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JAPAN/2016.08 아프니까 청춘이냐


히가시무로란에서 오샤만베(長万部)행 보통열차를 타고 계속 무로란본선을 달린다. 환승시간이 단 5분에 불과하였기 때문에 잠시 역 바깥으로 나가서 동네 구경할 시간도 없고, 양 어깨와 두 팔 모두 짐을 안고 있었던 탓에 얌전히 열차에 올라 타서 빈 자리를 찾아보았으나, 사람들이 많아서 결국 서서 가게 되었다. 모든 역에 정차하는 보통열차이기에 중간역에서 사람들이 하나 둘씩 내릴 것 같으니 금방 자리가 나기를 기대해보지만, 예상보다 오랫동안 사람들이 자리를 지키고 있어서 별 수가 없다.


해안에 접한 지대에는 공장들이 들어서 있는데, 무로란은 철강과 화학 공업 등의 중화학산업과 조선업 등이 발달한 곳이라고 한다. 홋카이도에서는 유일한 공업지대로 알려져 있다. 그래서인지 예쁜 항구마을이 아니고 투박한 굴뚝이 먼저 눈에 들어온다.


이렇게 조선소도 있는 것 같고..


사키모리역

이런 역이 있는지도 몰랐는데, 사키모리역 전에 모토와니시(本輪西)역은 한 눈 팔다가 그냥 지나쳐버렸다.. 지나는 모든 역의 명판 사진을 찍으려면 조금 더 부지런해야 하는데, 그럴 리가 없다.


열차가 슬금슬금 높은 곳으로 올라가서 차창 밖으로 동네를 조망할 수 있는데 경관이 아름답지는 않다. 공업지대답게 해안 주변에 조선소에서 사용하는 타워크레인이 여러 대 보이고, 선박을 건조하고 있는 시설인 것 같다.


코가네(黄金)역.

황금역이다. 역명판의 기둥을 황금으로 만든 것은 아니고, 녹이 슬었을 뿐이기는 하지만..


황금은 보이지 않는다. 있었다면 누군가가 이미 가져갔겠지..


지금은 무인역으로 운전수(기관사)가 열차 운전은 물론 운임을 받는 일도 하지만, 예전 이 역에 역무원이 있던 시절에는 이 역의 입장권이 꽤 잘 팔렸다고 한다. 금은 세계 어디서든 가치를 인정받는 것이니.. 지금은 역에 상주하는 직원이 없지만 역 출입은 자유롭게 할 수 있고, 열차를 탈 때 정리권을 뽑고, 내릴 때 운전수에게 운임과 정리권을 함께 낸다.

 

마렛푸(稀府)역

역 이름이 일본의 다른 지역에 비해 많이 생소한 느낌인데 아이누어에서 음차하였기 때문이라나.. 홋카이도가 일본의 역사에 포함되기 시작한 것이 역 주변에 별로 눈에 띄는 건물은 없는 한적한 시골 마을인 것 같다.

 

마렛푸역을 출발하여 다음 역인 키타후나오카역으로 향하는데 선로가 갈수록 해안선에 가깝게 다가간다. 해가 서쪽으로 넘어가고 있어서 열차 진행 방향의 왼쪽에서 햇살이 차창을 통해 들어오는데 잠시 구름이 해를 가리고 있다.


이 부근에는 인적이 드물기 때문에 선로 주변에 수풀이 우거져 있다.


해안선에 가까이 붙어서 이어지는 선로라서 바다를 가까이서 구경할 수 있다.

 

태풍이 지나간 후에 너울의 여파인지 파도는 꽤 높았다. 


키타후나오카역에서 학생 한 명이 내렸다.


키타후나오카역

역이 바다에 접해 있는데, 태풍이 불어오거나 비바람이 심할 때는 이 역 이용이 어려울 것 같다.


처음에는 빈 자리가 거의 없었는데 진행방향 왼쪽 창가 자리가 생겨서 냉큼 앉아서 갔다. 갈 길이 먼 사람이니 가능하면 체력소모를 줄여야 하고, 창가 쪽 자리에서 바깥 경치를 보기 위해서.


다테몬베츠역

다테몬베츠역은 특급 호쿠토, 수퍼호쿠토의 정차역으로, 이 역에는 역무원이 상주하고 있어서 승차권이나 요금을 운전수 대신 역무원에게 내고 나간다. 다테라고 하면 가장 유명한 사람은 독안룡 다테 마사무네(伊達政宗)일텐데 이 사람과 직접적으로 관련이 있는 것은 아니고, 다테 가의 분가인 와타리다테(亘理伊達) 가문이 이 곳에 정착하면서 이 지역의 이름 몬베츠와 합쳐서 다테몬베츠가 되었다고 하는 것 같다.


다테시 개척기념관과 쇼와신잔이 이 근처에 있다고 한다. 개척기념관은 버스로 10분, 도보로 20분 걸린다고 하니 걸어서 다녀오면 되겠는데, 짐은 어떻게 들고 다닐 것인지도 문제고 이 열차에서 내리면 다음 열차가 언제 올 지 모른다.. 


저 그림의 장수는 다테 마사무네인가..

계속해서 오샤만베로 향한다.


나카와역

저 학생들은 서로 아는 사이인가..


햇빛이 강해서 일단 햇빛 차단막을 내리고 창문을 살짝 열고 간다.


우스역


열차 안은 평화롭다.


한동안 해안선 옆으로 다니다 어느새 산 속을 지나가고 있다.


구름이 껴서 어두워진 탓도 있을테고, 산 옆으로 가다보니 사진이 흔들렸다.


학생들이 토야역에서 많이 내린다.

토야역은 삿포로-하코다테 구간의 특급열차가 정차하는 역이다. 2012년 토야코(洞爺湖)에서 G7정상회담을 개최해서 세계적으로 주목을 받은 곳이기도 하다. 한국인으로서 마음이 아프기는 하지만 일본은 선진국이자 강대국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여러 국제 관계 등으로 인해 이득을 본 것도 있지만, 일단 1억 3천만에 가까운 인구와 과거에 서양세력들과 세계대전을 벌였을 만큼의 기술과 힘을 가진 나라라는 사실을 부정할 수는 없다. 토야코의 경관이 좋다고 해서 한 번 가보고 싶은데, 가난해서 못가고 있다는..

 

토요우라역

역 뒤편은 그냥 숲이다..


역사 앞으로 지나는 2차선 도로 건너편에 평범한 가정집들이 있다. 스윽 둘러보니 평범한 마을이고 딱히 눈에 띄는 건물이나 시설 같은 것은 없는 것 같다. 토요우라역을 출발해서 오키시역까지 가는 도중 꽤 긴 터널을 지나게 된다. 원래 선로는 산 위로 우회하는 경로였는데 급경사와 급구배를 피하기 위해 새로이 터널을 건설하여 선로가 지나가도록 했다고 한다. 덕분에 거리가 1.6km 정도 짧아졌다고.


터널을 지나면 해안선과 가까이 선로가 이어진다.


오키시역을 출발하면 다시 터널이 기다리고 있다. 


이름은 안 나왔지만 이 건물이 레분역 건물. 역시 무인역이다.


레분역을 출발하면 살짝 오르막 경사가 있고, 산을 향해서 달린다.

 

이런 산 속에 무슨 마을이 있고, 역이 있을까 싶지만..


역이 있다. 코보로(小幌)역

이 역은 비경역(秘境駅)으로 잘 알려진 역이다. 1년 여 전에 출장을 와서 머물다 우연히 텔레비전에서 이 역이 소개되는 것을 보았는데, 원래는 신호장이었는데 여객 취급을 했고, 이 역에서 나가는 길이 없다고 한다. 원래 이 역은 신호장이었으나 국철 민영화를 하면서 역으로 승격이 되었다고 하는데, 당시만 해도 주변에 민가가 있어서 역으로 이어지는 길이 있었다고 한다. 1970년대까지는 주변에 거주하는 사람들이 있었다고 하는데, 이후에 사람들이 없어지면서 자연스럽게 길이 사라지게 되었다고. 아마도 인적이 없다보니 숲이 우거져버린 모양. 마을도 없고 밖으로 주변에 관광명소가 있는 것도 아니라서 이 역을 찾는 사람들은 대부분 철도 동호인(철덕)이라는 것 같다. 방송에도 나오고, 조만간 이 역이 폐역이 될 가능성도 있어서 하루 한 명 이상이 이 역을 방문하고 있다고 하는데, 여름철에나 갈 만하지 겨울에는 엄두를 내지 못할 것 같다. 코보로역이 위치한 토요우라쵸(豊浦町)에서는 역의 존속을 원하고 있어서 1년 단위로 유지비를 부담하는 조건으로 JR홋카이도와 계약을 하고 있다고 한다. 승강장도 1량짜리 열차에만 대응할 수 있어서 2량짜리 열차가 도착하면 선두차량만 문을 연다고..


코보로역을 출발


날씨가 안 좋아지는 것을 느끼기는 했지만, 구름이 몰려오고 바람이 세지면서 조금씩 이상한 분위기가 감지된다. 오샤만베역까지는 앞으로 다섯 역이라서 곧 도착할 것 같지만, 오샤만베 이후에 하코다테까지 가는 열차는 정상적으로 운행할 것인지 슬슬 염려가 되었다. 평소 같으면 별 염려를 하지 않았겠지만, 며칠 전에 폭우로 인해 하코다테 방면으로 가는 열차의 운행이 중단된 것을 보고 난 뒤라서 바람이 불고 비가 내릴 것 같은 날씨가 걱정이 되기 시작한다. 우산이 있어도 들 손이 하나 더 있는 것도 아니고 바람이 세서 우산을 써도 별 소용없을 것 같은데..


오샤만베역에 도착했다. 이제 모리행 열차로 갈아타고 가야하는데 열차 시간이 약 40분 가까이 남아서 역 근처 구경이나 해야할 것 같다. 날이 흐려지고 바람이 거세지고 언제 비가 와도 이상하지 않을 듯한 날씨라서 역 안에 갇혀 있어야 할 지도 모를 일이지만..


타고 온 열차는 다시 무로란으로 돌아가는 모양이다. 어느새 행선판을 바꾸어 놓았다.


혹시 사진이 흔들렸을까 싶어서 다시 열차 사진을 찍고 역 바깥으로 나가려고 계단을 올라가서 개찰구를 지나려고 하는데, 역무원이 승객으로 보이는 사람들 몇 사람들에게 이야기를 하고 있다. 모리행 보통열차가 강풍으로 운휴가 되어서 모리역까지 특급열차를 대체로 이용할 수 있다는 이야기가 들렸다. 그런데 특급열차에 탈 수 없는 승차권을 가지고 있는데, 보통열차가 운행하지 않는다니 어떻게 해야하는지 물어봐야겠다 싶어서 얼른 역무원에게 다가갔다.

"모리행 보통열차는 운행하지 않나요?"

"네, 바람이 많이 불어서 운휴가 되었네요. 혹시 어디까지 가시나요?"

"하코다테까지 가려고 하는데요.."

"승차권은 있나요?"

"네.. 청춘18승차권이 있어요.."

"그러면 모리역까지 특급열차 자유석에 타고 가세요. 모리역에서 하코다테까지는 정상 운행 예정입니다."

그러더니 역무원은 무전으로 승객 한 명이 더 있다고 지령실인지 특급열차의 차장인지 외부인으로서는 알 수 없는 누군가에게 연락을 했다. 안 좋은 기상 덕분에 오샤만베에서 모리역까지 워프를 하게 된 셈인데.. 오샤만베에서 모리까지는 특급권 없이도 특급열차를 타고 갈 수 있게 되어 오전에 갉아먹은 시간을 많이 회복할 수 있지 않을까 기대를 하였지만, 철도 지옥인 홋카이도를 너무 얕보았다는 것을 모리역에 도착한 뒤에 알게 된다.


무로란행 보통열차를 타고 가는데 내릴 역은 종점인 무로란이 아닌 그 전에 있는 히가시무로란역이다. 히가시무로란역은 삿포로-하코다테 구간의 특급열차인 호쿠토, 수퍼호쿠토가 정차하는 역이기도 한 교통의 요지라고 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역을 지나는 보통열차는 손에 꼽을 정도라서 열차를 한 번 놓치면 다음 열차까지 적잖이 기다려야 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아침의 출근, 통학시간대는 그나마 열차가 자주 있는 편이기는 하지만, 대낮에 보통열차는 1~2시간에 한 편 꼴로 있어서 이 열차를 놓치면 두 시간을 기다려야 한다고 앞에서 이미 언급했다. 청춘18킷푸나 홋카이도 동일본패스의 유효기간에나 철덕들이 몇 시간 씩 보통열차 타면서 가지 평소에는 통학, 통근 시간대가 지나면 빈 자리가 넘쳐난다. 


키하 40계, 150형 단칸방 열차들이 놀고 있다.

  

아오바역

아다치 미츠루의 만화 크로스게임의 여주인공이 츠키시마 아오바였던가..


인터넷에서 긁어왔다...


이토이역

예전에 이대호가 일본 프로야구 오릭스 버팔로스에서 뛸 때 이토이 요시오라는 선수가 있었다. 이 사람과는 관련이 없겠지만..


이토이 요시오(糸井嘉男). 지금은 한신에서 뛰고 있다고..


시라오이역

포로토라는 것이 호수 이름인가본데 무엇인지 잘 모르겠다.


하기노역.

일본 수영 선수 중에 하기노 코스케라는 선수가 있다.


하기노는 작년 리우올림픽에서 색깔별로 메달 수집을 했던 선수다.


타케우라역

여기가 어디인지 잘 모르겠다. 타케우치 유코와 타케우치 아이는 알겠는데..


맞은편 좌석에 발을 올리고 있는 아주머니를 찍으려 한 것은 아니고, 역명판이 붓글씨로 쓴 것 같아서 사진을 찍었다.


중간중간 주택이 보이는데, 마을인가보다.


역 이름이 잘리기는 했지만 코죠하마(虎杖浜)역

무인역이라서 열차를 타고 내리는 승강장과 보이는 저 건물만 달랑 있다.


다음 역은 노보리베츠(登別).

홋카이도에서 가장 유명한 온천지역 중 하나가 아닐까 싶다. 홋카이도의 유명 온천이라면, 노보리베츠, 토야코, 유노카와가 베스트로 꼽히고, 이 다음으로 죠잔케이, 아칸코, 소운쿄 정도가 되겠다. 노보리베츠는 홋카이도에서 가장 인기가 높은 곳이라서 늘 사람이 많은데, 이 시간대는 지난 밤에 온천여관에서 묵은 사람들이 돌아갔을 시간일 것 같다.


사진 왼쪽에 보이는 성처럼 지어진 건물은 마린파크라는 수족관이 있는 곳이란다. 그냥 봐서는 러브호텔 같이 생긴 것 같은데.. 혹시 이 곳에 가보고 싶은 사람을 위해서 웹사이트 주소를 적어둔다. 웹사이트는 일본어 외에, 영어, 중국어를 지원하는데 한국어로는 PDF파일 형식의 리플렛이 있다. (https://www.nixe.co.jp) 


노보리베츠역

온천으로 잘 알려진 동네. 지고쿠다니(地獄谷)가 유명한 곳. 2009년 말에 이 동네에 들러서 온천에 잠시 몸을 담그고 돌아갔던 적이 있다. 자고로 온천욕을 즐기려면 온천탕을 갖춘 숙박시설에서 하룻밤 묵어가면서 맛있는 저녁을 먹는 재미를 느껴야 하는데, 학생 시절이었기에 그럴 여유도 없었고, 온천욕만 하고 노보리베츠역으로 돌아가는 버스를 타기에 바빴다. 그 때는 일본어를 거의 못했기 때문에 손짓 발짓 해가면서 이야기하기도 했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아무것도 모를 때가 부담없이 즐길 수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지금이야 어느 정도 의사소통이 되니 대부분 뭐라고 하는지 알아듣고, 혹시라도 놓친 것이 있으면 다시 물어보고 그래도 이해가 안 되는 것을 다시 쉽게 말해달라고 할 수 있지만, 이 사람들의 생각을 어느 정도 알게 되니 더 조심하게 되는 면이 있다. 그래서 그냥 외국인이라는 티를 잘 안 내고 다니는 편이기는 한데 그러다보니 어떤 일본인들은 길을 물어보기도 한다. 외국어 서적을 붙들고 공부하는 성격이 아니어서 일부러 일본어로 된 안내문이나 지도를 받아서 - 사실 이 편이 길을 물어보기도 쉽다 - 다니는 경우가 많아서 읽다가 모르는 단어나 문장은 체크해두었다가 나중에 찾아보거나 아니면 잊어버리고 넘어가는 경우도 있고 그냥 잠을 자는 경우도 있고 뭐 그렇다.


삿포로에서 노보리베츠는 특급열차로 약 1시간 10분 정도 걸린다. 편도요금 및 특급권가격이 자유석은 3,960엔, 지정석은 4,480엔으로 꽤 비싼 편이다. 보통열차로는 2시간 40~50분 정도 걸리고 요금은 2,160엔.


타고 있는 열차는 후속 특급열차를 먼저 보내기 위해서 노보리베츠역에서 정차를 9분이나 한다. 굳이 노보리베츠에서 길게 정차할 이유는 없지만, 다음 역에는 대피선로가 없어서일 수도 있고, 노보리베츠에 내린다고 해서 모든 사람이 다 노보리베츠에 목적이 있는 것이 아니고, 특급열차가 정차하지 않는 역에 가는 경우라면 내려서 보통열차로 환승을 해야 하기 때문에 이런 식으로 완행열차와 급행열차를 맞춰서 탈 수 있도록 시각표를 만든다.


노보리베츠라고 적혀 있다.


노보리베츠역

 

역시 노보리베츠는 온천이 유명하다.


아마도 홋카이도에서 혼슈로 넘어가려는 사람은 이미 무로란을 지나서 오샤만베 정도까지는 갔을 것 같다. 청춘18킷푸를 이용하려면 대단히 부지런해야 하는데, 짐이 얼마 담기지 않은 작은 백팩과 JR시각표 책자를 가지고 열차에 탄 사람들은 며칠 남지 않은 청춘18킷푸 사용을 위해서 열심히 이동 중일 것이겠지만, 그런 것은 신경 안 쓰는 사람은 이렇게 여유를 부리고 있다..

 

9분씩이나 기다려야 하다니.. 이래서 돈이 좋은가보다 싶은 생각이 든다.


타는 사람은 없다...

 

2번 선로에 하코다테로 가는 특급 호쿠토 12호가 도착했다. 이 열차는 내릴 사람을 내려주고, 탈 사람을 태워서 바로 떠났다. 이 열차가 떠난 후 선로 변경을 하고 보통열차도 출발한다.

 

무로란행 보똥열차도 곧 출발할 예정이므로 얼른 열차 안으로 돌아갔다.


와시베츠역.

전역인 호로베츠역은 어쩌다보니 그냥 놓쳤고, 다음역이 내릴 역인 히가시무로란이다. 야호~!!


와~ 드디어 히가시무로란이다!!

좋아했지만 이 열차에서 다시 오샤만베행 열차로 갈아타야하는데 환승시간이 단 5분이다. 아무리 그래도 조금 쉴 시간을 주어야지 이것은 너무한 것 아닌가 싶다. 그러나 불평을 늘어놓을 시간도 없이 일단 열차에 올라탔다.


빈 자리가 있기는 하지만 짐이 많아서 옆 사람에게 불편을 줄 것 같아 그냥 짐을 열차 구석에 세워놓고 눈치를 보고 있었다. 청춘18킷푸나 동일본 홋으로 여행을 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멀지 않은 곳에 사는 주민들로 보이니 가다보면 빈 자리가 생길 것이라는 기대와 예상을 하면서..

무로란지역은 홋카이도의 대표적인 공업지대로 잘 알려져 있다. 철강업이 특히 유명하고, 조선업, 석유 정제 등의 중화학공업이 발달한 곳이라고 한다. 그래서인지 무로란에는 국립 무로란공업대학이 있다고 한다. 찾아보면 공대 오빠가 이 열차 안에 있을지도.. 홋카이도신칸센 개업 전에 하코다테에서 히가시무로란까지 특급열차를 타고 와서 무로란역에 다녀온 적이 있는데, 조용하고 꽤 아름다운 동네였다는 기억이 있는데, 정작 히가시무로란역 주변에는 뭐가 있었는지 기억이 거의 없다.



청춘18 승차권 4일째 분을 사용하는 날.

여유를 부리면서 아침을 먹고 원래 계획했던 것보다 조금 늦게 호텔에서 나왔다. 삿포로역에 조금 일찍 가서 토마코마이에 도착해서 열차를 기다리려고 했는데, 장거리 이동에 적합하게 짐을 다시 싸다보니 생각보다 시간이 많이 걸렸고, 호텔에서 체크아웃하기 전에 아오모리에서 토쿄까지 가는 열차 시각표를 인쇄하다가 또 시간을 보냈고, 짐이 많아서 이것을 다 질질 끌고 다닐 수도 없어 호텔의 송영버스를 타려고 기다리면서 시간을 보내느라 삿포로역 앞에 내리니 시간이 빠듯했다.

거리상으로 따지면 청춘18 여정의 마지막 날이 가장 길고 오랜 시간이 걸리는 것이지만, 혼슈에서는 토쿄에 가까이 갈수록 열차의 빈도가 많아지고, 자정이 지나 마지막 열차가 다니는지라, 홋카이도처럼 이동 거리는 멀지만 열차 운행이 드물어서 중간에 허비하는 시간이 많은 곳이 더 힘들다. 삿포로에서 치토세나 토마코마이까지 다니는 치토세선은 그나마 열차가 자주 다니는 구간이지만, 토마코마이 이후로는 열차 운행 횟수가 현저히 줄어들기 때문에 열차를 기다리는 중간에 딴짓하다가 놓치면 하코다테까지 못 갈 수도 있는 위험이 있어서 주의해야 한다.


조금 늦은 출발을 만회하기 위하여 쾌속 에어포트를 타고 치토세역까지 왔는데 열차가 바로 있는 것은 아니고 11시 44분에 토마코마이행 열차가 있다고 한다. 예정대로 간다면 하코다테까지 갈 수 있을 것 같은데, 태풍이 쓸고 간 뒤로 기상 및 철도 상황이 불안정해서 걱정을 지울 수 없었다. 


치토세역 정도면 그럭저럭 번화하다고 할 수 있는 곳인데 아무리 출근, 등교시간이 지났다고 해도 역이 너무 썰렁하다. 사람들이 다 점심 먹으러 간 것일까. 학생들이 집에 갈 때나 직장인들이 퇴근할 때는 사람이 꽤 많지만, 다른 시간에는 이렇게 한산한 모양이다. 이러니 홋카이도의 모든 노선이 다 적자일 수밖에..


열차가 도착한다는 안내가 나온다.


삿포로 근교 노선도

위의 노선도에 있는 역들이 삿포로 권역이라고 할 수 있다. 이 이상인 경우 삿포로까지 1시간 이상 걸리는 것은 물론, 열차 간격이 뜸해서 이동에 상당한 제약이 생긴다. 이 노선도에 있는 범위 정도만 거리와 소요시간 및 승차인원 등에서 삿포로 권역으로 설정해두고 있다.


아울렛 레라가 보이는 것을 보니 여기는 미나미치토세역


열차 문이 무식하게 생겼는데, 겨울이 길고 춥고 눈이 많이 내리는 곳이라 방한, 방풍을 위해 차량의 문을 이런 식으로 만들었다고 한다.


미나미치토세를 지나면 승객이 확 줄어서 빈 자리가 늘어나기 시작한다. 치토세역에서 열차에 탔을 때부터 빈 자리는 있었지만 종착역인 토마코마이가 가까워지면서 사람이 앉은 곳보다 빈 자리가 더 많아진다.


이용하는 사람이 많지 않은 곳에서는 문 옆에 있는 버튼을 눌러서 문을 열고 닫게 되어 있다. 한국의 전철, 지하철처럼 역에 도착하면 자동으로 문을 열어주지 않기도 하니 주의해야한다.


종착역인 토마코마이역에 도착. 내린 다음에 보니 731계 전동차를 타고 온 것 같다. 굳이 열차의 계열 같은 것을 알고 싶지는 않지만 써진 것을 보니 대충 알 수 있는 것 같다. 토마코마이역은 무로란본선과 히다카본선의 환승역이기도 하다. 엄밀하게 말하면 치토세선은 토마코마이역의 이전 역인 누마노하타(沼ノ端)역까지이지만, 이 역이 존재감이 없어서 치토세선 열차가 토마코마이까지 운행을 한다. 삿포로에서 치토세까지 갈 때도 삿포로에서 출발하여 나에보(苗穂), 시로이시(白石)역까지는 하코다테본선으로 가다가 시로이시역을 지나서 분기가 된다. 


곧 하코다테방면으로 가는 상행열차로 갈아타야 하고, 토마코마이역 주변에 별로 갈만한 곳도 없어서 그냥 역에서 기다렸다.


아마 저기에 세워져 있는 열차 같은 똥차가 들어올 것 같다.


토마코마이역 주변에는 메가돈키호테가 있고, 그 건물에 쇼핑센터 같은 곳이 있다. 특급 정차역이라고 해서 나름대로 사람이 많이 사는 도시가 아닐까 싶어서 몇 번 들러보았는데 매번 딱히 눈에 들어오는 것은 없었고, 뭐 그저 그랬다. 그렇다고 돈키호테가 다른 곳에 비해서 많이 싸다고 느낀 적도 없는 것 같다. 가끔 유통기한이 다 되어가는 식품류를 반값 이하에 싸게 팔기도 하지만 입맛에 맞지 않는 것들이어서.


역 근처에는 비즈니스 호텔 체인의 점포들이 줄지어 있다. 토마코마이시는 무로란시와 함께 홋카이도의 대표적인 공업도시인데, 제지산업이 유명하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토마코마이역 주변에는 돈키호테가 있는 쇼핑센터 외에 눈에 띄는 상점이 별로 없고, 호텔들의 큰 간판만 보인다. 오히려 공항이 가까운 치토세에는 호텔 등의 숙박업소가 많지 않아서, 홋카이도의 성수기에는 삿포로나 오타루 등지에서 숙소를 구하지 못하면 토마코마이 정도가 대안이 될 수도 있을 것 같다. 물론 토마코마이에서 삿포로, 오타루에 다녀오려면 적지 않은 비용과 시간을 소비하게 되겠지만 홋카이도레일패스나 JR패스를 구입했다면 추가로 들어가는 비용이 없으니 길바닥에 시간 버리는 것 외에는 괜찮을 것 같다. 

맛집 같은 곳을 일부러 찾는 성격도 아니고, 백팩에 캐리어, 60사이즈를 넘는 무거운 상자 하나를 들고서 돌아다닐 엄두가 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약 20분 후에 들어올 열차를 놓치면 두 시간 후에 다음 열차가 오는지라 얌전히 플랫폼에서 오락가락하면서 열차를 기다렸다.

 

대부분은 단거리 이용객인 것 같지만, 청춘18 승차권이 9월 10일까지 유효하므로, 여름의 끝자락에서 보통열차로 돌아다니는 사람들이 종종 있다. 대개 특정 지역에서 여행을 목적으로 온 사람들은 짐을 저렇게 가볍게 하고 다니지 않기에 대충 짐작할 수 있다. 저 사진의 사람처럼 백팩 하나 메고 음식을 사들고 타는 사람이면 그럴 가능성이 더 높다. 돈이 없어서 보통열차를 타는 것은 마찬가지이겠지만, 단기체재 자격의 외국인은 JR패스나 홋카이도레일패스를 살 수 있는 것에 반해, 내국인은 청춘18승차권 같은 기간한정의 패스 또는 홋카이도 내에서만 구입 및 사용이 가능한 '홋카이도프리패스' 라는 패스만 구입해서 사용할 수 있다. 그 가격이 7일간 26,230엔이므로 범위가 홋카이도내로 한정되고, 지정석 예약은 6회로 제한되며, 홋카이도신칸센을 탈 수 없다는 것을 생각하면 적은 금액은 아니다. 그런데 어떤 바보 멍청이는 돈 아끼겠다고 이렇게 사서 고생을 하고 있다...


기다리는 열차는 12시 29분 발 무로란행 보통열차. 이 열차의 종착역은 무로란이지만, 하코다테 방면 열차가 다니는 역은 히가시무로란이어서 중간에 내려서 환승해야 한다. 멍청하게 열차 안에서 졸다가 종점인 무로란까지 갈 수 있으니 잠도 마음대로 못 잔다. 

 

열차가 들어온다는 안내가 나왔다.


반대편 삿포로 방면으로는 특급열차 스즈란이 들어온다.


저런 열차를 타고 빠르고 편하게 가고 싶지만..


현실은 이런 똥차다.


무로란행 무로란본선 열차이지만, 히다카본선 일부구간이 운휴 중이라고 남는 열차를 빼돌려 이렇게 굴리고 있다. 행선지 표지판으로 가려보려고 하지만 히다카본선이라고 써진 것이 표지판 위로 보인다.


무로란까지는 전동차가 다닐 수 있지만, 이런 디젤 동차를 굴리고 있다. 역시 승무원은 운전수 혼자 승차하는 원맨열차로 열차 운전 및 요금 수납을 혼자서 처리해야 한다. 열차 운전하다가 중간에 요금을 받고, 다시 열차 운전을 하려면 적잖이 짜증이 나지 않을까 싶다. 그래도 별 수 있나 먹고 살려면 승객들에게 웃음지으면서 묵묵히 하는 수밖에. 보통 사람들의 삶은 다 거기서 거기 아니겠는가..


두 량짜리 열차의 자리를 모두 채울 만큼 사람들이 많지는 않아서 여유있게 천천히 올라타도 될 것 같아서 사진이나 찍고 마지막으로 열차에 올라탔다. 가장 선호하는 왼쪽 창가 좌석에 앉아서 간다.


뒤 쪽의 차량은 키하 150형 열차다. 이미 도입된 구형 열차와도 병결을 하여 사용할 수 있도록 만들었다고 한다.


2량의 차량 중 뒤편의 차량에 빈 자리가 많아서 자리에 앉아서 간다.


토마코마이에 왔을 때 왜 갈만한 곳이 없었는지 저 명소 안내 표지판을 보고 대충 알게 되었다. 우토나이 호수는 버스로 25분을 가야하고, 타루마에산은 자동차로 40분, 토마코마이항은 차로 10분, 그나마 슬슬 걸어서 다녀올 만한 곳은 하쿠쵸마리나라고 불리는 백조들이 있는 곳인데 그것도 도보 15분이란다. 그래서 아무 곳도 못 가고 그냥 역 안에 쳐박혀 있었다.


무로란본선과 히다카본선이 다니는 홋카이도 도내 열차 운행에서 큰 역할을 하는 곳이라 그런지 토마코마이 운전소도 있다. 키하 150형 열차도 보이고, 홋카이도에서는 흔히 보이는 키하 40계 똥차 역시 멀쩡히 잘 있다. 언제 히가시무로란까지 가나 싶은데, 거기가 끝이 아니니 오늘 중으로 홋카이도를 떠날 수 있을지 슬슬 걱정이 되기 시작했다.



삿포로행 보통열차

2017. 10. 11. 02:55


제목은 삿포로행 보통열차이지만, 사실 저 열차는 이와미자와역 발, 오타루 착 열차로 중간에 삿포로에 정차하는 열차다. 




왓카나이에서 출발해서 삿포로에 가는 특급 사로베츠

이 열차는 특급열차라 청춘18승차권으로는 탈 수 없는, 제 돈을 줘야 탈 수 있는 열차이기도 하지만 이 시간에 특급열차를 탄다고 해서 크게 달라질 것도 없고, 돈이 없어서 못 가는 하코다테까지 갈 것이 아니라면 별 의미가 없다. 그리고 특급열차를 돈 내고 탄다면 같은 가격에 조금 더 승차감이 좋은 카무이를 타고 말지..


아사히카와역에서 이와미자와역까지 가는 보통열차에 올라탔다. 하코다테본선을 크게 네 부분으로 나누어서 하코다테-오샤만베, 오샤만베-오타루, 오타루-이와미자와, 이와미자와-아사히카와 구간으로 운행을 하기에 한 번에 삿포로까지 가는 보통열차는 없다. 하코다테본선의 종점인 아사히카와는 한반도의 최북단보다 위도상으로 더 북쪽에 있어서 여름이 지나면 금방 해가 진다. 9월 초이지만 오후 6시가 되면 슬슬 어두워지기 시작한다.

 

에베오츠역

다음 역은 타키카와.


타키카와역에 도착하고 있다. 

이틀 전에 아사히카와에 갈 때 지났던 역이다. 굳이 같은 경로를 택하지 않으려면 후라노에서 네무로본선을 이용하여 타키카와에 가는 방법이 있기는 하지만, 그 다음부터는 어차피 같은 경로인데다 이 경로를 택하면 짐을 계속 끌고 다녀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어서 생각조차 해보지 않았고, 뭔가 다른 길을 찾는다면 신토쿠까지 가서 삿쇼선으로 돌아가는 방법이 있겠지만 이 부근이 며칠 전에 태풍 라이언록으로 인한 피해로 운행 중단이 되고, 일부 구간은 당장 복구할 수 없어서 운행이 중단된 상황이라서 그냥 왔던 길로 다시 가게 되었다. 역시 여행이라는 것은 때를 잘 맞춰야 하는데 꼭 뭔가 하나씩 어긋나는 것들이 생긴다.


이와미자와역에 도착


후라노에 다녀온 시간까지 합치면 대충 3시간 넘게 열차를 타고 있다. 2시간 정도 열차를 타면 슬슬 질리는 편이라서 - 그래서 철덕은 될 수 없는 것 같지만 - 일단은 내리자마자 먼저 역 바깥으로 탈출을 했다. 열차에 가만히 앉아서 가는 것만으로도 지치기도 하고, 삿포로에 가는 열차가 바로 연결되는 것이 아니라서 잠시 밖에 나가서 동네 구경이나 해볼까 싶어 밖으로 나갔다. 자정까지는 이 승차권으로 타고 내리는 것이 자유이기 때문에 개찰구에 가서 9월 3일 도장이 찍힌 승차권을 스윽 보여주고 짐을 끌고 나갔다.


이와미자와역 근처에는 자유의 여신상이 있다.

뉴욕에 가보지 않았지만, 그 자유의 여신상은 저것보다는 클 것 같다.


뉴욕은 머니까 나중에 돈 많이 벌어서 비즈니스석에 타고 가고 싶은데, 빚만 늘고 있다.

 

이와미자와까지는 삿포로 근교라서인지 역도 새로 지은 지 얼마 되지 않은 것 같다.

이틀 전에는 개찰구 밖으로 나가보지 않아서 이런 곳인지 몰랐는데..


건너편에 있는 열차는 출발시각이 가까워졌는지 차장이 손목시계를 주시하고 있다.

 

차장이 맨 뒤로 타서 출발 전에 점검을 하는 것 같다.

 열차 출발까지는 약 6~7분 정도 남은 것 같아서 슬슬 짐을 끌고 3번 승강장으로 건너갔다.


삿포로, 오타루 방면은 하코다테본선, 오이와케, 유바리, 토마코마이는 무로란본선이 되겠다. 이 곳에 처음 오는 외국인이나 사전 정보 없이 홋카이도에 온 사람이라면 노선 이름을 백날 말해도 그 노선이 어디로 가는지 알 수 없을테니 저렇게 역명으로 안내하는 것 같다.


보통열차이기는 하지만 꽤 먼 거리를 달리고, 중간에 몇몇 역에 정차하지 않고 구간쾌속으로 달리는 열차라서 그런지 롱시트가 아닌 크로스시트를 설치한 것 같다. 승객이 많지 않아서 빈 자리가 많이 보인다. 삿포로에 가까워질수록 사람들이 하나 둘씩 타다가 삿포로에서 많이 내리겠지만..


창밖을 보면서 커피만 줄창 마시고 있다. 혼자 다니다보니 말을 할 기회는 거의 없고 그냥 졸다가 깨면 그냥 멍하니 바깥을 쳐다보면서 이놈의 열차가 언제 도착하는가 생각 뿐이다.


도시에 접근하는 듯한 그런 느낌이 슬슬 든다.

 

놋포로역.

홋카이도에는 ~호로, ~보로, ~포로역이 많다. 

앞글자의 발음에 따라 보로, 포로역이 되는데 설마 호로X끼가 많은 것은 아니겠지..


오아사역

이 역은 삿포로에서 아사히카와에 갈 때도 역 명판 사진을 찍었던 것 같다.


썰렁한 분위기다..


오늘의 최종 목적지 삿포로에 도착했다.

 

시간상 조금 더 남쪽으로 더 가서 토마코마이 정도까지 갈 수도 있는데, 할 일도 있고, 배도 고프고, 씻고 싶기도 하고, 토마코마이에서는 별로 구경할 것이 없어서 삿포로에서 일정을 마감하는 것이 좋을 것 같았다. 이 열차는 삿포로에서 9분 동안 정차한 뒤 오타루까지 간다고 한다. 정차시간이 꽤 긴 것 같다.

 

사진이 흔들렸는데 열차를 병결해서 다닌다.


역에서 나와서 호텔 셔틀버스를 타고 호텔에 가서 체크인을 하고, 밥을 먹으러 나왔다. 셔틀버스 기사 아저씨는 여전히 라디오 야구 중계를 듣고 계신다. 여기는 홋카이도니까 홋카이도 닛폰햄 파이터스를 응원하시는 것 같다.


저녁은 또 마츠야다.

이번에는 규메시 규야키니쿠단품을 더 시켰다. 

고기먹고 힘내야지!


밥을 먹고 일찍은 아니지만 호텔로 터벅터벅 걸어 돌아가서 내일의 고된 여정을 위해 잠자리에 들었다.







그렇다면 여기서 청춘18 승차권 사용 3일째(이번에는 2일째부터 사용)인 2016년 9월 3일에 사용한 구간을 정리해보면


아사히카와 - 후라노 (후라노선) 1,070엔 54.8km

후라노 - 아사히카와 (후라노선) 1,070엔 54.8km

아사히카와 - 이와미자와 (하코다테본선) 1,840엔 96.2km

이와미자와 - 삿포로 (하코다테본선) 840엔 40.6km 

총 4,820엔, 246.4km 

이동시간은 대충 5시간 정도였던 것 같다.


1일분 가격 이상을 뽑아내기는 했는데, 기력도 뽑힌 것 같다...

후라노 라멘소프트크림

2017. 10. 9. 00:28




걷고 있는 길이 고죠도리(五条通り)인 것 같다.

시간이 조금 늦기는 했지만 점심을 먹었으니 후라노역으로 돌아가야 하는데, 흥미로운 것이 눈에 띄었다. '라멘소프트크림' 이라는 라멘의 면발처럼 생긴 아이스크림을 방금 막 나온 카레가게 옆에서 팔고 있었다. 아이스크림 귀신이 그냥 지나칠 수도 없기에 동전을 탈탈 털어서 아이스크림을 샀다. 그렇지 않아도 입가심을 할 디저트류를 찾고 있었는데 잘 된 것 같다마는 갈수록 돈이 막 나가고 있어서 이거 정말 걱정이다. 

라멘소프트크림을 파는 니보시츄카유키토하나(煮干中華ゆきと花)라는 가게는 원래 라멘가게인데 라멘만이 아니고,  라멘 면발 모양의 소프트크림을 팔고 있었다. 라멘이 느끼한 맛이 있기 때문에 아이스크림으로 입가심하기에 딱 좋은 것 같다. 라멘소프트크림과 보통의 콘 아이스크림과의 차이는 크림이 면처럼 가늘게 나온다는 것 정도, 크림이 맛있기는 하지만 대개 관광지에서는 소프트크림이 300엔 정도인데 이 곳은 380엔으로 가격이 상당히 비쌌다. 4천원에 육박하는 아이스크림이라니, 배스킨라빈스도 하겐다즈도 아닌데.. 과자를 꽂아주기는 하지만 그래도 비싸다는 느낌은 사라지지 않았지만 맛있으니까 특이하게 생긴 모양 덕분인지 사먹는 사람들이 더러 있었다.


아이스크림 귀신이라서 그냥 지나칠 수가 없다.


이렇게 생겼는데 더운 여름날에 금방 녹아서 면발 모양이 흐려지고 있었다.

 

라멘에 들어가는 건더기나 고명을 표현한 것 같다.


가게 사진은 초점이 안 맞아서 이 모양이다. 흑흑 


어느새 다 먹어가고 있다. 흑흑


후라노역으로 돌아가다보니 타이완요리 가게가 보인다. 

타이완에 갔을 때 말을 못해서 제대로 음식을 먹지 못했던 기억이 있는데..


슬슬 걸어서 후라노역에 돌아왔는데 아사히카와행 열차 출발 시각은 아직 많이 남아 있어서, 행사가 있는지 사람들이 몰려 있는 와인의 샘을 구경하러 갔다. 와인은 술이니까 성인들이 대부분일 것이라 생각했는데 여기저기서 아이들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술판을 벌이는 곳이 아니고 동네 축제 같은 분위기.


와인축제라고 와인만 마시는 것은 아니고 맥주도 팔고 있다. 홋카이도라 그런지 삿포로 클래식 깃발이 많이 보인다. 삿포로 클래식은 홋카이도 한정으로만 나온 맥주로 에는 홋카이도 한정(北海道限定)라는 표시가 있지만, 어느 정도 규모가 있는 백화점 식품매장이나 대형 수퍼마켓 체인에서 이 제품을 종종 판매하기도 해서 운이 좋으면 다른 지역에서도 쉽게 구할 수도 있다. 그러나 홋카이도에 가면 일단 삿포로 쿠로라벨이나 에비스보다 삿포로 클래식에 먼저 손이 가게 된다. '홋카이도 한정' 이라는 다섯 글자의 마력이라고나 할까.


후라노선 가쿠덴역과 후라노역의 중간 정도 되는 지점에 후라노 와이너리가 있고 멀지 않은 곳에 후라노 와인 하우스라는 레스토랑이 있다. 종종 와인을 마시기는 하지만, 아직 와인에 대해서도 잘 모르고, 맛을 잘 몰라서 즐기는 편은 아니라서 가보지는 않았는데, 최근에는 아이스 와인이 꽤 인기 있어서 품절이 되기도 했다는 이야기를 어딘가에서 본 것 같다.


후라노역보다는 가쿠덴역이 거리상으로는 더 가까운 것 같은데, 택시를 타려면 후라노역에서 가는 것이 좋을 듯하다. 가쿠덴역은 승강장만 있는 무인역이어서 택시를 타는 것이 쉽지 않을 것 같다.


아이들 데리고 가족끼리로 온 사람들이 대부분이어서 분위기는 무겁지 않았다.  


와인 시음 및 구입을 할 수 있게 되어 있다. 

오전에 시작했는지 슬슬 정리를 하는 모습이 보였다.


음주운전을 하지 말라는 표시

한국은 음주운전에 대한 처벌이 약하니 dog나 cow나 술 마시고 운전을 하는데 처벌을 강력하게 해서 아예 엄두를 못 내도록 해야한다. 주류업계에서 반대해서 그런 것인지, 술에 대해 관대한 문화 때문에 그런지 타인의 인생을 망쳐놓고도 뻔뻔하게 잘 사는 사람들이 있으니 이런 불합리한 상황이 벌어지지 않기 위해서는 이래야 


후지이목장에서 소프트크림을 팔고 있다. 조금 전에 이미 라멘소프트크림을 먹고 왔기에 입맛만 다시고..


술판이 아니고 그냥 동네 잔치 같은 그런 느낌이었다.

술에 취해서 깽판치는 개저씨도 없고..


아사히카와로 가는 열차를 타러 돌아왔다.


이번에 타는 열차는 노롯코열차가 아닌 평범한 두 량짜리 열차


가쿠덴역을 지나서 시카우치역으로 가는 중(이었던 것 같다)


시카우치역을 지나고


나카후라노역에서 후라노로 가는 노롯코 열차와 교행을 한다


조용한 마을.

가로등이 없어서 밤이 되면 암흑이 될 것 같다.


철도건널목을 지나고


비바우시역을 지난다.

 다음에는 여기를 꼭 들르고 싶다.

 

여전히 밝은 낮이지만, 카메라가 느끼기에는 빛의 양이 다른지 사진이 흔들렸다.

 

언덕이 눈앞에 보이고..

 

비에이역을 지난다.

먹고 돌아다녔다고 잠이 와서 졸다 깨다를 반복하면서 간다.


니시카구라역.

졸다보니 니시카구라역에 도착. 후라노선에는 '니시~'로 시작하는 역이 다섯 개 있는데, 역 네 곳이 니시고료부터 니시세이와까지 이어지고, 카미후라노와 나카후라노 사이에 니시나카역이 있다. 아사히카와까지는 다섯 역이니 10여 분 정도면 도착할 것 같다. 아직 어두워지지는 않았고 시간은 충분하지만 해가 넘어가는 모습을 보니 마음이 급해지는 것 같다.


역에서 나오자마자 바로 호텔로 가서 맡겨두었던 짐을 찾은 뒤 다시 역으로 갔다. 이틀 전에 여기 왔을 때는 캐리어 하나와 백팩이 전부였는데 큰 상자 하나가 늘어나서 양 손에 짐을 들고 아사히카와역으로 갔다. 이제부터 홋카이도에서 벗어나기 위해 느릿느릿 보통열차를 갈아타면서 토쿄로 가는 만만치 않은 여정이 기다리고 있다.



후라노 오무카레

2017. 10. 7. 03:38



후라노역에 도착해서 역 바깥으로 나와서 길을 건너 도도985호선과 이어지는 길을 따라서 걸어갔다. 7월 말에도 후라노에 왔던 적이 있지만, 역 바깥에 있는 관광안내소를 잠시 들러 구경을 하다가 삿포로행 특급 '후라노 라벤더 익스프레스' 열차를 타고 삿포로로 바로 가버렸기에 후라노 시가지 구경은 전혀 하지 않았다. 지난 밤에 후라노에서 점심을 먹을만한 곳을 찾다가 후라노에 꽤 유명한 카레 가게가 있다고 해서 그 곳에 가보려고 귀한 발걸음을 하였다.

흔히 카레라고 부르는 커리(Curry)라는 음식은 인도에서 유래된 것이지만, 실제로 인도에서 먹는 커리와는 차이가 있다고 한다. 카레(カレー)라는 이름 역시 일본식으로 읽은 것인데 일본의 영향을 받아서 한국에서도 카레라고 부르게 되었다고 한다. 한국에서 흔히 접하는 카레는 노란색이 강한 색이고 밥과 함께 먹는 카레라이스가 카레의 전형처럼 여겨지는데 커리라는 단어는 어떤 특정한 소스를 지칭하는 것이 아니며, 여러 재료에 향신료를 첨가한 국물 또는 소스 요리를 일컫는 것이라고 한다. 미식연구가가 아니기에 더이상 부연하거나 설명할 능력도 없고, 그냥 이 정도에서 마치기로.

홋카이도는 일본에서도 맛있는 음식으로 잘 알려진 곳인데, 대부분 신선한 해산물이 가장 먼저 손에 꼽히고, 오비히로의 제과 및 디저트류, 유제품, 라멘, 카레 등이 유명하다고 할 수 있겠다. 카레는 삿포로를 중심으로 스프카레가 유명한데, 이 지역의 겨울이 길고 춥기 때문에 따뜻한 국물과 매운 맛이 있는 스프카레가 추운 날씨에 어울리는 음식이 되었다는 것 같다. 2007년에 가나도 제대로 읽지 못하면서 첫 일본여행을 갔을 때 삿포로에서 만났던 박ㅎㅇ 씨 덕분에 삿포로에서 스프카레를 맛보게 되었는데 혹시라도 도움이 필요하면 전화를 하겠다고 전화번호를 받은 다음에 연락을 한 번도 안 했고, 벌써 10년이 넘게 지났다. 혹시 이 글을 보시게 된다면 쪽지라도 남겨주세요.


이 열차는 '후라노 라벤더 익스프레스' 로 운행하는 특급열차인 것 같다. 7월에 왔을 때 아사히야마동물원호 열차를 라벤더 익스프레스로 돌려막기해서 사용하는 것을 봤기에 뭐.. 이번에는 특급열차는 탈 일이 없으므로 가볍게 무시하고 싶지만 타고 싶다. 부러우면 지는 것이라던데 이기고 싶은 마음은 없으니 누가 좀 태워줬으면 좋겠다. 아! 아사히카와에 짐을 놓고 와서 어차피 안 되는구나..


썰렁한 승강장


'사랑받는 후라노역' 이라고 써 있다.

나도 사랑받는 잠꾸러기가 되고 싶다.


후라노역 옆에 있는 관광안내소에 후라노 오무카레 팸플릿이 있는데 생각없이 가다가 마사야는 지나쳐버렸고, 화장실에 가려고 들른 후라노마르쉐 건물에 가게 하나를 발견해서 들어갔다. 가게 이름이 무엇인지는 중요하지 않고 일단 점심을 먹고 빨리 아사히카와에 돌아가서 짐을 찾아서 삿포로에 가야한다는 생각이 앞섰다.


일단 샐러드가 나와서 좋았다. 가급적 균형잡힌 음식 섭취를 위해 골고루 먹으려고 하는데 풀잎사귀가 반가웠다. 밖에 나와있다 보면 껍질을 벗겨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는 과일은 못 먹어서 일부러 하루 분의 비타민이 들었다는 쥬스를 사서 마신다거나 일부러 야채샐러드를 사서 먹기도 하는 터라..


우유는 서비스로 나왔던 것 같다.

 매운 맛을 달래라고 주는 것 같지만 고춧가루에 단련된 입이라 맵지는 않았다.


오무라이스의 계란 역시 부드럽고 푹신푹신한 느낌이었다.


큼직하게 썰어둔 야채가 마음에 들었다.


언제나 그렇듯이 올킬이다.

먹는 것은 참 잘해요.


이 가게의 영업시간은 오전 11시부터 오후 3시까지, 그리고 오후 5시부터 8시까지 영업을 한단다. 영업시간 외에 재료 준비와 청소 및 정돈 등을 하는 시간이 있겠지만, 영업시간을 적당하게 한 것 같다. 이 가게의 주인도 언제나 가게에서 일만 할 수는 없으니.. 


가게 안에서 보이는 바깥 사진을 찍어보고..


3시가 다 되어가고 있어서 들어오는 사람은 없었다. 대개 영업마감 30분 전부터는 주문을 받지 않아서 2시 30분 이후부터는 이미 가게에 들어와 있는 사람만 응대하기에 점심 영업을 마감할 때까지 들어오는 사람은 없을 것 같았다.


후라노아지도코로 쇼라쿠테이 (ふらの味処 笑楽亭)

구글지도 GPS (43.3430658,142.3873294)



후라노 오무카레에 대한 맛집 랭킹을 일본의 어떤 사람이 올려둔 것이 있다.

https://matome.naver.jp/odai/2142590829165480501

당연히 일본어로 되어 있다.



드디어 청춘18 승차권의 세 번째 사용일이 되었다.[각주:1] 일정은 아사히카와를 출발하여 후라노에 도착 후 후라노역 주변을 돌아보고 다시 아사히카와로 돌아와서 짐을 챙긴 뒤에 삿포로에 돌아가는 것이었다. 이 날 하루 청춘18 승차권을 사용하면 단 이틀 분이 남는데, 다음 날은 삿포로에서 아오모리까지, 마지막 날은 아오모리에서 토쿄에 가는, 하루종일 열차를 타는 이틀이 되겠다.

지난 밤에 정리를 하면서 한국으로 가지고 갈 것을 대충 추려서 가방의 빈 자리에 넣고, 남는 것은 상자 하나에 모아서 따로 포장을 하여 체크아웃을 하면서 호텔에 맡겨두고 아사히카와역으로 갔다.


홋카이도의 흔한 열차 키하 40계


JR홋카이도의 철도 노선 중 삿포로 근교 지역과 하코다테에서 신하코다테호쿠토역 사이의 하코다테라이너가 다니는 구간만 전동차가 다니고, 다른 구간은 디젤 동차로 운행하고 있다. 그 덕분에 디젤 차량에 대해서는 다른 지역의 JR 여객철도회사보다 경험도 많고 전문적이라 할 수 있지만, 자신들의 전문이라고 이 열차를 굴리는 것이 아니라 비전화 구간에 새로이 가선을 설치할 만한 재정적 여력이 없고, 불행히도 전동차를 투입하기 위해 가선 건설비용이나 열차 교체 비용을 감수할 만큼 수요가 많지 않아서 계속해서 키하 40계를 사용하고 있다. 해외여행자들이 많이 찾는다 해도 그것은 일시적 수요에 불과하고, 정기적으로 철도를 이용하는 연선 인구는 감소 추세인 만큼 장기적인 관점에서 새로운 열차 증비라든가 시설 개선을 기대하기는 힘들다. 

오히려 수요 부족 구간에서 열차가 감편되고, 폐선이 되는 것이 요즘의 상황인지라 '인구의 감소 → 열차의 감소 → 교통의 불편 → 인구의 감소' 의 악순환이 이어지고 있다. JR홋카이도는 지자체의 도움 없이 존속하기 어려운 노선을 추려서 발표하면서 각 지자체의 지원을 요청하였지만, 이 지역이 갑자기 인구가 늘어나거나 발전하는 곳이 아니고 쇠락하는 중이어서 재정적인 지원을 받는 것이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결국 조만간 수요 부족의 노선의 폐선과 함께 버스 등의 대체운송수단이 도입되지 않을까 싶은데, 줄어드는 인구를 다시 늘리는 것이 하루아침에 되는 쉬운 일도 아니고, 지속적으로 적지 않은 돈이 필요할텐데 땅파면 돈이 나오는 것도 아니고..


아사히카와역은 원래 지면에 지어진 역이었으나, 낡은 역 건물을 철거하고 새로 지으면서 고가화하였고, 지붕을 만들어 강우, 강설에 대비하였다고 한다. 2000년대 후반에 아사히카와역에 눈이 쌓여서 열차에서 내려 역을 나오다가 발이 다 젖어버려 가장 가까운 호텔로 들어가 말렸던 기억이 남아 있는데, 지금은 눈이 3~4층 높이까지 쌓이지 않는 한 그럴 일은 없을 것 같다.


아사히카와와 비에이를 오가는 원맨열차. 삿포로 근교 열차와 특급열차를 제외하고 홋카이도에서 가장 쉽게 볼 수 있는 키하 40계 디젤동차다. 이 열차를 타고 일단 비에이까지 간다.


비에이역에 도착해서 내려서 후라노행 열차를 기다린다.

쭝꿔로 추정되는 곳에서 온 것 같은 사람들이 사진을 찍고 있다. 



여기서 갈아탈 열차는 후라노 비에이 노롯코열차. 노롯코라는 이름은 느리다, 더디다는 의미의 노로이(鈍い)와 차체의 윗부분이 열려 있어 개방된 차량에 여객을 수송할 수 있는 열차를 말하는 토롯코(トロッコ)를 합쳐서 만들어진 단어라고 한다. JR홋카이도에서는 이 닭장 열차 같은 열차를 여름동안 후라노 비에이 노롯코열차로 운행하고 있다. 6월 말부터 8월 20일 경까지는 매일, 이후에는 주말에 운행을 한다. 이 열차를 염두에 둔 것은 아니었는데 운이 따랐는지 토요일에 오게 되었고, 아침에 생각없이 나왔지만 어쩌다보니 시간이 맞아서 노롯코열차를 타게 되었다. 지정석은 지정석권을 따로 구입해야 하는데, 자유석은 추가요금이 필요하지 않아서 열차에 올라타서 빈 자리를 찾아서 앉았다.

 

비에이강을 건너고 있다


주말이지만 여름이 지나서인지 열차에 사람이 많지는 않았다. JR홋카이도의 직원은 검표를 하면서 승차기념으로 스탬프 용지를 나누어 주었던 것 같다. 스탬프를 찍어서 가져오기는 했는데, 막상 돌아오고 나면 그런 것을 잘 챙겨두지는 않아서 어디에 있는지는 잘 모르겠다. 아마 누군가 '이게 뭐야? 쓰레기네' 하면서 버렸을 수도 있고..


이 동네에서 언덕은 빠질 수 없는 주인공이다.


열차를 타고 가면서 제법 괜찮은 차창 밖 풍경을 볼 수 있다.


마을의 정경은 평화롭기 그지 없다.

 

올해는 이미 늦었고 언젠가 다시 홋카이도에 가게 된다면 비바우시역 주변과 파노라마로드를 보러 다녀오고 싶다.


저 홀로 덩그러니 있는 집에서 살면 어떤 기분일까 궁금하다.


비바우시역

비에이를 떠난 노롯코 열차는 비바우시역에 잠시 정차했다. 파노라마로드 코스를 완주하려면 거리가 길기 때문에 걸어서 다니기는 무리이고, 자전거를 타더라도 몇 시간이 필요하다고 들었다. 어차피 이 날은 처음부터 많이 걸어다니거나 자전거를 탈 생각이 없어서 그냥 열차 안에서 차창 밖으로 보이는 풍경 감상만 할 생각이었다. 오후부터 상경의 대장정이 이어지므로 최대한 체력을 아끼는 것이 우선이었고, 일정을 빠듯하게 만들 생각은 없었다. 

비바우시역 가까이에 리버티유스호스텔이라는 곳이 보인다. 이 근방에는 호텔급의 숙소가 없으니 이 동네에서 묵으려면 게스트하우스나 유스호스텔, 펜션 등을 찾아보아야 한다. 한국인이 운영하는 민박집 같은 곳도 있다는 것으로 들었는데 정확히는 잘 모르겠다.


비에이역에서 비바우시역과, 비바우시역에서 카미후라노역 사이는 역간 거리가 길어서 걸어다니기에는 조금 멀다. 걸어간다면 2시간 정도 예상하고 걸어가면 되겠지만 별로 추천하고 싶지는 않다. 운동삼아 산책하는 기분 삼아서 여유있게 가면 괜찮을 듯하지만, 아쉽게도 시간이 빠듯한 상황이라서..


열차 내부는 이렇게 꾸며두었다.

주말을 맞아 찾아온 일본인들도 많고, 대륙과 섬에서 온 중국인들도 꽤 있었다. 이 시기라면 후라노에서 꽃구경을 하는 것은 어렵고, 비에이에서 해바라기 정도 볼 수 있을텐데..


카메라가 좋아보인다..


비바우시역을 출발하면 직선으로 쭉 뻗은 선로를 지나가게 된다. 창문이 있어서 초점이 잘 맞지 않아 뒤늦게 사진 한 장 찍었는데 끝에 곡선 구간이 사진에 담겼다. 조금 일찍 카메라를 꺼내서 사진을 찍었으면 좋았을텐데 아쉽다.


숲 속으로 선로가 있는데 이런 곳에서 가끔 야생동물들이 열차에 치이기도 해서 운행중단 또는 지연이 발생하기도 한다. 그렇다고 선로 주위에 죄다 철조망을 설치하는 것은 벼룩 잡으려다 초가삼간 태우는 일이겠지 싶다.


열차는 시속 70km 정도로 달리고 있다.


후라노선은 지방교통선으로 선로의 등급이 낮아서 시속 85km로 속도가 제한되는데, 아사히카와에서 출발하여 갈수록 역간 거리가 길어져서 그럭저럭 속도를 내기는 하지만 표정속도가 그다지 빠르지는 않다. 전 구간 단선이라서 상하행 열차가 교행을 할 수 있도록 복선으로 선로가 설치된 교행역에서 2~5분 내외 정차를 하면서 시간을 까먹는 경우가 종종 있어서 가장 빠른 경우도 1시간 이상 걸리고 대개 1시간 10분~30분 정도 걸린다고 보면 된다. 


철도 건널목을 지나고

작은 교량도 지나고


이제 슬슬 후라노에 진입하고 있는 것 같다.


이 동네 역시 언덕이 많다.

지난 달에 이 곳에 왔을 때는 비가 와서 비를 쫄딱 맞고 다녔었는데..

 

농사지은 것을 수확하는 모양이다. 가을은 수확의 계절이니..

 

카미후라노역에 정차

이름처럼 후라노시의 북쪽에 있는 지역이다.


학생 한 명이 보인다..


역 주변은 생각보다 관리를 잘 한 것 같다.

 

카미후라노역을 출발할 때 아무도 없는 차량 뒤편에 가서 사진을 찍었는데 타이밍이 조금 늦었다.

 

카미후라노역을 출발하여 니시나카역으로 향한다.

 

차창 밖으로 보이는 후라노는 평범한 시골 마을처럼 보인다.

이런 풍경은 한국에서도 볼 수 있는 평범한 농촌의 모습인데, 여름철이면 많은 관광객을 불러들이는 곳이다. 지방자치단체에서 장기적인 관점을 가지고 사람들이 흥미를 가지고 찾아올 것을 발굴해내는 것도 필요하고, 어떻게 홍보하고 사람들의 관심을 끌어 모으느냐가 중요한 것 같다. 그리고 업계에 종사하는 사람들이 관광객들에게 터무니없는 바가지를 씌우지 않는 양심적인 자세가 중요한데, 한 철 장사라고 단기간에 뽕을 뽑으려는 사람들이 많아서 아예 쳐다보지도 않게 되는 것 같다.


카미후라노역을 출발해서 완만한 오른쪽 곡선 구간을 지나면, 다시 길게 쭉 뻗은 선로가 나온다. 니시나카, 나카후라노, 시카우치역까지 선로는 곧게 뻗어 있고, 시카우치역에서 가쿠덴역까지는 중간에 살짝 굽이가 있는 것을 제외하면 선로가 직선으로 놓여 있다. 철도 팬이라면 적당한 곳에서 자리잡고 지나가는 열차의 사진을 찍기에 좋은 장소일 듯하다.


수확의 계절이 다가오고 있다.


니시나카역에 도착 직전이다. 니시나카역 다음 역은 여름철 라벤더 시즌에 사람들이 많이 찾는 나카후라노역인데, 라벤더 시즌에는 니시나카역과 나카후라노역 사이에 라벤더바타케역이라는 간이역을 임시로 만들어 노롯코 열차만 정차한다. 상하행 3왕복에 불과하여 시간을 맞추는 것이 쉽지 않아서 나카후라노역까지 걸어갈 수 있는데, 약 20~25분 정도 걸린다.

 

라벤더는 이미 다 지기도 했고, 팜 토미타는 지난 달에 다녀와서 나카후라노에 내리지 않고 목적지인 후라노까지 계속 갔다. 라벤더시즌이 한창인 7월과 8월에는 니시나카역과 나카후라노역 사이에 라벤더바타케(ラベンダー畑)역이라는 간이역을 만들어 노롯코 열차가 정차하는데, 이미 라벤더 시즌은 끝나서 이 역은 폐쇄된 상태.


해가 쨍쨍 내리쬐는 맑은 날을 좋아하지만, 햇빛이 너무 강렬하면 피부가 금방 타서 딱 이 정도가 좋다. 구름이 적당히 햇빛을 막아주는 것이 다행이다 싶은데, 지난 달 후라노에서 보았던 아름다운 풍경을 생각하고 와서인지 조금은 실망스럽다는 생각이 들었다.


노롯코열차는 후라노역에 도착했다.

분위기로 봐서는 사람이 석탄 넣고 불을 때서 달리는 열차일 것 같지만, 그냥 디젤 동차가 나머지 객차를 끌고 다니는 열차다. 석탄 넣어서 불을 때서 달리는 열차는 SL후유노시츠겐(冬の湿原)호라는 열차가 쿠시로에서 시베챠까지 겨울 한정으로 운행을 하고 있다.  


이제 이 열차는 다시 아사히카와까지 돌아갈 예정이라서 후라노역 밖으로 나가서 구경을 하다가 아사히카와에 돌아갈 때는 평범한 보통열차를 타야한다. 오후 10시 정도에는 삿포로에 도착해야 하니 아사히카와에는 늦어도 오후 5시 이전에 아사히카와로 가는 열차를 타야할 것 같다.

 

카와사키중공업에서 제작하고 아사히카와운전구에 소속된 열차인 것 같다.


객차는 이렇게 생겼다. 정원이 50명이란다.

이제 슬슬 후라노 시내를 구경하러 바깥으로 나가본다.

  1. 앞에서 9월 1일 삿포로-오타루-삿포로-이와미자와-아사히키와 구간에서 사용한 것만 나오지만, 이미 7월 30일에 하루 사용한 적이 있어서 남은 날은 3일분이었다. [본문으로]

아무것도 안합니다

2017. 10. 6. 04:39



아침에 일어나서 아침밥을 먹고 호텔에서 무작정 나왔다. 소운쿄의 경치가 좋다하여 구경을 하러 가고 싶은 생각이 들었는데 버스를 타고 가야하며 왕복 세 시간이 넘게 걸린다고 해서 아사히카와역 주변을 돌아보면서 체력 비축이나 하기로 했다. 예전의 기억을 바탕으로 생각해보면 아사히카와 시내에서는 그다지 볼 것이 없고 할 것도 없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처음 이 곳에 왔을 때와 지금의 모습은 꽤 많이 달라졌으니 그냥 여기저기 둘러보면서 예전에는 보지 못했던 무언가를 찾아낼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에서..


별로 흥미있는 것이 없어서 다시 역으로 이동.

아사히카와역에서 이온몰이 연결이 되어 있으니..


시간이 남아 돌기에 아사히카와역 남쪽 출구 뒤편에 조성된 산책로를 거닐다 돌아왔다.


뭔지 모르겠는 비석이 있다.

의욕이 없어서 읽어보지도 않았다...


독서를 하는 사람도 있고 멀리 텐트를 치고 안에 들어가 있는 사람도 있는 것 같다.


빈 의자에 앉아서 늘어져 있다가 이온몰에 있는 관광안내소에 가서 소운쿄에 어떻게 가는지 물어봤는데 편도 1시간 50분 걸리며, 운임이 2,100엔이란다. 12시대에 출발하는 버스는 이미 떠났고, 오후 2시 35분에 다음 버스가 있다고 한다. 버스를 타고 갔다가 구경도 못하고 다시 돌아오는 버스를 타야할 것 같아서 그냥 과감히 포기하고, 이온몰에 있는 극장에 가본다. 사토미 주연의 씬고질라는 끝물이라 구석탱이로 밀려난 지 오래된 것 같고, 히로세 스즈 주연의 '4월은 너의 거짓말' 이 개봉을 앞두고 있었다. 일본을 자주 다니면서도 극장에는 안 갔는데, 괴수물 싫어하고, 시간대가 별로라서 안 보기로 했다.


별로 보고 싶은 영화가 없어서 일단 식당가로..


눈에 들어오는 음식은 비싸다.

비즈니스호텔 숙박비보다 비싸다니..


결식을 하기로 했다. ㅜㅜ

배가 고프다..


마트에서 아이스크림 하나 먹는 걸로..

불쌍한 신세다.


거리를 돌아다니다보니 세이부백화점 아사히카와점이 폐점한다고 폐점 세일을 하고 있어서 가봤다. 그릇 매장에서는 그릇을 싸게 팔고, 의류 매장에서는 옷을 싸게 파는데, 옷은 쉽게 다른 곳으로 옮길 수 있어서인지 할인 폭이 별로 크지 않아서 지갑을 열 만큼 매력적이지는 않았다. 예쁜 젓가락이나 쿄세라의 세라믹 칼 정도가 눈에 들어오는데, 굳이 필요한 것도 아니어서 그냥 남성복 매장을 둘러보다가 무인양품(無印良品. 무지루시료힌)에서 긴소매 셔츠와 바지나 살까 싶어 들어가 보았다. 무인양품은 한국에도 진출해 있고, 일본에서는 그리 비싸지 않은 가격대의 브랜드로 자리를 잡고 있는데, 한국에서는 한 단계 이상 높은 브랜드로 포지셔닝을 하려는 것 같다. 유니클로도 한국이 더 비싸기는 하지만, 가끔 세일 기간에는 큰 차이는 없지 않나 싶은데..


여성복을 살 일은 없고..

세금 제외 5,000엔 이상 구입하면 면세가 되니 금액을 채우려고 애를 썼는데 마음에 드는 물건들이 없다. 사이즈가 없다거나 색상이 없다거나.. 평소에 무지는 별 것 아닌데 괜히 비싼 것 같다는 인식이 있었는데 그것이 더 견고해진 것 같다.


토사에서 만들었다는 앗사리시테이루아이스크림과 프레첼 네 봉지를 사는 걸로 끝..

아이스크림은 삶의 낙이다..


배고파서 도시락을 사러 갔는데 어제 먹었던 하코다테 삼마이젠은 다 팔렸나보다.


대신 부타동을 사왔고


어제 배가 불러서 냉장고에 넣어두었던 문어도시락을 꺼내서 먹었다.


산책 삼아서 관광안내소 직원이 알려준 라멘가게에 가려고 했는데 배가 불러서 그냥 동네 한 바퀴 돌아보고 왔다. 이 동네도 무료안내소가 있고 유흥업소 호객 행위를 한다. 사람 사는 곳은 다 이런가 싶은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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