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사히카와역

1월 말부터 2월 초까지는 삿포로유키마츠리 기간에 찾는 사람들이 많아서 미리 예약을 하지 않으면 숙박하기가 쉽지 않다. 지난 밤은 용케도 공실이 있는 호텔을 찾아서 하루 묵기는 했지만, 임박한 상황이라 삿포로에서 묵는 것은 어려울 것 같다. 주로 토요코인 체인을 이용하는 경우가 많고, 이와 비슷한 등급과 가격의 다른 비즈니스호텔에 묵는 편인데, 씻고 잠만 잘 자면 되고, 아침밥까지 무료로 나오니 자주 찾게 된다.

 

아사히카와행 특급열차 카무이

 

낯이 익은 모습이다.

 

사람의 발자국은 없는 것 같고..

 

순백의 눈이냐..

 

키야~

이런 곳에서 뒹굴어보고 싶다. ㅋ

 

푸른 하늘과 쌓인 눈만 보인다.

여기는 미세먼지 걱정은 안 해도 될 것 같다.

 

구름이 끼었지만, 맑은 날이어서 기분이 좋다.

 

열차가 아사히카와역에 도착하자 바로 예약한 호텔로 가서 숙박비를 지불하고 짐을 맡겨두고 나왔다. 삿포로보다 더 북쪽에 있는 아사히카와인지라 뭔가 더 추운 것 같은 느낌이 들기도 하는데..

 

예전에 쥰쿠도서점에서 사토미가 표지모델로 나왔던 여성지를 샀던 적이 있었는데, 여러 일들을 겪으면서 돈이 바닥이 나서 그런 것은 사지 않는다...

 

이온에서 20퍼센트 할인하는 조리식품을 샀는데, 여기는 편의점이 아니라 데울 수 없는 듯하여 품속에 넣고 다녔다. 마카로니 샐러드를 먹게 되다니..

 

야키우동...

이건 순 밀가루 음식만 먹네..

 

어느새 오후 2시가 넘은지 꽤 되었고, 비에이행 열차는 1번 타는 곳에서 탄다. 해가 짧은 계절이라 돌아올 때는 어두워질 것 같으니 주의를 해야겠다.

 

원맨동차다

 

낮 시간이라 그런지 생각보다 사람들이 꽤 많았다.

 

눈...

 

역시 눈...

 

키타비에이역

역시 역무원이 상주하지 않는 무인역이다. 후라노선에서 유인역은 아사히카와, 카미후라노, 비에이, 후라노역 뿐이다. 그래서 이런 승강장만 덜렁 있는 역에서 탈 때는 열차 안에서 '정리권(整理券, 세-리켄)'이라 불리는 번호표를 뽑아서 가지고 있다가, 내릴 때 차량 앞부분에 있는 번호의 금액만큼을 운전수에게 주고 내리면 된다. 동전이 부족하면 지폐를 동전으로 교환할 수도 있다.

 

눈이 차고 넘치게 내리는 동네인지라 이렇게 쌓아두었다.

나름대로 성벽의 모습을 만들어 둔 것 같은데..

 

눈이야 넘쳐날 만큼 많으니 이렇게 조형물을 만드는 것 같다.

 

언덕이 있는 곳으로 가려면 이 길을 따라 가서 위로 올라가야 하는데, 자칫 잘못하면 빙판길에서 넘어질 수도 있으니 주의해야겠다.

 

이 그림자 다리가 길어보이는데..

 

이미 몇 번 와봐서 비에이쵸라는 간판이 눈에 익는다. 그 때는 여름이어서 별 문제 없었지만, 지금은 겨울이라 조금은 긴장을 하게 된다.

 

슬슬 오르막을 오르고 있다.

 

눈이 잔뜩 쌓여 있다.

겨울이 지나갈 때까지 그냥 두는 것일까..

 

차들도 거의 다니지 않는 것 같은데..

 

비행기가 보인다.

아사히카와공항으로 가는 비행기인가..

 

보통의 사람들은 이렇게 눈이 쌓인 곳을 찾지 않겠지만 그냥 이 모습을 보고 싶었다. 곳곳에 눈이 많이 와서 발이 푹푹 빠지기도 하는데, 이런 모습을 보고 싶었다.

 

바퀴 자국이 있는데 보통의 승용차 타이어는 아닌 것 같네..

 

이 추운 겨울에도 나무들은 꿋꿋이 잘 버티고 있네..

본격적으로 언덕 탐험을 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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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이 맑아서 기분이 좋은 가운데 어울리지 않게 이 시간에 길을 걷고 있다. 대개 이 시간에는 집에서 막 눈을 뜨거나 늦잠을 자서 곧 허둥대기 일보직전일텐데.. 잠을 설친 덕분에 일찍 짐을 챙겨서 나오게 되었다는 이 아이러니한 상황. 사실 어지간히 피곤하지 않으면 낯선 곳에서는 잠을 잘 자지 못해서 고생을 하는 편이라..


삿포로 테레비탑도 보이고 


도토루에 들어가서 샌드위치와 커피를 시켰다.

생각해보니 내가 주로 아침 식사가 포함된 비즈니스호텔의 숙박 플랜 또는 아침 식사를 추가로 신청했던 것은 아침부터 무엇을 먹을까 고민하는 것이 싫어서였던 것 같다. 고독한 미식가는 아니고, 그냥 주는대로 나오는대로 잘 먹는 사람이라서.. 


뭐였더라..

사진을 찍기는 했는데 무엇을 찍으려고 했는지 기억이 안 난다.

 

왼쪽은 삿포로와 하코다테를 오가는 183계 디젤 차량 특급 호쿠토, 오른쪽은 733계 전동차

 

홋카이도의료대학역까지 운행하는 보통열차. 

삿쇼선은 한 번도 안 타본 것 같은데, 뭐 별로 타보고 싶지는 않다.


탈 열차 카무이가 들어오고 있다.

이 특급형 전동차는 예전에 '수퍼 카무이' 라는 이름으로 삿포로와 아사히카와를 연결하는 하코다테본선을 다녔는데 언제부터인지 '수퍼' 이름이 빠졌다. 예전에는 틸팅이 되는 디젤 차량으로 운행하는 특급형 열차에 '수퍼' 라는 단어를 붙였던 것 같은데, 예를 들면 삿포로에서 하코다테를 오가는 특급 호쿠토는 틸팅이 되지 않는 디젤 똥차 183계 열차이고, 수퍼 호쿠토는 틸팅이 되는 261계, 281계 디젤 동차 같은 식으로. 


비바이(美唄)역

역 이름처럼 홋카이도 비바이시에 있는 역. 이 역은 늘 지나가기만 했는데, 이번에도 그냥 지나간다.


역을 출발하면 곧 이런 숲 사이로 달린다.


여기는 스나가와(砂川)역

이 동네의 강에는 모래가 많은가..

카무이의 정차역은 비바이, 이와미자와, 스나가와, 후카가와, 타키카와, 그리고 종착역인 아사히카와가 되겠다.

 

아침을 안 먹은 것은 아닌데 배가 고파서 샐러드를 사먹었다.

영양성분 계량하면서 치밀하게 식단을 짜서 음식을 먹을 리는 없지만 가급적 골고루 먹으려고 노력은 하고 있다.


4종의 필수 아미노산이 배합된 드링크제도 하나 사서 마시고..

이틀 동안 호스텔에서 잤더니 피곤한 것이 나이는 속일 수 없는 것 같다.


후라노선이 단선이기에 양방향 교행을 위하여 잠시 정차 중이다. 어차피 한 시간에 한 방향으로 열차 한 편씩 다니는 곳이라 복선화할 필요도 없고, 관광객들이 몰리는 시즌을 빼면 통근, 통학하는 사람들만 이용하는 노선이라..


열차 안에서도 햇빛이 따갑게 느껴지는데, 밖에 있으면 햇빛이 꽤 부담스러울 것 같다.

 

비에이역에 내려서 역 가까운 곳을 슬슬 돌아다닌다. 

이번에는 언덕을 걸어서 올라가는 것은 아니고 시간이 조금 남아서 그냥 설렁설렁 평지에서 돌아다니고 있는데, 9월이라고 찌는 듯한 더위는 한풀 꺾인 것 같은 느낌이다.


이번에 탈 버스가 마지막 버스이므로 얌전히 정류장 앞에서 버스를 기다린다.

아직 컨디션이 올라오지 않아서 계속 가라앉는 느낌인데, 앞으로 며칠 간은 쉽사리 올라오지 않을 것 같아서 살짝 걱정이 된다.


여기는 카페인 것 같다.


그냥 시골 마을인데 이 곳이 일본만이 아니고 여러 곳에 알려지면서 평범하게 살아가는 동네 사람들이 피해를 보는 일도 적지 않다고 한다. 예전에는 출입금지 정도의 문구가 있었다면, 요즘에는 아예 외국어로도 출입을 하면 경찰에 연락할 수 있다는 문구도 본 것 같은데..


비에이도 식후경이라고..

아침에 커피 한 잔에 빵 한 조각 먹고 간식으로 작은 샐러드 하나 먹은 것이 전부라서 삼각김밥과 삿포로클래식으로 점심을 먹는다. 그런데 이것이 이 날 마지막으로 먹는 식사가 될 줄은 꿈에도 몰랐다.


햇빛이 따가울 것 같았는데 다행히 구름이 있어서 염려했던 만큼은 아니었다.


누가 그랬는지는 모르겠는데 비에이가 일본에서 가장 아름다운 마을이라고 한다. 아름다운 마을이라는 것은 부정하지 않지만, '가장 ~하다' 는 말은 과장일 수도 있지 않을까 싶다.

버스 정류장을 찾아서 기다리고 있는데 버스가 원래 예정시각을 지났는데 도착하지 않았다. 이것이 시로가네온천행 마지막 버스라서 예약한 숙소에 갈 수 있냐 마느냐를 결정하는 것이라 살짝 염려가 되기는 했는데, 짐을 가진 사람들이 하나 둘 모여드는 것을 보니 제대로 버스 정류장을 찾아온 것은 맞는 것 같다. 저 사람들도 외국에서 찾아온 사람들인 것 같아서 그다지 신뢰할 수는 없지만.. 예정시각보다 5분 남짓 지났을까, 버스가 와서 짐을 들고 올라탔다.

거리비례로 운임이 올라가는 방식이라서 처음에 탈 때 운임을 내는 것이 아니라 정리권을 뽑아서 가지고 있다가 정리권에 적힌 번호에 맞추어 버스 앞에 있는 요금표 표시기에 들어온 금액을 준비해서 내릴 때 지불하면 된다. 

 

이 나라는 재해가 많은 만큼 재해시에 피난 장소 표지판이 있다.


아무래도 북쪽에 위치한 동네라서 그런지 해가 생각보다 빨리 지는 것 같다. 이미 9월이라 며칠 지나면 추분이고, 그 이후로 반년 동안은 낮보다 밤이 긴 시간이 될 터이니.. 


초점이 안 맞았지만 뭐 하루이틀 그러는 것도 아니고..


좁은 2차선 도로이지만, 길이 곧게 주욱 뻗어 있고, 지나다니는 차가 거의 없어서 속도를 내기에는 좋을 것 같지만, 대부분의 버스기사들은 규정속도를 준수하면서 운전을 한다. 버스의 경우 각 정류장마다 버스 시각표가 있는데, 도로 위를 다니기 때문에 변수가 많아서 늘 시각표에 나온 정확한 시각은 아니지만, 가급적 운행시각표에 맞춰서 운행하려고 하기 때문이기도 하고, 일본은 한국에 비해 자동차의 제한속도가 낮아서 앞에 지나다니는 차량이 없더라도 규정속도를 준수하는 편이다.


예상대로 계속 산과 들판만 보인다.

제한속도는 시속 50km라는..

 

시로가네온천은 얼마나 먼가..

여기에 오기 전에 구글 지도로 대충 거리를 계산해보니 20km정도 되는 거리였던 것 같던데 초행길이라 그런지 가도가도 끝이 없어 보인다. 버스의 종점에서 내리면 된다고 하니 급할 것이 없기는 하지만 버스가 기껏해야 최고 시속 50km로 달릴테니 표정속도는 거기에 미치지 않을 터이고, 대충 40분 정도는 걸렸던 것 같은데, 그 덕분에 버스 운임은 650엔까지 올라갔다. 

  

시간이 걸린다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생각보다 거리가 멀어서 내일 체크아웃을 하고 비에이역으로 돌아가는 것도 보통 일이 아닐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슬픈 예감은 틀린 적이 없나..


버스에서 내리니 어느덧 어둠이 짙었다. 숙소에 전화를 했더니 걸어서 올라오다보면 보일 것이라고 해서 조금 걸어 올라가니 쉽게 찾을 수 있었다. 문제는 이 산골에 있는 숙소 근처에 밥을 먹을 만한 곳이 없더라는 것인데.. 편의점은 당연히 없고, 식료품을 파는 조그만 구멍가게 같은 곳도 보이지 않는다. 그런 가게가 있다고 해도 이 시간에 영업을 할 것 같지는 않고.. 숙소에 물어보니 이 근처에는 밥을 먹을 만한 곳이 없다고 하면서 건너편에 있는 호텔의 레스토랑 정도에서나 밥을 먹을 수 있을 것이라고 한다.

이 근방에 있는 두 개의 큰 호텔 중 하나인 다이세츠잔시로가네관광호텔(大雪山白金観光ホテル)이 있는데, 아마도 이 호텔을 말한 모양이었다. 이 호텔에는 큰 식당이 있어서 여기에 들어가볼까 했는데 단체 관광객이 많이 왔는지 시끌벅적해서 가고 싶은 마음이 들지 않았다.[각주:1]배는 고프지만 아사히카와역에서 죽치고 기다리면서 사두었던 음식이 조금 남아 있어서 이걸로 적당히 끼니를 때우고, 내일 일어나자마자 식당을 찾아서 맛있는 음식을 사먹어야 할 것 같다.

  1. 나중에 한국에 돌아와서 이 호텔의 웹사이트 주소를 찾아서 검색을 해보니 당일입욕+식사는 1,300엔이라고 한다. (http://www.shirogane-kankou.com/blog/index.html) 한국어로 된 페이지는 없다. [본문으로]

삿포로행 보통열차

2017. 10. 11. 02:55


제목은 삿포로행 보통열차이지만, 사실 저 열차는 이와미자와역 발, 오타루 착 열차로 중간에 삿포로에 정차하는 열차다. 




왓카나이에서 출발해서 삿포로에 가는 특급 사로베츠

이 열차는 특급열차라 청춘18승차권으로는 탈 수 없는, 제 돈을 줘야 탈 수 있는 열차이기도 하지만 이 시간에 특급열차를 탄다고 해서 크게 달라질 것도 없고, 돈이 없어서 못 가는 하코다테까지 갈 것이 아니라면 별 의미가 없다. 그리고 특급열차를 돈 내고 탄다면 같은 가격에 조금 더 승차감이 좋은 카무이를 타고 말지..


아사히카와역에서 이와미자와역까지 가는 보통열차에 올라탔다. 하코다테본선을 크게 네 부분으로 나누어서 하코다테-오샤만베, 오샤만베-오타루, 오타루-이와미자와, 이와미자와-아사히카와 구간으로 운행을 하기에 한 번에 삿포로까지 가는 보통열차는 없다. 하코다테본선의 종점인 아사히카와는 한반도의 최북단보다 위도상으로 더 북쪽에 있어서 여름이 지나면 금방 해가 진다. 9월 초이지만 오후 6시가 되면 슬슬 어두워지기 시작한다.

 

에베오츠역

다음 역은 타키카와.


타키카와역에 도착하고 있다. 

이틀 전에 아사히카와에 갈 때 지났던 역이다. 굳이 같은 경로를 택하지 않으려면 후라노에서 네무로본선을 이용하여 타키카와에 가는 방법이 있기는 하지만, 그 다음부터는 어차피 같은 경로인데다 이 경로를 택하면 짐을 계속 끌고 다녀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어서 생각조차 해보지 않았고, 뭔가 다른 길을 찾는다면 신토쿠까지 가서 삿쇼선으로 돌아가는 방법이 있겠지만 이 부근이 며칠 전에 태풍 라이언록으로 인한 피해로 운행 중단이 되고, 일부 구간은 당장 복구할 수 없어서 운행이 중단된 상황이라서 그냥 왔던 길로 다시 가게 되었다. 역시 여행이라는 것은 때를 잘 맞춰야 하는데 꼭 뭔가 하나씩 어긋나는 것들이 생긴다.


이와미자와역에 도착


후라노에 다녀온 시간까지 합치면 대충 3시간 넘게 열차를 타고 있다. 2시간 정도 열차를 타면 슬슬 질리는 편이라서 - 그래서 철덕은 될 수 없는 것 같지만 - 일단은 내리자마자 먼저 역 바깥으로 탈출을 했다. 열차에 가만히 앉아서 가는 것만으로도 지치기도 하고, 삿포로에 가는 열차가 바로 연결되는 것이 아니라서 잠시 밖에 나가서 동네 구경이나 해볼까 싶어 밖으로 나갔다. 자정까지는 이 승차권으로 타고 내리는 것이 자유이기 때문에 개찰구에 가서 9월 3일 도장이 찍힌 승차권을 스윽 보여주고 짐을 끌고 나갔다.


이와미자와역 근처에는 자유의 여신상이 있다.

뉴욕에 가보지 않았지만, 그 자유의 여신상은 저것보다는 클 것 같다.


뉴욕은 머니까 나중에 돈 많이 벌어서 비즈니스석에 타고 가고 싶은데, 빚만 늘고 있다.

 

이와미자와까지는 삿포로 근교라서인지 역도 새로 지은 지 얼마 되지 않은 것 같다.

이틀 전에는 개찰구 밖으로 나가보지 않아서 이런 곳인지 몰랐는데..


건너편에 있는 열차는 출발시각이 가까워졌는지 차장이 손목시계를 주시하고 있다.

 

차장이 맨 뒤로 타서 출발 전에 점검을 하는 것 같다.

 열차 출발까지는 약 6~7분 정도 남은 것 같아서 슬슬 짐을 끌고 3번 승강장으로 건너갔다.


삿포로, 오타루 방면은 하코다테본선, 오이와케, 유바리, 토마코마이는 무로란본선이 되겠다. 이 곳에 처음 오는 외국인이나 사전 정보 없이 홋카이도에 온 사람이라면 노선 이름을 백날 말해도 그 노선이 어디로 가는지 알 수 없을테니 저렇게 역명으로 안내하는 것 같다.


보통열차이기는 하지만 꽤 먼 거리를 달리고, 중간에 몇몇 역에 정차하지 않고 구간쾌속으로 달리는 열차라서 그런지 롱시트가 아닌 크로스시트를 설치한 것 같다. 승객이 많지 않아서 빈 자리가 많이 보인다. 삿포로에 가까워질수록 사람들이 하나 둘씩 타다가 삿포로에서 많이 내리겠지만..


창밖을 보면서 커피만 줄창 마시고 있다. 혼자 다니다보니 말을 할 기회는 거의 없고 그냥 졸다가 깨면 그냥 멍하니 바깥을 쳐다보면서 이놈의 열차가 언제 도착하는가 생각 뿐이다.


도시에 접근하는 듯한 그런 느낌이 슬슬 든다.

 

놋포로역.

홋카이도에는 ~호로, ~보로, ~포로역이 많다. 

앞글자의 발음에 따라 보로, 포로역이 되는데 설마 호로X끼가 많은 것은 아니겠지..


오아사역

이 역은 삿포로에서 아사히카와에 갈 때도 역 명판 사진을 찍었던 것 같다.


썰렁한 분위기다..


오늘의 최종 목적지 삿포로에 도착했다.

 

시간상 조금 더 남쪽으로 더 가서 토마코마이 정도까지 갈 수도 있는데, 할 일도 있고, 배도 고프고, 씻고 싶기도 하고, 토마코마이에서는 별로 구경할 것이 없어서 삿포로에서 일정을 마감하는 것이 좋을 것 같았다. 이 열차는 삿포로에서 9분 동안 정차한 뒤 오타루까지 간다고 한다. 정차시간이 꽤 긴 것 같다.

 

사진이 흔들렸는데 열차를 병결해서 다닌다.


역에서 나와서 호텔 셔틀버스를 타고 호텔에 가서 체크인을 하고, 밥을 먹으러 나왔다. 셔틀버스 기사 아저씨는 여전히 라디오 야구 중계를 듣고 계신다. 여기는 홋카이도니까 홋카이도 닛폰햄 파이터스를 응원하시는 것 같다.


저녁은 또 마츠야다.

이번에는 규메시 규야키니쿠단품을 더 시켰다. 

고기먹고 힘내야지!


밥을 먹고 일찍은 아니지만 호텔로 터벅터벅 걸어 돌아가서 내일의 고된 여정을 위해 잠자리에 들었다.







그렇다면 여기서 청춘18 승차권 사용 3일째(이번에는 2일째부터 사용)인 2016년 9월 3일에 사용한 구간을 정리해보면


아사히카와 - 후라노 (후라노선) 1,070엔 54.8km

후라노 - 아사히카와 (후라노선) 1,070엔 54.8km

아사히카와 - 이와미자와 (하코다테본선) 1,840엔 96.2km

이와미자와 - 삿포로 (하코다테본선) 840엔 40.6km 

총 4,820엔, 246.4km 

이동시간은 대충 5시간 정도였던 것 같다.


1일분 가격 이상을 뽑아내기는 했는데, 기력도 뽑힌 것 같다...



드디어 청춘18 승차권의 세 번째 사용일이 되었다.[각주:1] 일정은 아사히카와를 출발하여 후라노에 도착 후 후라노역 주변을 돌아보고 다시 아사히카와로 돌아와서 짐을 챙긴 뒤에 삿포로에 돌아가는 것이었다. 이 날 하루 청춘18 승차권을 사용하면 단 이틀 분이 남는데, 다음 날은 삿포로에서 아오모리까지, 마지막 날은 아오모리에서 토쿄에 가는, 하루종일 열차를 타는 이틀이 되겠다.

지난 밤에 정리를 하면서 한국으로 가지고 갈 것을 대충 추려서 가방의 빈 자리에 넣고, 남는 것은 상자 하나에 모아서 따로 포장을 하여 체크아웃을 하면서 호텔에 맡겨두고 아사히카와역으로 갔다.


홋카이도의 흔한 열차 키하 40계


JR홋카이도의 철도 노선 중 삿포로 근교 지역과 하코다테에서 신하코다테호쿠토역 사이의 하코다테라이너가 다니는 구간만 전동차가 다니고, 다른 구간은 디젤 동차로 운행하고 있다. 그 덕분에 디젤 차량에 대해서는 다른 지역의 JR 여객철도회사보다 경험도 많고 전문적이라 할 수 있지만, 자신들의 전문이라고 이 열차를 굴리는 것이 아니라 비전화 구간에 새로이 가선을 설치할 만한 재정적 여력이 없고, 불행히도 전동차를 투입하기 위해 가선 건설비용이나 열차 교체 비용을 감수할 만큼 수요가 많지 않아서 계속해서 키하 40계를 사용하고 있다. 해외여행자들이 많이 찾는다 해도 그것은 일시적 수요에 불과하고, 정기적으로 철도를 이용하는 연선 인구는 감소 추세인 만큼 장기적인 관점에서 새로운 열차 증비라든가 시설 개선을 기대하기는 힘들다. 

오히려 수요 부족 구간에서 열차가 감편되고, 폐선이 되는 것이 요즘의 상황인지라 '인구의 감소 → 열차의 감소 → 교통의 불편 → 인구의 감소' 의 악순환이 이어지고 있다. JR홋카이도는 지자체의 도움 없이 존속하기 어려운 노선을 추려서 발표하면서 각 지자체의 지원을 요청하였지만, 이 지역이 갑자기 인구가 늘어나거나 발전하는 곳이 아니고 쇠락하는 중이어서 재정적인 지원을 받는 것이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결국 조만간 수요 부족의 노선의 폐선과 함께 버스 등의 대체운송수단이 도입되지 않을까 싶은데, 줄어드는 인구를 다시 늘리는 것이 하루아침에 되는 쉬운 일도 아니고, 지속적으로 적지 않은 돈이 필요할텐데 땅파면 돈이 나오는 것도 아니고..


아사히카와역은 원래 지면에 지어진 역이었으나, 낡은 역 건물을 철거하고 새로 지으면서 고가화하였고, 지붕을 만들어 강우, 강설에 대비하였다고 한다. 2000년대 후반에 아사히카와역에 눈이 쌓여서 열차에서 내려 역을 나오다가 발이 다 젖어버려 가장 가까운 호텔로 들어가 말렸던 기억이 남아 있는데, 지금은 눈이 3~4층 높이까지 쌓이지 않는 한 그럴 일은 없을 것 같다.


아사히카와와 비에이를 오가는 원맨열차. 삿포로 근교 열차와 특급열차를 제외하고 홋카이도에서 가장 쉽게 볼 수 있는 키하 40계 디젤동차다. 이 열차를 타고 일단 비에이까지 간다.


비에이역에 도착해서 내려서 후라노행 열차를 기다린다.

쭝꿔로 추정되는 곳에서 온 것 같은 사람들이 사진을 찍고 있다. 



여기서 갈아탈 열차는 후라노 비에이 노롯코열차. 노롯코라는 이름은 느리다, 더디다는 의미의 노로이(鈍い)와 차체의 윗부분이 열려 있어 개방된 차량에 여객을 수송할 수 있는 열차를 말하는 토롯코(トロッコ)를 합쳐서 만들어진 단어라고 한다. JR홋카이도에서는 이 닭장 열차 같은 열차를 여름동안 후라노 비에이 노롯코열차로 운행하고 있다. 6월 말부터 8월 20일 경까지는 매일, 이후에는 주말에 운행을 한다. 이 열차를 염두에 둔 것은 아니었는데 운이 따랐는지 토요일에 오게 되었고, 아침에 생각없이 나왔지만 어쩌다보니 시간이 맞아서 노롯코열차를 타게 되었다. 지정석은 지정석권을 따로 구입해야 하는데, 자유석은 추가요금이 필요하지 않아서 열차에 올라타서 빈 자리를 찾아서 앉았다.

 

비에이강을 건너고 있다


주말이지만 여름이 지나서인지 열차에 사람이 많지는 않았다. JR홋카이도의 직원은 검표를 하면서 승차기념으로 스탬프 용지를 나누어 주었던 것 같다. 스탬프를 찍어서 가져오기는 했는데, 막상 돌아오고 나면 그런 것을 잘 챙겨두지는 않아서 어디에 있는지는 잘 모르겠다. 아마 누군가 '이게 뭐야? 쓰레기네' 하면서 버렸을 수도 있고..


이 동네에서 언덕은 빠질 수 없는 주인공이다.


열차를 타고 가면서 제법 괜찮은 차창 밖 풍경을 볼 수 있다.


마을의 정경은 평화롭기 그지 없다.

 

올해는 이미 늦었고 언젠가 다시 홋카이도에 가게 된다면 비바우시역 주변과 파노라마로드를 보러 다녀오고 싶다.


저 홀로 덩그러니 있는 집에서 살면 어떤 기분일까 궁금하다.


비바우시역

비에이를 떠난 노롯코 열차는 비바우시역에 잠시 정차했다. 파노라마로드 코스를 완주하려면 거리가 길기 때문에 걸어서 다니기는 무리이고, 자전거를 타더라도 몇 시간이 필요하다고 들었다. 어차피 이 날은 처음부터 많이 걸어다니거나 자전거를 탈 생각이 없어서 그냥 열차 안에서 차창 밖으로 보이는 풍경 감상만 할 생각이었다. 오후부터 상경의 대장정이 이어지므로 최대한 체력을 아끼는 것이 우선이었고, 일정을 빠듯하게 만들 생각은 없었다. 

비바우시역 가까이에 리버티유스호스텔이라는 곳이 보인다. 이 근방에는 호텔급의 숙소가 없으니 이 동네에서 묵으려면 게스트하우스나 유스호스텔, 펜션 등을 찾아보아야 한다. 한국인이 운영하는 민박집 같은 곳도 있다는 것으로 들었는데 정확히는 잘 모르겠다.


비에이역에서 비바우시역과, 비바우시역에서 카미후라노역 사이는 역간 거리가 길어서 걸어다니기에는 조금 멀다. 걸어간다면 2시간 정도 예상하고 걸어가면 되겠지만 별로 추천하고 싶지는 않다. 운동삼아 산책하는 기분 삼아서 여유있게 가면 괜찮을 듯하지만, 아쉽게도 시간이 빠듯한 상황이라서..


열차 내부는 이렇게 꾸며두었다.

주말을 맞아 찾아온 일본인들도 많고, 대륙과 섬에서 온 중국인들도 꽤 있었다. 이 시기라면 후라노에서 꽃구경을 하는 것은 어렵고, 비에이에서 해바라기 정도 볼 수 있을텐데..


카메라가 좋아보인다..


비바우시역을 출발하면 직선으로 쭉 뻗은 선로를 지나가게 된다. 창문이 있어서 초점이 잘 맞지 않아 뒤늦게 사진 한 장 찍었는데 끝에 곡선 구간이 사진에 담겼다. 조금 일찍 카메라를 꺼내서 사진을 찍었으면 좋았을텐데 아쉽다.


숲 속으로 선로가 있는데 이런 곳에서 가끔 야생동물들이 열차에 치이기도 해서 운행중단 또는 지연이 발생하기도 한다. 그렇다고 선로 주위에 죄다 철조망을 설치하는 것은 벼룩 잡으려다 초가삼간 태우는 일이겠지 싶다.


열차는 시속 70km 정도로 달리고 있다.


후라노선은 지방교통선으로 선로의 등급이 낮아서 시속 85km로 속도가 제한되는데, 아사히카와에서 출발하여 갈수록 역간 거리가 길어져서 그럭저럭 속도를 내기는 하지만 표정속도가 그다지 빠르지는 않다. 전 구간 단선이라서 상하행 열차가 교행을 할 수 있도록 복선으로 선로가 설치된 교행역에서 2~5분 내외 정차를 하면서 시간을 까먹는 경우가 종종 있어서 가장 빠른 경우도 1시간 이상 걸리고 대개 1시간 10분~30분 정도 걸린다고 보면 된다. 


철도 건널목을 지나고

작은 교량도 지나고


이제 슬슬 후라노에 진입하고 있는 것 같다.


이 동네 역시 언덕이 많다.

지난 달에 이 곳에 왔을 때는 비가 와서 비를 쫄딱 맞고 다녔었는데..

 

농사지은 것을 수확하는 모양이다. 가을은 수확의 계절이니..

 

카미후라노역에 정차

이름처럼 후라노시의 북쪽에 있는 지역이다.


학생 한 명이 보인다..


역 주변은 생각보다 관리를 잘 한 것 같다.

 

카미후라노역을 출발할 때 아무도 없는 차량 뒤편에 가서 사진을 찍었는데 타이밍이 조금 늦었다.

 

카미후라노역을 출발하여 니시나카역으로 향한다.

 

차창 밖으로 보이는 후라노는 평범한 시골 마을처럼 보인다.

이런 풍경은 한국에서도 볼 수 있는 평범한 농촌의 모습인데, 여름철이면 많은 관광객을 불러들이는 곳이다. 지방자치단체에서 장기적인 관점을 가지고 사람들이 흥미를 가지고 찾아올 것을 발굴해내는 것도 필요하고, 어떻게 홍보하고 사람들의 관심을 끌어 모으느냐가 중요한 것 같다. 그리고 업계에 종사하는 사람들이 관광객들에게 터무니없는 바가지를 씌우지 않는 양심적인 자세가 중요한데, 한 철 장사라고 단기간에 뽕을 뽑으려는 사람들이 많아서 아예 쳐다보지도 않게 되는 것 같다.


카미후라노역을 출발해서 완만한 오른쪽 곡선 구간을 지나면, 다시 길게 쭉 뻗은 선로가 나온다. 니시나카, 나카후라노, 시카우치역까지 선로는 곧게 뻗어 있고, 시카우치역에서 가쿠덴역까지는 중간에 살짝 굽이가 있는 것을 제외하면 선로가 직선으로 놓여 있다. 철도 팬이라면 적당한 곳에서 자리잡고 지나가는 열차의 사진을 찍기에 좋은 장소일 듯하다.


수확의 계절이 다가오고 있다.


니시나카역에 도착 직전이다. 니시나카역 다음 역은 여름철 라벤더 시즌에 사람들이 많이 찾는 나카후라노역인데, 라벤더 시즌에는 니시나카역과 나카후라노역 사이에 라벤더바타케역이라는 간이역을 임시로 만들어 노롯코 열차만 정차한다. 상하행 3왕복에 불과하여 시간을 맞추는 것이 쉽지 않아서 나카후라노역까지 걸어갈 수 있는데, 약 20~25분 정도 걸린다.

 

라벤더는 이미 다 지기도 했고, 팜 토미타는 지난 달에 다녀와서 나카후라노에 내리지 않고 목적지인 후라노까지 계속 갔다. 라벤더시즌이 한창인 7월과 8월에는 니시나카역과 나카후라노역 사이에 라벤더바타케(ラベンダー畑)역이라는 간이역을 만들어 노롯코 열차가 정차하는데, 이미 라벤더 시즌은 끝나서 이 역은 폐쇄된 상태.


해가 쨍쨍 내리쬐는 맑은 날을 좋아하지만, 햇빛이 너무 강렬하면 피부가 금방 타서 딱 이 정도가 좋다. 구름이 적당히 햇빛을 막아주는 것이 다행이다 싶은데, 지난 달 후라노에서 보았던 아름다운 풍경을 생각하고 와서인지 조금은 실망스럽다는 생각이 들었다.


노롯코열차는 후라노역에 도착했다.

분위기로 봐서는 사람이 석탄 넣고 불을 때서 달리는 열차일 것 같지만, 그냥 디젤 동차가 나머지 객차를 끌고 다니는 열차다. 석탄 넣어서 불을 때서 달리는 열차는 SL후유노시츠겐(冬の湿原)호라는 열차가 쿠시로에서 시베챠까지 겨울 한정으로 운행을 하고 있다.  


이제 이 열차는 다시 아사히카와까지 돌아갈 예정이라서 후라노역 밖으로 나가서 구경을 하다가 아사히카와에 돌아갈 때는 평범한 보통열차를 타야한다. 오후 10시 정도에는 삿포로에 도착해야 하니 아사히카와에는 늦어도 오후 5시 이전에 아사히카와로 가는 열차를 타야할 것 같다.

 

카와사키중공업에서 제작하고 아사히카와운전구에 소속된 열차인 것 같다.


객차는 이렇게 생겼다. 정원이 50명이란다.

이제 슬슬 후라노 시내를 구경하러 바깥으로 나가본다.

  1. 앞에서 9월 1일 삿포로-오타루-삿포로-이와미자와-아사히키와 구간에서 사용한 것만 나오지만, 이미 7월 30일에 하루 사용한 적이 있어서 남은 날은 3일분이었다.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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