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JAPAN/2016.08 아프니까 청춘이냐


그래도 이와미자와역은 학생들이 많아서 그런지 활기가 있다. 일본의 학교는 대개 7월 20일 무렵부터 8월 말 정도까지 여름방학이기에 아마도 막 개학을 했거나 며칠 지나지 않은 시점이었을 것 같다.


하교 시간인지 학생들이 많다. 여고가 많은 것인지 여학생들이 다수다.

이와미자와시는 과거 석탄 수송의 중심지로 개발된 도시였으나 석탄산업이 사양길로 들어서면서 이 도시는 농업과 공업이 주요 산업이 되었다. 홋카이도의 다른 도시 역시 그러하듯이 2000년대 이후 인구는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다. 2006년에 근교 마을인 요네자와와 키타무라를 편입하였음에도 2015년 인구는 지속적으로 감소하여 8만 5천명이 채 되지 않는다고. 여행지로서의 홋카이도와 주거와 생활의 터전으로서의 홋카이도는 다른 것이니.. 가뜩이나 긴 겨울 동안 매일 눈을 쓸어내고 지붕 위에 쌓인 눈을 털어내야 하고, 겨울이 길어서 난방 비용도 많이 들고, 대중교통의 접근성은 아주 나쁘고 불편하며, 온라인에서 상품을 구매해도 택배비는 더 비싼 것 등 안 좋은 것을 나열하려면 길어질 것 같다.

홋카이도의 인구는 해마다 늘어나는 관광객 수와는 달리 1995년 이후부터 계속 줄어들고 있는데, 도내 인구는 삿포로시와 삿포로 근교에 집중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삿포로는 취직이나 진학 등으로 인한 유입인구가 많은 편이라고 하지만, 자연감소인구 역시 많고, 결혼률 및 출생률이 다른 대도시에 비해서 상당히 낮은 수준이라고 한다. 즉, 도내의 인구는 도시인 삿포로에 몰려들어 다른 지역의 인구 유출이 심화되고 있으며, 유일의 대도시인 삿포로 역시 사회적인 증가가 있을 뿐, 자연적으로는 감소하고 있다는 것. 2015년 기준 인구는 1975년의 인구와 거의 비슷한 수준. 그래서 홋카이도에서는 삿포로시의 출생률을 높이기 위하여 필요한 방안을 열심히 찾고 있다고 한다. 한국 역시 고령화와 출생률 감소로 인한 문제를 겪고 있으니 이런 사례들을 보면서 대비를 해야할텐데, 아니 했어야 했는데 조금 늦은 것이 아닌가 싶은 생각도 든다.


열차를 병결하는 것을 자주 볼 수 있는데, 이는 시간대와 노선에 따라 유동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것이다. 출퇴근 시간대나 통학 시간대에는 열차를 병결하여 객차를 늘리고, 승차 인원이 적은 시간대에는 1~2량으로 편성하여 비용을 줄이고 있다. 그렇다고 해서 적자를 면하는 것은 아니지만..


이와미자와 역 주변에도 높은 건물은 없는 것 같다.


수퍼 카무이를 타고 싶다. 그러나 돈이 없다..

카무이를 탈 것이었다면 굳이 이렇게 열차 갈아탄다고 계단을 오르지도 않았겠지..


3번선의 아사히카와행 보통열차를 타러 간다.


그래도 이 열차를 타면 한 번에 가는게 어디냐 싶다.


이 열차가 아사히카와까지 타고 갈 열차님 되시겠다. 아직 시간은 많이 남아 있어서 '이거 못 타면 아사히카와에 못 가요' 라는 상황은 아니지만, 땡볕에 짐 끌고 다니며 언덕 오르고, 열차 타고 가다가 환승한다고 계속 짐 끌고 돌아다니니 체력이 빠르게 고갈되고 있고, 가자마자 할 일도 있고 해서..


출입문이 열리면 일단 자리를 차지하기 위해 사람들이 눈에 불을 켜는 것은 어느 나라나 같은 모양이다. 종착역까지 먼 거리를 가야하므로 앉아서 가야할 것 같아서 사람들이 많은 곳을 피해 열차 뒤로 갔다. 작년 여름에는 이와미자와에서 아사히카와까지 가는 보통열차가 16시 38분 출발이었는데, 시각표가 개정되어 지금은 15시 38분, 17시 3분에 아사히카와행 열차가 있다. 이보다 늦은 시간에 출발한다면 20시 30분에 출발하는 타키카와행 열차를 타고, 타키카와에서 아사히카와행 열차로 환승해야 한다. 돈이 많거나 JR패스 또는 홋카이도레일패스가 있으면 특급열차를 타는 것이 정신적, 육체적 건강에 좋고..


적당한 자리를 찾아서 앉았다. 2명이 나란히 앉는 좌석이지만 옆에 앉는 사람이 없어서 편하게 갈 수 있을 것 같다.


히다카본선 무카와-사마니 구간의 운휴로 인한 대체수송 안내가 붙어 있다.


열차 출발 시각까지는 시간이 조금 남아 있어서 잠시 플랫폼으로 나왔다.


멀리서 보았던 말 동상이 인상적이어서 가까이서 보기 위해서..


농사짓는 말인가보다..


이와미자와역은 삿포로 이남의 무로란 방면으로 가는 무로란본선 열차의 시발역이자 하코다테본선과 무로란본선의 환승역이기도 하다. 겉모습은 히다카본선의 열차이지만 실제로는 무로란본선 구간을 운행하는 열차. 히다카본선이 무카와~사마니 구간의 해일 피해로 인한 운행중단으로 인해 남는 열차를 여기저기 땜빵 형식으로 때려넣고 있는 모양. JR홋카이도는 마음 같아서는 이 돈이 안 되는 노선을 폐선하고 싶겠지만, 연선 지자체에서 선로 존속 및 복구를 원하고 있다고. 지금은 운행중단 구간에 대행버스로 수송을 하고 있다. 삿포로에서 아사히카와까지의 하코다테본선은 수십 차례 오갔던 것 같은데, 늘 특급열차를 이용했지 이런 열차는 거들떠보지도 않았기에 상당히 낯선 경험을 하고 있다. 

 

무로란본선 열차를 타는 승강장

열차가 떠나간 뒤는 한산하다. 대도시의 지하철 승강장과는 다르게 인구가 적고, 보통열차의 운행 빈도 역시 적어서 시간에 맞춰 오지 않으면 안 되는 곳이다. 이런 모습을 보면 수요가 공급을 만드는 것인지, 공급이 수요를 만들어내는 것인지 궁금할 때가 있다. 열차가 자주 다니면 그 지역으로 접근성이 좋아져 사람들이 자주 찾아 상권이 발달하고, 이것이 도시의 발전으로 이어질 수도 있지만, 현실적으로 만성 적자의 철도회사가 할 수 있는 일은 아니다.  


그냥 가기도 심심하니 창밖 구경을 하다가 잠시 철덕 흉내를 내면서 역 사진이나 찍어보기로 한다. 

이 곳은 미네노부역. 무인역으로 보이고, 그 이상의 정보는 아는 것이 없다.

 

미네노부역 명판


비바이역

비바이역 전에 코슈나이역이 있었는데 딴짓하다가 사진을 안 찍었다.

역 근처에 작은 쇼핑센터 같은 상점들이 있는 모양이다.


챠시나이역

역 주변에 아무것도 없을 것 같은 느낌이 든다.


나이에역

그럭저럭 크다고 할 수 있는 도시에서 멀어질수록 역과 역 사이의 간격이 길어진다.


토요누마역

역시 별로 특별한 것은 없을 것 같다.


그리고 타키카와역

타키카와역은 네무로본선의 시작이 되는 역이기도 하다. 여름철에 삿포로에서 출발하는 특급열차 라벤더 익스프레스호가 타키카와를 거쳐 네무로본선을 거쳐 후라노에 간다. 삿포로에서 후라노에 가려면 타키카와를 거쳐 네무로본선을 이용하거나, 아사히카와를 거쳐 후라노선으로 환승하는 방법이 있는데 특급열차를 탈 수 있는 패스가 있다면 아사히카와까지 특급열차를 타고 가서 후라노선으로 환승하는 것이 낫다. 여름 라벤더 시즌에는 '후라노 라벤더 익스프레스' 라는 특급열차를 운행하는데, 이 열차가 가는 경로가 타키카와까지 하코다테본선, 타키카와부터 네무로본선을 지나간다. 후라노 라벤더 익스프레스는 하코다테본선을 달릴 때는 제법 속력을 내지만, 네무로본선은 규격이 낮아서 속도가 느린 탓에 환승이 없다고 해도 생각보다 소요시간이 꽤 걸린다.

네무로본선이 나온 김에 덧붙이면, 이 역에서 홋카이도 동쪽의 쿠시로역까지 무려 8시간 27분이나 걸리는 보통열차 2427D가 있는데 현재 네무로본선에 불통구간이 생긴 탓에 이 열차는 운행하지 않고 있다. 이 구간은 복구하지 않을 것 같은 느낌이 든다.


특급열차가 정차하는 타키카와역

특급열차를 타고 와서 보통열차로 환승하는 사람들이 있으니 먼저 온 보통열차는 환승객을 기다렸다가 태우고 가고, 특급열차는 먼저 가버린다. 늘 특급열차만 타다가 이런 느린 열차를 타면서 추월을 당하니 약이 오른다.


역을 그렇게 깔끔하게 관리하지는 않는 것 같다.


해가 지기 전에 마지막 불꽃을 태우고 있다..

아사히카와에 도착할 즈음에는 어둠이 깔릴 것 같다.


에베오츠역

큰 도시에 있는 역들은 역간 거리가 짧지만, 이런 동네는 7~8km 정도 되어서 걸어서 다니기는 어려운 거리다.


후카가와역

특급열차의 수퍼 카무이의 마지막 정차역이면서 ~카와(가와)역의 마지막이다. 이 역에서 특급열차가 보통열차보다 먼저 출발하는 관계로 타고 있는 보통열차는 5분 정도 정차를 한다. 후카가와역은 하코다테본선과 루모이본선의 환승역. 루모이본선은 아직 타 본 적이 없다.


수퍼 카무이가 들어오고 있다. 

이럴 것을 충분히 예상하고 왔기에 그냥 무심하게 넘기려고 애를 쓴다. 저 열차를 타려면 금전적인 출혈이 생기므로 조금 더 참는 것이 모두를 위해서 좋다. 금전적인 출혈이 생기면 스트레스를 받아서 스트레스를 푼다고 먹을 것을 사먹을 것이고, 그러다 보면 돈을 또 쓰게 되는 일이 벌어질 수 있다.

 

마음 같아서는 뛰쳐내려서 저 열차에 올라타고 싶지만, 지쳐서 움직이는 것 자체가 귀찮아졌다. 당장 일어나기도 싫고, 선반 위에 올려 둔 짐을 내리기도 싫고 그냥 타고 있는 열차가 아사히카와에 빨리 도착하기만 바라고 있다. 호텔에 가자마자 바로 씻고 싶다.


이 열차는 루모이본선을 운행하는 열차였던 것 같다.


오사무나이역

어두워지니 사진의 질이 확 떨어진다..


이노역

어두워져서 그런지 폐역 같은 느낌이 든다.

다음 역인 치카부미는 어두워서 넘어가고..


드디어 동물들이 반겨주는 아사히카와 도착!

 

회송열차가 있는데..


루모이본선용 열차인가보다.

루모이는 안 가봐서 잘 모른다..


몇 발짝 더 걷기 싫어서 뒤에서 명판 사진을 찍었다.



호텔로 직행한다.

예전에 가본 적이 있는 곳이라 헤매지 않고 바로 갔다.


참치(마구로) 사시미


카이센(해물) 샐러드

야채를 일부러 먹기 위해서..


홋카이도 한정 삿포로 클래식 맥주

여섯 캔이면 충분할 것 같다.


하코다테 산마이(函館三昧)라는 도시락


한 개로는 부족해서 하나 더..


타코타키코미고항(たこ炊込みご飯)

문어가 들어있는 도시락.


배불러서 잤다...



이제 다시 삿포로에 돌아가서 아사히카와로 가는 여정을 시작할 차례. 아사히카와에서는 이틀을 묵을 예정인데 마음 같아서는 세키호쿠본선을 타고 아바시리까지 갔다가 센모본선으로 쿠시로에 가서 네무로본선으로 후라노에 돌아오고 싶지만, 그렇게 여유를 부릴 만큼 시간이 있는 것이 아니어서 아바시리와 쿠시로는 잘라내고 그냥 되는대로 다녀오려는 계획. 아침에 늦잠을 잘 수도 있고, 그냥 쉬고 싶을 수도 있으니.. 가장 중요한 것은 홋카이도에서의 6일간의 여정을 마치고 혼슈로 가서 최종 목적지인 토쿄에 가는 것이라..


가기에 앞서 거리 사진을 하나 찍고..


미나미오타루역까지 가는 길은 표지판이 있어서 별로 헤매지 않고 그냥 표지판을 따라서 갔다. 오타루라고 하면 떠오르는 운하, 그리고 유리공방 등은 없고 이 동네에 사는 사람들의 현실적인 생활과 밀접한 상점들이 들어서 있다. 초행길이라 혹시라도 길을 잃을 수도 있어서 표지판이나 눈에 띄는 건물의 사진을 찍어두는데, 어떤 아주머니가 말을 걸어왔다.

"너 어디서 왔니?"

"아.. 한국에서 왔는데요."

"그런데 무슨 사진 찍는거야?" 

"미나미오타루역에 가는데 중간에 길을 잃을까 싶어서 사진을 찍었어요."

"그런데 여기에는 왜 왔는데?"

"스시거리에서 스시를 먹으려고 왔는데요."

"여기에 처음 오는 사람, 외국인들에게 바가지씌우는 가게들이 있으니까 조심해야 돼."

"아.. 그런가요. 저는 이미 먹고 왔는데.."

그 다음에는 네 이름이 뭐냐, 자기는 한국에 친구들이 많이 있다면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가 헤어졌다. 그런데 이 아주머니는 자신의 이름은 알려주지 않았다.

보통의 여행자로 보이는 사람과는 달리 보였을 수도 있고, 평소에 도를 아냐고 물어보는 사람들이나 교회다니라는 사람들이 유달리 많이 붙는 걸로 봐서는 뭔가 다른 사람들과는 다른 기운이 뿜어져 나오는지도 모르겠다. 가끔은 조금 인상이 강했으면 하는 생각이 들 정도.


젠장.. 오르막이다.


이 길을 백팩을 메고 캐리어를 끌고 올라왔다.
그런데 오르막이 아직 끝난 것이 아니다.


계속되는 오르막에 땀이 막 흐르는데, 이제 와서 어떻게 할 방법은 없다. 오타루역으로 돌아가기에는 너무 먼 길을 와버렸고, 이제 곧 내리막길이 있을 것이라 믿고 그냥 가던 길을 계속 가는 수 밖에..


다행히 언덕을 넘으니 미나미오타루역이 나왔다.

미나미오타루역 주변에 오타루의 관광지들이 여럿 있기는 하지만, 예전에 다녀오기도 했고, 더운 날씨에 짐을 끌고 돌아다니고 싶지 않아서 그냥 간다. 이번에는 오타루에서 초밥을 맛있게 먹은 것만 기억에 남기고 가야지.


저 아가씨들은 삿포로에 쇼핑하러 가는 것이 아닌가 싶은데..


미나미오타루역 건물은 꽤 낡은 것 같다.

메르헨 교차점에 가려면 미나미오타루역이 더 가깝다고 한다. 예전에 이 역에 내려서 돌아본 적도 있었는데 기억이 거의 없다.


출퇴근 시간이 아니라서 사람이 많지는 않다.


열차가 들어왔다.

신치토세공항행 쾌속 에어포트.

운이 좋은지 빈 자리가 있어서 앉아서 삿포로까지 갔다.


삿포로에 도착

돌아올 때 중간에 내려서 사진을 찍을까 했는데, 짐을 끌고 다니고 언덕을 오르다보니 생각보다 체력 소모가 크고 땀을 많이 흘려서 다 포기하고 삿포로까지 왔다. 여기서 잠시 쉬고 아사히카와 방면으로 가는 열차를 타야하는데..

하코다테본선의 보통열차는 하코다테-오샤만베, 오샤만베-오타루, 오타루-이와미자와, 이와미자와-아사히카와 구간으로 나누어 운행하고 있는데, 시간대에 따라 승객 수요 등에 따라 나누어진 구간 전부를 운행하지 않고 일부만 운행하는 경우가 많다. 오타루에서 출발하는 오샤만베 방면 열차는 시카리베츠나 쿳챤까지만 가는 열차가 오샤만베까지 가는 열차보다 많다. 중간에 환승을 통해 오샤만베까지 갈 수 있기는 하지만, 20분 남짓의 환승 대기 시간이 있어서 시간이 더 걸리고, 무엇보다 잘 타고 오던 열차에서 내려 다른 열차로 갈아타야 한다는 것이 짜증날 법하다.


오아사역

이 역은 행정구역상 삿포로시가 아닌 에베츠시에 위치하고 있다. 이 역부터는 대도시 삿포로가 아닌 삿포로 근교 지방의 도시인데, 사실상 삿포로 생활권에 묶여 있는 위성도시라고 보면 되겠다. 이 동네 사는 사람들에게 어디 사는지 물어보면 열에 아홉 이상은 삿포로에 산다고 할 것이다. 에베츠라고 말하면 아는 사람이 거의 없을 터이니 이것저것 설명하는 것도 쉽지 않을 터이니..

 

오아사역 정차 중


이시카리라이너 호시미행

이 열차는 오타루방면으로 가는 열차인데, 삿포로 시내구간의 수요가 많다보니 에베츠에서 호시미 사이를 운행하는 열차다. 


에베츠역.

이시카리라이너는 에베츠를 지나 이와미자와역까지 운행하는 경우가 많다. 수도권 지하철이 서울시계를 벗어나서 중간에 있는 역까지만 운행하는 경우도 많듯이 에베츠까지는 삿포로 근교라서 그런 것이 아닐까 싶다.


선로에서 멀지 않은 곳에 창고가 있고, 그 뒤로는 주거용 맨션이 있다.

열차가 많이 다니지 않아도 열차가 다닐 때마다 시끄러울텐데..

 

사실 남 걱정하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고 이 역에서 아사히카와 방면으로 갈 열차를 타야 하는데, 배차 간격이 아주 길다.


타고 왔던 이 열차는 다시 오타루 방면의 호시미로 가는 구간쾌속열차로 돌아간다고 한다. 


그리고 오타루행 보통열차가 이 열차 출발한 뒤 5분 후에 출발이고..

삿포로 근교지역이라 열차 운행이 그나마 많은데 하행열차는 뜸하다.


에베츠역

아무것도 할 것이 없다..

나가서 밖에 구경이라도 하고 싶은데 짐들고 다니기 귀찮아서 그냥 역 안에 눌러 있을란다.


심심하다..

비록 열차 시각표를 확인하지 않았지만 아사히카와까지는 쉽게 갈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는데..

그냥 역 안 그늘에 찌그러져 있었다.


다리다가 짜증나서 그냥 홋카이도레일패스를 사러 삿포로역에 갈까 생각도 했지만, 이번에는 꾹 참고 근성의 여행을 해보기로 한다. 물론 철덕들은 각역정차도 아니고 쾌속열차 타는 것을 인정하지 않을 터이지만 뭐 괜찮다. 그런 것에 연연하지도 않고 힘들어도 꼭 보통열차로 완주를 하겠다는 생각은 해본 적이 없어서..


차장이 차량 밖으로 나와 승객이 타는지 확인하면서 출입문을 닫고, 열차는 떠나갔다.

 

저 곳은 열차를 탈 플랫폼. 짐들고 계단 올라가기 싫어서 여태 내린 곳에서 꼼짝않고 있었다. 그러나 저 쪽으로 가야 한다.


건너오니 오타루행 보통열차가 도착했다. 저 오타루행 열차를 탈 수는 없으니..


이와미자와행 열차를 30분 넘게 기다리고 있다. 원래 이런 동네라는 것을 알고 있지만, 막상 체험을 하면 York이 나온다.


드디어 이와미자와행 보통열차가 들어왔다. 그런데 이와미자와까지는 고작 역 세 개 뿐이라서 이와미자와부터 제대로 된 여정이 시작된다고 할 수 있다.


에베츠 다음은 토요호로역.

이런 호로...


세이코마트가 역에서 멀지 않은 것 같다.


휑하기는 마찬가지다.

그 다음 역인 호로무이, 카미호로무이역에 정차하지만 사진은 안 찍는다.


이와미자와역에 도착했다...


16시 25분 출발 아사히카와행 열차가 있지만 이것은 특급 수퍼 카무이. 그림의 떡이라는 것은 이런 것을 말한다. 아사히카와행 보통열차는 3번 승강장에서 출발한다고 해서 짐을 들고 저 계단을 또 올라가야 한다.. York이 또 나오려고 한다.


타고 왔던 열차는 회송으로 행선막이 변경되었다.

덥고 귀찮다..

오타루

2017. 10. 1. 02:17



사흘째, 어느덧 8월을 지나 9월의 첫 날. 이 날의 여정은 오타루에 들렀다가 다시 삿포로에 돌아와서 아사히카와까지 가는 것이다. 지금까지 홋카이도에서는 JR패스를 이용했기 때문에 삿포로에서 오타루에 갈 때는 쾌속 에어포트의 지정석을 예약해서 다녔으나, 이번에는 청춘18 승차권을 이용하기 때문에 지정석에 앉아서 가려면 520엔을 추가로 내야해서 가난뱅이 주제에 그런 낭비를 할 수는 없고 그냥 롱시트의 빈 자리에 앉아서 가야할 것 같다. 어차피 32분 밖에 안 걸리는데.. 여기 올 때부터 밤을 꼴딱 새고 왔고, 시차는 없지만 잠자리가 바뀌면 몸이 지쳐서 뻗기 전까지는 예민하게 굴어서 잠을 잘 자지 못해서 새벽 3시가 넘어서야 잠을 청할 수 있었기에 졸리다.


비록 보통(또는 쾌속)열차를 타고 가지만, 삿포로에서 오타루까지는 정기편성 특급열차가 없다. 여름철 8월 말에서 9월 초와 겨울 스키 시즌에 임시 특급 니세코를 운행한다. 그러나 이 열차는 특급 등급이라도 소요시간이 상당히 오래 걸려서 삿포로에서 출발하는 시간이 열차의 배차가 많은 출근시간대여서 그런지 오타루까지 가는데 쾌속 에어포트보다 10여 분 시간이 더 걸린다. 하코다테본선 산선을 따라 오타루, 요이치, 니세코, 굿챤을 지나 오샤만베를 거쳐 하코다테로 가는데, 오샤만베에서 오타루까지의 하코다테본선은 한 번도 타보지 않아서 이번에 타볼까 했는데, 거리는 가까워도 구간마다 열차 시간이 잘 맞지 않아서 그냥 포기했다. 오타루까지 갈 때 탈 열차는 쾌속 에어포트. 신치토세공항과 삿포로/오타루 간을 운행하는 열차로 전화구간이 손에 꼽을 정도인 홋카이도에서 몇 안 되는 전동차가 운행하는 구간이다.

 

삿포로에서 오타루에 갈 때 열차 진행방향 오른쪽에 앉으면 바다를 볼 수 있다. 열차 창문 좀 닦아주세요. 흑흑 ㅠㅠ


기찻길 옆 오막살이는 아니지만, 저런 장소라면 열차 소음으로 인한 스트레스가 상당할 것 같은데..


이 아저씨는 누구인가..

키가 큰데..


큰아버지 닮은 것 같은데..


오타루역


유지로 홈이라는 간판이 붙어있는데 아까 그 사진 속의 사람인가보다.


나중에 찾아보니 이 사람은 전 토쿄도지사였던 이시하라 신타로의 동생이라고 하며, '일본인이 가장 사랑한 남자' 라는 애칭이 있다고. 그리고 배우 신성일의 롤모델이 된 사람이라고 한다. 모르는 사람이니까 이 정도까지만..



오타루역은 삿포로, 치토세 방면으로 가는 열차, 그리고 산선이라 불리는 니세코, 요이치, 오샤만베 방면의 하코다테본선이 다닌다. 오타루까지만 전화구간이어서 이후부터는 디젤똥차동차로 운행하는데, 배차 간격이 길어서 열차 시각을 잘 맞춰 오지 않으면 한 시간 이상 하염없이 기다려야 한다.


쾌속 에어포트는 방향을 바꿔서 다시 삿포로를 거쳐 신치토세공항역까지 갈 준비를 하고 있다.


쾌속 에어포트는 삿포로-오타루 구간에서 코토니, 테이네, 오타루칙코, 미나미오타루에 정차한다.


삿포로에서 오타루를 오가는 열차는 시간당 약 4~6편인데, 오타루 이후부터는 한 시간에 한 편 정도 있을까 말까한 수준이다. 수요가 공급을 만든다고 하지만, 경우에 따라서 공급이 수요를 만드는 경우도 있는데 홋카이도 전체의 인구가 감소추세여서 그것도 쉽지 않은 모양이다. 


오타루역

 

관광객이 왔다가 다시 삿포로로 돌아갈 시간대는 아니어서 썰렁하다.

 

굿챤 방면의 열차는 무려 1시간 25분 이상 기다려야 한다.


산선이라 불리는 것처럼 산이 많고 연선 인구가 적어서 열차 역시 자주 다니지 않아서 한 시간에 한 편 정도 있으며, 재수없으면 이렇게 한 시간 반 이상 기다려야 할 때도 있다. 그나마도 한 량짜리 단칸방 열차로 운행하는 경우가 많다.

에베츠행 이시카리라이너 

오타루에서 삿포로를 거쳐 에베츠까지 가는 열차인데, 구간 쾌속으로 테이네에서 삿포로까지 구간에서 코토니역에만 정차하고 나머지 구간은 보통열차처럼 각역정차를 한다.  

통근, 통학 수요가 많은 시간대에는 이렇게 병결하여 운행을 하기도 한다.


이런 단칸방 열차가 산선으로 다닌다. 거리상 산선이 훨씬 가깝기 때문에 소요시간이 짧은데, 열차가 뜸해서 시간을 잘 맞추어 오지 못하면 별 차이가 없다. 낮 시간에는 오타루-쿳챤, 쿳챤-오샤만베 구간을 나누어 운행을 해서 쿳챤에서 20여 분 정도 후에 오샤만베행 열차로 환승할 수 있고, 그 이후에는 오타루에서 오샤만베까지 운행하는 열차가 두 편 있다. 그나마 여름이면 다행인데 겨울이라면 고역일 수 밖에 없는데, 이 열차를 주로 타고 다니는 사람들은 작은 마을에 살면서 통근, 통학을 하는 사람들이라서


오타루역 역사 대합실에는 작은 등불이 대롱대롱 걸려있다.


대낮에 왜 등을 켜두었는지는 모르겠다.

전기를 아껴야지..


무카이카네(むかい鐘)라는 종이 있다.

종의 유래가 적혀 있는데 귀찮아서 읽다가 말았다.


오래된 것으로 보이는 오타루역 명판


오타루에서 요이치 방면으로는 전동차가 다닐 수 없으니 저 열차들은 이시카리라이너나 보통열차로 운행하는 열차인 것 같다. 철덕이면 저 열차 편성만 보고 잘 알겠지만, 그런 것은 별로 신경을 안 써서 잘 모르겠다.




열차가 다니지 않아 조용한 역을 빠져나와서 오타루 운하 근처로 일단 가본다. 캐리어를 질질 끌고 다니느라 움직이는 것이 귀찮기는 한데 이렇게 맑은 날에 돌아다니지 않으면 굉장히 아쉬울 터. 가진 돈이 얼마 되지 않아서 코인락커를 가급적 이용하지 않으려다 보니 고생하는 것도 있지만, 오타루역에서 내려서 동네 한 번 돌아보고 삿포로로 돌아가는 열차는 미나미오타루역에서 타려고 하니 별 수 없다. 한참 돌아다니다보니 그냥 오타루역에 짐을 두고, 미나미오타루역에서 열차로 오타루역에 와서 짐을 찾아가도 되는 것이었는데 멍청한 짓을 하고 있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여름에도 많이 덥지 않다는 홋카이도라고 들었는데, 이 때는 홋카이도 역시 무척 더운 날씨였다. 운하까지는 내리막이라 그나마 수월하기는 한데, 


운하플라자에는 관광 안내 및 기념품 판매를 하는데, 궁금한 것이 있어서 일단 들어갔다. 영어, 한국어, 중국어를 하는 스탭이 상주하고 있다고 하는데, 어지간해서는 그냥 일본어로 물어본다. 일본어를 제대로 배운 것도 아니고, 귀동냥과 자주 다니면서 경험을 통해 얻게 된 길 물어보기, 추천하는 장소 물어보기 - 어디어디는 다녀왔고, 나는 이런 것들을 보고 싶은데 어디로 가면 좋겠냐, 당신이 초밥을 먹으러 간다면 어디에 가겠느냐 등 - 를 시작했다. 오타루에는 스시거리가 있다고 하는데 딱히 어느 가게를 추천하지는 않고, 여기에 몇몇 스시집이 있다고.. 이럴 거면 타베로그를 찾아보고 올 것을 그랬나 싶은데.. 그래도 덕분에 어디로 가면 초밥집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으니 그것만으로도 고마운 일이라..


오타루라고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오타루 운하


햇살이 너무 뜨거워서 운하 근처에 있다가는 타죽을 것 같고, 캐리어를 질질 끌고 저 운하 구경은 못하겠다 싶어서 그냥 발길을 돌려서 안내소 직원이 가르쳐 준 스시거리 쪽으로 갔다. 다시 오르막을 올라서 지금은 폐선된 구 테미야선이 교차하는 지점까지 갔다. 지도를 보니 오르막을 올라가다 왼쪽으로 이 철로를 따라 가면 되는 것 같다. 오타루에 여러 번 왔지만 운하만 보고 내뺐기 때문에 선로를 따라 걷는 것은 처음이었다.



지금은 폐선된 테미야선은 홋카이도의 최초의 철도노선으로 1880년에 개통한 노선이라고 한다. 초기에 건설 목적은 석탄 수송이었는데, 홋카이도는 겨울이 길어서 강이 결빙되는 날이 많아 수상운송이 어려워서 내륙으로 이어지는 철도를 부설했다고 한다.

 

당연히 지금은 열차는 다니지 않고 그냥 흔적만 남아 있다.


레일사이드라는 가게 이름 때문에 사진을 찍어봤다. 소품류 등을 판매하는 잡화점인 듯.


선로변은 산책 및 자전거길로 정비되어 있는데 지나다니는 사람은 거의 없다. 자전거를 타고 다니는 학생들이나 직장인들이 하교, 퇴근할 때 사람이 좀 많으려나..


선로 주변에는 이렇게 산책길이 조성되어 있고, 평범한 가정집들이 있다.


오른쪽으로 가면 썬몰이라는 곳이 있단다. 

예전에 가봤던 곳 같은데 지붕이 씌워진 거리에 상점가가 이어진 곳이었던 것 같다.


아동공원이라는 히마와리 공원이라는 곳이 있다. 아동공원이라 하니 뭔가 거창해보이지만 한국의 놀이터 정도로 생가하면 되지 않을까 싶다. 그런데 아이들이 아무도 없네..

 

한 쪽에는 과거에 있던 레일을 철거하지 않고 그대로 쌓아두고 있다. 


벤치에는 예전에 다녔을 것 같은 증기기관차가 그려져 있는데 그림마다 이름과 나이가 적혀 있는 것을 보니 이 동네에 사는 소학교 학생들이 그린 그림인 것 같다. 잠시 아이들의 그림 솜씨를 구경해보자.


지금은 그림을 잘 그리지 못하지만 저 나이 때는 구청장 대회에 나가서 상도 타고 그랬다.


여기도 쓰레기를 슬쩍 버리는 사람들이 있는가보다. 사실 일본인들이라고 꼭 공중질서를 잘 지키는 것은 아니라는 것을 자주 보기도 했고, 한국이나 일본 뿐만이 아닌 그저 사람마다 다 다른 거니까..


그림들의 수준이 꽤 높은 것 같다. 확실히 나이가 많을수록 그림의 수준이 올라가는 것 같다.


해리포터가 여기 왜 나오나 싶었는데 해리포터가 아니고 H. K. 포터라고 한다. 과거에 로코모티브 열차를 제작했던 곳이라는 것 같다.


여기서 잠시 쉬면서 땀을 식히고, 관광안내소에서 소개해 준 스시 거리로 가본다. 대낮이라 그런지 오가는 사람이 많지 않은데다 스시 거리라고 눈에 띄는 표시가 있는 것도 아니고, 중간중간 스시 가게가 있다. 분위기로 보건대 가격이 평소에 들렀던 회전초밥집과는 아주 다른 곳일 것 같다.


계절한정이라는 점장의 추천 니기리


세금 빼고 2,700엔이라고 하니 아홉 점에 소비세를 포함하면 2,916엔인 셈이다. 술집이 아니니까 자릿세 의미인 오토시는 없겠지만, 여기에 음료 하나 시켜서 마시면 3천엔을 훌쩍 넘기는 금액이 되겠다. 일단 주변을 돌아보고 들어가려고 했는데 햇빛은 쨍쨍, 아스팔트는 뜨끈하고, 땀을 뻘뻘 흘리고 있는 터라 잠시 앉아서 쉬면서 점심을 먹는다는 기분으로 이 가게에 들어갔다.

 

가게 이름은 니혼바시라는 곳.


스시로 유명한 곳이라 그런지 가격이 착하지는 않다.


가게의 모든 메뉴가 스시다. 캐리어 손잡이 끝이 특별출연하였다.

문을 열고 들어갔더니 약간 무거운 느낌이 드는 곳이었다. 더운 여름날에 누가 봐도 무거운 짐을 끌고 땀을 뻘뻘 흘리면서 들어올 때부터 살짝 긴장을 하면서 주변을 살피니 주인 아주머니로 보이는 분이 나와서 몇 명인지 물어보신다. 

"아~ 혼자인데요.."

점장의 추천 니기리즈시를 시키려고 한다니 카운터 앞 좌석이 괜찮으면 거기에 앉으라고 하셔서 별 말 없이 가서 앉았다. 코스 요리처럼 요리사 분이 네타 이름을 말하면서 순서대로 하나씩 주신다. 날도 덥고, 오면서 땀도 꽤 흘려서 목도 마르고 해서 우선 생맥주 한 잔을 시켰다. 흰 살 생선부터 참치 뱃살, 모란새우, 연어, 성게알, 연어알, 가리비, 게, 함박조개 순으로 나온다. 비린내 나지 않는 신선한 재료에 여기까지 오느라 진을 빼서 허기를 느끼던 터라 카운터 뒤쪽에서 네타를 밥알 위에 얹어내어 접시 위에 올려주자마자 바로 받아먹는다. 생맥주를 시켜서 마시면서 시간을 조금 끌고, 입 안을 헹구고 다음 초밥을 집어 먹으면서 포만감을 느낄 시간을 벌고 싶지만, 이 놈의 뱃속에 거지가 살고 있는지 스시장인이 밥알을 뭉쳐 내려놓자마자 바로 뱃속으로 들어가버린다. 

생맥주 두 잔 마시고, 츄토로를 추가로 시켜서 먹었다. 조용한 분위기여서 차마 대놓고 사진을 못 찍겠더라는... 다시 갈 수 있을 지 모르겠지만 그 때 가면 미리 이야기를 하면서 사진을 찍으면 괜찮을 것 같은데 가격이 비싸다. 네타가 큼직큼직해서 아래에 뭉쳐진 밥알보다 두 배 정도 큰 초밥이라서 먹는 맛이 있다. 나중에 찾아보니 타베로그 평가는 나쁘지는 않은데, 저녁 시간보다는 낮에 갈 때 평가가 좋은 것 같다. 네타 재료가 신선해서 그런가. 그런데 야후에서는 접객이 별로였고, 외국인이라고 무시하는 것 같다는 리뷰(https://loco.yahoo.co.jp/place/g-0U2lXFKmXLE/review/1217930)가 있다. 호텔에서 아침을 먹고 출발하기는 했지만 더운 날에 짐 끌고 돌아다니면서 에너지 소모가 많기도 했고, 먹성이 좋은 편이라 맛있게 잘 먹었고, 대개의 사람들은 외국인이라는 것을 느끼지 못하고 일본인이라 생각하기 때문에 별다른 문제가 없었을 수도 있다. 

초밥을 만들어 준 초밥장인에게 인사를 먼저 하고, 카운터로 가서 계산을 하는데 생각보다 가격이 많이 나왔다. 가격표를 안 보고 주문을 했는데 이 점장의 추천 니기리세트가 2,700엔, 생맥주 한 잔이 600엔에 두 잔, 츄토로를 추가로 시킨 것이 800엔 정도가 아니었을까 싶다. 결국 맥주를 안 마셨어야 하는 것인가. 여기에 소비세를 포함하니 5,076엔이라는 거금이 나왔다. 이거 한국에서 1주일간 점심과 저녁을 먹을 돈인데.. 이번 여정이 결국 돌아갈 때까지 버틸 돈이 있느냐 없느냐의 문제가 될 것 같다. 소비세 포함 회전초밥집에서도 기본으로 3천엔 이상 먹으니 뭐 맥주 두 잔 마시고 이 정도면 선방했다고도 할 수 있을 것 같으면서도 뭔가 찝찝한 느낌을 지울 수 없는 복잡한 심경으로 밖으로 나왔다. 어떤 젊은 남자가 짐 잔뜩 끌고 와서 점심 한 끼에 5천엔 넘게 돈을 쓰고 가니 이 사람들도 의외라고 생각했을 것 같고..


오타루 스시거리

<日本橋>

北海道小樽市稲穂1-1-4

구글지도 GPS (43.194467, 140.999439)

저녁은 규동과 생맥주

2017. 9. 29. 03:59



홋카이도는 일본의 행정구역 도도부현(都道府県) 중에서 유일한 도(道)라서 그런지, 홋카이도에서 수확한 야채, 육류, 유제품 등의 식품과 공산품은 물론, 사람까지도 도산코(どうさんこ)라고 한다. 도산코플라자에서는 주로 식료품을 파는데, 요리를 해먹을 수는 없으니 조리를 해야하는 것들은 살 수 없고, 음료나 스낵류 정도 사는 것이 고작이기는 하다.

유바리의 메론즈케

유바리는 광산이 있어서 석탄 채굴로 먹고 살았던 유바리는 시간이 지날수록 광산업이 쇠퇴하기 시작하면서 몰락한 도시다. 1950~60년대에 인구가 10만이 넘을 정도로 지금의 오미야와 거의 비슷하고, 군마현 현청 소재지인 마에바시보다 많을 정도였으나 지금은 채 만 명도 되지 않는다. 광산업이 호황일 때 쇠락할 때를 대비하여 산업구조를 바꿨어야 하는데 실패하고, 오히려 여기저기서 자금을 유치하여 공공재 확충을 위해 무리하게 돈을 끌어다 투자하면서 시가 재정적으로 파산해버렸다고. 재정을 투입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지만, 문제는 이 때 들어간 돈이 그다지 현실성이 없는 계획을 바탕으로 낭비되었다는 것이다. 한국 역시 지방의 인구가 감소하고 있는 추세인 만큼 남의 일이라고만 생각할 일이 아니라 심각하게 느껴야 하는데..


삿포로의 상징적인 건축물인 토케이다이 앞을 지나간다.

저 두 젊은이들은 사이가 좋아보인다.


삿포로의 대표적인 곳인 토케이다이(時計台)

이 곳은 삿포로의 키타1초메니시2(北1西2)에 위치해 있는데 JR삿포로역에서 삿포로에키마에도리(札幌駅前通)의 왼쪽 보행자길로 주욱 가다가 키타1초메니시3(北1西3)에서 좌회전을 해서 조금 걸으면 전방 왼쪽에 보인다. 홋카이도신문사 건물이 대각선으로 맞은편에 있으니 찾기 어렵지 않다. 정식 이름은 삿포로시 토케이다이(札幌市時計台)라고 한다.


스마트폰이 구려서 사진이 이 따위임..

 

토케이다이라는 명판이 붙어있다.


여기는 토케이다이 배경으로 사진을 찍는 장소

낮에는 자원봉사하는 사람들이 사진을 찍어주기도 하는데 저녁이 되니 다들 들어간 모양이다. 저녁 식사 시간도 되었고, 집에 가서 할 일도 있을 터이니..



삿포로 시내에는 노면전차가 다닌다.

이 전차는 순환선이라서 안쪽으로 도는 우치마와리(内回り)와 바깥쪽으로 도는 소토마와리(外回り)가 있다. 예전에는 순환선이 아니었으나, 2015년 말에 니시욘쵸메역과 스스키노역 사이를 잇는 공사가 완료되어 순환선이 되었다. 삿포로 노면전차를 마지막으로 탄 것이 9년 전 일이라서..

 

전차 앞의 'ST' 로고는 삿포로시 교통국(Sapporo City Transportation Bureau)의 영문 약자

2017년 4월부터 요금이 인상되어 전차는 성인 기준으로 1회 승차시 200엔(균일요금)인데, 토요일, 일요일, 그리고 연말 연휴에 판매하는 1일 승차권인 도산코패스(360엔)가 있다.


일단 방에 들어갔으니 텔레비전을 켜고..

그런데 오후 7시 46분 경에 큐슈지방에 지진이 있었단다. 규모와 피해가 큰 지진은 아니었는지 방송은 편성표대로 진행하고 있는데, 이런 자막을 볼 때마다 여기는 지진과 화산의 나라, 불의 고리 일본이라는 점을 다시 떠올리게 된다. 아이 무서워~

큐슈와는 거리가 꽤 멀기 때문에 여기서는 진동을 전혀 느끼지 못했는데..


도산코플라자에서 산 초콜릿이 들어간 옥수수 모양의 스낵을 먹으면서 잠시 텔레비전을 본다.


이렇게 생겼다.

일본에서는 지역마다 그 지역의 작은 식품업체들이 만든 식음료를 파는데, 도산코플라자에서는 이런 업체들에서 만든 상품들을 모아서 판매를 한다. 홋카이도의 유제품은 신선하고 맛있기로 유명하고, 유바리 메론으로 만든 메론술, 감자, 옥수수, 그리고 해산물과 시로이 코이비토 초콜릿 등을 판다. 규모가 작고 유통망이 충분하지 않은 작은 농가, 업체에서 만들어서 팔기 때문에 가격은 별로 저렴하지 않지만, 먹어본 결과 맛과 품질은 괜찮은 편이라서 종종 들러서 한두 개씩 사서 나온다. 시로이코이비토 초콜릿 드링크도 있고.


니세코의 타카하시목장에서 만들었다는 니세코 마시는 요구르트

500ml짜리 큰 것으로 사서 반 정도 마시고 남은 것은 냉장고에 보관하고 저녁을 먹으러 나간다.


이상은 이런 곳에 가고 싶은데 여기서 먹다보면 몇천 엔이 나올 것 같아서 참고..


낮보다 밤에 더 화려한 스스키노

호텔에서 나와서 마츠야에 가는데 여기저기서 삐끼들이 달라붙으려고 해서 슬쩍 피한다.


삿포로맥주 간판 사진을 담아보려고 일부러 길을 건너서 왔다.

 

홋카이도와삿포로비-루(北海道はサッポロビール)

가급적이면 여기서는 홋카이도 한정 삿포로 클래식을 마시려고 한다만..


현실은 이번에도 마츠야..

이번에는 그냥 규메시와 날계란, 샐러드, 그리고 나마비-루

일반적으로 쇠고기가 올라간 돈부리를 규동이라고 부르는데 마츠야에서는 규메시라고 한다. 라이벌이라 할 수 있는 요시노야가 규동이라고 하니 따라하는 것 같아서 이름을 다르게 붙인 것이 아닌가 싶다.


미소시루가 제일 맛있다.


전망대라고는 하지만, 이 전망대가 굉장히 좋은 경치를 감상할 수 있는 곳은 아니고, 양이 풀 뜯어먹고 돌아다니는 모습을 보는 곳이라서 삿포로 시내를 내려다보려면 삿포로 테레비탑에 올라가거나 JR타워 38층 전망대에 올라가서 보는 것이 더 나을 것 같다. 테레비탑은 예전에 다녀온 적이 있어서, 누가 테레비탑 전망대 입장권을 준다거나 삿포로 시내를 헤매다가 아리따운 아가씨라도 만나서 눈이 맞지 않는 한 다시 가지는 않을 것 같고, 간다면 JR타워일 것 같은데 별로 가고 싶은 생각이 들지는 않는 것이 그래봤자 딱히 볼만한 것이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서 그런 것 같다..


양들은 자유롭게 잘 놀고 있다. 풀을 뜯다가 지치면 자빠져 잠이나 자는 것 같고, 얘들 팔자가 부럽다.


이런 곳은 아이를 데리고 오면 좋을 것 같은데, 아이만 없는 것이 아니라 아이의 엄마도 없다...

 

양 한 마리가 자기들을 주시하고 있다는 것을 눈치챘는지 쳐다본다. 눈싸움을 해서 무찔렀다.

 

"소년이여 야망을 가져라!" 는 말을 했다는 클라크 박사.

원래 이 말은 "BOYS, BE AMBITIOUS, not for money, not for selfish accomplishment, not for that evanescent thing which men call fame. Be ambitious for attainment of all that a man ought to be." 의 맨 앞 구절에 불과하다고 한다. 야망을 갖는다는 것이 돈과 권력, 명성 그리고 여자를 갖는 꿈을 말하는 것이 아니고, 덧없는 것 말고 인간이 갖추어야 할 모든 것을 갖추도록 하라는 말이라고. 그런데 이 구절을 보면 일본의 만화 "Boys be" 가 생각이 나는 것은 부족한 인성 탓인가..


여기까지 왔으니 저 팻말 사진도 찍어야지.


줌으로 삿포로돔을 가까이 찍는 동안 양들은 침묵하지 않고 계속해서 풀을 뜯어 드시고 계신다.

 

얘야 살쪄. 그만 먹어..

 

저 돼지같이 생긴 양들은 계속해서 풀을 뜯고 있다.

 

'코이노마치 삿포로(恋の町札幌)' 라는 노래가 있는 모양이다.

사랑의 마을 삿포로라는데, 삿포로에서는 그런 감정을 가져본 적은 없는 것 같다. 삿포로 뿐만이 아니고 일본에서는 별다른 사랑이라는 감정을 느껴보지 못한 것 같다. 처음에는 눈을 맞으며 눈쌓인 거리를 돌아다니면서 헤매느라 정신이 없었고, 몇 번 오가게 되면서 슬슬 익숙해졌다 싶을 때는 일 때문에 마음대로 다니지 못하였다. 


여기서는 사진을 찍어주는데 재미있는 조건이 있다. 우선 여기를 찾은 방문객의 카메라로 사진을 찍어주는데, 동시에 자기들의 카메라로도 사진을 찍어서 사진을 보여주고 인쇄를 원하면 그 사진을 돈을 받고 판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신의 카메라를 사진찍는 사람에게 맡겨 사진을 찍고, 이들이 찍은 사진은 사지 않고 간다. 가만히 지켜보니 사진을 사는 사람이 많지 않은데, 이렇게 장사를 하는 것을 보면 즉석에서 인쇄하는 비용이 그렇게 비싸지는 않은 것 같다. 이 사람들도 자원봉사자가 아니니 장사가 되고 돈이 되니까 여기서 이러고 있겠지 뭐..


9년 전에 왔을 때는 온통 눈밭이었는데 감회가 새롭다. 한겨울에 와서 눈밭에서 혼자 뒹굴면서 사진 찍고 좋다고 지랄발광하면서 돌아다녔던 기억이 떠오른다. 그 때는 야경 사진을 찍겠다고 삼각대를 가지고 다니면서, 사진 찍어줄 사람이 없어서 삼각대 세워서 사진을 찍기도 했다. 지금이야 스마트폰으로 그냥 셀카를 찍고 말겠지만..


삿포로의 경치를 살피자면 여기보다는 삿포로역과 연결된 JR타워 전망대에서 내려다보는 것이 더 좋겠지만, 혼자서 가기에는 전망대에 갈 돈이 아깝고, 여기는 양을 보러 간 것이니 주인공은 양이다.

 

설마 풀을 먹은 것이 배탈이 나서 저렇게 웅크려 있는 것은 아닐테고, 뭔가 심각하게 생각하고 있는 것 같은데.. 

네 녀석이 생각하는 양이냐?


남들은 풀을 뜯고 있는데 이 녀석은 혼자 사색을 하고 있다. 철학자의 양이냐..


얘는 아까부터 철조망을 뜯으려고 애를 쓰고 있다.

 

철조망 앞에 있는 풀을 뜯으려고 그랬던 것이냐..

 

철조망 근처의 풀이 유달리 맛이 좋을 리는 없고, 얘들도 뇌가 있으니 뭔가 생각을 할텐데 여기서 나가고 싶어도 나갈 수 없어서 답답함을 느끼는 것일까 싶은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보면 안타깝고 애처로운 생각이 든다. 


들국화도 피고, 슬슬 가을이 오려는 것 같다. 겨울이 긴 홋카이도이기에 가을이 오는 시기도 빠르고, 겨울 역시 빠르게 오겠지. 그리고 어느 순간이면 눈으로 뒤덮인 곳으로 변해있을 터이고..


클라크타비타치노카네(クラーク旅立ちの鐘)라는 종이 있다.

클라크 박사 동상과 히츠지가오카 전망대 팻말을 같이 사진을 찍으려고 했는데 사람들이 많아서 기다리다가 짜증이 나서 포기했다. 


(출처 : http://www.tabirai.net/sightseeing/tatsujin/0000164.aspx)

원하는 사진이 이런 것이었는데..

사람들이 이 근처에 잔뜩 몰려 있어서 기다리다가 인내심의 한계에 도달하여 때려치웠다. 사토미짱과 데이트를 하는 일이 생기지 않는다면 이 곳에 다시 가지는 않을 것 같은데, 그냥 이런 사진을 찍을 수 있다는 것을 알려드리기 위해서..


히츠지가오카 오스트리아관

식음료와 기념품을 파는 곳인데, 여기서 양젖을 사먹었다. 양이 뛰어노는 전망대에 왔으니 양젖이나 먹어보자 했는데, 양젖이 우유보다 진하고 영양성분이 더 뛰어나다고 한다. 다만, 가격이 410엔씩이나 하더라는.. 거지 주제에..


'소녀와 양(少女と羊)'이라는 조각상이 있다.

소녀치고는 굉장히 글래머러스한 육덕진 몸매를 자랑하는 것 같은 생각이 든다.


여기는 내가 갈만한 곳이 아닌 것 같은 분위기라서 방향을 돌렸다. 'Blanc Birch Chapel' 라는 간판이 있는데 결혼식 같은 행사를 하는 장소인 듯했다. 이상하게 고급스러운 차량이 지나다니고, 이 건물 안에 있는 사람들이 연회나 행사를 준비하는 사람처럼 보이더라니.. 당연히 어울리지 않는 장소이므로 발길을 돌렸다.


삿포로 시내로 가는 버스가 자주 다니는 것이 아니라서 기다리다가 할 일이 없어서 여기저기 돌아다닌다. 여기 식당에서는 저녁에 여러 종류의 코스 요리가 나오는 것 같은데, 그래 돈이 없지..

 

화장실도 귀여운 양캐릭터를 그려놓았다.

떼서 집에 가져가고 싶은데, 집 화장실은 하나 뿐이라..

버스 타고 내려가서 다시 지하철 타기가 귀찮아서 그냥 삿포로역까지 가는 버스를 기다렸다. 사람들이 많이 탔지만, 일찌감치 가서 줄을 선 덕분에 착석에 성공했다. 여기에 와서 가만히 있지 않고 계속 여기저기 들쑤시면서 돌아다녔더니 잠이 온다. 스스키노에서 가까운 곳에 내리려고 했지만 앉아서 졸다보니 귀찮아서 종점인 삿포로역 앞까지 가버렸다.


이 곳이 삿포로역 앞에서 히츠지가오카 전망대로 가는 버스 타는 정류장이다.


지하철 삿포로역 14번 출구와 가깝다.


역시 이 나라 사람들은 줄을 잘 선다. 줄서기 만큼은 '선진 시민의식' 이라고 불러주고 싶다.


이왕 여기까지 온 김에 삿포로역에 잠시 들러보기로 한다. 내일부터 보통열차를 타고 돌아다니는 여정이 시작되는데 태풍으로 인한 피해로 혹시라도 운행이 중단되었다거나 대체수송을 할 수도 있으니 미리 알아보아야 할 것 같다. 성질이 급해서 느릿느릿한 열차 타는 것을 싫어하지만, 이번에는 다른 외국인용 패스를 사오지 않아서 그냥 몸으로 때워야 하는데, 열차 운행이 중단되어서 움직일 수 없으면 낭패니까 정보 수집 목적으로 갔다.


세키호쿠선은 탈 일이 없으니 어찌되든 상관이 없는 일이고.. 아바시리에서 오셨거나 가실 분, 메만베츠에 가실 분들 죄송합니다..

 

태풍의 영향으로 하코다테본선의 특급열차는 모조리 운휴가 되었다고 한다. 아무래도 노반에 문제가 있을 수 있으니 점검을 위한 것이었던 것 같다. 그래도 보통열차는 운휴라는 말이 없는 것을 보니 열차가 다니기는 다니는데, 특급열차는 정차역 이외에서 속도를 올려서 달리니 중간에 문제가 있을 수 있어서 주의하는 것 같다. 태풍이 지나간 뒤에는 언제 비바람이 몰아쳤나 싶을 정도로 날이 맑아졌으니 내일 아사히카와에 가는 것에는 별 문제가 없을 것 같은데, 그래도 모르는 일이니 역무원에게 내일 아사히카와 방면 하코다테본선 하행 보통열차의 운행은 어떻게 되냐고 물어봤더니 정상적으로 운행할 것이라고 해서 일단 마음을 놓고 도산코플라자에 들려서 간식거리를 조금 샀다. 군것질이 취미라서 뻘짓을 하더라도 뭐라도 먹으면서 하는 것을 즐기는지라..

 

어떤 젊고 잘생긴 남자가 노래를 기타를 치면서 노래를 부르고 있었다. 아쉽다면 키가 조금 작다는 것인데.. 앞에 사람이 많지 않은 것을 보니 인지도가 높은 사람은 아닌 듯하고 무명의 아티스트처럼 보이는데 나름대로 마니아층을 거느린 사람일 수도 있겠다 싶다. 노래를 제법 잘하는 것을 보니 여성팬이 꽤 있을 것 같은데 완전 아마추어는 아니고, 여기저기 돌아다니면서 작은 행사를 뛰는 그런 가수인 듯. 부러우면 지는거라지만 그냥 지고 말란다. 


노래 두 곡 정도를 듣고 나서 슬슬 걸어서 호텔로 간다. 내일부터는 오랜 시간 동안 열차를 타야하니 무리하지 않고 일찍 들어가서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야하니 시간적 여유가 없을 듯하고, 삿포로 시내를 산책하는 기분으로 설렁설렁 걸어서 호텔까지 가려고 한다. 30분 정도 걸리는 거리지만, 가면서 토케이다이와 테레비탑도 보고 몸을 피곤하게 만들어 일찍 잠들도록 하는 목적도 있는 일타쌍피를 노리는 의도였다.



지난 밤에는 비바람이 세게 불어서 태풍의 위력을 실감할 수 있었다. 그나마 삿포로는 태풍의 직접 영향권에는 들지 않아서 큰 피해는 없었는데 밤새 비바람에 열어두고 자던 창문을 닫아야만 했다. 잠자리가 바뀌었다고 느지막히 겨우 잠에 들기는 했는데, 몇 시간 못 자고 일어나서 아침을 먹고 올라와서 엎어져 있다가 회사 일이 생겨서 잠시 하고, 태풍 피해 뉴스를 보다가 씻고 밖으로 나갔다.

홋카이도, 삿포로라고 하면 눈 내리는 모습이나 눈이 쌓인 순백의 아름다운 모습을 먼저 떠올리게 되지만, 겨울에는 눈 빼고는 볼 것이 없다. 눈이라는 것을 자기 나라에서 볼 수 없는 동남아시아나 타이완, 중국의 남부 지역에서 온 관광객들은 굉장히 신기해하지만, 강원도에서 2년 동안 눈 쓸면서 지냈던 - 심지어 눈이 많이 내릴 것이라는 예보가 있으면 전날에 일찍 취침을 당한 뒤 어두운 새벽시간에 강제로 끌려나가 눈을 쓰는 생활을 했던 사람은 조금도 눈이 반갑지가 않다. 그나마 삿포로는 유키마츠리라는 유명한 축제가 있어서 이 기간 중에 눈과 얼음으로 만든 작품들을 전시하여 보는 재미라도 있는데, 강원도 산골처럼 인적이 드문 동네에 가면 무릎까지 푹푹 빠지는 눈밭에서 스스로 길을 만들면서 헤치고 나가야 하는 곤란한 상황을 접할 수도 있다.

홋카이도의 최성수기라면 연말연시, 크리스마스 전후, 그리고 유키마츠리 기간, 그리고 여름철이라 할 수 있겠다. 9월을 눈 앞에 둔 이 시기는 준성수기 정도로 조금 밀려나는 정도이지만, 여전히 많은 사람들이 홋카이도를 찾고, 덥지 않고 선선한 날씨에 돌아다니기에 딱 좋다.

언제나 그렇듯이 노잣돈 여유있게 가지고 온 적이 없으니 어지간한 거리는 걸어서 다니는데, 삿포로가 일본 5대 도시면 뭐하나 버스 다니는 것을 보면 20~30분은 기다려야 하고, 배차 간격이 길어 자주 다니지 않는 곳에 가는 버스는 한두 시간에 한 대 정도 다닐까 말까 한다. 세븐일레븐에 가서 아이스크림 하나 사서 먹고, 와이파이 접속해서 이메일 확인을 한 뒤 가까운 곳에 있는 버스정류장을 찾아서 갔는데, 이 곳에서는 타려는 버스가 없는 것 같다. 미리 찾아보고 나올 것을 그랬나 싶은데, 다시 호텔로 돌아가기에는 조금 멀리 나왔고, 그냥 이렇게 된 김에 동네 한 바퀴 돌아보기로 한다.


무엇을 해야할 지 잘 모르겠다. 나카지마공원에 가서 산책이나 할까, 거기는 예전에 눈 쌓인 겨울에 다녀온 적이 있던 것 같은데 아마 천문대가 있었던 곳이었던 것 같다. 그리 먼 길은 아니지만 왠지 가고 싶지는 않는 것이 몸이 오늘은 조금만 걷자고 신호를 보내는 것 같다. 시내 거리를 돌아다니다 어딘가 들어가서 맛있어 보이는 것을 시켜서 먹을까, 비루엔에 가서 양고기를 구워 먹으면서 맥주나 마실까 등 여러 선택지를 두고 고민하다가, 일단 가까운 곳에 있는 음식점을 찾아본다. 라멘 가게가 몇 군데 보이는데, 라멘을 즐기지는 않아서 패스하고 큰 길을 따라 돌아다니면서 여기저기 살펴보는데 별로 갈만한 곳이 보이지 않는다. 이렇게 길에서 시간을 낭비하는 것이 아까우니 겨울에도 보거나 할 수 있는 것 말고 여름에만 보고 할 수 있는 것을 해야겠다 싶어 생각을 해보니 히츠지가오카 전망대에 가서 양을 보고 오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9년 전에 삿포로에 왔을 때 이 전망대에 다녀온 적이 있지만, 한겨울에 가서 양은 코빼기도 못 본 채, 쌓인 눈만 보고 입장료를 삥뜯겼던 슬프고 화나는 기억이 되살아났다. 좋았던 것은 시간이 지나면서 잊어버려도, 뇌리 속에 각인된 슬픈 기억은 잘 잊혀지지 않는 법이니..

한 시간 남짓 동네 한 바퀴를 돌아다니고 나서야 편의점 로손에 들러서 빵과 음료수를 사서 먹고, 그제서야 무엇을 할 지 결정을 하고 묵고 있는 호텔에서 멀지 않은 지하철역으로 되돌아갔다.


지하철을 타고 버스로 환승할 때 사용하는 승차권이 있다고 해서 자동판매기에서 샀다.


9년 전인 2007년 2월에 이 곳에 왔을 때는 지하철 요금과 버스 요금을 따로 냈던 것 같은데, 버스 환승 승차권이라는 것이 있어서 자세히 살펴보니 지하철 나중에 환승할인제도가 새로 생긴 것인지, 아니면 당시에도 있었는데 몰라서 이용하지 못한 것인지 잘 모르겠다. 아마도 전자일 것 같은데, 시내 구간에서 지하철 한 번 타고 버스로 4km 정도 간다고 380엔의 돈을 받아가다니 이 나라의 교통비는 참 비싸다. 교통비가 비싸다는 것은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사람들에게는 슬픈 일이지만, 일본에서는 통근, 통학용 정기권이 활성화되어 있어서 정기적으로 이용하는 사람들에게는 1회 이용할 때에 비해 상당히 큰 폭의 할인 혜택이 주어지고, 직장인의 경우에는 대개 회사에서 통근비용을 지급하기 때문에 결과적으로는 돈이 따로 들지 않으니 주말이나 휴일에 개인적으로 이용할 때나 부담스럽게 느껴질 것 같다.


후쿠즈미(福住)역까지 지하철을 타고 가서 버스로 갈아타야 한다. 지하철과 버스로 다녀온 적이 있는데 지하철은 자주 다니는 편이지만, 버스는 자주 다니지 않아서 시간을 잘 맞춰서 가는 것이 중요하다. 삿포로가 큰 도시이기는 하지만, 홋카이도 전체 인구가 500만도 되지 않는 곳이니 서울이나 부산 같은 도시와 비슷할 것이라 생각하면 오산이다. 냉정히 대중교통만 놓고 보면 서울 외곽의 위성도시만도 못한 것이 사실이다. 이렇게 지하철에 스크린도어가 설치되지 않은 곳도 많고, 출퇴근 시간에는 배차가 이보다는 조밀해지기는 하는데 평시에는 10분에 한 편 정도 다니는 것 같다. 



삿포로 지하철 토호선(東豊線)의 노선도

지하철 노선의 길이도 그렇게 긴 편이 아니다.

 

누가 역명판에 주먹질이라도 했나..

출퇴근 시간이 아니어서 그런지 열차 안에 사람은 별로 없고, 열차 안에서는 그냥 조용히 앉아서 갔다. 괜히 관광객 티를 낼 필요도 없으니.. 내릴 역인 후쿠즈미(福住)역은 토호선(東豊線)의 마지막역인데, 여기서 내려서 버스로 갈아타고 히츠지가오카전망대로 간다. 예전에 이 역에 내려서 버스를 갈아탄 기억은 있는데 어느 길로 어떻게 갔는지는 기억이 안 나서 사람들이 많이 가는 방향으로 따라 가니 버스 타는 곳이 나왔다. 이 사람들도 지하철이 여기까지만 다니니 버스로 환승해서 집에 가는 모양인지 버스를 타는 사람들이 꽤 많았다. 이 역에서 약 1km 정도 떨어진 곳에 프로야구 닛폰햄 파이터스와 프로축구 콘사도레 삿포로의 홈구장으로 사용하는 삿포로돔이 있는데, 9년 전에는 야구나 축구나 경기를 하지 않는 겨울에 와서 돔 투어를 진행하지 않아서 혼자서 돌아다니다가 나왔던 기억이 있다. 입장료가 꽤 비쌌던 것 같았는데 당시에 환율이 100엔에 700원대 중후반이었기에 돈을 뿌리고 다녔지, 지금 같아서는 아까워서 쓰지도 못했을 것 같다.


지하철역 3번 출구로 나오면 버스터미널이 바로 앞에 보인다. 15시 20분 버스를 기다리고 있는데 버스는 아직 오지 않고 있다. 버스 시간을 여유 있게 한다고 해도 도로 위를 달리는 경우라면 여러 변수가 있어서 시간이 더 걸릴 가능성이 있다. 차가 막혀서 늦어질 수도 있고, 하차할 때 요금을 내는 방식이어서 노인들이 내리면서 동전을 세서 내느라 시간이 걸리는 경우도 있고, 요금 지불 방식에 익숙치 않은 외국인 역시 동전 세다가 시간이 걸릴 수 있다. 이 때문에 버스가 신호 한 번 놓치면 지연되는 일이 빈번히 발생하는데 대부분의 승객들은 불평 한 마디 하지 않고 앞에서 시간을 잡아먹는 사람들을 조용히 기다린다. 반도의 어느 나라라면 쌍욕이 들려올 지도 모르는데..


약 5분 가까이 늦게 버스가 왔는데, 버스를 타는 사람이 많지 않아서 뒤쪽의 빈 자리에 앉아서 간다. 줄을 서 있는 사람들은 많았는데, 다른 노선의 버스를 타려는 사람들도 있어서였는지 버스 안에는 빈 자리가 꽤 남은 것 같다.


이런 평범한 동네를 지나간다.


시내 중심부에서 조금만 벗어나면 대도시라는 것을 느끼기 어려운 분위기다. 그만큼 한국의 도시는 특히 서울과 수도권을 집약적으로 개발을 한 덕분에 . 200만에 가까운 적지 않은 인구가 사는 도시이고, 관광객도 많은 곳이지만, 인구 천 만이 넘는 곳에서 지내다보니 중간중간 공터가 보이고 스카이라인이 낮은 곳을 보면 복잡한 곳에서 탈출한 기분이 들 때가 있다.


잠시 후 버스는 히츠지가오카 전망대 앞에 멈췄고, 승객들이 버스 요금을 내고 내리자 아주머니가 나와서 520엔씩 받고 입장권을 준다. 9년 전에도 이런 식으로 기습적으로 입장권을 주고 입장료를 받아갔던 것 같다. 당시에는 지금보다는 가격이 저렴했던가 기억이 잘 나지 않지만, 입장료가 저렴하지도 않고 이 곳에 특별히 볼 것이 많은 것도 아닌데, "소년이여 야망을 가져라(Boys be ambitious)!" 를 외쳤던 클라크 박사의 동상과 기간 한정으로 볼 수 있는 양들을 보는 비용이라 할 수 있겠다. 그 밖에 기념품과 식음료를 파는 곳이 있는 정도.


이 곳의 가장 큰 단점은 버스가 자주 다니지 않는 것이라서, 내리자마자 후쿠즈미역 또는 삿포로 시내까지 돌아가는 버스 시간을 잘 체크해야 한다. "삿포로면 일본 5대 도시 중의 하나라면서요, 대도시인데 버스는 자주 다니지 않겠어요?" 라고 생각한다면 아주 큰 오산이다. 4월부터 8월까지는 버스가 자주 있지만, 9월부터는 버스 운행횟수가 줄어들고, 10월부터는 동계 시간표를 적용해서 운행하는 버스의 수가 더 줄어든다.


후쿠즈미역-히츠지가오카전망대까지 가는 평일 버스 시각표. (2017년 9월)[각주:1]

왼쪽이 후쿠즈미역에서 히츠지가오카 방면, 오른쪽이 히츠지가오카에서 후쿠즈미역 방면


후쿠즈미역-히츠지가오카전망대 주말, 공휴일 버스 시각표. (2017년 9월)

10월 이후의 시각표는 올라와 있지 않아서 며칠 더 기다려봐야 할 것 같다.


9년 전에 왔을 때는 양은 코빼기도 안 비치고 눈만 쌓여 있었기에 무척 반가웠다. 형이 여기 너희들 보러 오면서 얼마나 많은 시간과 돈을 썼는데.. 왕복 교통비에 입장료까지 계산하면 대충 1,500엔 정도는 되지 않을까 싶다. 이 언덕의 이름이 히츠지가오카인 만큼 양이 주인공인 곳이니..


이 녀석들 풀뜯느라 정신이 없다.

먹기만 하면 살쪄..


언덕 아래에 멀리 보이는 비행접시처럼 생긴 건물이 삿포로돔. 야구와 축구 모두 하는 곳으로 야구단 홋카이도 닛폰햄 파이터스와 축구단 콘사도레 삿포로의 홈구장이다. 야구장과 축구장의 경기장 모양이 다르기 때문에 경기일정에 맞추어 인조잔디를 이동시키는 것으로 유명하다. 잔디 이동하는 비용만  종종 공연장으로 쓰이기도 하고.


드러누운 양친구도 있다.

일어나~ 일어나~


날씨가 좋아서 다행이다.


'코이노마치 삿포로(恋の町札幌)' 라는 노래가 있는가 보다.

삿포로에서 눈에 띄는 아가씨는 못 본 것 같은데 뭐.. 


홋카이도 닛폰햄 파이터즈가 2004년에 홋카이도로 연고지를 옮기면서 홋카이도에 야구팀이 생기게 되었는데, 그래서인지 '홋카이도 프로야구 원년 2004' 라고 써 있다. 현재 이 팀의 최고 스타는 한국에도 잘 알려진 오타니 쇼헤이(大谷翔平)이고, 지금 LA다저스에서 뛰고 있는 류현진의 팀 동료인 다르빗슈 유 역시 이 팀 출신의 선수였다.


양이라고 해서 흰색 털의 깨끗한 모습을 상상했는데, 일부러 씻기지는 않는지 꾸질꾸질한 모습이다.


사람의 손으로 씻기는 것보다는 자연친화적으로 방목해서 키우는 것이 더 낫다고 판단하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왼쪽에 있는 두 마리가 나이가 많고 다른 양들에 비해 덩치가 큰 녀석들인 것 같다. 동물 사회 역시 덩치와 연령에 따라 또래끼리 서로 뭉쳐다니고 그런 것 같은데, 풀을 뜯어도 비슷한 크기의 양들끼리 모여서 풀을 뜯고, 서열이 있는지 다른 양들과는 잘 어울리지 않는 것 같다.


안쪽에 뜯어먹을 풀이 없어서 그런지 철조망 사이를 뚫고 나오고 싶어하는 것인지..


얘야, 철조망은 뜯어먹는 것이 아니란다..


사람을 하루이틀 본 것이 아니라 그런지 가까이 다가가도 관심조차 보이지 않고 제 할 일을 한다.

얘네들한테도 무시당하고 있구나..


저 양들은 철조망을 뚫으려고 애를 쓰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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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츠지가오카 전망대>

대중교통을 이용한다면 삿포로지하철 토호선의 종점인 후쿠즈미역에서 내려 福84번 버스로 환승하여 가는 방법과, 삿포로역 남쪽 출구로 나와서 토큐백화점 남쪽에 있는 삿포로에키마에 2번 버스정류장에서 히츠지가오카까지 한 번에 가는 89번 버스를 타는 방법이 있다. 버스에서 내릴 때 아주머니가 달려와서 520엔(성인)을 받고 입장권을 준다. 후쿠즈미역에서는 약 11분 정도, 삿포로역에서 출발하는 경우 약 38분 정도 걸린다고 한다. 에스타 옆에 있는 삿포로 버스터미널에서는 히츠지가오카 방면 버스가 다니지 않으니 주의해야 한다. 자세한 것은 첨부한 JPG파일을 참조를 바라는 바임. PDF로 올리려고 했는데 어떻게 올리는지 잘 몰라서 부득이 JPG로 첨부를 하였다. 일본어로 되어 있으나 눈치껏 버스 정류장을 찾아가기에는 별 무리가 없을 것 같다.




  1. 실제로 방문했던 시기는 2016년이지만, 작성시기인 2017년 기준의 시각표. [본문으로]


오후 비행기를 예약을 해서 시간적인 여유는 충분하였지만, 새벽 3시가 다 되어 집에 도착해서 준비를 하다보니 정신이 멍해져서 제대로 짐을 꾸리지 못하고, 어영부영 시간을 보내다 간신히 인천공항에 도착해서 체크인 수속을 하였다. 인천에서 삿포로까지 바로 가는 비행기는 처음이었던 것 같다. 대개는 혼슈의 다른 도시를 거쳐서 하루 걸려 열차로 육로 이동을 했고, 이틀에서 사흘 정도 홋카이도에서 머물면서 삿포로와 하코다테 정도만 보고 머물다가 인천까지 직항편을 타고 돌아오거나, 아니면 혼슈의 다른 도시로 가서 서울행 비행기를 타고 돌아오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경제적인 이유도 있고, 다른 도시에 용무가 있어서 며칠 보낸 뒤에 여정의 마지막 쯤에 삿포로로 이동해서 하루나 이틀 정도 묵고 비행기를 타고 귀국한 지라.


이번에는 패스를 따로 사지 않았는데 지난 달에 쓰다가 남은 청춘18 티켓의 4일분이 남아 있어서 이 승차권을 사용할 계획이었다. 철덕이라면 이 승차권에 대해서는 익히 잘 알고 있는 사람들이 많을 터인데, 당분간 사용할 계획은 없어서 사용하는 날부터 자세히 설명을 할 예정인데, 이것 때문에 4일 동안 하루 종일 보통열차를 타고 삿포로에서 아사히카와, 후라노, 비에이에 갔다가 다시 삿포로에 돌아와 하코다테를 거쳐 토쿄까지 다니느라 만만치 않은 여정을 이어가게 된다. 이 글을 읽는 분들은 금전적, 시간적으로 여유가 있다면 조금 더 보태서 단기체재 외국인이 구입가능한 JR패스나 홋카이도 레일패스의 구입을 추천하고 싶다. 이거 좀 아껴보겠다고 하루 종일 열차 타고 다니다가 개고생만 죽어라 해서 몸이 축난다는..


공항리무진버스를 타고 인천대교를 건너고 있다.

여러 번 다니다보니 이제는 별 감흥이 없어졌다.


인천 출발 시각이 오후이고, 8월 말이어서 홋카이도의 성수기를 지나서인지 빈 자리가 꽤 많았다. 덕분에 비행기 뒤편에는 사람이 없어서 부대끼지 않고 편하게 갈 수 있었다. 생각해보니 한국에서 신치토세공항까지 한 번에 가는 직항 비행기를 탄 것은 처음인데, 지금까지 삿포로가 여정에 포함된 경우는 토쿄나 오사카, 혹은 후쿠오카로 입국을 해서 삿포로까지 육로 이동을 주로 했다. 요즘에는 저가항공사들도 인천-삿포로 노선을 경쟁적으로 운항하고 있지만, 얼리버드로 구입하지 않는 이상 상대적으로 가격이 비싸서 다른 도시를 거쳐서 가는 것이 일반적이었고, 귀국할 때만 신치토세공항에서 인천까지 직항편은 여러 차례 탄 기억이 있다.


삿포로는 대한항공 독점의 노선이었는데, 저가항공사들이 경쟁적으로 뛰어들면서 대한항공의 동생 진에어는 물론 이스타항공, 티웨이항공에 이어 제주항공까지 취항하고 있다. 아시아나는 삿포로가 아닌 아사히카와 노선이 있었지만, 이 노선의 수익성이 좋지 않았는지 언젠가부터 정기 운항은 하지 않고, 종종 이벤트성으로 전세기 형식으로 가끔 운항하는 것 같은데, 요즘에는 항공사 홈페이지에서 항공권을 판매하는 것이 아니고 여행사를 통해서 모객을 해서 손익분기점이 넘어서면 운항을 하는 것 같더니 2년 전부터 삿포로 직항편을 취항했다. 시간대가 애매한 것이 단점이기는 하나 처음부터 오후 출발편이라는 것을 알고 있어서 이 항공편을 이용하게 되었다.


FSC의 장점이라면 이렇게 기내식을 주는 것이라고 할 수 있는데, 속이 조금 더부룩해서 소화 촉진을 위해 맥주가 있는가 물어봤더니 없다고 해서 탄산음료라도 있는가 물어봤더니 없단다. 여기는 탄산이 들어간 음료는 아예 취급을 안 하는가보다. 최근에는 단거리만 타서 잘 모르겠는데 언제부터 얘네들이 이렇게 짠돌이가 되었나. 삿포로면 두 시간 이상 걸릴텐데..


그래도 주는 음식을 먹어두어야 식비가 줄어들기에 먹는다. 

맛있는지는 잘 모르겠는데, 영국 맨체스터대학교 앤디 우드 교수는 2010년 10월 ‘음식품질과 선호'(Food Quality and Preference)에 실린 논문에서 소음과 맛의 관계에 대해서 밝혔다고. 그는 소음이 증가할수록 음식의 맛을 사람들이 제대로 느끼지 못한다고 했다. 영국 맨체스터대학교 앤디 우드 교수는 48명의 실험자의 눈을 가린 뒤 이들에게 비스킷과 감자 칩과 같은 맛있는 음식을 주고 헤드폰을 쓰게 하면서 소리에 따라서 맛을 제대로 평가할 수 있는지 실험을 했는데, 실험자들은 소리가 커질수록 단맛이나 짠맛을 느끼지 못했다. 그 이유는 주의가 분산되기 때문이라고. 그렇다고 착륙 후에 기내식을 먹겠다고 할 수도 없고..[각주:1] 


동해를 지나고 있다.

 

조금 더 가다보니 하늘이 흐려졌다. 태풍 라이언록의 영향으로 일본으로 가는 일부 항공편이 결항되어 못 갈 수도 있었는데, 이 항로에서 이 시간대는 별 문제가 없다고 판단했는지 정상적으로 운항을 하였다. 태풍이 약해졌다거나 예상진행경로에서 벗어났을 것 같다는 생각을 했는데, 나중에 알고보니 아직 태풍의 영향권에 들지 않았기 때문에 그랬다고.


빈 자리가 꽤 많은 기내 역시 조용하다.

성수기를 피하면 비행기 가격도 내리고, 사람도 적어서 좋기는 한데, 이 시기라면 후라노의 라벤더는 볼 수 없을 것 같다. 후라노는 지난 달에 다녀왔으니 굳이 다시 가지 않아도 되겠지만.. 그보다 일단 태풍이라는 녀석이 온다니 무사히 넘어갔으면 좋겠다.

 

심지어 햇빛이 나기도 한다.

 그래서 태풍인지 뭔가 하는 것에 대해서는 잊어버렸다.

 

논밭이 보이는 것을 보니 슬슬 도착할 때가 된 것 같다.

 

저 멀리 바다가 보인다.


이제 정말 다 왔다.

 

웰컴 투 홋카이도.

홋카이도 한정 삿포로 클래식 맥주가 환영을 해준다.

그래 반갑다.


신치토세공항은 국내선과 국제선 터미널로 나뉘어 있는데, 수시로 다니는 국내선과 달리 국제선은 한가한 편이다. 터미널 규모를 보아도 국내선 터미널이 국제선 터미널보다 큰데, 국제선의 절반 이상은 한국에서 오가는 여객기이고, 중국, 타이완, 홍콩 등에서 오가는 비행기들이 있다. 당연히 한국 사람들이 많은데, 입국 심사는 아주 간단히 끝났고, 짐을 찾아서 공항을 빠져나갈 준비를 한다. 신치토세공항에서 삿포로 시내까지 가는 방법은 공항버스, 철도, 그리고 경제적인 여유가 있는 이들에 한해 택시라는 교통수단을 이용할 수 있고, 차량을 빌려 렌트카로 돌아다니는 방법도 있다. 

홋카이도의 주요 도시는 철도로 연결이 되어 있지만, 삿포로 근교를 제외하면 열차가 드물게 다니고, 면적으로 따지자면 대한민국 정부의 실효지배권에 있는 영토의 약 83%에 이르므로, 일본 여행을 가서 오사카 및 칸사이권 여행을 하는 것과 달리 도시 간 이동에 적지 않은 시간이 걸린다. 철도가 그나마 자주 다닌다고 할 수 있지만, 삿포로에서 도내 지방 거점 도시까지 가는데 특급열차로도 5시간 전후 걸리고, 항공편은 가격이 무시무시하고 하루에 한두 편 있을까 말까하여 원하는 시간대에 타기 어려워서, 결국 차량으로 이동하는 것이 가장 나은 방법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도로 사정이 좋은 것도 아니고, 마지막으로 운전대를 잡은 것이 거의 10년 전인데다 중간에 맥주라도 마시기 부담스럽고, 혼자서 운전하며 다니는 적막함과 귀찮음, 그리고 이동 중간에 쉬지 못하는 현실적인 문제가 발목을 잡아서 포기했다.


슈타이프 페스티벌 플라자라는 것이 있는데 뭔지 모르겠다. 유럽 쪽에는 아주 취약해서 아는 것이라고는 스테프 핫도그 밖에 없다. 


헬로키티 별로 안 좋아한다니까..


삿포로 클래식 맥주와 로이스 초콜릿, 유바리 멜론 젤리..

저런 것은 지금 사면 짐이 되니까 나중에 갈 때 사든가 하고, 지금은 우선 짐을 가지고 호텔로 가는 것이 먼저다. 곧장 신치토세공항역으로 가서 스이카를 찍고 들어가려는데 잔액이 모자라서 천 엔을 충전한 뒤에 카드를 찍고 열차에 탔다. 아직 퇴근러쉬가 불을 뿜는 시간이 아니라서 그런지 용케 빈 자리가 있다. 지정석인 U시트를 제외하면 자유석이라서 먼저 앉아서 가는 사람이 임자다. 청춘18 킷푸를 사용하는 거지 주제에 520엔이 더 필요한 지정석 U시트는 차마 꿈꿀 수 없다. 


일본은 철도노선이 여기저기 있기 때문에 매달 JR시각표라는 책을 정기적으로 발행한다. 이 책에는 당연히 모든 신칸센과 JR재래선 및 최근에는 모바일판으로도 나오는 모양인데, 이 책을 가지고 다니는 사람이 있다면 그/그녀를 철덕이라 생각해도 별 무리가 없을 것 같다. 요즘에는 인터넷을 통해 웹사이트에 접속해서 쉽게 시각표를 확인할 수 있기는 하지만, 아날로그 시대의 사람이라서 그런지 책장을 넘기며 시각표를 확인하는 것이 더 익숙해서 종종 매표소에 가서 시각표를 뒤져서 찾아보게 된다. 사실 돈 주고 이 책을 사는 것은 짐만 되고 돈도 아깝다는 생각이 든다. 시각표를 안 사면 아이스크림 몇 개 사먹을 수 있는데..


치토세역에 정차. 지정석 U시트는 지정석 요금 520엔을 추가로 내야 하므로, 빈 자리가 많은 자유석에 앉아서 간다. 어차피 이번에는 가난한 상태로 골골거리면서 돌아다니는 고된 여정이므로 이렇게 빈 자리가 많은데 쓸데없이 돈 낭비를 하고 싶지는 않다. 이렇게 돈을 아끼다가, 나중에 크게 펑 터뜨려서 빚쟁이가 되기도 하는 것이 문제이기는 한데..


에니와역에 정차

홋카이도에 최소 두 자릿 수 정도 온 것 같은데 에니와역에 내린 적은 없다. 이 근방에 무엇이 있던가..


키타히로시마 정차. 이름처럼 혼슈에 있는 히로시마에서 이주해 온 사람들이 개척한 동네라고 해서 이름 역시 북쪽의 히로시마라는 뜻의 키타히로시마(北広島)가 되었다고 한다. 홋카이도 남부와 동부에서 열차로 삿포로에 갈 때는 반드시 키타히로시마를 지나게 된다. 그 다음 정차역은 신삿포로인데, 이 역은 귀찮아서 그냥 무시하고 사진을 안 찍었다. 일본에서 역명에 '신(新)'이 붙는 역은 신칸센 역이 많은데, 신요코하마, 신후지, 신오사카, 신코베, 신쿠라시키, 신오노미치, 신이와쿠니, 신야마구치, 신하나마키, 신시라카와, 신하나마키, 신아오모리, 신하코다테호쿠토 등이 그런 예인데, 신삿포로역은 신칸센이 들어올 계획은 없는 듯하다. 

 

삿포로역 도착.

쾌속 에어포트 중에는 삿포로까지만 운행하는 열차와 오타루까지 운행하는 열차가 있다. 대개 신치토세공항에서 15분 간격으로 열차가 있는데, 두 편은 삿포로행, 그 사이는 오타루행으로 운행한다. 신치토세공항에 내려서 바로 오타루로 가고 싶다면 오타루행 열차를 타고, 삿포로에 가려면 아무 열차나 타면 된다.


반대쪽 승강장에 아사히카와행 특급 수퍼 카무이가 있다. 그런데 2017년부터는 앞에 붙은 '수퍼' 가 빠진채 그냥 카무이라는 이름으로 운행하고 있다. 같은 구간을 달리는 일부 열차는 라일락이라는 예전에 운행하던 열차를 부활시키기도 했는데, 카무이는 그린차가 없는 열차, 라일락은 그린차가 있는 열차라고 한다. 세이칸터널 구간에서 아오모리와 하코다테를 오가던 789계 전동차들이 실업자가 되어 이 녀석들을 재취업시키기 위해서 그런 것 같다. 

  

방송국에서 나와서 뭔가 취재를 하고 있다.

내 모습도 잠깐 나왔을 것 같아서 밤새 뉴스를 보았는데 안 보임..


저게 중요한 것이 아니고 일단 숙소에 가서 짐을 내려놓고 쉬어야겠다. 밤을 새고 왔더니 슬슬 긴장이 풀리려고 해서 짐을 끌고 밖에서 돌아다니다가는 뭔가 사고를 치거나 당할 것 같은 느낌이 든다. 삿포로역의 와이파이에 접속해서 송영버스 시간을 보니 20분 정도 기다려야 한단다. 가만히 의자에 앉아서 내일 무엇을 할 지 웹 검색을 하다가(당연히 구체적인 계획은 늘 하지 않기에..), 관광안내소에 들어가서 팸플릿 몇 장 집어온 뒤 나가서 버스를 탔다. 몇 번 묵었던 적이 있는 곳이라서(물론 호텔 측에서는 나를 기억하지 못하고..) 버스 기사 분은 야구를 좋아하시는지 저녁 시간에 타면 라디오 야구 중계를 틀어놓으신다. 

버스를 타고 편하게 도착한 뒤 체크인을 하고, 텔레비전을 켜고 기상상황을 살펴보면서 잠시 침대 위에 누워서 쉬다가 로비로 내려가서 생맥주 한 잔을 마시고, 사우나에 들어가 땀을 흘린 뒤에 저녁을 먹으러 간다. 삿포로에 맛있는 것이 많고도 많지만, 피곤해서 그냥 간단하게 먹을 수 있는 곳을 찾다가 마츠야가 눈에 띄었다.


잠이 잘 오도록 생맥주 한 잔 시키고 야마가타다시규야사이메시(山形だし牛やさいめし) 오오모리로 하나 시킨다. 마츠야는 점원에게 직접 먹을 것을 주문하는 방식이 아니고, 입구 근처에 있는 자동판매기에서 돈을 넣고 식권을 뽑아서 점원에게 주는 방식이다. 자동판매기가 한국어도 지원하므로 쉽게 사용할 수 있으나, 음식 정도는 일본어로도 큰 무리가 없으니 그냥 시키고, 잔돈을 챙겨 빈 자리를 찾아 앉으면서 식권을 건네면 잠시 후 이렇게 주문한 음식이 나온다. 생야채가 딸린 세트를 시키면 야채를 따로 주문하는 것보다 가격이 저렴해서 세트로 시켰던 것 같다. 먹고 돌아서면 금방 잊어버리는지라 기억이 가물가물하다..

 

이런 음식은 처음이어서 호텔로 돌아가서 인터넷으로 찾아보니 야마가타현에서 밥 위에 이렇게 오이나 가지 같은 야채를 잘게 썰어서 낫토나 다시마를 넣고 술과 간장으로 간을 맞춘다는 것 같다. 


잘 먹겠습니다...


잘 먹었습니다..


음식점 직원이 잔반처리하지 않아도 되도록 깨끗이 먹어주는 친절한 고객이다. 배가 부르니 호텔까지 슬슬 걸어서 갔는데, 방에 들어가고 얼마 되지 않아서 날씨가 막 험악해지면서 바람이 거세지고 비가 내리기 시작한다. 드디어 태풍의 영향권에 들은 것 같아서 혹시 모르니 텔레비전을 켜고 뉴스를 보다가 언제 재난 경보가 발령될 지 모르니 소리를 살짝 줄여놓고 잠을 청했다. 




- 잠꾸러기의 원포인트 가이드

<신치토세공항에서 삿포로 시내 가기>

열차 : JR 쾌속에어포트 15분 마다 운행. 약 37분, 1,060엔. 지정석 U시트는 지정석권 520엔 추가, U시트 이외의 좌석은 그냥 승차권만으로 승차 가능.

        삿포로 종착 열차와 삿포로 정차 후 오타루까지 가는 열차를 번갈아 운행한다. 

        쾌속열차는 어느 정도 이용자가 많은 역에만 정차하므로, 하차하려는 역을 통과하는 경우는 하차역 직전 정차역에서 내려 보통열차로 갈아타면 된다.

        시간적 여유가 있다면 그냥 삿포로 방면 각역정차 보통열차에 승차 후 약 55~60분 정도 소요.

리무진 버스 : 츄오버스(Chuo Bus)와 호쿠토버스(Hokuto Bus)에서 운행하며, 삿포로역 및 주요 호텔에 정차한다.

                아침 이른 시간과 19시 이후를 제외하고 매시간 약 4~5편의 버스가 다닌다. (도심 기준) 약 65~80분 소요. 1,030엔. 열차보다는 가격을 저렴하게 한 것인가..


  1. 출처 http://www.hani.co.kr/arti/science/science_general/569755.html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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