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야부사

#1. 아오모리에 갑시다

2019. 4. 27. 01:59

지난 달에 홋카이도에 다녀온 이후, 한 달 조금 지나서 이번에 다시 일본행. 이번에는 JR패스 보통차용 7일권을 구입해서 갔는데, 홋카이도부터 큐슈에 시코쿠까지 다 돌아보고 왔다. 물론 깊이 있게 한 도시에 머무르지 않아서 이동하는 시간이 더 길었지만..

 

나리타공항역

JR기준으로 나리타공항의 제1터미널을 이용할 때는 나리타공항역에서 열차를 타면 되고, 2,3터미널을 이용할 때는 쿠코다이니비루역에서 열차를 타면 된다.

나리타공항으로 입출국을 하는 경우, 현 시점에서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은 제1터미널 , 이 회사들의 자회사인 진에어와 에어서울 모회사와 마찬가지로 역시 제1터미널을 사용한다. 이스타항공과 티웨이항공은 제2터미널을, 제주항공은 제3터미널을 사용한다.

 

가격만 놓고 보면 사철인 케이세이선이 더 저렴하기는 한데, 종착역이 케이세이우에노역이라서 조금 불편하다. JR우에노역과는 다소 거리가 있어서 짐이 많다면 JR이 낫지 않을까 싶다. 아니면 그냥 돈 조금 더 주고 에어포트 리무진을 타는 것이 좋을 것 같지만..

 

나리타익스프레스를 타고 토쿄로 갑시다.

 

건너편에 있는 열차는 케이세이의 스카이라이너. 당연히 JR승차권이나 패스로는 탈 수 없다. 나리타익스프레스가 비싸서 쾌속열차를 탄다면 가격이 저렴하기는 하지만, 나리타익스프레스에 비해 시간이 많이 걸리는 단점이 있다. 단, 치바, 후나바시, 킨시쵸 등에 간다면 이 열차를 타는 것이 낫다.

 

잠시 나리타익스프레스끼리 교행을 하기도 하고

 

나리타익스프레스용으로 사용되는 이 열차는 다른 구간에서는 운행하지 않고, 나리타공항에서 토쿄 및 근교 지역까지 다니는 열차로만 다닌다.

 

나리타역

종종 나리타공항에 가는 외국인 중에 나리타공항이 아닌 나리타역에 내려서 헤매는 사람이 있기도 한 것 같은데. 나리타역은 공항과 거리가 조금 있어서 이 역에서 내리면 공항에 가기 어렵다. 나리타공항에 갈 때는 이용하는 항공사의 터미널이 어느 터미널인지 확실히 인지하고 가야한다. 특히 3터미널은 이상한 곳에 쳐박혀 있고, 2터미널에서 꽤 걸어가야하니..

 

열차 안에 빈 좌석이 많다.

 

저 집들은 선로에서 떨어져 있지만 열차가 오가는 소리에 시끄러울 것 같은데..

 

토쿄스카이트리가 보인다. 현재 일본에서 가장 높은 건물인데, 원래 높은 곳에 올라가 주변 경관을 보는 것을 좋아하지만 이상하게도 이 건물 만큼은 올라가고 싶은 생각이 들지 않는다. 돈이 없어서..ㅋㅋㅋ

 

지은 지 얼마 안 된 건물이니까 내진설계는 확실하게 했겠지..

 

워낙 높은 건물이라 멀리서도 잘 보인다.

 

나리타익스프레스 및 쾌속에어포트는 소부선 승강장을 이용하므로 토쿄역 지하 승강장으로 도착한다. 토쿄역은 일본에서 가장 많은 노선이 오가는 역이므로, 주의가 필요한데, 토쿄역은 그야말로 여러 철도 노선이 얽히고 설켜있는 던전과도 같다. JR선만 해도, 일본에서 재래선이라 부르는 협궤 철도선이 토카이도본선(토쿄-코베), 토호쿠본선(토쿄-모리오카), 츄오본선(토쿄-나고야), 소부본선(토쿄-쵸시), 케이요선(토쿄-소가), 신칸센은 토호쿠신칸센(토쿄-신아오모리) 및 홋카이도신칸센(신아오모리-신하코다테호쿠토), 아키타신칸센(토쿄-아키타), 야마가타신칸센(토쿄-야마가타), 호쿠리쿠신칸센(토쿄-카나자와)이 있다. 그러나 일본에서 신칸센이라 하면 가장 상징적인 토카이도신칸센과, 현재 이 공사 중인 JR토카이의 츄오신칸센은 JR동일본과는 무관하다.

 

가족이 나들이를 가는 모양이다. 행복해 보여서 보는 사람도 기분이 좋아진다.

 

옥색의 E5계 하야부사가 코마치와 병결하여 대기 중이다. 이 열차는 모리오카역까지 함께 간 뒤, 신아오모리 또는 신하코다테호쿠토역까지 간다.

 

일본에서 신칸센이 그 비싼 가격을 유지하면서 사람들이 잔뜩 몰리는 것은 이렇게 신칸센을 이용해 통근 및 출장을 다니는 직장인들 덕분이다. 이 사람들도 자기 돈이 안 드니 부담없이 타는 것이고..

 

교통비가 비싼 나라인 만큼 서민층의 평범한 가족이라면 신칸센을 타고 홋카이도여행을 다녀오는 것이 꽤나 부담스러울 수 있다. 여러가지 할인 플랜이 있어도 비싸서..

 

신하코다테호쿠토행 하야부사와 아키타행 코마치는 모리오카역에서 분리되어 각자 제 갈 길을 가게 된다.

 

이와테누마쿠나이역

신칸센이 다니기는 하지만 이용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역이라고 만들어 놓고 몇몇 열차가 정차하기는 하는데, 아주 썰렁하다. 이 역 건물의 전기세 및 인건비를 포함한 각종 유지비를 생각하면 그냥 돈을 때려박고 있다고 보면 되겠다. 그러나 신칸센 운임이 비싸기 때문에 철도회사 전체적으로 본다면 돈을 아주 잘 번다. 그래서 돈이 생기면 한신대지진보다 더 큰 지진이 아니라면 망할 것 같지 않은 일본의 JR토카이와 JR동일본 주식을 사고 싶은데.. "돈이 없다!!"

 

하치노헤역

홋카이도신칸센 개통 전이었던 10여 년 전에 열차로 홋카이도에 가려면 하치노헤에서 내려서 특급열차로 환승해서 아오모리에 가서 세이칸터널을 지나 하코다테까지 갔던 일이 생각난다. 당시의 토호쿠본선의 말단부는 이미 제3섹터화되어서 JR패스로는 이용할 수 없게 되었다.

시치노헤토와다역

이 역은 이용하는 사람이 얼마 되지 않는 것 같다.

정차역이 꽤 많은데 그래도 4시간은 넘기지 않으니까 뭐..

 

드디어 신아오모리역에 도착.

그런데 묵을 호텔은 신아오모리역이 아닌 아오모리역에서 가깝다. 토호쿠신칸센의 신아오모리 연장 개업한 지 얼마 되지 않아서 기존 재래선인 토호쿠본선의 종착역인 아오모리역이 아오모리의 중심지 역할을 하고 있다. 오사카에 있는 신오사카역이 오사카역에 비하면 썰렁한 것을 생각하면 되겠다. 2년 전에 청춘18킷푸로 이동을 할 때 한 번 묵었던 적도 있는데, 시간이 꽤 지나서 기억하지는 못할 것 같고..

 

3월 중순인데 길에 녹지 않은 눈이 남아있다.

 

레지던스 건물인데, 뭔가 고급스러운 건물이다. 청소라든가 여러 가지 케어서비스를 제공하는 고급스러운 레지던스인가보다. 재정적인 여유가 있다면 노년에 이런 곳에서 지내는 것도 좋을 것 같은데 빚쟁이 주제에 그럴 돈이 어디 있나..

 

남대문이라는 음식점이 있다. 야키니쿠를 파는 것을 봐서는 재일한국인이 운영하는 가게인 것 같다. 일본에서 야키니쿠를 먹어보지 않아서 맛의 차이가 어떤지는 잘 모르겠다.

 

그냥 요시노야에 가서 조금은 비싼 밥으로..

 

3월 중순인데 아직까지 눈이 다 녹지 않았다.

그래. 토호쿠지역도 겨울이 긴 곳이었지..

호텔에서 체크아웃하면서 맡겨두었던 짐을 찾아서 하코다테역으로 갔다. 벌써 홋카이도신칸센 개업 1주년이 다가오는 시점이었다. 시간이 참 빨리도 간다.

 

JR동일본에서 오토나노큐지츠(大人の休日)라는 멤버십 같은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는데, 5일 동안 토호쿠신칸센과 홋카이도신칸센을 무제한으로 탈 수 있고, 26,000엔이라고. 이것은 연세가 조금 있으면서 경제적으로 여유가 있으신 분들을 대상으로 회원을 모집하는 프로그램이어서 아무나 구입할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홋카이도신칸센이 정비신칸센법에 의해 모리오카 이북으로는 시속 260km로 최고속도가 제한되므로 4시간의 벽을 뚫지 못한다. 중간에 오미야, 센다이, 모리오카, 신아오모리에만 정차하는 가장 소요시간이 짧은 열차도 4시간 2분이 걸리며, 정차역이 추가될수록 소요시간이 길어져 평균 약 4시간 20분 전후라고 생각하는 것이 좋다. 토쿄에서 하코다테까지 가장 빠른 교통수단은 역시 항공기라서 약 1시간 20분 안에 하코다테 공항에 도착하고, 공항버스를 타고 30분 안에 하코다테역까지 갈 수 있다.

 

183계 디젤동차로 운행하는 특급 호쿠토

이 열차도 꽤 연식이 되었을텐데..

 

키하 183계 특급형 디젤동차로 운행하는 호쿠토. 이 열차는 틸팅 기능이 없어서 수퍼호쿠토에 비해서 소요시간이 조금 길었는데, 새로운 열차를 도입하면서 곧 하코다테본선, 무로란본선의 정규운행에서 빠질 예정이라고 한다.

 

쾌속 하코다테라이너가 곧 출발 예정. 토쿄행 신칸센을 타려면 신하코다테호쿠토역으로 가야한다.

  

신칸센 출발시각에 맞춰서 하코다테역에서 신하코다테호쿠토역까지 신칸센 승객을 실어나른다.

 

차장이 열차 출발 시각을 기다리고 있다.

 

이렇게 열차에 빈 자리가 많은 것으로 봐서는 홋카이도신칸센은 아직도 승객들이 크게 늘어나지는 않은 것 같다.

 

신하코다테호쿠토행 쾌속 하코다테라이너

이 열차는 신하코다테호쿠토역까지 신칸센을 타러 가는 사람들을 태우고 갔다가, 하코다테역으로 돌아오는 사람들을 싣고 온다.

 

돈이 없어서 골골거리는 JR홋카이도에서 큰 마음 먹고 새로 전동차를 발주하여 들여온 신형 열차다.

 

저기 보이는 오래된 키하40형 디젤 동차가 아닌 신형 733계 전동차를 투입하고 있다. 물론 키하40형 열차는 하루에 정기적으로 몇 편 정도가 다니기는 하지만..

 

신칸센 개업이 1년 가까이 되어가는데 열차 안이 크게 닳은 것 같지 않은 것을 보니 여전히 이용하는 사람이 많지는 않은 모양이다. 하코다테라이너를 탔을 때도 늘 빈 자리가 있었던 것 같고, 홋카이도신칸센은 삿포로 연장이 이루어지기 전에는 별 도움이 안 될거라고 생각하고 있지만..

 

이 열차는 운행구간이 길지도 않고, 열차 운행 간격이 짧은 것도 아닌데다 신하코다테호쿠토역이 황량한 벌판에 지어진 역이라 유동인구가 많지는 않을 터라 이용하는 사람들이 많을 리가 없을 것 같다. 역시 1년 가까이 된 열차지만 여전히 깨끗한 상태이고. 물론 개업한지 거의 1년 가까이 되어가고 있으니 출입문 주변이나 좌석 주변에 스크래치가 생기기는 했지만...

 

저기에는 키하261계 열차가 놀고 있다.

요즘에는 열차의 도색을 하얀색에 그냥 스뎅색깔로 통일하는 것 같은데.. 도색비용 절감을 위해서인가 아니면 열차를 가볍게 하기 위해서인가..

 

신하코다테호쿠토역에 가까워지니 신칸센의 고가 선로가 보인다.

 

하야부사 34호. 현재 가장 최단시간인 4시간 2분에 토쿄와 신하코다테호쿠토 사이를 잇는 상행열차다. 토쿄와 신하코다테호쿠토역을 운행하면서 신아오모리, 모리오카, 센다이에만 정차하는 패턴을 가지고 있다.

 

어느덧 센다이에 왔으니, 이제 한 시간 반 정도면 토쿄에 가겠지.

 

홋카이도에서 사온 삿포로 클래식과 토쿄의 호텔 근처의 마트에서 구입한 그랜드 기린 병맥주와 함께 참치회를 저녁으로 먹고 잤다. 오전에 계속 걸어다녀서 그런지 맥주를 마시니 잠이 와서 일찍 잤다.



하코다테역에 도착하자마자 바로 개찰구를 나와서 미도리노마도구치(みどりの窓口)에 가서 청춘18 홋카이도신칸센 옵션권[각주:1]을 구입하러 갔다. 나는 얼굴을 기억하고 있지만, 나를 기억하지 못하는 직원에게 청춘18 옵션권을 사고 싶다고 하니 그것을 팔지 않는다고 한다.

"왜 안 파는 거에요?"

"지금은 판매하지 않아요."

"왜요? 그럼 아오모리까지는 어떻게 가요?"

"판매하지 않는다니까요. 도난이사리비철도를 타고 키코나이까지 가서, 키코나이부터 신칸센을 타면 됩니다. 빈 자리 아무 곳에나 앉아서 가세요."

조금 더 가까운 신하코다테호쿠토역에서부터 신칸센을 타면 되지만, 이 경우는 가격이 꽤 비싸지기 때문에 최대한 신칸센은 짧은 거리를 타는 것이 낫다. 신칸센 승차권은 운임과 요금 모두 제 가격을 내고 사야해서 가능한 한 짧은 구간만 타기로 했는데도, 도난이사리비철도선의 키코나이까지의 운임 1,110엔과 신칸센 특정특급권 가격 4,960엔을 합쳐 자그마치 6,070엔을 내야했다. 원래는 2,300엔의 청춘18 옵션권을 사서 도난이사리비철도를 타고 키코나이에서 오쿠츠가루이마베츠역 사이만 홋카이도신칸센을 이용하고, 오쿠츠가루이마베츠역과 환승이 가능한 재래선인 츠가루선의 츠가루후타마타(津軽二股)역에서 츠가루선을 타고 아오모리로 갈 생각이었다. 그런데 역무원이 청춘18 옵션권을 판매하지 않는다고 하면서 신칸센 승차권을 강매한 것이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들었다. 승차권과 영수증을 받아서 나오면서 계속 이상하다는 생각이 드는데, 얘네들이 텅텅 빈 채 운행하는 신칸센 표를 팔기 위해서 이러나 싶어서 아니 왜 옵션권을 팔지 않는지 생각해봤는데 이유는 알 수 없었다. 


역무원과 계속해서 실랑이를 벌일 수도 없고, 열차를 놓치기 전에 빨리 혼슈로 넘어가야 해서 짐을 가지고 키코나이행 도난이사리비철도선을 타러 갔다. 이미 주변은 어두워진 시간에, 재래선과 달리 신칸센은 자정 이전에 막차 운행이 종료되기에 마냥 여유를 부릴 수 없는 상황이기도 하고, 저렇게 단호하게 말을 하는 것으로 봐서는 뭔가 이유가 있는 듯한 느낌이 들어 일단 그냥 열차를 타러 갔다.


하코다테는 지명도에 비하면 작은 도시라서 조금만 도심에서 벗어나면 이렇게 암흑천지가 된다.

  

병행재래선이었던 에사시선을 도난이사리비철도라는 연선 지역자치단체에서 출자하여 새로 설립한 회사가 맡으면서 노선 이름도 도난이사리비철도선으로 바뀌었지만, 여전히 차량은 기존의 JR로부터 양도받은 차량을 가지고 영업을 하고 있다. 역에 붙어있는 역명판만 바뀐 회사의 로고를 단 것으로 바뀌었을 뿐, JR홋카이도의 키하 40계의 디젤 동차가 운영회사만 바뀐채 계속해서 이 노선을 달리고 있다. JR로 운행하던 때 다니던 세이칸(青函, 아오모리-하코다테) 연락용 특급열차 '수퍼 하쿠쵸' 로 운행하던 789계 열차는 전동차가 달릴 수 있는 삿포로 권역으로 옮겨가서 785계 열차를 대체하고 있다. 사족일지도 모르겠지만 덧붙이자면, 홋카이도에서 전동차가 다닐 수 있는 곳은 하코다테본선의 오타루-삿포로-아사히카와 구간과 하코다테-신하코다테호쿠토 구간, 치토세선(신치토세공항 방면 지선 포함), 무로란본선의 무로란-누마노하타 구간이 전부라서 비전화구간을 조금이라도 달리는 열차는 디젤 동차를 사용하고 있다.


직각에 수렴하는 키하 40계 열차의 좌석은 역시 편하지 않지만 별 수 없다.



매표소에서 정신이 없어서 그냥 넘어갔는데, 하코다테에서 고료카쿠까지는 JR구간이므로 150엔을 더 낸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도난이사리비철도선은 키코나이-교료카쿠까지이므로.. 아이스크림 하나 사먹을 돈을 날렸다. 흑흑 ㅠㅠ


키코나이역에서 환승시간은 9분. 도난이사리비철도 키코나이역에서 홋카이도신칸센 키코나이역의 거리가 그리 멀지는 않아서 뻘짓을 하지 않는다면 충분히 여유있는 시간이다. 타는 사람이 없어서 개찰구를 통과할 때 기다릴 필요도 없고.. 9월이지만 북쪽에 위치한 홋카이도인데다 주변에 별다른 인구밀집시설이 있는 곳이 아니라 그런지 썰렁한 느낌이 들었다.


전광판에 열차가 도착한다는 알림이 나왔다.


역 안에 아무도 없는 것으로 봐서 아마도 이 열차에 혼자 타는 것 같다.


이 열차들은 종착역에서 하룻밤을 지낸 뒤 아침 일찍 다시 신하코다테호쿠토로 돌아오는 열차일 것 같다.


열차가 들어오고 있다.

밤이라서 사진이 잘 나올 것 같지는 않지만 일단 시도를..


열차 전조등에 눈이 부시다.


하야테는 JR동일본 소속의 E5계 전동차로 운행하는데 토쿄-모리오카, 모리오카-신하코다테호쿠토 등의 노선 전체 구간이 아닌 일부만 운행하는 열차를 하야부사 대신 하야테라고 부른다고 한다. 하야테는 10년 전에는 지금은 사라져가고 있는 E2계 신칸센 열차로 토쿄에서 하치노헤까지 달리던 열차의 이름이었는데, 설계최고속도는 시속 315km였지만, 실제 운행시에는 시속 275km를 최고속도로 제한하였다. 신칸센은 가장 큰 경쟁상대인 항공기에 대응하기 위해 끊임없이 열차 속도를 올리는데 힘을 쏟았는데, 2011년에 E5계 전동차를 아키타신칸센 코마치와 병결하지 않는 토호쿠신칸센 구간의 영업운전에 투입하면서 시속 300km대의 고속화를 이루게 되었으나, 직후 발생한 토호쿠대지진으로 인하여 한동안 정상적인 운행을 못하는 시기가 있었고, 2013년 E3계 신칸센용 전동차를 대신할 E6계 신칸센용 전동차를 영업에 투입하면서 마침내 하야부사로 대표되는 토호쿠신칸센의 E5신칸센과 아키타신칸센의 E6신칸센의 코마치를 최고 시속 320km까지 속도를 끌어올리면서 모리오카까지 걸리는 시간을 최단 2시간 25분, 신아오모리까지는 2시간 59분으로 크게 단축하게 되었다. (단, 모리오카 이후는 정비신칸센법에 의해 시속 260km로 속도제한)


이번 여행에서 처음 보는 신칸센 열차라 반갑다. 지금까지 여태 재래선 똥차들만 줄창 타고 다녔는데..


순식간에 선두차가 지나갔다.


하야부사는 '매' 라는 뜻을 가지고 있어서 주로 하야부사로 운용되는 E5계 열차에 새 그림을 그려놓은 것 같다. JR홋카이도에서 보유한 H5계 열차에는 새 대신에 홋카이도의 모양을 형상화한 로고가 그려져 있고, 핑크색 가로줄무늬 대신 파란색의 가로줄이 있다.

 

11량 편성의 열차라 도착하는 것도 꽤 시간이 걸린다.


이 시간에 상행열차의 행선지가 모리오카, 다음 열차는 신아오모리다. 홋카이도신칸센으로 토쿄까지 가려면 신하코다테호쿠토에서 18시 36분에 출발하는 하야부사 38호 열차가 막차다. 그 이후에는 센다이, 모리오카, 신아오모리행 열차로 시간이 늦어질수록 행선지가 점점 가까워진다.


열차에 올라타서 빈 자리에 앉아서 간다. 원래 토호쿠신칸센과 홋카이도신칸센은 전석 지정석으로 운영하고 있어서 좌석 지정을 받아야 하지만, 만석인 경우 입석특정특급권이라는 승차권을 발행한다. 입석 승차권이지만, 보통차에 빈 자리가 있는 경우 앉아서 갈 수 있고, 좌석 지정을 받은 승객이 오는 경우 비켜주어야 한다. 예를 들면 키코나이에서 신아오모리역까지 갈 때, (그럴 리는 아주 드물겠지만) 오쿠츠가루이마베츠역까지만 공석이 있으면 지정한 좌석이 아니더라도 앉아서 가다가 오쿠츠가루이마베츠역에서 그 좌석을 지정한 승객이 타면 다른 빈 자리를 찾아 앉아서 가든가, 그나마 빈 자리가 없다면 객실 내 혹은 통로에서 서서 가야 한다. 홋카이도신칸센의 승차율이 저조하기 때문에 - JR홋카이도 역시 그럴 것이라 예상했다지만 - 빈 자리가 많이 있어도 가까운 거리라면 입석특급권을 판매하면서 승객들의 부담을 덜어주고는 있는데 그 가격도 만만치가 않다.


 

춤추는 것이 이 지역의 문화재인가보다.

세이칸터널을 지나 오쿠츠가루이마베츠역에 도착했다. 역 이름이 상당히 긴데 원래는 오쿠츠가루(奥津軽)역으로 명명하려고 하였으나, 이 역이 위치한 히가시츠가루군 이마베츠쵸에서 '이마베츠(今別)'를 역명에 넣어달라고 하여 이렇게 긴 역 이름이 되었다고 한다. 천안아산역과 같은 케이스라고나 할까. 이 역과 재래선 츠가루선(津軽線) 츠가루후타마타(津軽二股)역이 환승이 가능하다. 청춘18 홋카이도신칸센 옵션권을 가진 경우라면 여기서 내려서 재래선으로 환승하여 아오모리까지 가야 하지만, 옵션권도 없거니와 이미 이 역에서 아오모리 방면으로 가는 열차 운행이 끝난 상태라 별 수 없이 신아오모리까지 신칸센을 타고 가야 한다. 


역 이름이 아홉음절이니 참 길다. 한국에서는 부산지하철의 국제금융센터·부산은행이 가장 긴 역 이름이라고 하는데, 일본에서는 읽는 법으로는 '미나미아소미즈노우마레루사토하쿠스이코겐(南阿蘇水の生まれる里白水高原, みなみあそみずのうまれるさとはくすいこうげん)'역과 카시마임해철도의 오아라이선의 '쵸-자가하마시오사이하마나스코-엔마에(長者ヶ浜潮騒はまなす公園前, ちょうじゃがはましおさいはまなすこうえんまえ)' 라는 역이 가장 긴 역 이름이고, 글자로는 토쿄디즈니랜드스테이션(東京ディズニーランド・ステーション)역이라고 하니 오쿠츠가루이마베츠는 여기에 이름을 내밀기 어려울 것 같다. 재래선 막차 시간에 이전에 왔다면 이 역에서 츠가루선 열차를 탈 수 있었겠지만, 이미 열차가 떠난 지 오래라 선택의 여지가 없기에 계속해서 비싼 신칸센을 타고 신아오모리까지 가는 수밖에 없었다.


텅 빈 열차에서 내릴 때가 되었다. 신아오모리역부터는 노선의 관리회사가 JR홋카이도에서 JR동일본으로 바뀌면서 신칸센을 운행하는 운전수와 승무원이 해당 구간 소속으로 교대하기에 다른 역보다 1분 정도 더 긴 2분간 정차를 한다. 신아오모리역은 토호쿠신칸센 연장에 따라 비교적 최근에 개업한 역이라서 역 주변에 별다른 상권이나 시설은 없다. 다만, 처음부터 토호쿠신칸센의 재래선 환승을 고려해서 역 위치를 선정한 덕분인지 오우본선이 지나가는 경로에 역을 만들어 아오모리의 중심이라 할 수 있는 아오모리역까지 갈 수 있다.


이제 다시 청춘18 승차권을 사용할 때가 되었다.


신아오모리에서 아오모리까지는 3.9km 정도 떨어진 바로 다음 역이라 금방 도착했다.


운행을 마친 승무원이 내려서 열차 확인을 하고 자리를 바꾸러 이동하고 있다.


열차는 동해안을 따라 아키타에서 아오모리를 오가는 고노선(五能線)에서 운행하는 열차인데, 츠가루선으로 출장나온 모양이다.


고노선 전선 개통 80주년이라고 한다. 이름은 많이 들어보았고, 선로 주변의 풍경이 좋다고 하는데 갈 기회가 없었다. 알고도 가지 않은 것도 있지만 늘 아오모리는 혼슈에서 홋카이도에 가는 길목이었지, 이 지역은 다녀본 적이 없다. 토호쿠지역에서는 센다이, 아키타, 카쿠노다테 정도만 가보고 다른 곳은 그냥 지나가다 잠시 열차가 멈추었을 때 주변을 살펴보는 정도였다. 2011년 동일본대지진으로 인하여 후쿠시마 원전사고 이후로는 혼슈에서 홋카이도에 오갈 때만 그냥 지나가는 정도. 사고 발생 후 한동안 아예 동일본 방면에 가지도 않았고, 홋카이도에 갈 때도 빠른 신칸센 대신에 동해안쪽으로 돌아가는 방법을 택하기도 했는데, 지금은 그냥 별 생각없이 다니고 있다.


열차는 행선을 츠가루신죠행으로 바꾸고 다시 돌아가는 것 같다. 열차는 고노선에서 개통 80주년을 기념하고 있는데 고노선을 달리지는 않는 모양이다. 이 시간에는 이용하는 승객이 없어서 그런가.. 이 지역 역시 겨울이 되면 춥고 눈이 많이 오는 곳이고, 승하차하는 사람들은 많지 않으니 버튼을 눌러 문을 열고 닫도록 되어 있다.


노인배려용 의자가 있는 것 같다.

한국에는 노약자석 뿐 아니라 무임승차까지 있다고..


뭐니뭐니해도 아오모리의 상징은 사과겠지!

하나 써서 붙여두려고 했는데 저 사과모양 빨간 종이가 없다..


호텔에 가서 체크인을 하고 프런트에서 손톱깎이를 빌려 그 사이 긴 손톱을 자르고, 밖에 나가서 요시노야에서 저녁을 먹고 돌아와 씻고 잠을 잤다. 하는 것이 없어도 12시간 넘게 열차를 타거나 기다리면서 쌓인 피로 덕분에 금방 잠들었다.

  1. 홋카이도신칸센 개업과 함께 세이칸터널을 지나는 재래선 여객열차의 운행이 중단되고, 홋카이도신칸센만 운행하게 되면서, 청춘18 승차권 소지자에 한해서 고료카쿠-키코나이간의 도난이사리비철도선과 키코나이-오쿠츠가루이마베츠역 간의 홋카이도신칸센 특정특급권을 2,300엔에 판매한다.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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