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 오사카로 돌아오는 길

2014. 11. 18. 14:29

혹시나 해서 역에 서둘러 왔는데 운이 좋게도 곧 출발하는 열차가 있다. 하시다테 8호를 탈 수 있으니 아마노하시다테에서 교토역까지는 약 두 시간 정도 걸리니까 생각보다 일찍 오사카에 돌아갈 수 있을 것 같다. 별로 잘 먹지도 못하면서 지난밤에 많이 걷고, 또 적지 않은 거리를 걸었으니 일찍 들어가서 쉬어야지 이러다가 한국에 돌아가서 드러누우면 큰일이다.

하시다테 8호는 17시 36분에 출발. 이 때가 열차 출발 10분 정도 전이었던 것 같다.

지정석이면 일찍 들어와서 기다릴 필요가 없는데 자유석이라서 줄을 서서 기다려야 한다. 좌석이 지정되지 않은 자유석 승차권 소지자는 자유석으로 정해진 객실에만 승차할 수 있고, 사람이 많아서 자리가 없으면 서서 가는 입석과 다를 바 없다. 더구나 하시다테 8호는 열차의 시발역이 아닌지 플랫폼에서 대기하고 있다가 출발하는 것이 아니라서 혹시 자리가 모자랄 지도 모르는 일이니까 미리 줄을 섰다.

저 밥통열차를 타는가 싶었는데 그건 아닌가보다. 의자가 편한 열차였으면 좋겠다고 생각하고 있는데 열차가 들어온다. 그리고 앞에 있던 중국인 아줌마 관광객들의 질주가 시작된다. 오 마이 갓~ 사진이나 찍고 있을 때가 아니다. 어서 열차를 타고 앉을 자리를 찾아야 한다. 기왕이면 단체 승객과 같은 차에 타고 싶지는 않았는데, 다른 차 승차구 앞에서 기다리는 사람들이 더 많아서 별로 선택의 여지가 없는 것 같다. 아줌마들과 함께 가야 한다. 사람 나름이겠지만 대체로 중국인 아줌마들이 여럿 있는 경우 목소리가 커서 시끄럽지 않을까 걱정을 했는데, 그렇게 목청이 좋은 아줌마들은 아니어서 다행이었다.

아마노하시다테에 갈 때와 마찬가지로 미야즈역에서 열차는 방향을 바꾼다. 다행히 뒤에 앉은 사람이 없어서 의자를 돌리고 간다. 카메라가 후져서 어두워지면 노이즈가 심하다.

KTR은 여러 사철 회사 중에서도 경영 상태가 상당히 좋지 않아서 영업 적자가 매년 8억엔에 육박해서 지자체에서 나오는 지원금으로 간신히 연명하고 있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열차를) 타서 보존하자, 미래의 아이들에게" 라는 내용의 현수막이 눈에 띈다. 적어도 후쿠치야마까지는 이래서는 잘 될 수가 없다는 생각이 드는 노선이었다. 사실 이 철도 노선의 중심인 미야즈시의 총인구가 2만 명에 채 미치지 못하고, 미야즈센의 마이즈루시와 토요오카시 역시 각각 총인구가 8만여 명에 그치는 정도인데다 산골 마을이 많은지라 철도가 유동인구를 모두 흡수하기에는 어려움이 많아 보인다.

이 열차는 그동안 보아왔던 JR의 열차가 아니고 아마노하시다테에 올 때 탔던 KTR의 열차와 같은 열차였다. 나중에 인터넷으로 검색해보니 KTR의 8000계 디젤동차라고 한다. 하시다테가 운행하는 구간은 전화(電化)가 되어 있어 전동차가 다닐 수 있지만, KTR의 다른 구간에 비전화구간이 많아서 디젤동차를 굴리는 것 같다. 연료비가 많이 들어가지만, 그렇다고 수요가 많지 않은 구간에 전선을 설치하는 비용을 감당할 수 없는 노릇이니 이해가 된다. 열차의 애칭은 탄고 디스커버리(Tango Discovery. タンゴディスカバリー)로 특급형 열차. 처음에 타고 왔던 후쿠치야마-아마노하시다테를 비롯해서 KTR의 모든 특급 노선에 투입되고 있다고. 열차 시트커버에 탄고치리멘(丹後ちりめん)이라는 광고가 있는데, 이 지역의 특산물이 견직물이라고 한다.

미야즈역을 출발하면서 차장 아저씨가 와서 검표를 한다. JR간사이 와이드 패스와 아마노하시다테 패스를 같이 보여주면서 교토까지 간다고 했다. 이제 잠을 자면 되는구나.

잠깐 졸다가 안내방송 소리에 깨어 눈을 떠보니 후쿠치야마역에 도착한 모양이다. 옆 플랫폼에 신오사카방면의 코노토리가 대기하고 있다. 역시 건너가서 올라타면 신오사카까지 갈 수 있지만, 이미 한 번 지나온 길을 또 가면 재미없으니까 돌아가는 길은 산인혼센(山陰本線)을 이용해서 교토를 거쳐 내려가기로 한다. 이미 어두컴컴해져서 경치를 본다거나 그런 것은 어려울 것 같지만.

카사마츠공원에 가면서 지났던 코노진자(籠神社)의 광고가 있다. 이 때까지만 해도 이 신사의 이름을 어떻게 읽는지 몰라서 나중에 찾아보려고 사진을 찍어두었다. 일본어 한자 읽기는 쉽지 않다.

후쿠치야마역을 출발하면 정차하는 역은 아야베(綾部), 소노베(園部), 카메오카(亀岡), 니조(二条), 그리고 종착역인 교토. 후쿠치야마-아야베 구간과 사가노센(嵯峨野線)이라는 애칭이 붙은 소노베-교토 구간은 복선으로 되어 있다. 교토부라는 행정구역상에 있지만 그 면적이 워낙 넓은지라 후쿠치야마는 사실상 생활권이 다르다고 보아야 하는데, 기타긴키 빅X 네트워크의 중심지이자, 교토부 북부의 중심도시이기에 근교까지는 복선화를 한 것 같다. 소노베는 보통열차로도 40여 분 걸리는 정도라서 교토생활권에 들기 때문에 교토-소노베 구간은 산인혼센 중에서 가장 열차 운행이 많지 않나 싶다. 참고로 단풍으로 유명한 아라시야마에 갈 때도 이 사가노센을 타고 간다.

차장이 특급 마이즈루가 조금 늦게 도착을 해서 열차 운행이 지연된다고 했는데, 아야베역에 도착했을 때 열차가 한 번에 서지 않고 속도를 줄인 뒤에 슬금슬금 전진하다 "쿵" 소리가 나면서 멈췄는데 사고는 아닌 것 같고 느낌이 다른 열차와 병결하는 듯한 느낌이 든다. 그렇구나, 이 역에서 마이즈루와 병결해서 한꺼번에 가는 것 같다. 아무래도 열차 두 대를 따로 운행하는 것보다 하나로 합쳐서 가는 것이 비용이 절감되고 효율적이겠지. 시간표를 들고 있지 않아서 얼마나 늦어지는지는 몰랐는데, 병결 작업을 빨리 마치고 출발해서인지 열차의 출발은 정시에 한 것 같다.

졸다 깨기를 반복하다가 어느 순간 눈을 떠보니 니조역이라는 방송이 나온다. 서울로 치자면 영등포역에 도착한 셈이네. 슬슬 정신을 차리고 내릴 준비를 하고 다시 언제 탈 지 모르는 열차 사진 한 장 찍는다.

헤이세이 8년이라면 1996년일텐데 열차가 거의 30년이 다 된 것 같다. 그래도 많이 낡은 것 같지 않아보이는 것을 보면 여기저기 보수를 하고 교체를 한 모양이다.

이것이 내가 탔던 2호차고.

열차는 마이즈루와 합체를 하면서 행선안내는 특급 하시다테/마이즈루로 이름이 바뀌었다.

같은 계열의 열차가 병결되어 있다.

열차 안에는 이렇게 라운지도 있다.

이 열차는 다시 왔던 길을 돌아가야 한다.

하시다테 9호, 마이즈루 15호로 이름을 바꾸어서 각각 미야즈, 히가시마이즈루까지 간다.

내가 다음에 탈 열차는 간사이공항행 특급 하루카. 출발까지 시간이 남았다.

철도팬들이 왜 이렇게 차량 연결 부분의 사진을 찍는가 했더니 여기에 열차 정보가 있다.형식이 KTR8000, 정원 49명에 공차중량이 41.7톤. 후지중공업 제작 등.

열차 안에 있을 때는 잘 몰랐는데, 교토역 30번 승강장이 바람이 잘 통하지 않는 곳이라서 그런지 열차에서 나오는 매연이 괴로웠다. 기름 냄새와 타는 냄새가 진동을 한다.

뭐 이렇게 생겼다.

열차의 애칭인 탄고 디스커버리가 적혀 있다.

청소는 매일 하지만 언제 마지막으로 빨았을지 모르는 열차 시트다. 하~

사실 내가 타려던 하루카는 아까부터 기다리고 있었다.

역시 밥통 비스무리하게 생기기는 했지만 "하루카" 라는 이름을 좋아해서 이 열차도 좋아한다.

교토에서 간사이공항까지 환승 없이 한 번에 가는 유일한 열차이기도 하다.

하루카의 좌석은 버튼 하나 누르면 자동으로 방향이 바뀐다. 물론 수동으로 바꿀 수도 있다.

순대다. 아마 한국만큼이나 치열한 일본의 입시학원인 것으로 알고 있다.

신오사카에 내린다. 텐노지까지 갈까 했는데 너무 오래 앉아 있어서인지 허리도 아프고 지루해서 참지 못하고 뛰쳐내렸다.

이번에는 신산다행 보통열차를 탄다. 어차피 신오사카에서 오사카는 바로 다음 역이라서 어떤 열차를 타도 똑같다.

오사카역에서는 칸조센을 타고 돌아간다.

그냥 일찍 들어가서 자려고 했는데 배가 고파서 신이마미야에서 내려서 열차를 갈아타고 JR난바역으로 갔다. 난바 일대를 돌아다니다 주머니에 있는 동전을 모아 마츠야에 가서 규메시를 사먹었다. 마츠야의 규메시는 미소시루가 포함되어 있어서 좋다. 맛은 마츠야보다는 요시노야가 나은 것 같은데 참 오랜만에 먹는 규동이다. 고기가 적어서 아쉬운 감이 크지만.. 듣자니 일본에서 여자들은 이런 규동 가게를 잘 안 온다고 하는데, 토요일 밤이라고 쇼핑을 한 뒤에 집에 가는 어떤 아가씨가 규메시를 먹고 있고, 옆의 나이 좀 드신 아저씨는 병맥주를 시켜서 마시고 있다. 안쪽에는 한국말을 하는 성형괴물 언니들도 있고 뭐 그렇다. 사람이 바글바글해서 사진은 안 찍었다. 신기할 것도 없고 모두 먹느라 정신없는데 아마추어같이 신기하다고 사진 찍고 그러기는 좀.. 돌아오는 길에는 홋카이도 한정 삿포로 맥주를 오사카에서 팔고 있어서 식스팩 하나 사고, 니기리즈시와 군것질거리를 사려다 현금이 얼마 없어서 숙박비 외에는 쓰지 않으려고 봉인해두었던 카드를 쓰는 수밖에. 아마도 카드를 보는 순간 외국인인 것을 눈치 챘겠지 싶지만 뭐..


시무룩 노란동글이 잠꾸러기의 여행노트

<특급 하시다테>

JR니시니혼과 KTR이 공동으로 운영하는 교토-아마노하시다테 구간의 특급열차. 상하행 5편씩 있으나, 마지막 하행편은 아마노하시다테가 아닌 미야즈가 종착역이다. 대신 미야즈에서 보통열차가 바로 연결되어 아마노하시다테에 갈 수 있다. 2014년 11월 현재 시각표에 의하면 09:25발 하시다테 1호, 10:25발 하시다테 3호, 12:25발 하시다테 5호, 14:25발 하시다테 7호는 교토에서 아마노하시다테까지 직통 운행한다. 소요시각은 약 2시간. 하시다테 5호는 미야즈센을 경유하여 토요오카까지 간다. 토요오카에 갈 목적이라면 그냥 특급 기노사키를 타는 것이 더 빠르다.

상행선은 09:58발 하시다테 2호, 13:54발 하시다테 4호, 15:01발 하시다테 6호, 17:36발 하시다테 8호, 18:46발 하시다테 10호가 있다. 이 중 하시다테 2호와 8호는 아마노하시다테가 시발역이 아닌 토요오카에서 출발하여 미야즈센을 타고 아마노하시다테에 도착한 다음 후쿠치야마를 경유하여 교토로 향한다. 굳이 이 시간을 맞추기 어렵다면 후쿠치야마-아마노하시다테 구간을 운행하는 KTR의 열차를 타고 후쿠치야마에 가서 열차를 갈아타는 방법이 있다. 반대의 경우도 마찬가지.

교토부터 아마노하시다테까지의 열차운임은 편도 지정석 4,300엔, 자유석 3,880엔. 교토-후쿠치야마의 산인혼센 구간은 JR패스, JR간사이와이드패스로 이용가능하지만, 후쿠치야마-아마노하시다테 구간은 KTR의 구간이어서 따로 요금을 내야 한다. 보통열차의 경우 770엔이지만, 특급열차를 타는 경우 지정석 750엔, 자유석 650엔의 추가 요금이 발생한다. JR패스와 간사이와이드패스가 있으면 후쿠치야마역 또는 하시다테호 차내에서 KTR이 판매하는 아마노하시다테패스(1,600엔)를 사서 열차에 추가요금 없이 탈 수 있고 여러 혜택이 있다.

리프트에서 내린 다음 이번에는 신사를 지나지 않고 큰 길을 따라 슬슬 내려왔다. 큰 길이라고 해봤자 국도 178호선 2차선 도로와 그 옆의 인도에 불과하지만. 일본은 한국과 같은 시간대를 쓰고 있는데 사실 이 시간대가 도쿄를 기준으로 한 시간대여서 적지 않은 차이를 느낄 수가 있다. 홋카이도와 같이 위도가 차이나는 경우는 제외하더라도 오사카나 교토와 같은 간사이 지방만 하더라도 서울보다 30분 정도 해가 빨리 뜨고 빨리 진다. 이는 도쿄 쪽으로 갈수록 더 심해진다. 그래서 한국에서 해가 18시 정도에 진다고 해서 일본에서도 같은 시간에 해가 지겠거니 하다가는 낭패를 보게 된다. 그 대표적인 케이스가 하루 전에 겪었던 어둠 속에서 헤매야 했던 와슈잔 전망대의 일이기도 하다. 혹시라도 궁금하신 분들을 위해서 친절히 링크를 하자면 "온천에 갔다가 막차를 놓치다!"편을 참조해 주시기를 바라는 바임.

길가에 있는 기념품 가게에서도 마타노조키의 모습으로 사진을 찍을 수 있는 것 같다.
기념품을 사야 사진을 찍을 수 있는지, 돈을 내고 찍는지는 잘 모르겠다.

정확한 기상 정보를 찾아보지 않았지만 경험에 의해 대략 17시 30분에 일몰로 어두워진다는 것을 알고 있는데다 이번에도 전철을 놓쳐서 오사카 시내를 걸어다니며 헤맬 수는 없는 일이니 시간 관리를 잘 해야한다. 교토까지 한 번에 가는 특급 하시다테 열차는 18시 46분이 막차라는 것은 알고 있는데, 그보다 한 시간 전에 이미 어두워지기 때문에 굳이 이 곳에서 있을 이유가 없는지라 가능하다면 더 일찍 출발하는 열차를 타는 편이 낫다. 일본 역시 밤문화가 발달한 나라이기는 하지만 한국에는 비할 바가 못 되고, 이런 관광지라면 밤이 되면 정말 할 것이 없다. 각설하고 후추역에서 내려와서 관광선을 타고 왔던 이치노미야역에 왔을 때 대략 16시 20분이었다.

이미 해의 위치가 일몰이 머지 않았음을 보여주고 있다.

내가 가야하는 길은 바로 저 소나무숲이다.

자전거를 빌리려고 왔는데 남아있는 자전거는 마마챠리 한 대밖에 없다. 어차피 경사가 험한 길을 가는 것이 아니라서 굳이 기어가 필요하지는 않지만 자전거가 작고 낮아서 타면 더 힘들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다. 여기서 다시 배를 타고 돌아가는 방법도 있지만, 소나무숲을 그냥 지나치기는 아쉬워서 혹시라도 자전거를 반납하는 사람이 있나 잠시 주변에서 서성이고 있었다. 그런데 아무도 없다.ㅠ.ㅠ 아무리 그래도 이 마마챠리는 나의 체격에 맞지 않는 것 같아서 단념하고 그냥 두 다리에 미안하지만 걸어가기로 마음을 바꾼다.

나도 저런 자전거를 타고 싶다.

여기저기 자전거를 빌려주는 곳은 많은데 패스로 이용가능한 회사 외의 다른 곳은 돈을 주고 빌려야 해서 중간중간 망설이기도 했는데 환전을 안 한 바람에 주머니 사정이 상당히 좋지 않아서 몸을 고생시키는 수밖에 없다. 삼림욕하는 셈치고 슬슬 걸어가면 되지 않겠나.

여기서부터 아마노하시다테 소나무숲을 지나는 길이 시작된다. 여기서부터 125cc이상의 원동기를 포함한 자동차는 통행이 금지된다. 오토바이를 타는 사람이 있을까 싶었는데 걷는 도중에는 보지 못했다. 자전거를 타는 사람은 당연히 많다.

그냥 이렇게 길 사이로 소나무들이 있고, 개중에는 특이한 소나무들이 있어서 그런 소나무들은 이름표와 함께 설명을 해놓기도 하였다.

월척을 낚은 낚시꾼이 기분좋게 걸어가고 있다.

나무를 보는 눈이 없어서 잘 모르겠지만 유달리 눈에 띄는 녀석이 있어서 사진을 찍어봤다.

카이센쿄(廻旋橋)까지 2.1km 남았다고 한다. 그럼 역까지는 대충 3km가 안 되고, 40분 정도면 충분히 갈 수 있을 듯하다.

V자 모양의 소나무. 이름은 나가요시노마츠라고 되어 있네.

석양은 아름답지만 안타깝게도 즐길 여유가 없구나.

이럴 줄 알았으면 아마노하시다테에서 하루 묵어가는 것이 좋았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북쪽에 있는 이네에도 가고 싶은데 미리 오사카에서 머물기로 결정하고 숙박비를 다 지불해서 별 수가 없다. 아~

키가 커서 사진에 다 들어오지 않는 이 나무의 이름은 잘 모르겠다.

킨키자연보도. 아마노하시다테역이 2km 남았다고 한다.

하고로모(羽衣)의 소나무다.

아마노하시다테는 모래 퇴적층에 소나무들이 자라서 지금처럼 되었는데, 소나무재선충 때문에 소나무들이 멸종될 위기에 빠졌다가 최근에는 해충이 소강 상태여서 위기를 넘긴 상태라고 한다. 그러나 퇴적과 침식 작용의 균형이 무너져 이 소나무들이 심어져 있는 곳의 면적이 조금씩 줄어들고 있어 침식을 방지하는데 애를 쓰고 있다고 한다.

부부소나무란다. 좋겠다.

윗부분.

천관 소나무다. 가치가 천관이라는건가.

1km를 더 걸어왔군.

 코죠로노마츠(小女郎の松)민화 하시다테코죠로에서 유래했다고 하는데..

오테우에노마츠(御手植の松)
타이쇼(大正) 5년, 메이지 천황이 황태자일 때 심었다는 소나무다.

중간중간 이 연인들과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면서 간다.

걷다보면 이들을 앞질러 가다가도 중간중간 멈춰서 사진 찍고 주변을 둘러보다보니 뒤쳐지고 이런 일이 계속 반복된다. 저 아가씨는 신발도 걷기에 편하지 않아보이는데 잘 걷는다. 

이제 역이 1km 남았다.

원래 모래가 쌓여 만들어진 지형인지라 소나무숲 양쪽으로 백사장이 있고 해수욕장도 있다. 다만, 가을인지라 해수욕장은 문을 닫고 있는 상태라고.

멀리 보이는 백사장 끝에서 노는 젊은 친구들이 몇 명 있기는 했다.

지혜의 소나무.

이제 거의 다 왔다. 다리 두 번 건너면 몬쥬에 도착한다.

'특별명승 아마노하시다테' 라고 한다.

'일본의 길 100선' 어쩌고 뭐라뭐라 써 있는데 귀찮아서 안 읽어봤다.

일본삼경비

이 다리를 건너면 점심을 먹고 관광선을 탔던 몬쥬다.

사람이 북적이던 선착장도 조용하다.

점심을 먹었던 식당이 오른쪽에 보이고, 아마노하시다테역으로 가야하니 이 방향이 아닌 반대쪽으로 간다.

역으로 향하는 길은 이미 어둠이 깔리고 있다.

역에 도착했다.

이치노미야 선착장에는 여러 종류의 배 - 목적은 승객 수송의 유람선이겠지 - 들이 정박해 있다. 관광선의 경로는 '미야즈-아마노하시다테-이치노미야' 인데, 아마노하시다테까지 사람이 많다가 이치노미야까지 오는 배에 사람들이 별로 없는 것을 보면 대부분의 사람들이 아마노하시다테에 내려 걷거나 자전거를 타고 소나무숲을 지나서 카사마츠 공원을 갔다와서 다시 자전거를 타고 가거나, 올 때만 자전거를 타고 와서 갈 때는 페리를 타는 것 같기도 하다. 계속 지켜본 것은 아니라서 잘은 모르겠다.

관광선들이 이치노미야 부두에 정박해 있다.


자전거를 타고 다니는 사람들이 꽤 많고, 여기저기 자전거 빌려주는 곳도 있다. 세상에 공짜는 없으니 돈 받고 빌려준다.

카사마츠 공원은 산 위에 있지만, 리프트와 케이블카를 타는 후추역은 멀리 있지 않아서 굳이 자전거를 탈 필요는 없고, 오히려 얕은 오르막이라서 자전거라면 더 불편할 것 같다. 일본인들은 자전거가 생활화되어 있어서 남녀노소 자전거를 타는데, 자전거를 타고 다니면 세워두고 구경해야 하고 그런 것이 귀찮아서.

이치노미야 선착장에서 나와서 직진하면 국도 178호가 나오는데, 이 길을 건너면 모토이세코노진쟈(元伊勢籠神社)가 있다. '籠' 라는 글자를 카고(かご)라고 읽어야 하는지 아닌지 몰라서 헤매고 있었는데, 나중에 구글에 쳐보니 "코-"로 발음한다고 한다.

조금씩 있던 구름도 보이지 않는 아주 맑은 날이다.

안에는 이런 곳이 있다.

사진을 찍지 말라는 안내가 있어서 사진은 여기까지만 찍고, 옆으로 난 길을 따라서 후추역으로 간다. 딱히 종교를 믿는 편은 아니어서 가는 곳마다 다르지만 여기는 그냥 넘어간다. 다들 어디서 왔는지 적지 않은 사람들이 신사 옆으로 난 길을 따라서 후추역으로 가는 것 같다. 어디로 가야하는지 헤맬 필요 없이 사람들을 졸래졸래 따라서 간다.

신사에서 나와서 가운데에 난 길을 따라서 찍은 곳까지 걸어오면 후추역이 있다.

관광지답게 기념품과 군것질거리를 파는 가게들이 줄을 서 있다. 탄고 지역의 토산물인 검은 콩으로 만든 음식과 주걱 등 여러가지 기념품이 보인다. 기념품은 딱히 마음에 드는 것이 없어서 그냥 넘어간다. 살짝 목이 마른 상태라서 맥주라도 한 잔 마실까 했는데, 마시고 난 뒤에 다시 목이 마를 것 같아서 참는다.

리프트, 케이블카와 나리아이등산버스(成相登山バス)를 타는 후추역.


검표하는 아저씨가 숫자를 세면서 승객들을 입장시키고 있다.

등산버스는 패스로 이용할 수 있는 것이 아니기도 하지만, 애시당초 관심이 없었고 방향이 산을 보고 올라가는 것이라 올라갈 때는 케이블카로, 내려올 때는 리프트를 타려고 했는데 케이블카는 20분 정도 기다려야 탈 수 있다고 해서 그냥 리프트를 타러 갔다. 케이블카, 리프트 모두 편도 330엔, 왕복 660엔인데, 패스가 있으면 무료로 탈 수 있다. 사람들 사이에서 줄을 서서 검표를 하는데 패스를 들고 있는 사람은 혼자인 것 같다. 그러나 줄을 서 있는 다른 사람들은 나를 혼자서 편하게 놀러온 일본인 청년 혹은 동네 백수 녀석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

눈에 딱 들어온다. 토비오리킨시(飛び降り禁止.투신금지)

리프트 의자에 안전벨트는 없는데 지면에서 높이가 많이 높지 않아서 성인이라면 그다지 위험해보이지는 않는다. 다만 술 한 잔 드셨다거나 어린이들이라면 잘못하면 다칠 수 있으니 주의를 해야겠지. 맞은편에서 내려오는 사람들 중에서 치마를 입은 언니들이 있어서 시선 처리하는 것이 곤란해지기도 하는데..

이렇게까지 하지 않으면 뛰어내리는 이상한 애들이 있는가보다.


아이를 안고 탄 저 아저씨 부럽더라~.


지금까지 완만한 경사였다면 이제부터는 본격적으로 올라가는 느낌이 난다.


흔들지 말란다. 진짜 생각없는 녀석들이 있는가보다.

리프트를 타고 이동하는데 걸리는 시간이 약 6분이라고 하는데, 조금 지루해질 무렵 카사마츠 공원이 있는 카사마츠역에 도착했다. 카사마츠역에서 내리면 바로 아마노하시다테를 볼 수 있는 전망대가 있고, 마타노조키(股のぞき)라 하여 뒤돌아서서 다리를 벌리고 몸을 숙여 얼굴을 가랑이 사이로 해서 보는 단이 있다. 아마노하시다테라는 이름이 "하늘로 이어지는 다리" 라는 의미라는데, 마타노조키로 보면 아마노하시다테의 소나무들이 하늘로 이어지는 것 같이 보인다고 한다.


일단은 심플하게 아마노하시다테를 찍어보았다.
왜 올라오니까 구름이 끼고 난리냐.


아직까지는 특별한 감흥이 없다.


카와라케 던지는 곳이 있다.

카와라케나게(かわらけ投げ. 토기던지기) 3장에 200엔인데 사람이나 기계가 판매하는 것은 아니고 자율적으로 사람들이 요금함에 200엔을 넣고 세 장의 납작한 접시를 가져가서 가운데 보이는 원 안으로 던진다. 세 개 던져서 세 개 다 넣으면 지혜를 얻는 현명한 사람이 된다고. 안 속아. 카와라케나게는 교토의 진고지(神護寺)라는 곳에서 유래한 것이라는데, 토기로 된 술잔이나 접시를 던져 소원을 비는 것이라 하며 일본의 관광지에서 종종 볼 수 있다고. 사진에서는 거리가 가까워 보이지만 실제로는 생각보다 멀다 싶은 거리이고, 이 토기가 의외로 조준하기 힘든지 많은 사람들이 실패를 하였다. 1,000엔 이상 기념품을 사면 카와라케 던지기를 할 수 있다는데, 마땅히 마음에 드는 기념품이 없었다. 뭔가 귀엽고 깜찍한 아이템 있으면 사려고 했는데 그런 것이 없더라는..


기념사진을 찍을 수 있는 간판도 있다. 양 옆에는 마타노조키용 계단.


여전히 시야가 좋지 않다.

마타노조키를 해보려고 했는데 사람들이 많아서 조금 시간이 걸릴 것 같다. 그렇다면 다른 곳으로 가야겠다 싶은데 사람들이 계단 위로 올라가는 것이 보였다. 위에서 보면 더 잘 보일 수도 있겠다 싶어서 사람들을 따라서 위로 올라간다. 마타노조키 계단이 빈 곳이 있어서 올라가서 고개를 가랑이 사이로 해서 보니 어지럽다. 놀이기구도 뒤집어지는 것을 상당히 꺼리는 편인데, 다시 시도하니 피가 거꾸로 쏠리는 것 같은 느낌이 든다.


계단이 생각보다 많았다. 앜!


마타노조키 자세로 사진을 찍었더니 이렇다.

경치가 좋은데 구름이 끼어 시야가 흐릿해서 좀 별로다. 아직 하늘로 올라가는 계단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확 트인 광경을 보니 뭔가 답답했던 것이 풀리는 기분도 들고 그렇다.


이게 조금 더 하늘로 올라가는 것 같은가?


아~ 피가 쏠린다.


사진을 찍은 장소를 찍어두고


마지막으로 사진을 찍고 내려간다. 좋은 카메라를 사고 싶어지네.
(그럼 뭐하냐 사진을 찍는 사람이 별로인데..)


케이블카와 리프트 영업시간이 16시 30분까지라고 해서 서둘러 내려왔는데, 이 날은 관광객이 많아서 17시 30분까지 연장하기로 했다고 한다. 연장을 하더라도 저 소나무숲에 해가 지기 전에 가보려면 지금 내려가야 할 것 같다. 케이블카보다는 리프트가 내려갈 때 더 재미가 있을 것 같아서 이번에도 리프트를 탄다.


사람들이 다 같은 생각인지 케이블카에는 사람이 별로 없다. 그래도 우천, 강풍 등 날씨가 좋지 않을 때는 리프트는 운행하지 않는다고 하니 케이블카가 필요한 것 같다. 장애인 한 명이 있었는데 직원들이 가서 부축해서 태워주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일본의 서비스 정신은 유명하지 않던가.


상당히 단순한 리프트라서 그냥 플라스틱 의자에다가 줄을 매달아 놓은 듯한 느낌이다. 줄 대신 봉일 뿐이지 실제로도 그렇구나. 안전벨트는 없지만 지붕은 있어서 비나 눈이 오더라도 어느 정도라면 리프트를 운행하는 것 같다.


내려간다!


이 봉 하나가 큰 일을 하고 있는 듯하다.

오사카 시내에서 오전 11시가 못 되어서 출발을 했는데 벌써 오후 1시 40분이 다 되어가니 적지 않은 시간이 걸렸다. 그나마 환승 대기 시간이 짧아서 대충 세 시간 정도 걸린 것 같은데, 돌아갈 생각을 하니 벌써부터 끔찍해지는군.

헬로키티는 참 바쁘다. 총무성 행정상담 안내 포스터에도 등장하다니.
산리오는 고양이도 아닌 저 캐릭터 하나로 얼마나 울궈먹는거냐.

역에서 나가려다가 이 사진 하나 찍고 가려고 기다렸다.
뭔가 이 지역에서 먹어주는 캐릭터인가 해서 찍었는데 그다지 존재감은 없는 듯하다.

관광지라면 어디에나 있는 상점가. 기념품, 술과 음식을 파는 가게들이 모여 있다.

길을 따라 상점가를 지나서 조금 더 걸어갔는데 페리와 모터보트 선착장이 있고 그 앞으로는 바다가 있어 더 이상 갈 수가 없다. 아마노하시다테라고 불리는 그 소나무밭으로 가기 위해서는 다른 길로 가야 하는 것 같다. 다시 돌아와서 주변을 살펴보니 리프트와 모노레일을 타는 곳이 근처에 있는데 아마노하시다테는 위에서 내려보는 것이 제맛이라고 해서 사람들이 가는 방향으로 철로를 한 번 건너서 따라갔다. 시설의 이름은 '아마노하시다테 뷰랜드' 라고 하는데, 줄을 서서 기다리다가 매표소에 패스를 보여주고 여기서 타는 것이 맞냐고 물어봤다. 그랬더니 매표소 직원이 지도를 하나 꺼내서 보여주면서 여기는 다른 회사라면서 패스로 이용할 수 있는 시설은 저 건너편 카사마츠(笠松)에 있는 리프트와 케이블카라고 설명해준다. 지도를 가져가도 되냐고 하니 그래도 된다고 해서 지도를 챙겨서 대충 지리를 파악한다. 이럴 줄 알았으면 역 안에 있는 관광안내소에 물어보고 올 것을 그랬다.

금강산도 식후경이라고 아마노하시다테도 일단 먹고 나서 보는거다. 일어나서 호텔에서 커피 한 잔 마신 것이 전부라 배가 고픈데 식당 여기저기를 살펴보다가 입간판에 있는 사진에 꽂혀 바로 들어갔다.

카이센동(海鮮丼). 새우에 연어에 가리비에 연어알에 맛있겠다.

사진과 매우 흡사한 편이다. 이타다키마스~!

야호~

시원한 나마비루 한 모금 마시고 식사 시작하여 순식간에 끝을 낸 다음 남은 맥주를 다 비우고 일어선다. 밥 한 그릇과 맥주 한 잔의 값이 2,000엔이나 하는군. 아껴두었던 5,000엔짜리 지폐를 여기서 쓰게 된다. 카이센동이 1,450엔이었고, 생맥주 중사이즈가 550엔. 역시나 이 곳은 관광지였음. ㅠ.ㅠ 그래도 맛있게 먹었으니 기분좋게 나온다.

레스토랑 몬쥬(れすとらん文珠)라는 곳이었음.

배가 부르고 하니 갈 때는 페리를 타고 올 때는 자전거를 타고 오면 될 것 같아서 선착장으로 간다. 야밤 행군의 피로가 풀리지 않아서 많이 걷는 것은 피하는게 좋겠지 싶다. 그렇게 걸었는데도 아무렇지 않고 멀쩡한데 그래서 더 불안하네.

이틀 후면 태풍이 온다는데 날씨가 좋다. 썬크림을 가져왔어야 하는데..

관광선 타는 곳이다.

이번에는 이 곳에서 배를 타는 것이 맞다고 확신하고 직원 아줌마에게 패스를 보여주며 물어봤다. 승차권을 살 필요 없이 그냥 패스를 들고 타라고 하는데 배 출발시간은 3시니까 조금 기다리라고 한다. 어설프게 야매로 배운 일본어가 어느 정도 통하고 있다. 공항이라든가 큰 도시일수록 역이나 관광시설 직원들이 영어를 조금씩 하지만, 이런 곳에서는 일본어를 못하면 손짓 발짓을 해가면서 의사소통을 해야 한다. 그래서 어떻게든 일본어를 공부하려고 하는데 이제 머리에 잘 안 들어가고 공부도 하기 싫고 그렇네. 패스가 있으면 여기서 자전거를 공짜로 빌릴 수 있는데 돌아올 때 빌리면 되겠지라고 생각을 했다...

스릴을 즐기는 사람은 여기의 모터보트를 추천. 관광선보다 훨씬 빠르다.

원래 요금은 카사마츠까지 왕복이 1,500엔이다. 이거 한 번 왕복하면 패스 가격의 대부분을 뽑는 셈이네.

배가 도착했다.

사람들이 내리고 있어서 기다리고 있다.

모터보트는 사람이 타면 그냥 출발한다.

저 멀리 산 위에 있는 것이 처음에 잘못 갔던 아마노하시다테 뷰랜드.

갈매기 먹이를 팔고 있다. 새우깡의 원조인 카루비의 캇파 에비센.

갈매기들에게 새우과자 던져주는 것은 한국이나 일본이나 똑같나보다. 100엔을 앞에 있는 통에 넣고 과자 한 봉지 가져가면 되는데, 이번 여행에서는 군것질은 최대한 삼가야 하는 형편이라 어쩔 수 없네. 새우과자 저도 참 좋아하는데요. 돈이 없으니 다음에 먹어보겠습니다. ㅋ 참고로 새우깡이 표절인가에 대해서는 N사에서는 공식적으로 인정한 바가 없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캇파 에비센이 출시 50주년을 맞았으니, 1971년에 처음 나온 새우깡보다 먼저 만들어졌다는 이야기 그 다음은 알아서 생각하시기를..

1층 선실은 텅텅 비었다.
2층 갑판 위로 올라가자.

아마노하시다테를 오른쪽에 두고 저 끝까지 간다.

걸어서 아마노하시다테에 가려면 저 다리를 건너가면 된다.

그리고 한 번 더 다리를 건너야 한다.

저렇게 바다 사이에 이어진 곳에 소나무들이 있는 곳이 아마노하시다테

카사마츠 방면인 이치노미야 선착장까지 가는 사람은 고작 다섯 명.
모녀와 연인, 그리고 여기 이상한 녀석 하나 추가요.

갈매기들이 날아든다.
위의 사진을 보면 오른쪽의 여자가 새우과자를 들고 있다.

나도 날개가 있었으면 좋겠다...

이제 과자 투척은 다 끝났다.

저 소나무길이 생각보다 길다.

멀리 카사마츠공원의 리프트와 케이블카가 보인다.

이치노미야역에 도착했다.

탔던 배는 카모메 11호였다. 배 이름도 갈매기구나.

선착장 부근에서 할 일은 없고 케이블카가 되었든 리프트가 되었든 아무 것이나 타러 간다. 벌써 오후 3시가 넘었으니 주어진 시간이 딱 3시간 남짓이기도 하거니와, 일본은 한국보다 해가 빨리 지기 때문에 시간을 허비하다가는 여기서 어둠을 맞이하면 전날의 비극을 다시 경험할 지도 모르는 일이니.

사실상 셋째 날인 4일차. 이 날의 목적지는 아마노하시다테(天橋立). 아마노하시다테는 일본 3경(日本三景)의 하나로 꼽히는 곳인데, 이 일본 3경이 객관적으로 평가하여 뽑은 것은 아니고 에도 시대의 하야시 슌사이(林春祭)라는 유학자가 자신이 여기저기 다녀보면서 이 곳의 경치가 제일 좋더라고 꼽은 것에서 유래하여 지금까지 통용되고 있다고 한다. 일본 3경은 이 아마노하시다테와 히로시마의 미야지마(宮島), 그리고 센다이의 마츠시마(松島)를 말하는데 뒤의 두 곳은 각각 2007년과 2008년에 갔다 온 적이 있고, 마츠시마는 그 이후에 한 번 더 다녀온 적이 있다. 반면 아마노하시다테는 교토에 있다고는 하지만, 교토부(미야즈시)에 있다는 것이지 교토시에 있는 것이 아니라 찾아가기 귀찮은 곳에 있어 가본 적이 없었다. 차를 가지고 운전해서 가는 것이 아니고 주로 열차에 의존하다보니 생기는 불편함도 있거니와 아마노하시다테까지 이어지는 노선은 JR이 아닌 키타킨키탄고철도(北近畿タンゴ鉄道.KTR)라는 별개의 회사가 운영하고 있어 추가요금이 필요한 탓에 이것저것 군것질을 하다가 돈이 부족하면 포기하기도 하고, 늦잠을 잔다거나 난키 시라하마라든지 기노사키온천 등 다른 곳에 가다보니 계속 밀리고 밀려서 이번이 처음이다.

미야지마와 마츠시마는 히로시마와 센다이 시내 중심부에서 한 시간 안에 갈 수 있는 곳인데 반해, 아마노하시다테는 교토 시내에서 상당히 먼 거리다. 교토역에서 특급열차 하시다테를 타고 가도 최소 두 시간 걸리는 거리라서 왕복 4시간 정도 소요되고, 그만큼 운임이 비싸서 다른 곳들에 비해 진입 장벽이 있는 것 같다.


오사카칸조센 소토마와리 구간을 운행하는 야마토지쾌속 열차를 타고 간다. 용케도 시간을 딱 맞추어서 왔네.


오사카역 도착. 역시 역 몇 개 건너뛰니까 빠르다. 움직이면서 찍으니 흔들리는구나.


일단 열차를 갈아타기 위해서 저 위로 올라가야 한다. 토요일이라고는 하지만 생각보다 사람이 많다.


열차 시각 및 승강장 확인, 4번 승강장에서 기다리면 되겠네.

교토에서 한 번에 아마노하시다테까지 가는 특급 하시다테와 시간이 맞지 않아서 후쿠치야마(福知山)까지 가서 환승을 해야 한다. 굳이 하시다테를 타려면 12시 25분에 출발하는 열차가 있기는 한데, 이 열차를 타고 도착하면 거의 오후 2시 반이 되기에 너무 늦는 감도 있고 해서, 번거롭지만 환승을 하는 편이 낫지 싶다. 경로가 조금 다르기는 하지만 하시다테나 다른 열차나 후쿠치야마역에 서는 것은 똑같고 후쿠치야마역부터는 같은 길을 가게 된다. 후쿠치야마를 경유하기 싫으면 니시마이즈루(西舞鶴)까지 가서 KTR선으로 갈아타는 방법이 있기는 한데, 니시마이즈루까지 가는 열차 편수가 적어서 기다리다 보면 시간이 더 걸릴 수도 있다.


어우 이 사람들 어디가는거지? 연휴의 시작이라고 해외여행을 가는 것인가?
참고로 이 연휴 기간 동안 엔저에도 불구하고 많은 일본인들이 해외여행을 하고 돌아왔다고.


이 곳은 JR다카라즈카센과 JR고베센을 타는 곳이다.
특급 코노토리는 JR다카라즈카센을 경유해서 후쿠치야마까지 가니까 이 플랫폼에서 출발한다.


쾌속열차를 한 대 보내고 다음에 오는 특급 코노토리 7호를 타고 간다. 코노토리는 한 시간에 한 대 꼴로 운행하는데, 일부 열차는 기노사키온천까지 가고, 나머지는 후쿠치야마까지 운행한다. 연휴라서 온천여행가는 사람도 많을테니 아무래도 기노사키온천행 열차에 사람이 더 많지 않을까 싶은데, 어차피 후쿠치야마에서 내려야 하니까 잘 되었다. 사람이 북적이고 시끄러운 것보다는 조용한 열차가 좋다.


3번 플랫폼에 특급 선더버드가 들어온다.
오사카와 호쿠리쿠 지역의 카나자와, 도야마 사이를 운행하는 열차인데, 이것은 호쿠리쿠에서 출발해서 도착하는 상행 열차.

그런데 왜 사진이 이 모양이냐고 할 수 있겠는데, 우선 찍는 사람의 능력이 부족해서이고, 그리고 카메라가 좀 낡았다. 소니 T5와 H7을 쓰고 있는데, T5는 2005년에 출시되어 조금 있으면 열 살이 되는 노친네고, H7은 2007년에 나온 역시 적지 않은 연식을 가지고 있다. 화소 역시 각각 500만, 810만 정도에 불과하고 렌즈 역시 일체형으로 붙은 것이라 사진의 깊이가 떨어질 수밖에. 사진 전문가가 아니고, 평소에 사진을 찍을 기회가 많지도 않아서 좋은 최신 카메라를 사는 것은 주저하게 되어서 그냥 계속 가지고 다니게 되는 것 같다. 망가지면 새로 사는 것을 고려해보겠으나.. 하늘에서 100D가 떨어지는 일은 없겠지?

선더버드라는 로고가 열차에 있다. 선더버드는 JR니시니혼의 재래선에서 중요한 밥줄인 호쿠리쿠센을 달리는 열차인데, 선형이 좋고 복선으로 되어 있어 표정속도가 거의 시속 100km에 육박한다. 예전에 새마을호가 한창 잘 나갈 때 서울-부산간을 달렸던 그 속도와 거의 비슷하거나 살짝 못 미치지 않나 싶다. 지금 바보가 되어버린 새마을호와 비교하면 곤란하고.


아침 이른 시간대를 피해서 그런지 사람이 많지는 않다. 태풍 때문에 사람들이 여행을 많이 취소해서 관광업계가 울상이라는 것을 뉴스에서 보았는데, 그럼 나는 뭐가 되는거냐. 오사카역에 사람이 많지는 않아서 앞쪽에 앉았는데, 아마가사키, 다카라즈카를 지나면서 사람이 탈 수 있으니까 뒤편에 짱박혀 가기로 한다. 조그만 카메라로 찍은 사진은 열차의 흔들림을 이기지 못하고 흔들려버려서 올리기는 그렇네. 어쨌든 이렇게 편하고 고요한 열차 안이 마음에 든다.


아마가사키역에서 JR다카라즈카센으로 분기가 된다.

JR패스를 사서 전국여행을 하다보면 신칸센을 주로 타고 신칸센이 없는 곳에서 특급열차를 타고 이동하다보니 노선에는 아무런 관심이 없었는데, 간사이 지방에 자주 오다보니 이제는 어느 정도 노선 분기라든가 어느 열차를 타야 하는지 대충 알게 되었다. 목 마른 자가 우물을 판다고 했던가.


구름이 끼어 있지만 파란 하늘이 보이는 좋은 날씨다.


갈수록 시골 느낌이 나는데, 아직까지는 고층 맨션도 있고 그러네.


도심을 제외하고 고층 건물이 많지 않은 일본에서 저 맨션은 꽤 높은 편이 아닌가 싶어요.


이 열차는 먼저 보냈던 쾌속열차인 것 같은데 여기서 만난다.


다카라즈카역이다.

일본어 실력이 늘면 다카라즈카 극단 공연을 보고 싶다.


다카라즈카역을 출발하고 몇 분 지나지 않아 산이 등장한다.
이와 함께 의자를 뒤로 젖혀서 편히 잠을 자기 시작한다.

...

..

거의 40분 정도 꿀잠을 자고 일어났다.


카이바라(柏原)역에 정차했다가 출발하고 있다.

잠든 사이에 사사야마구치(篠山口)를 통과했구나. 사사야마구치는 오사카를 중심으로 한 어반 네트워크의 마지막 역인데, 이 역을 지나면 선로가 단선으로 줄어들어 열차들이 교행하는 장면을 종종 볼 수 있다. 운행하는 열차 편수가 적어지고, 무인역이 등장하고, 교통카드 사용도 안 된다. 열차가 달리는 이 노선의 이름이 후쿠치야마센(福知山線)인데 사사야마구치 남쪽까지는 다카라즈카센이라고 애칭을 붙여서 부르고 북쪽으로는 그냥 원래 이름 후쿠치야마센이라 부른다.


후쿠치야마성이 보이는 것을 보니 이제 다 왔다.


후쿠치야마역 승강장은 고가다.

후쿠치야마역에 내리면 특급 코노토리와 기노사키온천행 특급 기노사키가 서로 연결되도록 시간표가 짜여져 있다. 타고 온 코노토리가 기노사키온천까지 가지 않는 이유는 후쿠치야마에서 바로 기노사키와 환승이 되도록 하였기에 쓸데없는 열차 운행을 피하려는 의도다. 교토발 기노사키 중에는 이름은 기노사키지만 기노사키온천까지 가지 않고 후쿠치야마가 종착역인 열차가 있는데, 이 경우에는 반대로 코노토리와 환승해서 기노사키 온천까지 갈 수 있다.

후쿠치야마역은 JR니시니혼에서 기타긴키지역 빅X 네트워크의 중심지로, 산인혼센과 후쿠치야마센, KTR미야후쿠센이 X자 모양으로 서로 갈라지는 모양새를 취하고 있다. 교토부 북부 교통 요지라고나 할까. 그래서인지 후쿠치야마센을 따라 오면서 보지 못했던 빌딩과 상업용 건물, 광고판들이 보이고 제법 큰 도시구나 싶은 느낌을 준다.




역시 건너편에 특급 기노사키가 대기하고 있다. 토요오카역이나 기노사키온천으로 가려면 이 열차를 타면 되는데, 나는 이걸 타면 안 되는거다.

복지산이라..


아마노하시다테에 가려면 KTR로 환승을 해야한다.

처음부터 교토에서 하시다테를 타고 왔으면 환승없이 갈 수 있지만, 그걸 못 탔으니 고생을 해야하는거다. 열차 출발 시각은 10분이 채 남지 않았는데, 줄 선 사람들이 줄지를 않는다. 나는 여기서 새로 패스도 사야해서 시간이 좀 걸릴텐데..


혹시나 다른 입구가 있나 해서 아래층으로 내려가서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갔더니만 바로 옆이다. 그 사이 사람들이 줄어서 다행이기는 한데 저 역무원 혼자서 열심히 일을 하고 있다. 검표는 물론 표를 팔고 잔돈 거슬러주고 승객 안내도 하고 바쁘다 바빠.

단기체재 외국인은 1,600엔을 내면 KTR의 전 노선을 이용할 수 있는 아마노하시다테 패스를 살 수 있다. 다만 조건이 하나 더 있는데 JR패스 또는 JR간사이와이드패스를 가지고 있어야 한단다. 왜 그런지는 잘 모르겠는데, JR에서 외국인용 패스 발행시 여권을 보고 단기체재 여부를 확인하니 그런 것일 수도 있는데, 패스 사용일까지 확인하는 것을 보면 JR패스를 가진 사람들이 후쿠치야마까지 왔을 때, 별도 요금을 내야 해서 가지 않는 경우를 대비해서 파는 패스인 것 같다.

아마노하시다테 패스의 유효기간은 1일이다. 이틀간 사용 가능한 패스가 있기는 한데, 이틀 동안 이 멀리까지 올 수는 없으니.. 이 패스로는 KTR의 보통열차와 특급열차의 자유석 무제한 승차가 가능하고, 아마노하시다테에서 자전거 대여, 리프트카, 케이블카, 유람선을 추가 요금 없이 이용할 수 있다. 2,000엔을 내고 거스름돈을 받고, 저 역무원이 패스를 꺼내서 날짜를 비롯한 몇몇 도장을 찍어서 준다. 일당백의 위용을 보여주는 느낌이었다.

패스를 받았으니 따로 열차표를 살 필요는 없고 승강장으로 간다. 어느새 열차 출발 시간이 다 되어 차장 아저씨가 초조하게 기다리고 있고, 얼른 뛰어가서 열차에 올라탔다.


열차 안은 이렇게 생겼다.

열차는 미야즈(宮津)역까지 갔다가 앞뒤를 바꾸어 아마노하시다테역으로 간다. 일본에서는 이런 경우가 종종 있는데, 대개 이런 진행방향으로 좌석이 배열된 경우 승객들이 알아서 좌석을 돌려 앉는데 아무도 움직이지 않는다. 조금 의아한 생각이 들었는데 곧 그 의문이 풀렸다. 아마노하시다테에 도착한 것.


아마노하시다테역에 도착하자 열차는 특급이 아닌 쾌속열차로 등급이 바뀌어 도요오카까지 간다고 하네.

듣자니 이 회사의 경영상태가 좋지 않다는데 아마노하시다테까지 오는 사람들은 관광객들이니 이들에게는 특급요금이라도 받아야 하는 사정이 있겠지 싶다.

열차의 앞은 이렇게 생겼다.

JR과 직통운행을 해서인지 전차선이 있기는 하지만, 미야후쿠센 이외에는 비전화 구간인지 열차는 디젤 차량이다. 가뜩이나 엔저라서 수입하는 기름값이 올랐을 터인데 걱정되는군. 시간이 있으면 도요오카나 니시마이즈루까지 가고 싶은데 그럴 시간이 있을지 모르겠고


쾌속열차의 이름은 단고지(丹後路)구나.


기념 사진 하나 찍고.


멀리서 단칸방 열차가 들어온다.


이거슨 하시다테 열차다.
후쿠치야마까지 타고 왔던 코노토리와 같은 전기밥통 287계 열차네.


대기선로에서 놀고 있는 또다른 하시다테 열차. 183계 떵차다.

다른 열차는 몰라도 기타긴키 빅X 지역 돌아다니다보면 183계와 287계를 계속 타고 다니게 되어서 저절로 알게 된다. 만약 선택권이 있다면 183계 열차를 피하고 287계 열차를 타는 것이 좋다.


돌아갈 때 어떤 열차가 걸릴지는 모르겠지만, 이런 열차를 타고 싶은데..


시간 낭비하지 말고 밖으로 나가자.

산행을 하면서 한 시간 정도 걸어오기도 해서 허기가 느껴지는데 역 건너편에 초밥만 파는 가게가 있는데 밖에서 보기에는 회전초밥집 같다. 따뜻한 밥이 먹고 싶어서 망설이다가 그냥 역 안으로 들어갔다. 오카야마가 멀지도 않고, 오카야마에는 식당이 많으니 그 중 마음에 드는 곳에 가서 먹으면 되겠지.

일단 참다가 터질 뻔한 오줌보에게 자비를 베풀어주자.
요즘에는 한국이고 일본이고 변소라는 단어를 잘 쓰지 않는데 여자변소, 남자변소라고 써놓은 안내표지가 있어서 사진을 찍어봄.

오카야마행 특급 난푸가 지연되고 있다. 특별히 기상 악화라든가 열차 혹은 선로 이상 등으로 늦어진다는 지연 안내가 없는 것으로 보아서 아마도 사람이 많아서 늦어지는 듯한 느낌이 든다.

우앙 앙팡맨 열차다!

그런데 저기 열차 통로에 서 있는 사람들 보니 역시 자유석에 자리가 없어서 저렇게 서서 가는 것 같다. 사람들 틈바구니 사이에 끼어서 부대끼며 가는 것을 즐기는 사람이 뵨태 빼고는 어디 있겠냐마는 저런 거 끔찍해서 도저히 못 타겠다.

이 열차는 그냥 보내고 조금만 기다리면 쾌속 마린라이너가 오니까 그걸 타야지.

앙팡맨 열차가 출발한다.

셔터 스피드도 못 따라가고 찍는 사람 손도 흔들리고 엉망이구만.
하행방면 열차는 역시 고치행 난푸인 것 같은데.

그래서 일본의 사진 공유 사이트 (http://photozou.jp)에서 가지고 왔다.
원래는 이렇게 생긴 열차다.

다카마츠까지 가는 쾌속 마린 라이너다.

마린라이너는 쾌속열차지만 선두차는 지정석이라서 지정석권을 별도로 구입해야 하는 안타까움이 있다. 오래 걸리지는 않으니까 그냥 탈 수 있는 자유석 차량에 탈래. 열차를 기다리며 승강장 의자에 앉아 있는데 누군가가 오니기리를 사서 먹다가 열차를 타려고 서두르다 놓고 간 것 같다. "바보 녀석, 아무리 그래도 먹을 것을 놓고 가다니..ㅋㅋㅋ" 비웃었는데 넋 놓고 있다가 포카리스웨트 다 마시고 물을 채워둔 병을 두고 타버렸네. 나야말로 바보 녀석이야. 마린라이너는 도중 역 두 곳에서만 정차하고 23분만에 오카야마에 도착했다. 이거 특급열차와 별 차이가 없네.

오카야마에 도착하자 이제 행선지를 다카마츠로 바꾸어 돌아갈 준비를 하고 있다.

저 똥차는 어디로 가는거지? 히로시마쪽으로 가는건가?

저 열차를 탈 것은 아니니 관심 끄고 신칸센을 타러 이동한다. 재래선 출구에서 신칸센으로 환승하는 개찰구를 한 번 더 지나야 한다.

산요신칸센 공식 캐릭터라는 칸센쟈가 있네. 이제 노조미, 히카리에서 퇴출당한 500계 신칸센인데 이런 캐릭터가 있으면 도움이 될라나.

신칸센 500계는 JR니시니혼에서 야심적으로 개발한 차종으로 신칸센 최초로 시속 300km로 주행하기도 했는데, 700계와 N700계가 개발되면서 밀려나서 이제는 각역 정차의 최하 등급 코다마로 강등되었다. 이 열차는 디자인부터가 독특한데 전투기의 선두부처럼 뾰족하게 되어 있고, 이전과 이후의 신칸센 열차들과 비교해도 참신한 디자인이어서 여전히 이 열차를 좋아하는 철도 애호가들이 있다고 한다. 그러나 정작 이 열차를 타는 사람들은 차체가 둥글게 되어 있어 창측의 좌석의 공간이 협소해서 꺼려했고, 기존의 운행하던 열차에 비해 출구 수가 적고, 출구의 위치가 다른 불편이 있어 승객의 승하차에 소요되는 시간이 길어져 열차 지연을 야기하기도 했단다. 경제성 측면에서도 이 차량의 제작비가 30%정도 비싼 것이 문제였고, 그러다가 노조미, 히카리 운행에서 차차 밀려나 지금은 코다마로만 운행하고 있다고.

오카야마역의 23번 승강장은 도쿄 방면 상행선인데, 노조미, 미즈호, 히카리, 사쿠라 등의 우등 등급의 열차들이 정차한다. 노조미는 자리가 없을 것 같아서 일찌감치 포기하고 다음에 오는 신오사카행 사쿠라를 타려고 한다.

700계 노조미다. 자유석은 터질 것 같아서 못 타겠다.

이 녀석 좀 우습게 생겼다.

나카마 유키에는 몇 년째 JR니시니혼의 모델로 활약하고 있다.
그만큼 인기있다는 것이겠지. 사토미찡은 이런 거 안되는거야?

노조미를 보내고 조금 있다가 사쿠라가 들어왔는데 역시 사람이 많아서 못 타겠다.
이래서 지정석을 예약해야 하는데 따로 돈을 내야 하니 별 수가 없네.

승강장에 있는 소바 가게에서 소바라도 먹으려고 했는데 저녁 8시 30분까지만 영업을 한다고 한다. 아무래도 다음 노조미도 앉아서 가기는 어려울 것 같고 배는 고프니 일단 역 바깥으로 저녁을 먹으러 나갔다.

밑으로 내려가는 계단에 타니하라 쇼스케의 광고가 붙어 있다. 영능력자 오다기리 쿄코의 거짓에서 사토미찡과 함께 나왔었지.

오카야마 고라쿠엔에서 야간 특별 개원한다는 광고인데 11월 4일부터니까 곧 시작이네.
오카야마 데스티네이션 캠페인으로 개최를 결정했다는군.

역 밖으로 나가서 오카야마역과 연결된 산스테(さんすて.サンステーションテラス의 약칭)로 갔다. 오카야마역 출구와 2층이 연결되는데 한국에도 많이 있는 돈까스 가게인 사보텐이 있다. 튀김류라든가 돼지고기를 좋아하는데 이상하게 돈까스는 별로다. 메뉴를 살펴보다가 그 옆의 옆에 있는 사누키 우동 전문점이라는 메리켄야(めりけんや)에 갔다. 메뉴판을 여러 개 가져다주는데 일단 밥이 먹고 싶고, 국물을 마시고 싶으니 키츠네우동과 미니텐동 세트를 시켰다. 맥주 한 잔 시킬까 했는데 곧 온천에 가려고 해서 물만 마셨다. 기억이 가물가물하지만 예전에 고토히라(琴平)에서 먹었던 사누키 우동의 느낌과 맛은 아니었던 듯 같은데, 그래도 맛있게 잘 먹었다.

우동은 맛있게 잘 먹었고, 일단 면만 건져 먹고 텐동을 먹으면서 국물까지 끝.

계산을 하고 나와서 다시 오카야마역 신칸센 개찰구로 들어가서 신칸센을 타러 올라갔다. 21시 3분 코다마 열차를 타려고 했는데 밥을 먹다보니 늦어져서 조금 더 기다려야 한다. 옆 승강장에는 노조미가 있는데 이 열차는 신코베에만 서서 통과시킨다. 신코베에서 내려서 하행 코다마를 타도 돌아가도 되는데, 시각표를 보니 그냥 여기서 코다마를 타고 가는 것이 더 빠른 것 같다.

옆 승강장에 노조미가 잠시 정차중인데 열심히 일하고 계신 차내 판매원 언니 사진도 한 장.

열차를 기다려 타고 내린 역은 니시아카시(西明石). 여기서 재래선으로 갈아타고 고베 방향으로 간다.

오카야마에서 신오사카까지 노조미나 사쿠라는 50여 분 걸리는데, 역시 코다마는 역마다 서고 중간에 추월당하기를 밥먹듯 하니 느려서 니시아카시까지 50분 가까이 걸렸다. 그러니 사람들이 안 타지. 신칸센을 타는 이유는 빠르기 때문인데 코다마는 모든 역 정차에 뒤에서 쫓아오는 노조미, 히카리를 무조건 먼저 보내고 가니 시간이 많이 걸린다. 오죽했으면 코다마 하야토쿠와리(早得割.일찍 사면 할인)로 빈 좌석을 팔아 치우려고 애를 쓰겠냐마는.. 참고로 최근의 다이어를 보면 노조미는 하카타에서 신오사카까지 최단 2시간 29분 정도, 미즈호는 2시간 25분 정도 걸리는데(이는 노조미가 미즈호보다 등급이 낮아서라기보다는 큐슈신칸센 직결의 미즈호는 산요신칸센 구간에서 무조건 정차역인 하카타, 고쿠라, 히로시마, 오카야마, 신코베에만 정차하고 신오사카에 도착하는데 반해, 노조미는 산요신칸센 구간에서 앞의 역들에 하나의 역에 더 정차하도록 되어 있어서다), 코다마는 그나마 제일 빠른 것이 4시간 41분 걸린다. 그렇다면 요금이라도 저렴해야 하는데, 염치없는 이 녀석은 히카리, 사쿠라와 똑같은 요금을 받는다. 그러니 이 열차를 이용하는 사람들은 그다지 많지 않고, 대개 코다마만 정차하는 작은 역에 가려는 사람들이 상위 등급의 열차를 타고 가다가 중간에 환승하는 정도라고 할 수 있겠다.

다카츠키(高槻)는 오사카와 교토 사이에 있는 도시.

어느 책에서 읽은 바로는 신도시로 개발된 다카츠키의 사람들은 오사카를 촌스럽고 경박하다고 무시하는 경향이 있다고도 한다. 한국으로 따지면 분당 정도 되는 곳이 아닐까 싶은데, 서울 어지간한 동네보다는 분당이 더 깔끔하고 생활에 편하게 개발되어 집값이 더 비싸듯 여기도 그런 것이 아닐까. 늘 그냥 지나치기만 해서 잘 모르겠다.

썰렁하다.

다카츠키행 열차를 타고 두 번째 역인 아사기리(朝霧)역에 내려서 타츠노유(龍の湯)라는 온천에 간다.

원래 몰랐던 곳인데, 인터넷 카페의 귀인께서 소개해주신 덕분에 가보게 되었다. 아사기리역에 내린 다음 나와서 고가 육교를 건너 오른쪽으로 내려간 후 조금 걷다 보면 금방 나온다. 역전온천으로는 꽤 유명한 곳이라고 하는데, 시설도 제법 괜찮고 가격도 비싸지 않아서 만족스러웠다. 하하~ 일본 사람으로 생각했는지 들어가자마자 주차권 필요하냐고 묻는데 순간 당황했다. 아무리 일본인 속에 있으면 티가 잘 안 난다고 해도 나름 외국 관광객인데 이럴 수가!!

시간이 시간인지라 오사카로 돌아가는 막차를 놓치지 않기 위해서 한 시간도 채 되지 않아서 나와서 다시 역으로 돌아간다.

아사기리역은 신쾌속 열차가 정차하지 않는 역이라서 어쩔 수 없이 전역인 아카시로 가야 한다.

울타리 건너편에 있는 선로는 산요전철의 본선.

열차가 온단다. 움직이는 열차 사진을 찍었더니 유령열차가 되어버렸다.

곧 종점인 역이라 사람도 별로 없다. 다음은 아카시입니다.

아카시역입니다. 바로 이전 글에도 등장했던 그 곳이죠.

여기서 반대 방향으로 가는 교토행 열차를 타고 오사카역에 도착. 이제 칸조센으로 갈아타면 되겠다 싶은데 청천벽력같은 차내 안내 방송. 오사카칸조센은 소토마와리(外回り.외선) 교바시행 막차만 남아 있단다. 그마저도 막 출발하려는 참인데, 뭐야? 우치마와리(内回り.내선)는 어떻게 된거야? 이런.. 칸조센 플랫폼으로 가서 시각표를 확인하니 열차가... 없다. 설마 막차가 끊긴거야? 오사카역에서 내린 사람들이 우르르 역 바깥으로 나가는데 이미 상황 파악 완료. 그러나 혹시나 해서 지하철은 아직 다니고 있지 않을까 기대해보았지만 이미 운행 종료에 아예 역 문을 잠궈 놓았다. 제기랄!! 걷거나 택시를 타거나 둘 중 하나의 방법을 택해야 한다.

난바까지 2km 남았다는 표지판이 무척 반갑다.

택시에 카드결제가 된다고는 하는데 일본의 택시비는 꽤 부담스럽다. 신이마미야역까지 여유있게 7km라고 치고 대충 계산해보니, 가뭄에 콩 나듯이 보이는 소형택시를 타도 신호에 잘 안 걸리고 빨리 가더라도 심야 할증까지 해서 대략 2,500~3,000엔 정도 나올 것 같다. 이건 좀 많이 부담스러운데.. 그래서 일단은 난바까지 걸어가기로 했다. 혼자 이렇게 걸어가는 것이 아니고 미도스지를 따라서 걸어가는 사람들이 꽤 된다. 어떤 아줌마하고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면서 신사이바시까지 갔다. 거기서 잠시 와이파이를 쓰기 위해서 신사이바시스지로 들어가느라 아줌마와는 작별하고, 그렇게 한 시간 남짓 걸으니 난바에 도착.

그냥 아베노하루카스만 보고 가는거다.

하필 저 KOJIMA 간판은 뭐냐.

문제는 여기서부터. 난바에서 신이마미야역까지 가는 길에 음침한 동네를 지나야 하는데, 별 일 없을 것 같지만 일단은 외국인으로서 불리한 신분인지라 혹시 모르는 일이고 해서 돌아가기로 했다. 3년 전 밤중에 난바에서 신이마미야까지 걸어가는 동안 느낌이 좋지 않았던 기억이 있고 해서, 돌아가더라도 조금이라도 밝은 곳으로 가는 길을 택했다. 우선 난바에서 도톤보리를 정면 돌파. 새벽 시간에도 사람이 북적이고, 오니~상하면서 달려드는 언니들도 있는데, 미안하다. 오빠가 돈이 없다. 웃으며 손사래를 치고 빠져나왔는데, 일본어만 능숙하게 하면 일본인 행세해도 되겠다 싶은 생각도 든다. 그런데 닛폰바시에서 아베노하루카스를 보며 텐노지로 크게 돌아가느라 적지 않은 시간이 걸렸다. 거리로 따지자면 두 배 이상 먼 길을 돌아간 셈인데, 이제와서 생각해보니 닛폰바시에서 사카이스지로 주욱 내려가는 길을 택했으면 훨씬 좋았을 것 같다. 돌아오니 대략 두 시간의 행군. 코지마에서 한 시간 걸은 것까지 하면 세 시간, 거기에 오락가락한 것을 모두 합치면 종일 15km는 걸은 것 같다. 아~ 이런.. 걷기 선수냐?

역시 우리 엄마는 아들에게 택시비 대신 튼튼한 두 다리를 주셨다. 진심으로 감사하다.

오카야마역에서 내렸는데 시간이 좀 애매하다. 16시 5분에 고치행 열차가 있어서 이것을 타고 코지마에 갈 생각인데 시간이 좀 남아서 역 안에서 돌아다녀보기로 한다.

특급 난푸 17호가 탈 열차다.

10분 정도 남았으니 역 구경을 하면서 승강장 위치 등을 익히기로 한다. 오카야마는 자주 가는 곳인데 늘 역에서 헤맨다. 이 참에 각 플랫폼에서 출도착하는 열차 노선을 좀 알아두는 것이 좋을 것 같다.

이 강렬한 햇빛은 열차 이름이 선라이너라서 그런건가.

이 열차는 쾌속열차로 하행, 즉 히로시마 방면의 후쿠야마까지 운행하는 쾌속열차. JR니시니혼이 똥차에 생명을 계속 불어넣어 굴리는 것으로 유명한데 꽤나 된 녀석 같다.

선라이너라고 태양이 막 빛나고 있어. ㅋ

미하라까지 가면 히로시마 근처까지 가는 열차네.
아마 117계 열차인 것 같은데, 아이고~ 관심 없다.

다음에 들어올 열차는 이즈모시행 특급 야쿠모구나.

우앙~ 친숙한 381계 열차가 야쿠모로 뛰는구나.
근데 나는 돈이 없어서 탈 수가 없어.

윳타리야쿠모라는 애칭으로 불리는 열차네.
혹시나 해서 구글에서 윳타리야쿠모를 검색해보니 나름 특별한 열차 같다.

7년 전에 야쿠모를 탈 때는 똥차였던 것 같은데..

내가 탈 열차는 이것.

비전화 구간을 달리는 탓에 역시 기름 냄새 풍기는 디젤 열차다.

맨 뒤에 있는 이 3호차가 자유석이다.

사람이 많아서 통로쪽의 빈 좌석 하나에 앉음.

코지마역에 도착했다.

코지마역은 세토오하시센(瀬戸大橋線)의 혼슈 마지막 역이다. JR니시니혼과 JR시고쿠의 승무원 교대가 이루어지고, 이제 열차는 JR시고쿠 관할 구간을 달리게 된다. 코지마역을 떠나면 육지의 끝까지 달린 다음에 세토오하시를 건너게 된다. 세토오하시는 시와쿠쇼토(塩飽諸島)의 다섯 개의 섬을 잇는 6개의 섬을 잇는 6개의 교량과 그 교량 사이를 잇는 4개의 고가교로 구성되어 있다. 교량은 현수교, 사장교, 트러스교 등 다양한 공법을 사용하여 건설하였고, 고가교 포함 총 길이가 13.1km에 달하는 엄청난 공사였다. 이 세토오하시는 차량과 철도가 함께 지나는 다리로는 세계 최장 규모란다. 영종대교나 간사이공항연락교 역시 육지와 섬 사이를 잇는 바다 위에 지은 차량과 철도 병용 다리인데 그 길이와 규모 면에서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 덕분에 이 공사가 JR의 전신인 국철에 엄청난 빚을 떠안겨주었다고.

승무 교대를 한 JR시고쿠의 차장이 시계를 보면서 출발 준비를 하고 있다.

출발이 1분 남았구나.

계속 시계만 보고 있네.

여기서 이렇게 여유를 부리고 있는데, 이 여유는 곧 엄청난 후회로 다가오게 된다.

세토오하시를 지나서 처음 도착하는 역이 다카마츠 방면은 사카이데(坂出), 마츠야마 방면은 우타즈(宇多津)다.

타고 왔던 열차 난푸는 남쪽으로 떠나갔고, 나는 출구로 내려간다. 저 승무원은 다음 열차인 쾌속 마린라이너가 도착하면 승무교대하려는 차장인 것 같다. 물어보지 않아서 잘은 몰라.

역이 의외로 깔끔하고 카미고리역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크고 좋다.
카미고리역의 친절한 역무원 아저씨에게 미안..

역 안에 관광안내소가 있기는 한데 한 번 슬쩍 보니 뭔가 쓸만한 정보는 없는 것 같아서 일단 역 바깥으로 나가본다.
역 앞에 버스정류장이 있기는 한데, 좀 황량해서 당황스럽다.

버스의 시간표를 보는데 어느 버스 노선이 와슈잔 전망대에 가는 것인지 모르겠네. 버스가 있길래 일단 버스에 타서 세리켄(整理券.정리권)을 뽑아서 앉아 있는데 조금 있다가 버스 기사가 와서 운전석에 앉았다. 버스 안에 붙은 노선도를 살펴보는데 왠지 이 버스가 전망대에 가지 않을 것 같다는 강한 느낌이 들어서 운전수 아저씨에게 물어봤다.

"스미마셍. 이 버스 와슈잔 전망대에 가요?"

"안 가요. 4번 승강장에서 17시 30분에 출발하는 버스를 타야 가요."

"진짜요? 아~ 스미마셍. 그럼 내릴래요."


간단한 대화를 마치고 내렸는데 버스 출발 시간까지는 40분 정도 남았다. 아~ 뭐하면서 시간을 보내나 싶은데 지나쳤던 관광안내소에 가서 좀 물어보기로 한다.

잠꾸러기 : 스미마셍. 와슈잔 전망대에 가려고 하는데요. 어떻게 가죠?

안내원 : 어서오세요. 그래요? 버스를 타고 가야 하는데요.

잠꾸러기 : 그렇군요. 17시 30분에 버스를 타라고 했던 것 같아요.

안내원 : 네. 맞아요. (버스 시간표를 주면서) 4번 승강장에서 버스를 타고 와슈잔 제2전망대 정류장에서 내리면 돼요. 그런데..

잠꾸러기 : 엥?

안내원 : 이 버스가 막차라서 타고 올라가면 내려오는 버스가 없어요.

빠직!!

잠꾸러기 : 네? 정말인가요? 그럼 어떻게 역으로 돌아오지요?

안내원 : 택시를 타거나 걸어서 오든가 해야겠죠.

잠꾸러기 : 택시는 잡기 쉽나요?

안내원 : 전화해서 택시를 불러야 해요.

잠꾸러기 : 그런가요? 걸으면 얼마나 걸릴까요?

안내원 : 한 시간 정도 걸릴 것 같네요.

잠꾸러기 : 그렇군요.

안내원 : 혹시 어디서 오셨나요?

잠꾸러기 : 한국에서 왔어요.

안내원 : 아! 일본어 잘하시는데요.

잠꾸러기 : 아니에요. 길 물어보는 것만 할 줄 알아요.

안내원 : ㅋㅋㅋ

잠꾸러기 : 어떻게 하면 좋을지 고민이 되네요.

안내원 : 택시 연락처 드릴까요?

잠꾸러기 : 그냥 걸어서 내려올래요. 근데 내려서 걸어오는 길은 어느 방향인가요?

안내원 : (지도에 손을 짚어 길을 가리키면서) 역 건물 옆에 큰 길 있지요? 바로 그 길을 따라서 오는 거에요.

잠꾸러기 : 그렇군요. 혹시 근처에 맛있는 음식점이 있나요?

안내원 : 어떤 음식을 말하는거죠?

잠꾸러기 : 아무거나 상관은 없는데 밥이라든가 일본 음식이었으면 좋겠네요.

안내원 : (지도에서 코지마역 북쪽을 가리키며) 음식점은 이 쪽에 몇몇 있는데 갔다가 오면 다 문 닫을 거예요.

잠꾸러기 : 그렇군요. 그럼 가보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안내원 : 조심하세요.(気をつけてください)

역사를 나와서 다시 버스정류장 쪽으로 가는데 독특하게 랩핑한 버스가 지나간다.
요즘 고지마를 청바지의 성지, 청바지의 발상지라 하여 밀고 있는 그런 내용인가보다.

행군을 위한 준비물을 사려고 주변을 둘러보니 야마다덴키가 있어서 2리터짜리 물과 크런키 초콜릿 하나를 사서 나왔다.

시각표를 보니 이 버스를 타고 27분 정도를 가야 한다.
거리는 멀지 않은데 이 버스가 돌아서 가기 때문에 조금 시간이 걸리는 것 같다.


이게 시모덴순환선 노선도

와슈잔 전망대에 가는 버스 노선인 시모덴준칸센(下電循環線.시모덴순환선, 下津井循環線 시모츠이순환선이라고도 한다)은 코지마역을 기점으로 한 바퀴 돌아서 오는 노선이어서 되돌아오는 버스가 없다. 그래서 막차를 타고 도중에 내리면 다음 버스가 없다. 와슈잔다이니텐보다이(鷲羽山第二展望台.와슈잔제2전망대)에 내릴 때 버스 기사가 돌아가는 버스가 없는 것을 알고 있냐고 물어본다. 버스가 서울시내버스처럼 바글바글하지도 않고 동네만 돌다보니 이미 타고 내리는 동네 사람들은 대충 알고 있을 터. 외부에서 온 사람이 눈에 띄었을 것이다.

"네. 알고 있어요."

그러자 기사는 내려갈 때는 택시를 타거나 걸어가야 하는데 괜찮겠냐고 다시 물어본다.

"네. 괜찮아요."

그럼 조심하라면서 도와주지 못해서 미안하며 한다. 버스기사가 미안할 것이 뭐가 있나. 오히려 신경써주니 고맙다. 고개를 돌려 꾸벅 인사를 하고 어둠 속으로 뛰어든다. 두 번씩이나 조심하라는 이야기를 들으니 불안해지는데..



이것은 버스에서 내리자마자 찍은 사진인데 밝게 보정해서 이 정도 나온거다.

이미 어둠이 짙게 깔려서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산 속인지라 아이폰의 플래시 기능을 켜서 앞을 비추어야 눈앞이 보일 정도인데, 작은 불빛에도 멀리까지 보이는 것을 보면 어둡기는 어두운 모양이다. 내심 괜히 왔다 싶은 생각이 드는데 그래도 왔으니 어떻게 그냥 가냐. 어둠을 뚫고 전망대쪽으로 올라가봐야지. 나는 용감하거든.ㅋ

나름대로 흔들리지 않고 잘 찍었다고 생각했는데 빛이 너무 적어서 저질로 나온다.

그나마 쓸만한 사진이 이 정도야.ㅋ

나는 석양을 배경으로 찍고 싶었는데 어둠 속의 다리를 찍고 앉아있네.

아~ 보정해도 수가 없고 그저 답답할 따름이네.

이것으로 만족해야지. 에휴~
다음에 갈 기회가 있으면 대낮부터 가서 해가 지는 것을 기다리고 있을거야.

내려가는 길은 산 속이라서 아무 것도 보이지 않고 아이폰 플래시에 의존해서 걸어 내려가는 수밖에 없었다. 호주에서도 쿠사산 전망대에서 버스 없어서 걸어서 하산한 적이 있었는데 여기는 높지는 않지만 나무들이 우거져 조금의 빛도 들어오지 않는다. 산이 높지 않고 인가가 가까운 곳이라서 맹수가 달려들 위험은 없어 보였는데, 조금도 겁나지 않는다고 하면 거짓말이고 어두워서 혹시라도 잘못 발을 헛디뎌서 다치지 않을까 하는 걱정은 있었다. 산에 차도가 있는데 급커브 구간이 있어서 정신 놓고 가다가는 차에 치일 위험도 있고 이런 곳에서 굴러서 넘어져 다치면 아주 곤란한 상황이 되니까. 다행히 산이 높지 않아서 10여 분 정도 조심조심 걸어내려가니 하산에 성공하여 어딘지 모를 마을에 도착했다. 40분 정도 더 가야 하는 것 같은데, 그래도 이제 가로등과 민가에서 비치는 불빛이 있어서 인도를 따라 걸어서 코지마역으로 간다. 물을 마시고 비상식량으로 샀던 크런키 초컬릿을 먹으면서 계속 걸어간다. 주택가를 지나고 보트레이스장을 지나고 코지마역에 도착. 걸음이 느리지는 않았는데 초행길이라 주변을 살피다보니 진짜 한 시간 정도 걸렸다.


오사카에서의 셋째 날(이라고는 하지만 사실상 둘째 날이라고 해야)을 맞이했다. 금요일은 한국이고 일본이고 모두 평일로 일하는 날이다. 그래서 새벽에 손바닥보다 조금 큰 넷북을 가지고 성질내면서 일을 하다가 몇 시간 자고 일어나 오전 내내 일을 하였다. 토요일, 일요일이 있으니 하루 정도 희생하는 것쯤이야.. "오후부터는 땡땡이다" 라고 마냥 좋아할 수는 없는 것이 우려했던 그것이 현실로 일어날 것 같단다. 19호 태풍 봉퐁이 열도 전역을 쓸고 갈 것으로 예상되는데, 주말부터 오키나와를 시작으로 영향권에 들 것이라고 한다. 7년 전 일본에서 겪었던 태풍의 위력은 아주 무시무시했는데.. 여기는 태풍도 스케일이 달라.

이제부터 JR웨스트 간사이 와이드 패스를 사용할 수 있다. 그러므로 이제부터 사철이나 지하철은 이용하지 않고 무조건 JR만 타는거다. 특급열차도 신칸센도 탈거야.

신이마미야역에서 텐노지역으로 이동. 태풍이 온다고는 하는데 아직은 날이 아주 맑다.

카모행 야마토지쾌속열차를 타고 텐노지역에서 하차.

신이마미야역은 동네는 후줄근하지만 난카이와 지하철 사카이스지센 환승역이라 나름 이용객이 많은 편이라 그런지 쾌속열차도 정차하는 역이다. 신이마미야에서 승강장에 가니 열차가 도착해 있어서 사진은 내린 다음에 찍기로. JR니시니혼의 간사이지역에서 자주 볼 수 있는 221계 쾌속열차. 열차 계열은 잘 모르는데 시간표 조회라든가 운행 상황 같은 정보 찾다보면 조금씩 주워듣게 되고, 철도에 관심이 많은 분들께 묻고 정보를 얻기도 한다.

태풍 19호 때문에 10월 13일부터 14일까지 운행에 차질이 있을 것이라는 안내를 하고 있다.
내가 탈 열차는 여기에 없고 저 계단을 올라가서 옆에 있는 18번 플랫폼으로 간다.

교토행 특급 하루카가 탈 열차.
열차가 들어오는 중에 찍었는데 셔터스피드가 따라가지 못하네.

하루카는 간사이공항으로 갈 때만 관공특급이 되고, 간사이공항에서 교토 방면으로 갈 때는 그냥 특급으로 불린다.

텐노지에서 신오사카나 교토 방면으로 가려면 오사카칸조센(大阪環状線)을 타고 오사카역에서 다시 도카이도혼센(東海道本線. 오사카-교토 구간은 흔히 교토센京都線이라는 별칭으로 불림)을 갈아타야하는 불편함이 있는데 하루카를 타면 신오사카나 교토에 쉽게 갈 수 있다. 환승이 없어 편리하고 정차역이 적어서 빠른 것도 장점이지만, 사람 많아서 부대끼는 것을 싫고 좌석이 더 편하고 진행방향으로 좌석 방향이 있어서 특급열차를 선호하는 편이다. 어차피 추가 비용 들일 필요가 없다면 더 빠르고 비싼 요금의 열차를 타고 싶은 마음도 없잖아 있고.

하루카는 오사카칸조센을 따라가다가 오사카 카모츠센(貨物線.화물선)을 타고 신오사카역으로 이동하게 된다. 저 멀리 보이는 건물이 이 앞에서 잠시 소개했던 오사카역. 오사카역은 유일하게 오사카칸조센과 교토센 모두 지나가는 역이지만 하루카는 이 역을 건너뛰는 것이 아닌 아예 지나가지 않는다. 도카이도센은 오사카역의 북쪽, 칸조센은 남쪽에 위치하고 있는데 이 두 노선이 가장 수요가 많아 빡빡하게 운행하기에 그 중간에 다른 선로로 교행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그래서 오사카역을 지나지 않고 신오사카역쪽으로 합류하는 화물선을 타고 도카이도센으로 진입하는 방식으로 운행하고 있다. 역시 텐노지에서 신오사카 구간을 운행하는 특급 쿠로시오도 이 경로로 운행을 하고 있다. 그나저나 저 황금부지에는 어떤 건물이 들어설 것인지..

요도가와를 건너면 신오사카역이다. 도카이도신칸센 건설시 오사카역이 아닌 신오사카를 종착역으로 한 것은 이 요도가와를 두 번 건너는 불편을 없애기 위해서였다고 하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신오사카역 주변은 썰렁하다.

교토까지 가지 않고 신오사카에서 내릴 생각이었는데 어디에 갈 지 아직 정하지는 않았다. 와카야마방면은 시간상 늦은 것 같아서 일찌감치 포기했는데, 가보지 않은 곳 중에서 어디라도 가려고 일단 왔다. 신칸센을 타든 특급 열차를 타든 오래 기다리지 않고 바로 탈 수 있는 열차를 타고 그 곳에 가기로 했다.

신오사카역은 아직 내부 리모델링 공사가 완전히 끝나지 않아서 어수선한 모습이 남아 있는데 공사를 하면서 우동가게가 사라져서 마음이 아프다. 나 여기 나름 단골이었는데.. 흑흑 ㅠ.ㅠ 여전히 태풍 19호 때문에 열차 운행에 영향이 있을 것 같다는 안내를 전광판으로 하고 있다.

산요신칸센은 신오사카-오카야마 구간까지 이용 가능한데, 신고베역은 고베 중심부인 산노미야까지 내려가려면 20분 정도 걸어야 해서 별로 가고 싶지 않고, 니시아카시는 내려서 할 일이 없고, 히메지는 오사카에 묵을 만한 곳이 없을 때 지내는 곳이고, 아이오이는 진짜 막막한 곳이고, 오카야마 밖에 갈만한 곳이 없네. 신고베에서 산노미야까지 지하철 역 하나인데 요금은 210엔이고, 버스도 아마 200엔인가 그럴거다. 비싸도 너무 비싸~ 그래서 안 탄다.

흐~음.. 가장 위에 있는 특급 수퍼 하쿠토 7호를 타보자. 이 열차는 돗토리를 지나 구라요시까지 간다. 그런데 간사이 와이드 패스로는 서쪽 방면의 재래선 산요혼센은 구라시키까지 탈 수 있어서 카미고리(上郡)까지는 갈 수 있는 것 같은데 이것은 차장에게 확실히 물어보기로 하고 열차를 기다린다. 수퍼 하쿠토는 카미고리까지 JR선을 달리고 카미고리-치즈간은 치즈큐코(智頭急行)라는 별개의 회사 구간을 운행하기 때문에 이 구간의 요금을 따로 내야 한다. 치즈부터 돗토리까지는 다시 JR구간이지만, 이 패스의 유효범위를 넘어가기에 역시 따로 요금을 내야해서 카미고리가 추가요금을 내지 않고 갈 수 있는 마지막 역이다.

이 곳은 신오사카역입니다.

매연과 함께 열차가 소음을 내면서 들어온다. 비전화구간을 달리는 열차인지라 기름 타는 냄새를 풀풀 풍기는 디젤 열차가 운행하고 있다. 열차는 HOT7000계로 치즈큐코 소속의 차량이라고. 9월에 히메지, 산노미야에서 4박을 하다보니 이 열차를 타는 일이 있어서 심심해서 돌아다니다가 알았다. 열차의 특징이라면 아래 사진과 같이 객차의 양 끝 스크린으로 앞뒤의 모습을 생중계하고 있다는 것. 옆으로 난 창문으로만 바깥을 볼 수 있는 승객들을 위한 서비스인 것 같다.

그런데 생각만큼 신나지는 않은 것 같다.

평일 대낮이라 그런가 사람들이 별로 없다.

치즈큐코의 차량이라도 JR니시니혼의 구간을 운행하고 있기에 승차하는 기관사와 차장은 JR니시니혼의 아저씨들이 맡고 있다. 카미고리까지 가도 되는지 확인사살을 해야하니까 잘 된 일이다. 오사카역을 지나고 다음은 산노미야. 그런데 산노미야에서 안 내릴래.

산노미야는 패스.

산노미야를 지나니 차장 아저씨가 조금 시간이 생겼는지 검표를 하신다. 일단 패스를 꺼내서 쫙 보여주고 헤헤.. 오카야마까지 특급열차라든가 보통열차를 타고 재래선으로 가려고 하는데 카미고리까지 타도 괜찮냐고 물어본다. 예상대로 카미고리까지 가도 된단다. 여기서 하나 더 그럼 카미고리에서 오카야마 가는 열차가 있냐고 물어보니 사람 좋은 이 아저씨는 수퍼 이나바가 14시 42분에 있다고. 그런데 이 아저씨 사람은 좋은데.. ㅠ.ㅠ

산요혼센 스마카이힌코엔(須磨海浜公園)부터는 왼쪽 편(하행 방향 기준)으로 태평양을 따라 달려서 경치가 괜찮다. 히메지 방면으로 가는 경우 진행 방향 왼쪽, 고베 방면으로 갈 때에는 오른쪽에 앉는 것을 추천.

'레인보우 브릿지' 라는 애칭을 가진 아카시카이쿄오하시(明石海峡大橋.아카시해협대교)가 보인다. 경험상 주변이 어둡고 조명이 강하지는 않아서 어두워지면 야경 사진을 찍기에는 그다지 좋지 않은 것 같다. 내 카메라 성능이 좋지 않아서 그런 것일 수도.

마이코역을 지나 아사기리쪽으로 가고 있다. 아사기리 다음은 이 열차의 정차역인 아카시.

협궤임에도 최고 시속 130km로 달린다는 JR의 강력한 무기 신쾌속열차다. 다른 사철과는 달리 교토(마이바라)에서부터 히메지(아보시 또는 카미고리)까지 한 번에 달리는 것이 가장 큰 매력인 것 같은데, 속도 역시 빠르다는 장점이. 다만 고베-아카시 구간은 선형이 좋지 않아서 이 정도까지는 속도를 내지는 못한다는 것 같다.

아카시역에서는 멀리 아카시성이 보인다. 일본의 100대 명성에 선정되었다고 하는데, 100개면 어지간한 성들이 다 포함된 것 같네. 나중에 시간되면 한 번 들러보기로 하고 열차를 타고 계속 간다.

아카시를 지나면 논과 밭이 보이는 빈도가 높아진다. 도시에서 벗어나고 있다는 뜻이겠지.

뭔가 도시 냄새가 나기 시작한다 싶네. 신칸센 선로도 보이는 것을 보니 히메지역에 다가가고 있는 것 같다.

세계문화유산 히메지성이 있는 히메지역.

별다른 이유는 없는데 그냥 호감가는 동네다. 그러나 이번에는 패스. 히메지성은 2차대전 당시 폭격을 피해서 예전 모습 그대로 지금까지 남아있는 몇 안 되는 성 중의 하나로, 일본의 국보이자 세계유산으로 선정된 중요한 문화재다. 일본에서 흔한 일이지만 지반이 약해서 지반 침하가 이루어져 성이 기울어지고 그랬다는데 30년에 걸친 쇼와 대수리를 통해 이 성을 해체했다가 재조립하는 보수공사를 했고, 2010년부터 2015년 3월까지 10억 엔 정도를 들여 다시 한 번 이 성을 해체하고 재조립하는 헤이세이 대수리를 하고 있다. 이 성의 보수공사가 완료되면 히메지의 관광객이 늘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단다.

이제 시골이라는거야.

히메지역을 출발한지 얼마 되지 않아서 흔히 볼 수 있는 농촌 광경이 펼쳐진다. 쉽게 말해 이 동네는 시골이라는거지. 지금은 논에 있던 벼들을 다 수확하지 않았을까 싶다.

열차에 흔적을 남기고 잠시 세면대를 이용했다.

카미고리역에 도착. 리뉴얼 수퍼 하쿠토가 2008년 굿디자인 수상을 했다고 자랑하고 있다.

역시 차장 아저씨가 말한 14시 42분은 여기 도착 시간이었어. 나는 다음에 오는 수퍼 이나바의 시각을 물어본건데.. 그래도 다행히 수퍼 이나바가 오는 시각까지는 30분도 남지 않았네. 앞서 말한대로 이 역에서 승무원 교대가 이루어지고, 열차는 산요혼센에서 치즈큐코센으로 들어간다.

이제부터 잠시 굿디자인상을 수상한 수퍼 하쿠토의 모습을 감상하시겠습니다.

HOT의 의미는 효고(Hyogo), 오카야마(Okayama), 돗토리(Tottori) 세 현의 영어 이니셜을 딴 것이라고.

열차가 출발하니 셔터 스피드가 따라가지 못하는 이 바보 카메라.

열차는 이제 치즈센으로 들어가 버렸고, 옆에 치즈큐코의 카미고리역이 있다.

인터넷에서 검색하다 알게 되었는데 일본에는 '철도무스메(鉄道むすめ)'라고 각 철도회사들의 제복을 입은 캐릭터들이 있다고 한다. 무스메라는 이름처럼 다 여자들인데, 아무래도 남자 중에 철도팬이 많아서일까 철덕들을 상대로 별짓을 다하네. 치즈큐코에도 철도무스메가 있나 구글링해서 찾아보았더니 있다.

이름은 미야모토 에리오(宮本えりお)라고 수퍼 하쿠토 차장이라고 하네. 이런 차장 언니 있으면 치즈역까지 타고 갔지.. 아이고~ 의미 없다.

역 이름을 보니 카키고리(カキ氷.빙수) 생각이 나네.

郡가 ごおり로 읽히는 장음이어서 카미고오리라고 하기도 하고 일본어 표기법에 의해 초성에 거센소리를 쓰지 않아서 가미고오리 또는 가미고리라고도 한다. 그러나 나는 카미고리라고 할래.

쩝. 그냥 조용한 시골역이라는 말 밖에 할 말이 없다.

방문 기념으로 애써 치즈큐코의 카미고리역에 가까이 가서 사진을 찍어주었어.
나중에 돈 벌어서 치즈큐코센도 타도록 할게.

할 일이 없어서 플랫폼 사진도 찍는다.

수퍼 이나바와 수퍼 하쿠토의 타는 곳이 다르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래도 스포츠센터가 있어 야간에도 야구나 테니스 등을 할 수 있는 것 같다. 시골이지만 부럽네.

건너편에 출구가 있다. 배가 고프고 하니 잠깐 나가서 먹을 것을 사와야겠어.
그런데 역 앞에는 그 흔한 편의점 하나 없다. 뭐 이래~

그래도 가게가 있을 것 같아 수색을 했고 드럭스토어를 찾았다. 드럭스토어라고 약 빨고 장사하는 곳 아닙니다. 나름 이 지역에서 날리는 체인점인 것 같았는데 지금 찾아보니 오카야마 쪽과 간사이 4개 현에 110개의 지점을 가진 곳이라 한다. 근데 왜 난 지금까지 못봤지?? 들어가서 도시락 하나와 뿅가리스웨트를 하나 사면서 1엔짜리 모아서 떨어버렸다. 아싸! 짐이 가벼워진 것 같아요!

열차가 자주 다니는 곳이 아니고 딱히 동네가 사람을 불러모으는 곳도 아니라서 복잡하지 않다. 평일이니까 모두 출근하고 학교에 가든가 했겠지.

그냥 시골이라니까.

역으로 돌아가니 수퍼 이나바가 이미 도착하고 있다. 아~ 이런! 저거 못타면 오카야마에 한 시간 정도 늦게 도착하게 되는데 해가 길지 않은 계절이니까 시간을 아끼기 위해서 열차에 뛰어든다. 열차는 단촐하게 2량 편성인데 1호차가 지정석, 2호차가 자유석임을 확인하고 2호차에 올라탄다. 자유석이니까 빈 자리를 찾아서 앉아야 하는데 끝에 빈 자리 두 개가 있다. 럭키~ 타고 난 뒤에 생각해보니 여기서 승무원 교대하고 진행방향 바꾸고 해야 하니 시간이 꽤 걸릴 텐데 괜히 서두른 것 같은 느낌이 든다. 수퍼 이나바는 예전에 봤을 수도 있는데 기억에 없고, 생각보다 단촐한 열차다. 낙장불입이라는 말처럼 이미 타버린 열차니까 사진 찍겠다고 다시 내리지는 않는다. 탑승객들 다수가 업무차 상경하는 것 같고, 나이 지긋하신 어르신들이 많고 해서 소란을 피우고 싶지는 않네.

차창 밖으로 보이는 선로. 구배가 심해서 탈선 방지를 위하여 가드레일을 설치해 두었다.
서울지하철 1호선 시청-종각역 구간에도 가드레일이 설치되어 있지 않나?

배고프니까 일단 밥을 먹는다.
따뜻했으면 맛있을 것 같은데..

오카야마에 도착.
모두 다 내린 열차 안은 이렇네.

열차는 회송으로 행선LED를 바꾸어 놓았네.

안테나숍인 "돗토리.오카야마 신바시관" 오픈 기념이라고 이런 스티커를 붙이고 다니는데 9월 28일부터 10월 27일까지 기간 한정이란다.

두 량이라 단촐하지만 빈 좌석 가득한 열차를 끌고 다니는 것보다는 낫지.

돗토리현의 상징인 배꽃을 그려놓았다고 하네.

이렇게 오카야마에 도착했음.

오카야마 맞아요~~~
오른쪽에 오카야마역 명판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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