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코다테역에 도착하자마자 바로 개찰구를 나와서 미도리노마도구치(みどりの窓口)에 가서 청춘18 홋카이도신칸센 옵션권[각주:1]을 구입하러 갔다. 나는 얼굴을 기억하고 있지만, 나를 기억하지 못하는 직원에게 청춘18 옵션권을 사고 싶다고 하니 그것을 팔지 않는다고 한다.

"왜 안 파는 거에요?"

"지금은 판매하지 않아요."

"왜요? 그럼 아오모리까지는 어떻게 가요?"

"판매하지 않는다니까요. 도난이사리비철도를 타고 키코나이까지 가서, 키코나이부터 신칸센을 타면 됩니다. 빈 자리 아무 곳에나 앉아서 가세요."

조금 더 가까운 신하코다테호쿠토역에서부터 신칸센을 타면 되지만, 이 경우는 가격이 꽤 비싸지기 때문에 최대한 신칸센은 짧은 거리를 타는 것이 낫다. 신칸센 승차권은 운임과 요금 모두 제 가격을 내고 사야해서 가능한 한 짧은 구간만 타기로 했는데도, 도난이사리비철도선의 키코나이까지의 운임 1,110엔과 신칸센 특정특급권 가격 4,960엔을 합쳐 자그마치 6,070엔을 내야했다. 원래는 2,300엔의 청춘18 옵션권을 사서 도난이사리비철도를 타고 키코나이에서 오쿠츠가루이마베츠역 사이만 홋카이도신칸센을 이용하고, 오쿠츠가루이마베츠역과 환승이 가능한 재래선인 츠가루선의 츠가루후타마타(津軽二股)역에서 츠가루선을 타고 아오모리로 갈 생각이었다. 그런데 역무원이 청춘18 옵션권을 판매하지 않는다고 하면서 신칸센 승차권을 강매한 것이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들었다. 승차권과 영수증을 받아서 나오면서 계속 이상하다는 생각이 드는데, 얘네들이 텅텅 빈 채 운행하는 신칸센 표를 팔기 위해서 이러나 싶어서 아니 왜 옵션권을 팔지 않는지 생각해봤는데 이유는 알 수 없었다. 


역무원과 계속해서 실랑이를 벌일 수도 없고, 열차를 놓치기 전에 빨리 혼슈로 넘어가야 해서 짐을 가지고 키코나이행 도난이사리비철도선을 타러 갔다. 이미 주변은 어두워진 시간에, 재래선과 달리 신칸센은 자정 이전에 막차 운행이 종료되기에 마냥 여유를 부릴 수 없는 상황이기도 하고, 저렇게 단호하게 말을 하는 것으로 봐서는 뭔가 이유가 있는 듯한 느낌이 들어 일단 그냥 열차를 타러 갔다.


하코다테는 지명도에 비하면 작은 도시라서 조금만 도심에서 벗어나면 이렇게 암흑천지가 된다.

  

병행재래선이었던 에사시선을 도난이사리비철도라는 연선 지역자치단체에서 출자하여 새로 설립한 회사가 맡으면서 노선 이름도 도난이사리비철도선으로 바뀌었지만, 여전히 차량은 기존의 JR로부터 양도받은 차량을 가지고 영업을 하고 있다. 역에 붙어있는 역명판만 바뀐 회사의 로고를 단 것으로 바뀌었을 뿐, JR홋카이도의 키하 40계의 디젤 동차가 운영회사만 바뀐채 계속해서 이 노선을 달리고 있다. JR로 운행하던 때 다니던 세이칸(青函, 아오모리-하코다테) 연락용 특급열차 '수퍼 하쿠쵸' 로 운행하던 789계 열차는 전동차가 달릴 수 있는 삿포로 권역으로 옮겨가서 785계 열차를 대체하고 있다. 사족일지도 모르겠지만 덧붙이자면, 홋카이도에서 전동차가 다닐 수 있는 곳은 하코다테본선의 오타루-삿포로-아사히카와 구간과 하코다테-신하코다테호쿠토 구간, 치토세선(신치토세공항 방면 지선 포함), 무로란본선의 무로란-누마노하타 구간이 전부라서 비전화구간을 조금이라도 달리는 열차는 디젤 동차를 사용하고 있다.


직각에 수렴하는 키하 40계 열차의 좌석은 역시 편하지 않지만 별 수 없다.



매표소에서 정신이 없어서 그냥 넘어갔는데, 하코다테에서 고료카쿠까지는 JR구간이므로 150엔을 더 낸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도난이사리비철도선은 키코나이-교료카쿠까지이므로.. 아이스크림 하나 사먹을 돈을 날렸다. 흑흑 ㅠㅠ


키코나이역에서 환승시간은 9분. 도난이사리비철도 키코나이역에서 홋카이도신칸센 키코나이역의 거리가 그리 멀지는 않아서 뻘짓을 하지 않는다면 충분히 여유있는 시간이다. 타는 사람이 없어서 개찰구를 통과할 때 기다릴 필요도 없고.. 9월이지만 북쪽에 위치한 홋카이도인데다 주변에 별다른 인구밀집시설이 있는 곳이 아니라 그런지 썰렁한 느낌이 들었다.


전광판에 열차가 도착한다는 알림이 나왔다.


역 안에 아무도 없는 것으로 봐서 아마도 이 열차에 혼자 타는 것 같다.


이 열차들은 종착역에서 하룻밤을 지낸 뒤 아침 일찍 다시 신하코다테호쿠토로 돌아오는 열차일 것 같다.


열차가 들어오고 있다.

밤이라서 사진이 잘 나올 것 같지는 않지만 일단 시도를..


열차 전조등에 눈이 부시다.


하야테는 JR동일본 소속의 E5계 전동차로 운행하는데 토쿄-모리오카, 모리오카-신하코다테호쿠토 등의 노선 전체 구간이 아닌 일부만 운행하는 열차를 하야부사 대신 하야테라고 부른다고 한다. 하야테는 10년 전에는 지금은 사라져가고 있는 E2계 신칸센 열차로 토쿄에서 하치노헤까지 달리던 열차의 이름이었는데, 설계최고속도는 시속 315km였지만, 실제 운행시에는 시속 275km를 최고속도로 제한하였다. 신칸센은 가장 큰 경쟁상대인 항공기에 대응하기 위해 끊임없이 열차 속도를 올리는데 힘을 쏟았는데, 2011년에 E5계 전동차를 아키타신칸센 코마치와 병결하지 않는 토호쿠신칸센 구간의 영업운전에 투입하면서 시속 300km대의 고속화를 이루게 되었으나, 직후 발생한 토호쿠대지진으로 인하여 한동안 정상적인 운행을 못하는 시기가 있었고, 2013년 E3계 신칸센용 전동차를 대신할 E6계 신칸센용 전동차를 영업에 투입하면서 마침내 하야부사로 대표되는 토호쿠신칸센의 E5신칸센과 아키타신칸센의 E6신칸센의 코마치를 최고 시속 320km까지 속도를 끌어올리면서 모리오카까지 걸리는 시간을 최단 2시간 25분, 신아오모리까지는 2시간 59분으로 크게 단축하게 되었다. (단, 모리오카 이후는 정비신칸센법에 의해 시속 260km로 속도제한)


이번 여행에서 처음 보는 신칸센 열차라 반갑다. 지금까지 여태 재래선 똥차들만 줄창 타고 다녔는데..


순식간에 선두차가 지나갔다.


하야부사는 '매' 라는 뜻을 가지고 있어서 주로 하야부사로 운용되는 E5계 열차에 새 그림을 그려놓은 것 같다. JR홋카이도에서 보유한 H5계 열차에는 새 대신에 홋카이도의 모양을 형상화한 로고가 그려져 있고, 핑크색 가로줄무늬 대신 파란색의 가로줄이 있다.

 

11량 편성의 열차라 도착하는 것도 꽤 시간이 걸린다.


이 시간에 상행열차의 행선지가 모리오카, 다음 열차는 신아오모리다. 홋카이도신칸센으로 토쿄까지 가려면 신하코다테호쿠토에서 18시 36분에 출발하는 하야부사 38호 열차가 막차다. 그 이후에는 센다이, 모리오카, 신아오모리행 열차로 시간이 늦어질수록 행선지가 점점 가까워진다.


열차에 올라타서 빈 자리에 앉아서 간다. 원래 토호쿠신칸센과 홋카이도신칸센은 전석 지정석으로 운영하고 있어서 좌석 지정을 받아야 하지만, 만석인 경우 입석특정특급권이라는 승차권을 발행한다. 입석 승차권이지만, 보통차에 빈 자리가 있는 경우 앉아서 갈 수 있고, 좌석 지정을 받은 승객이 오는 경우 비켜주어야 한다. 예를 들면 키코나이에서 신아오모리역까지 갈 때, (그럴 리는 아주 드물겠지만) 오쿠츠가루이마베츠역까지만 공석이 있으면 지정한 좌석이 아니더라도 앉아서 가다가 오쿠츠가루이마베츠역에서 그 좌석을 지정한 승객이 타면 다른 빈 자리를 찾아 앉아서 가든가, 그나마 빈 자리가 없다면 객실 내 혹은 통로에서 서서 가야 한다. 홋카이도신칸센의 승차율이 저조하기 때문에 - JR홋카이도 역시 그럴 것이라 예상했다지만 - 빈 자리가 많이 있어도 가까운 거리라면 입석특급권을 판매하면서 승객들의 부담을 덜어주고는 있는데 그 가격도 만만치가 않다.


 

춤추는 것이 이 지역의 문화재인가보다.

세이칸터널을 지나 오쿠츠가루이마베츠역에 도착했다. 역 이름이 상당히 긴데 원래는 오쿠츠가루(奥津軽)역으로 명명하려고 하였으나, 이 역이 위치한 히가시츠가루군 이마베츠쵸에서 '이마베츠(今別)'를 역명에 넣어달라고 하여 이렇게 긴 역 이름이 되었다고 한다. 천안아산역과 같은 케이스라고나 할까. 이 역과 재래선 츠가루선(津軽線) 츠가루후타마타(津軽二股)역이 환승이 가능하다. 청춘18 홋카이도신칸센 옵션권을 가진 경우라면 여기서 내려서 재래선으로 환승하여 아오모리까지 가야 하지만, 옵션권도 없거니와 이미 이 역에서 아오모리 방면으로 가는 열차 운행이 끝난 상태라 별 수 없이 신아오모리까지 신칸센을 타고 가야 한다. 


역 이름이 아홉음절이니 참 길다. 한국에서는 부산지하철의 국제금융센터·부산은행이 가장 긴 역 이름이라고 하는데, 일본에서는 읽는 법으로는 '미나미아소미즈노우마레루사토하쿠스이코겐(南阿蘇水の生まれる里白水高原, みなみあそみずのうまれるさとはくすいこうげん)'역과 카시마임해철도의 오아라이선의 '쵸-자가하마시오사이하마나스코-엔마에(長者ヶ浜潮騒はまなす公園前, ちょうじゃがはましおさいはまなすこうえんまえ)' 라는 역이 가장 긴 역 이름이고, 글자로는 토쿄디즈니랜드스테이션(東京ディズニーランド・ステーション)역이라고 하니 오쿠츠가루이마베츠는 여기에 이름을 내밀기 어려울 것 같다. 재래선 막차 시간에 이전에 왔다면 이 역에서 츠가루선 열차를 탈 수 있었겠지만, 이미 열차가 떠난 지 오래라 선택의 여지가 없기에 계속해서 비싼 신칸센을 타고 신아오모리까지 가는 수밖에 없었다.


텅 빈 열차에서 내릴 때가 되었다. 신아오모리역부터는 노선의 관리회사가 JR홋카이도에서 JR동일본으로 바뀌면서 신칸센을 운행하는 운전수와 승무원이 해당 구간 소속으로 교대하기에 다른 역보다 1분 정도 더 긴 2분간 정차를 한다. 신아오모리역은 토호쿠신칸센 연장에 따라 비교적 최근에 개업한 역이라서 역 주변에 별다른 상권이나 시설은 없다. 다만, 처음부터 토호쿠신칸센의 재래선 환승을 고려해서 역 위치를 선정한 덕분인지 오우본선이 지나가는 경로에 역을 만들어 아오모리의 중심이라 할 수 있는 아오모리역까지 갈 수 있다.


이제 다시 청춘18 승차권을 사용할 때가 되었다.


신아오모리에서 아오모리까지는 3.9km 정도 떨어진 바로 다음 역이라 금방 도착했다.


운행을 마친 승무원이 내려서 열차 확인을 하고 자리를 바꾸러 이동하고 있다.


열차는 동해안을 따라 아키타에서 아오모리를 오가는 고노선(五能線)에서 운행하는 열차인데, 츠가루선으로 출장나온 모양이다.


고노선 전선 개통 80주년이라고 한다. 이름은 많이 들어보았고, 선로 주변의 풍경이 좋다고 하는데 갈 기회가 없었다. 알고도 가지 않은 것도 있지만 늘 아오모리는 혼슈에서 홋카이도에 가는 길목이었지, 이 지역은 다녀본 적이 없다. 토호쿠지역에서는 센다이, 아키타, 카쿠노다테 정도만 가보고 다른 곳은 그냥 지나가다 잠시 열차가 멈추었을 때 주변을 살펴보는 정도였다. 2011년 동일본대지진으로 인하여 후쿠시마 원전사고 이후로는 혼슈에서 홋카이도에 오갈 때만 그냥 지나가는 정도. 사고 발생 후 한동안 아예 동일본 방면에 가지도 않았고, 홋카이도에 갈 때도 빠른 신칸센 대신에 동해안쪽으로 돌아가는 방법을 택하기도 했는데, 지금은 그냥 별 생각없이 다니고 있다.


열차는 행선을 츠가루신죠행으로 바꾸고 다시 돌아가는 것 같다. 열차는 고노선에서 개통 80주년을 기념하고 있는데 고노선을 달리지는 않는 모양이다. 이 시간에는 이용하는 승객이 없어서 그런가.. 이 지역 역시 겨울이 되면 춥고 눈이 많이 오는 곳이고, 승하차하는 사람들은 많지 않으니 버튼을 눌러 문을 열고 닫도록 되어 있다.


노인배려용 의자가 있는 것 같다.

한국에는 노약자석 뿐 아니라 무임승차까지 있다고..


뭐니뭐니해도 아오모리의 상징은 사과겠지!

하나 써서 붙여두려고 했는데 저 사과모양 빨간 종이가 없다..


호텔에 가서 체크인을 하고 프런트에서 손톱깎이를 빌려 그 사이 긴 손톱을 자르고, 밖에 나가서 요시노야에서 저녁을 먹고 돌아와 씻고 잠을 잤다. 하는 것이 없어도 12시간 넘게 열차를 타거나 기다리면서 쌓인 피로 덕분에 금방 잠들었다.

  1. 홋카이도신칸센 개업과 함께 세이칸터널을 지나는 재래선 여객열차의 운행이 중단되고, 홋카이도신칸센만 운행하게 되면서, 청춘18 승차권 소지자에 한해서 고료카쿠-키코나이간의 도난이사리비철도선과 키코나이-오쿠츠가루이마베츠역 간의 홋카이도신칸센 특정특급권을 2,300엔에 판매한다. [본문으로]



모리행 보통열차의 운휴 덕분에 편하게 특급열차를 타고 갈 수 있을 것 같지만, 모리역에서 하코다테로 가는 열차 시각표를 확인하지 않아서 환승대기 시간이 궁금하지만, 데이터로밍을 하지 않아서 실시간 확인을 못하고 그냥 되는대로 가야할 것 같다. 전화 한 통화면 통신사 직원과 연결되어 데이터로밍을 신청할 수 있지만, 데이터로밍을 하면 본전 생각이 나서인지 계속 휴대폰을 만지작거리게 되는 것이 싫어서 잘 하지 않는다. 시간적 여유가 있다면 낯선 동네를 슬슬 돌아보는 재미도 있어서 그냥 전화만 되는 데이터 차단 상태로 여기저기 돌아다니는 것이 더 좋은 것 같다. 열차 시각 확인은 역무원에게 물어본다거나 역에 비치된 시각표를 찾아봐도 되는 일이지만 아직 시간적 여유가 있어서인지 일단 귀찮고 지겨워지고 있다. 열차를 좋아하기는 하지만, 새벽부터 열차를 타고 자정이 다 되어서 내릴 만큼의 열정을 가진 사람이 아닌데다, 느린 열차는 지극히 싫어하고, 그 느린 열차를 타다보니 시간이 지날수록 피곤해지면서 계속 끌고 다니는 짐을 던져버리고 싶은 생각까지 드는 상황이라..


저렇게 선로 주위에 풀이 자란 것은 대도시의 역에서는 쉽게 볼 수 없는 광경이다. 이 선로에 특급열차와 보통열차는 물론 화물열차도 다니겠지만, 대도시권역처럼 분 단위로 열차가 오가는 것도 아니다보니 그냥 이렇게 적당히 방치한다고 보면 될 것 같다. 어차피 검측차량이 지나다니면서 보선을 할 터이고, 풀이 조금 길게 자랐다고 해서 큰 문제가 생기는 것은 아닐 터이니..


기다리는 열차 하코다테행 수퍼 호쿠토가 오샤만베역에 도착하고 있다. 이 열차를 놓치면 곤혹스러운 상황이 발생할 수 있으므로 열차가 문을 열자마자 바로 안으로 들어갔다. 역무원이 6명이 특급열차에 대체 수송으로 탄다고 무전으로 알린 탓인지 차장이 따로 검표는 하지 않았다. 


객실 전광판에 오샤만베역이라는 표시가 나오고 있다.


특급 수퍼호쿠토라고 안내를 한다. 하코다테에서 노보리베츠, 삿포로 등에 갈 때 늘 이용하던 열차기에 친숙한 느낌이 들었다. 차내의 좌석의 편안함은 보통열차의 좌석과 비교할 바는 안 되고, 주요 역에만 정차하는 열차인지라 속도는 말할 것도 없다.


역무원이 미리 차장에게 이야기를 해서인지 자유석 차량에 앉아 있는데도 검표를 하지는 않았다.


홋카이도의 여객 수송은 적자를 면치 못하지만, 철도를 이용한 화물수송은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다. 국철 분할 민영화를 추진하면서 여객철도회사 중 운송수입이 안정적이고 영업이익이 많은 JR동일본, 토카이, 서일본은 주식공개를 하여 민영회사가 되었고, 얼마 전에 JR큐슈가 증권거래소에 상장하여 이제 JR홋카이도와 JR시코쿠만이 어정쩡한 상태로 남아있게 되었고, 여객운송을 취급하지 않는 JR화물은 일본 철도건설·운수시설정비지원기구라는 독립행정법인이 맡고 있다. 홋카이도는 큐슈나 시코쿠와는 달리 혼슈와 이어진 도로가 없어서 철도가 유일한 육상교통수단이라서 열차를 통한 화물운송이 꽤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특급열차라고 빨리 달린다.

이대로 하코다테까지 가고 싶은데, 모리에서 하코다테까지의 운임을 포함한 자유석 특급요금은 1,550엔인지라, 이 돈이면 하루 식비로도 충분한 수준이어서 그냥 모리에서 내려야 할 것 같다. 일본의 철도요금은 일반적으로 '운임'과 '요금'으로 구성이 되는데 한국에서는 이렇게 구분을 하지 않아서 조금 어려울 수 있다. 운임은 A에서 B라는 구간을 이동할 때 내는 승차요금을 말하며, 거리에 비례하여 산정이 된다. 예를 들면, 삿포로에서 하코다테까지 운임은 이 때 가는 것처럼 치토세선, 무로란본선과 하코다테본선으로 가는 경우에는 5,720엔, 오타루, 쿳챤 등을 지나는 하코다테본선만 이용하면 5,400엔이다. 이는 하코다테본선이 운행 거리상으로는 더 가깝지만, 열차의 연결이 좋지 않아서 시간이 많이 걸리는 탓이다. 특급열차를 탈 때는 이 운임에 특급료라고 하는 요금이 추가되는데, 자유석 2,590엔,  지정석 3,120엔의 요금이 필요하다. 사철 중에는 칸사이지역의 한큐와 한신 등 특급료를 따로 받지 않는 곳도 있지만, JR과 대형 사철에서는 유료특급에 특급료를 받고 있다.  


수퍼호쿠토는 약 40분 정도 달려서 모리역에 도착했다. 모리역까지 예정보다 빠르게 오기는 했는데, 그렇다고 하코다테 방면의 후속열차가 바로 이어지는 것이 아니어서 여기서 갈아탈 하코다테로 가는 열차는 한참 뒤에 있다. 


모리역이 특급 정차역이다보니 삿포로-하코다테 구간을 여러 번 오가면서 이 풍경은 눈에 익지만, 이 역에 내려서 보통열차를 기다리는 것은 처음이었다. 이 여행은 처음의 연속도 아니고 뭐냐.. 모리역에 예정보다 빨리 도착했지만, 모리에서 하코다테로 가는 열차 시간은 한 시간 가까이 남아서 별 의미가 없다.


모리역

모리역은 '이카메시' 라는 오징어 속에 밥을 넣은 유명한 에키벤이 있다. 아베쇼텐(阿部商店)이라는 곳에서 판매하는데 이 날은 이카메시가 다 팔렸다고 한다. 당일 판매를 해야하는 식품의 특성상 모리역 이용자가 많지 않으니 무턱대고 많이 가져다 둘 수도 없을 것이고, 청춘18 시즌의 마지막이 가까워지고 있어서 사람들이 많이 다녀가면서 다 사가지 않았을까 싶다.


기온은 22도라고 한다.


깃발을 꽂아두는 곳에는 깃발이 없다. 바람이 많이 불어서 일부러 빼놓은 것인가..


히로세 스즈가 모델로 나오는 선거권연령 안내 포스터가 붙어 있다. 일본에서는 만 18세 이상 투표권을 부여하고 있어서 여전히 만 20세 이상인 한국과는 비교가 된다. 한국에서는 고등학교 졸업 후 대학에 가거나 취업을 하여 사회인이 되니 - 뭐 재수생도 있을거고, 실업자도 있겠지만 - 고등학교를 졸업할 나이에 선거권을 부여하는 것을 고려해야 할 것 같다. 만 18세를 넘지 않았더라도 취업할 수 있고, 사회인으로 살아갈 수 있지만, 자치단체장, 지역의원부터 국회의원과 대통령을 선출하는 과정에 참여하지 못한다는 것은 뭔가 맞지 않는 듯한 느낌이다. 살아갈 날이 더 많은 사람들에게 일찍 선택의 기회를 주는 것이 좋지 않을까 싶다.


저 구멍은 얼굴을 내밀고 기념사진을 찍으라고 만들어 놓은 것 같은데..


특급 호쿠토로 운행하는 키하 183계 특급형 전동차


호쿠토는 틸팅이 안 되어서 10여 분 정도 소요시간이 더 걸리고, 낡아서 잘 안 타려고 하지만 저 열차를 타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방향이 반대만 아니었다면 순간 지름신을 불러왔을지도 모를 상황. 그러나 건너편에 낡아빠진 하코다테행 열차가 오래 전부터 기다리고 있다.


딱 봐도 열차가 썩었다.

뭐 그래도 굴러다니니까 다니고 있겠지만..


도색이 벗겨지고 여기저기 파인 자국을 보니 뭔가 애처로운 느낌이 들었다. 사실 애처로운 것은 나 자신이었을텐데.. 수송인원이 많다면 좋겠지만 통근, 통학시간대를 제외하면 이용하는 사람도 별로 없어서 열차를 타고 다니는 사람들은 그리 많지 않을 것 같다.


사와라경유라고 써 있는데, 이 때는 그것을 눈치채지 못했다.


이 열차가 워낙 썩은 것 같아서 나중에 찾아보니 1980년 8월에 제작하여 나에보운전소에 배치된 차량이라고 한다. 2016년 시점에서 36년 이상된 열차니까, 이 열차가 형이다. 


열차에 서너 명 정도 탔던 것 같다.


이제 모리역을 출발한다.


다음 역은 히가시모리(東森)역

이 때만 해도 이 열차가 하코다테에 간다는 것만 알았지, 어느 길로 가는지 몰랐다. 정확히 말하자면, 평소에 특급열차를 타고 다니던 그 선로를 달려 오누마코엔을 지나 하코다테에 가는 것이라 생각했다. 그런데..


히가시모리역

평소에 '히가시모리'라는 역을 본 적이 없는 것 같아서 뭔가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평소에 특급열차를 타고 다니면서 그냥 지나쳤는가보다 하면서 별 의심없이 앉아 있었다. 삿포로에서 하코다테에 갈 때 오샤만베에서 모리역을 지날 때면 슬슬 정신을 놓고 잠들어 있을 시간인지라..

   

오시로나이역

오모시로이(おもしろい)역인지 알았는데 아니었다.


카카리마역

계속 열차를 타고 가는데 낯선 풍경이 펼쳐지고 있어서 뭔가 이상한 느낌이 들었다. 열차를 잘못 탄 것 같지는 않은데, 어디로 가는지 잘 모르겠고, 뭔가 혼란스러운 상태. 그동안 다녔던 그 경로가 아니었다.


오시마사와라역

이제 이 열차가 사와라지선이라 불리는 선로를 따라 달리는 것을 알게 되었다. 하코다테본선은 모리역에서 오누마역까지 사이에 평소에 특급열차가 달리는 선로 외에 사와라 지역을 지나는 다른 선로가 있다. 거리상으로 이 선로가 우회하여 가는 선로이기에 시간이 많이 걸리는데, 이 연선 지역에 이용객들이 적지 않아서 보통열차를 운행하고 있다고 한다.


호쿠토나 수퍼 호쿠토 같은 특급열차를 타면 모리역에서 오누마역까지 하코다테본선(색깔이 칠해지지 않은 철도구간)을 따라 최단구간으로 달리지만, 보통열차는 이 구간과 시카베 경유의 사와라선 두 가지로 운행하고 있다. (중간에 이케다엔역과 오누마역 사이에 나가레야마온센역을 귀찮아서 생략한 것을 양해바랍니다) 


가다보니 날도 어두워지고 사람은 지치고, 졸다 깨다를 반복하다가 결국 잠들어서 어느덧 신하코다테호쿠토도 지나고 나나에역에 도착하였다. 하코다테가 머지 않았으니 정신을 차리고 가지고 다니기 편하게 짐을 다시 정리한 뒤 하코다테역에 내렸다.


히가시무로란에서 오샤만베(長万部)행 보통열차를 타고 계속 무로란본선을 달린다. 환승시간이 단 5분에 불과하였기 때문에 잠시 역 바깥으로 나가서 동네 구경할 시간도 없고, 양 어깨와 두 팔 모두 짐을 안고 있었던 탓에 얌전히 열차에 올라 타서 빈 자리를 찾아보았으나, 사람들이 많아서 결국 서서 가게 되었다. 모든 역에 정차하는 보통열차이기에 중간역에서 사람들이 하나 둘씩 내릴 것 같으니 금방 자리가 나기를 기대해보지만, 예상보다 오랫동안 사람들이 자리를 지키고 있어서 별 수가 없다.


해안에 접한 지대에는 공장들이 들어서 있는데, 무로란은 철강과 화학 공업 등의 중화학산업과 조선업 등이 발달한 곳이라고 한다. 홋카이도에서는 유일한 공업지대로 알려져 있다. 그래서인지 예쁜 항구마을이 아니고 투박한 굴뚝이 먼저 눈에 들어온다.


이렇게 조선소도 있는 것 같고..


사키모리역

이런 역이 있는지도 몰랐는데, 사키모리역 전에 모토와니시(本輪西)역은 한 눈 팔다가 그냥 지나쳐버렸다.. 지나는 모든 역의 명판 사진을 찍으려면 조금 더 부지런해야 하는데, 그럴 리가 없다.


열차가 슬금슬금 높은 곳으로 올라가서 차창 밖으로 동네를 조망할 수 있는데 경관이 아름답지는 않다. 공업지대답게 해안 주변에 조선소에서 사용하는 타워크레인이 여러 대 보이고, 선박을 건조하고 있는 시설인 것 같다.


코가네(黄金)역.

황금역이다. 역명판의 기둥을 황금으로 만든 것은 아니고, 녹이 슬었을 뿐이기는 하지만..


황금은 보이지 않는다. 있었다면 누군가가 이미 가져갔겠지..


지금은 무인역으로 운전수(기관사)가 열차 운전은 물론 운임을 받는 일도 하지만, 예전 이 역에 역무원이 있던 시절에는 이 역의 입장권이 꽤 잘 팔렸다고 한다. 금은 세계 어디서든 가치를 인정받는 것이니.. 지금은 역에 상주하는 직원이 없지만 역 출입은 자유롭게 할 수 있고, 열차를 탈 때 정리권을 뽑고, 내릴 때 운전수에게 운임과 정리권을 함께 낸다.

 

마렛푸(稀府)역

역 이름이 일본의 다른 지역에 비해 많이 생소한 느낌인데 아이누어에서 음차하였기 때문이라나.. 홋카이도가 일본의 역사에 포함되기 시작한 것이 역 주변에 별로 눈에 띄는 건물은 없는 한적한 시골 마을인 것 같다.

 

마렛푸역을 출발하여 다음 역인 키타후나오카역으로 향하는데 선로가 갈수록 해안선에 가깝게 다가간다. 해가 서쪽으로 넘어가고 있어서 열차 진행 방향의 왼쪽에서 햇살이 차창을 통해 들어오는데 잠시 구름이 해를 가리고 있다.


이 부근에는 인적이 드물기 때문에 선로 주변에 수풀이 우거져 있다.


해안선에 가까이 붙어서 이어지는 선로라서 바다를 가까이서 구경할 수 있다.

 

태풍이 지나간 후에 너울의 여파인지 파도는 꽤 높았다. 


키타후나오카역에서 학생 한 명이 내렸다.


키타후나오카역

역이 바다에 접해 있는데, 태풍이 불어오거나 비바람이 심할 때는 이 역 이용이 어려울 것 같다.


처음에는 빈 자리가 거의 없었는데 진행방향 왼쪽 창가 자리가 생겨서 냉큼 앉아서 갔다. 갈 길이 먼 사람이니 가능하면 체력소모를 줄여야 하고, 창가 쪽 자리에서 바깥 경치를 보기 위해서.


다테몬베츠역

다테몬베츠역은 특급 호쿠토, 수퍼호쿠토의 정차역으로, 이 역에는 역무원이 상주하고 있어서 승차권이나 요금을 운전수 대신 역무원에게 내고 나간다. 다테라고 하면 가장 유명한 사람은 독안룡 다테 마사무네(伊達政宗)일텐데 이 사람과 직접적으로 관련이 있는 것은 아니고, 다테 가의 분가인 와타리다테(亘理伊達) 가문이 이 곳에 정착하면서 이 지역의 이름 몬베츠와 합쳐서 다테몬베츠가 되었다고 하는 것 같다.


다테시 개척기념관과 쇼와신잔이 이 근처에 있다고 한다. 개척기념관은 버스로 10분, 도보로 20분 걸린다고 하니 걸어서 다녀오면 되겠는데, 짐은 어떻게 들고 다닐 것인지도 문제고 이 열차에서 내리면 다음 열차가 언제 올 지 모른다.. 


저 그림의 장수는 다테 마사무네인가..

계속해서 오샤만베로 향한다.


나카와역

저 학생들은 서로 아는 사이인가..


햇빛이 강해서 일단 햇빛 차단막을 내리고 창문을 살짝 열고 간다.


우스역


열차 안은 평화롭다.


한동안 해안선 옆으로 다니다 어느새 산 속을 지나가고 있다.


구름이 껴서 어두워진 탓도 있을테고, 산 옆으로 가다보니 사진이 흔들렸다.


학생들이 토야역에서 많이 내린다.

토야역은 삿포로-하코다테 구간의 특급열차가 정차하는 역이다. 2012년 토야코(洞爺湖)에서 G7정상회담을 개최해서 세계적으로 주목을 받은 곳이기도 하다. 한국인으로서 마음이 아프기는 하지만 일본은 선진국이자 강대국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여러 국제 관계 등으로 인해 이득을 본 것도 있지만, 일단 1억 3천만에 가까운 인구와 과거에 서양세력들과 세계대전을 벌였을 만큼의 기술과 힘을 가진 나라라는 사실을 부정할 수는 없다. 토야코의 경관이 좋다고 해서 한 번 가보고 싶은데, 가난해서 못가고 있다는..

 

토요우라역

역 뒤편은 그냥 숲이다..


역사 앞으로 지나는 2차선 도로 건너편에 평범한 가정집들이 있다. 스윽 둘러보니 평범한 마을이고 딱히 눈에 띄는 건물이나 시설 같은 것은 없는 것 같다. 토요우라역을 출발해서 오키시역까지 가는 도중 꽤 긴 터널을 지나게 된다. 원래 선로는 산 위로 우회하는 경로였는데 급경사와 급구배를 피하기 위해 새로이 터널을 건설하여 선로가 지나가도록 했다고 한다. 덕분에 거리가 1.6km 정도 짧아졌다고.


터널을 지나면 해안선과 가까이 선로가 이어진다.


오키시역을 출발하면 다시 터널이 기다리고 있다. 


이름은 안 나왔지만 이 건물이 레분역 건물. 역시 무인역이다.


레분역을 출발하면 살짝 오르막 경사가 있고, 산을 향해서 달린다.

 

이런 산 속에 무슨 마을이 있고, 역이 있을까 싶지만..


역이 있다. 코보로(小幌)역

이 역은 비경역(秘境駅)으로 잘 알려진 역이다. 1년 여 전에 출장을 와서 머물다 우연히 텔레비전에서 이 역이 소개되는 것을 보았는데, 원래는 신호장이었는데 여객 취급을 했고, 이 역에서 나가는 길이 없다고 한다. 원래 이 역은 신호장이었으나 국철 민영화를 하면서 역으로 승격이 되었다고 하는데, 당시만 해도 주변에 민가가 있어서 역으로 이어지는 길이 있었다고 한다. 1970년대까지는 주변에 거주하는 사람들이 있었다고 하는데, 이후에 사람들이 없어지면서 자연스럽게 길이 사라지게 되었다고. 아마도 인적이 없다보니 숲이 우거져버린 모양. 마을도 없고 밖으로 주변에 관광명소가 있는 것도 아니라서 이 역을 찾는 사람들은 대부분 철도 동호인(철덕)이라는 것 같다. 방송에도 나오고, 조만간 이 역이 폐역이 될 가능성도 있어서 하루 한 명 이상이 이 역을 방문하고 있다고 하는데, 여름철에나 갈 만하지 겨울에는 엄두를 내지 못할 것 같다. 코보로역이 위치한 토요우라쵸(豊浦町)에서는 역의 존속을 원하고 있어서 1년 단위로 유지비를 부담하는 조건으로 JR홋카이도와 계약을 하고 있다고 한다. 승강장도 1량짜리 열차에만 대응할 수 있어서 2량짜리 열차가 도착하면 선두차량만 문을 연다고..


코보로역을 출발


날씨가 안 좋아지는 것을 느끼기는 했지만, 구름이 몰려오고 바람이 세지면서 조금씩 이상한 분위기가 감지된다. 오샤만베역까지는 앞으로 다섯 역이라서 곧 도착할 것 같지만, 오샤만베 이후에 하코다테까지 가는 열차는 정상적으로 운행할 것인지 슬슬 염려가 되었다. 평소 같으면 별 염려를 하지 않았겠지만, 며칠 전에 폭우로 인해 하코다테 방면으로 가는 열차의 운행이 중단된 것을 보고 난 뒤라서 바람이 불고 비가 내릴 것 같은 날씨가 걱정이 되기 시작한다. 우산이 있어도 들 손이 하나 더 있는 것도 아니고 바람이 세서 우산을 써도 별 소용없을 것 같은데..


오샤만베역에 도착했다. 이제 모리행 열차로 갈아타고 가야하는데 열차 시간이 약 40분 가까이 남아서 역 근처 구경이나 해야할 것 같다. 날이 흐려지고 바람이 거세지고 언제 비가 와도 이상하지 않을 듯한 날씨라서 역 안에 갇혀 있어야 할 지도 모를 일이지만..


타고 온 열차는 다시 무로란으로 돌아가는 모양이다. 어느새 행선판을 바꾸어 놓았다.


혹시 사진이 흔들렸을까 싶어서 다시 열차 사진을 찍고 역 바깥으로 나가려고 계단을 올라가서 개찰구를 지나려고 하는데, 역무원이 승객으로 보이는 사람들 몇 사람들에게 이야기를 하고 있다. 모리행 보통열차가 강풍으로 운휴가 되어서 모리역까지 특급열차를 대체로 이용할 수 있다는 이야기가 들렸다. 그런데 특급열차에 탈 수 없는 승차권을 가지고 있는데, 보통열차가 운행하지 않는다니 어떻게 해야하는지 물어봐야겠다 싶어서 얼른 역무원에게 다가갔다.

"모리행 보통열차는 운행하지 않나요?"

"네, 바람이 많이 불어서 운휴가 되었네요. 혹시 어디까지 가시나요?"

"하코다테까지 가려고 하는데요.."

"승차권은 있나요?"

"네.. 청춘18승차권이 있어요.."

"그러면 모리역까지 특급열차 자유석에 타고 가세요. 모리역에서 하코다테까지는 정상 운행 예정입니다."

그러더니 역무원은 무전으로 승객 한 명이 더 있다고 지령실인지 특급열차의 차장인지 외부인으로서는 알 수 없는 누군가에게 연락을 했다. 안 좋은 기상 덕분에 오샤만베에서 모리역까지 워프를 하게 된 셈인데.. 오샤만베에서 모리까지는 특급권 없이도 특급열차를 타고 갈 수 있게 되어 오전에 갉아먹은 시간을 많이 회복할 수 있지 않을까 기대를 하였지만, 철도 지옥인 홋카이도를 너무 얕보았다는 것을 모리역에 도착한 뒤에 알게 된다.

블로그 유입 검색어에 은퇴한 여자 테니스 선수 아나 이바노비치가 꽤 높은 순위를 차지하고 있어서 방문객들을 위한 서비스용으로 그녀의 사진을 소개하려고 한다.

스포츠 일러스트레이티드(Sport Illustrated)에서는 매년 여자 테니스 선수를 모델로 수영복 사진을 게재하는데, 아나 이바노비치는 2010년 모델이었다. 색상이 다른 세 벌의 수영복을 입고 사진을 찍었다. 

아래의 링크를 따라서 가면 해당 페이지에 접속 가능하다. 저작권 문제가 있으므로 관심이 있는 사람들은 아래 링크에 접속하여 확인하면 되겠다.


https://www.si.com/swimsuit-2010/photos/2010/02/12/ana-ivanovic-2010-sports-illustrated-swimsuit-edition-si-com#1


ⓒ Sports Illustrated


무로란행 보통열차를 타고 가는데 내릴 역은 종점인 무로란이 아닌 그 전에 있는 히가시무로란역이다. 히가시무로란역은 삿포로-하코다테 구간의 특급열차인 호쿠토, 수퍼호쿠토가 정차하는 역이기도 한 교통의 요지라고 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역을 지나는 보통열차는 손에 꼽을 정도라서 열차를 한 번 놓치면 다음 열차까지 적잖이 기다려야 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아침의 출근, 통학시간대는 그나마 열차가 자주 있는 편이기는 하지만, 대낮에 보통열차는 1~2시간에 한 편 꼴로 있어서 이 열차를 놓치면 두 시간을 기다려야 한다고 앞에서 이미 언급했다. 청춘18킷푸나 홋카이도 동일본패스의 유효기간에나 철덕들이 몇 시간 씩 보통열차 타면서 가지 평소에는 통학, 통근 시간대가 지나면 빈 자리가 넘쳐난다. 


키하 40계, 150형 단칸방 열차들이 놀고 있다.

  

아오바역

아다치 미츠루의 만화 크로스게임의 여주인공이 츠키시마 아오바였던가..


인터넷에서 긁어왔다...


이토이역

예전에 이대호가 일본 프로야구 오릭스 버팔로스에서 뛸 때 이토이 요시오라는 선수가 있었다. 이 사람과는 관련이 없겠지만..


이토이 요시오(糸井嘉男). 지금은 한신에서 뛰고 있다고..


시라오이역

포로토라는 것이 호수 이름인가본데 무엇인지 잘 모르겠다.


하기노역.

일본 수영 선수 중에 하기노 코스케라는 선수가 있다.


하기노는 작년 리우올림픽에서 색깔별로 메달 수집을 했던 선수다.


타케우라역

여기가 어디인지 잘 모르겠다. 타케우치 유코와 타케우치 아이는 알겠는데..


맞은편 좌석에 발을 올리고 있는 아주머니를 찍으려 한 것은 아니고, 역명판이 붓글씨로 쓴 것 같아서 사진을 찍었다.


중간중간 주택이 보이는데, 마을인가보다.


역 이름이 잘리기는 했지만 코죠하마(虎杖浜)역

무인역이라서 열차를 타고 내리는 승강장과 보이는 저 건물만 달랑 있다.


다음 역은 노보리베츠(登別).

홋카이도에서 가장 유명한 온천지역 중 하나가 아닐까 싶다. 홋카이도의 유명 온천이라면, 노보리베츠, 토야코, 유노카와가 베스트로 꼽히고, 이 다음으로 죠잔케이, 아칸코, 소운쿄 정도가 되겠다. 노보리베츠는 홋카이도에서 가장 인기가 높은 곳이라서 늘 사람이 많은데, 이 시간대는 지난 밤에 온천여관에서 묵은 사람들이 돌아갔을 시간일 것 같다.


사진 왼쪽에 보이는 성처럼 지어진 건물은 마린파크라는 수족관이 있는 곳이란다. 그냥 봐서는 러브호텔 같이 생긴 것 같은데.. 혹시 이 곳에 가보고 싶은 사람을 위해서 웹사이트 주소를 적어둔다. 웹사이트는 일본어 외에, 영어, 중국어를 지원하는데 한국어로는 PDF파일 형식의 리플렛이 있다. (https://www.nixe.co.jp) 


노보리베츠역

온천으로 잘 알려진 동네. 지고쿠다니(地獄谷)가 유명한 곳. 2009년 말에 이 동네에 들러서 온천에 잠시 몸을 담그고 돌아갔던 적이 있다. 자고로 온천욕을 즐기려면 온천탕을 갖춘 숙박시설에서 하룻밤 묵어가면서 맛있는 저녁을 먹는 재미를 느껴야 하는데, 학생 시절이었기에 그럴 여유도 없었고, 온천욕만 하고 노보리베츠역으로 돌아가는 버스를 타기에 바빴다. 그 때는 일본어를 거의 못했기 때문에 손짓 발짓 해가면서 이야기하기도 했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아무것도 모를 때가 부담없이 즐길 수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지금이야 어느 정도 의사소통이 되니 대부분 뭐라고 하는지 알아듣고, 혹시라도 놓친 것이 있으면 다시 물어보고 그래도 이해가 안 되는 것을 다시 쉽게 말해달라고 할 수 있지만, 이 사람들의 생각을 어느 정도 알게 되니 더 조심하게 되는 면이 있다. 그래서 그냥 외국인이라는 티를 잘 안 내고 다니는 편이기는 한데 그러다보니 어떤 일본인들은 길을 물어보기도 한다. 외국어 서적을 붙들고 공부하는 성격이 아니어서 일부러 일본어로 된 안내문이나 지도를 받아서 - 사실 이 편이 길을 물어보기도 쉽다 - 다니는 경우가 많아서 읽다가 모르는 단어나 문장은 체크해두었다가 나중에 찾아보거나 아니면 잊어버리고 넘어가는 경우도 있고 그냥 잠을 자는 경우도 있고 뭐 그렇다.


삿포로에서 노보리베츠는 특급열차로 약 1시간 10분 정도 걸린다. 편도요금 및 특급권가격이 자유석은 3,960엔, 지정석은 4,480엔으로 꽤 비싼 편이다. 보통열차로는 2시간 40~50분 정도 걸리고 요금은 2,160엔.


타고 있는 열차는 후속 특급열차를 먼저 보내기 위해서 노보리베츠역에서 정차를 9분이나 한다. 굳이 노보리베츠에서 길게 정차할 이유는 없지만, 다음 역에는 대피선로가 없어서일 수도 있고, 노보리베츠에 내린다고 해서 모든 사람이 다 노보리베츠에 목적이 있는 것이 아니고, 특급열차가 정차하지 않는 역에 가는 경우라면 내려서 보통열차로 환승을 해야 하기 때문에 이런 식으로 완행열차와 급행열차를 맞춰서 탈 수 있도록 시각표를 만든다.


노보리베츠라고 적혀 있다.


노보리베츠역

 

역시 노보리베츠는 온천이 유명하다.


아마도 홋카이도에서 혼슈로 넘어가려는 사람은 이미 무로란을 지나서 오샤만베 정도까지는 갔을 것 같다. 청춘18킷푸를 이용하려면 대단히 부지런해야 하는데, 짐이 얼마 담기지 않은 작은 백팩과 JR시각표 책자를 가지고 열차에 탄 사람들은 며칠 남지 않은 청춘18킷푸 사용을 위해서 열심히 이동 중일 것이겠지만, 그런 것은 신경 안 쓰는 사람은 이렇게 여유를 부리고 있다..

 

9분씩이나 기다려야 하다니.. 이래서 돈이 좋은가보다 싶은 생각이 든다.


타는 사람은 없다...

 

2번 선로에 하코다테로 가는 특급 호쿠토 12호가 도착했다. 이 열차는 내릴 사람을 내려주고, 탈 사람을 태워서 바로 떠났다. 이 열차가 떠난 후 선로 변경을 하고 보통열차도 출발한다.

 

무로란행 보똥열차도 곧 출발할 예정이므로 얼른 열차 안으로 돌아갔다.


와시베츠역.

전역인 호로베츠역은 어쩌다보니 그냥 놓쳤고, 다음역이 내릴 역인 히가시무로란이다. 야호~!!


와~ 드디어 히가시무로란이다!!

좋아했지만 이 열차에서 다시 오샤만베행 열차로 갈아타야하는데 환승시간이 단 5분이다. 아무리 그래도 조금 쉴 시간을 주어야지 이것은 너무한 것 아닌가 싶다. 그러나 불평을 늘어놓을 시간도 없이 일단 열차에 올라탔다.


빈 자리가 있기는 하지만 짐이 많아서 옆 사람에게 불편을 줄 것 같아 그냥 짐을 열차 구석에 세워놓고 눈치를 보고 있었다. 청춘18킷푸나 동일본 홋으로 여행을 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멀지 않은 곳에 사는 주민들로 보이니 가다보면 빈 자리가 생길 것이라는 기대와 예상을 하면서..

무로란지역은 홋카이도의 대표적인 공업지대로 잘 알려져 있다. 철강업이 특히 유명하고, 조선업, 석유 정제 등의 중화학공업이 발달한 곳이라고 한다. 그래서인지 무로란에는 국립 무로란공업대학이 있다고 한다. 찾아보면 공대 오빠가 이 열차 안에 있을지도.. 홋카이도신칸센 개업 전에 하코다테에서 히가시무로란까지 특급열차를 타고 와서 무로란역에 다녀온 적이 있는데, 조용하고 꽤 아름다운 동네였다는 기억이 있는데, 정작 히가시무로란역 주변에는 뭐가 있었는지 기억이 거의 없다.



청춘18 승차권 4일째 분을 사용하는 날.

여유를 부리면서 아침을 먹고 원래 계획했던 것보다 조금 늦게 호텔에서 나왔다. 삿포로역에 조금 일찍 가서 토마코마이에 도착해서 열차를 기다리려고 했는데, 장거리 이동에 적합하게 짐을 다시 싸다보니 생각보다 시간이 많이 걸렸고, 호텔에서 체크아웃하기 전에 아오모리에서 토쿄까지 가는 열차 시각표를 인쇄하다가 또 시간을 보냈고, 짐이 많아서 이것을 다 질질 끌고 다닐 수도 없어 호텔의 송영버스를 타려고 기다리면서 시간을 보내느라 삿포로역 앞에 내리니 시간이 빠듯했다.

거리상으로 따지면 청춘18 여정의 마지막 날이 가장 길고 오랜 시간이 걸리는 것이지만, 혼슈에서는 토쿄에 가까이 갈수록 열차의 빈도가 많아지고, 자정이 지나 마지막 열차가 다니는지라, 홋카이도처럼 이동 거리는 멀지만 열차 운행이 드물어서 중간에 허비하는 시간이 많은 곳이 더 힘들다. 삿포로에서 치토세나 토마코마이까지 다니는 치토세선은 그나마 열차가 자주 다니는 구간이지만, 토마코마이 이후로는 열차 운행 횟수가 현저히 줄어들기 때문에 열차를 기다리는 중간에 딴짓하다가 놓치면 하코다테까지 못 갈 수도 있는 위험이 있어서 주의해야 한다.


조금 늦은 출발을 만회하기 위하여 쾌속 에어포트를 타고 치토세역까지 왔는데 열차가 바로 있는 것은 아니고 11시 44분에 토마코마이행 열차가 있다고 한다. 예정대로 간다면 하코다테까지 갈 수 있을 것 같은데, 태풍이 쓸고 간 뒤로 기상 및 철도 상황이 불안정해서 걱정을 지울 수 없었다. 


치토세역 정도면 그럭저럭 번화하다고 할 수 있는 곳인데 아무리 출근, 등교시간이 지났다고 해도 역이 너무 썰렁하다. 사람들이 다 점심 먹으러 간 것일까. 학생들이 집에 갈 때나 직장인들이 퇴근할 때는 사람이 꽤 많지만, 다른 시간에는 이렇게 한산한 모양이다. 이러니 홋카이도의 모든 노선이 다 적자일 수밖에..


열차가 도착한다는 안내가 나온다.


삿포로 근교 노선도

위의 노선도에 있는 역들이 삿포로 권역이라고 할 수 있다. 이 이상인 경우 삿포로까지 1시간 이상 걸리는 것은 물론, 열차 간격이 뜸해서 이동에 상당한 제약이 생긴다. 이 노선도에 있는 범위 정도만 거리와 소요시간 및 승차인원 등에서 삿포로 권역으로 설정해두고 있다.


아울렛 레라가 보이는 것을 보니 여기는 미나미치토세역


열차 문이 무식하게 생겼는데, 겨울이 길고 춥고 눈이 많이 내리는 곳이라 방한, 방풍을 위해 차량의 문을 이런 식으로 만들었다고 한다.


미나미치토세를 지나면 승객이 확 줄어서 빈 자리가 늘어나기 시작한다. 치토세역에서 열차에 탔을 때부터 빈 자리는 있었지만 종착역인 토마코마이가 가까워지면서 사람이 앉은 곳보다 빈 자리가 더 많아진다.


이용하는 사람이 많지 않은 곳에서는 문 옆에 있는 버튼을 눌러서 문을 열고 닫게 되어 있다. 한국의 전철, 지하철처럼 역에 도착하면 자동으로 문을 열어주지 않기도 하니 주의해야한다.


종착역인 토마코마이역에 도착. 내린 다음에 보니 731계 전동차를 타고 온 것 같다. 굳이 열차의 계열 같은 것을 알고 싶지는 않지만 써진 것을 보니 대충 알 수 있는 것 같다. 토마코마이역은 무로란본선과 히다카본선의 환승역이기도 하다. 엄밀하게 말하면 치토세선은 토마코마이역의 이전 역인 누마노하타(沼ノ端)역까지이지만, 이 역이 존재감이 없어서 치토세선 열차가 토마코마이까지 운행을 한다. 삿포로에서 치토세까지 갈 때도 삿포로에서 출발하여 나에보(苗穂), 시로이시(白石)역까지는 하코다테본선으로 가다가 시로이시역을 지나서 분기가 된다. 


곧 하코다테방면으로 가는 상행열차로 갈아타야 하고, 토마코마이역 주변에 별로 갈만한 곳도 없어서 그냥 역에서 기다렸다.


아마 저기에 세워져 있는 열차 같은 똥차가 들어올 것 같다.


토마코마이역 주변에는 메가돈키호테가 있고, 그 건물에 쇼핑센터 같은 곳이 있다. 특급 정차역이라고 해서 나름대로 사람이 많이 사는 도시가 아닐까 싶어서 몇 번 들러보았는데 매번 딱히 눈에 들어오는 것은 없었고, 뭐 그저 그랬다. 그렇다고 돈키호테가 다른 곳에 비해서 많이 싸다고 느낀 적도 없는 것 같다. 가끔 유통기한이 다 되어가는 식품류를 반값 이하에 싸게 팔기도 하지만 입맛에 맞지 않는 것들이어서.


역 근처에는 비즈니스 호텔 체인의 점포들이 줄지어 있다. 토마코마이시는 무로란시와 함께 홋카이도의 대표적인 공업도시인데, 제지산업이 유명하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토마코마이역 주변에는 돈키호테가 있는 쇼핑센터 외에 눈에 띄는 상점이 별로 없고, 호텔들의 큰 간판만 보인다. 오히려 공항이 가까운 치토세에는 호텔 등의 숙박업소가 많지 않아서, 홋카이도의 성수기에는 삿포로나 오타루 등지에서 숙소를 구하지 못하면 토마코마이 정도가 대안이 될 수도 있을 것 같다. 물론 토마코마이에서 삿포로, 오타루에 다녀오려면 적지 않은 비용과 시간을 소비하게 되겠지만 홋카이도레일패스나 JR패스를 구입했다면 추가로 들어가는 비용이 없으니 길바닥에 시간 버리는 것 외에는 괜찮을 것 같다. 

맛집 같은 곳을 일부러 찾는 성격도 아니고, 백팩에 캐리어, 60사이즈를 넘는 무거운 상자 하나를 들고서 돌아다닐 엄두가 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약 20분 후에 들어올 열차를 놓치면 두 시간 후에 다음 열차가 오는지라 얌전히 플랫폼에서 오락가락하면서 열차를 기다렸다.

 

대부분은 단거리 이용객인 것 같지만, 청춘18 승차권이 9월 10일까지 유효하므로, 여름의 끝자락에서 보통열차로 돌아다니는 사람들이 종종 있다. 대개 특정 지역에서 여행을 목적으로 온 사람들은 짐을 저렇게 가볍게 하고 다니지 않기에 대충 짐작할 수 있다. 저 사진의 사람처럼 백팩 하나 메고 음식을 사들고 타는 사람이면 그럴 가능성이 더 높다. 돈이 없어서 보통열차를 타는 것은 마찬가지이겠지만, 단기체재 자격의 외국인은 JR패스나 홋카이도레일패스를 살 수 있는 것에 반해, 내국인은 청춘18승차권 같은 기간한정의 패스 또는 홋카이도 내에서만 구입 및 사용이 가능한 '홋카이도프리패스' 라는 패스만 구입해서 사용할 수 있다. 그 가격이 7일간 26,230엔이므로 범위가 홋카이도내로 한정되고, 지정석 예약은 6회로 제한되며, 홋카이도신칸센을 탈 수 없다는 것을 생각하면 적은 금액은 아니다. 그런데 어떤 바보 멍청이는 돈 아끼겠다고 이렇게 사서 고생을 하고 있다...


기다리는 열차는 12시 29분 발 무로란행 보통열차. 이 열차의 종착역은 무로란이지만, 하코다테 방면 열차가 다니는 역은 히가시무로란이어서 중간에 내려서 환승해야 한다. 멍청하게 열차 안에서 졸다가 종점인 무로란까지 갈 수 있으니 잠도 마음대로 못 잔다. 

 

열차가 들어온다는 안내가 나왔다.


반대편 삿포로 방면으로는 특급열차 스즈란이 들어온다.


저런 열차를 타고 빠르고 편하게 가고 싶지만..


현실은 이런 똥차다.


무로란행 무로란본선 열차이지만, 히다카본선 일부구간이 운휴 중이라고 남는 열차를 빼돌려 이렇게 굴리고 있다. 행선지 표지판으로 가려보려고 하지만 히다카본선이라고 써진 것이 표지판 위로 보인다.


무로란까지는 전동차가 다닐 수 있지만, 이런 디젤 동차를 굴리고 있다. 역시 승무원은 운전수 혼자 승차하는 원맨열차로 열차 운전 및 요금 수납을 혼자서 처리해야 한다. 열차 운전하다가 중간에 요금을 받고, 다시 열차 운전을 하려면 적잖이 짜증이 나지 않을까 싶다. 그래도 별 수 있나 먹고 살려면 승객들에게 웃음지으면서 묵묵히 하는 수밖에. 보통 사람들의 삶은 다 거기서 거기 아니겠는가..


두 량짜리 열차의 자리를 모두 채울 만큼 사람들이 많지는 않아서 여유있게 천천히 올라타도 될 것 같아서 사진이나 찍고 마지막으로 열차에 올라탔다. 가장 선호하는 왼쪽 창가 좌석에 앉아서 간다.


뒤 쪽의 차량은 키하 150형 열차다. 이미 도입된 구형 열차와도 병결을 하여 사용할 수 있도록 만들었다고 한다.


2량의 차량 중 뒤편의 차량에 빈 자리가 많아서 자리에 앉아서 간다.


토마코마이에 왔을 때 왜 갈만한 곳이 없었는지 저 명소 안내 표지판을 보고 대충 알게 되었다. 우토나이 호수는 버스로 25분을 가야하고, 타루마에산은 자동차로 40분, 토마코마이항은 차로 10분, 그나마 슬슬 걸어서 다녀올 만한 곳은 하쿠쵸마리나라고 불리는 백조들이 있는 곳인데 그것도 도보 15분이란다. 그래서 아무 곳도 못 가고 그냥 역 안에 쳐박혀 있었다.


무로란본선과 히다카본선이 다니는 홋카이도 도내 열차 운행에서 큰 역할을 하는 곳이라 그런지 토마코마이 운전소도 있다. 키하 150형 열차도 보이고, 홋카이도에서는 흔히 보이는 키하 40계 똥차 역시 멀쩡히 잘 있다. 언제 히가시무로란까지 가나 싶은데, 거기가 끝이 아니니 오늘 중으로 홋카이도를 떠날 수 있을지 슬슬 걱정이 되기 시작했다.



삿포로행 보통열차

2017. 10. 11. 02:55


제목은 삿포로행 보통열차이지만, 사실 저 열차는 이와미자와역 발, 오타루 착 열차로 중간에 삿포로에 정차하는 열차다. 




왓카나이에서 출발해서 삿포로에 가는 특급 사로베츠

이 열차는 특급열차라 청춘18승차권으로는 탈 수 없는, 제 돈을 줘야 탈 수 있는 열차이기도 하지만 이 시간에 특급열차를 탄다고 해서 크게 달라질 것도 없고, 돈이 없어서 못 가는 하코다테까지 갈 것이 아니라면 별 의미가 없다. 그리고 특급열차를 돈 내고 탄다면 같은 가격에 조금 더 승차감이 좋은 카무이를 타고 말지..


아사히카와역에서 이와미자와역까지 가는 보통열차에 올라탔다. 하코다테본선을 크게 네 부분으로 나누어서 하코다테-오샤만베, 오샤만베-오타루, 오타루-이와미자와, 이와미자와-아사히카와 구간으로 운행을 하기에 한 번에 삿포로까지 가는 보통열차는 없다. 하코다테본선의 종점인 아사히카와는 한반도의 최북단보다 위도상으로 더 북쪽에 있어서 여름이 지나면 금방 해가 진다. 9월 초이지만 오후 6시가 되면 슬슬 어두워지기 시작한다.

 

에베오츠역

다음 역은 타키카와.


타키카와역에 도착하고 있다. 

이틀 전에 아사히카와에 갈 때 지났던 역이다. 굳이 같은 경로를 택하지 않으려면 후라노에서 네무로본선을 이용하여 타키카와에 가는 방법이 있기는 하지만, 그 다음부터는 어차피 같은 경로인데다 이 경로를 택하면 짐을 계속 끌고 다녀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어서 생각조차 해보지 않았고, 뭔가 다른 길을 찾는다면 신토쿠까지 가서 삿쇼선으로 돌아가는 방법이 있겠지만 이 부근이 며칠 전에 태풍 라이언록으로 인한 피해로 운행 중단이 되고, 일부 구간은 당장 복구할 수 없어서 운행이 중단된 상황이라서 그냥 왔던 길로 다시 가게 되었다. 역시 여행이라는 것은 때를 잘 맞춰야 하는데 꼭 뭔가 하나씩 어긋나는 것들이 생긴다.


이와미자와역에 도착


후라노에 다녀온 시간까지 합치면 대충 3시간 넘게 열차를 타고 있다. 2시간 정도 열차를 타면 슬슬 질리는 편이라서 - 그래서 철덕은 될 수 없는 것 같지만 - 일단은 내리자마자 먼저 역 바깥으로 탈출을 했다. 열차에 가만히 앉아서 가는 것만으로도 지치기도 하고, 삿포로에 가는 열차가 바로 연결되는 것이 아니라서 잠시 밖에 나가서 동네 구경이나 해볼까 싶어 밖으로 나갔다. 자정까지는 이 승차권으로 타고 내리는 것이 자유이기 때문에 개찰구에 가서 9월 3일 도장이 찍힌 승차권을 스윽 보여주고 짐을 끌고 나갔다.


이와미자와역 근처에는 자유의 여신상이 있다.

뉴욕에 가보지 않았지만, 그 자유의 여신상은 저것보다는 클 것 같다.


뉴욕은 머니까 나중에 돈 많이 벌어서 비즈니스석에 타고 가고 싶은데, 빚만 늘고 있다.

 

이와미자와까지는 삿포로 근교라서인지 역도 새로 지은 지 얼마 되지 않은 것 같다.

이틀 전에는 개찰구 밖으로 나가보지 않아서 이런 곳인지 몰랐는데..


건너편에 있는 열차는 출발시각이 가까워졌는지 차장이 손목시계를 주시하고 있다.

 

차장이 맨 뒤로 타서 출발 전에 점검을 하는 것 같다.

 열차 출발까지는 약 6~7분 정도 남은 것 같아서 슬슬 짐을 끌고 3번 승강장으로 건너갔다.


삿포로, 오타루 방면은 하코다테본선, 오이와케, 유바리, 토마코마이는 무로란본선이 되겠다. 이 곳에 처음 오는 외국인이나 사전 정보 없이 홋카이도에 온 사람이라면 노선 이름을 백날 말해도 그 노선이 어디로 가는지 알 수 없을테니 저렇게 역명으로 안내하는 것 같다.


보통열차이기는 하지만 꽤 먼 거리를 달리고, 중간에 몇몇 역에 정차하지 않고 구간쾌속으로 달리는 열차라서 그런지 롱시트가 아닌 크로스시트를 설치한 것 같다. 승객이 많지 않아서 빈 자리가 많이 보인다. 삿포로에 가까워질수록 사람들이 하나 둘씩 타다가 삿포로에서 많이 내리겠지만..


창밖을 보면서 커피만 줄창 마시고 있다. 혼자 다니다보니 말을 할 기회는 거의 없고 그냥 졸다가 깨면 그냥 멍하니 바깥을 쳐다보면서 이놈의 열차가 언제 도착하는가 생각 뿐이다.


도시에 접근하는 듯한 그런 느낌이 슬슬 든다.

 

놋포로역.

홋카이도에는 ~호로, ~보로, ~포로역이 많다. 

앞글자의 발음에 따라 보로, 포로역이 되는데 설마 호로X끼가 많은 것은 아니겠지..


오아사역

이 역은 삿포로에서 아사히카와에 갈 때도 역 명판 사진을 찍었던 것 같다.


썰렁한 분위기다..


오늘의 최종 목적지 삿포로에 도착했다.

 

시간상 조금 더 남쪽으로 더 가서 토마코마이 정도까지 갈 수도 있는데, 할 일도 있고, 배도 고프고, 씻고 싶기도 하고, 토마코마이에서는 별로 구경할 것이 없어서 삿포로에서 일정을 마감하는 것이 좋을 것 같았다. 이 열차는 삿포로에서 9분 동안 정차한 뒤 오타루까지 간다고 한다. 정차시간이 꽤 긴 것 같다.

 

사진이 흔들렸는데 열차를 병결해서 다닌다.


역에서 나와서 호텔 셔틀버스를 타고 호텔에 가서 체크인을 하고, 밥을 먹으러 나왔다. 셔틀버스 기사 아저씨는 여전히 라디오 야구 중계를 듣고 계신다. 여기는 홋카이도니까 홋카이도 닛폰햄 파이터스를 응원하시는 것 같다.


저녁은 또 마츠야다.

이번에는 규메시 규야키니쿠단품을 더 시켰다. 

고기먹고 힘내야지!


밥을 먹고 일찍은 아니지만 호텔로 터벅터벅 걸어 돌아가서 내일의 고된 여정을 위해 잠자리에 들었다.







그렇다면 여기서 청춘18 승차권 사용 3일째(이번에는 2일째부터 사용)인 2016년 9월 3일에 사용한 구간을 정리해보면


아사히카와 - 후라노 (후라노선) 1,070엔 54.8km

후라노 - 아사히카와 (후라노선) 1,070엔 54.8km

아사히카와 - 이와미자와 (하코다테본선) 1,840엔 96.2km

이와미자와 - 삿포로 (하코다테본선) 840엔 40.6km 

총 4,820엔, 246.4km 

이동시간은 대충 5시간 정도였던 것 같다.


1일분 가격 이상을 뽑아내기는 했는데, 기력도 뽑힌 것 같다...

후라노 라멘소프트크림

2017. 10. 9. 00:28




걷고 있는 길이 고죠도리(五条通り)인 것 같다.

시간이 조금 늦기는 했지만 점심을 먹었으니 후라노역으로 돌아가야 하는데, 흥미로운 것이 눈에 띄었다. '라멘소프트크림' 이라는 라멘의 면발처럼 생긴 아이스크림을 방금 막 나온 카레가게 옆에서 팔고 있었다. 아이스크림 귀신이 그냥 지나칠 수도 없기에 동전을 탈탈 털어서 아이스크림을 샀다. 그렇지 않아도 입가심을 할 디저트류를 찾고 있었는데 잘 된 것 같다마는 갈수록 돈이 막 나가고 있어서 이거 정말 걱정이다. 

라멘소프트크림을 파는 니보시츄카유키토하나(煮干中華ゆきと花)라는 가게는 원래 라멘가게인데 라멘만이 아니고,  라멘 면발 모양의 소프트크림을 팔고 있었다. 라멘이 느끼한 맛이 있기 때문에 아이스크림으로 입가심하기에 딱 좋은 것 같다. 라멘소프트크림과 보통의 콘 아이스크림과의 차이는 크림이 면처럼 가늘게 나온다는 것 정도, 크림이 맛있기는 하지만 대개 관광지에서는 소프트크림이 300엔 정도인데 이 곳은 380엔으로 가격이 상당히 비쌌다. 4천원에 육박하는 아이스크림이라니, 배스킨라빈스도 하겐다즈도 아닌데.. 과자를 꽂아주기는 하지만 그래도 비싸다는 느낌은 사라지지 않았지만 맛있으니까 특이하게 생긴 모양 덕분인지 사먹는 사람들이 더러 있었다.


아이스크림 귀신이라서 그냥 지나칠 수가 없다.


이렇게 생겼는데 더운 여름날에 금방 녹아서 면발 모양이 흐려지고 있었다.

 

라멘에 들어가는 건더기나 고명을 표현한 것 같다.


가게 사진은 초점이 안 맞아서 이 모양이다. 흑흑 


어느새 다 먹어가고 있다. 흑흑


후라노역으로 돌아가다보니 타이완요리 가게가 보인다. 

타이완에 갔을 때 말을 못해서 제대로 음식을 먹지 못했던 기억이 있는데..


슬슬 걸어서 후라노역에 돌아왔는데 아사히카와행 열차 출발 시각은 아직 많이 남아 있어서, 행사가 있는지 사람들이 몰려 있는 와인의 샘을 구경하러 갔다. 와인은 술이니까 성인들이 대부분일 것이라 생각했는데 여기저기서 아이들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술판을 벌이는 곳이 아니고 동네 축제 같은 분위기.


와인축제라고 와인만 마시는 것은 아니고 맥주도 팔고 있다. 홋카이도라 그런지 삿포로 클래식 깃발이 많이 보인다. 삿포로 클래식은 홋카이도 한정으로만 나온 맥주로 에는 홋카이도 한정(北海道限定)라는 표시가 있지만, 어느 정도 규모가 있는 백화점 식품매장이나 대형 수퍼마켓 체인에서 이 제품을 종종 판매하기도 해서 운이 좋으면 다른 지역에서도 쉽게 구할 수도 있다. 그러나 홋카이도에 가면 일단 삿포로 쿠로라벨이나 에비스보다 삿포로 클래식에 먼저 손이 가게 된다. '홋카이도 한정' 이라는 다섯 글자의 마력이라고나 할까.


후라노선 가쿠덴역과 후라노역의 중간 정도 되는 지점에 후라노 와이너리가 있고 멀지 않은 곳에 후라노 와인 하우스라는 레스토랑이 있다. 종종 와인을 마시기는 하지만, 아직 와인에 대해서도 잘 모르고, 맛을 잘 몰라서 즐기는 편은 아니라서 가보지는 않았는데, 최근에는 아이스 와인이 꽤 인기 있어서 품절이 되기도 했다는 이야기를 어딘가에서 본 것 같다.


후라노역보다는 가쿠덴역이 거리상으로는 더 가까운 것 같은데, 택시를 타려면 후라노역에서 가는 것이 좋을 듯하다. 가쿠덴역은 승강장만 있는 무인역이어서 택시를 타는 것이 쉽지 않을 것 같다.


아이들 데리고 가족끼리로 온 사람들이 대부분이어서 분위기는 무겁지 않았다.  


와인 시음 및 구입을 할 수 있게 되어 있다. 

오전에 시작했는지 슬슬 정리를 하는 모습이 보였다.


음주운전을 하지 말라는 표시

한국은 음주운전에 대한 처벌이 약하니 dog나 cow나 술 마시고 운전을 하는데 처벌을 강력하게 해서 아예 엄두를 못 내도록 해야한다. 주류업계에서 반대해서 그런 것인지, 술에 대해 관대한 문화 때문에 그런지 타인의 인생을 망쳐놓고도 뻔뻔하게 잘 사는 사람들이 있으니 이런 불합리한 상황이 벌어지지 않기 위해서는 이래야 


후지이목장에서 소프트크림을 팔고 있다. 조금 전에 이미 라멘소프트크림을 먹고 왔기에 입맛만 다시고..


술판이 아니고 그냥 동네 잔치 같은 그런 느낌이었다.

술에 취해서 깽판치는 개저씨도 없고..


아사히카와로 가는 열차를 타러 돌아왔다.


이번에 타는 열차는 노롯코열차가 아닌 평범한 두 량짜리 열차


가쿠덴역을 지나서 시카우치역으로 가는 중(이었던 것 같다)


시카우치역을 지나고


나카후라노역에서 후라노로 가는 노롯코 열차와 교행을 한다


조용한 마을.

가로등이 없어서 밤이 되면 암흑이 될 것 같다.


철도건널목을 지나고


비바우시역을 지난다.

 다음에는 여기를 꼭 들르고 싶다.

 

여전히 밝은 낮이지만, 카메라가 느끼기에는 빛의 양이 다른지 사진이 흔들렸다.

 

언덕이 눈앞에 보이고..

 

비에이역을 지난다.

먹고 돌아다녔다고 잠이 와서 졸다 깨다를 반복하면서 간다.


니시카구라역.

졸다보니 니시카구라역에 도착. 후라노선에는 '니시~'로 시작하는 역이 다섯 개 있는데, 역 네 곳이 니시고료부터 니시세이와까지 이어지고, 카미후라노와 나카후라노 사이에 니시나카역이 있다. 아사히카와까지는 다섯 역이니 10여 분 정도면 도착할 것 같다. 아직 어두워지지는 않았고 시간은 충분하지만 해가 넘어가는 모습을 보니 마음이 급해지는 것 같다.


역에서 나오자마자 바로 호텔로 가서 맡겨두었던 짐을 찾은 뒤 다시 역으로 갔다. 이틀 전에 여기 왔을 때는 캐리어 하나와 백팩이 전부였는데 큰 상자 하나가 늘어나서 양 손에 짐을 들고 아사히카와역으로 갔다. 이제부터 홋카이도에서 벗어나기 위해 느릿느릿 보통열차를 갈아타면서 토쿄로 가는 만만치 않은 여정이 기다리고 있다.



+ Recent posts