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코다테본선

#16. 오타루에 가봅시다

2019. 4. 13. 16:36

이렇게 눈이 잔뜩 쌓인 곳을 겁없이 다니는 사람이 있을 가능성은 아주 적을텐데..

 

혹시라도 사람이 밑으로 떨어질까봐 저 가는 줄로 막아두기는 했는데..

 

원래는 자동차들이 다니는 도로였던 것 같은데 눈에 뒤덮여 보이지 않는다.

 

여기서 떨어지면 바로 바다에 빠지게 된다. 그것도 한겨울의 차가운 물 속...

무서워라..

 

열차가 지나간다.

 

여전히 광각렌즈 사용에 익숙하지 못해서 전봇대가 휘어버렸다.

 

위험하니 선로 내에 들어오지 말아달라는 안내가 있다.

 

옆에 있는 건물은 무슨 사업장 같은데, 문을 닫아서 뭐하는 곳인지 모르겠다.

 

삿포로 방면으로 가는 3도어 차량이 지나간다. 다른 대도시에는 대개 4도어 차량으로 운행을 하는데, 겨울이 춥고 길어서 보온을 위해 이렇게 문을 세 개만 만들었다고 한다. 그나저나 JR패스가 있는데 왜 이렇게 걸어다니는 뻘짓을 하고 있을까...

 

결국 오타루칫코역까지 걸어갔다.

걷기 중독자도 아니고.. 쳇~ 걷는 것이 취미이기는 하지만..

 

두 시간 넘게 계속 걸은 것 같은데..

 

오타루칫코역 주변에 쇼핑센터가 있다고 하니 일단 들러봐야겠다. 수퍼마켓이 있으면 가서 빵이라도 사서 먹으면 될 것 같은데..

 

종점인 오타루역이 다음 역이라 열차 안에 빈 자리가 많은 것 같다.

 

어느새 시간이 두 시가 넘었다.

제니바코역에서 아사리역까지 계속 걸어서 배가 고프니 점심을 먹어야겠는데, 열차를 탔으면 12분이면 오는 곳을 눈 속을 헤치다가 두 시간 정도 걸린 것 같다...

 

JR패스가 있는데 열차를 안 타고 왜 걸었을까 싶은데, 뭐 그럴 수도 있지..

 

역시 광각 기능을 잘 다루지 못해서 생긴 이상한 사진..

2030년 말에 신오타루역 개업 예정이라는데 그 때까지 10년 넘게 남았다.

 

많이 걸었더니 슬슬 발걸음이 무거워져서 택시를 타고 싶으나 돈이 없다... 별 수 있나 계속 걸어야지..

 

그냥 미나미오타루역까지 갔어도 되는데, 그러면 심심하니까 오타루칫코역에서 미나미오타루역까지 걸어가기로 한다.패스는 왜 안 쓰냐..

 

이런 곳에 시계가 있다니..

구글 지도로 길을 찾아서 미나미오타루 방면으로 가야겠다.

 

저 아가씨들은 이 동네에 사는 사람들 같기도 한데..

 

아.. 이제는 눈이 징그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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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 눈길을 걸어봅시다

2019. 4. 13. 15:29

여전히 광각렌즈를 잘 사용하지 못해서 - 나중에 익숙해지니 별 것 아니었네 싶었지만 - 사진을 엉망으로 찍었다.

 

쾌속 에어포트 대신 구간쾌속 이시카리라이너를 타고 가야겠다. 오타루까지 가는 것이면 이 열차를 먼저 보내고 기다렸다가 타는 것이 낫겠지만, 어차피 중간에 내릴 계획이므로 그냥 구간쾌속을 타고 가도 별 차이는 없을 것 같다. 구간쾌속열차는 열차 이름처럼 일부 구간에서 쾌속으로 운행을 하는 열차로 몇몇 역들을 통과하는데, '쾌속' 등급 보다는 정차역이 더 추가되므로 시간은 조금 더 걸린다.

 

바다가 보이는 곳에서 내릴 생각으로 왔기에 제니바코역에 내려서 오타루 방향으로 걸어간다.

 

'D51 603' 이란 간판이 있는데, 과거의 증기 기관차의 열차 번호였던 것 같다. 이것을 간판처럼 달아놓는 것을 보면 꽤 열정이 있는 철도팬인가보다. 열차를 좋아하기는 해도 별로 수집욕은 그리 많지 않은 것 같고, 그냥 사진 몇 장 찍는 정도라, 열심히 사진을 찍지도 않고 어지간해서는 굿즈를 수집하지 않는 가벼운 철도팬 정도라 생각하시면 되지 않을까 싶은 생각이다.

 

적당하게 구름이 끼어서 그나마 다행인 것 같다. 그렇지 않으면 쌓인 눈이 햇빛을 반사해서 금방 얼굴이 그을릴텐데..

 

이 곳에 사는 분이 수산업에 종사하시는 모양이다.

 

삿포로에서 오타루를 오가는 열차는 홋카이도에서 몇 안 되는 전화구간이라서 전동차가 다닌다.

 

대충 광각렌즈 사용법을 익힌 것 같기는 한데, 무의식 중에 줌을 당기고 밀고 하다보면 이렇게 왜곡된 모습이 된다. 가운데 차량 옆줄의 색상이 다른 차량은 지정석이 있는 4호차 U시트 차량인 것 같다.

 

누군가 지나간 흔적이 있네..

 

저기 세워둔 것은 수산물을 말릴 때 사용하는 것 같은데..

 

겨울 바다

바람이 날카롭게 불어올까 걱정을 했는데, 낮이고 바다 근처라 그런지 생각보다 춥지는 않았다. 해양성 기후라서 같은 기온에도 일본이 조금 더 따뜻하게 느껴지는 것 같다.

 

선로 옆에는 차량이 지나다니는 길이 있는데, 눈이 쌓이고 얼어서 자동차는 거의 다니지 않는다. 이런 날에 눈과 얼음으로 뒤덮인 길 위에서 차량 운전하는 것은 쉽지 않겠지.

 

삿포로행 열차가 지나간다. 홋카이도에서 사용하는 통근형 열차는 3도어 차량을 사용하는데, 문을 많이 열면 차내의 열기가 금방 식어버리므로 에너지 절약과 환경 보호를 위해서 그런다고.

 

이대로라면 조금 있다가 다시 보게 될 수도 있을 것 같은데..

 

저 쪽에서 역시 오타루로 가는 열차가 오고 있다.

 

순식간에 열차가 지나가서 원하는 그런 구도는 나오지 않았다.

 

철도건널목이 있는데 이런 날씨에 돌아다니는 사람 찾는 것도 쉽지 않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출근하고, 학교에 가지 않았을까 싶은데..

 

이렇게 쌓인 눈이 사람과 차들이 지나다니면서 밟혀서 얼어붙을 때 미끄러운 빙판이 만들어지는데 조심해서 앞으로 간다.

 

철도 건널목이 있다.

 

철도 건널목 앞에 비상 제동 버튼이 있기는 하지만, 열차는 제동거리가 자동차만큼 짧지 않아서 급히 제동을 하더라도 위의 사진 정도의 거리는 제동이 불가능하니 반드시 주의가 필요하다.

 

열차가 그리 자주 다니지 않지만 철로를 따라 오다보니 계속 열차가 중심이 되는 것 같다.

 

노란색 벽의 저 건물이 눈에 확 띈다.

 

보면 볼수록 저 집이 마음에 드는데..

 

 

아동공원 41번 치도리공원이라는데..

날씨가 춥고 눈이 얼어붙어 위험해서인지 공원에서 노는 아이들은 못 봤다.

 

간신히 열차만 다닐 수 있게 제설을 한 것 같다.

 

삿포로 방면에서 열차가 오는 것 같은데..

 

엇! 열차가 온다..

 

열차가 속력이 붙어서 폰카로는 무리인 듯하다. 아직 사용법이 익숙하지 않은 것도 하나의 이유겠고..

 

열차는 순식간에 지나가버렸다.

 

그 사이에 반대방향인 삿포로행 열차가 또 지나가고

 

이 춥고 길도 엉망인 곳에 와서 왜 이런 고생을 하고 있는지 잘 모르겠지만, 저 위에 사는 사람들은 눈이 쌓이면 아주 불편할 것 같다. 계속 걸어가자니 오래 신어 밑창이 닳은 신발에 조금씩 물이 새는 것 같아서 열차를 타고 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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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 오타루 운하

2019. 4. 9. 03:00

삿포로역 건물에 있는 ESTA의 식당가에서 가장 저렴한 오무라이스를 시켜서 먹고 오타루행 쾌속 에어포트를 타러 삿포로역으로 갔다. 아무래도 지난 밤에 마트에서 세츠분이라고 이것저것 막 주워 담다보니 지갑이 금새 얇아졌다. 그러게 김밥을 조금만 사먹었어야 했는데..

 

오타루에 갈 때는 쾌속 에어포트죠..

쾌속열차 에어포트는 주요 역에만 정차하기에, 쾌속열차가 통과하는 역에서 내리려면 한 번 내려서 보통 등급의 열차를 타고 환승해야하는 번거로움이 있다.

 

제니바코역을 지난 다음부터 해안선을 따라서 달리면서 바다를 볼 수 있다.

 

북쪽에 위치한 곳이기에 해가 빨리 지는데 조금 더 일찍 올 것을 그랬나 싶은 생각이 들었다.

 

해가 길지 않은 겨울이라 해가 슬슬 지고 있다.

 

앞자리에 앉은 아저씨는 카메라로 동영상을 찍는 중이다.

저런 것은 귀찮아서 할 생각이 없다.

 

대충 40분 정도 걸려서 오타루역에 도착했다.

 

오타루역에서 오타루운하에 가는 법은 그냥 아래로 계속 내려가면 된다.

 

다만 군데군데 눈이나 얼음이 녹지 않은 곳이 있으니 주의해야한다.

 

이렇게 얼어있는 곳이 위험한 법인데..

 

얇고 어설프게 얼어 있거나, 밑에 물이 얼지 않고 있는 곳은 위험하다.

 

11년 전 처음에 영화 러브레터를 보면서 느꼈던 기분과 실제로 오타루에 와서 운하와 오타루를 돌아볼 때와는 다른 느낌인데..

이 영화가 개봉했던 것이 꽤 오래되어서 그런지 사람이 그렇게 많지는 않다. 12년 전에 처음 왔을 때는 찾는 사람들, 특히 한국인들이 많았던 기억이 있다. 해외여행을 가기에 환율이 좋았고, 여러 가지로 상황이 좋은 편이기도 했었지...

 

오타루시에서 영화 '러브레터' 로 꽤 적극적으로 홍보에 나섰던 적이 있었고, 한국어로도 관광 지도나 브로슈어를 제작하여 비치하는 등 관광객 유치를 위해 많은 노력을 했던 기억이 어렴풋이 남아 있다. 영화 촬영 장소들을 돌아볼 수 있도록 안내를 하기도 했는데, 이미 강산이 한 번 변하고 또 변하고 있는 중이고, 요즘에 여기를 찾는 젊은 사람들은 러브레터라는 영화를 처음 들어보았을 수도 있겠다.

 

더 어두워지기 전에 역으로 슬슬 돌아가야할 것 같은데..

 

거의 10년이 넘은 옛날의 일이 되어서일까, 삿포로에 갔다가 잠시라도 시간이 날 때면 종종 오타루를 짧게라도 들르기도 했는데, 처음 일본에 와서 오타루 운하를 보러 왔을 때와 같은 기분은 들지 않는다. 오타루역에서 걸어서 운하로 내려오다가 '여기가 이런 곳이었지...' 정도의 느낌만 남아 있다고 할까..

 

겨울에 눈을 보지 못하는 나라에서 온 관광객들은 신이 나서 열심히 사진을 찍고 있다.

 

초점이 안 맞았네..

 

눈과 얼음이 신기할 수도 있겠지. 뭐..

강원도에서 갇혀 있을 때 겨울이면 새벽에 불려나가 빗자루와 삽들고 눈 치우러 다니느라 바빴는데..

 

조금만 더 어두워지면 좋을 것 같은데..

 

지붕 위에 쌓인 눈들이 녹아 흘러내리다 얼어붙어서 고드름이 된 모양이다.

 

지붕에 매달린 고드름..

 

동남아에서 온 아가씨들은 눈을 보면서 매우 즐거워하는 것 같다.

 

그러고 보니 저 창고 건물에 있는 상점에는 한 번도 가본 적이 없는 것 같은데..

 

폰카의 한계인가, 사진 찍는 사람의 능력 부족인가.. 후자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이제는 여기 다시 오지 않아도 될 법도 한데, 그냥 자꾸 오게 된다.

 

혼자 방문하는 사람도 환영한다는데 돈이 얼마 없어서..

 

종일 열심히 제설을 했지만 밤에 또 눈이 쌓일 터이고, 내일 아침에 또 제설을 하겠지. 눈과의 전쟁하는 기분이 어떤지 아주 잘 안다...

 

/

이미 해가 져서 어둠이 내린 지 오래이지만, 오타루 시내가 그리 넓지는 않고 길이 복잡하지 않아서 적당한 방향감각만 있으면 쉽게 오타루역을 향해서 갈 수 있을 것 같다.

역시 엄청난 적설량이다.

 

오타루 생제르망이라는 빵집이 있다. 시간은 많고, 살짝 배도 고프고 사람들이 많이 찾길래 들어가서 빵을 두 개 사서 나왔다. 누구를 대상으로 조사한 것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인기 빵 순위가 있었는데, 1위와 2위였던 빵을 골라 샀는데, 맛이 꽤 좋았다. 가격도 일본의 물가수준을 생각하면 괜찮은 것 같고.

 

해가 지고 어두워지자 대부분의 사람들이 삿포로에 돌아가려고 오타루역으로 계속해서 오는 것 같다. 자유석 차량에서는 좌석에 앉아서 갈 가능성이 높지 않겠다 싶어서 역무원에게 JR패스를 보여주고 쾌속 에어포트의 지정석권을 받아서 나왔다. 타려고 했던 시각의 열차는 이미 만석이라고 해서, 그 다음 열차를 예약하고 조금 더 기다리다가 열차를 타고 삿포로로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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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아사히카와로 복귀

2019. 4. 4. 21:57

그나마 역 앞에 있는 도로의 눈은 최대한 치운 것 같다.

 

홋카이도는 개발을 할 때 계획을 세워 바둑판처럼 개발을 해서 단정하게 건물들이 줄지어 있다. 바둑판처럼 반듯하게 구획을 정해두어서 깔끔하고 정돈된 거리의 모습이다.

 

저기 다리 근처에서 제설작업을 하고 있다. 마음 같아서는 저기 작업 중인 다리를 지나가보고 싶었는데, 괜히 일하는 사람들에게 민폐를 끼칠 것 같아서 그냥 돌아왔다. 저 다리 밑으로 지나는 강의 이름이 이시카리카와(石狩川)다. 이 이시카리카와가 흐르는 강 근처를 달리는 열차 중에 이시카리라이너라는 것도 있고.

 

눈을 다 치울 수 없어서 간신히 사람이 지나다닐 길만 만들어 놓은 것 같은데, 그래도 차도는 거의 제설을 마친 듯하다.

 

인도는 어쩔 수 없겠지만, 차도는 대충 제설이 완료된 것 같다. 사람이 걸어다니는 길은 제설이 되어 있지 않아서 잘못하면 넘어져 다칠 수도 있을 것 같다.

 

지나다니는 사람들이 밟고 가서 눈이 얼어있는 곳도 있으니 조심해서 가야지.

 

후카가와역에 내린 것이 처음이고, 역 바깥으로 나온 것도 처음인데 그냥 그런 작은 마을인 것 같다. 높은 건물은 보이지 않고 간판에 후지필름의 로고가 적힌, 사진관으로 보이는 가게도 보이고..

 

역 건물이 단촐한 느낌이 들기는 하는데, 하코다테본선과 루모이본선의 환승역이다. 루모이본선이 이미 루모이부터 마시케 구간이 잘려나갔듯이, 머지않아 폐선이 될 것 같지만..

 

역 앞의 광장에는 이렇게 눈이 잔뜩 쌓여 있다.

그래도 용케 사람이 지나다닐 길은 만들어두었네.

 

"여기부터는 역전광장"

 

아사히카와행 보통열차는 15시 14분에 출발한다고 한다.

 

철로에 눈이 덮여 있는데, 치워도 다시 눈이 내리면 이 모양이 되니..

 

승강장에도 눈이 쌓여 있다.

 

특급열차가 30분에서 한 시간 정도 간격으로 다니지만, 아사히카와까지는 거리가 먼 것도 아니니 먼저 오는 보통열차를 타고 가야겠다.

 

역시 빈 자리가 많다.

 

창 밖의 눈이나 보면서 가야겠다.

 

선로 근처에 지나다니는 사람이나 차를 보기 어렵다.

 

누군가 지나다닌 흔적이 있는데, 동물의 발자국인가..

 

눈으로 덮인 들판에 앙상한 가지만 남은 나무가 보이고

 

땅은 넓으나 사람이 없는 홋카이도...

 

오사무나이역

 

승강장에 세워진 역명판도 눈에 묻혀서 간신히 오사무나이역임을 알 수 있다.

 

홋카이도가 이런 동네였지..

 

눈 구경은 실컷할 수 있다.

 

이노역

2년 전 여름에 보통열차로 하코다테본선을 완주한 적이 있는데, 이런 역이 있었는지 기억도 안 난다. 이노역 다음 역은 치카부미역, 그리고 마지막 종착역인 아사히카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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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삿포로 도착

2019. 3. 21. 01:52

삿포로행 특급열차 수퍼 호쿠토는 열심히 달리고 있다. 이 열차는 하코다테본선과 무로란본선, 그리고 치토세선을 거쳐 삿포로까지 간다.

 

토야역

여기서 버스를 타고 토야코(洞爺湖)에 갈 수 있다.

 

역 바깥의 모습은..

사람이 없다..

 

토마코마이역

언젠가 귀국일 직전에 신치토세공항이 그나마 가까워서 이 근방에서 하루 묵었던 적이 있었는데..

 

북쪽이라 그런지 해가 금방 지는 것 같다.

 

삿포로역이 가까워지자 분주하게 움직이는 사람들이 하나 둘 늘어난다.

 

겨울의 삿포로는 눈과 앙상한 가지만 남은 나무 말고 또 무엇이 있을까.. 역시 일루미네이션과 유키마츠리인가..

 

도대체 열차 안에서 몇 시간 째 있는 것인지..

굉장히 지겹다.

 

그래도 다음 역이 신삿포로역이라 하니 거의 다 왔다...

 

닛폰햄 파이터스의 로고가 보인다.

이 근처에 훈련장이라도 있어서 그런 것인지 아니면 그냥 광고하려고 저렇게 해둔 것인지는 잘 모르겠다. 이제 오타니도 없는데..

 

삿포로 관광안내소에서 판매하는 '삿포로셀렉트' 라는 할인티켓이 있다. A코스는 성인 기준 2,300엔짜리 티켓으로, 모이와야마로프웨이 왕복에 더해 삿포로테레비탑 전망대, 오쿠라야마 전망대, 홋카이도 박물관, 홋카이도 개척마을, 히츠지가오카 전망대, 삿포로 올림픽 박물관 중 두 곳을 선택하여 이용할 수 있다고 한다. B코스도 역시 세 곳까지 사용할 수 있는데, A코스에서 가장 비싼 모이와야마로프웨이가 빠진 차이가 있다. 대부분 다녀온 적이 있어서 별로 다시 가고 싶지는 않으니 뭐..

간신히 예약한 호텔에 체크인을 하고 방 안에서 잠시 쓰러져 있다가 밤에는 일을 해야하므로 먹을 것을 잔뜩 사서 냉장고에 넣어두고 도시락 세 개를 먹어 하루 세 끼를 한 번에 먹는 신공(?)을 발휘한다. 그러나 그것을 목격한 사람은 없다...

 

맛있는 초밥

 

게살이 맛있게 보여서 샀는데..

재작년 말부터 회사 상황이 안 좋아서 출장 경비를 아껴야 하는지라 징기스칸과 맥주 같은 것은 꿈도 못 꾸고..

 

하루 종일 굶었다고 도시락을 한 번에 세 개나 먹다니..

결국 세 끼를 한 번에 다 먹은 셈이네..



모리행 보통열차의 운휴 덕분에 편하게 특급열차를 타고 갈 수 있을 것 같지만, 모리역에서 하코다테로 가는 열차 시각표를 확인하지 않아서 환승대기 시간이 궁금하지만, 데이터로밍을 하지 않아서 실시간 확인을 못하고 그냥 되는대로 가야할 것 같다. 전화 한 통화면 통신사 직원과 연결되어 데이터로밍을 신청할 수 있지만, 데이터로밍을 하면 본전 생각이 나서인지 계속 휴대폰을 만지작거리게 되는 것이 싫어서 잘 하지 않는다. 시간적 여유가 있다면 낯선 동네를 슬슬 돌아보는 재미도 있어서 그냥 전화만 되는 데이터 차단 상태로 여기저기 돌아다니는 것이 더 좋은 것 같다. 열차 시각 확인은 역무원에게 물어본다거나 역에 비치된 시각표를 찾아봐도 되는 일이지만 아직 시간적 여유가 있어서인지 일단 귀찮고 지겨워지고 있다. 열차를 좋아하기는 하지만, 새벽부터 열차를 타고 자정이 다 되어서 내릴 만큼의 열정을 가진 사람이 아닌데다, 느린 열차는 지극히 싫어하고, 그 느린 열차를 타다보니 시간이 지날수록 피곤해지면서 계속 끌고 다니는 짐을 던져버리고 싶은 생각까지 드는 상황이라..


저렇게 선로 주위에 풀이 자란 것은 대도시의 역에서는 쉽게 볼 수 없는 광경이다. 이 선로에 특급열차와 보통열차는 물론 화물열차도 다니겠지만, 대도시권역처럼 분 단위로 열차가 오가는 것도 아니다보니 그냥 이렇게 적당히 방치한다고 보면 될 것 같다. 어차피 검측차량이 지나다니면서 보선을 할 터이고, 풀이 조금 길게 자랐다고 해서 큰 문제가 생기는 것은 아닐 터이니..


기다리는 열차 하코다테행 수퍼 호쿠토가 오샤만베역에 도착하고 있다. 이 열차를 놓치면 곤혹스러운 상황이 발생할 수 있으므로 열차가 문을 열자마자 바로 안으로 들어갔다. 역무원이 6명이 특급열차에 대체 수송으로 탄다고 무전으로 알린 탓인지 차장이 따로 검표는 하지 않았다. 


객실 전광판에 오샤만베역이라는 표시가 나오고 있다.


특급 수퍼호쿠토라고 안내를 한다. 하코다테에서 노보리베츠, 삿포로 등에 갈 때 늘 이용하던 열차기에 친숙한 느낌이 들었다. 차내의 좌석의 편안함은 보통열차의 좌석과 비교할 바는 안 되고, 주요 역에만 정차하는 열차인지라 속도는 말할 것도 없다.


역무원이 미리 차장에게 이야기를 해서인지 자유석 차량에 앉아 있는데도 검표를 하지는 않았다.


홋카이도의 여객 수송은 적자를 면치 못하지만, 철도를 이용한 화물수송은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다. 국철 분할 민영화를 추진하면서 여객철도회사 중 운송수입이 안정적이고 영업이익이 많은 JR동일본, 토카이, 서일본은 주식공개를 하여 민영회사가 되었고, 얼마 전에 JR큐슈가 증권거래소에 상장하여 이제 JR홋카이도와 JR시코쿠만이 어정쩡한 상태로 남아있게 되었고, 여객운송을 취급하지 않는 JR화물은 일본 철도건설·운수시설정비지원기구라는 독립행정법인이 맡고 있다. 홋카이도는 큐슈나 시코쿠와는 달리 혼슈와 이어진 도로가 없어서 철도가 유일한 육상교통수단이라서 열차를 통한 화물운송이 꽤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특급열차라고 빨리 달린다.

이대로 하코다테까지 가고 싶은데, 모리에서 하코다테까지의 운임을 포함한 자유석 특급요금은 1,550엔인지라, 이 돈이면 하루 식비로도 충분한 수준이어서 그냥 모리에서 내려야 할 것 같다. 일본의 철도요금은 일반적으로 '운임'과 '요금'으로 구성이 되는데 한국에서는 이렇게 구분을 하지 않아서 조금 어려울 수 있다. 운임은 A에서 B라는 구간을 이동할 때 내는 승차요금을 말하며, 거리에 비례하여 산정이 된다. 예를 들면, 삿포로에서 하코다테까지 운임은 이 때 가는 것처럼 치토세선, 무로란본선과 하코다테본선으로 가는 경우에는 5,720엔, 오타루, 쿳챤 등을 지나는 하코다테본선만 이용하면 5,400엔이다. 이는 하코다테본선이 운행 거리상으로는 더 가깝지만, 열차의 연결이 좋지 않아서 시간이 많이 걸리는 탓이다. 특급열차를 탈 때는 이 운임에 특급료라고 하는 요금이 추가되는데, 자유석 2,590엔,  지정석 3,120엔의 요금이 필요하다. 사철 중에는 칸사이지역의 한큐와 한신 등 특급료를 따로 받지 않는 곳도 있지만, JR과 대형 사철에서는 유료특급에 특급료를 받고 있다.  


수퍼호쿠토는 약 40분 정도 달려서 모리역에 도착했다. 모리역까지 예정보다 빠르게 오기는 했는데, 그렇다고 하코다테 방면의 후속열차가 바로 이어지는 것이 아니어서 여기서 갈아탈 하코다테로 가는 열차는 한참 뒤에 있다. 


모리역이 특급 정차역이다보니 삿포로-하코다테 구간을 여러 번 오가면서 이 풍경은 눈에 익지만, 이 역에 내려서 보통열차를 기다리는 것은 처음이었다. 이 여행은 처음의 연속도 아니고 뭐냐.. 모리역에 예정보다 빨리 도착했지만, 모리에서 하코다테로 가는 열차 시간은 한 시간 가까이 남아서 별 의미가 없다.


모리역

모리역은 '이카메시' 라는 오징어 속에 밥을 넣은 유명한 에키벤이 있다. 아베쇼텐(阿部商店)이라는 곳에서 판매하는데 이 날은 이카메시가 다 팔렸다고 한다. 당일 판매를 해야하는 식품의 특성상 모리역 이용자가 많지 않으니 무턱대고 많이 가져다 둘 수도 없을 것이고, 청춘18 시즌의 마지막이 가까워지고 있어서 사람들이 많이 다녀가면서 다 사가지 않았을까 싶다.


기온은 22도라고 한다.


깃발을 꽂아두는 곳에는 깃발이 없다. 바람이 많이 불어서 일부러 빼놓은 것인가..


히로세 스즈가 모델로 나오는 선거권연령 안내 포스터가 붙어 있다. 일본에서는 만 18세 이상 투표권을 부여하고 있어서 여전히 만 20세 이상인 한국과는 비교가 된다. 한국에서는 고등학교 졸업 후 대학에 가거나 취업을 하여 사회인이 되니 - 뭐 재수생도 있을거고, 실업자도 있겠지만 - 고등학교를 졸업할 나이에 선거권을 부여하는 것을 고려해야 할 것 같다. 만 18세를 넘지 않았더라도 취업할 수 있고, 사회인으로 살아갈 수 있지만, 자치단체장, 지역의원부터 국회의원과 대통령을 선출하는 과정에 참여하지 못한다는 것은 뭔가 맞지 않는 듯한 느낌이다. 살아갈 날이 더 많은 사람들에게 일찍 선택의 기회를 주는 것이 좋지 않을까 싶다.


저 구멍은 얼굴을 내밀고 기념사진을 찍으라고 만들어 놓은 것 같은데..


특급 호쿠토로 운행하는 키하 183계 특급형 전동차


호쿠토는 틸팅이 안 되어서 10여 분 정도 소요시간이 더 걸리고, 낡아서 잘 안 타려고 하지만 저 열차를 타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방향이 반대만 아니었다면 순간 지름신을 불러왔을지도 모를 상황. 그러나 건너편에 낡아빠진 하코다테행 열차가 오래 전부터 기다리고 있다.


딱 봐도 열차가 썩었다.

뭐 그래도 굴러다니니까 다니고 있겠지만..


도색이 벗겨지고 여기저기 파인 자국을 보니 뭔가 애처로운 느낌이 들었다. 사실 애처로운 것은 나 자신이었을텐데.. 수송인원이 많다면 좋겠지만 통근, 통학시간대를 제외하면 이용하는 사람도 별로 없어서 열차를 타고 다니는 사람들은 그리 많지 않을 것 같다.


사와라경유라고 써 있는데, 이 때는 그것을 눈치채지 못했다.


이 열차가 워낙 썩은 것 같아서 나중에 찾아보니 1980년 8월에 제작하여 나에보운전소에 배치된 차량이라고 한다. 2016년 시점에서 36년 이상된 열차니까, 이 열차가 형이다. 


열차에 서너 명 정도 탔던 것 같다.


이제 모리역을 출발한다.


다음 역은 히가시모리(東森)역

이 때만 해도 이 열차가 하코다테에 간다는 것만 알았지, 어느 길로 가는지 몰랐다. 정확히 말하자면, 평소에 특급열차를 타고 다니던 그 선로를 달려 오누마코엔을 지나 하코다테에 가는 것이라 생각했다. 그런데..


히가시모리역

평소에 '히가시모리'라는 역을 본 적이 없는 것 같아서 뭔가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평소에 특급열차를 타고 다니면서 그냥 지나쳤는가보다 하면서 별 의심없이 앉아 있었다. 삿포로에서 하코다테에 갈 때 오샤만베에서 모리역을 지날 때면 슬슬 정신을 놓고 잠들어 있을 시간인지라..

   

오시로나이역

오모시로이(おもしろい)역인지 알았는데 아니었다.


카카리마역

계속 열차를 타고 가는데 낯선 풍경이 펼쳐지고 있어서 뭔가 이상한 느낌이 들었다. 열차를 잘못 탄 것 같지는 않은데, 어디로 가는지 잘 모르겠고, 뭔가 혼란스러운 상태. 그동안 다녔던 그 경로가 아니었다.


오시마사와라역

이제 이 열차가 사와라지선이라 불리는 선로를 따라 달리는 것을 알게 되었다. 하코다테본선은 모리역에서 오누마역까지 사이에 평소에 특급열차가 달리는 선로 외에 사와라 지역을 지나는 다른 선로가 있다. 거리상으로 이 선로가 우회하여 가는 선로이기에 시간이 많이 걸리는데, 이 연선 지역에 이용객들이 적지 않아서 보통열차를 운행하고 있다고 한다.


호쿠토나 수퍼 호쿠토 같은 특급열차를 타면 모리역에서 오누마역까지 하코다테본선(색깔이 칠해지지 않은 철도구간)을 따라 최단구간으로 달리지만, 보통열차는 이 구간과 시카베 경유의 사와라선 두 가지로 운행하고 있다. (중간에 이케다엔역과 오누마역 사이에 나가레야마온센역을 귀찮아서 생략한 것을 양해바랍니다) 


가다보니 날도 어두워지고 사람은 지치고, 졸다 깨다를 반복하다가 결국 잠들어서 어느덧 신하코다테호쿠토도 지나고 나나에역에 도착하였다. 하코다테가 머지 않았으니 정신을 차리고 가지고 다니기 편하게 짐을 다시 정리한 뒤 하코다테역에 내렸다.


청춘18 승차권 4일째 분을 사용하는 날.

여유를 부리면서 아침을 먹고 원래 계획했던 것보다 조금 늦게 호텔에서 나왔다. 삿포로역에 조금 일찍 가서 토마코마이에 도착해서 열차를 기다리려고 했는데, 장거리 이동에 적합하게 짐을 다시 싸다보니 생각보다 시간이 많이 걸렸고, 호텔에서 체크아웃하기 전에 아오모리에서 토쿄까지 가는 열차 시각표를 인쇄하다가 또 시간을 보냈고, 짐이 많아서 이것을 다 질질 끌고 다닐 수도 없어 호텔의 송영버스를 타려고 기다리면서 시간을 보내느라 삿포로역 앞에 내리니 시간이 빠듯했다.

거리상으로 따지면 청춘18 여정의 마지막 날이 가장 길고 오랜 시간이 걸리는 것이지만, 혼슈에서는 토쿄에 가까이 갈수록 열차의 빈도가 많아지고, 자정이 지나 마지막 열차가 다니는지라, 홋카이도처럼 이동 거리는 멀지만 열차 운행이 드물어서 중간에 허비하는 시간이 많은 곳이 더 힘들다. 삿포로에서 치토세나 토마코마이까지 다니는 치토세선은 그나마 열차가 자주 다니는 구간이지만, 토마코마이 이후로는 열차 운행 횟수가 현저히 줄어들기 때문에 열차를 기다리는 중간에 딴짓하다가 놓치면 하코다테까지 못 갈 수도 있는 위험이 있어서 주의해야 한다.


조금 늦은 출발을 만회하기 위하여 쾌속 에어포트를 타고 치토세역까지 왔는데 열차가 바로 있는 것은 아니고 11시 44분에 토마코마이행 열차가 있다고 한다. 예정대로 간다면 하코다테까지 갈 수 있을 것 같은데, 태풍이 쓸고 간 뒤로 기상 및 철도 상황이 불안정해서 걱정을 지울 수 없었다. 


치토세역 정도면 그럭저럭 번화하다고 할 수 있는 곳인데 아무리 출근, 등교시간이 지났다고 해도 역이 너무 썰렁하다. 사람들이 다 점심 먹으러 간 것일까. 학생들이 집에 갈 때나 직장인들이 퇴근할 때는 사람이 꽤 많지만, 다른 시간에는 이렇게 한산한 모양이다. 이러니 홋카이도의 모든 노선이 다 적자일 수밖에..


열차가 도착한다는 안내가 나온다.


삿포로 근교 노선도

위의 노선도에 있는 역들이 삿포로 권역이라고 할 수 있다. 이 이상인 경우 삿포로까지 1시간 이상 걸리는 것은 물론, 열차 간격이 뜸해서 이동에 상당한 제약이 생긴다. 이 노선도에 있는 범위 정도만 거리와 소요시간 및 승차인원 등에서 삿포로 권역으로 설정해두고 있다.


아울렛 레라가 보이는 것을 보니 여기는 미나미치토세역


열차 문이 무식하게 생겼는데, 겨울이 길고 춥고 눈이 많이 내리는 곳이라 방한, 방풍을 위해 차량의 문을 이런 식으로 만들었다고 한다.


미나미치토세를 지나면 승객이 확 줄어서 빈 자리가 늘어나기 시작한다. 치토세역에서 열차에 탔을 때부터 빈 자리는 있었지만 종착역인 토마코마이가 가까워지면서 사람이 앉은 곳보다 빈 자리가 더 많아진다.


이용하는 사람이 많지 않은 곳에서는 문 옆에 있는 버튼을 눌러서 문을 열고 닫게 되어 있다. 한국의 전철, 지하철처럼 역에 도착하면 자동으로 문을 열어주지 않기도 하니 주의해야한다.


종착역인 토마코마이역에 도착. 내린 다음에 보니 731계 전동차를 타고 온 것 같다. 굳이 열차의 계열 같은 것을 알고 싶지는 않지만 써진 것을 보니 대충 알 수 있는 것 같다. 토마코마이역은 무로란본선과 히다카본선의 환승역이기도 하다. 엄밀하게 말하면 치토세선은 토마코마이역의 이전 역인 누마노하타(沼ノ端)역까지이지만, 이 역이 존재감이 없어서 치토세선 열차가 토마코마이까지 운행을 한다. 삿포로에서 치토세까지 갈 때도 삿포로에서 출발하여 나에보(苗穂), 시로이시(白石)역까지는 하코다테본선으로 가다가 시로이시역을 지나서 분기가 된다. 


곧 하코다테방면으로 가는 상행열차로 갈아타야 하고, 토마코마이역 주변에 별로 갈만한 곳도 없어서 그냥 역에서 기다렸다.


아마 저기에 세워져 있는 열차 같은 똥차가 들어올 것 같다.


토마코마이역 주변에는 메가돈키호테가 있고, 그 건물에 쇼핑센터 같은 곳이 있다. 특급 정차역이라고 해서 나름대로 사람이 많이 사는 도시가 아닐까 싶어서 몇 번 들러보았는데 매번 딱히 눈에 들어오는 것은 없었고, 뭐 그저 그랬다. 그렇다고 돈키호테가 다른 곳에 비해서 많이 싸다고 느낀 적도 없는 것 같다. 가끔 유통기한이 다 되어가는 식품류를 반값 이하에 싸게 팔기도 하지만 입맛에 맞지 않는 것들이어서.


역 근처에는 비즈니스 호텔 체인의 점포들이 줄지어 있다. 토마코마이시는 무로란시와 함께 홋카이도의 대표적인 공업도시인데, 제지산업이 유명하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토마코마이역 주변에는 돈키호테가 있는 쇼핑센터 외에 눈에 띄는 상점이 별로 없고, 호텔들의 큰 간판만 보인다. 오히려 공항이 가까운 치토세에는 호텔 등의 숙박업소가 많지 않아서, 홋카이도의 성수기에는 삿포로나 오타루 등지에서 숙소를 구하지 못하면 토마코마이 정도가 대안이 될 수도 있을 것 같다. 물론 토마코마이에서 삿포로, 오타루에 다녀오려면 적지 않은 비용과 시간을 소비하게 되겠지만 홋카이도레일패스나 JR패스를 구입했다면 추가로 들어가는 비용이 없으니 길바닥에 시간 버리는 것 외에는 괜찮을 것 같다. 

맛집 같은 곳을 일부러 찾는 성격도 아니고, 백팩에 캐리어, 60사이즈를 넘는 무거운 상자 하나를 들고서 돌아다닐 엄두가 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약 20분 후에 들어올 열차를 놓치면 두 시간 후에 다음 열차가 오는지라 얌전히 플랫폼에서 오락가락하면서 열차를 기다렸다.

 

대부분은 단거리 이용객인 것 같지만, 청춘18 승차권이 9월 10일까지 유효하므로, 여름의 끝자락에서 보통열차로 돌아다니는 사람들이 종종 있다. 대개 특정 지역에서 여행을 목적으로 온 사람들은 짐을 저렇게 가볍게 하고 다니지 않기에 대충 짐작할 수 있다. 저 사진의 사람처럼 백팩 하나 메고 음식을 사들고 타는 사람이면 그럴 가능성이 더 높다. 돈이 없어서 보통열차를 타는 것은 마찬가지이겠지만, 단기체재 자격의 외국인은 JR패스나 홋카이도레일패스를 살 수 있는 것에 반해, 내국인은 청춘18승차권 같은 기간한정의 패스 또는 홋카이도 내에서만 구입 및 사용이 가능한 '홋카이도프리패스' 라는 패스만 구입해서 사용할 수 있다. 그 가격이 7일간 26,230엔이므로 범위가 홋카이도내로 한정되고, 지정석 예약은 6회로 제한되며, 홋카이도신칸센을 탈 수 없다는 것을 생각하면 적은 금액은 아니다. 그런데 어떤 바보 멍청이는 돈 아끼겠다고 이렇게 사서 고생을 하고 있다...


기다리는 열차는 12시 29분 발 무로란행 보통열차. 이 열차의 종착역은 무로란이지만, 하코다테 방면 열차가 다니는 역은 히가시무로란이어서 중간에 내려서 환승해야 한다. 멍청하게 열차 안에서 졸다가 종점인 무로란까지 갈 수 있으니 잠도 마음대로 못 잔다. 

 

열차가 들어온다는 안내가 나왔다.


반대편 삿포로 방면으로는 특급열차 스즈란이 들어온다.


저런 열차를 타고 빠르고 편하게 가고 싶지만..


현실은 이런 똥차다.


무로란행 무로란본선 열차이지만, 히다카본선 일부구간이 운휴 중이라고 남는 열차를 빼돌려 이렇게 굴리고 있다. 행선지 표지판으로 가려보려고 하지만 히다카본선이라고 써진 것이 표지판 위로 보인다.


무로란까지는 전동차가 다닐 수 있지만, 이런 디젤 동차를 굴리고 있다. 역시 승무원은 운전수 혼자 승차하는 원맨열차로 열차 운전 및 요금 수납을 혼자서 처리해야 한다. 열차 운전하다가 중간에 요금을 받고, 다시 열차 운전을 하려면 적잖이 짜증이 나지 않을까 싶다. 그래도 별 수 있나 먹고 살려면 승객들에게 웃음지으면서 묵묵히 하는 수밖에. 보통 사람들의 삶은 다 거기서 거기 아니겠는가..


두 량짜리 열차의 자리를 모두 채울 만큼 사람들이 많지는 않아서 여유있게 천천히 올라타도 될 것 같아서 사진이나 찍고 마지막으로 열차에 올라탔다. 가장 선호하는 왼쪽 창가 좌석에 앉아서 간다.


뒤 쪽의 차량은 키하 150형 열차다. 이미 도입된 구형 열차와도 병결을 하여 사용할 수 있도록 만들었다고 한다.


2량의 차량 중 뒤편의 차량에 빈 자리가 많아서 자리에 앉아서 간다.


토마코마이에 왔을 때 왜 갈만한 곳이 없었는지 저 명소 안내 표지판을 보고 대충 알게 되었다. 우토나이 호수는 버스로 25분을 가야하고, 타루마에산은 자동차로 40분, 토마코마이항은 차로 10분, 그나마 슬슬 걸어서 다녀올 만한 곳은 하쿠쵸마리나라고 불리는 백조들이 있는 곳인데 그것도 도보 15분이란다. 그래서 아무 곳도 못 가고 그냥 역 안에 쳐박혀 있었다.


무로란본선과 히다카본선이 다니는 홋카이도 도내 열차 운행에서 큰 역할을 하는 곳이라 그런지 토마코마이 운전소도 있다. 키하 150형 열차도 보이고, 홋카이도에서는 흔히 보이는 키하 40계 똥차 역시 멀쩡히 잘 있다. 언제 히가시무로란까지 가나 싶은데, 거기가 끝이 아니니 오늘 중으로 홋카이도를 떠날 수 있을지 슬슬 걱정이 되기 시작했다.



삿포로행 보통열차

2017. 10. 11. 02:55


제목은 삿포로행 보통열차이지만, 사실 저 열차는 이와미자와역 발, 오타루 착 열차로 중간에 삿포로에 정차하는 열차다. 




왓카나이에서 출발해서 삿포로에 가는 특급 사로베츠

이 열차는 특급열차라 청춘18승차권으로는 탈 수 없는, 제 돈을 줘야 탈 수 있는 열차이기도 하지만 이 시간에 특급열차를 탄다고 해서 크게 달라질 것도 없고, 돈이 없어서 못 가는 하코다테까지 갈 것이 아니라면 별 의미가 없다. 그리고 특급열차를 돈 내고 탄다면 같은 가격에 조금 더 승차감이 좋은 카무이를 타고 말지..


아사히카와역에서 이와미자와역까지 가는 보통열차에 올라탔다. 하코다테본선을 크게 네 부분으로 나누어서 하코다테-오샤만베, 오샤만베-오타루, 오타루-이와미자와, 이와미자와-아사히카와 구간으로 운행을 하기에 한 번에 삿포로까지 가는 보통열차는 없다. 하코다테본선의 종점인 아사히카와는 한반도의 최북단보다 위도상으로 더 북쪽에 있어서 여름이 지나면 금방 해가 진다. 9월 초이지만 오후 6시가 되면 슬슬 어두워지기 시작한다.

 

에베오츠역

다음 역은 타키카와.


타키카와역에 도착하고 있다. 

이틀 전에 아사히카와에 갈 때 지났던 역이다. 굳이 같은 경로를 택하지 않으려면 후라노에서 네무로본선을 이용하여 타키카와에 가는 방법이 있기는 하지만, 그 다음부터는 어차피 같은 경로인데다 이 경로를 택하면 짐을 계속 끌고 다녀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어서 생각조차 해보지 않았고, 뭔가 다른 길을 찾는다면 신토쿠까지 가서 삿쇼선으로 돌아가는 방법이 있겠지만 이 부근이 며칠 전에 태풍 라이언록으로 인한 피해로 운행 중단이 되고, 일부 구간은 당장 복구할 수 없어서 운행이 중단된 상황이라서 그냥 왔던 길로 다시 가게 되었다. 역시 여행이라는 것은 때를 잘 맞춰야 하는데 꼭 뭔가 하나씩 어긋나는 것들이 생긴다.


이와미자와역에 도착


후라노에 다녀온 시간까지 합치면 대충 3시간 넘게 열차를 타고 있다. 2시간 정도 열차를 타면 슬슬 질리는 편이라서 - 그래서 철덕은 될 수 없는 것 같지만 - 일단은 내리자마자 먼저 역 바깥으로 탈출을 했다. 열차에 가만히 앉아서 가는 것만으로도 지치기도 하고, 삿포로에 가는 열차가 바로 연결되는 것이 아니라서 잠시 밖에 나가서 동네 구경이나 해볼까 싶어 밖으로 나갔다. 자정까지는 이 승차권으로 타고 내리는 것이 자유이기 때문에 개찰구에 가서 9월 3일 도장이 찍힌 승차권을 스윽 보여주고 짐을 끌고 나갔다.


이와미자와역 근처에는 자유의 여신상이 있다.

뉴욕에 가보지 않았지만, 그 자유의 여신상은 저것보다는 클 것 같다.


뉴욕은 머니까 나중에 돈 많이 벌어서 비즈니스석에 타고 가고 싶은데, 빚만 늘고 있다.

 

이와미자와까지는 삿포로 근교라서인지 역도 새로 지은 지 얼마 되지 않은 것 같다.

이틀 전에는 개찰구 밖으로 나가보지 않아서 이런 곳인지 몰랐는데..


건너편에 있는 열차는 출발시각이 가까워졌는지 차장이 손목시계를 주시하고 있다.

 

차장이 맨 뒤로 타서 출발 전에 점검을 하는 것 같다.

 열차 출발까지는 약 6~7분 정도 남은 것 같아서 슬슬 짐을 끌고 3번 승강장으로 건너갔다.


삿포로, 오타루 방면은 하코다테본선, 오이와케, 유바리, 토마코마이는 무로란본선이 되겠다. 이 곳에 처음 오는 외국인이나 사전 정보 없이 홋카이도에 온 사람이라면 노선 이름을 백날 말해도 그 노선이 어디로 가는지 알 수 없을테니 저렇게 역명으로 안내하는 것 같다.


보통열차이기는 하지만 꽤 먼 거리를 달리고, 중간에 몇몇 역에 정차하지 않고 구간쾌속으로 달리는 열차라서 그런지 롱시트가 아닌 크로스시트를 설치한 것 같다. 승객이 많지 않아서 빈 자리가 많이 보인다. 삿포로에 가까워질수록 사람들이 하나 둘씩 타다가 삿포로에서 많이 내리겠지만..


창밖을 보면서 커피만 줄창 마시고 있다. 혼자 다니다보니 말을 할 기회는 거의 없고 그냥 졸다가 깨면 그냥 멍하니 바깥을 쳐다보면서 이놈의 열차가 언제 도착하는가 생각 뿐이다.


도시에 접근하는 듯한 그런 느낌이 슬슬 든다.

 

놋포로역.

홋카이도에는 ~호로, ~보로, ~포로역이 많다. 

앞글자의 발음에 따라 보로, 포로역이 되는데 설마 호로X끼가 많은 것은 아니겠지..


오아사역

이 역은 삿포로에서 아사히카와에 갈 때도 역 명판 사진을 찍었던 것 같다.


썰렁한 분위기다..


오늘의 최종 목적지 삿포로에 도착했다.

 

시간상 조금 더 남쪽으로 더 가서 토마코마이 정도까지 갈 수도 있는데, 할 일도 있고, 배도 고프고, 씻고 싶기도 하고, 토마코마이에서는 별로 구경할 것이 없어서 삿포로에서 일정을 마감하는 것이 좋을 것 같았다. 이 열차는 삿포로에서 9분 동안 정차한 뒤 오타루까지 간다고 한다. 정차시간이 꽤 긴 것 같다.

 

사진이 흔들렸는데 열차를 병결해서 다닌다.


역에서 나와서 호텔 셔틀버스를 타고 호텔에 가서 체크인을 하고, 밥을 먹으러 나왔다. 셔틀버스 기사 아저씨는 여전히 라디오 야구 중계를 듣고 계신다. 여기는 홋카이도니까 홋카이도 닛폰햄 파이터스를 응원하시는 것 같다.


저녁은 또 마츠야다.

이번에는 규메시 규야키니쿠단품을 더 시켰다. 

고기먹고 힘내야지!


밥을 먹고 일찍은 아니지만 호텔로 터벅터벅 걸어 돌아가서 내일의 고된 여정을 위해 잠자리에 들었다.







그렇다면 여기서 청춘18 승차권 사용 3일째(이번에는 2일째부터 사용)인 2016년 9월 3일에 사용한 구간을 정리해보면


아사히카와 - 후라노 (후라노선) 1,070엔 54.8km

후라노 - 아사히카와 (후라노선) 1,070엔 54.8km

아사히카와 - 이와미자와 (하코다테본선) 1,840엔 96.2km

이와미자와 - 삿포로 (하코다테본선) 840엔 40.6km 

총 4,820엔, 246.4km 

이동시간은 대충 5시간 정도였던 것 같다.


1일분 가격 이상을 뽑아내기는 했는데, 기력도 뽑힌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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