄격한 본인 확인을 거친 후에야 계좌 개설이 가능해졌다. 외국인의 경우 입국 후 6주 이내에는 여권 하나만 있어도 계좌 개설이 가능하지만, 6주 이후에는 다소 까다로운 조건이 붙게 된다. 어차피 호주에서 지내다보면 6주 이후가 되더라도 이 조건을 어렵지 않게 만족시킬 수 있지만, 처음에 한꺼번에 모아서 일을 처리하는 것이 번거롭지 않고 편하게 할 수 있다.


그렇다면 어느 은행에 계좌를 개설하는 것이 좋을까? 개인의 생활 패턴과 접근성 등을 고려하여 결정해야겠지만, 호주에 오래 있을 것이 아니고 특별히 많은 돈을 예치하여 수익을 내고자 하는 것이 아니라면 어디서든지 쉽게 지점이나 ATM을 찾을 수 있는 은행이 좋을 것이다. 그렇다면 은행의 규모가 클수록 유리하다고 할 수 있는데 한국에서도 자산규모로 4대 은행을 꼽듯이, 호주에도 자산규모 및 예금예치액으로 보아 4대 은행로 분류되는 은행들이 있다. 자산규모로 보면 아래 1위 Commonwealth부터 4위 ANZ와 나머지 은행간의 격차가 있어서 상위 4개 은행을 "Big 4" 라고 일컫는다. 5위 St. George가 3위 Westpac에 의해 인수되었으니 Westpac이 Commonwealth와 선두 경쟁을 벌이고 있는 셈이다.


 

The Top Ten Australian Banks by Assets

Rank Bank Assets (A$ Millions)
1 Commonwealth Bank of Australia 317,697
2 National Australia Bank Limited 247,782
3 Westpac Banking Corporation 247,386
4 Australia and New Zealand Banking Group Limited 230,031
5 St.George Bank Limited 84,610
6 Bank of Western Australia Ltd 57,065
7 Suncorp-Metway Limited 47,979
8 ING Bank (Australia) Limited 38,852
9 Bendigo and Adelaide Bank Limited 29,378
10 Bank of Queensland Limited 20,440

 

The Top Ten Australian Banks by Deposits

Rank Bank Deposits (A$ Millions)
1 Commonwealth Bank of Australia 271,292
2 Westpac Banking Corporation 210,051
3 National Australia Bank Limited 185,241
4 Australia and New Zealand Banking Group Limited 182,032
5 St.George Bank Limited 66,807
6 Bank of Western Australia Ltd 36,945
7 Suncorp-Metway Limited 30,476
8 Bendigo and Adelaide Bank Limited 30,205
9 ING Bank (Australia) Limited 28,700
10 Bank of Queensland Limited 21,762

(자료 : APRA)


예금 순으로 보면 Westpac과 NAB가 순위를 서로 달리하고 있다. Commonwealth가 호주 전국적으로 488개, Westpac이 456개의 지점을 가지고 있는데, 강세를 보이는 지역이 있어서 Commonwealth는 NSW에만 210개의 지점을, Westpac은 NSW에는 29개에 불과하지만, VIC에 223개, WA에 112개, SA 62개의 지점이 있어 각각 137, 69, 15개인 Commonwealth의 수를 압도한다.


그러나 지점의 수로 보면 전국적으로 자그마치 800개가 넘는 지점을 보유한 ANZ를 능가하지 못한다. ANZ는 비록 규모면에서 Big 4 중에 가장 작음에도 가장 많은 지점을 개설하여 소규모 일반 고객 대상의 영업을 강화하고 있다. 대도시 중심부에 대부분의 은행이 하나에서 두 개 정도의 지점이 있지만 ANZ는 길 하나 건너면 다른 지점이 보일 정도로 여러 개의 지점이 있다. 덕분에 많은 유학생 및 워킹홀리데이메이커들이 ANZ에서 계좌를 개설하고, ANZ에서도 번역된 안내서를 제공할 만큼 외국인 고객 유치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호주에서 은행 계좌를 개설하면 이자는 커녕 매달 약 $4~5씩 계좌관리비를 지출하게 된다. 각 은행마다 이 수수료를 낮춘 옵션을 제공하지만, ATM인출 횟수의 제한이나 창구 이용시 수수료 추가 부과 등의 불리한 점이 있다. 다행인 점은 유학생의 경우 이런 수수료를 내지 않아도 되는 Student Account의 개설이 가능하다는 점인데, 학생이 등록한 코스의 기간 동안 계좌 관리비 면제 혜택을 받을 수 있다. 큰 금액이 아닌 것 같아도 1년이면 최대 $60(한화 약 6만 1천원)에 해당하는 금액을 절감할 수 있다.


은행에 계좌를 개설하면 통장을 만들어주는 경우는 거의 없고, 한국의 자유저축예금과 같은 Saving Account와 연동되어 사용할 수 있는 카드를 만들어준다. 이 카드로 ATM 및 창구에서 예금 입출금 및 송금을 할 수 있고, EFTPOS에 가맹된 상점에서 물건 구매시 결제를 할 수 있다. EFTPOS 결제는 한국의 직불카드 개념이지만 대다수의 상점이 이 시스템에 가입되어 있어서 큰 어려움 없이 사용이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다.

 

ANZ의 Access Card

 

앞서 언급한대로 도착 6주 이내라면 여권만으로 신분 확인을 할 수 있으므로 여권을 들고 들어가서 계좌를 개설하러 왔다고 말하면 된다. 그러면 잠시 기다리라고 하거나 누군가 나타나 자기를 따라오라고 할 것이다. 여권을 보여주면 계좌의 종류를 알려주고 어떤 것을 선택할 것인지 물어볼 것이다. 자신의 사용습관과 거주지 위치 등을 고려하여 수수료가 높은 대신 사용이 자유로운 계좌 혹은 수수료는 낮지만 사용 횟수가 제한되는 계좌를 알아서 잘 선택하면 된다. 대개 이름에 Smart나 Select, Low 이런 단어가 들어가는 계좌 종류가 수수료가 저렴한 계좌다. 그 다음에 보안코드(Security Code)와 핀번호(PIN Number)를 설정하게 되는데 이 핀번호가 계좌 출금시 이용하게 될 비밀번호이고, 보안코드는 핀번호 분실시 본인임을 확인할 수 있는 수단이다. 한국과는 달리 카드를 그 자리에서 만들어주지 않고 약 1주일 정도 후에 거주지 주소로 우편을 통해 보내준다. 대신 받아줄 사람의 주소라도 알고 있다면 다행이지만, 이동을 생각하고 있어서 주소가 마땅치 않다면 우체국으로 보내달라고 하고 나중에 우체국으로 여권을 들고 우편물을 찾으러 가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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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의 8대 명문 대학

2009. 8. 22. 02:05


세계 대학 순위를 보면 한국의 치열한 입시 경쟁률과는 달리 명문대학들이라 불리는 학교의 순위가 그다지 높지 않아 실망스러운 것에 반해 다수 호주 대학들은 상위권에 올라 있고, 범위를 아시아-태평양지역으로 좁히면 더욱 돋보인다.

그럼에도 호주 대학이 한국에서 저평가를 받는 이유는 유학이라고 하면 "미국" 을 가장 먼저 떠올리는 사회적 인식이 가장 큰 이유겠지만 입학 시험이 없는 호주 대학의 여유 있는 입학 기준 때문일 것이다. 외국 학생의 경우 SAT같은 시험 없이 공인 영어 성적과 고등학교 성적만으로 입학이 가능한데, 수업량이 적지 않은 한국 교육 시스템에서 고등학교 때 개판만 치지 않고 영어공부를 조금만 하면 입학에는 큰 어려움은 없다. 이런 이유에서 한국에서 대학 입시 실패 후 호주 대학으로 도피성 유학을 한 사람들도 많았고, 입학 시험 결과에 따라 순위 매겨서 학교 및 학생을 평가하는 한국적 관점에서는 호주 대학이 탐탁히 보이지 않았을 것이다. 덕분에 세계 랭킹이 더 높은 학교라고 할 지라도 호주 대학에 대해서는 인색한 평가를 내리게 되지 않았나 싶다.

그렇다면 호주 대학들은 왜 입학 기준을 강화하여 물관리를 하지 않는 것일까? 학비 혜택이 주어지는 내국인(혹은 HECS가 적용되는 자격을 갖춘) 학생들의 경우 학비가 유학생에 비해 저렴한 것은 물론 일정 수입이 생기기 전까지 상환하지 않고 오히려 생활비를 받을 수 있도록 학비보조제도가 잘 되어 있다. 호주 대학은 대부분 공립인데 내국인 학생들만을 대상으로 학교를 운영하는 것은 정부의 재정 부담이 커지게 되므로 유학생을 많이 유치하여 대학 재정을 건전하게 유지하려는 의도가 깔려 있다.

유학생들은 영주권 취득 후 이민을 위한 단계로 대학 진학을 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는 최근 급속히 늘어나고 있는 중국 출신 유학생들에게서 두드러진다. 그리고 호주와 지리적, 경제적으로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는 동남아시아 국가와 인도 출신 학생들이 호주 유학생의 큰 몫을 차지하고 있고, 홍콩과 싱가폴에서도 자국 내에서 명문대 입시에 실패한 학생들이 차선책으로 호주 대학을 선택하는 경우도 늘어나고 있다. 홍콩과 싱가폴은 호주와 지리적으로 가깝고 관계가 밀접한데다 국제적으로 개방된 도시국가답게 영어의 사용이 많아 호주에서 공부를 마친 후 돌아가면 취업하기에 나쁘지 않다고 한다.

호주 대학들이 높은 평가를 받는 것은 영국식 학제를 따르는 영어권 국가의 프리미엄, 대학 홍보력 등의 이유도 있지만 기본적으로 우수한 연구 성과를 내고 있는 것을 부인할 수 없다. 호주의 명문 대학이라고 하면 "Group of Eight" 이라 불리는 8개 대학의 연합체 소속 대학들을 꼽는데, 이 대학들이 주장하는 바는 자기 대학은 "연구중심대학" 이라는 것이다. 대학은 학자들이 연구에 매진할 수 있도록 많은 배려를 해주니 보다 나은 연구 환경을 찾는 학자들을 유치할 수 있어 좋은 성과가 나오고, 이는 곧 호주 대학들이 경쟁력을 유지하게 할 수 있는 원천이 된다고 한다.

 

 

이 8개 대학은 서울에 명문대학이 몰려 있는 한국과는 달리 지역별로 잘 배분되어 있는 것이 하나의 특징이라고 할 수 있다. 각 주의 주도를 중심으로 균형적으로 발전이 이루어지다보니 거주하는 주에서 대학을 마치고 일자리를 찾아 생활하는 것이 흔하고 각 주의 주도에 자리한 대학들은 균형적으로 발전할 수 있었다. 지역에 맞추어 특성화하였고 산학 협조가 긴밀하게 이루어져 있는 것도 호주 대학의 특성이며, 여전히 학생들도 가능하면 멀리 떠나지 않고 가까운 대학 진학을 선호하고 있다.


Time QS 세계 대학 순위

UNIVERSITY

2008

(2007)

ANU

16

(16)

Uni of Sydney

37

(31)

Uni of Melbourne

38

(27)

UQ

43

(33)

UNSW

45

(44)

Monash U

47

(43)

UWA

83

(64)

Uni of Adelaide

106

(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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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인성과 심수창의 언쟁. 그리고 내분설. LG는 야구를 못하는 것 뿐 아니라 아름답지 못한 뉴스의 주인공이 되고 있다. LG가 시즌 초반의 상승세를 이어가지 못하고 하위권으로 추락하면서 팬들의 실망은 커져만 가고, 그 가운데서 김재박 감독과 주전 포수 조인성이 패배의 원흉으로 몰리고 있는 것 같다. 보는 사람마다 다른 관점이 있기 때문에 무엇이 맞다고 단정지어 말할 수는 없지만, 조인성 문제는 한 번 짚고 넘어갈 부분인 듯하다.


아마 최고의 포수였던 조인성은 1998년 연세대 졸업과 동시에 LG 유니폼을 입는다. 당시 OB와 주사위로 드래프트 1순위를 나누어먹던 LG는 어쩌다 한 번 진 덕분에 강타자 김동주를 놓치고, 조인성을 영입하게 된다. 이 때 프로야구에서 FA제도가 시작이 되었는데, 향후 10년은 안방을 책임질 것으로 믿어 의심치 않았던 조인성이 들어오자 당시 주전 포수 김동수를 애써 붙잡지 않고 삼성으로 내어주고 오히려 삼성에서 보호 명단에서 제외되었던 김상엽을 데리고 온다. 조인성은 "앉아쏴" 라는 별명처럼 강한 어깨를 앞세운 도루 저지 능력으로 어필하였고, 그 외에는 무언가 특출난 기록은 없음에도 팀의 프랜차이즈 스타로 자리하게 된다.


2001년 말부터 LG 감독을 맡은 김성근 감독은 조인성의 투수 리드에 문제가 있다며, 그를 벤치에 앉혀 두고 쌍방울에서 데리고 온 장재중을 기용하는 일도 많았다. 장재중을 보고 투수와 경기 리드를 보고 배우라는 것이었고, 어느 기간 이후에는 그를 다시 기용하기 시작했다. 김성근 감독이 LG에서 쫓겨 떠난 이후 조인성은 다시 주전 포수 자리를 되찾게 되지만, 그 이후부터는 팀의 성적은 하위권에서 헤매게 되었다. 그리고 팀의 부진한 기간 동안 주전 포수였다는 이유로 조인성이 다시 책임의 논란이 되고 있다.


그러나 그 기간 중에 LG의 투수력이 어떠했는가를 살펴보는 것이 좋겠다. 이진영의 보상 선수로 SK로 가서 2군에 있는 이승호가 한 해 에이스 역할을 했고, 다음 해에는 최원호가 잠시 12승으로 팀의 에이스였다. 2006년 감독 경질 사건이 있었던 해, 유일하게 10승을 거둔 투수가 어제 그 문제의 주인공 심수창이었다. 그러나 그의 방어율을 보면 에이스라고 하기에는 어울리지 않았다. 2007년 FA로 영입한 박명환이, 작년에는 봉중근, 옥스프링. 그리고 올해는 옥스프링도 사라지고 봉중근 하나 믿고 시즌을 버티고 있다. 기껏해야 1년에 한 명 10승 투수가 나올 정도로 빈약한 투수력이다. 그렇다고 중간계투와 마무리가 튼실한 것도 아니다. 94년 우승 당시 맹활약했던 민원기, 차동철, 강봉수의 중간계투진이 그리워질 정도로 2000년대 들어서는 선발보다 더 허약한 불펜 덕분에 이기던 경기조차 막판에 내어주는 일이 잦아졌다.


조인성 이전 LG의 포수 김동수는 본인의 능력도 뛰어났지만, LG의 좋은 투수들과 함께 시간을 보냈기에 더 빛이 날 수 있었다. 김용수, 정삼흠, 김태원, 이상훈 등의 투수와 호흡을 맞추었고, 당시 LG의 투수 운용은 다른 팀들이 배워서 선발-중간계투-마무리 시스템을 구축할 정도로 선진화되어 있었고, 불펜 역시 상당히 우수한 편이었다. 현재 한국프로야구 최고의 포수는 박경완이라고 하지만, LG가 좋은 성적을 내고 반대로 박경완이 몸담고 있던 쌍방울의 성적이 하위권일 때는 김동수와 박경완을 라이벌이라고 하면서도 김동수를 조금 높게 보는 것이 일반적이었던 것 같다. 그러나 김동수가 삼성 이적 후 최악의 시간을 보내는 동안, 박경완은 투수왕국 현대를 거쳐 SK로 오면서 우수한 투수들과 호흡을 맞추게 되고 절대적인 명성을 얻게 되지 않았나 조심스레 생각을 해본다.


좋은 포수의 유무가 투수들의 능력 향상에 영향을 미치는 점은 부인할 수 없지만, 그보다 투수들의 능력이 얼마나 뛰어나느냐가 결정적인 부분이라고 본다. 포수가 아무리 리드를 잘 하고, 타자가 미처 예상하지 못했던 곳으로 공을 달라고 한들 투수가 그 곳에 던지지 못하면 무슨 소용이 있을까. 덕아웃에 노트북이 들어와 있고, 각 팀의 전력분석원들이 상세한 보고서를 작성하는 요즘 타자들에 대한 데이터 분석을 하지 않고 나오는 포수가 어디 있으며, 데이터를 나몰라라 하고 자신의 감만 믿고 경기하지도 않을 것이다. 물론 순간순간 자신의 노하우와 분석으로 결정구를 구사하도록 하여 효과를 보기도 하지만, 그것도 투수가 따라와주어야 가능한 일이다.


근본적인 원인을 찾아보자면 현재 팀의 주축 혹은 베테랑 급이 되어 있어야 하는 90년대 후반부터 2000년대 초중반에 입단한 투수 치고 제대로 성장을 한 선수들이 없다. 아마시절 국가대표 에이스였던 경헌호는 타구에 안면을 맞은 이후부터 구위가 뚝 떨어져 프로 입단 이후 중간계투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고, 가능성 많았던 고졸 신인 김민기는 2000년대 중반 잠시 중간에서 활약했다가 지금은 1군 엔트리에 올라오기도 힘들고, 그나마 성공했던 케이스였던 이동현은 부상으로 수 년간 재활 끝에 복귀했지만 빠른 공은 사라져 버렸다. 먹튀의 원조 이정길부터 데뷔 시즌 제구가 되지 않는 빠른 공을 던지던 김상태, 배영수와 우열을 가리기 힘들었으나 프로 입단 후에는 완전히 극과 극이 되어버려 방출당한 장준관이라든지, 투수에서 성공하지 못하고 타자로 전향한 김광삼까지 2000년대에는 아예 투수를 길러내지 못했다. 정확히 말하자면 90년대 후반부터라고 해도 될 것이다.


현재 투수코치인 김용수의 은퇴 이후 LG는 마운드에서 에이스라고 불릴만한 선수가 있지도 않았고, 다른 팀에 가면 기껏해야 선발 로테이션에 드는 선수들이 한 해씩 돌아가면서 에이스 역할을 했을 뿐이다. 거기에 물량공세로도 해결이 되지 않는 구멍난 불펜진과 노벨문학상에 도전하는 마무리 투수들. 이런 투수들을 가지고 경기를 하는데 아무리 포수가 뛰어나서 리드를 잘 한다고 해도 경기를 이길 수 있었을까? 더군다나 올해 이전 LG의 공격력은 극악에 가깝던 수준이 아니었던가.


그런데 오늘 LG가 이겼으니 기사에 조바깥이 없어서, 김태군이가 마스크를 쓰니 팀이 이긴다는 댓글이 줄을 이을 것 같다. 아마 오늘 투수가 존슨이 아니라 심수창이나 정재복이었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LG를 응원하면서도 조인성과 4년 34억의 계약에 대해서는 "글쎄?" 라는 말이 먼저 나오고 그가 과대평가된 부분이 있음은 인정, 아니 그렇다고 생각한다. 더군다나 올해 조인성은 팔꿈치 부상 덕분에 그의 장기인 "송구 능력"을 잃어버렸다. 개인적인 느낌인지는 몰라도 패스트볼이나 원바운드공에 대한 블로킹 실패도 잦고 몸놀림이 조금씩 둔화되고 있는 것 같다. 그러나 어제까지 그를 주전으로 고집했던 것은 그것도 4강에 목을 매야 하는 김재박 감독을 비롯한 코치진들이 그랬던 것은 일반인들이 아닌 야구를 직업으로 해왔던 이른바 "전문가" 라는 사람들이 보기에 최선의 방법이었기 때문이었을 것이라고 본다.


간혹 김정민이 마스크를 쓸 때와 조인성이 마스크를 쓸 때의 기록을 토대로 조인성을 더 바보를 만들기도 하는데, 사실 이 기록 중의 가장 큰 맹점은 에이스 봉중근이 김정민과 함께 등판을 했다는 것이다. 김정민의 투수 리드가 조인성보다는 다소 낫다고 생각하지만, 그것이 결정적인 차이를 만든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김정민이 있을 때 8연승을 하였지만, 올시즌 붕괴의 시발점이었던 SK와 잠실 3연전부터 KIA와의 광주 원정에서 부상으로 그라운드를 떠날 때까지도 김정민이 포수 마스크를 쓰고 출전을 했다. 특히 김정민이 쓰러진 날은 봉중근조차 대량실점으로 무너진 날이었는데, 김정민 대신 조인성이 주전으로 나오기 때문에 팀이 무너졌다고 주장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그러나 조인성 역시 상당 부분 잘못한 점이 있음은 부인할 수 없다. 팀의 주장이자 베테랑으로서 후배 투수를 다독이고 경기를 이끌어가지 못한 점, 특히 대량 실점을 한 상황에서 손목이 아픈지 시간을 끌면서 공을 던지는 투수에게 경기가 끝나고 나서 이야기를 해도 될 부분을 교체 시점에 해야만 했을까 싶다. 본의와는 달리 그렇게 나타나는지 몰라도 투수들이 간혹 어이없는 공을 던질 때 황당한 듯 투수를 노려보는 것은 경기를 보다보면 "저건 아니다" 는 말이 절로 나온다. 계속 끄집어내자면 공격에서도 시도 때도 없는 풀스윙으로 득점 기회를 날리는 것을 보는 것도 전혀 달갑지 않다. 오죽하면 팬들이 "희생삼진" 이라는 용어를 만들어냈을까 싶기도 하다.


어느 팬은 조인성의 차 유리창을 부수고 가기도 했다는데, 지는 것이 누구보다 기분 나쁜 선수가 자꾸 패배의 원흉으로 몰리고 게시판에서 논란이 되는 것을 보고 마음이 편할 리는 없을 것이다. 오죽하면 프로 11년차 베테랑 포수에게 벤치에서 사인을 내어줄 정도였겠나 싶다. 팬이면 응원 뿐 아니라 비판도 삼가지 않아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비판이 도를 넘어 비난이 되어서는 안 되지 않겠나 생각을 해본다. 조인성 선수도 이번을 계기로 심기일전하고, 본인의 아쉬운 점도 고쳐 돌아오기를 바란다.

 

몇 달 전에 네이버 뉴스에서 제니퍼 애니스턴이 GQ 표지 누드 사진을 찍었다는 것을 보았는데

우연히 모 해외 사이트(주소도 잘 모르겠음)에서 여러 사진을 찾았다. 역시 정보가 느린..

좋아하는 배우는 아니고 그냥 자주 보다보니 친숙해진 배우 정도 같은 느낌.

이 아줌마가 옷을 벗어서 살색이 많이 나오지만 법에 저촉될 음란물은 아닌 것 같고

저작권법에 위배되려나..


GQ 왈, 제니퍼 애니스턴이 갈수록 뜨거워지고 있단다.

 

앗! 뜨겁다

이 사진은 젠이 아닌 것 같다. 그래도 옆에 누워있는 남자들 부러운데.. ㅎㅎ

이 사진도 젠이라고 해서 그런가보다 했다.

이건 조금 자연스럽고..



 


좀 파격인 것 같기도 하고 아니면 말고..

브래드 피트는 졸리와 잘 살고 있는지 모르겠다.

미스 앤 미세스 스미스를 보고 나니 뭐 그럴 수도 있겠더라는 생각도 들기는 하더라.

덕분에 젠양도 젊은 남자들 만나며 인생을 즐기고 있다니 부럽다고 해야겠지. 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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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한국 프로야구에서 김성근 감독과 SK만큼이나 논쟁의 대상이 되는 사람이나 팀은 없을 것이다. 골수 LG팬의 입장에서 6년 전에 김성근 감독이 해임되지 않고 LG에 계속 있었더라면 두 번이나 꼴지를 하면서 엘롯기 동맹에 합류하고, 5년만의 8연승 한 번 했다고 주목받는 일은 없었을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지금 그는 내가 응원하는 팀을 며칠 전에 때려부순 적장일 뿐이다.


나는 김성근 감독의 경기스타일을 좋아하지는 않는다는 것을 먼저 밝혀두고 싶다. 이미 떠나간 선수이지만 김재현이 플래툰 시스템에 갇혀 있고, 타자 라인업이 매일 바뀔 정도에 투수들은 벌떼로 등판을 한다. (최근에는 팀 사정상 벌떼 마운드가 어렵다지만) 선수가 사람이 아닌 기계의 부속품처럼 생각한다는 말도 일정 부분 일리가 있다. 그런데 만약 내가 응원하는 팀이 저렇게라도 야구를 해서 이기면 몇 가지 아쉬운 점은 있더라도 기분이 좋더라는 것이다. 투수들이 좌르르 등판하여 꾸역꾸역 경기를 이기고 나면 몇 시간이 걸리더라도 승리의 기쁨을 안고 집으로 돌아오더라는 것이다.


김재박 감독이 LG로 오기로 결정이 되었을 때, 번트야구에 대해서 많은 팬들이 우려를 했다. LG의 신바람 야구하고 김재박 감독의 번트 야구와는 맞지가 않는다고.. 그런데 하도 팀이 바닥을 기고 있어서였을까, 이대형이 기습번트로 출루하고 도루한 다음 2번 타자가 번트로 3루 보내고, 3번 타자가 스퀴즈로 불러들여 점수를 내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매경기를 이렇게 하면 또 불만의 소리가 나오겠지만, 내가 응원하는 팀이 이기는 것을 보고 싶었다. 타선이 강공으로 점수를 낼 능력이 안 된다면 번트를 대서라도 점수를 내서 이겼으면 하는 바램이었다. 다른 팀의 팬이 볼 때는 얄밉고 짜증나는 경기일지라도, 프로 구단은 응원하는 팬들에게 승리하는 경기를 보여주어야 한다. 홈런 6개를 치면서 22대 17로 이기나, 투수 돌려막기와 스퀴즈로 1대 0으로 이기나 승리하는 것은 똑같다. 진정 자신이 좋아하는 팀을 응원하는 팬들이라면 규칙 안에서 경기를 하여 이긴다면 그보다 더 좋은 일은 없다.


김재박 감독이 LG로 와서는 예전만큼 번트를 많이 대는 것 같지 않아 보인다. 당연히 LG의 투수진들이 점수를 지켜낼 수 없으니 경기가 팽팽해서 선취점을 내야 할 때나 하위타선인 경우를 제외하고는 타자들에게 맡기는 것 같다. 작년까지만 해도 김재박 감독에 경질을 요구하는 사람들이 많았는데, 요즘에는 그 수가 확 줄어들었다. 최근 KIA의 조범현 감독 경질론도 조금은 수그러들었다고 하고, 반대로 로이스터 감독에 대한 불만의 소리는 조금 더 많아졌다니 역시 프로는 성적으로 모든 것을 말하는가 싶다.


그나저나 김성근 감독의 경기 스타일 중 잦은 투수교체는 이미 한국 야구의 트렌드가 되었다. 덕분에 우리 경기 시간은 다른 나라보다 훨씬 길고 조금 지루한 면이 있기도 하다. 그런데 이는 열심히 하고 있는 선수들에게 미안하지만 과거처럼 강력한 투수가 없기 때문이라는 생각이 든다. 선동열, 최동원 시절에 이 선수들은 하루 쉬고 나와서도 혼자서 몇 이닝을 무식하리만큼 공을 뿌려주었으나 요즘에는 이런 투수를 찾기가 힘들다. 선발 투수의 완투가 사라져 가고 있고, 중간에서도 2이닝 이상 길게 가 줄 수 있는 투수를 찾기도 힘들다. 사상 최악의 타격전이었던 15일 목동 경기만 보아도 어떻게 한 타자 막기가 힘드니 이런 투수들에게 몇 이닝을 맡기고 한 두번의 투수 교체로 경기를 마무리하는 것은 애시당초 어려운 일이다.


만약에 한 팀의 선발 투수진이 선동열-최동원-이상훈-정민태-봉중근(LG팬이라 취향이 반영되었음)으로 구성되어 있다면 어느 감독도 이런 벌떼 야구를 하지는 않을 것이다. 여기에 전천후로 뛸만한 송유석 같은 투수에 마무리 김용수가 있으면 1군 엔트리에 투수를 7명만 올려도 될 것이다. 교체는 기껏해야 한두 번이고, 때로는 선발 투수가 경기를 마무리지어 줄 터이니.. 그러나 우리 야구가 발전하면서 타자들의 힘이 부쩍 늘었고, 예전처럼 타자를 압도할 만한 투수는 찾아보기 힘들게 되었다. 그러니 어쩌랴 어떻게든 9이닝을 최소실점으로 막아야 하니, 이런 저런 투수를 다 불러모아 어떻게든 막아보겠다는 것이다. 기계 부속품처럼 짜맞추는 느낌이 들지만, 이는 선수들에게는 오히려 행복한 일이다. 이런 방식의 투수 교체가 없다면 정말 미안하지만 지금 LG에서 좌완 스페셜리스트로 나오는 류택현 선수는 유니폼을 벗고 다른 일을 찾아야 할 것이다. 선수마다 능력이 다르고 자신의 장기를 발휘할 수 있는 환경이 다르니 여기에 맞추어 선수에게 능력에 맡는 임무를 부여하는 것이다.


신기한 것은 이미 팀을 떠난 선수들이 그에게 싫은 소리를 하는 것을 본 적이 없다는 것이다. 한국의 정서에 그런 말을 대놓고 할 수 없는 것은 사실이지만, 싫은 소리를 하지 않는 것만이 아니라 좋은 말만 하고 있더라는 것이다. 그와 단 1년을 같이 했던 양준혁 선수가 "야구에 혼을 심는 것을 배웠다" 고 하는 것이나, 역시 얼마 함께 하지 않았고, 야구계를 떠나버린 이상훈이 스승의 날에 화분을 선물할 정도라는 것은 TV를 통해서, 혹은 관중석에 앉아서 경기만을 보는 사람들은 모르는 무엇인가가 있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김성근 감독이 한국 야구계를 주름잡는 실력자이기 때문에 은퇴 후에 덕을 보겠다고 아부하는 것은 당연히 아니요, 오히려 그 반대일지언대 그렇게 감사의 표시를 하는 것을 보면 "이 사람(주 : 나이 어린 사람이 반말을 해서 죄송하지만, 여기서는 존대를 하지 않겠다)이 무언가 특별한 것이 있구나" 고 생각을 하게 된다. 승부욕 덕분에 매너 없는 경기를 한다고 하는데(주 : 이 부분은 내가 전 경기를 본 것도 아니고, 김성근 감독이 승부욕이 강한 것은 여기저기서 드러나니 어느 정도는 사실일 수도 있다고 하겠다), 일정 부분은 왜곡 전달된 것도 없지 않아 있는 듯하다. 특히 김성근 감독이 데드볼 이후 사과했다고 2군으로 내려보냈다는 것은 사실이 아님이 드러났지만, 언제나 "왜곡된 진실" 은 나중에 바로잡는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정근우, 윤길현, 채병용, 그리고 박재홍은 SK와 김성근 감독을 욕할 때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인물들이다. 이들의 행동이 잘 한 것이라거나 감독과 선수 관계가 "사제 관계" 로 얽힌 한국 야구에서 김성근 감독이 선수들을 제대로 통제하지 못한 책임에서 자유롭다고 말할 수 없다. 다만 그 대상이 SK이고, 김성근 감독이기 때문에 과장, 과대 포장이 되는 면은 없지 않아 보인다. 타 구단에는 별의별 사회적 범죄를 저지르는 선수들이 있지만, 이 선수들의 감독들은 선수 통제를 못했다고 김성근 감독처럼 비난받지는 않는다. 선수 개개인에게 그 비난이 집중될 뿐이고, 가끔 구단을 싸잡아 욕을 하지 로이스터 감독이나 김경문 감독이 선수가 경기장 바깥에서 일으킨 사건 때문에 크게 욕을 먹는 것 같지는 않다. 채병용이 조성환을 맞춘 것이 고의인지 아닌지는 모르겠으나 (그 상황에 빈볼을 던질 필요가 있었나 싶지만 판단을 유보해두고), 이 사건에서 문제가 되는 것은 박재홍의 행위이지만 그 비난은 해당 선수들을 넘어 감독과 구단으로 향했다. 문제의 사구 역시도 SK가 아닌 다른 팀에서 맞추었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LG의 박경수는 두산 김선우에게 머리를 맞은 이후 손목에 또 공을 맞아 결국 2군으로 내려갔다. 그러나 두산을 질책하는 목소리는 찾기 힘들다. LG 유니폼을 새로 입은 이진영에 대한 자료를 찾다보니 SK시절 KIA 이범석의 공에 늑골을 맞아 시즌 아웃된 적이 있었고, 이범석은 작년에는 김태완의 얼굴에 공을 던진 적이 있지만 그에 대한 비난의 강도는 크지 않았다.


SK가 너무 잘 나가기 때문에, 그것도 김성근 감독이 부임하고 2년 연속 통합 우승에 올해도 선두를 달리는 것에서 공공의 적이 되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 이에 대해 과거 해태가 전성기를 달릴 때 지금의 SK처럼 공공의 적이었는지, SK가 더러운 경기를 하기 때문에 비난을 받는 것이 아니냐는 질문이 나오겠지만, 이에 대해서는 그럴 수도 있지만 아닐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불행히도 해태가 V9를 하던 시절에는 전 경기를 방송으로 중계하지도 않았을 뿐 아니라 모든 비난과 논쟁의 중심인 인터넷이라는 것이 있지도 않았다. 지금에야 모두가 실시간으로 경기를 볼 수 있고, 그에 대한 글을 바로 올리며 자유롭게 의사소통이 가능하고 중의가 형성이 되지만 당시에는 경기를 보고 같이 어울려 경기를 본 사람들과 술 한 잔 하는 것이 야구 관람 이후의 커뮤니케이션의 전부였다. 다음 날 신문에 경기 결과가 나와도 독자들이 접할 수 있는 것은 신문 기사일 뿐, 확대 재생산하는 댓글과 팬 커뮤니티의 글은 존재하지도 않았던 것이다. 따라서 해태가 공공의 적일지라도 그에 대한 의사 표현은 경기장에 모인 관중들과 가끔 중계되는 경기를 보는 야구팬들의 개인적인 의견에 불과했다. 지금처럼 팬 게시판에 글을 올리고 수백 명, 수천 명이 클릭하여 읽고 나서 동조하는 것은 아니었던 것이다.


마지막으로 김성근 감독의 WBC 감독 제의 고사 부분은 그를 향한 비난 여론에 더욱 불을 지폈다. 그러나 내가 들었던 생각은 김성근 감독이 단기전인 WBC의 특성상 거절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애초부터 KBO와는 사이가 좋지 않은 것은 너무도 당연한 사실이고, 김성근 감독의 야구가 상대를 철저히 분석하고 데이터를 바탕으로 한 것이기 때문에 자신이 적합하지 않다고 생각했을 수도 있을 것 같다. 찻집에서 30분도 안 되어 끝났다는 무성의한 감독 제안 등 KBO가 김성근 감독을 원하지 않았다는 것도 감독직을 거부하는 하나의 이유일 수도 있겠다. 그러나 김성근 감독이 그 파장을 예상하지 못했을 것이라고는 생각지 않는다. 가뜩이나 자신을 비난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또 하나의 빌미를 제공한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을 것이다. 그렇다고 여기서 그를 옹호하지는 않겠다. 상황이 어찌되었든 책임을 회피한 것은 사실이고, 이에 관해서 논쟁하고 싶지도 않으니..


글을 시작했으니 마무리를 지어야 하는데, 주저리주저리 늘어놓고 정리하려니 쉽지가 않다. SK가 싫고 김성근이 싫다는 것은 개인의 취향이요, 이는 자유로운 의사로 존중받아야 한다. 그리고 SK의 선수들이 잘못한 것은 사실이요, 개중에는 비판받을 것도 있다. 다만 SK니까, 김성근이니까 편견을 가지고 다른 잣대로 그들을 평가하지 말자는 것이다. 김성근 감독이 바른 말을 하면, "김성근이 싫다. 하지만 김성근의 저 말은 이치에 맞다" 고 하면 되는 것이다. "너나 잘하세요" 라는 식으로 잘못을 들추고 흠집을 내고자 한다면 완전 무결한 사람이나 뭐라고 말을 할 수 있겠다. 털어서 먼지 안 나고, 모든 것이 완벽한 사람은 어디에 있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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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의 이진영, 이병규는?

2009. 5. 17. 00:42



이진영이 올시즌 핀스트라이프를 입으며 LG에 합류한 이후, 그가 타석에 들어설 때마다 관중석에서는 "LG의 이진영" 이라는 응원가가 흘러나온다. 지난 2년간 어느 선수도 그 노래를 들을 수 없었던, 상징적인 "LG의 아무개" 노래가 새로 입단한 선수에게 주어진 것이다. 이진영이 국민우익수라 불릴 정도의 좋은 선수이고 그의 합류가 정말 반갑지만, 이제 갓 입단한 선수에게 그 노래를 부르는 것을 듣다보면 좀 복잡한 기분이 든다. 그 노래의 원주인이었던 이병규는 누가 뭐래도 입단 이후 10년 동안 LG의 간판이었고 가장 사랑을 받는 선수 중의 하나였다. 2006 시즌을 마치고 나고야행 비행기를 탔지만, 계속 그의 복귀설이 흘러나올 정도로 여전히 많은 팬들이 그를 기다리고 있다. 덕분에 그가 없는 동안에도 팬들은 그의 응원가를 다른 선수를 향해 부르지 않았고, 심지어 LG의 프랜차이즈 선수인 조인성, 박용택 등도 "LG의 아무개" 로 칭해지지는 않았다.




이진영은 프랜차이즈 선수도 갖지 못한 "LG의 이진영" 칭호를 얻었다. ⓒ 연합뉴스




이병규는 일본 투수들의 변화구에 약점을 드러내며 자신의 장점인 공을 맞추는 능력을 살리지 못했다. 지난 두 시즌 동안 3할은 커녕 2할 7푼에도 미치지 못하는 타율. 간간히 한 방을 날려서 생명연장을 하더니 올 시즌에는 개막부터 2군에서 시작하며 아직 1군 경기에 출전을 못하고 있다. 지난 시즌을 마치고 한국 복귀는 없다고 선언한 이병규였지만, 올해 계약이 만료되면 현재까지의 그의 성적과 그리고 적지 않은 그의 나이로 보건대 그가 현 소속팀인 주니치와 계약을 연장하거나, 다른 팀으로 이적할 가능성은 아주 낮아보인다. 큰 것 한 방을 날릴 수 있는 장거리 타자가 아닌 그가 정확한 타격을 못하는 상황에서 용병 쿼터를 소진해가며 계약할 필요를 느낄 것 같지는 않고, 더구나 그는 이승엽처럼 방송사에서 막대한 중계권료를 가져다주는 선수도 아니다.




일본에서 활약 중인 이병규 ⓒ 일간스포츠



비록 그의 일본 진출이 실패한 것으로 보이지만, 국내 투수들이 변화구 구사와 제구력에서 일본 선수들에게 아직 미치지 못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한국에서는 여전히 3할에 근접한 타율을 기록할 수 있을 것이다. 그가 복귀한다면 아무래도 친정팀이었던 LG일 가능성이 크다. 작년까지만 해도 김재박 감독은 이병규가 복귀했으면 좋겠다는 의사를 공개적으로 피력한 바 있지만, 올 시즌 이진영을 FA로 영입하면서 그의 필요성이 급감해버렸기 때문. 그러나 여전히 주전 경쟁이 잘 이루어지지 않는 LG의 팀사정과 그를 기억하는 많은 팬들(그는 94년 신인 3인방 이후 잘 나가던 90년대를 추억할 수 있는 마지막 남은 선수다)은 그의 복귀에 대한 기대를 하게 한다. 박용택-이병규-이진영으로 외야 라인을 구축하고 이대형, 안치용이 이들과 경쟁한다면 상당한 시너지 효과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병규의 나이가 적지 않다는 점이 걸리지만, 그보다 나이가 많은 전준호, 이종범도 충분히 좋은 활약을 하고 있다.


외야가 아니라면 이병규가 맡을 수 있는 포지션은 1루수와 지명타자가 있는데, 올해 서로 수비와 지명타자를 번갈아가며 맡고 최고의 활약을 펼치고 있는 페타지니-최동수 콤비에게 미안하지만 역시 또 하나의 경쟁자가 출현하면서 긍정적인 효과를 불러올 것이다. 안타깝게도 현재로서는 이 둘을 대신할 수 있는 선수가 없다는 점 역시 팀으로서는 염려가 되는 부분이고, 노장 세 명이 돌아가면서 나오는 것은 나쁘지 않아 보인다.




여전히 LG의 이병규를 기억하는 사람들은 많다. ⓒ OSEN



달라진 프런트와 최근의 프랜차이즈 스타 우대 정책은 이병규가 국내 복귀시 LG가 그를 반길 것으로 믿지만, 지난 2007년 초의 동계 전지 훈련 참가 거부로 빚어진 갈등이나, 그의 등번호 9번을 올해 입단한 오지환에게 배정한 것 등은 조금 염려되는 부분이다. 국내 구단들은 출신 선수가 해외 진출시 선수의 등번호를 돌아올 때까지 다른 선수들에게 배정하지 않고 남겨두지만(이상훈의 주니치, 보스턴 시절에도 47번은 그의 몫으로 남아 있었다), 그가 내년 복귀가 충분히 예상되는 상황에서 다른 선수에게 번호를 배정한 것은 예사롭지는 않아 보인다.


그러나 다른 7개 구단이 이병규가 여전히 수준급의 기량을 가지고 있더라도 선뜻 영입 의사를 밝히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LG의 이병규였던 그의 고착화된 이미지는 그의 영입을 주저하게 만들 것이다. 따라서 공은 이병규의 복귀 의지와 LG 구단에 달려 있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그렇지만 이는 이병규라는 한 선수에게 최악의 상황이 닥친 것을 가정한 것이고, 내년에 복귀하지 않더라도 올해 일본에서 성공하는 모습을 보여주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연패 팀끼리의 단두대 매치는 궂은 날씨 속에 의외의 승부가 펼쳐졌다. 양 팀의 선발 투수들이 강하지 않아서 타격전이 벌어질 것은 충분히 예상 가능했지만, 둘이 합쳐 39점이나 뽑아내는 서커스야구까지는 아무도 생각하지 못했을 것이다. 히어로즈는 분위기 쇄신을 위해 2군으로 내려가 있던 이숭용, 송지만, 김동수 등이 한꺼번에 복귀하면서 좋은 활약을 보여주었지만 충분히 잘 하고도 투수진의 부진으로 7연패에 빠지고 말았다. LG는 25안타를 몰아치며 SK를 제치고 시즌 팀타율 1위(.287)로 올라섰으나, 팀방어율은 6위(5.10)로 추락하고 말았다.

이 날 나온 기록을 살펴보면

한 경기 최다안타 40개(LG 25개, 히어로즈 15개)
한 경기 최다득점 39점(LG 22점, 히어로즈 17점)
한 경기 최다루타 84루타(LG 47개, 히어로즈 37개)
역대 11번째 팀 싸이클링 홈런 LG(1점 박용택, 이진영, 2점 박용택, 권용관, 3점 이진영, 4점 페타지니)
LG트윈스 최다실점 승리, 히어로즈 최다득점 패배
LG트윈스 최다이닝 득점 타이기록 8이닝

이 밖에도 연타석 홈런(박용택, 이진영), 백투백 홈런(페타지니, 이진영), 한 경기 2홈런 선수 4명 (박용택, 이진영, 송지만, 황재균)이 나올 정도로 무시무시한 타격전이 펼쳐졌다.

<발단>

1회초에 박용택의 선두타자 홈런을 비롯 2점을 선취한 LG는 1회말 수비에서 브룸바를 거르고 송지만과 승부를 택했다가 초구에 역전 쓰리런 홈런을 맞고 말았다. 그러나 2회초 박용택의 연타석 투런 홈런으로 다시 역전을 했고, 3회초에도 1점을 추가하여 5대 3을 만들었다.


<전개>

선발 정재복은 1회 3실점 이후 2회는 삼자범퇴로 막으며 안정되는 모습이어서 초반 분위기는 LG의 우세로 가는 것으로 보였다. 그러나 모 야구인의 명언이자 절대적 진리인 "야구 몰라요" 가 여기서부터 등장하게 된다. 히어로즈는 3회말 공격에서 선두 타자 황재균이 솔로 홈런을 치며 한 점차로 추격을 했고, 이택근의 안타 이후 브룸바의 타구를 LG 2루수 박용근이 실책을 저질러 병살 위기에서 벗어나 무사 1,3루의 찬스를 맞이하면서 정재복을 압박했다. 이미 1군 복귀 축포를 쏘아 올렸던 송지만은 좌중간을 가르는 2루타로 다시 타점을 올리며 정재복을 아예 끌어내렸다. 이어 등장한 이재영은 이숭용, 김동수에게 연속으로 2루타를 맞고 3점만(?)을 더 내주고 3회말을 마쳤다.


<위기>

4회초 히어로즈는 리드를 지키기 위해 선발 김수경을 내리고 강윤구를 마운드에 올렸다. 강윤구는 선두 타자 권용관에게 안타를 허용했지만 이대형을 병살타로 잡아내며 쉽게 이닝을 마무리했고, 이제 경기에서 중요한 대목 중의 하나인 4회말 히어로즈의 공격이 돌아왔다. 3회말 이재영에게 2루타 두 방으로 경고 사격을 했던 히어로즈 타선은 브룸바의 적시타, 송지만의 쓰리런 홈런으로 두들기더니 김동수가 솔로 홈런으로 완전히 보내버렸다. 점수는 13대 5. 아무리 히어로즈의 투수진이 약하다고 해도, 그리고 LG가 8점은 한 회에 우습게(?) 뽑아낼 수 있는 점수라고 해도 지난 이틀 동안 물에 젖은 방망이를 휘두르던 팀이 경기를 뒤집을 수 있을 것 같지는 않았다.


<절정>

4회말 2사 이후 마운드를 이어받은 김광수는 전날 홈런으로 무너졌던 SK전과는 달리 히어로즈 타자들을 완벽히 제압하며 6회말까지 무실점으로 막았다. 그 사이 LG는 5회초 최동수와 권용관의 안타로 3점을 추격하며 13대 8로 따라붙더니, 6회초에는 이진영의 쓰리런 홈런을 포함 4점을 내며 한 점차로 추격하였다. 그러나 여기까지는 이 역전대하드라마의 서막에 불과했다. 마침내 7회초 박용택, 이대형, 정성훈이 하나씩 차곡차곡 루를 채운 LG는 마법의 지니 페타지니가 역전 만루포를 쏘아 올리며 경기를 뒤집어버렸다. 이어 이진영이 쐐기를 박는 백투백이자 연타석 솔로 홈런을 쳐내며 반전드라마 연출에 성공했다. 여기서 끝났더라면 8점차를 극복한 대역전극에 불과했겠지만 히어로즈의 반격은 거셌다. 7회말에 황재균이 정찬헌을 상대로 3점 홈런을 치며 다시 한 점차 추격에 나선 것이다.



 


투수진 궤멸의 경기에서 그나마 살아남은 투수였던 김광수 ⓒ 마이데일리



<결말>

8회초 LG는 김태완과 페타지니의 안타로 2점을 추가하며 리드를 3점차로 벌렸고, 8회말 수비를 정찬헌이 삼진 두 개 포함 삼자범퇴로 막으며 깔끔히 끝냈다. 9회초 권용관의 투런 홈런을 포함 3점을 내면서 승리를 굳혔다. 9회말에 등판한 우규민은 투아웃까지 잘 잡고 갑자기 난조를 보이며 1실점, 그리고 만루 위기를 맞았으나 브룸바를 유격수 직선타로 막고 힘들게 팀 승리를 지켰다.


이렇게 타선이 폭발하는데 어느 타격 코치가 흐뭇하지 않을 수 있을까 싶지만 한 주에 내어 줄 점수를 한 경기에 모조리 내주고 만 투수들을 보는 투수 코치의 심정은 답답하다는 말로 표현할 수 없어 보인다. 3과 1/3이닝을 1실점으로 막고 승리투수가 된 김광수가 경기에서 가장 뛰어난 활약을 보인 투수라는 것은 양 팀의 투수진이 얼마나 허약한지를 보여주는 대목이다. 히어로즈가 7연패에 빠지며 계속 부진한 것도 허약한 투수진 덕분이고, 한동안 안정세를 보이던 LG의 마운드도 SK를 만나 불이 나고 난 뒤에는 방화신기가 부활하는 듯한 조짐이다.





다카하시 미치다케 투수코치. 최악의 마운드를 이 정도로 만든 것도 다행이지만 아직 과제가 많다.



선발로 롤러코스터 피칭을 하는 정재복은 현재 팀의 2선발의 중임을 맡고 있지만, 박명환과 새 용병 바우어가 성공적으로 선발진에 합류한다면 중간 계투로의 보직 변경을 고려해야 할 것 같다. 김재박 감독은 최원호와 이범준을 불펜으로 돌리겠다고 했지만, 구위가 아닌 기교로 승부하는 최원호는 중간 보직이 어울리지 않고, 현재까지 정재복보다 5이닝을 막기에는 더 나을 것으로 보인다. 무엇보다 시급한 것은 우규민을 대신할 마무리 투수를 찾아내는 것이지만, 이미 시즌이 시작한 상태이고 시장에 나올 만한 쓸만한 투수가 없기에 별다른 방책이 있을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페타지니는 이 날 홈런 1개 포함 3안타 5타점을 추가하며, 타점 2위로 뛰어올랐고, 타율 1위, 홈런 2위를 질주 중이다. 일본야구를 흔들었던 괴물 타자가 한국에서 트리플 크라운을 달성할 수 있을 지 기대된다. 현재 장타율과 출루율에서도 독보적인 1위를 질주중인 페타지니는 여전히 볼넷이 삼진보다 많고, 주력이 거의 상실되었음에도 불구하고 병살타를 1개밖에 치지 않았을 정도로 엄청난 활약을 보여주고 있다. 다른 타자들이 그를 보면서 배우는 긍정적이 효과도 많다고 하니 작년 불화운을 방출하면서 퇴물을 영입하는 것이 아닌가 싶던 LG의 도박은 현재까지는 대성공이다.




LG의 올시즌 상승세의 주역 페~ 페~ 페타지니 오오오~ ⓒ 마이데일리


LG는 연패를 끊고 승리를 챙겼지만 다음 주에 광주에서 만나야 할 4위 KIA가 3연승의 상승세를 타고 맹추격 중에 있는 것이 큰 부담이 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마운드의 열세는 김재박 감독과 다카하시 코치를 비롯한 코칭스태프들의 큰 고민거리임에 틀림없다. 그나마 위안인 점은 3연전 첫 경기에 봉중근이 등판한다는 점이지만, KIA에서도 가장 좋은 페이스를 보이고 있는 양현종이 등판하는 것이 반가운 일은 아니다. 양현종은 아직 언론과 팬의 주목을 받고 있지 못할 뿐, 류현진, 김광현보다도 더 뛰어난 투구를 하고 있다.


오늘 경기는 LG는 봉중근 다음가는 필승카드인 심수창이 선발 등판하며, 히어로즈는 첫 승에 도전하는 좌완 에이스 장원삼이 나온다. 장원삼이 좌타자가 많이 포진한 LG를 맞아 부진을 떨치고 첫 승을 거둘 수 있을지, 아니면 심수창이 4승째를 수확할 수 있을 지는 쉽게 예측하기 어렵다. 대개 대량득점 경기 후에 타선이 급침묵을 지키는 경우가 많고, 두 팀의 불펜진이 뻥 뚫려 있어서 선발 투수가 리드한 상태에서 내려오더라도 승리를 지킬 수 있을 지가 의심스럽다. 



두산은 소리없이 7연승을 달리며, KIA에 패한 선두 SK 추격에 시동을 걸었다. 반면 두산에 패한 삼성은 4연패, 최근 7경기에서 1승 6패의 부진을 보이며, 4위에서 밀려난 데 이어 6위 롯데에 추격을 허용하고 있다. 롯데는 신나는 4연승으로 엘롯기 팀이 모두 승리를 합창했다. 깊은 부진에 빠진 한화와 히어로즈의 분발이 필요하다.


 



LG 김재박 감독의 명언, "내려갈 팀은 내려간다" 는 말이 맞다면 올해 이 말에 해당하는 팀이 LG는 아닐까 우려가 된다. 어제 경기는 지난 두 경기와는 다르게 1회 실점 이후 바로 역전에 성공하며 앞서 나갔으나, 계투진의 부진으로 역전패하며 4연패에 빠졌다.

 


불행히도 지금 상위권에서 내려갈 팀이라면 김재박 감독의 LG가 가장 가능성이 높다. ⓒ 엑스포츠뉴스



선발 등판한 최원호는 박정권에게 홈런을 맞은 이후로  큰 위기를 맞지도 않았고 경기를 잘 이끌어 갔으나, 정성훈의 실책성 플레이 이후 박재상에게 2점 홈런을 맞고 말았다. 한 점 차로 추격당한 상황에서 간신히 5회를 마쳐 승리투수 요건을 갖추고 마운드를 내려왔으나 계투진의 부진은 그의 승리를 날려버렸다. 양 팀 선발 투수에 대해 투구시 이중동작에 대한 논란이 잠시 있었으나 양 팀 팬들에게 짜증을 불러왔을 뿐 경기에는 큰 지장을 주지 않았다. SK 선발 송은범은 1,2회 4실점으로 불안했으나 3회부터 완벽에 가까운 투구를 하며 생애 첫 완투승을 올렸다.



SK와의 이번 3연전은 1승도 건지지 못한 것도 문제지만, 여전히 불안 요소가 많이 있음을 보여주어 과연 LG가 4강 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있을지 깊은 우려를 자아내었다. 이진영, 정성훈의 영입 이후 야수들의 주전 경쟁이 심화되었다고 하지만, 실제로 여기에 영향을 받은 사람은 벤치로 밀려난 안치용 뿐이다. 내야 3루수는 정성훈의 영입 이후 김상현과 박기남을 기아로 트레이드하여 사실상 그의 경쟁자는 없다고 보아도 무방하다. 유격수 권용관은 건강하다면 그의 타격과 수비와 상관없이 붙박이 주전이 확실하고, 박경수가 손등 부상으로 1군에서 말소가 되었지만 회복 후 큰 경쟁 없이 2루수로 복귀할 것은 쉽게 예측이 가능하다. 2군에서 펄펄 날며 기대를 모으던 박병호와 이병규는 1군에서는 자리를 잡지 못하고 있고, 한동안 노장 최동수의 자리를 위협하지는 못한다.



SK와 두산에는 있지만 LG에는 없는 것은 내부 경쟁으로 인한 전력 상승과 주전 선수의 부진시 대체 선수의 활약 여부, 즉 선수층의 차이다. LG는 여전히 주전 선수와 백업 선수의 격차가 커서 잘 나갈 때는 문제가 없겠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에는 상당한 위험성을 가지고 있다. 경기마다 처음 출전 명단에 넣은 9명의 야수들이 경기를 이기도록 해야 한다는 것인데, 이들이 매일 최고의 컨디션을 유지할 수 없는 것은 너무도 당연한 사실이다. 소위 말하는 1.5군급의 선수들의 활약으로 경기를 이기는 다른 팀들과 비교했을 때 LG의 벤치 멤버들의 활약은 초라할 뿐이다. 주전 선수들의 컨디션이 좋지 않을 때 대신 들어와서 깜짝 활약을 펼쳐줄 선수도 없고, 감독이 경기에서 중요한 순간마다 작전을 낼 만한 선수도 없으니 상대방이 분석하기도 대비하기도 참 좋은 상대가 아닐 수 없다.



플래툰 시스템의 탓이겠지만 여전히 한 방이 있는 김재현이 대타로 나올 정도로 선수층이 두터운 SK나, 어린 선수를 계속 발굴해내며 선수층을 넓혀가는 두산이 올해 포함 3년째 1,2위를 다투는 것이 시험에서 잘 찍어서 좋은 성적 나오는 것처럼 운빨이 좋아서가 아니다. 그동안 시간을 가지고 전체적인 전력을 키워왔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다. 반면 LG는 타선에서는 이대형 이후 주전 자리를 위협하는 어린 선수조차 등장하지 않고 있으며, 유망주라는 선수들은 2군의 본즈와 로드리게스만 되고 있다. 김재박 감독의 계약 만료, 그리고 구단과 팬들의 염원에 올해는 어떻게든 4강 이상에 포커스를 맞추겠지만, 선수들의 능력을 끌어올려 선수층으을 넙혀야 할 것이다.



이번 3연전에서 리그 팀타율 1위 SK를 만나면서 중간 계투진의 부실도 확연히 드러났는데, 동점 내지 1~2점차의 긴장된 상황에서 리드를 이끌어 갈 확실한 불펜 투수가 없는 점은 상당히 걱정되는 부분이다. 타격이 폭발하여 대량득점하여 이기는 경기가 자주 있는 것도 아니고, 순위 다툼을 하다보면 근소한 점수차의 승부가 많이 이어질 수 밖에 없는데 이 상황을 지켜줄 투수가 없다는 것은 상대적으로 강한 불펜을 가진 두산, 삼성 등 순위 경쟁 후보 팀들과 대결시 불리하게 작용할 것이다. 그리고 중간에서 리드를 유지하더라도 경기를 마무리지을 확실한 투수가 없다는 것은 시급하지만 쉽게 답을 찾아낼 수 없는 과제다.



연패 중인 히어로즈와의 데스 매치에 나서는 정재복의 어깨가 무겁다. 역시 연패 탈출을 노리는 그의 상대는 현대 시절의 에이스 김수경이다. 두 선수 모두 반드시 이겨야 한다는 부담이 있어 투구에 방해가 되지 않을 지 다소 염려된다. 경기에 져서 연패를 이어가는 팀이 받게 될 데미지는 매우 클 것으로 보인다.

 

 

3연패 후 6연승으로 분위기 완전 탈바꿈한 두산과 3연패를 당하며 5위로 밀린 삼성의 대결. 연패는 탈출했지만 여전히 걱정이 많은 한화, 롯데의 경기. 스승의 날 맞이로 사제 격돌을 벌이는 SK와 KIA의 경기 모두 흥미진진하다. 4위로 올라온 KIA가 3일전 LG가 그랬던 것처럼 최강 SK를 놓고 시험에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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