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란색 테니스공

1라운드에서 라파엘 나달(스페인·2위)이 무명의 선수에게 크게 혼나더니 2라운드에서는 앤디 머리(영국·4위)가 로빈 하세(네덜란드·41위)에게 혼쭐이 나며 3:2(6-7(5) 2-6 6-2 6-0 6-4)의 진땀승을 거두었다. 시드 배정자들이 더러 탈락하기도 하였지만 톱랭커들과 미국 선수들이 4라운드에 진출하며 큰 이변은 일어나지 않았다.

경기가 잘 풀리지 않는 샤라포바 ⓒ Philip Hall/usopen.org

여자 3라운드 경기에서는 우승 후보 중의 하나로 꼽혔던 마리아 샤라포바(러시아·4위)가 플라비아 페네타(이탈리아·25위)에게 패하며 조기 탈락하는 이변이 일어났다. 실력을 떠나 흥행 면에서도 최고 인기 스타인 샤라포바의 탈락은 대회 관계자들은 물론 중계하는 사람들까지도 상당히 실망했을 것 같다.

<남자 2라운드>

나달은 윔블던에서 존 이스너와 사상 최장 시간 경기의 기록을 세웠던 니콜라 마위(프랑스·99위)를 만났다. 나달은 1라운드의 고전이 약이 된 덕분인지 훨씬 나아진 움직임을 보였는데, 강력한 톱스핀 스트로크를 앞세워 마위를 밀어붙여 두 세트 모두 6-2로 쉽게 이기며 앞서갔다. 3세트 첫 게임에서 마위는 갑자기 복근의 통증을 호소하며 경기를 기권했고, 나달은 손쉽게 3라운드에 진출하였다.

나달의 명품 포핸드 스트로크 ⓒ Philip Hall/usopen.org

머리는 경기 후 "이렇게 경기를 한다면 나는 집에 돌아가고 말 것이다" 고 말할 정도로 예상 밖의 고전을 했는데, 마치 두 명의 다른 사람이 경기를 한 듯한 앞의 두 세트와 뒤의 세 세트의 경기 내용은 천지차이였다. 1세트 타이브레이크에서 머리는 4-1로 앞서다 실책 4개를 포함하여 연속해서 다섯 포인트를 내 주며 충격의 역전패를 당하더니 2세트에서는 실책으로 스스로 무너지고 말았다. 궁지에 몰리니 정신을 차렸을까 머리는 3세트부터 달라진 모습을 보이며 경기를 뒤집었다.

집에 갈 뻔했던 머리 ⓒ Philip Hall/usopen.org

앤디 로딕(미국·21위)은 미국에서 개최되는 대회의 이점을 안고 와일드카드를 받아 출전하게 된 잭 삭(미국·555위)을 3:0(6-3 6-3 6-4)으로 이기고 3라운드에 진출했다. 아직 19세 생일도 지나지 않은 삭은 대선배인 로딕을 맞아 분전했지만 실수를 연발하며 경험을 쌓는데 만족해야 했다. 로딕은 최고 140mph(225km/h)의 광속 서브를 꽂아 넣으며 11개의 에이스를 기록했고, 서브를 넣은 뒤 70% 이상을 득점으로 연결하면서 경기를 쉽게 이겼다.

로딕은 3년만에 US오픈 4라운드에 진출했다 ⓒ Rob Loud/usopen.org

마위와 함께 장시간 경기 기록을 세웠고 로딕에 지지 않는 강서버인 존 이스너(미국·22위)도 역시 와일드카드로 출전한 로비 지네프리(미국·363위)를 3:0(6-4 6-3 6-4)으로 이겼다. 이스너는 20개의 서브 에이스를 기록하면서 지네프리를 압도하였는데, 서브 게임을 단 한 번도 빼앗기지 않으며 세트마다 한 번씩 나온 브레이크로 승리를 거두며 최근의 상승세를 이어갔다.

왠지 이번 대회의 다크호스가 될 것 같은 이스너 ⓒ Philip Hall/usopen.org

다비드 페레르(스페인·5위) 역시 제임스 블레이크(미국·63위)를 3:0(6-4 6-3 6-4)으로 제압했다. 페레르와 블레이크는 어느 한 쪽이 상대를 압도하지 못하는 거의 대등한 경기를 했지만 블레이크가 무려 51개의 실책을 저지르며 점수를 헌납하면서 페레르의 손쉬운 승리로 끝이 났다.

나달에 가려진 스페인 2인자 페레르 ⓒ Don Starr/usopen.org

아르헨티나 선수들의 선전도 눈에 띄었는데 후안 마르틴 델 포트로(18위)를 비롯하여 주니어 시절 페더러보다도 잘 나갔던 다비드 날반디안(76위)과 노장 후안 이그나시오 첼라(24위)가 승리했고, 질레스 시몬(프랑스·12위)과 펠리시아노 로페스(스페인·26위) 등이 역시 3라운드에 진출했다. 반면에 시드 배정자 중 스타니슬라스 바브링카(스위스·14위)와 위르겐 멜처(오스트리아·17위), 이반 류비치치(크로아티아·31위)가 2라운드에서 탈락하였다.

 

<여자 3라운드>

서리나 윌리엄스(미국·27위)는 부상 이후 아직 정상 궤도에 오르지 못했고 이제 나이가 부담스러워지는 시기가 되었고, 전년도 우승자 킴 클라이스테르스(벨기에·3위)는 출전하지 않았다. 부상 복귀 이후 아직 그랜드슬램 우승이 없는 샤라포바에게는 이번 대회가 화려한 부활의 마침표를 찍을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

샤라포바를 이긴 페네타 ⓒ Philip Hall/usopen.org

그러나 샤라포바는 그동안 큰 두각을 나타내지 못했던 노장 페네타를 상대하여 화려한 실책쇼를 벌이며 2-1(6–3 3–6 6–4)로 패했다. 1세트에서 서브에 심각한 난조를 보인 샤라포바는 더블 폴트와 실책으로 두 번의 브레이크를 당하며 힘없이 무너지는가 싶더니 연달아 두 번의 브레이크를 하면서 동점으로 갈 절호의 찬스를 잡았다. 그러나 실책과 더블 폴트로 서브 게임을 내주며 추격 의지가 꺾이고 말았다. 2세트에서 여전히 샤라포바가 자신의 점수는 물론 페네타의 점수까지도 올릴 정도로 불안정한 경기를 했지만 집중력이 살아나면서 1세트와는 반대로 샤라포바가 세트를 따내고 3세트를 맞이했다. 페네타는 먼저 세 게임을 따내며 3-0을 만들었지만 4-1에서 연속으로 세 게임을 내주며 동점을 허용하였다. 그러나 페네타가 서브 게임을 지키며 5-4로 만든 반면, 샤라포바는 연속하여 더블 폴트로 0-30으로 몰린 후 페네타에게 백핸드와 포핸드 위너를 얻어맞고 무릎을 꿇었다. 이 경기에서 샤라포바의 더블 폴트는 12개, 실책은 60개에 달했다.

서브를 넣는 즈보나레바 ⓒ Philip Hall/usopen.org

샤라포바와 같은 러시아 출신의 베라 즈보나레바(2위)와 마리아 키릴렌코(29위)는 2:0의 승리를 거두면서 4라운드에 진출했다. 그랜드슬램과는 인연을 맺지 못하고 있는 즈보나레바 역시 이번 대회가 무관의 한을 풀 좋은 기회가 되었는데, 아나벨 메디나 가리게스(스페인·33위)를 맞아 2:0(6-4 7-5)으로 승리하며 4라운드에 진출하여 자비너 리지키(독일·22위)와 맞붙게 되었다. 더운 날씨 탓이었을까 두 선수 모두 서브 난조를 보이기도 했고 임팩트 없이 경기가 다소 지루했는데 팽팽한 순간에서 즈보나레바가 가리게스의 서브 게임을 빼앗으며 승리를 가져갔다.

기계같은 느낌을 주는 스토서 ⓒ Don Starr/usopen.org

호주의 희망 사만다 스토서(10위, 호주를 비롯한 영미권에서는 애칭인 샘 스토서라고 부른다)는 러시아의 나디아 페트로바(25위)와 매 세트 접전을 치르며 2:1(7-6(5) 6-7(5) 7-5)로 3시간이 넘는 대혈전에서 승리했다. 2세트에서 타이브레이크 끝에 기사회생한 페트로바는 3세트 초반 상승세를 이어가며 3-1로 앞서갔다. 그러나 스토서는 페트로바가 서브를 넣는 여덟 번째 게임을 듀스 끝에 브레이크하면서 4-4 동점을 만들었고, 6-5로 앞선 마지막 게임을 페트로바의 연속 실책에 힘입어 승리하면서 4라운드 진출권을 손에 넣었다. 올해는 물론 작년 프랑스오픈 준우승 이후 그랜드슬램에서 4라운드 이상 올라간 적이 없었던 스토서는 모처럼 좋은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강서버 리지키 ⓒ Andrew Ong/usopen.org

비너스의 기권으로 인한 부전승으로 쉽게 3라운드에 올라온 리지키는 이리나 팔코니(미국·79위)에게 52분만에 2:0(6-0 6-1)의 완승을 거두었다. 리지키는 서브 성공률의 난조에도 불구하고 남자 선수 수준의 강한 서브로 팔코니를 압박하였고, 약점인 수비에서 팔코니의 서브를 강한 리턴으로 반격하여 점수를 내면서 정신없이 몰아붙이며 역시 4라운드에 진출했다. 중국의 펑슈웨이(14위)는 독일의 줄리아 괴르게스(19위)를 2:0(6-4 7-6(1))로 이기면서 유일한 아시아 선수의 자존심을 지켰다.

 

<Player of the Day>

페네타가 "오늘의 선수"로 선정되었다 ⓒ Philip Hall/usopen.org

그리고 페네타를 오늘의 선수로 만들어 준 샤라포바 ⓒ Philip Hall/usopen.org

사흘에 걸쳐 1라운드 경기를 마친 남자 선수들은 이 날부터 두 조로 나뉘어 격일로 2라운드부터 8강까지의 경기를 치르게 된다. 1라운드를 이틀에 마친 여자 선수들은 2라운드 경기 일정에 들어갔는데 승자의 경우 8강까지 하루 휴식 후 경기를 치르는 일정이 이어진다.

9월 1일 (대회 4일째, 현지 시간 기준)

<남자부>

본선 참가자의 절반만이 살아남은 2라운드 경기. 우승권에 있는 강호들은 손쉬운 승리를 거두며 3라운드에 진출하였지만, 사람의 일에 늘 절대적인 것은 없다고 시드 배정자 네 명이 탈락했다.

조코비치의 여유 ⓒ Chris Trotman/Getty Images

No.1 노박 조코비치(세르비아)는 1라운드에 이어 2라운드도 아주 쉽게 이기면서 가장 강력한 우승후보로서의 면모를 과시했다. 조코비치는 카를로스 베를로크(아르헨티나·74위)를 상대하여 한 시간 반만에 3:0(6-0 6-0 6-2)으로 승리했다. 조코비치는 첫 서브의 성공률이 다소 좋지 않았지만 차분하게 임하여 더블 폴트는 범하지 않았고, 발빠른 수비와 순간적인 공세 전환으로 베를로크의 서브를 무력화시키며 클래스의 차이를 보여주었다. 조코비치의 3라운드 상대는 러시아의 니콜라이 다비덴코.

페더러를 보면 테니스 참 쉽게 한다는 느낌을 받는다 ⓒ Chris Trotman/Getty Images

로저 페더러(스위스·3위)는 두디 세라(이스라엘·93위)를 맞아 조코비치보다 빠른 77분만에 3:0(6-3 6-2 6-2)으로 가볍게 이겼다. 페더러는 1라운드에 비해 서브 정확도가 좋았는데, 첫 서브의 88%, 두 번째 서브의 82%를 점수로 연결시키는 아주 효율적인 경기로 내줄 점수는 내주면서도 경기를 쉽게 풀어갔다. 여전히 포핸드와 백핸드 가릴 것 없이 예리한 맛이 떨어지는 것이 보면서 불안함이 느껴지지만 무뎌진 움직임에도 할 것은 다 하는 그의 재주가 그저 놀라울 따름.

"노장은 살아있다" 를 보여주려 애쓰는 페레로 ⓒ Julian Finney/Getty Images

역시 세월을 이기지 못하고 100위권 밖으로 밀려나버린 전직 1위 후안 카를로스 페레로(스페인·105위)는 가엘 몽피스(프랑스·7위)를 3:2(7-6 5-7 6-7 6-4 6-4)로 힘겹게 누르고 3라운드에 진출했다. 1세트를 타이브레이크 끝에 힘겹게 따낸 페레로는 2세트를 아쉽게 내주고 3세트도 타이브레이크 끝에 내주며 위기에 처했지만 노련미를 앞세워 몽피스를 제압했다. 4세트 3-3에서 몽피스는 포핸드 실책으로 서브 게임을 내주면서 마지막 5세트까지 가게 되었고, 페레로는 몽피스의 첫 서브 게임을 브레이크하면서 리드를 잡더니 끝까지 지켜 승리를 거두었다. 몽피스는 21개의 에이스와 81개의 위너에도 불구하고 81개의 실책으로 울어야했다.

송가는 날아다니는 사진 밖에 찾을 수 없다 ⓒ Julian Finney/Getty Images

몽피스의 동료인 프랑스의 리샤르 가스케(13위)와 미카엘 르요라(30위)는 각각 이보 카를로비치(크로아티아·94위)와 케빈 앤더슨(남아공·34위)에게 덜미를 잡히며 시드를 받은 프랑스 선수 세 명이 탈락하였다. 그러나 프랑스의 에이스인 조-윌프리드 송가(11위)는 무명의 세르게이 부브카(우크라이나·207위)를 누르고 3라운드에 진출했다. 체코의 노장 라덱 스테파넥(25위)은 후안 모나코(아르헨티나·36위)와의 경기에서 0:2로 뒤진 3세트 도중 기권하면서 탈락자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세르비아와 함께 남자 테니스의 대세인 스페인은 페레로 외에도 페르난도 베르다스코(19위)와 마르셀 그라놀레스(32위)가 3라운드에 진출했고 마디 피쉬(미국·8위)와 토마스 베르디흐(체코·9위) 등도 무난히 승리를 거두었다.


<여자부>

그랜드슬램 무관의 No.1 카롤리네 보스니아키(덴마크)는 미모만큼은 손꼽히는 아란차 러스(네덜란드·82위)를 2:0(6-2 6-0)으로 63분만에 가볍게 이겼다. 러스는 보스니아키의 두 배가 넘는 31개의 실책을 저질렀고, 첫 서브의 33%만을 득점으로 연결시키는 등 스스로 자멸했다. 수비가 뛰어난 보스니아키를 이기기 위해서는 양 사이드라인을 흔드는 정확하고 빠른 스트로크가 없다면 어려운 일이다.

저 스윙에 맞으면 많이 아플 것 같다는 ⓒ Chris Trotman/Getty Images

강력한 우승후보 서리나 윌리엄스(미국·27위)는 리처드 크라이첵의 배다른 남매인 미카엘라 크라이첵(네덜란드·74위)을 2:0(6-0 6-1)으로 49분만에 셧아웃시켰다. 서리나는 첫 서브의 성공률이 60%대에 그쳤지만 일단 들어가기만 하면 90%이상을 점수로 연결시킨데 반해 크라이첵은 서브 성공률이 44%에 그치고 절반 정도만 점수로 연결시키며 큰 실력차이를 보여주었다. 서리나의 타구를 받아내기 어렵다는 것이 다시 입증된 경기.

위풍당당은 이럴 때 쓰는 말 ⓒ Michael Heiman/Getty Images

세르비아 출신의 두 옐레나, 얀코비치(세르비아·12위)와 도키치(호주·73위)가 붙은 경기에서는 노련함과 안정감이 앞서는 얀코비치가 승리를 거두었다. 얀코비치가 잘했다기보다는 50%가 채 되지 않는 첫 서브 성공률과 15개의 더블 폴트, 그리고 36개의 실책으로 도키치가 자멸한 경기였다. 다혈질 성격의 도키치는 경기가 잘 풀리지 않을 경우 더 힘들게 경기를 이끌어가기도 하는데 이 날이 바로 그랬다.

가끔 얀코비치의 나이를 보면 놀랍기는 하지만 ⓒ Julian Finney/Getty Images

안드레아 펫코비치(독일·11위)는 중국의 정지에(78위)에게 2:1(3-6 6-3 6-3) 역전승을 거두었다. 펫코비치는 1세트를 내주고 2세트에서도 1-3으로 끌려가면서 위기를 맞이했지만 3게임 연속 브레이크와 함께 내리 다섯 게임을 따내면서 승부를 원점으로 돌렸다. 3세트에서 정지에는 1-1에서 펫코비치의 서브게임을 브레이크하며 앞서갔지만 펫코비치가 2게임 연속 브레이크와 함께 내리 네 게임을 따내며 승부를 결정지었다. 공격적으로 덤비는 정지에의 파상공세를 펫코비치는 차분하게 받아내면서 실책을 유도하여 경기를 승리로 이끌었다.

자랑은 아니지만 펫코비치의 경기는 처음 보았다 ⓒ Julian Finney/Getty Images

그리고 빅토리아 아자렌카(벨라루스·5위), 프란체스카 스키아보네(이탈리아·8위)와 스베틀라나 쿠즈네초바(러시아·17위) 등이 승리를 거두었고, 아나 이바노비치(세르비아·18위)는 상대의 기권으로 손쉽게 3라운드에 진출했다. 리나를 눌렀던 시모나 할렙(루마니아)과 시드 배정자인 자밀라 가조소바(호주·31위)는 탈락했다.

 

<Player of the Day>

이번 대회 남자 단식 출전자 중 두 번째로 나이가 많은 31세의 페레로 ⓒ Julian Finney/Getty Images

페레로의 경기가 열렸던 루이 암스트롱 스타디움의 모습 ⓒ Patrick McDermott/Getty Images

 

<보너스 사진>

조코비치의 여자친구인 옐레나 리스틱 ⓒ PacificCoastNews.com

여자 선수들은 1라운드를 통과한 마치고 2라운드에 돌입하였고, 지난 이틀 동안 경기가 없었던 32명의 남자 선수들은 1라운드 경기를 가졌다. 상위권 선수끼리 초반에 맞붙어 탈락하는 사태를 예방하고자 상위 32명의 선수에게 시드를 배정하여 최소 3라운드까지는 맞대결을 피하도록 대진표를 편성하지만 꼭 생각지도 않았던 선수들에게 혹은 잠시 랭킹이 떨어져 시드를 받지 못한 선수들에게 덜미를 잡혀 조기 탈락하는 선수들이 어김없이 발생했다.

6번 시드를 배정받았던 로빈 소더링(스웨덴·6위)이 허리부상으로 대회 직전 불참을 통보하면서 운좋게도 호게리오 다 실바(브라질·111위)에게 자리가 주어졌다. 다 실바는 1라운드를 통과하면서 최소한의 체면치레는 하였는데 어느 정도까지 갈 지는 알 수 없다.

대회 3일째 (8월 31일, 현지 시간 기준)

<남자부>

이미 대부분의 선수들이 1라운드를 경기를 치른 뒤라 두 명의 앤디, 머리와 로딕에게 관심이 집중되는 가운데, 2년 전 우승을 차지했던 후안 마르틴 델 포트로(아르헨티나, 19위) 정도에 눈길이 가는 정도였다.

올해 노박 조코비치를 이긴 단 두 명의 선수 중의 하나인 앤디 머리(영국·4위)는 인도의 솜데브 데바르만을 맞아 첫 경기를 가졌다. 데바르만은 세계랭킹이 64위로 머리와는 꽤 차이가 나지만 첫 세트에서 선전하면서 머리를 압박했다. 머리는 자신의 서브게임을 내주며 끌려갔지만 1-3에서 4-3으로 역전시키며 분위기를 가져왔다. 그러나 데바르만은 쉽게 물러나지 않고 서브게임을 지키며 6-6까지 끈질기게 따라갔고 타이브레이크에 돌입하였다. 초반에 실책으로 경기를 어렵게 풀어갔던 머리는 승부처에서 긴장을 잃지 않고 적시에 브레이크를 하면서 리드를 잡았고 첫 세트를 가져갔다. 그리고 기세가 꺾인 데바르만을 몰아붙여 이어진 두 세트를 어렵지 않게 이기며 두 시간 반 가까이 걸린 경기를 3:0(7-6 6-2 6-3)으로 승리했다.

이틀이나 라이벌들의 경기를 지켜보았던 앤디 머리가 드디어 첫 경기를 가졌다 ⓒ Nick Laham/Getty Images

대회가 열리는 미국의 간판 스타인 앤디 로딕(21위)은 최근 계속되는 부진으로 랭킹은 많이 하락하였지만 강서브를 앞세워 역시 미국의 마이클 러셀(96위)을 누르고 2라운드에 진출했다. 로딕은 두 세트를 쉽게 이긴 후 3세트에서 러셀의 거센 저항에 세트를 내주며 4세트까지 가면서 3:1(승리를 거두었다. 서브와 포어핸드 스트로크 외에는 상위 랭커들과의 경기에서 경쟁력을 가질 수 없는 것이 로딕의 한계이기는 하지만 유일하게 그랜드슬램 타이틀을 차지한 대회가 US오픈이었다는 점이 그에게는 좋은 기억이 아닐까 싶다. 그러나 이제는 서브마저도 예전만큼 빠르고 날카롭지 않아서 문제다.

로딕은 올해의 부진을 씻을 수 있을지 ⓒ Nick Laham/Getty Images

최근 US오픈 시리즈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며 랭킹을 끌어올려 시드 배정까지 받은 존 이스너(미국·22위)는 난적 마르코스 바그다티스(사이프러스·59위)를 3:1(7-6 7-6 2-6 6-4)로 이기고 2라운드에 진출했다. 이스너는 최고 141mph(227km/h)의 강서브를 앞세워 코트에 폭격을 가했는데 바그다티스가 끈질긴 선수이기도 하지만 실책을 남발하면서 어려운 승부를 했다. 그러나 이스너는 두 번의 타이브레이크, 특히 2세트에서는 13-11로 세트를 가져오면서 경기를 승리로 이끌 수 있었다. 2006년 세계랭킹 8위까지 올라갔던 바그다티스지만 부상과 부진이 이어지면서 최근에는 헤매고 있는 모습. 팬서비스도 좋고 애국심도 있어서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선수인데 아쉽다.

한창 물오른 기량의 이스너 ⓒ Chris Trotman/Getty Images

역시 전 우승자인 델 포트로는 이탈리아의 필리포 볼란디(85위)를 3:0(6-3 6-1 6-1)으로 1시간 28분만에 쉽게 이겼다. 서브부터 공격과 수비 모두 델 포트로의 일방적인 우위여서 다소 싱거웠던 경기였다. 상대가 약했기에 델 포트로에 대한 평가는 이른 것 같은데, 조금 더 지켜볼 필요가 있다. 스페인의 니콜라스 알마그로(10위)는 시드 배정 후 출전 포기를 선언한 소더링을 제외하고는 이 날 탈락한 유일한 남자 단식 시드 배정자였다.

델 포트로는 2년 전 영광을 재현할 수 있을지 ⓒ Chris Trotman/Getty Images

 

<여자부>

2라운드 첫날 경기에서 시드 배정자들 중 마리온 바르톨리(프랑스·9위), 아그네스카 라드반스카(폴란드·13위), 도미니카 치불코바(불가리아·15위)와 야니나 위크마이어(벨기에·21위)가 탈락했고, 자비너 리지키(독일·18위)와 파워넘치는 서브 대결을 벌일 것으로 기대했던 비너스가 기권하면서 리지키는 손쉽게 3라운드에 진출하는 행운을 잡았다.

첫 경기에서 불안한 모습을 보였던 마리아 샤라포바(러시아·5위)는 한층 나아진 모습으로 가볍게 3라운드에 진출했다. 아나스타샤 야키모바(벨라루스·84위)를 상대한 샤라포바는 서브가 잘 들어가면서 경기를 쉽게 풀어갔는데 공격적으로 나서면서 실책이 많아진 것이 조금 아쉬웠다. 샤라포바를 상대하기에는 야키모바(야키소바가 아님)의 실력이 많이 부족해서 재미없었다. 2:0(6-1 6-1)의 샤라포바의 완승. 샤라포바의 경기는 그 날 컨디션이 어떠냐에 따라서 너무 달라져 복불복 수준이다.

이제 20대 중반이 된 샤라포바는 경기력이 안정될 때도 되었는데.. ⓒ Nick Laham/Getty Images

실력에 비해 저평가되고 유명하지 않은 베라 즈보나레바(러시아·2위)는 카테리나 본다렌코(우크라이나·69위)와 접전을 벌여 2:1(7-5 3-6 6-3)으로 이겨 3라운드에 진출했다. 실력에 비해 스타성이 부족한 것이 즈보나레바의 아쉬운 점이기도 한데 어느 정도는 타고나는 것도 있고 주변에서 어떻게 포장을 해주느냐가 중요한 것 같다. 즈보나레바는 1세트에서 본다렌코와 브레이크를 한 번씩 주고 받으며 팽팽한 접전을 벌였는데 5-5에서 포핸드 위너로 상대 서브게임을 가져오고 마지막 게임을 잘 지키며 7-5로 마무리했다. 그러나 3-2로 앞서던 2세트를 3-6으로 역전당하며 위기를 맞았는데, 3세트 4-3으로 앞선 상황에서 본다렌코의 서브를 다시 브레이크하면서 승기를 굳혀 2시간 6분의 경기를 승리로 마무리했다.

그동안 보잘 것 없는 이 리뷰에서도 소외되었던 베라 즈보나레바 ⓒ Nick Laham/Getty Images

사만다 스토서(호주·10위), 마리아 키릴렌코(러시아·29위) 등이 승리를 거두며 3라운드에 진출했고 중국의 펑슈아이(14위) 역시 츠베타나 피론코바(불가리아·50위)를 이기고 3라운드에 나가면서 리나는 떨어졌지만 "베이징 키즈" 의 위력을 보여주고 있다.

호주의 희망 사만다 스토서 ⓒ Chris Trotman/Getty Imag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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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너스 사진>

남자 테니스의 아내(혹은 애인)들 중에서 꽤 유명한 로딕의 아내 브루클린 데커 ⓒ Nick Laham/Getty Images

개인적으로 관심은 없지만 혹시 궁금해하는 사람들이 있을까 싶어서..

올해 US오픈에서는 남자부보다 여자부에서 이변이 계속 발생하고 있다. 최근 몇 년간 확실하게 빅4 체제가 굳어진 남자 테니스보다는 여자 테니스에서는 뚜렷한 강자가 없는 것이 이유가 아닌가 싶다. 프랑스오픈에서 우승했지만 윔블던에서 일찍 짐을 쌌던 중국의 리나는 더 일찍 짐을 싸는 일이 벌어졌는데 조금 배아프기는 하지만 중국의 희망을 넘어 아시아의 희망이었던 그녀의 부진이 안타깝다. 그러나 남녀 톱시드의 노박 조코비치(세르비아)와 카롤리네 보스니아키(덴마크, a.k.a 캐롤라인 워즈니아키)는 가볍게 2회전에 진출했다.

대회 2일째 (8월 30일, 현지시간)

<남자부>

시드배정자 중에서 두 명의 탈락자 러시아의 미하일 유즈니(14위, 16번 시드)와 크로아티아의 이반 도딕(33위, 32번 시드)이 체면을 구겼지만 우승권에서는 다소 거리가 있는 선수들이라 큰 충격을 가져오지는 않았다.


조코비치의 백핸드 스트로크 ⓒ Julian Finney/Getty Images

No.1 조코비치는 W&S오픈에서의 어깨 부상이 염려스러웠지만 깔끔하게 서전을 승리로 장식하면서 올 시즌 세 번째 그랜드슬램을 위한 힘찬 발걸음을 내딛었다. 아일랜드의 코너 닐랜드(197위)를 맞이한 조코비치는 압도적인 경기를 펼치며 첫 세트를 6-0으로 따내고 2세트 역시 5-1로 앞서가고 있었는데 닐랜드가 경기를 포기하면서 손쉬운 승리를 거두었다. 닐랜드는 쨍쨍한 햇빛 아래서 경기를 하느라 몸에 무리가 왔는지 도중 갑자기 복통을 호소하며 기권했는데, 이미 경기가 일방적으로 기운 탓에 큰 의미는 없었지만 조코비치에게는 체력을 아낄 수 있는 행운이었다. 조코비치는 현재 컨디션은 좋은 상태이며 마지막 그랜드슬램인 US오픈에서 좋은 성적을 내어 현재까지 만족스러웠던 시즌을 잘 마무리하고 싶다는 소박한(?) 바람을 말하기도.

나달의 백핸드 스트로크 ⓒ Patrick McDermott/Getty Images

추격자가 된 라파엘 나달(스페인·2위)은 세계랭킹 98위의 카자흐스탄의 안드레이 골루베프를 맞이하여 결과는 3:0이었지만 접전을 벌이며 힘겨운 승리를 따냈다. 나달의 경기내용은 썩 훌륭하지 않았지만 서브 최고 속도가 133mph(214km/h)에 달하는 등 서브 강도가 강력해진 모습이었다. 1세트는 나달의 뜻대로 경기가 잘 풀리며 6-3으로 쉽게 이겼지만, 2세트부터 골루베프가 서브 앤 발리를 앞세워 반격에 나서며 6-6으로 맞서다 타이브레이크 끝에 7-6(1)로 따냈다. 대개 팽팽한 접전이었던 세트를 마지막 순간에 내준 선수는 다음 세트에서 쉽게 무너지게 마련임에도 골루베프는 3세트에서도 분전하며 나달을 괴롭혔고, 나달은 간신히 7-5로 세트를 따냈다. 골루베프는 50%를 살짝 넘기는 낮은 서브 성공률과 나달의 4배에 가까운 57개의 실책(나달 16개)을 저지르며 자멸하고 말았다. 나달은 1라운드에서 고전한 것이 약이 될 것 같다며 애써 위안 삼는 모습.

세르비아와 쌍벽을 이루는 테니스 강국 스페인의 다비드 페레르(5위)는 러시아의 이고르 안드리에프를 맞이하여 첫 세트를 내주며 불안하였지만 연달아 세 세트를 쓸어담으며 3-1(2–6, 6–3, 6–0, 6–4)의 승리를 거두었다. 페레르는 나달에 가려 자국 내에서도 2인자에 그치고 있지만 큰 대회 우승 경력이 없는 점이 아쉬움으로 남는데 꾸준히 랭킹포인트를 모아서 떨어졌던 랭킹을 다시 끌어올렸다. 대진상 높은 시드배정자들이 이긴다고 가정했을 때 4라운드에서 앤디 로딕(미국·21위)과, 준결승에서 나달과 붙게 되는 독한 대진운이 변수로 작용할 전망. 미안하다 페레르, 너의 사진은 찾지 못했어.

벌처럼 날아 나비처럼 서브를 넣는 쏭가! ⓒ Nick Laham/Getty Images

윔블던에서 페더러를 때려눕힌(그리고 로저스컵에서도 한 번 또 이겼다) 조-윌프리드 송가(프랑스·11위)는 대만의 에이스 루옌순(82위)를 3:0(6-4 6-4 6-4)으로 제압하였고, 스타니슬라스 바브린카(스위스·14위), 페르난도 베르다스코(스페인·19위) 등의 시드배정자들도 2라운드에 진출했다. 배아프지만 루옌순은 남자부에서 유일한 아시아 선수였는데 안녕이다. 이제 시드를 배정받지 못할 만큼 순위권에서 밀려나버린 미국의 제임스 블레이크(63위)와 러시아의 니콜라이 다비덴코(39위), 다비드 날반디안(아르헨티나·76위)도 2라운드에 합류했다.

<여자부>

사랑에 빠진 워즈니아키의 백핸드 스트로크 ⓒ Mathew Stockman/Getty Images

골퍼 로리 맥길로이와 사랑에 빠진 워즈니아키는 누리아 랴고스테라 비베스(스페인·125위)를 맞아 2:0(6-3 6-1)로 깔끔하게 이기고 2라운드에 진출했다. 상대가 강하지 않았지만 다소 성공률이 높지 않았던 서브를 제외하고는 안정된 경기 운영을 하였지만, 공격력이 뛰어난 상대를 만났을 때도 이렇게 여유있는 경기를 할 수 있을지에 따라 워즈니아키의 성적이 달라질 것 같다. 어쩌면 사랑의 힘으로 첫 그랜드슬램 우승을 차지할지도 모르는 일이고.

아자렌카의 포어핸드 스트로크 ⓒ Julian Finney/Getty Images

괴성녀 빅토리아 아자렌카(벨라루스·5위)는 요한나 라르손(스웨덴·60위)를 2:0(6-1 6-3)으로 싱겁게 이기고 역시 2라운드에 진출했다. 경기 시간이 1시간 10분에 불과했을 정도로 기량의 차이가 보였던 경기. 아자렌카는 더블 폴트를 하나도 저지르지 않는 깔끔한 서브에 네트플레이에서 종종 실책을 저지르기는 했지만 안정된 수비력으로 상대의 실책을 자주 유도해내며 경기를 일방적인 흐름으로 끌고 갔다. 역시 파워풀한 선수들과의 경기에서도 밀리지 않느냐가 중요할 듯하다.

리나는 탈락했다 ⓒ Nick Laham/Getty Images

이 날의 최대 이변이라면 리나(8위)의 탈락이었다. 루마니아의 10대 소녀 시모나 할렙(53위)를 상대한 리나는 54개에 달하는 엄청난 실책을 저지르며 스스로 무너지고 말았다. 할렙은 가슴이 너무 커서 테니스 경기를 하기에 불편하다면서 34DD에서 34C로 축소 수술을 해서 화제를 모았던 선수인데 정말 수술을 한 이후 성적이 조금씩 좋아지고 있다. 최근 리나는 클레이코트 시즌에서 보여주었던 경기력을 유지하지 못하고 있는데, 아무래도 서양 선수들에게 힘에서 밀리고 시즌 후반으로 갈수록 체력적인 부분에서의 어려움을 겪는 것이 아닌가 싶다. 클레이코트에 비해 타구의 빠른 속도가 유지되는 잔디와 하드코트에서 경기하는 것도 어렵고, 고질적인 부상 부위인 오른 무릎도 피로를 느끼는 듯하다. 1세트를 2-6으로 쉽게 내준 리나는 2세트에서 팽팽한 접전을 이어갔으나 5-7로 지면서 짐을 싸게 되었다. 리나는 경기 후 "테니스는 자신에게 너무 터프한 것 같다, 모든 자신감을 잃었다" 는 인터뷰를 하여 최근 계속되는 부진으로 마음고생을 겪고 있음을 드러냈다.

'테니스는 힘이다'를 보여주는 서리나 윌리엄스 ⓒ Julian Finney/Getty Images

돌아온 그녀. 파워테니스의 달인 서리나 윌리엄스(미국·27위)는 리나와는 달리 최근의 상승세를 보여주며 대회 네 번째 우승을 위한 시동을 걸었다. 역시 10대 소녀인 세르비아의 보야나 요바노프스키(54위)를 맞이한 서리나는 서브에 고전하였지만 자신의 스타일인 그냥 힘으로 경기를 끝냈다. 2:0(6-1 6-1)의 완승을 거두는데 한 시간이 채 걸리지 않았다. 개인적으로는 이번 대회의 가장 강력한 우승후보가 아닌가 싶은데, 나이도 있고 부상이 많은 탓에 계속 경기를 치르면서 몸상태를 유지할 수 있는지가 변수가 될 것 같다.

아나 이바노비치는 부활할 수 있을까. 글쎄 잘 모르겠다 ⓒ Matthew Stockman/Getty Images

한없이 추락했다가 20위권 내에서 오르내리고 있는 아나 이바노비치(세르비아·19위)와 프란체스카 스키아보네(이탈리아·8위)도 승리를 거두었고, 전성기에서 다소 멀어졌지만 꾸준히 성적은 내고 있는 강호 옐레나 얀코비치(세르비아·12위)와 스베틀라나 쿠즈네초바(러시아·17위)등도 이름값을 하면서 2라운드에 진출했다.

이 날의 Player of the Day는 리나를 때려눕힌 할렙이 차지했다.

시모나 할렙 ⓒ Matthew Stockman/Getty Images

이제 2일째 리뷰를 마쳤는데 6일째 경기가 시작되고 있다. 가슴이 아프다. 더 서두르지 않으면.. 윽! 사진을 찾다가 멋진 것을 하나 발견해서 서비스로 올린다. 훗훗

경기장에서 찍은 뉴욕의 석양이란다. 뉴욕에 가고 싶어졌다 ⓒ Jared Wickerham/Getty Images

 

그리고 이것은 워즈니아키의 터키항공 광고. 이번에 중계를 보면서 참 자주 보는 광고다.

US오픈의 공식 일정에 따르면 여자 선수들은 대회 첫 날과 둘째날에 1라운드 경기를 모두 마치도록 되어 있지만, 남자 선수들은 3일에 걸쳐 경기를 진행하게 된다. 남자 경기는 하루씩 밀려서 진행이 되는데 어차피 결승이 여자 경기 다음날에 열리기 때문에 큰 문제는 없는 것 같다. 중간에 휴식일이라는 것이 없어서 비가 내리다보면 일정이 꼬일 가능성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대회 첫 날 (8월 29일)

<남자부>

이변은 그다지 일어나지 않았다. 윔블던 우승자 페트라 크비토바(체코)가 1라운드에서 덜컥 발목이 잡혀 탈락하였지만 대부분의 시드 배정자들은 무사히 1라운드를 통과했다.

남자부에서는 빅4 중에서 가장 먼저 경기를 치르는 로저 페더러(스위스·3위)에게 관심이 모아졌다. 페더러는 윔블던에서 충격의 역전패를 당하며 8강에서 떨어지기도 했지만, 그의 커리어 중에서 가장 쓸쓸한 한 해를 보내고 있다. 역시 하향세를 맞이했다는 말을 들었던 작년에 US오픈 시리즈인 로저스컵에서 준우승에 이어 W&S마스터스에서 우승을 차지하였고 US오픈도 준결승까지 진출하였던 것에 비해 올해는 그랜드슬램 무관에 윔블던 이후 W&S오픈 8강이 최고 성적인지라 전망이 그다지 밝지는 않은 상태다. 그래도 대회 첫 날 메인 경기장인 아더 애쉬 스타디움에서 저녁 마지막 경기로 페더러의 경기가 열릴 만큼 여전히 테니스계의 최고 스타임을 입증하였다.


페더러의 전매특허인 한손 백핸드 ⓒ Rob Loud/usopen.org

페더러의 상대는 세계랭킹 52위인 콜롬비아의 산티아고 히랄도였는데 그는 호주오픈을 제외한 다른 그랜드슬램에서 한 번도 승리를 거둔 적이 없었다. 경기 초반 페더러는 첫 서브 성공률이 50%에 그칠 만큼 서브에 애를 먹으며 고전하였고, 스트로크 역시 좋지 않아 실책을 남발하면서 접전을 이어갔다. 특히 이제 공공연한 페더러의 약점이 되어버린 한 손 백핸드는 높게 오는 공을 원하는 곳으로 쉽게 쳐내지 못하며 경기를 어렵게 풀어가는 원인이 되었다. 그러나 1세트를 6-4로 따낸 후 2세트부터는 히랄도의 움직임을 파악하고 과감한 네트플레이를 앞세워 경기를 주도해갔다. 올 어라운드 플레이어지만 피트 샘프라스 이후 현재 최고의 서브 앤 발리 플레이어이기도 한 그의 능력이 돋보였다고나 할까. 결국 3:0(6-4 6-3 6-2)으로 페더러의 승리.

피쉬의 강서브 ⓒ Philip Hall/usopen.org

설마하는 마음이 있기는 하지만 이번 대회에서 주목해야 할 다크호스인 미국의 마디 피쉬(8위)는 US오픈 시리즈에서의 상승세를 몰아 1라운드를 가볍게 통과했다. 자국에서 열리는 홈그라운드의 이점을 안은 피쉬는 아더 애쉬 스타디움의 대회 첫 경기에서 독일의 토비아스 캄케를 3:0(6-2 6-2 6-1)으로 이겼다. 피쉬는 페더러와 동갑인 81년생이지만 최근에 와서야 세계 무대에서 빛을 보기 시작한 특이한 케이스다. 2살 때부터 베이스라인에서 공을 넘길 수 있었을 만큼의 천재였다고 하는데(대개 톱클래스의 선수들은 5,6세 전후로 테니스를 배우기 시작한다고 알려져 있다), 늘 동료인 앤디 로딕에게 가려져 있다가 올해 세계랭킹에서도 로딕을 추월하면서 미국 남자 테니스계의 에이스로 떠올랐다. 역시 이 경기에서 장기인 강서브와 포어핸드 스트로크를 앞세워(로딕과 비슷한 스타일을 떠올리면 된다) 일방적인 경기를 펼쳤다. 서브에이스는 4개에 불과했지만 첫 서브의 86%가 득점으로 이어질만큼 강력한 서브였다.

테니스 최강국으로 떠오른 세르비아의 팁세라비치 ⓒ Andrew Ong/usopen.org

다른 시드 배정자 중에는 프랑스의 가엘 몽피스(7위), 체코의 토마스 베르디흐(9위), 세르비아의 얀코 팁세라비치(20위) 등이 3:0으로 가볍게 1라운드를 승리로 장식했고, 세르비아의 No.2 인 빅토르 트로이키(15위)가 콜롬비아의 알레한드로 팔라(119위)에게 2:3으로 역전패하며 시드 배정자 중에서 첫 희생자가 되었다. 윔블던에서 선전했던 호주의 버나드 토믹(60위)도 승리를 거두었고, 노장 후안 카를로스 페레로(스페인·105위)와 토미 하스(독일·475위)도 1라운드를 통과했다.

 

<여자부>

앞서 설명한대로 이변은 여자부에서 일어났다. 크비토바가 루마니아의 알렉산드라 둘게루(48위)에 0:2(6-7 3-6)로 완패하며 윔블던 우승자가 US오픈 1라운드에서 탈락하는 사상 최초의 기쁘지 아니한 기록을 세운 것. 최근 크비토바의 경기를 보면 윔블던에서 보여주었던 힘과 세기를 찾아볼 수 없어 이번 대회 직전에 우승 후보로 꼽는 이들이 드물었다. 크비토바에 따르면 윔블던 우승이 큰 부담으로 작용했고 그 이후 경기에 집중하기 어려웠다고 하는데, 유망주에서 그랜드슬램 우승자가 되고 난 후 다른 선수들의 견제도 심해지고 작은 행동에도 많은 이들이 관심을 가지면서 여러 면에서 어려움이 있었을 것이라 생각하지만 꾸준하게 페이스를 유지하는 것도 실력이기에 아쉬움이 남는다. 크비토바는 첫 서브 성공률이 50%에 채 미치지 못하였고, 52개의 실책을 저지르는 등 스스로 경기를 말아먹으며 패하였다. 다음 대회에서는 심기일전하여 달라진 모습을 기대해본다.

안녕, 크비토바 ⓒ Philip Hall/usopen.org

이제 더이상 정상권에서 멀어졌지만 여전히 이름만 들어도 무서운 비너스 윌리엄스(미국·36위)는 러시아의 베스나 도론츠(91위)를 맞아 여전히 남자보다 강한 서브를 뿜어내며 1라운드를 가볍게 이겼다. 비너스는 서브는 최고 126mph(202km/h)이나 나오며 여전함을 과시했지만 운동량과 움직임에서 노쇠한 기미를 전혀 떨쳐내지는 못했다. 상대보다 많은 27개의 실책을 저질렀음에도 28개나 되는 위너를 앞세워 2:0(6-4 6-3)의 승리를 거두었다.

비너스의 서브는 무서웠다 ⓒ Rob Loud/usopen.org

마리아 샤라포바(러시아·5위)는 첫 경기부터 고질적인 문제인 들쑥날쑥한 경기력을 보여주며 그녀를 우승후보로 점찍었던 사람들에게 물음표를 던져주었다. 샤라포바는 무명의 히더 왓슨(영국·102위)에게 첫 세트를 내주며 끌려가다가 2세트를 7-5로 이기며 힘겹게 경기를 원점으로 돌려놓았고 3세트를 따내며 2:1(3-6 7-5 6-3)로 간신히 경기를 가져올 수 있었다. 좋지 않은 날에 꼭 보여지는 저조한 서브 성공률과 결정적인 순간의 더블 폴트, 그리고 상대를 압도하는 수의 실책이 쏟아져 나오며 기대에 미치지 못한 경기력이었다. 상대가 약했던 것이 샤라포바가 승리할 수 있었던 이유였지 조금이라도 경험이 많고 차분하게 대처하는 선수였더라면 1라운드 탈락이라는 수모를 당할 뻔했다.

샤라포바는 그때 그때 달라요 ⓒ Philip Hall/usopen.org

베라 즈보나레바(러시아·2위), 마리온 바르톨리(프랑스·9위), 펑슈아이(중국·14위) 등 크비토바를 제외한 시드 배정자 모두가 1라운드를 통과했다. 일본 선수로는 미사키 도이와 아유미 모리타 등이 출전했지만 모두 경기 도중 기권하며 탈락했고, 16세 신인 메디슨 키스(미국·455위)가 자신보다 21살이나 많은 질 클레이바스(미국·111위)를 누르며 2라운드에 진출해 '오늘의 선수'에 선정되었다.

"Player of the Day" 메디슨 키스. 그녀가 미국 테니스계의 희망이 될지 ⓒ Andrew Ong/usopen.org

시간적 여유가 없어 대회 5일째가 끝난 후에야 겨우 첫 날 리뷰를 작성했다. 그래도 주말이니 따라잡기 위해 계속 분발하는 수밖에..

 

오프닝 나이트 세레모니였다고.. 앗 직접 보고 싶다. ⓒ Don Star/usopen.org

US오픈 2011 늦은 프리뷰

2011. 8. 31. 19:30

 

먹고 사는 문제로 인해 윔블던 이후 잠시 블로그를 버려둔지가 어느덧 두 달이 지나서 벌써 US오픈이 개막하였다. 의도한 바는 아니지만 테니스 경기가 한창 진행중일 때 잠시 여유가 생기는지라 짬짬이 경기 리뷰와 관련 소식을 전하고자 한다. 그동안 포스팅하지 않은 것들은 시간이 된다면 대회가 진행되면서 조금씩 올리도록 일단 노력은 해야겠다. (블로깅이 밥 먹여주는 것은 아니라서 장담은 할 수 없고..)

테니스팬들이라면 윔블던이 끝난 7월 초중반은 유럽에서 작은 클레이코트 대회들이 열리는데 상금의 규모는 물론 랭킹 포인트 역시 크지 않아 대개 윔블던에서 진을 뺀 정상급 선수들은 잠시 몸을 추스르는 시간이 되고, 다른 선수들이 상금과 포인트를 얻는 기회가 된다. 7월말부터 미국과 캐나다에서 본격적인 하드코트 시즌이 시작하게 되는데, 메이저대회 바로 밑에 위치한 큰 투어가 열리면서 상위권 선수들도 슬슬 대회에 나서며 US오픈을 위한 워밍업을 시작한다.

남자부에서 중요한 대회라고 한다면 ATP 마스터스 1000의 큰 대회인 캐나다 몬트리올에서 열리는 로저스컵과 미국 신시내티에서 열리는 W&S오픈인데 월드 넘버 원 노박 조코비치(세르비아)와 앤디 머리(영국·4위)이 서로 나누어 타이틀을 가져갔다. 조코비치는 윔블던 우승 직후 데이비스컵에서 복식 경기에 참가한 것을 빼고는 오랜 휴식을 가지다 한 달만에 코트에 돌아와 로저스컵에 참가하여 우승했는데, 1993년 피트 샘프라스(미국) 이후 세계랭킹 1위에 오른 후 출전한 첫 ATP 토너먼트에서 우승한 최초의 선수가 되었다. 그러나 기세를 몰아 W&S오픈까지 노리던 조코비치는 결승에서 머리를 만나 고전하다가 기권하면서 시즌 두 번째 패배를 기록했다. 휴식 없이 연속으로 대회에 참가하면서 누적된 피로와 가벼운 어깨의 이상이 기권의 이유였는데 1세트를 먼저 내주며 출발이 좋지 않았던데다 2세트에서도 0-3으로 끌려가면서 경기를 이길 가능성이 적어지면서 US오픈을 바라보면서 일찌감치 포기한 것으로 보인다.

다시 US오픈으로 돌아오면 이 대회는 같은 이름을 사용하는 골프의 메이저대회와 종종 혼동을 일으키기도 한다. 1881년에 첫 대회가 시작하여 1877년에 시작한 윔블던 다음의 오랜 역사를 자랑하는 대회이며 중간에 세계대전 등으로 중단되기도 해서 올해 130회째가 열린다. 1987년부터는 테니스 4대 메이저대회 중에서 그 해의 가장 마지막에 열리는 것으로 정해지면서 8월 말부터 9월 초중순 사이에 열리는 것이 계속 이어져 오고 있다. 올해는 허리케인 아이린의 영향으로 미국이 피해를 보았지만 이 대회의 정상적인 진행에는 별 문제가 없다고 한다. 올해는 8월 29일부터 9월 11일(현지시간)까지 2주일간 경기가 진행되며, 대회에 앞서 23일부터 26일까지 4일간 퀄리파잉 매치가 진행되었다. 올해 총상금은 2370만 달러이고 남녀 단식 우승자는 180만 달러를 받게 되며, US오픈에 앞서 벌어지는 US오픈 시리즈 대회에서 얻은 포인트를 합산하여 최고 100만 달러의 보너스 상금을 준다. 이 보너스 상금의 주인공은 미국의 마디 피쉬(8위)와 서리나 윌리엄스(27위)다.

작년 대회에서 준우승에 그쳤던 조코비치는 생애 첫 US오픈 우승 가능성이 어느 때보다 높은 상황이다. 올해 57승 2패의 경이적인 승률을 자랑하는 조코비치의 상승세에 비해 라이벌이라 할 수 있는 "천재" 라파엘 나달(스페인·2위)과 "황제" 로저 페더러(스위스·3위)의 여름 성적표는 초라하였다. 나달은 로저스컵과 W&S오픈에서 각각 32강, 8강에서 탈락하였고, 페더러도 같은 대회에서 16강, 8강에서 침몰하며 US오픈 전망을 어둡게 하였다. 그러나 남자 테니스에서 여전히 빅4 체제가 무너지지 않고 있고, 5세트 경기에 긴 일정을 소화해야 하는 메이저대회의 특성과 큰 대회에서 경기를 하는 부담감 등을 고려할 때 여전히 이들이 조코비치의 가장 큰 견제 세력이 될 것임은 분명하다. 전년도 우승자인 나달은 이번 대회에서 타이틀을 방어하지 못할 경우 조코비치와의 랭킹포인트 격차가 벌어지는 것은 물론 3위 페더러와의 격차도 줄어들며 연말 랭킹 2위를 위협받을 수 있는 상황이어서 이번 대회가 중요하다. 페더러에게는 이번 대회가 2003년부터 매년 메이저대회 타이틀을 한 개 이상 차지해온 기록을 이어갈 수 있는 마지막 기회이다. 큰 대회 울렁증에 시달리는 앤디 머리 역시도 이제는 어떤 가능성을 보여주어야 한다는 점에서 모두가 물러설 수 없는 상황이라 치열한 접전이 펼쳐질 것으로 예상된다.

여자부는 디펜딩 챔피언 킴 클레이스테르스(벨기에·3위, a.k.a. 킴 클리스터스)가 불참한 가운데 세계랭킹이 27위까지 내려갔지만 뱅크 오브 웨스턴 클래식과 로저스컵에서 우승을 차지하며 부활을 알린 서리나 윌리엄스가 여전히 강력한 우승후보이며, 들쑥날쑥한 경기력을 보이면서도 W&S오픈 우승을 차지한 마리아 샤라포바(러시아·4위) 역시 빼놓을 수 없다. 세계랭킹은 굳건한 1위이지만 큰 대회 울렁증을 극복하지 못하며 디나라 사피나(러시아)의 재림이 아닌가 싶기도 한 카롤리네 보스니아키(덴마크, a.k.a. 캐롤라인 워즈니아키)의 활약은 두 우승 후보의 행보에 변수가 될 수도 있다. 대회 개막 직전의 뉴 헤이븐 오픈에서 우승하면서 상승세를 타고 있지만 올해 열린 메이저대회마다 전초 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하고서도 일찌감치 물을 먹었던 전례가 있는지라 큰 의미는 없는 듯하다. 오히려 로저스컵과 W&S오픈 2라운드 탈락이라는 초라한 성적표 덕분에 톱시드를 받아 유리한 대진임에도 큰 기대는 되지 않는다. 윔블던 여왕 페트라 크비토바(체코·7위)는 한 달 휴식 후 참가한 로저스컵과 W&S오픈에서 연속으로 16강에서 탈락하면서 페이스가 많이 떨어져 있어 역시 전망이 밝지는 않다고 적으려고 했는데 29일(현지시간)에 열린 1라운드에서 가볍게 탈락해버렸다. 이미 노쇠한 기미가 역력한 비너스 윌리엄스는 랭킹이 36위까지 떨어지고 시드 배정조차 받지 못했지만 관록과 자국에서 경기가 치르는 홈의 이점을 안고 있어 우승은 어렵더라도 우승을 노리는 선수들의 발목을 붙들고 늘어지며 물귀신 놀이를 할 수 있다.

프리뷰라면 대회 시작 전에 글을 썼어야 하는데 조금 늦었지만 사진 몇 장과 함께 간략하게 마무리하고 이어지는 글에서 29일과 30일에 열린 경기 결과를 전하도록 하겠다.

서브 연습을 하고 있는 로저 페더러 ⓒ Andrew Ong/usopen.org

큰 대회 울렁증이라면 역시 빠질 수 없는 앤디 머리 ⓒ Phil Hall/usopen.org

나달은 10살 이하의 어린이들을 상대로 테니스 클리닉을 열었다고 ⓒ Jennifer Pottheiser/usopen.org


 



지난 2주간 윔블던 관련 포스팅을 하면서 주로 남녀 단식에 초점을 맞추어 주요 경기 리뷰를 했는데, 중간에 넣지 못했던 이야기들을 잠시 풀어놓는 것으로 철야 투쟁을 멈추고 정상적인 생활로 돌아가려고 한다. 무엇보다 갑작스럽게 많은 이들이 찾아주셔서 놀랍고 감사할 따름이다.

조코비치와 크비토바는 모두 윔블던 우승 첫 경험 ⓒ AELTC / T. Lovelock

단식 경기의 우승 상금은 우승자 110만 파운드(약 18억 9천만 원)이고, 준우승 상금은 55만 파운드(약 9억 4천만 원). 윔블던에서 한 번 우승하면 상금만으로도 평생 먹고 살 돈이 마련되는 셈이다. 3라운드 탈락자까지는 한 단계 내려갈 때마다 개인이 수령하는 상금은 반으로 줄어드는데, 128명이 맞붙는 1라운드에서 패한 64명이 각각 수령하게 되는 상금이 11,500파운드로 2천만원에 가까운 돈이니 이것만 해도 대단하다. 퀄리파잉 1라운드에서 탈락해도 1,750파운드(약 3백만 원)가 주어지니 비행기삯 정도는 충분히 뽑을 수 있는 돈이다.

크비토바도 이번 대회 우승으로 7월 4일자 세계 랭킹에서 7위로 한 단계 상승했다. 이번 시즌 레이스만 놓고 보면 보스니아키(5776점)에 조금 뒤진 2위(5037점)를 달리고 있어 남은 시즌 경기 결과에 따라 연말 랭킹 1위도 바라볼 수 있을 것 같다. 준우승자인 샤라포바도 랭킹이 한 단계 상승한 5위가 되었고, 4위였던 리나가 6위로 내려앉았다.

오픈 시대의 대기록을 세운 브라브라 ⓒ AELTC / M. Hangst

복식은 동성의 경우 우승 상금이 25만 파운드(약 4억 3천만 원), 혼성의 경우 9만 2천 파운드(약 1억 6천만원)가 한 조에 주어지는데, 어느 한 사람이 더 가져가서 서로 싸우는 일은 없는 것 같다. 남자 복식의 브라이언 브라더스(미국)는 11번 째 그랜드 슬램 우승으로 우디즈와 타이기록을 세웠다. 다른 선수들처럼 파트너의 변동없이 수년 째 정상을 지켜온 브라브라가 조만간 새로운 기록을 세울 것으로 보인다. 여자 복식은 현재 가장 강한 복식조인 크베타 페스츠케(체코)와 카타리나 스레보트닉(슬로베니아)이 우승을 차지했는데 자비너 리지키(독일)와 사만다 스토서(호주)가 하루에 준결승과 결승을 치르느라 체력 소모가 커서 쉽게 승리를 거두었다.

알프스 소녀였던 힝기스가 알프스 아줌마가 되어버린 세월의 무상함이여 ⓒ AELTC / S. Wake

윔블던에서는 인비테이셔널 매치라고 해서 전 윔블던 챔피언들이 초청되어 복식 경기를 갖는데 여자 복식결승에서 린제이 데이븐포트(미국)와 마르티나 힝기스(스위스)가 마르티나 나브라틸로바(미국)와 야나 노보트나(체코)를 이기고 우승을 차지했다. 아무래도 은퇴한 지 얼마 되지 않은 팔팔한 젊은 선수들이 더 잘 뛸 수밖에 없다. 이 경기에서도 작지만 상금(우승 17,500파운드, 준우승 14,500파운드)이 있다고. 젊었을 때 테니스 잘 치면 나이 들어서도 먹고 살 길이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샤라포바 이전에 윔블던의 연인은 힝기스였는데.. ⓒ AELTC / S. Wake

힝기스 이야기가 나온 김에 잠시 이야기하자면 뛰어났던 테니스 실력 이외에도 여러 스타들과 염문을 뿌리기로 유명했다. 스페인의 프로 골퍼 세르히오 가르시아, 영국의 축구 선수 솔 캠벨, 테니스 선수 라덱 스테파넥 등 많은 사람들과 사귀었는데 작년에 6살 연하의 남자와 결혼했다.

그러나 그녀의 테니스 실력은 그저 그렇더라는 (현재 세계랭킹 31위에 올라 있다) ⓒ AELTC / S. Wake

윔블던은 여전히 흰색 유니폼을 입도록 하는 규정이 있는데, 꼭 튀고 싶은 선수들이 유니폼을 가지고 장난을 치는 경우가 있다. 미국의 베타니 마텍-샌즈는 코트의 레이디 가가 패션을 해서 화제가 되었는데, 개인적으로는 비너스의 경기복이 더 충격적이었다.

비너스의 쇼킹 경기복 ⓒ AELTC / S. Wake

비너스는 흑인이다보니 흰색은 그다지 잘 받지 않음에도 옷에 장난을 너무 친 것 같다. 그냥 깔끔한 경기복을 입었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비너스는 자신의 유니폼을 스스로 디자인하는 것으로 유명한데 범인의 눈으로 보면 참 이해할 수 없는 일이다.

서리나의 인터뷰 모습 ⓒ AELTC / T. Lovelock

사실 그 동생이 인터뷰할 때 입고 나온 셔츠도 그다지 마음에 들지 않았다. 돈이 없어서 찢어진 옷을 입은 것은 아닐테고 어느 정도 예의는 지켜야 하는데 이 자매는 너무 파격을 즐긴다.

그 밖에 여러 유명 인사가 윔블던 경기장을 찾아서 화제가 되었다. 영미권 언론에서는 케이트 미들턴의 동생 피파 미들턴에 대해서 난리를 치고 있는데 이해할 수 없고 별로 마음에 들지 않으므로 여기서는 과감하게 그녀는 생략하도록 하겠다. 아는 사람들만 잠시 소개해본다.

호주의 백상어 그렉 노먼씨께서 오셨습니다 ⓒ Getty Images / Julian Finney

F1 스타 마크 웨버도 경기를 관람했다 ⓒ Getty Images / Clive Mason

래퍼 Jay-Z씨도 멀리 대서양을 건너 영국까지 와서 경기를 보았다. ⓒ AFP Photo / Glyn Kirk

루퍼트 그린트와 올리버 펠프스 ⓒ Getty Images / Julian Finney

영화 해리 포터 시리즈에 출연했던 론 역의 루퍼트 그린트와 조지 역의 올리버 펠프스도 경기를 보았다고 하는데, 원하는 사람은 이들이 아닌 엠마 왓슨인데 어흑!

아쉬움을 앤양으로 달래보자 ⓒ Getty Images / Julian Finney

앤 해서웨이는 애인 아담 슐만과 함께 여자 결승전 경기를 관람하였다. 이 아가씨 프라다를 입는 악마였을 때 참 예쁘게 나왔는데 그 이후 영화에서는 강한 인상을 남겨주지 못해 아쉽다.

윔블던은 끝나도 ATP와 WTA 투어가 계속 진행되고 있는데 매일 밤을 새우며 경기를 지켜볼 수는 없어서 당분간 테니스 리뷰는 가끔 시간이 날 때만 포스팅할 수 있을 것 같다. 아쉽지만 이제부터 매주 테니스의 공주 한 명씩 골라서 선수에 대한 이야기를 다룰 계획이니 많은 관심과 성원 부탁드린다.

노박 조코비치(24·세르비아, 세계 2위)가 제 125회 윔블던 남자 단식 결승에서 디펜딩 챔피언이자 몇 시간 후 자신에게 세계랭킹 1위를 내어줄 라파엘 나달(25·스페인)을 상대로 승리를 거두며 생애 첫 윔블던 우승을 차지했다. 호주오픈 두 차례 우승을 합쳐 통산 세 번째이자 올 시즌 두 번째 그랜드 슬램 우승이다.

조코비치의 작년까지의 행보를 보면 페더러-나달 시대의 또다른 희생양이 아닌가 싶었다. 2008년 호주오픈 준결승에서 로저 페더러를 꺾고 결승에 올라 첫 그랜드 슬램 우승을 차지하였지만 작년까지 두 선수에게 밀려 3인자에 머물렀고 페더러와 나달 둘 중 하나가 부진에 빠질 때에만 가끔 2위에 이름을 올려 놓는 정도였다. 사람들은 조코비치가 아닌 페더러가 17번째 그랜드 슬램을 차지할 수 있을지 혹은 나달이 페더러의 기록을 넘어설 것인지에 더 관심을 가지며 올해 초까지도 3위에 머무르던 조코비치는 상대적으로 주목을 덜 받았다. 테니스 선수의 전성기가 평균적으로 20대 중반이라는 점을 생각한다면 이제 정점에 거의 다다른 것일지도 모를 조코비치도 앤디 로딕이나 레이튼 휴잇처럼 그저 한 번 그랜드 슬램을 차지했던 우수한 선수의 하나로 사라질 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그러나 조코비치는 올해 초부터 가지고 있던 잠재력을 모두 폭발시키며 41연승의 돌풍을 일으켰다. 호주오픈에서 다시 페더러를 잡고 결승에 올라 두 번째 우승을 차지했고, 이후 출전하는 투어마다 페더러와 나달을 꺾고 우승을 차지했다. 프랑스오픈 4강에서 페더러에게 일격을 당하며 연승 행진이 중단되었지만, 이미 페더러를 2위 자리에서 끌어내린 후 멀찌감치 따돌렸고 1위 나달을 근소한 포인트 차이로 쫓았다. 그리고 윔블던 결승에 오르며 나달이 지켜오던 월드 넘버 원 등극이 예정된 상태에서 윔블던 타이틀을 놓고 현재가 아닌 전 1위가 되는 나달을 상대로 승리했다. 단 한 번의 패배가 아쉬울 정도로 시즌 48승 1패의 경이적인 승률을 자랑하며 극강의 포스를 뿜어내고 있는 조코비치는 이제 페더러-나달의 시대의 막을 내리고 자신만의 새로운 시대를 열어갈 선수가 될지도 모른다.

드디어 윔블던 트로피에 입을 맞춘 조코비치 ⓒ AELTC / M. Hangst

 

대회 마지막 날 (7월 3일)

남자 결승 노박 조코비치 vs 라파엘 나달 (14:00 센터 코트)

경기 시작에 앞서 서로를 격려하는 두 선수 ⓒ AELTC / M. Hangst

나달은 그랜드 슬램 결승에서 로저 페더러 이외의 선수에게 져본 일이 없었다. 그리고 두 선수의 상대전적은 나달이 16승 11패로 앞서 있었고, 윔블던 결승도 다섯 번째였다. 그러나 조코비치는 올해 나달을 만나 한 번도 지지 않아 자신감을 가지고 있었다. 큰 이상이 없는 것으로 판명되었으나 8강에서 발에 통증을 느꼈던 나달의 컨디션이 최고조에 이르지 못할 것이라는 점도 조코비치에게는 유리한 부분이었다.(부상도 실력이다)

포어핸드 스트로크를 치기 전 공에서 시선을 집중하는 조코비치 ⓒ AELTC / T. Hindley


조코비치의 서브로 시작한 1세트는 팽팽하게 진행되었다. 조코비치는 서브 에이스로 기분 좋은 출발을 했지만, 나달에게 연속으로 포어핸드를 맞으며 15-30으로 끌려갔다. 조코비치는 서브 에이스를 다시 터뜨리며 동점을 만들었고, 나달이 네트에 공을 꽂고 라인 밖으로 날린 덕분에 첫 게임을 승리로 장식했다. 톱랭커 간의 승부에서 자신의 서브 게임을 지키는 것은 너무도 당연한 일. 나달은 개의치 않고 자신의 서브 게임을 가볍게 챙기며 균형을 맞췄다. 이후 여섯 게임을 두 선수는 상대방에게 두 포인트 이상을 허용하지 않은 채 안전하게 자신의 서브 게임을 챙기며 4-4의 팽팽한 접전을 이어갔다. 조코비치가 아홉 번째 게임에서 이기며 5-4로 앞서 나갔고 나달의 서브 게임이 시작되었다. 나달은 연속으로 서브 에이스 두 개를 조코비치의 코트에 꽂으며 30-0의 리드를 잡았다. 5-5가 되고 첫 세트는 타이 브레이크로 이어질 분위기였다. 그러나 조코비치는 나달의 우측을 공략한 백핸드와 선상에 떨어지는 포어핸드로 동점을 만들었고, 나달은 포어핸드가 네트에 걸리며 세트 포인트를 허용하였다. 흔들린 나달은 포어핸드가 사이드라인을 벗어나면서 첫 세트를 내주고 말았다.

경기가 잘 풀리지 않는 나달 ⓒ AELTC / M. Hangst

2세트는 조코비치의 페이스로 진행되었다. 조코비치의 서브로 시작된 첫 게임에서 나달은 0-30으로 앞서며 분위기 전환을 꾀했다. 앤디 머리에게 첫 세트를 내준 후 연속으로 세 세트를 따내며 역전승을 거둔 준결승을 연상시키는 플레이였다. 그러나 나달은 왼쪽 사이드라인을 벗어나는 샷으로 동점을 허용하더니 스매시가 베이스라인을 벗어나면서 역전을 허용했다. 위기를 넘긴 조코비치는 서브 에이스를 날리며 아무 일 없었다는 듯이 첫 게임을 가져갔고, 곧바로 나달의 서브 게임을 탈취하며 연속 브레이크에 성공했다. 15-15에서 조코비치는 나달의 서브를 노려 오른쪽 코너로 리턴하여 득점에 성공했고, 긴 랠리 끝에 나달이 백핸드를 네트에 꽂으며 브레이크 포인트가 되었다. 조코비치는 치열한 랠리가 발리로 이어지는 순간 나달의 키를 넘겨 빈 코트로 떨어지는 백핸드 샷을 날리며 승리했다. 다음 게임에서도 조코비치는 서브 에이스 두 개를 포함하여 쉽게 이기며 3-0으로 달아나 나달의 추격권에서 벗어났다. 나달은 뒤늦게 한 게임을 따내며 추격에 나섰지만, 조코비치는 4-1에서 다시 나달의 서브 게임을 브레이크하여 추격의 여지를 없애며 6-1로 세트를 마무리했다.

함성을 지르며 스스로를 격려하는 조코비치 ⓒ AELTC / M. Hangst


조코비치는 4라운드부터 준결승까지 경기를 유리하게 이끌어가며 어렵지 않게 승리를 챙겼지만 꼭 마치 다른 사람처럼 리듬을 잃고 한 세트 씩 내주었는데 결승에서도 3세트에서 갑자기 샷의 난조를 보이며 나달에게 추격의 기회를 제공하였다. 나달은 자신의 서브로 시작한 첫 게임을 이기며 반격을 위한 시동을 걸었고, 바로 조코비치의 서브 게임을 브레이크하며 기세를 올렸다. 두 번째 게임은 나달의 포어핸드 위너에 이은 조코비치의 어림없이 빗나가는 뜬 공으로 0-30이 되었고, 나달의 리턴 실패와 조코비치의 서브 에이스로 30-30이 되는 접전이었다. 그러나 조코비치의 포어핸드가 빗나가며 나달은 첫 브레이크 포인트에 도달했고, 조코비치가 백핸드를 네트에 날리며 나달은 첫 브레이크에 성공했다. 상승세를 탄 나달은 러브 게임으로 세 번째 게임까지 승리하여 3-0으로 앞서며 조코비치가 주도해오던 경기 흐름을 자기 쪽으로 가져왔다. 조코비치는 나달의 키를 넘기는 로빙 샷으로 한 게임을 따냈지만, 나달이 나머지 세 게임을 쓸어 담으며 3세트를 6-1로 이겼다.

조코비치 날다 ⓒ AELTC / M. Hangst


운명의 4세트는 조코비치의 서브 게임으로 시작하였다. 나달은 첫 게임에서 경기의 흐름을 완전히 돌릴 수 있는 결정적 기회를 잡았다. 30-30에서 조코비치가 나달의 포어핸드를 넘기지 못하고 네트에 꽂으며 나달은 브레이크 포인트가 되었다. 그러나 나달은 조코비치의 공격을 받아 친 포어핸드가 벗어나며 듀스를 허용하였고 연속으로 조코비치에게 두 포인트를 내주며 절호의 기회를 놓쳤다. 위기에서 벗어난 조코비치는 나달의 서브 게임을 브레이크하며 2-0으로 앞서갔다. 나달은 실책을 연발하며 조코비치에게 쉬운 브레이크를 허용하며 승부가 기우는 듯했지만 아직 조코비치가 승리를 속단하기는 일렀다. 30-40으로 조코비치가 브레이크 포인트에 몰린 상황에서 넣은 서브를 나달이 포어핸드 슬라이스로 받아쳤고, 이 공은 네트 윗 부분을 맞고 조코비치의 코트로 떨어졌다. 나달은 의례적인 미안하다는 제스처를 취했지만 운이 따르는 브레이크였고, 여기에 약간 흔들린 조코비치가 이어진 게임에서 실책을 연발하며 2-2 동점이 되었다.

이겼다! ⓒ AELTC / T. Hindley


나달이 경기를 뒤집기 위해서는 조코비치가 잘 나가던 분위기가 깨진 이 때가 마지막 기회였다. 그러나 조코비치는 다시 냉정을 되찾아 나달을 무섭게 몰아붙였고 30-30에서 나달의 백핸드가 네트에 걸리고 포어핸드 리턴이 베이스라인을 넘어가면서 3-2로 앞서기 시작했다. 조코비치가 강해진 가장 큰 이유는 경기 중에 페이스가 잠시 흔들리더라도 금방 다시 마음을 다잡고 경기에 임하는 정신적인 안정인지도 모른다. 나달과 조코비치는 서로 서브 게임을 지키며 4-3이 되었고, 조코비치가 승부에 결정타를 날리는 브레이크를 하는 여덟 번째 게임에 돌입하였다. 나달은 이 경기에서 유일한 더블 폴트를 가장 중요한 시점에서 저지르며 출발이 좋지 않았는데 나달의 톱스핀 포어핸드가 벗어나고 네트에 걸리며 순식간에 쓰리 브레이크 포인트에 몰렸다. 나달은 포어핸드로 한 포인트를 만회하지만, 백핸드가 다시 길게 벗어나면서 결정적인 브레이크를 당했다. 이제 두 선수는 5-3 조코비치의 리드 속에 결승전 마지막이 된 게임에 돌입했다. 30-30으로 맞서며 아직 나달에게는 희망이 있었다. 그러나 조코비치는 재치있는 발리로 챔피언쉽 포인트에 도달했고, 나달의 백핸드를 겨냥한 조코비치의 깊은 크로스 백핸드 스트로크를 나달이 라인 밖으로 쳐내면서 조코비치의 승리로 경기가 끝났다.

 

하늘이시여! ⓒ AELTC / M. Hangst

 

경기 요약 (출처: 윔블던 공식 사이트)

나달은 첫 서브 성공률이 좋았지만 그것이 득점과 연결되는 확률이 조코비치에 비해 낮았다. 팽팽한 접전에서 랠리를 리드한 것은 조코비치였고 그런 점들이 그대로 기록에 나타나 있다.

챔피언 그리고 준우승이 어색한 나달 ⓒ AELTC / M. Hangst


이미 1위를 예약한 조코비치였지만 윔블던 우승으로 2위 라파엘 나달과의 격차를 더 벌릴 수 있게 되었다. 조코비치는 7월 4일자 ATP 랭킹에서 13,285점으로 11,270점의 나달과 2,000점 이상으로 차이를 벌렸고, 나달은 그대로 9,230점을 유지한 3위 페더러와의 격차가 줄어들었다. 조코비치는 올 시즌 나달과의 상대에서 연승 행진을 이어가면서 마지막 그랜드 슬램인 US 오픈에서 나달에게 작년의 결승전 패배를 설욕할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진다.

잔디 먹는 조코비치 ⓒ AELTC / S. Wake


조코비치는 "생애 최고의 날" 이라면서 우승의 기쁨을 표현했고, 센터 코트의 잔디를 뜯어 맛을 보는 독특한 세리머니를 하여 관심을 끌기도 하였다. 첫 그랜드 슬램을 달성한 후 타이틀 방어와 사람들의 기대, 성적에 대한 부담 속에 많은 압박을 받았고, 최소한 4강 이상을 진출해야 한다는 부담감이 자신을 사로잡았다고 밝혔다. 그리고 나달과 페더러가 지배하는 가운데 자신의 위치가 어디였는지 스스로도 의심하고 고민했음을 솔직히 말했다. 나달은 핑계를 대지 않고 조코비치가 대단하고 환상적인 경기를 했는데 자신이 그 이상 하지 못했음을 인정하면서 패배를 인정했다. 또 현재 최고이자 내일이면 세계 최고의 선수와 경기를 했고, 자신은 두 번째라며 조코비치를 칭찬함과 동시에 세계 1위를 내준 아쉬운 마음을 드러냈다. 그리고 자신이 처음 윔블던에서 우승하던 때를 기억하기 때문에 조코비치가 지금 얼마나 기쁠지 잘 알고 있다며 그의 우승을 축하하였다. 한편 이 날 경기가 열린 센터 코트에는 세르비아의 대통령 보리스 타딕이 로얄석에서 앉아 직접 조코비치를 응원하여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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