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경 사진을 찍고 전망대에서 내려와서 트레이드센터마에역으로 향하는 중에 밖에서 색색의 조명이 눈에 띄어 잠시 건물 밖으로 나가보았다. 그랬더니 이런 광경이.

원전 사고 이후에 전력난 어쩌고 하더니 이렇게 전기를 쓰고 있다. 이제는 괜찮아진건가?

날도 좋지 않고, 아무도 없는 이 곳에 혼자 다니자니 참 그렇네.

트레이드센터마에역 사진을 찍으려고 했는데, 카메라 성능이 좋아서 어두울 때 찍으면 노이즈가 아주 가관이다.

DSLR을 장만하고 싶지만 돈도 없고 그다지 쓸 일이 없어서 늘 우선 순위에서 밀린다.

잠시 고민을 하게 되었는데 스미노에의 온천에 가려면 뉴트램을 타고 스미노에코엔역까지 주욱 가면 되는데 이거 시간이 조금 애매하다. 온천욕을 마치고 나면 도톤보리의 돔보리 크루즈 시간을 맞추지 못할 것 같은데 온천은 밤 늦게까지 문을 여니까 우선 돔보리 크루즈 다음에 온천욕을 하기로 계획을 변경했다. 그렇다면 난바로 가야지. 왔던 길을 되짚어 코스모스퀘어역까지 뉴트램을 타고, 코스모스퀘어에서 쿠조(九条. 외래어 표기법에 의하면 구조라고 써야겠지만 여기서는 쿠조로 할래)역까지 지하철 추오센을 타고 간다. 지하철 쿠조역은 한신 난바센(阪神なんば線) 쿠조역과 환승이 가능해서 여기서 난바 방면으로 가는 열차를 잡아타면 오사카난바역에 갈 수 있다.

눈치없는 카메라 셔터가 움직이는 열차의 속도를 따라잡지 못해서 벌어진 일.

이번에도 녹색 띠를 두른 오사카시영지하철의 차량.

한신전차로 갈아타는 곳을 친절하게 알려주고 있다. 나 같은 사람에게는 이런 것이 필수.

한신전차 쿠조역 입구.

사진이 뭐 이렇게 괴상하게 나왔냐..

직결운행도 아니고 별개의 회사의 노선이기 때문에 일단 지하철역을 빠져나온 후 들어가야 한다. 즉, 요금을 두 번 내야한다는 말인데 주유패스가 있으니 그런 걱정은 없다. 하하하~ 퐈이야~~~~♡

내가 타는 방향은 아니고 고베 방면으로 가는 승강장이네.

한신난바센의 완전 개통은 5년 반 전인 2009년 3월이었는데, 한신은 킨테츠(近鉄.이것도 외래어 표기법에 따르면 긴테츠라고 해야할텐데 후미오군의 발음을 들으니 킨테츠에 더 가깝기 때문에 킨테츠라고 할란다)와 직결운행을 위해 아마가사키에서 니시쿠조까지 니시오사카센(西大阪線)을 연장했지만, 오사카시 당국과 지역 주민의 반발에 의해 50년 가까이 노선을 연장하지 못하고 40여 년을 날려먹고 있었다. 그러나 낙후된 지역 개발을 위해 오사카시가 전향적인 태도를 보임에 따라 2003년부터 공사를 시작해서 거의 6년이 걸려 니시쿠조에서 킨테츠의 난바역까지 지하 구간으로 연장하였고, 노선의 명칭을 한신난바센으로 개칭하였다. 두 회사의 직결운행이 시작되었다. 그 이후 고베에서 나라 혹은 나라에서 고베까지 환승 없이 열차를 타고 다닐 수 있게 되었다는.. 정확한 이유는 모르겠는데 이 한신난바센 중에서 새로 연장된 구간인 니시쿠조-난바 간의 요금은 터무니없이 비싼데, 고작 3,8km를 가는데 요금이 200엔이나 한다. 아마가사키에서 니시쿠조까지는 거리가 6.3km인데도 요금은 190엔. 이 구간은 한신이 직접 소유하는 것이 아니고 한신과 오사카부, 오사카시 등이 공동출자한 별개의 회사 소유라서 그런지도 모르겠다. 어쨌든 이 노선 개통 덕분에 한신은 유명한 야구단 한신 타이거즈의 홈구장 고시엔(甲子園) 앞의 고시엔역과 오릭스 버팔로스의 홈구장이자 한신이 고시엔 기간 중에 종종 빌려 쓰는 오사카 교세라돔 앞의 돔마에역을 갖게 되어 한신의 팬들을 한신전차에 태워 나르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얻고 있다고.

이름은 쾌속급행이지만 각역정차하는 보통열차와 다름없는 녀석을 타고 오사카 난바역에 도착. 한신과 킨테츠가 직결운행하면서 한신을 배려해서인지 킨테츠 난바역이 오사카 난바역으로 이름을 바꾸었다. 역 명판은 여전히 킨테츠 스타일이지만..

이 열차는 나고야로 가는 특급 어반라이너. 
하지만 이번에 나고야에 갈 일은 없다. ㅋ

내가 타고 온 쾌속급행 나라행 열차는 아직도 서 있다. 3분 정도 정차를 한다고 하네. 정차역이 몇 개 되지 않으니 타지 않고 기다리는 사람들이 꽤 된다. 수도권 지하철도 머리를 좀 써서 몇몇 역에 추월선로를 만들어 급행을 운행하면 좋을텐데, 기존에 서울지하철 구간을 연장하면서 왜 이런 생각은 하지 못했는지. 출퇴근하면서 같은 열차를 한 시간 넘게 타고 다니는 것은 아주 지겨워 죽겠다.


나고야까지 정차역 달랑 세 개의 어반라이너의 위엄 보소.

어반라이너는 오사카 시내 구간에서 오사카우에혼마치와 츠루하시역에 정차한 다음 나고야에 도착할 때까지 츠역에서만 선다(오사카우에혼마치와 츠루하시는 킨테츠의 특급열차라면 무조건 정차). 역시 열차 스피드 향상을 위해서는 정차역을 줄이는 것이 필수다. 어반라이너가 나고야까지 대략 2시간 10분 정도 걸리는데 신오사카역에서 나고야까지 신칸센을 타고 50여 분 걸리겠지만, 난바에서 가는 경우라면 신오사카역까지 지하철을 타고 가서 내려서 환승하고 하는 시간 등이 대략 30분 정도 걸린다 치면 총 소요시간은 40여 분 정도 차이로 줄어든다. 거기에 JR이 고전하는 미에현 지역을 킨테츠 노선이 커버하고 있고, 요금도 저렴해서 의외로 이 열차의 이용 승객이 많다.

중요한 것은 이게 아니고, 난바역을 나가서 돔보리 크루즈를 타러 가야하니까 아직 완전히 습득하지 못한 난바역 던전 속으로 몸을 던진다.

지금은 찾아보기 힘든 킨테츠난바역이라는 이름을 여기서 볼 수 있네.

던전 속에서 길을 잘 찾아 나갔는데 비가 온다. 비가 오면 크루즈가 취소될 수 있다고 하는데 취소 여부가 문제가 아니라 빗줄기가 조금 세서 맞고 다니기는 조금 부담스럽게 느껴진다. 다시 지하 던전 안으로 몸을 피신. 막상 배를 타러 갔는데 운항을 하지 않는다고 하면 그것도 낭패이기는 한데, 지금 생각해보니 문의 전화를 해서 운항여부를 물어보고 그 때 결정해도 되는데 왜 그랬을까 싶네.

계획했던 일정이 하나 취소되었으니 걸렀던 스파 스미노에로 가기로 했다. 저녁 8시가 넘으니 조금씩 쫓기는 느낌이 든다. 난바에서 스미노에코엔까지는 지하철 요츠바시센(四つ橋線)을 타고 가면 된다. 스미노에코엔역은 요츠바시센의 종점. 대략 15분 정도 걸려서 도착하고, 지하철역에 주유패스 소지자들을 위해 스파 스미노에 가는 길을 친절히 안내하고 있다. 2번 출구로 나가서 직진하면 끝. 가는 길에 경정장을 지나게 되는데, 역 주변에 1엔 파칭코도 있고 그러더라는. 경정에서 돈을 날리면 1엔 파칭코에 들르라는 것인가..

주유패스 스캔하고 들어가는데 수건을 가지고 있느냐고 묻는다. "이라나이데스(要らないです)"수건이 없으면 돈을 내고 빌려야하는데, 그럴 줄 알고 호텔 수건을 들고 왔다. 온천 원데이 투데이 가는 아마추어도 아니고.. 이런 곳에서 돈을 아껴서 군것질을 해야지.ㅋ


사진은 귀찮아서 우유병 사진만..
사람들이 옷을 다 벗고 있는 곳이니까 사진을 찍는 것은 예의가 아니다.

온천욕을 마치고 시계를 보니 어느새 10시가 다 되어간다. 음.. 이렇다면 헵파이브 관람차도 제끼고 나니와노유에 가서 2차 온천욕을 하기로 한다. 어차피 돈 드는 것 아니니까 뽕을 뽑아보자. 땀을 빼고 난 뒤에 체중을 재보니 600g이 빠져 있다. 어머나.. 덴진바시스지록초메(天神橋筋六丁目)역에 제대로 내렸고 방향도 잘 찾아서 나왔는데 배가 고프다. 생각해보니 낮에 오므라이스를 먹은 다음 목욕 후에 우유 한 병 마신 것이 전부네. 이러다가는 온천욕을 하고난 뒤에 힘이 빠져서 호텔로 돌아가는 길이 힘들 것 같아서 역에서 가까운 한큐 오아시스에 가서 메이지 오이시이 우유 500ml와 폐점 직전 마감세일하는 빵 세 개를 샀다. 밥을 먹고 싶어서 오니기리나 도시락을 찾는데 보이지 않네.

석 달 전에 갔을 때는 워낙 길을 잘 잃어버리기 때문에 큰 길로 돌아갔는데 이번에도 역시 자신이 없기에 큰 길을 택했다. 시간을 아끼기 위해서 빵과 우유를 먹으며 길을 걸어가는데 이 쯤 되면 나와야 할 고가도로가 나오지 않고 이상한 느낌이 든다. 길을 잘못 들었나 싶은데 다카츠키행 JR열차가 지나가는 것이 보인다. 역시 불길한 예감은 틀린 적이 없다니까. 전에는 보지 못한 광경에 당황하면서 더 걸었는데.. 이런! 우메다가 저 멀리 보이네. 그렇다. 길을 잘못 온 것이 확실하다. 어우~ 다시 출발 지점까지 돌아오느라고 30분 가까이 낭비를 했다. 10시 반에 들어가서 한 시간 동안 온천욕을 하고 지하철을 타고 돌아가려고 했는데 아이씨~

이번에는 덴진바시스지록초메역 5번 출구에서 지도에 나온대로 그대로 따라가보기로 한다. 30분이라도 온천욕을 해야겠다고 조심스럽게 가다가 이번에는 우측으로 꺾어야 할 지점을 지나치고 한 블럭 더 가서 헤매다가 10여 분을 더 낭비하고 겨우 나니와노유를 발견. 이건 뭐 바보컨테스트도 아니고 뭐하는 짓이냐. 시간은 이미 11시를 훌쩍 넘어 11시 30분에 가까워지고 있고, 돌아가는 지하철 막차는 11시 52분에 있으니 이건 답이 안 나온다. 온천으로 상쾌해진 기분은 온데간데없고, 아무리 짐이 얼마 없다지만 백팩을 멘 등은 땀으로 젖었다. 역으로 돌아와서 지하철을 타고 호텔로 복귀. 피로가 더 쌓이고 말았다. ㅉㅉ


텐진스지바시록초메역 5번 출구로 나와서 왼쪽 골목으로 들어가서 주욱 직진한 후 우회전, 좌회전하는 루트가 최단 경로다.
그런데 나는 이 동네에서 걷다가 1시간 반 가까이를 날려먹었다. ㅠ.ㅠ

망했어요!! ㅠ.ㅠ

텐포잔 관람차 이후 계획했던 것 중에서 전망대와 스파 스미노에만 다녀오고, 헵파이브 관람차, 돔보리 크루즈와 나니와노유는 가보지도 못했다. 아아~

비가 그친 것 같으니 서둘러 역으로 걸어간다. 버스가 있다고는 하는데 노선을 잘 살펴보지 않아서 어디까지 가는지 잘 모르겠고, 일본의 버스는 한국의 수도권 시내버스처럼 몇 분에 한 대 꼴로 다니는 것이 아니라서 시간표를 확인하고 제 시간에 맞춰서 타야지 그렇지 않으면 마냥 기다리는 수가 있다. 그리고 심야버스 이런 거는 거의 없고, 저녁 퇴근 시간 이후에는 어지간해서는 보기 힘든 것이 버스다.


짠. 오사카코역.

오사카에서 오는 장음이어서 옛날 책에서는 오오사카라는 것을 볼 수 있고, 심지어 한국식으로 한자를 읽은 대판이라고도 한 책들도 있다. 요즘에는 오사카로 쓰는 것이 일반적. 항구의 의미인 港이라는 글자 역시 장음이어서 코우라고 써있는데, 우를 굳이 발음하지 않고 "코" 를 살짝 길게 읽어주면 된다. "오-사카코-" 누가 보면 일본어 잘 하는 줄 알겠지만 야매로 익히고 있어서 얼마 알지도 못하는데, 일본어를 몰라서 고생하는 한국 사람들을 오가면서 보는 경우가 많은지라 혹시라도 도움이 될까 해서.

여기서는 다음 역인 코스모스퀘어 역에 간다. 이 역에서 난코포트타운선이라는 무인 운행하는 열차로 갈아타고 역시 역 하나를 더 가면 트레이드센터마에(トレードセンター前)역에 도착한다. 이 역과 오사카 사키시마 청사가 바로는 아니지만 어쨌든 연결이 되어 있다. 고작 역 두 개인데 하나씩 갈아타는게 귀찮네. 문제는 잘 찾아가느냐인데..


이 열차는 혼마치역에서 타고 올 때와 색상이 다른 열차다. 열차 역시 차종이 다양한데, 어느 계열 차량인지 그런 거는 잘 모르겠고 오사카시영지하철 소속의 차량이다. 그래서인지 차량에 노선 색상인 녹색이 들어가 있다. 다음 역이 종점이라 그런지 사람이 별로 없다. 코스모스퀘어역에서 뉴트램으로 환승. 뉴트램 승강장으로 가니 도착해 있는 열차가 있어서 바로 탑승 그리고 다음 역에 하차하느라 사진을 안 찍었다. ㅋ

코스모스퀘어에서 트레이드센터마에역에서 안내표지를 잘 따라가면 청사 전망대까지 갈 수 있는데, 상점에서 구경도 좀 하고, 길도 잃어버리고 해서 어렵사리 전망대 입구를 찾았다. 아마 6년 전 쯤에 왔을텐데 그 때는 주유패스를 보여주면 입장권을 한 장 주었는데, 요즘에는 역시 바코드를 찍고 주유패스용 입장권이라고 그냥 종이에 인쇄하여 자른 종이를 준다. 뭐 쓸데없이 종이 낭비할 필요는 없으니까.

에스컬레이터는 여전하군.

이것이 입장권. 오늘만 유효하단다. 나도 알아. ㅡ.ㅡ;;

날이 구질구질하고 그래서인지, 아니면 퇴근하고 저녁 먹을 시간이어서 그런지 사람은 별로 없다. 예전처럼 야경 사진을 찍어볼까 하는데 이 곳의 최대 단점은 실내 조명이 전망대 유리창에 반사되어 야경 사진을 찍기 어렵다는 것. 온천욕하려고 들고 온 수건으로 비치는 조명을 막고 그림자를 없애고, 안내 팸플릿으로 가리고 별 짓을 다해보는데 역부족이다. 그래도 몇 장 그나마 괜찮은 것을 골라보면..

저 멀리 혼자 높은 빌딩은 아마도 아베노 하루카스가 아닐까 싶다.

잠깐 아베노 하루카스를 설명하자면, 오사카에서 남쪽 지역은 개발이 더딘 탓에 슬럼화가 진행되고 있는 가운데, 긴테츠가 일본에서 가장 높은 건물을 JR텐노지역 건너편에 지어버렸다. 높이 300m로 기존의 일본 최고층 빌딩이던 요코하마의 랜드마크타워(296m)를 제치고 이 부문 최고에 올랐다. 구조물 중에는 도쿄 스카이트리라든지 도쿄 타워가 더 높지만, 이것은 1층부터 60층까지 모두 사용하는지라 가장 높은 건물이라는 칭호를 얻게 되었다. 긴테츠 백화점과 호텔, 사무실, 미술관 등이 입주해있으며 전망대는 58~60층에 있다고 한다. 남쪽에는 높은 건물이 거의 없는데다 이미 가장 높은 건물이라서 오사카의 전경이 잘 보인다고. 나중에 예쁜 아가씨와 함께 한 번 가봐야지.

저것은 조금 전에 탔던 관람차 되겠슴돠.
사진 위에 조명이 반사되어 별로다.

조명 반사를 막았더니 초점이 안 맞았네. ㅠ.ㅠ

동쪽 방향인데 이건 그나마 잘 나온 것 같다.

줌을 사용하지 않고 멀리서 찰칵~

역시 아베노하루카스는 혼자 눈에 띄는군.

이 방향이 그나마 조명 반사가 덜 되는 것 같다.

아베노하루카스를 조금 더 당겨보자.

이 방향은 북동쪽, 우메다 방면이다.

여기는 어디더라..

엇! 다시 동쪽이다.
츠텐카쿠도 보인다.

이 쪽은 어딘지 잘 기억이 안 나네.

오사카항 방면이겠지?

동쪽이다.

멀리서 찍고.

조금 가까이서.

이제 그만..
다음에는 좋은 카메라를 사서 와야겠다.
별로다.

내려가자. 시간이 많지 않다.

이렇게 야경 감상을 끝내고. 대충 구경하고 내려가려고 했는데 막상 올라가니 고물 카메라를 가지고 계속 사진만 찍느라 어느새 카메라 배터리가 많이 소모된 듯하다. 카메라 배터리만 그런게 아니고 나도 배가 고프네. 점심을 먹은 후 아직 아무것도 먹지 않고 있다. 일단은 나가자구~

텐포잔에서 가장 유명하고 인기좋은 어트랙션은 카이유칸(海遊館)인데 주유패스로는 무료 입장이 불가한 곳이다. 대신 할인 혜택이 있기는 한데, 안내 책자에 붙은 토쿠 쿠폰을 한 장 뜯어서 내면 입장료 100엔 할인을 받을 수 있다고. 그러나 여기 입장료가 2,300엔이라는게 함정. 들어갈 만한 가치가 있는 장소이지만, 근검, 절약을 모토로 하는 이번 여행에서는 잠시 욕구를 누르고 무료 이용이 가능한 시설만을 노리기로 한다. 안내 책자를 찾아보니 역시 생각했던대로 항만 지역에는 텐포잔 대관람차와 조금 떨어진 오사카부 사키시마 청사 전망대만 남았다.

이미 오후 다섯 시가 되었기에 어지간한 장소는 문을 닫을 시간이고, 이제 남은 것은 전망대라든가 온천 시설 정도 몇 개 정도만 남았다. 대충 계산을 해보니 대관람차를 타고 사키시마 청사 전망대에 갔다가 스파 스미노에로 가서 잠시 휴식을 취한 뒤 도톤보리에서 돔보리 리버크루즈를 즐기고 헵파이브 관람차를 타고 마지막으로 나니와노유에서 온천욕을 즐기면 깔끔하게 하루를 보낼 수 있겠다 싶은데, 문제는 언제나 계획대로 진행되지 않는다는 점.

일단은 대관람차를 타고 구경을 하기로 했다. 비가 내리고 있어서 비를 피하고자 하는 목적도 있고, 7년 전에 왔을 때는 이미 검게 어두워진데다가 어디가 어디인지도 전혀 모르던 때라서 대충 방향과 몇몇 랜드마크가 되는 건물은 알고 보는 지금과는 다를 것 같다. 어둠이 깔리는 중이기는 하지만 아직 일몰까지는 시간이 조금 남은 듯하다. 이런 것은 데이트용으로 많이 타는 것 같은데.. 쩝.

텐포잔 마켓플레이스는 식당, 상점가 등이 어우러져 있는 쇼핑센터 같은 곳인데 그다지 활성화되지는 않은 것 같다. 외국인들이 많이 오는 곳이라 관광 기념품을 비롯해서 완구류와 의류, 잡화류 등을 파는데 장사가 그다지 잘 되는 것 같지는 않다. 가격도 싸지는 않은 것 같고, 다만 2층에 100엔샵 세리아가 있으니 음료수라든가 간식거리를 사려면 2층에 올라가보자. 이번에는 근검,절약이 모토이므로 가지 않았음.

텐포잔의 관람차는 높이 112.5m의 세계 최대급이라고 자랑을 한다. 주유패스로는 무료이지만. 패스가 없다면 800엔의 요금을 내야 한다. 카이유칸과 함께 세트로 입장권을 구매하면 100엔 할인이 되어 3,000엔. 예전에 나는 멋도 모르고 따로 티켓을 사서 입장했던지라 배아파했던 기억이 있다. 해당 일에 여러 번 입장할 수 있다지만 1일 입장료는 2,300엔인데, 연간권은 5,000엔이라고 하니까 오사카 혹은 인근에 산다면 연간권을 사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 나 같은 사람에게는 해당되지 않는 것 같아서 아쉽지만..

멀리서 보아도 빈 관람차가 많은 것 같다. 역시 평일 오후에 이런 곳에서 여유를 부릴 사람이 많지는 않겠지.
크기는 크다.

매표소에서 주유패스를 보여주었더니 따로 입장권을 주지는 않고 그냥 들어가라고 한다. 6년 전에 주유패스를 가지고 돌아다닐 때는 매번 입장권으로 바꾸어야 했는데 이제는 그럴 필요가 없어진 것 같다. 대신 입장 시에 주유패스에 있는 바코드를 찍는데 아마 중복 입장을 방지하고, 이용자들이 어디에 많이 다니는지 파악하는 용도인 것 같다. 종이로 된 입장권을 발매하지 않으니 비용 절약이나 환경 보호에도 도움이 되겠네. 입장권을 체크하는 직원이 두 개의 줄이 있다고 어디로 갈 거냐고 묻는다. 당연히 사람이 적은 줄로 가야겠지 싶은데 뭔가 있는 것 같아서 두 줄이 무슨 차이가 있는지 물었다. 일반적으로 많이 타는 관람차는 기다릴 필요 없이 바로 탈 수 있는데, 관람차의 바닥이 투명한 소재로 되어 아래가 보이는 것들이 따로 있다고 한다. 그 말에 혹해서 20분 정도 기다려야 한다는 투명바닥 관람차를 타기로 하고 앞에 사람이 기다리고 있는 줄로 간다.

직원 뒤로 오는 흰 색 관람차가 바닥도 투명한 관람차. 12대 중의 한 대가 투명한 바닥으로 되어 있는 관람차로 약 3분에 한 대 꼴로 탈 수 있다.

바로 이 녀석.

두 명의 직원이 관람차가 도착해서 내릴 때와 문을 열어주고, 타고 내릴 때 혹시라도 모를 사고에 대비해서 긴장하는 모습이다. 문은 안에서 잠글 수 없고 밖에서 잠그게 되어 있어서 승객이 무사히 올라타면 아저씨가 문을 잠근다. 만약 그렇지 않으면 중간에 뛰어내리는 애들도 있을 테고, 분명 관람차를 운영하는 회사가 승객 안전 관리에 소홀했다고 온갖 소송이 이어지고 민, 형사상 책임을 안고 망해버리겠지. 그리고 해당 담당자는 엄청난 죄책감 속에서 괴로운 삶을 살아야 할 것이고.. 여기서 그만하자. 그런데 밖에서 걸어잠근 문이 열리지 않는다면 어떻게 해야 하지? 쉬지 않고 계속 돌아야 하는 거냐?

드디어 내 차례가 되어 투명한 관람차에 올라탔다. 이래봬도 초짜 아니고 두 번째 타는 것임. ㅋ 일단은 바다가 보이는 방향으로 앉았는데 앞에는 연인이구나. 친구라도 하나 불러서 올 것을 그랬나 싶은데, 평일이라서 직장 생활하는 친구를 부를 상황은 아니었고, 징그럽게 아저씨를 불러서 함께 타는 것도 재미없잖아.

비가 와서 초점이 잘 안 잡히네.

흐릿하게 보이는 이 다리는 텐포잔오하시(天保山大橋). 앞서 산타마리아호에서 크루즈를 할 때 안내방송에서 요코하마의 베이브릿지와 같이 사장교 방식으로 지어진 다리라고 소개했는데 아무래도 바다 위에 세우는 다리라는 특성상 이런 공법을 사용한 듯하다. 교각을 세우기도 어렵고, 어렵게 세워 놓아도 관리하기 힘들고, 선박들이 지나다니면서 충돌할 위험도 있고 하니 이런 교량을 짓는 것이라 생각된다. 이 다리의 총 연장은 640m에, 주탑의 높이는 152m라고 하니 타고 있는 관람차보다 높다.

관람차 안에서 찍은 모습.
아직 꼭대기까지 올라가지는 않았다.

바다 쪽으로 난 창문에는 빗방울이 송골송골 맺혀서 사진 초점이 잘 안 맞는다. DSLR이 아니라서 수동으로 초점을 조절하기도 어렵네.

기대했던 투명한 바닥은..
보호필름으로 인해서 바깥이 잘 안 보인다.
이럴 거면 왜 기다려서 탄 거야!!!

바로 밑에 보이는 텐포잔 마켓플레이스, 카이유칸 등이 보인다.
안에서 나오는 불빛이 먼저 눈에 들어오는 것을 보면 이미 어두워졌다는 의미겠지.

역시 일본답게 "주의"를 나타내는 안내문구가 많이 붙어 있다.
도어에는 절대로 기대지 말아주세요.
손가락 끼지 않게 주의!

높이 올라오니까 다리가 더 가깝게 보인다.

이 정도면 조금 전에 찍은 사진과 거리와 각도에서 조금 차이가 느껴진다.

어렸을 때는 고소공포증이 있어서 위에서 내려다보는 것이 무서웠는데 고층 아파트에 살면서 자연스럽게 조금씩 괜찮아졌다. 그래도 그냥 서 있는 상태면 괜찮은데 몸이 뒤집어져서 머리가 밑으로 간다거나 피가 머리로 쏠리는 순간은 여전히 괴롭다. 멀리뛰기라든가 높이뛰기는 꽤 했는데 공중돌기 같은 것을 잘 못하는 것도 관련이 있는지도 모르겠다. 이런 관람차라든가 자이로드롭 같이 수직낙하하는 놀이기구는 잘 탄다는 것.

벌써 기억이 가물가물하지만 사쿠라지마에 있는 미쓰비시의 창고였던 것 같다. 비도 내리고 별로 찍을 사진이 없었음.

꽤 많이 올라온 듯한 느낌이다.

눈 앞에 보이는 관람차가 가장 높은 곳에 있으니, 곧 가장 높이 올랐다가 내려가게 된다.

내리는 빗물이 창문에 맺혀서 사진 찍기 어렵게 되었다. 사진 속의 아파트는 이 관람차에서 멀리 떨어지지 않은 곳에 있는데, 지금은 높이가 높아서 저렇게 보이지만 관람차가 한 바퀴 내려가면서 점점 가깝게 보여서 생활하는 모습이 그대로 노출되는 듯했다.

크루즈에서 지나왔던 미나토오하시도 보인다.

여기서는 지하철 오사카코역이 보인다. 추오센은 일부 구간이 지상 구간으로 건설되어 이름은 지하철이지만 지하로 다니지 않는다. 서울지하철 2호선의 한양대~잠실나루 구간 처럼 고가 위에 선로가 있고 열차가 그 위로 다닌다. 이렇게 공사를 한 것은 해안에 가까운 입지, 튼튼하지 않은 지반 등 복합적인 원인 때문이라고 하는데, 전기를 바닥에 설치된 선로에서 공급받기 때문에 침수에 취약한 것이 가장 큰 원인이지 않았을까 싶다.

이제 거의 다 내려온 것 같다.

탈 때만 해도 카이유칸 건물이 내 기준에서 왼쪽에 있었던 것 같은데, 지금은 오른쪽에 있다.
15분이라는데 생각보다 시간이 빨리 지나간 기분이다.

텐포잔 마켓 플레이스 안에 이런 펫카페가 있다. 어린이들이 동물들과 함께 놀 수 있는 장소 같은데 아이가 있으면 데려가면 좋을 것 같다.
평소에는 아무렇지 않다가도 이런 곳에서 잘 놀고 있는 아이들을 보면 그 아이의 아버지들이 그렇게 부러울 수 없네..

토끼를 키우고 싶네. 하~
토끼같은 마누라가 먼저인가?


관람차를 탄 곳이 이 곳이었음.

이제 지하철 오사카코역으로 간다!

흐리다가 가끔 햇살이 비치기도 하는 날씨에 비가 올 듯 말 듯한 아리송한 날씨는 좋아하지 않는데 조금 신경이 쓰인다. 비가 오지 않을 것 같아서 우산을 들고 오지 않았는데 이거 재수없으면 비를 맞게 생겼다.

이번에는 지하철 난바역으로 갑니다. 퐈이야~~~~♡

지하철 난바역이 난카이 난바역보다 북쪽에 있어서 거리가 가까울 뿐 아니라, 미도스지센(御堂筋線)이라는 노선 이름처럼 미도스지라는 길 주변에 출입구가 있어서 돌아가는 길이 더 빠르다. 주유패스로는 지하철은 노리호다이(乗り放題)니까 마음껏 타줘야 제 맛이지.

오사카 지하철의 정식 명칭은 오사카시에이치카테츠(大阪市営地下鉄.오사카시영지하철)인데 이름처럼 오사카시 교통국에서 운영하고 있다. 흔히 우리가 말하는 오사카라고 하면 오사카시를 뜻하는 경우가 많다. 일본의 행정구역상 두 개의 후(府.부)가 있어서 교토와 오사카에 부가 설치되어 있고, 이 두 개의 부의 중심 도시이자 부청 소재지가 각각 교토시, 오사카시다. 교토시와 오사카시는 한국의 광역시 정도로 생각하면 되고, 이에 반해 교토부나 오사카부를 이야기하자면 대구+경북권, 부산+경남권을 생각하면 될 것 같다. 경남도청은 부산에서 창원으로 옮긴 지가 이미 30년이 넘었다지만..

어쨌든 오사카시에서 운영하는 오사카 지하철은 오사카시 시내 구간이고, 시 외곽으로 직통으로 연결되는 구간은 해당 철도 노선을 운영하는 별도의 민간 사업자가 소유, 관리를 한다. 난바에서 우메다로 가는 가장 빠른 미도스지선은 에사카까지가 시영지하철 구간이고, 에사카부터 센리추오까지는 기타오사카큐코덴테츠(北大阪急行電鉄.기타오사카급행전철)라고 하는 민간사업자가 운영하는 노선이다. 오사카주유패스로 사철 구간도 부분적으로 이용 가능하지만, 대부분 행정구역상 오사카시 시내에 있는 노선에 한하여 탑승이 가능하다.(예외적으로 한신과 난카이는 오사카시 경계 밖인 아마가사키와 사카이역까지느 이용할 수 있게 자비를 베풀고 있다. 퐈이야~~~~♡) 그래서 미도스지센 열차 중에서 센리추오까지 가는 열차를 탈 경우 에사카-센리추오간의 운임은 따로 지불해야 하는 불상사가 발생한다. 이 이야기를 하려다가 쓸데없이 길어졌네. ㅋ

이 미도스지센은 오사카의 중심인 우메다와 난바 두 곳과 신칸센 정차역인 신오사카역을 비롯하여 비즈니스와 상권 수요가 많은 요도야바시, 혼마치, 신사이바시 등을 지나는 황금노선. 늘 사람이 바글바글하다.

특별히 가고 싶은 곳은 없는데 일단 우메다에 가기로 결정했다. 아무래도 낮 시간에 사람이 적을 테니 우메다의 헵파이브 관람차나 탈까 하고 가려고 함. 혼자 관람차를 타는 것이 좀 그렇기는 하지만 여기는 혼자서 돌아다니는 사람들도 꽤 많고 이런 사람들에 대한 배려도 철저한 일본이니까..

홋쿄쿠세이를 찾으며 걸어다니다 찍고 돌아온 신사이바시역을 지나고, 혼마치역도 지나서 그 다음에 별 생각 없이 우메다겠지 하고 내렸는데 뭔가 분위기가 이상하다. 우메다역은 지하철도 여러 노선이 다니고, 사철인 한신, 한큐와 JR오사카역과 환승하는 곳이라 규모도 크고 정신이 없는 곳인데 왜 한큐 환승구가 보이지 않는지, 우메다역에 이런 곳이 있었나 싶고 어리둥절해서 계속 돌아다니면서 길을 찾는데 계속 생소한 광경만이 목격된다. 게이한전철 환승 안내가 있고 요도야바시역이라는 명판이 보인다. 지하철 우메다역에서 게이한 요도야바시역까지 지하 환승통로가 있었나 싶은데..

그렇다. 이 곳은 우메다역이 아닌 요도야바시역이었다.
이런 바보 ㅉㅉ
세 살 먹은 어린아이도 이런 실수는 하지 않겠다.

요도야바시에서 게이한전철을 타면 오사카성 방면으로 갈 수 있지만, 여기는 이미 석 달 전에 갔다 온 곳이라서 또 가기는 그렇네. 이번에는 안 가본 곳을 가봐야지 싶으니 다시 지하철역으로 유유히 들어간다. 주유패스가 있으면 지하철 타는 것은 자유니까 히히히~ 뭐 그렇게 다시 지하철을 타고 다음 역인 우메다에서 내린다. 하~ 이 낯익은 번잡함이란.. 이런 곳은 빨리 벗어나야지.

일단 밖으로 나와서 육교를 지나는데 JR오사카역이 보인다.

오사카 지역의 양대 사철인 한신, 한큐와 오사카 시영지하철 모두 우메다(梅田)라는 역명을 쓰는데, 유일하게 우메다가 아닌 오사카(大阪)라는 역명을 쓰는 역이기도 하다. 이름은 다르지만 사철 및 지하철과 환승이 가능한 거리에 있다. 7년 전에 처음 일본에 왔을 때 우메다는 어디고 오사카는 어디냐고 헤맸는데, 지금도 여전히 JR에서 다른 노선으로 갈아타려고 하면 헤매고 있다. 뭔가 던전과 같은 그런 느낌이랄까. 당시 오사카역은 오래된 허름한 건물이었고, 한동안 새로운 역사 공사중이라고 혼란스러웠는데 지금은 "오사카 스테이션 시티"라고 해서 상업시설 및 특급호텔이 자리한 대형 건물이 자리잡은 역이 되었다. 헵파이브 관람차는 한큐 우메다역에서 가까운 것 같아서 그 쪽으로 간다.

저 쪽에는 한신전차의 우메다역이 보인다. 한신백화점 역시 저 건물에 있다. 한신백화점의 지하 식품매장에 자주 다니고는 했는데 쩝.. 지금 오승환이 뛰고 있는 한신타이거스 야구팀을 소유한 모기업이기도. 덧붙이자면 한신은 또다른 사철회사를 소유한 한큐와 합병하여 한큐한신홀딩스라는 지주회사가 출범하였다. 결국 한신과 한큐가 서로 경쟁을 하지만 결국 그 놈이 그 놈이라는 것. 한신은 오사카(大阪)의 阪과 고베(神戸)의 神을 따서 오사카와 고베 지역을 일컫는 말로, 그만큼 이 두 곳이 가깝고 여러 면에서 상호의존도가 높다고 해야겠지. 그리고 같은 한자를 쓰면서도 읽는 법이 다르다는 일본어의 어려움을 보여주는 하나의 예가 되겠네. 한큐 우메다역은 지금 사진을 찍은 곳 등 뒤에 있다.

우메다 한큐 빌딩이다. 이번에는 길을 잃지 않고 잘 찾아왔다. 하하~

여기서 바라본 JR오사카역은 역시 크다.
간사이와이드패스는 내일부터 사용가능하니 일단 역 바깥에서 입맛만 다시고 끝.

한큐 빌딩 안으로 들어오니 표지판이 헵파이브로 가는 길을 친절히 안내를 해준다.

헵파이브쪽으로 가는데 JR열차가 지나간다.

혹시라도 철로에 뛰어드는 사람이 있을까봐 이렇게 철심을 박아서 못 들어가게 하는 것 같다.

길 건너에 헵파이브 관람차가 있다.

그런데 막상 관람차를 타려니 낮보다는 밤에 타는 것이 더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서 다시 우메다역으로 발길을 돌린다. 야야~ 무슨 변덕이 심하냐. 귀한 시간을 이렇게 낭비하다니.. 주유패스 안내서를 살펴보니 오사카 난코(南港.남항)에서 관광유람선 산타마리아호를 탈 수 있다고 해서 거기에 가기로 한다. 역시 계획이 없으면 이렇게 오락가락하면서 시간을 허비하게 된다니까.

아베노믹스의 영향으로 살아나던 일본 가계의 소비가 지난 4월 소비세 인상 이후에 주춤하고 있다는데 모두가 그런 것은 아닌지 평일 대낮에도 백화점을 찾는 사람들이 꽤 있어 보인다. 그렇다면 예전 호황기에는 더 많은 사람들이 돈을 쓰고 다녔다는 이야기겠지. 일본의 경제 상황을 보면 곧 다가올 한국 경제의 미래 모습을 보는 듯해서 마음 한 구석이 무겁다. 일본의 소비 진작에 도움을 주고 싶은 마음은 있지만, 그럴 형편이 되지 않으므로 그냥 지나간다. 수중에 5천엔만 더 있었다면 화과자라도 사서 먹을텐데..

오사카항에 가려면 JR의 오사카간조센(大阪環状線)을 타고 벤텐초(弁天町)역에서 지하철 추오센(中央線)으로 환승해서 오사카코(大阪港)역에 가거나, 지하철로는 혼마치에서 역시 추오센으로 환승해서 가면 된다. 시간은 거의 비슷하게 걸릴 것 같은데 JR은 따로 요금을 내야하니까 자유이용권이 있는 지하철로 간다. 특별히 패스를 가지고 있지 않더라도 지하철은 요금을 한 번만 내면 되니까 그게 더 싸다. 지하철은 280엔, JR+지하철은 160엔+240엔으로 400엔. 여기서 기본요금이 더럽게 비싸다는 오사카 지하철의 특징을 알 수가 있겠죠?

일본에도 꼴통들이 적지 않은지 화장실 안쪽 벽에 이런 부탁의 글이 붙어 있다. 화장실 내의 거울 등에 낙서를 하는 등의 악질 행위가 발생하고 있으니 발견하면 역무원에게 알려달라고 한다. 여기나 저기나 사람 사는 것은 다 비슷한 모양.

추오센은 긴테츠노선과 직결운행하기에 긴테츠 열차 역시 이 구간을 운행하는 것 같다. 서울지하철 1,3,4호선에서 서울메트로 차량이 코레일 구간을 운행하거나 반대로 코레일 차량이 서울메트로 구간을 운행하는 것과 비슷한 것 같다. 그동안 오사카 지하철을 여러 번 타면서도 모르고 지나쳤는데 이 사진을 찍으면서 알게 되었는데(카메라의 셔터스피드가 느려서 열차는 흔들렸지만), 열차 차량 위에 팬터그래프가 없다. 궁금해서 찾아보니 "제3궤도집전식"이라 해서 열차 위에 전동차의 전력공급선이 있는 것이 아니고 바닥에 또 하나의 궤도를 만들어 전기를 공급하는 방식이라고 한다. 바닥에 전기가 흐른다면 승강장에서 떨어지면 위험할 것 같은데 감전되지 않도록 덮개 같은 것을 만들어두지 않았을까 싶네. 좀 자세히 살펴볼 것을 그랬다. 열차를 타고 10분 정도 가니 목적지인 오사카코역에 도착. 우메다부터는 20분 남짓 걸리는 것 같다.

오사카코역에서 내린 후 조금만 걸으면 가이유칸, 관람차 등의 관광시설과 쇼핑시설인 마켓플레이스가 있는 덴포잔. 생각해보니 2007년 처음 오사카에 왔을 때 가이유칸 구경하고 덴포잔 관람차를 한 번 타고 나서 100엔샵 세리에에서 간식거리를 사들고 돌아갔던 것 같은데.. 유람선을 타러 왔는데 날씨가 좋지 않으면 운항을 하지 않을 수도 있고 비가 올 듯 말 듯한 날씨가 조금 걱정이 된다. 주유패스로는 16시에 출항하는 데이 크루즈 마지막 편만 탈 수 있는데, 시간이 애매하게 30분 정도 남았다. 다른 곳에 가기도 애매한 시간이어서 일단 운항 여부 확인과 승선권 교환을 하러 매표소로 간다. 주유패스를 보여주면서 크루즈 티켓을 달라고 하니 주유패스는 승선권 교환을 할 필요없이 그냥 카드를 들고 타면 된다고 한다. 아 이런..

주유패스 광고에 카드를 그냥 승차장에서 보여주라는 안내문이 붙어 있네.
미리 보았더라면 굳이 매표소까지 가지 않아도 되는 것이었는데..

잠깐 날이 개는 것도 같았는데 곧 비가 올 듯한 날씨다.

항구 아니랄까봐 창고가 보이고.

배는 안 오고 심심하다.

범선형 관광선이라는데 해적선인가??

우앙~ 저기 배가 온다.

직원 아가씨가 하선 및 승선 준비를 하고 사람들은 줄을 서기 시작한다.

와~ 산타마리아호다!

배를 정박시키기 위하여 밧줄을 감고 있다.

밧줄던지기에 한 번 실패해서 두 번째에 성공. ㅋ

저 사람들이 내리고 난 후에 타면 된다.

유람선이니까 윗층 갑판에 자리를 잡는다.

오사카항 주변을 약 40분 정도 도는 코스인데 일단 아지카와(安治川) 방면으로 갔다가 방향을 돌려 오사카항 남쪽으로 간다.
저기는 아마도 유니버설 스튜디오 저팬인 듯.

저 멀리 나니와 바다의 시공간이 보인다.
예전에는 주유패스로 무료 입장 시설이었는데 요즘에는 제외되었다.

오사카부 사키시마청사와 다른 건물들. 초점이 잘 안 맞았네. ㅋ

부산과 오사카를 오가는 팬스타호의 컨테이너 박스가 쌓여 있다.
여기에 여객선 터미널이 있는 듯.

빗방울이 떨어지면서 사람들이 하나 둘씩 지붕이 있는 아래층의 선실이나 갑판으로 내려가고 위에는 비를 그냥 맞겠다는 사람 몇 명만 남는다. 셀카봉으로 열심히 사진을 찍던 한국인으로 추정되는 아줌마도 내려가고 시끄럽던 중국인들도 내려가서 조용해진다. 비는 한두 방울 정도 떨어지는 수준이어서 그냥 그 자리에 앉아서 간다. 오히려 사람들이 없어 편하고 좋네.

승무원도 한 컷.

중국에서 온 것 같은 저 배에 비하면 산타마리아호는 보잘 것 없다. ㅋ

한신고속도로 5호 완간센과 16호 오사카코센 구간을 잇는 미나토오하시 밑을 지나고 있다.

5호 완간센은 고베까지 연결되는 고속도로이고, 16호 오사카코센은 다른 고속도로의 접속과 오사카 시내 진출입을 위한 길이라고 함. 차도는 상하 2단으로 위가 오사카코센, 아래가 완간센 구간이라고. 일본을 돌아다니다보면 지독하게 좋지 않은 지형적 요인(만 있겠냐마는..)을 극복하기 위한 노력들을 볼 수 있는데 미나토오하시 역시 그런 것 중의 하나 내진 설계를 했음에도 1995년 한신 대지진으로 인해 일부 손상이 있어 보강 공사를 하였다고 한다. 컨테이너선이 지나다닐 수 있도록 가운데에는 교각을 설치하지 않은 트러스 공법으로 지어졌는데, 중앙 경간 510m는 세계 3위, 일본 최고의 규모라고.

뭐 이렇게 생겼다.

다리 밑을 지나니 엄청난 크기에 위압감이 느껴진다.

미나토오하시를 지나서 배는 유턴을 하고 이제 돌아간다.

몇몇 용기있는 사람들만 남아있는 2층 갑판.

조금씩 어둠이 밀려오고 있다. 시간을 보니 거의 40분 정도 배를 탄 것 같다.

이제 거의 다 왔다.

산타마리아호는 슬슬 속력을 늦추고 정박 준비를 한다.

약 45분의 항해를 마치고 도착.

내린 뒤에 기념으로 산타마리아호를 촬영한다.

저녁 시간에는 이 배가 디너 크루즈로 운항한단다.
다만 주유패스로는 디너 크루즈 탑승을 할 수 없다.

승객들이 다 내린 선착장은 한산하다.

크루즈를 마쳤더니 어둠이 깔리기 시작한다. 역시 일본은 한국보다 동쪽에 있지만 같은 시간대를 쓰기 때문에 해가 빨리 뜨고 빨리 진다. 아직 6시도 안 되었는데 어두워지기 시작해서 조금씩 서늘해지고 카메라의 셔터 스피드 역시 느려져 촬영이 어렵다.ㅋ 한 시간 전에 배에 탈 때 검표를 하던 아가씨는 혼자서 씩씩하게 정선할 때 밧줄을 감고 다시 던지는 일도 잘 하더라. 약한 척 하지 않아서 좋아보였음.ㅋ

"이제 어디서 무엇을 해야하지??" 일단은 위로 올라가고 보자.

일 때문에 일본에 간 것이고, 10월 9일은 한국에서는 공휴일이지만 일본에서는 그냥 평범한 목요일이기에 오전에 할 일을 조금 하고, 오후부터는 나만의 시간을 갖기로 했다. 처음 일본에 갈 때는 나리타 입출국이었는데, 도쿄 경유 호주행 비행기를 탈 때 빼고는 도쿄 출도착은 없었고, 언젠가부터 간사이 공항을 주로 이용하게 되었다. 원전 사고 이후 동쪽으로 가기 꺼리는 것도 없지 않고, 도쿄 지역의 비싼 항공료라든가 근교에 볼거리가 많다는 점과 간사이 지역에 익숙해짐이라든가 등 여러 이유로 그런 듯도 하다.

여비를 넉넉히 가지고 왔다거나 특별히 준비한 것은 없고, 지난 6월에 사두었던 오사카 주유패스와 간사이 와이드 패스 두 장의 패스를 가지고 갔다. 6월 출장에서 사용하려고 여행사에 주문을 해두고, 공항에 가는 길에 들러서 받아가려고 했는데 갑자기 그 날 일이 바빠서 간신히 공항에 가서 겨우 비행기를 탈 정도였기에 여행사에 들러 두 장의 패스를 받아가지 못했다. 그래서 간사이 공항에 도착한 후 역에서 간사이 와이드 패스를 현지구매하고, 주유패스는 사유리짱과 신오사카역에서 사서 돌아다녔다. 나중에 한국에 돌아와서 여행사를 찾아가 곱게 포장되어 있는 패스를 받아온 후 썩혀두고 있다가, 9월의 "추석연휴 대탈출기"로 일본에 갔을 때 간사이 와이드 패스의 인환증을 들고 가서 교토역에서 패스로 교환을 해두었다. 규정에 따르면 인환증의 유효기간은 3개월, 그 발행일이 아마도 6월 12일이었던가 해서, 9월 11일까지 일본에서 패스로 교환을 해야 했고, 패스 사용 개시일은 교환일로부터 30일 이내여서 늦어도 10월 10일부터 4일간 사용해야 했다. 그래서 9월 11일에 교토역에서 예약했던 선더버드 열차를 놓치고 나서 역무원에게 가서 10월 10일부터 10월 13일까지 사용 가능한 패스로 교환을 했다. 어느 정도 생각이 있는 사람이라면, 수수료 10%를 내더라도 환불을 받는 편이 나았을텐데, 무슨 생각으로 그랬는지 스스로도 도무지 알 수 없는 사람이다. 그 덕분에 사람 많은 이 시기에 다시 오사카에 오게 되는 불상사가 발생한 것이다. 사실은 이 다음 주에 가는 것으로 계획을 했는데 급출발의 이유는 바로 이것.

오사카 주유패스는 춘하판, 추동판으로 나뉘어 발행되는데 시기별로 약간의 이용시설의 차이가 있다. 내가 가진 것은 춘하판이었고, 유효기간은 10월 31일까지. 그래서 한글날에는 주유패스를 이용해서 오전에는 일을 하고, 반나절 동안 오사카 시내 관광을 즐기기로 했다. 간사이 공항에 도착했을 때 오사카 시영지하철 1일 승차권이 포함된 오사카 출장 킷푸를 사지 않은 것도 주유패스가 지하철은 물론 사철의 오사카 시내 구간 승차 역시 가능하기 때문. 오사카 주유패스는 이번이 세 번째 사용하는 것이 되는데, 여러 곳을 갈 수 있지만 매번 갔던 곳만 가고, 안 가는 곳은 계속 안 가는 악순환이 계속된다. 6월에 세 번씩이나 오사카성 천수각에 올라갔고, 우메다 공중정원은 네 번째 다녀왔으니 참.. 주유패스 1일권은 외국인이 아니더라도 누구든지 구입하여 사용할 수 있는데(반면에 2일권은 단기 체재 목적의 외국인들만 구입이 가능하단다) 서울에도 이런 것이 있어서 여러 관광 시설을 이용할 수 있도록 했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N서울타워라든가 63빌딩에서 협조하여 그럴 리는 없을테고, 따라서 나도 갈 일이 없을테지만..

주유패스로는 JR을 탈 수 없으니 지하철이나 사철을 이용해야 하는데 일단 어제 중간에 내린 난카이 열차로 난바까지 가기로 한다. 대낮부터 지하철 탄다고 땅굴로 들어가기 그냥 싫어짐. 이렇게 하면 간사이공항-난바 구간을 이틀에 걸쳐 클리어하게 되는 것이군. 난바역까지 난카이선을 처음 타는 것은 아니지만 뭐.. 오랜만이기는 하다. 사실 잘 기억도 안 남. 당시에는 긴테츠 와이드패스에 붙은 기획승차권이었는데, 중간에 내려도 되는 것임을 모르고 굳이 난바까지 갔다가 돈 아낀다고 오밤중에 신이마미야까지 걸었던 적이 있다. 그래서 일본어 공부를 해야한다. 읔


각역정차 난바행 열차가 들어온다.
어차피 시간도 많고 난바까지는 역이 두 개밖에 되지 않아서 별 상관없다.

그냥 심심해서 역명판도 한 번 찍어봅니다.
그저 열차 타는 것을 좋아할 뿐 별다른 의미는 없습니다요.
저는 철덕이 아니거든요. ㅋ

10월이 되면서 한국의 날씨는 꽤 서늘해져서 아침 저녁으로 반소매 셔츠로는 도저히 견딜 수 없는 날씨여서 긴팔 옷을 가지고 오기는 했는데, 이 섬나라는 덥다. 열차를 타고 나서야 티셔츠 위에 뭔가를 걸쳐 입은 사람은 나와 양복을 차려 입은 직장인 아저씨뿐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래도 난바역을 나와서도 꿋꿋이 낡은 재킷을 걸치고 돌아다니다가 도저히 더워서 죽을 것 같은 느낌이 들어서 옷을 벗어서 가방 속에 넣고 걸어다녔다. 그래도 더워서 낡은 백팩을 멘 등에 땀이 조금씩 나기도 하고..

난바역 도착. 내리려고 하는데 열차 안 광고에 눈길이 간다.
오오옷! 사토미찡이다!!!
모두가 내리는데 혼자 다른 사람들이 모두 내리기를 기다려 사토미찡 광고 사진을 찍고 괜히 기분이 좋아짐.

일본 역시 한국처럼 영어 사교육 시장이 대단해서 길거리에서 영어학원 광고지를 나누어주는 경우도 많고, 여러 영어학원들이 대도시는 물론 규모가 어느 정도 되는 지방의 도시에도 지점이 있다. 이 광고에서는 난바, 이즈미사노, 와카야마 가든파크에 있는 학원들의 연락처가 기재되어 있다. 열차 안 광고에는 해당 열차가 지나다니는 지역에 맞춘 광고가 등장하는가보다. 광고가 없어서 비워둔 채로 다니는 한국의 수도권 지하철과는 아주 딴판이네. 일본에서도 갈수록 열차 안에서 스마트폰을 들여다보고 다니는 사람이 늘어나지만, 책을 읽는 사람도 종종 있고 한국 만큼 누구나 스마트폰을 들여다보고 그러지는 않는 듯하다.

여기서 잠시 사토미가 출연한 이온 광고를 감상하고 가자. 요즘 들어서 지나치게 웃는 표정을 지으려고 하는 듯한 느낌이 들기도 하는데..


음.. 그래도 내가 영어를 사토미보다는 잘하는 것 같다.
그렇습니다. 나름 야매 해외파입니다. 그렇지만 지금은 간단한 접속사 철자도 헤매는 일이 종종 있다죠.

 

난카이의 주요 노선들이 출발하는 난바역.
난바에 있는 많은 철도회사의 역 중에서 가장 규모가 크지 않나 싶다. 아님 말고.

어차피 다른 곳에 갈 일은 없고, 그냥 난바에 오는 것이 목적이었으니까 역 바깥으로 나가기로 한다. 아침 먹을 시간을 한참 지나 점심을 먹을 시간이지만, 늦은 아침을 먹으러 가야 한다. 어차피 계속 오사카 시내에 있을 거니까 이름만 들었던 홋쿄쿠세이(北極星)라는 오므라이스집에 가보려고 한다. 오므라이스의 원조라고 일컬어지는 가게인데, 한국에도 꽤 유명한 듯.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사카에 자주 드나들면서 이 곳에 가본 적은 없다. 국물이 있는 우동이나 소바를 먹거나 아니면 돈부리를 먹든가, 다코야키, 551호라이 만두와 라멘은 먹었어도 한 번도 가보지 않았네. 어쩌다 한국인들이 떠드는 소리를 듣고 인터넷에서 찾아서 알게 되었다. 막상 오사카에 사는 일본인 친구도 이런 곳을 소개하기보다는 그냥 노미호다이 술집으로 끌고 가버리니.. 오히려 여행 책자를 들고 와서 이런 곳에 가자고 하면 이런 곳이 있었냐고 신기하다면서 되물을 정도니까. 그런데 요즘 들어서 밥을 먹지 않으면 먹어도 먹은 것 같지 않은 느낌이 들어서 밥을 안 먹으면 다른 것을 먹어도 속이 허전하다는 어른들의 말씀이 이해가 되어서 - 이런 것이 탄수화물 중독의 증상인가 - 밥을 먹으러 가려는데 난바에서 걸어서 금방일 듯하다. 우리 엄마는 아들에게 차비 대신에 튼튼한 다리를 주신 고마우신 분.

타고 왔던 열차는 콩고행 열차로 변신했는데 영어로 지명이 써 있지 않으면 못 읽겠다.
설마 아프리카 콩고행은 아닐테고 온 길을 되짚어 돌아가는 것이라고 생각함.
난카이혼센에서 콩고역을 본 적이 없으니 아마도 고야센 어딘가에 있는 역이 아닐까 싶은데 굳이 그런 것까지 알 필요는 없으니 그냥 넘어가자.

이 준급 열차는 이즈미추오까지 가는구나.
엥? 이 곳도 난카이혼센에서 본 적이 없는데..

난카이가 아닌 이름이 있으니 아마도 난카이센과 연결되는 다른 회사의 노선이라고 추측해본다.
그 회사의 이름이 센보쿠인가보다.
머리 아프니까 이 정도에서 끝을 낸다.

라피트를 찍는 척하면서 오른쪽에 있는 역무원을 담아보려고 했는데..
별로 잘 안 나왔다.

예전에 열심히 찍어둔 사진이 어딘가에 있을 듯한데 기억이 잘 안나서 잘 모르겠다.
나가자. 역에서 무슨 할 것이 더 있다고..

 

역을 나와서 주변을 걷는다. 도톤보리구나. 

밤이 되면 환락가로 변신하는 도톤보리에서 술을 마시면서 유흥을 즐길만한 경제적 여유가 없기도 했지만, 시끌벅적한 것을 싫어해서 잘 오지 않았고 대부분의 경우 오사카를 베이스캠프 삼아서 다른 곳에 많이 다녀서 정작 오사카 구경은 거의 하지 않고, 그저 베드타운으로 만들어버리기는 만행(?)을 저지르고 있다는 이야기가.. 

도톤보리의 명물 구리코 간판은 현재 공사중이라고 아야세 하루카가 대신 만세를 부르고 있다.
새로 생기는 간판은 어떤 것일지 궁금하네.

도톤보리의 북쪽으로 신사이바시스지를 따라 가보도록 한다.
사실 길을 잃고 헤매고 있는 것이지만 당황하지 않고 그냥 일단 상점가 구경을 해보기로 한다.
여기는 언제나 사람이 많더라~

아~ 이것은 신세카이에 있는 다루마의 지점인가보다. 신세카이는 숙소가 있는 신이마미야역 부근에 있는 동네인데, 쿠시카츠 가게가 여럿 모여 있다. 그 중에서 다루마가 원조라고 가장 유명해서 사람이 많다고 하는데, 이상하게 튀김을 좋아하면서도 쿠시카츠 가게에는 발길이 향하지 않았다. 돈이 없을 때는 돈이 없어서, 돈이 있을 때는 돈이 있어서 안 가고 그랬는데 결국 이번에도 쿠시카츠와는 인연을 맺지 못하였다. 아무래도 튀김 꼬치를 먹게 되면 대개 맥주를 같이 마시게 되는데 혼자서 술을 마시는 것은 좀 그래서 그런 것 같기도 하고. 그렇지 않더라도 대낮부터 느끼한 튀김 꼬치는 먹고 싶지 않고 밥과 국을 먹고 싶은지라 가볍게 패스한다.

다루마를 지나서 보이는 사진의 방향이 아닌 반대 방향으로 신사이바시스지를 따라 북쪽으로 가다가 결국 신사이바시역까지 가게 되고, '이러다가는 못 찾고 우메다까지 갈 수도 있겠다' 싶어서 구글 맵으로 위치를 찾았다. 환전도 못했는데 데이터 로밍 신청 역시 했을 리 없고, 간신히 와이파이 터지는 곳을 찾아서 지도에서 경로 검색을 함. 가려고 하는 가게가 멀리 있지는 않은데 일단 큰 길가로 나가야 한다네. 그 큰 길이 지하철 노선의 이름이기도 한 미도스지인데 내가 가려는 가게는 미도스지의 서쪽에 있는데, 나는 미도스지의 동쪽에 있는 신사이바시스지에서 헤매고 있었던 것이다. 네. 그렇습니다. 저는 길치입니다. 구글 맵의 경로 검색에서 가리키는 길을 따라서 가니 금방 도착했다. 그 가까운 길을 두고 나는 길바닥에서 시간을 버리고 있었던거야. 덕분에 30분 정도 길에서 낭비를 했네. 언젠가 길치도 갈 수 있는 오사카 여행 책이나 한 권 써볼까.. ㅋ

오후 1시를 넘은 시간이라 평일인 이 곳에서 점심을 먹으러 온 직장인들은 이미 자리를 떴을테고, 남은 사람들은 관광객이나 백수겠지. 문을 열고 들어가니 한 명이냐고 묻는다. 네~ 혼자입니다. 잠시 후 종업원 아가씨가 자리를 안내해준다. 신발을 벗고 들어가서 구석에 홀로 앉았다. 아가씨가 시원한 얼음물과 메뉴판을 가져다 주었는데, 점심 시간에는 880엔인가 하는 가라아게 런치세트가 있는데 사진을 보니 치킨과 버섯오므라이스 중의 하나와 치킨 가라아게와 샐러드가 함께 나오는 것 같다. 오므라이스 단품이 720엔이니 런치세트가 이득이기는 한데 국이 따로 포함되지 않은 듯. 아가씨를 불러서 런치세트에 미소시루가 포함되어 있는지 물어봤는데 미소시루를 먹고 싶으면 오므라이스 세트 메뉴가 어떻겠냐고 물어본다. 단품 오므라이스에 새우튀김과 미소시루가 함께 나온다는데 치킨 가라아게가 조금 아쉽기는 하지만 따끈한 국물이 마시고 싶은지라 세트 메뉴를 시키고, 굳이 음료는 시키지 않아도 되는데도 목을 축이기 위해 생맥주를 시켰다. 대낮이고 해서 맥주는 작은 잔으로.


구석에 홀로 앉았다. 
일본에서는 혼자 밥 먹으러 가도 눈치주거나 타박하지 않고, 사적 영역을 확실히 보호하려고 테이블에 자리가 남아도 모르는 사람 옆에서 먹도록 하지 않아서 좋다. 

먼저 맥주를 내온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물로 충분한데 나는 왜 이것을 시켰을까? 아무리 작은 잔이라지만 한 번에 다 마실 그럴 양이라 아껴서 마셔야 한다.

으음.. 뭐 이렇게 생겼다.
단촐하군.

으음.. 나도 이렇게 오므라이스를 만들어보고 싶기는 한데 늘 지단부치다가 말아먹고 만다는..

점심시간은 살짝 지났는데도 일본인이나 해외에서 온 손님들이 끊이지 않는다.

외국에도 널리 알려진 탓에 메뉴에 영어로도 설명이 있고 그런데 아무래도 일본어를 알아야 읽기 편하다.
이 곳 직원들도 기본적인 영어 대화는 가능하다고.

양이 많지 않은지라 아껴서 먹고 있다.
솔직히 누구 코에 갖다붙이냐 싶은 정도. 내가 많이 먹는건가..

도쿄의 렌가테이라는 곳(가본 적이 없으므로 먹어본 적도 없음)과 이 곳 홋쿄쿠세이가 서로 오므라이스의 원조라고 우긴다고 하는데, 렌가테이의 역사가 더 길지만 쉽게 말해 그냥 계란 넣고 볶은 밥 같은 느낌에 소스를 뿌려놓은 것이고 홋쿄쿠세이는 밥과 안에 들어가는 건더기까지 소스로 비벼서 볶아서 계란으로 말아 놓은, 우리가 '오므라이스는 이런 거다' 라고 생각하는 그런 음식에 가깝다는 차이가 있단다. 오므라이스라는 것이 오믈렛에서 변형된 음식이므로, 홋쿄쿠세이가 자기들이 오므라이스의 진정한 원조라고 주장한다고 하는데 그러거나 말거나. 내 배를 채우는 것이 주된 관심사지.

솔직한 감상을 말하자면 아주 맛있다는 강렬한 느낌은 없고 괜찮다 싶은 정도라고나 할까. 물론 음식을 먹고 감정을 격하게 표현하지 않는 편이기는 하지만 ‘먹어서 기쁘거나 즐겁다’ 까지의 느낌은 받지 못했다. 사실 여행 정보로 알려진 것 맛집, 음식들 중에서 그저 그런 것들이 수두룩해서 별로 신뢰하지도 않지만, 오므라이스를 개발한 곳이라고 해서 호기심이 때문에 가보았는데 별 다섯 개 만점에 세 개 정도 주고 싶다. 다만, 사람마다 입맛의 차이가 있고, 특히 나는 해산물과 시원한 국물이 있는 음식을 좋아하니 이런 점은 감안해야 할 듯하다. 한 번쯤은 들러보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는 생각. 그러나 오사카에 먹을 것이 얼마나 많은데..맛이 없다거나 실망스럽다는 것은 아니니 오해는 마시길..

미션 클리어!

오나카잇빠이의 느낌은 들지 않지만 별 수 없다.

이렇게 먹었더니 1,350엔인가 나왔다. 아!! ;비싸당~

내부에 정원을 꾸며놓았다.
오므라이스라는 음식과는 오묘한 조화인가.

일본식 분위기에서 양식을 파는 곳이라는 뭔가 맞지 않는 듯하면서도 일본에서 변형, 창조한 음식이니 어울리는 것 같기도 하고.

이경규씨 일행 말고는 누구의 사인인지 알 수 없다.

요즘 대세인 중국인 관광객들이 세력을 과시하고 있고.


이들을 피해서 가게 사진을 찍어본다.

자~ 안녕.
나는 이제 난바역으로 가야해.


얼마 전에 일이 있어 오사카에 다녀왔다. 그 짧은 여행기를 잠시 블로그에 남겨볼까 함.

이번에는 국적기 중에서 어르신들이 특히 좋아하신다는 대한항공의 왕복 항공편을 타게 되었다. 대한항공이나 아시아나항공은 저가항공이라 일컬어지는 항공사보다 서비스가 좋은 것이 장점이기는 한데 비싸다. 그래서 특별한 이유가 없는 한 잘 타지 않는데 이번에는 선택의 폭이 넓지 않았다. 신용카드 마일리지가 대한항공은 1,500원 당 1마일리지가 적립되어 아시아나의 1,000원 당 1마일리지가 적립되는 것에 비해 좋지 않고, 스타얼라이언스라는 동맹체를 끼고 있는 아시아나에 비해 사용할 수 있는 범위도 별로인 것 같다. 대한항공의 노선이 많은 것은 장점이기는 하지만 그래도 아시아나가 좋음. 항공권 결제도 아시아나 마일리지가 적립되는 카드로 결제. 내년 여름 즈음에는 5만 마일 정도 모으지 않을까 싶다. 조금 더 마일리지 적립률이 높은 카드로 바꾸어볼까도 생각하고 있으나 연회비가 비쌈. ㅋ

인천에서 19시 15분 발 비행기다. 김포 출도착편으로 하려고 했으나, 일 끝나고 가기에는 무리인 듯 싶어서 조금 늦게 출발하는 인천발 비행기로 예약, 도착은 김포로. 인천공항은 서울의 동북쪽에서 가기에는 교통도 좋지 않고 너무 멀다. 사람이 많아서 수속에 시간이 걸리는 것도 짜증나고.

서울역에서 공항철도를 탄다. 서울역 4호선 역에서 공항철도 역까지가 상당히 멀다. 사람도 많아서 에스컬레이터에서 추월도 못하고 가는데 10분 정도 걸린 것 같다. 타려고 했던 17시 31분 일반열차는 늦었고, 17시 40분에 출발하는 급행열차를 타는 수밖에. 43분 걸린다는 코레일공항철도의 말에 따르면 18시 23분 경에 도착할 것으로 예상. 카운터까지 달려가면 비행기 출발 약 45분 전에 도착하고 아슬아슬한 상황이 벌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열차표를 사는데 아저씨가 출발 5분 전부터는 발권이 되지 않는다고 다음 열차표를 주면서 그냥 열차에 타라고 한다. 급행열차는 자리가 텅텅 비어간다는 것은 dog나 cow나 다 아는 사실. 플랫폼에 서 있는 승무원 언니에게 표는 다음 열차이지만 타겠다고 하고 곧 열차는 출발. 아! 이런.. 환전을 안했는데..

공항열차 화장실에 탑승 흔적을 남기는 신고식을 치르고, 아이폰 충전을 하면서 가는데 마음이 여유롭지는 않다. 일부 항공사는 45분 정도 전에 문을 닫아버리는 경우가 있기도 하다. 일찍 가고 싶었지만 일이 늘 발목을 잡아 아슬아슬한 초치기 전쟁을 하게 된다. 언젠가 소개할 "추석연휴 대탈출기" 에서는 정말 아슬아슬하게 체크인 후에 우체국에서 여러 건의 우편물을 보내고 초광속으로 달려다니며 보안 검색과 출입국 심사를 마치고 탑승에 성공하기도 하였다. 하~

이래저래 카운터에는 18시 27분에 도착하였으나, 레이트 체크인을 하려는 사람들이 내 앞에 줄을 서 있다. 이런 줸장.. 앞에 계시던 분들은 출발이 30분도 남지 않아서 카운터에서 탑승이 어렵다고 하는 것 같은데, '나는 아직 40분 정도 남았으니 괜찮겠지' 라고 마음을 놓는다. 모처럼 들고간, 호주 시절 이후 봉인해두었던 캐리어를 오래간만에 들고 왔는데 사이즈가 있어서 기내에 들고 탈 수 없어 따로 맡기고, 탑승권을 받아서 보안검색대로 간다. 출발이 30분 이내로 임박한 승객은 미리 말하여 빨리 검색을 받으라는 표지를 한참 후에야 봤는데, 셔틀트레인을 타고 멀리 갈 것도 아니고 해서 새치기하는 중국인들을 가만히 지켜보지는 않고 욕을 중얼거리면서 기다린다. 가뿐히 검색대를 통과하고 출국 심사도 쾌속으로 마치고 나오니 약 20분 정도 남았다. 슬슬 걸어가면 늦지 않을 것이라는 경험에서 우러나온 강한 확신이 있다. 막상 올라타고 나니 더 늦게 탄 사람이 꽤 된다. 그 사람들은 도대체 뭐하고 온거야?


언젠가 대한항공에서 들은 이야기로는 국제선의 짧은 구간에서는 가열을 하지 않은 음식을 기내식으로 낸다고 했다. 
연어 샌드위치라고 했던 것 같은데..

항공사 직원이 아이가 있는 가족 옆의 자리라고 해서 소란스럽지 않을까 다소 걱정을 했는데, 젊은 부부가 차분하고 조심성 있는 성격에 아이 역시 순해서 문제는 없었다. 빵을 주길래 빵을 먹고, 밤에 일찍 자기 위해서 맥주를 마시고, 한 캔 더 마시고 면세품 주문을 하고 그러다보니 순식간에 도착. 김포-오사카는 일본 국내선 노선보다 짧은 국제선 같지 않은 구간이기는 하지만. 입국 심사와 세관 검사도 간단히 끝나고 공항 화장실에 흔적을 남긴 후 간사이공항역으로 간다.

단지 시내로 들어가는 것이 목적이니까 가장 싼 920엔짜리 난카이 급행열차를 타면 되기는 한데, 늦은 밤인지라 가장 빨리 출발하는 열차를 타려고 했는데 그게 특급 라피트(일본식 발음으로는 '라피토'가 되겠슴돠). 간사이공항과 오사카 시내 접속 구간은 난카이와 JR의 경쟁이 치열한지라 할인 티켓을 판다. 1,500엔짜리 간사이공항-난바 간 라피트 편도 승차권과 오사카시영지하철 1일 승차권 세트인 "오사카 출장 킷푸"를 사려고 했는데 지하철 승차권은 다음 날까지 사용해야 한단다. 뭐야 이거 한국에서 판매하는 오사카 요코소 킷푸와 같은 것이네. "에이~ 그렇다면 지하철 승차권은 필요없는데.." 라고 하니 라피트 편도 승차권은 1,130엔이라고 해서 그것을 사기로. 원래는 특급료 포함해서 1,430엔인데 300엔 할인이다. 동전을 긁어오기는 했는데 어디에 두었는지 모르겠고 그냥 2천엔을 꺼내서 내고 거스름돈으로 동전 한 움큼을 받아서 나왔다. 무거워.. 힝~

 

이것이 라피트 승차권. 특급료가 포함된 요금 1,130엔.

라피트는 전석 지정좌석제라는 점에 주의!

난바까지 갈 수 있는데, 꼭 난바까지 가지 않더라도 도중 어디에서 내려도 된다.

다만 내려서 개찰구에 이 승차권을 넣었을 때 이 승차권은 못쓰게 되므로 주의가 필요하다.

 

라피트는 알파와 베타 열차가 있다. 알파는 간쿠 출발 이후 종착역 난바까지 가면서 린쿠타운, 이즈미사노, 덴가차야, 신이마미야에 정차하는데, 베타는 여기에 기시와다, 사카이에도 선다. 결론은 "알파가 베타보다 빠르다"인데 선택의 여지는 없다. 열차 시각에 맞추어 타는 수밖에. 내가 탄 열차는 라피트 베타 78호. 22시 12분에 난바 도착이라니 목적지인 신이마미야에는 22시 9분 정도에 도착하는 것 같다. 라피트 열차가 특이하게 생겨서 사진을 찍는 사람들이 많은데, 짐 가지고 다니기도 귀찮다. 뒤져보면 언젠가 찍었던 사진이 있을텐데 그러기 귀찮다.


 라피트 베타.
사실 알파나 베타나 열차 차량의 차이는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 그 놈이 그 놈이라는..
철인 28호 모양을 형상화한 열차라고 알려져 있는데 창문 모양 역시 특이한 원형.

야야~ 시트 커버는 좀 빨아서 쓰자. 

린쿠타운에서 잠시 정차.
네. 맞습니다. 아울렛이 있는 그 곳이죠.

사카이에도 정차.
다른 정차역은 귀찮아서..

 

차장 언니는 계속 오락가락 한다. 

그렇게 열차를 타고 목적지에 도착, 값싼 허름한 숙소에 체크인하고 짐을 풀어놓는데 여기서는 단 3일만 묵는다. 11일부터 토일월 3일짜리 연휴인지라 다수의 숙박 시설이 만실이어서 이것도 간신히 예약을 해둔 것. 마지막 밤이 될 것이라 예상했던 12일 일요일은 다른 곳에 예약을 하기는 했는데, 11일 토요일은 묵을 곳을 정하지 않은 상태였다. 예약은 하지 않았지만 효고현 북쪽 카스미나 돗토리쪽은 숙소 사정이 조금은 나은 듯해서 이 근방에서 하룻밤 묵을 계획을 하고 있었다. 그러나 이것은 뜻하지 않은 변수가 등장하여 물거품이 되면서 위기를 불러오기도 하는데, 이것은 To be continued 하기로 하고 일단 이 날의 이야기로 돌아간다.

환전을 안했기 때문에 숙박비는 카드로 결제. 현금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지만 이 날을 빼고 5일을 버티기에는 빠듯한 금액이기도 해서. 환전을 하지 않은 것은 돈을 아끼겠다는 의지로 한 것은 아니고 시간이 모자라서였을 뿐인데 막상 현지에서 환전을 하기에는 환율이 좋지 않고 하니 적당히 버티기로 했다. 짐을 풀어놓고 뒤져보니 동전이 담긴 조그만 가방이 있다. 예전에 쓰던 1엔짜리, 5엔짜리 포함해서 동전을 꺼내서 편의점에 간다. 저녁이라고 기내식을 주기는 했지만 그것으로 배가 찰 리는 전혀 없고 먹을 것을 좀 사러 가서 자동판매기에도 들어가지 않는 쩌리 동전들을 처리한다.


배가 고파서 먹고 씻고 텔레비전 보다가 잔다.


  잠꾸러기의 여행노트 

간사이공항에서 오사카 시내에 들어가는 방법은 다양하지만, 돈이 많아서 택시를 타는 경우를 제외하면 열차와 버스 정도. 버스는 의외로 노선이 많지 않다. 인천공항에서 서울 각 방면으로 가는 버스가 수두룩한 것과는 아주 비교가 된다. 버스를 타더라도 내리는 곳과 숙소가 가깝지 않으면 다른 교통 수단을 다시 타야하는 번거로움이 있다.

JR의 특급 하루카는 교토까지(야간 19:16, 20:16 발 두 대편은 교토 경유 마이바라 행) 가는데 도중 덴노지, 신오사카역에 정차하며, 이른 아침의 다섯 편은 이즈미후추, 히네노에도 정차한다. 하루카의 단점은 요금이 비싸고(덴노지까지 자유석 1,710엔, 지정석 2,230엔, 신오사카, 교토는 더 비쌈), 단기여행자들이 많이 가는 난바, 오사카(우메다)역에 가기 불편한다는 것인데, 우메다에 가는 경우라면 대신 간쿠카이소쿠(関空快速)열차를 타면, 오사카역까지 약 1시간 10분까지 갈 수 있다. 운임은 1,060엔. 난바에 가는 경우라면 간쿠카이소쿠를 타고 덴노지 다음 역인 신이마미야에서 JR난바역 방향으로 가는 열차로 갈아타면 된다. 소요시간은 환승 시각 포함 약 1시간 5분, 운임은 1,060엔. 그러나 난바에는 JR보다는 난카이를 타고 가는 것이 더 저렴하고 편리하다. 그나마 외국인들에게 경쟁력이 있는 이유는 JR패스 및 JR웨스트 간사이패스, JR간사이 와이드 패스 등이 있으면 추가요금 없이 열차를 탈 수 있다는 점이겠지만.

난카이는 특급 라피트를 비롯, 난바행 급행열차가 수시로 있어서 난바에 갈 때 더 편리하고, 노선 길이도 짧아서 38~46분 정도에 환승 없이 도착할 수 있다. 요금은 920엔, 특급 라피트는 지정석 특급권을 510엔을 추가로 내야해서 1,430엔이지만, 2015년 3월 31일까지 칸쿠도쿠와리(関空得割.간사이공항 특별할인) 행사로 1,130엔에 판매중이다. 

고베나 나라 등 오사카 이외의 지역에 가는 경우라면 공항에서 버스를 타는 것이 훨씬 편하고 빠르다. 짐을 끌고 다니는 것을 생각만해도 별로다.

중요한 정보라면 심야에 도착했을 때 오사카 시내에 들어가는 막차의 시각.

이번에 개정된 시각표에 따르면, 난카이의 마지막 열차는 23:40에 간사이공항역에서 출발하는 각역 정차하는 보통열차로 난바에는 익일 00:40에 도착한다. 이에 앞선 급행열차는 23:29에 출발하여 00:13 도착하므로 이 열차를 추천. 라피트 마지막 열차는 22:31이므로 22시 이후에 도착하는 비행기라면 타기 어려울 듯하다.

JR의 간쿠카이소쿠의 막차는 23:32. 다만 이 열차는 종착역인 덴노지역에 익일 00:16에 도착 후 더 이상 운행하지 않으므로, 덴노지역에서 오사카간조센(大阪環状線) 소토마와리(外回り) 00:19발 열차를 타고 오사카역에 도착하면 00:40. 한 번에 가는 열차는 22:28에 출발하는 열차가 마지막으로 23:43 오사카역 도착. JR난바행은 덴노지역에서 익일 00:30에 막차가 있어 환승가능.




아사다 마오, 트리플 악셀 또 실패... "분하다"


'입술 깨문' 아사다 "목표 반도 못해 분하다"


아사다 마오, 실수 잦았던 것에 대해 "분하다" 심경 밝혀   


위는 전일본선수권대회에서 3위에 그친 아사다 마오에 대한 국내 언론사의 기사 제목이다. 이번만이 아닌 아사다의 경기가 뜻대로 풀리지 않을 경우 "분하다" 라고 말했다는 기사가 자주 뜨는데, 도대체 뭐가 그렇게 분한지 궁금해서 찾아보게 되었다. 



일단 일본 신문 사이트에서 보니 (마이니치신문)

フィギュア:浅田真央トリプルアクセル回転不足「悔しい」

이걸 번역하면, "피겨: 아사다 마오 트리플 악셀 회전 부족 [분하다??]"

일본어에 능숙하지는 않지만 적어도 悔しい(くやしい,쿠야시이)라는 단어를 단순히 분하다라고 번역하는 것은 조금 무리가 있는 듯하다. 일단 네이버 일본어 사전을 검색해보니..

[·]

  중요  

[형용사]분하다.(=)[문어형][]-

 

다른 뜻은 없는가 궁금해서 일본 웹을 찾아봤다.

 

찾아본 사이트는 http://thesaurus.weblio.jp/

 

 

 

日本語WordNet(類語)

 

悔しい

意義素類語
何かをした、あるいはしなかったことについて後悔悲しみ、あるいは喪失感感じること、あるいは表すさま申しわけ無い ・ 申しわけない ・ 残念 ・ 口おしい ・ 済まなそう ・ 心残り ・ お気の毒さま ・ 可哀想 ・ 無念 ・ 気の毒 ・ 御気の毒様 ・ 済まない ・ 本意ない ・ 遺憾 ・ 可哀相 ・ 口惜しい ・ 申し訳ない ・ 申し訳無い ・ 本意無い


Weblio類語辞書

 

 

찾아보니 이런 말이다. 위에 있는 뜻을 보면 "무언가 했을 때 또는 하지 않았던 것에 대해 후회, 아쉬움, 슬픔, 또는 상실감을 느끼는 것, 또는 나타내는 모양(모습)".

아래의 뜻은 "과거의 사건이 아직도 마음에 남아 있는 모양(모습)" 이렇게 보인다. 유사어를 보아도 우리가 유감이다, 아쉽다 등으로 번역하는 残念だ가 있고, お気の毒さま는 뭔가 잘못했을 때 사용하는 말. 申し訳ない는 사과의 표현이다. 그렇다면 선수가 자신의 기술을 실패해서 "분하다!" 라고 하는 경우는 얼마나 있을까. 자신이 갑자기 긴장해서 실수를 했다면 자책을 할 것이고, 주변 환경 때문에 평상시라면 별다른 어려움 없이 성공시킬 수 있는 기술을 실패했다면 적응하지 못한 것을 아쉬워할 터인데..

 

아무리 아사다가 일본에서 국민적인 귀여움을 받고 밀어주는 선수라고 해도, 자기가 실수해놓고 "분하다"라고 한다면 여론이 좋을 리가 없다. 아사다의 사람 됨됨이를 잘 모르기에 100% 장담할 수는 없지만 아마도 "아쉽다" 혹은 "(기술을 성공하지 못해서) 안타깝다" 라는 뜻으로 받아들여야 하지 않나 싶다. 그렇다면 왜 언론은 무조건적으로 "분하다"고 번역하는 것일까?


우선 네이버사전처럼 "분하다"가 대표적으로 나오기에 굳이 다른 뜻을 찾지 않고 "분하다" 라고 번역한다고 보여진다. 그런데 한국의 모든 언론사에서 일본어에 아주 능숙한 사람이 한두 사람이 아닐 터인데, 이런 것에 대해서 검토를 하지 않고 그냥 넘어갈 리는 없다. 아마도  "아쉽다", "안타깝다" 보다는 "분하다"가 아무래도 한국의 독자들에게는 더 눈에 들어오는 도발적인 제목이 되기에 클릭률을 높이기 위해 이 단어를 선택하는 것도 이유라고 추측해본다.



다음에는 아사다 마오에 대한 이야기를 쓰고 싶은데, 아직 아사다의 연령별로 나온 "아사다 마오" 책을 아직 다 구하지도 못하기도 했고, 자료 수집도 더 하는 것이 좋을 것 같아서 이번에는 이변을 일으킨 스즈키 아키코에 대한 이야기를 먼저 쓰려고 한다.  "2인자의 설움"과 거식증으로 인한 오랜 고통과 부진, 피겨 선수로는 환갑을 넘어 칠순의 나이에 최고의 시즌을 맞는 등 스토리가 많은 선수라서 재미있을 것 같다. 다만, 아무래도 스포트라이트에서 비껴나 있던 선수라서 자료수집이 만만치는 않다.

안도 미키 은퇴 발표

2013. 12. 25. 00:02

안도 미키가 트위터를 통해서 은퇴에 대한 입장을 표명했다. 거창한 은퇴식도 아니고 조용히 자신의 SNS에 짧게 글을 남긴 것에 불과하지만 복귀 이후 짧은 시간 동안 보여준 의지와 열정은 그녀를 싫어하던 사람들까지도 호의적으로 바라보게 할 정도로 감동을 남겼다. 오히려 2년 넘게 운동을 쉬었고, 출산 후유증으로 체력적인 어려움을 겪으면서도 "꿈"을 향하여 최선을 다하는, 그리고 "엄마로서 부끄럽지 않고 싶다"는 의지는 그녀를 응원하게 만들었다. 꿈을 향하여 시작한 7개월의 여정의 결과가 좋지 않게 끝나버렸지만 그녀는 부끄럽지 않게 은퇴할 수 있었다.

 

 

 

 

 


 

 

아래는 원문

 

今まで長い間私のスケートを好きになって下さって、どんな時も信じて待っていてくれた。 応援してくれた。 泣いたり笑ったり、時には悔しかったり!!! いろんな想いを一緒に歩んで下さった皆さんに出会えた事、応援して下さった事に感謝しています!!! 最後にまた現役選手としての道に導いて下さりありがとうございました♡ 昨日が今までの選手生活で一番幸せな時間でした。会場に来てくださった、テレビの前から応援して下さった、海外から声援を送って下さった、同じ空の下で皆さんとあの瞬間を一緒に過ごせた事とても嬉しかったです!!! 本当にありがとうございました♡ またショーなどでお会い出来るのを楽しみに… 愛を込めて…夢の場所に行けなくてごめんなさい…


 

<어설픈 번역>

 

지금까지 긴 시간동안 저의 스케이팅을 좋아해주셔서, 어떤 때도 믿고 기다려 주었다. 응원해주었다. 울거나 웃거나, 때로는 억울하거나!!! 여러가지 생각을 함께 하며 걸어와주신 여러분을 만난 일, 응원해주신 일에 감사하고 있습니다!!! 마지막에 또 현역선수로의 길을 이끌어주셔서 고마웠습니다. ♡ 어제가 지금까지의 선수생활에 가장 행복한 시간이었습니다. 회장에 와주신, 텔레비전 앞에서 응원해주신, 해외에서 성원을 보내주신, 같은 하늘 아래의 여러분과 그 시간을 함께 보냈던 일, 대단히 기뻤습니다!!! 정말로 고마웠습니다. ♡ 다음에 쇼 등에서 뵐 수 있기를 기대하며... 사랑을 포함해서... 꿈의 장소에 가지 못하게 되어 미안합니다...

 

 

해외의 팬들을 위한 영어로 된 버전도 있다.


Thank you very much to my great fans and supporters to cheers me and supported me, believing me, trust me always for a long time. I am happiest skater to have everyone like all of you!!! Yesterday was the best moment in my skating life . I was really happy to share the my last moment and my challenges with all of you!!! Thanks a lot and I'll see you on the ice soon in some shows;))) love you so much!!! Kiss <333


영어는 그다지 어렵지 않고 내용이 더 단순해서 번역하지 않겠음. 



마지막에 올림픽에 가지 못한 것에 대한 아쉬움을 미안하다는 사과로 대신하는 것을 보니 안타깝다. 미키는 쇼트프로그램에서 5위에 그치면서 역전 우승을 위해서 프리스케이팅의 프로그램 구성을 어렵게 할 수밖에 없었는데, 쇼트프로그램에서도 보였듯이 체력부터 긴 시간을 연기하기에 모자랐고, 이에 계속 점프를 실수하면서 7위로 내려앉고 말았다.





아래는 산스포에서 긁어온 안도 미키의 프리스케이팅 사진



 

마음이 짠하다~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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